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의사결정 구조

  •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6편] 평시 땀에 투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굳이 흔한 말인 “훈련 중에 흘리는 땀 한 방울은 전투시 피 한 방울과 같다”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는 평시 진행되는 업무가 아니다. 기업 내 많은 부서들이 모두 위기관리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위기라는 것이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 몇 년에 한번 또는 십 년에 한번 발생할지 말지도 모르는 것이다.

    당연히 평시에 위기관리 훈련을 한다는 것에 기업에서는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매년 또는 반기마다 위기관리 워크샵을 하고, 일선과 경영진이 훈련 받고 하는 일들을 반복하는 기업들이 더 이상해 보인다. “왜 저렇게 까지 호들갑을 떠는 걸까?” “임직원들이 너무 피로감을 느끼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까지 들게 한다.

    “우리 회사 위기관리 매니저는 왜 자꾸 ‘위기’ ‘위기’라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거지? 내가 경영을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라며 불만을 가지는 대표이사도 있다. “이거 봐, 가능하면 위기라는 단어 표현은 빼고 다른 표현으로 훈련 제목을 붙여봐. 자꾸 위기라고 하면 임직원들이 쓸데 없이 불안해 하잖아!”라며 ‘위기’라는 단어 자체에 반감을 드러내는 경영진도 있다.

    그 어떤 이야기들 중에서도 확실한 것은 ‘훈련 받은 조직이 위기를 관리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바램이 아니라 사실이다. 우리가 공히 기억하는 기업 위기관리 실패 사례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제대로 훈련 받지 않은 기업 위기관리팀은 상황파악이 느리고 부정확하다. 의사결정이 느리고 안정적이지 않다.

    준비되지 않은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킨다. 창구 일원화 같은 일선 관리에도 실패한다. 각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위기 발생 직 후 얼마 안되어 붕괴된다.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며, 조직내부의 생각으로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한다. 훈련 받지 못한 기업 위기관리팀 처럼 위험한 위기 요소가 없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 기업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해 보면, 실제 위기를 여러 번 경험 해 본 위기관리팀이 가장 훈련을 잘 수행한다는 것이다. 경험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자산이 없다. 그러나 그런 경험을 위해 실제 위기를 자주 발생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훈련은 실제 위기관리 경험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해 봤어?” “그걸 해 본적이 있어?” 같이 위기 시 두려운 말이 없다.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이 위기상황이다. 실시간으로 상황이 변화하고, 혼돈의 시간이 길어지면 믿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경험’뿐이다. 실제 여러 경험이 반복되면 그 후 스스로 확신이 들게 된다. 훈련 받은 위기관리팀이 보다 안정적으로 위기관리를 수행 할 수 있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위기관리팀 구성원들 보다 훨씬 더 많은 훈련을 경험 해야 하는 사람은 최고 의사결정 그룹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훈련을 일선 실무자들만을 대상으로 반복 하는데, 더욱 중요한 훈련 대상은 최고 의사결정 그룹이다. 위기관리 강의를 들을 때에도 대표이사와 최고 경영진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축사만 하고 바쁜 듯 자리를 뜨는 경영진이 일반적인 기업은 위기관리가 힘들다.

    외국기업의 경우 대표이사와 최고의사결정 그룹 구성원들은 일반적으로 매니저 시절부터 정기적인 위기관리 훈련을 받고 성장했다. 20여년간 수십 회의 위기관리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경험 한 임원들은 그 어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 보다 전문가 일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훈련과 실제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위기관리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훈련에 참여하니 더욱 더 강해진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경우 임원들 중 일선이나 매니저 시절부터 차곡차곡 위기관리 훈련을 쌓아 온 경우가 드물다. 대기업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훈련을 제공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신임 인원을 임명하고 난 직후부터다. 임원들의 임기를 몇 년 정도로 보았을 때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토대로 위기관리 팀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이사와 고위 경영진은 더욱 더 위기관리 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리더가 스스로 훈련되어 있어야 일선을 그들의 전략대로 움직일 수 있다. 리더가 알고 살펴야 위기가 사전에 방지 된다. 리더가 민감해야 조직도 위기에 대해 민감해 지고, 위기 발생 가능성은 줄어든다. 위기관리에 있어 그 보다 더 좋은 체계가 없다.

    선진적인 기업은 위기 발생 이전에 위기관리 예산의 대부분을 쓴다. 각종 진단과 훈련 등으로 위기 발생을 사전에 관리하려 하기 때문이다. 반면 후진적인 기업은 위기 발생 이후에 위기관리 예산의 대부분을 쓴다. 평시 훈련에 적절하게 사용했다면, 위기를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 발생 후 대규모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이다. 계산기를 두들겨 보자. 훈련만큼 훌륭한 비용 절감 방안이 없다. 훈련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대책이 없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3편] 컨트롤 타워를 바로 세우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여러 사고, 사건, 재난이나 대형 논란을 보면, 항상 언론에서 붙이는 표현이 있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 언론에서 컨트롤 타워가 없다 단언하는 이유는 위기관리 주체의 위기관리 행태가 오락가락, 우물쭈물, 좌충우돌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컨트롤타워란 인간의 신체에 비유했을 때 ‘뇌(Brain)’와 유사하다. 인간이 활동하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뇌’의 존재를 한번 생각해 보자. 일단 ‘뇌’가 없다면, 사람은 사람다운 생활을 할 수 없다. 고차원적 생각이나 커뮤니케이션은커녕, 기본적으로 숨을 쉬거나, 눈을 깜빡이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먹고 배출하는 기능 대부분이 정상적이지 않게 된다. 마치 인체 여러 조각을 합쳐 만들어 놓은 소설 속 괴물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이 상상될 것이다.

