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56편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다르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 전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의사결정 시에도 전략성에 대한 논의를 자주 하는데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이 말에서 딱 떠오르는 구체적 개념이 없어 고민입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은 한마디로 설명 드리면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여러 맥락과 환경 그리고 해당 상황을 미리 분석하고, 그와 관련된 논점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 고민해서 준비한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된 커뮤니케이션은 여러모로 전략적인 것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 일정기간 이상의 준비가 선행되기 때문에, 그 커뮤니케이션 실행 결과의 안정성이 높습니다. 상대적으로 비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제대로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은 실행 이후의 반응과 구체적 결과가 예상 가능한 것이어야 합니다. 잘 준비된 보도자료를 보면 기사화될 제목과 핵심 메시지가 정확하게 예상됩니다. 잘 준비된 인터뷰는 기사화될 쌍따옴표들이 예상되지요.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직원들이 환호하고 박수 칠 메시지에 대한 예상이 가능해집니다. 기자회견도 그렇고, 사과나 해명광고 또한 그렇습니다. 결과와 반응이 상당부분 예상된다는 것이죠.

만약 예상했던 결과와 반응이 전혀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나타난다면, 그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준비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어떤 분석이나 이해 그리고 준비 작업에 이상이 있었는지, 혹시 실행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사후 분석을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추후에 다시 제대로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하다 보면 항상 건너야 하는 큰 강이 있습니다.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가 바로 그것입니다. 시나리오는 문서 형태로 존재할 수도 있고, 경험 있는 컨설턴트와 경영진의 머릿속에 공통되게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떤 변수를 기반으로 하는 어떤 상황들이 발생 가능할까 하는 시각의 공유입니다.

그러한 공유된 시각들이 곧 실행 결과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예측 가능한 주요 상황별로 준비된 메시지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결과와 반응을 예상해 가면 하나 하나 실행하는 것이 전략적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모습입니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현 상황에서 이런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 했을 때 상대 반응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상 가능한지가 핵심입니다. 예상되면 곧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기업이 특정 메시지를 가지고 내외부로 커뮤니케이션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사 제목, 소셜미디어 주요 반응, 댓글의 대체적 분위기, 블라인드에서의 포스팅 분위기, 고객 접점에서의 반응, 그 외 규제기관이나 이해관계자들 반응 등을 미리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선 실행 후 관찰이 아니라, 선 예상 후 실행이 전략적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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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55편

회장님의 허심탄회는 왜 위험한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장님께서 오랜만에 젊은 직원들과 자리를 만들어 회사 비전이나 여러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하셨습니다. 근데 회장님 간담회가 끝난 뒤 블라인드를 보니 직원들의 호평보다 악평이 훨씬 더 많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허심탄회 하게 말씀하셨는데 이게 이리 위험 한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질문과 같이 ‘허심탄회(虛心坦懷)’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시지요. 한자 그대로 뜻을 풀어보면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터 놓는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는 조직이나 기업 커뮤니케이션 시각에서 보면 근본적으로 심각한 위험성을 내재한 의미입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의미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회장님과 직원 간의 간담회에서 대체 누가 마음을 비웠을까요?

주요 화자인 회장께서는 실제로 비웠을까요? 아무런 목적이나 의도 없이 직원 간담회를 자처하지는 않으셨으니 일단 완전하게 마음이 비워져 있는 상태는 아니었을 겁니다. 직원들은 어떨까요? 어떻게 회장님과 다른 동료 상사 앞에서 마음을 비울 수 있었을까요? 현실적이지 않았을 겁니다.

‘생각을 터 놓는다’는 말의 의미도 그렇습니다. 회장님과 직원들 간에 생각을 터 놓는 말 그대로의 브레인 스토밍이나 자유 토론이 가능할 수 있을까요? 모두 그런 것이 가능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가능 했을까는 의문입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그런 것들이 가능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시작합니다.

