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CEO·최고경영진

  • VIP 위기관리는 ‘필가근불가원’으로

    [더피알=강미혜 기자] 서면보고 일상화, 톱다운 지시에 대한 의아한 배경, 가족이나 비선의 상시 개입, 가신 몇몇에 의한 대리와 호가호위, 불법적 사안에 대한 간접지시, 공중에 대한 거짓말, 언론관리, 비밀주의…

    열거된 내용들을 보면 청와대발 국정농단 사태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상당수 일반 기업들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톱(top)의 의중, 공식라인보다는 비선에 의한 의사결정 등이 빈번한 상황에서 VIP의 위기는 그래서 더 관리되기 어렵다.

    더피알 주최 강연에서 마이크를 들고 발표하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진: 성혜련 기자

    ‘총수·CEO PI와 위기관리’를 주제로 20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7회 굿모닝PR토크에서 정 대표는 “VIP 위기관리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전제로 하라”는 다소 선문답 같은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상적인 모범 답안보다는 현실적인 맞춤 전략이 요구되는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한 발언이다.

    관련 기사 : http://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985

  • 새해에는 우리에게 어떤 이슈가 발생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올해는 그럭저럭 잘 지내긴 했는데요.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저희 부서에서는 매일이 살얼음판입니다. 위기요소진단을 해서 전반적으로 발생가능한 위기 유형들을 파악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새해에 과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걱정입니다. 무엇을 좀 더 점검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우선 위기요소진단을 이미 진행하셨 다니 어느 정도 발생가능한 위기유형에 대해서는 하나의 그림을 가지고 계신 셈입니다. 문제는 그런 문서상의 유형들이 어떤 구체적인 시기에 구체적인 형태로 발생되느냐 하는 것인데요. 정확하게 시기와 계기를 예상하고 특정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봅니다. 여러가지 상황적인 정보들을 감안해서 예측 가능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렵습니다.

    회사에 어떤 위기나 이슈가 발생 할 수 있는가는 사업 및 관리를 진행하는 각 부서에서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각 부서들이 “잘 모르겠다” 하는 것은 발생가능한 위기나 이슈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어느정도 특정 부서에서 경력이 쌓였다면, 우리 부서 업무들과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어떤 것들이다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실무적으로 문제는 각 부서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업무와 관련 한 위기나 이슈를 발견하고 정리하지 않아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 제3의 부서가 각 부서들의 업무로부터 발생 가능한 위기나 이슈를 대신 찾아내려고 합니다. 당연히 정확하게 찾아내기가 힘듭니다. 각 부서가 제대로 협조를 해 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각 부서별 전문성이나 경험 그리고 협조가 없는 상황에서 전사적인 위기요소 진단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CEO께서는 자사의 위기요소진단을 통해 미리 발생가능한 위기나 이슈를 사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CEO의 선진적 생각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실무자들은 많은 장애물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상향식이라는 개념으로 ‘각 부서들’이 자기 부서와 관련된 문제들을 발생가능성과 위해도라는 측면에서 도출 정리해 전사적 프레임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죠.

    일부 각 부서에서도 미처 챙기지 못할 위기나 이슈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논란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각 부서별로는 기획도 잘되었고, 협업도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했는데,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 것입니다. 각 부서별 위기요소진단에서는 별반 문제 제기가 없었는데, 좀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제가 발견되어 버리는 경우죠.

    이는 전적으로 최고의사결정자와 부서 총괄 임원들이 책임지고 점검해야 하는 유형입니다. 물론 부서를 구성하는 조직원 모두가 민감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요. 전사적 기준을 가지고 사회적인 논란에는 엄격한 사전 방지 관리를 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는 연말에 크리스마스고 설날이고 무조건 전직원이 등산을 합니다. 연말을 맞아 지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다 함께 맞이 한다는 취지입니다. 얼핏 볼 때 별반 문제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매년 진행합니다. 12월 말일이면 대형 버스들을 대절해서 지방의 명산으로 이동하고 새벽부터 해돋이를 보기 위해 CEO를 포함한 전직원들이 험한 산을 같이 오릅니다.

    근데 등산 하던 부장 하나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시죠. 말일까지 야근을 거듭하다가 체력적인 무리가 온 겁니다. 초기 응급처치도 엉망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 생각 못한 겁니다. 훈련도 안되어 있었습니다. 사내 블라인드를 통해 외부 온라인으로 직원 사망사고가 전파됩니다. 무리한 회사 이벤트가 한 가장의 죽음을 불렀다는 제목이 붙습니다.

    직원 가족들이 회사를 비판합니다. 연말연시를 가족들과 함께 보내게 해주지 않는 회사가 야속하다고 합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직원들이 불평을 쏟아 냅니다. 군대문화라 회사를 그만 다니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각종 인권단체들이 한마디씩 하면서 회사가 공개되고, 심지어 일부 불매운동까지 이어집니다. 그 위에 회사 창업자와 관련 한 흉측한 루머들이 도배가 됩니다. 이런 상황은 이와 유사한 연말 이벤트를 진행하는 회사들에게는 항상 발생 가능합니다. 이미 유사한 사례들이 여럿 존재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 논란 등은 회사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스스로 감지 예상해서 사전에 일정한 조치를 취해야 맞습니다. 하부 부서들이 걸러 낼 수 없는 것들입니다. 위기요소진단이 상향식이라 해서 최고 상위 그룹이 할 일이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사회적 민감성을 강화 해 위기를 예상하고 관리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이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법적으로만 문제 없으면 되지 않아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한 언론에서 우리 회사와 관련 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법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이거든요. 물론 일부 국민들이 볼 때에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긴 한데요. 기본적으로 법적 문제가 없는데도 여기 저기에서 기사화 하는 건 너무 하는 것 아닌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이 사회에서 기업 시민으로 태어나 성장하고 그 성장을 유지해 나갈 때에는, 일반 시민들과 같이 항상 지켜야 하는 사회적 룰이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지켜야 하는 법, 윤리, 도덕, 에티켓, 매너 등등과 더불어 기업 시민들은 더욱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공익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 ‘법’을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핵심으로 봅니다. 일단 법은 지키지 않으면 그에 따른 처벌이 따르는 것이라 더욱 더 기업측에서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일부 법을 지키지 않고 사업을 편법으로 영위해 나가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여기에서 일단 논외로 합니다.

