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의사결정 구조

  • 순리를 따르는 노력이 곧 이슈관리다

    [The PR 기고문]

    순리를 따르는 노력이 곧 이슈관리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론이 무엇인가? 여론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여론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가? 기업이 이슈 발생 시 여론에 순응하기만 하면 문제가 풀리는 것인가? 대체 여론을 형성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언론이 곧 여론인가?

    이슈관리를 할 때 마다 반복적으로 회자되고, 고민되는 주제들이 바로 그런 것에 관한 것이다. 이 세상 누구도 여론을 항상 제대로 읽고 있다 자평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곧 내 생각이 여론이라 생각하는 독재자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외 모든 사람들에게 여론이란 항상 궁금하고 이해하거나 따라가기 어려운 대상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향해 이슈가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그런 여론을 읽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 하라는 조언을 한다. 자칫 여론을 잘 못 이해하고, 더 나아가 여론에 반하는 의사결정에 따라 대응했을 때 기업에게 다가올 재앙적 결과를 두려워하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기업측, 특히 경영진에게 그런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의사결정 조언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기업 나름의 목표가 있고, 의도가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니 여론에 주목해 그에 따라 달리 의사결정 하라 하니 불만이 생긴다. 의사결정자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으면 하는데, 그 운전대를 여론에 일부 넘기라는 이야기가 일견 당황스러울 것이다.

    기업이 이슈관리를 하는데 있어서, 여론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고려 사항을 정리해 본다. 이 고려 사항들은 무조건적이거나, 이론적으로 불변하는 기준이 절대 아니다. 다양한 이슈관리 케이스들을 통해 여러 컨설턴트들이 공통적으로 얻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기업이 부정 이슈 상황에 휩싸였을 때 성공적인 이슈관리를 위해서는 여론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첫째 고려사항, 경영진의 첫 느낌을 믿어라.

    일종의 투쟁 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 개념이다. 마치 원시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사람이 길을 가다 자신의 10m 앞쪽 수풀이 이유 없이 마구 흔들린다면 그 사람은 재빠르게 맞서 싸울 것이냐, 아니면 일단 도망칠 것이냐 선택하게 되는데 바로 그런 느낌을 의미한다.

    자사와 연계된 어떤 이슈로 사회적 여론이 생겨나고 있을 때 느껴지는 경영진의 바로 그 첫 느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느낌이 극도로 부정적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을 따져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는 한 사람이 아니라 경영진 여럿이 있고 각자의 느낌이 제 각 각인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이슈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고, 직접 관련이 있는 경영진의 느낌과 다른 경영진의 과반이상이 느끼는 그 느낌을 비교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즉, 핵심 경영진과 과반 이상의 경영진이 그 이슈에 대해 느끼는 그 공통적인 느낌이 바로 여론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 소중한 느낌이 이슈관리의 출발점이 된다.

    둘째 고려사항, 여론은 살아 움직인다는 것에 주목하라

    여론은 멈춰 고여 있지 않는다. 어떻게 든 살아 움직이며 성장하거나 소멸한다. 핵심 경영진의 첫 느낌이 무조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그 때문이다. 첫 느낌이 극도로 부정적이라 회사 차원에서는 전격적 대응을 준비하였는 데, 일정 시간이 지나보니 전혀 예상했던 여론이 아닌 경우라 난감하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 때문이다.

    반대로 처음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별 대응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그 직후 바로 여론이 격화되어 극도로 부정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여론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첫 느낌은 출발점은 될 수 있어도 그 것 자체로 결론은 될 수 없다는 것이 교훈이다.

    따라서 기업은 이슈관리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적으로 여론을 따라가며 읽고 해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 스스로 평시에도 자사나 경쟁사 관련 여론을 모니터링 하고, 그에 대한 독해 역량을 키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경영진에게 신문 테스트(newspaper test)와 같이 상시적 정무감각 적용의 강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이 때문이다.

    셋째 고려사항, 주류 여론이 위험하다는 것을 이해하자

    여론은 기본적으로 다양하다. 수많은 사람이 단 하나의 생각을 가진다면, 그것은 여론이라기 보다는 상식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여론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수만큼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가지는 유사한 생각들이 모여 진짜 주류(mainstream) 여론을 형성하게 된다면 그 주류 여론이 위협적인 것이다. 기업이 이슈관리에 있어 가장 주목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바로 주류 여론이다.

    문제는 기업 경영진이 현재 여론과 다른 여론도 존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 일부 여론에 오히려 주목하고 싶어하는 경우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론을 볼 때 자신이 보고 싶은 여론을 보는 현상이 그래서 생긴다.

    이슈관리를 위해서는 여론의 정규분포를 정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수많은 다양한 생각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사람 대부분이 가지는 유사한 생각이나 의견들이 중요한 것이다. 여론의 곡선이 평균값을 중앙으로 하여 좌우 대칭으로 종 모양을 이루는 분포가 정규분포라 하는데, 그 종모양의 위치가 역간이라도 어느 쪽으로 치우쳐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 치우친 위치에 바로 주류 여론이 존재한다.

    넷째 고려사항, 언론이 여론과 항상 함께 움직인다 생각 말자

    신문이나 TV같은 언론에서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왜 여론은 저렇게 들끓고 있는가 궁금해하는 경영진이 있다. 반대로 여론은 극도로 부정적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언론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슈관리를 하는 기업에서는 이런 경우 매우 고민스러운 토론이 어이지게 된다. 자사가 언론을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지, 아니면 반대로 여론을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

    들끓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여론을 대상으로 이슈관리를 하자니, 조용한 언론을 자극할 것 같기도 하다. 반대로 시끄러운 언론을 대상으로 이슈관리를 하다가 자칫 조용한 여론을 자극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이렇듯 언론과 여론은 항상 함께 똑같이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평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모든 상황에서 핵심은 왜 언론이 여론을 따라가지 않으며, 여론이 언론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가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어떤 대응이 언론이나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며, 어떤 대응이 반대로 그 각각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만 보거나 또는 여론만 보고 의사결정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섯째, 극단적인 것은 여론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여론의 정규 분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일부 사람들의 극단적 생각이나 의견은 이슈관리에서 참고해야 할 여론과는 거리가 멀다. 뭐든 극단적인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극단적인 것은 그저 이상한 것일 뿐이다.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해도 그렇다. 스스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면 여론이 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예로부터 여론은 순리(順理)라고 불렀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봄이 가면서 여름이 온다. 그런 순리가 아니라, 겨울이 가더니 더 큰 겨울이 온다면 그런 상황은 분명 이상한 것이다. 이상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재앙이 되어 버린다. 기업의 이슈관리에 있어서도 이런 순리를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기업은 이슈 상황에 처했을 때 극단적이거나 이상한 여론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아야 산다. 그 일부 여론이 독창적이고, 매력적이라 해도 그를 따라서는 안된다. 일부에서는 그런 극단적이고 이상한 관점을 가지고 여론전을 일으키려 시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순리에 휩쓸리게 된다. 사람들 대부분 아니다 생각한다면, 그 상황은 아닌 것으로 마무리된다는 이야기다.

