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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 정보가 없는데 어쩌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방금 전 저희 홍보실에서도 인지하지 못했던 회사관련 재판 판결이 났습니다. 법무팀이 공유를 안 해 줘서 판결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와 관련해 많은 기자들이 전화 문의를 해 오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희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기자 문의를 핸들링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현 상황에서 절대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회사 공식 언론 창구 역할을 하는 홍보실에서 절대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불확실한, 틀린, 또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기자에게 전달하는 행위입니다. 물론 추측이나 예상도 절대 피해야 하는 것에 포함되지요.

    반대로 현상황에서 홍보실이 꼭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입니다. 법무팀이 공유하지 않았다면 빨리 법무팀에게 정보를 받아야 합니다. 정확하게 법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법무팀 담당자에게 설명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이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최대한 신속하게 이해를 형성할 시간을 확보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기자들의 특성은 어떻습니까? 홍보실의 공식입장을 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한 두 시간 내에 또는 바로 몇 십 분내에 공식입장을 받기 원하지요. 기자의 요청에 부응하려 하니 홍보실이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하게 될 것이고, 기자의 요청에 대하여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니 기자가 실망하고 관계가 좋아지지 않습니다.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홍보실은 홀딩 메시지라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홀딩이라는 의미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일정 기간을 멈추어 놓고 그 이후 공식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기자가 빨리 기사를 써야 할 때 그에 바로 응할 수 있게 공식입장이 마련되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홍보실에서는 대부분 홀딩 메시지를 전달하곤 합니다.

    여러분이 기사나 보도에서 접하신 메시지 그대로입니다. “현재 상황을 파악 중입니다.” “현재 판결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현재 항소 여부를 논의 중입니다.” 이 상황 메시지에 따라 앞으로의 약속 메시지를 붙이기도 합니다. “상황 파악이 마무리되면 즉각 공식입장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판결문 분석이 끝나면 관련한 공식입장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결정되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같은 메시지가 그런 목적의 메시지입니다.

    일부 상황에서는 기자의 질문에 적절한 메시지가 여의치 않거나, 답변을 가능한 피하고 싶을 때도 홀딩 메시지를 사용합니다. “현재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인 사안으로 저희가 언급 드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습니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 때 저희 입장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오너 개인의 사안으로 법인 차원의 입장은 없습니다.” “시장 루머에는 코멘트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같은 메시지들이 그런 류입니다.

    다시 강조 드리지만, 정확하지 않은 메시지가 공식창구인 홍보실을 통해 나가서는 절대 안 됩니다. 메시지가 최대한 정확해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는 완전하게 정확하고, 필히 내부적으로 합의되어진 것이어야 합니다. 이런 결과물을 위해 홍보실은 언제든 홀딩 메시지를 활용해야 합니다. 이는 상대 기자에게도 좋은 홍보실의 배려일 수 있습니다. 기자가 오보를 쓰지 않게 도와주려는 과정이니까요.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오보인데 어떻게 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모 경제지에 저희 회사와 관련 해 오보가 났습니다. 대표 이하 모든 임원분들이 다 패닉에 빠지셨습니다. 홍보실에서 그 기사를 쓴 기자와 데스크를 만나 설명도 해보고 했는데, 기사 수정도 불가능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에서 해당 기사를 ‘오보’라고 지칭하셨는데, 그 기사를 오보라고 정의하신 기준이 무엇인지가 먼저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특정 기사에 대해 오보라 정의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사에서 다룬 내용이 실제 팩트와 전혀 다르거나 틀린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되었거나, 전혀 근거가 없거나 심지어 허위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경우 기업에서는 홍보실을 통해 기자에게 실제 정확한 팩트와 공식 정보를 제시하거나, 기업측에서 보유한 실제 근거나 기사의 허위를 증명할 정보를 공유해 해명하곤 합니다. 그 정당한 해명을 접한 기자는 자신의 기사를 수정합니다. 누가 보아도 오보인 경우 그 기사를 그대로 싣고 있으면 이는 언론사에게도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이 오보라 정의할 때에 주관적 관점이 그 기준이 되니 문제입니다. 우리가 볼 때에 ‘그 기사가 정확하지 않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팩트, 정보, 근거가 기준이 아니라, 기업측 의견, 관점, 표현의 뉘앙스 등을 기준으로 해 기자의 기사를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지요.

    그 경우 홍보실이 아무리 해명해도 기자는 그것을 주관적 주장으로만 해석합니다. 일부 기자는 홍보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정확하지 않은 지 또는 틀린 것인지 규정해 보라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에 대한 실제 팩트나 정보,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합니다. 기자 요청에 기업 홍보실이 응할 수 있는 재료가 궁한 경우 더 이상의 대응은 불가능 해 집니다.

    기업측에서는 기사 내용에 대해 기자가 편향적이다. 쟁점에 대한 이해를 잘 못했다. 내용을 정확하게 모르고 썼다. 의도적으로 정보를 취사선택했다. 악의를 가지고 썼다. 완전히 틀린 기사라서 소설이라고 반박합니다.

    그러나, 그런 반박에 정확한 근거가 없으면 그 반박은 기자가 편향적으로 ‘보인다’. 쟁점에 대한 이해를 잘못한 것 ‘같다’. 내용을 정확하게 모르고 쓴 것 ‘같다’. 의도적으로 정보를 취사 선택한 것 ‘같다’. 악의를 가지고 쓴 것 ‘같다’. 완전히 틀린 기사라 소설 같아 ‘보인다’는 느낌만을 기반으로 한 단순 주장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이후 해명이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고 해서 언론중재위나 소송까지 가더라도 해석, 관점의 차이 또는 느낌에 기반한 주장으로는 상대 기자를 이길 수 없습니다. 대부분 기업 관련 부정 기사들이 그러한 회색지대에 있기 때문에, 해명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수정 조차 어렵습니다.

