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대화’는 어디에 있나?

(실제 케이스 1)

와이프와 딸을 데리고 모 싱가포르 스타일 차이니스 레스토랑에 갔다. (그냥 중국집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달라서…어쩔수 없이 이런 긴 명칭을 씀)

여러 음식을 시키고 마지막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스프는 음식들과 같이 주세요!”

주문을 받은 매니저급으로 보이는 남자 직원은 정중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10분 후 스프가 나왔다. 달랑 먼저 나왔다. 그 이후 어색한 10분이 흐르고 나서야 음식들이 차례로 서빙되었다. 우리는 식어가는 스프를 앞에다 놓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번도 우리가 그렇게 해달라 해도 그렇게 서브를 한적이 없어. 앞으로 그러지마”

와이프가 이야기했다.

궁금하다. 왜 그 매니저는 “예, 알겠습니다!”라고 정확하게 약속을 했었을까? 기억력이 없는 것일까? 약속을 지키지 않는 습관 때문일까? 아니면 손님을 무시하는 걸까? 왜 매번 그 식당에서 동일한 손님의 요청이 한번도 지켜지지 않을까?

어제 식은 스프를 음식과 함께 먹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됐다. 커뮤니케이션 그 중에서도 ‘대화’의 어려움에 대한 것이다.

(실제 케이스 2)

가끔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아주머니들의 휴대 전화 통화(대화)를 엿들어보자.

“여보세요? 응, 응, 나 지금 집에 가고있어. 응, 집에 가고 있다고. 응 응…아니 집에 간다니까. 거긴 너무 늦어서 못가구…응..응? 아니 내가 집에 가는데 거길 어떻게 가냐구…그래 나 집에 간다니까. 그래 그래 집에 갈 테니까 그러니까 집에서 봐. 그래…집에 엄마 간다. 그래 집. 그래 끊어”

5분동안 소리를 지르면서 대화를 하는 듯 해 보이는데 사실상은 대화의 품질이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공유에 있어서 거의 실패하거나 비효율적인 결과를 맺고 대화를 종료한다. 왜 이 아주머니는 평생동안 대화를 진행해 왔던 딸과 단순한 메시지 하나 ‘집에 감’을 공유하기 위해 수십번의 동일한 메시지들을 반복 반복해야만 했을까?

소셜미디어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셜미디어상에 얼핏 보면 대화가 존재하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 어디에 보아도 진정한 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댓글이 대화인가? 아니다 그냥 단순한 신호 교환이라고 본다. 애인 사이가 아닌이상 블로그 포스팅 하나에서 댓글로만 10-20번 대화를 진행하는 사람은 없다.

트랙백이 대화인가? 나에게 건 트래픽을 찾아가 댓글을 다는게 진정 대화인가?

솔직히 남의 포스팅을 항상 한자 한자 꼼꼼히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RSS리더기에 수록된 그 수많은 insight들을 깨알을 짚어 내듯이 읽어 내는 사람의 비율은 또 얼마나 되나?

트위터상에서 수없이 많은 RT들이 반복되면 그건 대화라고 볼 수 있을까? 그 공유의 질을 볼때 효율적인가?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단편적이거나 직선적인 신호 교환들을 진정한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

오프라인에서도 진정한 대화를 우리는 평소에 얼마나 경험하나? 배우자, 자녀, 직장동료, 친구와 진짜 대화를 일주일에 몇번이나 나누나? 필요한 모든 것을 대부분 그들과 대화를 통해 충분히 공유하고 있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 ‘대화’라는 것을 상당히 익숙한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만족할만하게 오프라인에서 대화를 해 왔다고 전제하는 듯 하다. 그래서 소셜미디어상에서도 오프라인과 같이 대화에 열중하는게 이롭다고 이야기 하는 듯 하다.

하지만….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다. 사람에게 진정한 의미로서의 대화는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유사 대화에 표피적으로 감격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소셜미디어상 대화는 그냥 그런 것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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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12의 “진짜 ‘대화’는 어디에 있나?”에 대한 답변

  1. http://myage.myid.net/ 아바타

    공감합니다. 저는 SNS를 사회생활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침대 위의 애인과 나누는 대화와 회식자리에서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가 틀리듯.. 그렇게 따지고들면 ‘대화’의 종류가 틀리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1. 정용민 아바타

      그렇지요. 분명 틀린점들이 있지요…감사합니다.