    기업 시민의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이 법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기업 스스로도 법을 지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을 것이고, 또 있어야 합니다. 기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나 위기가 발생 했을 때 해당 기업이 최소한의 ‘법’을 지키지 않아 왔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면, 그 기업은 상황을 관리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기업이 법을 지켰다는 것은 기본이면서 당연한 행동이 됩니다. 이 의미는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법을 지킨 것’이라 강조하는 것이 별반 차별화 요소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법적 책임을 넘어서 여론적인 책임까지 아우르는 기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떳떳한 것’입니다. 법적으로나 여론적으로 별반 논란의 여지가 적기 때문입니다. 물론 법을 지켰다고 해도, 그 해석이나 적용에 따라 논란이 일부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여론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기업이 그간 기록과 입장을 기반으로 이슈나 위기관리가 가능합니다. 상황에 따라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실행되는가에 따라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이런 경우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이런 측면에서 법과 여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견지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정상을 참작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기업 시민 관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업은 법적, 여론적인 책임은 물론, 그보다 훨씬 높은 사회적 기준을 자체적으로 준수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발생될 가능성이 희박함은 물론, 기업 구성원들이 가지는 자긍심은 극대화됩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모든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그를 상회하는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자랑할 수 있게 됩니다. 말 그대로 이 수준은 ‘당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사회적 논란이 발생하게 되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상황이 도래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기준들보다 훨씬 높은 이런 기준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왔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자사의 높은 기준과 여러 사회적 고려 수준들을 강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 한 커뮤니케이션이 유효하게 진행되면, 공중들은 당연히 해당 기업에게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기업이 법적 기준만을 겨우 지켜 놓고, “떳떳하다”거나 “당당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대부분 ‘로펌’이나 ‘법무부서’에서 주장하는 바와 일치 합니다. ‘이런 이런 부분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주장을 기반으로 “우리 회사는 법을 지켰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게 되는 것이죠. 사회적 수용성에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 아주 위험한 발상입니다. 물론 최고경영진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단호하고 심플해 보이니 해당 의견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라는 농담도 하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해외 선진국들에서도 사실 마찬가지입니다. 법을 지키고, 여론적인 책임을 다하고, 그보다 훨씬 높은 자체적인 기준을 잘 관리하고 유지해 나가는 기업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업이라 평가 받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기업에서 더욱 존경 받는 기업이 되는 방법이 바로 그런 과정과 단계를 거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비선(秘線)에 의한 위기관리라뇨?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모 규제기관이 저희 회사를 조사 중이라는 첩보가 입수되었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관련 부서들이 사실을 확인하려 노력하는 동시에 조사 대비를 개시했습니다. 그런데, 대표께서 아무일 없을 것이라 자신하시더군요. 이게 말로만 듣던 비선(秘線)에 의한 위기관리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실제 대기업은 물론 중견이나 일부 중소기업에게 까지 소위 말하는 ‘비선(秘線)’들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비선(秘線)이라는 의미는 일반적으로 ‘몰래 맺고 있는 관계’를 뜻하는데요. 위기관리 관점에서 좀 더 알기 쉽게 이야기하면 ‘공식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되지 않은 인사나 조직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선의 유형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외이사’, ‘고문’ ‘자문’ 등의 비상근 인사들도 그 일종입니다. 그나마 이들은 대부분 특정 관련 분야에 전문성이나 명성 그리고 커넥션들을 보유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다른 비선 유형으로는 전혀 회사와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오너의 지인’들도 해당합니다. 수면 하에서 움직이는 유형들인데요. 전현직 사법기관이나 규제기관장, 정치인, 언론인들이 주로 이에 해당합니다. 아예 그 배경이 미스터리인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물론 전직 인사라고 해도 실제 그 이름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특징들이 많습니다.

    또 다른 비선 유형으로는 지인들로부터 소개 받은 외부 전문가 그룹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일반적으로 일정 시간이 흐르면 내부 임직원들에 의해 그 존재가 알려지곤 합니다. 사내 위기관리 조직과 갈등이나 충돌이 벌어지기도 하죠. 때때로 중간지점에서 협업이 시도되기도 하고요.

    이 비선들이 실제 활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전적들이 있으니 회사 최고의사결정자들이 신뢰하는 것이죠. 사실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성공적인 대응은 위기 자체를 사전에 방지 차단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일부 강력한 비선은 그 효력을 발휘하곤 합니다.

    그러나 비선에 의한 위기관리는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첫 번째 가장 큰 문제는 ‘위기 시 공식 조직의 위기관리를 무력화 또는 활동을 제한시키는 결과’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비선이 움직이면, 항상 공식 위기관리 조직들과 활동이 상호 충돌하거나, 오버랩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때대로 반대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공식 조직은 움츠려 들게 마련입니다. 위기대응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도 공식 조직은 종종 무시됩니다. 동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공식 조직이 표류하게 되는 것이죠.

    비선의 두 번째 문제는 위기관리의 투명성을 제한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가 위기관리 예산의 문제입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예산들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명하거나 합법적인 예산 활용이 불가능합니다. 전략에도 투명성이 없습니다. 무언가는 진행되는 데, 공식적으로 회사 조직에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도 빈약하고 불투명해집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볼 때 그 회사는 불투명한 위기관리 주체가 됩니다.

    비선의 세 번째 문제는 위기관리 실패 시 책임에 대한 것입니다. 당연히 위기관리 과정에서 투명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도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비선이 움직여서 문제가 해결 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변수가 작용한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실패 했을 때 비선보다는 가만히 있었던 공식 조직이 그 실패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입니다.

