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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진단도 받아보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편] 진단도 받아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발생하는 이슈나 위기의 뿌리를 한번 주의 깊게 살펴보자. 이슈나 위기는 대부분 사람이 일으킨다. 사람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원이 몇 명인가? 그들 각각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며 일하고 있는가? 그들과 관련해 발생될 이슈나 위기는 어떤 것들일까? 그들 스스로는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지 알고 있을까?

    이슈나 위기가 실제 발생되면 임직원들은 흔히 이런 첫 반응을 보인다. “올 것이 왔군.” “언젠가는 문제가 될 줄 알았는데…” “언제 이야기야? 아직도…?” “예전부터 하나의 관행인데?” “이게 무슨 문제지?” 이런 반응을 분석해 보면 이미 이와 관련 한 내용들을 그들이 알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 회사에게 일어날 수 있지?” “이게 무슨 이야기지? 난 이해가 안 되는걸?” “세상에 이런 일이 우리 회사에게 일어나다니…” 이런 소수 반응을 하는 임직원들은 아마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최근 이직해 온 경우일 것이다. 회사에서 일정기간 이상 오래 일해 온 임직원들은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이슈나 위기를 대략 알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른 회사에게 어떤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는지 살피는 것을 ‘반면교사’라 했다. 그와 더불어 자사에게 어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지 살피는 ‘진단’도 위기관리에서는 매우 중요한 준비작업이다. 진단을 통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 요소들을 쭉 살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그 유형들 중 열에 아홉 이상은 이미 임직원들이 알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그들간에 발생 가능성이나 부정적 영향 수준은 상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 하나의 유형을 놓고 임직원들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사의 취약성은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이건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는 의견들이 교환된다.

    임직원 각자 자신들이 알고 있고, 품고 있고, 우려되는 이슈나 위기 요소들을 그대로 모아 정리해 들여다보자는 것이 진단의 1차적 목적이자 의의다. 타사를 통한 반면교사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는 없다”는 것이라면, 이런 자사 진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우리가 모르는 위기는 없다”는 것이 되겠다.

    물론 진단 중 일부 부서에서 몰랐던 타사 업무관련 이슈가 목격될 수 있다. 의사결정자 그룹이 일부 모르고 있던 이슈도 드러난다. 반대로 직원들이 몰랐던 새로운 이슈도 발견될 것이다. 이렇게 일부가 몰랐다는 것이 모두가 몰랐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대신 모두를 모아 놓고 나면 그때부터는 모두가 알게 된다는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기업 차원에서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주요 위기 요소들을 이해하고 있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될까? 아니다. 그에 기반한 사전적인 위기관리가 그 다음이다. 실제 문제가 될 것을 미연에 방지, 완화, 개선, 대비하는 일련의 작업이 이루어져야만 진단 작업은 더 큰 의미가 된다.

    현장에서 흥미로운 것은 위에서 설명한 위기 요소 진단을 진행하는 기업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진단 결과를 사전적인 위기관리 작업에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당한 노력과 기간을 투입해 완성시킨 진단 결과와 맵(map)을 고위 임원들 앞에서 발표하고 나서 작업을 마무리 한다.

    이는 마치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통해 의사로부터 자신의 몸에 어떤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조언 받고 나서 실제 관리나 치료는 시행하지 않는 셈이다. “귀하께서는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 관계로 폐와 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몸무게 또한 과중하기 때문에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를 안 하시면 조만간 심혈관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진단을 받고 난 이후를 상상해 보자.

    건강 하고픈 사람이라면 당연히 담배를 줄이거나 끊고, 몸무게를 정상치로 줄이려는 여러 노력을 하게 마련이다. 그때까지 의사가 추천한 약을 상복하면서 정기적으로 문제 부분을 점검 받을 것이다. 의사와 지속 상담하면서 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식을 조언 받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이른 시기 내에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건강한 상태로의 복귀를 꿈꿀 것이다.

    이런 당연한 노력을 기업들도 실제 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진단 해서 경각심을 공유하는 선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예 진단을 하지도 않고, 그 자체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 조차 없는 기업보다는 낫다 할 수 있을까? 실제 케이스들을 접하는 위기관리 컨설턴트 시각에서는 두 기업간에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그리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실행이 전제되지 않는 플랜은 아무 소용이 없다. 개선이나 치료가 보장되지 않는 진단도 그렇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시행되는 모든 준비 작업은 사전적인 위기관리라는 2차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항상 큰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그 회사는 이미 그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여론의 비판이 반복된다. 진단만 있고 사전적 위기관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후 약방문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3. 반면교사 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편] 반면교사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개인이 법정에 서게 되는 경우를 한번 상상해 보자. 그 이전에 변호사에게 자문을 얻어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살펴보게 된다. 변호사에게 유사 혐의의 경우 어떻게 재판이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경우 별로 판결은 어떻게 났었는지를 자문 받을 것이다.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본이 그렇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비슷한 노력이 진행된다. 물론 그 노력은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진행되는 것이 좋다. 가만히 살펴 보면 하루에도 몇 건씩 기업관련 위기나 이슈가 발생한다. 그 각각이 오프라인 언론에서 주로 회자되는지, 온라인상에서 떠들썩 한지, 온,오프라인을 공히 시끄럽게 만드는지 정도가 다르다. 해당 이슈나 위기가 생각보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의외로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심각해 보이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자사와 관련 있는 동종 업계에서만 독특하게 발생하는 이슈나 위기도 있을 수 있다. 관련은 없어도 일반 기업이라면 공히 경험할 수 있는 이슈나 위기도 있을 수 있다. 최근 사회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나 위기 유형도 있을 수 있다. “이상하게 이슈나 위기는 몰려 다닌다”하는 이야기처럼 비슷한 유형의 이슈나 위기가 연이어 이 기업 저 기업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경우들을 미리 살펴보고, 그 각각에서 유의점, 방지책, 대비책, 대응 방식 등을 미리 살펴 챙기는 것을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반면교사(反面敎師)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반면교사가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적용되어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과 크게 다른 위기관리 역량을 보유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위기관리 교과서에서 공통적으로 반복하는 주문이 바로 “준비하라”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적용하는 반면교사는 그 “준비하라”는 주문을 그대로 따른 아주 충실한 실행인 셈이다. 반면교사 하다 보면 자사의 문제를 더욱 더 생생하게 인지하게 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저 OO회사가 경험한 위기가 우리에게도 발생 가능한 것인가?”하는 질문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에게 유사한 위기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저 OO회사와 다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OO회사와 다른 대응을 진행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 역량은 무엇인가?” “만약 우리도 저 OO회사와 같이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사전에 개선 또는 강화해야 할 부분은 어떤 부분들인가?” “우리가 저 OO회사보다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 못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 것인가?” 이런 수 많은 질문들이 반면교사 과정에서 이어진다.

