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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의 실수로 벌어진 위기인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번 사건도 그렇습니다. 이건 엄연히 저희 직원이 직무상 실수를 해서 발생된 사건입니다. 그에 대해서 회사가 해당 직원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 내부적으로 조치를 했고, 대표께서도 도의적으로 사과를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계속 회사를 비판하는데요.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먼저 조금 냉정한 말씀부터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느끼시는 억울함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실수한 직원에게 책임을 물었고, 대표께서 도의적 사과까지 하셨는데도 비판이 이어지니 심하다 느끼실 만합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위기의 책임은 실수한 그 직원 개인보다 오히려 회사 쪽이 더 큽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을 회사가 놓치고 있기에 비판이 잦아들지 않는 것이지요.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James Reason)이 제시한 ‘스위스 치즈 모델(Swiss Cheese Model)’이라는 유명한 사고 이론이 있습니다. 큰 사고가 터지면 사람들은 대개 실수한 한 사람을 찾습니다. 그러나 대형 사고는 결코 한 사람의 실수만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조직에는 여러 겹의 방어선이 있습니다. 설계, 검수, 결재, 교육, 감독, 그리고 조직문화까지. 마치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를 여러 장 겹쳐 놓은 것과 같지요. 평소에는 한 겹이 뚫려도 다음 겹이 막아 줍니다. 그런데 이 구멍들이 어느 순간 일직선으로 정렬되는 순간, 위험은 그대로 관통해 사고로 터지고 맙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입니다. 사고가 최일선 담당자의 손에서 터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검수와 결재, 교육과 문화라는 방어선을 ‘모두 통과한’ 결과라는 사실입니다. 한 사람의 순간적 실수 뒤에는, 그 실수를 걸러내지 못한 여러 겹의 구멍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 구멍들은 대개 경영진의 판단과 조직문화 속에 오래 잠복해 있던 ‘구조적 결함’입니다. 다시 말해 직원은 방아쇠를 당겼을 뿐, 그 총에 실탄을 채우고 안전장치를 풀어 둔 것은 회사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위기관리는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누가 실수했는가’를 찾는 데서가 아니라, ‘왜 우리의 방어선들이 한꺼번에 뚫렸는가’를 묻는 데서 시작됩니다. 전자는 실수한 직원 한 사람을 징계하고 대표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끝나지만, 후자는 회사의 시스템 그 자체를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지금 공중이 비판을 거두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압니다. 이번 사건이 ‘어쩌다 한 직원이 저지른 일탈’로 정리되는 순간, 똑같은 사고가 언제든 다시 일어나리라는 것을 말이지요.

    이번 위기를 우연이나 개인의 일탈로 정의해 버리면, 문제의 핵심인 내부 체계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습니다. 구멍 뚫린 치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다음 사고는 예정된 수순이 되지요. 반대로 회사가 ‘이것은 우리 시스템의 문제였다’고 직시하고 그 방어선을 하나하나 손보기 시작할 때, 비로소 비판은 잦아들고 신뢰는 회복의 길로 들어섭니다.

    직원의 실수를 감싸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 실수를 개인의 것으로만 돌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최일선의 실수를 걸러내는 것이 바로 회사의 체계이고, 그 체계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 경영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억울함을 잠시 내려놓고 회사가 스스로 더 큰 책임을 지겠다고 나설 때, 그 위기는 비로소 반복의 고리를 끊고 관리되기 시작합니다.

  • 5. 준비가 곧 위기관리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CEO를 위한 스토익(Stoic) 위기관리 원칙

    첫째, 위기관리를 기술의 문제가 아닌 철학과 준비의 문제로 재정의하라.

    둘째,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위기 요소를 찾아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라.

    셋째, 사전 준비를 통해 이해관계자의 반응까지 미리 파악해 두어라.

