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임직원

  • 68. 위기관리조직에 권한을 주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강한 위기관리조직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위기를 잘 관리할 수밖에 없다. 위기관리의 핵심 중 핵심이 바로 위기관리 조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흔히 위기관리는 ‘누가?(who?)’에 관한 것이라 이야기 한다. 평소에서 위기 시까지 ‘누가’ 위기를 관리하는 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단 ‘누가’ 위기를 관리할 것인지가 정해지면, 위기관리는 그 주체에 의해 준비되고 실행되어진다. 위기관리에 서툰 기업 대부분은 이 ‘누가’라는 규정이나 책임 부여가 미비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다. 모두가 위기를 관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실제로는 아무도 위기를 관리하지 않고 있는 형국이 된다.

    기업 내에서 이처럼 위기관리를 위해 ‘누가’라는 책임 부여가 된 그룹이 바로 위기관리조직이다. 위기관리팀이라고 명기하는 기업도 있고, 위기관리위원회라 칭하는 곳도 있다. 해당 조직은 대표이사가 이끌기도 하고, 따로 지명된 고위임원이 이끄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여러 핵심 부서들과 그 장들이 속해 있으며, 위기 발생 유형에 따라 대응 시 부서간 가감이 이루어진다.

    위기 발생 직후 최대한 관련 부서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속하게 상황을 분석 공유하고, 그에 대응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위기대응 프로세스를 밟는다. 이후 각자 정해진 역할과 책임을 나누어 협업을 개시한다.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 위기관리 조직이 한자리에 모여 워룸(war room) 형식으로 회의체를 운영하기도 한다.

    해당 위기관리조직에 대표이사가 포함되어 있건 되어 있지 않건 간에 위기관리조직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는 것이다. 보통 위기관리 매뉴얼에 해당 조직의 구성과 권한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게재되는 데, 그 이상으로 실제 권한은 주어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일선 직원들로부터의 상황 보고와 공유 프로세스에서도 위기관리조직이 직접 전사적인 보고 의무를 강조하고, 활발한 보고를 독촉할 수 있어야 한다. 누락되거나 부족한 정보 보고에 대해서는 추가적 보고 명령도 가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선 매니저나 임원의 간섭이나 충돌은 미연에 정리되어야 한다.

    외부 전문가 그룹과의 협업에 있어서도 위기 시 위기관리 조직의 권한은 강력해야 한다. 신속하게 외부 전문가 그룹을 섭외하고 그들과 위기관리 업무를 바로 개시할 수 있도록 계약이나 예산 권한도 주어지는 것이 좋다. 일단 선조치하고 후 컨펌하는 비상 프로세스를 밟게 해주는 것이다.

    내부나 외부적으로 해당 위기관리조직이 현재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되어져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일사불란 함이 위기관리조직을 중심으로 구현되어져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창구로서 해당 위기관리조직이 역할을 전담해야 한다.

    만약 해당 위기관리조직이 충분하고 강력한 권한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 위기관리조직은 유명무실한 상황실로 변한다. 상황실은 위기 상황을 그 때 그 때 관전하고 보고하며 정리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관전하는 셈이 되어 버린다.

    위기관리조직에 권한이 없으면, 그들은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할 것도 없는 기괴한 조직이 되어 버린다. 위기관리에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 내부적으로도 위기관리 협조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위기관리라는 골치 아픈 업무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권한이 없는 위기관리조직은 아무리 협조를 부탁해도 뭐든 제대로 되지 않는다.

    외부에서 볼 때도 권한 없는 위기관리조직은 충실한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인정받기 힘들다. 해당 조직이 상황과 관련 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 있다. 제대로 상황을 파악도 하지 못하고, 관리조차 하지 못하는 위기관리조직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고 싶어하는 외부 이해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로마 시대에는 독재관(獨裁官)이라는 관직이 있었다. 로마 건국 초기부터 있었던 직책이지만, 상설직이 아닌 임시직이었다. 이 독재관은 외적의 침략 등 비상시 국론 일치를 위해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을 맡기어 극복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직책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독재관 출신이었다.

    기업에서도 그러한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을 가진 독재관과 같은 위기관리조직이 필요하다. 그 조직에게 위기 시에는 모든 권한을 강력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관리를 위해 비효율적인 평시의 프로세스들은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어야 한다. 일사불란 함은 그런 권한 하에서만 겨우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6. 일희일비(一喜一悲)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 시 회사내 위기관리팀은 얼핏 보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대응하고 그들을 관리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좀 다르다. 경험 있는 위기관리팀 소속 직원들은 위기 시 외부 보다 사내 이해관계자들에게 대응하고 그들을 관리하는 것이 더 힘들다 토로한다.

    다 같이 한마음으로 주어진 위기 상황에서 일사불란함을 가져도 힘든 것이 위기관리인데, 말 못할 속사정들이 다 있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아쉬워하는 것이 VIP를 비롯한 핵심 임원들이 상황변화와 이해관계자 반응에 계속 일희일비한다는 것이다.

    물론 위기 시에는 그 누구도 대범함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기는 힘들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 그 때 그 때 감정이 흔들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리더의 일희일비는 그러한 사전적 상식적 수준의 개념을 넘어서는 결과를 낳게 되니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 리더는 위기 시 자신의 감정을 잘 관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낯설고, 두렵고, 경황이 없어지는 것은 위기 시 당연하다는 사실을 평시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위기 시에는 절대 불필요하게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강한 결심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책임소재에 대한 다툼이 시작된다. 각종 근거 없는 이야기들과 루머들이 쏟아진다. 부정 기사들이 셀 수 없이 쏟아진다. 온라인을 비롯해 거의 모든 주변 사람들이 회사에 손가락질을 하는 듯 느껴지게 된다. 정부기관과 각종 규제기관 및 단체들이 이를 갈며 달려든다.

    위기 시 이런 상황이 내게 다가올 것이라는 사실을 리더는 미리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태풍 속에서도 담담히 나침반을 지켜볼 수 있다. 리더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 할 수 있어야만 겨우 가능한 것이다.

    전략적으로도 그렇다.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하게 되면 리더는 스스로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내부인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숙연하고 침통하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여 내적 일관성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외부 이해관계자에 대응하는 위기관리팀 모두도 일관되게 고개를 제대로 숙일 수 있다.

    반대로 팩트를 가지고 여러 반박이 가능한 건에 대해서는 리더 스스로 확신을 가지는 모습을 내부에 보여주어야 한다. 완전한 확신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검토와 분석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단 일관성 있게 리더가 확신을 가지고 반박해야 하겠다 강조하면 위기관리팀은 그에 따라 확실한 반박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된다.

    위기 시 리더가 먼저 사과를 해야 할 것인지, 반박을 하고 대응을 할 것인지 판단하고, 결정된 입장에 대해 솔선수범 해 일관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과를 지시하면서도 내심 억울함을 표현하는 리더, 반박을 지시하면서도 스스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리더, 그에 따라 입장이 좌우로 계속 움직이며 변하는 리더의 모습이 문제다. 그에 따라 더 크게 위기관리팀이 출렁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렁거리는 위기관리팀과 그들의 실행을 바라보는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그에 따라 더욱 더 크게 출렁대고, 비틀거리게 마련이다. 상황은 상황대로 계속 악화되며, 새로운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불거져 나온다. 왜 리더가 위기 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미리 깊이 고민해 보자.

    훌륭한 리더는 위기 시 기사나 보도 한 줄에 일희일비 하려 하지 않는다. 특정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하며 시간을 허비 하려 하지도 않는다. 상대적으로 중요하거나 급하지 않은 기사에 대한 법적 대응에 인원을 투입하려 하지도 않는다.

    경험 있는 리더는 위기 시 각종 기관들로부터의 조사와 자료 요청 및 요구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전문가들의 의견과 조언을 들어 정확한 준비 대응을 지시한다. 그 외 세세한 분위기나 첩보에 들뜨거나, 불안해하며 불필요한 일은 벌이지 않는다.

    그런 리더는 위기 시 일부 직원의 동요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귀를 막고 눈을 감는 무시 태도를 가지지도 않는다. 가장 중요한 핵심이 무엇인지, 누가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 그룹인지 정해 그에 따라 일관성 있는 대응에만 관심을 둔다.

    위기관리는 리더가 한다. 기업 구성원 중 최대 1% 이내인 상위 리더그룹이 한다. 그들의 일관성과 경쟁력이 위기를 관리한다. 시시각각 좌우로 흔들리며 흥분과 노여움과 불안함을 반복적으로 표현하는 리더와 기업에게는 성공적 위기관리란 없다. 위기관리에서 일희일비란 실패의 가장 흔한 기준이다. 절대 경계해야 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3. 언론과 여론을 혼동하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기업 경영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아마 언론일 것이다. 위기 시 언론이 부정적인 태도로 위기 상황을 연이어 보도하는 것만큼 경영진들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이 없다. 평시에는 신문이나 TV를 보지 않던 경영진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자사와 관련 된 기사나 보도 하나 하나를 챙겨 본다. 그리고 대부분 한마디씩 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전통적 기업 위기관리에서는 언론에 대한 관리에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썼다. 아직도 일부 기업 경영진들은 위기 시 언론관리가 곧 위기관리인 것으로 착각을 한다. 언론만 잠잠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위기가 사그라들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 중 일부는 그렇기 때문에 홍보실이 사내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유일한(?) 부서라고 지명 하기도 한다.

