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CEO·최고경영진

  • Only the Paranoid Survive

    이쪽 PR 에이전시 업계에서 일하는 후배들이나 우리 AE들을 바라볼 때 여러가지 찹잡한 생각들이 많다. 사실 나 조차도 아직 인생의 반을 산 것 뿐이지만 (아니면 인생을 거의 다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을찌도 모르겠다…) 후배들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적절한 답을 찾고 있는 건지 참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 남자로 태어나 군대를 다녀오고 또 요즘엔 남들도 가니 나도 간다는 대학원을 졸업하면 나이가 벌써…27살 또는 28살이다. 20대 초반에 업계로 쏟아져 들어오는 미국 시장의 경우와는 이미 스타팅 포인트가 틀리다. 게다가 가뜩이나 늦은 입성에 영어 습득 등을 핑계로 다녀온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경력까지 더하면 거의 서른을 바라보는 철지난 신상들이 업계에 들어오게 된다.

    PR 에이전시 업계의 정년은 언제인가? 실질적 업계 정년은 마흔이다. 마흔이 넘으면 그 다음부터는 무언가 Added value를 가져야 한다. 나이 마흔이란 Added value의 소유 여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데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AE 출신들 대부분은 나이 마흔까지 업계에 일관되게 머무르지 않는다. 그리고 일부 머무르는 선수들의 경우에는 AE 일선의 업무에 치여 Added value에 대한 정의 조차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개인적인 이슈일 수도 있지만 업계 이슈일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남자로서 PR 업계에서 제대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약 10-15년이다. 그만이다. 스타팅 년봉 2500으로 시작해서 1억으로 끊는다고 이상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동 기간 총 수입은 6억가량이다.

    나이 마흔에서 마흔 다섯에 회사문을 나서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젊은 시절 PR을 했으니 당연히 PR을 해야 하겠지만…에이전시의 리트머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늙은 AE가 어디서 어떻게 PR을 하나?

    일부는 새로운 에이전시를 차린다. 하던일을 사장이 되서도 직원 몇 명들과 힘겹게 한다. 물론 돈은 근근히 번다. 여전히 힘들다. 나머지 이도 저도 못하는 대부분은 전업을 한다. (이 부분은 다른 업종 종사자들과 같겠다) 치킨집을 하던가, 와이프와 가게를 차린다. 아니면 아는 지인의 회사에 입사해 도와주면서 세월을 보낸다. 그게 현실이다.

    나이 마흔에서 마흔중반이 앞으로 살아 나가야 할 기간은 30-40년이다. 이 기간동안 고정적이거나 어느정도 규모 이상의 수입이 없어진다는 것은 인생 설계에 있어서 절반의 실패를 의미한다. 더구나 이 시기는 자녀들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정도의 위치에 있어서 아이들을 키워 교육하고 결혼을 시키는 나이까지는 더욱 더 큰 고통이 따른다.

    에이전시에서 PR AE를 하다가 인하우스로 전직을 하는 경우에도 그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기업에서 임원은 조직의 꽃이다. 더구나 공채가 아닌 외부 에이전시 출신이 홍보 임원을 다는 것에는 상상 이상의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겠다. 대형 외국 기업에 들어가더라도 40대 이전에 어느 정도 임원 승진 라인에 올라 있어야 할 것이며, 이 또한 소수에게만 정해진 좁은문이다. 어짜피 40대를 지나면 큰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온다. (에이전시의 경우에는 professional service를 팔수도 있지만 인하우스 출신들은 사실 이런 비지니스에 많이 낯설어 한다.)

    우리나라 PR AE들의 경우 자신 인생의 1차 데드라인 까지를 딱 10년이라고 보자. 자신이 업계에서 3년을 지냈다면 앞으로 7년도 남지 않았다 생각하자. 1차 데드라인을 어떻게 넘길 것인지, 그리고 그 이후 30년 이상은 무엇으로 살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PR 에이전시는 기본적으로 professional service business를 한다. 기업들의 business가 계속 진행되는한 꼭 필요한 professional service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agency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스스로 한번 물어 보자.

