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의사결정 구조

  • 위기관리를 위한 독재는 필요하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독재(獨裁)라고 하니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위기 시 기업 내에는 어느 정도 독재자가 있어야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독재라는 표현을 써 봤다. 원래 독재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 또는 집단이 모든 권력을 쥐고 독단적으로 지배하는 정치형태’을 의미한다.

    더 알아보면 어원적으로 공화정 로마의 관직인 독재관(獨裁官)(dictator)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독재관이라는 직책은 상설의 관직이 아니라 전쟁이나 내란 등의 비상사태에 기간을 한정하여, 정치적 권한을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제도였다. 말 그대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특수 직책이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이 독재 체계와 독재관이라는 특수직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관리위원회의 장(長)을 명기해 놓고 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기술해 놓는다. 대체적으로 위기 시 모든 의사결정권한을 그에게 집중하는 방향으로 위기 시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평시 기업의 경영활동에서도 이 독재의 의미가 살아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대부분 위기 시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피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평시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 위기 시 리더십의 분산으로 많은 고통 받는 문제가 발생한다.

    평시 경영에 참여한 다수에 의해 민주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 차근차근 의사결정을 하는 습관이 베인 기업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그런 기업의 CEO인 경우, 위에서 말한 독재라는 개념이나, 위기 시 독재관으로서의 역할에 별로 익숙하지 못하다.

    위기가 발생한 직후에도 그런 습관은 이어진다. 매뉴얼에 따라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했음에도 매뉴얼에 명기되어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출하지 못한다. 위기관리위원회에 소속된 각 부서장들로부터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보와 의견을 듣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몇몇 부서가 대응 전략과 방식에 이견을 보이게 되면 그 쟁점을 상당시간 풀어내지 못한다.

    외부 상황과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요구는 계속 증대되면서 변화해 나가는데, 내부적으로는 그 조차 쫓아가지 못한 채 내부 토론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평시에 그랬던 의사결정 습관이 위기 시에도 그대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위기 발생 후 첫 번째 초기 대응에 실패한다.

    이런 기업은 일단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은 실행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다양한 의견이 합의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는 법이다. 그러한 다량의 물리적 시간은 위기 시에는 부정적인 의미의 사치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면 더 빨리 대응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위기관리 현장에서 미리 준비했던 많은 것들에 대한 실행을 지연시키면서 이어지는 토론만큼 황당한 것이 없다.

    또, 이런 기업은 첫 대응에 있어 적절하지 못한 대응을 할 가능성이 많다. 장기간 토론을 거쳐 결정된 실행은 일반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저런 다양한 실행의 문제들이 검토되고, 실행을 했을 때 새롭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하나 하나 점검하기 때문에, 실제 실행은 김빠진 맥주와 같은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과감성이 희석된 실행이 많다는 의미다.

    이렇게 의사결정에 있어 독재가 없는 기업의 또 다른 문제는 초기 실행이 뒤늦고 적절하지 않았음에도 그 이유를 찾거나 개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모두 대응을 위한 토론에 참여해 있었고, 그 길고 긴 토론을 거친 후 결정된 싯점과 실행 내용에 다 같이 합의 했다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게 고안해 낸 실행의 싯점과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에 스스로 동의하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내심 ‘우리도 나름대로 고민 해 결정한 것인데, 그게 왜 비판 받아야 하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히 개선이나 수정 실행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게 된다.

    의사결정 과정에 독재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매뉴얼에 명기되어 있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역할과 책임도 매뉴얼상에서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직책은 대표이사나, 수석부사장 같이 고위 직책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 독재력을 발휘 하지 못하는 구조하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평시 누가 누구를 강제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위기 시 부서별로 나누어진 역할과 책임의 실행을 강제하지 못한다. 누군가 스스로 나서서 협조해 주고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를 실현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실제로 이런 기업의 경우 아무도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위기 시 말 그대로 리더십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지속되는 위기대응 회의와 회의 속에서 의사결정그룹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반면, 일선에서 실행을 담당하고 있는 일선 직원들은 스스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대증적인 대응에만 매달리게 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중장기적 방향성을 가진 안정된 메시지가 공유되지 않는다. 대신 일선 창구 담당자의 단편적인 애드립이 계속 이어진다. 당연히 이해관계자들은 그에 다시 분노하게 되고, 문제는 증폭된다. 이런 경우 일선 직원들이 무능한 것이 아니라, 일선직원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뿐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상황을 만든 내부가 문제의 핵심이다.

    결국 시간이 흐르고, 위기관리를 한다고 하는데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 판단되면, 이내 각 부서별 대응이 일선의 단편적 대응으로 이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때부터 또 발생한다. 이때부터는 부서별 사일로(silo)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지난했던 그간의 대응 토론이 쓸모 없었다 생각되는 순간부터 부서별 대응 조급증은 극대화 된다. 이미 놓쳐버린 타이밍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기 때문에, 빠른 선제적 대응을 고민하게 된다. 각 부서별로 각자가 비슷한 대응을 고민하고 준비해서 각자 실행한다. 당연히 엇박자가 생기고, 상호 충돌이나 중복이 큰 흐름을 이루게 된다. 서로가 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예 모르면서 실행에만 열중하게 되는 희극이 벌어진다.

    만약 위기를 맞은 기업에게 독재 개념이나 독재관의 역할과 책임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위기가 발생 했을 때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대응이 빠르다. 만약 준비되어 있었다면 더더욱 그 대응은 빠르고 정확해 진다. 독재관의 역할을 맡은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고도로 훈련 받은 사람이라면, 초기 대응은 완벽에 가깝게 실행에 연결이 된다.

    빠르게 진화하면서 자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변화를 독재관은 보다 신속하게 취합 보고 받을 수 있다. 지난한 토론보다는 정확한 정보의 취합과 보고 과정을 통해 보다 과감한 대응과 지속적인 수정 대응이 가능해 진다. 이때부터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여한 많은 부서장들은 그 독재관을 중심으로 정보 취합, 전달, 의사결정 지원에만 우선 집중하게 된다.

    만에 하나 초기 실행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수정 대응이나 개선도 보다 용이하게 된다. 독재관 스스로 초기 실행에서 발생한 문제를 그대로 인정하기만 하면 끝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럿이 문제를 모두 함께 인정하는 것 보다는 이견의 여지가 적어지게 마련이다. 보다 신속한 수정과 개선이 가능해 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의사결정과정 전반에서 독재관의 실질적 리더십은 점차 강화된다. 일부 초기 대응의 문제가 있었다 해도, 그 이후 신속한 수정과 개선이 잇따르게 되면서 위기관리는 어느 정도 안정화를 기할 수 있게 된다.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각 부서장들도 독재관의 의사결정 지원에만 집중하면서 부서별 실행 관제 역할을 맡게 되므로 위기 시 리더십을 독재관에게 의지하게 된다.