    홍보실 임직원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당연히 언론을 바라본다. 실시간으로 기사와 보도를 챙기고 관련된 기자에게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낸다. 가급적 부정적 표현이나 자극적 내용들을 기사와 보도에서 빼내보려 부단히 노력한다. 표면적으로는 그런 기사나 보도 때문에 위기가 관리되지 않고, 그에 자극 받은 정부, 국회, 규제기관, NGO, 고객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새롭게 개입하게 된다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내심 홍보실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VIP와 경영진들의 질책이다. “우리 회사 홍보실은 부정 기사 관리도 제대로 잘 하지 못해서 무능력하다.” “다른 기업에서는 그런 부정기사를 잘 빼내던데, 우리 홍보실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비판을 받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 증거로 내부 질책이 두려운 홍보실 사람들은 위기 시 기자들에게 이렇게 하소연 한다. “기자님 기사 때문에 제가 잘리게 생겼습니다.” “저 좀 한번 살려주신다 생각하시고 기사 좀 어떻게 안될까요?” 이런 하소연은 언론 부정 기사를 관리함을 통해서 홍보실에 대한 내부 시각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떠 올리는 회사를 위해 언론을 관리한다는 생각은 사실 그 다음이다.

    기업이 위기 시 언론을 관리하는 활동들을 하며 종종 혼동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언론을 여론이라 생각하고 동일시 하는 것이다. 물론 언론은 여론을 반영한다. 때로는 언론이 여론을 이끈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언론은 여론 그 자체가 아니다. 상당부분 비슷할 수는 있어도 정확하게 일치한다고는 볼 수 없다.

    기업은 위기 시 기본적으로 여론을 읽어야 한다. 언론을 여론이라 착각해 언론만을 읽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언론만을 읽고서 내리는 위기관리 의사결정은 실제 여론을 관리하는 데 있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언론을 여론으로 착각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위험하다.

    더구나 최근 같이 공중 개인들의 직접적 태도와 감정들이 다양하게 분출되는 여러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채널들을 등한시 해서는 안 된다. 사내로 연결되는 콜센터 전화, 이메일 내용들도 모니터링 해야 한다. 매장에서의 고객반응들도 모니터링 해야 한다. 거래처들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사내에서 공유되는 이야기도 위기 시 경청해야 한다. 기업이 운영하는 이해관계자 접접(POC: Point of Connection)을 총 가동해 그로부터 인입(引入)되는 진짜 여론을 통합적으로 읽어야 한다.

    현장에서 위기관리를 하다 보면 최근 언론이 실제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담지 못하거나, 심지어 여론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 이는 예전과 달리 언론이 여론을 충실하게 반영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기 보다는,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여론이 이제는 보여지기 때문에 언론과 여론의 기존 간극이 드러나게 된 것일 뿐이다. 예전에도 그 간극은 정확하게 존재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예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명언에 이런 말이 있었다. “언론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 상당히 언론 중심적인 위기관리관이었지만, 그 때는 그것이 통했던 시절이었다. 그 만큼 언론 이외에는 공중들이 기업의 부정 이슈를 접할 채널들이 다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야기는 이제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근본으로 돌아가서 “여론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는 이야기가 더욱 더 당연해진 것이다. 언론이 없는 위기는 있을 수 있지만, 여론이 없는 위기는 있을 수 없다. 여론이 없는 언론은 기본적으로 무력하다. 따라서 기업은 위기 시 폭넓게 여론을 바라보아야 한다.

    아직도 위기 시 언론만을 바라보며 일희일비하는 회사는 좀더 위기 시 여론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회사의 체계와 실무자의 습관 그리고 경영진의 경험을 키워야 한다. 더 이상 언론이 여론의 정확한 리트머스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언론은 여론이라는 퍼즐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퍼즐조각들 중 하나일 뿐, 그 퍼즐 자체도 아니고, 퍼즐의 그림 전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정확한 여론관과 언론관을 정립해야 한다. 더욱 더 크게 다양하게 보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2.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는 원래부터 통제 가능한 대상이 아니다. 인간이나 조직, 기업이 그러한 위기의 특성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위기를 관리 해 보려 노력하고 준비하는 것이 위기관리다.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이 두 축이 위기관리를 위한 노력의 주제다.

    평시에는 ‘해야 하는 것’을 성실하게 적시에 해 나가는 것이 위기관리다. 준법하고, 철학과 원칙을 가다듬고, 돌아보고,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교육하고,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반복 해 기업 구성원들에게 위기관리 역량을 키워주는 이 모든 활동이 사전적 위기관리다. 어쩌면 이 부분이 진짜 위기관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이제부터는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처음부터 가르고 나누어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기가 낯설고, 위기관리에 대해 평시 준비하지 않은 기업일수록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할 수 없는지를 헷갈려 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흔해진 기업의 사회적 논란에 대해 살펴보자. 평시에 임직원들에게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를 공유하고, 그에 대한 회사의 원칙을 강조했다. 교육을 하고, 일부 문제가 감지되면 즉각 원칙에 따라 처리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처 살피지 못했던 문제가 드러났다.

    사회적으로 갑자기 우리 회사가 몹쓸 회사가 되어 버렸다. 이 시기에 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현재 부정적인 상황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는 불가능하다. 현 상황을 그 이전과 같은 평화로운 시기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로 향한 부정적 사회 여론들은 어떨까? 그 여론을 단박에 없애 버릴 수 있을까? 부정 여론을 바로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단,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부정적 여론을 잘 다스려 점차 그들의 공분을 감소시키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부정 여론을 관리할 수 있는 대책과 적절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적절한 대책과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대책과 메시지를 실행에 옮기는 활동도 우리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와 같이 위급한 시기에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빨리 찾아내 실행하는 것이 사후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위기관리에 어러움을 겪는 기업들은 대부분 ‘할 수 있는 일’을 등한시하는 반면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려 무리수를 둔다. 왜냐하면 ‘할 수 없는 일’이 위기 시 더 커 보이고 탐이 나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우리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은 무언가 위대해 보인다. 누군가 나타나 그 ‘할 수 없는 일’을 해주겠다 하면 대단한 일이 라는 생각에 가슴이 부푼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종종 무리수를 둔다.

    앞의 예와 같이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회사를 다시 예로 들어보자. 사회적 공분을 잘 관리해 차차 그 위세를 감소시키자 말하는 임원이 있다. 그 임원은 말 그대로 자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대부분 임직원들은 그 건 당연한 것 아니냐 하는 반응이다.

    그러나 공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2차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에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공분이 계속되고 제대로 된 회사의 대응이 없으면, 관련 기관의 수사나 조사가 시작된다. 경찰이나 검찰 등에서 압수수색을 하게 되고, 국회나 NGO등의 단체가 움직여 대표를 괴롭히게 된다.

    사내적으로 당연하다 했던 공분에 대한 관리가 실제로는 향후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막아낼 수 있는 노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신 그 와중에 어떤 임원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제가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이번 건과 관련한 경찰과 검찰의 움직임을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임원들은 솔깃해 한다.

    “더 나아가서 경찰과 검찰 내사를 무마할 수도 있다 이야기합니다. 한번 위기관리를 맡겨 보시죠” 자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것을 제대로 할 생각도 하기 전에, 자사가 ‘할 수 없는 일’을 누군가에게 맡길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무리수를 두는 경우다.

    자사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 빠짐없이 제대로 하자. 그 과정을 건너뛰거나 대충한 채 ‘할 수 없는 일’에 미련을 두고, 그에 애 닳아 하는 행동은 그만하자. 평시에 위기 상황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위기 발생 시 자사가 ‘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 자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 생각되는 일을 제대로 찾아 정리해 보자. 그리고 그 ‘할 수 있는 일’에 미리 시간과 인력과 예산을 투자 해 보자. 위기 때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 질 것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0. 아군을 절대적으로 믿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경영 어구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을 못 믿겠으면 절대로 쓰지 말고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라.” 이 같은 철학은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통하는 매우 중요한 조언이다. 위기 시 조직 구성원들은 한 마음을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현실적 이야기다.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 구성원들은 그 위기를 둘러싸고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마음을 먹게 마련이다. 이 현실은 그들이 악하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다. 인간 본성이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이러한 구성원들의 다른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원칙과 프로세스를 평소 강하게 강조하라 조언한다.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마음을 원칙과 프로세스라는 기준을 들어 그 범주에 머무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위기 시 위부터 아래에까지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먹는 기업은 아무런 유효한 원칙이나 프로세스도 보유하지 않았던 기업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위기 시 기업 구성원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다. 필자도 수 십년간 그렇게 위기 시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기업은 본 적이 없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조직적으로도 그렇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도 어렵다는 상황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라는 것은 걷지 못하는 아기에게 마라톤을 뛰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렇지 때문에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위기 시 기업에게 커뮤니케이션 창구라도 일원화하라 조언한다. 차선책이지만, 어찌 보면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창구를 일원화하게 되면, 기업이 내외부적으로 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그 이전보다 높아진다. 문제는 또 구성원 각자가 창구일원화라는 원칙을 준수해 주는가 여부다. 누구 하나라도 창구일원화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창구일원화 효과 자체가 단박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구일원화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니 중요한 개념이다.

