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법적 분쟁·수사

  • 위기시 의사결정 프로세스

    조선일보는 오늘자 1면에서 MBC의 내부 대책회의 의사록을 이례적으로 기사화했다. 조선일보는 MBC의 위기관리 태도에 대해 비판을 하기 위해 이런 기록들을 기사화했겠지만, 위기관리 실무를 하는 우리들에게는 참 흥미로운 의사결정 프로세스로 참고 주제가 되겠다.

    간단히 MBC측에서 이번 PD수첩건을 가지고 진행한 대책 논의는 다음과 같다.

    “PD수첩 내용에 대한 섣부른 잘못 인정이나 사과는 재판이나 검찰 수사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발표하지 않고 더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MBC가 번역 또는 오역 문제를 방송하는 순간… 국민들은 ‘MBC가 정말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 MBC에 실망과 공격이 이어질 수 있다”

    “우리 패를 먼저 보여주기보다는 검찰의 패를 보고 난 후에 대응하는 게 낫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 내용을) 흘리고, 이것이 언론에 나올 때 MBC는 어쩔 수 없이 시인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기다리다 당하느니 MBC가 먼저 털어버리는(시인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사장은 손을 놓고 있다는 외부 비판 등 경영진이 지는 부담도 있다. 정부와 정면 대결해서 끝까지 갔을 때 민영화와의 상관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먼저 잘못을 인정하자’는 견해를 피력했던 것이다. [조선일보, “PD수첩 잘못 인정하면 공격당한다” MBC, 사과않고 최대한 시간 끌기로]

    이것이 바로 실제로도 빈번히 진행되고 있는 위기시 의사결정 프로세스다. 어느 기업이나 거의 똑같다. 윗 대화록에서 MBC를 우리회사로 바꾸어 놓으면 바로 우리회사의 의사록이다.

    잘못에 대한 인정보다는 ‘시간 끌기’가 항상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우위를 점하는 이유는 ‘순간적인 안정감’ 때문이다. 사실 잘못에 대한 인정 후 다가오는 장기적인 심리적 안정감보다 약간은 불안하지만 잠시 한정적으로 즐길 수 있는 순간적 안정감이 심리적으로 더 편하기 때문이다.

    상당히 바보같다고 하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세계최고의 MBA출신에 내노라하는 대기업의 CEO분들도 거의 그렇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 방법을 알려 줘야지…

    반면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패배했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심재철 교수는 “‘검역주권 포기’, ‘미친소 수입하는 정부’ 같은 과장된 구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걸 보면 정부 내에 과연 위기관리 전문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박성희 교수는 “효과적인 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정책을 정확하고 알기 쉽게 정의(define)하는 어휘를 정부가 선점해야 한다”며 “그러나 ‘강부자, 고소영 내각’ 같은 어휘가 이명박 내각을 먼저 정의해버렸듯이, 촛불 정국에서도 줄곧 어휘와 문구들을 대중에게 선점당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말의 전쟁’에서 정부가 졌다]

    재미있는 분석이다. 하지만 몇가지 실무적 의문들…

    1. 과장된 구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는데 그러면 어떻게 청와대가 대응할 수 있었을까? 방법이 있을까? 과장된 구호를 구호로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교정으로 대응할 것인가?

    2. 정책을 정확하고 알기쉽게 정의하는 어휘를 정부가 선점해야 한다고 했는데…그런 어휘의 선점이 진정한 위기관리라고 할수 있을까?

    청와대도 힘들겠다.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니…

  • 소송할까요?

    [질문] 이번 TV 보도에 대해 대책 회의를 해야 하겠습니다.

    [답변] 네? 지난 주 방송된 그 프로그램에 대한 대책회의 말이십니까?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요?

    [질문]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우리의 입장은 법적으로 해결을 해서 방송사의 사과를 받아 내자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답변] 흠…그 방송내용 중에 딱히 어떤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시는 건가요? 예를 들어 사과를 보여주면서 귤이라고 했다던가 하는…분명히 정확하지 않거나 틀린 사실이 보도상에 있었나요?

    [질문] ….아니오. 그래도 그 방송내용은 너무 편파적이고 의도가 있었다는…

    [답변] 그건 회사의 시각인 것 같은데요. 시청자들에게나 방송사에는 충분히 보도할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던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합니다.