    위기가 마주한 기업은 위기관리 컨설턴트를 불러 종종 이렇게 질문한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합니까?” 어떤 기업은 컨설턴트 여럿을 동시에 불러 마치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듯 그 질문에 대한 각자의 제안을 경쟁시키기도 한다. 기업이 그저 위기관리를 기술의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기업은 이미 위기관리의 절반은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위기관리는 기술이 아니다. 위기가 발생한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 것은, 위기관리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실패의 질문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수 천 년 전 이미 준비에 관해 일관된 목소리를 냈다. 에픽테토스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그것에 대해 훈련하지 않은 사람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것에 압도당한다.”고 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의 자리에서도 매일 아침 닥쳐올 수 있는 어려움을 먼저 떠올리는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준비는 사건 이후가 아니라 사건 이전의 일이라는 가르침이다.

    기업 위기관리도 이와 같다. 진정한 위기관리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위기 요소를 사전에 찾아내고, 그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본체다. 여기에는 기술이 개입하지 않는다. 개입하는 것은 경영진의 철학이고, 조직의 심사숙고이며, 일상적인 훈련이다.

    위기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업 위기에는 사전 신호가 있다. 내부 갈등의 누적, 안전의식의 미비, 거버넌스의 허점, 규제 환경의 변화, 협력사 리스크의 증가, 핵심 인물의 행태 변화. 이 신호들은 위기가 터지기 한참 전부터 이미 조직 안에 존재한다. 그것을 포착하고 관리하는 기업과 그것을 외면하거나 인식조차 못하는 기업은, 같은 환경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를 맞는 것이 당연하다.

    위기 요소를 체계적으로 식별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단순한 리스크 목록 작성이 아니다. 각 위기 요소가 현실화될 경우 어떤 경로로 확산되는지, 어떤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조직의 어떤 자원이 소진되는지를 미리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일이다. 이 작업이 완료된 기업은 위기를 맞았을 때 낯선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다. 이미 한번 겪어본 상황에 다시 들어서는 것이다.

    수험생에게 가장 효과적인 시험 준비는 기출문제 풀이다. 실제 시험에서 여러 번 출제된 문제의 유형과 수준을 미리 경험해 보는 것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준비도 정확히 이와 같다. 우리 기업과 여러 타사들에게서 발생된 위기의 유형을 미리 분석하고, 각 유형별로 이해관계자의 반응과 대응 방향을 사전에 예상하여 대응을 설계해 둔 기업은,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전혀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된다.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 기업과, “우리는 이 상황을 이미 검토해 두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기업의 차이는, 위기의 첫 72시간 안에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자는 논의의 출발점을 그 자리에서 찾기 시작한다. 후자는 이미 합의된 방향 위에서 실행을 앞두고 있다. 이렇듯 위기의 골든타임 또한 준비된 기업에게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다.

    세네카는 말했다. “행운은 준비된 마음을 만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이 말은 위기관리에서도 그대로 성립한다.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조언도,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위기 대응 매뉴얼도 모두 준비된 조직을 만났을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 준비되지 않은 조직에게 기술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성공하는 기업 CEO에게는 이 개념적 정렬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위기관리란 위기가 발생한 이후의 기술적 대응이 아니라,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의 철학적 준비라는 것. 준비 없는 위기관리는 어렵고 힘들다. 실패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반대로 준비된 기업에게 위기는 조직의 역량을 증명하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준비가 곧 위기관리다. 이 명제는 단순하지만, 실천하는 기업은 여전히 드물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피플워치에 연재한 [정용민의 CEO 탐구생활] 칼럼입니다. 원문: 피플워치

  • 자극 없는 자극은 소멸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한 업계의 담합 사실이 적발되어 크게 논란이 되는 상황을 모니터링 중인데요. 그 담합 제품을 받아 오래 사업해 온 곳에서 언론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담합 기업들에게 손해배상을 받아야겠다는 거죠. 저희가 볼 때는 그 회사들이 그런 자극에 대응해도 실익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아주 근본적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만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착각이라는 사실입니다. 위기는 말로 풀리지 않습니다. 실제 행동과 커뮤니케이션이 함께 갈 때, 비로소 위기관리, 더 정확히 말하면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정도가 겨우 가능해질 뿐이지요.