    독재관은 지속적인 내부 공유와 관제를 바탕으로 부서별 대응 실행에 있어 사일로를 상당수준 방지할 수 있다. 각 부서별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공유되면서 독재관은 물론 각 부서장들이 서로 각자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타이밍을 놓친 트라우마나, 잘못된 초기 대응의 개선 수정이 불편하다거나, 조급증과 사일로 등 모든 것이 독재관 체계에서는 상당부분 극복된다. 물론 독재관 스스로 위기 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는 부담은 존재한다. 그러나 반대로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었을 경우에는 스스로의 리더십이 빛날 수 있다는 기회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독재관의 역할은 기업 오너가 맡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기업 오너가 충분하게 권한을 위임한 대표이사가 그 독재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서 이 독재관의 역할과 책임은 보장받게 되고, 지속적으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로 조직이 이루어진 특수집단의 경우에는 이런 독재관 체계가 존재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고민이다.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조직이라면 더더욱 취약하다.

    그 대표적인 조직형태가 대학과 병원 그리고 종교단체다. 대학의 경우 위기관리를 힘들어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위기관리를 위한 독재관의 역할을 할 직책자의 부재를 꼽는다. 형식상 대학총장이 그 독재관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실제로는 그 독재관의 리더십을 따르지 않는 강한 팔로워들이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 각기 대응 전략과 방식을 가지고 토론에만 주로 집중하면서 골든타임을 보내는 현상이 그래서 발생한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의료원장이나 병원장이라는 직책이 독재관의 역할을 해주어야 위기를 관리 할 수 있게 될 텐데, 실제로 그런 강력한 리더십은 좀처럼 보기가 힘들다. 각 전문분야 시니어 의사들이 독재관 한 명의 의사결정에 동의하려 하지 않는다. 독재관의 대응 지시에 대해서도 각자 이견이나 불만을 표하게 되면 상황은 관리하기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종교단체나 협회 같은 특수집단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똑같이 독재관 체계가 존재할 수 없는 구조로, 위기관리에는 시종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조직 체계를 가지고 있다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상당히 많은 위기관리 실패 사례가 이와 같은 조직 체계를 가진 단체에서 발생한다.

    이해하기 쉽게 군대에 비유해 보자. 적군과 전쟁을 해야 하는 조직이 군대다. 적이 전쟁을 개시해 오면 그에 대응해서 몇 분내에 의사결정 해 군대를 움직여야 살아남는다. 이런 몇 분 내 대응이라는 의사결정은 이미 미리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이 이렇게 할 경우 우리는 이렇게 대응 한다는 준비된 대응 방식에 따르기 때문에 의사결정에서 실행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게 된다. 독재관인 지휘자는 그에 따라 스스로 명령을 내린다.

    그렇지 못하고, 적이 전쟁을 개시해 왔을 때, 지휘부가 모두 모여서 각자 상황에 대한 토론을 하고, 상호간 합의를 도출 해 대응을 결정한다고 한번 상상해 보자. 쏟아지는 적군의 미사일 포화 속에서 우리 군의 일선은 대응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다. 지휘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선의 대응은 체계성을 가지기 힘들게 된다.

    한마디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 그대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초전에 제대로 대응 하지 못하고, 전세가 지속 악화되면 각 예하부대들은 각자 살기 위해 지역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 더욱 더 중앙에서 전세를 파악하기는 힘들게 되고, 각 부대별로 다른 부대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모른 채 싸우는 사일로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은 피해야 한다.

    위기관리위원회가 양질의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지향해야 하는 위기관리 체계다. 그러나, 때때로 오너나 대표이사는 위기 시 독재관으로서 위기관리위원회를 물리고 홀로 판단해 결정해야 할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철저하게 독재 개념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성공했던 위기관리 리더십은 대부분 지루한 토론이나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합의 결정된 리더십이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의 철학과 원칙에 기반했다면 그 독재관의 의사결정은 당연히 존중 받고 평가 받아야 한다. 그가 경험 있고 제대로 훈련 받은 자라면 더더욱 그의 의사결정은 탄탄하게 실행에 연결 될 수 있어야 한다. 독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조직과 독재관 스스로 공히 준비되어 있다면 위기관리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체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조직 내 상위 1%가 위기관리를 성공시킨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러 기업의 요청을 받아 위기관리 강의나 워크샵에 참여해 보면, 그런 교육 훈련에 참석한 직원수의 99%는 팀장급과 그 이하 직원들이다. 물론 계약을 맺고 실제 위기관리 서비스가 진행될 때에는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과 마주하게 되지만, 평시 위기관리 교육과 훈련에 상위 1%인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참여해 열심을 보이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일부 기업에서는 임직원을 모아 놓고 하는 위기관리 강의에 대표이사가 참석해 강의 전 마이크를 들고 잠시 위기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대표이사께서 직접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직원들에게 설명하시는 것이 참 보기 좋다. 그러나 그런 경우 대부분의 대표이사께서는 강의 직전 자리를 뜨신다. 핵심 임원들 다수가 대표이사를 따라 움직인다. 결국 위기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남아있는 99% 일반 직원들이다.

    클라이언트를 위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할 때 필자는 클라이언트사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과 마주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분들 상당수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일선 직원들이 위기 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좀 알아야 하니 잘 부탁 드립니다.” “이번 기회로 우리 직원들이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준비되었으면 합니다.”

    그분들은 회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와 역량에 주로 관심을 보인다. 다양한 최근 사례를 들면서 “A회사 같이 되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B회사 같은 경우도 직원들이 그런 짓을 저질러서 큰일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직원들이 좀 스스로 깨쳐야 위기가 관리될 것 같습니다.”라는 평을 하기도 한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이런 생각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 팀장들과 위기관리 업무를 실행하는 일선 직원들과의 이야기다. 회사 조직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에게서는 위기관리와 관련해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상황이 발생되면 일단 저희 일선에서는 초기 대응에 집중하고 추가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데, 그 판단이 잘 안 서는 게 문제입니다.” “매뉴얼에 따라 상황 보고를 하고 대응 방향이 정해지길 기다리는데 그게 그렇게 오래 걸립니다. 어떤 때는 끝까지 대응 전략이나 방향에 대한 의사결정이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결정만 해주시고 포지션만 확실하게 정해주시면 실행은 저희가 하죠. 실행은 사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상당히 다른 생각이다. 상위 1%의 위기관리 관심과 우려는 나머지 99%에게 있는 반면, 반대로 위기관리에 대한 99%의 관심과 우려는 상위 1%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조직 내에서 왜 이런 다름이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상위 1%의 시각이 정답일까? 아니면 나머지 99%의 시각이 정답일까?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매번 마주하는 딜레마다. 하지만, 여러 기업과 함께 위기관리 업무를 해 오면서 그런 유사한 딜레마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통해 얻은 결론은 하나다. 상위 1% 리더들이 위기관리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검증 되고도 있다.

    왜 조직 내 상위 1%의 역량이 위기관리 성패를 나누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자.

    첫째, 위기관리란 업무는 상당부분 ‘정치적’ 행위다.

    기업들 중 실제 정치권과 같은 수준의 사내 정치로 조직 내 군웅할거가 존재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정치적 행위’란 그런 의미의 정치는 아니다. 위기관리 실행팀 차원에서는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위기관리 목적에 먼저 주목하게 된다. 이번 위기를 통해 조직 내에서 자신이 잃을 수 있는 부분과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부분을 따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곧 위기 시 위기관리의 목적에 있어 조직의 것과 실행하는 개인의 것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해서 같은 조직 내에 있는 자라면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모두 같은 목적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길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같은 의사결정과 지시에도 반응하는 실행 직원들의 격차는 다양해 진다. 일사불란함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상위 1%의 역량이다. 그들 스스로 정확한 위기관리 목적과 그에 기반한 실행의 원칙들을 강하게 강조해야 위기관리에 그나마 성공을 기할 수 있게 된다. 그 목적과 원칙을 따르지 않는 조직원들에게는 그에 상응한 사후 평가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또한 상위 1%에게서만 나올 수 있다.