    일단 창구일원화가 되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스스로 전략적 메시지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해야 한다. 만약 그 창구가 그런 중요한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전략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여론 감각을 발휘 해 필요한 메시지를 적시에 전달한다는 개념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창구일원화 실패라는 개념 자체를 넘어 위기는 절대 관리되지 않을 것이다. 부족한 창구 일원화가 또 다른 위기를 발생시킬 것이다. 심지어 상황관리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사회적 공분까지 조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창구 역할과 책임을 맡은 커뮤니케이션 인력들은 평시 스스로를 훈련하고 지속적으로 시뮬레이션 하라 조언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제대로 된 조직과 기업의 대변인들은 대부분 극도로 훈련된 전문 인력이다. 심지어 기존 전문가들도 실수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반복 시뮬레이션을 해 예상치 못한 실수도 줄여보려 노력한다. 그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이 몇 가지 위기관리 개념과 과정에만 비춰보아도 경영자들은 위기 시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 그렇게 할 수 있을 까 불안 해 할 수 있다. 우리 회사 구성원들이 위기 시 하나의 마음을 갖게 될까? 우리가 위기 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우리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적절한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

    위기 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경영자들의 이러한 현실적 불안이 종종 위기관리 자체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신의 조직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선 조직이 가동되거나, 외부 인력들에게 자신의 위기관리를 맡기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문이나 협업 형식을 넘어 내부 인력들은 기술적으로 무력화시키고, 경영자가 외부에서 위기관리 역량을 사거나, 활용하는 데 모든 집중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당연히 이런 방식의 위기관리는 결과가 대부분 좋지 않다. 그에 대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다음 기회에 다루어 보기로 하자.

    다시 앞의 “사람을 못 믿겠으면 절대로 쓰지 말고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라”는 말을 다시 곱씹어 보자. 위기관리 차원에서는 이 말 앞에 이런 생각이 생략되어 있다. “믿을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을 훈련하고 지원하고…”라는 말이다. 그런 평시 노력이 있었음에도 믿지 못한다면 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기반으로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주는 것이 성공책이다. 아군인 내부 인력에 더욱 더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자. 그리고 믿자. 그 전에 먼저 살펴 라도 보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위기관리 매뉴얼, 진짜 필요한 걸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언론에서는 거의 비슷한 표현들을 주로 사용하면서 위기관리 주체의 대응 문제를 비판한다. “오락 가락” “오리무중” “뒤늦은 사과” “뒷북” “황당 대응” “침묵으로 화를 키워” 등등의 지적이 그것이다. 그 중 빠지지 않는 지적이 바로 ‘위기관리 매뉴얼의 부재 또는 부실’이다.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위기관리 매뉴얼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 졌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 이 같은 위기관리 매뉴얼 관련 지적이 줄을 잇는다.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사후 위기관리 대책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다 정교화 하겠다.” “새롭게 위기관리 매뉴얼을 구축하겠다”는 식의 개선안을 내놓는다.

    문제는 이런 비판과 그에 대한 개선계획이 계속 반복된다는 점이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유사한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매뉴얼의 형편없음을 탓하는 언론의 지적이 또 생겨난다. 그리고 또 해당 위기관리 매뉴얼은 재차 새롭게 탈 바꿈 된다. 이런 쳇바퀴 같은 위기관리 매뉴얼 논란을 보면서 위기관리 매뉴얼이 진짜 필요한 걸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둘러싼 실무진들의 주요 질문을 중심으로 진짜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1. 저희 회사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기업에서 이렇게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 이야기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갖고 있다는 그 위기관리 매뉴얼을 한번 봅시다 하면 대부분이 보여주기를 주저한다. 스스로 만족스럽거나 완벽하다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임직원이 충분히 만족하는 완벽한 위기관리 매뉴얼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기업이나 기관 스스로 자기 자신에 맞춘 포맷과 내용만 적절히 갖추고 있으면 그것이 전부다. 외부에 과시할 만한 주제도 아니며, 다른 기업이나 기관과 비교해 우열을 따질 성격도 아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몇 십장 수준인 경우도 있다. 어떤 기관은 별책으로 묶어 백과 사전 같은 거대 분량을 자랑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 낫다 말하기는 어렵다.

    가장 완벽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정의하라 하면 “임직원들이 오랫동안 반복 활용해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와 수정이 이루어진 위기관리 매뉴얼”이라 할 것이다. 즉, 매뉴얼은 일단 자사의 특성에 기반해 자사만의 버전으로 만들어 반복 활용해 보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먼저 신경 쓰자.

    1. 위기관리 매뉴얼은 왜 필요할까요?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 시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조직에게 필살기를 곧장 발휘하게 만들어 주는 비책이 절대 아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추구하기도 한다. 어떤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큰 치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진짜 왜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은 쉽게 찾아보기가 힘들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그 자체보다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정리된 체계를 만드는 긴 과정을 통해 자사 조직이 위기관리를 배우는 것이다. 그들의 참여로 좀 더 나은 위기관리 개념과 역할 확인, 프로세스에 대한 인식, 위기관리 자산의 통합이 가능하게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다 함께 만들어 본 기업과 만들어 보지 않는 기업이 다른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 시 그 효과를 발휘한다 기 보다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평소 준비 과정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매뉴얼 자체는 그 결과이자 상징이다.

    1. 위기관리 매뉴얼의 분량은 얼마가 적절할까요?

    사실 위기관리 매뉴얼의 현실적 분량은 VIP께서 만족하실 수 있는 분량이다. 실무진에서 100 페이지로 매뉴얼을 정리해도 VIP께서 “겨우 100 페이지로 모든 위기를 모두 커버할 수 있겠나?” 하시면 바로 그 분량은 열 배 이상 늘어난다. 반대로 VIP께서 “그 100 페이지를 누가 다 읽고 실행할 수 있겠나?”하시면 곧 장 매뉴얼은 십여 페이지로 요약이 된다. 어떤 매뉴얼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상적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관리 조직이 충분히 이해하고, 암기할 수 있는 수준과 범위여야 한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때가서 위기관리 매뉴얼을 들춰보고 위기를 관리하는 조직은 문제가 있다. 단순 정보의 확인 정도라면 모를까? 위기가 발생했을 때 문구를 정독하며 줄을 치는 실무자들이 있어서는 안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개발하는 과정을 함께 한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은 완성된 위기관리 매뉴얼을 읽지 않아도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과 책임 그리고 대응 방식을 상당부분 이미 인지할 수 있다. 매뉴얼은 그 인지 사실에 대한 단순 기록일 뿐이다. 그 수준에서 분량은 결정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1. 위기관리 매뉴얼은 모든 상황과 시나리오를 모두 포함해야 하나요?

    위기관리 매뉴얼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는 단순 이유가 아니라면, 발생 가능한 모든 위기 유형과 시나리오를 전부 담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만들 수도 없고, 만들어도 별 의미가 없다. 실제 위기관리 매뉴얼을 위기 유형별로 여럿 만들다 보면 몇 개 유형 매뉴얼을 완성하기 전에 깨닫게 된다. 유형은 달라도 대응 조직과 방식 그리고 프로세스는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위기 유형의 특수성이 있어, 그 관리 전략이나 방식에 일부 다름이나 가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외 상당 부분은 위기 유형에 따라 바뀌지 않는 상수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요소 진단이나 취약성 진단을 통해 주요 위기 유형들을 매뉴얼에서 일부 다루는 것은 괜찮겠지만, 욕심을 내 모든 유형과 그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담는 것은 그리 권장되지 않는다. 분량을 늘이기 위한 목적이라면 모르지만, 실제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효율성도 없고.

    1.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어떻게 다르죠?

    흔히 홍보실에서 가지고 있는 ‘부정기사 대응 방안, 체계’를 위기관리 매뉴얼이라 부르는 기업도 있다. 어느 기업에서는 사고, 안전이나 정보 보안 매뉴얼을 위기관리 매뉴얼이라 부르기도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기업이나 기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게 전부다.

    그러나, 정확히 분류하자면 위기관리 매뉴얼은 일반적으로 전사 조직이 포함된 매뉴얼을 의미한다. 대표이사를 포함 전체 임원과 부서의 위기 시 역할과 책임이 수록된다. 위기관리 조직의 규모에 있어서도 전사 핵심 임원들이 모두 포함될 뿐 아니라, 위기 유형에 있어서도 법무, 재무, 안전, 환경, 홍보, 영업, 마케팅, 정보보안, 기술 등등의 여러 분야가 모두 커버된다.

    한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주로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개발해서 핵심 임원들까지 공유되는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임직원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의미한다. 위기관리를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두 축으로 나눌 때, 뒤 부분의 커뮤니케이션 관리 내용을 주로 담은 매뉴얼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 시 언론 대응 매뉴얼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커뮤니케이션 대상이 점점 광범위하게 설정되고 있다. 언론을 넘어 온라인은 물론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하기도 한다.

    1. 위기관리 매뉴얼의 핵심은 어떤 부분인가요?

    위기관리 매뉴얼의 모든 페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페이지는 ‘비상연락망 페이지’라 이야기하는 경영자들이 있다. 상당히 공감가는 개념이다. 경영자 입장에서 볼 때 자사 위기관리 조직은 상당시간 훈련 받았고, 경험이 많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비상연락망만 가동하면 자동으로 조직이 소집되어 움직여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이 보다 멋진 조직이 없다.