    그러나 현실로 들어가보면 대부분 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유사 또는 타 업계에서 발생한 기업 이슈나 위기들에 대해 실제로는 관심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이슈가 있었어요?” “언젠가 이야기는 들어 본 것 같은데 그랬었군요” “(단순히) 재미있네요”하는 반응들이 그래서 흔하다.

    물론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주업이 위기관리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기업 위기관리 역량 제고 관점에서 이 반면교사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최소한의 관심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사내 위기관리 조직을 중심으로 한 정기적인 반면교사 세션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발생하는 기업 위기의 유형을 보면 상당수가 ‘이미 다른 여러 기업이 한번 이상 경험했던 유형’이다. 이 때문에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이슈나 위기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일부는 ‘자사도 한 두 번 이상 이전에 경험했었던 이슈나 위기 유형’이다. 이 부분이 재미있다.

    발생한 이슈나 위기를 ‘시험문제’에 비유해 보면 대부분이 ‘기출 문제’였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일부는 자기가 풀었던 ‘아는 문제’라는 것이다. 만약 자사가 기출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풀어 정답을 찾아 놓았고, 이미 한두 번 풀었던 아는 문제에 대한 정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번 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게 치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기출문제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기업이다. 게다가 이미 풀었던 문제의 정답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문제는 더욱 더 클 것이다. 다른 기업이 풀었던 이슈나 위기를 새로운 것처럼 풀고 있는 기업을 상상해 보자. 이미 풀었던 문제도 전혀 기억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며 오답을 적는 기업을 상상해 보자. 상상만해도 안타깝지 않은가?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들이 위기관리 컨설턴트를 불러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이와 유사한 위기들의 경우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었나요? 그 때 각각의 성공 요인이나 실패 요인들은 어떤 것이었는지 좀 알려주세요”와 같은 질문이다. 물론 전문가에게 의지한다는 느낌은 있지만, 기업차원에서 그리 적절한 질문은 아니라고 본다. 그 만큼 평소 다른 기업의 이슈나 위기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평소 관심이 중요하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려는 기업이라면 다른 여러 이슈 및 위기관리 케이스들에 대한 관심은 필수다. 거창하게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이라는 말까지 꺼내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기업 내부에서 위기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관심을 한번 꺼내 살펴보자는 것이다. 그런 관심이 현재 존재하는가? 살아있는가?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2. 여론을 읽는 법을 배우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편] 여론을 읽는 법을 배우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론의 법정에서 여론은 곧 ‘법’이다. 실제 법정에서의 법과 다른 점은 여론이라는 법은 계속 변화한다는 것뿐이다. 실제 법은 정해진 대로 수십에서 수 백 년을 일관되게 하나의 기준으로 역할을 하지만, 여론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한 두 번의 학습으로 여론을 알 수 있다 자신해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는 ‘정무감각’이라는 표현도 쓴다. 국민들의 여론을 잘 읽고 그에 순응해 공적 업무를 잘 처리하는 사람을 ‘정무감각이 좋다’라고 한다. 기업에게도 이제 그와 같은 정무감각이 강조되는 시대가 되었다.

    많은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들여다보면, 기업에게 정무감각이 모자라 어처구니 없이 일을 만드는 경우들이 꽤 있다. 국민이나 소비자 같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여론을 읽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기업이 몇 곳이나 있을까 모르겠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기업 내부에는 소비자들을 관찰하고 공부하는 부서가 있다. 그들과 함께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누는 부서도 있다. 언론을 접촉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부서도 있다. 관계 기관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부서도 있다. 거래처나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부서도 있다. 이렇게 많은 듣기 채널이 있는데도 여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큰 문제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여론을 미리 읽을 수 있는 능력은 기업에게 정말 소중한 능력이자 경쟁력이다. 미리 생생하게 여론을 예측 할 수 있다면 부정적인 업무관련 의사결정은 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자사가 강조하는 품질에 대한 가치가 여러 소비자들과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면, 품질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뀔 수 있는 여론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들과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미리 감각적으로 기업이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부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품질을 일부 양보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그 누구도 흔쾌히 그러자는 의사결정을 하기는 힘들어진다. 여론을 미리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나?”라는 의견을 내더라도 여론을 제대로 상상하는 회사라면 그에 곧바로 수긍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다고 해도 여론은 계속 쫓아가야 하는 등불이 된다. 최초 위기가 발생했을 때 여론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그 여론이 지시하는 바를 이해하게 된다. 요즘엔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여론 지표들이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여론이 지시하는 바를 적절하게 따르면 대부분의 위기는 잘 관리될 수 있게 된다.

    자사 제품을 먹고 병에 걸렸다 주장하는 소비자가 나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치자. 중요한 것은 법정에서 자사 제품이 해당 소비자를 병에 걸리게 한 것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아내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그 이전에 여론의 법정에서 일단은 살아 남을 수 있어야 한다. 고통을 호소하는 소비자를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끌어 안고, 한편이 되는 지혜가 바로 여론 감각이다. 재판과 판결은 그 이후다.

    여론 감각이 부족한 기업이 문제를 더 키운다. 사회를 시끄럽게 해서라도 자사의 결백함(?)을 입증하려 고집을 부린다. 여론은 실체가 없고 여론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정의해 버린다. 그 정의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이미 그런 특성에 익숙해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전제하에 여론에 발맞추려는 노력이 여론 감각이기 때문이다.

    여론은 간사하다. 여론은 감정적이다. 여론은 책임감도 없다. 여론은 변화무쌍하다. 여론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가 자연에서 오는 비를 탓하거나, 부는 바람을 탓하지 못하는 것처럼 여론은 자연 그대로 그런 것이므로 따라 읽고 예측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위기 시에는 아주 미세한 기업의 메시지 하나 그리고 행동 한편이 여론을 움직인다. 대표이사가 숙인 고개의 각도를 재는 여론도 있다. 왜 빨리 나와 사과하지 않는지 시간을 재고 있는 여론도 있다. 막무가내로 피해를 무조건 보상하라는 요구를 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여론과 친해져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한다면 여론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런 대응은 하고 싶지 않은데, 만약 우리가 그것을 하지 않는다면 여론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할까? 대신 저런 대응을 하게 되면, 여론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런 여론 시뮬레이션이 위기 시에는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보다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대표부터 임원과 팀장급에 이르기 까지 여론 감각을 키우는 연습을 하고 그에 익숙해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여론에 대한 사내 정의를 새롭게 정립하고, 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론의 시각을 투영하는 사내 전문가 그룹을 운용하는 것도 멋진 체계가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여론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어 보자. 여론에 의해 살고 죽고를 경험한 다른 기업들의 케이스를 바라보자. 여론이라는 것이 위기 시 얼마나 중요한 기준이 되고, 그 자체로서 위용을 발휘하는지를 이해해보자. 여론의 법정에서 법은 곧 ‘여론’이라는 말을 기억하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1. 준법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편] 준법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기업 역사상 여러 위기를 목도했다. 기업이 위기를 겪고 사라지기도 했다. 어떤 기업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잃었다. 기업의 오너와 대표가 굴욕적인 상황을 감수해야만 했다. 죄 없는 직원들이 잘려나가고, 사업부분이 팔려버리는 아픔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리더들은 정치권과 규제기관의 부름에 여기 저기 끌려 다녀야 했다. 심지어 인신이 구속되기도 했다. 언론과 공중들로부터의 손가락질도 감내해야 했다. 엄청난 과징금과 배상액을 뱉어내기도 했다. 전임직원이 가진 창피를 감내하면서 그 동안 쌓아 왔던 기업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날려버릴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의 위기.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위기관리는 현재 이 시간에도 수 많은 기업 내부에서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많은 기업의 임직원들이 쉬지 않고 위기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간간히 불거지는 위기 정도로 그 숫자가 관리 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위기(危機)라는 글자에 기회(機)가 숨겨있다 말한다. 위기를 맞은 기업을 위로하기 위함이거나, 위기를 사전에 방지해 기회로 삼으라는 덕담이라고만 생각하자. 실제 위기는 그냥 위기다. 기회라고 생각하며 자위하거나 안주하면 더 큰 위기가 잉태된다. 대부분 위기는 기회가 아니다.