    중대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왜 위기관리 주체는 마치 괴물 프랑켄슈타인 같은 행동을 보이게 될까? 기업의 경우에는 그런 컨트롤 타워 부재의 문제는 전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기업의 경우에도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의사결정 구조라 그렇지, 상당수 기업들이 위기 시 컨트롤 타워의 부재 또는 부실을 공히 경험한다.

    평시에는 정상 운영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컨트롤 타워가 왜 위기만 발생하면 사라져 버릴까?첫째, 위기가 발생하면 신속함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컨트롤 타워에겐 이 신속함이라는 압력이 엄청난 부담이다. 평시 사업적 의사결정은 분기, 반기 또는 년 단위 흐름에 의해 신중하게 결정되는 구조라면, 위기 시 의사결정은 분과 시간을 다툰다. 또한 초기부터 내내 내외부 상황이 실시간으로 바뀐다. 평시 튼튼해 보이던 컨트롤 타워에도 부하가 걸린다. 타이밍 개념을 상실하게 된다.

    둘째, 불확실성이 극대화 된다. 컨트롤 타워에게 이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마치 분주한 공항 상공을 컨트롤 하는 타워 주변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두꺼운 안개가 낀 상황에 비유 된다. 컨트롤 타워가 어떻게든 그 안개를 뚫고 착륙을 원하는 비행기들을 관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컨트롤 타워는 경험이나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관제 실행 자체를 주저한다. 외부에서 볼 때 해당 컨트롤 타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게 된다.

    셋째, 조급함에 각자 무언가를 하게 된다. 앞서 이야기했던 상황과 일련의 이야기다. 신속함과 정확함을 상실하고 주저하고 있는 컨트롤 타워 때문에, 일선 담당자들은 조급함에 빠진다. 일단 무언가를 해서 해당 상황을 관리해야 하겠다 생각한다. 쏟아지는 이해관계자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하려 한다. 누구는 활주로에 서서 착륙 비행기에 수신호를 보내고, 누구는 봉화를 피우고, 누구는 안개를 없애려 선풍기를 틀고 하는 각자 실행이 발생한다. 물론 컨트롤 타워는 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상처럼 위기관리 현장에서 회자되는 컨트롤 타워의 문제 모두는 한가지 가장 큰 원인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컨트롤 타워가 미리 훈련 받고, 평시 위기 관제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의 뿌리다.

    항상 사건, 사고, 재난, 논란이 발생 하면 그 때 컨트롤 타워를 가동한다고 한다. 참 재미있는 말이다. 분주한 공항에서 비행기들이 이착륙 하다 충돌해 불타는 사고가 나야지만 컨트롤 타워가 가동된다는 생각 말이다. 그러다 보니 매번 준비되어 있지 않다. 전문성은 시간이 가며 희석된다. 가동 했는데도 손발이 맞지 않는다. 오랜만에 가동하니 대부분 컨트롤 타워 장비와 시설들이 녹 슬어 있다. 이런 상황이니 어떻게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가능할까?

    언론들은 앞으로도 위기가 발생하면 똑같이 “컨트롤 타워가 없다”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에 대해 정부나 조직 그리고 기업들은 “앞으로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를 만들겠다” “컨트롤 타워 기능을 재정비 강화 할 것”이라는 판에 박힌 답변을 내 놓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컨트롤 타워라는 것은 인간의 신체에서 ‘뇌’라는 부분이며, 그 ‘뇌’라는 부분은 신체의 가장 중요한 중심이라는 것이다. 당연 정부, 조직, 기업에서도 그 컨트롤 타워는 그 해당 조직의 수뇌를 의미한다. 정부라면 지도자를 의미하고 조직에서는 조직의 장, 기업에서는 대표이사 또는 오너를 의미한다. 그를 둘러싼 실세 조직을 광의로 컨트롤 타워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라는 지적은 “위기 시 지도자가 지도하지 않았다”는 의미인 셈이다.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았다”는 의미는 “조직의 장이 위기관리를 하지 않고 숨어 버렸다”는 의미인 셈이다. “앞으로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를 만들겠다”란 의미란 “제대로 된 대표이사와 오너를 구하겠다”는 의미까지 될 수 있다. 왜 그의 답변이 말이 안 되는 것인지 이해가 가나? 그들의 약속이 근본적으로 지켜질 수 없는 이유가 보이나? 리더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들이 먼저 훈련 받고, 그들이 스스로 컨트롤 타워로서 자신감을 지닐 수준이 되어야 맞다. 그러지 않으니 문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2편] 미리 현장에 나가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굳이 기업 경영자들이 흔히 말하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이야기를 빌리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체계라던가 역량 개발 훈련들은 매뉴얼에 적시된 의사결정자 그룹을 대상으로 주로 적용된다. 그러나 보니 실제 상황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실행되는 현장은 종종 소외되는 경향이 생기는 문제가 발견된다.

    물론 일선까지 아울러 훈련하고 시뮬레이션으로 실행력을 관리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간의 일정 격차를 보인다. 그 기업들은 일선이 잘 되어 있다거나, 반대로 형편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오해를 하기도 한다.

    아주 오래된 위기관리 개념 중 ‘지휘관의 의지(Commander’s Intent)’라는 개념이 있다. 일선 인력들과 일선 지휘관의 현장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현장 판단에 따른 초기 위기 대응 주도권을 권한위임 한다는 의미다. 이런 CI 개념을 이야기하면 그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기업이 있다. “저희 일선 인력들은 그럴만한 수준이 아닙니다”라는 반론에 근거한 것이다.