    비상연락망과도 유사한 개념이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누가?(who?)라는 부분이라 항상 강조한다. 그 ‘누가?’라는 지정을 모두 모아 놓아 명시한 페이지가 비상연락망 페이지다. 그 페이지에 그 ‘누가’들이 모두 리스팅 되어 있는 것이다. 매뉴얼에서 지정한 ‘누가’는 조직 구성원 입장에서는 ‘내가’가 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를 궁금해하게 된다. 그에 대한 준비와 답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있다. 단, 그런 질문을 위기 시 하는 조직이 있는 반면, 그런 질문을 평소에 하는 조직이 있다. 두 조직 간 위기관리 역량에 다름이 있다면 그 때문이다.

    1. 위기관리 매뉴얼은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 해야 할까요?

    위기관리 매뉴얼의 수명은 약 6개월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기업 임원들은 대부분 놀란다. 그러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맞다는 반응을 보인다. 매뉴얼의 수명이 그렇게 짧은 이유는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주체가 계속 변동하는 것이다.

    위기가 변동되는 것이 아니라. 그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조직이 계속 변동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참 재미있다. 퇴사한 임원의 후임으로 그 자리에 오른 신임 임원은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의 존재조차 모를 수 있다. 재무팀에 있다 영업팀으로 자리를 옮긴 팀장은 자신이 새로운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그렇다고 새로 바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 시험을 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 매뉴얼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 훈련,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이야기하는 것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수명을 계속 늘려 가기 위한 노력은 정기 교육, 훈련과 시뮬레이션뿐이다. 그대로 사무실 책장에 꼽혀 있기만 한 매뉴얼은 아무 의미가 없다.

    1. 제대로 된 위기관리 매뉴얼은 어떤 형식인가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자사 특성에 잘 맞추어진 매뉴얼이면 충분하다. 포맷이나 디자인 그리고 분량에 대해서 너무 부담이나 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다. 자사 조직 구성원들이 친근하게 접할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 때 기존 각 부서에서 보유하고 있는 각종 관리 매뉴얼들을 모두 모아 통합시키는 형식은 매우 상적으로 보이기는 한다. 부서별로 법이나 규정으로 정해진 매뉴얼들이 존재하는 데, 그런 모든 매뉴얼을 모아 통합해 보는 것은 매우 생산적인 것이다.

    즉, 위기관리 시스템을 새로 만든다는 개념을 넘어, 기존에 익숙해져 있는 위기관리 방식들과 규정들을 한데 모아 더욱 더 강력히 통합시킨다는 개념이 필요하다. 새로 맞춘 옷은 오래 입은 옷 보다 불편 한 게 당연하다. 위기관리 시스템이 전혀 없다 이야기하는 조직도 있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보면 그 나름 방식이나 체계는 일부라도 존재한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어떻게 엮어 내는 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1.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도 그걸 직원들이 볼까요?

    안 본다. 심지어 위기관리 매뉴얼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한 직원들도 꼼꼼하게 수백 페이지를 읽지 않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위기관리 업무만 전담하는 조직 구성원이라면 모를 까. 대부분 위기관리 조직은 기존 부서 책임자들을 모아 놓은 일종의 태스크포스 형식이다.

    조직 구성원들은 평소에도 각자 여러 태스크포스에 속해 있다. 그 각 역할에 있어서도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쁜데, 위기관리 조직 태스크포스 역할을 위해 수백페이지 매뉴얼을 평소 열람하고 숙독하는 구성원들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위기관리 조직이 보지 않는 매뉴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매뉴얼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하나? 매뉴얼을 읽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하나? 이미 이런 고민은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도 오래된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그럼 어떤 해답을 찾았을까? 정기 교육과 훈련이 전부다. 그 뿐이다.

    1. 실제 위기관리를 할 때 위기관리 매뉴얼이 참고나 도움이 되나요?

    전쟁이 발생해 머리 위에 미사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벙커에 틀어 박혀 훈련 교본이나 작전계획을 읽고 있는 병사나 지휘관을 상상해 보자. 대형 빌딩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이 소방차 호수 작동 매뉴얼을 찾아 읽고 있다 상상해 보자. 택시 운전사가 손님을 태운 뒤, 자동차 운전 매뉴얼을 공부하는 상황이라면?

    위기관리 매뉴얼은 평시 대비를 위한 노력이라는 의미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 조직 구성원이 자신의 위기 시 역할과 책임을 사전에 이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자신의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을 찾아 준수할 수 있다.

    실제 위기를 관리할 때 위기관리 매뉴얼이 도움이 된 다기 보다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함께 만들고 이해한 조직 구성원들이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개념이 더 적절할 것이다. 어쨌든 위기관리 매뉴얼은 중요하다.

     

  • 비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증상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항상 전략이 그 중심이다. 최근 일부 케이스들과 같이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반응’에만 집중하고, 제대로 된 ‘대응’에는 별반 신경을 쓰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위기관리에 있어 전략이란 기본적으로 ‘인위적’인 것이다. 이 ‘인위적’인 작업에는 조직적인 스트레스가 필수다. 문제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조직 스스로 이런 필수적인 조직적 스트레스를 감당해 내기 꺼려한다는 데 있다. 비 전략적이며 본능적인 반응은 이 때문에 흔히 발생된다.

    전략적이지 못한 조직, 전략적이지 못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적이지 못한 메시지, 전략적이지 못한 위기 대응만큼 위기관리에 있어 위험한 것이 없다. 이미 발생한 위기를 더욱 더 큰 위기로 키워내는 동력이 되는 것이 그런 비 전략성이기 때문이다.

    일단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위기관리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조직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 현 상황을 그렇게 보는 이유는 “왜?”인가? 그 상황에서 그런 전략을 택해야 하는 이유는 “왜?”인가? 그 이해관계자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이유는 “왜?”인가? A라는 대응 보다 B라는 대응을 먼저해야 하는 이유는 “왜?”인가? C라는 대응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왜?”인가? “왜?” 그 부서에서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하는가? 메시지를 그렇게 가져가야 하는 이유는 또 “왜?”인가?

    그에 비해 비전략적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항상 그 “왜?”라는 질문에 답이 없거나 “그냥”이라는 궁색한 답이 돌아온다. “일단 그렇게 라도 하고 보자고 하는 거죠.” “정신 없으니까 뭐 라도 해야 하겠다 생각했어요.” “그 때는 정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느꼈지요.” “당시에는 그게 맞다고 생각하였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따라온다. 스스로는 일말의 확신이나 느낌을 가졌던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제대로 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언론이나 고객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에서도 이런 비 전략적인 조직의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은 상당히 당혹스럽고 불편하다. “저렇게 대응하는 이유가 뭘 까?” “저런 식으로 밖에 대응을 못하나?” “왜 자꾸 이상한 대응을 반복할까?” “정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건가?” “상당히 괴상한 대응이군” 이런 반응이 생겨난다.

    현장에서 위기관리를 하는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판별할 수 있는 비 전략적인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 증상들은 정리해 본다. 이 증상을 보이는 위기관리 주체들은 비전략적이라는 판별 뿐 아니라, 향후 위기관리에 실패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가능하다. 필히 기억해서 경계해야 할 증상이라는 의미다.

    첫째, 메시지보다 행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과하자고 한다. 사과를 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자 하는 거다. 홍보실로 하여금 빨리 장소를 정해 기자들을 초청하라 한다. 문제는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게 사과한다는 생각을 건너 뛰는 것이다. 사과의 순서에 대한 고민도 과감하게 생략한다. 일단 머리를 숙이고 사과문을 읽는 그 행동에만 주된 관심이 쏠려 있다. 누군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어떻게, 누구에게 하는 여러 고민을 내부적으로 제기해야 하는데, 이런 증상이 발생하는 기업의 경우 그런 고민을 제기하는 자는 ‘수동적인자’ 또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자’로 간주된다. 메시지가 왕이다. 기억하자.

    둘째, 커뮤니케이션은 하려 하면서, 메시지를 폄하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메시지가 왕이다. 더 나아가 메시지가 위기를 관리한다. 좋은 메시지로 위기를 실제 관리할 수 있다. 만약 10시간의 대응 시간이 주어진다면, 7~8할의 시간을 좋은 메시지를 위해 투자하라 한다. 그 만큼 메시지에 대한 고민과 들여다봄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중 핵심이다. 메시지를 가다듬고, 다시 읽어 보고, 여러 느낌이나 의견을 들어보고, 또 이를 반복하는 노력이 위기관리 메시지를 만든다. 이를 아깝게 생각하거나 심지어 메시지 자체를 폄하하는 조직은 위기관리 실패를 예약하는 꼴이다. 메시지에 투자하라. 기억하자.

    셋째, 의사결정을 한두명이 압도한다

    일단 시간적 그리고 상황적 제약을 감안할 때 의사결정에 있어 누군가 독재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리 경계할 것이 아니다. 효율성이라는 가치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비전략적 증상이라는 것은 위기대응 전략과 방향 그리고 방식을 모두 한두명의 구성원이 일방적으로 정해 버리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 의사결정자가 해당 상황에 편견을 가진 VIP인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 경우 VIP의 편견에 반하는 다른 중요 정보들은 종종 생략된다. VIP의 편견을 지지 또는 지원하는 극단적인 논의만 이어지고, 대응 방식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당연히 이상한 대응이 수정되면서 자꾸 반복된다. 시간은 가고, 문제는 악화된다. 오픈 리스닝에 의한 독재. 그게 핵심이다. 기억하자.