    마지막 비선의 문제는 사내 공식 위기관리 조직의 역량 성장을 막고, 중장기적으로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비선’만을 신임하는 오너나 대표이사가 있다면, 공식 조직은 그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됩니다. 가끔 홍보실장들이 모이면 “우리 홍보실은 별 힘이 없어요. 위기 시 오너나 대표이사를 만날 수도 없어요. 그들이 홍보실 의견을 듣지 않아요.” 하는 하소연들을 하곤 합니다. 공식 조직인 홍보실은 최고의사결정자들에게 ‘신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오너나 대표이사들은 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 홍보실은 엉터리에요. 전략도 없고. 허구한날 기자들 접대나 하는 사람들인 걸요.” 이쯤 되면 이는 상호간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선이 설치게 되기 좋은 토양이 되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환경은 오너나 대표이사가 사내에서 공식적인 위기관리 조직을 키워 지속가능 한 체계로 위기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입니다. 더 좋은 환경은 그에 더해 현존하는 공식 위기관리 조직들이 최고의사결정자들에게 완전하게 신임 받을 수 있도록 평시 역량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비선은 항상 그 사이를 노립니다. 빈자리를 채우려 하는 것이죠.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 시 보고 체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공장에 수해가 발생했는데요. 이 사실을 공장 총무팀장이 바로 대표이사에게 보고해 버렸습니다. 총무팀장은 주말이고 공장장이 부재중이라 바로 신속 보고 한 건데요. 본사 위기관리팀은 대표이사 보다 그 사실을 나중에 알아서 문제였죠. 보고 체계는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위기관리 체계를 설계할 때 가장 고민 되는 부분들 중 하나가 위기 시 보고 체계입니다. 위기 시에는 해당 상황을 감지 한 최초 감지자가 생기게 되는데요. 그 최초 감지자가 위기 상황을 발견하고, 판단해서, 내부 전파 보고 하는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최초 감지자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많은 직원들에게 해당 상황을 전파 보고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여기서 흔히 발생하는 고민은 첫째, 최초 감지자가 감지 발견 한 상황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공장 알바생이 공장 뒤쪽 뜰에 물이 흥건하게 스며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알바생은 그 곳에 원래 물이 고여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 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원래 물이 고여 있는 곳인데 그 상황을 재해라 생각하고 여럿에게 전파 할 수도 있습니다. 해당 알바생은 정확한 상황 판단기준을 가지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설정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불가능한 것이죠.

    여기에서 원칙은 모든 이상 상황 또는 이상으로 판단되는 상황은 상위자에게 ‘일단 보고’한다는 것입니다. 판별 경험이 있는 상위자가 현장에 가서 상황을 점검하고 판별 하게 되는 것이죠. 만약 해당 상위자가 판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관련 판별이 가능한 상위자들이 함께 판별 할 수 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보고’입니다.

    두 번째 고민은 최초 감지자나 판별자가 해당 상황을 누구 누구에게 전파해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질문과 같이 총무팀장이 바로 휴대폰을 들어 대표이사에게 보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상위자에게 먼저 보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동시에 상위자를 비롯해 위기관리팀 전원에게 보고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어떤 게 더 나은 보고 체계일까요?

    여기에서 핵심은 ‘가능한 동시에 많은 대상으로’ 입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툴들이 위기 보고 체계에 활용되기 때문에 단체카톡방이나 메신저, SMS 등등으로 동시 보고 가능합니다. 단선 보고 시 장점은 보다 안정적인 보고 내용에 있습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동시 보고의 경우 보고 내용에 있어 정리된 안전성은 담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표이사를 비롯한 위기관리팀이 해당 상황을 신속히 공유 받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감지 발견된 상황을 현장 상위자가 즉시 판별 하고, 그 상황발생 내용과 최초 대응 내용을 1보 형식으로 ‘동시 전파’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 대상은 우선 위기관리팀에 규정된 임직원들이 됩니다. 그 1보를 접한 위기관리팀장은 현장 담당직원들을 통해 해당 상황을 충분하게 이해하고, 필요 시 대표이사 보고와 허락을 얻어 위기관리팀을 소집하는 프로세스를 따르곤 합니다. 1보 전파는 현장, 2차 대표이사 보고와 대응팀 가동은 위기관리팀장이 실행하는 단계적 체계입니다.

    위기 시 보고 체계에서 세 번째 고민은 대표이사의 위기 상황 인지 이후 단계입니다. 위기 상황 정보를 접한 대표이사는 대부분 고위 임원들에게 해당 상황에 대한 내용과 대응 방안들을 묻게 됩니다. 이 시점에 충분히 해당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임원들이 있으면 문제가 됩니다. 윗 질문에서도 그랬던 상황이고요.

    여기에서 대표이사가 따라야 하는 원칙은 개인적 1대 1 커뮤니케이션은 위기 시 가능한 지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기관리팀이 이미 내부에 체계화 되어 있다면, 위기관리팀장을 통해 위기관리팀을 소집하게 하고, 그 위기관리팀의 파악 내용을 대표이사가 360도 청취 이해하는 것입니다. 1대 1로 진행하는 부분적 파악 노력보다 안정적일 뿐 아니라 대응을 위한 공유에 있어서도 물리적 시간이 절약 됩니다. 한마디로 ‘재빨리 마주 앉기’를 실행하는 것이죠.

    위기 가 발생되면 그 이후 모든 대응 활동은 ‘정치적인 활동’으로 그 성질이 변화합니다. 보고라인에서 소외된 임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알고 있는 사항을 중요 임원들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반대 상황도 가능하고요. 일선 직원이 무지하게 별 것 아닌 상황을 최상위까지 전파해 버려 혼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상황은 대표이사가 ‘체계가 안정화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지속 개선관리 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 상황을 사후 또 다른 정치적 위기들로 양산할 수 있는 내부 문화가 있다면 그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성악설과 성선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조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관리(manage)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종종 이야기하는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communication management)를 의미한다. 기업이나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진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모니터링 되고, 분석, 평가되어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개선 시키려는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쌓여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와 함께 사전에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을 구성하고, 이를 공유하여 전사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낼 수 있도록 체계화 한다는 개념이기도 한다.

    누구든 실수 할 수 있다. 성악설. 

