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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황관리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상황관리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실제로 하는 조치를 정하고 실행하는 영역입니다. 사고를 수습하고, 피해자를 돌보고, 제품을 회수하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는 일이 여기에 속합니다. 위기관리는 이 상황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두 축으로 이루어지며, 두 축 가운데 앞서는 쪽이 상황관리입니다.

    상황관리는 말이 아니라 조치입니다

    위기가 오면 회의실에서 가장 먼저 오가는 말은 대개 무엇을 발표할 것인가입니다. 그러나 발표할 내용을 만드는 일과 사태를 실제로 해결하는 일은 다른 작업입니다.

    상황관리의 산출물은 문장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회수 결정, 보상 기준, 원인 조사 착수, 재발 방지책, 조직 개편 같은 것들입니다. 이 산출물이 없는 상태에서 나가는 말은 설명이 아니라 약속이 되고, 지켜지지 않은 약속은 다음 위기의 재료가 됩니다.

    상황관리는 네 가지 일을 순서대로 합니다

    첫째는 사실 확인입니다. 무엇이 언제 어디서 왜 벌어졌고 지금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이후의 모든 판단이 추정 위에 놓입니다.

    둘째는 조치 결정입니다. 확인된 사실 위에서 회사가 무엇을 할 것인지, 누가 언제까지 할 것인지를 정합니다. 이 자리에서 결정되지 않은 일은 밖에서도 말할 수 없습니다.

    셋째는 실행입니다. 결정한 조치를 실제로 집행하고 그 과정을 기록합니다. 기록이 없으면 나중에 증명할 수 없습니다.

    넷째는 검증입니다. 그 조치가 실제로 상황을 바꾸었는지 확인합니다. 바뀌지 않았다면 조치를 바꾸어야지 표현을 바꿀 일이 아닙니다.

    주관은 홍보가 아닙니다

    상황관리를 홍보실에 맡기는 회사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회수와 보상과 원인 규명은 홍보실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상황관리의 주관은 사업, 안전, 품질, 생산, 법무처럼 그 조치를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부문입니다. 홍보실은 그 결정에 참여하되 대신 결정하지 않습니다. 두 축의 책임자가 각각 지정되어 있지 않으면, 급한 쪽이 다른 쪽을 밀어냅니다.

    행동이 소통을 이끌어야 합니다

    위기에서 경영진이 마주하는 가장 큰 유혹은 실체보다 소통을 앞세워 상황을 뒤집으려는 조급함입니다. 이 조급함은 대개 전략적 판단이 아니라 심리적 압박에서 나옵니다.

    소통 행위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사실, 사과문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기사거리가 되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조치가 먼저 서고 그 실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경우, 소통은 주인공이 아니라 행동을 증명하는 조연이 됩니다.

    아직 준비된 조치가 없다면, 설익은 발표로 스스로 논란을 키우기보다 홀딩 메시지로 시간을 확보하고 대응의 내실을 갖추는 편이 낫습니다. 행동이 뒷받침된 소통만이 상황을 되돌립니다.

    상황관리가 아닌 것

    사업연속성계획과 다릅니다. 설비 복구, 생산 대체, 공급망 복원처럼 사업 자체를 되살리는 일은 별도의 전문 영역이며, 위기관리에서 말하는 상황관리와 목적이 다릅니다.

    법무 대응과도 다릅니다. 법적 유불리 판단과 소송 전략은 법률 대리인의 영역입니다. 위기 국면에서 법무 검토와 상황관리는 나란히 진행되지만 서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여론 대응도 아닙니다. 여론을 읽는 일은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데 쓰이는 것이지, 여론에 맞추어 조치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상황관리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법

    지금 회의에서 논의되는 것이 조치인지 표현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두 가지가 섞여 있으면 둘 다 부실해집니다.

    발표 직전에 발표할 조치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다시 확인하십시오. 존재하지 않는 조치를 발표하는 순간 다음 위기가 시작됩니다.

    각 조치에 담당자와 기한이 붙어 있는지 보십시오. 붙어 있지 않은 조치는 결정된 것이 아니라 언급된 것입니다.

    외부 자문을 받고 있다면 그 자문이 어느 축을 다루는지 물어보십시오. 커뮤니케이션만 자문하는 곳에 상황관리까지 기대하면 위기 한복판에서 공백이 드러납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상황관리를 뒤따르는 다른 한 축입니다.
    홀딩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조치가 정해지기 전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위기관리 골든타임이란 무엇인가: 두 축이 함께 굴러야 하는 시간대입니다.
    위기관리 시 포지션이란 무엇인가: 조치가 정해진 뒤에 입장이 섭니다.

  • 커뮤니케이션 경쟁의 승리 비법

    [The PR Times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경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for competition)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쉽게 풀어 쓰면 ‘경쟁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보다 전략적이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 하겠다. 대표적인 예가 비더들이 경쟁하며 상대를 견제하는 M&A 커뮤니케이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대주주간 경쟁을 벌이는 경영권 확보 커뮤니케이션, 시민단체와 기업간 사회적 명분을 다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내부고발자를 상대 해 기업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경쟁사와 사업적 권리를 가지고 다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유형 등이 있다.

    일반적인 기업 PR의 경우에는 자사의 이야기가 그 중심이 되고, 그 기반에는 자사만의 전략이 존재한다. PR 실행에 있어 주제, 시기, 표현방식, 실행방식에도 자사만의 스타일이 묻어 나온다. 따라서, 어느 회사가 PR을 잘하고, 어느 회사가 PR을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 기업의 퍼포먼스에 기반 한 사후 평가를 주로 한다. (회사가 잘되면 PR도 잘한 것이 되고, 반대 결과가 나오면 PR도 못한 게 된다)

    그러나, 경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하에서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정확한 승과 패가 존재한다. 물론 사후 각사별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같은 정신 승리 기반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객관적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는 지속적으로 ‘전략’ 개념이 강조된다. 전략이란 경쟁을 중요한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전략 없는 경쟁은 운에 의지한 무모함이다. 제대로 된 전략을 실행하는 쪽이 그렇지 못한 쪽을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겨야 하는 상대가 존재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아주 중요한 원칙들을 이번에는 정리해 본다. 이러한 원칙은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기 전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개념 같지만, 실제 경쟁 상황을 마주 해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 내에서 까맣게 잊혀져 버리는 이상한 개념이라 기억할 만 하다.

    첫째, 목적과 목표 없이 경쟁 없다

    무엇을 위해 상대와 경쟁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개시가 가능해진다. 최소한 상대를 어떤 상황에까지 밀어 부칠 것인지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만들게 되면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이 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세워야 한다.