    실제 이런 기업의 일선을 진단 해 보면 본사 경영진 차원에서 그렇게까지 거부감을 보일 정도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것은 기업 차원에서 현장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장에서 불만이 있는 경우는 예를 들어 이렇다.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공장 사고 발생 시 정문 옆에 기자실을 별도로 마련한다’라고 명기 되어 있는데, 매뉴얼을 만든 팀이 현장에 와 보지 않아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경우 실제 공장 현장에 가보면 정문 주변에는 도저히 기자실을 설치할 공간이 없다. 굳이 기자실을 설치할 공간을 찾으려면, 근무동 맨 끝이라서 생산시설을 가로질러야 하거나, 직원 식당 한 켠을 터서 설치해야 하는데 도저히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돌아 온다. 이런 반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본사에서 의례히 “공장에도 비상시 기자실을 설치하게 되어 있습니다”라는 주장을 해 왔을 것이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자사 매뉴얼에 ‘공장 내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공장장이 대변인이 되어 언론 대상 사고 브리핑을 실시한다’고 되어 있는 경우다. 본사 차원에서는 그와 같이 공장장이 언론 대변인을 하고, 부대변인을 부공장장이 맡으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안전 사고가 발생하니 그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공장장과 부공장장은 사고가 발생하자 마자 경찰과 소방당국에 협조해야 했고, 이후 조사를 받느냐고 공장에 머무를 시간이 없었다. 동시에 공장 주변마을에 계속해서 해명과 사과를 하러 끌려 다녀야 했다. 지역 관공서와 지역구 국회의원이 계속해 면담을 요청 해 와 그걸 소화 하는데도 잠잘 시간 조차 없을 지경이 되어 버렸다.

    “저희가 언론 브리핑을 하고 싶지 않아서 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요. 몸이 여러 개도 아니라서요”라는 하소연을 공장장과 부공장장이 한다. 매뉴얼이 현장의 현실을 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본사에서 어떻게든 그리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문제가 이어진다.

    이런 본사와 현장간 이해의 차이는 시뮬레이션이나 현장인력들과의 케이스 워크샵을 하다 보면 상당부분 확인된다. 실제로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했던 것들이 현장에서는 실행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이 판명 난다.

    이를 절대로 일선 역량이나 의지의 문제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대신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할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과 같이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 더욱 더 튼튼한 위기관리 체계 구축이 가능해 진다. 달리 생각해 보면 자사 위기관리 체계에 실행상 문제가 많다는 의미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 볼 수 있다.

    어떤 위기관리 체계라 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체계라 자랑해도, 현장에서 앞뒤가 맞지 않으면 위기는 관리 되지 않는다. 지휘관의 의지(CI)같은 개념을 실제 적용해서 제대로 된 결과를 얻으려면 현장의 목소리는 더더욱 필요하다.

    최고경영자의 위기관리 리더십에 있어서도 현장의 교훈은 큰 가치를 발한다. 최고경영자가 현장 경험이 많은 분이라면, 위기 시 의사결정과 대응 지시에 있어서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하게 마련이다. 지시 후 막연하게 믿는다거나, 지시 전 막무가내로 믿지 못하는 현상은 최소화된다. 평소 현장을 살피는 것은 위기관리에도 큰 힘이 된다는 의미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18. 사일로를 없애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8편] 사일로를 없애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일로(silo)란 ‘회사 안에 성이나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간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는 곡식이나 유류 등을 보관하는 분리된 격납고를 일컫는 말이었다. 이런 사일로는 평소에도 기업 내부에 존재한다. 문제는 그렇지 않았던 기업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없던 사일로가 새로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위기 시에는 서로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하라는 조언을 한다. 이 또한 기존에 또는 현재 생겨날 수 있는 부서간 사일로를 최소화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사일로가 존재하는 기업의 위기관리는 몇 가지 주된 특징이 있다.

    일단 부서간에 어떤 위기 대응을 하고 있는지 서로 알지 못한다. 각자 무언가는 하는데,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되어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 번째 특징은 서로 대응하는 방식이나 프로세스가 겹치고 충돌한다. 당연한 결과다. 관제탑 없는 짙게 안개 낀 인천공항을 상상해 보자. 세 번째 특징은 위기관리에 결국 실패한다. 그 후 그 실패 원인도 오리무중이 된다. 개선은 물 건너 간다.

    쉽게 표현하자면 사일로가 존재하는 기업의 위기관리는 그냥 ‘아수라장’ 그대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런 아수라장의 경험을 하고 난 뒤, 최고의사결정권자를 중심으로 사일로간 조율을 하는 위기관리 관제를 시도해 보기도 한다. 최고의사결정권자 사무실 앞에 부서장들이 연이어 줄 서서 상황을 보고하고 부서별 대응을 보고하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이전보다 상호간 조율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지시하는 대응을 해당 부서가 그 취지부터 잘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긴다. 그 취지나 전략은 최고의사결정권자만 알고 있다. 부서들은 아직도 존재하는 사일로로 인해 그 취지나 전략을 그냥 예상하며 실무적 대응에 집중한다. 당연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뭐가 좋은 일이라고 모여서 마주 앉아 이야기해야 하는가?” “왼손이 아는 것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이야기가 있지” “의사결정은 극소수 핵심인력이 내리면 되지” “각 부서는 자기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하도록 하시오” “왜 굳이 다른 부서가 어떤 대응을 하는지 알아야 하나?” 이런 이야기가 내부에서 상식인 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사일로가 강한 기업이다.

    일부 성공적 기업에게도 사일로나 점 조직 같은 기업문화가 존재하는 곳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의 경우에도 위기 때에는 상당한 고통을 겪는다. 신속히 일사분란 한 대응을 하지 못해 문제를 장기화하면서 점진적 대응으로 초기 관리에 실패 한다. 관련 핵심 부서들이 모여 앉아 대응을 함께 논의하게 되면, 당연히 챙겨야 할 것들이 관리된다. 반면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각자 대응에만 몰두하다 보면, 부서간 협업이 필요한 중간지대에 대한 신경은 덜 쓰게 된다.

    위기가 발생한 기업은 외부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외부에서 볼 때 A라는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하던 모든 활동은 당연히 A기업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리콜 결정 시기가 늦었다면 A기업이 늦은 것이다. 리콜을 한다 하면서 제대로 된 소비자 리콜 접수를 어려워하면 그것도 A기업이 준비가 덜 된 것이다. 리콜을 신청했더니 제대로 된 리콜 수리에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면 그것도 A기업의 문제다. 말 그대로 A기업은 엉망이라는 생각을 공중들이 하게 되는 것이다.

