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66편

슈가 코팅이라는 개념이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언론홍보와 위기관리에서도 슈가 코팅(sugar coating)이라는 개념을 들어 본 적이 있는데요. 이게 약의 쓴 성질을 커버하기 위해 당의(糖衣)를 입힌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요. 이게 홍보나 위기 및 이슈관리에 어떻게 적용되는 개념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슈가 코팅이라는 개념은 언론 홍보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개념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보도자료나 기타 기사를 염두에 둔 자료를 만들 때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홍보실에서 언론 보도자료를 만들 때 팩트만 주르륵 나열하다 보면 보고서나 논문 같은 형식이 되고, 그 자료를 받아보는 기자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홍보실이 자료를 ‘슈가 코팅’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팩트의 진짜 의미를 회사 시각으로 매력적으로 정리해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원(가칭) 맥주의 국내 판매량이 전국적으로 2%P 증가했다는 팩트가 있다면 그 자체로는 별로 기사 매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판매 수치를 더 파고 들어가 각 지역, 성별, 연령 별로 나누다 보면 슈가 코팅 포인트가 나올 수 있습니다 특정 지역, 성별, 연령대에서 매출이 전국평균 보다 훨씬 크게 뛴 결과를 가지고 ‘재미있는’ 기사 앵글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반대로 위기나 부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에도 슈가 코팅 개념은 적용되곤 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이런 슈가 코팅은 매우 위협적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기자가 자사의 부정 이슈에 대해 심도 있는 기사를 준비하며 자사 홍보실에 문의 해 왔습니다. 공식입장을 묻자 회사측에서 이렇게 답변한다고 가정해 보시지요. “해당 취재 내용이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그건 누구나 하는 업계 관행이고, 일부 불법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가 볼 때에는 큰 문제 아니다.”

기자는 이 입장을 듣고 그 취재 기사 제목과 말미에 이렇게 보도 합니다. “OOO(회사명), 업계 관행일 뿐 불법 아니다” 기사 내용 자체가 매우 자극적일 때, 회사의 공식입장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해당 부정기사는 결국 더욱 더 슈가 코팅이 돼 버린 것입니다. 독자들이 볼 때 내용도 자극적일 뿐더러 해당 회사의 반응도 황당하고 재미있다 느끼게 되는 것이죠. 당연히 이후 해당 기사는 더욱 더 사회적 주목을 받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기자는 부정기사라면 최대한 자극적 내용으로 꾸미려 애쓰게 마련입니다. 해당 회사가 그 주제에 대해 노코멘트 하거나 최대한 로우 프로파일 하면 해당 기사는 독자들에게 그냥 자극적인 내용으로만 단순 인지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황당성이나 재미를 더하는 적절하지 않은 답변으로 그 부정성을 극대화하는 불리한 슈가 코팅은 절대 경계하자는 것입니다.

불리한 슈가 코팅을 최대한 피해 나가기 위해서는 해당 기사 내용에서 최대한 자극성을 희석시킬 수 있거나, 독자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회사의 핵심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그런 적절한 대응 메시지가 없다면 차라리 노코멘트나 로우 프로파일을 통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유효 할 수 있습니다. 기사나 보도를 회사가 오히려 재미있게 만들면 위기관리는 항상 실패합니다. 평시 홍보와 위기관리의 관점은 그렇게 전혀 다릅니다. # # #

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65편

왜 기자들과 친해져야 하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요즘 저희 홍보팀은 기자를 만나지 않습니다. 가끔 걸려오는 전화도 최대한 피합니다. 대부분 광고 요청이고, 협박성 문의라서 회사 차원에서 거리를 두는 중이죠. 몇 년 그러다 보니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기자랑 꼭 친해져야 하는 건 아니죠?”

[컨설턴트의 답변]

최근에 듣고 가장 놀란 질문입니다. 크게 달라진 분위기라 당황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예전 기업 홍보팀 대부분은 기자와의 관계 형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기 때문에, 요즘 같이 기자를 만나지 않는 홍보팀이 있다는 것 자체는 놀라움을 넘어 신기함으로 다가옵니다.