    [질문] 여러가지 법적인 대응이 그래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본때를 보여줄 수 있는…

    [답변] 아무 효과도 없을 뿐더러, 법적으로 승산도 없습니다. 방송사도 이런 류의 프로그램에는 다 법적인 리뷰를 하고 내보내지요. PD수첩을 보십시오. 명백히 다른 사실이라고 해도 사과하지 않습니다. 이게 다 해석상의 차이이기 때문이지요. 소송을 하시는 것은 좋은데…무슨 소득을 얻길 바라는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질문] 그럼…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건가????

    [답변] 테크니컬리 그렇습니다.

  • 예상질의응답을 만들자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보통 기업 소송등과 관련해서 CEO에게 법원 출두명령이 떨어지면 출두하기 전 일정기간 동안 그 CEO는 회사 법무팀과 법률 자문 컨설턴트들과 예상질의응답 내용에 대해 숙지를 하곤 한다. 법정에서는 CEO의 답변 하나 하나가 모두 법적인 책임을 가지기 때문에, 주요한 이슈들에 대한 일관성 있고 논리적인 답변내용의 준비는 필수적이다.

    위기시 ‘여론의 법정’에 서는 CEO나 회사 대변인들에게도 이와 똑같이 예상질의응답의 준비와 숙지과정은 꼭 필요하다. 예상질의응답의 개발 목적은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을 함에 있어서 CEO나 대변인 그리고 홍보담당자들이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같은 목소리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의 입장과 대응방안을 발표하는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놀라거나 당황’하게 되면 해당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모든 관련 이슈들을 대변인과 홍보담당자들은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해당 위기를 통제(control)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공중에게 주는 것은 위기관리의 가장 중요한 기본 포지션이다.

    만약 사고로 사망자들이 발생했다면 정확하게 그 사망자들이 몇 명이고, 그 사망자들과 기타 부상자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이들에게 어떤 배상을 실시할 것인지 또 더 나아가서 이러한 사고 상황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어떤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 실시할 것인지를 모두 메시지로 준비해서 기자들 앞에 서야 한다.

    피해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거나, 처리에 있어서도 무질서하게 뒤죽박죽 메시지들을 흘리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배상 계획이나 개발 방지 계획 등은 발표를 해도 당연히 신뢰가 가질 않게 된다.

    갑옷이냐? 화살비냐?

    위기가 발생했으면 일단 그 상황을 관리하는 부서의 활동과 병행해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은 해당 위기를 둘러싼 예상질의응답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이 전에 어떤 포지션을 가지고 위기관리를 할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합의가 CEO를 위시로 해서 전체 사내에 존재해야 한다.

    정해진 포지션을 기조로 해서 작성된 예상질의응답은 충분히 많고 다양해야 한다.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공식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논리적이어야 하고, 전략적으로 디자인 되어야 한다. 물론 최후에 법적인 리뷰도 실행해야 한다. 일부분의 사소한 표현이나 메시지 내용들이 추후 불필요한 소송의 빌미를 제공하거나, 소송에서 불리한 증거자료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미리 필요하다.

    개발된 예상질의응답은 상당히 집중적인(intensive) 세션을 통해 빨리 공유 되어야 한다. 사내에서 대변인의 역할을 실행하는 전문가의 경우에는 예상질의응답의 내용의 대부분이 생소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1~2시간 정도의 세션을 통해서도 많은 부분의 논리적인 답변 내용 습득이 가능하다.

    이러한 예상질의응답 팩의 경우 외부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팩 개발 방식은 다년간 위기를 관리한 경험이 있는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서 내부와 외부의 시각을 한자리에 모으는 방식이다. 예상질의응답을 내부인사들끼리만 만들다 보면 분명히 너무 내부 중심적인 답변 태도와 메시지들이 주를 이루게 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팩을 개발하는 당시의 상황은 상당히 촉박한 시간적 압박을 느끼게 되고, 정확한 상황 판단에 한계를 느낄 수 있으며, 분위기에 있어서 흥분되고 격앙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표현과 메시지들을 완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기본적으로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날카로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의 내용들은 기업 내부의 홍보전문가들이 취합을 하고, 그 내용을 메시지화 하는 단계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내부의 이해관계자들 보다 좀 더 차분하게 제3자의 시각을 견지하는 그들의 인풋은 위기 시 예상질의응답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다.