    A기업이 사일로 기업이라면 이런 상황을 두고도 공중들과는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리콜을 늦게 결정한 이유는 마케팅 부서에서 리콜 반대를 해서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훼손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A기업이 아니라 마케팅 부서가 문제라 생각한다. 리콜 접수가 엉망인 이유도 자사 CS 예산이 빨리 증가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CS와 재무부서의 무능함을 내심 욕한다. 리콜 수리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서는 일선 협력업체가 제대로 된 업무 처리를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기업의 문제라기 보다 몇몇 부서가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A같은 기업은 내부에서 그 결론에 대해 쉬쉬한다. 마케팅 부서장을 비롯해 CS, 재무, 협력업체관리 부서장들이 정치적으로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사후 평가를 상당히 민감해 한다. 외부에서 위기관리가 잘 못 되었다 평가해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부 상황을 잘 알지 못해 그런 평가를 하는 것이라 반론한다. 내부에서 어떤 노력과 토론이 있었는지 모르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아달라 한다. 나름대로 부서들이 최선을 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위기관리 성공의 원인에 대해서는 기업의 내외부가 거의 같은 생각과 판단을 한다는 것을 기억해 보자. 그렇다면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도 기업 내외부가 비슷한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이 또한 기업 스스로 또 다른 사일로를 형성하는 것이다. 사회와 기업간의 사일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15. 역할과 책임을 확정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5편] 역할과 책임을 확정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주어가 빠진 지시는 제대로 된 지시가 아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매뉴얼 문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부서를 지칭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의 이 ‘누가?’는 매뉴얼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뼈대가 된다.

    반면 ‘누가?’가 확정되어 있지 않은 매뉴얼이나 구두지시는 위기 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빨리 합시다!” “최선을 다해 봅시다!” “각자 해야 할 일을 찾아서 제대로 해 주세요!” 이와 같이 ‘누가’가 빠져버린 지시는 종종 제대로 된 실행에 연결되지 않는다.

    위기관리 과정에서 대부분 조직 구성원은 정치적 입장을 가지게 된다. 전사적으로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는가 하는 것 이전에, 이번 위기로 인해 내가 입을 수 있는 피해나 책임의 영역은 어느 정도인가가 더욱 중요해 보이게 된다. 따라서 ‘누가’라는 확정 없이 내려온 지시에 대해 “내가 하겠다!”하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인력을 기대만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위기관리 이후 해당 위기관리 전반을 평가 할 때에도 ‘누구’의 개념은 큰 의미를 가진다. 위기를 맞아 무엇을 했는지는 그 실행 ‘주체’가 사내에서 가장 많이 알고 있다. ‘누가’ 위기에 대응했는지 알지 못한 채 평가를 진행하게 되면 분명 의미 없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 뻔하다.

    각 부서별로 역할과 책임을 배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실제로도 평시 경영 주제에 있어서 각 부서는 자신만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각 부서별로 담당분야가 있고, 내외부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이 부분들을 그대로 모아 구조적으로 정리하게 되면 어느 정도 위기관리 매뉴얼상의 역할과 책임의 가르마는 타지게 된다.

    부서별로 역할과 책임을 가르는 것은 위기 발생 시 부서별로 자신들이 해야 할 위기대응 업무를 스스로 신속히 이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같이 협업해야 하는 부서가 어느 곳인지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위기 시 어떤 부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매뉴얼상에서 확인 할 수 있게 되므로, 같이 협업하는 데 있어서도 불필요한 중복이나 반복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최대한 사일로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위기관리를 위해 최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리더가 누구인지도 미리 정해 놓아야 제대로 된 역할과 책임이 완성된다. 기업별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CEO와 같이 평시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위기관리 리더십을 총괄하고 있는 곳도 있는 반면, 위기관리위원회 수장을 정해 놓아 어느 정도 수준 이하의 위기 시에는 그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위기관리를 하게 정해 놓은 곳도 있다.

    어떤 리더십 구조가 좋다 나쁘다를 논의하기 이전에, 위기관리 조직을 이끌면서 최고의사결정권을 가진 포지션을 정확하게 정해 놓는 것은 필수적 위기관리 체계 중 하나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가시성(visibility)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일단 역할과 책임을 배분한 뒤에는 지속 시뮬레이션 해 각 부서별로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이해와 실행 숙련도를 점검해야 한다. 매뉴얼상 적혀 있는 역할과 책임과 실제 해당 부서가 생각하는 그것 그리고 숙련도는 전혀 다른 의미다. 적혀 있다고 그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평시 업무 진행에는 익숙하지만, 위기 시 주어진 실행에는 어려움을 겪는 부서가 있을 수 있다. 위기 시에는 보다 적극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으로 실행해야 하는데, 그런 경험에 있어 부족함이 있는 부서도 있을 수 있다. 예산이나 인력문제로 인해 매뉴얼에서 정한 역할과 책임이 버거운 부서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일선의 문제점들은 매뉴얼만으로는 발견할 수 없다.

    시뮬레이션 해 보아야 숨겨있거나 알지 못했던 문제들이 드러난다. 그래야 그 부분을 평시에 주목해 전사적 투자나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해당 부서도 그래야 찜찜함이나 부담스러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 진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반복적 숙련을 기대함에 앞서 이러한 문제점을 찾아낸다는 것도 나름 큰 의미가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부서별로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의 배분이 되어있지 않은 경우다. 위기 시 최고의사결정권을 가진 정확한 주체가 명기되어 있지 않는 경우다. 위기가 발생한 뒤 부서별로 각자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난상토론을 하는 경우다. 더욱 위험한 것은 각 부서가 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로 각자 무언가를 하는 경우다. 각 부서별로 대응이 중복되고 충돌하는 경우가 생긴다.