    “글쎄요, 일단 상대의 언론 플레이에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윗분의 생각이십니다.” 이런 기업의 생각은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바람직한 목적과 목표가 아니다. 정확하게 보면 그런 윗분의 생각은 이번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게 된 동기는 될 수 있겠다. “윗분께서는 최종적으로 이런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차라리 이런 개념의 설정이 낫다. 그분이 바라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라면 훨씬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둘째, 넘지 말아야 할 선 긋기 없이 깨끗한 승리 없다

    모든 경쟁이 곧 상대방의 최종적 파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경쟁은 그냥 경쟁일 뿐이다. 같은 목적과 목표를 가진 경쟁에서는 성공와 실패가 있을 뿐, 생존과 파괴라는 의미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상호간 어느 정도 커뮤니케이션 실행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그어 놓고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 든 이번 경쟁에서 상대의 끝을 보자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이런 너 죽고 나 살자는 실행은 항상 사후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는다. 정치인이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죽이기(?) 위해 서로 폭로한 내용들이 사후 검찰의 공통된 수사 주제가 되는 경우를 떠올려 보면 된다. 만약 상대가 선 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회사에서는 그런 경쟁으로 인해 얻는 결과를 잘 따져보고, 경쟁에서 발을 빼는 것도 사후 관점으로는 남는 전략이 되겠다. 더티 게임을 주로 하는 측과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처음부터 개시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는 것 처럼.

    셋째, 일희일비를 열심히 하면 패배한다

    사실 경쟁 상황과 그 과정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자체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렵다 해도 제일 어려운 주제는 아니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우리측 의사결정그룹의 일희일비다. 평소 읽지 않던 이름 없는 매체 기사 하나, 표현 한 줄에 의사결정자들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경쟁 상황의 특징이다. (네이버에서 찾기 어려운 그 매체의 그 기사 속 그 표현 한 줄은 그 기자와 데스크 그리고 자신 밖에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는 자신 혼자만 기억할 수도 있다.)

    “의사결정하시는 분들이 문제를 삼으시니까 저희가 움직이는 겁니다. 빼라고 하시니 빼야지요” 같은 실행 동기만 반복 토로하는 실행그룹이 제대로 된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기란 불가능하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전략적 선택과 집중인데, 이러한 일희일비 현상은 선택과 집중의 가치를 훼손하고, 일관성이라는 기반까지 흔든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일희일비를 상대적으로 덜하는 의사결정그룹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전혀 일희일비 하지 않는 의사결정그룹은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넷째, 같은 메시지를 반복, 반복, 반복하지 않고는 승리 없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주로 양측이 메시지로 경쟁한다. 열 개의 메시지를 한 번씩 돌아가며 전달하는 쪽과, 하나의 메시지를 열 번 반복하는 쪽이 있다면, 어느 쪽이 더 사회적 주목을 이끌어 낼까? 이는 사회적 주목의 다양성이 아니라, 주목의 강도를 의미한다. 물론 열개의 메시지를 각각 열 번씩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창의적 답변을 내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결과는 좋겠다. 하지만,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그렇게 무한대로 커뮤니케이션 자율성이 주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선택과 집중은 경쟁 과정의 여러 제한성 때문에 나오는 개념이다.

    “상대 측에서 계속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자꾸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건지 불만이 많으십니다” 이와 같은 내부 분위기에 자극 받는 실행그룹이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선순위라도 따져 선별한 메시지라면 모르지만, 그냥 다양성만 극대화한 메시지들이 백화점 식으로 나열 전달되는 실행이 이어지면 결과는 우려스럽게 변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시종일관 취재한 기자나 온라인 전문가들이 우리측 메시지를 간단하게 정리 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도가 이상적이다. 반복적으로 기억되는 메시지가 주가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초기 프레임을 잡아야 승리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또 중요한 전략이 프레임화다. 이는 경쟁 구도에 대하여 공중이나 이해관계자 그리고 그 이전에 언론을 이해시키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전략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흔히 우리가 떠 올리는 강자 vs. 약자, 남성 vs. 여성, 권위주의 vs. 자유주의, 우파 vs. 좌파, 해외 특정 국가vs. 한국 등의 단순한 프레임화는 경쟁 상황에 있어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프레임화는 초기에 정교한 전략적 분석을 기반으로 완성도 있게 실행되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첫 인상’을 심어 놓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상대 측에서 계속 약자 포지션을 강조하고 있어서, 저희 윗분들은 그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다른 전략적 옵션이 있을까요?” 같은 문의를 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 그룹은 이미 게임에서 불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프레임을 깨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거나, 최초 프레임을 만드는 것 보다 수 백배 어렵다. 더구나 상대가 그 프레임을 일관되게 공고화해 나간다면 이미 성을 빼앗긴 채 시작하는 전쟁이다.

    여섯째,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이 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메시지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갑자기 사람이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메시지는 생명력 없는 문자나 소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도자료나 해명자료 또는 팩트시트만 메시지 전달 매체가 아니다.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 소화해 인간적 신뢰를 더해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창구인 사람도 중요한 매체다. 그에 더해 자사의 핵심 메시지를 더욱 더 알기 쉽게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VIP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VIP가 부담스럽다면 전문성을 가진 대변인도 좋다. 제3자로서 자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도움이 된다.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신뢰 있는 전문가들이 우리의 메시지를 언급하게 하는 것이다.

    “저희를 위해 기고문이나 방송에 나가 이야기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을 찾아 보라고 하십니다. 어느 교수님이나 전문가가 있을까요?”라고 자문을 구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 그룹은 대부분 고통만 받다가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마무리한다. 위기관리 명언에서도 이야기하듯,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는 카우보이’는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장면은 활극에서나 연출할 수 있는 것이며, 제대로 숙련된 카우보이는 멈춰 있는 말에 먼저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이후 말을 달리게 하는 법이다.

    일곱째, 연대하되 개입하게 하지 말라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우리측 편에 서 주는 이해관계자들을 많이 만드는 것은 천군만마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상황 전반에 걸쳐 주목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판에 개입 하려는 이해관계자는 최소화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 한 측에서는 전략적으로 상대의 경쟁 전략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특정 규제기관이나 단체의 개입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말하는 고소, 고발, 진정, 공개서한 등이 그런 전술적 툴이다. 그러나, 그 이후까지 경쟁적인 난타전을 만들어서는 좋을 것이 없다. 만약 일정 수준 도그파이트(dogfight)를 감내하자는 전략이라면, 최대한 상대보다는 강력한 명분을 보유해야 한다. 얼마나 훌륭한 명분을 갑옷으로 입는 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계속 상대가 소송을 해 오니까, 우리도 상대에게 소송을 해서 맞상대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소송은 무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강화해야 할까요? 아니면 어떤 다른 대응을 택해야 할까요?” 같은 자문을 요청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팀에게 답은 하나다. 현재 극단적 경쟁 구도에서 자사가 보유하는 명분은 과연 어떤 것이며, 상대적으로 얼마나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을 먼저 정리해 보아야 앞의 질문에서의 대응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들과 연대는 하되, 개입은 최대한 경계하는 것이 이상적인 전략일 수 있다.

    마지막,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예산이 마지막 결과를 정한다

    기업 위기관리도 그렇고, 이슈관리도 그렇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더욱 더 그렇다. 예산 없이 승리 없다. 가끔 내부고발자를 상대하는 기업에서 상대인 내부고발자는 아무 예산도 쓰지 않는데, 우리 회사의 대응에서는 거대한 예산을 써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다. 개인은 기업보다 잃을 것이 적다. 따라서 예산을 써야 할 이유도 적다. 그렇다고 기업이 위기관리나 이슈관리를 위한 예산을 쓰지 않으면, 그 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소모되어야 할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대부분의 기업이 위기관리와 이슈관리를 위해 예산을 최대한 마련하는 현실적 이유다.

