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리즘

5월 262021 Tagged with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책에 쓰지 못하는 위기관리 아포리즘

[The PR 기고문]

책에 쓰지 못하는 위기관리 아포리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이론이나 실전 인사이트가 쓰여 있는 책들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원칙이나 방법론은 상호간에 유사하다. 그도 그럴 것이 위기관리 원칙과 방법론이 서로 전혀 다르고 수 없이 많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원칙이나 방법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들이 위기관리 서적에 쓰지 못하거나, 쓰여 남겨지는 데 적절하지 않은 일부 원칙과 방법론은 분명 존재한다. 그런 류의 원칙과 방법론을 기본적으로 부정적이거나 탈법적인 것으로 해석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들 대부분은 실제 기업 내부의 사정과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며, 위기관리 주제가 따라야 하는 당위성을 일부 대체하는 유효한 기술적 원칙일 뿐이다.

가끔 위기관리 강의를 하다 보면, 기업 경영진의 표정에서 ‘공자의 말씀을 하시는 군’하는 갑갑함을 느낄 때가 있다. 무언가 실제 써먹을 수 있고, 현장에서 바로 통하는 특제처방을 원하는 것이다. 그 바램 대로 이번에는 만병통치약이나 즉효약 까지는 아니지만, 때에 따라 해결사는 될 수 있는 위기관리 아포리즘(aphorism)을 정리해 본다. (아래 보면 기록을 남기지 말라는 원칙이 있는 데 결국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

  1. 큰일 일 수록 혼자 하자

비밀은 모두가 죽었을 때 지켜진다는 말이 있다. 기업 위기에 있어서 여러 경영진이 관여되어 있는 이슈나 사건이 많다. 그 관행이나 실행에 진짜 문제소지가 있다면, 관련자와 비밀을 지켜야 하는 사람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사후 위기관리도 간단 해 진다.

  • 감정 대신 주판을 튕기자

자사에 대한 부정 여론이 일어나면, 경영진은 상당한 심적 부담과 상처를 토로한다. 합리적 의사결정이나 상황 판단을 방해하는 감정적 장애가 생긴다. 감정을 최대한 멀리하고 해당 이슈나 위기로 인한 피해나 손해를 정확하게 계산하자. 어떻게 해야 그것들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신 몰두하자.

  •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

가만히 있어도 일정 수준 상처로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남은 상처는 일정기간 노력을 통해 흔적을 지워 나갈 수 있다. 당장 입은 작은 상처를 참지 못해 정신없이 반응하고, 전략 없이 실행을 다양화해서는 안 된다. 지나면 별 것 아닐 일을 마구 긁어 상처를 크게 만든 경우가 많다. 일단 견뎌보자.

  • 항상 걸린다 생각하자

말로만 투명사회라 하지 말자. 모든 부정적 의사결정과 그에 관한 활동과 근거들은 남는다. 털면 털린다는 말을 명심하자. 털리지 않아 그렇지 어떤 언론이나 기관이든 마음먹고 자사를 털면 털린다. 문제나 논란이 될 것에 대해서는 미리 법과 여론 차원의 해명이나 설명, 반박 근거들을 준비하자. 그래야 사후 데미지컨트롤이 일부라도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죄는 걸린 죄다.

  • 기록 남기지 말자

모든 행동은 기록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만든 기록이나, 사려 깊지 못해 만들어지는 기록을 경계하자. 최근 이슈와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면 남아 있는 기록들이 후폭풍의 기반이 된다. 이슈와 위기관리 시 기업 내 의사결정 그룹의 기록은 결국에는 지뢰로 남는다. 단, 우리의 기록은 남기지 말되, 상대의 기록은 챙기자. 혹시라도 도움이 될 때가 온다.

  • 사적인 말은 화를 부른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허심탄회란 전략이 없다는 의미다. 막말의 정의는 준비하지 않고 내 뱉은 말이라는 뜻이다. 사적인 말이 포털이나 소셜미디어에서 그대로 방송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예전에는 기자에게만 말 조심하면 되는 환경이었지만, 이제는 경영진 주변 모든 사람이 기자다. 말이 화를 부른다는 말은 이제 불변의 진리가 되었다.