당연히 전혀 ‘허심탄회’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발생된 것입니다. 사실 그런 결과를 간담회 실무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모든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철저하게 준비된 후 다양한 결과 시나리오를 가지고 실행에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불거집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으로서 회장님의 직원 간담회가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많은 준비가 선행되었어야 합니다. 회장님이 어떤 핵심 메시지와 관련 근거들을 준비하셨는가를 확인하는 노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 메시지들과 근거들이 현재 직원들 눈높이에 적절한가를 검증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주요 질문을 사전에 물어 정리해 회장님과 함께 준비하는 시간을 보냈어야 할 것입니다. 일부 회장께서 아무 준비 없이 즉석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모습을 진정성이라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즉석 질의 응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더 수많은 질의 응답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아무 준비 없이 질문을 받아서는 제대로 된 답은 커녕 실수를 막을 수 없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커뮤니케이션으로서 가치가 없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초래하고, 갈등만 부추깁니다. 최근 블라인드에서 사내 행사 내용이나 VIP와 임원의 설화가 많이 언급됩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무분별하다 혀를 찹니다. 젊은 직원들은 애사심이 없다, 회사 규정이나 윗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아 문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을 한 주체가 더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철저하게 준비되고, 검증된 메시지만 가지고 회사 비전과 가치를 이야기했을 때에도 블라인드에 악평이 주를 이룬다면 그 때에는 그 직원들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존재하지 않을 허심탄회를 꿈꾸며 준비되지 않은 소통의 장을 여는 기업이 많습니다. 문제는 그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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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54편

기자와 통화하면 왜 위험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예전에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았었는데 기자의 취재에 대응할 때는 창구를 일원화하라 더라구요. 대표이사라고 해도 기자와 직접 통화하지 말고 홍보실을 통해 기자와 대화하는 게 안전하다는 거지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기자와 통화할 기회가 종종 있는데, 이게 왜 위험한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미디어트레이닝에서 강조하는 기자와의 대화는 특정 한 맥락을 전제로 합니다. 아주 긍정적이고 상호 우호적인 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기자의 취재 시도에 대응한다는 맥락을 전제로 합니다.

일상 홍보나 마케팅 관점에서 볼 때는 그런 방어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일면 갑갑해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명이라도 더 많은 기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다양한 긍정기사를 양산해야 하는데, 자꾸 창구일원화를 하라 하니 답답한 것이지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기자의 취재에 대한 대응에 있어 직접 대화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일단 기자는 훈련되어 있습니다. 취재해 본 경험도 일반 회사 대표나 임원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습니다. 그렇게 훈련되고 경험 많은 기자의 공격적 취재에 기업 임원들이 대응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요? 말 그대로 백전백패입니다.

게다가 공격적 취재대응에 있어 상대적으로 아마추어인 기업 임원들은 갑작스럽게 기자의 전화를 받거나, 기자와 마주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래서 전세계의 많은 미디어 트레이너들이 기업 임원들에게 “일단 시간을 벌라”는 조언을 합니다.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질의응답을 머릿속에서 정리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이라도 얻어 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경험해 보면 임원들이 잠깐 시간을 벌 수는 있어도 안전한 답변을 금세 정리하지는 못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후 개인적 애드립이나 해석,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메시지들이 기자에게 그대로 넘어가게 되지요. 그래서 가능한 기자와의 대화는 홍보실을 통한 창구일원화 원칙으로 대응하라는 조언을 하는 것입니다.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지역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기술파트 임원의 휴대폰으로 어떤 기자가 전화를 걸어옵니다. 본사 홍보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 기술 임원이 전화를 받아 보니, OO일보 기자라고 하면서 갑작스럽게 민감한 내용을 질문합니다. 자,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 기자는 우리 회사에 관해 긍정적 방향의 취재를 하고 있을까요? 부정적 방향의 취재를 하고 있을까요? 어떨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을까요? 당연히 부정적 방향의 취재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요.

그에 더해 해당 기술 임원이 기자의 여러 민감한 질문에 자세하게 답변을 해 준 경우를 상상해 보시지요. 구체적으로 해명하고,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기술 임원으로서 해 줄 수 있는 말을 다 해주었습니다. 자, 그 다음날 OO일보 기사에는 제대로 해명된 코멘트가 게재될까요? 아니면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코멘트가 편집되어 게재될까요? 네, 생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기자와의 대화는 그래서 종종 위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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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53편

언론은 설득이 안되는 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 회사를 부정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도 하고 다양하게 해명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언론 기사들을 보면 저희 입장이나 제공 정보가 충분하게 기사로 다루어 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가 언론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전제가 좀 잘 못된 것 같습니다. 언론을 설득한다 하셨는데요. 언론은 설득의 대상이 아닙니다. 언론은 설득시킬 수도 없습니다. 언론이 설득의 대상이냐, 설득이 가능한 대상이냐 하는 논란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그런 대상이 아니라 단정하시는 것이 이로울 것입니다.