    “경쟁사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뿌리며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서 보다 저예산 접근과 함께 상대적으로 효과 높은 어프로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같은 이야기는 듣기에는 멋지고 무언가 전략적인 것 같지만, 현장에서는 별 의미 없는 요구다. 상대도 예산을 쓰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큰 예산을 투입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대를 만나면, 스스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포기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대비 효과는 경쟁사도 노린다.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예산만 펑펑 쓰면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경험적으로 예산을 크게 꾸려 준비한 기업을 보면 전략적 목적과 프레임 등이 잘 정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전적 준비를 거쳐 필요한 것들을 이미 마련해 놓은 경우도 많다. 실행에 대한 준비와 역량도 당연히 그를 따라간다. 무조건 예산만 많이 써서 이기는 게임은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기업의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사회적 시각에서 앞으로도 더욱 더 다양화되고, 잦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관계자 그룹들도 경쟁 대상이 되어 간다. 언론은 물론 다양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의 활동은 그러한 경쟁 상황을 수없이 만들어 낸다. 환경은 그렇게 계속 변화해 간다. 더 변화해야 쪽은 기업이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기업이 낯설어 하거나, 흥분만 한다면 그에 대한 적응과 변화는 시급하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변화하며 노력해 보자.  

  • 건전한 언론관에 대하여

    [The PR Times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을 대표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내 핵심 구성원을 위해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해 보면 아주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기업 오너, 대표, 임원 중에는 언론을 무조건 피하는 분도 있고, 반면에 언론과 친해 가까이 지내는 분도 있다. 언론을 쉽고 만만하게 보는 분도 있는 반면 언론을 아주 불편 해 하며 두려워하는 분도 있다.

    사실 어느 한쪽 성향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 있어 바람직하다 이야기하긴 어렵다. 일부 임원은 언론과 자신의 관계를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 만큼 대언론 자세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현장에서는 언론을 두려워하는 핵심 인력의 생존율이 차라리 더 높아 보인다. 그들이 실행하는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이 개인적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화자가 몸을 사려 조심해 말 하는 자세가 보다 안전한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언론을 쉽고 만만하게 보는 핵심 인력은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심하게 언론에게 피해를 입고는 한다. 믿었던 언론 또는 기자가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하며 어처구니없어 할 경우가 생겨 버리는 것이다. 우습게 여기던 언론에게 당해 오히려 자신이 우습게 되어 버리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거다.

    이렇게 언론이 대해 잘 못 생각하는 기업의 핵심 인력은 공통적으로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까? 왜 그들은 언론과 기자를 자기 뜻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그들은 언론을 일반 기업이라 생각한다. 기자도 그 기업의 단순 종업원 또는 직원이라 본다.

    거래처와 거래처 사람들로 간주하는 것이다. 우리가 저 신문사에 해마다 이렇게 많은 광고 협찬을 제공하고 있는데, 기자를 얼마나 접대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종종 쉽게 한다.

    평소에는 몰라도 부정적 상황에서는 그런 언론과 기자들이 자사를 좀 도와주어야 하지 않는가 묻기도 한다. 자사에 대한 그들의 부정기사에 분을 참지 못한다. 그들이 상도의도 없고, 의리도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분명히 잘못된 언론관이다. 광고 협찬 그리고 접대가 기업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자신이 잘 될 때 관계 맺은 기억으로만 언론을 대한다.

    성공 가도에 있는 회사나 리더에게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친절한 것 같아 보인다. 아주 큰 회사에서 고위 임원 기간을 보냈거나, 대대로 튼튼한 회사를 물려 받은 핵심 인력의 눈에는 언론과 기자가 순하고 착해만 보인다.

    그런 좋고 편안한 관계가 영원할 것으로 믿는 거다. 평소에는 일정한 예의를 차라고 웃기만 하던 기자가 갑자기 회사나 자신에 대한 부정기사를 쓰게 되면 그 핵심 인사는 극심한 인지부조화를 경험한다.

    일부는 자신이 이제 잘 안되고 있으니 언론과 기자가 배신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더 이상 자신에게 얻을 것이 없으니 손절 한 것이 틀림없다 상상한다.

    그러나, 자신이 성공했을 때의 추억이 영원하리라 했던 것이 문제 원인이 아닌가. 언론은 항상 옆에서 박수만 쳐주는 것이 본업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했다.

    셋째, 어떻게 든 언론은 통제 가능 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인맥을 자랑하며 신문사 오너 형님(?)을 언급하기도 한다. 부정적 취재를 나온 피디 앞에서 방송사 사장에게 전화를 거는 기업 대표도 있다.

    언론이건 기자건 자신의 인맥과 영향력으로 통제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부정적 논란의 중심에 처해 급격하게 고립되는 취재원이 되면 환경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연락을 피하거나 난처 해 하는 언론 인맥에게 섭섭 해 한다. 평소에는 어렵지 않게 받아 보던 기사나 보도 관련 정보도 여의치 않게 되니 패닉에 빠진다.

    원래부터 언론과 기자는 통제 불가능한 대상이다.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만 특별히 예외라고 여겼던 것이 문제였다. 통제 불가능성을 전제로 구성된 대응 시스템과 그런 전제 없이 꿈꾼 대응 시스템간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넷째, 다른 지인들 이야기 또는 들은 이야기로 언론을 상상한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이 기자를 다루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려 한다. 어떤 정치인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기자에게 막말을 할 때도 있다. 훈계나 호통을 치기도 한다. 종종 있는 그대로의 말을 언론 앞에서 쏟아 내기도 한다. 일부 기업내 핵심 인력은 그렇게 언론을 다루는 것이 멋지고 속 시원 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기업 대표로 연기하는 주인공이 회사에 부정 기사가 실릴 것이라는 보고를 받으면 소리치는 대사를 기억하는 기업 경영진도 있다. “모든 기사 다 막아! 한 줄도 못 나가게 해!”

    그냥 재미로 그 상황을 감상만 하면 좋은데, 그런 환경을 실제와 혼동하니 문제다.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을 따라하는 기업 커뮤니케이터 만큼 회사를 위태롭게 만드는 사람이 없다. 다름을 이해하고 경계해야 안전하다.

    다섯째, 실제로 치열하게 언론을 대해 본 경험이 적다.

    언론에게 데어 본적이 없다. 반면 한 두 번 세게 대어 본 VIP는 달라진다. 일선에서 매일 기자와 씨름 하는 홍보 임원은 상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으로 문제를 발생시키는 확률이 적다. 그 이전 오랜 기간 기자의 취재에 맞서며 다양한 아픔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에도 놀란다는 말 딱 그대로다.

    언론을 어설프게 알고, 그들에게 큰 상처를 아직 받아보지 못한 인력이 부주의하게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문제를 발생시킨다. 특히 경영진에게는 경험을 능가하는 위기관리 자산이 없다. 일부러 아픈 경험을 시도해 보라는 의미가 아니다. 경험 많은 사내 홍보실의 조언을 들어 보라는 이야기다.

    여섯째, 원래부터 언론에 관심이 적다.

