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9월 30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8편] 위기 때 어떻게 CEO를 설득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 때 마다 고민 입니다. CEO께서 위기 때 나서지 않으시는 거예요. 내부 대응 미팅도 참여 하지 않으시고요. 그렇다고 딱 부러지게 의사결정도 하지 않으세요. 그래서 임원들끼리 모여 의견 나누고 여러 시나리오를 가지고 올라가 CEO에게 선택을 구하고 하는데요. 빠르고 효율적이지 않네요. 이런 CEO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우선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런 고민은 외국의 기업들에서도 실무자들이 많이 가지는 것들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 한 외국인 위기관리 전문가가 이런 조언을 하더군요. “위기가 발생했을 때 CEO와 함께 정확하게 위기관리 목표(goal)를 공유해라. 당신이 세운 이번 위기관리의 목표는 어떤 것입니까? 질문해라. 그리고 조언 할 때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활동들을 결과와 함께 조언하라” 맞습니다. 저는 이분의 조언에서 ‘행동’만을 조언하려 하기보다 ‘그 결과’를 함께 조언해서 ‘목표와 결과를 함께 관리하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지금 질문 해 주신 임원 분처럼 많은 실무라인들 생각에 ‘우리 CEO는 위기관리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 ‘CEO가 위기관리를 잘 모르는 것 같아’ ‘CEO는 자꾸 피하려고만 해 문제야’라는 느낌이 상당히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경우들이 많습니다.

왜 기업을 책임지는 CEO께서 위기관리에 관심이 없으시겠습니까? 오랫동안 경쟁으로 성장해 그 자리에 오르신 CEO께서 위기관리 자체를 모르기야 하겠습니까? 기술이나 기법의 문제는 좀 다르겠지만요. 그리고 리더인 CEO가 왜 피하려고만 하겠습니까? 평소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셨던 분인데요. 왜요.

제가 말씀 드리는 포인트는 이 것입니다. 그 CEO께서는 자신 나름대로 위기관리를 하고 계시는 것이 틀림 없습니다. 절대 CEO의 지식이나 성격이나 습관 때문에 ‘뒤로 빠지시는’ 대응을 하시는 게 아닐 거라는 의미입니다. 전략적이라는 거죠.

앞의 위기관리 전문가 조언을 빌리자면 ‘CEO의 위기관리 목표(goal)’가 일부 임원과 실무자들이 가지는 ‘위기관리 목표(goal)’와 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그럼 그 CEO께서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대부분 그런 CEO는 위기관리를 ‘지는 게임’이라 간주하는 분들입니다. 즉, 위기가 발생하면 마음속으로 ‘지는 게임에 리더십을 보이려다 실패하는 경우, 우리 회사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아주 심각하게 고려한다는 거죠. 물론 회사를 위해 이번 위기를 관리는 해야 하지만, 그걸 CEO인 자신이 리드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위기관리 목표가 다른 거죠.

해당 CEO를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기업문화 문제이기 때문이죠. 위기관리 실패 경우 그를 리드했던 최고경영진에게 부정적 평가를 내려 인사상 불이익을 주곤 하는 기업문화 말입니다. 이런 담장을 걷는 위기관리에 어떤 리더가 매번 나서서 명운을 걸겠습니까? 문제는 CEO라기 보다는 그 전문경영인을 움 추러 들게 한 내부 기업문화와 정치구도가 진짜 문제라 볼 수 있습니다.

임원께서 질문하신 그런 기업이라면 아마 CEO를 대신 해 위기관리를 리드하다 실패한 고위임원도 사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악순환은 계속될 겁니다. 그분을 CEO의 희생양이라고 부르기도 하겠지만, 그 또한 기업문화와 정치의 당연한 소산이죠. 그 대상이 누구냐 만 다른 결과죠.

모든 기업 활동들은 진행 순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서에 따른 진화가 이루어지고요. 성공적 위기관리 문화가 내부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위기를 바라보는 기업문화가 건전하고 발전적이어야 합니다.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라.’ CEO를 비롯 모든 임직원들에게 평시와 위기 시 적극적 위기관리를 주문하는 명령입니다.

또한 선진기업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처럼 ‘위기관리에 관한 모든 리더십과 책임은 CEO에게 있다’라는 문구에 주목할 수 있는 기업문화이어야 합니다. CEO를 중심으로 짜 놓은 위기관리위원회와 그 아래로 연속 펼쳐있는 역할과 책임들을 평소에 지속 교육 훈련하는 것이 당연해야 합니다.

만약 위기관리 매뉴얼에도 CEO의 책임 문구를 삭제해 놓고, 위기관리위원회 구조와 구성을 실무임원단으로 배열하고, 각종 귀책 항목들을 아래로만 향해 놓았다면. 그런 기업문화와 정치구도라면 진정한 위기는 바깥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즉, 태생적으로 풀리지 않을 고민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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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7편] 문제가 생겼을 땐 임원들끼리도 통화가 안 되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조금 큰 문제가 터진 적이 있었는데요. 하필 그 때가 주말 아침이었거든요. CEO께 보고 드리고 상황을 여기 저기 확인하고 하는 임원들이 여럿 엉키면서 서로 통화가 안 되는 거에요. 몇 시간 동안 계속 상대방들이 통화 중이더라고요. 그게 정말 더 큰일이었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갑갑해지죠. 위기 발생 시 좀더 효과적인 보고 공유 방식은 없을까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다운(down)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1급 위기가 아니다.’ 여기에서 ‘다운(down)’이란 기계나 채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만큼 망가지거나, 부하가 걸려 제 구실을 못한다는 거죠. 한번 생각해보세요. B2C 기업 대표님들은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제품에 어떤 큰 문제가 있어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면 그 후 어떤 상황이 벌어지나요?