    오보 대응에 있어 가장 첫 단계는 자사가 정확하게 해당 기사를 반박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혹시 단순 해석이나 관점의 차이는 아닌지 까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해당 기사를 오보라 정의하려면 그것이 오보일 수밖에 없는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만약 그런 전제와 살핌이 없다면 해당 기사를 오보라 부르는 것은 전략적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여지는 남겨 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해결을 위해서는 상호간 감정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가 없는데 위기관리팀이 필요한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 매뉴얼에는 위기관리팀이 정해져 있습니다. 홍보실과 법무팀, 기획실 등 여러 부서팀장 이상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3년 넘게 별 위기가 없었습니다. 위에서는 그 팀이 무슨 소용이냐 하시네요? 이미 유명무실 해 졌는데, 계속 운영을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 경영이나 전략은 공히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귀사에서 고민해 선택하셔야 할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일정 기간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해서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되어 있는 위기관리팀을 해체한다는 것은 조금 극단적 조치 아닌가 합니다. 이미 그 팀 자체가 유명무실 해 졌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최근 수년간 최소한 적절한 팀 대상 교육이나 훈련도 부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위기관리팀이 평시 센서링과 모니터링을 잘 해 잠재적 부정 이슈나 위기 요소들을 찾아 냈고, 그 각각에 완화, 소멸, 방지, 대비 조치를 꾸준히 취하고 있었다면 그 팀에 대한 윗분들의 평가는 달랐을 것입니다. 그간 위기관리팀은 제대로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겠습니다.

    따라서 지난 수년간 별 위기가 없었다는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위기관리팀이 정해진 자신의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별 위기가 발생되지 않았다면, 해당 위기관리팀은 상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위기의 부재는 그냥 우연이었던 것이지요.

    운이나 우연은 오랫동안 일관성을 지니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 회사에 별 위기가 없었다고, 앞으로도 큰 위기가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 믿을 수는 없습니다. 그간 아무런 위기관리 역할을 하지 않았던 위기관리팀이 앞으로 위기관리를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지 못하는 것과 같아 보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유명무실해진 위기관리팀을 없애는 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전에 해당 팀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던 이유를 먼저 정확하게 분석하셔야 할 것입니다. 팀에게 적절한 교육과 훈련이 제공되었는지, 평시 환경 센서링과 모니터링 등 위기 및 이슈 트레킹 미팅이 열려 왔는지, 그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이슈 및 위기 대응 전문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런 분석에 기반하여 해당 팀을 해체한다는 결론을 선택하시더라도, 가능한 재구성 및 활용강화 쪽으로 선택 하시는 것이 향후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유효한 선택이라고 보여 집니다.

    실제로 언론관련 위기가 잦지 않다고 일정 기간 후 홍보실을 축소하거나 해체하는 기업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업 대부분은 이후 수년내에 다시 홍보실 강화라는 선택을 합니다. 예기치 못한 언론관련 트러블을 심하게 겪고 난 뒤에 부랴부랴 다시 홍보실 역할을 기억하는 것이지요.

    여름에 화로가 필요 없고, 겨울에 부채가 필요 없다는 그런 개념과 위기관리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옛말에 군사는 천일을 훈련해 일각에 사용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의미 있는 개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브랜드팀들이 각자 기자 응대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는 십여 개 이상의 브랜드팀이 있는데요. 기자가 브랜드에 대한 취재를 할 때 각 브랜드팀에 연락을 하곤 합니다. 브랜드팀에서 그때 그때 기자 문의에 응대하다 보니 각종 문제가 생겨 골치가 아픕니다. 회사 홍보실이 계속 뒤처리를 해야 하는데 어떤 개선 방법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브랜드팀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종종 고민하는 언론 대응 체계에 대한 질문입니다. 기업마다 자사 커뮤니케이션 체계와 구조를 기반으로 브랜드팀과 기업 홍보실간 업무 분장을 결정합니다. 가장 흔한 구조는 기업 홍보실이 언론 창구 역할을 하면서 브랜드팀과 ‘함께’ 기자 문의에 응대하는 체계입니다. 브랜드팀이 기자의 최초 문의에 바로 응대하는 것이 아니라, 홍보실을 거쳐서 문의에 응대하게 되는 구조이지요.

    이런 구조는 일상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실행 과정에서 상당한 불편함과 비효율성을 만들어 냅니다. 신속하게 브랜드 메시지를 언론에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 기업은 브랜드별로 언론 창구를 만들어 운용하는 브랜드팀 중심의 다창구 체계를 실행하기도 합니다. 언론의 브랜드 관련 문의에 그때 그때 효율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체계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특정 브랜드나 기업 차원의 이슈 또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브랜드팀 자체에서 언론 대응을 하는데 한계를 보이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기업 홍보실의 지원을 받게 되는데, 평소 브랜드팀과 기업 홍보팀간에 사일로가 있었다면 상호 지원이나 협조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더욱 좋지 않은 체계는 브랜드팀이 평시 언론 응대를 하면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데, 브랜드팀 창구 인력이 언론 커뮤니케이션 원칙이나 경험에 있어서 부족함이 있는 경우입니다. 거래처나 관계자를 상담하듯 기자와 브랜드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다 보니 각종 문제를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지요. 질문하신 것처럼 문제가 발생되면 어쩔 수 없이 기업 홍보실이 사후 관여를 해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에 무리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요.

