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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혼란스러운데 어쩌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상황이 하도 가변적이어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상황이 더 발생될지에 대한 감도 없는 상태고요. 컨설턴트께서 보실 때 지금은 어떤 상황이고, 저희가 무엇을 해야 현 상황을 관리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너무 혼란스러워서요””

    컨설턴트의 답변

    바다 한가운데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높은 파도와 싸우더라도, 배위에 있는 큰 나침반은 항상 일정 방향을 향하고 있을 것입니다. 파도의 울렁거림으로 나침반이 불규칙하게 움직인다고 그 나침반이 스스로 방향을 잃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조직도 나침반과 같은 자세와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해당 위기가 어떤 방향을 향할 것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만큼 중요한 초기 대응이 없습니다. 위기가 발전해 갈 방향을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흔히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최악을 예상하고, 최악을 피하려는 노력을 하라”는 조언을 하는데, 그와도 관계 있는 의미입니다. 현재 상황을 면밀하게 들여다 보면, 향후 어디까지 최악의 상황이 전이될 수 있을 것인지 알게 됩니다. 물론 상상 하거나, 여럿이 모여 고민 하는 주제로서는 심리적 거부감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폭풍 속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일단 최악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면,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도 이미 예상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 다음 중요한 단계는 그 판단 속에서 ‘위기관리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이 또한 최고의사결정권자와 함께 숙련된 위기관리팀이 내려야 하는 아주 중요한 결정입니다. 정치적으로도 다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너의 직원 폭행이 문제가 되었다 해 보시죠. 그 폭행 자체는 아주 경미하고 법적으로도 처벌 대상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사실이 전국에 알려지고 이 것이 갑질이라는 프레임으로 대대적인 문제가 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내부적으로 가장 우선적 의사결정은 ‘이렇게 흘러가다 보면 최악에는 어떤 상황까지 예상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 이어야 합니다.

    폭행당한 직원(원점)이 적극적으로 불만과 고발을 진행하고. 언론과 온라인에서 이를 전파하며 공분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된 이전 제보들과, 폭로, 추가 피해 경험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논란의 대상자가 늘어나고, 논란의 주제도 늘어납니다. 수사기관과 각종 규제기관이 움직일 것입니다.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공개소환이 개시됩니다. 정치권이 화를 내고, 청와대도 개입 할 것입니다. 불매운동에 이어 시민단체의 집단소송이 개시됩니다. 최악의 경우 자사의 오너와 임원이 대대적인 법적 처벌을 받게 되고, 심지어 회사 사업에 치명적 데미지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 정도 최악의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상상해 보시죠.

    그 다음은 ‘그러면 우리의 위기관리 목표는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차례입니다. 어떤 임원은 이와 관련 해 “오너와 임원들의 사법 처벌까지는 가지 않아야 한다”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임원은 “수사와 규제기관이 움직이게 하면 안됩니다. 그 전에 마무리 합시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논의를 통해 목표가 설정되면 그때부터 그 목표 달성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실행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수사와 규제기관이 움직이기 전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표가 세워졌다면, 그 이전 오늘이라도 빨리 대대적 사과와 배상 그리고 재발방지대책을 강력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는 실행이 필요할 것입니다. 불만 직원(원점)에게는 압도적 지원을 해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 외 수사나 규제기관이 자극 받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사전 노력들을 집중 실행합니다. 이 것이 목표에 의한 실행입니다.

    대부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묻는 기업은 이런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입니다. 당연히 위기관리 목표도 설정하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폭풍 속에서 나침반을 던져버린 채 그냥 파도에 몸을 맡기면서 잔잔해 지기를 기도합니다. 위태로울 뿐 어떤 관리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6편] 평시 땀에 투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굳이 흔한 말인 “훈련 중에 흘리는 땀 한 방울은 전투시 피 한 방울과 같다”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는 평시 진행되는 업무가 아니다. 기업 내 많은 부서들이 모두 위기관리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위기라는 것이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 몇 년에 한번 또는 십 년에 한번 발생할지 말지도 모르는 것이다.

    당연히 평시에 위기관리 훈련을 한다는 것에 기업에서는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매년 또는 반기마다 위기관리 워크샵을 하고, 일선과 경영진이 훈련 받고 하는 일들을 반복하는 기업들이 더 이상해 보인다. “왜 저렇게 까지 호들갑을 떠는 걸까?” “임직원들이 너무 피로감을 느끼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까지 들게 한다.

    “우리 회사 위기관리 매니저는 왜 자꾸 ‘위기’ ‘위기’라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거지? 내가 경영을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라며 불만을 가지는 대표이사도 있다. “이거 봐, 가능하면 위기라는 단어 표현은 빼고 다른 표현으로 훈련 제목을 붙여봐. 자꾸 위기라고 하면 임직원들이 쓸데 없이 불안해 하잖아!”라며 ‘위기’라는 단어 자체에 반감을 드러내는 경영진도 있다.

    그 어떤 이야기들 중에서도 확실한 것은 ‘훈련 받은 조직이 위기를 관리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바램이 아니라 사실이다. 우리가 공히 기억하는 기업 위기관리 실패 사례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제대로 훈련 받지 않은 기업 위기관리팀은 상황파악이 느리고 부정확하다. 의사결정이 느리고 안정적이지 않다.

