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법적 분쟁·수사

  • 31. 원점은 필사적으로 관리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잃을게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위기관리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위기가 발생했다. 그 위기에는 항상 위기관리 주체가 있게 마련이다. 그 위기관리 주체는 왜 위기를 관리해야 할까?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자신(자사)에게 큰 위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스스로 잃을게 많다는 것이다.

    위기를 둘러싸고 존재하는 위기관리 주체와 그 주변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비교해 보자. 위기관리 주체만큼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잃을게 많은 측이 없다. 주변 이해관계자들은 ‘별로 잃을게 없다.’ 그래서 위기 때 이해관계자들이 무섭다 하는 것이다.

    그 중 해당 위기로 의한 직접 피해나 고통을 주장하고, 그에 대한 이슈를 확산시키는 소수 이해관계자를 ‘원점’이라 한다. 위기는 해당 원점의 적대성, 적극성, 활동성, 영향력 등 여러 특징에 따라 그 크기와 파장이 결정된다. 이 ‘원점’을 건너뛰고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어려워진다. 위기 상황과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일정수준 이상 커지면, 관리되지 않은 원점은 ‘더 이상 잃을게 없는’ 보다 강력한 이해관계자로 자리매김한다.

    흔히 변호사들은 쌍방간 법적 갈등을 중재하기 전 자신의 의뢰인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냥 적당하게 합의 하시죠. 그게 지루한 소송을 거치는 것 보다 결과적으로 더 낫습니다.” 하지만, 조언에 처음부터 고개를 끄덕이는 의뢰인은 적어 보인다. 감정이 상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이기고 싶어한다. 상대를 파괴하거나 본 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생각한다. 많은 소송이 이 때문에 활성화 된다. 결국 소송 갈등 쌍방은 상당한 것을 잃은 후 판결을 받는다. 그것이 돈이건, 시간이건, 노력이건, 명성이나 사회적 위치이건 잃는 게 많은 측은 결과적으로 항상 더 불리하다.

    위기관리에서 원점관리도 이와 비슷한 감정 때문에 어려움을 반복한다. 초기 기업은 해당 원점을 법적으로 주로 대한다. 법적 문제가 없다거나 경미 하다는 식으로 원점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원점이 그런 대응으로 인해 관리 될 가능성은 없다. 그 이후 기업은 보다 강력한 법적 대응을 원점에게 예고한다. 원점에게 싸움을 시작하자 하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업은 오히려 ‘자사는 잃을게 없으며, 법적 대응을 통해 이길 확률이 높다’ 생각 한다. 하지만, 원점이 본격적 적대감을 활성화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이슈가 공표되고 확산된다. 온라인 상 공분은 쉽게 만들어 진다. 언론이 이에 주목해 취재를 시작하고 이슈를 더욱 더 확산시킨다. 점점 더 많은 공중이 원점의 주장에 공감한다. 소비자를 포함 시민단체나 정치인들이 슬슬 해당 이슈에 관여 하게 되고, 점차 해당 기업에게 부정적인 피해들이 실제 발생되기 시작한다.

    이 정도 상황이 악화되면 해당 기업에서는 두 주장이 대두된다. “더 이상 원점을 방치하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빨리 원점을 관리해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 하자”는 원점관리 주장이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여기까지 상황이 악화된 이상 이제 와 무슨 원점을 관리하나. 원점에 대한 법적 대응을 더욱 강력하게 하고, 그 외 부분에서 위기관리 하자”는 원점관리 포기 주장이다.

    이 두 주장이 맞부딪히는 상황에서 기업이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가는 최고의사결정권자 판단에 달려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강력하게 살아 움직이는 원점을 방치한 채 주변적으로 진행되는 위기관리는 큰 한계와 마주하게 되니 문제다. 해당 원점이 새로운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쏟아내게 되므로,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은 그 새 상황을 따라가기에도 바쁘게 된다. 그리고는 이내 입을 닫게 된다. 위기관리 자체를 포기하는 형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해당 위기의 원점을 초기에 모든 노력을 다해 관리 성공하게 되면, 그 다음 위기관리는 상당부분 쉽고, 효과적으로 진행된다. 추가적으로 대두되는 새로운 상황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된다. 추가적으로 뛰어드는 이해관계자를 사전에 제한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데미지를 적게 입은 상태에서 위기를 관리 종결시킬 수 있게 된다.

    반면, 원점을 장기간 방치하고, 심지어 위기가 종결될 때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도 원점관리를 거부해 해당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자. 문제 원점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몇 년 후 기업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결국 기업이 얻는 것은 무얼까? 그간 파괴된 기업 명성이나 매출 하락, 영업 데미지, 교체된 경영진, 기업의 법적 조사와 수사 등 여러 살풀이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사람은 ‘잃을게 없는 상대와 맞서 싸우는 잃을게 많은 사람’일 것이다. 원점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자. 원점은 관리의 대상이고, 어떻게 관리해야 문제가 크게 악화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 생각하자. 보다 영리해지자. 감정을 관리하면서 담담하게 손익을 따져 비교해보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홍보실 사람들은 똑똑하던데 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경쟁사를 보면 사실 홍보실이 제일 부럽거든요. 사람들이 똑똑하고 일을 잘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홍보실은 존재감이 없어져요. 평시에는 그렇게 열심히 일 잘하는데, 왜 위기가 발생하면 맥을 못 추는 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럴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렇죠. 그런 회사들이 꽤 많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저도 여러 홍보실 분들과 이야기를 해 보고, 직접 그 회사에 들어가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지켜보고 하면서 발견한 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정리해 보면 위기관리는 개인전이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체전인 것이죠.

    평소 홍보를 보면 그 진행되는 방식은 마치 야구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똑똑한 홍보실 사람들이 수위 타자로 출격해서 연이은 안타나 홈런을 치고 점수를 따내는 형국을 상상해 보시면 이해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수비는 하지 않고 대신에 돌아가며 타석에만 서는 게임에 그 모습을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해 그에 대응하는 상황을 보면, 마치 축구를 연상하게 됩니다. 11명이 함께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그런 게임이죠. 더구나 상대방 팀도 우수한 11명으로 구성되어 역으로 자사의 골대를 노립니다. 앞에서처럼 공수가 바뀌지 않고 홍보실이 타석에만 서는 반쪽 형식의 야구 상황과는 확 다른 게임이 돼 버리는 것이죠.

    일단 골기퍼는 대표이사가 맞습니다. 수비는 각 부서 임원들이 맞고요. 공격수로 홍보실이 있지만, 다른 공격수들도 많습니다. 대관부서도 있고, 법무부서도 있습니다. 영업, 마케팅, 기술, 재무 등의 부서들도 한쪽 필드를 담당합니다. 이 팀을 위기관리팀이라고 하죠.