언론은 뉴스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입니다. 즉, 뉴스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언제까지나 그 정보를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영위하게 되어 있습니다. 기업에서 상상하는 ‘설득’이라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하면 언론이 활용할 뉴스가치가 단박에 사라져 버리는 상황이 있어야 겨우 가능한 것입니다. 언론에서 볼 때 그 주제를 기사화해도 더 이상 뉴스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그런 노력을 하더라도 아무런 비즈니스가 일어나지 않게 되는 무의미 한 상황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그런 상황은 기업의 해명이나 자료제공 등으로 웬만해서는 만들어 지지 않습니다. 일단 언론의 판단을 기반으로 더 이상 뉴스가치가 없어진 상황이 와야 겨우 관련 기사들이 잦아들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되더라도 기업이 언론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기업은 왜 언론을 대상으로 이슈와 문제에 대해 해명하고,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려 하는 걸까요? 어차피 언론이 판단해 뉴스가치가 사라질 때까지 기사는 멈추지 않을 텐데 말이지요. 이슈 발생 시 기업이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언론을 ‘설득’ 또는 ‘이해’ 시키려는 목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기업측에서는 좋겠지요.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기업은 이슈 발생 시 언론을 ‘통해’ 자사의 상황 판단과 원칙 그리고 실행의 모습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할 뿐입니다. ‘언론에게’ 커뮤니케이션 하기 보다는 ‘언론을 통해’ 언론이 쓴 뉴스를 접하는 공중과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최근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환경에서는 더욱 더 언론을 넘어 공중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지고 있는 현상도 그 때문입니다.

기업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체 어떤 이해관계자나 영향력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요? 언론을 넘어, 국회, 경찰, 검찰, 시민 및 종교단체, 노조, 불만고객, 불만 커뮤니티, 불만 온라인 유저들 중 어떤 그룹도 기업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들을 설득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아무도 설득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시기 바랍니다.

설득하려 하기 전에 기업은 이슈 발생 시 신속한 상황파악 결과를 그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 정보와 해명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사의 생각과 철학과 원칙을 강하게 강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배상이나 보상이 필요하다면 신속한 의지와 조치를 표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재발방지나 개선 등에 대한 뚜렷한 계획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들이 모두 있어 보여야 합니다. 그런 일련의 노력을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눈 앞의 언론을 설득시키려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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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52편

털어 먼지 안 나오는 회사가 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우리가 흔히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나 회사 어디 있냐는 말을 하는데요. 요즘 언론이나 온라인 여론을 보면 어느 한 회사에 소위 말하는 ‘좌표’가 찍히면 사람들이 아주 탈탈 털어 회사를 엉터리 기업으로 인식되게 만들더라구요. 그렇게 털면 대체 어떻게 위기관리를 할 수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맞습니다. 옛말에 틀린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속담을 위기관리 관점에서 바라보면 여러 교훈을 얻게 됩니다. 일단 누구나 공히 ‘털면 먼지가 난다’는 기본 원리에는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을 어찌 보면 ‘순리’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아주 당연한 현상이라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털어서 먼지가 안 나는 경우’가 이상한 것이겠지요. 순리에 반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나 기업은 털면 먼지가 난다 라는 명제가 순리라면 기업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실무그룹에서는 이 순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털면 먼지 나게 마련이니까, 함부로 먼지를 털려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주장이 위기관리에 도움이 될까요? 더 나아가 함부로 먼지를 털려고 하는 이해관계자(언론, NGO, 규제기관, 국회, 소비자 등)가 나쁘다 라는 개념은 도움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털면 먼지가 나온다’ 라는 순리에 순응하는 위기관리는, ‘(언제) 털리더라도 먼지가 덜 나오게 꾸준히 문제를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는 이해에 기반하는 것입니다. 먼지 한 점도 안 나올 수는 없겠지만, 다른 기업이 털릴 때처럼 엄청난 뿌연 먼지를 피우지는 말아야 하겠다 해야 합니다. 먼지 정도는 어느정도 괜찮을 수 있지만, 털렸을 때 우리 회사와 관련해 굵직굵직 한 건더기가 떨어지면 절대 안된다. 그런 지저분한 회사는 만들지 말자 하는 것이 접근 방식이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목격되는 현상은 이런 이상적 이해와 노력과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일단 많은 기업은 ‘털어 먼지 안 나는 기업 없다’라는 개념을 체념이나 자기합리화에 활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만 먼지 나는 건 아니 잔아?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인데…’ 이런 생각이 평시 위기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심리적 기반입니다.