    “직원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실행팀이 있으니 제대로 할 것이다”는 막연한 기대가 실제 위기 시에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 이유 대부분이 위기관리 시 직원들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주목과 관심이 부족한 상위 1%의 위기관리 리더십 때문이다.

    둘째, 위기관리는 고품질의 정보와 첩보가 기반이 돼 주어야 한다.

    위기관리는 물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있어 상황과 관련된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정보의 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그러나 현장의 문제는 그러한 강력한 정보 자산 대부분이 상위 1% 그룹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 안에 고여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기대응을 위한 큰 의사결정을 하는 의사결정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 자산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의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런 귀중한 정보 자산을 일선 실행팀과 전략적으로 공유하고, 업데이트하고, 이 자산을 실제 실행 역량으로 연결시키게 만드는 주체 또한 상위 1%여야 한다.

    상위 1% 그룹에서 “왜 일선에서는 이런 내용도 알지 못하고 그런 실행을 했는가?” “직원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함부로 그런 판단을 하라고 했는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거나.

    반대로 나머지 99%에서 “그런 정보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진작에 그 내용을 알았으면 그렇게 시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그런 정보를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는가?”하는 푸념이 나온다면 그것은 대부분 상위 1%의 사려 깊지 못한 위기관리 리더십 때문이다.

    셋째,  저품질 의사결정그룹을 이기는 고품질 실행팀은 없다

    상황관련 보고를 얼마나 빨리 받아 처리하는가에 위기관리 초기 성패가 달려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일선이라 해도 느린 의사결정그룹을 이길 수는 없다. 아무리 풍부한 정보를 취득해 보고했다 해도 아무런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조직에서 위기관리는 잘 되기 힘들다.

    조직 내 상위 1%로 이루어진 의사결정그룹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다 절차가 있고, 책임이 있는 것인데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상황과 관련한 여러 다양한 정보들이 모두 취합되어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전략적으로 어떤 의사결정이 맞는 것인지 숙고의 시간과 리스닝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위기관리의 신중함에 있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위기 시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은 ‘일선에서 필요한 시기’에 맞추어 적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는 싯점을 가르는 기준이 ‘이해관계자들이 질문하는 싯점’이라는 원칙과도 유사하다. 일선에서 절실하게 원하는 싯점에 내려오는 의사결정이야 말로 위기관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최대 자산이다.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 이런 말들이 일선에서 나온다. “최초 보고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아무 지시가 없는 거지?” “대표이사까지 보고가 되기는 된 건가?”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는데, 이 상황 또한 지속 보고 해야 하는가? 아무런 피드백이 없어서 불안하다”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의사결정그룹의 느린 스피드는 물론 잘못된 의사결정 자체도 위기관리 실패를 이끄는 큰 이유다. 일선에서 “이런 지시가 어떻게 내려올 수 있을까?” “지시 받은 그대로 하게 되면 더욱 더 상황은 악활 될 텐데 어쩌나?” “이건 문제가 있는 방향인데, 담당임원에게 다시 물어봐야겠다”는 반응들이 있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저품질의 의사결정그룹 만큼 위기관리 시 실무자들에게 무서운 대상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넷째, 비행기 사고 후 컨트롤 타워 개장은 아무 소용이 없다

    평소 공항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수백 대라 치자.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관제탑인 컨트롤 타워는 그 모든 비행기들이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있도록 그들의 활동의 시종을 관제한다. 그들이 평시 하고 있는 활동 자체가 위기관리인 것이다.

    만약 평시에는 관제탑이 정규 운영 되지 않고 있다가, 비행기들끼리 활주로에서 엉켜 사고가 나면 그 때 가서 관제탑이 운용되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자. 불타오르는 비행기와 활주로를 뛰어 다니는 승객들과 구조요원들을 관제한다는 목적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컨트롤 타워가 분명 아니다.

    우리 기업의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도 한번 그에 비유해 보자. 기업 내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려면, 평시에도 위기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관리하는 활동을 하는 컨트롤 타워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슈와 위기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트래킹 하면서 문제 발생 자체를 사전 관리하는 활동처럼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컨트롤 타워는 그래서 평시 규정된 활동을 지속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 구성원이 더욱 더 지속 훈련 받고, 토론하고, 시뮬레이션에 참여 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실제 공항의 컨트롤 타워에서 일하는 전문 관제사들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잠깐 이야기한 것처럼 평시 교육 받지 않고, 훈련이나 시뮬레이션 경험이 부족한 상위 1%의 경우에 실제 위기 시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많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조직 내 상위 1%의 교육, 훈련,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경험의 양과 수는 나머지 99%의 그것을 훨씬 압도해야 맞다. 상위 1% 위치에 오르기 위해 20-30년을 노력한 핵심 임원들이라면 그래야 한다. 그들 스스로 완전하게 훈련되어 있어야만 위기 시 제대로 된 의사결정과 지시를 하달 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 급조된 컨트롤 타워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

    다섯째, 위기관리는 예산과의 싸움이다

    예산은 조직 내에서 곧 힘이다. 위기관리는 어떻게 보면 예산과의 싸움이다. 산속에 고립된 등산객을 찾기 위해 수백억 원짜리 구조전용 헬리콥터를 여러 대 띄우는 조직과 헬리콥터 운영 예산이 없어서 구조팀을 도보로 몇 시간씩 등산하게 하는 조직간에는 분명 상황관리 결과에 있어 차이가 있다.

    “왜 위기관리가 이렇게 밖에 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에 “예산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또는 “저희에게 정해진 예산이 부족해서 그나마 그것이 최선입니다.” “저희 일선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예산은 저희 소관이 아닙니다”라는 답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위기관리를 이끄는 상위 1% 의사결정그룹의 예산 지원과 결심이 실제 현장과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라면 상위 1%의 의사결정그룹이 적극 챙겨 확보 해야 한다.

    예산 지출 프로세스가 복잡하거나, 추후 내부 감사 주제로서의 우려가 있거나, 컴플라이언스 차원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그룹은 조직 내 상위 1%뿐이다. 이런 실제적인 개념과 노력은 평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 그 시뮬레이션 과정에는 필히 상위 1%가 존재해야 한다.

    여섯째, 평시 관심과 투자 또한 1%의 몫이다

    위기관리는 ‘마땅히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적시 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있다. 평시에 과연 우리 기업이 위기관리를 준비하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해야 하는가? 어떤 예산을 가지고 해야 하는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위해서는 또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 그리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누가 어떻게 일사불란함을 유지해야 하는가 등등에 관한 것들을 스스로 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다.

    이런 모든 중요한 관심과 노력과 투자는 기업 내에서 누구에 의해 결심되는가? 당연히 상위 1%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위기관리 성패는 상위 1%의 의사결정그룹의 역량에 따라 갈린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관심, 주목, 투자, 교육, 훈련, 시뮬레이션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상위 1% 처럼 취약한 위기관리 주체가 없다. 나머지 99%가 아무리 훈련되어 있어도 위기관리 전쟁에서 이기기는 힘들다. 이는 딱히 기업만이 아닌 모든 조직에게도 공히 적용되는 진리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역량을 보면 상위 1%가 좀 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99%는 그 다음이다.