    낯설어 하는 거다. 또는 막연히 엉터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상대를 그렇게 모르고 대응 할 때 생겨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는데 모르면 백전백태가 된다. 매번 위태롭게 되는 셈이다.

    상대를 제대로 모르면 실제보다 두려워하게 된다. 반대로 실제보다 상대를 무시 하기도 한다. 정확히 언론과 기자를 이해하기만 하면 넘침이나 모자람은 없어진다.

    그래서 많은 기업 경영진이 미디어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언론이나 기자를 그렇게 공부해서 뭐하냐는 질문을 하는 경영진도 있다. 건전한 언론관과 공중관 그리고 기업이 가져야 할 균형 잡힌 정무감각은 기업 경영에 큰 자산이다. 이슈나 위기관리 차원에서도 그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은 없다.

    일곱째, 맞서서 싸우고 다투면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불만스러운 언론과 기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계속한다. 사실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언론사나 기자를 대상으로 소송전을 벌이는 것을 거북 해 한다. 그들이 왜 그럴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구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송을 언론이나 기자를 통제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영진도 존재한다. 하지만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중요한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언론과 기자에 대해 소송하고 맞서 싸워 얻는 회사측의 실익은 생각보다 매우 적다.

    수년 간에 걸쳐 받아 낸 판결도 회사에 대한 공중의 부정적 기억을 해소해 주지는 못한다. 검증된 전문가들의 가장 공통적 조언은 언론과 기자에게 맞서기 이전에 할 수 있는 모든 해결 노력을 쏟아 부으라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전략적 고민을 정무감각에 더해 최선을 다하라는 것 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언론과 기자는 다투어 싸울 대상이 아니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에게는 정확한 언론관과 건전한 정무감각이 필수인 환경이 되었다. 구태적 언론관과 개인기로는 최근의 문제를 풀기 더욱 어렵게 되었다.

    합리적 대응과 전략적 메시징이 강조되는 시대다. 주변 그 어떤 것도 통제 가능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사 경영진과 직원도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해진지 오래다. 외부 대상을 감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는 큰 착각이다.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 적시에 해 내는 위기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기반인 언론관, 공중관, 정무감각이야 말로 성공적 기업 경영과 위기관리를 위한 필수 토양이라고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언론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 보자.

  • 언론 플레이가 좀 효과가 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서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고위 경영진에서는 우리가 압도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해서, 경쟁사의 적대적 시장 행위를 분쇄하라고 하시는데요. 저희가 전략적인 방향을 설정하여 언론 플레이를 하면 그것이 효과가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언론 플레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사용하시는데 조금 더 신중하셔야 하겠습니다. 그 표현속에는 기업이 언론을 단순히 플레이의 도구로 생각하거나, 최소한 언론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엄격한 기자 앞에서 그런 단어를 사용하실 때는 상당히 주의하셔야 하겠습니다.

    질문 내용만 들어서는 어떻게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하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어 그 효과 유무를 미리 예상할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보다 먼저 이해하셔야 할 부분은 자사가 그런 적대적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사의 상황 통제력은 지속해서 약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자사가 경쟁사를 겨냥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 초기 성과를 만들면, 일반적으로는 그 경쟁사도 자사를 향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곧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자사에게는 그에 대한 방어나 해명 커뮤니케이션까지 실행해야 하는 상황이 추가됩니다. 양사간 상호전이 심각해지면, 자연스럽게 해당 쟁점과 관련한 전문가들도 커뮤니케이션에 참전하게 됩니다.

    언론이 여러 전문가 시각들을 계속해서 보도하는 한 규제기관, 시민단체, 정치단체와 고객들까지 쟁점에 관여하며 연이어 참전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이해관계자 각각의 통제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이 상호 충돌하며 전혀 다른 방향으로 쟁점이 진화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최초 자사가 목표했던 상황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 새롭게 생겨나기도 합니다.

    물론 운이 좋거나 전략적으로 탄탄한 로드맵을 가지고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쟁점 형성에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단순히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자 했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며, 새롭게 부상한 여론과 공중의 시각에 당황 해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일반적 수준을 넘어서는 과격하고, 극단적인 쟁점화 시도는 대부분 사후 후유증까지도 초래합니다. 쟁점 관련 커뮤니케이션이 마무리된 이후까지 소송이나, 부정적 이미지, 소문, 업계 평가와 같은 후유증이 이어집니다. 더욱 재수가 없으면, 경영진이 주요 쟁점과 관련하여 실행한 커뮤니케이션이나 활동 때문에 법적 조치까지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싸움에는 공격과 반격이 오고 가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강력하게 언론을 활용하여 쟁점을 만들고, 경쟁사의 적대적 시도를 초기에 꺾어 버리겠다는 생각 그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보다 메타적 관점에서 경쟁사 반격과 그 주변 이해관계자 그리고 공중의 순차적 또는 돌발적 개입 등에 대한 선제적 예측과 대응방안 수립 없이는 함부로 그러한 활동을 시작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수면 하에서 기사 몇 개 내서 경쟁사를 견제해 보겠다는 수준의 생각만으로 시작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쉿, 비밀로 해주시겠어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렇게 설명 드리기도 사실 조심스럽습니다. 극비로 진행되고 있는 건이라서요. 이번 상담하시면서 비밀준수계약에도 서명하셨지만, 이 건 관련 내용은 꼭 비밀로 해 주셔야 합니다. 다른 몇몇 대행사들과도 상담하며 비밀준수계약을 했습니다. 비밀로 해 주실 수 있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비밀준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기억나는 명언이 있습니다. “세명이 비밀을 알면, 그 세명이 다 죽어야 비로서 비밀은 비밀이 된다”는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비밀준수는 노력에 의해 가능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비밀은 그 만큼 해당 건을 극소수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비밀은 준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밀준수계약에 서명했다고 해서 비밀이 준수되는 것도 아닙니다. 일단 비밀이 새 나가 버리면 계약 내용을 들어 소송을 해도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비밀준수 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적습니다. 비밀준수계약은 비밀을 지켜야 하겠다 결심한 주체에게만 일부 유효할 뿐입니다. 그 외에는 보다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 정도입니다.

    질문에서 다른 대행사들과도 비밀준수계약을 맺었다 하셨는데, 그런 경우라면 더욱 더 비밀준수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동일한 비밀을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안다면 해당 비밀 유출 시 유출 경로를 판단하기는 무척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비밀을 유출하는 주체는 활동이 훨씬 수월 해 집니다.

    말씀하신 내용이 그렇게 극도의 비밀을 준수해야 하는 성격의 것이라면, 해당 건에 대해 설명한 대상을 최소화하셨어야 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위기나 이슈관리의 경우 비밀에 관한 건은 대부분 기업이나 셀럽이 여러 로펌이나 대행사를 만나지 않습니다. 비밀스러운 건은 대행사 쇼핑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행사들을 만나 보기 원한다면, 상당히 제한되고 구조화된 설명과 질문을 통해 대행사에 대한 판별만 단기간에 실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해당 비밀 건에 대해 여러가지를 설명하고, 자유롭게 대행사와 질의 응답을 나누게 되면 불필요한 수준의 구체적 비밀내용이 공유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비밀과 관련한 건은 기본적으로 소프트사운딩(전문가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어보는 조사)같은 성격이 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엄격하게 통제되는 인터뷰 같은 것이어야 합니다.