일부 기업은 자사를 털려 하는 손을 관리하려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는 합니다.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에 대응하고, 국회를 찾아가고, NGO를 상대로 여러가지 딜을 합니다. 이는 털릴 수 있는 주렁주렁 붙은 먼지를 관리하는 접근이 아니라, 그 먼지를 털려는 손을 잡아 그때 그때 무력화시키려는 시도입니다. 이런 단발적이고 집중적인 시도를 위기관리라 착각하는 기업들이 꽤 많습니다.

가장 위험한 기업은 누구든 자사를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거나, 아주 적은 먼지만 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런 기업은 종종 털렸을 때 먼지를 넘어 큰 건더기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실상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대기업이 이럴 줄이야’ ‘지금까지 우리가 잘 못 알고 있었다’는 평이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나오게 되는 경우입니다.

어떤 사람이나 기업도 털면 먼지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십시오. 그리고 그런 순리에 따라 문제를 이상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평소에 노력하십시오. 가능한 적은 먼지를 지향하십시오. 일부 피치못할 먼지가 나왔을 때를 대비한 해명을 준비하십시오. 언젠간 털리겠지 하기 보다 언제든 털려 먼지를 피울 수 있다는 생각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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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51편

아는 기자가 조언을 하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한 언론에서 취재 요청을 해왔는데요. 그게 저희에게는 참 민감한 내용입니다. 대표가 아는 한 언론사 데스크에게 개인적으로 대응 조언을 들었는데, 그 분께서는 기자에게 회사의 입장자료를 전달해서 기사가 균형을 이루게 하라는 군요. 현 상황에서 이 조언을 따라도 괜찮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원칙적으로는 기자의 취재 시 기업이 자사의 입장을 정리해 전달하는 프로세스는 맞습니다. 그리고 그런 대응을 통해 기사 내용 중에서 의혹과 반론이 균형을 맞추게 만드는 것도 좋은 접근 방법입니다. 언론사에서 오랫동안 실무를 거친 데스크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중요한 조언을 해 주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질문에서도 이야기하셨지만, 그 이슈가 회사에게 상당히 민감하다는 것이겠지요. 별로 민감하지 않거나, 간단한 해명을 통해 기자가 제시하는 의혹을 털어 버릴 수 있는 경우라면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재 그 이슈는 회사가 어떤 해명을 해도 합리적으로 보이거나, 의혹을 해소시킬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니까 골치가 아픈 것 같습니다.

모든 원칙이나 전략에 있어서 ‘무조건’이라는 전제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원래 이렇게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해야 좋다”는 조언이라도 일단은 현 상황에 비추어 보아 적용의 장단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자사만의 전략으로 유용성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지요.

앞으로 조언을 얻을 때에는 간단한 사실관계 설명을 통해 조언자로부터 대략적 원칙을 얻으려 하기 보다는, 회사의 실질적 상황과 자사의 대응 전략과 방향성을 어느 정도 마련해 그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얻어 보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조언자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 이렇게 질문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저희에게 이런 이런 이슈가 있는데, OOO TV에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요?” 이와 같은 질문은 원칙적 조언이나 자칫 적절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질문입니다. 조언자가 그 누구라도 그 정도 범위의 내용만 가지고 제대로 조언 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조언자가 배경에 대해 몇 가지 추가 질문은 하겠지요. 하지만, 그 정도 내용과 인식만을 가지고는 실질적 조언은 어렵습니다.

대신 이상적 조언 요청 질문은 이런 것일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 관련 이런이런 이슈가 발생해서 OOOTV에서 취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이런이런 것이라서, 일단 기자에게 회사 입장이나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로펌이나 위기관리펌 조언도 그렇습니다. 일단 기자가 보도내용을 저희 쪽에 잘 공유하고 있지 않아, 구체적 대응 메시지 개발도 기술적으로 여의치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저희가 아무 대응을 않고, 보도가 나가게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형식의 질문이 좀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즉, 회사의 현재 입장과 대응 방향성을 어느 정도 정리해서 그 전략과 방향성에 대해 경험 많은 조언자의 시각을 얻어 보는 것입니다. 그 조언자께서는 이런 설명 과정을 통해 회사의 입장과 대응 전략을 설정한 합리적 이유를 이해할 것입니다. 그 기존 전략이 좀 더 안정성을 가질 수 있는 세부 조언을 할 가능성은 커집니다. 이렇듯 외부 조언자를 활용하는 것도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슈 발생 시 처음부터 쇼핑하듯 여기 저기 조언 요청 전화를 돌리는 것이 별 유용하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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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50편

