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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하는 이유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란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위기관리 커뮤케이션이란 위기관리 주체가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위기관리 그 자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한 의미의 위기관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많은 사람들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위기관리에 성공하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위기관리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판정하려 하기도 한다. 더 일부는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같은 것으로 보거나, 자주 혼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자문하다 보면, 위와 같은 자잘한 개념적 오류와 혼동이 위기관리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을 종종 접하게 된다.

    절대 변하지 않고, 바뀌어서도 안 되는 가장 확실한 개념은 하나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만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진리라는 사실. 반면 위기관리만 제대로 되었을 뿐,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라면, 전반적 위기관리는 실패한 것으로 판정된다. 위기관리 범위내의 노력들이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관리는 실패했는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만 성공한 것 처럼 보여지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고도의 속임수일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의미의 위기관리가 아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번 글에서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하는 다양한 실무적 원인에 대해서 돌아본다. 이전에도 여러 번 언급했던 내용들이지만, 종합해서 실패 원인을 곱씹어 가며 개선 또는 변화를 다시 시도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위기관리는 어느 정도 잘 했다고 보는데, 왜 우리 회사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잘 안되는 것일까?

    첫째 이유, 상황파악이 어렵고 늦다.

    상황파악이 되지 않고, 되더라도 너무 늦어 버리면 위기관리 자체도 적절하게 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심지어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상황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더 나아가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시점에 기업 내부에서는 전혀 갈피도 못 잡고 있다면 백전백태가 뻔하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위기 시 기업에게 요구되는 신속한 상황파악과 입장 정리 압력은 더욱 가중되어 간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긴 정확성 떨어지는 상황파악이나 입장정리는 더욱 위험 해 졌다. 돌발 상황에 처한 기업을 향한 입장 정리 압박과 정확성의 요구. 이 압력을 적절하게 적시에 핸들링해 내지 못하는 기업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다.

    둘째 이유, 정무감각의 부실 또는 부재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사회적 여론 추이 또는 방향성을 예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가능성은 높아진다. 특히 의사결정을 하는 고위경영자 그룹내에서 해당 상황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떨어지면 결과는 더욱 암담 해 진다. “이 상황이 왜 문제인걸까?” “지금 온라인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 “왜 사람들이 이렇게 화를 내는 걸까” “이건 일반적 상황 같은데, 반응이 이상하네?”같은 소리가 나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 해 진다.

    여기에 온라인 공중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보는 의사결정자의 시각에 존중이 없으면 더욱 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워진다. 평소 공중 및 이해관계자관을 정확하게 형성 해 일상적 사업에 반영하고 있어야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이 최소한이라도 가능해 진다. 기업에게 정무감각이란 여론을 읽고 이해하며 그에 따르는 감각을 의미한다. 일부라도 위기 시 여론을 읽지 않고 무시하며 그에 맞서 싸우려고 까지 한다면 재앙이 된다.

    셋째 이유, 비선의 개입

    올바른 정무감각이 형성되어 있는 의사결정그룹이 존재하는 기업에게는 비선이나 요행, 기술, 편법은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러한 무리수가 절실한 기업은 제대로 된 정무감각을 보유하지 못한 곳이다. 여론이 이해되지 않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누군가 무언가 마술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분명한 주체가 존재한다. 해당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핵심 주체인 기업이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다. 이 중간에 누군가가 끼어들고, 무언가가 뿌려지고, 어떤 일들이 더해지면 상황은 통제불가능한 구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를 바라보는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은 더욱 더 혼동에 빠지게 된다.

    넷째 이유, 과감성 및 진정한 태도의 결여

    언젠가부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유효한 기술이나 기법으로 여기는 시각이 생겨났다. 사과를 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과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 제대로 사과할 줄 아는 기업이나 사람은 사과할 일을 아예 만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기술이나 기법이 아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응책, 개선책, 재발방지책, 보상책 등의 다양한 내용을 잘 분석해 보면, 그 중 상당수가 슬로건, 의지표명, 카피성, 근거미비 한 성격의 것들이다. 일단 현 상황을 잘 넘겨보자는 전술적 의도가 다분하다. 일반적으로 이런 태도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기업의 경우 얼마가지 않아 비슷한 위기상황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이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전부 거짓말이 되는 셈이다.