    실제 현장에서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잘되어 있는 기업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들 스스로 ‘누구든 자칫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기본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아무리 실무 경험 많은 임원이라 해도 숙련된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자칫 실수 할 수 있고, 그 실수가 결국 자사에게 큰 피해로 되돌아 올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공유한다. 당연 일반 직원들과 각 이해관계자 창구인 영업, 마케팅, 인사, 기획, 대관, 법무, 생산, 지점 및 지사, 고객센터 등등이 언제든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일종의 ‘성악설’에 기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은 부단히 커뮤니케이션을 통제하고 관리하려 노력한다. 새로운 이슈나 문제들에 대해 매번 중앙집권식으로 대응 메시지와 근거들을 구조화해 개발한다. 개발된 메시지와 근거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규정된 각 이해관계자 창구들과 체계적으로 공유된다. 평소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받은 창구들은 공유 받은 메시지들을 정확하게 상호간 다름 없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한다. 이런 경우 외부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볼 때에 그 기업은 ‘정확하게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지향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는 성악설에 기반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잘 구현되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거의 빠짐없이 최고경영진과 홍보팀 스스로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공감한다. 홍보팀이 중심이 된 중앙집권식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분석 개발 공유 활동이 원활하다. 가끔 홍보팀이 적시에 대응 메시지와 근거들을 공유해 주지 못하면 이해관계자 창구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홀딩(안전하게 미루며 약속함)할 정도로 홍보팀을 의지한다. 그리고 각각의 이해관계자 창구들은 철저하게 훈련되어 있거나, 지속적으로 훈련 받는다. ‘각 개인의 실수를 최소화 해서 조직이 피해를 받는 경우를 최소화한다’는 개념이 공히 체화 되어 있는 것을 본다.

    반면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일부 또는 상당부분 부실한 기업이나 조직들은 어떨까?

    알아서 잘하겠지. 성선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들이 ‘성선설’과 유사한 개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한 직원인데, 어떻게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겠어. 어느 정도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막연함에 주로 의지한다. 어떻게 보면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관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나 관심이 희박한 경우일 수도 있다. 당연히, 이런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사전적 대비나 훈련 등은 생략되거나 무시된다. 아예 관심이 없는 기업이나 조직도 있다.

    문제 직원 조치 후 다시 성선설에 기대

    이런 곳에서는 항상 문제들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자사의 지방 한 지점을 방문해 아주 민감한 취재와 인터뷰를 해 간 방송사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사를 책임지는 매니저가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인터뷰를 진행해다는 사후 보고를 받게 된다. 본사에서 실제 방송된 보도를 보니 회사와 관련 해 경악할 만한 위험한 정보들을 기자에게 다 털어 놓는 인터뷰 내용이 보인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들이 크게 화를 낸다. 부주의 한 그 개인을 인사조치 하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홍보팀에게는 왜 해당 방송을 그대로 나가게 했느냐면서 언론 통제 요구를 한다.

    회사의 공식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팀이 있다. 회사 브랜드를 위해 필요하다 해서 페이스북에 회사명을 달아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어느 날 회사 공식 페이스북에 황당한 내용이 올라왔다. 자사 제품의 주요 소비자층을 폄하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 회사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지지표현을 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오프라인 언론에서 해당 해프닝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쏟아지는 수많은 연락을 받고 나면 고위임원들이 문제의 포스팅 내용을 알게 된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다시 노발대발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운영을 담당하는 직원과 팀장을 인사조치를 한다. 담당 임원이 사과문을 낸다. 곧 왜 이런 불필요한 일을 만드는 거냐고 하면서 페이스북 운영을 중단시킨다.

    선진적인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실현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이런 해프닝들이 반복된다. 하지만, 매번 그에 대한 개선은 개인 처벌과 사후 핑거포인팅과 혼동에 묻힌다. 기본적으로 경영진들은 해당 문제를 ‘일부 직원 개인의 문제’나 ‘일선 직원의 말실수’ 정도로 치부한다. 그러니 전사적이거나 체계적인 개선이 있을 수 없다.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문제는 모두 조직의 문제. 개인적 문제 아니다

    가만히 생각 해 보자. 일선 직원이 회사에 해를 끼치는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반복된다. 그렇다면 이건 어느 개인 하나 둘의 문제일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기업이나 조직 차원에서 스스로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해야 하겠다는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이는 문제 아닌가? 물론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해당 논란을 ‘직원 개인의 사소한 실수’로 폄하해야 금방 논란이 진화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 해프닝을 조직의 문제가 아닌 개인 문제로 간주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개인 문제로의 처리가 반복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진다.

    기업이나 조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맞다. 그래야 기업이나 조직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비즈니스 전반과 사회적 생존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기업 경영 체계라 볼 수 있다. 즉, 이에 대한 관심이 적은 기업이나 조직은 대부분 실제 경영 품질도 그리 높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도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사회적 논란을 자주 만드는 기업이나 조직 내부에 들어가보면 그런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스스로 입을 통제하지 않고 왜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하려 하나?

    기업이나 조직 구성원들의 ‘입’을 제대로 관리하자.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입’을 잘 관리만 하면, 그 다음에 쓸데 없이 무리하게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하려는 시도’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언론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잘 받은 창구가 공유 된 회사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기자에게 전달하기만 한다면. 무리하게 홍보팀이 사후 방송사나 신문사를 찾아 다니면서 살려 달라 하고, 광고 예산을 빌미로 언론을 통제 시도하는 무리수는 필요 없게 된다.

    규제기관에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창구가 제대로 훈련 받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만 있다면. 사후에 규제기관을 찾아 다니며 재 해명 하고, 법적으로 로펌의 자문을 받아 지루한 대응을 하는 수고들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다.

    기업의 공식 온라인 채널들을 매일 매일 운영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창구들이 제대로 훈련 받아 정확한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사려 깊지 못한 포스팅 메시지에 기업이 사과문을 올리고, 고객 숙여 사과 하고, 더 나아가서 예산을 집행 해 만든 채널을 폐쇄하거나, 온라인 제작물을 폐기하는 비생산적 상황들은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나 조직 구성원들이 진행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엄격하게 해당 기업이나 조직 자체의 문제다. 경영 품질의 문제다. 최고경영진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개념의 부실이 문제다.

    더 이상 기업이나 조직 구성원들의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단순 실수’라고 칭하거나 ‘뭐 좋은 일이라고 개인의 실수를 자꾸 거론 하는가?”하며 사후 개선 기회를 소멸시키는 문화를 만들지는 말자.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기업이나 조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관리되는 것이 맞다. 그래야 옳다.

     

  •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는 누가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장님께서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라 하셨습니다. 들어보니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을 먼저 찾아 보는 것이 그 첫 걸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작업을 어떻게 누가 해야 하나요? 저희 부서에서 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워서요.”