  2. 어복민 아바타

    RSS 리더기에 등록된 많은 포스팅을 대충 읽지만~ 정용민님 포스팅은 꼼꼼히 읽어보고 있습니다^^ 이 글은 참 공감이 되네요. 온라인에서 대화와 소통을 이야기 하기 전에 어디에서나 진실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1. 정용민 아바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바 같이 소통에는 사람이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3. 유니스(Eunice) 아바타

    저도 RSS 등록은 괜히 읽어야 한다는 압박을 주는 것 같아서 안 하고, 제가 보고 싶을 때마다 ‘보고 싶은 글이 있는 블로그’를 직접 방문해요. 정 대표님 블로그도 그 중의 하나이죠. 나름 꼼꼼하게 보고 푸하하하~ 웃음을 터트리기도 해요. 진지하게 공감하기도 하고요~ 항상 멋진 인사이트를 담아주시니까요 ^^

    소셜미디어 상에서 의미없는 신호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가끔씩은 진흙 속의 진주를 찾듯이 Soul Talk도 가능한 분들도 만난답니다. 지난 주에 연나-박연희 실장님을 만났어요. 온라인에서만 이야기하다가 처음 뵜지요. 그런데 그 동안 온라인으로 대화를 많이 주고 받아서인지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참 가치있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답니다. 결국 미디어를 활용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는 것 같아요. 미디어는 결국 미디어(매개체)이기에….^^

    1. 정용민 아바타

      연나씨를 만나셨군요. 맞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오프라인이 더 정감은 가죠? 감사합니다. 🙂

  4. bbom 아바타

    소셜미디어상 대화는 그냥 그런것이다. 잘 읽고 갑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네요~

    1. 정용민 아바타

      그냥 그런식이라는 거죠…뭐 🙂

  5. 단군 아바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단은 진지한 대화를 하려면 자신이 지닌 모든 계급장 죄다 떼고 임해야 한다고요…그런데 자신이 지금껏 쌓아온 계급장 떼고 정말 한 판 붙어서 대화 하려고 하는 사람들, 글쎄요 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 것이리라는 생각을 합니다…>_<...왜?, 위신 깍일까봐 그렇지요?...ㅋㅋㅋ...그러니 죄다 트위터로 몰리고 트위터가 뭔 엄청난 꺼리나 되는 몬양 지지고 떠드는 거겠지요?... 제가 제 블로그에 링크 걸어두고 종종 들어가서 자양분 섭취 하려고 시도 하는 몇 분의 개인 블로그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 분들 중에서 상당수가 이 쪽 Marketing, PR, Risk Management, Starategic Planner 등등이 계십니다, 그런데요, 웃긴건 이 분들도(자신들을 프로라고 소위 지칭 하시는 분들) 대화가 자신이 의도한 바에서 조금 삐걱한다 싶으면 걍 일언지하에 내칩니다...그런 정신 상태로 모 고객(Mother Company, Employer)을 대하고 자신들의 모 고객에게 사용자들(End Users, Customers) 뒷 통수만 치게할 궁리만 하고 있으니 원... 저 예제의 아주머님의 경우에는 자신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대해 오셨는지 단적으로 들어 나는것 같습니다...과거에 간다고 해놓고 않갔겠지요, 그런 행위를 수시로 했기에 그 분의 따님이 재차 믿질 못하고 따져 묻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역시, 글 잘 읽었고요, 혹시나 인터넷에서 10번 20번 대화 하는 예제를 보시겠다면 제 블로그의 이 글을 예제를 삼으시면 어떨까요?...^^...감사합니다~ http://theparks.allblogthai.com/36

    위엣 글이나, 아랫 글(정 부장님 이거 광고 아닙니다~…^^)

    http://theparks.allblogthai.com/75

    또, 들르겠습니다~

    1. 정용민 아바타

      멋진 사진들과 히스토리들 감사합니다. 🙂

  6. 방문자1234 아바타
    방문자1234

    2번 케이스의 경우에는 ‘집에 감’이라는 메세지를 공유하기 위한 대화가 아니라 ‘거기’에는 가지 않고 집에 갈 거라는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주장같아 보이는 건 기분탓일까요?

    1. 정용민 아바타

      흥미로우신 생각이십니다. 그럴수도 있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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