    애초에 사후 위기관리에는 ‘성공’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위기가 발생한 그 순간, 위기관리는 이미 절반 이상 실패한 것입니다. 그 다음부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피해를 줄이기 위한 데미지 컨트롤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데미지 컨트롤 안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해낼 수 있는 몫은 생각보다 훨씬 제한적입니다.

    질문하신 다른 업계 상황도 본질은 같습니다. 담합이 적발된 회사들을 향해 거래처들이 손해배상을 외치며 대대적인 언론전을 펼치고 있다 하더라도, 그 회사들이 커뮤니케이션으로 맞대응 해 얻을 실익은 없습니다. 효과도 없습니다. 이것은 처음부터 말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담합이라는 행위와 그로 인한 실제 피해, 그 자체가 본질인 사안에 말의 응수를 더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는 일입니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드실 겁니다. 그렇다면 회사들은 ‘그저 침묵한 채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먼저 ‘침묵’입니다. 대응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는, 침묵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때 ‘낫다’는 것은 옳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설프게 커뮤니케이션에 나서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이라도 낫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침묵이란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공중을 향해 메시지를 내보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공개 대응은 실익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잠잠해지려던 언론의 관심과 거래처의 분노를 계속 자극할 뿐입니다.

    자극 없는 자극은 소멸합니다. 상대가 던진 자극에 아무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 자극은 갈 곳을 잃고 스스로 사그라듭니다. 그런데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맞자극을 더하는 순간, 최초 자극을 시도했던 거래처는 더 큰 명분과 에너지를 얻어 그 공세를 더 오래, 더 강하게 키워 나가게 됩니다. 불은 끄겠다고 휘저을수록 더 거세지는 법이지요. 도전에 일일이 응전하지 않는 것, 그것 역시 하나의 전략, 곧 전략적 침묵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전략적 침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공개적으로 말을 아끼는 그 시간에도, 거래처와의 수면 아래 협의와 논의는 멈추면 안 됩니다. 겉으로 조용한 기업이 물밑에서는 오히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공개 대응을 멈추는 것과 문제 해결을 멈추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진짜 위기관리는 늘 조용한 수면 아래에서 이루어집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보여지는 게 중요하다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어떻게 보여지는지가 실제로 중요합니까? 아니면 무엇을 제대로 하는지가 중요합니까? 윗분들은 항상 남들이 어떻게 볼지에 대해 과도하게 고민할 시간에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살피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저희가 볼 때 이게 평시와는 다른 위기상황에서는 좀 의미가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컨설턴트의 답변

    모든 말씀들이 다 맞습니다. 무엇을 제대로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경영의 본질에서 보면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임원분의 질문 의미도 정확합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상당히 많이 달라집니다.

    위기란 무엇입니까? 무언가를 제대로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 위기입니다.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위기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제대로 하는 것”은 이미 전제가 흔들린 상태입니다. 디폴트, 즉 기본값이 이미 부실해진 상황인 것이죠. 그 부실의 문제를 관리하는 전 과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것이 바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역할입니다.

    아무리 잘해도 그대로 보여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으로 보여지면 더욱 심각한 상황인 것이죠. 이것은 단순한 오해의 문제가 아닙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았을 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남들의 시각에 연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보다 선제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를 설계하고 그것을 실행에 연결시키라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대한 예측 능력은 사실 공감 능력과 같습니다. 이해관계자의 시각에서 우리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입니다.

    중세의 마녀사냥을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 마녀로 지목된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어떻게 보여질지에 대한 인식이나 노력이 부족했던 사람들이었을 수 있습니다. 누가 봐도 마녀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사냥감이 된 사람의 비율이 대다수는 아니었다는 의미입니다. 마녀사냥의 재물이 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마녀처럼 굴지 않는 것이면서, 동시에 마녀처럼 보여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 교훈은 지금 기업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실제로 올바른 일을 하고 있어도, 그것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올바르게 보여지지 않는다면 그 노력은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반대로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를 먼저 설계하면, 실행의 방향과 우선순위도 자연스럽게 정렬됩니다. 무엇을 먼저 하고, 어떤 방식으로 하고, 누구에게 어떤 언어로 전달할 것인지가 구체화됩니다.