    준비되지 않은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킨다. 창구 일원화 같은 일선 관리에도 실패한다. 각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위기 발생 직 후 얼마 안되어 붕괴된다.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며, 조직내부의 생각으로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한다. 훈련 받지 못한 기업 위기관리팀 처럼 위험한 위기 요소가 없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 기업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해 보면, 실제 위기를 여러 번 경험 해 본 위기관리팀이 가장 훈련을 잘 수행한다는 것이다. 경험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자산이 없다. 그러나 그런 경험을 위해 실제 위기를 자주 발생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훈련은 실제 위기관리 경험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해 봤어?” “그걸 해 본적이 있어?” 같이 위기 시 두려운 말이 없다.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이 위기상황이다. 실시간으로 상황이 변화하고, 혼돈의 시간이 길어지면 믿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경험’뿐이다. 실제 여러 경험이 반복되면 그 후 스스로 확신이 들게 된다. 훈련 받은 위기관리팀이 보다 안정적으로 위기관리를 수행 할 수 있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위기관리팀 구성원들 보다 훨씬 더 많은 훈련을 경험 해야 하는 사람은 최고 의사결정 그룹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훈련을 일선 실무자들만을 대상으로 반복 하는데, 더욱 중요한 훈련 대상은 최고 의사결정 그룹이다. 위기관리 강의를 들을 때에도 대표이사와 최고 경영진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축사만 하고 바쁜 듯 자리를 뜨는 경영진이 일반적인 기업은 위기관리가 힘들다.

    외국기업의 경우 대표이사와 최고의사결정 그룹 구성원들은 일반적으로 매니저 시절부터 정기적인 위기관리 훈련을 받고 성장했다. 20여년간 수십 회의 위기관리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경험 한 임원들은 그 어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 보다 전문가 일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훈련과 실제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위기관리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훈련에 참여하니 더욱 더 강해진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경우 임원들 중 일선이나 매니저 시절부터 차곡차곡 위기관리 훈련을 쌓아 온 경우가 드물다. 대기업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훈련을 제공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신임 인원을 임명하고 난 직후부터다. 임원들의 임기를 몇 년 정도로 보았을 때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토대로 위기관리 팀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이사와 고위 경영진은 더욱 더 위기관리 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리더가 스스로 훈련되어 있어야 일선을 그들의 전략대로 움직일 수 있다. 리더가 알고 살펴야 위기가 사전에 방지 된다. 리더가 민감해야 조직도 위기에 대해 민감해 지고, 위기 발생 가능성은 줄어든다. 위기관리에 있어 그 보다 더 좋은 체계가 없다.

    선진적인 기업은 위기 발생 이전에 위기관리 예산의 대부분을 쓴다. 각종 진단과 훈련 등으로 위기 발생을 사전에 관리하려 하기 때문이다. 반면 후진적인 기업은 위기 발생 이후에 위기관리 예산의 대부분을 쓴다. 평시 훈련에 적절하게 사용했다면, 위기를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 발생 후 대규모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이다. 계산기를 두들겨 보자. 훈련만큼 훌륭한 비용 절감 방안이 없다. 훈련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대책이 없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1편] 일선이 무너지지 않게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북한과 휴전선을 놓고 대치하고 있는 우리 전방의 부대와 군인들을 생각해 보자. 어떠한 상호 충돌에서도 전방 일선이 쉽게 무너지면, 그 다음부터는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군은 그래서 전방의 일선 군인들을 강하게 훈련한다. 조금이라도 이상 조짐이 감지 될 때에는 경계지시와 준비 태세를 갖추게 한다. 충돌이 발생하면 보다 신속히 방어 또는 공격에 그들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이런 당연한 원칙은 살아있어야 한다. 생산시설 안전사고를 방지 하기 위해서 관련 시설을 운영하는 여러 임직원들을 훈련하는 것이 바로 그런 노력이다. 각 매장 매니저와 직원들에게 위생교육을 시키고, 불만 고객이나 매장내 사고에 대응하는 가이드라인과 훈련을 실시 하기도 한다. 일부는 미스테리 쇼퍼 등을 통해 대응 시뮬레이션을 해 보기도 한다.

    고객응대센터나 영업라인, 대관업무 부서나 홍보조직을 위해서도 이러한 비상 상황을 대비한 훈련은 제공된다. 비상시 언론을 대응하는 미디어트레이닝과 창구 일원화 교육,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훈련도 마찬가지다.

    “왜 신입부터, 공장, 지점, 지사에 있는 말단 직원까지 훈련 시켜야 하나요? 훈련 예산과 조직이 한정되어 있는데요.” 같은 반론을 제기하는 기업도 있다. “일선 직원들에게 고급훈련을 시켜 보았자, 창피한 이야기지만 그걸 알아서 스스로 실행할 수준이 안됩니다. 위기대응도 다 본사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거죠.” 같이 하소연을 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실제 위기발생 시 힘없이 무너지는 일선을 보게 되면 말이 바뀔 수 밖에 없다.

    공장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려 사내 소방대가 몰고간 소방차를 확인해 보니 소방수(물)가 들어 있지 않았다든가. 강하게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의 배를 발로 걷어 차는 매장 직원 모습이 CCTV화면으로 확인된다 거나.

    지점을 찾아가 지역 논란을 취재하는 한 언론사 기자에게 막말과 폭력까지 행사하는 자사 주부사원들을 뉴스에서 마주하게 된다 거나. 영업직원 일부가 온라인에서 거래처와 익명으로 욕설 섞인 설전을 벌이다 발각되어 엄청난 공분을 산다 거나.