  • 얼굴 가리지 말자

부정 이슈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의 취재를 받게 되면, 경영진들은 얼굴을 감싸고 가리며 피하려 한다. 사진 찍히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 우산이나 서류 봉투로 얼굴을 가리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런 행위는 언론의 보도 장면을 흥미롭게 만들 뿐 아무 의미도 없다. 공중의 인식 형성에도 유리하지도 않다. 뉴스를 재미있게 만들지 말자.

  • 위기관리, 어설프게 하려면 차라리 가만 있자

흔히 침묵은 죄의 인정이라 한다. 하지만, 어설픈 커뮤니케이션은 죄의 확정이다. 여론의 법정을 통한 죄의 확정 이후에는 아무런 위기관리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위기관리에서 어설픔이나 준비되어 있지 않음은 재앙을 부르는 주문이 된다.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불쌍하게 보이기라도 한다.

  • 유죄추정의 법칙이 현실이다

마녀사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마녀로 의심받는 자는 어떤 반론을 해도 결국은 죽는 구도다. 마녀는 물에 뜬다는 기준에 따라 피의자를 묶어 깊은 물 속에 담그기도 했다. 그가 떠오르면 마녀임을 입증한 것이라 끌어 내 화형을 시킨다. 반대로 오랫동안 물에 뜨지 않으면 그 피의자는 죽는다. 마녀사냥을 피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은 마녀가 할 만한 짓을 하지 않는 것 뿐이다.

  1. 할 수 있는 것을 중요도에 따라 하자. 차근차근.

급한 복통에 고통받으며 화장실 앞에서 여러 겹 옷을 벗으려 혼자 발버둥 치는 사람을 상상해 보자. 주변에 여럿이 도와주었으면 어땠을까? 심한 복통이 오기 전에 미리 옷을 벗어 놓거나, 많은 단추를 풀어 놓았다면 어땠을까? 신속대응은 미리 준비해야만 가능하다. 그 때가면 어떻게 되겠지는 착각이다.

  1. 얼굴 알려질 수록 잃을 건 는다. 섣불리 얼굴 내지 말자

공중에게 많이 알려진 VIP와 잘 알려지지 않은 VIP가 같은 실수를 범했다면, 상대적으로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분은 누구일까? 착한 기업으로 이름 날리던 회사와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가 같은 문제를 발생시켰다면?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지는 것은 때때로 죄다. 최소한 큰 부담이며, 비용이다. 제대로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유명해지지 말자.

  1. 위기관리는 단호해 보이면 된다. 당당하자.

문제가 생겼다. 그것이 실수 건, 해프닝이건 개선책과 재발방지책을 발표하면 문제는 풀린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개선책과 재발방지책의 수준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 발생한다. 최대한 단호하고 과감하게 사과하고 개선과 재발방지책을 제시할 수록 오히려 칭찬받을 가능성은 커진다. 개선과 재발방지를 위한 의지는 당당해야 인정받는다.

  1. 홍보한다면서 위기 만들지 말자

홍보와 위기는 한 끗 차이다. 홍보를 잘 못하면 위기가 된다. 위기관리는 잘하면 홍보가 된다. 노이즈 마케팅이었다는 사후해명은 대부분 말장난이다. 노이즈가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이라면 그건 그냥 위기일 뿐이다. 그 노이즈를 최초 기획했을 때 목적이 무엇이었던 가에 답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시끄러우니까 그냥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 하진 말자.

  1. 뭘 안해서가 아니라 뭘 하니 죄가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과 실행을 바라보는 시각을 이해하라는 의미다. 위기관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후 평가가 부정적일 가능성은 줄어든다. 반면, 위기관리를 위해 무언가를 나서서 했을 때에는 사후 평가에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은 는다. 이를 임직원 모두는 동물적 감각으로 알고 있다. 복지부동에 대한 경고와 함께 적절한 실행 가이드라인을 주어야 위기관리는 시작된다.