    “나는 어떤 professional service 부분에서 프로페셔널인가?”

    그에 대한 답변이 있다면 50%는 다행이다. 긍정적인 답변이 있다면 일단 1차 리트머스 테스트는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답변이 가능하다면 그 후에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자.

    “그 professional service 분야에서 내가 top인가? The very best인가?”

    이에 대한 자신있는 답변이 있다면 이후 30년도 자기관리와 카이젠을 통해 남보다 더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AE들이 이 두 개의 답변에 적절한 답변을 준비 하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개인 AE 자신과 함께 에이전시 선배들과 CEO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말로만 PR agency as professional firm을 외칠 뿐 ‘how to’에 대한 적절한 답변과 가이드 지원을 해주지 않은 선배들과 CEO들이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이 길을 제대로 만들어 주지 못한 책임이다.

    Guides for the Paranoid who Survive

    1. Urgency를 가져라
    2. 지금이라도 빨리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profesional service를 선정하라
    * 해당 professional service는 현재 또는 미래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에게 잦은 수요가 있는 것이 유리. 그러나 잊지 말 것은 수요가 많은 곳에는 공급도 많고, 경쟁이 심하다는 것. 또한 국내 처럼 인력풀로는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한 많은 인력들이 가격경쟁에 몰입하므로 risky하다는 것 감안.
    3. 일단 자신만의 professional service를 정했다면 열심히 공부하고 관련 프로젝트들을 다양하게 실행하면서 deep dive해라.
    4. 자신만의 브랜드를 키워라.
    5. 컨설턴트로서의 능력과 철학을 배양해라.

    Good Luck.

  • Number Works

    세계적인 PR 에이전시의 최고위 임원진이 우리 회사를 방문해서 우리 사장님과 나와 같이 캐쥬얼 회의를 했다. 일단 에이전시들끼리 만났으니 서로 서로 자신의 에이전시를 소개한다. 우리 회사 소개 슬라이드를 보면서 프리젠테이션을 듣던 그 고위임원분이 하시는 말씀.

    “내가 여러 에이전시들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너희 저 슬라이드들이 참 맘에 든다. 많은 PR 에이전시들이 숫자에 익숙하지가 않고,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평가하는 데 적용도 하지 않는데…너희는 다른 것 같다.”

    내가 이야기했다.

    “우리는 4개의 dimension으로 우리의 publicity 활동을 평가한다. 그 4개의 결과만 있으면 좀 더 나은 전략 개발이 가능해 지지.”

    광고 에이전시가 성장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어찌됐건 숫자들을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준다는 거다. 월 수십억을 TVC에 쏟아 부으면서 숫자가 없으면 어떻게 그 예산을 합리화할 수 있을까. PR이야 전체 기업 예산에 있어서 새 발의 피라서 간과하는 것일 뿐, PR에게도 숫자는 필요하다.

    그 임원은 또 이런 말을 한다.

    “근데 사실 인하우스나 PR 에이전시나 리서치를 통해 숫자를 만들어 낸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지. 너희가 보여주는 저 슬라이드처럼 성공적인 결과들이 숫자로 나올 때는 모르겠지만, 그 반대일 때는 그게…”

    참 맞는 말이다. 그래서 사실 PR의 평가를 주저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하지만, PR 전략이라는 것을 구성하면서 아이디어에만 몰두하는 PR 실무자들이 참 안타깝다. 숫자들을 보고 읽고 그 안에서 전략을 끌어내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사후 평가 기준면에서나 가장 적절한 프로세스인데. 그게 안된다.

    우리 클라이언트들을 위해서 우리의 4D Performance Tracking System을 제안해도 일부 인하우스들은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숫자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모르겠다. 어느 정도 평가를 받는다는 것에 두려움이 있을찌도…

    PR이 발전하려면 숫자와 친해져야 한다. 그건 진리다.