기본적으로 회사 원칙이 그렇고, VIP께서 그런 전략적 지시를 하셨다면 그런 거리두기 형식은 회사 차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홍보팀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지만, 매출이나 영업이 좋은 기업도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런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아도 계속 좋아지기만 하는 회사는 분명 운이 매우 좋은 것이죠.

문제는 자사관련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경험 있는 홍보실무자들은 이해하겠지만, 부정적 상황에서 홍보팀과 친한 기자, 이야기를 들어줄 기자, 신뢰 관계를 가지고 회사의 팩트를 이야기해 줄 기자가 없다는 것처럼 실무적으로 곤란한 경우는 없습니다. 관계자산의 고갈 현상이죠.

최근에는 자사 입장문이나 해명문을 그냥 여기저기 배포하면 몇 십 개 기사는 나온다고 생각하는 홍보팀도 있습니다. 아예 기자들을 대상으로 그런 메시지를 배포 않고,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기만 해도 기자들이 다 실어 나른다며 기자 무용론을 주장하는 실무자들까지 보입니다.

그러나, 일상 홍보도 그렇고,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일방적 ‘배포’나 ‘확산’으로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해당 이슈나 위기상황에 대하여 회사의 메시지를 깊이 있게 들어주는 일정 수준의 관계 자산이 존재해야 합니다. 단순 기사를 실어 나르는 기자들 보다, 회사에 제대로 귀 기울여주는 기자들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소위 말하는 콜드 콜(cold call, 사전 접촉이 없는 방문이나 전화)로만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왜 백악관에서 브리핑하는 미국 대통령이 출입 기자들의 소속과 이름을 외우고 있을까요? 왜 유명 정치인이나 대기업 홍보임원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수백 수천명의 기자 연락처와 정보를 빼곡히 기록해 놓고 관리할까요?

질문과 같이 평소에는 기자를 피하고, 요청을 거절하고, 일부 무시하며 시간을 끌며 거리두기를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심각한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분명 그 상황이나 구도는 달라질 것입니다. 실제 보면 거리두기에 익숙한 홍보팀에서는 이슈나 위기상황 발발에 대한 두려움을 내심 토로하기도 합니다.

일과 삶의 밸런스는 분명 중요합니다. 회사를 위해 왜 개인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 기자를 관리해야 하는가 하는 불만도 이해합니다. 정신적으로 힘들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홍보팀을 그만 둘까 한다 하는 하소연도 들어 공감합니다. 그러나, 기억은 하시기 바랍니다. 평소 홍보팀이 어떤 농사를 지어 놓았는지는 이슈나 위기 발발 시 평가 가능합니다. 기업이 평소 어떤 위기관리 체계에 투자 했는지가 그대로 나타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최소한 해야 할 숙제는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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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64편

무시와 무대응이 상책 아닐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몇 개월 동안 특정 매체에서 저희 회사 오너관련 부정 기사를 연이어 쓰고 있습니다. 사업관련 한 내용과 엮어서 좀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거죠. 위에서는 그냥 무시하고 무대응 하라 하시는 데, 실무자들은 좀 두렵습니다. 이런 경우 무시와 무대응이 상책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와 같은 질문이나 조언 요청을 받으면 매번 난감합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대응 판단 기준은 VIP의 의지 아닐까 합니다. 실무자들이 적극 대응하고 싶거나, 반대로 무시하고 싶어도 VIP의 의중에 따라 결국 최종 대응방식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정치적 의사결정 기준에서 한발자국 떨어져서 실무적 대응 판단 기준만 몇 가지 정리해 봅니다. 상황에서 가장 먼저 보아야 할 것은 해당 매체가 얼마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기사가 얼마나 확산 가능성을 내포한 내용으로 꾸며져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에 따라 대응 방식이 결정되는 것이 실무 차원의 기준입니다.