    여러 부서가 무언가는 하고 있는데, 딱히 누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 채 난상토론만 이어지는 경우라면, 이미 이번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 생각해야 한다. 각자 역할은 없이 축구공을 따라 우르르 몰려 다니기만 하는 동네 축구팀이 포지션에 따라 훈련된 프로 축구팀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상상해 보면 된다. 확실한 건 우리와 맞서는 위기는 항상 프로라는 사실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12. 문제는 계속 추적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2편] 문제는 계속 추적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평소 위기 요소들을 진단 추적하는 ‘이슈 트레킹 팀’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다. 기업에게 평소 가장 먼저 하나를 하라 하면 이슈 트레킹 팀을 운용하라 하고 싶다.

    이슈 트레킹 팀은 별도로 조직화하기 보다 기존 경영회의에서 자료들을 수집 공유하는 경영회의 준비그룹이 이슈 수집 및 공유 작업을 함께 하게 하면 된다. 물론 그 트레킹 책임은 해당 이슈별 주관과 유관 부서장에게 있어야 한다.

    이슈 트레킹 팀은 일선에서 부서장을 통해 진단 된 문제 요소들을 모아 정리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이 과정에서 전사적 공유가 필요 없는 단순 문제들은 부서장의 리더십에 따라 사전에 관리 해결된다. 트레킹 대상이 되는 문제의 경우에는 단일 또는 복수 이상의 부서장이 스스로 관리하기 힘들거나, 전사화 해 문제 해결 시기를 앞당겨 보고자 하는 유형들이다.

    일단 소집된 문제 요소들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은 각 기업별로 자신들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가 매겨진 문제 요소들은 그 다음단계로 구체적 분석이 되어야 한다. 문제 소지를 없애거나, 완화하거나, 발생을 방지 또는 방어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한 고민이 이때 있어야 한다.

    그 후 단계로는 각 문제 요소별로 주관부서와 유관부서를 배당하는 것이다. 문제별로 주관과 유관 부서장이 책임지고 문제를 지속 관리 트레킹 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후 단계에서 해당 주관과 유관 부서장들은 자신들이 담당한 문제 요소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전사화 한다.

    인력이나 예산을 새로 부여 받거나, 법적이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전문분야별 조언을 받게도 된다,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이런 이슈 트레킹 팀이 운용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어처구니 없는 위기를 맞거나, 갑작스러운 이슈화로 혼란을 겪는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반면 이런 평소 노력이 없는 기업들의 경우 위기나 이슈가 발생하면 상당한 초기 혼란을 경험한다. 상황파악에 과도한 시간이 소요되고, 그 파악 범위나 전망 수립에 있어서도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일단 이렇게 시간이 허비되다 보니 초기 대응에 대부분 실패하거나 실수를 저지른다.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깜짝 놀라게 되는’ 위기 상황은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다. 물론 돌발적 사고나 사건 같은 경우에는 태생상 그 놀라움의 과정을 건너 뛸 수 없겠지만, 다른 유형의 문제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 많은 기업들은 그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이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알고 있다는 것이 곧 해당 문제 요소를 미리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서 문제다.

    알고 있던 문제도 막상 수면위로 떠오르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이 생성되고 상호 충돌하면서 증폭된다. 최고의사결정권자는 물론 기업 내 위기관리팀 그 누구도 침착하기가 힘들게 된다. 알고만 있던 위기의 모습이 눈 앞에서 그대로 펼쳐지면서 혼란은 시작된다. 알고 있었기에 무언가 준비되어 있었겠지 하는 믿음이 허망하게 사라지게 된다.

    평소 운용되는 이슈 트레킹 팀은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다. 이미 익숙하고, 문제 발생을 대비해 상당 기간 관리 해 온 문제 요소들이 많아진다. 그 중 상당수를 사전 관리 해 문제화 되지 않게 한다. 불행히 문제화 되는 요소라면 그에 상응한 대응 방안을 미리 만들어 두게 된다.

    당연히 매우 극소수 문제가 된 경우 준비된 대로 초기 대응을 일사불란하게 할 수 있게 된다. 골든타임을 제대로 활용하게 된다는 의미다. 초기 대응에 성공함으로써 중장기 위기관리 부담을 덜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공감 받거나, 최소한 정상참작을 받게 된다. 문제 해결에 한층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평소 이슈 트레킹 팀을 잘 활용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권한이양을 하면 위기관리 체계는 더욱 더 강화된다. 일선에서 먼저 문제 요소들을 스스로 발견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선 업무가 되는 것처럼 좋은 게 없다. 공유 받은 매니저들과 임원들은 보다 진지하게 문제 요소들을 들여다 보게 된다. 부서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또 상당수 문제 요소들이 해결된다.

    명실상부 한 ‘위기관리 체계’라는 것이 존재하게 된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발견된 문제들을 의사와 지속 상담하면서 치료 관리해 나가는 것과 유사한 체계다. 위기관리라는 것은 이처럼 우리가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표현이 맞다. 그 ‘하지 않는 이유’를 찾아 치료해야 위기관리도 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9. 모니터링에 투자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편] 모니터링에 투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모니터링 창구들을 보유하고 있다. 굳이 이슈나 위기관리 목적이 아니더라도, 상시적 상황 및 이해관계자 모니터링 창구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예로 소비자 이슈나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선 대리점과 영업직원들의 일사불란 한 정보 취득과 보고 창구처럼 훌륭한 모니터링 창구가 없다. 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기존에 운용되던 대관과 법무, 자문 로펌들, 그리고 홍보실을 통한 창구처럼 유용한 모니터링 창구가 없다.