    그와 더불어 신뢰 못할 대상과는 해당 비밀 관련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대행사 쇼핑을 하더라도, 각 대행사에 대해 정확하고 내밀한 사전 분석을 실행하고 소수 인력과만 만나 통제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낫습니다. 최소한 대행사측에게 대행사 소개를 부탁하는 수준의 콜드 미팅(상대를 모르고 하는 미팅)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비밀은 자신의 입을 떠날 때부터 이미 비밀이 아닙니다. 그 비밀이 여러 상대에게 알려지면 더욱 더 비밀로서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만약 그런 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없으면 그렇게 지키려던 비밀은 이내 광고의 성격으로 변형까지 됩니다. 비밀준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대충해도 가능한 것은 더욱 더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비밀은 비밀로서의 가치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적인 통화를 기사화해도 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고위 임원분이 지인 기자와 통화를 하다가 최근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짧게 코멘트한 것이 있었는데, 그게 오늘 아침 기사화되어 회사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분께서는 그 기자에게 소송을 하겠다면서 대노하셨는데요. 기자가 그렇게 사적 대화를 기사화해도 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자와의 대화에 대하여 여러 번 강조 드렸지만, 해당 임원께서 현재 대노하시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확인해 보았으면 합니다. 자신이 기자에게 한 말이 정확하지 않게 기사화되었기 때문에 화를 내시는 건가요? 아니면 굳이 그 말을 왜 기자가 기사화 했는지에 대해 화를 내시는 건가요?

    질문을 들어보면 임원이 대노하시는 이유는 두번째 이유 때문인 듯합니다. 자신이 기사 내용을 그대로 말씀하시기는 하셨지만, 기자가 그걸 그대로 기사화 할지는 몰랐다. 어떻게 기자가 그럴 수 있으냐, 분명 그 대화는 사적인 것이었는데 개인적 신의나 공적 윤리를 저버린 것이다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 질문입니다. 회사는 왜 그 분의 말이 기사화되니 발칵 뒤집혔나요? 그 기사가 부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기사에 담긴 말이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서 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여기에서도 회사가 위험에 처한 것은 두번째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종합해 보면 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내용의 메시지를 해당 임원이 기자에게 전달했고, 그것이 기사화되는 바람에 회사가 곤경에 처한 상황입니다. 회사가 실질적 피해를 입기 시작했기 때문이겠지요. 그 피해를 초래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사 고위임원이 기자에게 문제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이번 이슈의 핵심 원인일 것입니다.

    그 외에 기자가 어떻게 사적 대화를 기사화 할 수 있느냐고요? 그것은 언론 윤리나 법적 분야에서 따져야 할 주제일 뿐, 회사가 현재 따져야 할 금번 이슈의 핵심 원인이 아닙니다. 그 시시비비를 따진다 해서 자사가 앞으로 회사가 받게 될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킬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자가 국민이나 이해관계자 알권리를 내세우게 되면 이의를 제기해서 얻는 득보다 실이 더 많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부정 이슈가 발생되면 정확하게 핵심 원인과 관리 방식을 확인해 정의해야 합니다. 이번 이슈에서는 해당 임원의 부적절한 행동이 회사의 피해를 초래한 핵심 원인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정의해야 다시는 유사 이슈가 발생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해당 임원은 문제가 없고, 기자가 문제 있었던 이슈라고 내부에서 정의한다면 비슷한 이슈는 재발되고 반복될 것입니다.

    “내일 아침 신문기사로 잃기 싫은 이야기는 기자에게 하지 말라.” “우리의 의사결정 내용이 자세하게 내일 신문에 실려도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 오프더레코드(off-the-record)란 없고, 기자에게 한 모든 메시지는 모두 온더레코드(on-the-record).” “경영자는 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야 할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명언들이 있습니다.

    기자를 탓하지 마십시오. 기자는 기자가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한 것뿐입니다. 반대로 해당 임원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 내지 못했습니다. 고위 임원으로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위험하게 기자와 말을 섞었던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원인과 책임을 정확하게 규명해야 유사한 이슈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커뮤니케이션 경쟁의 승리 비법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경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for competition)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쉽게 풀어 쓰면 ‘경쟁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보다 전략적이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 하겠다. 대표적인 예가 비더들이 경쟁하며 상대를 견제하는 M&A 커뮤니케이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대주주간 경쟁을 벌이는 경영권 확보 커뮤니케이션, 시민단체와 기업간 사회적 명분을 다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내부고발자를 상대 해 기업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경쟁사와 사업적 권리를 가지고 다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유형 등이 있다.

    일반적인 기업 PR의 경우에는 자사의 이야기가 그 중심이 되고, 그 기반에는 자사만의 전략이 존재한다. PR 실행에 있어 주제, 시기, 표현방식, 실행방식에도 자사만의 스타일이 묻어 나온다. 따라서, 어느 회사가 PR을 잘하고, 어느 회사가 PR을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 기업의 퍼포먼스에 기반 한 사후 평가를 주로 한다. (회사가 잘되면 PR도 잘한 것이 되고, 반대 결과가 나오면 PR도 못한 게 된다)

    그러나, 경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하에서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정확한 승과 패가 존재한다. 물론 사후 각사별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같은 정신 승리 기반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객관적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는 지속적으로 ‘전략’ 개념이 강조된다. 전략이란 경쟁을 중요한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전략 없는 경쟁은 운에 의지한 무모함이다. 제대로 된 전략을 실행하는 쪽이 그렇지 못한 쪽을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겨야 하는 상대가 존재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아주 중요한 원칙들을 이번에는 정리해 본다. 이러한 원칙은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기 전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개념 같지만, 실제 경쟁 상황을 마주 해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 내에서 까맣게 잊혀져 버리는 이상한 개념이라 기억할 만 하다.

    첫째, 목적과 목표 없이 경쟁 없다

    무엇을 위해 상대와 경쟁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개시가 가능해진다. 최소한 상대를 어떤 상황에까지 밀어 부칠 것인지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만들게 되면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이 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세워야 한다.

    “글쎄요, 일단 상대의 언론 플레이에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윗분의 생각이십니다.” 이런 기업의 생각은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바람직한 목적과 목표가 아니다. 정확하게 보면 그런 윗분의 생각은 이번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게 된 동기는 될 수 있겠다. “윗분께서는 최종적으로 이런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차라리 이런 개념의 설정이 낫다. 그분이 바라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라면 훨씬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둘째, 넘지 말아야 할 선 긋기 없이 깨끗한 승리 없다

    모든 경쟁이 곧 상대방의 최종적 파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경쟁은 그냥 경쟁일 뿐이다. 같은 목적과 목표를 가진 경쟁에서는 성공와 실패가 있을 뿐, 생존과 파괴라는 의미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상호간 어느 정도 커뮤니케이션 실행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그어 놓고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 든 이번 경쟁에서 상대의 끝을 보자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이런 너 죽고 나 살자는 실행은 항상 사후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는다. 정치인이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죽이기(?) 위해 서로 폭로한 내용들이 사후 검찰의 공통된 수사 주제가 되는 경우를 떠올려 보면 된다. 만약 상대가 선 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회사에서는 그런 경쟁으로 인해 얻는 결과를 잘 따져보고, 경쟁에서 발을 빼는 것도 사후 관점으로는 남는 전략이 되겠다. 더티 게임을 주로 하는 측과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처음부터 개시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는 것 처럼.

