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CEO·최고경영진

  • PR을 어떻게 했는지…

    PR 에이전시들간에 아주 공식적이고 엄숙한(!) 의식이 하나 있는데…바로 에이전시간 클라이언트 업무 인수인계 의식이다. 클라이언트가 에이전시를 새로 선정하게 되면 종전의 에이전시는 새로운 에이전시에게 지금까지 관리해 왔던 여러가지 정보 DB자료들과 업무 아웃라인들을 전달하고 브리핑하곤 한다.

    이 과정은 사실 상당히 민감하고, 중요한 과정이라 양쪽의 에이전시 담당자들이 가능한 성심 성의껏 준비하고 상호존중의 분위기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양쪽이 다 선수들이라 더 자세한 가이드라인은 필요하지 않겠다)

    10년전… 당시 AE로서 그간 성심껏 서비스 해 오던 나의 클라이언트가 우리와 seperate하면서 새로운 에이전시 사장님에게 업무인수인계를 하라는 요청을 해왔다. 그 새 에이전시의 사장님은 예전부터 잘 알던 선배님이라 전화를 드려 축하인사를 하고 관련 자료전달 일정과 팩에 들어가는 여러가지 항목들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당시 워낙 바쁜 사장님이라 “알았어. 알아서 보내. 땡큐”하셨다. 나는 수년간 서비스해왔던 클라이언트의 여러 자료들을 하나 하나 모으면서 리스트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기자들에게 하드카피로 거의 모든 정보를 보냈던 때이기 때문에 실로 어마어마한 분량의 하드카피들이 모아졌다. 슬라이드팩과 각종 프레스킷, 회사 giveaway들과 여러가지 브랜드 킷등이 사과 상자로 몇박스가 됬다.

    나는 첫번째 클라이언트와의 이별을 준비하면서 그 박스에다 리스트를 붙이고, 그 안에 자세하게 편지를 써서 넣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써서 새로 담당할 그 에이전시의 AE가 정보를 빨리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던거다. 퀵서비스 아저씨를 통해 박스들을 들려 보내니, 마치 동생을 시집보내는 듯 한 느낌(?)에 적적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한 5-6년이 지났던가. 업계 술자리에서 그 에이전시 사장님인 선배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때 그 박스 이야기를 꺼냈다. “형님, 그 때 그 박스 조금 도움이 됬어요? 그거 진짜 시간 많이 들여서 정리했었던 건데…어땠어요?” 그 선배가 이런다. “야…그거 열어보지도 않았어. 바쁜데 뭘. 암튼 고맙드라…” “………………(이럴수가. 제길….)’

    당시 정말 그 선배가 얄미웠다. 나의 정성을 몰라주다니…

    요즘들어 클라이언트를 보내고, 다시 맞아들이고 하면서 AE들의 업무인수인계 과정을 바라본다. 얼마나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섭섭함이 교차하는 하나의 Ritual이라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인하우스 시절 깨달은 하나의 법칙이 있다. 해당 에이전시가 PR을 잘해왔는지 그냥 그럭저럭 이어왔는지 알수 있는 아주 핵심적인 리트머스가 있다. 그건 바로 클라이언트를 위해 관리해온 미디어 리스트다. 미디어 리스트를 관리해 온 모습을 보면 그 에이전시가 해당 클라이언트를 위해 일을 제대로 했는지 아닌지를 아주 확실히 알 수 있다.

    미디어 리스트가 바로 PR 에이전시 업무의 진단체계 MRI인 셈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동의하는 선수들이 많을꺼다)

  • US Airways – 골치아픈 커뮤니케이션

    오늘 아침 뉴스부터 US Airways의 비행기 불시착 사고가 연이어 중계되고 있다. 미국 정부 발표에 의하면 새떼에 부딪혀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이 아니라 불시착이라는 것 때문인지…그리고 사망자가 없다는 것 때문인지 이번 사건은 위기라기 보다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해석되는 듯 하다.

    US Airways의 공식적인 반응 또한 상당히 사무적이다. 겨울에 야외에다가 포디엄을 설치하고 CEO가 official statement를 읽는 것도 흥미롭다. 공항내부라서 그런지 마이크에 섞여 들어 오는 비행기 소음도 커뮤니케이션에 방해가 된다. 이 CEO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중립적인 오디언스의 시각에서 볼 때 상당히 사무적이고 매몰차다. (verbal과 non-verbal 다 그렇다)

    메시지를 떠나서 attitude가 상당히 흥미롭다. 불시착으로 인해 비행기 동체 손해라던가 보험금 증가라던가 그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두통이 있는 듯 하다. (하긴…불경기에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P.S. 포스팅을 하고 나서 Ragan.com에 들어가 보니 거기에도 이 포스팅과 비슷한 글이 있다. 이 CEO의 커뮤니케이션에서 what 보다는 how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 PR as science

    PR담당자는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해…옛날 선배들이 멍청한 후배를 바라보면서 툭툭 던지던 말이다. 그때 나는 PR 선배들을 보면서 “와…어떻게 저렇게 박식해. 나는 헛 살았군…” 했고, 또 시니어 기자들과의 점심식사에 조인 해서 그들이 펼쳐놓는 업계 이야기들에 넋을 잃고 빠지기도 했다.