    상대편은 어떨까요? 청와대가 있습니다. 공정위나 국세청, 경찰, 검찰도 필드를 뛰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와 언론도 선수 리스트에 보입니다. 안티 고객과 정치인들도 보입니다. 주민들과 온라인 공중들도 몸을 풀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게임에서 회사와 겨루어야 하는 상대방 팀입니다.

    이 게임에서 상대팀을 볼 때 우리 회사의 홍보실 선수가 아무리 호나우도나 메시급이어도, 혼자 뛰어 상대팀을 이기기는 힘들 것입니다. 홍보실이 공을 패스하며 상대 진영에 빛의 속도로 달려 들어가도, 재무부서 선수가 공을 받아 흘려 버릴 수 있습니다. 법무팀 선수가 홍보실 선수에게는 공을 안주고 홀로 몰고 들어가다 상대편 검찰 선수에게 공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니 그 법무팀 선수는 용병(로펌)이었습니다. 그에 더해 주장인 골기퍼(대표이사)가 골대는 지키지 않고, 공격수 자리에서 직접 공을 뻥뻥 차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뒤에서는 수비수 임원들끼리 서로 공격 하면서 상호간 발목을 부러뜨리기도 합니다. 벤치에서는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는 여러 실세들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편인 이해관계자들은 각자 역할을 맡아 우리 회사의 필드를 폭 넓게 뛰어 다니며 슛을 쏘는데, 우리 회사 선수들은 각자도생에 일사불란함을 잊은 지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시죠. 승패를 떠나 우리팀 스스로 ‘난장판’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홍보팀이 똑똑할 수는 있습니다. 법무팀도 그렇고 대관도 그렇고 모두가 똑똑한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각자 좋은 선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강력한 여러 상대가 있고, 그 상대들이 하나의 멋진 팀을 이루어 공격 할 때, 홀로 나가 싸워 이길 만큼 대단한 선수들은 사실 존재하지 않습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똑똑한 홍보실 사람들이 위기가 발생할 때 마다 그 존재감을 잃는다면, 그 이유는 그 회사의 위기관리팀이 제대로 팀워크를 형성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팀 차원에서 이기겠다는 의지가 없거나, 이길 역량이 대부분 안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선수들 사이에 사일로(silo)가 있거나, 정치적으로 게임보다 상호간 견제에 더 신경 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안에서 한숨을 쉬고, 아쉬워하는 홍보실 선수들이 몇몇 있다 해도, 그 팀이 제대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아마 그래서 위기 때면 홍보실이 보이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3. 반면교사 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편] 반면교사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개인이 법정에 서게 되는 경우를 한번 상상해 보자. 그 이전에 변호사에게 자문을 얻어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살펴보게 된다. 변호사에게 유사 혐의의 경우 어떻게 재판이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경우 별로 판결은 어떻게 났었는지를 자문 받을 것이다.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본이 그렇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비슷한 노력이 진행된다. 물론 그 노력은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진행되는 것이 좋다. 가만히 살펴 보면 하루에도 몇 건씩 기업관련 위기나 이슈가 발생한다. 그 각각이 오프라인 언론에서 주로 회자되는지, 온라인상에서 떠들썩 한지, 온,오프라인을 공히 시끄럽게 만드는지 정도가 다르다. 해당 이슈나 위기가 생각보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의외로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심각해 보이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자사와 관련 있는 동종 업계에서만 독특하게 발생하는 이슈나 위기도 있을 수 있다. 관련은 없어도 일반 기업이라면 공히 경험할 수 있는 이슈나 위기도 있을 수 있다. 최근 사회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나 위기 유형도 있을 수 있다. “이상하게 이슈나 위기는 몰려 다닌다”하는 이야기처럼 비슷한 유형의 이슈나 위기가 연이어 이 기업 저 기업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경우들을 미리 살펴보고, 그 각각에서 유의점, 방지책, 대비책, 대응 방식 등을 미리 살펴 챙기는 것을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반면교사(反面敎師)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반면교사가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적용되어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과 크게 다른 위기관리 역량을 보유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위기관리 교과서에서 공통적으로 반복하는 주문이 바로 “준비하라”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적용하는 반면교사는 그 “준비하라”는 주문을 그대로 따른 아주 충실한 실행인 셈이다. 반면교사 하다 보면 자사의 문제를 더욱 더 생생하게 인지하게 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저 OO회사가 경험한 위기가 우리에게도 발생 가능한 것인가?”하는 질문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에게 유사한 위기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저 OO회사와 다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OO회사와 다른 대응을 진행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 역량은 무엇인가?” “만약 우리도 저 OO회사와 같이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사전에 개선 또는 강화해야 할 부분은 어떤 부분들인가?” “우리가 저 OO회사보다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 못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 것인가?” 이런 수 많은 질문들이 반면교사 과정에서 이어진다.

    그러나 현실로 들어가보면 대부분 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유사 또는 타 업계에서 발생한 기업 이슈나 위기들에 대해 실제로는 관심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이슈가 있었어요?” “언젠가 이야기는 들어 본 것 같은데 그랬었군요” “(단순히) 재미있네요”하는 반응들이 그래서 흔하다.

    물론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주업이 위기관리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기업 위기관리 역량 제고 관점에서 이 반면교사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최소한의 관심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사내 위기관리 조직을 중심으로 한 정기적인 반면교사 세션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발생하는 기업 위기의 유형을 보면 상당수가 ‘이미 다른 여러 기업이 한번 이상 경험했던 유형’이다. 이 때문에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이슈나 위기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일부는 ‘자사도 한 두 번 이상 이전에 경험했었던 이슈나 위기 유형’이다. 이 부분이 재미있다.