또한 해당 기사를 계속하여 쓰고 있는 기자와 데스크의 의중도 중요한 대응 기준이 됩니다. 말씀하신 수준의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경우 해당 기자나 데스크에게는 특정한 의도가 있을 것입니다. 여러 회사 중 특정 회사에 대해서만 연이어 다수의 부정 기사를 싣는다는 것은 일반적 상황은 분명 아닙니다. 그들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대응 방식의 결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 다음 대응 기준은 해당 기사가 현 상황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모니터링을 통해 해당 기사들이 얼마나 공유되고, 독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지도 확인 대상입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갑자기 지난 기사의 공유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합니다. 요즘같이 다매체 시대에 특정 기사가 광범위하게 공유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만약을 대비하고 대응 기준을 설정해 놓을 필요는 있습니다.

앞으로 회사 사업 방향이나 전략에 미칠 영향을 미리 예측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해당 기사가 그냥 푸념식의 부정성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향후 사업 전개와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일정 부분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프레임을 가진다면 회사는 달리 생각해야 합니다. 기사 몇개로 인해 회사에 향후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면 그런 상황은 필히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각종 규제나 수사기관, 국회, 노조, 투자자, 시민단체 등의 상황 개입을 유도하는 기사 내용이라면 상당히 주의해서 대응해야 합니다. 그런 기사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매우 복잡해지고 장기화될 것입니다. 관리 비용은 나날이 커질 것입니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의 것입니다.

어떤 기사가 나와도, 기자와 데스크가 어떤 악의를 가지고 기사를 만들어도, 어떤 비판이나 지적이 있어도 무시와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원칙은 없습니다. 그런 원칙이 진짜 효과적이라면 왜 지구상의 그 수많은 기업과 정부 그리고 단체들이 홍보인력들을 그렇게 많이 보유하며 열심히 이슈관리를 하겠습니까? 무조건적 무시와 무대응은 반대로 임직원들의 배임이나 직무유기로 해석될 여지가 더 큽니다. 감정을 접고 합리적으로 계산기를 두들기면서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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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63편

다른 회사 불구경만 말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경쟁사가 최근 몇 가지 부정 이슈에 휩싸여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저희 회사 매출이 늘었지요. 임원들은 이 기회를 살려 대대적으로 마케팅과 영업을 하자고 합니다. 근데 다른 회사 불구경이 위험한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마케팅과 영업 관점에서 호기를 잡아 그 기회를 극대화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단, 위기관리 관점에서 경쟁사에 대한 불구경식 관망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에 베이루트라는 도시에서 질산암모늄 저장소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최초 연기가 보이자 그 장면을 여러 주변 사람이 자신의 스마트 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사건이나 사고 현장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는 적절하지 않으며 매우 위험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일단 연기가 피어오르거나 폭발음이 나는 경우에는 무조건 그 반대쪽으로 최대한 신속히 이동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연기나 불꽃을 보면 안전한 곳으로 멀리 도망가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기업의 위기에서도 그런 안전 원칙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얄미울 정도로 경쟁하던 경쟁사가 갑자기 어떤 부정 이슈에 휩싸였다고 할 때 그 경쟁사로서 자사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그들의 상황을 그대로 바라보며 고소하다는 듯 웃음을 머금는 것이 최선일까요? 그들의 이슈를 바라보며 그 이슈에 더욱 더 불을 지펴주는 것이 전략적일까요?

무엇보다도 시급한 위기관리 실행은 자사에게도 그런 유사한 부정 이슈의 조짐이 있는가, 그러한 부정이슈 발발 가능성은 혹시 없는가, 우리에게 유사한 이슈가 발생하면 우리는 저들과 달리 좀더 잘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들의 부정 이슈나 위기를 보고 우리를 스스로 살피는 실행이 가장 먼저라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위기는 유사한 형태로 여러 기업에게 공히 발생됩니다. 특히 같은 동종업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 해당 경쟁사에게만 유독 발생되리라는 위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살펴보면 자사에게도 어느 정도 발생가능성과 조짐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이런 경우에는 불타는 집의 바로 옆집 같은 마인드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좀더 전략적일 것입니다.