  • 이제야 보다는 이제부터…

    “CEO는 같은 질문에 1000번 같은 답변 해야” – 최태원 SK 회장, 조직 내 일관된 철학 강조 [중앙일보]

    SK 최태원 회장께서 핵심 메시지와 커뮤니케이션 활용에 대한 큰 insight를 SK의 신입사원들과의 대화 사내 방송을 통해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를 보면서 ‘이제야’ 보다는 ‘이제부터’라는 해석이 필요하겠다. ‘이제부터’ 다른 기업들도 이런 깨달음이 있을 테니 말이다. SK가 그래도 빠른 기업이니 말이다.

  • GS 칼텍스에게서 한수 배우다

    GS 칼텍스에게서 한수 배우다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김경해 사장님께서 기업과미디어 기고를 통해 GS칼텍스에게서 배운 다섯까지 큰 원칙을 언급하셨다. 상당히 다른 기업들에게 motivating되는 부분들이 많다.

    ①기업 맨트라(Mantra) 원칙

    ②투명성(Transparency) 원칙

    ③신속성(Speed) 원칙

    ④CEO의 리더십(Visibility) 원칙

    ⑤협조(Cooperation) 원칙

    동감이다. Great Case다.

    [김경해,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사장, 한국위기관리전략연구소 소장]

  • 완전무죄 @ 여론의 법정

    법적인 법정에서는 피고(예를 들어 비유하자면 한화)의 유죄를 법정이 밝힐 때까지 피고는 무죄지만, 언론으로 대변되는 ‘여론의 법정’에서는 이슈에 휘말리는 순간, 자신이 무죄라는 것을 밝힐 때까지 ‘유죄’로 낙인 찍히게 된다. [김호, The lab H, 위기관리: ‘균형의 공식’을 잊지 말라]

    The Lab H 김호 사장님이 동아비지니스리뷰에 기고하신 글 중 위의 문장이 참 맘에 든다. 항상 멋진 insight들을 구조적으로 잘 정리해 주신다.

    단, 여론의 법정에서 ‘자신이 무죄라는 것을 밝힐 때’ 과연 ‘완전무죄’라 공중에 의해 인식되는가…하는 것에는 사실 부분적으로 의문이다. 여론의 법정에서 완전무죄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여론의 법정에서 완전무죄의 존재를 믿는 한 진정한 위기관리가 도리어 힘들어 지지는 않을까?

    여론의 법정에서 과연 (완전) 무죄 판결이 가능할까?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 왜 조직은 위기시 비이성적인가?

    (참고: 상당히 긴글입니다)

    지평의 mu님께서 위기관리와 평판에 대한 아주 과학적이고 또한 현실적인 멋진 포스팅을 해 주셨습니다. 제 이전글과 mu님의 글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하나 드는 추가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왜 삼성 같이 이성적인 조직이 위기시에는 비이성적으로 행동할까?”

    좋습니다. 삼성을 빼고 다시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이 굳이 삼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왜 이성적인 조직들이 위기시에는 비이성적으로 행동할까?”

    mu님께서는 그 원인을 인간의 뇌구조별 역할에 촛점을 맞추셔서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참 insightful한 설명이십니다. (항상 멋진 정보들을 주셔서 아주 고맙습니다.)

    저는 조직적인 원인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위기가 발생되면 보통 CEO에게 보고가 됩니다. 특히 회사 내외부의 큰 문제는 CEO 보고가 최우선 대응 절차가 되겠습니다. CEO는 보고를 받고나면 일단 기분이 나쁩니다. 가뜩이나 처리할 많은 문제들이 많은데 이렇게 중대한 사안들이 자꾸 보고 되니 마음도 불편하고, 짜증도 나겠지요.

    특히 오너 그룹사들의 CEO들이 전문경영인일 경우에는 자신의 프로파일하고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민감합니다. 자칫 노조문제나 산재처리 문제로 자신의 사내 입지가 불투명해지면 향후 커리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CEO들이 위기에 접했을 때 본능적으로 떠올리는 생각은 ‘조용한 무마’가 일반적입니다. 그룹 오너에게 소리가 안들어가게, 사내외로 안알려지게…조용히 사건 당사자들과 실무선에서 적당히 처리하는 것 만큼 이상적인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위기가 그렇게 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일 때 CEO가 다음 선택으로 하는 포지션이 무엇일까요? 조용한 무마가 힘들다면, 그 다음은 ‘회사의 이익을 대변한 강력한 대응’으로 대상을 무력화 시키는 것입니다. 이왕 벌어진 위기를 자연 소멸시킬 수 없다고 판단되면, 아주 강력한 리더십(?)으로 해당 위기를 인위적으로 소멸시켜야 사후에 어느정도 정상 참작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거지요.