    최근 기업 위기관리에서 어떻게 보여지는가의 문제는 시작이자 끝입니다. 위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이해관계자들은 이미 그 기업을 보고 있습니다. 그 시선은 기업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그 시선을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선제적으로 설계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아주 중요한 선택이지요.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Do와 Don’t 중 뭐가 더 중요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위기관리 책들을 보면 ‘해야 할 일(Do’s)과 하지 말아야 할 일(Don’ts)’들을 아주 다양하게 제안하고 있더군요. 저희가 볼 때에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서로 상반 관계에 있는 것 같고, 복잡해 보입니다. 그 둘 중 어느 쪽이 더 위기관리에서 중요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말씀처럼 위기관리에 대하여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정리된 분량은 방대합니다. 그리고 그 둘은 상당 부분 상반 관계에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뒤집으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반대로 읽으면 해야 할 일과 연결됩니다. 구조적으로는 동전의 양면이지요.

    그럼에도 굳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신다면, 저는 주저 없이 하지 말아야 할 일(Don’ts)에 비중을 더 두겠습니다.

    만들어진 말이지만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백공불여일과(百功不如一過). 백 가지 공을 세웠어도, 과오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위기관리에서도 정확히 그렇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아주 성실하게 모두 이행했다고 해도, 치명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나 저지르게 되면 상황은 크게 변하거나 더욱 악화됩니다. 위기 시 이해관계자와 상황 그 자체가 그만큼 엄중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례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생산시설 사고로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 여럿이 사망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해야 할 일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기업 대표가 신속하게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조의를 표하고, 유가족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입니다. 반면 하지 말아야 할 일도 그만큼 분명합니다. 장례식장을 피하거나, 이해관계자들과의 직접 대면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보시죠. 대표가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이지만, 그 자리에서 유가족의 질문에 답을 못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현장에 나온 기자들의 질문에 준비되지 않은 말을 쏟아낸다면 어떻게 됩니까. 신속하게 달려갔다는 공은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오히려 방문하지 않은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백공불여일과입니다.

    현장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상하지 않은 것, 그에 대한 답을 정리하지 않은 채 자리에 나선 것, 이것들이 모두 하지 말아야 할 일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의 목록이 완성됩니다. 이는 순서의 문제입니다.

    기업 경영진에게 권하고 싶은 접근법은 이렇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먼저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하나씩 답을 정리하다 보면, 그것이 해야 할 일로 연결됩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먼저 이해하고 그것을 실제로 하지 않는 것, 이것이 위기관리의 첫 단추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저희 대표께서 불미스럽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께서 최근에 모종의 건으로 사임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관련해서 인사 홍보 기획 등 임원들이 외부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변수가 있고, 내부와 외부 상황도 그렇고. 이걸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최고경영자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조직 안팎에 상당한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인사, 홍보, 기획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요. 단, 그 고민의 핵심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입니다.