    넷째, 아이디어에 의존한다

    물론 아이디어는 참 좋은 의미다. 실제로 좋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위기를 관리해 낸 기업도 여럿이다. 아이디어로 위기 시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경우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비전략적 증상으로의 아이디어는 좀 다르다. 위기 상황의 맥락이나 핵심 그리고 이해관계자 의견에 대한 고민과 들여다봄이 생략된 ‘순수 아이디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부적으로 위기관리를 위해 신선(?)하다 느끼는 여러 아이디어들을 쏟아내는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 버린다. 위기관리에 있어 좋은 아이디어는 위기 발생 이전인 평시에 쏟아지는 아이디어다. 그런 우수한 아이디어가 위기를 사전적으로 관리한다. 위기 시 쏟아지는 아이디어는 필히 경계해야 한다. 왜 그 아이디어가 이 시기에 나오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아이디어는 평소에 내자. 기억하자.

    다섯째, 아무나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다.

    위기관리 방식을 보면 마치 불 난 호떡집을 연상하게 하는 조직이 있다. 대표이사를 비롯해 여러 지인들과 조력자들이 좁은 미팅 룸 안에 모여 있다. 밤을 세워 이야기 나누고, 대응 아이디어들을 교환한다. 여기저기 각자 전화를 돌리고 받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런 경우 변화되는 상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일종의 갈라파고스가 형성되는 것이다. 모두가 열심히 위기를 보고, 관리하려 애쓰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외부에서 보면 아무도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지 않는 것 같이 보인다. 시끄럽기만 하고, 바빠 보이기만 한다. 그 뿐이다. 심리적 의지는 되겠지만, 위기관리에는 아무 의지가 되지 않는다. 외부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보라.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지 물어라. 기억하자.

    여섯째, 준비 없이 뛰어나간다.

    준비는 원래 평소에 하는 작업이다. 그렇게 길고 긴 평소의 시간은 조직에게 준비를 위해 주어지는 시간이다. 이 시기 동안 제대로 된 숙제를 하지 않은 조직이 항상 위기 시 벼락치기를 한다. 그나마 꼼꼼한 준비를 벼락치기로 해도 나은데, 이를 종종 생략한다. “일단 움직여!” 이 명령은 이미 평소 많은 준비가 된 조직의 경우에 한 한다. 자신이 현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명령이다. 대부분의 실패 기업들은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이 각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험이나 확신이 없다. 그러면서도 일단 실행하려 한다. 그 실행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을 일으키기도 하고, 현장의 무리수를 경험하기도 한다. 준비는 평소에 하자. 기억하자.

    일곱째, VIP가 위기에 관심이 없다

    위기는 VIP가 관리한다. VIP의 관심이 없는 위기관리라는 것이 성공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실제로 이상한 위기관리 실행이 있어 이를 들여다보면 그 뒤에는 VIP의 무관심이나, 편견 또는 부재가 있다. “잘 해!”라는 말만큼 위기관리에 있어 위험한 명령이 없다. VIP가 구체적인 방향이나 전략을 설정하지 않은 채 “알아서 잘 해 주세요”라 이야기하기 때문에 비전략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마치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황량한 대지에 길을 깔아 보라는 형국이다. 길을 어느 방향으로 깔아야 할지, 무엇으로 된 어떤 모습의 길을 원하는 것인지, 언제까지 길을 깔아야 하는 것인지, 길을 깔기 위해 얼마의 예산을 허락할 것인지 아무 답이 없다. 이런 경우 길이 제대로 깔리면 그게 더 이상한 게 당연하다. VIP가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기억하자.

    여덟째, 조직의 귀가 얇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이야기 전에,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그 이상한 지푸라기들이 주변에 흘러 넘친다. 어떤 한 지푸라기를 잡아 위기를 관리한다는 느낌 보다는 지푸라기 쓰레기에 둘러 싸여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렇 게 해보라. 아니다 저렇게 하는 것이 낫다. 이렇게 해주겠다. 저렇게 할 수 있다 한다. 여러 잡음이 위기 시 조직에게 쏟아진다. 비선이 여기저기에서 실체를 숨긴 채 목소리만 낸다. 그 중 일부는 거부하기 힘든 영향력자의 목소리도 들어있다. 그에 따라 어떻게 든 ‘해 주려 하니’ 조직의 위기관리가 춤을 춘다. 내부적으로 위기대응에 대한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면, 이런 증상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조직은 위기 시 리스닝 할 뿐, 조종당하면 안된다. 기억하자.

    아홉째, 공감이 생략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공감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감 없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노른자가 빠진 계란 프라이와 같아 보인다. 이상하고 기괴해 보이는 것이다. 위에서 VIP로부터 일선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실행팀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공감의 기반을 빨리 갖추는 것은 위기관리 전략에 있어 중요한 인프라다. 이런 인프라 없는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한다. 오히려 반감을 자아내며, 위기 상황을 장기화하고 악화시킨다. 심지어 공감하는 척하는 것도 일부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인데, 전혀 공감하지 않은 채 위기를 관리한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다. 공감하자. 기억하자.

    열 번째,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위기 발생에 대한 책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에 대해 큰 고민이 없는 조직은 해당 위기관리 전반과 구체적인 실행 각각에 책임을 지는 자가 없게 마련이다. 일부 실패한 위기 실행을 두고 상호간 손가락질은 있을 수 있지만, 제대로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구성원은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실행 자체에 있어 품질이나 사려 깊음이 떨어지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정확한 책임과 역할이 있어도 어려운 것이 위기관리인데, 그런 기본이 없으면 말 할 것도 없다. 기억해 보자. 정확한 위기관리 조직원의 책임과 역할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을 것이다. 먼저 위기관리 매뉴얼을 읽어 보자.

    이상의 열 가지 증상이 공통적인 조직의 비전략적 위기관리 증상이다. 비전략적 조직의 경우 이상의 열 가지 증상 중 최소 한두가지 이상의 해당이 있다. 어떤 한 두 사람이 문제라서 그런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누구도 그런 개념이 없기 때문에 그런 증상의 배제를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위기관리가 어렵다 하는 이유는 우리가 모두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이유 때문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못한다. 일부는 알지만 하지 않는다. 또 일부는 알지만 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다양한 이유를 좀더 심각하게 분석하고 들여다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왜 못하는가? 그 이유를 우리 내부에서 찾으면 그 다음 답이 보인다. 하지 않는 이유는 무언가? 이에 대한 답을 얻으면 문제를 풀기는 한층 쉬워진다. 그렇게 좋은 위기관리를 왜 하지 않으려 하는가? 이 심각한 질문에 대한 답 또한 필요하다. 그런 사전적 질문 없이, 그냥 위기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걱정이다는 식의 접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비전략적 위기관리 증상을 다시 들여다보자. 그 속안에 우리 자신이 보인다면, 그 이유를 찾고,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자. 특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빨리 정신을 차리고 “왜?””왜?””왜?” 이런 전략적 질문을 반복해 보며 길을 찾으려 애쓰자. 질문을 하며 상호간 시비를 걸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길을 찾기 위해 제대로 된 길인지 두들겨 보며 확인해 보자는 이야기다. 위기관리란 그래야 하니까.

  • 일희일비 위기관리, 왜 그럴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의사결정그룹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마인드 중 하나가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희(기쁨)이 있을 리 없지만, 일희일비라는 말의 의미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순간순간 닥쳐오는 상황에 따라 감정이 변화하고 실행이 요동치는 모습을 의미한다.

    의사결정그룹이 위기관리를 하며 일희일비 하게 되면, 일선 위기대응 담당자들은 더욱 더 큰 진자 운동을 하게 된다. 그들의 대응 활동에 맞서 있는 이해관계자들은 그들의 이상한 대응 방식에 더욱 자극 받게 되고,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게 된다.

    그 외에도 의사결정그룹의 일희일비는 여러 부작용과 스트레스를 양산한다. 일선 직원들을 비롯해 위기관리에 매달리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과도한 업무 지시가 시시각각 달리 하달된다. 이전의 업무를 마치지도 못한 상태에서 다른 대응 업무가 지시되니 직원들은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부터 인가 지시 사항을 관리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모든 위기관리 실무 구성원들이 바깥의 위기와 이해관계자보다, 안정되지 않는 내부 의사결정그룹을 관리하는 형국이 되어 버린다. 오히려 바깥의 위기는 점차 사그라져도, 내부 의사결정그룹의 일희일비는 계속 자극을 거듭하며 커져가고 시시각각 좌우 진동을 키워만 간다. 이런 위기관리 실패를 경험한 실무자들이 공히 공감하는 말이 있다. “내부에서 좀 더 정신을 차리고, 무게 중심을 잡아 주었으면 이렇게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에는 스마트 함으로 승부했던 기업 내 의사결정그룹이 왜 위기가 되면 초지일관 일희일비하게 될까? 그들은 왜 그럴 수밖에 없을까?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어떤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까?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포인트들을 정리해 본다. 일희일비 위기관리, 왜 그럴까?

