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위기 관리는 회사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지난 목요일 저녁에 방송된 소비자불만제로 정수기편은 오랫만에 대기업들이 줄줄이 노출되는 편집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언급으로는 W사, C사, K사라고 익명 처리를 한 반면에 실제 캡션에서는 회사명을 똑똑히 밝혀 주었다. (이는 다른 편들에서는 보기 힘든 방식인데 아마 취재 과정에서 이 회사들의 대응방식이 취재팀에게 스트레스를 준 듯 하다)

이러한 탐사취재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방식과 관련해 여러번 이야기를 했었지만, 이번에도 여실하게 준비가 되지 않은 대응 방식들이 눈에 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방식을 분석해 보면,

우선 W사의 경우에는 정식으로 홍보팀장이 배석한 가운데 기획팀장이 직접 인터뷰를 실시했다. 업계 1위 업체로서 당당함을 가지고 대응을 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 이외 모든 면에서 참패를 당했다고 평가될 수 있겠다.

– 소비자들과 같은 포지션을 설정하는 데 실패했다
– 회사입장에서의 일방적 주장이 많았고, 극단적인 메시지로 무조건 비난을 회피하려 애썼다 (결국 실패)
– 논리적이지 못한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시청자들을 화나게 했다)
– 일선 소비자관리 요원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이 부분은 거의 모든 업체들의 문제다)
– 배상에 대해 언급을 했다. 이 부분이 사전에 회사내부에서 대규모 배상을 결정한 것인지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이 부분이 만약 말 실수나 애드립이었으면 위험하다.

C사의 경우는 가장 최악의 대응방식을 보여준다.

– 인터뷰를 거절하고, 회사를 찾아온 취재진을 사무실에서 박대한다. 그러다가 일부는 모자이크 처리해서 인터뷰 형식으로 언급을 하기도 한다. (완전히 거부한 것도 아닌 듯 하다)
– 전화 인터뷰까지 거절하지는 못하고, 녹취상태에서 전략적이지 못한 일방적 메시지들로 대응을 했다
– 잘못 인정 이전에 문제에 대해서 조차 절대 인정을 하지 않았다 (문제가 없으면 불만제로가 왜 취재를 했을까)
–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스스로 생성시켰다

K사의 경우는 이 중 가장 최선의 대응을 했다고 평가될 수 있다.

– 문제가 있었다면 일선 방문직원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통제하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를 제발 없애자)
– W사와 같이 홍보팀장이 직접 인터뷰에 임했다. 여기에서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잘못이 있으면 점검해서 작은부분이라도 고쳐나가겠다 고 메시징을 했다.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소비자불만제로에 취재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위기관리 방식이다. 취재 프로그램에 압력을 넣어 방송을 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전에 이런 일을 수수방관하지 말고 소비자들 편에서 잘 관리를 했으면 이런 취재 요건상에도 맞지 않게 되었다는 거다.

일단 취재가 시작되면 빨리 포지션을 정하는 것이 나중에 보면 유리하다. 프로그램 자체를 재미있게 만들지 말라는 거다. 시청하는 소비자들을 화나게 만들지 말라는 거다. 문제를 빨리 인정하고 개선 메시지를 핵심으로 가져가라는 거다.

만약 이 2개사가 K사와 같이 모두 처음부터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개선을 약속했다면 이렇게 까지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되지는 않았을꺼다. 물론 취재진이나 소비자들도 이렇게 크게 화를 내지는 않았을꺼다.

전략적 위기 관리 방식은 회사 크기나 시장점유율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상당히 안타깝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코멘트

8의 “전략적 위기 관리는 회사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에 대한 답변

  1. mu 아바타

    자기방어가 본능이고, 잘못인정하는 게 능력(특히, 자기조절능력)이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보는 듯 합니다.

    1. 정용민 아바타
      정용민

      맞습니다. 아주 생생한 케이스죠. 🙂

  2. Sammie 아바타

    업계 1위인 W사의 대응방식이 참 아쉽네요…상당히 의외입니다. 업계 1위라는 Pride 때문인지..그래도 그리 시끌벅적하지 않은 걸 보면 너그러운 소비자들에게 감사해야 되려나요..생수 제조 및 판매업체에게 좋은 찬스 같습니다 🙂

    1. 정용민 아바타

      시끄러운 것 같던데…

  3. 조재일 아바타
    조재일

    안녕하세요.
    웅진 조재일입니다
    역시 명쾌하고 간결한 분석을 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불만제로에서 첫 인터뷰 의뢰시… 잘못된 정보로 인한 오류가 발생했네요. 해당 사에서는 일반 세균 문제와 카본필터에서 나오는 이물질 문제로만 알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역시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강경한 이야기만 편집당했다고 하구요.
    * 해당사에서도 방송 보고 무척 놀랐다고 하네요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지는 스스로도 몰랐던 것이죠. (방송사에 요청해서 현장 취재시 동행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기본 철학과 스킬의 부재로 인해 저 역시 방송 보면서…식은 땀을 줄줄 흘렸습니다.

    1. 정용민 아바타
      정용민

      항상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대비했었어야 하는데…아쉽지요. 저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련하시겠어요. 그래도 훌륭한 회사시니 개선하시면 되죠! 화이팅입니다.

  4. mark 아바타

    이번 사건에 클라이언트사가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고 최선의 포지션을 선택한 것에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물론 더 개선될 부분도 있지만 말입니다.

    1. 정용민 아바타

      포지션의 승리일까?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