    다섯째, 위기관리 리더십의 결여

    일부 기업에서는 사과문이나 해명문에 자사 대표이사 이름을 넣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마케팅 차원의 위기였으니 마케팅 임원이 사과하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경우가 있다.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에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가 위기관리 과정에서는 사라진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도 스스로 화자가 되거나 등장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기업이 약속한 개선이나 재발방지책이 제대로 준수되어 결실을 이룰 가능성은 현격히 낮아진다.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도 이를 알고 있다.

    심지어 과감한 개선책과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하고 고개 숙였던 대표이사가 다음 인사에서 교체되기도 한다. 이전 대표이사가 약속한 내용을 끝까지 책임지고 달성하는 신임 대표이사는 드물다. 일각에서는 위기관리 비용보다 인사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위기관리 리더십까지 이야기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수준의 경우들이 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잘 될 리가 없다.

    여섯째, 전통적인 매체 개념의 고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정의할 때 일부 기업에서는 부정적 기사나 보도를 빼고 막아내는 것이라 정의하거나 상상하는 곳도 있다. 우리 회사에 부정적인 뉴스들을 막아내면(?) 진짜 위기는 오지 않거나 사라진다고 믿는 임원이 아직도 있다. 가능한 부정적인 것은 막아내고 빼 버려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인식이 여태 존재한다.

    그런 임시처방에 주로 신경 쓰느냐 실제로 신속하게 결정해 발표해야 할 회사의 입장과 여러 대응책 마련은 계속 지연된다. 감정적으로 신경 쓰이는 부정적 기사만 계속 의사결정그룹내에 공유된다. 평소 읽지 않던 기사들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기자가 쓴 단어 하나나 표현 한 줄에 법적 대응을 이야기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빨리 자사의 입장을 마련해 후속 기사들이 우리 회사의 입장을 충분히 담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막고 빼고가 먼저가 아니다. 전부도 아니고.

    일곱째, 일희일비의 만연

    사과문을 수십번에 걸쳐 수정해 게시하는 기업도 있다. 사과를 했다가 이내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입장을 바꾸는 기업도 있다. 심지어 하나의 사과문에 깊은 사과와 반성 그리고 법적 대응을 함께 이야기하는 그로테스크한 기업도 있다. 기업 대표가 무릎 끓은 사진을 릴리즈 하며 커뮤니케이션 하기도 한다. 각종 소셜미디어에 회사 오너나 대표이사가 감정적 글을 써가며 여론에 맞서기도 한다.

    의사결정그룹이 얼마나 일관성 있고 안정적인 태도를 보이는가에 따라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품질은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 무게감 있는 고품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공중과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이끌어 낸다. 아이디어나 재미가 기반이 아니라, 원칙과 철학이 기반이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위기 시 일희일비하지 않는 경영진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된다.

    여덟째, 일선 실무진의 전문성 부족

    언론팀의 팀장이 기자들을 잘 모른다거나, 온라인 팀장을 맡은 지 얼마 안 되어 온라인 생태계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실행은 어려워진다. 평소 실무그룹이 얼마나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워 놓았는지는 위기가 발생되면 여실하게 드러난다. 위기관리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대행사나 여러 협력사들을 동원하기도 하지만, 기업 내부 실무진의 이해관계자 이해도나 실무역량은 결과물의 품질을 크게 좌우하는 키 역할을 한다.

    위기관리 명언 중에 “위기 시에는 플랜과 싸우지 말고 상황과 싸우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 플랜과 싸우는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는 기업 내부 실무 그룹의 역량이 부족한 경우다. 역량 있는 실무진은 상황과 싸운다. 상황을 예상하고 움직인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어떤 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무엇을 해야 그 실행이 가능해지는지에 대한 경험적 이해와 통찰이 있어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성공한다.

    아홉째, 위기관리 예산 개념의 혼동

    위기관리를 위한 예산을 철저하게 비용으로만 보는 시각이 있다. 일부는 아주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비용으로 본다. 문제는 현재 부정이슈로 회사가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인데, 불을 끄는 데 필요한 비용을 쓰는 것이 아깝다는 셈이다. 실무자들은 더욱 더 위축된다. 어차피 결재가 나지 않을 비용이기 때문에, 대응에 비용을 투입하지 않으려 한다. 정확히는 비용을 투입하지 못한다.