    첫째, 무언 가에 치우쳐 있다.

    균형감이라는 것이 위기관리 의사결정의 기반이 되는 데, 반대로 어떤 한 두 요소에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의 축이 치우쳐 있는 경우 일희일비한다. 예를 들어 상황을 파악할 때도 어느 한두 보고에만 의지한다. 대응 전략을 결정할 때도 일부 의견이나 주장에 의지한다. VIP의 의견도 그 중 하나다.

    폭 넓게 보라. 전체적인 상황을 골고루 통합적으로 파악하라. 오프라인에만 의지하거나, 온라인에만 의지하지 말라. 원점에게만 주목하거나, 언론에만 주목하거나, 규제기관에만 주목하거나 하는 편중 현상을 경계하라. 모든 조언들이 이 경우 그대로 간과된다.

    위기 시 하루 종일 온라인 댓글을 읽고 일희일비하는 의사결정 그룹이 실제 존재한다. 진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빨리 하지 않으면 그 위기관리는 실패한다. 최소한 제대로 된 결과는 내지 못한다. 세상은 그렇게 편중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평소 접하지 못했던 여론을 접한다

    평소 미디어 리터러시를 넘어 여론 리터러시를 키워야 했다. 언론을 만날 때마다 즐거운 기사로 인해 고맙고, 행복하고 그들이 친근했다 해도, 위기 때 언론은 변한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평소 회사 제품과 서비스에 찬사를 보내던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자사에 대한 의견과 감정을 바꾼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손가락질하고, 비판하고 있다 느껴질 상황도 올 수 있다 생각하고 그에 대해 익숙해져야 한다. 여론은 계속 해 바뀐다는 사실도 이해해야 한다. 자사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면 여론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위기 시 여론에 대해 뒤돌아 앉거나, 눈과 귀를 막고 견디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확하게 여론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수준에 머무르기만 해도 훌륭한 것이다. 여론은 흔들려도 의사결정그룹까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자. 같이 흔들리면 위기관리는 실패한다.

    셋째,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무언가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할 수도 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먼저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그 후 해야만 하는 무언가를 챙겨 실행할 수 있다. ‘무조건 무언가 하고 보자’는 곧 위험한 말이다.

    그래서 전략이 필요하다 하는 것이다. 하이프로파일 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 있다면, 반대로 로우 프로파일 해야 하는 위기 상황도 있을 수 있는 법이다. 공식입장을 확실하게 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반대로 노 코멘트나 상황을 유보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한번 결과가 나오면 그후에 말씀드리겠다 했다면, 결과가 나올 때가지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도 그 입장을 견지하고 말을 통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의사결정 그룹 내에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 수준에 이르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자꾸 전략이나 일관성을 해치는 단발적인 반응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위기에는 대응이 중요한 것이다. 단순 반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넷째, 일선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의사결정그룹이 일선을 모르면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몰라서 두려워한다. 정확하게 보고가 되지 않으면 답답해진다. 더구나 위기가 발생하면 한치 앞도 깜깜해 보인다. 칠흑 같은 야밤에 위험한 숲 속을 뛰어 가야 하는 사람의 심정과 유사해진다. 그에 조급함이 더해지면 일희일비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일선에서는 무언가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서 무엇을 정확하게 하고 있는지 의사결정그룹이 파악하지 못하면 문제다. 일선에서 꼼꼼하게 진행 중인 위기 대응 활동을 보고 했더라도, 그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의사결정그룹이 이해하지 못해도 문제다. 누군가 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 줄 수 있으면 몰라도, 의사결정그룹에게 블라인드 스팟이 많게 느껴지면,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다.

    일선 인력에 대한 믿음과 신뢰도 큰 자산이다. 그들에 대한 적절한 권한이양과 전문성 존중 문화가 있으면 좀더 나은 위기관리가 가능하다. 최소한 일희일비 함은 줄여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실제보다 부풀려진 실무자들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평소 위기관리 그룹 전반을 신뢰할 수 있는 수준까지 훈련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다섯째, 스스로 위기관리를 해 본적이 없다 생각한다

    위기관리를 해 본적이 없어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위기관리그룹이 있다. 평소 링 위에 오를 준비를 하지 않던 권투 선수가 연상된다. 위기라는 선수는 항상 극도로 훈련되어 있는 노련한 선수다. 그에 대응하는 기업이 그 정도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문제다.

    전문가를 여러분 모셔 놓아도, 실제 링 위에 오르는 것은 기업 혼자다. 그 전문가들은 링 바깥에서 코칭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잽을 날리세요. 웨이빙을 더 하십시오. 스텝을 바꾸어 보세요. 피하세요. 이런 코치의 외침을 듣고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가는 그 선수가 얼마나 평소 제대로 훈련을 했는가에 달려 있다.

    훈련되지 않은 선수가 어마 어마한 상대에 맞서 링 위에 올랐다. 수많은 관중이 이 링 위를 지켜보고 있다. 바깥에서 소리치는 코치들의 소리는 저 멀리 아득하다. 손발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가슴만 두근거린다. 다가오는 상대 선수의 몸집이 어마어마 해 보인다. 이러니 당연히 그 선수는 일희일비 하게 마련이다. 훈련된 선수에게는 일희일비 함이 없다.

    여섯째, 훈수 두는 분들에게 휘둘린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훈수가 위기가 발생되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여기저기 선배나 고위직에 계셨던 분들이 훈수를 두어 준다. 이렇게 해 보라. 저렇게 해야 한다. 내가 해 봐서 안다. 본 때를 보여줘라. 무시해라. 사과해라. 기부를 해라. 청와대를 만나라. 밀어내라. 물을 타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훈수로 쏟아 진다.

    의사결정그룹이 우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은, 그 훈수가 현재 상황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여부다. 아이디어는 그냥 아이디어 일 뿐이다.  위기관리는 아이디어로 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고민과 숙성을 통한 전략에 의해 만들어 진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처음보는 컨설턴트를 불러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등을 묻는 것은 그만 하라. 그들이 현재 상황을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와 시간을 주거나, 내부 논의에 일정 기간 개입하게 한 뒤 질문하라. 어설픈 아이디어를 많이 듣는다고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아이디어 훈수에 의지하면 일희일비만 는다.

    일곱째, 어설프게 학습한 위기관리에 의지한다

    시나리오를 만들라 지시한다. 액션 플랜이라는 걸 이야기한다. 파워포인트 디자인을 잘 잡으라 한다. 보고용 문서를 언제 개발하냐 묻는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하지 않느냐 질문한다. 다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런 활동은 위기관리 중도에 하는 업무가 아니다. 또한 그런 업무를 해야 하는 위기가 있고, 필요 없는 위기도 있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된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으로 접하지 않고, 공개 강의나 조찬 미팅에서 듣고 위기를 관리하려 하면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희일비가 벌어진다. 두꺼운 시나리오나 매뉴얼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 해 질 수는 있다. 그 뿐이다. 위기관리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사랑을 책으로 배웠다. 이런 말이 있다. 위기관리도 그렇다. 열심히 책을 읽고 강의를 들었다고 위기관리를 실제로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생각하자. 그리고 배운 대로 하면 좋지만, 그 실행 이전에 ‘무조건’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전략의 반대말이 ‘무조건’이기 때문이다.

    여덟째, 선장이 많다

    전형적으로 일희일비 하는 의사결정그룹에 들어가 보면, 선장이 많다. 대표이사가 제대로 강력한 힘을 위기 시 발휘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 여러 구성원이 모두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전략을 세운다. 물론 다양한 생각과 관점이 투영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그 다양성이 타이밍이라는 가치를 침해하면 문제다. 타이밍을 넘기는 것은 물론 우유부단 함에 이르게 되면 위기관리는 물 건너 간다. 거기에 더해 각자 자신의 생각대로 자의적 실행까지 해 버리면 상황은 아수라장이 된다. 위기관리라 칭할 것도 없어 진다.

    선장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배가 산으로 가는 것도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배를 산으로 옮기는 데에는 품도 그 만큼 많이 들어 여럿이 고생을 한다. 그 과정을 한번 곰곰이 상상해 보라. 정말 웃기기 않은가? 선장은 한 명이어야 하고, 태풍이 오면 모든 선원은 선장을 바라보는 게 맞다. 선장의 지시를 듣지 않을 선원은 배에서 내려야 한다.

    아홉째, 위기관리 목적지를 모른다

    배에 대한 비유를 계속해 보자. 선장이나 선원이나 위기관리라는 바다에 배를 띄웠는데, 목적지를 모른다면 문제 아닌가. 일단 거친 바다와 싸우는 것은 좋은데, 결과적으로 어떤 항구에 배를 다다르게 해야 하는가? 계속 바다 위에서 고군분투만 하는게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아무도 챙기지 않고 모르면 상황이 변화해 감에 따라 시시각각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다. 불안해서다. 우리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가 여부도 평가가 안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는 하고 있다 생각되는데 어떤 결과가 발생하고 있는지 잘 모르게 되는 상황이 이어진다.

    정확하게 목적지를 정하고 바다로 출항해야, 바다와 싸우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다. 태풍에 맞설 것인지, 피할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다. 그 후 결국 어느 항구에 다다랐는지를 확인해 보면 그 결과를 평가할 수도 있게 된다. 그래야 일희일비가 사라진다.