    위기시 완벽한 예상질의응답 팩은 전시 갑옷에 비할 수 있겠다. 모든 화살을 완벽하게 막아 낼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치명적인 부분이라도 잘 막아내 주는 그런 갑옷이라도 고마울 따름이다. 반대로 예상질의응답 팩을 개발하지 않거나 공유하지 않고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임하는 것은 벌거벗은 채로 화살비를 맞는 것과 같다. 운이 좋으면 살겠지만, 죽을 확률이 더 많은 도박이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관련 개념 · 예상질의응답팩이란 무엇인가

  • 위기관리의 경제성을 경계하자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언론을 포함한 일반 국민들과 소비자들은 위기시 줄곧 회사의 ‘안전 불감증’이나 ‘저급한 품질관리’ ‘불결한 생산 프로세스’ ‘건강하지 못한 재료 및 함유물’ 등에 대한 대응 자세(attitude)에 대해 비판을 한다.

    지난 과자, 캔, 빵, 떡볶이 떡, 소시지 등의 사례에서도 반복적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거론된 것이 “왜 우리나라 회사들은 소비자들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안 돼 있나?”하는 것이다.

    특히 언론에서는 “왜 소비자가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했는데, 바로 리콜을 선언하지 않았느냐?” “지금까지 쉬쉬하고 있었던 것은 문제를 숨기려 했던 것 아니냐?” “왜 제품 한 세트를 소비자에게 주었느냐? 입 막음용이냐?” “왜 이물질을 발견한 소비자가 말을 번복하느냐?” 등등 의도를 깔고 많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소비자 단체들은 “소비자 안전을 등한시 하는 기업은 불매운동을 해서라도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한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나 타사 홍보임원 분들은 “이번 사례가 큰 깨달음의 기회가 되어서 어서 우리 회사들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확충하고, 그와 함께 더 더욱 품질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 좋다. 단, 이런 논의는 지난번 이야기한 것과 같이 우리 기업들이 ‘훌륭한 위기관리’의 선결 조건인 ‘훌륭한 경영 철학’이 전제되었다는 가정 하에서 실현성이 있는 비판이며 논의다.

    기업의 진화 프로세스에 있어 우리 기업들은 아직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윤창출’이라는 수십 년 전 기업관에서 그리 크게 성장해 있지 않다. ‘사회 시민으로서 맡겨진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윤은 창출되며, 훌륭한 사회 시민으로서 지속적 활동을 해 나감에 따라 그 이윤은 더 더욱 극대화 된다”는 철학이 뿌리 깊게 공유되어 있는가는 의문이다.

    어떻게 보면 필자의 생각에 대해 ‘정말 나이브(naive)’하다 할 수도 있겠다. 필자 스스로도 여러 위기관리 프로젝트에서 이런 철학적인 벽으로 인한 한계를 피부로 느꼈었다. 사실, 이 부분은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간의 차이가 그리 많다고 볼 수도 없다. 외국 기업이라고 다 훌륭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훌륭한 철학과 함께 그들에게는 ‘한국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또 부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대증적 활동 갖고 위기관리‘잘했다, 못했다’

    우리 제품 ‘전복죽’에서 개구리 뒷다리가 나왔다고 치자. 화난 소비자의 마음을 가라 앉히고, 12종 죽 세트를 선물하니 소비자가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하면서 없던 일로 처리해 준다. 조금 떠드는(?) 소비자에게는 한 50만원을 건네준다. 그래도 못 참겠다고 하는 소비자가 있으면 ‘얼마를 원하느냐?’해서 적절히 무마 한다.

    자신의 신체가 이 제품으로 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제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겠다는 적극적인 소비자도 있다. 이럴 때 회사는 머리를 굴린다. (철학을 일깨우는 대신) ‘우리 회사가 사용 중인 로펌에 소송 대응을 맡기면 얼마나 들까?’ 따라서 그렇게 크게 일을 법정으로 까지 끌고 가기 싫으면 로펌의 소송 준비 서류 개발 비용만큼의 돈을 그냥 소비자에게 합의금조로 줘버리면 위기관리는 어느 정도 오케이다. (나름 신속하고, 비용효율적인 대응이다…)

    이렇게 대증적 활동을 가지고 위기관리를 잘했다 못했다 거론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근본적 원인 해결과 재발 방지에 대한 실제 활동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이런 대증적 치료가 근본적 체질 개선 보다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철학이 없는 기업에게 가장 큰 자극은 지금까지 실행했던 ‘대증적 위기관리의 경제성’을 박탈하는 것이다. 대증적 위기관리의 경제성을 박탈하기 위한 소비자 집단 소송제도의 도입은 ‘훌륭한 철학이 존재 하지 않는 기업’들에게는 전혀 다른 위기관리 패러다임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제대로 된 훌륭한 위기관리는 그 다음부터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입력 : 2008년 06월 24일 10:12:19 / 수정 : 2008년 06월 24일 10:16:02

  • 설정같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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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할 때 사용하는 시나리오 설정 같다…이만큼 위기는 현실이다.