    최고위임원의 퇴사, 특히 사임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이유를 외부에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경영 결과에 대한 책임이든, 내부 어떤 사안이든, 그 구체적 내용을 회사가 먼저 밝히는 것이 과연 회사에 이익이 되는가 하는 질문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익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방향은 간결하고 절제된 공식 입장으로만 마무리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후임자가 사퇴 발표와 동시에 선임된다면, 언론의 부정적 추측은 상당 부분 제한됩니다.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신호가 함께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후임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 공백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공백 자체가 뉴스가 되고,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언론의 추측과 익명 소스가 됩니다. 그러므로 후임 선임의 타이밍과 커뮤니케이션은 사임 발표와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더 심각한 변수라면 물러난 전임 대표가 사후에 어떤 형태로든 회사에 부정적인 대언론 활동을 시도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상황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진입합니다. 회사는 전임 대표의 사임 원인과 관련된 사적인 부분까지 공개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고, 반대로 전임 대표는 재직 중 알고 있던 회사의 부정적 이슈를 언론을 통해 제기하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가진 것을 꺼내 드는 난타전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여러 케이스를 직접 다루면서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이 있습니다. 전임 대표와 회사 양측 모두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감정이었습니다. 감정이 커뮤니케이션에 앞서게 되면, 서로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들이 만들어집니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난타전을 벌이다가 개인과 회사가 함께 전혀 다른 주제로 형사적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실행을 충실히 따른다는 전제 위에서, 반드시 추가로 설계해야 하는 것은 상호호혜적 관점에서 최악의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즉, 감정이 생겨나기 전에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서로가 서로를 예우하는 분위기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퇴임 조건, 향후 관계 설정, 공식 입장의 범위와 표현, 이 모든 것이 감정이 개입되기 전에 명확하게 합의되어야 합니다. 그 합의가 문서로 정리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사임은 회사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이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숙도가 드러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난타전으로 끝난 사례들을 보면 예외 없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상호 예우의 설계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타운홀 미팅에서 한 약속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님께서 지난 해 말에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아주 난감한 질문을 하나 받으셨습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관련해서는 조만간 정리해서 알려주겠다’하셨는데요. 수개월 지난 지금까지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요. 그냥 이렇게 있는 것이 나을지 어떨지 모르겠네요?”

    컨설턴트의 답변

    타운홀 미팅 현장에서의 “조만간 정리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는 단순한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약속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이 수개월째 지켜지지 않은 채 공중에 떠 있는 것이 문제고요.

    불교 철학에서 열반(涅槃)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불이 꺼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그 꺼짐은 억지로 불을 끄는 것이 아닙니다.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 더 이상 장작을 던져 넣지 않는 것, 그것이 열반에 이르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지금 상황에 대입해 보면, 흐르는 매 시간이 바로 장작입니다. 대표님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매 하루가, 그 불꽃에 새로운 장작 한 개비를 던져 넣는 행위와 같습니다.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그 약속을 잊지 않았습니다. 말하지 않을 뿐입니다. 조직 내부에서 그 침묵은 “역시 대표는 말만 하는 사람”이라는 해석으로, 혹은 “그 질문이 불편했던 것”이라는 추측으로, 서서히 신뢰의 균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이미 내부 신뢰 훼손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답이 완전하지 않아도 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완벽한 답을 기다리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해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질문을 대표님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고 싶은 것입니다. 지금 가진 답이 70%라면 70%를 전달하고, 나머지 30%는 어떻게 찾아가겠다는 로드맵을 함께 제시하면 됩니다. 불완전한 답에 성실한 태도가 더해지면, 그것은 완전한 답보다 더 강한 신뢰를 만들어 냅니다.

    둘째, 함께 답을 찾자고 해야 합니다. 대표님 혼자 답을 찾으려고 수개월을 보낸 결과가 지금입니다. 다른 방법을 써야 합니다. 직원들에게 함께 방법을 고민하자고 제안하십시오. “나는 여러분의 질문을 계속 생각해 왔습니다. 혼자서 해결하려 했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그 답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이런 메시지는 약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강력한 리더십의 언어입니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를 투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것 역시 진지하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신호로 직원들은 받아들입니다.

    셋째, 다음 커뮤니케이션 시점을 스스로 선언하십시오. 지금 당장 모든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 최소한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다시 업데이트 드리겠다”는 약속이라도 해야 합니다. 데드라인이 있는 약속은 침묵보다 훨씬 강합니다. 그 데드라인을 스스로 지키는 행위가 쌓일 때, 신뢰는 회복됩니다.

    지금 위험한 것은 그 질문 자체가 아닙니다. 그 질문 이후의 침묵입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신뢰는 조용히 소멸하고, 조직 안에는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리더’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다음 타운홀 미팅에서는 아무도 질문하지 않습니다. 이미 답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진짜 위기입니다.