    열째, 위기관리보다 정치를 한다

    이건 평소나 위기 시에나 공히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정치라는 것이 무조건 부정적이라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구성원은 두개의 각기 다른 위기관리 목표를 정하게 되니 문제다. 하나는 회사 차원의 위기관리 목표고, 또 다른 하나는 개인 차원의 위기관리 목표다.

    일단 개인 차원의 위기관리 목표. 즉, 생존이나 책임 경감, 회피, 거리두기 등의 목표가 달성되어야 그 다음에 회사 차원의 위기관리 목표를 챙기게 된다. 이 때문에 위기 시에는 정치 현상이 여기 저기 극도로 진행된다. 서로 책임이나 실수를 미루고, 관여나 개입 수준을 각자 달리 한다.

    위기관리 현장에서 가장 쉬운 것이 ‘말’이다. 의사결정 그룹 내에서 정치가 극에 달하면 ‘말’들이 과도하게 많아 진다. 책임지지 않고 하는 ‘말’로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그에 따라 실무진들은 일희일비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스스로 자제하라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회사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 달라는 것이다.

    이상의 열 가지 포인트들을 보면서 이해할 것이다. 일희일비에는 그토록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일희일비가 희한한 것이 아니라,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희한한 것이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기업은 일단 위기관리 형식이 재미가 없다. 당연히 해야 할 것만 얄밉게 잘 챙긴다.

    모든 메시지는 통제 하에 있고, 상대적으로 대응이 빠르고 정확하다. 당연히 일선 대응팀이 진자 운동을 하지 않는다. 이해관계자들이 볼 때에도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시스템에 의한 위기관리란 바로 그런 것이다. 시스템은 재미없고, 특이하지 않다.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적시에 하는 모습일 뿐이다.

  • 조직을 살리는 대변인을 위한 조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에 있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핵심 중 핵심이 되고 있다. 그 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대변인(spokesperson)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청와대 대변인이나 정당의 대변인처럼 공기관을 대변하는 사람들만 대변인이 아니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대외 언론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을 상대하며, 그들을 대상으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임무가 맡겨진 자들을 모두 대변인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홍보실과 그 홍보실에서 주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사람이 대변인이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위기 시 회사를 대변해야 할 대변인 직위와 대상을 지정하고도 있다. 더불어 그 대변인이 평시와 위기 시 따라야 하는 원칙들도 적시하고 있다.

    이에 기업과 조직을 살리는 대변인들을 위한 중요한 원칙들을 한번 정리 해 본다. 부디 대변인이 오히려 설화(舌禍)를 만들거나, 불필요한 갈등의 주체가 되거나,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제대로 된 대변인의 역할을 방기하는 모순이 없기를 바란다.

    미국의 한 퇴직 기자가 기업 대변인의 자세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을 무는 강아지는 많지 않다. 그러나 우편배달부는 항상 강아지들을 조심하며 다닌다.” 여기에서 강아지는 곧 기자를 의미한다. 자사를 직접적으로 해하는 질문을 하거나, 공격적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대변인(우편배달부)은 기자들의 질문이나 취재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이다.

    이미 150여년전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이렇게 말했었다. “나의 발언은 낱낱이 인쇄됩니다. 내가 어쩌다 실언이라도 하면 그것은 나 자신과 여러분 그리고 이 나라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때문에 나는 나의 실수가 최소한에 머무르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굳이 대통령 뿐 아니라 조직의 리더 또는 대변인들도 언론을 대할 때 필히 기억해야 할 교훈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대변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첫째, 대변인은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이다.

    평시나 위기 발생 시 내외부 이해관계자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모든 임직원은 스스로 이런 자문(自問)을 해 보아야 한다. “내가 공식적으로 이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허락되어 있는 자인가?” 만약 그렇게 공식적으로 허락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커뮤니케이션 해서는 안된다.

    대변인은 공적인 임무다. 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임무가 아닌 자가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해서 대변인을 사칭해서는 안된다. 이는 모든 임직원은 물론 대표이사 또한 물론이다. 현 상황에서 내 자신이 회사를 대변하여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가? 해야만 하는가? 항상 답변전에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둘째, 대변인은 개인적인 입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자신이 대변하는 기업이나 조직의 입장이 가끔은 자신의 개인적 입장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다름은 대변인 개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 기업이나 조직을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더욱 더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야 한다.

    반대로 자신의 기업이나 조직의 입장을 대변인이 과도하게 지지하고 감정 이입 해 열정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대변인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공적 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케이션 대상인 이해관계자의 관점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된다. 일방적인 자랑이나 개인적 감동을 전달하는 대변인이 되어서도 안된다.

    셋째, 대변인이 단순한 스피커(speaker)는 아니다.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기계가 스피커다. 대변인이라는 영어 표현으로 ‘Spokesperson’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있다. 사람(Person)이 붙는 이유를 생각 해 보자. 단순히 기계적인 신호를 음성으로 표현하는 역할이 아니라는 의미다.

    공적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이 취합되고 정리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많은 사람 들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여러 사전 정리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변인은 충실한 취재자이어야 하고, 조정자여야 하며, 전략가이어야 한다. 대변인의 메시지 하나 하나는 그 역할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넷째, 대변인은 조직이 인간화 된 형태다

    기자들을 비롯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대변인을 바라보며 그 기업이나 조직을 느낀다. 대변인의 생김새, 행동방식, 목소리, 답변 자세, 메시지, 논리, 신뢰감, 인간미 등 여러 인간적 특성이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대변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에 대한 가치는 수 백 번이라도 강조해야 하다. 대변인이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신뢰를 잃는 것이다. 대변인이 공격적이라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기자들을 공격하는 셈이다. 대변인이 전략적이지 못하고 아마추어같이 행동한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형편없다는 증표다. 대변인은 스스로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다섯 번째, 대변인은 기업이나 조직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단순히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대변인이 종종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하며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대변인은 주로 답변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언론과의 질의 응답에 있어 기자의 질문 목적은 무엇인가?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한 질문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다면 대변인은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하는가? 그렇다. 좋은 기사가 나 올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순 답변이나 질문에 반응하는 행위로서의 답변이 아니다. 여기에서 물론 기자가 바라는 ‘좋은 기사’는 대변인이 생각하는 ‘좋은 기사’가 아닐 수도 있다. 그 다름 때문에 대변인은 전략화라는 과정을 거쳐 메시지를 정제한다. 그렇게 정제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섯 번째, 성공적인 대변인은 만들어 진다.

    현장에서 기업이나 조직을 대변하는 많은 대변인들을 둘러보자. 그들 중 태어날 때부터 대변인이었던 사람은 없다. 그리고 한두 해 경험을 가지고 대변인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는 타고난 사람도 없다. 훌륭한 대변인은 장기간 끊임없는 경험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전세계 많은 대변인들은 항상 스스로를 관리하고, 훈련한다. 반복해 연습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산다. 메시지의 중요함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다. 함부로 우쭐해하지 않고, 그렇다고 이유없이 비굴해지지도 않는다. 많은 대변인의 특성은 부단한 후천적 노력에 의한 것들이다.

    이상과 같은 원칙이 훌륭한 대변인을 위한 것들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단순한 것 같은 이런 원칙들이 실제 현장에서 그대로 구현되고 있는 가는 또 다른 문제다. 대변인이 대변인 답지 못한 모습으로 비추어 지거나, 대변인으로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목격되는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창구일원화가 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이 많다.

    기자들은 안다. 대변인에게 질문해도 그들이 원하는 답이 나올 확률이 적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들은 대변인이 아닌 내부 관계자들을 직접 취재한다. 문제는 여기부터 다. 분명히 사내 규정에는 ‘창구일원화’라는 문구가 써 있다. 기자를 비롯한 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판단하기 이전에 대변인을 통해 창구를 일원화하라는 아주 간단한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임직원들은 그 원칙을 망각한다. 일부는 원칙을 강조하다가 결국 그 원칙을 스스로 포기한다. 기자의 기술적 질문에 위험한 답변으로 호응한다. 대부분 사후에 후회하고, 자신에게 로 향한 책임 추궁을 억울 해 한다. 자신의 전략적이지 못했던 답변으로 회사와 조직이 망가졌다는 지적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은 계속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대변인의 역할은 점점 모호해진다.

    둘째, 스스로 일방적 커뮤니케이터가 되고자 하는 대변인이 많다.

    대변인 개인의 생각 뿐만 아니다. 일부 VIP는 대변인에게 이렇게 강조한다. “어디에서 월급을 받고 있는지 항상 기억하십시오” 회사와 조직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라는 압력이다. 물론 반조직적인 대변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존재해서도 안된다. 문제는 대변인의 어떤 자세가 조직을 위하는 것이고, 어떤 자세가 조직을 위하지 않는 것이냐 하는 점이다.

    대변인은 일방적 커뮤니케이터로서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흔히 대변인이 홍보(selling)를 한다는 지적을 한다. 입 발린 수사학을 기반으로 말장난만 한다고도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기자들과 흔히 언쟁을 벌이고 하소연을 하는 대변인도 일방적인 생각에 편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변인은 먼저 공감하는 자가 되려 노력해야 한다. 그 공감을 기반으로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꾸며 전달하려 노력하는 중간자이어야 한다. 대시 한번 생각 해 보자.