    셋째, 일희일비를 열심히 하면 패배한다

    사실 경쟁 상황과 그 과정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자체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렵다 해도 제일 어려운 주제는 아니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우리측 의사결정그룹의 일희일비다. 평소 읽지 않던 이름 없는 매체 기사 하나, 표현 한 줄에 의사결정자들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경쟁 상황의 특징이다. (네이버에서 찾기 어려운 그 매체의 그 기사 속 그 표현 한 줄은 그 기자와 데스크 그리고 자신 밖에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는 자신 혼자만 기억할 수도 있다.)

    “의사결정하시는 분들이 문제를 삼으시니까 저희가 움직이는 겁니다. 빼라고 하시니 빼야지요” 같은 실행 동기만 반복 토로하는 실행그룹이 제대로 된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기란 불가능하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전략적 선택과 집중인데, 이러한 일희일비 현상은 선택과 집중의 가치를 훼손하고, 일관성이라는 기반까지 흔든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일희일비를 상대적으로 덜하는 의사결정그룹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전혀 일희일비 하지 않는 의사결정그룹은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넷째, 같은 메시지를 반복, 반복, 반복하지 않고는 승리 없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주로 양측이 메시지로 경쟁한다. 열 개의 메시지를 한 번씩 돌아가며 전달하는 쪽과, 하나의 메시지를 열 번 반복하는 쪽이 있다면, 어느 쪽이 더 사회적 주목을 이끌어 낼까? 이는 사회적 주목의 다양성이 아니라, 주목의 강도를 의미한다. 물론 열개의 메시지를 각각 열 번씩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창의적 답변을 내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결과는 좋겠다. 하지만,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그렇게 무한대로 커뮤니케이션 자율성이 주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선택과 집중은 경쟁 과정의 여러 제한성 때문에 나오는 개념이다.

    “상대 측에서 계속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자꾸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건지 불만이 많으십니다” 이와 같은 내부 분위기에 자극 받는 실행그룹이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선순위라도 따져 선별한 메시지라면 모르지만, 그냥 다양성만 극대화한 메시지들이 백화점 식으로 나열 전달되는 실행이 이어지면 결과는 우려스럽게 변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시종일관 취재한 기자나 온라인 전문가들이 우리측 메시지를 간단하게 정리 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도가 이상적이다. 반복적으로 기억되는 메시지가 주가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초기 프레임을 잡아야 승리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또 중요한 전략이 프레임화다. 이는 경쟁 구도에 대하여 공중이나 이해관계자 그리고 그 이전에 언론을 이해시키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전략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흔히 우리가 떠 올리는 강자 vs. 약자, 남성 vs. 여성, 권위주의 vs. 자유주의, 우파 vs. 좌파, 해외 특정 국가vs. 한국 등의 단순한 프레임화는 경쟁 상황에 있어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프레임화는 초기에 정교한 전략적 분석을 기반으로 완성도 있게 실행되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첫 인상’을 심어 놓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상대 측에서 계속 약자 포지션을 강조하고 있어서, 저희 윗분들은 그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다른 전략적 옵션이 있을까요?” 같은 문의를 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 그룹은 이미 게임에서 불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프레임을 깨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거나, 최초 프레임을 만드는 것 보다 수 백배 어렵다. 더구나 상대가 그 프레임을 일관되게 공고화해 나간다면 이미 성을 빼앗긴 채 시작하는 전쟁이다.

    여섯째,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이 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메시지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갑자기 사람이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메시지는 생명력 없는 문자나 소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도자료나 해명자료 또는 팩트시트만 메시지 전달 매체가 아니다.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 소화해 인간적 신뢰를 더해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창구인 사람도 중요한 매체다. 그에 더해 자사의 핵심 메시지를 더욱 더 알기 쉽게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VIP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VIP가 부담스럽다면 전문성을 가진 대변인도 좋다. 제3자로서 자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도움이 된다.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신뢰 있는 전문가들이 우리의 메시지를 언급하게 하는 것이다.

    “저희를 위해 기고문이나 방송에 나가 이야기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을 찾아 보라고 하십니다. 어느 교수님이나 전문가가 있을까요?”라고 자문을 구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 그룹은 대부분 고통만 받다가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마무리한다. 위기관리 명언에서도 이야기하듯,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는 카우보이’는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장면은 활극에서나 연출할 수 있는 것이며, 제대로 숙련된 카우보이는 멈춰 있는 말에 먼저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이후 말을 달리게 하는 법이다.

    일곱째, 연대하되 개입하게 하지 말라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우리측 편에 서 주는 이해관계자들을 많이 만드는 것은 천군만마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상황 전반에 걸쳐 주목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판에 개입 하려는 이해관계자는 최소화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 한 측에서는 전략적으로 상대의 경쟁 전략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특정 규제기관이나 단체의 개입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말하는 고소, 고발, 진정, 공개서한 등이 그런 전술적 툴이다. 그러나, 그 이후까지 경쟁적인 난타전을 만들어서는 좋을 것이 없다. 만약 일정 수준 도그파이트(dogfight)를 감내하자는 전략이라면, 최대한 상대보다는 강력한 명분을 보유해야 한다. 얼마나 훌륭한 명분을 갑옷으로 입는 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계속 상대가 소송을 해 오니까, 우리도 상대에게 소송을 해서 맞상대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소송은 무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강화해야 할까요? 아니면 어떤 다른 대응을 택해야 할까요?” 같은 자문을 요청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팀에게 답은 하나다. 현재 극단적 경쟁 구도에서 자사가 보유하는 명분은 과연 어떤 것이며, 상대적으로 얼마나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을 먼저 정리해 보아야 앞의 질문에서의 대응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들과 연대는 하되, 개입은 최대한 경계하는 것이 이상적인 전략일 수 있다.

    마지막,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예산이 마지막 결과를 정한다

    기업 위기관리도 그렇고, 이슈관리도 그렇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더욱 더 그렇다. 예산 없이 승리 없다. 가끔 내부고발자를 상대하는 기업에서 상대인 내부고발자는 아무 예산도 쓰지 않는데, 우리 회사의 대응에서는 거대한 예산을 써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다. 개인은 기업보다 잃을 것이 적다. 따라서 예산을 써야 할 이유도 적다. 그렇다고 기업이 위기관리나 이슈관리를 위한 예산을 쓰지 않으면, 그 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소모되어야 할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대부분의 기업이 위기관리와 이슈관리를 위해 예산을 최대한 마련하는 현실적 이유다.