    위기대응을 위한 지시사항에는 상당한 비용이 동반되는 것이 대부분이라, 그 지시사항을 실행하지 못하고 주저하게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추후 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상황이 급하다고 대응 비용을 투입하자 하는 이야기도 하기 어려워한다. 위기관리만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도 예산은 들어간다. 예산 없이는 위기관리 없는 것처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그렇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공짜가 아니다. 다른 모든 것처럼.

    마지막, 반면교사나 벤치마킹의 부재

    다른 기업이 당했던 일을 똑같이 당하는 기업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다른 기업이 이미 잘 관리했던 위기 상황을 제대로 관리해 내지 못하는 기업은 어떻게 볼 수 있나? 공중과 이해관계자에게는 차리리 익숙한 위기 상황에 홀로 놀라고 당황스러워 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대부분 이해하고 있는 트렌드와 여론을 낯설어 하는 기업은 어떤가? 계속해서 바뀌는 사회 환경과 달리 아직도 수 십년 전 상황에 머물러 있는 기업에게 위기관리란 어떤 것인가?

    “처음 당하는 상황이라 경황이 없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해서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흔치 않은 상황이라 모두가 당황했습니다.” 등과 같은 이야기들이 얼마나 피상적인 변명인지를 잘 알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좋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기업 그리고 자사의 예전 케이스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해 낸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귀중한 실행이자 결과물이다. 항상 살피고, 고민하고, 기억하는 기업의 습관은 그래서 필요하다.

  • 진행형이나 완료형으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 회사에 대해 여러 이슈가 불거져서 아주 곤혹스럽습니다. 내부에서는 일단 잠잠 해 질 때를 기다리자, 기자회견을 해서 적극 해명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메시지인데요. 저희가 어떤 방향으로 메시지를 정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제가 파악하기로는 민감한 이슈가 처음 제기된 시점 이후 벌써 상당한 기간이 흐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이어 부정적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서, 내부적으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계실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점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듯한데, 그 보다 더 신속하게 결정해 놓으셔야 하는 것은 말씀하신 대로 ‘메시지’입니다.

    제기된 이슈 각각에 대해 당시 단편적 해명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해명은 오해에 대한 반박이었고, 일부는 사과와 개선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 회사에서는 추가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이전 공유했던 메시지를 종합적으로 모아 한번 더 공유할 것인지요? 아니라면, 초기 해명 이후 무언가 진행된 개선조치나 재발방지대책이라도 있는 것인지요?

    일부에서는 문제해결 의지를 강력 천명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공유했던 의지 이외에 추가 또는 강화된 개선 의지가 실제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더욱 강한 의지의 천명이 필요하다면, 커뮤니케이션 이전에 먼저 그 강한 의지를 신뢰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구체화시켜 놓아야 하겠지요.

    그런 실체적 고민과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은 이슈관리를 위한 기자회견을 통해 단순 배경설명과 하소연 그리고 상식적 의지의 표현으로 ‘앞으로 잘 봐달라’는 커뮤니케이션에만 집중합니다. 구체적인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 실행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적절한 답을 하지 않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그런 기업의 해명은 공통적으로 ‘미래형’ 메시지가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개선할 것이다” “합의를 위해 찾아 뵐 예정이다” “앞으로 바뀌겠다” “앞으로 재발방지해서 더 이상 문제를 만들지 않겠다” “노력하겠다” 이런 메시지들은 ‘미래형’입니다. 제대로 이슈관리를 하는 기업은 “일부 개선하고 있고, 일부는 이미 개선 조치했다” “오늘 찾아 뵈었고, 대화를 시작했다” “바뀌기 위해서 현재 OOO을 진행중이다. OO때 까지는 그 결과를 공유하겠다” “현재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OOO명과 OOO원의 개선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는 등 ‘진행형 및 완료형’ 메시지가 주를 이룹니다. 이슈가 된 문제 자체를 보다 진지하게 조치했다는 사실을 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지요.