일단 대표 상담 전화에 불이 납니다. 갑자기 수천에서 수만 명의 고객들이 항의와 반품 등을 동시 요청하는 거죠.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은 어떻게 됩니까? 말 그대로 다운이 됩니다. 접속량 폭증으로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된 거죠. 회사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건재할까요? 글쎄요.

홍보실을 비롯 영업 부서들의 전화는 어떻게 되나요? 말 그대로 불 난 호떡집이 되죠. 아마 주요 임원들과 CEO 개인 휴대전화에도 상당한 부하가 걸릴 겁니다. 그 중 상당수는 개인적 전화들로 ‘걱정된다’ ‘힘내라’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해라’ 등 지인들로부터의 위로 전화가 되기도 하죠.

문제는 이런 다운(down)현상 때문에 진짜 중요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일선 상황은 업데이트되어 보고 되어야 합니다. 매뉴얼에 따라 일선에서는 20-30분마다 팀장 보고를 합니다. 해당 팀장은 또 임원에게 보고 하는데 임원이 전화로 연결 안 되는 현상이 지속되는 겁니다. 그 임원은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다른 임원의 문의 전화에 답을 하고 있는 겁니다. 가끔 CEO의 급한 문의 전화에도 답을 하고요.

급하면 일선에서는 동시에 문자나 각종 메신저들을 통해서도 보고 기록을 남기죠. 한참 전화를 받다가 여러 전화를 놓치고, 뒤 늦게 메신저를 확인한 임원은 다시 해당 일선 팀장에게 전화를 겁니다. 내용을 재 확인 하는 거죠. 시간은 더 지나 가고 상호간 통화는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됩니다. CEO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죠. 여기 저기에서 산발적으로 정보는 올라오는데, A임원의 말이 다르고, B임원의 말이 다릅니다. C임원에게 크로스체킹을 하려 하니 통화는 안되고. 어떤 지시를 내려야 할 것은 같은데 정확한 현재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 겁니다.

항상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한 현상입니다. 핵심은 이런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선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매뉴얼에 지시된 대로 특정장소에 모든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체계를 따르시기 바랍니다. 의사결정자그룹간에는 가능한 유무선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 하시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한자리에 모이는 대응활동에 집중하시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의사결정그룹과 상황파악 정리 그룹간 기능을 분리하시기 바랍니다. 의사결정그룹이 한자리에 모여 앉았더라도, 개인적으로 현장 상황 보고를 받고, 외부 이해관계자와 통화 하는 임원들이 많아지면 대책회의는 진행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한자리에 모인 의사결정그룹은 종합적인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역할 분리가 필요합니다.

물론 종합상황실을 통해 취합되는 정보는 의사결정그룹이 머무르는 워룸(위기대응센터, 비상대책실)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돌발 상황이 생기면 바로 워룸에 공지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자들이 가장 업데이트된 동일한 정보를 ‘함께’ 얻고 의사결정 하게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호간 전화통화로 발을 동동 구르며 골든타임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신속히 한자리에 모여 함께 듣고, 이야기하고, 의사결정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위기대응 방식입니다. 일이 지나고 돌이켜 보면 이는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게 됩니다.

질문 주신 임원께서도 이미 한번 그런 난감한 경험을 하셨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매뉴얼을 찾아 그에 따르는 훈련을 몇 번 더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신속하게 한자리에 모여 마주 앉는 것. 이것이 위기대응의 가장 첫 단계라는 생각을 반복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일선에게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채널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취합 보고하라는 가이드라인도 다시 공유해 보십시오. 상황판을 만들고 상황을 정리하는 훈련도 필요하면 담당자들을 모아 진행하시면 좋습니다. 위기관리 체계 업무의 90%는 교육과 훈련입니다. 90%를 생략한 채 10%의 본능만 가지고 대응 하는 반복적인 우를 범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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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6편] 위기 시 조직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지은 책을 보면 ‘기업이나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조언을 하더라고요. 근데 참 고민이 많습니다. 대표님을 포함해서 우리 임원들끼리도 서로 생각이 다르고 관점이 있어서요. 그게 진짜 가능하기는 한 일인지 궁금합니다. 그런 조직이 있나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저도 그런 조직을 본적이 없습니다. ‘하나의 목소리를 내다’라는 조언은 해석에 따라 여러 부연 설명이 좀 필요한 주제입니다. ‘하나의 목소리’를 보수적으로 해석하면 말씀하신 그대로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자사의 입장에 대해 CEO부터 일선직원들까지 정확하게 동일한 메시지를 내외부로 전달 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사실 이건 아주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경지이긴 합니다.

반면 조금 현실적으로 해석 하면 ‘하나의 목소리’라는 의미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공식 입장 이외에는 어떤 다른 메시지도 커뮤니케이션 되면 안 된다’라 해석 될 수도 있습니다. 전자에 비해 조금 실현 가능성이 높지요. 하지만, 이것도 힘든 기업이나 조직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사과 한 내용에 대해서도, 일부 장관이나 여당 국회의원들이 “그게 사실 무슨 잘못이냐? 사과 할 주제가 아니다”라고 전혀 다른 메시지를 공적이나 사적으로 내는 경우들이 그렇습니다. 공중들이 볼 때에 같은 조직이라 여겨지는 데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니 문제라 지적 받고 하지요.