    발생한 이슈나 위기를 ‘시험문제’에 비유해 보면 대부분이 ‘기출 문제’였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일부는 자기가 풀었던 ‘아는 문제’라는 것이다. 만약 자사가 기출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풀어 정답을 찾아 놓았고, 이미 한두 번 풀었던 아는 문제에 대한 정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번 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게 치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기출문제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기업이다. 게다가 이미 풀었던 문제의 정답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문제는 더욱 더 클 것이다. 다른 기업이 풀었던 이슈나 위기를 새로운 것처럼 풀고 있는 기업을 상상해 보자. 이미 풀었던 문제도 전혀 기억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며 오답을 적는 기업을 상상해 보자. 상상만해도 안타깝지 않은가?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들이 위기관리 컨설턴트를 불러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이와 유사한 위기들의 경우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었나요? 그 때 각각의 성공 요인이나 실패 요인들은 어떤 것이었는지 좀 알려주세요”와 같은 질문이다. 물론 전문가에게 의지한다는 느낌은 있지만, 기업차원에서 그리 적절한 질문은 아니라고 본다. 그 만큼 평소 다른 기업의 이슈나 위기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평소 관심이 중요하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려는 기업이라면 다른 여러 이슈 및 위기관리 케이스들에 대한 관심은 필수다. 거창하게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이라는 말까지 꺼내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기업 내부에서 위기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관심을 한번 꺼내 살펴보자는 것이다. 그런 관심이 현재 존재하는가? 살아있는가?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들킨 기업, 들킬 기업 그리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미국 위기관리 명언에 이런 말이 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기업이 있다. 위기를 경험 한 기업과 위기를 경험 할 기업이다” 즉, 어떤 기업도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위기를 일단 경험한 기업은 그 위기로부터 반면교사를 찾아 다시 동일한 위기를 경험하지 않게 노력하라는 의미다.  또한 앞으로 위기를 경험할 기업은 미리 준비해서 더 나은 위기관리에 힘쓰라는 의미다.

    이 명언에서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위기를 ‘경험 한’ 기업과 ‘경험 할’ 기업이라는 표현이다. 분명히 위기를 ‘만든 기업’과 ‘만들 기업’이라는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특정 기업이 위기를 단순히 ‘경험’하는 것과 위기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죤슨앤죤슨은 위기를 만들지 않았다

    ‘위기를 경험한다’는 것은 위기의 원인이나 책임 대부분이 기업에게 있지 않을 때 사용 가능한 표현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수 십 년간 위기관리 성공 케이스로 이야기하는 죤슨앤죤슨의 타이레놀 케이스를 기억해 보자. 그 케이스에서 죤슨앤죤슨은 해당 위기를 발생시킨 주체가 아니었다. 독극물 타이레놀 사태를 일으킨 주체는 악의를 품고 정상 제품에 독극물을 넣은 범죄자였다. 죤슨앤죤슨은 일종의 피해자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을 보이면서 환자와 그 가족들을 보호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핵심이다. 죤슨앤죤슨은 해당 위기의 원인이나 책임에서 자유로웠다. 이런 경우 ‘죤슨앤죤슨은 위기를 경험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만약 죤슨앤죤슨이 생산 부실로 독극물이 포함된 타이레놀 제품을 시중에 판매하다 소비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떨까? 만약 죤슨앤죤슨 직원의 실수로 문제의 타이레놀을 생산 판매했었다거나, 죤슨앤죤슨 경영진의 지시로 비용절감을 위해 용량을 달리하다가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런 경우에는 우리가 단순히 ‘죤슨앤죤슨은 위기를 경험했다’는 표현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절대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이런 경우 ‘죤슨앤죤슨은 위기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위기를 만든 기업이 문제다

    위기를 만든 기업이라는 의미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대부분 평시 위기에 대한 개념이나 관심이 전혀 없는 기업들을 일컫는다. 경영적 의사결정은 물론 일선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과정들에 걸쳐 전혀 위기관리 마인드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다.

    최근 케이스들을 보자. 얼마 전 모 대형 병원에서 신입 간호사들에게 원내 행사장에서 걸그룹 댄스를 공연하게 하다 논란이 된 경우가 있었다. 선정적인 복장을 입게 하고, 간호사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선정적인 춤을 추게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병원측은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사려 깊지 못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했다. 어떻게 수년간 그런 문제의 전통이 이어졌는데도 해당 병원 내 의사결정자들은 한번도 문제 가능성을 인식하지 않았을까? 문제 소지는 예상했어도 개선 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런 병원의 케이스를 보면 이 병원은 위기를 경험한 기업이라기 보다는 위기를 스스로 만든 기업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어떤 기업은 생산 과정에서 오염된 식자재를 정상 제품에 섞어 쓰다가 크게 논란이 되었다. 이런 경우에도 사내에서 그 누구도 이런 생산 관행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누군가 문제를 지적했었지만 개선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생산 시설에서 일하던 내부고발자가 해당 관행을 언론에 제보하고 난 뒤에 이 기업은 허둥지둥 위기관리에 나섰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위기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사려 깊지 못한 것은 곧 죄

    평소 조금만 사려 깊었으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으면, 조금만 개선했으면 이런 위기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이와 비슷한 사려 깊지 못한 관행을 계속하고 있는지 모른다. 유사한 위기와 논란은 계속 이어져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또 다른 개념인 ‘위기를 만들 기업’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 일까? 이전에 두 가지 케이스를 들었다. 신입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걸그룹 댄스 공연을 시켰던 병원과 오염된 식재료를 재활용했던 기업 케이스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한 호텔에서는 지난 송년회에서도 신입 직원들에게 그 병원과 동일한 걸그룹 공연을 요구했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바로 몇 달 전에 동일한 논란을 목도했음에도 그 호텔은 전혀 그 문제에 공감하거나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신입들은 그렇게 해 왔는데, 이게 무슨 문제냐 하는 식의 분위기라고 전해 들었다.

    오염된 식재료를 재활용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식약처나 여러 규제기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안다. 그런 생산 관행을 계속 유지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다. 이런 기업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곧 ‘위기를 만들 기업’이라는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위기로까지 대두되지는 않았지만 빠르면 다음달에서 올해 내 한번 정도는 위기를 만들어 낼 기업이 될 수 있다.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이라는 비아냥

    그러다 보니 기업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우리나라에는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 이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농담을 한다. 위기를 만드는 기업과 위기를 곧 만들 기업간에 공히 적용되는 말이다. 위기를 만들다가 들키면 위기를 만든 기업이 되는 것이고, 들키지 않았다면 위기를 만들 기업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상당한 냉소다. 대체 기업들이 얼마나 위기관리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도 없다는 의미인가? 국내에서 발생한 여러 위기 케이스들을 살펴 보자. 기업들은 대부분 이미 전례가 있었고, 상당히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아주 익숙한(?) 위기를 계속해서 반복 경험하고 있다.

    어느 기업에게도 전례 없던 생소한 위기만 경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고객개인정보 유출 케이스를 보자. 전혀 생소하지 않다. 이미 사회적으로도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고객정보유출 위기를 경험하는 기업들은 끊이지 않는다. 뻔하게 알고 있는 위기인데도 생소한 듯 이어서 돌아가며 경험한다.

    기업 오너들의 직원 폭행이나 폭언 유형도 보자. 이제는 거의 놀랍지도 않을 만큼 익숙하다. 이미 관련된 많은 기업 오너들이 언론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검찰에 소환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더 이상 다른 기업 오너가 유사한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진짜 그럴까? 앞으로는 기업 오너의 직원 폭행이나 폭언 논란이 사라질까?