    브랜드팀이 언론 응대를 하는 것이 나은가, 기업 홍보실이 언론 응대를 하는 것이 나은가 하는 것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닙니다. 흔히 생각하듯 브랜드 관련 내용은 브랜드팀에서 핸들링하고, 기업 관련 내용은 기업 홍보실에서 핸들링하자 해도, 일선에서는 그렇게 무 자르듯 확실하게 주제가 나뉘지 않습니다. 특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브랜드에서 창구를 하다가, 브랜드 관련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 홍보실이 창구 역할을 한다는 체계도 현실적이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런 체계적 고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브랜드팀이건 기업 홍보실이건 창구 역할을 하는 담당자들을 지속 훈련하는 것뿐입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을 넘어 대변인 트레이닝 수준의 훈련과 경험을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와 함께 민감 주제에 대해서는 일사불란한 창구일원화를 실행할 수 있는 팀워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평시와 비상시 변치 않는 상호협조 및 지원 체계는 기본 중 기본입니다. 훈련받지 않은 자는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면 안 된다. 이게 원칙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전화를 꺼 놓으면 어떨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솔직히 기자에게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이야기해도 해명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기자들은 계속해서 홍보담당자와 대표이사에게 문의 전화를 걸어옵니다. 하나 하나 대응하기도 힘들고 해서 전화를 모두 꺼 놓고 받지 말자 하려고 하는데요. 괜찮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노 코멘트는 코멘트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이상한 말이지요. 노코멘트는 대체 어떤 코멘트인 것일까요? 부정 이슈나 위기 시 노 코멘트는 해당 의혹이나 문제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길티(guilty)를 인정하는 코멘트’라고 합니다. 지금 질문하신 상황에서도 회사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시기 때문에 해명할 여지가 없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기자들의 취재 전화를 받지 않는 기계적인 ‘노 코멘트’를 하는 것은 책임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코멘트’로서 해석 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훈련 받은 기자는 어느 한쪽의 주장이나 정보만을 그대로 받아 기사화 하지 않습니다. 그 이슈에 상대방이 존재한다면 당연히 그쪽을 연락하여 해당 이슈에 대한 그들의 주장과 정보를 접수해 함께 기사화 하게 됩니다.

    문제는 상대가 있는 이슈임에도 그 상대가 해당 이슈에 대한 자신의 주장이나 정보를 기자에게 제공하지 않는 경우 발생합니다. 기자가 일정 노력을 해도 취재원의 주장과 정보를 입수할 수 없다면, 기사는 그냥 일방의 주장과 정보를 기반으로 꾸며지게 됩니다. 단, 기자는 기사 말미에 ‘이에 대한 해명 요청에 상대측은 답하지 않았다” 또는 “기자의 취재를 피하고 거부했다”는 요지의 문구를 같이 싣게 되지요.

    그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어떤 쪽이 문제이고 책임 있는 곳인지를 쉽게 판단합니다. 만약 양측 주장과 정보가 서로 충돌하고 양쪽 모두 이해가 가능한 입장이라면 독자들은 그 이슈에 대한 판단을 일정 기간 유보하기도 합니다. 양측에 모종의 갈등이 존재하는구나 하는 정도의 판단을 하는 것이지요.

    반면, 어떤 한쪽 주장과 정보가 구체적으로 실린 기사를 접하고, 그 말미에 상대측의 노 코멘트나 취재 회피 등의 입장만 발견하게 되면 독자는 대부분 상대측이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상대측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우려해야 합니다. 초기부터 이렇게 프레임이 굳어지게 되면 이후 입장을 바꾸어 적극 대응을 꾀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홍보담당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업무 연속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평시에는 바쁜 기자가 전화를 받지 않아도 열심히 연락해 긍정적인 홍보활동을 하던 담당자가,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기자들의 당연한 취재 연락을 피하는 상황을 입장 바꾸어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홍보담당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성 유지와 신뢰성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이 어렵고 힘들 때 기자의 연락을 피한다면 그 이슈나 위기는 지나가겠지만, 그 이후부터 홍보담당자 개인에 대한 이슈나 위기는 시작될 것입니다. 대표이사는 이슈나 위기 시 청구일원화 차원에서 기자 연락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홍보담당자는 대표이사와는 다른 대응을 해야 합니다. 대변인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고 시 대변인 역할이 불가능한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 매뉴얼에는 공장장과 안전팀장이 사고 발생 시 현장 언론대상 대변인이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고가 발생되면 두 분이 모두 수사를 받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게 되어 정상적 대변인 역할이 불가능합니다. 매뉴얼이 실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는 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대부분 기업에서도 현장 대변인 역할이 그 상황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바 같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에서 그 부분이 문제입니다. 대변인의 역할은 가능한 최상위자가 해야 한다는 개념 때문에 조직도에서 현장 대변인을 단순 설정하는 오류 때문입니다.

    매뉴얼에서는 대변인을 비롯한 모든 핵심 역할은 ‘정’과 ‘부’를 두게 되어 있습니다. 그 역할을 주로 담당해야 할 ‘정’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 ‘부’를 두는 것이지요. 그 ‘부’는 꼭 한명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습니다. 여럿을 하나의 역할에 묶어 두는 것은 전체 각각의 역할에서 빈틈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현장 대변인 역할을 담당할 그룹을 좀더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정’은 공장장으로 유지하더라도, ‘부’의 역할을 안전팀장, 총무팀장, 환경팀장 등으로 다각화하는 것이지요.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중 누군가는 정해진 역할을 해 낼 수 있도록 편제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물론 평소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트레이닝 및 대변인 트레이닝은 필요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 사고 현장에서 회사측이 자체 브리핑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장 대변인의 역할은 현장을 관리하는 소방서와 경찰 등과 협업하여 메시지를 정제하는 노력이 중심입니다. 관련 조사 기관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경계하면서, 상황 팩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역할입니다. 본사 홍보실과의 지속적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합니다.

    만약 자체 브리핑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신속하게 본사 홍보실의 지원을 받아 사전에 현장 대변인과 본사 홍보실의 역할을 분담해서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이 때도 가장 중요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은 상황에 따른 팩트 기반 메시지입니다.

