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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 조직을 민감하게 유지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편] 조직을 민감하게 유지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호들갑 떨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호들갑’이라는 의미가 경망스럽고 야단스럽기 만 한 것이라면 지양해야 하지만, 이슈나 위기를 감지하여 분주히 여럿이 움직이는 것까지 ‘호들갑’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기업은 항상 민감해져 있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기업만큼 준비된 기업이 없다. 사소해 보이는 이슈에도 미리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다른 기업이 겪고 있는 이슈를 지속 분석해 보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일선에서 올라오는 보고 중 문제로 비화될 건이 없는지 꼼꼼하게 추적해 보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상위 의사결정자들이 자신의 경험만 믿고 괜찮다 문제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강요하지 않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민감한 기업은 그래서 강하다. 어떤 이슈나 위기도 예상하지 못한 채 마주하지 않는다. 다른 기업이 경험한 이슈를 자신이 경험했던 것처럼 보다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다. 일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문제 될 것들을 미리 미리 제거해 놓는다. 문제가 될 것인지 아닌지를 상위 의사결정자들이 하위 실무담당자들과 지속 토론하고 진단을 반복한다.

    일부에서는 기업이 너무 민감한 것도 좋지 않다 이야기한다. 피로감이 생긴다는 이유다. 이런 기업에서 일부 임원은 “별 것도 아닌 것인데, 그것에 대해 윗분들이 너무 민감하셔서 여러모로 피곤합니다. 일선에서는 항상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데 말이죠…”라 토로한다. “일선에서 발생한 해프닝들을 위에 매번 보고하고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 하게 된다면, 아마 경영진들은 아무 일도 못하고 그것만 해야 할 겁니다. 그 만큼 일선 이슈들이 많고 다양하거든요. 저희가 알아서 필터링 하니 그나마 편하신 겁니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런 기업은 민감하지 못한 기업이다. 이슈나 위기에 강하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일단 이런 이야기를 하는 기업은 일선에서 이슈나 위기의 전조를 감지하고 분석해 내는 ‘기준’이 모호하다. 그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면, 일선으로부터의 보고 수량이나 범위가 그렇게 막대할 수 없다. 또한 전조에 대해 경영진이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바라보니 보고의 수량이나 범위는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기업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전조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에서는 A를 문제의 전조라고 생각하는 반면, 경영진에서는 A를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다. 이런 기준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선에서는 경영진들을 불필요하게 부담스럽게 할 필요 없다는 낙담을 경험하게 된다. 경영진은 반대로 정확한 보고나 공유가 올라오지 않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 기업 전반에서 민감성은 사라지고, 상호간 불만만 생겨난다.

    이런 경험을 한 기업은 또 이야기한다. “그러면 일선에서 보다 정확하게 이슈나 위기 전조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어떻게 세우면 될까요?” “일선에서는 사실 그렇게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조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없습니다. 이런 현실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일견 그럴 듯 한 이야기다.

    일상 업무를 일정 기간 진행 해 온 직원이라면 업무 과정에서 ‘부정적 문제가 될 이슈의 전조’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나 가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 기준은 당연히 최고의사결정자로부터 제공되어야 한다. 그 기준은 오랫동안 일관되게 전조를 판단하는 지표가 되어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기준이 있어야 일선 스스로의 중구난방 판단은 최소화된다. 그런 ‘판단 기준’이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민감성이 자라나지 않는 것이다.

    일선에서 올라온 문제 전조를 보면 경영진은 대부분 ‘확실하게 문제다’ 평가 내릴 수 있게 된다. 기준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일선에서도 “왜 이 전조가 심각한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일선간에도 “왜 이것이 꼭 보고 공유되어야 하는 전조인가?”에 대한 이견이 준다. 정확한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이 그 기준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민감하지 않은 기업은 당연히 ‘기준’이 없다. 일선부터 최고의사결정자에 이르기 까지 이슈나 위기를 보는 시각이나 기준이 제 각각이다. 일선에서는 각자 판단에 따라 보고 하고, 경영진은 그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 해 평가한다. 점점 보고량과 범위는 줄어든다. 임원들은 자사에 이슈나 위기의 전조가 없다 안심한다. 그런 사내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점점 민감성은 저하된다.

    그 후 이슈나 위기가 실제 발생하면 이런 기업은 일단 놀란다. 허둥댄다. 말 그래도 호들갑만 떨며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제 각각 발생한 문제가 어떤 것인지 판단하려 한다. 의사결정은 지체된다. 경영진끼리 상호간 책임 논란을 벌이며 손가락질을 시작한다. 최고의사결정자는 “왜 아무도 이런 문제를 몰랐으며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는가?” 호통 친다. 민감하지 않은 기업은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을 자주 반복한다. 최고의사결정자의 관심이 없으면 그렇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 위기관리 조직을 만들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6편] 위기관리 조직을 만들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2007년 여러 번 제품 유해성 논란에 휘말렸던 세계적 완구 회사 마텔(Mattel). 연이은 리콜속에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던 과정에는 당시 마텔의 회장이자 CEO였던 밥 에커트(Bob Eckert)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밥 회장은 이듬 해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한 초청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위기 당시 우리 위기관리팀의 팀워크는 강했고, 그것이 우리 기업에 대한 테스트였다 생각한다. 지금도 100여 페이지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위기관리팀의 연락처 정보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자사의 위기관리팀을 치하했다.

    필자도 항상 기업 대표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훈련된 강력한 위기관리 조직’을 사전에 보유하라는 것이다. 위기관리라는 것은 원래 ‘누가(who?)’라는 개념이 항상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 ‘누가(who?)’라는 개념이 없다면 위기는 절대로 관리되지 않고, 관리 될 수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기업 오너와 대표이사들은 위기 시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논의한 방향으로 잘 대응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이 말을 들은 임원들은 그 부탁에 ‘누가(who?)’가 명시되지 않았던 것에 주목한다. 임원들간에 그 ‘누가(who?)’라는 주체에 대해 역할과 책임을 다시 나누게 되고, 정치적 정리가 되면서 결국 실제 대응은 지연되거나 생략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원래부터 ‘지는 싸움’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예민한 임원들은 그 과정에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오너나 대표이사가 정하는, 그리고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상에 적시되어 있는 강력한 개념 ‘누가(who?)’는 위기관리의 핵심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누가(who?)’와 관련된 부분이다. 그 부분을 우리는 ‘위기관리 조직’이라 부른다. 그 조직에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한다라는 가이드라인이 따라 붙게 된다. 정확한 책임과 역할(Role & Responsibility)이 제시된다.

    평시에는 마찬가지로 그 정해진 역할과 책임에 따라 해당 조직 구성원들이 훈련 받는다. 예상되는 위기 유형에 따라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기억해 내는 훈련이다. 그 구체적 상황에서 자신과 자신의 부서에게 필요한 대응 자산 또한 확인한다. 필요한 자산이나 역량이 있다면 그 훈련 과정을 통해 보강에 보강을 거듭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도 그렇다. “잘 훈련된 대변인 하나라면 천군만마 부럽지 않다”는 말이 있다. 평시와 위기 시를 넘나들면서 정제된 전략적 메시징에 능숙한 대변인 또한 위기관리 조직 내에 위치한다.