    차라리 위기는 해당 기업의 경영품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리트머스 지표라 할 수 있다. 경영품질이 높은 기업의 위기는 경영품질이 높지 못한 기업의 위기와 그 성격이 다르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과 위기관리 전문 서적들은 기본적으로 경영품질이 정상이거나 매우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만약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조언과 전문 서적들의 가이드라인이 실제와 많이 다르다 느껴지거나, 실행 가능성이 없는 공염불이라 느끼는 경우라면, 자사의 경영품질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자사의 경영품질이 그 조언과 가이드라인을 실행하지 못할 만큼 뒤쳐져 있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매주 기업 위기관리를 위한 체질개선책을 108수(手)로 나누어 기고하기로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경영품질과 관련된 뼈아픈 조언들을 108번 반복할 것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해서 사업연속성을 훌륭히 보장받기 원하는 기업이라면 앞으로 108수(手)의 조언들을 새기고 실제 실행에 참고하기를 바란다.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중 첫 수(手)는 바로 ‘준법’이다. 기업 위기에는 여러 유형이 다양하게 있지만, 위기관리 자체가 어렵고 힘든 유형 중 가장 으뜸이 기업 스스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경우다. 결국 이 위기관리의 결말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법정의 최종 판결이 나기 전에 이미 상당수준 큰 피해를 입는다.

    소위 말하는 여론의 법정(Court of Public Opinion)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시피 여론의 법정에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이 존재한다. 실제 법정의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기업은 그 ‘유죄추정의 원칙’하에서 자사의 무죄를 주장하려 애쓴다.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그런 노력이다. 변호사들을 영어로 ‘Attorney at Law’라고 부른다면,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서직원을 여론의 법정에서는 ‘Attorney at Public Opinion’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아무리 유능하고 훈련 받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터라고 할지라도 자사가 명확하게 불법을 저지른 경우에는 변호 할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된다. 여론의 비판을 온전히 감내하며 견뎌야 하는 아주 중대한 위기를 겪게 된다. 당연히 여론의 법정에서도 정상참작이나 무죄를 감히 주장할 수 없게 되고, 실제 법정에서는 최악의 판결을 받게 된다. 위기를 관리하고 싶어도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기업으로서 법을 준수하는 것만큼 당연한 경영이 없다. 경영의 기본이다. 이런 기본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경영품질이 형편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 여러 기업들이 근래 수년간 컴플라이언스 부서를 강화하고 있다. 윤리경영실을 만들어 법적 문제는 물론 여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들까지 예견 방지하려 노력한다. 당연하고 긍정적인 위기관리 노력이다.

    준법하면 발생 가능한 위기의 약 절반은 줄어든다. 예기치 못하거나 타의에 의해 법적 논쟁이 발생해도 정상적 준법노력을 해 온 기업에게는 여론의 법정에서 정상참작의 기회라도 주어진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포지션으로서의 선택지가 열릴 수도 있다. 만약 자사의 팬덤이 있었거나, 지지하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있었다면 이들을 위기관리를 위한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이런 모든 가능성들은 준법을 지향해왔을 때 가능한 것들이다.

    앞으로 전개될 위기관리의 백팔수(百八手)를 관통하는 개념은 이와 같이 ‘여론의 법정’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수로 ‘준법’을 조언했다. 준법한 기업만이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준법하고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 많은지 준법하지 않아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 많은가? 아주 간단한 반면교사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들킨 기업, 들킬 기업 그리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미국 위기관리 명언에 이런 말이 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기업이 있다. 위기를 경험 한 기업과 위기를 경험 할 기업이다” 즉, 어떤 기업도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위기를 일단 경험한 기업은 그 위기로부터 반면교사를 찾아 다시 동일한 위기를 경험하지 않게 노력하라는 의미다.  또한 앞으로 위기를 경험할 기업은 미리 준비해서 더 나은 위기관리에 힘쓰라는 의미다.

    이 명언에서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위기를 ‘경험 한’ 기업과 ‘경험 할’ 기업이라는 표현이다. 분명히 위기를 ‘만든 기업’과 ‘만들 기업’이라는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특정 기업이 위기를 단순히 ‘경험’하는 것과 위기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죤슨앤죤슨은 위기를 만들지 않았다

    ‘위기를 경험한다’는 것은 위기의 원인이나 책임 대부분이 기업에게 있지 않을 때 사용 가능한 표현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수 십 년간 위기관리 성공 케이스로 이야기하는 죤슨앤죤슨의 타이레놀 케이스를 기억해 보자. 그 케이스에서 죤슨앤죤슨은 해당 위기를 발생시킨 주체가 아니었다. 독극물 타이레놀 사태를 일으킨 주체는 악의를 품고 정상 제품에 독극물을 넣은 범죄자였다. 죤슨앤죤슨은 일종의 피해자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을 보이면서 환자와 그 가족들을 보호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핵심이다. 죤슨앤죤슨은 해당 위기의 원인이나 책임에서 자유로웠다. 이런 경우 ‘죤슨앤죤슨은 위기를 경험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만약 죤슨앤죤슨이 생산 부실로 독극물이 포함된 타이레놀 제품을 시중에 판매하다 소비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떨까? 만약 죤슨앤죤슨 직원의 실수로 문제의 타이레놀을 생산 판매했었다거나, 죤슨앤죤슨 경영진의 지시로 비용절감을 위해 용량을 달리하다가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런 경우에는 우리가 단순히 ‘죤슨앤죤슨은 위기를 경험했다’는 표현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절대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이런 경우 ‘죤슨앤죤슨은 위기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위기를 만든 기업이 문제다

    위기를 만든 기업이라는 의미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대부분 평시 위기에 대한 개념이나 관심이 전혀 없는 기업들을 일컫는다. 경영적 의사결정은 물론 일선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과정들에 걸쳐 전혀 위기관리 마인드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다.