    강한 의지란 신속하고 과감한 실천으로만 증명됩니다. 의지를 말로 강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고 해서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신뢰를 주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하겠다는 말은 누구도 할 수 있습니다. 이미 했다, 하고 있다는 말은 아무나 하기 어렵습니다. 기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은 그 두가지 메시지 간의 차이를 압니다. 정신이 없었다.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인력이 부족했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등의 피상적 해명 또한 미래형 메시지와 함께 피해야 할 나쁜 변명일 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일단 개선 약속만 하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사건에 대하여 내부 논의 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확실한 개선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론이 좋지 않으니, 개선에 대한 약속은 하자는 의견이 있는데요. 내부적으로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을 알더라도, 일단 여론관리를 위해서는 개선하겠다 이야기하는 것이 낫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들이 위기 상황에서 자주 겪는 고민 중 하나는 개선책이 이미 존재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에 직면했을 때입니다. 예상 가능한 위기라 하더라도 현실적인 개선 방안이 부족해 부정적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기업이 평소 악의 없이 운영해 왔더라도 불가피하게 맞닥뜨리게 되는 이슈와 위기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더 큰 문제는, 일단 부정적 상황이 발생한 뒤 기업의 대응 방식이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는 데 있습니다. 이제 여론은 기업이 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세심하게 지켜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과연 현실적 개선 방안이 없다는 사실을 솔직히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 아니면 실현 가능성을 떠나 우선 개선을 약속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개선 약속’이 필수적이라는 압박감을 느끼곤 합니다. 약속을 하지 않으면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수 없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기업들은 일단 ‘개선을 통해 재발 방지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약속이 진정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함을 내부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의 핵심은 완벽한 결과가 아닌, 기업의 실질적 노력에 있습니다. 개선이 현실적으로 완전하지 않다면, 가능한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능한 영역에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개선 노력을 강화하고, 유사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여가는 것이야 말로 진정성 있는 위기관리를 위한 ‘약속 이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단순히 여론 관리 차원에서 약속을 커뮤니케이션하려는 접근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기자들이 질문할 때마다 “개선하겠다”고 응수하고, 구체적 실행 방안 없이 “향후 5년간 100억 투자” 또는 “대규모 개선 위원회 추진” 같은 피상적 메시지로만 대응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에 더 큰 부담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일부 실무자들은 여론과 언론이 사건 자체는 기억하더라도, 개선 약속은 잊히기 마련이라는 경험담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는 절반의 진실일 뿐입니다. 개선을 통한 재발 방지 약속은 실제로 성실하게 이행했는지 여부에 따라 금세 평가받게 됩니다. 유사한 이슈와 위기가 다시 발생할 경우, 여론은 기업의 약속 이행 여부를 더욱 엄중히 평가하게 됩니다. 일부 기업들이 특정 이슈에서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하게 된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약속을 단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진정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잘 쓰인 공식성명서(official statement)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슈나 위기 대응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입장문, 사과문, 해명문 등을 포함하는 공식입장문 형식의 포맷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각 형식에서 다루는 케이스가 달라 정형화된 기준 포맷을 정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잘된 공식성명서라는 것은 대략 어떤 모습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슈나 위기에 대한 대응방식으로 기업이나 조직이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있어 중추역할을 하는 것이 말씀하신 공식성명서(official statement)입니다. 이것에는 케이스 유형 및 대응 전략에 따라 사과를 목적으로 하는 사과문, 해명을 목적으로 하는 해명문, 그리고 자사 입장을 설명하는 입장문 등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대별된 이 세가지 공식성명서에 공통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은 세가지입니다. 첫째, 이슈와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이나 조직이 ‘현재’ (확인하여) 알고 있고, 그에 기반해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현재’ 커뮤니케이션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담아야 합니다. 단, 여기에서 ‘모든 것을 담으라’는 조언이 글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길게 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글의 분량이나 형식은 핵심이해관계자의 이해수준을 절대 넘어서면 안 되겠지요.

    첫 조언에서는 ‘현재’라는 의미에 주목해야 합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알고 있는 것 중 ‘현재’ 알려져 있는 정보를 정확하게 적시한다는 의미입니다. ‘미리’ 또는 ‘더욱 풍부하게’ 또는 ‘더욱 구체적으로’라는 조언 대신 ‘현재’라는 건조한 조언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둘째는, 자사(조직) ‘입장’을 정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자사가 커뮤니케이션 하고 싶은 것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자사의 입장(position)입니다. 이에 따라 상황에 대한 수용, 사과, 반박, 비판, 적극 대응, 개선, 재발방지 등 여러 가치들이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커뮤니케이션 되기 때문입니다. 입장이 빠진 글은 제대로 된 공식성명서가 될 수 없습니다. 일부 하소연, 불만 토로, 협박, 협조 요청, 비아냥으로까지 해석되는 기업이나 조직의 대응 글이 최근 목격되는데, 이런 실행은 보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셋째는, 현 상황에 기반해 예상되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공식성명서 안에 적절하게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공식성명서를 제대로 읽은 기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라면, 공식성명서를 통해 중요한 궁금증이 대부분 해소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해관계자들이 공식성명서를 읽고도 이해되지 않거나, 중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거나, 심지어 새로운 의문이 생겨 질문이 추가된다면 그 공식설명서는 불완전한 것입니다. 사전에 기업이나 조직의 예상질문에 대한 분석과 고민이 부족했다는 의미지요.