    최고 의사결정자인 오너와 대표이사도 마찬가지다. 위기 시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의사결정 사안들에 대해 평시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한 간접 경험은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자산이다. 적시에 내려지는 전략적 의사결정만큼 일선에서 목말라 하는 지원이 없다. 위기관리 자체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법무, 대관, 홍보, 기획, 재무, 마케팅, 영업, 기술, 생산, 인사, 총무 등 수 많은 조직 내 부서들이 각각 위기 시 그들의 역할과 책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매뉴얼에 적시되어 있다는 사실로만 안심하는 것이 아니다. 평시 반복되는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지가 아닌 경험지로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익숙해 져야 한다.

    훈련된 강력한 위기관리 조직이 생겨난 뒤에야 기업에게는 일사불란 한 위기대응이라는 가치가 생겨난다. 평시와 위기 시를 거쳐 이어지는 사일로를 파괴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협업의 가치 속에서 외부에서 볼 때 조직이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 의사결정자들의 위기관리 리더십도 그 후에 빛나게 된다.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을 강한 군대에 비유하기도 한다. 강군(强軍)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을 보면 기업의 강한 위기관리 조직과 상당히 유사한 면을 보이기 때문이다. 역할과 책임이라는 개념, 그에 따른 전문성과 역량이라는 개념. 지속적인 훈련과 시뮬레이션의 개념. 지휘자의 리더십이라는 개념에 이르기 까지 강군과 강한 위기관리 조직의 유사점은 한둘이 아니다.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많은 것들을 점검하고 준비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이야기했다. 그 다음은 위기관리 조직에 대한 관심이다. 위기관리 조직의 구성과 인식 개발, 훈련과 시뮬레이션의 지원 등은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탐내야 하는 것들이다.

    마텔의 밥 에커트 회장이 왜 백여 페이지 매뉴얼에서 비상연락망 딱 한 장을 그리 소중하게 여기는지는 실제로 강한 위기관리 조직을 운영해 본 리더라면 누구나 공감 할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게임이 위기관리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5. 기업문화를 살펴보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편] 기업문화를 살펴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연이어 드러난 사내 성(性) 관련 추문 사례들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자. 기업이나 가해자자나 피해자 누구의 잘못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말이다. 그 근간에는 해당 기업의 기업문화가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만약 그런 유사한 추문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기업들이라면 더더욱 자사의 기업문화에 어떤 문제는 없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기업과 관련한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원인들 중 ‘잘못된 기업문화로 인한’ 것들은 앞에서 이야기한 준법 부실, 여론감각 부실, 반면교사 부실, 진단 부실 등의 원인과 함께 대표적 위기 원인으로 꼽힌다.

    잘못된 기업문화의 형태 또한 여러 가지로 정리 될 수 있다. 그러나 잘된 기업문화는 하나로 정의 가능하다. 잘된 기업문화는 절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문제를 만들지 않는 기업문화다. 즉, 문제를 만드는, 그리고 만들 수 있는 기업문화는 과히 옳은 기업문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부 기업들은 내부에서 ‘위기’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대표이사가 ‘위기’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런 기업에서는 위기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감지나 준비과정에서도 실무진들이 조심스러워 하게 되면서 위기관리를 어려워한다.

    반면에 일선에 어떤 문제가 있다 판단하면 경영진이 활발하게 해당 이슈에 대해 분석하고 논의해 해결책을 토론하는 기업이 있다. 말 그대로 ‘위기’를 ‘위기’라고 부르는 기업이다. 일선부터 임원들까지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위기관리가 미리 미리 잘 이루어진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준비되어 있다.

    어떤 기업은 문제가 될 기업문화의 중심에 오너 또는 대표이사가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내 관행이 군대 문화에 연결되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최고 의사결정자는 그 관행이 수십 년 이어진 것이라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고, 아래 직원들을 과하게 대하곤 한다. 당연히 이런 경우 최근과 같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런 기업은 미리 이런 오래된 관행을 없애고 개선한 다른 기업과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다른 경지에 있게 된다.

    너무나 익숙해진 사내 관행이며 그것 자체가 자신들을 대변하는 색깔이 되어버린 문화를 한번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 하나 하나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돌아 봐야 한다. 기업문화도 시대에 따라 바뀔 부분은 바뀌어야 맞다. 핵심은 유지하고라도 일부 관행 차원의 이슈들은 감지해서 변화 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이렇게 기업문화와 관련 된 부정 이슈가 발생하면 스스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이 자사의 기업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문화는 기업이 여러 사회적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훌륭한 사회성’을 위한 방편일 뿐이다. ‘훌륭한 사회성’에 반하는 기업문화는 절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훌륭한 사회성이라는 잣대나 가치는 시간이 흘러가며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제대로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기업문화는 당연히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기업문화 속에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은 기업내부에 있을 때는 기업문화의 영향을 받지만, 일과가 끝나거나, 퇴사를 하게 되면 다시 사회로 돌아가 사회성의 영향을 받는다. 현재 직원들은 물론 퇴직자들과 제3자들이 가지는 해당 기업의 기업문화에 대한 시각이 시대적 변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듯 관심을 가져야 위기관리도 된다. 신경을 써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고민하고 돌아봐야 보인다. 떠들썩 하게 이야기해 보자 해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리더가 스스로 생각해 문제라고 생각하는 기업문화는 당장 고쳐야 맞다.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은 이런 ‘깨달음과 고침’의 노력이 부족했던 기업이다.

    자랑스러운 기업문화, 수십 년간 우리 회사를 성장시켜 온 그 기업문화는 물론 소중한 것이다. 그 기업문화 때문에 우리 회사를 부러워하는 경쟁사도 있을 수 있다. 훌륭한 기업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기업문화의 어떤 부분을 변화에 발맞추어 개선해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 소중하다면 더더욱 지켜야 한다. 미리 문제의 소지를 발견해 고쳐야 제대로 지킬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문화는 좋은 것이 아니다. 그 문제가 여러 번 반복되면 더욱 더 그렇다. 많은 문제들이 미처 알려지지 않았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항상 올 것은 오게 마련이니까.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진정성이라는 건 대체 뭘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진정성. 진정성. 위기관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이 ‘진정성’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저 대표이사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어” “좀 더 진정성 있게 공식입장을 꾸며주세요.” “위기관리에는 진정성이 곧 핵심이지” 사람들은 이런 표현으로 위기관리와 관련 해 ‘진정성’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러나, 그리 말하는 사람들에게 “진정성? 그게 무슨 의미지?”라고 물으면 딱 부러지게 답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거 있잖아…뭐…지금 저 사람이 진짜로 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거 아니겠어?” 이런 식의 정의가 대부분이다.

    원래 국어사전에는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없다. 우리가 쓰는 ‘진정’이라는 말에 ‘성’이라는 말을 붙여 만든 조어이기 때문이라 한다. 헷갈림은 이 진정성 단어가 두 가지 한문 표현으로 존재한다는 데에서부터 온다. 첫 번째 개념의 ‘진정성’은 ‘眞正性’으로 쓴다. 그 의미는 간단히 ‘진짜’라는 의미다.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두 번째 개념의 ‘진정성’은 한자로 ‘眞情性,’으로 쓰인다. ‘참된 마음. 애틋한 마음, 정’ 이런 의미다.