    아무튼 그당시 PR담당자나 기자나 선배들은 다 모르는 게 없어 보였다.

    지금 내가 10년전에 존경했었던 선배들 정도의 짬밥있는 AE들을 내려다 보면 재미있게도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선수들은 아는게 도대체 뭐야?” 일부 우리 팀장들은 나를 바라보면서 ‘그래 너 잘났다~’ 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는데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인하우스 시절에도 에이전시 AE들을 보면서 진짜 애들 공부 안한다…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우리 AE들에게는 더욱 더 혹독하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에이전시 사장님들과 같이 맥주 한잔 하고 하면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에이 PR은 대우 받을 수가 없는 일 같아” 하는 자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는다. 한번도 그에 대해 동의를 한적이 없다. 문제가 무엇인지 원인을 찾아내서 고치면 되는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PR이 광고나 마케팅에 비해 하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가 PR담당자들이 공부를 안한다는 거다. PR을 하면서 PR책을 왜 그리 오래 보는지 모르겠다. (물론 보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목수가 대패질 하는 법에 대한 책을 10년간 보고 있으면 진짜 멋진 집은 언제 짓냐 이거다.

    그 다음 이유는 PR이 리서치를 등한시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지니스건으로 세계적 독립 PR 에이전시인 APCO Worldwide 홍콩의 이사 한명을 만났다. Adrian이라고 중국선수인데 술도 잘먹고 노래도 잘한다. 이 친구와 새벽까지 술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Asia Pacific에서의 PR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물어본적이 있는데…이 친구 왈 상당히 리서치 비중이 높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단 리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충분한 리서치를 필수적으로 가져간다고 한다. 새로 맞은 클라이언트에 대한 많은 이슈들을 리서치하고, PR을 담당해야 하는 회사와 브랜드 그리고 그 기업의 명성에 대한 리서치를 실행한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타겟 오디언스들을 더욱 정확하게 identify하기 위한 리서치를 곁들인다고 한다.

    한마디로 클라이언트에 대한 360도 리서치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그 환경을 이해하는 절차를 맨 앞에 놓는다는 거다.

    술자리에서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얼핏 ‘쟈식. 침소봉대하는 거 아냐? 리서치 서비스 팔아 먹을려고?’했었는데…사실이었다. 우리나라 PR담당자들은 리서치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예를들어 홍삼 브랜드를 PR한다고 생각해도 홍삼을 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고 PR플랜을 짜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들이 왜 그것을 구입하고, 어떤 용도로 어떻게 복용하며, 누구를 위해 사는지, 시기별로 어떤 구매 패턴을 보이는지, 왜 굳이 이 브랜드를 구입하는 건지, 반복구매 비율은 얼마나 되고 왜 반복구매들을 하는지 알아야 PR을 할 수 있는거다.

    대충 20대 중후반 여자 선수들이 두세명 모여 앉아 회의실 브레인 스토밍으로 해결되는 리서치가 절대 아니다. 플랜에서 타겟을 잡고, 공략할 논리를 만들고, 메시지를 뽑아내고, 실행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그 베이스가 그 여자 선수들의 수다와 머릿속에서 나오는 상상에 근거한 것인지, 진짜 분석 결과인 숫자와 퍼센테이지에 근거한 것이지에 따라 PR 품질은 분명 다르기 마련이다.

    마케터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라. 그들에게는 항상 리서치 자료들이 들려져 있다. 그것이 그들의 평가기준이며, 실행지표다. 그것에 근거해서 전략을 짜고, 전략을 짜기 위해 그 리서치들을 실행한다. PR에이전시에서 마케팅 PR을 한다고 하면 최소한 마케터들이 항상 읽고 있는 성경같은 리서치 페이퍼들을 아주 쉽게 읽고 해석해 낼 줄은 알아야 한다. 그 안에서 PR 타겟과 어프로치와 메시지들을 끌어 낼 수 있는 해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인력들이 많이 없다는 게 아쉽다. 그 이전에 그런 인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 하지 않았던 우리 같은 경영진이 죄다. 결국 부분적으로는 내 탓이다.

  • Cockpit Type Management

    Cockpit Type Management

    경영에서 최고 경영자가 현장경영을 해야 한다고들 하는데…이것도 어떻게 보면 문제가 있는 경영방식이다. 사장이 매일 공장들을 돌아다니면서 기름때 손에 뭍혀가면서 이 나사는 왜 여기서 굴러다니냐, 저 형광등은 왜 안갈아 끼우냐…한다고 회사가 잘 되는게 아니다.