    잘된 공식성명서는 이후 불필요한 논란을 새로 만들어 내지 않습니다. 그 성명서에 의해 핵심 이해관계자의 의혹, 분노, 혼란이 상당부분 정리됩니다. 그들이 해당 기업이나 조직의 생각(입장)을 이해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그 생각을 신뢰, 지지하게 됩니다.

    공식성명서 하나만으로도 뜨거웠던 논란이 진화되고, 이해관계자의 오해가 풀리며, 상황이 안정되어 나가는 방향의 전환이 가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만큼 신중하게 분석하고 고민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대응 방식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여론의 법정에서 이긴다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 관련한 이슈가 발생되면, 무조건 여론의 법정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경험해 보니 여론을 우리편으로 만드는 데 실패해버리면 여러가지 더 큰 문제들이 생기더군요. 이슈발생 초기에 여론전을 펼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여론의 법정에서 이겨야 실제 법정에서도 승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맞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법조계분들은 사실 그런 주장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동의하지 않는다 기 보다는 그런 주장 자체가 사법체계를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으로 싫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주장에 따라 이슈에 관련된 기업 중 일부는 초기부터 강력하게 여론전을 이끌기도 합니다. 신속하게 입장을 발표하고, 여러 관련 사실들을 언론에 제공하고, 온라인 등에서 상당한 주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를 기반으로 자사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여론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여론의 법정 접근은 회사가 당면 이슈와 관련하여 전혀 책임이 없거나, 그 책임의 수준이 매우 경미한 경우에 시도할 수 있는 접근입니다. 일반 법정에서 같이 결백성(not guilty)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이슈 관련 기업이나 조직 중 그와 같은 완전한 ‘결백성’을 지닌 곳은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기업이나 조직이 누가 봐도 결백하다면 일단 이슈화가 되지 않습니다. 일부 이슈화 되었다고 해도 실제 법정의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더 흔치 않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도 여론전을 통해 초기 이슈관리를 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결백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유죄기업인 경우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유죄 또는 일부 유죄의 부분을 최대한 숨기고, 강력한 커뮤케이션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아 실제 법정에서의 출구 전략을 희망하는 것이지요. 만약 그렇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여론의 법정 접근 방식이 아닙니다.

    이를 통해 만에 하나 여론의 법정에서 지지를 이끌어 내었다고 해도, 실제 법정에서 사실관계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해당 기업이나 조직에 대한 여론의 신뢰는 완전 붕괴될 것입니다. 해당 이슈도 관리가 힘든 상황에서 이슈관리의 기반인 신뢰 자산이 함께 붕괴되는 결과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슈관리가 성공할 수 없게 되는 최악의 환경을 스스로 조성해 버린 셈입니다.

    일부 기업은 그런 경우 진실한 사과와 배상 대책, 재발방지책을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여론의 동정과 이해를 이끌어 내려는 전략을 실행하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라면 일반 법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한 이슈관리 관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법정과 전혀 다른 여론만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여론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절대 바보가 아닙니다. 잠깐 그들을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습니다. 만약 실제 법정으로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여론전이라고 해도 다양한 내부 점검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쉽게 노이즈나 버즈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대부분 실패하게 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과를 먼저 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모 언론에서 저희 회사 관련하여 내부고발을 기반으로 한 부정보도를 했습니다. 퇴사한 일부 임원들이 취재 소스인 것 같은데요. 저희 경영진은 일단 회사가 사과를 해야 한다는 그룹과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한다는 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사과와 두고 보기 그 기준은 무엇이 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민감한 논의 주제인 것 같습니다. 기업의 사과 진정성이나 타이밍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공개적인 언급이 조심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일반적 기준만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과를 해야 하는 대표적 상황은 이슈나 위기 발생 후 자사가 상당한 사회적 주목을 받는 경우, 그에 더해 회사의 사과를 바라는 여론 압력이 강력하게 존재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단순 주목이나 일정 수준 이하의 압력만 감지된다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자사 이슈나 위기상황 관련 여론의 압력이 폭증하는 동시에, 자사의 책임이 일정수준 이상 존재하는 경우에는 사과를 합니다. 대부분 사회적 주목을 받는 케이스에서는 회사의 책임이 없는 경우는 흔치 않으나, 그에 대한 정확한 분별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사과해서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사과를 하는 것이 이슈 및 위기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한편, 일부 경우 사과 대신 해명 및 반박을 해서 논란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경우 해명 및 반박에 중점을 두지 않고, 사과에만 중점을 두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적절한 해명 및 반박이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수사나 규제기관 등이 개입하게 되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질문하신 상황과 관련한 일부 케이스에서는 특정 보도에 의해 공론화된 이슈가 비교적 여론의 주목을 끌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 매체 이외에 다른 매체들이 그 이슈를 받지 않는 경우입니다. 온라인을 비롯한 여론 주목과 흐름을 분석해 보아도 별 큰 움직임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자칫 섣부른 공개 사과는 더욱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재고해야 합니다. 흔히 ‘날 좀 보소~’식 사과라고도 하는데, 전략적으로 의미 없는 사과입니다.

