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위기관리조직에 권한을 주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강한 위기관리조직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위기를 잘 관리할 수밖에 없다. 위기관리의 핵심 중 핵심이 바로 위기관리 조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흔히 위기관리는 ‘누가?(who?)’에 관한 것이라 이야기 한다. 평소에서 위기 시까지 ‘누가’ 위기를 관리하는 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단 ‘누가’ 위기를 관리할 것인지가 정해지면, 위기관리는 그 주체에 의해 준비되고 실행되어진다. 위기관리에 서툰 기업 대부분은 이 ‘누가’라는 규정이나 책임 부여가 미비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다. 모두가 위기를 관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실제로는 아무도 위기를 관리하지 않고 있는 형국이 된다.

기업 내에서 이처럼 위기관리를 위해 ‘누가’라는 책임 부여가 된 그룹이 바로 위기관리조직이다. 위기관리팀이라고 명기하는 기업도 있고, 위기관리위원회라 칭하는 곳도 있다. 해당 조직은 대표이사가 이끌기도 하고, 따로 지명된 고위임원이 이끄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여러 핵심 부서들과 그 장들이 속해 있으며, 위기 발생 유형에 따라 대응 시 부서간 가감이 이루어진다.

위기 발생 직후 최대한 관련 부서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속하게 상황을 분석 공유하고, 그에 대응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위기대응 프로세스를 밟는다. 이후 각자 정해진 역할과 책임을 나누어 협업을 개시한다.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 위기관리 조직이 한자리에 모여 워룸(war room) 형식으로 회의체를 운영하기도 한다.

해당 위기관리조직에 대표이사가 포함되어 있건 되어 있지 않건 간에 위기관리조직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는 것이다. 보통 위기관리 매뉴얼에 해당 조직의 구성과 권한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게재되는 데, 그 이상으로 실제 권한은 주어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일선 직원들로부터의 상황 보고와 공유 프로세스에서도 위기관리조직이 직접 전사적인 보고 의무를 강조하고, 활발한 보고를 독촉할 수 있어야 한다. 누락되거나 부족한 정보 보고에 대해서는 추가적 보고 명령도 가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선 매니저나 임원의 간섭이나 충돌은 미연에 정리되어야 한다.

외부 전문가 그룹과의 협업에 있어서도 위기 시 위기관리 조직의 권한은 강력해야 한다. 신속하게 외부 전문가 그룹을 섭외하고 그들과 위기관리 업무를 바로 개시할 수 있도록 계약이나 예산 권한도 주어지는 것이 좋다. 일단 선조치하고 후 컨펌하는 비상 프로세스를 밟게 해주는 것이다.

내부나 외부적으로 해당 위기관리조직이 현재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되어져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일사불란 함이 위기관리조직을 중심으로 구현되어져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창구로서 해당 위기관리조직이 역할을 전담해야 한다.

만약 해당 위기관리조직이 충분하고 강력한 권한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 위기관리조직은 유명무실한 상황실로 변한다. 상황실은 위기 상황을 그 때 그 때 관전하고 보고하며 정리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관전하는 셈이 되어 버린다.

위기관리조직에 권한이 없으면, 그들은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할 것도 없는 기괴한 조직이 되어 버린다. 위기관리에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 내부적으로도 위기관리 협조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위기관리라는 골치 아픈 업무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권한이 없는 위기관리조직은 아무리 협조를 부탁해도 뭐든 제대로 되지 않는다.

외부에서 볼 때도 권한 없는 위기관리조직은 충실한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인정받기 힘들다. 해당 조직이 상황과 관련 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 있다. 제대로 상황을 파악도 하지 못하고, 관리조차 하지 못하는 위기관리조직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고 싶어하는 외부 이해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로마 시대에는 독재관(獨裁官)이라는 관직이 있었다. 로마 건국 초기부터 있었던 직책이지만, 상설직이 아닌 임시직이었다. 이 독재관은 외적의 침략 등 비상시 국론 일치를 위해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을 맡기어 극복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직책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독재관 출신이었다.

기업에서도 그러한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을 가진 독재관과 같은 위기관리조직이 필요하다. 그 조직에게 위기 시에는 모든 권한을 강력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관리를 위해 비효율적인 평시의 프로세스들은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어야 한다. 일사불란 함은 그런 권한 하에서만 겨우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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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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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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