    경험상으로도 사장보고나 방문이 있는 날은 거의 노는 날이었다. 지역 지사들은 지사장부터 리허설에다가 보고 후 저녁 회식 자리에 구호제창 까지 비생산적인 시간 투자가 어마어마해서…차라리 사장이 안오시는게 더 영업결과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현장경영이라는 것이 CEO가 현장의 현실을 알고 문제를 해결해 주고, 좀더 소비자들과 가까우라는 철학인데…그게 잘 못 시술이 되면 죽어나는 건 일선 직원들과 회사 실적 뿐이다.

    조직이 크거나 복잡할 수록 경영진들은 자기가 관할하고 있는 부문을 Cockpit으로 시스템화 해 놓고 관리 경영을 하는 방식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이성적으로도 생각해 볼 때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조종하는 비행사가 현재 외부의 온도를 꼭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동상을 입어가면서 손수 측정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거다.

    외부온도를 측정해 보고하는 보고판이면 충분하다는 거다. 외부의 바람의 방향이나 속력, 현재의 위치, 비행기의 중량, 각 비행기 구석 구석의 현재 상태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Cockpit System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러한 Cockpit System에서는 각 부문의 업무들이 아무 이상 없이 잘되어 갈때는 각각 녹색불이 켜져있게 된다. 하지만 갑자기 어떤 부분에 이상이 생기게되면 금새 그부분을 표시하는 곳에 빨간불이 들어와야 정확한 시스템이다.

    경영자가 모든 부분을 항상 관여하고 경영하지 않는 대신, 문제가 있는 빨간 부분이 생기면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그 원인을 밝혀내고, 개선해서 이내 녹색불로 바꾸어 지게 만드는 일이 경영이라고 본다. 따라서 경영자는 항상 Cockpit을 주시하고 있지만, 모든 부분들을 하나 하나 다 돌아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Cockpit System이 기계적 시스템일 때는 오케이지만, 사람들로 구성된 회사 조직에서는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우선 각각의 Cockpit lamp에는 하부 보고라인과 함께 그에 책임을 지는 직원들이 줄줄이 걸쳐있다. 실제로 왼쪽 날개 일부가 부러져 날아가면, 그 일선에 있는 실무자가 빨간불을 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거다. 그 윗사람에게 보고를 하면 평소 그 부분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는 질책이 무서워 어떻게서든 빨간불을 켜지 않고 대충 무마 하려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위의 상사들은 더더구나 그들을 질책하면서 일단 빨간불이 켜지지 않게 조치를 취하곤 한다.

    경영자가 Cockpit 만 바라보고 있다가 추락을 맞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왼쪽 오른쪽 날개는 물론 개솔린이 다 새고…꼬리에는 불이 붙어 있어도 경영자가 앉아 있는 Cockpit에서는 녹색불들만 켜져 있다. 우리 회사가 왜 안되는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경영자들은 이러한 Cockpit의 오류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중간관리자들에 대한 교육과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일선에서 자신이 받은 empowerment만큼 의사결정을 하고, 회사를 위해 이정도 이상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면 바로 그 차상위 매니저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그 이전에 실수에 관대한 문화 그리고, 원칙에 충실한 평가등이 전제가 된다.

    아무튼 사람이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 나간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변수가 너무 많을 뿐 더러… 그 변수 하나 하나가 다 인간들이라서 더 그렇다. 어려운거다.

  • 워룸의 존재 이유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연초부터 아주 무시무시(?)한 단어가 하나 들린다. 바로 워룸(war room)이다. 원래 워룸은 전시에 통합적인 작전통제를 위해 각 부문의 수뇌들이 모여 의사결정을 하는 독립된 공간을 의미한다. 전시라는 특수 상황에 맞추어 전시용 워룸은 지하벙커나 안전한 지역이 선호된다.

    기업의 위기관리를 위해서도 이러한 형식의 워룸은 존재한다.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상에 몇 가지 필수적 구성요소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워룸(War Room), 또는 위기관리센터(crisis management center)다. 실제로는 기업 위기의 90% 이상이 실무자와 의사결정자들간의 한정된 대면 미팅 또는 전화통화나 이메일 교신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지고 실행이 명령되는데…이게 절대 바람직한 시스템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의사결정의 속력과 효율성이라는 핑계를 대는데, 비록 그것이 중요하다 할지라도 통합적인 상황분석과 전략도출을 위한 토론이 없이 일개 개인 한 두 명에 의해 내려지는 의사결정은 조직적으로도 위험하고, 정치적으로 위험하다. (해당 의사결정에 혼자 책임을 감당하려면 오케이다)

    회사 인하우스 홍보 담당자들을 관찰해 보면, 위기 발생시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는데 상당히 조심스럽고, 난감해 하는 것을 본다. 여기에는 일단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사내에서 홍보팀이 위기관리 주도 부문으로 설정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조직내 파워가 없는 경우
    *구태여 하나 하나의 위기를 크게 벌려 놓아 득 되는게 뭐가 있냐 하는 암묵적 공감대
    *평소 가뜩이나 바쁜 부문장들을 한자리에 소집해야 하는 과정에서 많은 트러블을 귀찮아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홍보팀이 스스로 너무 바빠 별도의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함
    *위기관리팀의 필요성에 대해 홍보팀도 이해
    못하는 경우