    갑질 논란도 마찬가지다. 영업망을 통해 밀어내기를 하고, 영업대리점들을 압박하고 폭언하고 하는 관행들이 얼마나 자주 문제가 되었나? 그로 인해 대표이사가 실형을 판결 받고,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받고 하는 위기가 얼마나 많았나?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그와 유사한 갑질 논란을 더 이상 볼 수 없을까?

    전혀 새롭지 않은 위기를 놀라며 맞는 기업들

    기업들은 동일한 위기를 반복해서 그리고 서로 돌아가며 경험한다. 아니다. 정확하게는 동일한 위기를 반복해서 그리고 서로 돌아가며 ‘만들어’ 낸다. 우리가 특정 위기와 관련해 아는 기업은 ‘들킨 기업’일 뿐이다. 그렇다면, 국내에는 동일한 위기를 지금도 만들고 있는 수많은 ‘들킬 기업들’이 존재 하고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필자가 종종 기업 임원들과 위기관리 워크샵을 하면서 질문하는 것이 있다. “이 내부 이슈가 만약 언론을 통해 보도 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라는 질문이다.  많은 임원들이 각자 위기에 대한 정의와 위기관리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정리해 보기 위해 하는 질문이다. 임원들은 누구나 언론에 대한 인식이나 두려움이 있어 이런 질문은 대체적으로 유효하다.

    만약 그러한 질문에 “(언론에 보도 된다면) 큰일이 나겠지요. 아마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이 이어질 것입니다. 규제기관이 개입해서 검찰 조사도 받을 거고요. 매출이 완전히 하락해서 회사 존립도 위태로워 질 것입니다.” 이와 같은 답변이 나오면 그 내부 이슈는 엄청나게 위험한 위기요소라는 의미다. 그에 더 이상 이의들은 없게 된다.

    그렇다면 그 회사는 위기요소로 까지 받아들여지는 그 내부 이슈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하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하는가? 누가 리드하고 책임지고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인가? 이런 논의가 이어져야 위기는 관리될 수 있다. 그런 기업은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언론에 보도되어도 떳떳한 기업이 되자

    무엇보다도 가장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언론에 어떤 내부 이슈들이 보도 되어도 항상 떳떳할 수 있는 기업일 것이다. 내부 이슈 하나 하나가 이미 위기관리 관점에서 문제 없는 것들로 이어질 때 가능한 경지다. 사소해 보이는 문제도 바로 감지해 개선하고 트레킹하는 체계가 갖추어진 기업일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매번 내부이슈가 불거지면 노심초사하며 언론이나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만 하는 기업들도 있다. 심지어 홍보실을 위기관리센터라고 부르면서 자사의 이슈가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방어하고, 보도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만 지속하는 기업들이 있다.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들킬까 고민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이 많은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새롭게 시작된 2018년에는 우리 기업들이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이라는 비아냥에서 좀더 자유로워 졌으면 한다. 사내 주변을 돌아 보면서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공유해 보았으면 한다. 저 회사가 경험한 위기를 우리 회사는 절대 똑같이 경험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2018년에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

    한번은 기업도 실수 할 수 있다. 그 위기 경험이 앞으로 큰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최고경영자로부터 일선 직원들에 이르기 까지 한번 경험한 위기는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앞으로 우리가 경험 할 수 있는 위기들이 과연 어떤 것 들인가 미리 예상하고, 불필요한 위기 경험을 피해 나가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행복하고, 규제기관이 할 일이 없어지고, 시민단체들이 만족하며, 직원들이 안정감을 가지는 그런 기업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만약 과거와 같이 새해에도 다름이 없다면, 위기를 만든 기업과 만드는 기업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들로 사회는 더욱 어지러워 질 것이다. 그에 더해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으로 양분되던 냉소에 한 유형의 기업이 더 늘어 날 것이다. ‘반복해서 들킨 기업’이 그 유형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미 여러 위기 케이스를 통해 일반 공중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또야?”라고 말하는 기업 위기 케이스들이 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바로 ‘반복해서 들킨 기업’이다. 이런 기업에는 심지어 아주 경험 많은 위기관리조직까지 존재한다. 아이러니다. 위기를 예상하고 준비해서 위기를 사전에 관리한 경험이 많은 위기관리조직이 정상이다. 동일한 위기를 자꾸 반복해 관리 하다 보니 경험이 쌓여버린 위기관리 조직이라면 말은 다한 것이다.

    “실수를 반복한다면 이는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결단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내에 존재하는 ‘위기유발 의지’를 이길 수 있는 ‘위기관리 역량’은 있을 수 없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결단이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2018년에는 지난 해보다 훨씬 더 크고 적극적인 위기관리 의지와 결단이 생겨났으면 한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해지고 편안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있기를 바란다. 들킬까 두려워하는 그 고통이 모두 없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예산 없이 위기관리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 때마다 가장 힘든 게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별도 예산을 마련해 놓지도 않을 뿐 더러, 실제 지출에도 민감해 하거든요. 여러 위기관리를 예산 없이 좀 어떻게 안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군비 없이 가능한 전쟁이 있을까요? 기업 위기관리도 그렇습니다. 일단 문제가 생긴 상황을 관리 하는데 예산이 없다면 무엇으로 관리가 되겠습니까?

    초기 관리가 필요한 원점의 경우에도 예산 없이 관리되는 원점이라면, 그 원점은 애초부터 문제를 거론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제가 돈을 바라고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원점이 가장 무서운 원점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치명적인 제품 하자 이슈를 관리할 때도 예산은 핵심 중 핵심입니다. 리콜은 돈으로 하는 것입니다. 배상도 마찬가지죠. 배상의 범위나 대상 또한 예산에 의해 정해지는 것입니다.

    생산시설 사고나 안전 사고는 또 어떻습니까? 이에 대비해 각종 보험을 들어 놓는 이유가 바로 예산 때문입니다. 사상자를 관리하는 것도 사실 상당부분 예산입니다.

    규제기관의 처벌을 받게 되어도 그렇습니다. 과징금이나 벌금을 예산 없이 다른 방식으로 가늠할 수 있는 수가 없습니다. 주어진 과징금을 줄이려 소송을 하는 데에도 예산은 필요합니다.

    심각한 논란에 기반해 다툼의 여지가 생겨났을 때도 로펌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예산이 있어야 합니다. 여론의 법정에서 정상참작을 받으려 해도 예산 없이는 탁상공론만 이어집니다. 언론을 통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에도 공짜가 없습니다.

    하다 못해 해명을 하고 사과 광고를 함에도 예산은 필요합니다. 공짜라고 인식되는 홈페이지 팝업이나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영향력을 가지려면 예산 없이는 어렵습니다.