    “경쟁사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뿌리며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서 보다 저예산 접근과 함께 상대적으로 효과 높은 어프로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같은 이야기는 듣기에는 멋지고 무언가 전략적인 것 같지만, 현장에서는 별 의미 없는 요구다. 상대도 예산을 쓰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큰 예산을 투입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대를 만나면, 스스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포기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대비 효과는 경쟁사도 노린다.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예산만 펑펑 쓰면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경험적으로 예산을 크게 꾸려 준비한 기업을 보면 전략적 목적과 프레임 등이 잘 정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전적 준비를 거쳐 필요한 것들을 이미 마련해 놓은 경우도 많다. 실행에 대한 준비와 역량도 당연히 그를 따라간다. 무조건 예산만 많이 써서 이기는 게임은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기업의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사회적 시각에서 앞으로도 더욱 더 다양화되고, 잦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관계자 그룹들도 경쟁 대상이 되어 간다. 언론은 물론 다양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의 활동은 그러한 경쟁 상황을 수없이 만들어 낸다. 환경은 그렇게 계속 변화해 간다. 더 변화해야 쪽은 기업이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기업이 낯설어 하거나, 흥분만 한다면 그에 대한 적응과 변화는 시급하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변화하며 노력해 보자.  

  • 건전한 언론관에 대하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을 대표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내 핵심 구성원을 위해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해 보면 아주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기업 오너, 대표, 임원 중에는 언론을 무조건 피하는 분도 있고, 반면에 언론과 친해 가까이 지내는 분도 있다. 언론을 쉽고 만만하게 보는 분도 있는 반면 언론을 아주 불편 해 하며 두려워하는 분도 있다.

    사실 어느 한쪽 성향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 있어 바람직하다 이야기하긴 어렵다. 일부 임원은 언론과 자신의 관계를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 만큼 대언론 자세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현장에서는 언론을 두려워하는 핵심 인력의 생존율이 차라리 더 높아 보인다. 그들이 실행하는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이 개인적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화자가 몸을 사려 조심해 말 하는 자세가 보다 안전한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언론을 쉽고 만만하게 보는 핵심 인력은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심하게 언론에게 피해를 입고는 한다. 믿었던 언론 또는 기자가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하며 어처구니없어 할 경우가 생겨 버리는 것이다. 우습게 여기던 언론에게 당해 오히려 자신이 우습게 되어 버리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거다.

    이렇게 언론이 대해 잘 못 생각하는 기업의 핵심 인력은 공통적으로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까? 왜 그들은 언론과 기자를 자기 뜻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그들은 언론을 일반 기업이라 생각한다. 기자도 그 기업의 단순 종업원 또는 직원이라 본다.

    거래처와 거래처 사람들로 간주하는 것이다. 우리가 저 신문사에 해마다 이렇게 많은 광고 협찬을 제공하고 있는데, 기자를 얼마나 접대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종종 쉽게 한다.

    평소에는 몰라도 부정적 상황에서는 그런 언론과 기자들이 자사를 좀 도와주어야 하지 않는가 묻기도 한다. 자사에 대한 그들의 부정기사에 분을 참지 못한다. 그들이 상도의도 없고, 의리도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분명히 잘못된 언론관이다. 광고 협찬 그리고 접대가 기업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자신이 잘 될 때 관계 맺은 기억으로만 언론을 대한다.

    성공 가도에 있는 회사나 리더에게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친절한 것 같아 보인다. 아주 큰 회사에서 고위 임원 기간을 보냈거나, 대대로 튼튼한 회사를 물려 받은 핵심 인력의 눈에는 언론과 기자가 순하고 착해만 보인다.

    그런 좋고 편안한 관계가 영원할 것으로 믿는 거다. 평소에는 일정한 예의를 차라고 웃기만 하던 기자가 갑자기 회사나 자신에 대한 부정기사를 쓰게 되면 그 핵심 인사는 극심한 인지부조화를 경험한다.

    일부는 자신이 이제 잘 안되고 있으니 언론과 기자가 배신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더 이상 자신에게 얻을 것이 없으니 손절 한 것이 틀림없다 상상한다.

    그러나, 자신이 성공했을 때의 추억이 영원하리라 했던 것이 문제 원인이 아닌가. 언론은 항상 옆에서 박수만 쳐주는 것이 본업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했다.

    셋째, 어떻게 든 언론은 통제 가능 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인맥을 자랑하며 신문사 오너 형님(?)을 언급하기도 한다. 부정적 취재를 나온 피디 앞에서 방송사 사장에게 전화를 거는 기업 대표도 있다.

    언론이건 기자건 자신의 인맥과 영향력으로 통제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부정적 논란의 중심에 처해 급격하게 고립되는 취재원이 되면 환경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연락을 피하거나 난처 해 하는 언론 인맥에게 섭섭 해 한다. 평소에는 어렵지 않게 받아 보던 기사나 보도 관련 정보도 여의치 않게 되니 패닉에 빠진다.

    원래부터 언론과 기자는 통제 불가능한 대상이다.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만 특별히 예외라고 여겼던 것이 문제였다. 통제 불가능성을 전제로 구성된 대응 시스템과 그런 전제 없이 꿈꾼 대응 시스템간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넷째, 다른 지인들 이야기 또는 들은 이야기로 언론을 상상한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이 기자를 다루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려 한다. 어떤 정치인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기자에게 막말을 할 때도 있다. 훈계나 호통을 치기도 한다. 종종 있는 그대로의 말을 언론 앞에서 쏟아 내기도 한다. 일부 기업내 핵심 인력은 그렇게 언론을 다루는 것이 멋지고 속 시원 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기업 대표로 연기하는 주인공이 회사에 부정 기사가 실릴 것이라는 보고를 받으면 소리치는 대사를 기억하는 기업 경영진도 있다. “모든 기사 다 막아! 한 줄도 못 나가게 해!”

    그냥 재미로 그 상황을 감상만 하면 좋은데, 그런 환경을 실제와 혼동하니 문제다.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을 따라하는 기업 커뮤니케이터 만큼 회사를 위태롭게 만드는 사람이 없다. 다름을 이해하고 경계해야 안전하다.

    다섯째, 실제로 치열하게 언론을 대해 본 경험이 적다.

    언론에게 데어 본적이 없다. 반면 한 두 번 세게 대어 본 VIP는 달라진다. 일선에서 매일 기자와 씨름 하는 홍보 임원은 상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으로 문제를 발생시키는 확률이 적다. 그 이전 오랜 기간 기자의 취재에 맞서며 다양한 아픔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에도 놀란다는 말 딱 그대로다.

    언론을 어설프게 알고, 그들에게 큰 상처를 아직 받아보지 못한 인력이 부주의하게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문제를 발생시킨다. 특히 경영진에게는 경험을 능가하는 위기관리 자산이 없다. 일부러 아픈 경험을 시도해 보라는 의미가 아니다. 경험 많은 사내 홍보실의 조언을 들어 보라는 이야기다.

    여섯째, 원래부터 언론에 관심이 적다.

    낯설어 하는 거다. 또는 막연히 엉터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상대를 그렇게 모르고 대응 할 때 생겨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는데 모르면 백전백태가 된다. 매번 위태롭게 되는 셈이다.

    상대를 제대로 모르면 실제보다 두려워하게 된다. 반대로 실제보다 상대를 무시 하기도 한다. 정확히 언론과 기자를 이해하기만 하면 넘침이나 모자람은 없어진다.