저는 컨설턴트로서 후자의 해석에 더 비중을 둡니다. 그래도 좀더 실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의 공식 입장에 구성원 모두가 집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 창구들을 정렬하라’는 조언입니다. 회사의 공식입장이 이미 정해진 이해관계자별 창구들을 통해 일사불란(一絲不亂,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하게 커뮤니케이션 되는 체계를 지향합니다. 그 외 다른 비공식 및 사적 창구들은 위기 시에는 닫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자체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관리(strategic communication management)라고도 불릴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이 ‘한 목소리’ 체계도 실제로 유지 하는 데에는 많은 평소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에서는 위기나 중요한 논란이 발생하면 ‘자사 공식입장과 주요 질의 응답팩’을 CEO를 비롯 한 임원들과 팀장들에게 즉시 공유하는 체계를 갖춘 곳들이 있습니다. 홍보팀 자체가 상당히 전략적인 리더십을 가져가는 활동이죠.

이런 기업도 들어가서 임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려움들이 많습니다. “홍보팀에서 그런 걸 공유해 주는지 몰랐습니다” “홍보팀이 보내오는 걸 보면 좀 너무 어렵고 길어요. 저희 부서와 관련도 적은 것들이어서 잘 읽지 않습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공유하면 다 끝나는 건가요? 사실 저희 전문부서 입장에서 보면 그 메시지들에는 헛점들이 많거든요.” 이런 반응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기업이면 훌륭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홍보팀이 직접 부서별 피드백을 청취해서 개선해 나가면 되는 반응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이런 체계를 따르지 않습니다. 웬만한 위기나 논란이 발생해도 ‘전사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만드는 기업들이 흔치 않은 겁니다. 언론에게 해명하는 홍보팀의 메시지가 있고, 규제기관에게 해당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대관팀의 메시지가 또 따로 있습니다. 법무팀의 해석이 좀 다르고, 영업팀원들이 일선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메시지가 또 다른 겁니다. 마케팅은 또 여러 채널들을 통해 나름대로의 메시지들을 전달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시죠. 이런 난맥상을 가까이서 보고 있으면 조직내의 사일로(silo)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느껴집니다. 심지어 CEO의 개인적 생각과 메시지까지도 다르다면 그건 재앙이 되는 거죠.

관리(management)하기 위해서는 ‘통합’해야 합니다. ‘마주 앉으라’는 조언도 이와 연결된 의미입니다. 특정 위기나 논란이 발생했다면 해당 주제와 관련 된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대응 메시지들을 통합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정리된 메시지는 곧 ‘전사적 공식 메시지’로서 위력을 부여 받아야 합니다. 규정에 따라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이 메시지만 일관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전사적 공감대도 형성되어야 맞습니다. 창구 일원화는 그 다음이 됩니다.

매번 위기관리 성공과 성공적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CEO의 관심과 관여’라 답하곤 합니다. 이 ‘한 목소리’ 개념도 CEO의 관심만 있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가끔 대기업 CEO를 만나 보면 ‘우리 회사는 말들이 너무 많아요. 여기 저기서 말들이 밖으로 많이 나가 골치 아픕니다.’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 중 대부분이 “그래서 말인데요. 회사의 공식 메시지가 있다. 모두가 그 메시지를 엄격하게 따라야 한다. 절대 허락되지 않는 창구는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다. 이 세가지만 전사적으로 심어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라고 도움을 요청하십니다. CEO의 관심이란 이런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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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8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5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기업도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항상 ‘시뮬레이션’을 해보라고 하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정부기관 같은 데에서 보통 하는 훈련을 시뮬레이션이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형태를 알아보니 정부기관에서는 모르겠지만, 기업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을 하는 기업들이 있나요? 어떻게 하고 있죠?”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만큼 다양한 정의와 유형을 가진 훈련방법도 없을 것 같습니다. 시뮬레이션(simulation)이라는 의미는 사전적으로 ‘복잡한 문제나 사회 현상 따위를 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실제와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모의적으로 실험하여 그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모의실험’으로도 표현하죠.

이 정의에서 중요한 포인트라면 ‘실제와 비슷한 모형’ 부분과 ‘모의적으로 실험’이라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흔히 생각하시는 ‘(여럿이 함께 예상 해보고 머리에 그려 보는) 학습 미팅’의 경우 ‘실제와 비슷한 모형’과 ‘모의적으로 실험’이라는 정의와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반대로 일부에서는 또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기술적 모의실험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위기관리 분야에서 군사 분야를 빼고는 기업에게 적용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듯 합니다. 실제 현장에서 시뮬레이션 해보면 ‘이걸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하는 한계를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진행되는 기업 대상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대부분 기업 최고의사결정그룹(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실제와 유사한 시나리오’를 전달하고, 스스로 위기관리 해법을 찾아나가게 하는 모의 실험 즉, 게임(game) 형식을 띕니다.

각 컨설팅사 마다 자체적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범위와 대상 그리고 실행방법론에 대한 차이들은 있지만, 핵심적 부분은 ‘시나리오’ ‘문제해결’ ‘집단사고’ ‘역할과 책임 확인’ ‘위기관리 매뉴얼 검증 및 평가’ ‘제한된 실행 연습’이라는 공통점을 대부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다시 설명하면 CEO를 중심으로 의사결정그룹이 한자리에 모여 하루 종일 또는 반나절 이상 ‘실제와 유사한 위기 발생 시나리오’를 가지고 상황파악, 의사결정, 실행을 집중 경험 해 보는 훈련이라 보시면 됩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종이 문서를 가지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정형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고수합니다. 대부분의 정부 공공기관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일반 기업들의 경우에는 미지의 시나리오를 직접 수령한 뒤 의사결정그룹이 전문성을 발휘해 비정형적으로 위기 대응을 진행하는 방식을 따릅니다. 여러 의사결정상 변수들도 그 과정에서 떠오르게 되고, 상황도 비정형적으로 지속 변화되어 현실성을 높이게 됩니다. 특히, 외부 이해관계자들이(언론, 정부, 국회, 규제기관, NGO, 소비자, 피해자 등) 각 상황변화에 따라 해당 의사결정그룹에게 예측 불가능한 공격을 해오면서 그 시뮬레이션의 현실성은 극대화 됩니다.