    최근 케이스들을 보자. 얼마 전 모 대형 병원에서 신입 간호사들에게 원내 행사장에서 걸그룹 댄스를 공연하게 하다 논란이 된 경우가 있었다. 선정적인 복장을 입게 하고, 간호사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선정적인 춤을 추게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병원측은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사려 깊지 못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했다. 어떻게 수년간 그런 문제의 전통이 이어졌는데도 해당 병원 내 의사결정자들은 한번도 문제 가능성을 인식하지 않았을까? 문제 소지는 예상했어도 개선 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런 병원의 케이스를 보면 이 병원은 위기를 경험한 기업이라기 보다는 위기를 스스로 만든 기업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어떤 기업은 생산 과정에서 오염된 식자재를 정상 제품에 섞어 쓰다가 크게 논란이 되었다. 이런 경우에도 사내에서 그 누구도 이런 생산 관행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누군가 문제를 지적했었지만 개선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생산 시설에서 일하던 내부고발자가 해당 관행을 언론에 제보하고 난 뒤에 이 기업은 허둥지둥 위기관리에 나섰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위기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사려 깊지 못한 것은 곧 죄

    평소 조금만 사려 깊었으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으면, 조금만 개선했으면 이런 위기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이와 비슷한 사려 깊지 못한 관행을 계속하고 있는지 모른다. 유사한 위기와 논란은 계속 이어져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또 다른 개념인 ‘위기를 만들 기업’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 일까? 이전에 두 가지 케이스를 들었다. 신입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걸그룹 댄스 공연을 시켰던 병원과 오염된 식재료를 재활용했던 기업 케이스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한 호텔에서는 지난 송년회에서도 신입 직원들에게 그 병원과 동일한 걸그룹 공연을 요구했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바로 몇 달 전에 동일한 논란을 목도했음에도 그 호텔은 전혀 그 문제에 공감하거나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신입들은 그렇게 해 왔는데, 이게 무슨 문제냐 하는 식의 분위기라고 전해 들었다.

    오염된 식재료를 재활용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식약처나 여러 규제기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안다. 그런 생산 관행을 계속 유지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다. 이런 기업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곧 ‘위기를 만들 기업’이라는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위기로까지 대두되지는 않았지만 빠르면 다음달에서 올해 내 한번 정도는 위기를 만들어 낼 기업이 될 수 있다.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이라는 비아냥

    그러다 보니 기업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우리나라에는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 이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농담을 한다. 위기를 만드는 기업과 위기를 곧 만들 기업간에 공히 적용되는 말이다. 위기를 만들다가 들키면 위기를 만든 기업이 되는 것이고, 들키지 않았다면 위기를 만들 기업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상당한 냉소다. 대체 기업들이 얼마나 위기관리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도 없다는 의미인가? 국내에서 발생한 여러 위기 케이스들을 살펴 보자. 기업들은 대부분 이미 전례가 있었고, 상당히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아주 익숙한(?) 위기를 계속해서 반복 경험하고 있다.

    어느 기업에게도 전례 없던 생소한 위기만 경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고객개인정보 유출 케이스를 보자. 전혀 생소하지 않다. 이미 사회적으로도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고객정보유출 위기를 경험하는 기업들은 끊이지 않는다. 뻔하게 알고 있는 위기인데도 생소한 듯 이어서 돌아가며 경험한다.

    기업 오너들의 직원 폭행이나 폭언 유형도 보자. 이제는 거의 놀랍지도 않을 만큼 익숙하다. 이미 관련된 많은 기업 오너들이 언론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검찰에 소환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더 이상 다른 기업 오너가 유사한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진짜 그럴까? 앞으로는 기업 오너의 직원 폭행이나 폭언 논란이 사라질까?

    갑질 논란도 마찬가지다. 영업망을 통해 밀어내기를 하고, 영업대리점들을 압박하고 폭언하고 하는 관행들이 얼마나 자주 문제가 되었나? 그로 인해 대표이사가 실형을 판결 받고,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받고 하는 위기가 얼마나 많았나?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그와 유사한 갑질 논란을 더 이상 볼 수 없을까?

    전혀 새롭지 않은 위기를 놀라며 맞는 기업들

    기업들은 동일한 위기를 반복해서 그리고 서로 돌아가며 경험한다. 아니다. 정확하게는 동일한 위기를 반복해서 그리고 서로 돌아가며 ‘만들어’ 낸다. 우리가 특정 위기와 관련해 아는 기업은 ‘들킨 기업’일 뿐이다. 그렇다면, 국내에는 동일한 위기를 지금도 만들고 있는 수많은 ‘들킬 기업들’이 존재 하고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필자가 종종 기업 임원들과 위기관리 워크샵을 하면서 질문하는 것이 있다. “이 내부 이슈가 만약 언론을 통해 보도 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라는 질문이다.  많은 임원들이 각자 위기에 대한 정의와 위기관리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정리해 보기 위해 하는 질문이다. 임원들은 누구나 언론에 대한 인식이나 두려움이 있어 이런 질문은 대체적으로 유효하다.

    만약 그러한 질문에 “(언론에 보도 된다면) 큰일이 나겠지요. 아마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이 이어질 것입니다. 규제기관이 개입해서 검찰 조사도 받을 거고요. 매출이 완전히 하락해서 회사 존립도 위태로워 질 것입니다.” 이와 같은 답변이 나오면 그 내부 이슈는 엄청나게 위험한 위기요소라는 의미다. 그에 더 이상 이의들은 없게 된다.