경쟁사뿐 아닙니다. 여타 다른 기업들의 다양한 이슈와 위기에 대해 최대한 주목해야 합니다. 그 이슈나 위기의 원인을 단순화해 재미있는 소재거리로만 삼지 마십시오. 저 회사는 오너가 이상해서 그래. 저 회사는 품질관리가 엉망이지. 저 회사는 원래 갑질로 유명하지. 저 회사는 직원들이 컴플라이언스에 신경 안 써 그런 이슈가 발생한 거지. 이런 단순한 외적 시각은 자사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어떻지? 진짜 저 회사와 다를까? 우리는 저들 보다 더 나은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더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자사에 대한 내적 시각과 그에 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우리집을 등뒤로 하고 옆집의 불 구경만 하는 형국은 매번 위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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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62편

기자 대상 소송은 어떨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케이스를 보니 유명인이나 회사에 대하여 악성 오보를 낸 기자 개인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보입니다. 저희 회장님께서도 얼마 전부터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송을 적극 검토하라 지시 하셨는데요. 기자 대상 소송, 이건 어떨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법적 소송에 대한 것은 변호사와 상의 하셔야 합니다. 단,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법외 정무적인 부분입니다. 당연히 성공적 위기관리와 언론 관계를 위해서는 법적 판단과 정무적 판단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실 테니, 몇 가지 정무적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질문 처럼 최근 오보 관련 소송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언론사와 데스크 및 기자 전반을 아우르던 오보 소송 방식이 단순하게 기사를 쓴 기자 개인에 대한 민형사 소송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여러 변호사의 법적 조언에 따른 것으로, 소송 주체가 상대에 대한 억제력을 극대화 하기 위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 언론에는 상당한 반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기자에 대한 소송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고민 조건이 있습니다. 일단 해당 기자가 얼마나 자사에 대해 독특한 악의를 가지고 있는가를 중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제3자가 해당 기자가 쓴 자사관련 다수의 기사를 보았을 때 기자에게 분명한 악의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드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소송제기 후 여론전에서도 회사가 일정부분 정상을 참작 받을 수 있는 요건이 됩니다. ‘오죽했으면’이라는 인식의 조성을 의미합니다.

그 다음은 해당 기자와 데스크를 대상으로 회사의 면대면 및 문서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존재해야 합니다.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해당 기자에게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과, 실제 팩트는 이런 것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을 반복해야 합니다. 물론 데스크에게도 그 전 과정을 지속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오보로 인한 피해 내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회사에서 소송 사후 ‘이렇게 까지 했는데’라는 인식을 조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 다음은 회사가 자사의 소송 제기 기준을 정확하게 기자에게 제시하고 그 기준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기준은 세우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준의 적용이 일관성 있게 반복되면 그 기준은 회사의 브랜드가 됩니다. 권투경기에서도 경기 전 “벨트 아래는 치지 말라”는 심판의 기준 언급이 있습니다. 그와 유사한 의미입니다. 이는 ‘그랬음에도 불구하고’라는 사후 인식을 조성합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회사 기준을 기자 개인에게 실제 적용하는 것에는 더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하게 저 기자를 처절하게 무릎 꿇리겠다 보다는 기자의 무리한 악의 표현을 일정 수준 제한하려 한다는 태도가 더 전략적입니다. 해당 기자가 영원히 언론계를 떠날 확률은 크지 않습니다. 언제든 자사를 담당하는 기자나 데스크가 되어 올 수 있습니다. 언론관계는 10명의 우호 기자 보다 1명의 적대 기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입니다.