    기업의 위기시 워룸의 운영은 필수적이다. 단, CEO가 중심이 되어 매뉴얼에 규정되어 있는 위기관리팀들을 한자리에 모아야 하는 이 워룸 시츄에이션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위기에만 해당 한다. 그에 대한 판단은 CEO 또는 위기관리팀장(보통 홍보임원)이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워룸은 될 수 있는 한 일상적 업무공간과 격리되는 곳이 좋다. 보통 회사 맨 꼭대기의 대회의실 또는 별도의 사내외 공간을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위기관리팀 규모는 각 부문을 대표하는 부문장들을 구성원으로 하기 때문에 최대 20명이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능한 중복되거나
    상하 오버랩이 되는 구성원의 참여는 배제한다. R&R 및 오너쉽을 강력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다.

    매뉴얼상 위기관리팀이 소집 완료되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실제 실행시 관찰을 해 보면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소집완료 시간은 소집을 통보하는 주체가 탄력적으로 정하는 게 옳다. 하지만, 긴급성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출장이나, 유고 또는 해당시기에 오프라인 참석이 불가능한 위기관리팀원의 경우에는 그 대체인력을 매뉴얼상에 규정해 놓거나, 부분적으로 온라인상으로 참석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CEO가 해외출장 중일 때 원활한 의사결정은 온라인 컨퍼런스 시스템 등을 통해 진행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워룸 운용이 필요한 이유들을 정리해 보자.

    *위기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공유(개인이 독립적으로 가져가기에는 위험)
    *좀 더 심도 있는 상황분석 가능
    *대응 전략과 포지션 설정에 있어 주요부문장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좀 더 성공적 의사결정 가능
    *한자리에서 상황분석과 포지션 의사결정 그리고 실행 방안 및 메시지 개발 등을 원스톱 진행 가능
    *CEO가 한자리에서 실행 지시 프로세스를 감독하고 실시간으로 실행결과를 업데이트 받을 수 있음

    *모든 위기상황이 통제하에 있다는 안정감 공유
    *동시에 외부 전문가 카운슬을 참여하게 하면 내부에서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한 인풋과 조언들을 동시에 획득 하면서 위기관리 진행 가능
    *전사적 위기 대응을 통해 One Team 의식 강화

    다음 주 기고에서는 ‘워룸: 2편 누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를 정리해 본다.

    정 용 민

    –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 커뮤니케이션 민감성과 CEO

    보통 집에서 회사까지는 걸어서 출근을 하는 데 오늘 아침에는 시간이 약간 늦어 두정거장을 버스를 탔다. 붐비는 버스 안에서 내 앞에 서있던 한 여성승객은 출근차림에 책 한권을 손에 들고 읽고 있다. 어깨 넘어로 책 본문을 보니 ‘공중관계(PR)’이라고 제목이 되어 있다. 호의형성…언론관계…뉴스릴리즈…이런 단어들이 눈에 들어 오는 것을 보니 아마 홍보팀에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분같다.

    그 책에 써있던 공중들과의 호의형성…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됬다.

    “기업들이…아니 더 정확하게 CEO들은 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마음이 있을까?”

    경험상 사람들이 모두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외출해서 친구들과 대화하고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시간이 나면 혼자 방안에 앉아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블로그 같은 것을 오픈해서 매일 매일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포스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남이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것을 기분나빠 하면서 블로그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하진 않는다. 즉, 기업들도 모든 기업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특히 CEO분들에게 “왜 내가 그 공격적이고 비이성적(?)인 환경단체랑 웃으면서 이야기 해야 하는거야?”하는 마음속 생각이 있다면 NGO 커뮤니케이션이 전사적으로 잘 될리가 없다.

    보통 CEO들께서 커뮤니케이션을 즐기시기 않는 타입들께서는 각개 공중들에 대해 이런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 (사실 이런 편견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즐기시지 않는 건지, 커뮤니케이션을 즐기시지 않기 때문에 이런 편견이 강화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기자
    그 X들. 맨날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것들만 들쳐내고, 잘못 보도를 해도 사과는 없고, 아주 무책임하지. 그 X들이랑은 마주 앉아 있는 것도 곤역이야. 문제랑 연결되니 가능하면 섞이지 않는게 차리리 안전하다고 봐. 가끔씩 광고나 캠페인 청탁이라도 들어오면 없는 예산에 그게 무슨 손해야…

    정부
    꼴통들이지. 비효율적인데다가 관료적이야. 그 저번에 담당사무관 정도가 나에게 전화걸어 거들먹 거리는 것만 생각하면 치가 떨려. 잘 못 보이면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그냥 꾸벅거리는 거지. 될 수 있으면 그쪽 사람들과 엮이지 않게 좀 대관업무팀장이 걸러 냈으면 해.