    열반은 불을 억지로 끄는 것이 아닙니다. 장작 던지기를 멈추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십시오. 그것이 유일하게 장작을 내려놓는 방법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소통은 평시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문제가 발생해 요 며칠간 엄청나게 바쁩니다. 계속 해명문을 내고, 각종 자료를 뿌리고, 이해관계자들과도 다각도로 소통하고 있는데요. 제대로 소통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부 부서에서는 소통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네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주 중요한 주제를 질문해 주셨습니다.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은 이슈나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소통이 문제의 부정적 영향을 관리하고 해결로 이끄는 효과적인 도구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시점입니다. 소통이 문제 해결에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은, 그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입니다. 적절한 사전 소통은 문제가 문제로 불거지기 전에 이를 미리 해소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평소에 충분한 소통 없이 문제가 터진 뒤에 이루어지는 사후 소통은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이야기 입니다.

    흔히 말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처럼, 때늦은 소통은 이미 발생한 문제를 그 이전 상태로 되돌리거나 없애는 데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소통은 문제 발생 이전까지의 예방적 효과를 지닙니다. 문제가 발생한 이후의 소통은 가능한 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데미지 컨트롤’의 수단으로만 유효합니다.

    해명, 사과, 개선책, 재발방지대책, 보상에 관한 소통들은 모두 그 목적이 데미지 컨트롤에 있습니다.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통이라기 보다는 문제가 재앙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소통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혼동을 겪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소통하고 있는데 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걸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마치 엄청난 물을 퍼붓고 있는데도 불이 쉽게 꺼지지 않는 것 같은, 답답하고 이상한 느낌이지요.

    하지만 사후 소통의 역할은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불이 주변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있습니다. 주변을 충분히 적셔 놓으면 불길이 옮겨붙거나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비유를 문제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시점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불씨가 생기기 전에 집 안팎을 충분히 적셔 놓는다면 어떨까요? 설령 불씨가 생기더라도 폭발적으로 번지거나 커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전 소통의 효과가 바로 이것입니다.

    현재 문제 발생 후 소통을 지속하고 계신 것 자체는 좋습니다. 다만 그 소통의 목적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전 소통과 사후 소통은 그 성격과 목적이 다릅니다. 빨리 이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시고, 현재 상황의 목적에 맞게 소통을 잘 관리해 나가시길 권해 드립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에도 크리에이티브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크리에이티브 사업을 하고 있으며, 평시에도 기발한 마케팅 활동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저희가 볼 때 기존 기업들의 이슈나 위기관리 방식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좀 더 크리에이티브 한 전략에 기반한 대응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말씀하시는 크리에이티브(창조적 대응)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어떤 방식까지 고민 중이신지 확인하기 어려워 정확한 조언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단, 제 생각에 이런 고민은 어느 한쪽이 옳다 혹은 그르다의 이분법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성격이라고 봅니다. 또한 기존 기업들의 위기관리 방식이 효과가 없다고 볼 수도 없으며, 반대로 귀사의 방식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아직은 이른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중요한 것은 발생한 이슈나 위기의 성격일 것입니다. 사안이 얼마나 심각한지, 어떤 원인과 형태로 발생해 확산되었는지를 잘 판단해야 대응 기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반 맥락에 따라 전략이 세워지는 것이지, 무조건 크리에이티브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전제를 두는 것은 오히려 위험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이슈나 위기 자체가 기본적으로 상당한 부정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수적인 대응과 창조적인 대응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최고의사결정자의 권한입니다. 관리 활동 전반에 책임을 져야 하는 리더가 판단한 상황에 기반해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무조건적으로 어떤 방향이 맞고 틀린지를 분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임상적으로 확실한 점은 기존 기업들의 크리에이티브 한 대응 방식이 현장에서 과연 효과적이었는가 하는 평가입니다. 생각보다 그런 방식은 오히려 부정적인 주목만 증폭시키거나, 운이 좋은 경우라도 불필요한 화제만 낳았을 뿐 관리 효과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케이스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대개 보수적인 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과 신생 기업에서 젊은 경영자 개인의 판단에 의해 실행되곤 했습니다.