사실 정치적 행동으로서 기자 대상 소송을 제기하는 정치인들은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아닙니다. 기업 경영과 정치는 다릅니다. 만약 정치인을 따라 소송을 검토하려는 기업이 있다면 다시 고민해 보기 바랍니다. 감정을 가라 앉히며 사후 정무적 상처와 후유증에 대한 고민을 더 해 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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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61편

꼭 언론 홍보를 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처음부터 외부로 알려지지 말자 하는 생각으로 창업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괜히 여기저기 알려지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아 서요. 그래서 가능한 조용하게 사업만 제대로 하자, 언론에 노출되지 말자 하고 있습니다. 언론 통한 홍보 꼭 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어떤 것도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없을 겁니다. 자사 상황에 따라 경영진이 잘 판단해 결정하고, 일관성을 가지고 운영 해 나가는 것뿐이지요. 언론을 통한 전통적 홍보 활동을 자제한다는 생각과 그 이유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공감합니다. 사업 성격이나 회사 상황에 따라 굳이 언론 홍보를 통하지 않아도 이상 없다고 경영진이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해 나가 셔도 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언론홍보라는 것이 이제는 너무 일반화되어 있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기자나 언론에서 관심 가질 공적 가치나 중대성이 없는 소규모 기업에도 여러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에게 경쟁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까지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펀더멘털이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은 회사가 언론에 과도 노출되거나, 과장된 내용으로 커뮤니케이션 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도 그런 일반화 현상은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작은 기업이나 개인도 위기가 발생하면 사과문이나 해명문을 만들어 게시하거나 언론에 배포합니다. 위기의 중심에 있는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체가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합니다. 이런 시도들이 온라인 뉴스를 통해 기사화되어 다시 회자되곤 합니다.

말 그대로 누구나 언론 홍보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사의 가치를 따지기 전에 기사화 시도는 이미 극대화되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가치 없는 홍보성 기사를 그대로 실어주는 온라인 매체들도 이미 수없이 존재합니다. 이런 혼란한 환경 속에서 모든 기업이 꼭 언론 홍보를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아주 중요하고 근본적인 질문이라 생각됩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태어난 주체는 아닙니다. 사업을 해 나가면서 그에 대한 우호적 사회 환경을 조성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언론홍보를 진행하는 것뿐입니다. 홍보 전담부서를 운영하면서 언론홍보에 열의를 보이는 기업도 있습니다. 물론 전담부서 없이 홍보를 진행하는 기업도 많이 있습니다. 그들도 나름대로 그렇게 홍보를 진행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전략에 대한 선택일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모든 기업이 꼭 언론홍보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홍보를 진행하는 부서나 방식에 있어서도 꼭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하나의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자사의 상황과 전략에 맞는 적절한 선택만이 의미 있을 뿐입니다.

단, 문제라고 하면 사업적 상황과 전략에 따른다며 그 때 그 때 자주 바뀌는 회사내 언론 홍보 정책일 것입니다. 홍보팀을 운영했다 없애고, 없앴다가 다시 만들어 운영하고. 일정기간 적극 홍보하다가, 어느 날 이후 사라져 버리는 형식의 언론 홍보에는 장기적 관점에서 무리가 따르게 됩니다. 언론홍보를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 시작했으면 최대한 일관되게 운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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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60편

위기 후 명성 회복은 어떻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작년에 저희 회사가 큰 위기를 겪고 나서 이제야 좀 상황이 나아져 가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이제 명성관리를 해서 훼손된 명성을 다시 재건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데요. 위기 이후 명성은 어떻게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많은 기업들이 위기 이후 명성관리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사업 연속성 차원에서 훼손된 명성을 보유한 채 아무렇지도 않게 이전과 같이 비즈니스를 영위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영진은 종종 ‘우리 회사는 원래 그런 회사가 아니었다. 지난 위기 때문에 회사가 그런 식으로 비춰졌을 뿐이다. 실체를 똑바로 알리면 다시 명성이 재건될 것이다’는 확신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런 기업은 대부분 위기 이후까지도 내부에서 억울함이나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위기관리를 잘 못 해서 자사의 명성이 훼손된 경우라도, 실제로는 공중들이 인식하는 것 보다 훨씬 좋은 회사인데 실수도 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명성에 금이 갔다고 보는 것이죠. 위기관리 실패를 위기의 핵심이라고 보는 셈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명성회복 활동이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완전하게 지난 위기 상황에 대한 내부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사가 경험한 위기관리 실패의 핵심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내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명성회복은 더욱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위기에 대하여 ‘우리가 운이 나빴다’ ‘참 억울했던 위기였다’ ‘우리는 희생양이었고 마녀 사냥의 대상이었을 뿐이다’는 식의 정의를 사후까지 가지고 있다면 정상적인 명성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위기관리의 실패나 실수에 대해서도 ‘그런 실수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그렇지, 준비만 되어 있었다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라도 그런 경우에는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을 것인다’는 식의 공감대가 내부에 존재한다면 명성회복은 정말 어렵습니다.