    여섯째, 여론을 바꾼다는 생각을 버리자

    태풍이 불 때 바람은 움직일 뿐 바뀌지는 않는다. 태풍의 시계방향 바람이 갑자기 반시계방향으로 바뀌거나, 북쪽으로 이동하던 태풍이 단박에 반대인 남쪽으로 거슬러 내려 가지는 않는다. 오직 태풍은 정해진 방향에서 조금씩 움직여 자리를 바꾸며 나갈 뿐이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관련해서 발생한 극단적 부정 여론이 단박에 긍정 여론으로 바뀌는 경우는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루머 때문에 발생한 여론이라고 해도, 사실관계를 알려 기존 여론을 180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생겨난 여론은 움직일 수는 있지만, 완전하게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이슈관리에 성공할 수 있다. 여론에 일정 영향을 주어 기존의 여론을 살짝 ‘움직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이슈관리에 성공한다. 여론을 급격하게 ‘바꾼다’는 개념은 처음부터 버려야 한다. 여론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곱 번째, 여론을 따르면 무리가 적어진다 생각하자

    여론을 따르는 것을 두고 여론에 굴복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누구든 여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여론을 따르지 않는 것이 하나의 옵션이 되겠지만, 그런 옵션은 절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여론을 이길 수 없다. 더구나 기업은 여론을 이기지도 못하고, 이겨서도 안되는 집단이라는 것도 정확하게 이해하자.

    이슈관리에 있어 성공은 일단 입은 최초 피해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의 추가적인 피해를 초래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수준에서 해당 이슈를 신속하게 소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론을 따르는 것은 전략적으로 이 모든 이슈관리 의미와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절대 여론을 맞서 싸워 굴복시킬 수 있다 생각하지 말자. 여론을 두고 대부분 무식하고 몰지각한 사람들의 불완전한 생각이라 폄하하지도 말자. 여론은 귀찮을 뿐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는 근거 없는 허세도 버리자. 여론이 자신에게 반한다고 분통을 터뜨리거나, 혹평이나 주먹을 휘두르며 문제를 제기해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기업은 이슈관리를 위해 이상과 같은 고려사항을 하나 하나 깊이 고민하면서 의사결정 해야 결과적으로 보다 성공적인 결론을 얻게 된다. 반대로 생각하면 실패한 기업의 이슈관리에서는 이상의 고려사항 중 하나 이상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제삼자나 국민의 입장에서 특정 기업의 이슈관리를 보면서 고개가 끄떡여 지거나, 당연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그 기업은 여론을 제대로 읽고 그에 따라 순리를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못하고 해당 기업의 일거수일투족이 사람들에게 이상하고 극단적으로 느껴진다면 그 이슈관리는 순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의미다. 경영진이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순리와 다른 생각을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핵심은 순리다. 순리를 따르면 이슈나 위기는 어느정도는 관리된다. 그렇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서다. 항상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 문제를 일으킨다. 순리를 거슬리려 하려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고, 더 커져만 간다. 순리만 놓고 보면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 위기관리는 매뉴얼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는 매뉴얼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는 특이하게도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구체적 비판이 다른 국가적 재난 때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국가적 재난 때 마다 반복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위기관리 매뉴얼 문제와 컨트롤 타워 문제 등이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는 그리 심각하게 다루어 지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반대로 일본의 코로나 19 대응에 대해서는 많은 언론에서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위기관리 매뉴얼 문제를 지적했다. 예전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도 언급되었던 매뉴얼과 실행 주체의 경직성에 대한 비판이 다시 주를 이룬다. 일본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위기관리 보다는 자신들의 책임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아주 흥미로운 주제다.

    이런 상황을 기반으로 이번 코로나 19 위기를 맞아 위기관리 관점에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반복되던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비판과 논의 시각을 정리해 보자. 매번 소모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위기관리 매뉴얼 때리기도 이제 점차 정리 되어야 한다. 비판이 필요한 성장과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 좋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거나, 개악으로 자칫 전환 될 수 있는 비아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놓고 회자되는 언론의 비판과 다양한 전문가들이 전하는 논평의 핵심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첫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에 모든 상황과 변수를 반영하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문제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관리 관련 일본 정부가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선 내 탑승객들에 대한 조치를 적절하게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핵심이다. 일본 정부가 미처 크루즈선 내 수천 명의 탑승객에 대한 전염병 감염 대응을 위한 매뉴얼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매뉴얼에 대한 대응 방안이 없어 즉각 대응 할 수 없었고, 그런 대응 체계를 고민하다 보니 타이밍을 놓쳤다고 비판한다.

    그나마 이후 정치적으로 결정한 미봉책이 더 큰 문제를 만들었고, 크루즈선을 완전한 재앙 상태로 방치해 버리기 까지 했다 한다. 이 모든 것이 일본 정부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다양한 상황과 변수를 반영해 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번 백지 상태에서부터 생각해 보자. 정부나 기업 같은 거대한 위기관리 주체 말고, 자기 자신을 개인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주체로 설정 해 매뉴얼을 상상해 보자. 자신의 일생에서 발생될 다양한 위기 상황을 꼽아 보자. 최대 몇 개가 될까? 거기에 상황 하나 하나에 연결될 변수들을 다시 꼽아 보자. 그 상황과 변수를 모두 곱해 보아야 실제 경우의 수가 계산된다. 그렇게 하루 종일 계산 하다 보면, 내 자신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담을 상황과 변수를 통한 경우의 수만 해도 최소 수백에서 수천 개를 넘게 될 것이다. 그런 매뉴얼은 진정한 의미의 매뉴얼이 아니다. 일단 위기관리 주체가 한눈에 파악하기도 힘들 뿐 더러, 위기 시 활용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유형은 대분류를 거친 후 발생적 특징에 따른 중분류 정도의 상황과 변수 확정이면 적절한 것이다. 물론 그 분류 기준이 상호배제적이고 전체포괄적(MECE)일 필요는 있다. 따라서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서도 대형 크루즈선, 중형 크루즈선, 소형 크루즈선, 단거리 관광선 등과 같이 각각의 환경과 변수 매뉴얼을 각각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 ‘(국제적으로 운행되는) 다중 교통수단 내 감염’ 정도의 매뉴얼 상 중분류 정도면 충분하다.

    오히려 다양한 상황이나 변수가 세부적으로 정리될수록 어디에도 위치하지 않는 회색지대는 더 많아 진다. 실무차원에서는 매뉴얼 상 정확하게 표기되지 않은 위기는 위기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제시된 상황과 변수가 없으면 대응도 불가해지는 상황이 그런 경우 발생된다. 따라서, 모든 상황과 변수를 매뉴얼에 담아야 한다는 강박은 현실적이지도 못하고, 효과적이지도 못한 개념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논란은 매뉴얼 보다는 해당 상황 대응에 있어 정치적 판단이 강해 제대로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본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 발생 직전과 직후까지 주로 활용된다. 그 이후 상황과 변수가 등장하면서 변화되는 위기에 대한 대응은 온전히 위기관리 의사결정그룹의 몫이다. 상황과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이는 의사결정그룹의 대응 결정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다. 매뉴얼은 그에 대한 단순 핑계일 수 있으며, 직접적인 문제의 핵심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굳이 일본의 매뉴얼 문제까지 따지자면, 발생 가능성이 높고, 전례가 있던 위기 유형에 대한 사전적 고민이 매뉴얼에 제대로 반영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형 국제 선박이 자주 입출항 하는 지역의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해당 상황을 예상 했어야 했고, 전례를 찾는 평시 노력을 했었어야 했다.