    이미 수사가 시작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기업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한 도의적 사과’ 정도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구체적 이슈 주제에 대하여 사과하고 유죄를 인정하는 듯 한 커뮤니케이션은 하지 않습니다. 법무부서나 로펌 등에서 그 부분을 적극 경계하곤 합니다.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서만 사과를 한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사과를 하는 것이 침묵하는 것 보다 낫다는 확신이 들 때에 사과를 해야 합니다. 사과를 해서 자사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적절하게 예상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사과를 해야 하는 구체적 대상도 정해야 합니다.

    소란스럽지만 사실 아무에게도 직접관련 없는 단순 논란 같은 사과의 대상이 모호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와 기준들이 있으므로 사과에 대한 결정은 여러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조언을 들어 결정해야 하는 주제입니다. 실제로는 이 보다 훨씬 많고 중대한 영향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단순하게 말씀드릴 수 없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이슈 때문에 저희 회장님께서 대국민 사과를 하시기로 했습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회장님 사과로 상황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으로서 사과만 제대로 하면 이번 이슈가 곧 종결되겠지요? 어떻게 보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사과란 여러 대응 관리 방안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일각에서는 사과를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동일한 의미로까지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정확하지 않은 시각입니다. 이슈 및 위기의 유형과 성격 그리고 책임소재 등 여러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커뮤니케이션 입장과 방식을 정리하는데 있어 사과는 하나의 선택지입니다.

    질문에서 사과를 하면 부정적 상황이 이내 종료될까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요. 일반적인 여러 케이스를 보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인물이 적절한 메시지로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사과하면 더 이상 부정적인 상황이 증가되지는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과라는 것을 단순한 레토릭으로 생각하면, 그 사과는 자칫 더 큰 논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정 기업의 리더가 공개 사과를 했을 때, 이해관계자들이 신뢰를 주는 이유는 그 리더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로 인해 더 이상 부정적 상황이 이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단순 사과 때문만은 아닙니다.

    만약 그 기업의 리더가 레토릭으로 사과하고, 이후 상황이 개선되자 사과를 통해 약속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해당 이슈는 수면 하에서 다시 떠 오를 계기만 찾게 되는 꼴이 됩니다. 운이 좋아 일정기간 다시 이슈화가 되지 않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유사하거나 동일한 이슈를 두려워하며 지속적인 불안감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잘된 사과란 관리활동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을 합니다. 사과를 통해 뜨거운 상황을 식힌다는 개념 보다는, 사과에서 약속한 개선에 대한 의지를 기반으로 실질적 문제 해결에 나서는 시작의 의미라는 것입니다.