저희 홍보팀이 그게 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컨설턴트께서 평시나 이슈발생 시 대외 언론창구를 일원화하라 하시며 창구일원화를 강조하시는 데요. 사실 저희 홍보팀이 그 정도로 전문적이지가 않습니다. 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경험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고요. 홍보팀이 그런 수준인데 창구일원화가 어떻게 가능한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어떤 계기로 자사 홍보팀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정해졌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물론 홍보팀과 좀더 깊은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홍보팀에 기능적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함께 해결 개선하려는 노력은 빨리 해 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창구일원화 관련해서 홍보팀의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셨습니다. 물론 홍보팀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외부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해주면 그 보다 훌륭한 것은 없습니다. 문제는 현재 홍보팀이 그런 창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적 의문이 있고, 그렇게 해본 경험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 같습니다.

이슈발생 시 기자들이 여러 임원에게 전화 취재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시죠. 임원들이 예전에는 개인적 생각을 기자에게 다양하게 전달해서 혼란을 일으킨 적이 있을 겁니다. 그 이후에는 자사에서 깨달음이 있어서 이제부터는 어떤 임원도 ‘개인적으로’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지 말자. 앞으로는 홍보팀을 공식 창구로 정해 기자에게 그 창구를 통해 회사의 공식 메시지를 전달받게 하자. 이런 창구일원화 체계를 세우게 됩니다.

그런데, 홍보팀은 불안합니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여러 임원이 홍보팀에게 계속 언론사 기자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질문 내용을 받아 보내오는 것입니다. 홍보팀장도 사실 자신이 그런 질문 하나 하나에 어떤 답변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홍보팀 차원에서는 그냥 실무 부서에서 해당 이슈를 잘 아니까, 답변을 대신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겁니다. ‘이제까지는 실무 부서에서 해 오다가 왜 갑자기 창구일원화라는 이야기를 해서 홍보팀에게 부담을 주는 건가?’하는 불평도 생겨납니다.

그러나,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와 공적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를 생각해 보면, 창구일원화는 기업이나 조직에게 가장 기본중의 기본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에 대한 실행이지요.

창구일원화의 유용성과 가치는 비록 자사 홍보팀이 전문성을 미처 지니지 못했다 하더라도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부서 임직원이 창구일원화를 통해 기자의 질문을 홍보팀에 전달하고 기자가 홍보팀을 통해 답을 받게 하는 체계에 있어 중요한 기업측 이점 중 하나가 ‘시간을 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자의 질문을 받은 임원이 기자에게 창구일원화를 설명하고, 홍보팀으로 창구일원화 요청을 하는 순간부터 해당 기업은 보다 좋은 답변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전화를 끊고 해당 임원이 홍보팀과 함께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할 시간이 일정수준 주어지는 것입니다.

일단 홍보팀은 기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해 답변 드리겠다는 홀딩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후 해당 임원팀과 홍보팀이 상의 해 답을 마련하고, 체계에 따라 홍보팀이 기자에게 답을 전달하는 프로세스를 거치면, 이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됩니다. 창구일원화의 핵심은 홍보팀의 단순 역량이기 보다는 실무팀과 홍보팀의 신속한 협업체계일 것입니다. 협업을 먼저 해보시지요. 홍보팀의 역량은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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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49편

위기관리 성패 판정은 왜 어려운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매번 위기가 발생되고 위기관리가 진행되면, 그에 대해 어떤 사람은 성공적이라 평가하고, 다른 사람은 실패라고 평가하는 걸 보게 됩니다. 왜 이런 전혀 다른 평가가 존재하게 되는 건 가요? 하나의 기준은 없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중요한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 기준에 대한 주제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맞습니다. 기준을 하나로 세우기는 어렵습니다.