    두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문제다?

    구체적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매뉴얼에서 제시하는 상황과 변수 그리고 각 대응 프로세스와 방식에 대한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이어야 하는가는 항상 논란이다. 구체적이라는 기준은 매뉴얼에 따라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의사결정자와 실행그룹이 ‘참고하기에 적절한 수준’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참고’다.

    위기관리 의사결정이나 실행을 할 때 필요한 매뉴얼은 제품의 조작설명서와는 분명 다른 것이다. 조작설명서에는 ‘제품을 개봉 후, 플러그를 꼽고, 빨간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할 것. 그 후 작동 스위치를 ON에 놓고, 1분간 제품의 가열시간을 기다릴 것’ 같은 구체적인 단계별 서술이 들어간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그러한 수준의 구체성을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불필요하다.

    그러한 세세하고 구체적인 서술은 실무 (훈련용) 매뉴얼에는 일부 수록 가능하다. 실제 일선에서 대응 해야 하는 실무자들을 교육하기 위한 트레이닝 매뉴얼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트레이닝 매뉴얼도 실무자들이 해당 업무에 상당 수준 익숙해 지면, 이내 열람되지 않는다. 교육과 훈련의 목적을 가질 뿐, 실행단에서 순간순간 지시를 내리는 매뉴얼의 의미는 가지지 못한다.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해당 매뉴얼을 제품 조직 설명서와 일부 혼동하는 것이다. 정부 조직이나 기업의 구조를 조금만 상상해 보면 그런 시각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 그들의 매뉴얼이 조작설명서와 같은 구체성에 따라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는 구체적인 매뉴얼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문제다?

    매뉴얼은 분명 현실적이어야 한다. 특히 일선에서 실행 함에 있어 현실적 참고가 되지 못하는 매뉴얼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 고층빌딩 화재 위기 시 인명 구조를 위해 수십 미터 높이의 고가 사다리들과 구조용 헬리콥터를 사용하라는 매뉴얼상 지시가 있는 경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런 고층용 사다리나 헬리콥터를 현장 대응 주체가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는 매뉴얼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사결정 차원에서 해당 의사결정이 현실적이다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은 칼로 무 자르듯 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가 현실적이냐 현실적이지 않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각자 여러 판단이 분분하다. 일부 지자체 등에서 과잉대응이 낫다 하는 주장도 현실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란에 연결이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반영해야 하는 현실성이란 실행 차원에서 가용될 유무형 자산들(예산, 인력, 장비, 설비, 협력체계 등)과 관련 된 것이 핵심이다. 그 외 위기대응 의사결정에 있어서 현실성은 매뉴얼에 제대로 기록될 수도 없고 기록되어도 별 실효가 없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 위기에서도 목도되었던 것과 같이 의사결정 그룹의 의사결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많은 언론과 국민들은 각자 이런 현실성 개념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해당 위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어떤 것이 현실적인가 하는 것은 상당부분이 상황적 판단에 근거하는 것일 뿐, 이를 매뉴얼에 정확하게 기록하거나, 분분하는 의견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야 하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네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구닥다리다. 그래서 문제다?

    업데이트 되지 않은 매뉴얼은 쓸모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마다 새롭게 얼굴을 바꾸는 매뉴얼이 좋다고 보기도 어렵다. 가장 좋은 매뉴얼은 오랫동안 개선되어 왔고, 환류 관리되어 온 최신판 매뉴얼이다. 초판은 수십 년 전에 만들어 졌지만, 개정과 환류관리를 통해 현재의 환경과 체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오늘의 매뉴얼처럼 훌륭한 매뉴얼이 없다.

    매뉴얼이 구닥다리라는 비판은 최초 매뉴얼을 만든 이후 그 매뉴얼을 가지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매뉴얼에나 어울리는 것이다. 현재 환경이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체계와도 연결되지 않는 죽어있는 매뉴얼이다. 조직은 그 매뉴얼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며, 당연히 그 매뉴얼에 기반 해 아무 훈련도 해 보지 못한 경우가 그런 경우다.

    반대로 매뉴얼이 최신 환경과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현 체계와도 적절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라도, 이전 위기관리로 얻은 개선 사항이나 반면교사 포인트들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훌륭한 매뉴얼로 보기는 어렵다. 매번 비정기적으로 새롭게 표지를 바꾸고, 전체 내용을 바꾸고, 아름답게 매뉴얼을 꾸미는 관행은 다시 생각해 보자. 감사에 대비 해 매뉴얼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는 개념도 다시 돌아보자. 구닥다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그 매뉴얼을 관리하고 운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구닥다리라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내용뿐이다. 그래서 문제다?

    이는 분명하게 비판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혼동하기 때문에 나오는 비판이다. 물론 일부 매뉴얼에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와 방식들이 과도하게 자세히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그 매뉴얼 한 부분이 위기관리 매뉴얼 전반을 대표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실무자 차원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일단 정확하게 분리하고, 병행관리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속에는 제3자들이 민감하게 해석할 여지의 내용은 절대 담아서는 안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자체가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언론은 위기관리 매뉴얼 보다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인다. 위기 시에 정부나 기관, 기업이 어떻게 언론과 여론을 ‘마사지’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알러지를 일으킨다. 정치적으로 반대세력을 견제하려는 측에서도 민감한 매뉴얼의 내용은 비판을 위한 호재가 된다. 일단 의사결정자와 실무자 차원에서 다각적 검토를 통해 매뉴얼 상 문제 요소는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 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 어떻게 위기관리 매뉴얼과 다른가를 설명하면 된다.

    여섯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 속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 지정이 엉망이다. 그래서 문제다?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의 지정 또한 매뉴얼에서 하나의 기준과 원칙을 적용해 서술하고 있으면 충분하다. 변화하는 세부 상황에 따라 단계를 지정하는 타이밍이나 주체 그리고 동기의 결정은 의사결정그룹에 일임하는 것이 맞다. 컨트롤타워의 지정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매뉴얼에 서술해 놓은 기준이나 원칙에 크게 반하는 합리적이지 못한 대응 단계나 컨트롤 타워 설정이라면 문제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위기관리의 책임을 맡은 위기관리 주체가 그러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일부러 행할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사후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위기관리에서도 당시 의사결정 주체들은 최대한 위기관리 성공을 위한 의사결정을 했었다고 본다. 그 결정 기반이 되는 경험이나 전문성, 협력체계, 실행의 존재 여부에는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의사결정 자체가 완전하게 매뉴얼에 반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음모론은 제외하고 생각하자)

    현실적으로 대응 단계와 컨트롤 타워 지정 문제는 위기 시에 처음 드러나서는 안 된다. 평시 매뉴얼에 따른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매뉴얼 상 대응단계나 컨트롤타워 설정의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개선해 나갔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위기 시 치명적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평시 시뮬레이션을 통한 매뉴얼의 개선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매뉴얼 보다는 그것을 관리 개선하는 사람들이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것이다.