    끝이냐 시작이냐에 대한 분별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와 함께 문제해결에 대한 약속을 꼭 지켜야 유사하거나 동일한 문제가 더 이상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중요합니다. 리더로서 이해관계자들에게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굳은 의지도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감으로 다가갈 때 결과적으로 이슈나 위기관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사과를 하나의 이벤트로 생각하거나, 들끓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잠재우기 위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거나, 약속을 하고 나서 실질적 문제해결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는 진정한 의미로 이슈나 위기관리가 종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욱 더 큰 이슈나 위기를 맞게 될 수 있습니다. 그 때가서는 재차 사과라는 것이 헛된 공약으로만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고, 전혀 신뢰감을 얻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사과를 끝으로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변화와 개선은 적극적으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가 이번 이슈관리를 위해 사과와 함께 약속한 통 큰 개선 사안들이 있습니다. 그 이후 내부 고민을 해 가며 하나 하나 개선을 하고 있는데요. 일부에서 신속하게 개선 사안이 가시화 되지 않는다고 회사를 비판 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선 내용들을 오버해서 커뮤니케이션 해도 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말씀하신 오버 커뮤니케이션의 의미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그 오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침소봉대’라고 한다면, 현재 상황에서 그러한 오버 커뮤니케이션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부정 이슈를 관리하기 위한 개선 약속이었기 때문에, 핵심적인 약속을 성실히 지키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 정도가 적절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버 커뮤니케이션의 개념이 개선 내용에 대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이며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이라면 그러한 오버 커뮤니케이션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가 약속 대로 언제 어떻게 개선을 실시 또는 완료했다는 업데이트 된 커뮤니케이션은 절대 앞의 예와 같은 오버 커뮤니케이션은 아닙니다.

    새롭게 그 개념을 정리하자면 적극적, 선제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슈관리 케이스에서 회사들이 언급한 개선과 변화의 약속이 실제로는 사후에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이유들은 다양합니다. 가장 흔한 이유는 약속대로 개선은 했지만, 지난 부정 이슈로 인한 개선임을 강조해 가면서 이해관계자에게 이전 기억을 되살리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내부 의견에 따른 것입니다. 개선은 개선, 그러나 지난 부정 이슈의 기억은 더 이상 자극하지 말자는 것이지요. 이 의견에도 일견 의미는 있습니다.

    다른 이유로는 이슈를 관리하기 위해 서둘러 약속은 했는데, 실제 개선 작업을 준비하고 나서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경우입니다. 생각 보다 개선이 쉽지 않거나, 개선에 있어서 예상치 못했던 막대한 예산이나 인력 등의 실질적 장애와 맞닥뜨린 것이지요. 이런 경우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해지고, 가능한 조용히 시간이 지나 가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 외 흔치 않은 이유로는 회사가 이미 했던 약속을 단순하게 이슈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활용한 레토릭으로서 간주하고, 실제 개선 활동에는 나서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할 내용 자체가 없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에도 개선에 대해서는 회사가 상당기간 침묵하게 됩니다.

    이해관계자를 짧은 시간 동안 속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완전하게 속이기는 실제로 매우 어렵습니다. 개선을 약속했다면 개선을 정확하게 해서 다시는 종전과 같은 문제가 발생되지 않게 하는 것이 정상적 이슈관리이자 위기관리입니다.

    적극적으로 구체적이며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이 따라주면 이는 명성관리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성공적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는 사후 개선과 변화로서 결실을 맺게 됩니다. 정확한 의미로서의 오버 커뮤니케이션은 그 과정에 있어 아주 기본적인 활동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비합리적 이슈에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사실 이 주제가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면 저희가 대응할 가치가 있을 텐데요. 이번에는 좀 너무합니다. 도저히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아주 극단적이고 비합리적인 논란이거든요. 일부 경영진께서는 대응하지 말라 하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비합리적인 논란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사내에 공유하셔야 할 인식의 기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합리적일 수도 없습니다. 다른 인간들이 합리적일 것이라 생각하는 그 인간도 사실은 비합리적인 상상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합리적인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논란이 꼭 합리적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대응도 그와 같은 현실적인 인식을 가지고 하셔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합리적 의사결정에 익숙하신 경영진의 경우 비합리적인 사회적 논란이 발생되어 회사에 피해를 끼치게 되면, 해당 이슈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 조차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해당 이슈가 왜 그렇게 논란이 되는 건지. 그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이런 비합리적인 논란에 왜 정부나 정치권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개입하려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어 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목격해 온 기업의 이슈관리 케이스 중에 비합리적 논란의 중심에 위치했던 기업이 합리적 대응을 해서 이슈를 관리해 낸 경우가 있을까요? 비합리적 논란에 합리적 대응을 하는 것은 마치 불타 오르는 기름에 물을 뿌려 불을 끄려는 시도와 유사합니다. 대부분의 불은 물을 압도적으로 뿌리면 꺼지는 법입니다. 하지만, 활활 불붙어 있는 기름에는 절대 물을 뿌리면 안 되지요. 비합리적인 대응에 합리적 대응을 하는 것은 기름불에 물을 뿌리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생산해 냅니다.

