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마다 맞는 옷이 다르다

사람마다 취향과 사이즈 그리고 색감들이 달라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이 서로 다르다. 위기관리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기업마다, 조직마다, 그리고 기관마다 각각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큰 기업이나 조직일수록 하나의 시스템 원형(prototype)을 만들어 계열사나 계열조직에게 적용을 시도하는 경우들이 있다. 결과는 대부분 아쉽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효율성 측면과 예산 그리고 구축기간에 대한 고려는 충분해야 하고, 현실적이어야 하지만, 그런 요소들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면 안 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벌어진다. 위기관리의 특성상 자사에게 맞지 않는 시스템을 품고 있으면 실제 위기시 그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은 전무에 가깝다. 홍보담당자들의 책상 위 장식되어 있는 먼지 묻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라.

각각의 비즈니스가 다르다. 이해관계자들의 유형과 범위가 다르다. 제품과 서비스가 다르고, 직원들이 다르다. 그들이 함께 모여 굳어진 기업문화가 다르고, 커뮤니케이션 태도들이 다르다. 어느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기업 간에 어떻게 위기관리 시스템이 같을 수 있을까?

심지어는 동종업계 경쟁사간에도 위기관리 시스템은 다른 게 맞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두 개의 경쟁사를 시간적인 격차를 두고 코칭 해 보면 양사간에 너무나 다른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위기를 발생시키는 이슈들의 측면에서는 80-90%가량이 유사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 시스템은 해당 이슈나 위기 요소를 각각 ‘어떻게 관리’하는 가에 핵심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고 있는 A라는 기업과 B라는 기업을 예로 들어 보자. A라는 기업은 홍보팀의 입지가 CEO의 산하에 위치하면서 기획과 재무등과도 가까워 실세 그룹으로 사내에서 통한다. 홍보팀을 이끌고 있는 팀장은 임원급이면서 위기관리 위원회 책임자로서 사내 위기관리 담당 임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임원들간에 커뮤니케이션 태도들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이 주로 CEO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따라서 위기관리 위원회의 역할은 제한 될 수 밖에 없었다. 전혀 민주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 경쟁사인 B기업은 홍보팀의 입지가 A기업과는 다르게 아주 말단에 위치하고, 구성 직원들도 과장이하 대리급으로 채워져 있다. 속한 부서도 HR부분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내 커뮤니케이션 부분이 강한 특징이 있었다. 당연하게 해당 홍보팀을 이끄는 홍보과장은 사내 위기관리 위원회를 소집하기도 힘든 위치에 있다. 하지만 A기업에 비해 유리한 부분은 일단 위기관리 위원회가 소집이 되면 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아주 자유롭고 평등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부분이다.

같은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비슷하게 가져 가면서 경쟁하는 이 두 개의 회사들도 위기관리 시스템은 필히 달라야 옳다. 이들에게 하나의 정형된 시스템과 구조로 헤쳐 모이라 해 보았자 실현 가능성도 없고, 생산성은 더더욱 없다.

A기업에게 이상적인 시스템은 직무적 실세인 홍보부문이 의사결정의 주된 주체인 CEO와 커뮤니케이션의 품질을 높이는 수 밖에 없었다. 홍보부문이 CEO의 의중과 그의 의사결정 방식 그리고 프로세스에 더욱 더 익숙해 져, 실제 위기관리 위원회가 소집 되 급박한 이슈에 대한 대응 방식을 결정할 때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했다. 당연히 CEO의 역할은 자신의 분신인 홍보부문이 의사결정을 리드하고 그 결과를 보고 받아 홍보부문과 실행에 있어서 함께 결정을 하는 중앙집권적 시스템이 유효한 것이었다.

반면에 B기업의 경우에는 CEO의 역할이 더 컸다. 위기관리 위원회를 소집하는 역할을 CEO가 직접 하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홍보부문은 그 위원회의 코디네이터가 되어 활발하게 진행되는 CEO와 임원들간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역할이 필요했다. 외부자문그룹과 같이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코칭 하는 역할들이 이 기업에게는 더 어울리는 시스템이었다.

어느 시스템이 옳다 말할 수 없다. 어떤 시스템이 효율적이라고도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손을 들어 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조직에게 그러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 하는가 하는 거다. 여러 기존 환경과 하부 시스템과 ‘연동’이 가능 한가 하는 거다. 실제로 작동 되는 시스템만이 곧 선(善)이기 때문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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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기업마다 맞는 옷이 다르다”에 대한 댓글 1개

  1. 최지은 아바타

    안녕하세요 대표님.
    제가 남긴 댓글이 사라졌네요.. 무슨일인지..
    저는 대표님께 미리 트위터를 보낸 PR강의를 듣는 한 대학생입니다(@inkand)
    대표님의 블로그를 돌아보며 여러 글을 읽다가 질문이 생겨 댓글을 답니다!
    현재, 트위터를 사용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CEO가 생기는 추세인데요..위의 사례에서 A기업과 B기업중 어떤 기업의 CEO가 트위터를 활용하는 것이 그 기업에게 맞는 옷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달아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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