    위기관리는 곧 경영입니다. 기업 경영이 어찌 예산 없이 되겠습니까? 문제는 예산이 아예 없는 기업이라기 보다, 평소 마케팅 영업 예산을 충분히 쓰며 경영 해 왔던 기업의 경우입니다. 돈을 버는 업무에는 예산이 아깝지 않은데, 돈이 썰물처럼 나갈 것 같은 위기 시에는 예산을 아껴보려는 마음이 생기는 기업이 문제입니다. 결국 주판알을 튕기다가 여러 부분에서 실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 활동을 하는 일선 인력들에게 꼬박꼬박 영수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전에 지출 허가를 받고 나서 지출하라는 지시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컴플라이언스를 이야기하면서 일선의 위기관리 활동 자체를 꽁꽁 묶어 놓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어떤 기업의 경우는 위기관리 대행사를 경쟁비딩을 통해 선정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 때문에 비밀준수 가능성과 제대로 된 위기대응 타이밍을 저 멀리 놓쳐 버리기도 합니다. 이건 조직 유연성의 문제입니다. 위기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당황스러운 체계입니다.

    예산 없는 위기관리란 없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예산 없는 개선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대부분의 기업은 개선과 재발방지를 약속합니다. 그후 예산이 없다며 시간을 끌고 모면 전략을 씁니다. 일정 기간 후 당연하게도 동일한 위기는 다시 발생하게 됩니다. 이쯤이면 스스로 위기를 만드는 셈입니다. 예산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변론서로 입장문을 만들어도 되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가 큰 소송을 하고 있는데요. 언론과 온라인에서 관련해 여러 논란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저희가 입장문을 써야 하겠는데, 시간도 없고 해서 법정에 제출했었던 변론서 내용을 좀 편집해서 입장문에 넣어볼까 합니다. 괜찮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주의를 기울이실 필요가 있습니다. 변론서라는 것 자체를 여러분들께서 그나마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사건의 자초지종이 잘 정리되어 있고, 우리측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소송이라는 특성상 분명 상대방이 존재합니다. 만약 언론과 온라인에서의 논란도 그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생겨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그 상대방의 주장이 일부 또는 상당부분 언론이나 온라인 공중을 자극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사의 변론서를 한번 보시죠. 우리측의 주장이 들어있어서 그러한 논란에 맞선 우리의 입장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좀더 제3자 입장에서 변론서를 읽어 보시거나, 상대방 입장에서 읽어 보신다면 받아들여지는 사실관계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드러나 보일 것입니다.

    원래 변론서란 그런 것입니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 들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틀리고, 우리가 맞다’는 내용입니다. 거기에 또 법적 다툼의 입장이 들어가 있습니다. 대부분 우리의 행동에 있어 상대방측에서 주장하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요지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는 법적 문제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관계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것과 상당부분 차이가 존재 합니다. 물론 이런 차이가 법정에서는 다툼의 소재가 되곤 합니다. 재판장이 비교해서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절차를 거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그리 큰 문제는 없어집니다

    그러나 만약 그런 안정적이지 않은 변론서를 그대로 줄여 자사의 공식 입장문에 싣게 된다면, 앞서 이야기한 여러 사실관계의 차이와 상대방 주장에 대한 공격성은 그대로 포함되게 됩니다. 최초 상대방이 원했던 논란을 줄이기 보다 더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원래 소송이 진행 중인 법정과 별도로 여론의 법정이 하나 더 차려져, 여기에서도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프로세스가 더해집니다.

    기업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입장문을 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변론서 기반의 입장문을 내게 되면 그 목적은 물 건너 가게 됩니다. 여러 다툼의 여지를 가지고 다시 여론의 법정에서 논쟁을 시작해야 할 뿐입니다. 상대방은 그 차이와 다름에 대해 다시 반박 할 것입니다. 그에 대해 기업측에서는 다시 한번 그에 대한 재반박을 고안하게 됩니다. 끝 없는 공방이 무의미하게 지속됩니다.

    보다 성공적인 입장문은 언론 및 온라인 공중의 입장에서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포함된 것이어야 합니다. 사실 그들은 우리와 상대방 둘 중 누가 맞고 틀리고를 알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들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논란이면 더더욱 그들은 기업이 어떻게 반응 할 것인가를 주목합니다. 만약 기업이 생각보다 공손하고, 배려 깊고, 괜찮은 생각과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면 논란은 상당부분 해소되거나 급속히 사라지게 됩니다. 기업의 입장문의 목적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죠.

    소송 관련한 논란에 있어서는 최대한 간단하게 소송내용에 대한 핵심을 정리한 후, 그에 대해 자사의 입장을 담담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와 함께 언론이나 온라인 공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으로 대부분을 채우는 것이 전략적입니다.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입장으로 삼는 그 프로세스가 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입니다.

    관련 개념 · 입장문, 해명문, 사과문은 어떻게 다른가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정신 없이 무언가는 하고 있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위기가 발생 해 위기관리팀이 소집 되었습니다. 각 부서별로 위기관리 경험이 없어, 외부 자문회사에 연락해 자문을 얻고 있습니다. 문제는 부서별로 한 두 개 자문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거죠. 여러 부서가 무언가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불안합니다. 어떡하죠?”

    컨설턴트의 답변

    가끔 그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는 기업이나 조직이 있습니다. 발생한 위기가 너무 생소하고 위급하다 느끼다 보니 다양한 외부 자문회사들에게 상당히 많은 SOS를 치는 거죠. 심지어 직간접적으로 해당 기업 위기관리팀에 연결된 외부 자문사들이 십여 개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해당 자문사들이 인하우스 위기관리팀의 리더십하에 일사불란함을 가지고, 각 전문분야별로 협업이 잘 이루어진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경우에는 각 자문사들이 서로간 중복되는 업무를 반복하게 됩니다. 위기관리팀에 소속된 각 부서들이 중구난방으로 자문사들을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각 부서들이 옆 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는 자문사가 어떤 회사인지 알지 못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위기 시 법무팀이 로펌을 고용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일부는 로펌을 경우에 따라 복수로 고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로펌에게 요구하는 위기관리 업무가 단순히 대소송 관련 업무가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그 업무 외에도 대언론전략을 짜라 요구한다던가, 사과문이나 해명문 초안을 짜 달라는 부탁도 합니다. 피해자와의 협상안도 요구합니다. 물론 대부분 로펌들은 이런 업무에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해당 요구들을 수용합니다.

    전문사에 대한 이런 비전문적 업무 요청을 한 부서가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부서들이 엇갈려 가면서 하고 있다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회사에게 법적 소송전략이라던가, 향후 검찰 조사 대응 프로세스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경우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도 있을 만큼 두서 없는 업무 지시가 내려오는 것이죠.