    중견이나 중소기업에는 대기업과 비교해 일부 이해관계자 모니터링 창구가 존재하지 않거나, 미비한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중견 중소 기업에서는 사외이사들이나 고문 또는 오너가 스스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창구들을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 모든 노력이 상황과 이해관계자들을 제대로 모니터링 하기 위한 위기관리 체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모니터링 체계는 외부 이해관계자 환경이나 미디어 성향이 바뀌며 지속 업그레이드 되고 변화되어 왔다.

    기업 홍보실만 해도 십 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간지와 방송을 중심으로 하는 언론매체와 정보지 모니터링이 그들 모니터링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홍보실의 모니터링 대상이 기존 언론 매체들과 정보지를 넘어, 포탈, 게시판, 카페, 기타 커뮤니티에 소셜미디어 채널 전반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 해졌다. 예전 정기 모니터링 보고의 개념이 이제는 실시간 보고 개념으로까지 발달해 버렸다.

    다른 부서들의 모니터링 방식들도 많은 변화들이 생겨났다. 이런 변화들의 주요 특징을 꼽아 보자면, 실시간, 신속성, 다양성, 직접성 등으로 정리 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고, 빠른 보고와 공유가 가능한 환경이 되었으며, 다양한 의견과 상황들이 대량으로 취합되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모든 정보들이 이해관계자들을 통해 예전보다 직접적으로 기업에게 바로 전달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불만 글을 이제는 CEO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직접 읽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볼 때 기업의 모니터링 역량과 체계는 지속 발전한 반면, 그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의사결정그룹의 정보 처리 체계와 역량은 그에 발맞추어 발전했다고 보기 힘들다.

    실시간으로 바닷물처럼 밀려드는 정보들을 의사결정자들이 실시간 모여 앉아 들여다 보고 있으라는 말은 아니다. 발전한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취합 분석 보고되는 상황 및 이해관계자 정보들을 의사결정그룹이 분석하고 트래킹하는 보다 ‘체계적’ 역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만약 취합되는 모니터링 정보에 있어 불필요한 중복이나 예상외 누락이 있다면 그 부분을 체계적으로 발견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니터링 창구를 운용하는 부서들간의 사일로(silo)는 없어져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산발적으로 또는 때때로 압도적 분량으로 취합 보고되는 모니터링 창구의 정보들을 크로스 체킹하는 담당그룹이 있어야 한다.

    그 후 특정 담당그룹을 통한 통합적 정리 보고가 가능해야 한다. 그 보고 수준과 양식은 최대한 의사결정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의사결정자들에게 익숙해야 한다. 의사결정그룹은 당연히 최대한 정리된 정보들을 전략적 시각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서 대응 전략과 플랜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의사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상시 모니터링 보고 체계란 아무 의미가 없다.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모니터링 창구 자체에는 투자 하고, 담당자를 배정한다. 그러나 그 위로 올라가보면 모니터링 결과들을 제대로 프로세싱 해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체계에 대한 투자나 인력 배치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느낌을 받는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그러한 전문 인력을 ‘관제탑(control tower)’ 개념으로 정의한다.

    어떤 대기업은 ‘국정원 보다 정보력이 강하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이런 명성(?)은 사실 ‘그런 정보력을 가졌다’ 또는 ‘그런 모니터링 창구를 운용하고 있다’는 단순 사실에서만 생겨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들을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자사의 대응 전략과 실행에 반영하여 신속히 움직인다는 점에서 그런 명성이 생겨났을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모니터링은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관제탑이 전반을 관리해야 한다. 그런 방향에서 투자되어야 한다. 모니터링이 단순히 일선 창구의 일상업무로서의 의미로만 존재하거나. 취합된 정보가 분석되지 않고 일선에 남아 있거나. 여러 정치적 요인으로 보고되지 않고, 보고되어도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 볼 일이다. 모니터링에 투자하기 전 먼저 관심을 가지고 점검해 보자는 이야기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8. 조직을 민감하게 유지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편] 조직을 민감하게 유지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호들갑 떨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호들갑’이라는 의미가 경망스럽고 야단스럽기 만 한 것이라면 지양해야 하지만, 이슈나 위기를 감지하여 분주히 여럿이 움직이는 것까지 ‘호들갑’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기업은 항상 민감해져 있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기업만큼 준비된 기업이 없다. 사소해 보이는 이슈에도 미리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다른 기업이 겪고 있는 이슈를 지속 분석해 보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일선에서 올라오는 보고 중 문제로 비화될 건이 없는지 꼼꼼하게 추적해 보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상위 의사결정자들이 자신의 경험만 믿고 괜찮다 문제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강요하지 않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민감한 기업은 그래서 강하다. 어떤 이슈나 위기도 예상하지 못한 채 마주하지 않는다. 다른 기업이 경험한 이슈를 자신이 경험했던 것처럼 보다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다. 일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문제 될 것들을 미리 미리 제거해 놓는다. 문제가 될 것인지 아닌지를 상위 의사결정자들이 하위 실무담당자들과 지속 토론하고 진단을 반복한다.

    일부에서는 기업이 너무 민감한 것도 좋지 않다 이야기한다. 피로감이 생긴다는 이유다. 이런 기업에서 일부 임원은 “별 것도 아닌 것인데, 그것에 대해 윗분들이 너무 민감하셔서 여러모로 피곤합니다. 일선에서는 항상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데 말이죠…”라 토로한다. “일선에서 발생한 해프닝들을 위에 매번 보고하고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 하게 된다면, 아마 경영진들은 아무 일도 못하고 그것만 해야 할 겁니다. 그 만큼 일선 이슈들이 많고 다양하거든요. 저희가 알아서 필터링 하니 그나마 편하신 겁니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런 기업은 민감하지 못한 기업이다. 이슈나 위기에 강하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일단 이런 이야기를 하는 기업은 일선에서 이슈나 위기의 전조를 감지하고 분석해 내는 ‘기준’이 모호하다. 그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면, 일선으로부터의 보고 수량이나 범위가 그렇게 막대할 수 없다. 또한 전조에 대해 경영진이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바라보니 보고의 수량이나 범위는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기업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전조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에서는 A를 문제의 전조라고 생각하는 반면, 경영진에서는 A를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다. 이런 기준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선에서는 경영진들을 불필요하게 부담스럽게 할 필요 없다는 낙담을 경험하게 된다. 경영진은 반대로 정확한 보고나 공유가 올라오지 않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 기업 전반에서 민감성은 사라지고, 상호간 불만만 생겨난다.