최근에는 발달된 시뮬레이션 방법론으로 최고의사결정그룹과 일선 실행그룹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연결하여 동시 시뮬레이션 해 보는 ‘풀 스케일 시뮬레이션’도 주목 받고 있습니다. 최대한 위기 시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간 격차를 줄여보자는 목적이 이런 진화된 시뮬레이션의 동기가 되고 있지요.

재미있는 건 한국 기업들의 경우 이런 형식의 비정형적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때 CEO가 참석하지 않는 경우들이 꽤 많다는 점입니다. 내일이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의사결정과 실행전반에 대해 개입 관제 해야 할 CEO께서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실제 발생하는 거죠. 이런 경우 당연히 위기관리 경험이나 훈련 수준에서 CEO와 임원들간 갭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아주 위험한 케이스죠. 어떻게 보면 한국적 현실이라고도 볼 수 있고요.

더욱 위험한 케이스는 일선 실행 부서들만을 대상으로 실행 시뮬레이션만 진행하는 케이스입니다. 이 또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의사결정그룹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간접 경험과 훈련 수준을 높이지 못한 채 경험 있는 실행만 따로 돌아가게 되는 엇박자가 실제 위기 시 발생되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경험 해 본 기업 최고의사결정그룹은 대부분 해당 경험을 통해 자기 조직의 약점과 개선점들을 현실적으로 파악하곤 합니다. 이를 정확하게 보게 되고, 이에 대한 토론을 통해 위기관리 체계를 더욱 개선하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이런 거창한 결과물 보다 이렇게 시뮬레이션을 추천합니다. “입사 후 언제 하루 종일 회사의 위기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 볼 기회가 있으셨나요? 그럼 한번 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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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1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4편] 홍보임원만 대언론 창구가 되는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내부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언론에서 연락이 오면 모두 ‘홍보팀에게 연락 하라’고 응대하고 홍보실 외 다른 임직원에 의한 직접적 언론 대응은 금하고 있습니다. 이걸 창구일원화라고 알고 있고 그 역할을 당연히 홍보임원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임원들이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배우거나 할 필요는 없다 생각 하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원래 이런 개념이 우선입니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임직원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데 이 개념이 너무 실행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딱 두세 명의 임직원간에도 메시지와 근거들이 합치되지 않는데, 전 임직원이라니요. 너무 과한 개념이 돼버리는 거죠.

그래서 차선책으로 권장되는 체계가 그 ‘창구일원화’ 입니다. 근데 여기에서 또 혼란스러워 하는 해석들이 분분합니다. 이 ‘창구일원화’를 ‘위기가 발생했을 때 모든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은 홍보부문이 창구가 되어 (혼자) 해야 한다.’고 해석해 버리는 오류 말입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 해 보면 70-80%의 기업에서 목격되는 현상이 위기상황에서 ‘홍보팀만 바쁜’ 상황입니다. 공정위에서 연락이 왔는데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창구일원화!) 홍보팀으로 연락하세요!” 사고로 분노해 있는 피해자가 회사로 연락 해 오는데 “창구일원화가 중요하지…) 홍보팀으로 연락하시겠어요?”라고 응대하는 겁니다. 결국 위기 시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응대 수요가 홍보팀으로 집중돼버립니다. 홍보팀만 불 난 호떡집이 되어 버리죠. 아주 흔한 현상입니다.

창구일원화라는 의미가 ‘홍보부문에게만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맡기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또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도 없습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해관계자별로 창구를 일원화 하라’는 의미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공정위, 식약처, 금융감독원, 국세청, 국회 등의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은 대관 및 법무부문이 ‘일원화 된 창구’가 되는 거죠. 성난 고객들, 피해자, 불만 고객, 블랙 컨슈머들과의 창구는 ‘고객관리부문’이 된다는 겁니다. 온 오프라인 언론, SNS, 기타 유사언론 그룹들에 대한 창구는 ‘홍보부문’이 되겠지요. 물론 회사를 대표하는 전사적 대변인 역할은 홍보부문의 장이 담당합니다. 하지만, 이를 창구일원화와 같은 의미로 새기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실제 최근 발생하는 위기 성격들을 보면 ‘전사적 대변인’인 홍보임원이 홀로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기 힘든 상황들이 참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고객정보보안’ 위기죠. 기자회견을 열더라도 기자들이 기술적 질문을 해오면 홍보임원의 답변은 이내 제한 됩니다. 정보보안체계와 기술적 디테일들을 홍보임원이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게 어찌 보면 당연하죠.

이 때 부대변인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임해야 하는 사람은 누굴까요? 맞습니다. 정보보안담당 임원입니다. 이 임원은 평소 기자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주관으로 관리해야 하는 ‘정보보안’관련 위기 때는 자신이 ‘대변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집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해 보면 모든 임원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감이 옵니다.