    이런사례들은 예전 70-80년대 그룹사 리더들이 보여준 대노조정책, 대직원정책, 대정부정책, 대언론정책에서 많은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대응 포지션에서 재미있는 점은 그러한 대응이 성공하면 사내외적으로 강력한 리더로 재포지셔닝이 되고, 여러가지 무리를 일으켜 실패하게 되면 아주 악독한 깡패가 된다는 것입니다.

    CEO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위기관리 과정에서 더욱 더 냉철하고, 압도적이며, 안전한 방법들을 강화하게 합니다. 이를 위해 법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지원을 받습니다. 또한 각종 stakeholder들로 부터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실무진들을 움직입니다. 그 예가 홍보팀과 대관업무팀, 그리고 HR의 노무팀들이 되겠지요.

    여기서 또 재미있는 부분은 CEO의 위기대응 포지션을 좀더 강화하기 위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협조한다는 것이지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항상 조직을 뒤로 하고 (멀리 떨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디언스 즉, 공중들을 바라보고 살펴야 하는 사람들인데, 반대로 CEO를 바라보고 공중을 등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렇죠. 일종의 타협이라고 하는데…글쎄요.

    정확하게 말해서 해당 CEO의 그러한 포지션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는데 있어서 옳은 포지션이다 하면 그보다 더 좋은 카운슬링 환경은 없겠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CEO의 경직되고, 인간미없고, 오만한 포지션이 절대 해당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판단되면 전문가들은 CEO를 설득해야 합니다. 조직이 성공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런 설득의 결과는 항상 뻔합니다.

    왜냐하면 CEO는 해당 위기가 ‘회사의 위기’ 이전에 자신의 인생이 걸린 ‘개인적 위기’이기 때문에 조직적인 차원의 중장기적 접근이 별로 강력한 소구점을 찾지 못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죠. 일종의 방어기재이기도 합니다.

    담배를 피다 걸려 당장 학교에서 짤릴 것 같은 학생에게
    방과후 자율학습을 해야 대학을 가니 같이 공부하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학생에게 제일 시급한 건 일단 정학이나 퇴학은 면하고 봐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그 다음에 대학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거죠. 절대 소구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CEO의 강력한 포지션은 당연히 아래 모든 실무자들에게 정확하게 투영 됩니다. 특히나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들은 그 파급력과 alignment가 더욱 강하죠. 사실 실무자들에게는 공중관, 즉 공중을 바라 볼 수 있는 시각이 부족합니다. 회사의 중차대한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내외부 공중에 대한 시각을 반영해 interactive한 자율성을 발휘한 경험이 부족하고, 그런 시스템도 없기 때문이죠. (그나마 외부 공중을 interactive하게 모니터링하는 곳은 마케팅과 홍보쪽이 아닌가 합니다)

    한마디로 실무자들은 시키는데로 하면 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상당히 내부적인 시각이지만 그게 실무자에게 맡겨진 역할이자 임무죠. 외부공중과의 접점에 있는 이 실무자들이 내부시각을 100% 반영하여 움직이기 때문에 외부 공중들은 그 실무자들의 대응을 보면서- 인간미-를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기계로 보는거죠.

    위기관리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분들이 ‘사과를 진정성을 가지고 해라’ ‘오디언스의 편에 서라’ ‘공감을 표하고 care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라’ ‘단어 선택을 잘해라’ ‘그들의 마음을 읽어라’ ‘충분히 배상하고 용서를 빌어라’ ‘앞으로 나와라. 숨지마라’ ‘인간적인 얼굴을 보여줘라’ ‘빨리 대응해라’…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하는데 사실 이 모든 조언들은 ‘기업을 사람으로 간주할 때 주문할 수 있는 원칙’이라는 겁니다.