    일부 경우에는 회장이나 대표이사가 참석해서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에 따른 의전이나 VIP 메시지는 본사 홍보실이 담당할 것입니다. 이때도 현장 대변인은 그 외 현장 상황 중심의 팩트 기반 메시지를 본사 홍보실과 정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 상황을 경험해 본 현장 담당자들은 이미 그런 방식으로 역할을 재정리해서 실행하려 시도했을 것입니다. 공장장과 안전팀장이 부재하고 있다고 해서 현장 기자 취재를 나 몰라라 하는 경우는 없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사내 토론을 통해서 기존 매뉴얼을 현실화하고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매뉴얼의 환류관리라고 합니다. 오래 된 매뉴얼의 유형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오래 되어 쓸모 없게 된 매뉴얼과 오랫동안 개선 강화되어 매우 강력해진 매뉴얼이 있습니다. 개선과 강화에 신경 써 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저희 대표님을 위한 짧은 조언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기자들 사이에서 저희 회사 주목도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대표님과 주요 임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트레이닝도 진행할 예정인데요. 오늘도 대표께서 관계기관 주최 행사에 참석하십니다. 당연히 기자들이 저희 대표님을 취재할 텐데요. 대표님께 짧게 조언해 주실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주 원칙적 조언이라 조금 거부감을 느끼실 수도 있을 텐데요. 대표님의 직무기술서를 한번 확인해 보시지요. 대표님의 주요 직무가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으로 서술되어 있지 않을 겁니다. 물론 회사를 대표하는 최고임원으로서 회사와 관계 있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은 의무가 맞습니다. 하지만, 기자 취재에 응대하는 1차적 행동이 주요 업무 영역에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자와 회사를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직무는 누구의 것일까요? 홍보실 임직원들의 직무입니다. 바로 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들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홍보실 임직원이 배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오늘 그 행사에서도 홍보실 임직원이 대표님 주변에 머무르며 취재기자들을 안내 관리하겠지요.

    대표이사님은 그 홍보실 임직원들의 가이드를 그대로 따르시면 됩니다. 홍보실을 건너뛰어 자신의 메시지를 개인적으로 낸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실 것입니다. 오늘 행사의 취지를 따져보십시오. 대표님이 언론의 취재에 대응해야만 하는 성격의 행사인 것인지요? 그렇지 않다면, 취재에 응대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반대로 기자의 취재에 꼭 응할 필요가 있는 성격의 상황이라면 준비된 답변을 활용하십시오. 준비라는 작업은 내부적으로 합의된 메시지를 정리해 기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메시지는 그 자체로 안전합니다. 문제는 합의되지 않은 채 개인적으로 마련해 전달하는 사적 메시지입니다. 항상 그런 메시지는 문제를 만들 소지가 다분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 대표께서는 적절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때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준비되어 있지도 않았을 테이고, 꼭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자들도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는 대표께 구체적이거나 깊이 있는 답변을 받는 것을 예상하지 않습니다. 그냥 취재 과정으로 생각하며 질문하는 것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예의만 지키면 문제는 없습니다.

    고대 로마의 명연설가였던 카토(Cato the younger)가 오늘의 대표님들께 도움이 될 조언을 이미 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침묵하고 있기 보다 말하는 것이 좋다는 확신이 들 때만 나는 말한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계실 때 이 조언의 의미를 잘 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대표님께 ‘침묵’은 아주 중요한 기본이고 원칙입니다. 단, 그 기본과 원칙보다 ‘말을 해서 얻을 것이 더 많다는 확신’이 생길 때만 말씀하십시오. 그때에는 미리 준비해서 합의하에 마련한 메시지를 적극 활용하시면 됩니다. 기자의 질문에 우선 답변하시는 것은 기본이 아닙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강력한 홍보실이 만드는 10대 가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어느 정도 규모에 이른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경영진과 미팅을 하면 종종 비슷한 고민 주제들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 중 대표적 고민이 ‘우리 회사에게 홍보실이 필요한 건가?’ ‘홍보실을 구성한다면 어떻게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가?’ ‘홍보실을 운영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하는 아주 현실적인 주제들이다.

    일부 기업 경영진은 예전 자신이 대기업에서 일할 때 홍보실이 하는 일을 보았는데, 이제는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해 줄 직원들이 자신에게도 필요하게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떤 경영진은 아직까지 홍보실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는데, 몇몇 부정 기사에 대해서는 신경이 쓰인다는 이야기도 한다. 회사가 홍보실까지 꾸릴 사이즈가 되지 않아서 어떤 레벨의 홍보담당자를 고용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중요한 고민을 하는 기업 경영진에게 컨설턴트가 단순히 ‘큰 회사도 대부분 홍보실을 운영하고 있으니 대표님 회사도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같은 일반적인 조언을 할 수는 없다. 경영진이 고민하는 것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데 있어서 홍보실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인이다. 그리고 제한된 현실속에서 어떤 구조로 홍보인력을 고용 또는 활용해야 가장 이상적인 투자대비 생산성이 도출될 수 있을까 궁금해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고민을 가진 기업들이 홍보실을 왜 구성하고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 돌아보고, 현실적인 영역에서 강력한 홍보실을 구성해 운영하게 되면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강력한 홍보실은 다음과 같은 가치를 회사에 선물하게 된다.

    첫째, 강력한 홍보실은 회사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달아준다

    홍보실을 구성하면 이후 가장 먼저 홍보실로부터 받아 보게 되는 것이 매일 아침 전달되는 언론과 온라인 여론 모니터링 보고서다. 자사에 대한 이야기, 경쟁사에 대한 이야기, 규제나 환경에 대한 이야기, 기타 관련된 정보들이 매일 매일 그리고 때때로 시간에 맞추어 경영진에게 보고된다.