  • 위기관리 자문이 필요한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창사 이래 가장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내부적으로 나름 위기관리조직을 운영하면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이사께서 내부적으로만 위기대응 해서는 안 된다, 외부에서 자문을 좀 받아봐라 하셔서요. 위기관리 자문 가능하시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시 자문과 대표이사의 자세에 대해 참고해 보실 말이 하나 있습니다. 20세기 초 캐나다와 영국에서 저널리스트로 활약했던 허버트 카슨이라는 분의 말인데요. “진정한 리더는 스스로 생각 할 시간이 있을 때 조언을 듣는다. 그러나 위기 시에는 조언을 묻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는 위기 시 행동한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말입니다.

    기업에서 대부분 외부 자문을 요청하시는 때는 위기가 이미 발발했을 때입니다. 이미 신문이나 TV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대문짝 만하게 공지되었고, 5천만을 넘어 거의 전세계에 알려진 사건에 대해 대응 자문을 요청하시는 겁니다.

    종종 그런 요청에 응해 그 회사의 위기대책회의에 들어가보면, 대표이사를 비롯한 여러 임직원들이 위기관리 자문사가 어떤 조언을 해 줄까 귀를 쫑긋 세우고 있습니다. 현재 이 암울한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줄 묘안이 있을 것이라 믿는 듯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위기관리에 묘안은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 회사의 일에 대해 가장 많이 그리고 깊이 아는 분들이 모여 있는 곳이 사내 위기관리조직입니다. 그리고 그 회사를 움직이는 의사결정권자가 계신 곳도 그곳입니다. 모든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어떤 의사결정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조직에서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은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 자문사는 결코 그 ‘사정’을 해결해 드리지 못합니다. 대표이사께서 외부 자문을 좀 받아 보라 하시는 것은 그 ‘(못 할)사정’이 있으니 그 ‘사정’을 감안한 차선책이나 다른 아이디어를 얻어보라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자문사를 고용해 상황 브리핑 하는 일선 그룹에서는 그 ‘사정’을 입으로 말하지 못합니다. 공공연하게 그 ‘사정’을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외부 자문사에게 솔직한 그 ‘사정’을 자세히 설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문사로부터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조언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이런 경험 때문에 위기관리 자문사를 비롯 모든 자문사를 ‘소용 없다’ 평가하는 분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자문사의 자문 수준이나 내용은 딱 클라이언트의 노력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클라이언트가 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설명과 정보 업데이트를 지속한다면, 자문사는 그에 의거한 전문성을 발휘 합니다. 원팀 마인드로 자문사와 원활한 소통이 지속된다면 상호 불만은 최소화 될 수 있습니다.

    그보다 좋은 것은 대표이사께서 내심 의사결정하기 원하시는 것을 직접 자문사에게 묻는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이렇게 대응 하고, 부서별로는 이런 식으로 대응하라 했으면 하는 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식의 질문이 보다 나은 자문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질문 방식입니다.

    그 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은 대표이사가 위기 시 허버트 카슨의 말 대로 ‘그냥 빨리 행동하시는 것’입니다. 자문은 평소에 받아 위기 발생 시 자신과 조직이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미리 상상해 놓으라는 의미입니다. 허버트 카슨의 말은 조언 받지 말라는 의미라기 보다 평소에 조언 받아 충분히 준비해 놓으라는 주문인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팀은 몇 명 정도가 적당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큰 문제가 발생해 매뉴얼에 적힌 대로 위기관리팀을 소집해 보았습니다. 저희 대회의실이 총 30명 정도 들어가는 크기인데요. 매뉴얼상 적힌 위기관리팀원이 거의 50명에 육박하더군요. 상당수가 앉을 자리도 없더라고요. 위기관리팀원은 몇 명 정도가 적당 한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보유하고 계시다는 그 매뉴얼에 문제가 있습니다. 매뉴얼이 만들어 질 때 어떤 지시와 공유가 이루어졌는지 잘 몰라 정확하게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위기관리팀원의 숫자가 그렇게 많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질문에서 “위기관리팀원의 수가 몇 명이 적절한가?”라 하셨는데요. 그 질문에도 정해진 수는 없습니다.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는 인원의 가장 이상적인 숫자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위기관리 리더십과 상당부분 비례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대부분 기업에서 위기관리를 위한 위기관리 핵심팀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가 됩니다.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해 각 주요 부서의 장들이 일단 그 핵심을 이룹니다. 여기에서 의사결정권자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낮은 경우일수록 그 수는 늘어나게 됩니다.

    위기 시 의사결정 권한을 여럿이 배분해 자신의 부담을 줄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위기관리팀장을 대표이사가 하지 않고, 홍보임원이나 기획임원으로 배정해 놓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위기관리팀 인원의 수는 배가됩니다.

    반대로 오너이자 대표이사가 위기관리팀장 역할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에는 소집되는 위기관리팀원의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수 이하로 줄어듭니다. 아주 극소수가 의사결정 해 지시를 하달 하는 군대 체계로 내부 위기관리 소통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위기관리팀이 만나 의사결정을 하는 시간의 길이와 횟수도 위기관리팀장이 어떤 위치에 있는 분인가에 따라 대폭 늘거나 줄거나 하는 다름을 보입니다. 기업 내에서 아무리 권한이양이나 민주적 기업문화를 자랑해도, 매니저급들이 모여 앉아 결정할 수 있는 수준과 임원급들이 결정할 수 있는 수준과, 사장단급과 오너급의 의사결정 수준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매뉴얼상에서 위기관리팀의 범위를 나누기 위해서는 위기의 상황별 수준을 먼저 나누게 됩니다. 일상적이고 단순한 위기에 대한 대응은 주관 및 유관 팀장급들이 모이는 일선 협업팀 수준에서 다루게 됩니다. 그 위 그리고 또 그 위의 위기 상황별 수준으로 전개되면서 그 위기를 다루는 팀은 상향 조정됩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위기관리팀의 ‘상향 조정’이 곧 위기관리팀 인원수의 증대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위기관리팀의 상향 조정은 점차적으로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의 분리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의사결정그룹이 상위로 조정됨에 따라 이전 팀장 그룹은 이제 실행에만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을 때 수 십 명의 위기관리팀 인원이 모두 위기관리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는 문제가 있는 체계입니다. 인원이 줄어 각 부서 핵심 임원들이 대표이사와 둘러 앉았다 하더라도, 해당 임원이 깊이 있는 상황보고와 검증을 하지 못하고 앉아 있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있는 체계입니다.

    또한, 여러 임원들이 대표이사가 부재한 채 모여 앉아 위기관리를 위한 회의를 수시간에 걸쳐 연이어 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의 논의 내용들은 반복되고, 중복되고, 효율적이지 않게 회오리를 칩니다. 이 보다 더한 경우는 이렇게 비효율적인 임원급 위기관리팀 위에 대표이사와 사장급 일부가 모인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있는 경우입니다.