    일곱 번째 비판: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 주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가이드하고 통제한다면 실제로 위기관리가 잘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시종일관 매뉴얼에 따라서만 움직여야 하고, 한치의 어긋남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부기관의 매뉴얼은 완벽해 질 수가 없다. 일반인의 생각처럼 매뉴얼이 세세하고 구체적이고 완전할수록 위기관리를 실제 행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입지와 활동반경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사후 위기대응에 대한 책임과 적절성 검증에 있어도 실무자의 부담은 지나치게 커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부 위기관리 매뉴얼은 적절한 선에서 관리되게 마련이다. 이 또한 소극적인 의미의 책임관리인 셈이다.

    문제의 핵심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한 ‘방향성’을 얼마나 준수했는가 하는 점이다. 매뉴얼의 세부 프로세스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만약 매뉴얼에서 제시 된 세부 프로세스가 현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면, 의사결정그룹에 의해 다른 프로세스에 대한 대체 준수 지시가 있어야 맞다. 매뉴얼은 방향성에 대한 것이며, 구체적인 실행은 사람에 의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양한 위기관리 매뉴얼에 관한 비판과 논란에 있어 공통점은 사람이다. 매뉴얼을 만들고, 검증하고, 업데이트해 관리하고, 실제 운용 하고, 매뉴얼을 넘는 상황과 변수에까지 대응하는 모든 주체는 바로 사람이다. 매뉴얼이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위기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은 대부분 사람 때문이지, 매뉴얼 때문은 아니다.

    국가적 재난 사태 극복을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협조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이 된다. 국민으로부터의 이러한 지원 없이는 정부의 어떤 훌륭한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컨트롤 타워도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관리에서는 이런 국민들로부터의 위기관리 자산이 상당한 힘이 되어주었다는 것이 큰 교훈일 것이다. 이렇듯 위기관리는 사람이 한다.

  • 103. 이번만 넘기자 하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여러 임직원이 모여 앉으면 주어진 상황에 대해 여러 해석과 대응 아이디어가 나오게 마련이다. 일부에서는 원칙이나 회사의 철학에 근거해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자는 의견을 피력한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이번 상황은 이런 이런 아이디어로 해결 할 수 있으니 너무 크게 일을 벌일 필요 없다는 자신감도 피력한다.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원칙과 철학을 따르자니 회사의 비용이나 부담이 크고, 아이디어로 해결해 버리자니 사후 후폭풍이나 비판이 두렵다. 적당한 중간 선에서 상황을 관리할 수는 없을까 하는 묘안을 찾는다.

    이런 고민의 순간에 전문가들이 나선다. 법적으로 그렇게 큰 부담까지 감수해야 할 수준은 아니니 걱정 말라는 전문가 의견이 들려온다. 여러 케이스를 경험해 본 결과 이번과 같은 경우는 그냥 일부에서 이야기한 아이디어를 통해 상황을 넘기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의사결정자는 마음이 놓이기 시작한다.

    법적으로도 큰 문제 없고, 다른 케이스에서도 별 문제가 없었다니 그러면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는 의사결정을 한다. 그렇게 해서 상황은 운이 좋게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 했던 그 생각이 ‘이번 상황이 넘어갔으니 끝난 것’이라는 마음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 라는 지난 생각은 이번 상황만 별 문제 없이 처리되면, 그 후 좀더 시간을 가지고 해당 문제를 개선하고 재발 방지책을 함께 마련해 보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과 고민의 시간이 지나가면 그런 생각은 눈 녹듯 사라진다. 언제 그런 문제가 있었는지 대부분 잊어버린다.

    누군가 지난 문제를 언급하면서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한다는 비판이 돌아온다. 위기라는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무슨 좋은 이야기라고 자꾸 화제를 만들어 위기관리 타령을 하는가 하는 핀잔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번만 넘겨보자. 이번만 모면해 보자. 이번만 어떻게든 해 보자. 위기관리에 있어 이만큼 위험한 생각이 없다.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이번이 마지막인 듯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 전반에 있어 진정성이 드러나게 된다. 이번만 이번만 하는 생각이 기반이 되면 어떤 위기관리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게 된다.

    피해 고객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이번만 어떻게든’이라는 생각을 한다 상상해 보자. 심각한 사과문을 내면서 ‘이번만 좀 어떻게든’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상상해 보자. 엄청난 사고 재해 상황을 관리하면서 ‘이번만 좀 어떻게’라는 생각을 하는 위기관리 주체의 얼굴을 떠올려 보자.

    모든 사람은 인간이기 때문에 현재의 고통에서 어떻게든 일단 벗어나 보려 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본능이다. 고통 속에서 그 고통을 진지하게 해석하고 즐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일단은 벗어나고 보자 하는 본능이 기업 위기관리에 그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평소 원칙과 철학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앞에서 예로든 의사결정자는 왜 양쪽의 이야기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마음이 흔들렸을까? 그 스스로도 자사의 원칙과 철학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 기반에서 해당 상황과 위기의 핵심을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자가 평소 자사의 훌륭한 원칙과 철학에 기반해 모든 상황을 바라본다면,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은 보다 쉬워진다. 어떻게든 이번만 넘겨보자는 의견을 들어도 고민 되지 않는다. 어떤 회사에서도 원칙과 철학이 ‘위기상황은 어떻게든 넘겨라’이야기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소비자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우리에게는 안전과 위생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직원의 행복은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다’’우리는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뢰와 사랑 받는 회사가 되자’ 이런 기업의 생각이 위기를 관리한다. 그 속에 위기관리 해법이 들어 있다.

    위기상황은 기업이 평소 주창하던 원칙과 철학을 그대로 시험하는 순간이다. 그 회사가 소비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실제 소비자 관련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안전과 위생을 중요한 가치라 해 왔던 기업에게 위생과 안전 논란이 발생되면 회사가 그 가치를 기반으로 위기를 관리하는지 쉽게 확인 가능하다. 이번만 어떻게든 넘겨보자는 이야기는 그런 원칙과 철학을 적용하는 중요한 기회를 넘겨보자는 이야기다. 위기관리를 하지 말자는 의미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101. 공개되면 문제될 대응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필살기(必殺技)란 존재하지 않는다. 위기관리에 기술이나 기교가 크게 의미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위기관리는 시종일관 순리의 흐름 속에서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일부 기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만의 특별한 기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위기가 발생된 직후 분위기도 그런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저기에서 위기를 잠재울 수 있다는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해 주겠다는 사람도 나타난다. 음모론이나 정치적 술수 때문에 회사가 이 지경이 되었다며 그 실타래를 풀겠다는 사람도 생겨난다.

    위기가 발생되면 최고의사결정권자 주변에도 흔히 ‘비밀스러운’ 사람들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속삭이기 시작한다. 상황의 맥락을 나름 설명하면서 어떤 키맨을 움직이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조언도 한다. 나름 의미 있을 것이라는 창조적 대응을 조언하기도 한다. 심지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도 한다. 위기관리에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글쎄다.