    진정성(眞正性)은 일치에 관한 의미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인 “진정?”이라는 말의 의미는 아마 첫 번째 개념의 진정성인 “진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진정성 없다’는 의미는 ‘진짜가 아니다’ ‘가짜다’라는 의미와 통한다 볼 수 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보면 위기관리 주체가 ‘내부적으로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이 진정성 (眞正性)이라 본다. 그렇게 보면 이 진정성(眞正性) 개념은 ‘내부적인 합치’나 ‘생각과 행동의 일치’를 뜻한다 볼 수 있다.

    또 다른 진정성(眞情性)은 느낌에 관한 의미

    두 번째 ‘진정성(眞情性)’이란 개념을 보다 알기 쉽게 풀어보면 무슨 의미일까? 가운데 ‘정(情)’이라는 단어가 핵심이다. ‘진짜 그런 마음이 있느냐?’ ‘진짜 그런 감정이 있느냐?’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마 위기관리 관점에서 “저 대표이사의 사과를 보면 진정성(眞情性)이 없어”라고 하는 의미는 “저 대표이사의 사과를 보면 스스로 진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지 않아 보여”와 같은 의미라고 보면 되겠다. 즉, 위기관리를 위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대표이사인 화자의 표정이나, 행동이나, 목소리나, 말투나, 메시지를 포함한 모든 이미지를 통 털어 해석해보니 그 사람의 마음속에 진실한 감정이 있지 않아 보인다는 ‘감정에 대한 이미지’로서의 ‘진정성(眞情性)’이다.

    화자와 청자간 다른 진정성 의미

    위기관리 관점에서 사용되는 ‘진정성’이라는 의미가 과연 둘 중 어떤 것일까에 따라 그 실행에는 큰 차이가 생겨버리기 때문에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골치 아파한다. “우리는 진정성이 있는데, 공중들이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 주지 않는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여기에서 보면 문제의 원인이 보인다. 앞의 진정성과 뒤의 진정성이 각각 다른 의미로 쓰이니 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회사와 공중이 사용하는 진정성이라는 의미가 공히 ‘진정성(眞正性)’으로 동일한 것이라면, ‘우리의 진정성(眞正性)을 공중들이 신뢰하게 할 수 있게 만들면 된다’라는 간단한 해답이 보인다. 순수하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나 PR 등의 활동이 이런 해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 회사 제품에서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소비자단체 조사 결과 발표가 나왔다. 회사에서는 수년간 수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안전성 평가를 했어도 그런 인체 유해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진정성(眞正性)

    대표이사가 앞에 나서서 기자회견을 한다. “저희 회사의 모든 기술 연구 역량을 믿어 주십시오.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절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회사를 믿고 제품을 사용해 오신 여러분 저희가 여러 공인 시험 기관에 재 조사 의뢰를 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발표문을 읽었다.

    이 메시지에는 진정성(眞正性)이 들어 있을까? 들어 있다. 진짜 회사 내부에서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이런 강력한 전략과 메시지를 들고 나왔던 것이다. 이를 진정성(眞正性) 있다 믿는 공중들이 많으면 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성공하게 된다. 소비자들 대부분이 “그러면 그렇지. 나는 저 회사를 믿어. 다시 공인기관들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믿고 기다릴 거야”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위기관리는 일단 성공인 것이다. 회사의 진정성(眞正性)을 공중이 신뢰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 소비자 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해당 회사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 몇 명이 모여 이런 논의를 한다. “큰일이네. 하필이면 그 제품만 딱 뽑아 안전성 조사를 했지? 그거 중금속 수치가 좀 나온다는 게 몇 년 되었죠? 그래도 그 동안 내부적으로 많이 줄인다고 줄인 건데 … 이번에 딱 걸려 버렸네. 어쩌지?” 이런 상황에서 해당 회사가 진정성(眞正性)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정말 잘 못했다. 우리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판매를 했다. 중금속 함유량을 줄인다고 했는데 완벽하지 못했다”라고 공중들에게 사과한다면 어떨까? 그랬다면 이 자체도 또한 ‘진정성(眞正性)’이 있는 것이다. 진짜를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이런 경우에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아주 일부 제품에서 소량 논란의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체에는 유해하다 볼 수 없지만, 소비자께서 걱정하시지 않게 일단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지속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해 왔다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이런 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런 경우 이 회사는 ‘진정성(眞正性)’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진짜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진정성 (眞情性)

    다시 돌아가서 반대로 회사와 공중이 사용하는 진정성이라는 의미가 진정성(眞情性)으로 동일한 것이라면, ‘우리가 더욱 진실한 감정을 실어서 공중들이 우리에 대해 진정성(眞情性)을 느끼게 하자’하는 해답도 가능하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측면에서는 훈련되고 리허설 되어 완벽하게 연출하고 전략적인 레토릭을 사용하면 위기가 관리 될 것이다 라는 주장이 이런 개념에 어울린다.

    위와 같은 예를 들어 보자. 해당 제품 유해성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발표하는 대표이사의 모습에 강한 자신감이 들어있는 경우다. 대표이사가 당당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자세한 조사결과들을 여러 개 공개하고, 신뢰감 가게 행동하는 것을 여러 국민들이 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저 대표이사의 설명을 들으니 왠지 믿음이 가는 걸. 저렇게 당당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데 설마 문제가 있겠어?”하는 느낌이 들게 될 것이다. 진정성(眞情性)이 통했다는 개념이 이런 것이다.

    반대로도 예를 들 수 있다. 유해물질 함유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쉬쉬하면서 판매를 계속해 오고 있었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대표이사가 전문 컨설턴트의 자문을 얻어 기자회견을 준비한다. 여러 번 반복되는 리허설을 통해 아주 절절한 표정과 고개 숙임을 각도까지 재가면서 연습한다.

    기자회견장에서 대표이사가 “우리가 잘 못했다”하면서 고개를 한 없이 숙이면서, 눈물을 떨군다. 손을 덜덜 떨면서 “다 내 부덕의 소치”라 하면서 사죄와 사죄를 구한다. 회견장에 앉은 기자들 조차 ‘세상에 참 딱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진짜 사죄를 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전까지는 그런 나쁜 생각을 했었어도, 아마 이제부터는 이번 교훈을 발판 삼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겠지..”하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경우 공중은 이 회사가 ‘진정성(眞情性)’ 있게 사과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부적인 진정성(眞正性)과 표현으로서의 진정성(眞情性)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대표이사가 사죄해야 하겠다 생각하면서도 아무런 기자회견 준비 없이 달랑 사과문 메모만 가지고 단상에 올라가 버린 경우를 보자. 딱딱하게 “사과 드립니다”는 말 몇 마디로 기자회견을 마무리 하려 하려 했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임원들에게 답변 하라는 제스츄어를 한다. 포마드 발라 정갈하게 탄 가르마와 빤짝 빤짝한 시계가 공중들의 눈에 들어 온다. 기자들이 화를 내고, 회견장은 다시 아수라장이 된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지? 알면서도 유해물질을 그대로 섞어 팔았으니 정부에서는 최대한 처벌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이런 반응을 한다. 이런 경우에는 내부적인 진정성(眞正性)이 미처 표현으로 연결되어지지 못해 공중들이 진정성(眞情性)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한 것이다.