    NGO
    다 걔네들도 비지니스지. 지네들도 다 알아.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이 그렇게 큰 문제 없다는 걸 안다구. 그렇다고 우리 제품을 물고 늘어지지 않으면 자기네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거 아냐. 그러니까 그냥 무조건 미친척하는 거지. 아주 질이 낮아요.

    소비자
    아니 소비자들 컴플레인이 없는 기업이 어디있어. 소비자들은 잘 해주면 잘해줄수록 불평이 늘게 마련이야. 비정상적인 소비자들은 또 얼마나 많아? 말도 안되는 전화 걸어와서 협박하고, 언론에 제보한다고 하고 말이지. 마음 같아서는 콱 소송이라도 해서 아주 패가망신을 시켜버리고 싶은데…참 신경쓰이지.

    직원
    회사차원에서는 이정도도 최선을 다해주는 거라고 봐. 공장 가 봐. 애들 다 놀아. 아주 슬슬 걸어다니고, 기계들이 일 다해. 공기 좋은데서 오후에 일찍 퇴근해서 테니스나 치고 팔자 좋지 그정도면. 본사 것들도 마찬가지야. 야근 맨날한다고 해도 일하는 걸 보면 맘에 안들어. 이번에 새로 만든 광고도 좀 봐바. 마케팅 상무를 날리던가 해야지. 개념이 없어.

    노조
    얘들은 진짜 문제야. 사사건건 관여하고, 지네들이 경영진이야. 이래라 저래라. 차라리 그러면 지네들이 최대 주주가 되던가
    말이야. OO공장 노조위원장있지. 그 선수가 가장 문제가 많아. 내가 조사해 보니 주중에 골프도 하고, 밤에는 거의
    지역유지행세를 하더만…그 선수 언젠가는 손을 한번 봐야지. 어짜피 중국으로 이전하는 중이니 공장을 닫아 버리는 것도 좋은
    대응책이 되겠어.

    투자자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아. 말들도 많고 루머도 많고. 아주 관리가 힘들어. 그리고 투자자들이 우리회사에 대해 잘 알고 투자하나? 그냥 여기저기 몰려 다니는 개미같은 인간들 아냐. 주주총회 같은게 제일 싫어. 몇주 가지지도 안은 것들이 총회꾼으로 행세나 해대고. 이번에도 아주 보이지 않게 그 녀석들을 손볼수 있는 방법이 어디 없나?

    커뮤니티
    공장 주변 마을들에서 목소리 키우는 그 노인정 모임들 말이야. 그런건 공장장이 대충 막걸리하고 돼지고기나 삶어서 가져다 주고 그러면 되지 왜 나보고 신경을 쓰래? 거기 노는 아줌마들 공장 청소나 그런 용역으로 채용 좀 해서 살살 달래줘. 가능한 기존 예산에서 조용하게 관리 좀 하라고…

    기타 공중
    그냥 욕먹지 않고 조용한게 최고야. 칭찬도 필요 없어. 그 많은 사람들에게 다 칭찬받기도 힘들 뿐 아니라, 그런다고 비지니스가 잘된다는 근거도 없어. CSR이라는 것도 다 한번 지나가는 경영 Fad야. 예전에는 뭐 좋은 일 안했어? 지금까지 년말마다 양로원에 가져다 준 라면박스만 수백만 박스야. 홍수나면 성금내고, 평화의 댐때 우리가 얼마나 냈었어? 기억나?

    이렇게 줄줄이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CEO의 편견에 대해 한꺼번에 물어 본적은 없지만, 서로 다른 각 CEO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런 이해관계자 관점들이 종종 오버랩된다.

    이렇게 ‘혐오’스러운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CEO들은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동기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싫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커뮤니케이션 할 마음이 없으면 점점더 그 이해관계자에 대한 민감성은 떨어진다.

    한마디로 신경을 끄게 되는거다. 가끔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부정적인 문제를 제기하면…갑작스럽게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냥 자신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진 그대로를 원하기 때문이다.

    CEO분들이 ‘소비자대상’을 받으러 수상식에 오셔서 수상소감을 밝히시면서 “우리는 소비자들을 사랑합니다.” 또는 “소비자는 왕입니다. 소비자 만족을 넘어 소비자 기절을 위해 더욱 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시는 것을 본다.

    진짜 그 CEO분의 마음도 그럴까? Authenticity의 문제다.

  • 사장님은 댓글을 읽지 않는다…

    지난 년말 여러 기업의 홍보팀장들이 다 모여 송년회를 하면서 나눈 대화 한 꼭지.

    A: 아니 이번에 유럽 프레스 투어는 왜 간거야?

    B: 그거 원래 연초에 기자들에게 미리 고지했던거야. 플랜에 있었어.