    그렇다면 그 회사는 위기요소로 까지 받아들여지는 그 내부 이슈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하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하는가? 누가 리드하고 책임지고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인가? 이런 논의가 이어져야 위기는 관리될 수 있다. 그런 기업은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언론에 보도되어도 떳떳한 기업이 되자

    무엇보다도 가장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언론에 어떤 내부 이슈들이 보도 되어도 항상 떳떳할 수 있는 기업일 것이다. 내부 이슈 하나 하나가 이미 위기관리 관점에서 문제 없는 것들로 이어질 때 가능한 경지다. 사소해 보이는 문제도 바로 감지해 개선하고 트레킹하는 체계가 갖추어진 기업일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매번 내부이슈가 불거지면 노심초사하며 언론이나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만 하는 기업들도 있다. 심지어 홍보실을 위기관리센터라고 부르면서 자사의 이슈가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방어하고, 보도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만 지속하는 기업들이 있다.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들킬까 고민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이 많은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새롭게 시작된 2018년에는 우리 기업들이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이라는 비아냥에서 좀더 자유로워 졌으면 한다. 사내 주변을 돌아 보면서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공유해 보았으면 한다. 저 회사가 경험한 위기를 우리 회사는 절대 똑같이 경험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2018년에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

    한번은 기업도 실수 할 수 있다. 그 위기 경험이 앞으로 큰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최고경영자로부터 일선 직원들에 이르기 까지 한번 경험한 위기는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앞으로 우리가 경험 할 수 있는 위기들이 과연 어떤 것 들인가 미리 예상하고, 불필요한 위기 경험을 피해 나가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행복하고, 규제기관이 할 일이 없어지고, 시민단체들이 만족하며, 직원들이 안정감을 가지는 그런 기업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만약 과거와 같이 새해에도 다름이 없다면, 위기를 만든 기업과 만드는 기업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들로 사회는 더욱 어지러워 질 것이다. 그에 더해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으로 양분되던 냉소에 한 유형의 기업이 더 늘어 날 것이다. ‘반복해서 들킨 기업’이 그 유형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미 여러 위기 케이스를 통해 일반 공중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또야?”라고 말하는 기업 위기 케이스들이 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바로 ‘반복해서 들킨 기업’이다. 이런 기업에는 심지어 아주 경험 많은 위기관리조직까지 존재한다. 아이러니다. 위기를 예상하고 준비해서 위기를 사전에 관리한 경험이 많은 위기관리조직이 정상이다. 동일한 위기를 자꾸 반복해 관리 하다 보니 경험이 쌓여버린 위기관리 조직이라면 말은 다한 것이다.

    “실수를 반복한다면 이는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결단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내에 존재하는 ‘위기유발 의지’를 이길 수 있는 ‘위기관리 역량’은 있을 수 없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결단이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2018년에는 지난 해보다 훨씬 더 크고 적극적인 위기관리 의지와 결단이 생겨났으면 한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해지고 편안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있기를 바란다. 들킬까 두려워하는 그 고통이 모두 없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조직 내 상위 1%가 위기관리를 성공시킨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러 기업의 요청을 받아 위기관리 강의나 워크샵에 참여해 보면, 그런 교육 훈련에 참석한 직원수의 99%는 팀장급과 그 이하 직원들이다. 물론 계약을 맺고 실제 위기관리 서비스가 진행될 때에는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과 마주하게 되지만, 평시 위기관리 교육과 훈련에 상위 1%인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참여해 열심을 보이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일부 기업에서는 임직원을 모아 놓고 하는 위기관리 강의에 대표이사가 참석해 강의 전 마이크를 들고 잠시 위기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대표이사께서 직접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직원들에게 설명하시는 것이 참 보기 좋다. 그러나 그런 경우 대부분의 대표이사께서는 강의 직전 자리를 뜨신다. 핵심 임원들 다수가 대표이사를 따라 움직인다. 결국 위기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남아있는 99% 일반 직원들이다.

    클라이언트를 위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할 때 필자는 클라이언트사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과 마주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분들 상당수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일선 직원들이 위기 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좀 알아야 하니 잘 부탁 드립니다.” “이번 기회로 우리 직원들이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준비되었으면 합니다.”

    그분들은 회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와 역량에 주로 관심을 보인다. 다양한 최근 사례를 들면서 “A회사 같이 되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B회사 같은 경우도 직원들이 그런 짓을 저질러서 큰일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직원들이 좀 스스로 깨쳐야 위기가 관리될 것 같습니다.”라는 평을 하기도 한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이런 생각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 팀장들과 위기관리 업무를 실행하는 일선 직원들과의 이야기다. 회사 조직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에게서는 위기관리와 관련해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상황이 발생되면 일단 저희 일선에서는 초기 대응에 집중하고 추가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데, 그 판단이 잘 안 서는 게 문제입니다.” “매뉴얼에 따라 상황 보고를 하고 대응 방향이 정해지길 기다리는데 그게 그렇게 오래 걸립니다. 어떤 때는 끝까지 대응 전략이나 방향에 대한 의사결정이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결정만 해주시고 포지션만 확실하게 정해주시면 실행은 저희가 하죠. 실행은 사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상당히 다른 생각이다. 상위 1%의 위기관리 관심과 우려는 나머지 99%에게 있는 반면, 반대로 위기관리에 대한 99%의 관심과 우려는 상위 1%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조직 내에서 왜 이런 다름이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상위 1%의 시각이 정답일까? 아니면 나머지 99%의 시각이 정답일까?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매번 마주하는 딜레마다. 하지만, 여러 기업과 함께 위기관리 업무를 해 오면서 그런 유사한 딜레마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통해 얻은 결론은 하나다. 상위 1% 리더들이 위기관리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검증 되고도 있다.

    왜 조직 내 상위 1%의 역량이 위기관리 성패를 나누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자.

    첫째, 위기관리란 업무는 상당부분 ‘정치적’ 행위다.

    기업들 중 실제 정치권과 같은 수준의 사내 정치로 조직 내 군웅할거가 존재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정치적 행위’란 그런 의미의 정치는 아니다. 위기관리 실행팀 차원에서는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위기관리 목적에 먼저 주목하게 된다. 이번 위기를 통해 조직 내에서 자신이 잃을 수 있는 부분과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부분을 따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곧 위기 시 위기관리의 목적에 있어 조직의 것과 실행하는 개인의 것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해서 같은 조직 내에 있는 자라면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모두 같은 목적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길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같은 의사결정과 지시에도 반응하는 실행 직원들의 격차는 다양해 진다. 일사불란함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상위 1%의 역량이다. 그들 스스로 정확한 위기관리 목적과 그에 기반한 실행의 원칙들을 강하게 강조해야 위기관리에 그나마 성공을 기할 수 있게 된다. 그 목적과 원칙을 따르지 않는 조직원들에게는 그에 상응한 사후 평가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또한 상위 1%에게서만 나올 수 있다.

    “직원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실행팀이 있으니 제대로 할 것이다”는 막연한 기대가 실제 위기 시에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 이유 대부분이 위기관리 시 직원들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주목과 관심이 부족한 상위 1%의 위기관리 리더십 때문이다.

    둘째, 위기관리는 고품질의 정보와 첩보가 기반이 돼 주어야 한다.

    위기관리는 물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있어 상황과 관련된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정보의 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그러나 현장의 문제는 그러한 강력한 정보 자산 대부분이 상위 1% 그룹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 안에 고여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기대응을 위한 큰 의사결정을 하는 의사결정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 자산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의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런 귀중한 정보 자산을 일선 실행팀과 전략적으로 공유하고, 업데이트하고, 이 자산을 실제 실행 역량으로 연결시키게 만드는 주체 또한 상위 1%여야 한다.