성공적인 명성회복이 기획되고 실행되려면 가장 먼저 지난 위기를 정확하게 복기하고 내부적으로 건강한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그 위기가 정확하게 어떤 것이었다는 정의 내리기가 필요합니다. 그 정의가 내려져야만 기업 구성원들은 그 위기와 올바르게 마주하게 됩니다. 지난 위기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야 명성회복의 핵심과 주제도 확정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 과정에서의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면 그 원인 또한 정확하게 짚어 내야 합니다. 내부 정치적이거나 상호 관계에 의한 자의적 원인 규명이 아니라, 왜 지난 위기관리가 유효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객관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명성회복을 위한 실행 방식 결정도 가능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사후에 필요 한 올바른 정의와 원인에 대한 규명 단계가 생략된 채 명성 회복에 나서는 경우입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지난 위기의 핵심 주제는 외면한 채 ‘이미지’ 중심의 분 바르기가 시도됩니다. 공중이 왜 그런 인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보다는 앞으로 어떤 이미지로 비춰져야 할지를 더 고민합니다. 이후 공감대가 생략된 채 다양한 창조성이 실행과 연결됩니다. 이는 마치 중병을 앓고 난 환자가 그 병의 원인을 찾아 완전 치유하려는 노력은 생략 한 채 다시 화장을 하고 새롭게 멋진 옷을 걸치려 하는 모양새와 같습니다. 일의 순서를 생략하면 다시 문제가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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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59편

어떤 여론이 위험한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 제품관련 해 일부 언론에서 부정적인 기사를 실었습니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모니터링 하다 보면 여론을 판정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면 큰 위기 같아 보이고요. 어떻게 보면 그냥 소란 같기도 하고요. 기업에게 위험한 여론은 어떤 것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여론은 한덩어리로 판정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기업이 세운 위기에 대한 정의 또한 하나로 정해진 공통된 답이 없습니다. 따라서 기업 마다 여론을 바라보고 판정하는 기준이 있어야 자사에게 적절한 여론관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기업 내부에 여론을 바라보는 방식이나 태도 그리고 판정의 기준이 전부 또는 일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위험하다 판정할 수 있는 여론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번째, 위험한 여론은 폭발적입니다. 세상이 전부 부서지는 듯 폭발이 발생하면 그 주변은 일정 수준 이상 초토화되는 결과를 겪게 됩니다. 기업이 그런 느낌의 부정 여론을 접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모니터링되는 여론의 대부분이 절대적으로 강력하고 심각한 부정성을 나타내는 경우 기업에게 위험한 여론이 생성되고 있다 판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간단히 표현하면 ‘누구나 해당 상황이 아주 심각한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경우’입니다. 여론이 눈에 보이는 경우지요.