    이전에는 경영진이 시간 날때 개인적으로 자사 관련된 내용을 포털에서 찾아보고, 소셜미디어를 읽어보고 했다면, 이를 전담하는 조직이 생겨서 보다 전문적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트레킹 해주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모니터링 된 정보와 환경변화에 대한 일선의 조언도 함께 얻게 된다.

    둘째, 회사에게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한 생각을 가능하게 해 준다

    회사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이전에는 대표와 핵심 경영진이 필요할 때마다 가다듬었다고 한다면, 홍보실이 구성되면 그들이 전담해 기업 커뮤이케이션 활동을 디자인하게 된다. 우리 회사가 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어떤 대상에게 언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그들과는 각각 어떤 메시지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어떤 결과를 창출할 것인가를 사내적으로 합의하게 해 준다.

    이전의 회사 커뮤니케이션이 단편적이고 단기간으로 이어지는 성격을 가졌다면, 홍보실은 그런 실행을 보다 지속적으로 중장기화 해서 꾸준히 관리하게 해 준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전략, 플랜, 실행계획 등과 같은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셋째, 회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속 시원 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대표 중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언론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는 개인적으로 아는 기자를 찾아 다니거나, 회사를 찾아오는 매체 광고 담당자를 통해 광고비를 지급하고 인터뷰나 기사를 실어 보기도 했다. 보도자료 배포라는 서비스를 사서 포털에 자사 보도자료를 도배도 해 본다.

    그러나 홍보실이 구성되어 강력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홍보실은 회사가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속 시원 하게 전달해 준다. 단순히 일방적 게재나 도배가 아니라, 기자들을 이해시키고 그들의 지원을 받아 보다 품질 높은 제3자 인증을 이끌어 내준다. 살아있는 기사와 의미 있는 보도들을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생산해 내게 된다.

    넷째, 이해관계자들을 돌아보는 정무감각을 키워준다

    기업 경영진에게 중요하게 강조되는 가치 중 하나인 정무감각은 강력한 홍보실 없이는 정상적인 형성과 관리가 불가능하다. 홍보실을 이끄는 임원이나 팀장급 인력은 여론을 항상 접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경영진이 사회적 여론에 맞서 의사결정 해야 하는 경우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력들이다.

    평시에도 다양한 사회적 여론과 흐름을 사내에 공유해 주는 홍보실 인력들은 기업 경영진에게 살아있는 정무감각의 소스다. 홍보실이 없었을 때에는 내부 사정과 입장이 의사결정의 주요 기반이 되었다면, 홍보실이 역할을 발휘하게 되면 외부 여론과 다양한 3자 시각들이 투입되게 되어 보다 안전하고 이상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된다.

    다섯째, 회사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리게 해 준다

    정무감각이라는 것이 보다 발전되면 사내적으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확실하게 규정하게 해준다. 경영진을 포함한 전직원이 자신의 의사결정과 활동의 기준을 보다 확실하게 설정하게 된다는 의미다. 당연히 이런 기업의 경우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모범적인 회사로 인정받게 된다.

    홍보실이 역할을 발휘하게 되면 언론에게도 이전보다 회사의 모습을 체계적으로 갖추게 되었다는 인정을 받게 된다. 언론관계에 있어서도 회사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확실하게 가리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어 신뢰를 받게 된다. 이전에는 믿지 못할 회사가 믿을 만한 회사로 비춰진다. 언론에게는 비로소 정상기업으로 인정받게 되는 셈이다.

    여섯째, 일원화된 창구를 운용하게 됨으로써 핵심 경영진의 업무를 덜어준다

    이전에는 대표나 핵심임원이 기자들을 만나고, 기타 이해관계자와 시간을 보내며 힘들어 했다면, 홍보실이 역할을 발휘하게 된 이후에는 경영진의 그런 부담은 상당히 줄어든다. 경영진은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더욱 중요한 경영적 의사결정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창구를 홍보실로 일원화 해 얻게 되는 가치도 상당하다. 준비된 전략적 메시지가 하나의 창구에서 커뮤니케이션 되니 불필요한 노이즈나 루머나 실수가 사라진다. 내부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이야기가 흘러 나가는 일도 줄어든다. 회사는 회사의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컨트롤 함으로서 보다 큰 신뢰를 얻게 된다.

    일곱 번째, 폭넓은 언론관계망을 형성해 평시 이슈를 관리해준다

    강력한 홍보실을 이끄는 임원이나 팀장은 평시에 지속적으로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다양한 기회를 창출해 언론과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인간적 이해와 연대를 이끌어 낸다. 당연히 보다 많은 기자들이 회사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상시 접하게 되고,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기자에게 회사 관련 정보나 이해가 부족 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오해나 억측 같은 것들이 최소화된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갈등이 대부분 사라진다. 탄탄한 언론 네트워킹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쌍방향적인 상생의 환경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여덟 번째, 실제 이슈나 위기 시 큰 도움을 받게 된다

    실제 부정적인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경험 많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자들이 경영회의에 빡빡하게 포진하고 있더라도, 그들의 의사결정을 실행으로 정확하게 구현해 내는 실무 그룹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손발 없이 홀로 서있는 머리를 상상해 보면 된다.

    제대로 된 홍보실은 이슈나 위기 발생 시 회사의 정확한 관리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이다. 입장을 정리하고, 해명문이나 보도자료를 다듬고, 내부적으로 이를 결재 받고, 자료를 핵심 타겟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설명하고, 보도와 기사를 이끌어 낸다. 기자회견을 준비해 진행한다. 그 외 다양한 실행까지 일선에서 해 낸다. 그 어려운 시기동안 홍보실 수장은 회사를 위해 대변인 역할을 해 낸다. 이슈나 위기관리를 실제로 해 본 경영진은 안다. 잘 준비된 홍보실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하는지.