    조직은 절대 사람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인간적 주문이 먹힐리 없습니다. CEO는 개인적인 방어가 가장 큰 니즈이며, 실무자들은 CEO의 의중에 부합하게 잘 움직여야 한다는 개인적 니즈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개인적인 니즈들이 조직의 포지션을 구성하기 때문에 당연히 인간미가 있을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죠.

    개인적 니즈 + 개인적 니즈 = 기계적 실행

    그래서, 위기관리에 성공한 조직들이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거지요.

  • 현실과 이론은 다르거든요~??

    기업이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을 때의 올바른 대응방식은 ‘신속·투명·솔직’이란 3대 원칙으로 요약된다.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은폐·축소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거나 장기화한 사례가 적잖다. “사고를 신속히 공개하고, 최고경영자가
    사고수습을 주도하며,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재도약의 계기로 삼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했던 ‘돌발사태와 기업의 위기대응’
    보고서의 결론이다.

    그러나 현실은 꼭 이론처럼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지난해 10월 ‘삼성 비자금 양심고백’이 나오자 삼성 전략기획실은 “근거 없는
    허위폭로가 잇따르고 억측과 오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부인했다. 한화그룹도 지난해 5월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발뺌은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삼성 전략기획실의 고위임원에게 “왜 보고서 내용대로 하지 않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그의 대답은 “현실은 (이론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한겨레, 한겨레프리즘, GS칼텍스의 위기대응]

    한겨레 곽정수 대기자님께서 아주 insightful한 칼럼을 쓰셨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삼성이 움직이지 않았던 사실에 대해 삼성 관계자의 언급까지 포함시켰다.

    흥미롭다. “현실은 (이론과) 많이 다르다”는 답변이. 삼성이라는 조직이 그 보고서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이론’으로 치부한다는 게 놀랍다. 언제부터 기업의 철학이 책장안에 처박아 놀 이론 따위로 변했나?

    • 인간으로서 부모를 공경해라. “현실은 이론과 다르거든요~”
    • 정직해라. 거짓말하지 말아야지? “현실과 이론은 다르거든요~”
    • 도둑질하지 말아. 나쁜사람이야. “에이…현실과 이론은 다르거든요~”
    • 살인하면 안되. 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죄악이야. “헤헤헤…이론과 현실은…”

    입장을 바꿔 놓고 보자는 거다. 아무리 윗 어른께서 시켜서 그럴수 밖에 없었다고 해도 그건 아니다. 이론 타령은 아니다.

  • 기업블로그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들

    지난 주 몇몇 PR 담당자들과 블로그와 기업 블로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insight들을 정리해본다. 결론은 ‘어설픈 기업들은 제발 블로깅 하지 말아라’다.

    1. 개인과 달리 기업에서는 블로거로서 하나의 목소리를 가지기 힘들다
    – 위기시나 신제품 출시 같이 간간히 있는 이슈에도 하나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내지 못하는데, 일상적인 블로깅에서 한목소리를 실시간으로 가져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각 부서별 의견들을 align하는 초강력 시스템 없이는 힘들다.

    2. 기업 블로그를 담당하는 개인 또는 소수의 팀이 영속적이지 못하다
    – 기업에서 job security가 어디 있나. 운영자가 퇴사를 하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 블로그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많다. 운영 스킬도 시시때때로 들쭉날쭉해진다.

    3. 외부 대행사를 사용하면 티가 난다
    – 냄새나는 블로그는 싫다. 예를들어 정부 블로그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블로깅을 하면 누가 이 블로그를 공무원들이 블로깅하고 있다고 보나. 대행사가 하는거지.

    4. 컨텐츠에 재미는 있을찌라도 흥미를 유지하기는 힘들다
    – 하다못해 UCC를 만들어도 사진을 찍어 올려도 품질이 좋을 가능성이 많다. 광고대행사 UCC대행사들을 통해 품질 좋고, 개인스럽지 않은 프로페셔널 컨텐츠들을 과시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왜 우리가 이 컨텐츠를 자주 반복적으로 접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발적 동기 부여에는 부족하다.