    갑작스럽게 들이 닥친 규제기관 요원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이 미는데도 회사를 위해(?) 직원들이 그들을 로비 바닥에 밀어 넘어뜨렸다는 보고를 받았다 거나. 학교 후배인 국회와 시민단체측 인사를 만난 일선 직원이 회사의 최근 민감한 문제를 생각없이 털어 놓고 조언을 구해 논란에 처한 상황이 되어보면 알게 된다. 일선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훈련이 얼마나 소중 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 골치 아픈 상황은 문제를 깨닫지 못한 일선 직원들이 그후 이렇게 사내적으로 자기 변명을 하는 경우다. “나는 지난 20년간 이 회사 공장에서 재직하면서 한번도 언론사 기자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교육 받지 못했다. 내가 왜 그걸 알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온라인은 분명 사생활인데, 왜 회사가 간섭을 하나? 그건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폭행 당한 고객 하고는 내가 형사나 민사 책임을 질 테니 회사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세요” “저는 순수하게 애사심으로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친한 후배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왜 저를 죄인 취급하나요?”

    이런 일선 직원들의 생각은 단순히 무식하거나, 부주의하거나,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평소에 무식했고, 무심했고, 부주의 했고, 틀린 것은 회사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을 지금까지 아무런 가이드 없이 방치했던 것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에서는 일선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교육과 훈련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산과 조직만 탓하며 수년을 허비한 대가를 그대로 경험하게 된 것뿐이다.

    이것은 마치 전방에 수많은 군인들을 배치해 놓고도 예산이나 조직이 부족하다면서 아무런 훈련 교본도 주지 않고, 군사 훈련도 시키지 않는 상황과 비슷한 것이다. 이런 군대의 문제에 대한 책임은 그러면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일선이 무너진 이후라도 지휘그룹은 살아남아 제대로 전쟁을 수행 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그 지휘그룹의 가장 큰 죄는 무엇인가?

    일선을 무너지게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죄다. 그들에게 가이드를 주지 못했고, 교육과 훈련에 등한시 했던 회사가 그들이 발생시킨 문제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일선을 그대로 방치했다는 의미는 전쟁에서 이기기는 커녕 살아 남을 의지조차도 없다는 의미다. 패배는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자초한 것이니 일선을 탓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0편] 매뉴얼은 최소화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20년간 여러 기업에서 자사를 위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보유하는 노력들이 이어져 오고 있다. 초기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어 재난 및 사고, 논란과 같은 국가 행정 차원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개발된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미 자사만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수준과 유용성에 있어서는 누구도 자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부는 상당히 많은 인력이 오랜 기간 동안 큰 예산을 투입해 매뉴얼을 제작했음에도 만족스러워 하지 않는다.

    다른 일부는 경쟁사나 유사 기업의 매뉴얼을 자사의 것으로 변용 해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위기 시 해당 매뉴얼이 작동할 수 있을까에 대해 궁금해 한다. 그 외 기업들은 구성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위기관리 매뉴얼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전반적으로 위기와 위기관리 그리고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조직내 관심이 다른 업무들에 비해 적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다. 그러나 위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만족도나 관심이 계속 떨어져 있다면 분명 문제다. 무엇보다도 그런 기업들은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인식이 잘 못되어 있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위기관리 매뉴얼은 그저 ‘시작’ 일 뿐 ‘끝’이 아니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은 자사가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으면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완성되었다고 까지 착각한다.

    이런 생각은 마치 집 책장에 비행기 조종 매뉴얼이 꽂혀 있으니 우리 식구는 누구나 지금이라도 비행기를 조종해 하늘을 날 수 있다 생각하는 것과 같다. 매뉴얼은 향후 지속적인 훈련을 위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매뉴얼을 곧 ‘시작’이라고 한다.

    다른 종류의 오해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두꺼울수록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모든 위기관리 업무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아 놓은 수 천장 두께의 매뉴얼만 꼼꼼히 읽으면 위기가 관리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그 두꺼운 성경을 완독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중에서 또 성경 문구를 첫 장 첫 절부터 마지막장 마지막 절까지 암기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매뉴얼은 담당자들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암기 할 수 있는 두께를 넘어서는 안된다. 매뉴얼을 오랜 시간 공부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일부에선 위기 시 위기관리 매뉴얼을 한 장 한 장 들쳐 보면서 따라하면 위기를 관리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가전제품 작동 매뉴얼을 상상하는 듯하다. 참으로 한가한 생각이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놓고 페이지를 찾는다면 이미 대응 역량에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이미 그들 전부의 머릿속에 들어가 흘러가야 한다. 평시 훈련이 이를 위함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쉽게 상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매뉴얼은 지속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반복 훈련되고 검증되야 한다. 각자 머릿속에서 움직여지는 분량과 수준이 정상이다.

    일본의 모 대형 백화점의 기본 위기관리 매뉴얼은 총 세 페이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우리 백화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유형과 이에 대응할 비상연락망(위기관리팀) 그리고 기본적인 대응 프로세스로 구성되어 있다. 일면 극단적이지만 교훈은 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일단 그 규모로 다른 나라 매뉴얼들을 압도한다. 구성이나 서술에 있어서도 불필요하게 과도한 서술이 많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전사적 매뉴얼 버전과 각 부서별 실행 매뉴얼 버전으로 나누어 부서별로 업데이트 하게 만든 체계는 극히 드물다.