평소 ‘창구일원화’를 홍보부문만 혼자 하는 체계라는 의미로 간주해 버리면 위기 시 어떻게 될까요? 급한 마음에 기자회견 마이크를 잡게 된 ‘정보보안담당 임원’은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까요? 처음 경험하는 기자들로부터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하면서 핵심 메시지를 찾아 반복 전달할 수 있을까요? 불필요한 디테일 한 설명을 피해가면서 핵심만 강조할 수 있을까요? 필자가 년간 백 여명 넘는 임원들과 실습 해보아도 약 10~20%의 임원들만 비교적 안전하게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 하자면, 전사적 대변인은 물론 홍보부문 임원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위기 시를 대비해 이해관계자별, 위기유형별 주관 및 유관 임원들도 대변인으로 선정 되어 있어야 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주관 및 유관 임원들이 전문적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대변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상황을 상정한 공격적 질문들에 대응하는 실습들을 지속적으로 해 보는 강도 높은 훈련입니다. 평소에는 홍보부문이 창구를 담당 한다고 하지만, 위기 시에는 자신이 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놓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홍보부문을 위시로 모든 이해관계자별, 위기유형별 대변인들 모두가 또 명심해야 할 것은 ‘동일한 핵심 메시지와 근거들만’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의 언급들을 기억해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임직원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란 실제로 이런 체계를 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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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3편] 위기관리 매뉴얼? 홍보팀이 가지고 있다던 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CEO께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라고 하셔서 저희 내부적으로 알아보니까 홍보팀이 한 10년전에 만들어 놓은 것이 있더라고요. 저희도 처음 봤는데 좀 이상해요. 언론관련 플랜들이 대부분인 것 같고. 이걸 전사적으로 공유할 만한지 고민이 됩니다. 다른 회사들도 다 이정도 매뉴얼을 가지고 있나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아마 홍보팀이 만든 (위기 시) 언론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보신 듯 합니다. 전사적 위기관리 매뉴얼은 크게 ‘상황관리 매뉴얼’과 그 상황에 맞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로 구성 됩니다. 먼저 상황관리 매뉴얼은 해당 상황을 관리하기로 되어 있는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이 구성해 놓은 대응 매뉴얼입니다. 가장 흔한 예가 공장에 비치되어 있는 ‘안전 사고 대응 매뉴얼’이 되겠습니다. 공장장을 비롯 안전 및 총무 부서가 이 매뉴얼을 개발하고 업데이트하는 주관과 유관 부서인 거죠.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주관과 유관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핵심이 바로 ‘누가(Who)?’라고도 하지요. ‘어떻게(How)’라는 개념은 그 다음입니다. 조직에서 위기가 발생해도 이 ‘누가(Who)’라는 주관 및 유관 지정이 없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누군가 움직인다고 해도 함께 협업 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래서 매뉴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누가 주관과 유관인가?’가 되겠습니다.

이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각각의 주요 위기 유형과 연결이 되어 있어야 일단 기본 대응 체계가 정해졌다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품질 위기’의 경우 주관이 품질관리부서가 되고, 유관에는 법무 및 대관부서, 홍보부서, 마케팅부서, 영업부서, 고객관리부서가 되곤 합니다. 일부에서는 재무부서도 유관이 됩니다. 이는 회사의 특성에 따라 정하시면 되는 겁니다.

이렇게 연결 체계가 정해 지면, 그 다음 그들끼리 모여 ‘품질 위기’에 대하여 머리를 맞대고 실제 발생 유형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각각의 유형별 발생 가능성과 위해도를 산정해서 세부 유형별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지요. 이 정도되면 ‘이물질 발견’ 유형이 가장 가능성과 위해성이 높다는 정리가 되곤 하지요.

그 다음은 ‘이물질 발견’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플랜을 짜는 겁니다. 누가 감지 할 수 있을까? 누가 보고하고 분석해야 하는가? 의사결정을 위해 주관과 유관은 어떤 자료를 마련해야 하는가? 의사결정을 위해 소집되어야 하는 위기관리위원회 멤버들은 누구인가? 어떤 사항을 고려 해 의사결정 해야 하는가? 주관과 유관팀 이외에 여러 타 부서들은 어떤 실행들을 함께 나누어 진행해야 하는가?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실행 관제는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위기관리위원회에 어떻게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 하고, 지속적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야 하는가? 어떤 상황이 되면 해당 위기상황이 종료 되었다 판단 할 수 있는가? 이런 세부적 대응안을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함께 만듭니다. 이게 완성되면 이 회사는 ‘품질 위기 중 이물질 발견 상황에 대한 상황관리 매뉴얼이 완성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다음은 ‘이물질 발견’ 상황에 따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이 또한 주관과 유관 부서가 함께 만듭니다. 대신 이전의 상황 관리 중심적 플랜을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플랜이 필요합니다. 이물질 발견 상황을 들여다보고 누가 주요 이해관계자인지를 먼저 리스트업 합니다. 이물질 발견 고객, 식약처, 경찰, 언론, 판매거래처, 일반 고객, 직원 등으로 이해관계자가 파악 되면 이를 주관과 유관 부서의 기능별로 나누어 연결시켜 봅니다. 고객은 고객관리부서, 식약처와 경찰은 법무 및 대관부서, 언론과 직원은 홍보부서, 판매거래처는 영업부서, 일반 고객은 마케팅부서. 이런 식으로 나누어지겠죠.

그 다음엔 각 이해관계자 담당 부서가 상대이해관계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를 플래닝 합니다. 여기서도 ‘우리 부서 내 누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 할 것인지. 전화, 면대면, 이메일, 공문, 광고, SNS, 보도자료… 어떤 채널을 활용 할 것인지. 어떤 핵심 메시지와 근거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지 등등을 설계합니다.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주관 부서는 홍보부서가 되곤 합니다.

이 홍보부서는 ‘이물질 발견’ 상황이 발생하면 각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이 연결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지원하고, 이를 전사적으로 스케쥴링 해 선후와 범위를 정해 줍니다. 오케스트레이트(Orchestrate)라고 하죠. 앞에 질문 하신 임원께서는 이 많은 부분이 빠진 홍보실 자체의 언론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몇 페이지를 보신 듯 합니다. 물론 그 매뉴얼은 전사적 위기관리 매뉴얼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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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2편]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면 좀 두꺼워야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있는데요. 이게 디테일하게 작성하다 보니까 한이 없어요. 처음에는 한 100장 이내로 만들어 보자 했었는데요. 각각 위기유형별로 들어가 부서별로 대응안을 만들고 하다 보니 벌써 500-600장이 넘어가게 되네요. 그래도 좀 이렇게 자세한 게 좋겠지요? 큰 예산을 들인 작업이니 두꺼워야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라서 아주 간단하게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분량은위기관리위원회를 비롯 한 일선 담당자들이 암기 할 수 있는 분량을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답입니다. 실제 수천 페이지짜리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도 그걸 1 페이지부터 1000 페이지까지 꼼꼼하게 읽은 사내 임직원은 아마 한 명이나 한 명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나마 그 한 명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발주하고 그 프로젝트를 리드했었던 담당자 일겁니다.