    평소 철학과 원칙에 문제가 있으니 진정성(眞正性)이 문제

    정리해 보자. 사실에 근거한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진정성(眞正性)이라고 볼 때,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니 진정성(眞正性)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회사라는 오명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는 사과하고 싶지 않는데도 어떨 수 없이 기자들 앞에 나가 고개를 숙이는 대표이사의 경우. 진정성(眞正性)을 의심받게 된다. 사과하고 싶지 않다면 왜 자신이 사과할 수 없는지를 밝히는 것은 개념 측면에서 차라리 진정성(眞正性) 있는 선택이다. 진정성(眞正性)을 일부에서는 선과 악으로 개념을 나누곤 하는데, 실제 진정성은 그 차제만으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일치 여부에 관한 것이지, 그래서는 된다 안 된다의 주제는 아니다.

    물론 기업 위기관리 측면에서 대표이사 개인의 생각과 감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하는 관점도 있을 수 있다. 기업을 위해서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 하는 의미일 것이다. 기업 관점에서 볼 때는 기업 전체가 생각하는 그대로를 대표가 온전히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의 핵심이 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홍보담당자라면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생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 회사 이미지가 남아 나겠나?” “회사 내부의 생각을 어떻게 그대로 전달을 하나?” 질문 할 것이다.  이 경우는 대부분 회사의 철학과 원칙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회사다. 투명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반사회적, 반시장적, 반소비자적인 철학과 원칙이 지배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꺼려지는 것이다. 위기관리 이전에 기업의 철학과 원칙을 경영품질의 차원에서 검토해야 맞다.

    평소 경험과 훈련이 없으니 진정성 (眞情性) 문제

    이 진정성(眞情性) 개념으로 보면, 자사의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니 매번 진정성(眞情性)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숙련의 문제일 수 있다. 일부는 진짜 자신의 숨은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해 진정성(眞情性)을 의심받기도 한다.

    앞의 개념을 빌어 자사의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면, 해당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되지 않는 경우라면, 자사 스스로의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려 하고 있는지 돌아 봐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일부 홍보담당자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마음은 굴뚝 같은데, 이게 표현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대표께서는 진짜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는데, 이분이 원래 웃는 얼굴상이라서 덜 심각하게 보여지는 게 문제지요” 이런 경우가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힘든 경우다. 이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경험과 훈련이 답이다. 리더로서 만인에게 호감 가는 자세와 외모 표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 복잡하고 헷갈리는 여러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 왔다. 영어로 풀어보면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진정성(眞正性)은 ‘Authenticity’라는 단어를 쓴다. 반면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해서 얻는 진정성(眞情性)은 ‘Sincerity’라는 단어를 쓴다.

    기업에게 제대로 된 철학과 원칙이 있다면 진정성(Authenticity)은 실현되게 마련이다. 또한 거기에 해당 기업이 제대로 훈련되고 경험되어 있다면 진정성(Sincerity)도 부여 받게 된다. 만약 자신의 회사의 위기관리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는 공중들의 반응을 받았었다면, 다시 한번 고민해 보자. 자사에게 진정성(Authenticity)이 없었는지 아니면, 진정성(Sincerity)이 부족했던 것인지 구별해 보자. 거기에서 큰 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기복이 심하면 그건 진짜 실력이 아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학창 시절 기억을 되살려 보자. 반에서 1등짜리도 그렇지만, 전교에서 또는 전국에서 수위를 다투는 친구들은 매번 시험에서 그 꾸준하게 일관성 있는 성적을 거둔다는 특징이 있다. 어쩌다가 운이 좋아 단 한 번 반에서 2~3등까지를 찍어 본 20등짜리 학생과는 무언가 다른 일관성이 있었다. 성적에 기복이 없다는 것이다.

    시험 준비를 별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전교 1등짜리 친구 녀석이 바로 그랬다. 쉬는 시간에 곧잘 농구도 하고, 방과후 아이들과 라면집에서도 어울리던 그 녀석은 항상 입에 “이번엔 시험 공부 많이 못했다. 큰 일이야”라는 중얼거림을 달고 살았다. 그러나 시험 당일 방과후 함께 답을 맞추어 보면 그 녀석은 별로 틀린 문제가 없이 완벽했다. 그것도 매번.

    실력이라는 것은 기복이 없이 꾸준하게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그 때 하게 되었다. 시험 때마다 일희일비하는 학생들은 그 실력이 없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시험 범위를 잘 못 알았었다. 이번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이번에는 시험감독 선생님이 시험지를 너무 빨리 뺐어 갔다는 등등의 핑계도 실력이 없다는 증거였던 것이다.

    점점 시간이 가며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기관리를 잘 하는 기업에서는 자사가 위기관리를 잘한다 이야기하지 않는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자랑하는 보도자료도 내지 않고. 항상 무언가 모자라다 생각 하면서 지속적으로 노력 한다.

    기업이나 조직의 수많은 위기 요소들 중 실제 위기로 발화되어 수면위로 떠 오르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알려져 기억되는 비율은 채 1%가 되지 않는다. 그 외 대부분의 위기요소는 사전에 관리되고, 방지되고, 약화된다. 그런 모든 노력이 위기관리다. 이런 위기관리 활동이 꾸준히 수면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알려지는 위기의 수나 비율은 그나마 관리되고 있다 볼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일이 터졌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 그건 사실 의미가 맞지 않는 말이다. 어떻게’일’이라는 것이 스스로 터질 수 있나? 일은 사람이 터뜨리는 것이다. 반대로 일을 터뜨리는 사람이 없다면 일은 터지지 않는다. 일을 터뜨리지 않게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이기도 하다.

    그러한 지속적인 위기관리 속에서도 몇몇 기업들은 반복적으로 연이어 문제를 터뜨리는 것을 보게 된다. 다른 기업이 한 개의 문제를 터뜨릴 때, 어떤 기업은 두 세 개 이상의 문제를 터뜨려 세상을 떠들썩 하게 놀라 킨다. 문제를 터뜨리지 않는 기업과 문제를 계속 터뜨리는 기업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간단히 말해 위기관리 역량에 있어 전교 1등과 전교 50등의 차이라고나 할까? 기복이 있다면 더더욱 그 차이의 원인은 궁금해진다.

    기복이 있는 그리고 심한 기업의 위기관리 역량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CEO가 바뀌면 위기관리 역량도 바뀐다.

    이런 기업의 경우 완전히 바뀐다. 매뉴얼 구조가 바뀌고,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바뀐다. 외부 자문 그룹도 바뀌고, 심지어 보고하는 포맷조차 바뀐다. 새로운 CEO의 경험과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전과 동일한 위기에 대한 대응도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작년까지 쉬쉬하고 홍보실의 짧은 코멘트로 가늠하던 논란이 새로운 CEO가 오시면서 CEO가 주최하는 대대적인 사과 기자회견으로 가늠된다. 적폐라는 말이 튀어 나오고, 철저히 개선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뀌지 않은 직원들은 어리둥절해 진다.

    둘째, CEO는 그대로 인데, 위기관리 철학이 그때 그때 바뀐다.