    말 그대로 옥상옥(屋上屋)의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죠. 임원급 위기관리팀에서 장시간에 걸쳐 정리된 (결정되지 않은) 위기대응 시나리오들이 그 위 대표이사급 위기관리팀에 보고되는 비효율성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기 시 이와 같이 의전을 따지는 기업이 위기관리에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위기관리는 곧 시간과의 싸움이라 그렇습니다. 작고 빠른 훈련 된 조직만이 시간과 겨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이라뇨?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두 가지 기업이 있다면서요, 하나는 들킨 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들킬 기업이다 라고 하더라고요. 최근 여러 이슈들을 보면 일부 공감도 됩니다. 왜 기업들이 문제를 이리도 개선하지 못 하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미국에는 원래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기업이 존재한다. 위기를 경험한 기업과 위기를 경험 할 기업이다.” 이 말의 의미는 ‘위기는 피할 수 없으니 기업은 철저히 준비해서 사전과 사후에 위기를 잘 관리하라”는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나 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질문에서 예를 드신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 의미는 한국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부정 이슈를 잘 살펴 보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굳이 최근 이슈로만 한정하지 않아도 상당히 많은 이슈들은 해당 기업이 이미 ‘인지하고 있던 이슈’인 경우들입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모르고 있던 이슈’와는 또 어떻게 다를까요?

    쉽게 풀어 사람으로 기업을 비유해 보시죠. 어떤 사람이 어느 날 스스로 ‘질환 증상’을 인지하게 됩니다. 왼쪽 가슴 쪽이 심상치 않은 거죠. 예전에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의사 진단을 받은 적도 있어서 ‘아, 내가 다시 심장에 이상이 오고 있구나’ 인지 하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그런 이상 증상이 인지되면 그 사람은 바로 병원으로 가 더욱 더 구체적인 진단을 받고, 수술이나 치료를 받을 것입니다. 이는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하겠다는 자신의 ‘의지’가 전제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반대로 그런 이상 증상을 인지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고 별일 아니라는 듯,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는 활동을 지속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음속에서는 찜찜하지만, ‘큰 문제까지는 생기지 않을 것 같아’라는 기대만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심장마비가 옵니다. 다행히 병원에 실려와 조치를 받아 살아나긴 했습니다. 이 사람은 왜 알고 있던 병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요? 이는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하겠다는 ‘의지’가 약하거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위기를 반복하고 외부로부터의 반면교사가 없는 기업들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 글을 쓰고 읽는 현재 이 시간에도 비서를 성추행하는 기업 오너들이 어디엔가 있을 겁니다. 운전사를 폭행하고 심한 욕설을 하며 이동하고 있는 기업 오너나 임원들도 있을 것입니다. 노예계약이나 황당한 근무규칙을 공공연히 교육하는 기업도 있을 겁니다. 하루 업무 내내 밀어내기에 열중인 사원들도 있을 겁니다. 오염된 원재료를 재활용하고 있는 생산직원들도 아직 있을 겁니다. 그렇게도 많은 전례가 있었고, 실패사례가 있었음에도 개선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아까도 말했듯 이분들은 대부분 ‘지금 내가(우리가) 하고 있는 이 행위가 언젠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은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이 적절한 개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의지로 까지 연결되지 않는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강력한 의지’는 누구의 몫일까요?

    당연히 위기관리 의지는 최고의사결정권자로부터 나옵니다. 그에게 위기관리 의지가 없다면 위기관리는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는 행위가 돼 버립니다. 더욱 심하게 표현해 그분에게 ‘위기관리 의지’보다 ‘위기유발 의지’가 더 강하다면. 예를 들어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거래처를 쪼아서 매출 타겟을 맞춰야겠어’ ‘나중에 공정위나 검찰에 고발 되더라도 일단 이 문제는 우리 방식대로 처리하자. 나중에 예상되는 문제는 그 때가서 보고…” 이런 최고의사결정권자 의지가 존재한다면 더더욱 진정한 의미로서의 위기관리는 ‘쓸데 없는 짓’이 되고 맙니다.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을 넘어 최근에는 더욱 더 심각한 기업이 나타나고 있기도 합니다. 그 유형은 ‘다시 들킨 기업’입니다. 언론과 정부기관, 사회단체들부터 소비자들까지 아무리 크게 비판 하고, 처벌을 추진하고, 문제 개선을 직접 요구해도 이런 문제 기업은 별반 달라질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모든 기업이 다 그렇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 보다 많은 기업들이 ‘의지’를 가지고 보이지 않는 개선을 통해 문제의 뿌리를 없애는 위기관리를 성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계속 더 나은 방향으로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탈을 반복하는 의지박약 기업들이 도리어 더 비판 받는 것이죠.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CEO마음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부정 이슈가 발생해 CEO 책임론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 변수도 있고 해서 대응 시나리오를 세우기가 쉽지 않은데요. 가장 힘든 게 실제 CEO께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알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CEO의 마음을 어떻게 알아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그런 질문을 여러 기업에서 상당히 많이 받습니다. 흔히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사내에 사일로(silo)를 없애야 제대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종종 조언 합니다. 그런 경우 많은 사람들은 부서와 부서간 커뮤니케이션 단절만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정말 위험한 사일로는 최고 의사결정자 또는 그 그룹과 실무그룹간의 사일로입니다.

    기존 같은 부서간 사일로의 경우에는 부서장 또는 부서 실무자들간의 친근감등으로 어느 정도 자연 해소 되거나, 최고 의사결정자의 강한 지시로 협업이 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 의사결정자와 실무자들간의 사일로는 대체로 존재한다는 공감대까지도 이르지 못한 채 조직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되니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최고 의사결정자들은 인의 장막에 둘러쳐 있습니다. 따라서 최고 의사결정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사내에서 소수의 핵심 임원들이 도맡아 하곤 합니다. 평소에는 상황이나 시간이나 여러 제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의 간접적 커뮤니케이션도 별 문제 없이 진행되고는 합니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면 사정은 완전하게 달라 집니다.