하지만, 주요 임직원이 매뉴얼 전체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담당해야 하는 부분에 한해서는 평소 매뉴얼을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제작할 때 담당자들은 이 최소한의 읽음과 이해가 가능한 페이지 분량을 감안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실무 담당자들이 이해할 수 있고, 평소 읽음을 토대로 어느 정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매뉴얼 분량은 최대 10페이지를 넘지 못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볼 때 전체 위기관리 매뉴얼의 분량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이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위기 유형들에 담당 기능별 부서 수를 곱한 분량과 연동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주요 위기 유형 수가 늘어 남에 따라 담당 부서들의 수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거나, 그들 각각의 대응 프로세스와 방식들이 기하급수로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여러 위기 유형이라도 기능별 담당부서의 역할과 책임은 매번 거의 유사합니다. 일반적으로 10~20% 가량의 유형별 대응 업무 가감이 있을 뿐, 나머지 역할과 책임은 동일 합니다.

따라서 1,000페이지의 위기관리 매뉴얼이라고 해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매번 반복되고, 오버랩으로 대응방안들을 기술 해 놓은 부분이 약 70-80%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극단적으로 말씀 드리면 1,000페이지 매뉴얼은 과감하게 300여 페이지로도 정리할 수 있다는 의미죠. 이렇게 정리해 좀 더 심플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담당자들이면 누구나 이해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수 천 페이지 매뉴얼이 만들어 지는 이유는 뭘까요? 네, 맞습니다. 분량이 적으면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일부 실무자들 중에서도 가능한 세부적으로 자세하게 기술해야 실제 실전에서 참고하면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이런 분들은 실전 위기관리를 그리 자주 경험하지 않으신 분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담당 임직원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펴서 보면 일단 그 위기관리는 성공하기 힘든 위기관리가 되고 맙니다. 평소 반복적 이해와 훈련이 있었다면 위기관리 매뉴얼의 중요 부분은 모든 위기관리 담당 임직원의 머릿속에 이미 들어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쟁터의 군인들을 한번 떠 올려 보시죠. 전쟁이 발발했을 때 그제서 야포의 작동 매뉴얼을 열어보고 포를 작동하는 군인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승산은 얼마나 있겠습니까?

위기관리 매뉴얼은 ‘소장’이나 ‘보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뉴얼의 목적은 ‘교육’과 ‘훈련’이 그 목적입니다. 목적이 정확하다면 매뉴얼은 그렇게 장황하고 디테일하며 두꺼울 수 없습니다. 목적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매뉴얼은 매번 두꺼워만 갑니다. 매뉴얼이 두꺼워 질수록 임직원들의 접근이나 이해는 떨어집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교육이나 훈련은 더욱 더 난해해 집니다. 아예 임직원들이 열람이나 공유를 포기하는 경우들만 늘어 납니다.

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드는가? 그 매뉴얼을 만들어 무엇에 사용하려 하느냐? 과연 이 매뉴얼을 운용하는 임직원들은 각각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런 질문들이 선행되어야 좋은 위기관리 매뉴얼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두루뭉실한 매뉴얼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입니까?”하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해당 매뉴얼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진행된다면 그 가치는 분명 달라집니다. 읽히지 않는 수천 페이지 보다 훈련 받은 한 페이지의 가치가 더 나은 경우들이 현장에서는 많습니다. 분량의 욕심에서 벗어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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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편] 미디어트레이닝이 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CEO께서 최근 발생한 경쟁사의 대형사고를 보시더니, 우리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는데요.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이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으면 위기관리 시스템이 좀 잡히는 건가요? 대체 미디어트레이닝이 뭔가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말씀 드리면 ‘미디어 트레이닝’은 기본적으로 위기관리 시스템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일 뿐입니다. 더 정확히 미디어 트레이닝은 기업 임원이나 기타 언론 접촉이 가능한 직원들이 받아야 하는 기본 직무 훈련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미디어 트레이닝이라는 훈련을 통해 갈음하려 하는 일부 기업들이 있는데, 그건 전후가 잘 못된 것이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은 첫째 ‘어떤 위기가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가?’에 관련된 진단(audit)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많은 예측 가능 위기들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이 단계에서 진행됩니다. 둘째로는 각각의 위기 유형별로 발생 형태와 구체적 대응 방식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위기관리팀과 함께 각 부서별 역할과 책임도 정해지고, 감지부터 종료까지의 상세한 대응 프로세스들이 논의되게 되지요. 셋째로는 해당 프로세스별로 필요한 위기관리 자산들과 내 외부 이해관계자망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때 구체적으로 사전 조치 및 개선 방안까지가 도출됩니다.