    한번은 CEO께서 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 가셔서 고개를 숙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위기 때는 움직이지도 고개를 숙이지도 않는다. 지난 번에 그렇게 하셨으니, 이번에도 그리 하심이 어떠신가를 말씀 드리지도 못한다. 그 때는 왜 그랬고, 이번에는 왜 다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홍보실도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한다. 다음 번에 또 유사한 위기가 발생되지 않기만 기도한다.

    셋째, 위기관리 위원회에 경험 있는 임원들이 적다.

    대표이사가 젊다고 평소 홍보를 열심히 했다. 언론에서 젊은 대표의 성공신화를 찬양한다. 그러다가 위기가 발생했다. 대표이사가 젊어서인지 주변 임원들도 젊다. 생애 첫 번째로 경험해 보는 대형 위기다. 평소 일부 임원들이 개인적인 모임에서 들어 봤던 위기관리 전략과 대응 방식을 기억해 낸다. 각자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창의적으로 대응하려 애쓴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집중해서 드라마틱한 결과를 얻어 낸다. 다음 번에는 어떻게 잘 해 낼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든다.

    넷째, 자사의 위기와 위기관리 히스토리를 잘 모른다.

    어렴풋이 자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있다. 위기가 발생해서 알음알음으로 오래된 문서 파일을 얻어 열어보니, 예전 홍보실이 만든 부정기사 대응 매뉴얼이다. 이건 위기관리 매뉴얼이 아니다. 더구나 기자들이 우리 회사에게 몇 년 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내부에서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래된 기사를 찾아 봐도, 무슨 일이었는지가 구체적으로 떠 오르지 않는다. 당연히 당시 누가 무슨 대응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다시 새롭게 위기대응을 한다.

    다섯째, 관리 역량 이상의 큰 위기를 그대로 방치한다.

    실제 발생되면 그 때에는 무슨 별 수가 있겠어? 그냥 최악의 상황이 되는 거지. 이런 위기를 알면서도 방치한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방치할 수 밖에 없는 위기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오너 관련 위기가 그렇다. 그 외에도 핵심 경쟁력과 관련된 위기 유형들도 비슷하다. 단순하게 해당 위기가 스쳐 지나가면 어느 정도 위기관리도 가능해 보이는데, 제대로 정통으로 터지게 되면 감당이 안될 것이 뻔하다. 그 때가서 한번 생각해 봐야지 하는 마음이 평소 지배한다.

    여섯째, 매뉴얼을 따르기 보다 트렌드를 따른다.

    위기가 발생하고 나면 주변에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찾는다. 임원들이 트렌디 하게 여론을 선도하고 있다는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특히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 온다. 소위 말하는 밀어내기, 물타기, 댓글 달기, 바이럴 등등 정치권 뉴스에서나 들어 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실질적인 위기대응은 왠지 버겁고, 일단 여론을 좀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시도한다. 매뉴얼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일단 최근 트렌드가 그러니 따라가 보자는 거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본다.

    일곱 째, 매번 미신을 믿는다.

    위기관리에는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알고는 있다. 그러나 그런 원칙이 우리에게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대신 여러 편법과 창의적인 어프로치가 국면을 전환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누구는 ‘가만히 있으시라’한다. 누구는 ‘대표가 앞에 빨리 나서시라’한다. 누구는 ‘내가 힘을 좀 써 줄 테니, 잠깐 기다려 보라’한다. 행동은 마비되고, 믿음만 앞선다.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상황이 관리 될 텐데, 여러 조언들이 상호 출동하고 복잡 다단하다. 일단 문제를 뒤에서 해결해 준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 봐야지 하는 미신이 위기관리를 지배한다.

    여덟 째, 잘 못된 방식으로 위기관리 역량을 키우려 한다.

    들어보니 정치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보라고 한다. 일간지하고 방송사 출신 임원들도 좀 뽑아 놓아야 한단다. 검찰하고 국세청에 공정위, 감사원 출신 인사들을 영입해 보라고 HR임원에게 지시한다. 어떤 로펌에 관련 기관 출신 인사가 있는지를 알아 보면서, 어떤 로펌이 더 힘을 잘 써줄 수 있는지를 비교 평가한다. 관계는 구입하면 되고, 사람도 사서 쓰면 된다고 믿는다. 이번 만 어떻게 잘 넘기면 그때부터 무언가 제대로 된(?) 조직을 꾸미겠다는 결심을 한다.

    아홉 째, 부서 간 사일로(silo)가 강하다.

    작년에 한번 위기를 겪고 나서 감사부서하고 대관부서 홍보부서에게 협업체를 꾸리라고 대표이사가 지시 했다. 올해 초에 다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해서 그 협업체가 챙겨서 좀 처리하라고 했더니, 감사와 대관 임원이 금시초문 처럼 이야기한다. 그나마 홍보임원이 협업체계가 가동하지 않는 것이 감사쪽 임원이 바뀌어서 그랬다고 올해 상반기 까지는 가동시키겠다고 보고를 한다. 대관 임원은 그대로 인데, 그 임원은 왜 금시초문 인 것처럼 이야기하는지는 오리무중이다. 평소에 서로 아무 커뮤니케이션도 없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한다.

    열째, 이상의 기복 원인에 대한 반면교사가 부족하다.

    사실 반면교사가 있고, 지속적인 개선과 업데이트만 있어도 기복은 적다. 최소화는 된다. 이상의 여러 기복의 원인들을 한 두 개 이상 골고루 경험하고도 새로운 위기를 맞으면 또 다른 새로운 원인들 때문에 또 다른 기복을 경험한다. 그 후에도 이는 반복되고, 반복되고, 반복된다.

    다른 회사가 위기관리를 한다고 하면서 황당한 대응을 하는 것을 보면 재미있어 한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하면서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삼는다. 그러나, 그 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비슷한 위기를 맞아 그와 유사한 위기관리를 한다. 저번에는 우리가 이렇게까지는 하지는 않았는데, 왜 이번에는 이럴 수 밖에 없었는가 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내 사라진다. 어느 한 두 부서의 잘못이라는 평가가 너무 부담된다는 표정이다.

    기복이 있는 시험 결과에는 이렇듯 언제든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 다양한 이유를 찾아 정확하게 하나 하나 개선하면 그 다음 시험에서는 기복을 줄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러지 못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복이 없는 시험 결과에는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냥 예전처럼 해 왔을 뿐이라는 것이 전부다.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에서도 그런 ‘예전처럼 꾸준히 해 오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좀더 많아 지기를 바란다. 매년 그렇게 노력 하고 있다. 꾸준히 개선해 나가고 있다. 열심히 훈련하고 시뮬레이션 하면서 여러 이슈를 살피고 있다.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많아 지기를 바란다.

    성적이 나쁜 것은 사실 부끄러운 것이 아닐 수 있다. 원래 학교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다른 자기 재능에 열심인 학생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학교 공부에 관심이 있으면서, 매번 시험 결과에 기복이 심한 학생은 최소한 부끄러워할 필요가 있다. 이전 시험에서 그리 잘 할 수 있었다면 이번 시험에서도 잘 할 수 있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전 시험에서 그리 잘 못했다면, 이번 시험에서는 잘 할 수 있게 노력했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험 성적에 있어서 빵점과 백점을 넘나드는 큰 기복을 보이는 학생들은 이상한 학생이다. 부끄러워하기 보다 진짜 무엇이 스스로에게 문제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렇듯 최소한 이상한 기업이나 조직은 되지 말아야 하겠다.