    실시간으로 상황이 변화하면서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이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적인 제약은 점점 더 거세집니다. 최고 의사결정자에게까지 책임론 같은 비난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사실 최고 의사결정자께서도 제대로 된 상황 인식이나 대응 전략을 구상하기 어려워 질 때가 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최고 의사결정자와의 가교 역할을 담당했던 임원들은 위기 시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제대로 다가가거나,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 더 어려워 집니다. 한마디로 눈치만 보면서 향후 위기 대응 방향을 점쳐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실무진들은 이 경우 완전한 패닉에 빠집니다. 변해가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에서 무엇을 정해 지시가 내려와야 대응을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최고 의사결정자를 포함한 그 그룹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실무진의 경험에만 의지해 대응을 진행하기도 어렵게 됩니다. 기껏 실행을 한다고 했는데, 위에서 “누가 그렇게 대응하라고 했습니까?”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 최고 의사결정자 그룹에 보고 합니다. 실무진들이 전문가들과 여러 상황 분석을 진행 해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여러 개로 분석해서 시나리로 형식으로 보고하는 것이죠. 대응 방향의 초이스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상당수 기업에서는 “해당 시나리오들이 VIP 의중을 담지 못했다”는 피드백과 함께 사장되거나, 개정을 지시 받습니다. 최고 의사결정자의 의중이 지속적으로 오리무중인 가운데, 예상 시나리오는 그 복잡함과 다양함이 배가 됩니다. 이 때부터는 그냥 보고를 위한 업무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래서 최고 의사결정자의 가시성(visibility)가 중요합니다. 흔히 이 가시성이라는 것을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보여지는 가시성이라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시성이란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의 리더십이라는 의미와도 연결 됩니다. 주어진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모두가 모여 앉았을 때 최고 의사결정자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버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원칙도 이런 경우 유효합니다. 최고 의사결정자께서 오버 커뮤니케이션 해주어야 실무진들이 일사불란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로는 로우 프로파일 하더라도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상호간 오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위기관리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최고 의사결정자가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완전하게 실무진들이 이해한다면 위기 대응에 있어 주저함이나 갈등은 사라집니다. 실무진이 자신감을 가지고 나가 활동하게 됩니다. 전략을 세울 수 있고 시나리오를 정확하게 가를 수도 있습니다. 귄위적이거나, 비밀주의적이고, 마치 정보기관 같이 조용한 조직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주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성공과 실패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 시 일반 공중과 싸우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꼭 위기 시에만 싸우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평시에도 일반 공중과의 싸움은 기업에게는 금물이다. 일반 공중이라는 것 자체가 실체가 없다. 어렵게 싸워서 얻을 것도 없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위기가 발생 해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위기관리 시기에 있어 일반 공중과의 전면전이나 집중적인 대결은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되면 내부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사람들이 너무 이 분야를 잘 몰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들 한 마디씩 하니 미치겠네” “사람들이 정말 무식해, 합리적이지도 않고, 그냥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비판만 해대는군” “억울해서 미치겠어. 사람들이 왜 저렇게 벌떼처럼 몰려들까?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위기를 맞은 그 회사 내부에 들어가 있으면 이런 푸념들이 이해가 된다. 공중은 절대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거나, 정보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거나, 차분하거나, 교양 있지 못하다. 이를 평소에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자주 강조하지만, 위기를 맞은 기업의 위기관리팀은 이내 그런 전제를 망각하곤 다시 똑 같은 푸념을 한다.

    게다가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환경이 이런 푸념들을 자극한다. 예전에는 기업이 일반 공중의 비판을 피부에 와 닿게 느낄 수 있는 채널이 그리 많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대 회사로 걸려오는 사람들의 항의전화나, 영업이나 매장 또는 거래처 일선에서 들어오는 이야기들, 홍보실을 통해 수렴되는 기자들의 이야기 정도가 일반 공중의 일부 여론을 감지할 수 있는 통로였다. 그나마 일선에 있지 않는 의사결정자들은 그 마저 간접적인 보고로 약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채널들이 실시간으로 왱왱대고 있다. 위기를 맞은 기업의 구성원 누구든 바로 몇 번만 클릭하면 생생한 날 것 그대로의 공중 반응을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보다 더욱 더 자세하고, 강렬하고, 아프고, 심각하게 느껴지는 비판을 두 눈으로 접하게 돼 버린 것이다. 당연히 간접적으로만 느끼던 의사결정자들은 일반 공중의 반응을 달리 보기 시작하게 된다. 실제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공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지금이라도 어떻게든 당장 그들을 설득하거나 맞서지 않는다면 금새 회사가 망가져 버릴 것 같은 착시를 가지기도 한다.

    흥분한 의사결정자들은 위기관리팀에게 “어떻게든 해보라”는 지시를 한다. 엄청난 산불이 번져오고 있는데, 위기관리팀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자신이 읽었던 이곳 저곳의 댓글을 읽어보라고 한다. 사실이 아닌 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회자되고 있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어쩌자는 거냐고 이야기한다. 일부에서는 악의적인 공중들이 보이는 데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든 통제해야 하겠다는 이야기도 한다. 법무팀이 동원되고 로펌을 만나러 다니면서 대응을 위해 그 각각의 악의를 평가하기도 한다.

    흥분을 가라 앉혀라

    흥분을 조그만 가라 앉히고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현재 자사가 관리해야 하는 것이 위기 그 자체인지 아니면 일반 공중들의 비난과 비판인지를 먼저 갈라 생각해 보자. 일반 공중의 그러한 이상 행동들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기억해 보자는 것이다.

    맞다. 위기의 내용으로부터 온 것이 아닌가? 위기 그 자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이 골치 아픈 일반 공중들도 조용해 지지 않게 될 것 아닌가? 그렇다면, 당면한 위기를 한 시간이라도 빨리 해결해 마무리 해야 일반 공중들의 이상 행동도 점차 잠잠해 지고, 그들로부터의 고통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위기가 ‘병’이라면, 일반 공중의 이상행동들은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넘어져 팔꿈치가 크게 까졌다, 그래서 팔꿈치와 전신에 걸친 고통을 느끼고 있다 생각해 보자는 거다. 그 고통을 점차 없애기 위해서는 빨리 병원에 가서 까져서 피가 흐르는 상처 자체를 치료해야 한다. 그 뿐이다. 너무 아프다면 진통제를 먹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치료를 건너뛰거나 포기하며 진통제만 먹고 그 상처가 아물 때만 기다릴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간단한 우선순위와 역량집중에 대한 이야기도,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금새 잊어버리는 기업 위기관리팀이 있다. 일반 공중의 비난과 비판이 너무 아파서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일단 차치하고, 자꾸 앞으로 나가 실체 없는 일반 공중들에게 하소연 하고, 해명을 시도한다. 일일이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 들어 정보를 확산시켜보려 노력한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공간에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한다. 그러다가 지나치게 악의적인 공중으로 보이는 사람들과는 또 맞서 싸우기까지 한다. 스스로 그걸 위기관리라 생각하는 직원들도 있다. 착각이다.

    증상과 싸우지 마라

    항상 기억하자. 위기관리 역량은 유한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관계자 개념을 빨리 이해하고, 그간에 우선순위를 두어 초기 대응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해관계자가 있고, 조금의 시간차나 대응차를 두어 관리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있어야 한다. 문제의 일반 공중은 사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일 경우도 적고, 우선순위를 높이 둘 수 있는 대상도 아닌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기업이나 유명인이 어떤 부정적인 일을 저질렀을 때면, 많은 사람들은 각자 한마디씩 이야기 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그 이야기의 대부분은 그 부정적인 일과 관련된 아주 부정적인 것들이다. 서로 서로 부정적인 의견들을 주고 받다 보면, 더욱 더 부정적인 정보들이 공유되고, 그것이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다시 사람들은 한마디씩 더욱 부정적인 의견을 덧입히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그냥 바라만 보면서 아랑곳 하지 말라는 조언은 절대 아니다. 우선순위를 기억하자는 것이다. 그런 주변의 부정적인 이야기와 의견들은 모니터링을 통해 꾸준히 분석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지 알아야, 위기관리에 있어 입장을 정리하고, 보다 효과적인 핵심 메시지를 디자인 할 수 있어서다.

    신속한 위기관리와 함께 모니터링을 통해 잘 준비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초기 일반 공중의 비난과 비판들을 점차 희석시키는 핵심이다. 이런 전략적인 대응이 그들의 운동장에 뛰어 들어가 그들 하나 하나의 그림자와 맞서 싸우는 노력보다 효과가 더 나을 것이다.

    우선순위로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이 핵심

    한두 마디씩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던 사람들도 점차 지쳐갈 것이다. 거기에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전략적으로 위기를 관리하고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추가적으로 쏟아 부을 부정적인 의견도 밑천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이 업데이트 되게 되면, 여기 저기 잔불만 남고 대부분의 공중들은 그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결과가 성공적인 위기관리의 결과다.