    인하우스 내부적으로 당황스러움과 혼동이 있기 때문에, 궁금한 것도 많고, 빨리 여러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자문사들이 대부분 유사한 중복 업무를 하게 됩니다. 동일한 이슈에 대해 로펌도 언론대응안을 만들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사도 언론대응안을 만들게 되는 것이죠. 외부에서 개인적으로 자문하는 전직 언론인도 언론대응안을 만듭니다. 인하우스 위기관리팀 내부에서 ‘A라는 부서가 언론 대응안을 만들고, B라는 부서가 소송 전략과 대응안을 만들어라, C부서는 피해자 협상안을 만들어라’ 같은 역할과 책임 배분이 있어야 했는데,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여러 언론대응안이 만들어 지면 얼핏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전문 회사와 비전문 회사들이 각자 언론대응안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것들이 취합되면 더욱 더 언론대응 결정은 어려워 집니다. 그 대응안을 내부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해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그런 역량이 존재하기 힘든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딱히 그렇게 어려운 노력을 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일단,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위기관리팀은 빨리 마주 앉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문사를 통해 조력을 얻으려면 그들 또한 같이 마주 앉아 부서별 역할과 책임을 정확히 배분해야 합니다. 당연히 자문사들은 위기관리팀 내부에 공히 알려져야 하고,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내부적으로 관제 되어야 합니다. 중복 업무는 없애야 하고, 자문사 전문성에 맞지 않는 업무는 맞는 자문사에게 돌려야 합니다. 자문사간에도 협업 마인드가 생길 수 있게 지원해야 합니다. 기업 위기관리팀은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되어 갈지는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이라뇨?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두 가지 기업이 있다면서요, 하나는 들킨 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들킬 기업이다 라고 하더라고요. 최근 여러 이슈들을 보면 일부 공감도 됩니다. 왜 기업들이 문제를 이리도 개선하지 못 하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미국에는 원래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기업이 존재한다. 위기를 경험한 기업과 위기를 경험 할 기업이다.” 이 말의 의미는 ‘위기는 피할 수 없으니 기업은 철저히 준비해서 사전과 사후에 위기를 잘 관리하라”는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나 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질문에서 예를 드신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 의미는 한국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부정 이슈를 잘 살펴 보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굳이 최근 이슈로만 한정하지 않아도 상당히 많은 이슈들은 해당 기업이 이미 ‘인지하고 있던 이슈’인 경우들입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모르고 있던 이슈’와는 또 어떻게 다를까요?

    쉽게 풀어 사람으로 기업을 비유해 보시죠. 어떤 사람이 어느 날 스스로 ‘질환 증상’을 인지하게 됩니다. 왼쪽 가슴 쪽이 심상치 않은 거죠. 예전에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의사 진단을 받은 적도 있어서 ‘아, 내가 다시 심장에 이상이 오고 있구나’ 인지 하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그런 이상 증상이 인지되면 그 사람은 바로 병원으로 가 더욱 더 구체적인 진단을 받고, 수술이나 치료를 받을 것입니다. 이는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하겠다는 자신의 ‘의지’가 전제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반대로 그런 이상 증상을 인지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고 별일 아니라는 듯,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는 활동을 지속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음속에서는 찜찜하지만, ‘큰 문제까지는 생기지 않을 것 같아’라는 기대만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심장마비가 옵니다. 다행히 병원에 실려와 조치를 받아 살아나긴 했습니다. 이 사람은 왜 알고 있던 병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요? 이는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하겠다는 ‘의지’가 약하거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위기를 반복하고 외부로부터의 반면교사가 없는 기업들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 글을 쓰고 읽는 현재 이 시간에도 비서를 성추행하는 기업 오너들이 어디엔가 있을 겁니다. 운전사를 폭행하고 심한 욕설을 하며 이동하고 있는 기업 오너나 임원들도 있을 것입니다. 노예계약이나 황당한 근무규칙을 공공연히 교육하는 기업도 있을 겁니다. 하루 업무 내내 밀어내기에 열중인 사원들도 있을 겁니다. 오염된 원재료를 재활용하고 있는 생산직원들도 아직 있을 겁니다. 그렇게도 많은 전례가 있었고, 실패사례가 있었음에도 개선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아까도 말했듯 이분들은 대부분 ‘지금 내가(우리가) 하고 있는 이 행위가 언젠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은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이 적절한 개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의지로 까지 연결되지 않는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강력한 의지’는 누구의 몫일까요?

    당연히 위기관리 의지는 최고의사결정권자로부터 나옵니다. 그에게 위기관리 의지가 없다면 위기관리는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는 행위가 돼 버립니다. 더욱 심하게 표현해 그분에게 ‘위기관리 의지’보다 ‘위기유발 의지’가 더 강하다면. 예를 들어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거래처를 쪼아서 매출 타겟을 맞춰야겠어’ ‘나중에 공정위나 검찰에 고발 되더라도 일단 이 문제는 우리 방식대로 처리하자. 나중에 예상되는 문제는 그 때가서 보고…” 이런 최고의사결정권자 의지가 존재한다면 더더욱 진정한 의미로서의 위기관리는 ‘쓸데 없는 짓’이 되고 맙니다.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을 넘어 최근에는 더욱 더 심각한 기업이 나타나고 있기도 합니다. 그 유형은 ‘다시 들킨 기업’입니다. 언론과 정부기관, 사회단체들부터 소비자들까지 아무리 크게 비판 하고, 처벌을 추진하고, 문제 개선을 직접 요구해도 이런 문제 기업은 별반 달라질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모든 기업이 다 그렇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 보다 많은 기업들이 ‘의지’를 가지고 보이지 않는 개선을 통해 문제의 뿌리를 없애는 위기관리를 성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계속 더 나은 방향으로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탈을 반복하는 의지박약 기업들이 도리어 더 비판 받는 것이죠.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 시 일반 공중과 싸우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꼭 위기 시에만 싸우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평시에도 일반 공중과의 싸움은 기업에게는 금물이다. 일반 공중이라는 것 자체가 실체가 없다. 어렵게 싸워서 얻을 것도 없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위기가 발생 해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위기관리 시기에 있어 일반 공중과의 전면전이나 집중적인 대결은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되면 내부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사람들이 너무 이 분야를 잘 몰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들 한 마디씩 하니 미치겠네” “사람들이 정말 무식해, 합리적이지도 않고, 그냥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비판만 해대는군” “억울해서 미치겠어. 사람들이 왜 저렇게 벌떼처럼 몰려들까?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위기를 맞은 그 회사 내부에 들어가 있으면 이런 푸념들이 이해가 된다. 공중은 절대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거나, 정보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거나, 차분하거나, 교양 있지 못하다. 이를 평소에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자주 강조하지만, 위기를 맞은 기업의 위기관리팀은 이내 그런 전제를 망각하곤 다시 똑 같은 푸념을 한다.