    A: 기자들 그래도 많이 갔더만…갔다와서 기사를 안써서 그렇지. 후후후…

    B: 아휴. 야마가 없어서 죽는 줄 알았어. 그래도 직후에 OOO를 스토리로 만들어서 기사가 나오긴 했지.

    A: 근데 그건 아니더라. 그런 기사가 나오면 마이너스지. 당신 그 기사 댓글들 봤어? 난리가 아니더만…지금 이런 경제상황에서 뭔소리냐. 미친거 아니냐. 사치를 조장한다…뭐 이런 비난 댓글들이 엄청나더라고.

    B: 그래도 기사는 10개 이상 크게 나왔어. 그러면 됐지 뭐….히히히

    A: 아니 사내에서 아무말도 안나와? 댓글이 그렇게 여기 저기 살벌한데?

    B: 괜찮아. 사장은 댓글 안 읽어. 후후후…

    A: …………………………….

    여러명이 한참동안 재미있다고 깔깔댔지만…웃음이 그치고 나니 기분이 묘해진다. 사장님은 인터넷 기사 댓글을 읽지 않으신다? 혹시 사장님들은 회사에 대해 안티 포스팅을 하고 있는 블로거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신적이 계실까?

    사장님들은 카페나 아고라 같은 곳에서 자신의 회사가 어떻게 회자되고 있는지 직접 그 글들을 읽으신 적이 계실까? 바쁘셔서…홍보임원이 프린트 해 온 A4 용지 3-4장에 인터넷(!)이 그렇고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퉁치시고 계시는건 아닐까?

    어쨌든 사장님은 댓글을 읽지 않으신단다. 기사 숫자는 보고를 해도, 댓글은 보고하지 않는단다. 아주 편리한 커뮤니케이션이다.

  • 워룸(War Room): 1편 존재의 이유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상황실을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본관에 설치하는 방안도 생각했었다는 게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 전언이다. 하지만 본관에 집무실과 부속실 외에 각종 행사장이 많아 포기했다고 한다. ‘워룸’ 개념에 걸맞은 ‘벙커 상황실’의 아이디어는 육군 대장 출신인 김인종 경호처장이 냈다. [‘한국판 워룸’에 힘 싣는 이 대통령, 중앙일보]

    연초부터 아주 무시무시(?)한 단어가 하나 들린다. 바로 워룸(war room)이다. 원래 워룸은 전시에 통합적인 작전통제를 위해각 부문의 수뇌들이 모여 의사결정을 하는 독립된 공간을 의미한다. 전시라는 특수 상황에 맞추어 전시용 워룸은 지하벙커나 안전한 지역이 선호된다.

    기업의 위기관리를 위해서도 이러한 형식의 워룸은 존재한다. (만약 기업에게 워룸이 무슨 관련이 있어…하고 생각하시는 PR담당자나 위기관리 담당자가 계시면 죄송하지만…공부를 하셔야 하겠다)

    위기관리 매뉴얼상에 몇가지 필수적인 구성요소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워룸, 또는 위기관리센터다. 실제로는 기업 위기의 90% 이상이 실무자와 의사결정자들간의 한정된 대면 미팅 또는 전화통화나 이메일교신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지고 실행이 명령되는데…이게 절대 바람직한 시스템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의사결정의 속력과 효율성이라는 핑계를 대는데, 비록 그것이 중요하다 할찌라도 통합적인 상황분석과 전략도출을 위한 토론이 없이 일개 개인 한두명에 의해 내려지는 의사결정은 조직적으로도 위험하고, 정치적으로 위험하다. (해당 의사결정에 혼자 책임을 감당하려면 오케이다)

    회사 인하우스들을 관찰해 보면, 위기 발생시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는데 상당히 조심스럽고, 난감해 하는 것을 본다. 여기에는 일단 몇가지 이유가 있다.


    • 사내에서 홍보팀이 위기관리주도 부문으로 설정되 있지만, 현실적으로 조직에서 파워가 없는 경우
    • 구태여 하나 하나의 위기를 크게 벌려 놓아 득되는게 뭐가 있냐 하는 암묵적 공감대
    • 평소에도 가뜩이나 바쁜 부문장들을 한자리에 소집해야 하는 과정에서 많은 트러블을 두려워 함
    •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홍보팀이 스스로 너무 바빠 별도의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업무 이기주의
    • 위기관리팀의 필요성에 대해 홍보팀도 이해 못하는 경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기업의 위기시 워룸의 운영은 필수적이다. 단, CEO가 중심이 되어 매뉴얼에 규정되어 있는 위기관리팀들을 한자리에 모아야 하는 이 워룸 시츄에이션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위기에만 해당 한다. 그에 대한 판단은 CEO 또는 위기관리팀장(보통 홍보임원)이 내릴수 있도록 하는게 좋다.