  • 위기관리를 위한 독재는 필요하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독재(獨裁)라고 하니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위기 시 기업 내에는 어느 정도 독재자가 있어야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독재라는 표현을 써 봤다. 원래 독재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 또는 집단이 모든 권력을 쥐고 독단적으로 지배하는 정치형태’을 의미한다.

    더 알아보면 어원적으로 공화정 로마의 관직인 독재관(獨裁官)(dictator)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독재관이라는 직책은 상설의 관직이 아니라 전쟁이나 내란 등의 비상사태에 기간을 한정하여, 정치적 권한을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제도였다. 말 그대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특수 직책이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이 독재 체계와 독재관이라는 특수직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관리위원회의 장(長)을 명기해 놓고 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기술해 놓는다. 대체적으로 위기 시 모든 의사결정권한을 그에게 집중하는 방향으로 위기 시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평시 기업의 경영활동에서도 이 독재의 의미가 살아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대부분 위기 시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피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평시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 위기 시 리더십의 분산으로 많은 고통 받는 문제가 발생한다.

    평시 경영에 참여한 다수에 의해 민주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 차근차근 의사결정을 하는 습관이 베인 기업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그런 기업의 CEO인 경우, 위에서 말한 독재라는 개념이나, 위기 시 독재관으로서의 역할에 별로 익숙하지 못하다.

    위기가 발생한 직후에도 그런 습관은 이어진다. 매뉴얼에 따라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했음에도 매뉴얼에 명기되어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출하지 못한다. 위기관리위원회에 소속된 각 부서장들로부터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보와 의견을 듣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몇몇 부서가 대응 전략과 방식에 이견을 보이게 되면 그 쟁점을 상당시간 풀어내지 못한다.

    외부 상황과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요구는 계속 증대되면서 변화해 나가는데, 내부적으로는 그 조차 쫓아가지 못한 채 내부 토론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평시에 그랬던 의사결정 습관이 위기 시에도 그대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위기 발생 후 첫 번째 초기 대응에 실패한다.

    이런 기업은 일단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은 실행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다양한 의견이 합의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는 법이다. 그러한 다량의 물리적 시간은 위기 시에는 부정적인 의미의 사치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면 더 빨리 대응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위기관리 현장에서 미리 준비했던 많은 것들에 대한 실행을 지연시키면서 이어지는 토론만큼 황당한 것이 없다.

    또, 이런 기업은 첫 대응에 있어 적절하지 못한 대응을 할 가능성이 많다. 장기간 토론을 거쳐 결정된 실행은 일반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저런 다양한 실행의 문제들이 검토되고, 실행을 했을 때 새롭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하나 하나 점검하기 때문에, 실제 실행은 김빠진 맥주와 같은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과감성이 희석된 실행이 많다는 의미다.

    이렇게 의사결정에 있어 독재가 없는 기업의 또 다른 문제는 초기 실행이 뒤늦고 적절하지 않았음에도 그 이유를 찾거나 개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모두 대응을 위한 토론에 참여해 있었고, 그 길고 긴 토론을 거친 후 결정된 싯점과 실행 내용에 다 같이 합의 했다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게 고안해 낸 실행의 싯점과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에 스스로 동의하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내심 ‘우리도 나름대로 고민 해 결정한 것인데, 그게 왜 비판 받아야 하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히 개선이나 수정 실행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게 된다.

    의사결정 과정에 독재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매뉴얼에 명기되어 있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역할과 책임도 매뉴얼상에서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직책은 대표이사나, 수석부사장 같이 고위 직책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 독재력을 발휘 하지 못하는 구조하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평시 누가 누구를 강제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위기 시 부서별로 나누어진 역할과 책임의 실행을 강제하지 못한다. 누군가 스스로 나서서 협조해 주고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를 실현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실제로 이런 기업의 경우 아무도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위기 시 말 그대로 리더십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지속되는 위기대응 회의와 회의 속에서 의사결정그룹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반면, 일선에서 실행을 담당하고 있는 일선 직원들은 스스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대증적인 대응에만 매달리게 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중장기적 방향성을 가진 안정된 메시지가 공유되지 않는다. 대신 일선 창구 담당자의 단편적인 애드립이 계속 이어진다. 당연히 이해관계자들은 그에 다시 분노하게 되고, 문제는 증폭된다. 이런 경우 일선 직원들이 무능한 것이 아니라, 일선직원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뿐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상황을 만든 내부가 문제의 핵심이다.

    결국 시간이 흐르고, 위기관리를 한다고 하는데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 판단되면, 이내 각 부서별 대응이 일선의 단편적 대응으로 이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때부터 또 발생한다. 이때부터는 부서별 사일로(silo)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지난했던 그간의 대응 토론이 쓸모 없었다 생각되는 순간부터 부서별 대응 조급증은 극대화 된다. 이미 놓쳐버린 타이밍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기 때문에, 빠른 선제적 대응을 고민하게 된다. 각 부서별로 각자가 비슷한 대응을 고민하고 준비해서 각자 실행한다. 당연히 엇박자가 생기고, 상호 충돌이나 중복이 큰 흐름을 이루게 된다. 서로가 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예 모르면서 실행에만 열중하게 되는 희극이 벌어진다.

    만약 위기를 맞은 기업에게 독재 개념이나 독재관의 역할과 책임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위기가 발생 했을 때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대응이 빠르다. 만약 준비되어 있었다면 더더욱 그 대응은 빠르고 정확해 진다. 독재관의 역할을 맡은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고도로 훈련 받은 사람이라면, 초기 대응은 완벽에 가깝게 실행에 연결이 된다.

    빠르게 진화하면서 자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변화를 독재관은 보다 신속하게 취합 보고 받을 수 있다. 지난한 토론보다는 정확한 정보의 취합과 보고 과정을 통해 보다 과감한 대응과 지속적인 수정 대응이 가능해 진다. 이때부터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여한 많은 부서장들은 그 독재관을 중심으로 정보 취합, 전달, 의사결정 지원에만 우선 집중하게 된다.

    만에 하나 초기 실행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수정 대응이나 개선도 보다 용이하게 된다. 독재관 스스로 초기 실행에서 발생한 문제를 그대로 인정하기만 하면 끝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럿이 문제를 모두 함께 인정하는 것 보다는 이견의 여지가 적어지게 마련이다. 보다 신속한 수정과 개선이 가능해 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의사결정과정 전반에서 독재관의 실질적 리더십은 점차 강화된다. 일부 초기 대응의 문제가 있었다 해도, 그 이후 신속한 수정과 개선이 잇따르게 되면서 위기관리는 어느 정도 안정화를 기할 수 있게 된다.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각 부서장들도 독재관의 의사결정 지원에만 집중하면서 부서별 실행 관제 역할을 맡게 되므로 위기 시 리더십을 독재관에게 의지하게 된다.