    컨설턴트의 답변

    저도 처음에는 ‘우리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왜 힘들어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 해 현장에서 많은 기업들과 함께 일하면서 깨달은 답이 있습니다. 위기관리와 그와 관련된 시스템 구축은 실행하는 동시에 그 주체가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질 이해가 안 되신다고요? 그러면 쉽게 설명 해 보겠습니다. 회장께서 지시하신 위기관리 시스템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아마 회장 및 최고경영진은 자사에게 어떤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나 첩보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뭐라 구체적으로 찍어 설명해주긴 뭐하지만……’ 다가오는 그런 류의 위기에 우리 회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거죠.

    회장 및 최고경영진이 감지하고 있는 그 ‘위기’란 어떤 것일까요?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은 실무그룹이 ‘회장님 혹시 감지하신 위기라는 게 A관련 인가요?”라 물을 수 있겠습니까? 힘들죠. 한 임원이 실무그룹에게 ‘A를 포함해 봐.’라는 간접적 언질을 주지 않는 이상은 구체적으로 감지된 위기 유형을 실무그룹은 알 수 없습니다. 이 때부터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시작됩니다. 사내적으로 대규모 위기요소진단을 진행하기도 하죠.

    실무그룹이 고생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주요 위기유형을 여럿 도출했다고 치죠. 그 리스트를 정리하는 데에도 이 ‘정치적 부담’은 작용합니다. 상위 다섯 A들이 회장 및 경영진만 아는 대외비적 문제들인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내적으로도 ‘그럴 거야…그렇지 않겠어…당연하지’ 하는 주제들입니다. 실무그룹이 이 주제들을 보고하며 “이런 것들이 향후 우리에게 발생할 위기유형입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 불가능합니다. 그런 민감한 유형들은 뒤로 좀 밀어놓고, 실무그룹에서 해결해야 할 일반적 위기유형들이 상위로 올라가곤 합니다. ‘정치적 부담’의 결과죠.

    일부 최고경영진이 회장의 감지 내용을 이해하고 “A라는 위기유형의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보도록 하세요”라 했다고 해보죠. 실무그룹은 더더욱 고민에 빠질 겁니다. 그 위기 유형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서죠. 그 내용을 알아야 대응 방안과 부서별 역할과 책임을 짤 텐데 위기 자체에 대한 내부 정보가 없습니다. 실무그룹이 그 내용을 알려면 기획, 감사, 재무팀 등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진단이 필요한데, 그들이 자신의 목숨(?)과 같은 비밀내용을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맡은 실무그룹과 공유할 리 만무하죠.

    어쩔 수 없이 실무그룹은 A라는 위기유형 ‘일반’을 상상하면서 대응 방안을 만듭니다. 타사들에게는 유사한 A 위기유형이 어떤 식으로 발생했는지 조사하죠. 그 감지는 어땠고, 초기 대응 방식들은 어땠는지 궁금해 합니다. 마치 같은 병을 앓은 여러 타인들만 진맥 하면서 자기 자신의 병을 간접 진단하고 치료 하려 하는 것처럼 되는 거죠.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대응방안을 마련해도 이 ‘정치적 부담’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최고의 대응은 현 시점에서 A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발하지 않도록 ‘발생 방지’를 하는 것인데요. 실무그룹이 생각하는 것 보다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대응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겁니다.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들 핵심이 움직이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경우죠. 이 절실하고 중요한 요청을 대응 방안이라 정리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결국 대응방안도 실무 차원에서 가능한 ‘일반적’ 방식들로만 구성 됩니다. 곧 15m짜리 쓰나미가 올걸 뻔히 알면서도 5m짜리 방파제를 쌓은 형상이죠. 실무그룹이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 실제 A라는 거대한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회장님 지시로 회사 실무그룹이 만들어 놓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할까요? 대부분이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작동하더라도 효과가 모자를 겁니다. 무언가는 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게 느껴집니다. 화재가 발생한 집에서 뛰쳐나온 열명의 어린 아들 딸들이 집 주변을 뛰어 다니며 불이야 소리만 지르는 모습과 같아 집니다.

    오랜 시간 후 위기가 마무리되어 내부적으로 살아남은 임직원들이 ‘왜 우리가 실패했나?’ 평가 하게 되면 어떤 의견이 나올까요? 이때도 ‘정치적 부담’은 살아 있을 겁니다. 결론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형편 없었다!”로 끝날 겁니다. 문제의 핵심인 ‘상위 1%’가 곧 ‘위기관리 시스템’입니다. 그 품질이 곧 시스템의 품질입니다. 그 말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죠. 그 부분을 먼저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시스템 구축은 그 다음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이해관계자 모니터링에 위기관리 답이 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기업은 ‘모니터링(monitoring)’이라는 활동을 개시한다. 평시 진행하던 ‘모니터링’ 활동을 더 강화하고, 그 대상을 확장하고, 보고 공유 빈도를 늘리는 조치들을 취한다. 현장에서 위기관리 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업무들 중 절반은 모니터링이라 느껴질 정도다. 모니터링 없이 위기관리 없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최근에는 위기관리팀에게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업무까지 더해졌다. 상황발생 시 정확하게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여론을 읽어 내지 못하면 상황을 오판해 헛다리를 짚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홍보실 직원들이 하루 종일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채널들을 돌아다니면서 자사 이슈관련 내용들을 수동으로 수집해 정리하기도 한다. 대기업에서는 에이전시를 활용하거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설계해 기계적인 자동 수집과 분석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사람(실무자 또는 전문가)의 손은 필요하다.

    위기 발생시 매우 중요한 모니터링 업무. 어떻게 업그레이드 되어야 더욱 더 성공적인 결과를 창출해 낼 수 있을까? 몇 가지 조언을 정리해 본다.

    첫째, 모니터링은 ‘감시’ 목적을 넘어 ‘리스닝’ 목적으로 업그레이드 하자

    “현재 시간 기준으로 부정기사 12건, 중립기사 10건으로 부정기사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그 중에는 OO일보, OO경제 등 주요 일간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런 보고를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보고를 받는 CEO와 임원들은 항상 그렇듯 별반 반응이 없다. 그리고는 이렇게 코멘트 한다. “왜 OO일보를 못 막았지? 거긴 좀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대화가 오갈 뿐이다. 위기관리에 별반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는 나오지 않는다.