두번째, 그렇게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주요 이해관계자의 추가적 개입을 초래할 수 있는 여론은 위험합니다. 일부 언론이나 온라인에서 일정수준의 부정 여론이 발생했지만, 그것을 그대로 폭발적이라 정의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 부정여론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내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이 예상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규제기관, 수사기관, 국회, 시민단체, 노조, 거래처 등이 추가적으로 부정적 여론 형성에 개입해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 뻔한 경우입니다. 일종의 도미노 현상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세번째, 여론이 아주 자극적이고, 경악할 만한 유형인 경우 위험합니다. 위기에 대한 내용을 접한 공중들이 인상을 찌푸리게 되거나, 술자리 뒷담화 소재가 되거나, 사회적으로 역겨움이 발생되는 경우입니다. 법이나 규정을 어기지는 않았지만, 그런 여론이 초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의 잘못이라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부정적 인상으로 남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기업이 어떻게 위기관리를 했는 가는 추후 잊히지만, 그 당시 느낌은 공중의 기억으로 남게 됩니다.

네번째, 위험한 여론은 기업의 VIP가 위험하다 판정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VIP가 위기 시 여론을 너무 민감하게 본다 거나, 반대로 여론을 너무 무시한다며 VIP의 여론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관리의 특성을 감안하면 기업 VIP가 보는 여론이 위기관리 성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사후 평가에도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몇 가지 위험한 여론의 특징을 보아도 깨닫게 되겠지만, 여론이란 단순 기준으로 정해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기업이 스스로 정한 여론에 대한 판정 기준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기준이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간에는 위기 시 흔들림의 진동 폭이 천지차이가 됩니다. 위기 시 여론을 보며 우왕좌왕, 조변석개, 자중지란 같이 매번 혼란스럽기만 하다면 여론 판정에 대한 기준을 기업 스스로 설정해 보기 바랍니다. 우리 회사에게 위험한 여론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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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58편

위기관리에서 사과(謝過)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에도 언론에서 정치인과 기업의 위기관리적 사과에 대해 깊이 있는 기사를 게재한 걸 본적이 있습니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사과라는 것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요. 실제로 현장에서 보실 때 기업의 사과가 그렇게 큰 효과가 있었는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기본 개념부터 정리했으면 합니다. 위기관리 시 가장 혼돈스러운 개념이 몇 개 있습니다. 위기관리가 곧 사과인가 하는 것이죠. 아닙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방식 중 하나라고 하면 맞습니다. 위기의 유형, 상황, 맥락, 이해관계자 구도 등에 따라 그에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매우 다양하게 나뉩니다. 사과는 그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 외에도 해명, 반박, 수용, 침묵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지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면 왜 우리에게는 사과를 주된 위기관리 방식으로 보는 경향이 생겼을까요? 우리 기업 위기 유형에 있어 ‘유죄(guilty)’에 기반한 것들이 상당수를 차지 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문제를 일으켰고, 그에 대한 책임이 다분하다면 그에 대해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하지요. 그래서 위기관리가 곧 사과라는 혼동이 생겨난 것입니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어떤 사과가 잘 된 사과냐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진짜 잘 된 위기관리는 사과할 만한 일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위기는 기업이 사전이나 직전에 해당 위기를 인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기의 존재나 발생 가능성을 전혀 모른 채 당하는 경우는 없지요. 진정으로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위기를 발생시키고 나서 좋은 사과를 하려 하지 않습니다. 사과할 일이라면 미연에 즉각 개입해 해결해 버립니다.

진짜 좋은 사과를 할 줄 하는 기업은 심각하게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는 명언도 있습니다. 평소에 사과할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리 통제해서 좀처럼 사과할 일은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의사결정을 하면 사과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을 거야. 이런 식으로 하면 심각한 사과를 할 경우가 생기겠지. 이런 평소 두려움과 경계심이 사과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죠.

기업이 위기관리 관점에서 바람직한 사과를 한다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과는 어찌 보면 위기관리의 종결을 의미하기 보다는 위기관리의 시작을 의미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과 메시지 속에 들어있는 반성과 개선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그런 실행은 고통을 동반합니다. 사후 위기관리를 위한 고통이지요. 제대로 된 기업은 그 엄청난 고통을 기억합니다. 고통스럽게 사과할 일을 자주 만들려 하지 않습니다. 동일한 위기로 동일한 사과를 하는 고통을 최대한 피하려 애쓰는 것입니다. 사과는 그렇게 큰 고통입니다.

