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Brain 기고문] 무조건 막아야 홍보실이 산다?

무조건 막아야 홍보실이 산다?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OO주식회사
홍보실 홍실장. 요즘 홍실장에게는 몇 가지 골치 아픈 이슈들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들어보지 못했던 블로그라는 게 문제다. 홍실장 회사에 대해 악의를 가지고
블로깅을 하는 몇몇 블로거들이 회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트위터라는 곳에 까지 그 블로거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블로그. 트위터. 일단 이게 뭔지 알아야 사장님에게 보고도 하고, 대응 방안도 마련할
텐데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아래 과장이나 대리급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들어는 본 것 같은데 확실히는…’ 이런 반응들이다.

 

내일 모레 오십대에 들어서는 홍실장이 새롭게 다른
무언가를 배우는 게 엄두가 안 난다. 특히나 블로그나 트위터 같은 분야는 워낙 컴맹 취급을 받는 홍실장으로서는
근접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출입기자들이야 이제 안면들이 있으니, 그럭저럭 이야기가 통하지만, 이 블로거라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일반 기자들처럼 한번 만나자 해서 접대를 해 볼까 생각도 해 보지만, 어디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일반인을 회사가 접대한다는 것도 모습이 좋지 않다.

 

사장님이나 다른 임원들은 항상 홍실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언론사 취재에 대응하는 것은 우리 홍보실의 존재이유라고 봅니다. 부정적인 기사나 보도는 어떤 방법과 절차를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해요. 그래야
홍보실이 제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홍실장은 한숨이 나온다.

 

인맥이 없어서라거나, 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사실 회사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위기는
다른 부서의 문제나 실수가 대부분이다. 생산이 품질관리를 잘 못하거나,
고객만족부서가 고객 불만을 제대로 처리 않거나, 영업부서에서 고객불만 처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보통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최근 불만 소비자들을 보면 친척이나 친구들 중에
언론사 기자 한두 명 없는 사람들이 없다. , 회사에 고객
불만을 접수 시킴과 동시에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로 불만 정보를 세상에 알리곤 한다. 홍실장은 이 전선의
맨 앞에 내쳐진 기분이다. 기자들로 하여금 해당 이슈들에 대해 눈과 귀를 막도록 작전도 펴야 하고, 몇 명인지 가늠할 수도 없는 블로거들과 트위터 사용자들의 눈과 귀도 막아야 하는 거다.

 

그런 모든 활동들이 실제로 가능할지 하지 않을지는
아무도 생각해 주지 않는다. 조직에서 홍보실이 안 하면 할 부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게 전부다. 언론이나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변해가건 모든 것은 홍보실의 몫이고 책임이다.
그래서 홍실장은 고민이 점점 많아진다.

 

그러던 중 부사장이 홍실장을 호출했다. 부사장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이메일을 하나 했는데 한 안티 블로거의 포스팅을 링크해서 참고하라 했다 한다. 평소에는 블로그에 자도
모르시던 부사장께서 버럭 호통을 치신다. “아니 홍보실 사람들은 뭐 하는 겁니까? 이런 미친놈 하나도 관리를 못해요? 이런 글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글 끌어 내리세요

 

홍실장은 그 포스팅을 읽어 본다. 상당히 악의적인 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내용 중 사실과 틀린 부분들이 거의 없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다. 문제는 회사에서 해당 포스팅을 끌어
내리라하셨다는 데 있다. 어떻게 끌어 내릴 수 있을까?

 

법무실장에게 전화로 문의를 했다. 법무실장은 일단 명예훼손으로 일정기간 블라인드 처리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래 봤자 다른 블로거들이 이미 글을 다 퍼 날랐고, 트위터에서도 계속 퍼지고 있으니 한두 개 블라인드 처리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법무실 의견의 핵심은 법무쪽에서도
골치 아프니 홍보실에서 알아서 하는 게 낫다는 거다.

 

홍실장은 아래 과장을 통해 해당 블로거를 접촉해
보라 했다. “실장님, 일단 연락을 해서 뭐라고 할까요? 만나자고 제안을 해야 하나요?” 홍실장은 결심이 서질 않는다. 막상 만나서 제시할 것도 없고 사정을 한다고 들어줄 것 같지도 않다. “일단
만나봐. 얼굴이라도 보고 와홍실장은 한숨을 쉬면서 과장을
푸쉬 해 본다.

 

홍실장은 그 블로그 포스팅에 달린 댓글들을 하나
하나 읽어 본다. 계속 댓글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래 대리
한 명이 찾아 켜준 트위터 어플 화면을 들여다보니 여기저기에서 그 포스팅 이야기가 떠돌아 다닌다. 이걸
어쩌나. 전선이 계속 확장이 되고 있는 꼴이다.

 

평소 알고 지내는 위기관리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요청한다. “홍실장님, 회사를 위해서 기업 소셜미디어
활동을 좀 해 놓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홍실장님 회사의 공식 메시지가 있더라도 그것을 전달하거나
확산 시킬 소셜미디어 툴이 없잖습니까? 평소에 그런 소셜미디어 자산들을 구축해 놓으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전화를 끊었다. 사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 평소에 잘하라는 뜻 같은데

 

사장실에서 호출이 온다. 사장님이 단단히 화가 나셨단다. 소셜미디어는 또 뭔가? 사장님에게 보고하기 위해 잠깐 메모를 해가지고 올라간다. 이걸 어떻게
관리해야 하고, 블로거들의 취재를 어떻게 막아내야 하는지에 대해 해결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사장님께 죽지 않을 만큼만 욕을 먹을 뿐이다. 사장님이나 홍실장이나
이해하기 힘든 적과 싸워나가고 있는 것은 매 한가지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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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4의 “[EconBrain 기고문] 무조건 막아야 홍보실이 산다?”에 대한 답변

  1. 스타크군 아바타

    음. 매우 공감가면서 가슴 한쪽이 절절해지는 에피소드입니다. 저런 상황에서는 위기 관리 시스템 구축 같은 것은 그야말로 먼나라 이야기가 되지요. 기자와의 미팅에 들어가는 에너지만 거의 70~80%에 육박해버리기에 전략적으로 persuasive Logic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는 것도 물론이겠지요. 그리고 이런 상황들이 자꾸 반복되면 홍보담당자는 내부적인 시스템 향상 보다는 기자를 통해서만 소위 ‘답’을 구하려고 하게 되는 관성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되더군요. -_-

    1. 정용민 아바타

      맞습니다. 그 관성이라는 것. 매너리즘이라는 것. 그리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공포라는 것이 아마 홍보담당자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적이 아닌가 합니다.

      많은 선배들을 보아도 이 적들 중 하나에 사로잡혀서 고민하시는 것을 가까이서 느끼는데…분명히 젊은 홍보담당자들이 경계해야 할 것들이 아닌 가 합니다. 🙂

  2. 스타크군 아바타

    흐흐.잘 아시겠지만, 이게 느껴지긴 하는데 음..거의 안 고쳐집니다. 예전에 저도 거의 관성의 절정에 있을때 무슨 이슈하나만 떨어지면, 내부적으로 전략을 짜기에 앞서,일단 친한 기자분 전화번호를 자연스레 눌르는 저를 발견하기도 했으니까요. 심지어 기자분에게 미리 이슈 노출하고 전략논의를 한적도 있었지요. -_-. 머리는 아는걸 아는데, 몸은 하던 대로 가더군요. 그리고 스스로 자위하죠. ‘머 이래나 저래나 결과는 홍보 결과는 비슷할거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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