    기업의 연력과 규모, 의사결정 구조와 리더의 성향이 주요 변수였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젊은 경영자의 시각에서는 기존 기업들이 매번 고개 숙여 사과하고, 저자세로 일관하며, 합리적 수준을 넘어서는 보상을 하는 모습이 고리타분하고 답답해 보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에 대한 대안이 곧 크리에이티브라고 쉽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자사에서 발생 가능한 위기의 성격과 형태에 대해 보다 깊고 넓게 분석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기 발생 시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게 될지도 세심히 살펴야 합니다. 대응 방식에 대한 판단은 그 이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는 심지어 광고대행사 대표님들께도 위기 때는 크리에이티브를 잠시 내려놓으시라고 조언하곤 합니다. 이는 크리에이티브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슈와 위기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왜 저희 취지를 이해 못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제품과 관련하여 온라인에서 큰 부정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사실 저희 제품과 관련한 마케팅의 취지를 소비자들이 이해한다면 그런 이슈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건데요. 계속 그 취지를 설명해도 이슈가 사그라들 기세가 안 보입니다. 사람들은 왜 우리의 취지를 이해하지 않으려 하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에서 이슈발생 시 ‘취지’라는 개념을 많이 사용하십니다. 사전적으로 취지란 ‘어떤 일의 근본이 되는 목적이나 긴요한 뜻’으로 정의됩니다. 질문 내용을 참고하면 그 제품과 관련한 마케팅을 그렇게 실행한 목적과 그 의미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회사에서 마케팅을 그런 방식으로 한 이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것을 소비자들이 이해만 하면 지금 같은 오해는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죠.

    이 취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전제는 ‘그 취지를 사전에, 그러니까 이슈가 발생되기 훨씬 이전에, 충분히 소비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했는가?’ 여부입니다. 사전에 공유되어 이해되지 않은 취지는 제대로 된 취지가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그 마케팅 방식의 취지를 몰랐다면, 그 방식의 문제를 대하는 태도도 원래 취지와 거리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죠.

    사전에 마케팅 방식의 목적과 그 의미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면 어땠을까요? 현재 같이 오해가 쌓여 이슈로 나타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사전에 커뮤니케이션 했던 취지가 처음부터 일부 나쁜 반응을 받았다면, 마케팅 방식을 신속하게 재고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즉, 사전에 그 마케팅의 진정한 취지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핵심이 되겠습니다. 소비자의 몰이해가 핵심이 아니고요.

    또한, 사전이나 사후에 커뮤니케이션 한 취지라는 것도, 제대로 공감 받지 못할 취지라면 끝까지 이해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회사측에서는 왜 사람들이 우리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우리의 취지가 그들이 공감하기에 적절한 것이었는가를 다시 살펴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올바른 취지는 대부분 상대측에게 쉽게 이해됩니다. 반면, 취지를 듣고도 고개를 갸우뚱 하는 상대가 다수라면 그 취지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왜 우리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만 하는가? 같은 사후 하소연은 이슈관리에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취지만 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저렇게 비판만 하지는 못 할거야 라는 생각도 별반 의미 없는 자기합리화 일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에서도 이슈 사후에 취지를 설명해서 깨끗하게 오해가 해결된 케이스는 발견하기는 힘듭니다. 이미 오해가 쌓여 분노가 되고, 그 분노가 수면위로 떠올라 회사를 비판하고 행동으로 연결되는 단계까지 갔다면, 숨겨 있던 취지만 가지고는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취지는 사전에 커뮤니케이션 되어야 하는 주제입니다. 그것도 충분하게 공유 이해되어야 사후에 문제 소지가 줄어듭니다. 회사가 보기에 좋으니 소비자들도 좋을 것이라는 오해를 하지 마세요. 커뮤니케이션은 실패하는 것이 기본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기 때문에 미리 계획하고 적절한 메시지를 만들고, 그것을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하는 활동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심전심은 커뮤니케이션에서 경계해야 할 표현입니다. 그런 기적이나 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야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