    독재관은 지속적인 내부 공유와 관제를 바탕으로 부서별 대응 실행에 있어 사일로를 상당수준 방지할 수 있다. 각 부서별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공유되면서 독재관은 물론 각 부서장들이 서로 각자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타이밍을 놓친 트라우마나, 잘못된 초기 대응의 개선 수정이 불편하다거나, 조급증과 사일로 등 모든 것이 독재관 체계에서는 상당부분 극복된다. 물론 독재관 스스로 위기 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는 부담은 존재한다. 그러나 반대로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었을 경우에는 스스로의 리더십이 빛날 수 있다는 기회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독재관의 역할은 기업 오너가 맡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기업 오너가 충분하게 권한을 위임한 대표이사가 그 독재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서 이 독재관의 역할과 책임은 보장받게 되고, 지속적으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로 조직이 이루어진 특수집단의 경우에는 이런 독재관 체계가 존재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고민이다.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조직이라면 더더욱 취약하다.

    그 대표적인 조직형태가 대학과 병원 그리고 종교단체다. 대학의 경우 위기관리를 힘들어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위기관리를 위한 독재관의 역할을 할 직책자의 부재를 꼽는다. 형식상 대학총장이 그 독재관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실제로는 그 독재관의 리더십을 따르지 않는 강한 팔로워들이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 각기 대응 전략과 방식을 가지고 토론에만 주로 집중하면서 골든타임을 보내는 현상이 그래서 발생한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의료원장이나 병원장이라는 직책이 독재관의 역할을 해주어야 위기를 관리 할 수 있게 될 텐데, 실제로 그런 강력한 리더십은 좀처럼 보기가 힘들다. 각 전문분야 시니어 의사들이 독재관 한 명의 의사결정에 동의하려 하지 않는다. 독재관의 대응 지시에 대해서도 각자 이견이나 불만을 표하게 되면 상황은 관리하기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종교단체나 협회 같은 특수집단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똑같이 독재관 체계가 존재할 수 없는 구조로, 위기관리에는 시종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조직 체계를 가지고 있다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상당히 많은 위기관리 실패 사례가 이와 같은 조직 체계를 가진 단체에서 발생한다.

    이해하기 쉽게 군대에 비유해 보자. 적군과 전쟁을 해야 하는 조직이 군대다. 적이 전쟁을 개시해 오면 그에 대응해서 몇 분내에 의사결정 해 군대를 움직여야 살아남는다. 이런 몇 분 내 대응이라는 의사결정은 이미 미리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이 이렇게 할 경우 우리는 이렇게 대응 한다는 준비된 대응 방식에 따르기 때문에 의사결정에서 실행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게 된다. 독재관인 지휘자는 그에 따라 스스로 명령을 내린다.

    그렇지 못하고, 적이 전쟁을 개시해 왔을 때, 지휘부가 모두 모여서 각자 상황에 대한 토론을 하고, 상호간 합의를 도출 해 대응을 결정한다고 한번 상상해 보자. 쏟아지는 적군의 미사일 포화 속에서 우리 군의 일선은 대응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다. 지휘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선의 대응은 체계성을 가지기 힘들게 된다.

    한마디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 그대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초전에 제대로 대응 하지 못하고, 전세가 지속 악화되면 각 예하부대들은 각자 살기 위해 지역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 더욱 더 중앙에서 전세를 파악하기는 힘들게 되고, 각 부대별로 다른 부대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모른 채 싸우는 사일로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은 피해야 한다.

    위기관리위원회가 양질의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지향해야 하는 위기관리 체계다. 그러나, 때때로 오너나 대표이사는 위기 시 독재관으로서 위기관리위원회를 물리고 홀로 판단해 결정해야 할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철저하게 독재 개념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성공했던 위기관리 리더십은 대부분 지루한 토론이나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합의 결정된 리더십이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의 철학과 원칙에 기반했다면 그 독재관의 의사결정은 당연히 존중 받고 평가 받아야 한다. 그가 경험 있고 제대로 훈련 받은 자라면 더더욱 그의 의사결정은 탄탄하게 실행에 연결 될 수 있어야 한다. 독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조직과 독재관 스스로 공히 준비되어 있다면 위기관리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체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조직 내 상위 1%가 위기관리를 성공시킨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러 기업의 요청을 받아 위기관리 강의나 워크샵에 참여해 보면, 그런 교육 훈련에 참석한 직원수의 99%는 팀장급과 그 이하 직원들이다. 물론 계약을 맺고 실제 위기관리 서비스가 진행될 때에는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과 마주하게 되지만, 평시 위기관리 교육과 훈련에 상위 1%인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참여해 열심을 보이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일부 기업에서는 임직원을 모아 놓고 하는 위기관리 강의에 대표이사가 참석해 강의 전 마이크를 들고 잠시 위기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대표이사께서 직접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직원들에게 설명하시는 것이 참 보기 좋다. 그러나 그런 경우 대부분의 대표이사께서는 강의 직전 자리를 뜨신다. 핵심 임원들 다수가 대표이사를 따라 움직인다. 결국 위기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남아있는 99% 일반 직원들이다.

    클라이언트를 위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할 때 필자는 클라이언트사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과 마주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분들 상당수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일선 직원들이 위기 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좀 알아야 하니 잘 부탁 드립니다.” “이번 기회로 우리 직원들이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준비되었으면 합니다.”

    그분들은 회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와 역량에 주로 관심을 보인다. 다양한 최근 사례를 들면서 “A회사 같이 되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B회사 같은 경우도 직원들이 그런 짓을 저질러서 큰일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직원들이 좀 스스로 깨쳐야 위기가 관리될 것 같습니다.”라는 평을 하기도 한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이런 생각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 팀장들과 위기관리 업무를 실행하는 일선 직원들과의 이야기다. 회사 조직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에게서는 위기관리와 관련해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상황이 발생되면 일단 저희 일선에서는 초기 대응에 집중하고 추가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데, 그 판단이 잘 안 서는 게 문제입니다.” “매뉴얼에 따라 상황 보고를 하고 대응 방향이 정해지길 기다리는데 그게 그렇게 오래 걸립니다. 어떤 때는 끝까지 대응 전략이나 방향에 대한 의사결정이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결정만 해주시고 포지션만 확실하게 정해주시면 실행은 저희가 하죠. 실행은 사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상당히 다른 생각이다. 상위 1%의 위기관리 관심과 우려는 나머지 99%에게 있는 반면, 반대로 위기관리에 대한 99%의 관심과 우려는 상위 1%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조직 내에서 왜 이런 다름이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상위 1%의 시각이 정답일까? 아니면 나머지 99%의 시각이 정답일까?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매번 마주하는 딜레마다. 하지만, 여러 기업과 함께 위기관리 업무를 해 오면서 그런 유사한 딜레마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통해 얻은 결론은 하나다. 상위 1% 리더들이 위기관리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검증 되고도 있다.

    왜 조직 내 상위 1%의 역량이 위기관리 성패를 나누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자.

    첫째, 위기관리란 업무는 상당부분 ‘정치적’ 행위다.

    기업들 중 실제 정치권과 같은 수준의 사내 정치로 조직 내 군웅할거가 존재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정치적 행위’란 그런 의미의 정치는 아니다. 위기관리 실행팀 차원에서는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위기관리 목적에 먼저 주목하게 된다. 이번 위기를 통해 조직 내에서 자신이 잃을 수 있는 부분과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부분을 따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곧 위기 시 위기관리의 목적에 있어 조직의 것과 실행하는 개인의 것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해서 같은 조직 내에 있는 자라면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모두 같은 목적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길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같은 의사결정과 지시에도 반응하는 실행 직원들의 격차는 다양해 진다. 일사불란함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상위 1%의 역량이다. 그들 스스로 정확한 위기관리 목적과 그에 기반한 실행의 원칙들을 강하게 강조해야 위기관리에 그나마 성공을 기할 수 있게 된다. 그 목적과 원칙을 따르지 않는 조직원들에게는 그에 상응한 사후 평가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또한 상위 1%에게서만 나올 수 있다.

