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문제가 발생해 요 며칠간 엄청나게 바쁩니다. 계속 해명문을 내고, 각종 자료를 뿌리고, 이해관계자들과도 다각도로 소통하고 있는데요. 제대로 소통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부 부서에서는 소통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네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주 중요한 주제를 질문해 주셨습니다.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은 이슈나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소통이 문제의 부정적 영향을 관리하고 해결로 이끄는 효과적인 도구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시점입니다. 소통이 문제 해결에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은, 그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입니다. 적절한 사전 소통은 문제가 문제로 불거지기 전에 이를 미리 해소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평소에 충분한 소통 없이 문제가 터진 뒤에 이루어지는 사후 소통은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이야기 입니다.
흔히 말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처럼, 때늦은 소통은 이미 발생한 문제를 그 이전 상태로 되돌리거나 없애는 데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소통은 문제 발생 이전까지의 예방적 효과를 지닙니다. 문제가 발생한 이후의 소통은 가능한 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데미지 컨트롤’의 수단으로만 유효합니다.
해명, 사과, 개선책, 재발방지대책, 보상에 관한 소통들은 모두 그 목적이 데미지 컨트롤에 있습니다.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통이라기 보다는 문제가 재앙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소통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혼동을 겪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소통하고 있는데 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걸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마치 엄청난 물을 퍼붓고 있는데도 불이 쉽게 꺼지지 않는 것 같은, 답답하고 이상한 느낌이지요.
하지만 사후 소통의 역할은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불이 주변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있습니다. 주변을 충분히 적셔 놓으면 불길이 옮겨붙거나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비유를 문제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시점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불씨가 생기기 전에 집 안팎을 충분히 적셔 놓는다면 어떨까요? 설령 불씨가 생기더라도 폭발적으로 번지거나 커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전 소통의 효과가 바로 이것입니다.
현재 문제 발생 후 소통을 지속하고 계신 것 자체는 좋습니다. 다만 그 소통의 목적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전 소통과 사후 소통은 그 성격과 목적이 다릅니다. 빨리 이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시고, 현재 상황의 목적에 맞게 소통을 잘 관리해 나가시길 권해 드립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