    불이 붙어 타오로는 기름에는 산소를 차단해 불을 줄여 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생소한 소화 물질인 모래나 흙을 뿌리기도 하지요.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측에서도 비합리적 대응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왜 사과 해야 하지? 우리 회사가 실제로 잘못한 게 무엇이지? 저 이상한 사람들에게 왜 우리 회사가 고개를 숙여야 하지? 어찌되었건 우리가 책임을 수용하기만 하면 논란이 잠재워질까? 우리 회사가 이런 전례를 남기면 추후에도 논란이 잦아지지 않을까? 이 같은 합리적 의문은 일단 잠시 미루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공중 또는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최대한 듣고, 해석해서 회사가 인정하거나 받아들일 사회적 책임 또는 명분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칫 비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대응이라도 명분을 찾아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이 낫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비난을 수용하는 자세를 취하고, 낮은 자세에서 개선과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최대한 공감한다는 커뮤니케이션을 반복하는 것이 훨씬 나은 예후를 보장합니다. 비합리적 논란에는 절대 땔감을 던져 넣지 마십시오. 산소를 차단해 빨리 불을 끄기 위해 필요한 대응은 곧 공감과 사과 그리고 개선의 약속입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실행하십시오. 우리 모두는 합리적이지 않으니까요.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언론에서 소통을 하라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게 며칠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일단 최초 해명은 했는데, 언론에서는 회사가 더 나서서 소통하라 요청하고 있습니다. 추가 의혹에 대해 답을 계속 내 놓으라는 거죠. 저희가 다시 나서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처럼 침묵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부정이슈가 발생했을 때 침묵이냐 대응(커뮤니케이션)이냐 기본적 입장을 정리하는 데에는 많은 변수 검토가 필요합니다. 자주 말씀드린 것과 같이 ‘무조건’ 정해진 원칙은 없습니다. 소통이라는 말이 평소에는 상당히 긍정적 의미로 들리지만, 부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그 의미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일단 침묵이냐 대응이냐 하는 입장을 결정할 때에는 해당 이슈의 성격을 잘 살피셔야 합니다. 이슈 성격상 회사가 나서서 커뮤니케이션 할수록 논란이 커지는 유형이 있고, 그 반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지금 커뮤니케이션 대응을 했을 때 ‘얻는 것’이 많을까, ‘잃는 것’이 많을까 하는 판단입니다. 만약 회사가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해도 논란이 잦아 들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면 차라리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그 커뮤니케이션 대상은 어떤 이해관계자인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규제나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회사가 다양한 쟁점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대응을 하는 것은 자칫 관련 기관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실컷 기관을 자극해 놓고, 그 커뮤니케이션 대상은 소비자들이었다고 해명한다 해도 기관과의 관계는 좋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다음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어떤 메시지와 논리, 그리고 근거를 제시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필요합니다. 일반적 이슈관리 경험상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회사가 그 엄청난 불을 잠재울 수 있는 양질의 메시지, 논리와 근거를 마련해 제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약 제시 가능한 메시지, 논리 그리고 근거들이 부분적이거나, 상충되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일부 회사는 ‘깊은 사과’를 합니다. 사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불을 꺼보려 하는 것이지요.

    그에 더해 예상하셔야 하는 것은 회사가 커뮤니케이션 할 때와 하지 않을 때를 각각 예상하여 어떤 대응이 현재 논란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기사를 줄어 들 게 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초반에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면, 그 후 추가로 여러 번의 커뮤니케이션은 필요 없게 될 것입니다. 어쨌든 시간이 흘러 갈수록 언론의 기존 관심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회사가 계속 해명 하고, 반론을 제시하고, 새로운 반박을 하고, 가시적 행동을 하면, 언론의 관심은 장기화되고 기사량은 줄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부정 이슈와 연관된 회사에게 ‘소통하라’ 요청하는 것은, 회사측 시각에서 보면 더 많고 다양한 기사 주제를 내 놓으라는 언론의 주문과 같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침묵하는가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하는가 하는 결정에는 많은 변수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비유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불을 끄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땔감을 더 이상 넣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만약 무언가를 던져 넣어 불을 끌 수 있는 경우라면 당연히 그리 하는 것이 나은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