기업 위기관리 관점에서 위기관리는 사라지고 사과만 남는 그런 현상은 정상이 아닌 것입니다. 반대로 위기관리만 남고 사과가 사라지는 현상이 상대적으로 더 바람직한 것이지요. 잘못된 사과는 주어를 빼거나, 문제를 확정하지 않거나, 공감이 떨어지거나, 진정성이 없거나, 개선책을 밝히지 않거나, 타이밍을 잘 못 맞춘 사과가 아닙니다.

사과해야 하는 위기를 무심하게 만드는 기업. 평소 민감성은 없으면서 기술적으로 잘 된 사과의 레토릭만 찾아 공부하는 기업. 이전 사과의 고통을 금세 잊어버리고 다시 유사한 사과 주제를 만드는 기업. 비슷한 사과를 계속해서 하는 기업의 사과가 가장 잘못된 사과입니다. 잘된 사과란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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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57편

밀레니얼과의 위기관리는 어떻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도 90년대생 직원이 이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밀레니얼 직원들과의 일상 업무는 어떻게든 진행 되는데, 위기관리 업무가 힘듭니다. 가이드라인도 종종 먹히지 않을 때가 있고요. 심지어 그들이 위기가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들과의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여러 회사에서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계속 입사하면서 이전 세대와의 세대차는 물론, 업무방식과 기업문화가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습니다. 기업 차원에서 변화라는 것은 언제나 필수적인 숙제입니다. 변화하지 않는 기업이 문제이지, 변화하는 기업이 문제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질문에서 위기관리에 있어 밀레니얼 세대와의 협업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일단 가장 많은 고민이 그들에게는 이전과 같이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있어서도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이전 같은 회사의 가이드라인이 자칫 감시나 간섭으로까지 받아들여 진다고 하소연합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이 이제 기자인 세상이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입니다. 회사 행사 내용이나 회의 내용, 조회나 회식의 상황도 종종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에 공개 되고 있으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경영진이나 팀장의 일거수 일투족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예전같이 ‘회사 내 정보나 내부 상황에 대해서는 외부로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최근에는 하찮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외부 위기 보다, 내부 발 위기가 회사 위기 유형 우선순위 상단을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블라인드에서는 여러 회사 경영진들에 대한 뒷담화가 꽃을 핍니다. 그 중 심각한 내용들이 언론에 기사화가 됩니다.

요즘 직원들은 애사심이 없는 것 같다. 밀레니얼은 가이드라인을 우습게 아는 게 문제다. 아주 몰지각하고 무책임한 직원들이 너무 많아졌다. 일부 기업 임원들은 이렇게 불만을 토로합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런 시각에는 기본적인 교정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위기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일선 직원들에게 필요하다 하기 전에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먼저 채화(體化)해야 하는 것입니다. 상위 1%가 위기관리 가이드라인을 완벽하게 준수하고, 이를 먼저 체화 해서 일상적인 행동과 말을 관리 해 나가는 것이 맞습니다. 최근 발생하는 내부 발 이슈나 위기의 핵심을 보십시오. 말단 직원들이 함부로 말을 옮기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다고 보기 보다는, 그들이 말을 옮겨야겠다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에 반하는 내부자 언행이 선행되었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 했을 것입니다.

단순하게 직원을 기자로 생각해 보십시오. 기자들을 모아 놓고 하지 못할 말이면 직원들에게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십시오. 부정기사를 좋아하는(?) 기자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사가치가 있는 부정이슈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외부로 말을 옮기는 직원들에게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상위 1%가 외부로 옮겨도 좋을 말과 행동만 하시면 됩니다. PC(정치적 정도), 회사의 원칙, 준비된 메시지들이 그 재료입니다.

밀레니얼 직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시기 전에 상위 1%가 먼저 가이드라인 대로 언행을 관리하셔야 합니다. 가이드라인은 가장 소중한 구명정(life save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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