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Brain 기고문]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OO주식회사
홍보실 홍실장. 최근 새롭게 홍보실로 발령을 받았다. 기존
홍보팀에는 5년 차 대리 한 명뿐. 전임 홍보실장은 얼마
‘OO주식회사, CEO 주식 내부거래건으로 쏟아지는 공격성 기사들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제주지점 발령이 떨어졌고, 그 홍보실장은 사표를 내고 퇴사했다.

 

신임 보고를 위해 사장실로 들어가자 사장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전 홍보실장처럼 하면 안됩니다. 윗사람을
위해서는 목숨을 바친다하는 생각이 있어야 회사가 됩니다.” 홍실장은
그의 말뜻을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 최선을
다해 불편하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홍실장에게는 걱정과 할 일이 태산이다. 앞으로 어떤 위기들이 닥쳐올지도 사실 모르고 막막하다. 마치 지뢰밭을
혼자 걸어가고 있는 느낌. 일단 출입기자들에게 신임 인사를 다니고 있는데, 매일 낮과 밤으로 술에 찌들어 있어서인지, 전략적인 생각은 사실
없어진 지 오래다.

 

홍실장이 만나고 있는 출입기자들은 거의 한 명
빠짐없이 홍실장 회사의 오너에 대해 나쁜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홍실장은 각각의 의혹에 대해 해명 하고는
있지만, 기자들이 이렇게 자사의 오너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러다가 자칫 사단이 나겠는걸……’

 

더구나 몇 일전부터는 TV 방송 쪽에서 자꾸 지점들을 컨택 해 온다.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인
불만 끝까지!’라는 프로그램인데, 그 쪽 작가가 자꾸 도매상과 지점간의 영업관행에 대해서 질문하는 전화들을 여기저기에 돌리고 있단다.

 

일단 모든 지점에 공문을 돌려 외부 방송사측에서 전화가 오면 일단 홍보실로 연결을 시키라고 인식을
시키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만드는 CP에 대해 정보를
알아보니, 홍실장 자신의 대학교 선배다. 홍실장과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선배인데, 위급하면 그냥 전화라도 한번 돌려 SOS
쳐야겠다고 생각한다.

 

사내에서는 또 다른 이슈들이 홍실장을 괴롭힌다. 이전 홍보실에서 위기관리를 잘 못했다고 생각해서인지, 마케팅이나
영업 부문에서는 홍보실을 아주 우습게 보기 시작했다. 기자들에게 문의 전화가 와서 홍실장이 영업실적
정보를 영업기획팀장에게 요청을 하면 함흥차사다. 어쩔 때는 그런 정보를 왜 홍보실에서 필요로 하냐면서
투덜댄다. 마음 같아서는 확한판 벌이고 싶지만 참는다.

 

사내 홍보실 내부나 외부나 그리고 사외 기자들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홍실장은 외롭다. 예전부터
아는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홍실장에게 이렇게 조언을 해주었다. “기업의 위기관리는 단기적으로 대응하는데
에서만 그쳐서는 안됩니다. 중장기적으로 위기발생 빈도가 줄어야 진정한 위기관리며, 그에 대한 대응도 효율적이고 생산적이 되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입니다.”
그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홍실장의 마음은 항상 답답하다.

 

당장 하루 하루가 두렵고 답답한데 무슨 중장기
전략이며 시스템? 사실 홍보실 자체에서는 위기가 발생되지 않는다. 문제들은
오너인 사장을 비롯해 영업과 마케팅 그리고 생산과 물류 쪽에서 항상 벌어진다. 그 부문들을 총괄하고
있는 임원들은 위기에 대한 의식이나 관리 의지가 그리 있어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도 바쁜 홍실장이 그런 무심한 사장과 임원들
하나 하나를 설득하고, 위기에 대한 인식 고취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외부 컨설턴트들은 그런 과정을 필히 완성해 내야 중장기적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다고 조언을 하지만, 홍실장은 사실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

 

혹시 홍실장은 사장에게
올라가 우리 회사 위기관리 시스템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말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사장은 이렇게 이야기 할게 틀림 없다. “홍실장, 자꾸 위기 위기 그러는데회사에 무슨 위기가 그렇게 많습니까? 자꾸 위기다 위기관리다 그러면서 떠들고 다니면 회사만 어수선해 져요.
잘나가는 영업부문에게도 위기의식을 조장합니까?” 홍실장은 막상 이런 반응을 얻게 되면 할 말이 없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홍실장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일단 출입기자들과 방송 PD들과 친해지자, 그러면 어느 정도 부정적인 기사는 미리 막아 낼 수 있을 거다. 물론
안다. 기사를 막고 완화하고 하는 것이 회사를 위한 진정한 위기관리가 아님을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 이런 대증적 완화활동이라도 할 수 밖에.

 

중장기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전사적인 위기인식과 위기관리 프로세스 공유 등이 매력적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회사에게는 약간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사실 그 정도의
수준 있는 시스템을 수립하기에는 기초 정지작업도 되어 있지 않아 갈 길이 너무 멀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동안에 완성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또 예산이나 사내 지원은 어떻게 끌어낸단 말인가? 그러니 아예 중장기라던가
위기관리 시스템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는 게 좋겠다. 괜히 시도해 보았자 제안한 우리 홍보실만 우스운 꼴로 비참하게 밀려나게 될지도 모르지.

 

홍실장은 이렇게 결론 내리고, 오늘도 출입기자와 저녁 술자리를 준비한다. 오후 5시경에 회사근처 중국집에 가 짜장면 한 그릇을 먹는다. 이따 7시에 만나기로 한 OO일보 기자와의 술자리를 준비하는 거다. 업무를 마무리하고 떠 날 때가 됐다. 호주머니에 컨디션두 병을 짤랑 거리면서 홍실장은 위기관리라는 것을 하러 회사를
나선다.

 

이게 우리 회사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위기관리라 믿으면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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