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이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언론문의에 대한 대응 규정이 아주 정교하게 짜여 있습니다. 따라서 임직원이 공식 창구를 거치지 않고는 개인적으로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적 커뮤니케이션 금지 규정이 가장 강력한 규정인데요. 사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미가 더 넓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이유는?”

컨설턴트의 답변

좋은 질문입니다. 현재 사적 커뮤니케이션 금지 규정이 ‘임직원 개인이 회사의 허락이나 지시 없이 기자와 직접 접촉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취지라면, 그 자체로는 틀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 수준의 규정을 두고 있고, 나름의 효과도 있습니다.

언론 대응 창구를 단일화하고, 임직원이 개별적으로 기자와 접촉하는 것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의미 있는 규정입니다. 그런데 사적 커뮤니케이션의 의미를 접촉의 주체에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로까지 넓혀 보면, 현재 규정이 실제로 막아야 할 것을 아직 막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미디어트레이닝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고위 임원에게 “이 사안에 대한 전무님의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십니까”라고 물으면, 열에 열 모두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라고 방어합니다. 여기까지는 임원분들이 익숙해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이번 문제는 왜 발생한 것일까요?”라고 물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그 이유는…”이라며 이후 본인의 해석과 판단에 따른 이유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하십니다. 본인은 회사의 공식 입장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같은 질문을 다른 임원들에게 격리된 상태에서 각각 물어보면, 답변이 제각각이고 서로 상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밝히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실제로는 합의되지 않은 개인의 해석을 회사의 공식 메시지처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임원마다 각기 다른 내용으로.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임원들은 각자가 진심으로 회사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믿으면서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그 믿음의 근거가 내부의 합의와 공유가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해석에 있다는 것입니다. 합의되지 않은 선의는 때로 합의된 악의보다 더 큰 혼란을 만듭니다. 기자 입장에서는 같은 회사의 임원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훌륭한 기사 소재가 됩니다.

이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사적 커뮤니케이션은 접촉 주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메시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규정은 ‘내부에서 합의되고 공유된 메시지를 중심으로만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원칙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합의와 공유를 거치지 않은 메시지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상대가 기자든 직원이든 기관이든 정부든 노조든 지역주민이든, 모두 사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보아야 합니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향한 커뮤니케이션에 공히 적용되어야 하는 기준입니다. 규정의 핵심은 접촉의 주체가 아니라 메시지의 내부 합의와 공유 여부에 있습니다. 그 두 가지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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