    아홉 번째, 회사의 명성과 이미지를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홍보실이 제대로 역할을 하게 되면 회사는 일희일비 하지 않게 된다. 일관성을 지니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 실행을 통해 통합적인 기업 명성과 이미지를 측정 관리한다. 중장기 플랜에 따라 회사가 어떤 것을 언제 해야 하는지를 정하게 된다.

    단순하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 이득을 남기는 기업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이해하고, 훌륭한 기업 시민이 되는 모습을 스스로 표현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적절한 이해와 지원을 이끌어 낸다. 이 노력이 상당기간 이어짐에 따라 해당 기업은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홍보실의 노력은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열 번째, 더 큰 회사로 지속 성장하게 도와준다

    사회적으로 아주 튼튼한 갑옷을 부여받은 기업은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 과정에서 홍보실은 회사를 위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사회적 이해, 인정과 신뢰를 회사의 성장과 연결시키는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 준다.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훌륭한 명성을 더욱 더 강화 시키기도 한다.

    소비자, 투자자, 규제기관, 정부, 국회, NGO, 지역 커뮤니티, 거래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도 균형감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게 된다.  일부 이해관계자와 갈등이 발생되면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상호 호혜적인 해결책을 이끌어 내게도 된다. 그러한 우호적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정지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홍보실 사람들이다.

    단기간에 이익을 쫓아 기업가치를 높이고, 이를 신속하게 레버리징 해서 고이익을 남긴 엑시트를 꿈꾸는 일부 기업이나 스타트업 경영진의 경우에는 위에 설명한 홍보실의 가치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중장기적으로 노력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자신에게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달리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기업 경영활동을 하는 경영진의 경우에는 강력한 홍보실의 구축과 운영이 가져올 근본적 가치와 이후 펼쳐질 환경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 글로벌적으로 성공한 많은 기업들이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왜 그들이 자국 본사에 대규모 홍보실을 꾸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만족하지 않고, 시장 지역별로 국가별로 상당수 규모의 홍보실과 인력을 거느리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왜 그들은 매일 매일 수많은 로컬 시장의 여론을 읽으며, 로컬 언론이나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되는 메시지에 그렇게 어마어마한 공을 들이는지도 벤치마킹 해 볼 필요가 있다. 왜 그들은 그런 일을 위해 상당한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일까?

    그 이후에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와 달리 홍보실의 역할을 이해 못하고, 그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만 하며, 성공한 기업만큼 자사 홍보실을 통해 가치를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지에 대해 토론해 보자.

    의외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오너 엘론 머스크는 자사의 홍보실을 오래전 없애 버렸다. 얼마전 개인적으로 인수한 트위터에서도 기존의 홍보실 인력들을 내보냈다. 한마디로 홍보실이 없어도 자신과 자신의 회사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도 엘론 머스크의 그런 홍보실 무용론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 한국은 미국과 사회 및 이해관계자 환경이 다르다. 함부로 극단성을 따라해서는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에 더해 자사가 엘론 머스크 만큼의 맷집을 지녔는지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더 나아가 엘론 머스크 같은 스타일로 회사를 경영하기를 진정 원하고 있는지도 경영진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도 있겠다. 극단적인 케이스를 따라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큰 것이다.

  • 임원이 언론에게 상처 입는 이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대표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다 보면, 아주 다양한 임원들의 시각과 커뮤니케이션 습관 그리고 성격을 접하게 된다. 언론과 기자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이 있어 각자의 태도 자체에 차이가 생긴다. 또한 그와 상관없이 일상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습관이 서로 달라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적절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캐릭터가 분별된다. 성격 또한 마찬가지다.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기 전에 종종 참여 임원들에게 언론과 기자에 대해 평소 품고 있는 생각을 질문해 보기도 한다. 일부 임원은 신중하게 언론과 기자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생각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반대로 좋지 않는 느낌을 토로하는 분도 있다.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임원은 이전에 기자의 취재로 인해 개인적으로 상처를 받았던 경우들이 많다. 나에게 피해를 준 나쁜 사람들이 기자라는 개념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회사의 아주 중요한 위치에서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임원들이 자꾸 개인적으로 언론에게 상처를 입는 상황을 중대한 위협 또는 위기로 해석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평시 임원들에게 언론과 기자에 대한 이해를 비롯하여, 기자와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훈련한다. 기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 입는 임원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하겠다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주로 언론에게 상처를 입는 임원이 가지는 공통적 원인에 대해 정리해 본다. 왜 우리 임원은 언론에게 자꾸 상처를 받을까? 무엇을 알고 고치면 언론에게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 될까? 상처를 입더라도 이전과 같이 치명적인 수준을 어떻게 해야 면할 수 있을까? 한번 알아보자. 언론에게 상처받는 임원들은 대부분 이런 공통점이 있다.

    첫째, 기자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길 수 없다. 의도적으로 계획해서 질문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답변자는 없다. 만약 답변자가 기자보다 훨씬 더 많이 준비되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기자의 전화를 받거나, 기자와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임원의 대부분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어떤 기자가 언제 나에게 접근해 어떤 질문을 할지를 어떻게 알고 미리 준비할 수 있을까? 따라서 일단 임원이 언론과 대화를 시작하면 이길 확률보다는 질 확률이 엄청나게 더 높다. 백전백태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고, 아주 신중하게 게임에 임해야 그나마 생존이 가능하다.