  • 정보소스

    정보소스

    (질문 6) M&A는 정보전이기도 한데, 커뮤니케이션 지원에 활용 가능한 정보들은 어디서 어떻게 얻나?

    일반적으로 인수팀이 구성 되면 인수팀은 정기적으로 보고회의를 가진다. 커뮤니케이션팀에서 가장 정확하게 챙겨야 하는 것은 각종 언론 매체의 관련 보도들이다. TV보도나 신문기사나 사설등을 포함해 모든 공식 비공식 정보 소스들을 통해 모니터링을 한다.

    특히 경쟁사들의 견제 활동은 일반 신문 기사나 TV 리포트와 동시에 각종 ‘기고문’ ‘칼럼’ ‘사설’등을 통해서 진행 되므로 경쟁사의 이러한 움직임들을 시시각각으로 포착해 분석하고, 대응 시나리오들을 수정 확정해야 한다.

    또한, 주요한 정보소스로 정보지 즉, 찌라시가 있다. 증시주변에서 도는 ‘설’들도 민감하게 확보 분석해야 한다. 각종 경쟁사측에서 들려오는 소식, 공정위나 국회측에서 도는 이야기들, 몇몇 정부의 관련 키맨들의 태도변화 추이등이 다 좋은 보고 소재가 된다.

    정기적 인수팀 보고 모임을 할 때 많은 커뮤니케이션 재료들이 거론되기 때문에, 이 회의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 같은 팀내의 자금 자문, 법률 자문, 기획 자문, 학계 자문, 대관업무 그룹, 로비스트들에게서 얻는 정보는 매우 활용 가치가 높고 시기적절한 인풋이 될 수 있다.

    단, 주의해야 하는 것은 그 정보가 공개해도 가능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과, 그 정보를 흘릴경우 어떠한 역품이 올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이슈에 봉착하지 않을 것인가도 분석을 해야 한다. 평시와는 다르게 모든 정보를 다 밖으로 나를 수는 없다.

    경험상 법률이나 기획 또는 학계 자문단들은 자신들이 거론하는 정보들이 ‘비밀’이라는 개념만 가지고 있지, 적절하게 전략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다는 생각들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은 커뮤니케이션 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종착점은 인수팀내 멤버들이 다 같다. 그 목적과 목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 나가느냐 하는 게 각자에게 맡겨진 임무다.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케이터들은 확보된 정보들을 전략적 판단을 거쳐 잘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아이러니 하지만 기자들도 M&A 때는 매우 좋은 정보원이다. 해당 M&A에 대해 기사를 많이 쓰는 기자들은 아주 고급정보는 아니더라도 업데이트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들에 대한 소식은 기자들을 통해 업데이트 받을 수 있다.

    보통 M&A 커뮤니케이션에서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간의 정보 교류 방식은 ‘give and take’ 방식이 기본이다. 일반 홍보시에는 이런 방식이 힘들지만, 어짜피 M&A 이슈로 커뮤니케이터가 기자를 만나면 ‘내가 가진 따끈한 업데이트를 줄 테니, 당신도 멋진 정보 하나 주시오’하는 게 상호에게 더 생산적이다.

    모든 정보는 정기적으로 또는 중요도에 따라 실시간으로 정리, 분석되어져, 보고되어진다. 인수팀 책임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형식으로 분석 정리 되는 것이다. M&A에서 Confidentiality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M&A 판에서 만큼 정보들이 많이 유통되는 경우들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그 정보의 질이라는 것이 무조건 활용 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는 수준이라는 인식도 선행되어야 하겠다.

  • 소비자 소송에 대한 회사의 공식 반응

    경향신문에서 보도한 <개인이 옥션상대 첫 손배소…개인 소송 잇따를 듯> 기사를 보면 소비자 개인 소송에 대한 회사측의 공식입장이 홍보담당자의 멘트로 quotation되었다.

