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둥지둥하다 보면 끝나는 위기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OO주식회사
홍보실 홍실장. 홍실장 회사에는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골치 아픈 일들이 발생한다. 정부 규제기관과 갈등이 불거진다던 지,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다른 협회나 단체들과 다툼이 생겨 문제가 커지는 거다. 제품의
이물질 문제나 리콜도 간간히 발생한다.
이런 위기들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홍실장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정보의 공유다. 항상 동일한 갈증을 느끼는데, 다른
부서에서 발생하는 위기요소들이 적절한 시기에 홍보실에 전달이나 공유가 안되 더욱 더 골치가 아프다.
항상 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이나 발생한 후에나 홍보실은
그 위기에 대해 알게 된다. 기자들이나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홍보실로 ‘회사의
공식 입장’을 물어오면 그 때 가서 관련 부서로부터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윗분들은 홍보실이 적절하게 위기를 관리하는 역량이 있느냐 하는 지적까지 나온다.
홍실장의 일과를 보자. 아침에 새벽같이 출근 해서 일간지 기사 보고를 받고, CEO에게
간단 보고를 한다. 보도자료 배포일정이 있으면 배포 지시를 하고, 관련
기자들의 문의를 직접 접수하거나 대응 지시한다. 거의 매일 출입기자들과 돌아가면서 점심을 하고, 반주 한잔을 걸치고 회사에 들어오면 2시경이 된다. 아래 직원들이 모니터링을 하면서 문제성 있는 기사들을 잡아내고 있는 중, 홍실장은
억지로라도 숙취를 제거하기 위해 잠깐 존다. 오후 늦게 몇 가지 회의나 보고를 마치고 나면 또 기자와의
저녁 식사를 위해 회사를 떠야 한다.
거의 비슷하게 매일 이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문제는 회사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보다 기자들을 만나는 횟수가 더 많다는 부분이다. 사내의 소식을 가장 먼저 정확하게 들어야 하는 홍보실의 실장이 외부 인사들과 더 교류가 많다는 데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홍보실에게 정보 공유가 항상
규정되어 있어서 원활하게 실시간 정보 공유가 되지도 않는다.
항상 홍실장이 발로 달려가 마주보고 이야기 해야
마지못해 관련 정보를 주는 시스템이다. 특히 민감한 문제는 정확하게 전달되지도 않는다. 나름대로 부서가 살길을 찾기 위해 일정부분 맛사지(?) 된 정보를
받게 되니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홍실장도 하도 오랫동안 그런 위험을 경험해서 부서들로부터 제공받는
정보나 자료들을 100% 신뢰하지는 않는다.
작년에도 한번은 공장에서 제품 이물질 스캐너가
고장 나 있는 줄 모르고 제품을 일부분 생산하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이물질 제품의 원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홍보실은 답변이 궁할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공장측에서는 스캐너가 일정기간 고장 나 있었다는 사실을 홍보실에 공유하지 않았었던 게 문제였다. 홍보실은
공장측의 ‘생산 과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정보공유를
믿었었는데, 나중에 식약청의 현장조사에서 스캐너 고장사실이 밝혀지면서 홍보실은 기자들로부터 ‘신뢰할 수 없는 홍보실’로 낙인 찍혀버린 것이다. 일이 터지고 나서 공장을 탓해 보았자 이미 문제는 심각 해 질대로 심각해 지고 모든 것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항상 이런 식이다. 정보 공유도 안될 뿐 아니라. 억지로 공유되는 정보도 정확하지가
않다는 것은 큰 문제다. 홍실장은 다른 부서를 이끄는 중역들에게 여러 번 읍소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런 요청이나 읍소도 그때뿐 부서들이 전혀 위기관리 마인드가
형성이 안되어 있어 정보 공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듯 하다.
일부 부서에서는 “홍보실에 정보가 공유되면 언제 기자들에게 흘러 들어갈지 모른다” 생각하는
기류들도 감지된다. 또 일부는 “우리가 왜 매번 홍보실에
우리 관련 정보 보고를 해야 하는 데?”한다. 업무 자체도
바빠죽겠는데, 왜 스텝조직에게 정기 보고를 해야 하나 하는 거다. 홍실장은
이런 수준의 반응에 할말이 없다.
홍실장은 조만간
CEO에게 정식으로 보고를 할 예정이다. 더 이상 허둥거리면서 위기를 지나 보내지 않기
위해서 여러 생각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정기적인 위기관리 위원회 소집을 통해서 문제가 될만한 이슈들을
정기적으로 취합하고 각각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볼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물론 이런 홍실장의 생각에 반기를 들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태스크포스나 혁신팀류의 부서 조합들이 많은데 거기에 위기관리 위원회라는
이상한 이름의 조직까지 더해서 왜 사람들을 괴롭히는가 하는 의견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관리는
홍보실이 편하자고 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 자칫하면 회사의 존폐를 가르는 일에 대한 것이다.
홍실장은 더 이상 불만 끄는 소방관으로서의 홍보실
운영을 그만할 생각이다. 무언가 시스템을 만들어 그 안에서 위기를 관리하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도 CEO께서는 “홍보실은
나쁜 기사만 막아내면 일 다한 것”하시는 개념을 가지고 계시는데, 이
부분도 극복하고 개선시켜드려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홍실장은 이런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 악역을 맡을 생각을 한 거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악역’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구사적 차원의 결심이다. 무언가 거창해 보이지만, 거의 매일처럼 시달리는 기자들로부터도 종종 듣는 조언이 그 기저에 있다.
“홍실장, 당신네 회사는 무슨 일이 벌어지면 프로세스나 순서가 막 뒤죽박죽 되는 것 같아. 정보 공유 속도도 느리고, 홍보실 사람들이 다른 회사들에 비해 이슈에
대해 빨리 대응을 잘 못해. 뭐가 문제인 거야?”
홍실장은 기자들로부터 이런 이야기와 비평을 더
이상은 듣기 싫다는 거다.
# #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