    기업이나 유명인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먼저 그 위기를 그대로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이 위기로 인해 우리나 또는 내가 잃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살펴 꼽아 보아야 한다. 그 다음에 그렇다면 그런 잃음을 만들어 낼 수 있거나, 그 잃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들을 살펴야 한다.

    당연히 그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읽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그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바라고 직간접적으로 조언하는 바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 위기관리가 된다. 어찌 보면 부정적인 이해관계자들을 무력화 시킨다는 의미와도 뜻이 통한다.

    절대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익명의 여러 공중들과 싸우지 말아야 한다. 기업에게는 기업공식 계정이 있을 것이고, 유명인 개인에게는 개인 계정이 있을 것이다. 공히 그러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얻을 것이 없다. 당면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자사나 자신의 원통함을 해소 하겠다면서 마구잡이식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세세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이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면 모르지만, 단순하게 일반 공중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면 그리 권장 할 만하지 않다. 더구나 논란에 불이 붙어 뜨겁게 불타 오르고 있는 그 순간에 장황한 인터뷰와 심경고백은 오히려 아주 좋은 새 장작이 될 것이다.

    여러 지인들을 만나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면서 일반 공중의 무리함을 지적하는 것도 유효하지 않아 보인다. 심리적으로 하소연은 하고 싶고 일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한다 해서 큰 흐름이 바뀌지는 않으니 그렇다. 오히려 더 여러 이야기들이 두서 없이 퍼져나갈 것이다.

    악의적인 공중들에게 소송을 하는 경우도 그렇다. 번지는 산불을 진화하겠다고, 극약 처방을 쓰는 셈인데,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선 이런 광범위한 소송전은 더욱 더 일반 공중의 비난을 생성시킨다. 오히려 악의를 가진 공중 일부를 더욱 더 단단하게 결속시켜 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작업(?)을 통해 일반 공중의 부정적인 의견을 희석하거나, 조작하려 하는 시도도 위험하다. 일부 기업들이 위기 시 상당한 예산을 들여 온라인 여론에 영향을 주려 애쓰곤 하는데, 사실 그 자체는 대부분 내부 정치적인 목적이 짙다.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위기관리팀이 이렇게라도 맞서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함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들불처럼 번지는 부정 의견을 깨끗하게 희석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맞서 해명에 성공하는 경우도 별로 보지 못했다. 오히려 비밀스러운 작업을 들키거나, 스스로 드러내어 공중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들이 생기곤 한다.

    해야 한다면 집중 해 압도적으로 하라

    만약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면 압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권장된다. 준비된 채널을 통해 준비된 메시지를 광범위하게 전파하는 것은 권장할 만 하다. 그러나 그 이외에 산발적이고, 목적과 기준이 모호하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싸우고, 지우고, 댓글을 달고, 복사해 붙이고, 아는 언론인들에게 전화 걸어 원통함을 호소하고, 세세한 내용들을 아주 길게 써서 익명의 여러 공중들에게 배포 게시하고, 소송을 걸고 하는 이 모든 대응들은 일반 공중을 향한 것으로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렇게 하고 싶어도 일단 한발자국 물러나 실제 관리해야 할 위기에 역량을 집중하자.

    상처를 신속하게 잘 치료해서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고통 그 자체에 너무 주목하지 말자. 상처가 사라지면 고통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사람은 상처 때문에 앓다 죽는다. 고통 그 자체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나 유명인이나 위기를 맞았을 때 이 이야기를 꼭 기억했으면 한다.

     

  • 윗분들이 좀 배우셔야 할 텐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팀장급들에게 위기관리 교육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습니다. 설명해 주신 사례가 꼭 저희 회사 위기관리 수준이거든요. 임원인 제가 볼 때도 좀 더 윗분들이 위기관리를 배우셔야 한다고 봅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런 말씀을 많은 기업에서 듣습니다. 우리 윗분들이 저런 원칙을 좀 들어야 하는데 하는 이야기들이죠. 저도 예전에는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윗분들이 좀더 관심을 가지셔야 위기관리도 잘 될텐데요” 같은 답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케이스에서 실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자분들과 마주 앉아 논의 하다 보니까 그와는 다른 생각을 점점 하게 됩니다. 제가 만나본 기업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분들 중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없으시거나, 더 나아가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윗분들이 정말 어떻게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지를 모르셔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분들이야 말로 성공하신 분들이시라 어떻게 해야 위기가 관리 될지에 대해서 사내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아는 분들이었습니다. 실제 일부 실무 임원분들도 위기 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분은 드뭅니다.

    결국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알고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 그 ‘사정’이 무엇인가에 보다 주목을 하셔야 하겠습니다. 상당한 ‘장애물’이 존재한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의사결정권자의 의중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내부 정치적인 변수들도 그 일부일 것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당연히 하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윗선에서 지시한 위기 대응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부서에게도 그 이유는 있습니다. 위기 시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같이 하는 조직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이번 위기가 큰 전환점이 되면 더 좋겠다 생각하는 조직원들도 변수가 됩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나 위기관리 매니저라면 매 위기 케이스 마다 살아 움직이는 그 ‘사정’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그 다음 번에는 보다 나은 위기관리가 가능합니다.

    수 많은 다양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 각각이 자기 자신만의 위기관리 전략과 실행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외부인이나 전문가들이 찍어내는 전형적인 위기관리 전략이나 실행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가 됩니다.

    실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할 때에는 의사결정그룹내에 ‘악마의 대변인’과 같은 분을 하나 지정해서 의사결정 과정에 지속적인 장애물을 던지는 역할을 맡기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실제적 사정을 집어 넣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모든 의사결정자들이 다시 한번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해법을 고안해 내게 되는 것이죠. 이 모든 것이 그 ‘사정’을 발견하기 위함입니다.

    사내에서 많은 조직 구성원들이 위기관리를 알면서도 못하게 만드는 그 ‘사정’을 최고 의사결정자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사정’을 해결해 주고 그들이 아는 그대로 위기를 알아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일 것입니다.

    외부에서는 종종 그 ‘사정’을 이해 못하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에게 “위기관리를 공부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일부 기업들은 그 조언을 받아들여서 정기적으로 임직원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교육을 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위기관리를 몰라서 못하는 기업은 없어 보입니다. 만약 진짜 전혀 몰랐다면, 그것은 위기관리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었거나, 조직 경영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 곳일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어떻게 보면 알아도 그렇게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그 원인이 바로 위기관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 시 본사와 협업이 어려운데 어쩌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유럽에 본사가 있고요. 평시 경영부터 위기 때까지 모든 것을 본사 지시에 따르고 있습니다. 골치 아픈 건 위기가 발생했을 때인데요, 무조건 하나부터 열까지 본사의 가이드에 따라야 하니 너무 어렵습니다. 좀 쉽게 위기관리 안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마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똑 같은 고민과 바램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평시에는 잘 모르지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해외 본사의 우려와 관여 그리고 여러 요청들이 위기관리 매니저들을 매우 힘들게 합니다. 어찌 보면 해당 위기 보다 본사에서 오는 여러 위기관리 지시 사항이 더 무서운 경우까지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내부에서는 국내기업들과 다른 몇 가지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첫 번째, 위기 발생 후 최초대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일부는 최초대응을 하더라도 해당 상황을 본사 위기관리팀이나 고위임원들에게 보고하느냐고 상당한 시간을 소비합니다.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본사 임원들과는 시차나 물리적 거리 없이 실시간 상황을 공유할 수 있다 해도, 수시간 시차가 있고 물리적 거리가 먼 해외 본사와의 상황 공유는 당연히 어렵습니다.