이 세가지 프로세스를 먼저 밟으시는 것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우선적 업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상의 프로세스를 통해서 대략적 위기관리 가이드라인과 매뉴얼등이 나오게 되면, 그 이후 이를 기반으로 미디어 트레이닝과 같은 각종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단, 미디어 트레이닝을 예상되는 이슈 발생 전 적정 싯점에 진행해 발생할 논란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진행은 가능합니다. 예상되는 논란에 대하여 미리 함께 해당 이슈를 들여다보고, 이에 대한 언론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여러 질문들을 분석하고 각각에 답을 마련해 놓은 거죠. 이를 기반으로 실제 커뮤니케이션 훈련도 진행합니다. 언론을 포함한 각각의 이해관계자 창구 임직원들이 그 대상이 됩니다. 모든 준비를 갖추어 놓고 논란이 발생하면 핵심 임직원들이 바로 신속 정확하게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여러 채널들을 통해 진행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런 류의 미디어 트레이닝은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팩트나 논리를 혼동 속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해 놓고 예상된 대부분의 질문과 의혹들을 신속 정확하게 하나 하나 해명해 나가는 아주 적극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입니다.

평소에는 미디어 트레이닝을 임원들의 불필요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실수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진행합니다. 고위 임원일수록 다루는 정보나 책임의 질과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은 신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합니다. 평소 당황스러운 논란이나 이슈를 미리 만들지 말자는 조언을 미디어 트레이닝을 통해 전달합니다. 더 나아가 이런 민감한 상황을 상정해 실제와 같은 환경에서 언론 커뮤니케이션 실습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노력도 사전적 이슈관리라는 의미는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미디어 트레이닝이 곧 위기관리 시스템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에는 미디어 트레이닝 등과 관련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가장 중요한 상황관리 방안들이 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위기 발생 시 한국 기업이나 조직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상황관리를 부실하게 하거나, 관리에 실패하고 나서, 커뮤니케이션 관리에만 신경을 쏟는 케이스들입니다.

성공 케이스들에서 상황관리 없이 커뮤니케이션으로만 위기가 해결된 케이스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황관리가 신속 적절하게 이루어져서 그 결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빛을 발한 케이스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진정으로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원하신다면 좀더 큰 틀에서 전사적 차원으로 접근 하셨으면 합니다. 기본 프로세스들을 전문가들과 함께 협업을 통해 하나 하나 점검 해 나가시면서 자사의 위기관리 뼈대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그 후에 각종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당 위기관리 시스템을 살아 있게 지속 관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 간단한 작업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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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4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편] TV 고발 프로그램에는 노코멘트가 답이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인터뷰 요청을 해 왔어요. 얼마 전부터 저희 제품이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취재한다고 하네요. 제 경험상 인터뷰를 하건 안 하건 나쁘게 방송되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CEO께서도 취재에 응하지 말고 노코멘트 하라 하시네요. 그게 최선인 듯 한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세계적으로 TV 고발 프로그램(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취재 시 대응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실제로 ‘노 코멘트(No Comment)’ 방식입니다. 그렇지만 이 대응 방식은 매우 많은 케이스에서 ‘전략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공격적 취재에 대응할 때 기업이 쉽게 사용하는 ‘노 코멘트’는 시청자들에게는 흔히 ‘코멘트’로 해석되는 치명적 단점이 있기 때문이죠. ‘문제를 인정한다’는 코멘트로 받아 들여지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노 코멘트’ 대응을 택한 주체 스스로의 사후 평가입니다. 대부분 그 대응을 그나마 성공한 전략으로 평가하곤 합니다. 그 이유에는 또 웃지 못할 현실이 있습니다. 보통 업계 문제를 다루면 동종 업계 내 3개 이상의 기업들을 동시 취재 하게 되는데요. 이 3개 사 간 대응 방식에 다름이 종종 있다는 겁니다.

A라는 기업은 일단 ‘노 코멘트’ 하는 기업입니다. 기자 전화를 받지 않거나, 서면 답변을 보내준다 하고 보내주지 않고요. 방문 취재를 거부하고, 접촉 자체를 꺼리는 경우입니다. B기업은 나름 적극 취재에 협조하고 책임자들이 TV카메라 앞에 나와 인터뷰도 해서 해명을 시도하는 기업입니다. C기업은 로펌을 통해 서면으로 취재진을 압박하고, 취재하지 말라는 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업입니다. 되건 안되건 말이죠.

노 코멘트를 택했던 A기업은 해당 방송을 보면서 취재에 적극 협조하는 것처럼 보였던 B기업이 비참한 제물이 되는 광경을 지켜보게 됩니다. PD가 갑자기 제시한 질문 내용에 임원이 벙어리가 되어 버리거나, 공격적 질문에 못 이겨 화를 내고 자리를 뜨거나 하는 짠한 장면을 구경하게 되죠. “차라리 저 대응 보다 그냥 우리의 노 코멘트가 더 나은 선택이었어”라며 안도 하게 되는 겁니다. 여기에서는 ‘차라리’라는 표현만 맞습니다. 제대로 준비 안된 인터뷰는 정말 최악의 선택입니다.

A사나 B사나 실패한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문제 없다 평소 이야기하던 A사는 노 코멘트 해 가면서 문제를 인정하는 군. B사와 다를 게 뭐야?’하는 평을 얻게 돼버렸기 때문이죠.

고발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취재 특성과 방향성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고발 프로그램에 적합한 방식으로 대응 하되, 가능한 회사의 이미지와 명성에 데미지가 적은 대응 전략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 중 대표적 대응 전략은 ‘방송 화면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지 말라’는 겁니다. 취재를 거부한다면서 취재진을 밀치고 때리고 카메라를 손으로 움켜쥐며 욕설을 하는 경우. 방송은 재미있어 집니다. 그 다음 대응 전략이 ‘취재진을 이해나 설득시키려 하지 말라’는 겁니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시도를 합니다. 그건 거의 개종과도 유사한 시도거든요. 불가능합니다. 대신 회사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반복 전달’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대응 전략은 ‘개선책을 풍부하게 제시하라’입니다. 문제를 지적하는 방송 취재과정에서 맞서 싸워 이긴 기업은 없습니다. 대신 보도 취지를 이해하고 해당 프로그램의 저널리즘적 노력에 감사하면서 개선책을 강력하게 제시해 이를 방송 되게 만드는 것이죠. 일종의 윈윈(win-win) 전략입니다.