    그간 현장 경험을 놓고 보면 그런 속삭임이나 비밀스러움이 실제 위기를 관리하는 데에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 이유는 이 세상 누구도 잘못을 잘함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누구도 여론을 손 끝으로 움직여 멀리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신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순리와 거리 있는 조언은 항상 문제가 될 대응과 연결된다. 문제 소지가 있는 기술이나 기교를 조언하기 때문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위기 대응 방식에 대해 의사결정을 해도 문제다. 대응 전략과 방식 지시가 사내 극소수 일부에게 비밀스럽게 하달되는 경우도 문제다. 스스로 방식에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추후 문제가 되더라도 일단 위기는 관리하고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위기관리 목적에 반하는 의견일 수 있다. 위기관리를 위한 대응은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해당 위기를 관리하는 대신 또 다른 위기를 만드는 대응은 누가 보아도 적절하지 않다.

    걸리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으면, 알려지지 않으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반론을 펴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대응 방식을 먼저 찾아 해 보는 것이 더 나은 위기관리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반론은 적어진다. 구태여 문제 소지가 있는 위기대응에 주로 주목하는 이유를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은 실무자들이 최근까지 자사만의 오래된 위기대응 기교를 사적 자리에서 은근히 뽐내고는 했다. 압수수색에 대한 자사만의 여러 대응 방식, 문제가 될 증거들을 자사만의 방식으로 관리하는 체계, 주요 임원의 특수한 보안 의식과 보안을 위한 독특한 행동을 자랑하곤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다른 기업 실무자들은 혀를 내 두르며 대단하다 감탄했다. 그들의 대응 하나 하나는 여러 해 동안 그 회사가 경험한 숱한 압수수색과 증거 관리, 보안이라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비밀주의에 기반한 것이었다. 법적 허점과 처벌수위를 분별하여 자사 실익과 비교하는 정교한 체계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듣던 다른 실무자가 그 회사 실무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그런 위기대응 체계가 조폭의 것과 어떻게 다른 지 모르겠습니다. 왜 상장기업이고 떳떳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꼭 그렇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런 지적에 대부분이 고개를 끄떡였다.

    자랑하던 실무자는 그런 지적에 “사실 저희도 그런 위험한 대응 방식이 최선일까 항상 고민합니다. 그런데도 회사의 오래된 대응 방식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실무자단에서 거스를 수 없는 거지요.”라 답했다.

    절대 문제가 될 위기대응 체계나 방식은 평소에 검토해 하나 씩이라도 없애 나가는 것이 좋다. 문제가 될 것들은 조금만 더 고민하고, 노력해 투자하면 없앨 수 있다. 쉽게 하려 하니 문제가 남는다. 누가봐도 문제될 것 없는 대응 체계와 방식만 가지고 평소 고민해도 위기는 관리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먼저다.

    그런 정상적 위기대응 체계와 방식이 수년 수십년 반복되어 정교함을 더하게 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방향이다. 위기관리라고 특별하지 않게, 상황에 처해 순리에 따라 자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나 하나 해 나가는 그런 ‘이상할 것 없는’ 업무라는 생각을 하자. 이상하거나 문제가 될 대응을 조언하는 사람이 이상해 보이는 내부 분위기가 생겨나게 하자. 그것도 하나의 위기관리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100편] 기록에 주의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에는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도 미디어가 되었고, 회사에서 도움을 주는 기사나 비서도 이미 미디어다.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미디어고, 회식을 위해 들른 식당의 주인도 미디어다. 누군가가 어디에 서든 나를 지켜보고, 여러 개인 장비를 통해 나 또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기록은 상당한 위험성을 지닌 위기 요소라 볼 수 있다. 물론 기존 회사가 자랑스러워하는 사규나 원칙, 미션, 비전, 밸류 같은 종류의 기록들은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 기록이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그 외 사적 내부적으로 간간히 공유되어 왔던 문제 소지가 있는 기록이다. 최근에는 그에 더해 제3자들에 의해 진행되는 기록도 큰 위기 요소가 되어 버렸다.

    최근 가장 빈번하게 위기요소화 되는 기록은 위기 시 내부 보고 내용, 지시 사항 기록, 위기 대응을 위한 부서별 메신저 기록, 위기 대응 회의 회의록, 회의 당시 개인적 녹취 내용, 민감한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 문자, 통화 기록, 이메일, 내부 게시 내용들이다. 이에 더해 직원들의 블라인드 게시 내용과 같은 비공식적인 기록도 위기요소가 되었다.

    그로 인해 다양한 추가 위기가 발생되고 있는 데도, 많은 기업은 위기관리 체계 설계나 실제 대응을 하는 기간 동안 기록에 대한 주의를 크게 기울이지 않는다. 평시 같은 보고 체계와 방식을 고수한다. 각종 문서를 양산하고, 다양한 문자와 메신저를 주고받는다. 지시 사항을 신속하게 내부로 공유하기 위해 다시 취약한 채널과 기록을 이용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구두로 내리는 지시사항까지 녹취 당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런 환경을 접하고, 기록이 남는 커뮤니케이션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려 한다. 위기대응 회의 시나 VIP 면담시에는 참석자의 휴대폰을 외부에 비치하게 한다. 위기관련 보고나 대응 회의 기록을 일체 남기지 않는다. 사후 기록이 남지 않는 특별한 메신저로 대응 지시하고, 일정 기간 후에는 기록 정리를 한다. 이런 세부 조치들로 최대한 기록으로 인한 추가적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다.

    물론 그런 고민과 체계의 적용은 그 자체로는 의미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투명성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그런 형식의 대증 치료나 예방 노력은 큰 효과를 거두기 까지는 어렵다. 기록은 아무리 통제해도 만들어 져 남는다. 그리고 사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기록은 어떤 방식으로 든 문제가 된다. 기업 차원에서 기록을 통제할 수 없고, 그 기록의 위해성을 완전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면, 좀 더 근본적인 위기관리 체계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일부 기업에서는 또 이렇게 답한다. 기록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기 대응 의사결정이나 실행 조직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부에서라 도 광범위하게 기록이 남는 것을 예방한다 한다. 최소 인력 몇 명만 제한적으로 공유하는 수준에서 위기를 관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실제 위기가 발생되고, 위기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문제를 만든다. 그런 최소 인력을 통한 위기대응 체계가 위기 시 부서별 사일로를 만들고, 대응을 위한 정보와 여러 자산 활용에 걸림돌이 된다. 누군가 무엇을 하는 것은 같은데, 확실하게 누가 무엇을 하는지 서로 알지 못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대응 방식은 기록을 해도 문제없을 내용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 또한 원칙에 대한 주제다. 외부로 기록이 공개되더라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시에 고민해 구성한 의사결정 원칙을 위기 시 해당 상황에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 외 사적이거나, 비공식적인 위기관리 기법들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다.