    전사적 위기관리 매뉴얼의 경우 물론 기업의 유형과 니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대 50페이지를 넘길 이유가 없다. 50페이지가 넘어가는 전사적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꼭 중복과 반복이 있다. 이는 매뉴얼을 개발하는 임직원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일 뿐, 실제적으로는 별반 유용함이 없다.

    물론 전사적 위기관리 매뉴얼의 부속 챕터로 각 부서별 기본 대응 업무 매뉴얼은 자세하고 두꺼워도 괜찮다. 부서별로 직원들을 세세하게 훈련하기 위함이라 그렇다. 이 또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부서내 훈련을 통해 검증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첨부 챕터로 각종 서식과 준비 문구, 문서, 리스트, 정보 패키지들이 잘 정리되는 것은 좋다. 그간 자사에게 발생했던 위기사례들을 상황과 위기관리 기록을 기반으로 백서형식으로 지속 첨부해 반면교사를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분량이나 수준에 대한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

    대표이사, 임원들, 팀장들이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만 있다면 어떤 매뉴얼 포맷도 상관없다. 전사적으로 이해되고 살아있는 얇은 매뉴얼이 아무도 들쳐 보지 않는 먼지 쓴 두꺼운 매뉴얼보다 낫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기 위해 만든 매뉴얼이 두껍기만 하다는 건 없는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명심하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9편] 감으로만 바라보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물론 감(感)이 없는 것 보다는 감이 있는 것이 더 낫다. 비단 위기관리뿐 아니라 경영이나 일상 생활에 있어서도 ‘감’이라는 것은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되지, 좀처럼 해가 되는 경우는 없다. 실제 기업의 위기 현장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회의석상에 들어가보면, 그 구성원들도 ‘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저희 느낌으로는 이 건이 향후 추가적 상황에 까지 연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건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좀더 두고 보셨으면 합니다. 이번 경우에는 좀 느낌이 달라서요” 등과 같은 이야기들이 여기 저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더 당황스러운 경우는 해당 기업의 대표가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순간이다. “컨설턴트들 의견을 좀 묻고 싶은데요, 상황을 들어보셨으니까 아시겠지만, 감이 어떠세요?”라며 ‘감’을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컨설턴트들이 이와 유사한 여러 상황들을 보고 관리했던 경험이 있으니, 그 과거 사례들과 비교해 느낌이 어떤가를 묻는 것이다. 하지만, 매번 그런 ‘감’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마다 몸에서는 진땀이 난다.

    “어떻게 될 것 같나요?”라는 대표이사의 질문은 사실 단순 ‘감’을 묻는 것이라기 보다는 향후 상황 전개에 대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예측을 묻는 것이라고 본다. “현재 A, B. C라는 상수와 D, E라는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예상 할 수 있겠습니다”와 같은 답을 원하는 것이다.

    물론 복잡하기도 하고, 어려운 답변 방식이다. 익숙하지도 않고, 숙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런 답변은 어려울 수 있다. 듣는 대표나 임원들의 입장에서도 ‘뭐가 그렇게 복잡한가?’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직관적인 ‘감’보다는 구조적인 ‘시나리오’가 더 도움이 된다.

    ‘감’에 의지해서 상황을 바라보게 되면 몇 가지 큰 문제가 생기곤 한다. 첫 번째 문제는 확증편향과 같이 ‘감’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그 ‘감’에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플랜 B나 플랜 C와 같은 다양한 대응 옵션을 상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치 일단 로또를 샀으니 당첨번호가 발표 될 때까지 기다려보자 같은 유사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로또가 당첨되지 않으면 다시 로또를 사고 기다리는 대응이 반복된다.

    세 번째 문제는 최초 ‘감’이 맞는 경우에는 그 감각자가 신뢰를 얻지만, 그 ‘감’이 맞지 않는 경우에 관련된 감각자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점을 치는 무당이 종종 신뢰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내부 임원들은 물론 외부 컨설턴트들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반면에 다양한 상수와 변수들을 기반으로 구성된 시나리오들을 놓고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생겨난다. 앞의 세가지 문제와는 상반된 장점인데, 첫 번째 모든 상황에서 상수와 변수들을 의심하게 된다. 각종 이해관계자 반응들을 체크하면서 그 각각이 시나리오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검증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다양한 시나리오 옵션들과 각각에 연결된 대응책들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유연해 진다. 상황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플랜 B와 플랜 C로 갈아 탈 수 있게 된다. 대응 시기를 놓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를 최소화 하게 된다. 외부에서 볼 때도 무언가 준비되어 있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세 번째, 당연히 시나리오를 개발 관리하는 임직원들은 VIP로부터 신뢰를 얻게 된다. 모든 상황적 변수를 우리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되기 때문이다. 일부 대표는 “우리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자신감까지 피력하곤 하는데, 그런 경우 내부에서는 이와 같은 시나리오들이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무조건 ‘감’을 무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문가들이 시나리오를 구성하더라도 그 속안에는 어느 정도 전문가로서의 ‘감’이라는 것이 녹여져 있게 마련이다. 대표이사나 임원들도 경험상 어느 정도의 ‘감’이라는 것은 가지고 있다. 그 ‘감’에 대해 공감이나 동의를 얻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모든 유익한 ‘감’들이 모여 시나리오라는 틀 안에서 구조화 되면 그 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단, ‘감’으로만 수많은 변수들을 바라보지는 말자는 것이다. 뭐든 단 하나만으로는 제대로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14. CEO가 직접 질문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4편] CEO가 직접 질문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 회사는 잘 되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위기관리에서 허망한 이야기가 없다. 위기를 대비해 정말 잘 준비 되어 있는 기업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특히, CEO가 스스로 우리 회사는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진짜 큰 문제다.