    5. 블로그 운영 규정 또는 블로그 자체도 영속적이지 못하다
    – 어떤 이슈나 사건이 있을때마다 블로그 운영 규정이 바뀔수 있다. 사장님이 바뀌어도. 마케팅 임원이 바뀌어도. 이랬다 저랬다 할 가능성이 개인 블로그 보다 더 많다. 심지어 인사 이동 시즌때면 아예 블로그가 없어질 가능성도 많다.

    6. 컨텐츠에 의견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입장이 들어간다
    – 개인 블로거들은 자신의 진정성이 담긴 의견을 포스팅한다. 하지만 기업은 조직의 입장이 우선이다. 기업 블로그 운영팀의 의견이 들어가면 끝이다. 따라서 딱딱하고 재미없다.

    7. 기업 블로거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신중하다
    – 기업 블로그 운영자가 자유롭게 애드립을 할 수 있나? 항상 피상적이고 긍정적인 댓글만 달면 되나? 조직은 개인보다 유연할수 없다. 따라서 흥미가 적다.

    8. 작은 실수나 에러도 비판의 대상이 된다
    – 오탈자. 모호한 표현. 남을 비하하는 표현. 개인이 하면 뭐…그냥 한다. 기업이 하면 이건 아니다.

    9. 자주 공격받는다
    – 기업이 하는 비지니스와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비판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소비자 접점에서 무슨일이 언제 어떻게 벌어질찌 아나.

    10. Engagement의 주체가 모호하다
    – 기업 블로그를 방문한 블로거들이 여기서 누구랑 대화를 하는가에 대해 모호할 때가 많다. 회사랑 이야기 하고 있는 건지…블로깅을 대행한 대행사 아르바이트랑 댓글을 주고 받고 있는건지…이 회사 사장님은 과연 자신의 기업 블로그에 들어오긴 하시는건지…모르겠다.

    11. 인간미가 없다
    – 기업은 개인에게 그냥 기업이다.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시간을 내서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싶은 연인이 될 수는 없다. 태생적으로.

    12. 항상 의심스럽다
    – 기업 블로그의 모든 메시지는 블로거들이 그냥 NAKED 하게 받아들이진 않는다. 메시지의 목적을 의심하고 진위를 검증한다. 이런 일상적인 필터링이 블로거들을 지치게 하고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 받게 한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블로그를 홈페이지로 착각한다. PR을 광고로 생각하는 것 처럼…

    관련 기사: 기업 블로그가 실패하는 까닭은? [헤럴드 경제]

  • communication vs. business/politics

    RSS리더를 통해 구독하고 있는 블로그 indepth story of에서 아주 재미있는 동영상을 하나 구경했다. 일본 광고 대행사와 인하우스간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재미있는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상당히 리얼하다.

    몇가지 이 영상을 통해 얻은 insight들은 다음과 같다.

    • 에이전시 경영진은 항상 yes person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 에이전시 경영진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professional communicator 이전에 Business person이기 때문. 따라서 에이전시 경영진이 yes 하는 것 보다 에이전시 실무자들이 공히 yes하는 PR이나 광고 프로그램이 좀 더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
    • 에이전시 실무자가 파는 논리가 돋보인다는 것. 사실 실무자 자신은 이해가 되지도 않고, 역겹기까지 한 결과물이지만 인하우스의 태클에 상당한 논리를 팔고 있다는 것. 논리를 팔지 못하는 에이전시는 좀비와 다를게 없다는 것
    • 인하우스의 의사결정에는 항상 논리적이거나 과학적인 근거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 항상 인하우스들은 에이전시에게 논리를 사려 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흔히 비논리성이 많은 영향을 과시한다는 것
    • 에이전시는 항상 조율자라는 것. Negotiation의 능력도 필요 하다는 것
    • 거의 모든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활동 중 많은 부분이 쓰레기라는 것
    • 많은 에이전시와 인하우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지니스와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

    리얼하다. 그래서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심난하다.