    말 그대로 위기 시 자사가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찾아 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위기관리 방식이다. 위기 시 자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볼 수 없는 일을 주로 하니 사후에 문제가 된다. 법을 지키는 것은 그 중 기본 중 기본이다. 비윤리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위기대응 방식은 사전에 거르는 체계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스스로 투명 해 져야만 최근 같은 투명한 사회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할 수 있다. 스스로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명한 사회 속에서 튀며 문제가 된다. 스스로 불투명한 상태에서 겉모습이나 드러나는 방식만 바꾸어 보아도 자사의 불투명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록에 주의하라는 말은 기록 자체를 없애라는 의미라 기 보다는, 기록되어 문제될 일은 하지 말라는 의미다. 모든 것은 기록을 남기니까.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97. 자기 감정을 먼저 관리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한 기업에서는 최고의사결정자의 감정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차분하게 위기를 바라보아 문제가 커진 경우는 드물다. 최고의사결정자가 객관적으로 해당 사실관계를 바라보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드물다.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여러 합리적 의견을 들어 위기관리에 실패한 경우도 기억하기 어렵다.

    반대로 최고의사결정자가 흥분에 빠지고, 일희일비 하게 되어 문제가 커진 경우는 흔하다. 일선에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임직원들이 최고의사결정자의 심기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면 일단 위기관리는 물을 건너 간 형국이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자기중심적 생각에 빠지면, 모든 위기 상황이 억울하게 느껴진다.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도 모자를 판에, 이해관계자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맞서 싸우려 하게 된다. 사과문이나 해명문에는 주로 ‘내가 힘들다, 우리가 힘들다’ ‘마녀사냥 그만 해 달라’ ‘악의의 상대들에게 소송 하겠다’ 등의 자기중심적 생각이 우러난다.

    합리적으로 듣고 행하는 경우와는 달리 최고의사결정자가 자기중심적일 때는 좀처럼 외부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외부 이야기들이 대부분 자기 생각에 반하거나, 충돌하기 때문에 그 자체를 불편 해 한다. 그 때문에 주로 비선라인의 달콤하고 편안한 말을 찾아 듣게 된다. 비선은 위기 시 최고의사결정자의 불편한 마음을 관리하려 한다. 당연히 이해관계자들이나 여론과는 일부 동떨어진 관리방식을 조언한다. 운이 좋아 그런 비책이 통하면 좋은데,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최고의사결정자는 물론 위기관리위원회에 속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임직원들은 스스로의 감정에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한다. 내가 왜 흥분하고 있지? 내가 왜 그 이해관계자를 욕 하고 있지? 왜 지금의 상황이 우리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하는 거지? 왜 바깥 여론이나 외부의 목소리를 불편해 하고 있지? 이런 자신의 감정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반복해 볼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 그룹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관리하고, 그런 감정이 그룹내에 공히 조성되어야 보다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해 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종종 의사결정그룹 내에서도 대응 의견이나 전략이 엇갈릴 때가 있다. 한 편에서는 책임 있는 사과를 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어느 한편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경우다.

    최고의사결정자는 그런 경우에도 그들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왜 저 편에서는 사과를 주장하고, 다른 편에서는 사과가 필요 없다 하는지 그들의 감정 상태를 통해 주장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런 노력에도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외부에서 객관적 입장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 묻는 것이 좋다. 조금은 더 객관적인 시각과 구체적 감정이 배제된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 후에는 각 편이 주장하는 감정의 모습이 다시 보이게 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렇게 반론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자신의 책임이라던가, 회사의 피해 규모, 사후 영향 등에 모든 촉각이 곤두서게 되는데, 어떻게 우리 스스로 감정을 배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자기관여도가 높은 경우 쉽게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의사결정자는 흔치 않다. 아니,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우리가 맞닥뜨린 지금 이 위기상황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지에 있다. 높은 자기관여도 때문에 감정이 혼란스럽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서로 이해만 해서는 해당 위기 상황이 사라지지 않으니 문제다. 더 나아가 혼란스러움 때문에 위기 상황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지고, 결국은 실패로 이어지게 된다면 그 감정은 곧 재앙을 의미한다.

    먼저 최대한 노력하자. 평소 길러 온 사회적 민감성을 바탕으로 벌어진 상황을 최대한 담담하게 바라보려 노력해 보자. 자기관여에만 몰입하기 보다 좀 더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기관여를 늘려 보자.

    최고의사결정자라면 더더욱 상황에 일희일비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해 보자. 자신의 표정과 조급해 보이는 행동 하나가 임직원들의 위기관리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중립성, 객관성, 합리성에 대한 끈을 놓지 말고 끝까지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런 모든 힘든 노력들이 모여 위기를 관리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항상 감정이 문제이자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94. 민감성을 키워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들이 품질 좋은 제품을 훌륭한 서비스로 고객에게 제공하기만 하면 성공한다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다. 이때 기업에게 오직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고객이었다. 고객을 만족시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생각했다. 품질 좋은 제품을 훌륭한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했다.

    일부 논란이 생기더라도, 품질이나 서비스가 좋은 기업에게는 고객도 선의를 베풀 것이라는 상상을 하던 시절이었다.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믿었다. 중요한 것은 품질과 서비스이기 때문에, 별다른 광고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믿는 기업도 최근까지 존재했었다.

    그러나, 최근 그런 생각은 여지없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품질이나 서비스는 이미 많은 기업들 사이에서 상향 안정화된 지 오래다. 품질이나 서비스는 기본이라 생각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지 않았던 일반 공중들도 해당 기업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평을 여론화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품질 좋은 제품을 제공하던 회사도 사회적 논란에 휩싸여 하루 아침에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훌륭한 서비스를 자랑하던 회사도 부적절한 관행 때문에 몇시간 내에 여론의 공분을 사 고생을 한다. 그로 인해 매출이 하락하고, 회사 명성에 금이 간다. 대표이사가 검찰의 조사를 받거나,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런 기업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부주의했다,” “우리가 사려 깊지 못했다” “미처 그런 논란에 대비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라 당황스럽다.” 이런 대부분의 반응은 해당 기업 스스로 그간 사회적 민감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고백일 뿐이다. 사회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여러 논란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해 생각했던 것이다.

    기업이나 경영진이 정치적 이슈에 관여한다던 지, 국가적 갈등에 연루된다던 지, 젠더 이슈를 비롯해 사회적 불평등 이슈를 부주의하게 건드린다던 지, 환경이나 인권 등에 관련된 문제를 간과해서 생기는 많은 위기들을 기억해 보자.

    선진적 기업들은 사회적 민감성을 스스로 키워 문제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한다. 내부 교육과 가이드라인을 상시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감사 기능을 통해 정기적인 점검을 한다. 예전에는 범법 이슈에 주로 한정해 진행되던 이런 내부 모니터링이 최근에는 다양한 사회적 민감성을 기반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에 반해 후진적인 기업들은 범법은 물론 사회적 논란에 반복적으로 휩싸인다. 내부 교육과 가이드라인은 문서로만 가늠된다. 감사 기능은 유명무실 하다. 사회적 민감성을 키우기는 커녕 수년간의 관행이 범법의 수준으로 까지 발전해 고착화 되어 있다. 심지어 내부에서는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논란의 핵심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조차 힘들어 한다.

    기업 경영진들도 마찬가지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경영진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기억하라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다. 해당 의사결정 내용이 구체화 되어 내일 신문기사로 나가도 아무 문제가 없을지 선제적으로 고민해 결정하라는 것이다. 내 의사결정에 대한 내용을 국민 5천만명이 신문에서 읽었을 때 별 부정적인 반응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의사결정이 언론을 통해 그대로 보도되었을 때, 일부 또는 상당부분 찜찜한 것이라면 그 의사결정은 이상적이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의사결정은 회사에 즉각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부담이나 문제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실제로 많은 기업의 문제와 논란이 언론을 통한 보도 주제로는 적절하지 않았거나, 불편했던 의사결정 주제들로 인한 것이다. 다른 기업에게 여러 문제와 논란이 이미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반면교사가 없는 기업도 유사한 문제와 논란을 만들어 낸다.