    위기는 어떤 형태로든 언제든 이유를 불문하고 다가올 수 있다고 믿는 CEO라면 그런 장담을 하긴 힘들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면 충분하다.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에도 준비 되어 있는 기업들에겐 꼭 ‘질문하는 CEO’가 있다.

    최근 타사에게 발생한 이슈가 눈에 띈다면 CEO는 관련 위기관리팀에게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더 나아가 “그런 이슈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저 회사보다 더 잘 대응 할 수 있을까요?” 질문해야 한다.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면 “누가 그 이슈에 대한 대비를 담당해야 할까요?” “그 이슈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나 관심은 무엇일까요?” “언제까지 그에 대한 대비나 방지 작업이 끝날 수 있겠습니까?”와 같은 실질적 질문이 이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깊은 CEO들은 그런 방식으로 구조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 CEO의 그런 질문들은 조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많은 임원들이 CEO의 그런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기 위해 고민을 시작하고, 나름대로 체계를 진단하기 시작한다. 평소 미처 챙기지 못했던 부분들을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일선 직원들도 한번 더 관련 이슈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전사가 질문 받은 그 이슈에 대해 살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CEO가 적절한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이렇다. “우리는 이상 없지?” “잘되어 있지?” “잘 해 봐” 이런 질문은 금물이다. 그 질문에 답변하는 임원들이 할 수 있는 답변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네, 이상 없습니다.” “잘 되어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잘 해보겠습니다.” 이 외에 임원들이 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문제는 그 이후 살펴봄이나 생각이 모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CEO께서 항상 이런 메시지를 내외부로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회사는 60년 역사를 가진 회사로 내공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직원들이 산전수전을 다 경험했습니다.” “제가 어떤 지시를 내리면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뭐든 해내는 그런 실행력이 있답니다.” 이런 조직은 상당히 멋진 조직이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그런 희망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문제다.

    일선에서 보면 기업들이 자사 위기관리 체계는 잘 되어 있다 하면서도, 위기관리에는 내심 자신 없어 하는 투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해당 매뉴얼을 믿지 못한다. 위기관리팀이 정해져 있다고 하면서도, 해당 팀이 제대로 위기관리를 할 수 있을지는 궁금해 한다.

    협업체계를 가동해 대응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평소에도 강하게 존재하는 사일로(silo)를 깨지 못한다. 빠르게 대응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빠르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옥상옥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장에서의 ‘찜찜함’이 실제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끈다. 그런 찜찜함은 평소 CEO의 계속 된 질문으로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위기 시 실제 가동될까요? 한번 매뉴얼에 따라 실제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나요? 이런 질문들이 곧 매뉴얼에 대한 찜찜함을 해소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이야기다.

    위기관리 준비가 실제로 잘 되어 있는가는 진짜 위기가 발생해 보아야만 알 수 있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일부 자랑을 할 수도 있고, 신뢰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고 있느냐 여부다.

    조직이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기 위해 CEO는 평소 질문하고 질문하고 질문하는 것이다.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와 책임을 위기관리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질문을 자주 다양하게 하는 CEO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는 경영자일 것이다.

    CEO가 되기 전 수십 년간 위기관리 훈련과 실제 위기관리 과정을 반복 경험한 CEO는 그렇지 못한 CEO와는 다르다. 당연히 질문의 구체성이나 현실성도 다른 CEO와 다르다. 알면서 질문하는 질문자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경험해본 것을 묻는 질문자에게 답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임원들에게 CEO가 직접 질문해 보면 안다. 스스로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는 질문 몇 개로 바로 알 수 있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10. 관계자산 보험에 들어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편] 관계자산 보험에 들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업은 투자다. 위기관리에서도 이 의미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먼저 투자해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여러 자산들이 손실 또는 손상된다는 의미다. 손실 또는 손상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기업은 살아남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평소 기업이 생성 유지 관리하는 자산이 많고 두텁다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살아 남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기업보다 훨씬 커진다. 예를 들어 좋은 품질로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명성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게 품질 관련 위기가 발생했다고 치자. 기존의 명성은 물론 상당히 많은 충성 소비자들이 그들의 소중한 위기관리 자산이 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실망 하고, 회사와 제품에 대한 기대를 상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소비자들은 해당 회사의 명성을 믿고, 기대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위기관리를 통해 그렇게 만든다면 승산은 있다. 위기관리 전략은 그런 자산 평가에 따라 결정된다.

    반대로 품질문제로 여러 번 문제를 일으켜 조악한 품질로 오명이 존재하던 회사의 제품이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 치자. 이런 경우 앞 사례와는 달리 대부분 소비자들이 떠나갈 것이다. 품은 기대도 없었고, 명성이나 기대 조차 없기 때문에, 해당 회사는 외톨이가 돼 버린다. 위기관리 전략이나 역량은 별 쓸모가 없어진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의지할 수 있는 자산은 매우 다양하다. 관계 자산이라 불리는 그런 류의 자산에는 대언론 자산, 대검찰 자산, 대경찰 자산, 대국회 자산, 대정치권 자산, 대 시민단체 자산, 대 소비자 자산, 대 직원 자산, 대 지역 커뮤니티 자산, 대 투자자 자산, 대 공중자산, 대 온라인 공중 자산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정해 그들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형성해 놓고, 좋은 인식을 심어 놓는 투자를 해야 이런 자산들은 보유 가능해 진다.