    상위 1% 그룹에서 “왜 일선에서는 이런 내용도 알지 못하고 그런 실행을 했는가?” “직원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함부로 그런 판단을 하라고 했는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거나.

    반대로 나머지 99%에서 “그런 정보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진작에 그 내용을 알았으면 그렇게 시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그런 정보를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는가?”하는 푸념이 나온다면 그것은 대부분 상위 1%의 사려 깊지 못한 위기관리 리더십 때문이다.

    셋째,  저품질 의사결정그룹을 이기는 고품질 실행팀은 없다

    상황관련 보고를 얼마나 빨리 받아 처리하는가에 위기관리 초기 성패가 달려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일선이라 해도 느린 의사결정그룹을 이길 수는 없다. 아무리 풍부한 정보를 취득해 보고했다 해도 아무런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조직에서 위기관리는 잘 되기 힘들다.

    조직 내 상위 1%로 이루어진 의사결정그룹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다 절차가 있고, 책임이 있는 것인데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상황과 관련한 여러 다양한 정보들이 모두 취합되어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전략적으로 어떤 의사결정이 맞는 것인지 숙고의 시간과 리스닝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위기관리의 신중함에 있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위기 시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은 ‘일선에서 필요한 시기’에 맞추어 적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는 싯점을 가르는 기준이 ‘이해관계자들이 질문하는 싯점’이라는 원칙과도 유사하다. 일선에서 절실하게 원하는 싯점에 내려오는 의사결정이야 말로 위기관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최대 자산이다.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 이런 말들이 일선에서 나온다. “최초 보고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아무 지시가 없는 거지?” “대표이사까지 보고가 되기는 된 건가?”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는데, 이 상황 또한 지속 보고 해야 하는가? 아무런 피드백이 없어서 불안하다”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의사결정그룹의 느린 스피드는 물론 잘못된 의사결정 자체도 위기관리 실패를 이끄는 큰 이유다. 일선에서 “이런 지시가 어떻게 내려올 수 있을까?” “지시 받은 그대로 하게 되면 더욱 더 상황은 악활 될 텐데 어쩌나?” “이건 문제가 있는 방향인데, 담당임원에게 다시 물어봐야겠다”는 반응들이 있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저품질의 의사결정그룹 만큼 위기관리 시 실무자들에게 무서운 대상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넷째, 비행기 사고 후 컨트롤 타워 개장은 아무 소용이 없다

    평소 공항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수백 대라 치자.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관제탑인 컨트롤 타워는 그 모든 비행기들이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있도록 그들의 활동의 시종을 관제한다. 그들이 평시 하고 있는 활동 자체가 위기관리인 것이다.

    만약 평시에는 관제탑이 정규 운영 되지 않고 있다가, 비행기들끼리 활주로에서 엉켜 사고가 나면 그 때 가서 관제탑이 운용되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자. 불타오르는 비행기와 활주로를 뛰어 다니는 승객들과 구조요원들을 관제한다는 목적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컨트롤 타워가 분명 아니다.

    우리 기업의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도 한번 그에 비유해 보자. 기업 내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려면, 평시에도 위기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관리하는 활동을 하는 컨트롤 타워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슈와 위기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트래킹 하면서 문제 발생 자체를 사전 관리하는 활동처럼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컨트롤 타워는 그래서 평시 규정된 활동을 지속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 구성원이 더욱 더 지속 훈련 받고, 토론하고, 시뮬레이션에 참여 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실제 공항의 컨트롤 타워에서 일하는 전문 관제사들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잠깐 이야기한 것처럼 평시 교육 받지 않고, 훈련이나 시뮬레이션 경험이 부족한 상위 1%의 경우에 실제 위기 시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많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조직 내 상위 1%의 교육, 훈련,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경험의 양과 수는 나머지 99%의 그것을 훨씬 압도해야 맞다. 상위 1% 위치에 오르기 위해 20-30년을 노력한 핵심 임원들이라면 그래야 한다. 그들 스스로 완전하게 훈련되어 있어야만 위기 시 제대로 된 의사결정과 지시를 하달 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 급조된 컨트롤 타워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

    다섯째, 위기관리는 예산과의 싸움이다

    예산은 조직 내에서 곧 힘이다. 위기관리는 어떻게 보면 예산과의 싸움이다. 산속에 고립된 등산객을 찾기 위해 수백억 원짜리 구조전용 헬리콥터를 여러 대 띄우는 조직과 헬리콥터 운영 예산이 없어서 구조팀을 도보로 몇 시간씩 등산하게 하는 조직간에는 분명 상황관리 결과에 있어 차이가 있다.

    “왜 위기관리가 이렇게 밖에 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에 “예산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또는 “저희에게 정해진 예산이 부족해서 그나마 그것이 최선입니다.” “저희 일선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예산은 저희 소관이 아닙니다”라는 답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위기관리를 이끄는 상위 1% 의사결정그룹의 예산 지원과 결심이 실제 현장과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라면 상위 1%의 의사결정그룹이 적극 챙겨 확보 해야 한다.

    예산 지출 프로세스가 복잡하거나, 추후 내부 감사 주제로서의 우려가 있거나, 컴플라이언스 차원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그룹은 조직 내 상위 1%뿐이다. 이런 실제적인 개념과 노력은 평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 그 시뮬레이션 과정에는 필히 상위 1%가 존재해야 한다.

    여섯째, 평시 관심과 투자 또한 1%의 몫이다

    위기관리는 ‘마땅히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적시 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있다. 평시에 과연 우리 기업이 위기관리를 준비하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해야 하는가? 어떤 예산을 가지고 해야 하는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위해서는 또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 그리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누가 어떻게 일사불란함을 유지해야 하는가 등등에 관한 것들을 스스로 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다.

    이런 모든 중요한 관심과 노력과 투자는 기업 내에서 누구에 의해 결심되는가? 당연히 상위 1%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위기관리 성패는 상위 1%의 의사결정그룹의 역량에 따라 갈린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관심, 주목, 투자, 교육, 훈련, 시뮬레이션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상위 1% 처럼 취약한 위기관리 주체가 없다. 나머지 99%가 아무리 훈련되어 있어도 위기관리 전쟁에서 이기기는 힘들다. 이는 딱히 기업만이 아닌 모든 조직에게도 공히 적용되는 진리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역량을 보면 상위 1%가 좀 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99%는 그 다음이다.

  • 위기관리를 위한 리더십이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어떤 지시를 내리면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부서장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상황관리가 안되고, 계속 문제가 증폭되기만 합니다. 제가 CEO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부서장들이 협조 하지 않아 정말 힘이 듭니다. 리더십이 부족한 거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우리가 일반적으로 CEO에게 최고의사결정권이 주어져 있다고 하지만, 기업이나 조직 유형에 따라 그런 권한이 피상적이고, 실제 리더십은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일부 조직의 경우 조직 특성상 CEO 역할을 하는 자가 모든 부서를 대표하지 못하거나 각 부서장을 대상으로 강력한 강제력을 발휘할 수 없는 체계도 있습니다.