    부주의와 무관심 때문에 문제와 논란을 경험할 수밖에 없던 기업이 또 다시 새로운 문제와 논란과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이전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실질적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한 노력을 적절하게 하지 않았던 경우다.

    이 모든 이유가 기업 스스로 민감성을 제대로 확보하고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감성을 극대화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와 논란을 계속해 반복 경험하고 있다면 그건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품질과 서비스에 걸었던 목숨 같은 열정을 사회적 민감성 강화에도 일부 할애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민감하고 민감해서 잘 살펴야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의미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9. CEO 부재에도 끄떡 없게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강한 위기관리 조직은 위기 시 조직 운영에 있어 항상 플랜 B를 보유한다. 흔히 우리가 특정 업무 책임에 ‘정’과 ‘부’를 두는 것과 같은 체계다. 위기 시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이 발생 가능하다. 특히 인력 운영에 대해서는 위기 시 변수가 더욱 많다.

    기업 중에는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해외 출장 시 같은 비행기에 동승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나더라도 의사결정자들이 한꺼번에 부재 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심지어 출장 시 같은 메뉴를 시키지 않는다거나, 같은 호텔에 머무르지 않는 기업도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기본적으로 위기 발생 시 의사결정 그룹의 회복성을 극대화 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대표이사가 지구 반대편 국가에 출장 중인 상황에서 국내에 대형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위기관리 의사결정은 물론 초기 대응에 대한 것까지 상당부분 대표이사 결재를 받아야 하는 체계라면 어떻게 될까?

    최근에는 인터넷과 통신장비 발달로 지구상 어떤 나라에서도 상호간 24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은 한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위기 시 골든타임을 결정하는 수 시간 내에 대표이사 위치가 파악 되지 않거나, 커뮤니케이션이 불가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국내 위기관리조직은 대표이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정상적으로 개시 될 때까지 적극적인 초기 대응을 주저하게 될 수 있다. 일부 일선 대응은 진행한다 해도 그 다음 단계로 진행해야 하는 여러 중요한 대응 조치들은 상당기간 지연이 불가피하게 된다.

    막상 대표이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 국내 상황에 대해 확실한 이해와 공감을 공유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이런 경우 큰 소득 없는 커뮤니케이션만 상당 시간 이어지면서 실기 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대표이사 부재에 대비한 플랜 B를 보유한다. 이 플랜 B는 대표이사 스스로도 해당 규정을 이해하고, 완전한 권한이양을 약속하는 환경에서 공고해 진다. 일부 기업은 이 부분에서 평시에는 해당 규정을 두지 않다가, 위기 시 막상 대표이사 부재 상황이 발생하면 그 때가서 대표이사를 대신 할 고위임원을 급히 선정한다.

    이런 경우 해당 임원은 위기관리 조직을 이끌 준비가 미처 되어 있지 않거나, 위기관리 조직으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해당 임원도 당황스러운 상황이 되고, 그 아래 위기관리 조직도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플랜 B에 의한 대표이사 부재 시 위기관리조직 운영 책임은 위기관리 매뉴얼로 상시 규정화 해 놓는 것이 좋다.

    그에 따라 대표이사 부재 시 위기관리 조직을 운영하는 고위임원은 대표이사급에 해당하는 위기관리 의사결정 분야에 대한 학습과 의사결정 시뮬레이션을 대표이사와 함께 지속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 위기 시 대표이사 부재에도 불구하고, 이음새 없는 위기대응과 차후 의사결정을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대표이사가 장기 부재하게 되거나 자신이 위기 핵심에 위치하게 되는 경우다. 대표이사가 갑자기 구속 되거나, 심각한 병환으로 장기 부재가 불가피 한 상황에서 위기가 발생되는 경우다. 이런 경우 해당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규정한 플랜 B는 좋은 기준과 방향을 제시해 준다.

    심지어 플랜 B로 규정되어 있던 고위임원 마저 구속 되거나, 부재 되는 경우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대부분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부의 부’를 지정한다. 그 다음으로 권한을 가진 고위임원이 플랜 C를 가동시키는 것이다.

    이런 의사결정자 부재에 의한 위기관리 조직의 운영 문제는 딱히 대표이사급에만 한정되는 것도 아니다. 법무임원이 장기 부재한 상황에서 법무 관련 위기가 발생하면 누가 위기관리 매뉴얼에 규정되어 있는 법무임원의 역할과 책임을 대행할 것인가? 홍보임원이 출장 중인 상황에서는 누가 그 역할과 책임을 대행해야 할 것인가? 대관은? 생산은? 기획은? 영업은? 마케팅은?

    이런 여러 부재상황에 대한 가정에 의한 플랜 B와 C가 평시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 경영진은 그렇게 어려가지 변수를 상정하면서 까지 위기관리 조직을 복잡하게 구성해야 하느냐 하는 반론을 펴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가 대표이사에게 조언하는 팁이 있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토요일 오전’ 급하게 위기관리조직을 소집해 보라 한다. 연습용 상황을 실제처럼 부여하고, 매뉴얼에 정한 위기관리팀 소집 공간에 누가 얼마나 정확한 시간 내 도착하는지 점검 해 보라 한다. 얼마나 위기관리 조직의 부재가 가시화 되는지 그대로 알 수 있게 된다. 기억하자. 위기 시에는 모든 것이 비정상이다.

  • 67. 의사결정자는 댓글 읽지 마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에 관해 조언할 때 주로 강조하는 점이 “의사결정자가 직접 온라인상 여러 댓글을 읽지는 말라”는 조언이다. 실제 위기 시 자사 관련 각종 온라인 댓글을 읽어 본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누구나 극도로 부정적인 댓글들을 접하고 나면 생각이 복잡 해진다.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은 이성적 영역내에서 이루어져야 안전하다. 의사결정자가 감정적이거나, 흥분 또는 침체되어 있을 때 내려지는 의사결정은 그 자체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 시 의사결정자에게 댓글을 직접 읽지 말라 조언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일부 기업 VIP는 세세하게 자사와 관련된 온라인 댓글과 각종 포스팅들을 챙겨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에도 자사와 관련 한 부정적 내용의 글이 하나라도 발견되면, 즉시 해당 내용을 실무자들에게 공유하고 조치를 명령한다. 그에 따라 실무진이 이리 저리 대응하느냐 고생을 한다.

    이런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위기가 발생하면, VIP는 매우 심각한 패닉에 빠지게 마련이다. 장시간 수 많은 댓글을 읽으며 극도로 흥분하고, 각종 세세한 비판과 주장에만 몰두하게 된다. 사람이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이성적 자세로 큰 흐름을 읽어가며 위기관리팀을 리드하는 데 장애가 생기니 문제다. 위기관리팀이 VIP 감정과 태도를 보며 무리한 대응이나 과도한 조치들을 실행하게 되니 또 문제다.