    이런 경험을 한 기업은 또 이야기한다. “그러면 일선에서 보다 정확하게 이슈나 위기 전조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어떻게 세우면 될까요?” “일선에서는 사실 그렇게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조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없습니다. 이런 현실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일견 그럴 듯 한 이야기다.

    일상 업무를 일정 기간 진행 해 온 직원이라면 업무 과정에서 ‘부정적 문제가 될 이슈의 전조’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나 가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 기준은 당연히 최고의사결정자로부터 제공되어야 한다. 그 기준은 오랫동안 일관되게 전조를 판단하는 지표가 되어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기준이 있어야 일선 스스로의 중구난방 판단은 최소화된다. 그런 ‘판단 기준’이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민감성이 자라나지 않는 것이다.

    일선에서 올라온 문제 전조를 보면 경영진은 대부분 ‘확실하게 문제다’ 평가 내릴 수 있게 된다. 기준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일선에서도 “왜 이 전조가 심각한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일선간에도 “왜 이것이 꼭 보고 공유되어야 하는 전조인가?”에 대한 이견이 준다. 정확한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이 그 기준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민감하지 않은 기업은 당연히 ‘기준’이 없다. 일선부터 최고의사결정자에 이르기 까지 이슈나 위기를 보는 시각이나 기준이 제 각각이다. 일선에서는 각자 판단에 따라 보고 하고, 경영진은 그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 해 평가한다. 점점 보고량과 범위는 줄어든다. 임원들은 자사에 이슈나 위기의 전조가 없다 안심한다. 그런 사내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점점 민감성은 저하된다.

    그 후 이슈나 위기가 실제 발생하면 이런 기업은 일단 놀란다. 허둥댄다. 말 그래도 호들갑만 떨며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제 각각 발생한 문제가 어떤 것인지 판단하려 한다. 의사결정은 지체된다. 경영진끼리 상호간 책임 논란을 벌이며 손가락질을 시작한다. 최고의사결정자는 “왜 아무도 이런 문제를 몰랐으며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는가?” 호통 친다. 민감하지 않은 기업은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을 자주 반복한다. 최고의사결정자의 관심이 없으면 그렇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 위기관리 조직을 만들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6편] 위기관리 조직을 만들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2007년 여러 번 제품 유해성 논란에 휘말렸던 세계적 완구 회사 마텔(Mattel). 연이은 리콜속에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던 과정에는 당시 마텔의 회장이자 CEO였던 밥 에커트(Bob Eckert)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밥 회장은 이듬 해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한 초청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위기 당시 우리 위기관리팀의 팀워크는 강했고, 그것이 우리 기업에 대한 테스트였다 생각한다. 지금도 100여 페이지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위기관리팀의 연락처 정보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자사의 위기관리팀을 치하했다.

    필자도 항상 기업 대표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훈련된 강력한 위기관리 조직’을 사전에 보유하라는 것이다. 위기관리라는 것은 원래 ‘누가(who?)’라는 개념이 항상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 ‘누가(who?)’라는 개념이 없다면 위기는 절대로 관리되지 않고, 관리 될 수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기업 오너와 대표이사들은 위기 시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논의한 방향으로 잘 대응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이 말을 들은 임원들은 그 부탁에 ‘누가(who?)’가 명시되지 않았던 것에 주목한다. 임원들간에 그 ‘누가(who?)’라는 주체에 대해 역할과 책임을 다시 나누게 되고, 정치적 정리가 되면서 결국 실제 대응은 지연되거나 생략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원래부터 ‘지는 싸움’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예민한 임원들은 그 과정에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오너나 대표이사가 정하는, 그리고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상에 적시되어 있는 강력한 개념 ‘누가(who?)’는 위기관리의 핵심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누가(who?)’와 관련된 부분이다. 그 부분을 우리는 ‘위기관리 조직’이라 부른다. 그 조직에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한다라는 가이드라인이 따라 붙게 된다. 정확한 책임과 역할(Role & Responsibility)이 제시된다.

    평시에는 마찬가지로 그 정해진 역할과 책임에 따라 해당 조직 구성원들이 훈련 받는다. 예상되는 위기 유형에 따라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기억해 내는 훈련이다. 그 구체적 상황에서 자신과 자신의 부서에게 필요한 대응 자산 또한 확인한다. 필요한 자산이나 역량이 있다면 그 훈련 과정을 통해 보강에 보강을 거듭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도 그렇다. “잘 훈련된 대변인 하나라면 천군만마 부럽지 않다”는 말이 있다. 평시와 위기 시를 넘나들면서 정제된 전략적 메시징에 능숙한 대변인 또한 위기관리 조직 내에 위치한다.

    최고 의사결정자인 오너와 대표이사도 마찬가지다. 위기 시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의사결정 사안들에 대해 평시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한 간접 경험은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자산이다. 적시에 내려지는 전략적 의사결정만큼 일선에서 목말라 하는 지원이 없다. 위기관리 자체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법무, 대관, 홍보, 기획, 재무, 마케팅, 영업, 기술, 생산, 인사, 총무 등 수 많은 조직 내 부서들이 각각 위기 시 그들의 역할과 책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매뉴얼에 적시되어 있다는 사실로만 안심하는 것이 아니다. 평시 반복되는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지가 아닌 경험지로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익숙해 져야 한다.