    좋은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우호적 자산으로 성장시켜 관리하는 투자와 노력. 평시 위기관리란 이런 것이다. 그런 노력 자체가 사업이다. 평소 얼마나 두터운 우호 관계 자산을 마련해 놓았는지는 위기 시 그대로 드러난다. 평시에는 남과 비슷하게 무언가 하고 있다 자랑하던 기업들도 위기 시 벌거숭이 모습이 되는 경우가 있다. 평시 무언가 잘 못된 투자를 해 왔다는 의미다.

    어떤 기업은 그런 여러 자산을 관리하려면 일단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하소연한다. 담당 직원들을 임명해 과외적 관계 형성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된다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기자들과 왜 홍보실 직원들이 밥을 먹고 술을 사야 하는지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기업 CEO도 있었다. 회사가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왜 언론사 기자들에게 고개 숙이고 접대 하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기업 CEO는 관계를 위기 시 구입할 수 있다고도 했다. 좋은 로펌을 고용하면, 대관이나 대검찰 관련 한 인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언론과의 관계도 간편하게 위기 시 홍보대행사를 고용하면 해결된다 믿는 기업 CEO도 있다.

    관계 자산은 평시 투자 없이 얻을 수 없다. 관계 자산 중 일부나 단편적으로 차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비상시 차용도 한 두 번이다. 자사가 노력하고 투자해 보유한 관계 자산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그런 관계 자산에는 진정성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없을 때 아쉬울 때를 대비한 투자가 필요하다. 아쉬울 때 그 때부터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다.

    미국 명언에도 이런 말이 있다. “친구가 필요할 때, 친구를 만드는 것은 너무 늦은 짓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대비하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기억해 보자. 위기를 대비해 관계 자산 투자에 힘쓰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미리 미리 해야 할 숙제를 해 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그런 관계 자산에 대한 투자를 흔히 로비, 뇌물이나 매수 정도로 오해하기도 한다. 접대라는 개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을 대표해 관계 자산을 관리해 본 담당자들은 이해한다. 관계 자산은 시간과 정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아무리 돈을 퍼 붓고, 접대를 해도 관계 자산 형성이 힘든 이해관계자들이 대부분이다. 기업이 우선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적이고 일관된 관계 형성 노력을 해야 겨우 형성 가능한 자산이다.

    위기 시를 대비해 기업들은 보험에 든다. 공장을 안전하게 관리하고는 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공장에 화재가 날 것을 대비해 보험을 든다. 각종 중요 설비들에도 보험을 든다. 최고 경영진을 위한 보험도 있다. 모든 보험은 위기를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시 기업의 관계 자산에 대한 투자는 보험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사실 보험보다 훨씬 유효한 투자의 성격도 가진다. 보험은 위기 시에만 그 효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관계 자산은 평시에도 종종 효력을 발휘해 준다. 자사의 관계 자산을 한번 평가해 보자. 충분한가? 준비되어 있나?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8. 조직을 민감하게 유지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편] 조직을 민감하게 유지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호들갑 떨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호들갑’이라는 의미가 경망스럽고 야단스럽기 만 한 것이라면 지양해야 하지만, 이슈나 위기를 감지하여 분주히 여럿이 움직이는 것까지 ‘호들갑’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기업은 항상 민감해져 있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기업만큼 준비된 기업이 없다. 사소해 보이는 이슈에도 미리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다른 기업이 겪고 있는 이슈를 지속 분석해 보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일선에서 올라오는 보고 중 문제로 비화될 건이 없는지 꼼꼼하게 추적해 보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상위 의사결정자들이 자신의 경험만 믿고 괜찮다 문제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강요하지 않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민감한 기업은 그래서 강하다. 어떤 이슈나 위기도 예상하지 못한 채 마주하지 않는다. 다른 기업이 경험한 이슈를 자신이 경험했던 것처럼 보다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다. 일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문제 될 것들을 미리 미리 제거해 놓는다. 문제가 될 것인지 아닌지를 상위 의사결정자들이 하위 실무담당자들과 지속 토론하고 진단을 반복한다.

    일부에서는 기업이 너무 민감한 것도 좋지 않다 이야기한다. 피로감이 생긴다는 이유다. 이런 기업에서 일부 임원은 “별 것도 아닌 것인데, 그것에 대해 윗분들이 너무 민감하셔서 여러모로 피곤합니다. 일선에서는 항상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데 말이죠…”라 토로한다. “일선에서 발생한 해프닝들을 위에 매번 보고하고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 하게 된다면, 아마 경영진들은 아무 일도 못하고 그것만 해야 할 겁니다. 그 만큼 일선 이슈들이 많고 다양하거든요. 저희가 알아서 필터링 하니 그나마 편하신 겁니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런 기업은 민감하지 못한 기업이다. 이슈나 위기에 강하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일단 이런 이야기를 하는 기업은 일선에서 이슈나 위기의 전조를 감지하고 분석해 내는 ‘기준’이 모호하다. 그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면, 일선으로부터의 보고 수량이나 범위가 그렇게 막대할 수 없다. 또한 전조에 대해 경영진이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바라보니 보고의 수량이나 범위는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기업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전조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에서는 A를 문제의 전조라고 생각하는 반면, 경영진에서는 A를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다. 이런 기준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선에서는 경영진들을 불필요하게 부담스럽게 할 필요 없다는 낙담을 경험하게 된다. 경영진은 반대로 정확한 보고나 공유가 올라오지 않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 기업 전반에서 민감성은 사라지고, 상호간 불만만 생겨난다.