    대학이나 병원, 종교단체 같은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그룹들이 바로 그런 류입니다. 여러 회원사가 모여 하나의 조직을 이루는 ‘협회’ ‘조합’같은 곳도 그런 류에 속합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조직된 곳이지만, 무언가를 하기에는 그 조직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가 생각할 때 위로는 CEO에서 아래로는 일선직원에 이르기 까지 위기관리를 위한 하나의 마음을 가질 것이라 생각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조직에서는 CEO를 비롯한 거의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상당히 정치적이거나 아니면 아주 반정치적인 내부 상황이 펼쳐 진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위기 시CEO가 이런 지시를 합니다. “빨리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 해야 하겠습니다. 실무단에서 OOO부서장께서 기자회견 질의응답을 진행해 주세요.” 이런 지시에 해당 부서장은 “못합니다. 제가 그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얼굴 팔릴 수 있는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답변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CEO는 사실 이런 반응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 CEO가 외부자문이나 전문가 그룹을 고용해 위기관리팀에 조언 해도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외부자문 그룹에 대한 공격만 더 해 지게 마련입니다. 이런 조직의 경우 대부분 논의만 지루하게 이어지고 실행은 없습니다. 실행을 하더라도 아주 일선 차원의 단순 실무자 대응이 주를 이룹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모든 대응은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끕니다. 당연히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조직에서 당면한 위기를 그나마 관리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최고의사결정권을 가진 분이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해야 합니다. 평소에는 형식적 CEO를 통해 경영을 위임해 왔다 하더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원 전반을 강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이 위기관리에 나서야 합니다.

    필자는 이와 같이 평시 리더십과 위기 시 리더십이 분리되어 있는 조직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 중 위에서 조언한 바와 같이 실질적 리더십이 위기 시 위기관리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는 그들 중 열에 하나도 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는 경우에는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대신 상당수가 배후에서 해당 CEO에게 조언하고 이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간접적 노력들을 합니다. 그러나 그 경우 더욱 더 난맥상은 커가게 됩니다. CEO가 지시하는 것이 CEO자신의 생각인지, 아니면 배후에 머무르는 실질적 CEO의 것인지 부서장들이 헷갈려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 더 많은 부서장들은 그 배후에 있는 실질적 CEO의 의중을 점치는 데 시간과 정보력을 활용합니다. 말 그대로 불필요한 집안 싸움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CEO는 위기 시 가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먼저 내부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내부적으로 누가 위기관리 리더십을 쥐고 있는지가 정해져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조직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그 생각을 버려야 위기는 관리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아무것도 준비 되어 있지 않으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좀 창피한 이야기인데요. 위기가 발생해 저희가 일단 초기 대응을 하긴 했는데, 언론이나 여러 곳에서 문제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 회사에 홍보실도 없고요. 위기관리에 대해 별로 준비가 안되어 있어요. 대부분 임원들도 경험이 없고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예를 한번 들어 볼까요? 환자가 한 명 있습니다. 그 환자는 중병에 걸렸는데, 그 치료를 받기에는 몸이 너무 약한 겁니다. 병원에서는 해당 환자가 정해진 치료를 받지 못할 정도 몸 상태라고 판단하게 된 거죠. 그런 경우 의사는 치료를 좀 미루면서라도 몸 상태를 먼저 챙기라는 조언을 할 겁니다. 정해진 치료를 하면 그 환자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하는 조언이죠.

    질문 하신 임원님의 회사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케이스들은 많습니다. 위기가 발생 한 회사에 들어가 보았을 때,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의사결정그룹이 존재하지 않거나 유명무실하고, 사전에 준비나 훈련이나 경험도 없는 직제상 위기관리팀만 덩그러니 앉아 있고. 기자들의 엄청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이나 반박을 주고 받기 힘들어하는 홍보담당자가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더구나 그런 회사의 내부협업체계는 기본 상황분석이나 공유 그리고 대응 메시지 정리가 전혀 불가능한 체계고, 대신 각 부서장들이 각자 움직이는 그런 형태로 위기를 관리하며 불철주야 하곤 합니다.

    이런 경우 컨설턴트들은 위기관리 교과서나 원칙이나 경험에 의해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부정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사실이 아닌 부분과 사실인 부분을 골라내 적절히 해명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 조언 할 때 홍보담당 직원이 곤란한 표정으로 “자신이 없다” 하는 거죠. 그런 경우 컨설턴트는 “그래도 꼭 그렇게 해야 하니까, 한번 해 보시라” 할 수는 더 이상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대신 “그렇다면 섣불리 대응 마시고 그냥 로우 프로파일 하시면서 이렇게 이렇게만 정한대로 간단히 수동적으로 대응하시죠.” 조언합니다. “다른 분들도 괜히 위기관리 한다고 각자 행동하시면서 문제 일으키기 보다는 좀더 내부 공유 힘 쓰면서, 소나기는 어느 정도 같이 맞고 걸어 가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이런 조언 밖에 가능한 것이 없어지는 것이죠.

    항상 그런 기업의 위기관리 현장에 들어가보면, 없는 역량을 기반으로 무언가 하려 하다가 일을 더 크게 만드는 경우들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각 부서장이 열심히 무언가 하는 것은 좋은데, 하지 않아야 할 것과 해도 소용 없는 것에 많은 투자를 하고 그 부분이 더 큰 문제를 만드는 것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환자(기업)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치료)를 진행하기 힘든 체력과 상황이라면, 일단 일정기간은 체력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위기 때 훈련을 하거나 시뮬레이션을 해 시간을 할애 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러니, 일단 취약한 부분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일정기간 조직 단위로 몸을 사리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준비 안된 상태에서 장황한 메시지를 여러 곳에 뿌린다 던지, 훈련 안된 창구가 언론과 주의 깊지 못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전혀 규제기관을 알지 못하면서 여러 루트를 통해 규제기관에 영향을 끼쳐 보려고 시도 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전문적이지 않은 직원들이 함부로 피해자들을 접촉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영업직원이나 다른 직원들에게 무리한 위기관리 활동을 지시해 더 큰 논란을 만드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외부의 조력을 빌려 위기관리를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체력이 되는 기업에게 해당 하는 조언입니다. 일단 위기관리를 위한 최고의사결정그룹이 무력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면(위기관리와 분리) 그 어떤 외부 전문가들의 조력도 성공적이기는 힘듭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외부 실무자들끼리 백병전을 이어가다 흐지부지 되곤 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고, 결과론적인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평시 해야 할 일을 한 기업이 최소한의 위기관리라도 합니다. 위기 시 필요할 당연한 숙제들을 평소 하지 않은 기업에게 기적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일단 다가온 위기는 견뎌보고, 그 이후에 체력을 키우는 숙제를 성실하게 시작하는 것이 살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과 기자회견이 먼저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병원에서 일종의 의료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경찰과 조사기관이 병원에 들이 닥쳤고요. 모두 현 상황을 파악하느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요. 기자들이 몰려와 병원의 공식입장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 먼저 기자회견을 열어서 상황을 브리핑하고 사과 해야 하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단어의 의미는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또한 위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당연히 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이 핵심입니다. 말씀하신 언론을 대상으로 해 해당 위기를 설명하고 자사의 위기관리 방안에 대해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노력도 그 일환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신속하게 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라는 뜻은 위기관리를 위해 대언론 커뮤니케이션’만’ 먼저 하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더구나 질문하신 병원에서 관리하려 하는 위기가 ‘의료사고’라면 분명히 해당 사고로 피해를 입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들이 위기관리 관점에서 ‘원점(source)’입니다.

