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님께서 지난 해 말에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아주 난감한 질문을 하나 받으셨습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관련해서는 조만간 정리해서 알려주겠다’하셨는데요. 수개월 지난 지금까지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요. 그냥 이렇게 있는 것이 나을지 어떨지 모르겠네요?”
컨설턴트의 답변
타운홀 미팅 현장에서의 “조만간 정리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는 단순한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약속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이 수개월째 지켜지지 않은 채 공중에 떠 있는 것이 문제고요.
불교 철학에서 열반(涅槃)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불이 꺼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그 꺼짐은 억지로 불을 끄는 것이 아닙니다.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 더 이상 장작을 던져 넣지 않는 것, 그것이 열반에 이르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지금 상황에 대입해 보면, 흐르는 매 시간이 바로 장작입니다. 대표님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매 하루가, 그 불꽃에 새로운 장작 한 개비를 던져 넣는 행위와 같습니다.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그 약속을 잊지 않았습니다. 말하지 않을 뿐입니다. 조직 내부에서 그 침묵은 “역시 대표는 말만 하는 사람”이라는 해석으로, 혹은 “그 질문이 불편했던 것”이라는 추측으로, 서서히 신뢰의 균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이미 내부 신뢰 훼손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답이 완전하지 않아도 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완벽한 답을 기다리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해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질문을 대표님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고 싶은 것입니다. 지금 가진 답이 70%라면 70%를 전달하고, 나머지 30%는 어떻게 찾아가겠다는 로드맵을 함께 제시하면 됩니다. 불완전한 답에 성실한 태도가 더해지면, 그것은 완전한 답보다 더 강한 신뢰를 만들어 냅니다.
둘째, 함께 답을 찾자고 해야 합니다. 대표님 혼자 답을 찾으려고 수개월을 보낸 결과가 지금입니다. 다른 방법을 써야 합니다. 직원들에게 함께 방법을 고민하자고 제안하십시오. “나는 여러분의 질문을 계속 생각해 왔습니다. 혼자서 해결하려 했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그 답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이런 메시지는 약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강력한 리더십의 언어입니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를 투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것 역시 진지하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신호로 직원들은 받아들입니다.
셋째, 다음 커뮤니케이션 시점을 스스로 선언하십시오. 지금 당장 모든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 최소한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다시 업데이트 드리겠다”는 약속이라도 해야 합니다. 데드라인이 있는 약속은 침묵보다 훨씬 강합니다. 그 데드라인을 스스로 지키는 행위가 쌓일 때, 신뢰는 회복됩니다.
지금 위험한 것은 그 질문 자체가 아닙니다. 그 질문 이후의 침묵입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신뢰는 조용히 소멸하고, 조직 안에는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리더’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다음 타운홀 미팅에서는 아무도 질문하지 않습니다. 이미 답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진짜 위기입니다.
열반은 불을 억지로 끄는 것이 아닙니다. 장작 던지기를 멈추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십시오. 그것이 유일하게 장작을 내려놓는 방법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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