  • 아쉽다. GS칼텍스.

    이번 GS칼텍스의 위기관리는 몇가지 시사점을 남겨준데서 큰 의미가 있다.

    • 첫째로 스피드 있는 대응이 가장 큰 시사점이다. 발생 직후 즉각적인 일간지 사과광고 진행/기자회견 진행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농심과 동원 F&B 경우에는 광고 조차도 수일이 걸렸다)
    • 둘째, 허회장님의 지시로 초반에 기본 포지션이 확실하게 잡혔다. 또한 그에 연장된 실행 포지션도 쉽게 가다듬을 수 있었다.
    • 셋째, CEO가 전면에 나섰다. (농심이나 동원 F&B는 최초 CEO 노출이 없었다. 동원F&B는 영원히 없었다)
    • 넷째,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표현해서 숨김없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결국에는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되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실행 측면에서 작은 그러나 핵심인 듯한 부분에서 실수가 발견된다. Spokesperson을 여럿 두면 흔히 일어나는 현상인데, 서로 입이 맞지 않는 부분이다.

    나사장께서는 ‘나름대로 보안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자부’한다면서 GS 칼텍스가 아주 무방비였거나, 보안시스템이 취약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나 사장은 또 “나름대로는 보안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췄다고 자부하지만,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안체계를 더 보완하고, 불필요한 고객정보는 수집하지 않는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고객의 소중한 정보자산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그 보안규정의 년식을 1981년으로 밝힘으로서 2008년에 살고 있는 현재의 오디언스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 1981년이면 국내 기업이나 개인에게 PC가 지금 처럼 보급되기 전이다. 인터넷이나 온라인 보안시스템은 더더욱…그렇다. 얼핏 들으면 오랫동안 보안관리규정을 세워 잘 지켜온 듯 하지만, 년식이 너무 오래되어서 현재 위기발생 원인을 잘 관리했을찌 의문이 생겨난다.

    GS칼텍스 측은 자사의 보안관리 규정에 대해 “보안관리를 위해 1981년부터 별도의 보안관리규정을 신설해 관리·감독하고 있으며 보너스카드 고객정보는 별도의 고객정보관리책임자 및 관리담당자를 통해 별도 관리하고 있다”며 “현재 회사 및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개인정보 위탁업체 직원 12명에게만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

    마지막으로 CEO, 마케팅 부문장들과 함께 기자회견 답변을 진행했던 IT팀장이 원인 및 가능성에 대해 너무 세부적으로 언급하면서 앞서서 나사장이 강조해 이야기 했던 ‘나름대로 보안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췄다’ 했던 말을 무색하게 해버렸다.

    한편 GS칼텍스 김현철 IT기획팀장은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현재 보안 규정과 관련해 “현재까지 GS칼텍스는 회사 내부에서 작성한 문서를 노트북으로 담아 회사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으며, USB 등의 이동식 매체로도 가지고 나갈 수도 있다”고 답해 내부인에 의한 의도적인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뉴시스]

    일련의 기자회견 답변 내용을 분석하면 오디언스들은 ‘내부 문서를 노트북으로 운송 가능하고, 이동식 매체 보안도 안되있는 GS 칼텍스의 1981년 버전 보안 규정 및 시스템이 이 사건의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릴수 있겠다. 또, 나사장께서 강조하신 ‘자부하고 있다’는 언급은 거짓말/허풍으로 보여질 가능성이 많아졌다.

    가능한 Expected Q&A를 세부적으로 서로 연결이 가능하고 보완성을 가질수 있도록 정교하게 구성해야 하는데..아주 핵심적이고 단순한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단순한 서로 입이 맞지 않았다고 치부하기에는 조금 씁쓸하다. 애드립은 절대 안된다.

    P.S. 참고로 You Tube가 1985년에 비지니스를 시작했었다면 이랬을 것이다…이런 동영상이 있습니다. GS칼텍스가 1981년에 보안규정을 만들었다니 이 당시 보다 4년 빠른 비지니스 환경이었겠네요. 롱롱타임어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