    모니터링은 지금까지 수십 년간 그런 목적과 용도로 활용되어 왔다. 어떤 매체가 부정기사를 썼는지, 그리고 그걸 홍보실은 어떻게 핸들링 했는지 보고하기 위해 모니터링 해 왔다. 단순하게 그 목적을 이야기 하자면 ‘감시(watch)’가 주목적이었던 것이다. 좋게 말해서는 ‘경보(alert)’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결국은 그것도 ‘개입하기 위한 감시’가 원래 목적이었다.

    이제는 예전과 같이 감시 목적의 모니터링만으로는 충분한 위기관리 활동으로서의 업무 가치를 발휘 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를 비판 하는 언론들의 주요 논점은 무엇인가?” “이번 상황 발생 후 온라인에서 우리를 주로 비판하는 공중들의 주장들은 무엇인가?”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관리 해 나갈 수 있을지 모니터링을 통해 좀 옵션을 정리해 볼 수 있을까?” 이런 경영진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기존 감시 목적의 모니터링은 시급히 리스닝 체계로 개선되고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둘째, 모니터링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변화를 따라가 보자

    위기관리 현장에서 CEO가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개입 싯점의 확정’이다. “현재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우리 회사가 공개적으로 상황에 개입하는 것을 언제로 확정해야 하는 건가요?”하는 질문이 제일 답하기 어렵다. CEO에게 실무자들은 어떻게 답해야 할 것인가? ‘바로 지금’이라 답할 것인 것인가? ‘내일 아침 정도’라고 답하면 될까? ‘그냥 일단 좀 더 두고 보시죠’라고 조언할 것인가? 고민이 될 것이다.

    물론 위기관리에 있어 정확하게 이상적 ‘개입 시점’을 확정하기에는 큰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CEO가 알고 싶은 것은 ‘현재 좌표’다. 공중이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의 의견을 수립하고, 그것이 사회적 공분 형성과 여러 적대적 활동으로 전개되는 프로세스 상에서 현재 자사가 어느 지점에 처해 있는가 하는 ‘좌표’ 말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조짐이 보이면 자사가 전략적 침묵을 깨고 전격 개입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온라인 및 오프라인 이해관계자 트레킹은 이런 CEO의 질문에 대한 많은 답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공중들의 관심과 의견들 그리고 부정적 의견 표출 빈도들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트레킹을 통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 분석결과를 보고 이전과 현재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증가세를 나타내는지, 그리고 이 추세로 간다면 언제쯤 유의미한 개입 환경에 다다를 수 있는지는 트레킹이 없으면 정확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오전부터 부정 댓글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금 분위기가 안 좋게 흘러가고 있는 건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주관적 보고는 실제 현장에서 별 쓸모가 없다. 대신 “지난 6시간 동안 매 시간 별로 부정 댓글 수가 평균 5%P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자연증가 추세로만 보아도 오늘 정오를 지나면 위험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시간 만에 30%P 가량 부정 의견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이유는 OOO때문입니다. 이후 1-2시간내의 추이 변화를 더 보고 오후 3시경 개입 활동 개시를 결정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런 보다 구체적이고 신뢰를 줄 수 있는 수치를 베이스로 한 의사결정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를 위한 보다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운용되어야 하겠다.

    셋째, 모니터링을 통해서 위기를 풀어 나갈 정답을 찾자

    위기 시 모니터링은 ‘위기라는 시험에 대한 답안을 찾는 활동’이라 생각한다. 일단 자사에게 부정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그 상황을 둘러싸고 영향을 끼치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들이 1차로 모니터링 된다. 그 후 직간접적으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과 공중들의 의견들이 수집된다.

    그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의 여론 속에서 하나 둘씩 답이 제안되기 시작한다. “이건 리콜 해야 하지 않나요?” “빨리 피해자들을 만나야 할 듯” “회사에서 사과해야죠” 이런 주문들이 모니터링을 통해 취합 되어야 한다.

    그 주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공감하는 주문은 회사에서 특별하게 주목해야 하는 해결책이라는 의미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어떤 형식으로 풀어 내는가 하는 것이 기업의 위기관리 숙제인 셈이다.

    자칫 오해하기로 위기관리는 ‘(자사 스스로 답을 내야 하는) 주관식’이라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더 많다. 모니터링을 통해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의 주문을 분석해 읽다 보면 위기관리의 답은 ‘(공중들이 제안하는 답을 고르는) 객관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모니터링 해석 체계에 대한 업그레이드 또한 필요하다.

    마지막, 위기관리 실행에 대한 평가 또한 모니터링을 통해 가능하다.

    CEO들은 위기관리 중반이 넘어가면 항상 이런 질문을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위기관리를 잘하고 있는 건가요?” “우리가 취한 조치가 적절한 것이었을까요?” “언제쯤 이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판정할 수 있을까요?” “이 상황이 종료된 이후 언제쯤 다시 정상적 마케팅 및 영업 활동 개시가 가능할까요?” 이 모든 질문 또한 모니터링에서 답을 내 주어야 하는 주제다.

    위기관리 활동 직후부터 언론의 논조가 좋게 바뀐다거나,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상에서 자사의 대응에 대한 평가가 일부라도 반전된다거나 하는 변화를 모니터링 해 분석해 나가야 한다. 이런 평가 목적의 모니터링이 없다면, 위기 관리는 가는 지팡이 하나만을 의지하고 험한 돌 밭을 걸어가는 장님의 형상이 되고 만다.

    대부분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감(感)’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게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최고의사결정자는 그 이전에 나름 스스로 감(感)을 잡기 위해서 수 많은 의견들을 청취하고 분석 하게 마련이다.

    모든 모니터링 작업과 그 결과는 그러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감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밑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리스닝 체계, 여론 트레킹 체계, 정답을 찾는 체계, 평가와 상황종결 판정 체계로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모니터링 체계 업그레이드 없이는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점점 힘들게 되어 가기 때문이다.

  • 일단 대표가 언론사를 찾아가야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지방 공장에서 생산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 집중 보도한 지방 방송사가 있어요. 일단 보도가 나가고 저랑 대표이사가 바로 내려갔죠. 가서 방송사 보도국장이랑 다 만났어요. 살려달라고 했죠. 그런데 별로 통하지가 않네요…어쩌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질문을 들어보면 지방에서 문제가 생겼고, 그 지역 방송사가 취재를 해서 특종을 한 모양이군요. 해당 공장에는 적절하게 언론창구 역할을 할 조직이나 직원이 없는 것 같고요. 본사에도 홍보조직이 없나 봅니다. 대표이사와 임원이 직접 지역 방송사까지 내려가신 걸 보니까요.