  1. 내가 살아야 위기관리다

회사의 위기라고 해도 일단 내가 살아야 한다. 내가 일단 피해 입지 않는 범위에서 위기관리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회사의 위기관리 목표와 임직원 개개인의 위기관리 목표는 종종 동일하지 않다. 많은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이 매뉴얼에 따라 위기대응을 하면 사후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적어 두는 이유다.

  1. 요즘 누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지는 좀 알자

똑같은 짓 당분간 하지 말자는 의미다. 경쟁사가 갑질 논란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우리 회사도 돌아봐야 한다. 대기업 블라인드에 불이 붙었다면, 그 내용을 우리 회사에서도 들어보고 이해해야 한다. 여론은 떼를 지어 몰려 다닌다, 누가 현재 어떤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지 알아야 똑 같은 길을 가지 않을 수 있다.

  1. 위기대응 하는 실무자들이 날수 있게 하자

어떤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더라도 실무자들이 실행을 어려워하고, 실행에 걸림돌이 되는 체계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경영진이 핸들링 하기 좋은 체계보다 실무자들이 쉽고 편하게 실질적 위기대응을 할 수 있게 하는 체계에 좀 더 신경 쓰자.

  1. 어차피 책임은 결국 대표가 진다. 그러니 먼저 말하자

왜 내가 책임 져야 하는가 하는 말은 종종 괘변이라 욕을 먹는다. 대표이사나 조직의 장은 책임을 지는 자리다. 자신이 아니라 주장해도 결국에는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위기를 관리하는 가 아니면 위기에 의해 관리되는 가는 중요한 차이다. 먼저 스스로 내가 책임질 테니 최선을 다해 위기를 관리하자 말 하면 사후에 차라리 남는 것이라도 있다.

  1. 일단 욕먹은 것은 빨리 고치자

어떤 기업 케이스이건 예전에 욕만 먹고 안 고치면 더 욕먹고 또 욕먹게 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에 따라 회사 명성은 계속 곤두박질 친다. 예전에 문제가 되었거나, 다른 기업이 욕먹는 부분은 재빨리 찾아 개선하고 재발방지 하게 만드는 게 필수다. 더 중요한 건 욕 먹을 짓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 착한 기업은 없다

착한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다만 착하게 계속 보이려 노력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를 위해 평시나 위기 시 일관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위기관리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보다 훨씬 눈에 띈다는 것을 이해하자. 그들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욕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자. 그래서 더욱 더 주변과 자신을 살피며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한다 생각하자. 그 뿐이다.

  • 막말인지 아닌지는 화자가 제일 잘 안다. 자신을 속이지 말자

자신이 한 말로 논란이 일어났다면, 스스로 먼저 질문하자. 그 말이 사전에 준비된 것이었는지 아니면 돌발적으로 나온 것이었는지 판단해 보자. 사전에 준비된 것이었다면 그 준비에 문제가 있었음을 사과하자. 돌발적이었어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준비된 말은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발생한 논란을 두고 화자가 자신을 속이면 논란만 더 커진다.

  • 여러 회사가 동시에 위기관리 할 때에는 다른 회사들 보다 딱 한 발자국만 잘 하자

곰을 만날 때 뛰어야 하는 이유는 곰보다 빨리 뛸 수 있어서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옆 사람보다 멀리 도망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뛰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동시에 같은 문제에 엮였을 때에는 불필요하게 튀거나 뒤쳐지지만 않으면 산다.

  • 공감은 돈 안 든다. 인색하지 말자

공감은 이해를 전제로 한다. 공감을 책임인정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주어진 상황과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이해하게 되면 이해관계자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을 인간화 하여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성공하면 위기는 생각보다 쉽게 풀린다. 공감의 힘을 믿자.

  • 가장 최고의 위기관리 경지는 위기관리가 필요 없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서는 말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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