    워룸은 될 수 있는 한 일상적 업무공간과 격리되는 곳이 좋다. 보통 회사 맨 꼭대기의 대회의실 또는 별도의 사내공간을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위기관리팀 규모는 각 부문을 대표하는 부문장들을 구성원으로 하기 때문에 최대 20명이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능한 중복되거나 상하 오버랩이 되는 구성원의 참여는 배제한다. (R&R을 강력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다)

    매뉴얼상 위기관리팀이 소집완료되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실제 실행시 관찰을 해 보면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소집완료 시간은 소집을 통보하는 주체가 탄력적으로 정하는 게 옳다. 하지만, 긴급성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출장이나, 유고 또는 해당시기에 오프라인 참석이 불가능한 위기관리팀원의 경우에는 그 대체인력을 매뉴얼상에 규정해 놓거나, 부분적으로 온라인상으로 참석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CEO가 해외출장 중일 때 원활한 의사결정은 온라인 컨퍼런스 시스템등을 통해 진행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워룸의 운용이 필요한 이유들을 정리해 보자.

    • 위기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소재 (개인이 독립적으로 가져가기에는 위험)
    • 좀더 심도있는 상황분석 가능
    • 대응 전략과 포지션 설정에 있어 주요부문장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좀더 성공적 의사결정 가능
    • 한자리에서 상황분석과 포지션의 의사결정 그리고 실행 방안 및 메시지들이 원스톱으로 진행
    • CEO가 한자리에서 실행 지시 프로세스를 감독하고 실시간으로 실행결과를 업데이트 받을 수 있음
    • 모든 위기상황이 통제하에 있다는 안정감 공유
    • 동시에 외부 전문가 카운슬을 참여하게 하면 내부에서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한 인풋과 조언들을 동시에 획득 위기관리 진행 가능
    • 전사적 위기 대응을 통해 One Team 의식 강화

    다음 포스팅에서는 ‘워룸: 2편 누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를 정리해 본다.

  • 비딩을 통해 기업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오래전 내가 담당하던 토요타의 쇼이치로 회장이 한국을 방문 했을 때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한국의 자동차에 대해서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그 정도의 가격에 그 만큼의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연구 중이다.”

    쇼이치로 회장의 야마는 “어떻게 그렇게 싸게 잘 만드는 지 놀랍다”라는 거였다. 부품 단가를 관리하는 소싱 기술이 주요한 게 아닌가 한다.

    이전 직장에서는 글로벌 소싱을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것은 최초 소싱 단가 기준부터 시작을 하면 전세계 서플라이어들이 실시간으로 납품가들을 베팅을 하는 역경매 방식이라는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5달러로 시작된 POS 포스터를 장당 50센트까지 납품가를 떨어 뜨리고는 했다. 중국의 어떤 프린트 업체는 25센트에 낙찰을 맏고 난 뒤…도저히 이 비용에 맞출 수 없다면서 생산포기를 해서 전세계 담당자들이 발칵한 적도 있었다.

    공정거래법상 역경매를 통한 아웃소싱은 불법이라고 들었다. 아무튼 기업들의 비용관리 노력은 이토록 눈물겹다.

    문제는 비용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소싱 업무의 목적이 무엇이냐다. 소싱의 목적은 ‘서플라이어들이 자신들의 마진을 최소화해서 자사에게 이상적인 비용수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단, 이상적인 비용수준이 해당 서플라이어 제품의 품질 하락과 맞물리면 안된다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가 아니라 ‘같은 다홍치마면 싼걸로’다.

    그러나 실제적인 문제는 ‘같은 다홍치마들 중 싼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싼 다홍치마중에는 입다가 가져온 다홍치마도 있겠고, 검정 색깔 나일롱을 저질 염료로 염색한 다홍치마가 있을 수도 있겠다.

    이전 직장에서도 소싱담당자들과 실무자들간에는 항상 갈등이 존재해왔다. 브랜드 매니저들은 “아니 우리 브랜드의 색깔이 제대로 포스터에 반영이 안되잖아. 이게 무슨 빨간색이야…핑크색이지?”한다. 하지만 소싱담당자들은 “우리가 포스터를 중국에 소싱을 해 년간 1억을 세이브했습니다. 사장님…”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브랜딩은 망쳐도 소싱을 통한 1억 세이브는 박수감이다.

    회사가 이렇게 가면 소싱의 원래 목적이나 의미가 없어지고, 더 나아가서는 소싱이 기업 스스로를 망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무리한 소싱의 인프라에는 탐욕스러운 서플라이어들도 한 몫을 한다. 경쟁업체가 이기는 것을 보지 못하는 서플라이어, 어떻게 되든 납품 수만 맞추면 된다는 서플라이어, 품질은 무슨 개뿔이냐면서 자기합리화 하는 서플라이어들이 한몫들을 한다.

    소싱이 잘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 탐욕스러운 서플라이어들
    • 가격 중심의 소싱 원칙
    • 소싱 담당자의 실적주의
    • 전사적인 품질 지상 주의 부재

    등이 소싱 업무를 반기업적 업무로 진화시킬 충분한 인프라가 된다는 게 문제다.