    일단 빠르게 방송사 보도라인을 만나신 건 잘하신 일입니다. 회사가 얼마나 본 상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그대로 보여 줄 수 있으셨으니까요. 단, 문제는 대표이사와 임원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언론을 만나셨다는 것입니다.

    언론은 기업이나 사회의 문제를 지적해 그 문제를 ‘공공의 선’의 방향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는 그룹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지적 받은 기업은 어떤 방향으로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맞을까요?

    언론에서 지적한 문제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일방적 오해에 따른 것이라면 그에 대한 해명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해명은 그러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누가 봐도 해당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는 근거로 정확한 팩트들을 정리해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 팩트들만 잘 준비해서 제시한다면 일반적으로 언론은 자신들의 보도가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겁니다. 더 이상 부정적인 보도가 나갈 이유는 없게 될 거구요. 물론 그 심각성에 따라 정정보도 또한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만약 언론에서 지적한 그 문제가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리발을 내밀어야 할까요? 아니면 강하게 법적 대응을 한다 으름장을 놓아야 할까요? 사실을 인정하면 회사가 위태로운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게 되었다면 어떤 준비를 해 언론을 만나야 할까요?

    이렇게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집에서 가장 큰 창문유리를 떠 올려 보시죠. 그 창문이 깨진 겁니다. 주먹만한 구멍이 나고 그 주변이 쩍쩍 갈라져서 불안 불안합니다. 당장 저 창문이 깨져 주저 앉아 버린다면 대책이 없습니다. 추운 겨울 찬바람을 다 맞고 태풍이라도 오면 집안이 물바다가 될 것이 틀림 없습니다. 그러면 이 창문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창문이 깨지기 전으로 되돌아가 달라고 기도만 할 수는 없습니다. 마법이 생겨나 깨진 창문이 새 유리창문으로 스르륵 바뀔 가능성도 없고요. 그때 가장 첫 목표는 창문의 구멍을 더 크게 만들지 말아야 하겠다 하는 겁니다. 그리고 창문이 저 상태에서 견뎌내면서 와장창 내려 앉지 않게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가 됩니다.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일단 견뎌야 하는 거죠.

    언론을 찾아가신 것은 좋습니다. 만약 언론의 지적이 일부나 전부 팩트라면 회사의 창문에는 큰 구멍이 하나 난 것입니다. 그 언론사가 더욱 더 문제를 반복해 지적하고, 다른 언론이 그 지적을 받아 더 크고 다양하게 보도 하게 되면 회사의 창문은 더 더욱 위태로워 집니다.

    그렇다면 언론을 찾아가 보도 내용과 관련한 회사의 문제를 적절하게 ‘규정해 인정’하셔야 합니다. 지적해주신 부분 중에 우리도 ‘이 부분과 이 부분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을 계기로 이 문제들을 이렇게 저렇게 개선하고, 재발방지 하겠다. 빠르게 조치해서 더 이상 문제 없도록 대표이사부터 모두 노력하겠다. 이렇게 언론과 대화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언론을 적으로 생각하여 대응 하지 마십시오. 어려울수록 언론을 우리편으로 만들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합니다. ‘응대’ 하셔야 언론은 이해합니다. 물론 전략에 기반한 ‘준비된 응대’여야 합니다.

    무조건 찾아가보자 하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거기에 더해 광고를 지원하면 언론이 좀 움츠려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위험합니다. 팩트나 논리 없이, 문제 인정도 없고, 개선이나 재발방지 의지도 없이 언론을 ‘무조건’ 만나면 위험합니다.

    마지막으로 더할 조언은 빨리 내부에 홍보조직을 제대로 갖추시기 바랍니다. 위기가 있는데, 위기관리를 할 조직이 없다는 건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홍보조직을 하루 아침에 만들기 힘들다면, 외부 전문가 그룹을 활용 하십시오. 홍보조직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준비입니다. 준비하십시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차세대 경영자들을 위한 이슈관리 가이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국내 대형 그룹사들 내부에서는 각자 진행 수준의 차이가 있을 뿐 차세대 경영자에 대한 경영승계 준비와 실행 작업들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경영하셨던 회장님들이 점차 연로해 지시면서 30-40대 젊은 자제분들이 점차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준비와 실행들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 주목된다.

    최근 대형 로펌에는 ‘경영승계팀’이라는 내부 조직까지 만들어 대기업 내 경영승계 과정을 문제 없이 핸들링 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우리 홍보분야에서도 경영승계를 둘러싼 이슈관리 관점에서 차세대 경영자들을 위한 중장기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면 한다는 취지에서 몇 가지 핵심 포인트들을 정리해 본다.

    차세대 경영자들을 위한 이슈관리 가이드라인 1 : 현장에 집착하자

    필자가 접해본 대기업 차세대 예비 경영자들의 공통적 특징은 태어나서부터 현재까지 일반인들의 성장 환경과는 상당히 다른 환경을 접해왔고, 그것에 주로 익숙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막상 기업을 경영하게 되면 이런 특수한 환경에 익숙해 있는 경영자는 일반 환경에서 자라난 경영자 보다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대두된다.

    경영 상황이나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경영 대상인 일반인들과 많은 다름이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있어도 다름이 있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그 ‘다름’이란 임직원들을 비롯한 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예측 불가능’이라는 관점에서 해석된다. 이런 현상을 최대한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경영자들은 좀더 일반적 환경들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일반적 환경들에 대한 이해는 ‘현장에 대한 집착’이 있으면 상당부분 해결 될 수 있다. 많은 대기업 차세대 경영자들이 회장의 뜻에 따라 현장부서에서 일정기간 업무를 배우고 익히는 기간을 가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슈관리 관점에서도 차세대 젊은 경영자가 ‘현장’에서 실제로 회사 일을 도맡아 익히고 있다는 기록과 평판은 이후 자신에게 엄청난 자산이 된다. “해 봤습니까? 난 해 봤습니다.”라는 말처럼 차세대 경영자들에게 목마르고 필요한 자신감이 없을 것이다. 물론 ‘해보기’만 한 것을 넘어 ‘잘 했었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겠다. 이를 기반으로 경영 일선에 임해 정기적으로 현장을 찾고, 현장에서 언론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장기적인 이슈관리에 도움이 된다.