    게다가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환경이 이런 푸념들을 자극한다. 예전에는 기업이 일반 공중의 비판을 피부에 와 닿게 느낄 수 있는 채널이 그리 많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대 회사로 걸려오는 사람들의 항의전화나, 영업이나 매장 또는 거래처 일선에서 들어오는 이야기들, 홍보실을 통해 수렴되는 기자들의 이야기 정도가 일반 공중의 일부 여론을 감지할 수 있는 통로였다. 그나마 일선에 있지 않는 의사결정자들은 그 마저 간접적인 보고로 약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채널들이 실시간으로 왱왱대고 있다. 위기를 맞은 기업의 구성원 누구든 바로 몇 번만 클릭하면 생생한 날 것 그대로의 공중 반응을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보다 더욱 더 자세하고, 강렬하고, 아프고, 심각하게 느껴지는 비판을 두 눈으로 접하게 돼 버린 것이다. 당연히 간접적으로만 느끼던 의사결정자들은 일반 공중의 반응을 달리 보기 시작하게 된다. 실제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공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지금이라도 어떻게든 당장 그들을 설득하거나 맞서지 않는다면 금새 회사가 망가져 버릴 것 같은 착시를 가지기도 한다.

    흥분한 의사결정자들은 위기관리팀에게 “어떻게든 해보라”는 지시를 한다. 엄청난 산불이 번져오고 있는데, 위기관리팀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자신이 읽었던 이곳 저곳의 댓글을 읽어보라고 한다. 사실이 아닌 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회자되고 있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어쩌자는 거냐고 이야기한다. 일부에서는 악의적인 공중들이 보이는 데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든 통제해야 하겠다는 이야기도 한다. 법무팀이 동원되고 로펌을 만나러 다니면서 대응을 위해 그 각각의 악의를 평가하기도 한다.

    흥분을 가라 앉혀라

    흥분을 조그만 가라 앉히고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현재 자사가 관리해야 하는 것이 위기 그 자체인지 아니면 일반 공중들의 비난과 비판인지를 먼저 갈라 생각해 보자. 일반 공중의 그러한 이상 행동들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기억해 보자는 것이다.

    맞다. 위기의 내용으로부터 온 것이 아닌가? 위기 그 자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이 골치 아픈 일반 공중들도 조용해 지지 않게 될 것 아닌가? 그렇다면, 당면한 위기를 한 시간이라도 빨리 해결해 마무리 해야 일반 공중들의 이상 행동도 점차 잠잠해 지고, 그들로부터의 고통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위기가 ‘병’이라면, 일반 공중의 이상행동들은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넘어져 팔꿈치가 크게 까졌다, 그래서 팔꿈치와 전신에 걸친 고통을 느끼고 있다 생각해 보자는 거다. 그 고통을 점차 없애기 위해서는 빨리 병원에 가서 까져서 피가 흐르는 상처 자체를 치료해야 한다. 그 뿐이다. 너무 아프다면 진통제를 먹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치료를 건너뛰거나 포기하며 진통제만 먹고 그 상처가 아물 때만 기다릴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간단한 우선순위와 역량집중에 대한 이야기도,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금새 잊어버리는 기업 위기관리팀이 있다. 일반 공중의 비난과 비판이 너무 아파서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일단 차치하고, 자꾸 앞으로 나가 실체 없는 일반 공중들에게 하소연 하고, 해명을 시도한다. 일일이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 들어 정보를 확산시켜보려 노력한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공간에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한다. 그러다가 지나치게 악의적인 공중으로 보이는 사람들과는 또 맞서 싸우기까지 한다. 스스로 그걸 위기관리라 생각하는 직원들도 있다. 착각이다.

    증상과 싸우지 마라

    항상 기억하자. 위기관리 역량은 유한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관계자 개념을 빨리 이해하고, 그간에 우선순위를 두어 초기 대응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해관계자가 있고, 조금의 시간차나 대응차를 두어 관리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있어야 한다. 문제의 일반 공중은 사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일 경우도 적고, 우선순위를 높이 둘 수 있는 대상도 아닌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기업이나 유명인이 어떤 부정적인 일을 저질렀을 때면, 많은 사람들은 각자 한마디씩 이야기 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그 이야기의 대부분은 그 부정적인 일과 관련된 아주 부정적인 것들이다. 서로 서로 부정적인 의견들을 주고 받다 보면, 더욱 더 부정적인 정보들이 공유되고, 그것이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다시 사람들은 한마디씩 더욱 부정적인 의견을 덧입히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그냥 바라만 보면서 아랑곳 하지 말라는 조언은 절대 아니다. 우선순위를 기억하자는 것이다. 그런 주변의 부정적인 이야기와 의견들은 모니터링을 통해 꾸준히 분석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지 알아야, 위기관리에 있어 입장을 정리하고, 보다 효과적인 핵심 메시지를 디자인 할 수 있어서다.

    신속한 위기관리와 함께 모니터링을 통해 잘 준비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초기 일반 공중의 비난과 비판들을 점차 희석시키는 핵심이다. 이런 전략적인 대응이 그들의 운동장에 뛰어 들어가 그들 하나 하나의 그림자와 맞서 싸우는 노력보다 효과가 더 나을 것이다.

    우선순위로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이 핵심

    한두 마디씩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던 사람들도 점차 지쳐갈 것이다. 거기에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전략적으로 위기를 관리하고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추가적으로 쏟아 부을 부정적인 의견도 밑천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이 업데이트 되게 되면, 여기 저기 잔불만 남고 대부분의 공중들은 그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결과가 성공적인 위기관리의 결과다.

    기업이나 유명인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먼저 그 위기를 그대로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이 위기로 인해 우리나 또는 내가 잃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살펴 꼽아 보아야 한다. 그 다음에 그렇다면 그런 잃음을 만들어 낼 수 있거나, 그 잃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들을 살펴야 한다.

    당연히 그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읽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그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바라고 직간접적으로 조언하는 바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 위기관리가 된다. 어찌 보면 부정적인 이해관계자들을 무력화 시킨다는 의미와도 뜻이 통한다.