    PR도 마찬가지다. 품질을 희생하면 손해보는 쪽은 ‘클라이언트’라는 사실을 깨닫는 게 좋다. 앞에서 남는 몇백이 남는게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 CEO는 할일이 많다

    참 기업의 CEO는 할일이 많다. 어느 부서 치고 CEO가 직접 이해하지 못하면 일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CEO는 기본적으로 기업내 모든 기능들의 업무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기능에 대한 이해가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발전하고, 새로운 트렌드에 의해 새롭게 변화되어 나간다는 것이다.

    램 차란은 그의 책 노하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광범위하고 중요한데 비해 최고경영자가 되기 전에 정부기관 관리업무를 충분히 경험하는 리더가 거의 없다는 점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들은 이처럼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최고경영진에 합류하자마자 의회위원회, 복잡한 규제, 관료주의 장벽 등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환경에 노출된다.

    보통 CEO는 기업의 기본적이고 전통적 기능들에 대해 자신만의 정의(definition)들을 머릿 속에 넣고 있다. 그래야 일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CEO들도 열심히 교육을 받고, 코칭을 받고, 공부를 하지만…아무래도 기능 일선에 있는 선수들의 개념을 따라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사회교육의 대부분은 사회 초임자들을 위한 것들이다. 교육 프로그램들의 내용들을 보더라도 거의 ‘원론’ 수준에만 머무른다. 그나마 최근에는 이런 원론 답보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중급 이상의 실무자들이 대거 교육 프로그램에 투입되어 강의들을 하지만…이들 또한 원론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기존의 교수들의 강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부분이 첨가되는 것일 것이다.

    업무년차가 10년이 넘어가는 매니저급들과 임원 그리고 CEO들에게 좀더 현실적이고 수준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곳이 드물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조직의 가장 윗선들이 먼저 깨닫고 이해해야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선 실무자들이 아무리 배우고 갈고 닦아도…윗선이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가능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가끔 사회강의를 나가보면 실무자들의 인상을 읽을 수 있다. 이들은 얼굴 표정을 통해서 ‘저건 우리 회사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야. 남의 소리지…전혀 관련 없어…’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아무리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도 돌아오는 반응은 차갑게 현실적인 경우들이 많다. ‘저희도 알지요. 그래야 한다는 건 알아요. 근데 우리 사장님이 그런 거를 싫어하세요.’

    클라이언트들이나 지인들의 회사들을 모니터링해 보면 사장님이나 오너분들이 열심히 공부하시고, 호기심이 많은 기업들이 빨리 움직이고 잘 움직인다. 홍보팀장을 불러서 “요즘 블로고스피어에서 대화가 중요한 개념이라고 하던데..O팀장 보기에 우리는 이런 환경을 어떻게 활용해서 회사 이미지나 명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 정도 질문을 하시는 CEO가 계셔야 조직이 움직인다.

    그동안 공부를 많이 하고 나름대로 그 부분에 대해 로망을 꿈꾸던 홍보팀장이라면 “네, 사장님.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저희는 앞으로….”하고 바로 insight들과 플랜들을 사장님께 설명드릴 수있겠다. 반대로 그 부분에 문외한이었던 홍보팀장이라면 “네, 사장님. 제가 가능한 빨리 그 부분에 대해 플랜을 완성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하고 나서 여러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플랜을 꾸미고 공부를 시작할꺼다.

    그 반대로 실무자들이 모여 앉아서 블로그가 어떻고, 블로그 마케팅의 윤리가 어떻고, 파워블로거의 활용이 어떻고…해 보았자 실제 제대로 된 실행을 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넘기가 무척 힘들다. 실무자들이 CEO를 교육하라는 말도 실제로는 불가능한 주문이다.

    결론적으로,

    • 현재 블로고스피어에서 말도 안되는 실행들이 버젓이 우후죽순 처럼 목격되는 것은 그 실행 주체 회사 CEO들이 블로고스피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심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 PR이 엉망으로 되고 있는데도 그냥 매년 그렇게 진행되는 것은 그 회사의 CEO가 PR이라는 게 뭐 그렇고 그런 것이라 체념을 하고 있거나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예산도 얼마 안되는 기능에 관심이 갈리가 없지 않나)
    • 관계라던가, Societal 이라던가, Reframing이라던가, 여론의 법정이라던가 하는 개념들이 CEO에게 익숙하지 않는 것은 MBA language가 아니기 때문이다. (홍보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또한 MBA language로 CEO를 설득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이 없는거다)

    그런 현실 상황에서 기업의 철학을 이야기 하고, 관계 자산에 대해 그리워 하는…자칭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사실은…다들 ‘허당’인거다. CEO들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는 모두 ‘허당’들이다.

    새해에는 실무자들 대신 어떻게 CEO들을 변화 시킬 수 있을까 좀더 고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