    이런 경험을 한 기업은 또 이야기한다. “그러면 일선에서 보다 정확하게 이슈나 위기 전조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어떻게 세우면 될까요?” “일선에서는 사실 그렇게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조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없습니다. 이런 현실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일견 그럴 듯 한 이야기다.

    일상 업무를 일정 기간 진행 해 온 직원이라면 업무 과정에서 ‘부정적 문제가 될 이슈의 전조’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나 가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 기준은 당연히 최고의사결정자로부터 제공되어야 한다. 그 기준은 오랫동안 일관되게 전조를 판단하는 지표가 되어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기준이 있어야 일선 스스로의 중구난방 판단은 최소화된다. 그런 ‘판단 기준’이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민감성이 자라나지 않는 것이다.

    일선에서 올라온 문제 전조를 보면 경영진은 대부분 ‘확실하게 문제다’ 평가 내릴 수 있게 된다. 기준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일선에서도 “왜 이 전조가 심각한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일선간에도 “왜 이것이 꼭 보고 공유되어야 하는 전조인가?”에 대한 이견이 준다. 정확한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이 그 기준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민감하지 않은 기업은 당연히 ‘기준’이 없다. 일선부터 최고의사결정자에 이르기 까지 이슈나 위기를 보는 시각이나 기준이 제 각각이다. 일선에서는 각자 판단에 따라 보고 하고, 경영진은 그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 해 평가한다. 점점 보고량과 범위는 줄어든다. 임원들은 자사에 이슈나 위기의 전조가 없다 안심한다. 그런 사내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점점 민감성은 저하된다.

    그 후 이슈나 위기가 실제 발생하면 이런 기업은 일단 놀란다. 허둥댄다. 말 그래도 호들갑만 떨며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제 각각 발생한 문제가 어떤 것인지 판단하려 한다. 의사결정은 지체된다. 경영진끼리 상호간 책임 논란을 벌이며 손가락질을 시작한다. 최고의사결정자는 “왜 아무도 이런 문제를 몰랐으며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는가?” 호통 친다. 민감하지 않은 기업은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을 자주 반복한다. 최고의사결정자의 관심이 없으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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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7. 위기관리 역량은 마지막이다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편] 위기관리 역량은 마지막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아무리 바빠도 말 앞에 수레를 맬 수 없다. 바쁘다고 실을 꿰지 않은 채 바느질 할 수 없다고도 했다. 많은 기업에서 위기관리를 이야기하면서 직원들의 위기관리 역량을 이야기한다. 임직원들에게 위기관리 역량만 충분하게 있으면 위기가 관리 될 것이라 희망하는 것이다.

    그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릴 수 있다. 임직원들에게 적절한 위기관리 역량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이전에 많은 전제 조건들이 필요 충분하게 충족 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에는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런 필요 충분 조건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임직원들의 위기역량이 존재한다는 것은 틀린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 역량이라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역량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준법이나 여론에는 별반 관심 없고, 반면교사나 자사 진단도 하지 않으며, 문제 있는 기업문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위기관리 조직만은 보유한 기업이 있다고 치자. 그들의 위기관리 역량이라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상상해 보자.

    그 위기관리 역량은 대부분 불법적인 것들일 것이다. 여론을 등진 맹목적인 것일 것이다. 타사들이 여러 번 실패한 관행을 그대로 따르는 역량일 것이다. 문제를 반복 경험하고도 개선되지 않은 역량일 것이다. 위기관리 조직은 구성되어 있지만, 여러 내외부적 비선 역량을 끌어 들인 그런 이상한 역량을 의미할 것이다.

    한마디로 바람직하지 않은 위기관리 역량이 그들이 말하는 역량일 것이다. 실제 케이스들을 보면 그런 이상한 역량에 주로 의지하는 기업들이 목격된다. 수사당국의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증거물을 인멸하는 임직원들이 보인다. 위증을 하고, 불법적인 로비를 하며, 사법부와 입법부에 영향을 미치려 노력하는 활동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그런 역량에 기반한 사람들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다른 기업의 그러한 비정상적 역량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저 회사는 하고 있다며 신비감을 가지기도 하는 듯 하다. 저 회사는 아주 악착같고, 무서운 회사라는 평을 자신들끼리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런 회사의 이상한 역량은 진정한 의미의 위기관리 역량이 아니다. 또한, 그런 사이비 역량은 자사의 위기를 관리한다기 보다 더욱 더 악화시키는 결과로 재앙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앞서 이야기한 많은 전제조건들이 충분하게 충족된 상태에서만 올바른 위기관리 조직이 생겨나고, 그들의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이 개발되게 되어 있다. 자사 철학과 원칙을 돌아보는 위기관리 조직의 강한 위기관리 역량은 그 때에야 실현 가능하게 된다. 위기 발생을 사전에 억제하고 관리하는 진짜 역량이 그 때 가능해 진다. 문제나 이슈를 미연에 발견 조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을 가진 기업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 바로 귀를 기울이고 그와 같은 입장을 정리하게 된다. 공감의 역량을 더하게 된다.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는 문제 해결 방식을 취한다. 회사의 그런 입장과 대응 방식에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런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이다.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은 기업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기록을 선물한다. 흔히 자사 위기와 관련한 내용은 외부로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무슨 좋은 이야기라고 몇 년 동안 반복 하느냐며 가능한 숨기려 한다. 그러나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제대로 위기를 관리한 기업은 반대로 해당 관리 프로세스와 인사이트를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한다. 자랑스럽다는 의미다.