    둘째, 임원은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영업부사장이 기자와 통화하며 회사의 영업 상황에 대해 설명 하나? 왜 인사부서장이 기자에게 자사 인사정책에 대한 직접 해명하나? 대부분 임원의 직무기술서에는 ‘언론과 대화하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기자와 대화한다는 것은 그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 이외의 활동을 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로 인해 회사에 피해를 끼치게 된다면 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기자에게 잘 설명해서 좋은 기사가 나오게 했다? 기자는 이길 수 없다고 바로 앞에서 조언했다. 만약 그런 결과가 있었다면 해당 임원은 그냥 운이 좋았던 것뿐이다. 그 운이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셋째, 기자와 말을 섞어도 나는 대변인이 아니어서 괜찮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임원들은 지인인 기자와 대화하고 나서 ‘개인적인 통화’라거나 ‘개인적인 대화’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것이 개인적이냐 아니냐를 판별하는 아주 중요한 기준은 통화나 대화의 주제가 순수하게 개인과 관련된 것이지 아니면 회사와 관련된 것인지에 따라 나뉜다. 만약 지인인 기자와 골프 실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대화를 마쳤다면 그것은 개인적 대화일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계획중인 골프장 인수 건에 대한 자랑을 섞었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대화일 수 없다.

    기자도 재무 임원인 자신이 회사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기자가 함부로 내 자신의 이야기를 기사화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기사를 쓰려면 그 내용을 회사 홍보실에 다시 한번 확인하고 쓸 것이다? 아무리 기자들의 수준이 낮아졌다고 해도 그 정도로 몰지각하게 기사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잘 아는 기자라서 그렇게 걱정할 것은 아니다? 글쎄다. 바로 맨 앞에서 조언한 것을 다시 기억해 보자. 기자를 이길 수는 없다.

    넷째, 말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말 실수는 단 한 번으로도 자신과 회사를 망치기에 충분하고 차고 넘친다. 실제로 기자와 통화 한번, 지나가며 한 말 한 마디, 술자리 실언 한 조각으로 자신의 커리어가 망가지고, 회사와 조직에 큰 데미지를 남긴 케이스들이 지천이다. 하지만 임원들이 볼 때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한다. 그건 회사 홍보실이 해당 기사를 사후에 적극 관리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후유증은 최소한 소스인 자신에게는 남는다.

    개인적 대화에서 말 실수는 개인적 창피함이나 우스움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기업 임원이 기자와 회사관련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한 말 실수는 그리 단순하게 정리되는 성격이 아니다. 그것이 기사화되거나 TV 방송을 타게 되는 경우에는 더욱 더 상황은 심각 해 진다. 온라인과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통제 불가능한 노이즈로 불 타오르면 해당 실수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구글은 결코 잊지 않는다(Google Never Forgets)”는 유행어처럼 자신의 이름에 실수가 붙어 평생 가는 온라인 주홍글씨를 남기게까지 된다. 기자도 그냥 실수라는 것을 이해해 줄 것이다? 글쎄, 다시 기억하자 기자를 이길 수는 없다.

    다섯째,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답을 한다

    내가 가장 중요한 중심이 되어야 생존할 수 있다. 기자가 질문한다고 해서 내가 꼭 답변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기자가 질문하더라도 내가 그 질문에 대해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답을 주면 안 된다. 준비되지 않은 답은 일단 회사내에서 합의되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답변은 애드립 일 가능성이 높다

    아는 범위 내에서만 이야기해 주었다고 변명해도 소용없다. 아는 범위 내에 어떤 준비되지 않은 메시지가 있었을 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아는 범위 내 이야기가 기자에게 공개하기 적절한 것이었는지 여부도 따져볼 겨를이 없었지 않나? 임원이면 기자가 한 어떠한 질문이라도 받아 쳐 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글쎄, 다시 기억해 보자. 기자를 이길수 없다는 것을.

    여섯째, 자신의 메시지가 적절한지를 따지지 않는다

    임원들이 기자와 대화한 뒤에 종종 하는 해명이 있다. 내가 임원으로서 못할 말을 한 것은 아니다. 내가 임원으로서 틀린 말을 했을 리 없다. 내가 임원으로서 그런 말도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런 사후 이야기를 한다. 맞다. 못할 말도 아니고, 틀린 말도 아닐 수 있다. 물론 임원으로 그 정도 이야기를 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적절했는가다. 만약 그 말이 부적절했다면 그 이후 모든 해명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적절한 메시지인가가 가장 우선되어야 할 필요 충분조건이다. 적절한 메시지는 충분한 준비를 거쳐서 탄생한다. 충분한 준비는 곧 사내에서 공식적인 합의를 의미한다. 기자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면 그 결과는 긍정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기자가 우리 메시지를 알아서 잘 해석해 줄 것이다? 아직도 오해를 하는 것 같다. 기자를 이길 수는 없다고 조언했다. 기자 마음에 희망을 품지 말라는 의미다.

    일곱째, 오프더레코드를 활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너무 자주 강조해서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다. 기자와의 모든 대화는 온 더 레코드다. 그리고 기자를 이길 수 없다는 조언은 절대 잊지 말자.

    여덟째, 기자 응대의 일관성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기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는 즉답하지 않겠다 생각했다면 끝까지 그 대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내가 충분한 준비를 거쳐 기자에게 우리의 준비된 핵심 메시지를 반복해 전달하겠다 싶으면 그리 하는 것이 좋다. 어떻게 해서 든 그 기자가 쓴 기사에 우리 핵심 메시지를 집어넣어야 하겠다는 결심을 버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최초 전략적 결심을 이내 잊어버리고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즉답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기자가 기술적으로 반복해 질문하니 결국 답을 줘 버리는 경우가 그런 것이다. 우리의 핵심메시지를 반복 전달해야 하겠다 하다가, 곧 다른 길로 빠져서 준비하지 않은 메시지들로 말잔치를 하며 대화를 끝내는 경우도 그렇다. 어떻게 임원인 나도 인간인데 그렇게 자연스럽지 못하게 같은 태도를 기계처럼 유지할 수 있나? 아니다. 임원께서는 인간이시기 때문에 더욱 더 기계적인 훈련을 받으셔야 했던 거다. 기자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해야 하는 최소한의 준비였던 거다.

    아홉째, 안전섬에 머무르는 것을 부자연스럽다 한다.