    절대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익명의 여러 공중들과 싸우지 말아야 한다. 기업에게는 기업공식 계정이 있을 것이고, 유명인 개인에게는 개인 계정이 있을 것이다. 공히 그러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얻을 것이 없다. 당면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자사나 자신의 원통함을 해소 하겠다면서 마구잡이식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세세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이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면 모르지만, 단순하게 일반 공중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면 그리 권장 할 만하지 않다. 더구나 논란에 불이 붙어 뜨겁게 불타 오르고 있는 그 순간에 장황한 인터뷰와 심경고백은 오히려 아주 좋은 새 장작이 될 것이다.

    여러 지인들을 만나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면서 일반 공중의 무리함을 지적하는 것도 유효하지 않아 보인다. 심리적으로 하소연은 하고 싶고 일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한다 해서 큰 흐름이 바뀌지는 않으니 그렇다. 오히려 더 여러 이야기들이 두서 없이 퍼져나갈 것이다.

    악의적인 공중들에게 소송을 하는 경우도 그렇다. 번지는 산불을 진화하겠다고, 극약 처방을 쓰는 셈인데,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선 이런 광범위한 소송전은 더욱 더 일반 공중의 비난을 생성시킨다. 오히려 악의를 가진 공중 일부를 더욱 더 단단하게 결속시켜 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작업(?)을 통해 일반 공중의 부정적인 의견을 희석하거나, 조작하려 하는 시도도 위험하다. 일부 기업들이 위기 시 상당한 예산을 들여 온라인 여론에 영향을 주려 애쓰곤 하는데, 사실 그 자체는 대부분 내부 정치적인 목적이 짙다.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위기관리팀이 이렇게라도 맞서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함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들불처럼 번지는 부정 의견을 깨끗하게 희석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맞서 해명에 성공하는 경우도 별로 보지 못했다. 오히려 비밀스러운 작업을 들키거나, 스스로 드러내어 공중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들이 생기곤 한다.

    해야 한다면 집중 해 압도적으로 하라

    만약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면 압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권장된다. 준비된 채널을 통해 준비된 메시지를 광범위하게 전파하는 것은 권장할 만 하다. 그러나 그 이외에 산발적이고, 목적과 기준이 모호하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싸우고, 지우고, 댓글을 달고, 복사해 붙이고, 아는 언론인들에게 전화 걸어 원통함을 호소하고, 세세한 내용들을 아주 길게 써서 익명의 여러 공중들에게 배포 게시하고, 소송을 걸고 하는 이 모든 대응들은 일반 공중을 향한 것으로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렇게 하고 싶어도 일단 한발자국 물러나 실제 관리해야 할 위기에 역량을 집중하자.

    상처를 신속하게 잘 치료해서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고통 그 자체에 너무 주목하지 말자. 상처가 사라지면 고통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사람은 상처 때문에 앓다 죽는다. 고통 그 자체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나 유명인이나 위기를 맞았을 때 이 이야기를 꼭 기억했으면 한다.

     

  • 부정기사, 어떤 대응 옵션을 택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한 매체에서 이상하게 연속으로 우리 회사와 관련한 부정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기자 한 명이 우리 회사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만나자고 해도 만나주지도 않고요. 법무쪽에서는 소송을 하라고 하는데요. 여러 옵션들 중에 무엇을 택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런 류의 위기 때문에 고민하시는 기업들이 꽤 많습니다. 여기에서 ‘위기’란 정확하게 어떤 것일까요? 이런 류의 케이스에서 대부분 기업들은 위기의 핵심을 ‘부정기사’로 착각합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하게 보면 위기의 핵심은 해당 기자가 가진 ‘악감정’입니다. 그 핵심을 놓치게 되면 관리도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가장 신속하게 파악되어야 하고, 가장 집중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대상은 그 기자의 악감정입니다. 그 악감정의 뿌리를 면밀하게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악감정에 대한 해소는 그 대상 기업 고위 임원들의 리스닝에서 시작됩니다. 직접 해당 기자를 만나 그 속에 있는 악감정을 들어보고, 가능하다면 그 악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물론 그 악감정의 뿌리가 어디고,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해결책 마련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를 위한 노력은 가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그 기자를 둘러싸고 있는 편집국 지인들을 통해서라도 시도는 해야 합니다. 이런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대표이사를 포함해 고위 임원들이 직접적으로 그 악감정 해소 작업에 나서지 않으려 하거나 주저합니다. 악감정을 최초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이지만, 악감정이 생겨버렸다면 빨리 푸는 노력도 기업 입장에서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단계로 아무리 악감정을 풀려 해도 풀리지 않고, 그에 기반한 부정기사는 계속되고, 그로 인해 회사가 망가져 간다면 그 때는 기업 자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언론중재위 제소와 소송이라는 옵션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옵션입니다.

    법무부서와 로펌 등을 통해 해당 기사들을 법적으로 분석하고, 언론중재위 제소와 소송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악감정을 가지고 연속 기사를 쓰는 기자는 스스로도 법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스스로도 해당 기업이 소송을 걸어 올 것이라 예상 하고 그에 따라 기사를 조심하면서 주의 깊게 쓰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측에서 기사 속 법적 문제를 찾으려 해도 잘 찾아지지 않는 경우들이 이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일부 기업에서는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 해당 기자가 시간적 재무적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적절한 견제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모든 의사결정은 정무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우리 회사에게 악감정을 품고 부정 기사를 연속으로 쓰는 기자와 완전하게 척을 질 것인가? 적절하게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화해하는 수순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이도 저도 추가 부담이 너무 크므로 부정기사를 그냥 무시하면서 견디는 선택을 할 것인가? 최고의사결정자는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 의사결정을 위해 고민해 보아야 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러한 부정기사들이 지속적으로 양산될 때 결국 우리 회사가 입는 피해 수준은 어느 정도일 것인가? 해당 기자의 악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베팅 할 수 있는 것들과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언론중재위 및 소송을 진행할 때 승소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그 기간 동안 추가적인 기자의 부정기사들 양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 해야 할 것인가? 판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호간 악감정을 가지고 충돌하는 상황은 또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판결로 인해 우리가 최종적으로 취할 수 있는 실제 이익은 무엇인가?

    이런 다양한 고민들이 선행되곤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고민에 대한 답은 ‘기자의 개인적인 악감정을 풀어 위기의 핵심을 빨리 제거하는 것’이 비용 및 효과 대비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언론중재위나 소송을 통해 해당 기자에 대한 한풀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위기의 핵심이 관리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판결 결과 기업이 압도적 승리를 했더라도, 이미 수많은 부정기사로 입은 피해는 원상복구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인 다른 옵션을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분하고 원통하고 돈이 아깝고 힘들고 해도 해당 위기의 핵심을 관리하는 것은 해야만 하는 대응입니다. 감정을 버리고 회사를 위해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목적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그보다 더 좋은 위기관리는 기자의 악감정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겠습니다. 그것이 평시 위기관리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