물론 취재 대상 기업이 여럿이고, 자사가 그 중 업계 규모나 중요도에 있어 상당 수준 떨어진다면 ‘노 코멘트’도 하나의 대응 전략은 될 수 있습니다. 자사가 문제에 해당하는 수준에 있어서도 아주 가벼운 경우 ‘노 코멘트’는 의미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한적 대응 전략이 가장 ‘유효한 대전략’이라거나, 매번 일관된 ‘기조 전략’이라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기업 스스로 생각해 보고 대응 전략을 정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평소 우리가 고객을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얼마나 많이 커뮤니케이션 했는가?’ ‘우리가 얼마나 안전, 품질, 가치, 신뢰, 편의에 대해 열심히 커뮤니케이션 해왔는가?’ 평소 그렇게 대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던 우리가 문제가 발생하니 ‘노 코멘트’하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가? 입장 바꾸어 한번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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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편] 사과광고에 대표 성명을 꼭 넣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도 홍보를 하며 사과나 해명광고를 여러 번 만들어 보았는데요. 항상 고민인 게 대표이사 성함을 넣느냐 마느냐 하는 겁니다. 나름 경험을 살려 적용하고는 하는데요. 어제는 CEO께서 물으시면서 그게 어떤 기준이냐 하시더군요. 업계에서도 동일 이슈로 사과광고를 내면 어디는 하단에 대표 성함을 넣고, 어디는 ‘임직원 일동’이라 표시를 해요. 뭐가 기준이죠?”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왜 대표이사 성명을 넣기 꺼려하시죠?’ 혹시 이 질문에 대한 답에 고민의 핵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회사가 사과할 이슈가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회사가 어떤 잘 못을 저질렀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법적인 것이거나, 여론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거나, 혹은 윤리적인 것이더라도 잘못은 잘못입니다.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주체는 상당한 의미를 가집니다. ‘누가 무엇을 잘 못했다’는 것은 사과의 첫 핵심입니다. 또한 ‘누가 앞으로 어떻게 해 다시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하는 것이 두 번째 핵심입니다. 이 두 사과 핵심들간에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죠? 맞습니다. 사과의 주체, 즉 ‘누가?’입니다.

사과의 주체는 잘못을 일으킨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 과일가게에서 맛있게 생긴 복숭아를 훔친 아이가 있다고 칩시다. 이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사과 받아야 할 대상은 당연히 ‘과일 가게 주인’이죠. 그렇다면 주인에게 사과 하는 주체는 누구입니까? 훔친 복숭아를 이미 다 먹어 치운 7살짜리 아이가 물론 첫 사과 주체지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가르친 부모는 어떻습니까? 사과의 주체가 아닐까요? 그 비싼 복숭아에 대한 변제를 7살짜리 아들이 하게 놓아둔 채 사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요?

만약 그 부모가 어린 아들이 비싼 복숭아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별 의심을 하지 않았었다면? 그 부모가 아들이 훔친 복숭아를 함께 맛있게 먹었다면? 혹시 아이에게 복숭아를 훔쳐오라고 시켰었다면 어땠을까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의 책임은 피해 나갈 길이 없어 보입니다. 책임의 정도 차이만 있다 뿐이겠지요.

앞으로 돌아가 ‘사과 광고’에 대표이사의 성명을 명기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그 느낌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표께서 혹시 ‘내가 왜 이런 부정적인 기록에 이름을 남겨야 하는가?’라 묻고 계시지는 않나요? 내부적으로 ‘이런 불편한 사과에 대표님의 존함을 올리는 것은 불경 아닌가?’하는 시각들이 있나요? 혹은 “그냥 ‘OO회사 임직원 일동’ 표시만 하면 될 걸 뭐 그리 오버해서 대표이사 성명까지 명기 하는가?’하는 의견들이 있나요?

좋습니다. 내부적으로 해당 의사 결정이 있었다면 그걸 따라야겠지요. 그렇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이해관계자 수용성과 신뢰에 대한 고민도 한번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특정 행위로 피해나 고통을 받은 핵심 이해관계자들과 이를 구경하는 수많은 공중들의 입장에서 사과문을 들여다 보자는 거죠.

상당히 진중한 사과와 보상책 그리고 향후 개선책을 이야기한 사과 광고를 그들은 읽습니다. 맨 마지막 사과 주체로 각각 ‘OO주식회사’, ‘OO주식회사 임직원 일동’ ‘OO주식회사 대표 OOO’ 이렇게 3가지 사고 주체가 있다고 합시다. 사과하는 회사의 행위가 무엇이냐에 따라 사과 주체가 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사과 하게 된 행위 전반에 대한 책임은 법적으로나 여론적으로 대표이사에게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쏙 빠진 사과문 보다는 대표이사가 주체가 된 사과문이 더욱 ‘신뢰’를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은 이를 통해 해당 회사 대표의 강력한 ‘의지’를 구경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과문이나 사과 광고를 구성할 때 사내적으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맨 말미 사과 주체를 명기할 때 종전처럼 ‘대표 성명이 여기에 꼭 들어가야 할까?’하는 고민 보다 ‘대표 성명이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를 고민하시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더 전략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적 고민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정확하다면 대표이사 성명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실무 임직원들에게 가장 좋은 상황은 대표이사가 직접 ‘제 이름을 명기하세요. 제가 책임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방지에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라 지시 해 줄 때입니다. 반대로 대표이사 개인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도 ‘OO주식회사 임직원 일동’이라 사과 주체를 정하는 일처럼 고통스러운 것이 없습니다. 기업 커뮤니케이터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공중의 ‘실소(失笑)’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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