    해당 원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과 사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위기관리 실행이라는 의미입니다. 원점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른 어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생각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원점이 제외되거나 원점 대상 커뮤니케이션을 건너 뛴 다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종종 문제를 더욱 더 크게 만드는 해사 행위입니다.

    사실 위기관리 현장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순서상 맨 마지막이라고 해도 큰 이의는 없습니다. 위기관리 과정에서 실행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순서는 원점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그 다음이 가장 중요한 관련 이해관계자입니다. 그 다음은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의 직원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 후 마지막이 언론이나 일반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은 원점들이 언론 기사를 보고 자신들에게 피해를 입힌 기업의 메시지를 처음 접하게 됩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도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문제를 어렴풋이 인지하게 됩니다. 직원들도 기사를 읽으며 자사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상상합니다. 이런 기업의 경우 어떤 신기한 위기관리 기술을 발휘한다 해도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을 것입니다.

    “바빠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원점과 이해관계자와 직원들까지 챙겨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기업 위기관리팀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커뮤니케이션에는 순서와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것을 무시하거나 생략해서는 아무런 별 의미 없는 커뮤니케이션 행사만 반복될 뿐입니다.

    정상적인 위기관리팀은 그 순서에 따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평소 많은 준비와 훈련을 합니다. 위기관리팀 내 역할과 책임을 배분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복잡하고 난해하니 그냥 언론을 대상으로 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발표로 모든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을 퉁치자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사고입니다.

    환자 및 가족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행정팀의 일이고, 경찰이나 조사기관과는 법무팀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고, 홍보팀은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만 하면 된다 생각하는 위기관리팀 구성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역할과 책임이 정해져 있는 것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각 부서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정해진 전략과 순서에 따라 관리 관제 되지 않으면 위기관리는 어렵습니다. 이 또한 해당 기업의 역량과 경영 품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피해를 입어 아파하고 슬퍼하고 분해하는 원점들을 찾아가 공감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그들을 감싸 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어야 문제가 풀립니다. 추후 시작될 소송이나 여러 협상 같은 것이 우려되더라도 훈련 받은 최고위 인사는 원점인 그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구것이 원점관리입니다.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실행된 다음 언론을 모아 기자회견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기억하십시오. 기자회견은 순서로 맨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그래야 합니다.

    관련 개념 · 위기 시 기자회견은 열어야 하는가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직원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은 어떻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직원 하나가 불만을 가지고 퇴사 해서, 여기 저기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에 회사관련 비방 내용을 공지하고 있습니다. 법무팀 확인결과 명백한 명예훼손 행위라고 하는데요, 사실 그 내용이 회사에겐 민감한 것들이라 함부로 대응도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가장 시급한 우선순위부터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응 트랙을 한가지로만 설정하시지 마시고 두 세 개의 트랙을 동시에 설정하시어 신속하게 대응 하셔야 합니다. 첫 번째 시급한 트랙은 해당 직원의 활동성을 제한하는 원점관리 차원의 조치입니다. 해당 직원이 현재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불만을 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해 해결해 주는 적극적 활동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트랙으로는 법적 대응입니다. 질문에서 언급하셨지만 관련 이슈가 민감해서 공개적으로 난타전을 벌이는 것이 어렵다 하셨지만, 소셜미디어나 온라인을 통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확한 법적 판단을 구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앞에서 이야기한 원점관리 효과를 더욱 증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추후 이 게시물들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주목을 받게 되면, 회사차원에서 법적 조치를 했다는 사실이 논란에 대응하는 주된 제스츄어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해당 게시자에 법적 대응을 했다고 하면, 많은 공중들은 게시자 주장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반대로 회사가 게시자의 폭로에 대해 아무런 법적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면 무언가 문제가 실제로 있다는 의미로 공중들이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세 번째 트랙으로는, 해당 게시물이 논란이 될 시기를 대비해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또한 향후 상황변화에 따른 대비도 마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종의 ‘준비’를 의미합니다.

    준비된 대응 메시지를 언제 공개하고 논란에 개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많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중이나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논란에 대해 회사측에 질문 할 때’가 바로 회사 차원에서 개입해야 하는 정확한 싯점입니다.

    상당히 많은 회사들이 그 싯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합니다. 주요 이해관계자인 고객, 언론, 조사 당국 그리고 관련 기관이 해당 논란에 대해 질문 할 때 문제의 회사는 미쳐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아주 일부의 회사에서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아직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는데, 개입해 문제를 더 키우고, 스스로 주목도를 높이곤 합니다. 둘 다 제대로 된 대응이 아닙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원점관리만 가능하면 그 이후의 모든 대응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유형에서 원점관리가 가장 중요한 대응이라 이야기하는 이유가 그래서입니다.

    문제는 그런 원점관리가 실패하는 경우입니다. 어떻게 해도 무엇을 해준다고 해도 불만을 풀지 않고 지속적으로 적대행위를 하는 원점과 맞서는 경우입니다. 그렇다고 위기관리 자체를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원점으로부터의 데미지를 관리하는 ‘데미지 컨트롤’이 유일한 대응방식입니다.

    최대한 압도적으로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추가로 개입 예상되는 이해관계자들을 추가 원점으로 간주하여 사전 관리합니다. 물론 법적 대응과 여러 최초 원점관리 대응은 지속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이때부터는 어떻게 해당 위기를 관리하는가 하는 목적보다, 얼마나 회사측의 데미지를 최소화하는가 하는 목적이 새로 생깁니다.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도 사실을 가지고 다투거나, 주장에 대한 신뢰를 공격하고, 여러 주변 이해관계자들의 지지를 구하는 등 다양한 공격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요구됩니다. 말 그대로 신뢰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플랜이나 새 대응 방식의 적용과 같은 플랜 B나 C보다, 원점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플랜 A가 회사 차원에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대응 전략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지나고 보면 원점관리는 가장 싸고 손 쉬운 대응 방식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