    그래서 많은 기업 경영진이 미디어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언론이나 기자를 그렇게 공부해서 뭐하냐는 질문을 하는 경영진도 있다. 건전한 언론관과 공중관 그리고 기업이 가져야 할 균형 잡힌 정무감각은 기업 경영에 큰 자산이다. 이슈나 위기관리 차원에서도 그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은 없다.

    일곱째, 맞서서 싸우고 다투면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불만스러운 언론과 기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계속한다. 사실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언론사나 기자를 대상으로 소송전을 벌이는 것을 거북 해 한다. 그들이 왜 그럴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구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송을 언론이나 기자를 통제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영진도 존재한다. 하지만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중요한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언론과 기자에 대해 소송하고 맞서 싸워 얻는 회사측의 실익은 생각보다 매우 적다.

    수년 간에 걸쳐 받아 낸 판결도 회사에 대한 공중의 부정적 기억을 해소해 주지는 못한다. 검증된 전문가들의 가장 공통적 조언은 언론과 기자에게 맞서기 이전에 할 수 있는 모든 해결 노력을 쏟아 부으라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전략적 고민을 정무감각에 더해 최선을 다하라는 것 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언론과 기자는 다투어 싸울 대상이 아니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에게는 정확한 언론관과 건전한 정무감각이 필수인 환경이 되었다. 구태적 언론관과 개인기로는 최근의 문제를 풀기 더욱 어렵게 되었다.

    합리적 대응과 전략적 메시징이 강조되는 시대다. 주변 그 어떤 것도 통제 가능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사 경영진과 직원도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해진지 오래다. 외부 대상을 감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는 큰 착각이다.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 적시에 해 내는 위기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기반인 언론관, 공중관, 정무감각이야 말로 성공적 기업 경영과 위기관리를 위한 필수 토양이라고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언론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 보자.

  • 대언론 소송은 합의가 목적? [기업 위기관리 Q&A 322]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 대해 악의적 기사를 쓰고 있는 모 언론사 기자와 데스크에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하라는 대표님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언론중재위를 거칠 필요 없이 민형사 소송을 해 본때를 보여주라 하십니다. 승소해서 억울함이라도 해소하자는 건데요. 합의를 염두에 두라는 조언은 무엇 때문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최근 언론중재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핵심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보도를 해서 기업에게 피해를 준 언론사에게 소위 말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되던 되지 않던 사실 현장에서 언론에 대응하는 큰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기업들의 대체적 반응입니다.

    일단 기업이 언론을 상대로 해 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최종 승소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소송을 당한 언론사에서 항상 주장하듯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함’ 같이, 추가적인 보도를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송을 개시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보도를 한 기자만을 대상으로 해서 기업이 대규모 민형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악의적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이 반대로 악의적 소송을 통해 기자 개인에게 중장기적 피해를 입히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최종 판결을 통해 해당 기자의 인생에 데미지를 주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다면 기업 경영진 중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최종 승소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나름 상당액의 소송 비용과 인력 투입 해 언론에 소송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단순히 추가 보도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만 소송을 개시하기에는 좀 아쉬움이 있다는 의미 같습니다.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 악의적 보도로 피해를 입었을 때, 언론을 대상으로 소송을 할 때에는 궁극적으로 ‘상호 합의를 통한 화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화해입니다. 물론 그 화해는 기업이 입은 피해의 실질적 복구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기업은 추가 보도를 막고, 이전에 보도되었던 부정적 내용에 대한 수정 또는 해명 기회를 얻어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사실 최종 판결까지 간다고 해도 기업이 입은 피해는 완전하게 복구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을 싸워 얻어낼 가치가 있는 결과도 아닙니다. 단순히 한풀이를 하겠다는 회사의 결심이 있다면 그런 경우에는 예외가 됩니다. 그런 경우에도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거나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송은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그 수단을 활용하는 데 있어 무리한 목적설정이나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의지를 앞세우면 성공적 결과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잘 준비되고, 전략적인 소송을 통해 언론이 협의의 장에 나오게 하십시오. 상호간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십시오. 그 후 언론으로부터 최대한 얻어 낼 수 있는 화해책을 도출하면 성공한 것입니다. 언론도 면을 세울 수 있는 기업측 안을 제시할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대언론 소송은 승소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합의를 통한 화해와 향후 윈윈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 될 때만 긍정적 결과가 도래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유튜브의 부정 보도, 어떻게 하죠? [기업 위기관리 Q&A 299]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한 이상한 유튜버가 저희 회사에 대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동영상을 통해 퍼뜨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유튜버가 정치적 이슈를 다루고 있어서 소송을 해도 시청자 모금을 해서 응대하는 등 아주 고약한 사람들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법적으로 로펌과 함께 해당 유튜버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계실 것으로 압니다. 그들의 보도내용이 다양하고 구체적일수록 소송에서 다룰 내용들이 많아지니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증거를 수집하면서 분석해야 하겠습니다.

    그와 별도로 생각해 보실 것은, 해당 유튜브의 주시청자가 어떤 타입의 사람들인가 하는 것을 먼저 분석해 보셨으면 합니다. 질문대로라면 정치적 이슈에 대해 진영적 관심이 많은 분들이 주로 시청하는 유튜브로 보입니다. 그들이 자사의 주요 고객이나 이해관계자들과 어떤 교집합을 이룰지도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만약 그 교집합이 크지 않다면 그 유튜브 방송으로 인한 피해는 제한적일 것입니다.

    또한, 해당 유튜브에서 주장되었던 많은 내용들이 다른 정규 언론이나 온라인 등에 얼마나 확산되고 있는지를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해당 유튜브에서만 다루어지고, 다른 정규 언론에서는 실제 취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면 그로 인한 피해 또한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여론이라는 것을 동해바다에 비유하자면, 한 두 유튜버의 주장은 한 바가지 정도의 오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동해바다 만큼의 여론이 밀려오고 쓸려 나가고 하는 환경을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문제는 그 작은 오물 한 바가지가 자사를 향해 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힘들고 어려운 것입니다.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지요.

    이슈관리에 있어 좀더 신경 써야 할 것이라면, 해당 오물 바가지가 얼마나 자주 만들어져 뿌려지고 있는가 일 수 있습니다. 그 오물 바가지에 영향을 받아 얼마나 많은 새로운 오물 바가지들이 생성되고 뿌려지는지도 신경 써야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여론의 바다는 광활해서 작은 오물들이 그 전체를 오염시키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되느냐 물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닙니다. 해야 할 조치는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할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아서는 안 되겠지요. 해당 유튜버에 대해 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상황에 따라 자사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이해를 도모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도 기본이 되겠습니다. 내부와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좀더 많이 자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엉터리 주장에 회사가 너무 몰입하고, 사태를 과도하게 해석하고, 여러 다양한 접근과 기술로 반응을 하고, 결국 긁어서 부스럼을 만드는 실수는 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그 선동적인 유튜버에게 투쟁의 빌미를 주어서도 안 되겠습니다. 그들의 아마추어 취재에 넘어간다면 더욱 더 상황은 심각해 지겠지요. 화가 나고, 안타깝고, 슬프고 하시겠지만,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의 정상적인 방식으로 크게 대응하시는 것을 상책이라 여기셔야 할 것입니다. 감정관리가 곧 이슈관리이기도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