기준을 세우기가 왜 어려울까요? 일단 하나의 위기관리 실행에도 그를 바라보는 주체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제품 이상에 의한 대규모 리콜을 보더라도, 그 기업의 위기관리 실행을 투자자 관점에서 보느냐, 전문경영인 관점에서 보느냐, 거래처나 실무 관계자 입장에서 보느냐, 소비자 입장에서 보느냐, 소비자 단체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각 평가 주체의 이해관계나 주요 판정 기준이 서로 또 다릅니다. 여기에서 더욱 세분화 된 다름이 추가됩니다. 대규모 리콜로 인해 투자 피해를 입은 일부 기존 대형 투자자들은 해당 리콜을 실패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리콜 이외에 다른 조치를 통해 보다 투자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 보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다른 일부 투자자들은 회사가 이번 신속한 리콜로 소비자 신뢰 자산을 잘 보호했다 평가 하면서 추락한 주식을 대량으로 저가 매수하며 위기관리가 잘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해당 리콜에 대해 소비자단체는 이 같은 상황은 단순 리콜로 마무리되면 안되며, 모든 소비자 피해를 배상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징벌적 조치까지 있어야 한다 할 것입니다. 이 단체에서는 이번 리콜이 너무 단순했고, 면피성이 짙어 실패라 판정합니다. 이렇게 각각 평가자는 다르고, 세부 이해관계와 기준까지 다른 것이 현실입니다.

그에 더해 각 주체와 이해관계가 언론이나 온라인 여론에까지 영향을 받으며, 종종 회오리 칩니다. 기존 투자자가 불만스러운 위기관리였지만, 해당 리콜을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여기는 여론이 생겨나면 그들에게는 다시 긍정적 시각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이번 리콜이 호기라 생각해 움직였던 투자자들은 이후 잦아들지 않는 책임론 때문에 투자가치가 정상화되지 못하면 위기관리에 대한 기존 평가를 바꾸게 됩니다. 전문경영인이나 소비자단체, 소비자, 거래처 대부분도 여론에 의해 자신의 기존 평가가 영향을 받는 경험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한가지 기준을 가지고 절대 중립적 입장에서 위기관리에 대해 단순 평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이분법적 판정도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위기관리는 종종 잘했다 평가되는 긍정적 부분과 아쉬워 개선이 필요하다는 개선 부분이 다양하게 논의 평가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긍정분야가 많고, 개선분야가 적은 지, 반대로 긍정분야는 적고, 개선분야가 많은 지 이런 비율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이전에 해당 위기가 의도적으로나 방치에 위해 발생된 성격의 것인지, 의도치 않았으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중요합니다. 위기의 본래적 성격이나 특성에 대한 우선적 판단이 사후 위기관리 평가에 매우 중요한 기반이라는 의미입니다. 문제를 만들어 터뜨린 주체에게 그 문제를 잘 관리했다 하는 평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울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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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48편

침묵은 절대 피해야 하는 전략인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노코멘트는 자사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미의 코멘트’라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든 열심히 커뮤니케이션 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경우에도 침묵은 절대 금물이라는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실제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 없거나 적절치 않은 경우도 있어서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주 현장에서 중요하게 다루어 지는 실무적 주제를 잘 언급해 주셨습니다. 일단 노코멘트에 대한 의미를 들어 주셨는데, 그 설명에는 배경이 생략되어 있어 그에 대한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노코멘트를 곧, 책임을 인정하는 ‘코멘트’로 해석한다는 것은 미디어트레이닝에서 강조되는 원칙 중 하나 입니다. 즉, 기자들이 상당한 사실관계 취재를 해서 그를 기반으로 기업의 책임이나 과실 문제를 기업에게 추궁하는 경우 적용될 수 있는 답변 원칙입니다.

그런 경우 기자들이 제시하는 모든 취재된 팩트에 대하여 ‘노코멘트 하겠다’ ‘드릴 말씀이 없다’는 기업의 대응은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무조건 잡아 떼거나, 부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선언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 가능한 노코멘트는 제한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대신 제시된 팩트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그에 기반한 책임이나 과실 부분이 있다면 신중하게 사과, 개선, 배상 또는 문제해결 방안 등의 입장을 간단하게라도 피력하는 것이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권장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하신 내용 후반부의 침묵은 단편적 노코멘트와는 좀 다른 의미입니다. 침묵은 현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전략적 기조와 가깝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단 침묵 전략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직접적인 위기관리 주체인가? 우리가 현 시점에서 꼭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우리가 얻을 것(일종의 긍정적 이익)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정확한 답을 먼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현 위기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이더라도, 자사가 직접적인 위기관리 주체가 아니고, 현 시점은 커뮤니케이션 하기에 적절하지 않으며,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더라도 자사가 얻을 수 있는 게 전혀 없다면 ‘침묵’하는 것이 좀 더 전략적일 것입니다.