    핵심 메시지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일종의 안전섬 역할을 한다. 각종 차량이 빠른 속도로 오고 가는 10차선 도로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도로 중간의 안전섬이다. 일단 안전섬에 머무르기만 하면 치명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된다. 그 위에서 지나가는 차량을 살피는 여유도 허락된다. 이내 차량이 줄거나 속도가 잦아들면 안전하게 길을 건너갈 기회도 생기게 된다. 그런 소중한 안전섬에 머물러 있는 것을 부자연스러워 한다면 그건 극한 위험을 즐기겠다는 의미가 된다.

    백악관에서 매일 수차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펼치는 프로 대변인들도 두꺼운 브리핑북을 언제나 품고 다닌다. 그냥 애드립으로 답변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미 그 두꺼운 브리핑북을 장시간 숙지한 뒤에 하는 답변을 우리가 구경하는 것일 뿐이다. 대변인실에서는 그 브리핑북을 계속해서 업데이트 하는데 상당한 인력이 상당한 시간까지 투입한다. 말 그대로 매일 매일 안전섬을 짓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기자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로드킬은 당하고 싶지 않은 거다.

    열 번째, 창구일원화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

    기자와 백 번의 대화가 있다면 그 중 백 번 모두 가장 먼저 시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창구일원화다. “김기자님, 저희 회사 규정상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홍보실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게 창구일원화의 대표적 메시지다. 그렇다고 기자가 바로 질문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추가 질문이 이어진다면, 임원께서도 방금전과 같은 창구일원화 메시지를 추가해 전달하면 된다. 누가 지치는 가의 게임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그것은 기자의 취재를 회피하는 것 아니냐며 질문하는 임원도 있다. 그렇지 않다. 기자가 취재하는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홍보실에 대한 창구일원화는 중요하다. 자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야 기자도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있다. 그 지원 업무를 프로페셔널 하게 담당하는 부서가 홍보실이다. 임원께서는 기자에게 그런 창구를 소개하고, 프로세스를 가이드해 주는 것이다. 이는 자사와 함께 기자를 위한 것일 수 있다. 기자가 창구일원화를 싫어 한다? 절대 잊지 말자. 기자를 임원이 이길 수는 없다는 걸. 임원은 일단 생존이 목표여야 한다는 것을.

    이상과 같이 일반적으로 임원들이 가지는 생각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노력은 필요하다. 계속해서 언론으로부터 상처 받고 회사에 데미지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내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것이 곧 회사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더 해야 한다.

    위와 같은 생각을 버리고 스스로 준비하고 훈련하는 것은 전쟁을 위해 갑옷을 챙겨 입는 것과 같다. 갑옷이 원래 무겁고 답답하고 자연스럽지 않지만, 최소한 자신을 지켜 줘 생존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기억하자. 성공적인 기업의 임원은 누구나 그렇게 튼튼한 갑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자.

  • 대변인의 주적은 애드립? [기업 위기관리 Q&A 323]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 홍보담당자는 참 똑똑하고 임기응변에 능해서 든든합니다.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해도 그때 그때 잘 넘어가고, 창조적인 답변을 해서 듣는 사람들도 깜짝 놀랄 수준입니다. 대변인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애드립을 주로 경계하라 하셨는데, 애드립과 임기응변은 서로 다른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대변인은 조직내에서 흘러 나가는 애드립을 제한하고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기자의 취재를 받았을 때 대표이사를 비롯 각부서 임원들이 전달하게 되는 모든 메시지를 사전에 관리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이 대변인입니다. 평소 예상질문과 핵심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개발 공유하여 구성원들의 개인적 애드립을 미연에 차단시키는 일을 합니다.

    만약 오히려 대변인이 스스로 기자 질문에 대해 다양한 애드립을 전달하고, 심지어 떠 오르는 창조적인 메시지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면, 그 상황은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그렇게 전달된 애드립이 이후 기사화되어 문제가 되면 그에 대한 책임은 결과적으로 누가 져야 할까요? 단순히 그 애드립을 한 대변인이나 홍보담당자 선에서만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흔히 대변인이나 홍보담당자가 기자에게 현란한 애드립을 하는 것을 두고, 임기응변이 능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임기응변은 애드립과는 기본적이고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임기응변은 준비되고 훈련된 커뮤니케이터가 종합적 판단을 통해 전략적 메시지를 적절하게 전달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반면 애드립은 커뮤니케이터가 준비되지 않은 메시지를 자신의 순간적 판단을 통해 일단 전달해 보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아 말의 취지가 통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생기게 되는 어찌 보면 복불복인 시도입니다.

    일반적으로 VIP가 가끔 애드립을 해서 논란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대변인은 그 VIP 애드립의 근본 취지를 잘 정리해 전달하여 논란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임기응변은 필요 합니다. VIP와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말씀의 실제 취지를 대변인 스스로 이해하고, 그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적절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임기응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VIP와의 심도 있는 논의나 이해 그리고 적절한 설명은 건너 뛴 채, 개인적 해석이나 이해를 설파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애드립이 될 수 있습니다. 가끔은 VIP 조차도 그 애드립에 놀라고, 이해되지 않는 다는 반응을 하기도 합니다. 그 애드립을 접하게 되는 언론이나 공중들은 더더욱 당황스러운 느낌을 받게 되겠지요. 설화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준비된 메시지를 적절하게 전달하는 사람이 훌륭한 대변입니다. 그런 대변인의 메시지는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대신 언론과 공중에게 안정적 느낌을 주며, 이내 신뢰를 얻게 됩니다. 반면, 떠오르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뱉어내는 사람은 훌륭한 대변인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냥 달변가나 호사가 정도로 분류가 됩니다. 정상 기업이나 조직에게 과연 어떤 유형의 대변인이 필요한 지는 자명한 것입니다. 기업 스스로 임기응변과 애드립을 혼동해서는 훌륭한 대변인을 판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변인은 최소한 자신의 말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