    ㄱ씨는 “개인이 옥션 개인정보유출과 관련,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 지언정 이번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고, 또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꼭 승소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옥션 O 홍보팀 차장은 “4월초께 피해자(개인정보유출) 20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집단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개인적으로 우리회사(옥션)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에게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하지만 회사차원에서도 전문 변호사를 선임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기업이 어떠한 형태의 소송에 휘말리게 될 때에 홍보팀이 지켜야 할 공식 입장(position)은 low profile이다. 아주 특수한 사례의 경우에는 예외가 있겠지만, 해당 소송과 소송을 제기한 사람, 소송의 범위, 소송 대응 방안, 소송 대응 주체, 소송 대응 전략, 소송 판결 이후의 포지션까지 그 하나 어떤 것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위 기사에서는 해당사의 홍보팀이 상당히 자세하고 친절하게 해당 소송에 대한 주변 이야기들과 대응방침에 대해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데, 이는 회사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을 뿐 더러, 오디언스에게도 그렇게 좋은 감정으로 받아 들일 메시지들이 아니다.

    기자가 어떻게 물어보던 소송에 관련한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딱 한가지다. “저희는 현재 계류중인 소송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추가적인 언급은? 판결이 난 후에 그 결정에 대한 적절한 포지셔을 밝히면 된다. 그때 가서 말하면 된다.

    동시에 거의 비슷한 소송에 처한 하나로텔레콤(현재 SK 텔레콤)의 quotation에서는 숙련된 반응이 실제로 목격된다. (이슈의 중대함에 대한 평가는 일단 제외하고 공식 반응에 대한 부분만 보자)

    28일 하나로텔레콤은 “SK텔레콤이 인수하기 전의 일이지만 하나로텔레콤의 고객들이 우리 회사로 인해 불편함을 겪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현 경영진의 몫”이라며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로텔레콤의 이런 조치는 소비자단체에서 불매 및 계약 해지 운동까지 벌이겠다는 강도높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나로텔레콤은 관련 법에 근거한 정당한 TM 영업 행위까지 문제로 삼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리 해석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뭐라 밝힐 입장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 위기관리의 경제학

    언론을 포함한 일반 국민들은 식품회사나 다른 여타 회사들의 ‘안전 불감증’이나 ‘저급한 품질 관리’ ‘불결한 생산 프로세스’ ‘건강하지 못한 재료 및 함유물’ 등에 대한 자세(attitude)에 대해 비판을 한다.

    이번 새우깡, 참치캔, 빵, 떡복기떡, 소시지…사례에서도 반복적으로 거론 되는 것이 “왜 우리나라 회사들은 소비자들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안되있나?”하는 것이다.

    특히 언론에서는 “왜 소비자가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했는데, 바로 리콜을 선언하지 않았느냐?” “지금까지 쉬쉬하고 있었던 것은 문제를 숨기려 했던 것 아니냐?” “왜 참치캔 한 세트를 소비자에게 주었느냐? 입 막음용이냐?” “왜 지렁이를 발견한 소비자가 말을 번복하느냐?”등등 의도를 깔고 많은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다.

    소비자 단체들에서는 “소비자 안전을 등한시 하는 기업은 불매운동을 해서라도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한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나 홍보 임원분들은 ‘이번 사례가 큰 깨달음의 기회가 되어서 어서 우리 회사들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확충하고, 그와 함께 더더욱 품질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 좋다.

    단, 이런 논의는 우리 기업들이 ‘훌륭한 위기관리’의 선제조건인 ‘훌륭한 경영 철학’이 전제되었다는 가정하에서 실현성이 있는 비판이며 논의다.

    기업의 진화 프로세스에 있어 우리 기업들은 아직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윤창출’이라는 수십년전 기업관에서 그리 멀리 성장해 있지 않다. ‘사회 시민으로서 당연히 맡겨진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윤은 창출되며, 그 이윤은 훌륭한 사회 시민으로서 지속적인 활동을 해 나감에 따라 더더욱 극대화 된다”는 철학이 아직 뿌리깊게 공유되지 않아 있는게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정말 나이브한 생각이군…’할수도 있겠다. 나 스스로도 인하우스 시절 이런 철학적인 벽으로 기업의 한계를 피부로 느꼈었다. (사실, 이 부분은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간의 차이가 그리 많다고 볼수도 없다. 외국 기업이라고 다 훌륭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훌륭한 철학과 함께 그들에게는 ‘한국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또 부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제품 ‘전복죽’에서 개구리 뒷다리가 나왔다고 치자. 화난 소비자의 마음을 가라 앉히고, 12종 죽세트를 선물하니 소비자가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하면서 없던 일로 처리해 준다. 조금 떠드는(?) 소비자에게는 한 50만원을 건네준다. 그래도 못 참겠다고 하는 소비자가 있으면 ‘얼마를 원하느냐?’해서 적절하게 무마 한다.