    두 번째, 문제가 있는 해당 위기상황을 본사는 한국 현지보다 잘 이해하질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봐도 그 어려움이 이해는 됩니다. 한국기업이 아프리카 어떤 나라에 진출해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나라 일부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 판매시설들이 훼손되었다 상황을 상정해 보시죠. 서울 본사 임원들이 아무리 컨퍼런스 콜을 하고 이메일 보고를 받아도 현지 상황을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기본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주체에 대한 사전 이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훼손된 시설의 정도나 사후 추가 문제 발생 가능성도 서울에서 점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도 똑같이 서울에서 발생한 위기를 그런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어 합니다.

    세 번째, 의사결정에 있어서 보다 긴 시간이 걸립니다. 앞에서 시차와 물리적 거리를 이야기했었지만, 본사 차원에서 한국에서 발생한 위기의 위급성을 판단하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맞물려 실시간 변화하는 위기관리 환경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본사 위기관리팀도 한국 지사 위기관리팀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부서간 협업체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호간 의견교환과 외부 전문가 자문 그리고 통합적 의사결정에 당연히 일정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요됩니다. 일종의 조직적 옥상옥(屋上屋)이 존재하는 셈이라 이 문제는 어쩔 수 없겠습니다.

    넷째 상황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대한 본사 관여가 상당합니다. 일개 표현 하나 단어 선정 하나에 본사 커뮤니케이션팀은 거의 목숨을 거는 듯 해 보입니다. 문제는 본사에서 이해하고 느끼는 언어적 단어와 표현이 한국에서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사에서는 훌륭한 메시지로 보여도, 한국에서는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홍보팀은 위기 시 이 때문에 메시지 작성과 변역, 수정, 번역, 수정을 수없이 되풀이 하면서 시간을 소비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최종 결과로 얻은 메시지의 품질은 그리 훌륭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국내 지사 차원에서 본사의 가이드에 따라 상당히 ‘강력한’ 위기관리팀과 프로세스를 평시에 세팅 해 놓는 것뿐입니다. 이를 통해 본사 위기관리팀으로부터 한국 지사의 위기관리팀 역량을 탄탄하게 인정받아 놓아야 합니다. 본사에서 정한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업데이트 하고, 트레이닝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서 본사의 주목을 끌어야 합니다. 본사 최고임원들이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의 경험 많은 위기관리팀과 그들의 역량을 어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위기관리에 있어서 본사로부터 국내 현지 위기관리팀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초기대응과 의사결정에 있어 한국 지사장의 리더십을 본사 위기관리팀이 인정하고 권한이양하게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끊임없는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하지만, 본사 위기관리팀이 현지 위기관리팀을 신뢰하지 못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는 스타일의 위기관리로는 절대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본사와 공유해야 합니다. 본사의 위기관리팀이 한국 지사의 위기관리팀에 대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가에 답이 있습니다. 그것이 열쇠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부정기사, 어떤 대응 옵션을 택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한 매체에서 이상하게 연속으로 우리 회사와 관련한 부정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기자 한 명이 우리 회사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만나자고 해도 만나주지도 않고요. 법무쪽에서는 소송을 하라고 하는데요. 여러 옵션들 중에 무엇을 택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런 류의 위기 때문에 고민하시는 기업들이 꽤 많습니다. 여기에서 ‘위기’란 정확하게 어떤 것일까요? 이런 류의 케이스에서 대부분 기업들은 위기의 핵심을 ‘부정기사’로 착각합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하게 보면 위기의 핵심은 해당 기자가 가진 ‘악감정’입니다. 그 핵심을 놓치게 되면 관리도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가장 신속하게 파악되어야 하고, 가장 집중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대상은 그 기자의 악감정입니다. 그 악감정의 뿌리를 면밀하게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악감정에 대한 해소는 그 대상 기업 고위 임원들의 리스닝에서 시작됩니다. 직접 해당 기자를 만나 그 속에 있는 악감정을 들어보고, 가능하다면 그 악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물론 그 악감정의 뿌리가 어디고,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해결책 마련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를 위한 노력은 가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그 기자를 둘러싸고 있는 편집국 지인들을 통해서라도 시도는 해야 합니다. 이런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대표이사를 포함해 고위 임원들이 직접적으로 그 악감정 해소 작업에 나서지 않으려 하거나 주저합니다. 악감정을 최초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이지만, 악감정이 생겨버렸다면 빨리 푸는 노력도 기업 입장에서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단계로 아무리 악감정을 풀려 해도 풀리지 않고, 그에 기반한 부정기사는 계속되고, 그로 인해 회사가 망가져 간다면 그 때는 기업 자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언론중재위 제소와 소송이라는 옵션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옵션입니다.

    법무부서와 로펌 등을 통해 해당 기사들을 법적으로 분석하고, 언론중재위 제소와 소송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악감정을 가지고 연속 기사를 쓰는 기자는 스스로도 법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스스로도 해당 기업이 소송을 걸어 올 것이라 예상 하고 그에 따라 기사를 조심하면서 주의 깊게 쓰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측에서 기사 속 법적 문제를 찾으려 해도 잘 찾아지지 않는 경우들이 이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일부 기업에서는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 해당 기자가 시간적 재무적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적절한 견제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모든 의사결정은 정무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우리 회사에게 악감정을 품고 부정 기사를 연속으로 쓰는 기자와 완전하게 척을 질 것인가? 적절하게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화해하는 수순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이도 저도 추가 부담이 너무 크므로 부정기사를 그냥 무시하면서 견디는 선택을 할 것인가? 최고의사결정자는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 의사결정을 위해 고민해 보아야 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러한 부정기사들이 지속적으로 양산될 때 결국 우리 회사가 입는 피해 수준은 어느 정도일 것인가? 해당 기자의 악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베팅 할 수 있는 것들과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언론중재위 및 소송을 진행할 때 승소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그 기간 동안 추가적인 기자의 부정기사들 양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 해야 할 것인가? 판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호간 악감정을 가지고 충돌하는 상황은 또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판결로 인해 우리가 최종적으로 취할 수 있는 실제 이익은 무엇인가?

    이런 다양한 고민들이 선행되곤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고민에 대한 답은 ‘기자의 개인적인 악감정을 풀어 위기의 핵심을 빨리 제거하는 것’이 비용 및 효과 대비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언론중재위나 소송을 통해 해당 기자에 대한 한풀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위기의 핵심이 관리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판결 결과 기업이 압도적 승리를 했더라도, 이미 수많은 부정기사로 입은 피해는 원상복구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인 다른 옵션을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분하고 원통하고 돈이 아깝고 힘들고 해도 해당 위기의 핵심을 관리하는 것은 해야만 하는 대응입니다. 감정을 버리고 회사를 위해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목적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그보다 더 좋은 위기관리는 기자의 악감정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겠습니다. 그것이 평시 위기관리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