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as science

PR담당자는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해…옛날 선배들이 멍청한 후배를 바라보면서 툭툭 던지던 말이다. 그때 나는 PR 선배들을 보면서 “와…어떻게 저렇게 박식해. 나는 헛 살았군…” 했고, 또 시니어 기자들과의 점심식사에 조인 해서 그들이 펼쳐놓는 업계 이야기들에 넋을 잃고 빠지기도 했다.

아무튼 그당시 PR담당자나 기자나 선배들은 다 모르는 게 없어 보였다.

지금 내가 10년전에 존경했었던 선배들 정도의 짬밥있는 AE들을 내려다 보면 재미있게도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선수들은 아는게 도대체 뭐야?” 일부 우리 팀장들은 나를 바라보면서 ‘그래 너 잘났다~’ 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는데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인하우스 시절에도 에이전시 AE들을 보면서 진짜 애들 공부 안한다…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우리 AE들에게는 더욱 더 혹독하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에이전시 사장님들과 같이 맥주 한잔 하고 하면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에이 PR은 대우 받을 수가 없는 일 같아” 하는 자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는다. 한번도 그에 대해 동의를 한적이 없다. 문제가 무엇인지 원인을 찾아내서 고치면 되는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PR이 광고나 마케팅에 비해 하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가 PR담당자들이 공부를 안한다는 거다. PR을 하면서 PR책을 왜 그리 오래 보는지 모르겠다. (물론 보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목수가 대패질 하는 법에 대한 책을 10년간 보고 있으면 진짜 멋진 집은 언제 짓냐 이거다.

그 다음 이유는 PR이 리서치를 등한시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지니스건으로 세계적 독립 PR 에이전시인 APCO Worldwide 홍콩의 이사 한명을 만났다. Adrian이라고 중국선수인데 술도 잘먹고 노래도 잘한다. 이 친구와 새벽까지 술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Asia Pacific에서의 PR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물어본적이 있는데…이 친구 왈 상당히 리서치 비중이 높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단 리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충분한 리서치를 필수적으로 가져간다고 한다. 새로 맞은 클라이언트에 대한 많은 이슈들을 리서치하고, PR을 담당해야 하는 회사와 브랜드 그리고 그 기업의 명성에 대한 리서치를 실행한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타겟 오디언스들을 더욱 정확하게 identify하기 위한 리서치를 곁들인다고 한다.

한마디로 클라이언트에 대한 360도 리서치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그 환경을 이해하는 절차를 맨 앞에 놓는다는 거다.

술자리에서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얼핏 ‘쟈식. 침소봉대하는 거 아냐? 리서치 서비스 팔아 먹을려고?’했었는데…사실이었다. 우리나라 PR담당자들은 리서치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예를들어 홍삼 브랜드를 PR한다고 생각해도 홍삼을 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고 PR플랜을 짜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들이 왜 그것을 구입하고, 어떤 용도로 어떻게 복용하며, 누구를 위해 사는지, 시기별로 어떤 구매 패턴을 보이는지, 왜 굳이 이 브랜드를 구입하는 건지, 반복구매 비율은 얼마나 되고 왜 반복구매들을 하는지 알아야 PR을 할 수 있는거다.

대충 20대 중후반 여자 선수들이 두세명 모여 앉아 회의실 브레인 스토밍으로 해결되는 리서치가 절대 아니다. 플랜에서 타겟을 잡고, 공략할 논리를 만들고, 메시지를 뽑아내고, 실행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그 베이스가 그 여자 선수들의 수다와 머릿속에서 나오는 상상에 근거한 것인지, 진짜 분석 결과인 숫자와 퍼센테이지에 근거한 것이지에 따라 PR 품질은 분명 다르기 마련이다.

마케터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라. 그들에게는 항상 리서치 자료들이 들려져 있다. 그것이 그들의 평가기준이며, 실행지표다. 그것에 근거해서 전략을 짜고, 전략을 짜기 위해 그 리서치들을 실행한다. PR에이전시에서 마케팅 PR을 한다고 하면 최소한 마케터들이 항상 읽고 있는 성경같은 리서치 페이퍼들을 아주 쉽게 읽고 해석해 낼 줄은 알아야 한다. 그 안에서 PR 타겟과 어프로치와 메시지들을 끌어 낼 수 있는 해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인력들이 많이 없다는 게 아쉽다. 그 이전에 그런 인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 하지 않았던 우리 같은 경영진이 죄다. 결국 부분적으로는 내 탓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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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9의 “PR as science”에 대한 답변

  1. prholic 아바타
    prholic

    PR효과 측정을 위해서도 리서치를 하고 싶은데,
    예산이나 PR업계 관행상 그냥 “Go!!”하는 경우가 대부분인것도 아쉽습니다.

    광고처럼 Pre – During – Post에서 늘상 리서치를 끼고 일하면 훨씬 과학적이로 좋은 텐데요…

    1. 정용민 아바타

      평가툴이 이미 있잖아. 기본적인 평가는 하고 있나?

  2.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소인의 설빔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을 방문하였습니다. 1년에 한 두 번 백화점에서 어머니가 옷을 구매해 주시는데 ①이것도 아니면 내무부장관의 성향상 백화점에서 옷을 구매하기는 이제 나의 인생에서 끝났기 때문이고, ②부모님께서 자식들에게 뭔가 나눠줄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그 능력을 행하며 기뻐하시는 것도 효도 중 하나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말은 청산유수…) 물론 제가 보답해 드리는 것은 없어 항상 죄송합니다.삼성동 현대…

  3. 송선생 아바타

    요근래 생활에서 어줍잖게 느낀 리서치의 중요성에 대한 포스팅을 트랙백으로 살포시 얹어놓았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 정용민 아바타

      그치요. 맞습니다. 멋진 매장직원으로 부터 얻은 insight군요. 🙂

  4. 이지혜 아바타

    학교에서 리서치에 대해서 배웠는데 너무 재미없단 생각만 들었는데 나중에 과제로 기획서 작성시 리서치가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에 대해서 알았을때 큰 후회를 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1. 정용민 아바타
      정용민

      사실 학문적으로는 재미가 없죠. 공감해요.

  5. 이나정 아바타
    이나정

    선생님 나정이여요-
    이제 막 시작해서 이거시 모시여~ 하고 PR일을 배우고 있는 저에게 선생님의 글이 참 와닿았습니다.
    좀 더 열심히 리서치를 기반으로… 얍얍 알겠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

    1. 정용민 아바타
      정용민

      어이구. 적응은 잘해나가고 있나? 열심히 하니까 잘하겠지…건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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