    셋째, 대변인이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대변인이 사전에 먼저 취재를 해야 하고, 조정을 해야 하고, 메시지를 정제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다. 힘들어 한다. 개인이 홀로 하는 작업이 아니라 서다. 문제가 있으면 그와 관련된 많은 부서들을 모아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거의 불가능하다.

    일방적 편향적인 정보들만 사내 도처에 깔려 있다. 대변인에게 전달되는 내부 정보는 상당부분 진짜 팩트가 아닌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정보는 내부적으로 디자인된 정보뿐이다. 상호검증이나 외부 검증을 하려 해도 대변인의 역량에 한계가 있다. 대변인이 정확하게 모른 채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흔하다. 당연히 백전불태 (百戰不殆)해야 하는데, 대신 백전백태(百戰百殆)한다. 불안 불안하다.

     넷째, 신뢰받지 못하는 대변인이 있다.

    기자들이 대변인을 두고 하는 말은 두 종류가 있는 듯하다. “O상무는 대단한 사람이야. 존경할 만 해”와 같은 평을 받는 대변인이 있는 반면, “O상무는 사람만 좋아…” 같은 평을 받는 대변인이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기자들이 그렇게 신뢰할 만하다 기보다는 그냥 함께 밥 먹으며 이야기하고, 술 한잔 같이 하고, 골프 한번 치기 좋다는 경우다.

    그 외에 그 대변인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재차 검증이 필요할 때도 있고, 바로 받아 기사화하기에는 종종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느낌을 기자들이 가진다. 가끔은 그 분이 내용을 잘 알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사람은 좋아 그리 부정적으로 기사를 쓰고 싶지는 않은데, 제대로 된 메시지나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그 대변인을 안타까워한다.

    다섯 번째, 의미 있는 메시지가 없는 대변인이 있다.

    답변도 어쩔 때는 하지 않는다. 답변을 하더라도 빙빙 돌려 가면서 기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어디에서 배운 기술인지 모르지만, 알맹이 없는 답변을 반복하는 것을 자신의 필살기라 생각하는 대변인도 있다. 기자들과 거리를 두는 것도 모자라는지, 대변인이 상당히 딱딱하고 권위적이다.

    인간미는 없어도 제대로 된 정보를 메시지에 담아서 회사의 입장을 대변 해 주면 좋겠는데, 그 걸 못하는 대변인이 있다. 그 대변인은 스스로 ‘전략적으로 하지 않을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대변인이라는 자리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내부 원칙이 창구를 일원화 해 ‘닫아 걸자’는 담합의 의미가 아니라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

    여섯 번째, 훈련받지 않는 대변인이 있다.

    대신에 이런 이야기는 하는 대변인이 있다. “저희 회사 대표이사와 임원들을 좀 교육해야 합니다. 기자들에게 함부로 이야기하고, 문제를 만들어 내서 제가 죽겠습니다.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좀 알려주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도 선진적이긴 하다.

    그러나, 대변인은 스스로도 계속 훈련해야 한다. 부족하다면 계속 시뮬레이션 하며 연습해야 한다. 자신 스스로 대변인 훈련이나 사내 미디어트레이닝에서 열외 하면 안 된다. 향후 대변인 역할을 물려줄 직원이 있다면 그 또한 지속적으로 훈련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신의 다양한 경험에만 의지해 스트리트 파이터 같이 성장한 대변인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또한 지속해서 훈련하고 연습하는 대변인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훌륭한 대변인을 위한 원칙들이 자주 위협받는다. 단순하고 쉬워 보여도 현장에서 제대로 원칙이 구현되지 않는다. 기업 경영진이 바뀌는 것처럼 대변인도 계속해서 바뀌어 간다. 기업이나 조직을 바라보며 그의 이야기를 듣는 이해관계자들은 그대로인데, 대변인이 계속해서 바뀐다. 당연히 메시지가 들쭉날쭉하고, 개인의 역량에 따라 결과들이 일희일비 한다. 전략적 기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얼마전 이와 비슷한 상황에 고통받던 이낙연 총리가 장관들을 대상으로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기자들로부터)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이다 하는 것은 사회적 감수성으로 당연히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하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아야 됩니다. 그런 준비가 갖춰져야 기자들에게 나설 수 있습니다. 덤벙덤벙 나섰다가는 완전히 망하는 것입니다.”

    이는 딱히 장관들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대변인들이 필히 반복해 기억해야 하는 조언이다. 사회적 감수성, 본능, 준비라는 이런 가치는 아무리 반복해 강조해도 지나침이 있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평생 기자와 앵커를 하며 인생을 보낸 미국의 유명 언론인 샘 도널슨(Sam Donaldson)의 조언으로 마무리한다. 모든 대변인들에게 주는 그의 소중한 조언이다. “항상 기자들의 질문보다는 그에 대한 답변이 문제를 일으키더라… ”

  • 48. 피해자는 왕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고객이 왕’이라는 이야기는 들어 보았지만 ‘피해자는 왕’이라는 말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평소 고객은 항상 우선순위 상위를 차지하면서 기업 경영에 있어 하나의 좌표가 되고, 심지어 종교의 경지에까지 이를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고객은 자신이 진짜 왕이라도 된 것처럼 기업의 일선 직원을 하인 부리듯 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일부 그런 과도한 왕놀음 현상이 있어도,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을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적극 관리한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는 ‘피해자는 왕’이라는 개념은 꼭 고객이 입은 피해만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모든 활동과 관련 해 피해를 입은 어떤 이해관계자도 ‘피해자’로 볼 수 있다. 물론 피해를 입은 고객은 당연히 포함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항공사 기내에서 정원 초과로 하기를 요청받은 한 동양계 남성이 그를 거부하다가 공항 경비원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질질 끌려 나가는 모습이 유투브에 공개되었다. 이를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목격자의 여러 증언에 온라인이 뜨거웠던 적이 있다. 이내 해당 항공사의 대표가 사과를 했지만,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 섞여 있었고, 재차 여러 번 사과하는 해프닝이 이어졌다.

    항공사 주가는 급격하게 떨어졌고, 대표이사의 자리까지 위태로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피해를 입은 그 고객은 대형 소송을 언급하며 고급 변호사를 통해 압박을 해 왔다. 해당 항공사는 더 이상 사건이 확산되고, 소송에까지 이끌려 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고자, 대형 합의금을 제시했고, 해당 사건은 이내 공중의 시각에서 사려져 버렸다.

    늦었지만 그래도 후반에는 깔끔하게 처리된 케이스다. 여기에서 목격되는 개념이 ‘피해자는 왕’이라는 개념이다. 위기 시 피해자는 왕이다. 평시 고객이 왕이라면, 위기 시 피해자는 황제다. 받들어 모셔야 하는 대상이고, 압도적으로 피해를 보상 해 불만을 신속히 없애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해당 항공사가 ‘피해자는 왕’이라는 개념을 빌리지 않고, 피해 고객을 맞서 싸워야 하는 적, 회사를 성가시게 하는 귀찮은 존재, 의도적으로 주도 면밀하게 돈을 뜯어 내려는 진상과 같은 개념으로만 바라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사건이 바로 그리 쉽게 사라져 갔을까?

    결과적으로 그 항공사가 피해자는 왕이라는 개념을 선택한 것이 전략적이었다는 평가 반면에, 실제 자사가 그런 상황에 처하면 위와 같은 다른 생각과 개념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기업이 화를 내고, 기업이 울분을 가지고, 기업이 억울 해 하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경영진의 개인 감정들이 모여 의사결정에 반영되니 문제가 더 꼬인다. ‘절대로 합의는 안된다’ ‘이번에 본 때를 보여줘야 한다’ ‘이 사람은 악성이다’ 이런 내부 감정들이 모이고 모여 위기관리를 해친다.

    일부 기업 경영진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번 한번이 문제가 아니라 다음 번에 이런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쩝니까? 우리가 또 그렇게 대형 피해 보상을 해줘야 하는 건가요? 이거 이렇게 하면 습관되거든요?” 참 흥미로운 생각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영자는 해당 상황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있어서는 안될 상당한 실수와 잘못을 저질러 일반 고객을 피해자로 만들었는데, 그런 과정에 대한 반면교사가 부족한 것이다. 다시 그런 피해자가 나오면 어쩔 겁니까? 이 이야기는 자사가 다시 그런 동일한 실수와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의미와 다름이 없다.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한 심각한 각오가 부족한 것이다.

    이번에 그렇게 엄청난 피해 보상의 위기를 경험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그런 상황을 다시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 근본적 개선을 하는 것이 맞다. 이를 통해 다시는 그렇게 아까운(?)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내에 강하게 자리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개념 위에서 모든 실행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위기관리다.

    반면 항상 피해 보상의 규모에만 주목을 하니 어렵다. 해당 피해자가 피해를 과장하고 있다는 시각으로 바라보니 어렵다. 차라리 이미 발생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여러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시간에, 어떻게 다시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인지 토론하는 것이 더 이롭다.

    이에 더해 적절한 초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면, 여론으로부터도 일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사회적 압력이 한층 줄어든다. 이에 기반하면 피해자와의 합의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정상을 참작 받을 여지가 생긴다. 이런 전체적 위기관리 시각이 사내의 ‘아까운 감정’을 그나마 관리하는 실질적 방법이다. 그 후 다시는 이런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겠다. 이게 핵심이 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