    물론 그런 적극적으로 보여지는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면 모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더 큰 문제나 새로운 문제와 갈등을 양산해 낸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감정에 기반한 무리한 대응은 그 이익보다 실이 훨씬 더 많다.

    그렇다고 VIP가 평소나 위기 시 온라인 상 댓글이나 포스팅을 무조건 외면 하라는 조언은 아니다. 단순히 눈이나 귀를 막는다고 해서 감정에서 자유로워지고 바로 이성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댓글 하나 하나를 읽지 말고, 온라인 상 여론을 읽으라는 것이 핵심이다.

    온라인 댓글은 읽지 말라 해도 실무자들이 읽는다. 그들은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1차 분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팀장과 임원이 그 결과를 바탕으로 2차 분석을 한다. 의사결정자는 그 다양하게 분석된 여론 결과를 이해하면 그 뿐이다. 여론의 큰 흐름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면 충분하다.

    이를 위해 VIP를 비롯한 의사결정자는 여론을 보다 정확하게 읽기 위한 연습을 평소에 해 두는 것이 좋다. 실무진으로부터 올라오는 여론 분석 내용을 종종 접하고, 감을 키우는 것도 권장된다. 매일 신문을 읽고 방송을 보듯 온라인에서는 어떤 이슈와 여론이 회자되는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위기 시에만 갑작스럽게 온라인 여론을 접하는 의사결정자들은 대부분 의사결정을 주저하게 된다. 그것이 당연하다. 낯설기 때문이다. 왜 온라인 공중은 이런 식으로 주장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가 왜 갑자기(?) 튀어나오는 지 아리송하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보고되는 여론 내용들 중 표현하나 단어 하나에도 온통 물음표뿐이다.

    이런 상황을 의사결정자들은 사전에 경계하자는 것이다. 미리 익숙해지자는 것이다. 예전에 이미 의사결정자들은 하나의 동일한 이슈에 대해 왜 A일보는 이런 논조를 가지는지, B신문은 왜 저런 논조를 가지는지 이해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A일보와 B신문이 어떤 논조를 유지할지에 대해서 미리 예상까지도 가능하다.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왜 A카페와 B커뮤니티간에 다름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으면 좋다. 소셜미디어 채널 간에도 어떤 다름이 있고, 이슈 성격마다 어떤 의견이 대세를 이루는지 미리 이해하고 있으면 낫다. 그래야 자사와 관련 한 논란시에도 예상과 사전적인 대응이 가능 해진다.

    이 글을 읽는 의사결정자들이 더욱 더 온라인 여론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세세하게 몸소 댓글을 읽고, 답글을 달고, 포워딩을 하고, 하나 하나에 평가를 하라는 조언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런 공간과 환경에 익숙해지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 위기관리 관점에서 위기 시 자칫 잃어버릴 수 있는 의사결정자로서의 이성과 합리적 관점은 절대 포기하면 안된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 분석 보고된 온라인 여론을 존중하고, 큰 흐름을 읽고 그에 따라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면 그 뿐이다. 댓글 말고 여론을 읽을 수 있으면 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1.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기업이나 조직의 최고경영자가 위기 시 물러나는 것으로 위기관리를 가늠하는 유행이 생겼다. 심지어 경영 퇴진이나 물러나겠다는 커뮤니케이션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글쎄다. 진짜 그런 퇴진 행위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것일까?

    물론 해당 최고경영자가 개인적인 문제를 일으킨 경우에는 퇴진이라는 행위가 위기를 관리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개인의 문제가 조직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이 될 수 있다. 개인적 일탈을 일으킨 최고경영자가 나서서 ‘스스로 위기를 관리하겠다’ 천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외에 자신의 기업이나 조직과 관련 된 각종 사건, 사고, 논란에 맞서 위기를 관리하는 경우 최고경영자의 ‘퇴진’은 대부분 적절한 위기관리책이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제대로 고치겠다는 것이 위기관리다. 책임이 있으면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 위기관리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 신속하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다.

    이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최고경영자가 그런 의사결정의 시기에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그 중요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 나아가서 후임에게 그런 중요한 의사결정을 미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위기관리 시점을 이번에는 그냥 흘려 보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 위기 시 최고경영자의 퇴진은 상당히 무책임한 행위다. 사내적으로 어떤 정치적 입장이 엇갈리는지는 외부 이해관계자는 모른다. 사실 알 필요도 없다. 대신 당면한 위기를 해당 기업이 어떻게 해결하는 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와 중에 중요한 문제 해결자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를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바라볼지를 상상해 보자.

    일부에서는 이사회 등에서 해당 위기 발생의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자를 경질하는 것이 어떻게 위기관리라 볼 수 없는가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런 경질이 진정한 위기관리가 되려면 현 최고경영자의 경질과 동시에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새로운 최고경영자의 임명이 바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 경질에만 멈추어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나 오너측에서 최고경영자의 경질을 해야만 하겠다면, 그 이유는 위기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발생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래야 이후 최고경영자들도 발생한 위기를 더욱 더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위기관리 명언에 이런 말이 있다. “위기가 발생된 것을 부끄러워하기 보다, 발생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라” 이사회나 오너가 필히 기억해야 하는 원칙이다. 위기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최고경영자를 경질하는 것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 위기가 발생되지 않도록 평시에 많은 돌아봄과 개선이 생겨날까?

    대부분이 그 반대다. 위기가 발생되면 최고경영자는 그냥 옷 벗을 생각만 하게 된다. 사실상 자신의 운에 위기관리를 맡기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자리를 물러날 텐데, 제대로 된 위기관리 체계나 위기관리팀에 관심을 둘 필요도 아예 없어진다. 당연히 위기는 창궐하고 실패는 반복된다. 연이어 최고경영자들만 새롭게 반복 교체된 채 아무것도 개선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흔히 목격하는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위기관리를 표방한 경질이나 퇴진이 바로 그와 관련된 예다. 국민들은 왜 시설이 안전하지 않은지, 그리고 어떻게 안전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데, 안전사고의 책임을 지고 있는 최고 관리책임자만 그냥 물러나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국민들의 손가락질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린다. 개선은 없고, 새로운 자리만 생겨난다.

    기업에서도 이런 악순환을 위기관리로 보아서는 안 된다. 옛말에 ‘전시에 장수를 바꾸지 말라’는 이야기를 왜 했을까를 생각해 보자. 전쟁의 목표는 최종적으로 이기는 것이다. 다 같이 목숨을 걸고 싸워 이겨야 내가 살고, 우리가 산다. 그런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장수를 바꾸어 말에서 내리게 한다면, 그 다음 어떤 장수가 제대로 목숨을 걸고 전쟁에서 싸워 승리하려 하겠는가?

    물론 목숨을 걸 생각이 없는 장수는 빨리 바꾸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때에도 장수가 목숨을 걸고 싸울 생각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내 외부로 커뮤니케이션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위기 시 싸워야 하는 최고경영자가 퇴진 해 버리거나 경질을 당하면 해당 기업이나 조직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는 해당 최고경영자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할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스스로 하는 셈이다. 이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도 아니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더더욱 아니다. 경계하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