    훈련된 강력한 위기관리 조직이 생겨난 뒤에야 기업에게는 일사불란 한 위기대응이라는 가치가 생겨난다. 평시와 위기 시를 거쳐 이어지는 사일로를 파괴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협업의 가치 속에서 외부에서 볼 때 조직이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 의사결정자들의 위기관리 리더십도 그 후에 빛나게 된다.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을 강한 군대에 비유하기도 한다. 강군(强軍)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을 보면 기업의 강한 위기관리 조직과 상당히 유사한 면을 보이기 때문이다. 역할과 책임이라는 개념, 그에 따른 전문성과 역량이라는 개념. 지속적인 훈련과 시뮬레이션의 개념. 지휘자의 리더십이라는 개념에 이르기 까지 강군과 강한 위기관리 조직의 유사점은 한둘이 아니다.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많은 것들을 점검하고 준비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이야기했다. 그 다음은 위기관리 조직에 대한 관심이다. 위기관리 조직의 구성과 인식 개발, 훈련과 시뮬레이션의 지원 등은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탐내야 하는 것들이다.

    마텔의 밥 에커트 회장이 왜 백여 페이지 매뉴얼에서 비상연락망 딱 한 장을 그리 소중하게 여기는지는 실제로 강한 위기관리 조직을 운영해 본 리더라면 누구나 공감 할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게임이 위기관리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2. 여론을 읽는 법을 배우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편] 여론을 읽는 법을 배우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론의 법정에서 여론은 곧 ‘법’이다. 실제 법정에서의 법과 다른 점은 여론이라는 법은 계속 변화한다는 것뿐이다. 실제 법은 정해진 대로 수십에서 수 백 년을 일관되게 하나의 기준으로 역할을 하지만, 여론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한 두 번의 학습으로 여론을 알 수 있다 자신해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는 ‘정무감각’이라는 표현도 쓴다. 국민들의 여론을 잘 읽고 그에 순응해 공적 업무를 잘 처리하는 사람을 ‘정무감각이 좋다’라고 한다. 기업에게도 이제 그와 같은 정무감각이 강조되는 시대가 되었다.

    많은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들여다보면, 기업에게 정무감각이 모자라 어처구니 없이 일을 만드는 경우들이 꽤 있다. 국민이나 소비자 같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여론을 읽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기업이 몇 곳이나 있을까 모르겠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기업 내부에는 소비자들을 관찰하고 공부하는 부서가 있다. 그들과 함께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누는 부서도 있다. 언론을 접촉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부서도 있다. 관계 기관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부서도 있다. 거래처나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부서도 있다. 이렇게 많은 듣기 채널이 있는데도 여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큰 문제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여론을 미리 읽을 수 있는 능력은 기업에게 정말 소중한 능력이자 경쟁력이다. 미리 생생하게 여론을 예측 할 수 있다면 부정적인 업무관련 의사결정은 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자사가 강조하는 품질에 대한 가치가 여러 소비자들과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면, 품질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뀔 수 있는 여론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들과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미리 감각적으로 기업이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부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품질을 일부 양보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그 누구도 흔쾌히 그러자는 의사결정을 하기는 힘들어진다. 여론을 미리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나?”라는 의견을 내더라도 여론을 제대로 상상하는 회사라면 그에 곧바로 수긍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다고 해도 여론은 계속 쫓아가야 하는 등불이 된다. 최초 위기가 발생했을 때 여론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그 여론이 지시하는 바를 이해하게 된다. 요즘엔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여론 지표들이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여론이 지시하는 바를 적절하게 따르면 대부분의 위기는 잘 관리될 수 있게 된다.

    자사 제품을 먹고 병에 걸렸다 주장하는 소비자가 나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치자. 중요한 것은 법정에서 자사 제품이 해당 소비자를 병에 걸리게 한 것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아내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그 이전에 여론의 법정에서 일단은 살아 남을 수 있어야 한다. 고통을 호소하는 소비자를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끌어 안고, 한편이 되는 지혜가 바로 여론 감각이다. 재판과 판결은 그 이후다.

    여론 감각이 부족한 기업이 문제를 더 키운다. 사회를 시끄럽게 해서라도 자사의 결백함(?)을 입증하려 고집을 부린다. 여론은 실체가 없고 여론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정의해 버린다. 그 정의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이미 그런 특성에 익숙해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전제하에 여론에 발맞추려는 노력이 여론 감각이기 때문이다.

    여론은 간사하다. 여론은 감정적이다. 여론은 책임감도 없다. 여론은 변화무쌍하다. 여론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가 자연에서 오는 비를 탓하거나, 부는 바람을 탓하지 못하는 것처럼 여론은 자연 그대로 그런 것이므로 따라 읽고 예측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위기 시에는 아주 미세한 기업의 메시지 하나 그리고 행동 한편이 여론을 움직인다. 대표이사가 숙인 고개의 각도를 재는 여론도 있다. 왜 빨리 나와 사과하지 않는지 시간을 재고 있는 여론도 있다. 막무가내로 피해를 무조건 보상하라는 요구를 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여론과 친해져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한다면 여론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런 대응은 하고 싶지 않은데, 만약 우리가 그것을 하지 않는다면 여론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할까? 대신 저런 대응을 하게 되면, 여론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런 여론 시뮬레이션이 위기 시에는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보다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대표부터 임원과 팀장급에 이르기 까지 여론 감각을 키우는 연습을 하고 그에 익숙해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여론에 대한 사내 정의를 새롭게 정립하고, 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론의 시각을 투영하는 사내 전문가 그룹을 운용하는 것도 멋진 체계가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여론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어 보자. 여론에 의해 살고 죽고를 경험한 다른 기업들의 케이스를 바라보자. 여론이라는 것이 위기 시 얼마나 중요한 기준이 되고, 그 자체로서 위용을 발휘하는지를 이해해보자. 여론의 법정에서 법은 곧 ‘여론’이라는 말을 기억하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