앞에서 설명 한 ’(책임감을 강조하는) 코멘트’의 경우도 이런 세가지 질문을 거쳐 최후에 결정된 것일 수 있습니다. 자사가 위기관리의 중요한 주체이고, 현 시점에 어떠한 커뮤니케이션이라도 해야 하며, 이를 통해 회사가 보다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 비춰지는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지요.

분명하게 ‘침묵’은 훌륭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전략을 결정하기 위해 중요한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기업이 제대로 구해 보았는가, 그 절차를 정확하게 밟았는가에서 해당 전략의 성패는 크게 갈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공히 경계해야 하는 ‘침묵’은 두렵고 무력해서, 상황 파악이 잘 안돼서, 아무 의사결정이 없어서, 몰라서, 일단 모면해 보기 위해, 본능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회피하는 모습입니다. 마치 모래 속에 얼굴을 파 묻고 서 있는 타조의 회피 본능 같은 것이 비전략적 침묵입니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침묵이 아닌 전략적 침묵은 하나의 좋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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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47편

대응은 얼마나 빨라야 빠른 걸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대응을 빨리 하라 아무리 해도, 그게 어렵습니다. 대표님은 연락이 되지 않으실 때가 많고요. 의사결정도 여러 임원들이 있어 신속하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일선에서 올라오는 보고도 종종 정확하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빠른 대응이 가능할까요? 얼마나 빨라야 진짜 빠른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을 이해하고 계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개인이 빨리 움직이는 것과 조직이 빨리 움직이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위기 시 개인의 경우에는 정보 보유 주체와 커뮤니케이션 주체가 동일합니다. 자신이 파악해 알고 있는 것을 전략을 세워 커뮤니케이션 하는 단순한 프로세스를 거치게 됩니다. 여기에서 주로 강조되는 것이 전략입니다.

그에 비해 조직은 다릅니다. 일단 정보 보유 주체와 커뮤니케이션 주체가 다릅니다. 정보는 다른 부서들이 정확하게 알고 있는 반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홍보실이나 대관부서 경우에는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 취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속함에 있어 장애가 존재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조직 단위에서는 전략은 물론 그에 더해 ‘시스템(체계)’이라는 것이 강조됩니다.

질문하셨을 때 그러셨죠. 대표님 연락이 잘 안된다고요. 맞습니다. 대형 위기나 이슈가 발생하면 대표이사를 비롯 주요 의사결정자들과 연락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단시간내에 압도적인 상황 보고가 상호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그와 동시에 의사결정자간의 통화가 폭발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문제 발생 시 전화를 들고 있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 다시 확인 연락해 보는 소득 없는 시간들을 어떻게 축소시키는 가도 바로 시스템에 대한 주제입니다.

일선에서 올라오는 부정확하고, 일부는 의도적으로 편집된 정보들은 종종 의사결정자의 발목을 잡습니다. 더구나 일단 의사결정자에게 올라온 정보는 현재의 정보가 아닙니다. 이미 현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은 신선하지 않은 정보입니다. 그에 기반해 대응 의사결정 하는 경우 무엇이 중요할까요? 더더욱 의사결정 소요 시간은 단축되고 단축되어야 합니다.

평시 의사결정이 느린 조직은 위기나 이슈 발생 시 절대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평시 신속하게 의사결정 하던 조직도 문제가 발생하면 10배 이상 그 속도가 지체되기 마련입니다. 원래 느리던 조직은 더욱 더 느리게 움직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이사부터 구성원 모두가 분 단위로 움직이며 의사결정 하는 훈련이나 경험이 없으니 이는 당연한 것입니다.

데드라인 문화가 없는 조직도 위기나 이슈 발생 시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데드라인을 넘기면 다음 번에 맞추면 되지. 의사결정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 일단 간단한 대응만 먼저 하자. 아무래도 의사결정 시간을 그 때로 맞출 수 없으니, 이번 이슈나 위기는 그냥 넘겨보자. 이런 패배 주의적인 생각이 느린 의사결정 환경을 정당화하게 됩니다.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가 할 수 없는 가는 위기관리 시스템과 관련된 매우 의미 있는 리트머스입니다. 많은 위기관리 케이스에서 공히 신속한 대응을 가장 최초의 경쟁력으로 꼽습니다. 체계의 품질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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