    해당 조직에게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이 있었는가 여부는 사후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조직의 위기관리를 어떻게 평가 하는 가에 주로 영향 받는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그 나마) 잘 했다” 칭찬하는 위기관리의 경우에는 해당 조직 내에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하는 비판이 있다면 그건 누가 뭐래도 해당 조직 내에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은 존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다시 강조하지만, 위기관리 역량은 항상 맨 마지막에 갖추어 지는 것이다. 모든 필요 충분 조건이 충족되어야 싹을 피워내 커갈 수 있다. 마치 마술처럼 위기관리 조직이 단박에 회사를 위기 발생 이전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그런 신비한 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언론이 쓰는 비판 기사를 막아내고, 규제기관이나 수사당국의 당연한 조사를 무마하며, 시민단체를 제압하는 그런 가공할 힘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 주변에서 누군가 그렇게 할 수 있다 해도 그래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려 하다 지금 더 큰 문제를 짊어진 여러 정치권 인사들을 보라. 그런 것은 위기관리가 아니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5. 기업문화를 살펴보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편] 기업문화를 살펴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연이어 드러난 사내 성(性) 관련 추문 사례들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자. 기업이나 가해자자나 피해자 누구의 잘못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말이다. 그 근간에는 해당 기업의 기업문화가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만약 그런 유사한 추문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기업들이라면 더더욱 자사의 기업문화에 어떤 문제는 없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기업과 관련한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원인들 중 ‘잘못된 기업문화로 인한’ 것들은 앞에서 이야기한 준법 부실, 여론감각 부실, 반면교사 부실, 진단 부실 등의 원인과 함께 대표적 위기 원인으로 꼽힌다.

    잘못된 기업문화의 형태 또한 여러 가지로 정리 될 수 있다. 그러나 잘된 기업문화는 하나로 정의 가능하다. 잘된 기업문화는 절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문제를 만들지 않는 기업문화다. 즉, 문제를 만드는, 그리고 만들 수 있는 기업문화는 과히 옳은 기업문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부 기업들은 내부에서 ‘위기’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대표이사가 ‘위기’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런 기업에서는 위기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감지나 준비과정에서도 실무진들이 조심스러워 하게 되면서 위기관리를 어려워한다.

    반면에 일선에 어떤 문제가 있다 판단하면 경영진이 활발하게 해당 이슈에 대해 분석하고 논의해 해결책을 토론하는 기업이 있다. 말 그대로 ‘위기’를 ‘위기’라고 부르는 기업이다. 일선부터 임원들까지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위기관리가 미리 미리 잘 이루어진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준비되어 있다.

    어떤 기업은 문제가 될 기업문화의 중심에 오너 또는 대표이사가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내 관행이 군대 문화에 연결되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최고 의사결정자는 그 관행이 수십 년 이어진 것이라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고, 아래 직원들을 과하게 대하곤 한다. 당연히 이런 경우 최근과 같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런 기업은 미리 이런 오래된 관행을 없애고 개선한 다른 기업과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다른 경지에 있게 된다.

    너무나 익숙해진 사내 관행이며 그것 자체가 자신들을 대변하는 색깔이 되어버린 문화를 한번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 하나 하나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돌아 봐야 한다. 기업문화도 시대에 따라 바뀔 부분은 바뀌어야 맞다. 핵심은 유지하고라도 일부 관행 차원의 이슈들은 감지해서 변화 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이렇게 기업문화와 관련 된 부정 이슈가 발생하면 스스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이 자사의 기업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문화는 기업이 여러 사회적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훌륭한 사회성’을 위한 방편일 뿐이다. ‘훌륭한 사회성’에 반하는 기업문화는 절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훌륭한 사회성이라는 잣대나 가치는 시간이 흘러가며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제대로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기업문화는 당연히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기업문화 속에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은 기업내부에 있을 때는 기업문화의 영향을 받지만, 일과가 끝나거나, 퇴사를 하게 되면 다시 사회로 돌아가 사회성의 영향을 받는다. 현재 직원들은 물론 퇴직자들과 제3자들이 가지는 해당 기업의 기업문화에 대한 시각이 시대적 변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듯 관심을 가져야 위기관리도 된다. 신경을 써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고민하고 돌아봐야 보인다. 떠들썩 하게 이야기해 보자 해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리더가 스스로 생각해 문제라고 생각하는 기업문화는 당장 고쳐야 맞다.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은 이런 ‘깨달음과 고침’의 노력이 부족했던 기업이다.

    자랑스러운 기업문화, 수십 년간 우리 회사를 성장시켜 온 그 기업문화는 물론 소중한 것이다. 그 기업문화 때문에 우리 회사를 부러워하는 경쟁사도 있을 수 있다. 훌륭한 기업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기업문화의 어떤 부분을 변화에 발맞추어 개선해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 소중하다면 더더욱 지켜야 한다. 미리 문제의 소지를 발견해 고쳐야 제대로 지킬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문화는 좋은 것이 아니다. 그 문제가 여러 번 반복되면 더욱 더 그렇다. 많은 문제들이 미처 알려지지 않았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항상 올 것은 오게 마련이니까.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