    자신의 신체가 이 제품으로 위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제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겠다는 적극적인 소비자도 있다. 이럴때 회사는 머리를 굴린다. (철학을 일깨우는 대신) ‘우리 회사가 사용 중인 로펌에 소송 대응을 맡기면 얼마나 들까?’ 따라서 그렇게 크게 일을 법정으로 까지 끌고 가기 싫으면 로펌의 소송 준비 서류 개발 비용 만큼의 돈을 그냥 소비자에게 합의금조로 줘버리면 위기관리는 어느정도 오케이다. (나름 신속하고, 비용효율적인 대응이겠다…)

    이렇게 대증적인 활동을 가지고 위기관리를 잘했다 못했다 거론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근본적인 원인 해결과 재발 방지에 대한 실제 활동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이런 대증적 치료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 보다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철학이 없는 기업에게 가장 큰 자극은 지금까지 실행했던 ‘대증적 위기관리의 경제성’을 박탈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자 디지털 타임즈에 안병한 법무법인 장백 변호사가 올린 기고문에 동감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

    대증적 위기관리의 경제성을 박탈하기 위한 소비자 집단 소송제도의 도입은 ‘훌륭한 철학이 존재 하지 않는 기업’들에게는 전혀 다른 위기관리 패러다임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훌륭한 위기관리는 그 다음부터다.

  • 만약 나라면?

    예전 한화 사건때도 인하우스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 했었지만, 산성중공업의 이번 태안반도 사건에 대해서도 인하우스의 고민과 어려움은 충분히는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 이해가 됩니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달랑 사장님과 홍보담당자 둘이 앉아서 하는 의사결정 결과는 아니지요.

    특히나 이번 태안반도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아마 CEO는 물론 전체 관련 임원들과 그룹차원에서의 논의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고민의 시간이나 내외부 카운셀러 그룹의 규모 및 투자시간도 저희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고민의 과정과 전략적 방향성 셋팅의 과정에서 가장 큰 목소리와 역할을 해야 했던 부서는 바로 ‘법무팀’이 아닐까 합니다. 누가 사건의 책임을 가지느냐 하는데 있어서 재판이 진행중이고, 만약 삼성중공업의 중과실이 인정되면 회자되고 있는 것과 같이 ‘무한책임’의 형벌이 회사에게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이 홍보팀이었겠지요. 심각한 여론동향을 밤낮으로 체크하고, 위기관리 그룹에게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하면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겠지요.

    만약, 내가 삼성중공업의 인하우스 책임자로서 소위 말하는 ‘진정성’을 보여 주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어떻게 했었을까요? 

    법무팀과의 전체적인 조율과 자사의 전략적 방향성을 파괴해 나가면서, 개인의 행보를 벌일수는 없는 것이고, 그것이 삼성중공업의 진정성이라고 이해되지도 않았겠지요. 무한책임이라는 엄청난 위협을 다같이 감수하자고 대형 상장사 구성원들을 설득시킨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지요.

    회사의 존폐가 걸려있는 법률적 판단이 나지 않았을때 실행하는 섣부른 외부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죤슨앤죤슨의 타이레놀 케이스에서도 전미국시장의 타이레놀을 전량 수거 폐기하는 ‘진정성’은 삼성중공업과 같이 무한책임이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또한 당시 죤슨앤죤슨은 가해자의 일원이 아니었고, 피해자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그런 ‘진정성’의 표현이 그나마 가능했겠습니다.

    홍보담당자로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할수 있는 최선의 일은 법률적 판단을 기다리고, 그 판단에 따라 ‘진정성’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것 뿐이라고 봅니다.

    위기관리는 해당 위기를 ‘멸균된 인큐베이터’에 놓고 바라볼 수는 있는 사회현상이 아닙니다. 분명히  context가 존재하고, 가변적 여러 변수들이 어지럽게 chaos를 이루면서 변해갑니다. 이 부분을 우리 홍보담당자들은 이해 했으면 합니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위기관리에 대해서는 여러해가 지난 후에나 그 성패를 판단할 수 있겠지요. 현재 상태에서 저희가 실무자로서 벤치마킹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원칙과 전략에 따라 움직였는지, 그리고, 어떤 통합적 영향력들을 통해 위기확산을 통제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무적 부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