    차세대 경영자들을 위한 이슈관리 가이드라인 2: 정무적 감각을 키우자

    여론을 읽는 감각을 키워야 한다. 대부분의 대기업 차세대 경영자들을 일정 나이가 되면서부터 사회 각계 각층의 주요 인사들과 개인적 친분을 쌓고 교류한다. 그 대상들은 업계, 학계, 예술계, 정치계, 종교계 등에 걸쳐서 국내외로 다양하고 활발하다. 이들에게서 받는 상호간 인사이트와 코칭은 당연 차세대 경영자들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직접’ 여론을 읽는 연습과 경험에 집착해 보기를 권한다.

    최근에는 젊은 예비 경영자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변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그 환경 속에서 여러 일반인들의 (제한된) 여론들을 접하는 데 익숙해 있다. 그 이전 세대보다 훨씬 열려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처해 있어 복 받은 세대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좀더 넓은 의미와 다양한 대상들을 통한 현실적 ‘여론 감각’을 키우는 노력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객관화’라는 수준 높은 경영 철학 경지에 오를 수 있음을 기억하자.

    자사에게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최고경영자의 뛰어난 정무 감각처럼 성공을 보장하는 자산이 없다. 최고경영자 스스로 여론을 잘 읽고 그에 기반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가치 판단을 잘 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은 이 사회 속에서 가치를 발할 수 밖에 없다. 곧 존경 받는 경영자가 되는 방법이다.

    차세대 경영자들을 위한 이슈관리 가이드라인 3: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자

    경영 일선에 나선 차세대 경영자들 주변에는 당연 여러 필터들과 중개자들이 존재한다. 언론의 인터뷰를 걸러내거나 차단하는 홍보실이 존재한다. 규제기관이나 여러 협회의 요구를 걸러내고 차단하는 대관부서가 존재한다. 직원들과 노조 관계의 가운데에는 인사와 노무 부서들이 존재한다. 경영자가 되면 내 외부 어느 이해관계자라도 직접 경영자에게 접근 하거나 소통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된다.

    이런 환경이 나쁘다거나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기업에게는 당연한 체계다. 단, 차세대 경영자들의 경우에는 핵심 이해관계자와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굳이 피하지만은 말았으면 한다. 예전에는 경영자들의 신비로움이 경영에 오히려 득이 되고 신화(myth)의 주제가 되는 시대였다. 사회, 문화, 미디어 환경이 그걸 원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능력 있는 경영자는 앞으로 나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한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 대형 그룹의 창업주들 중에서는 ‘젊으셨을 때’ 기자들과의 스킨십을 즐기는 분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슈관리 관점에서도 최고 경영자가 전략을 기반으로 핵심 이해관계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생각보다 문제를 쉽게 푸는 단초가 된다. 최근 회사와 관련 한 사고 현장에 직접 나타나 고개 숙여 사과 하고, 피해자들의 빈소를 찾는 경영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를 숙이고 개선과 재발방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전국민들에게 피력하는 리더십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고, 나쁜 일이 있을 때는 커뮤니케이션을 차단하는 포지션은 절대 피해야 한다. 일관성을 가지고 맑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꾸준히 실천 하다 보면 그 모든 것이 경영자 자신의 브랜드가 된다.

    차세대 경영자들을 위한 이슈관리 가이드라인 4: 주변 직원들의 조언을 믿고 듣자

    앞에서 제안했던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가이드가 일부 경영자들에게는 ‘(매번) 직접 나가 커뮤니케이션 하라’라던가 또는 ‘그 통로를 담당하는 부서를 배제하라’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절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인간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은 자발적 의지로 홀로 결정하여 진행하는 것이 될 수 있지만, 경영자의 커뮤니케이션은 집단의 의지로 여러 전문가가 함께 전략을 만들어(물론 리더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지만) 진행되어야 옳다. 여기에서 커뮤니케이션 경영(communication management)라는 의미가 나오게 된다.

    ‘최고 경영자가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관리(management)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항상 기억하자. 이를 위해 주변에서 오랜 기간 잔뼈가 굵은 전문 부서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전략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해 보자. 일부 대기업에서는 경영자가 외부 전문가에 대해서는 과대평가(over evaluation)하는 반면, 내부 전문 부서들에 대해서는 과소평가(under evaluation)하는 현상들이 존재한다.

    차세대 경영자들은 최소한 이런 습관들에서는 좀 더 자유로워 졌으면 한다. 일단 주변에 사람을 놓았으면 믿자. 처음부터 그 전문성을 믿을 수 없다면 아예 쓰지 말자. 세상에서 우리 회사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들은 내 주변에 있는 이 사람들이라는 확신을 가져보자. 만약 외부 전문가의 조언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면, 회사 내 전문 부서에게 전문적 추천을 받아 함께 하게 하자. 최고경영자 주변 팀은 항상 베스트여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일부 최고경영자들은 외부로 “우리 팀은 정말 형편없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면 문제라는 이야기다.

    젊고 열정적이면서 전략적이기 까지 한 경영자보다 멋진 캐릭터가 없다. 그런 멋진 경영자들이 이끄는 한국의 기업들이 더욱 더 멋지고 세련되어 지기 바라는 국민들이 많다. 이전 우리 기업과 경영자들이 ‘성공’을 화두로 자신의 정체성을 커뮤니케이션 해 왔다면, 차세대 경영자들은 ‘멋진 성공’을 화두로 정체성을 가다듬어 나갔으면 한다.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 해 주는 해결사의 ‘멋’, 여론을 읽고 정무적 판단 하에 세련되게 발휘되는 리더십의 ‘멋’, 직접 나서 커뮤니케이션 하고 공감하는 새로운 스킨십의 ‘멋’ 그리고 주변 직원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역 팔로워쉽의 ‘멋’. 이런 새로운 ‘멋’들이 쌓이게 되면 차세대 경영자들은 이내 사회에서 새롭게 존경 받으며 ‘멋지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