    “직원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실행팀이 있으니 제대로 할 것이다”는 막연한 기대가 실제 위기 시에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 이유 대부분이 위기관리 시 직원들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주목과 관심이 부족한 상위 1%의 위기관리 리더십 때문이다.

    둘째, 위기관리는 고품질의 정보와 첩보가 기반이 돼 주어야 한다.

    위기관리는 물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있어 상황과 관련된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정보의 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그러나 현장의 문제는 그러한 강력한 정보 자산 대부분이 상위 1% 그룹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 안에 고여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기대응을 위한 큰 의사결정을 하는 의사결정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 자산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의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런 귀중한 정보 자산을 일선 실행팀과 전략적으로 공유하고, 업데이트하고, 이 자산을 실제 실행 역량으로 연결시키게 만드는 주체 또한 상위 1%여야 한다.

    상위 1% 그룹에서 “왜 일선에서는 이런 내용도 알지 못하고 그런 실행을 했는가?” “직원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함부로 그런 판단을 하라고 했는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거나.

    반대로 나머지 99%에서 “그런 정보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진작에 그 내용을 알았으면 그렇게 시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그런 정보를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는가?”하는 푸념이 나온다면 그것은 대부분 상위 1%의 사려 깊지 못한 위기관리 리더십 때문이다.

    셋째,  저품질 의사결정그룹을 이기는 고품질 실행팀은 없다

    상황관련 보고를 얼마나 빨리 받아 처리하는가에 위기관리 초기 성패가 달려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일선이라 해도 느린 의사결정그룹을 이길 수는 없다. 아무리 풍부한 정보를 취득해 보고했다 해도 아무런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조직에서 위기관리는 잘 되기 힘들다.

    조직 내 상위 1%로 이루어진 의사결정그룹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다 절차가 있고, 책임이 있는 것인데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상황과 관련한 여러 다양한 정보들이 모두 취합되어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전략적으로 어떤 의사결정이 맞는 것인지 숙고의 시간과 리스닝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위기관리의 신중함에 있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위기 시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은 ‘일선에서 필요한 시기’에 맞추어 적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는 싯점을 가르는 기준이 ‘이해관계자들이 질문하는 싯점’이라는 원칙과도 유사하다. 일선에서 절실하게 원하는 싯점에 내려오는 의사결정이야 말로 위기관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최대 자산이다.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 이런 말들이 일선에서 나온다. “최초 보고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아무 지시가 없는 거지?” “대표이사까지 보고가 되기는 된 건가?”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는데, 이 상황 또한 지속 보고 해야 하는가? 아무런 피드백이 없어서 불안하다”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의사결정그룹의 느린 스피드는 물론 잘못된 의사결정 자체도 위기관리 실패를 이끄는 큰 이유다. 일선에서 “이런 지시가 어떻게 내려올 수 있을까?” “지시 받은 그대로 하게 되면 더욱 더 상황은 악활 될 텐데 어쩌나?” “이건 문제가 있는 방향인데, 담당임원에게 다시 물어봐야겠다”는 반응들이 있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저품질의 의사결정그룹 만큼 위기관리 시 실무자들에게 무서운 대상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넷째, 비행기 사고 후 컨트롤 타워 개장은 아무 소용이 없다

    평소 공항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수백 대라 치자.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관제탑인 컨트롤 타워는 그 모든 비행기들이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있도록 그들의 활동의 시종을 관제한다. 그들이 평시 하고 있는 활동 자체가 위기관리인 것이다.

    만약 평시에는 관제탑이 정규 운영 되지 않고 있다가, 비행기들끼리 활주로에서 엉켜 사고가 나면 그 때 가서 관제탑이 운용되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자. 불타오르는 비행기와 활주로를 뛰어 다니는 승객들과 구조요원들을 관제한다는 목적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컨트롤 타워가 분명 아니다.

    우리 기업의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도 한번 그에 비유해 보자. 기업 내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려면, 평시에도 위기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관리하는 활동을 하는 컨트롤 타워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슈와 위기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트래킹 하면서 문제 발생 자체를 사전 관리하는 활동처럼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컨트롤 타워는 그래서 평시 규정된 활동을 지속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 구성원이 더욱 더 지속 훈련 받고, 토론하고, 시뮬레이션에 참여 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실제 공항의 컨트롤 타워에서 일하는 전문 관제사들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잠깐 이야기한 것처럼 평시 교육 받지 않고, 훈련이나 시뮬레이션 경험이 부족한 상위 1%의 경우에 실제 위기 시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많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조직 내 상위 1%의 교육, 훈련,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경험의 양과 수는 나머지 99%의 그것을 훨씬 압도해야 맞다. 상위 1% 위치에 오르기 위해 20-30년을 노력한 핵심 임원들이라면 그래야 한다. 그들 스스로 완전하게 훈련되어 있어야만 위기 시 제대로 된 의사결정과 지시를 하달 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 급조된 컨트롤 타워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

    다섯째, 위기관리는 예산과의 싸움이다

    예산은 조직 내에서 곧 힘이다. 위기관리는 어떻게 보면 예산과의 싸움이다. 산속에 고립된 등산객을 찾기 위해 수백억 원짜리 구조전용 헬리콥터를 여러 대 띄우는 조직과 헬리콥터 운영 예산이 없어서 구조팀을 도보로 몇 시간씩 등산하게 하는 조직간에는 분명 상황관리 결과에 있어 차이가 있다.

    “왜 위기관리가 이렇게 밖에 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에 “예산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또는 “저희에게 정해진 예산이 부족해서 그나마 그것이 최선입니다.” “저희 일선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예산은 저희 소관이 아닙니다”라는 답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위기관리를 이끄는 상위 1% 의사결정그룹의 예산 지원과 결심이 실제 현장과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라면 상위 1%의 의사결정그룹이 적극 챙겨 확보 해야 한다.

    예산 지출 프로세스가 복잡하거나, 추후 내부 감사 주제로서의 우려가 있거나, 컴플라이언스 차원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그룹은 조직 내 상위 1%뿐이다. 이런 실제적인 개념과 노력은 평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 그 시뮬레이션 과정에는 필히 상위 1%가 존재해야 한다.

    여섯째, 평시 관심과 투자 또한 1%의 몫이다

    위기관리는 ‘마땅히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적시 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있다. 평시에 과연 우리 기업이 위기관리를 준비하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해야 하는가? 어떤 예산을 가지고 해야 하는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위해서는 또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 그리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누가 어떻게 일사불란함을 유지해야 하는가 등등에 관한 것들을 스스로 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다.

    이런 모든 중요한 관심과 노력과 투자는 기업 내에서 누구에 의해 결심되는가? 당연히 상위 1%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위기관리 성패는 상위 1%의 의사결정그룹의 역량에 따라 갈린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관심, 주목, 투자, 교육, 훈련, 시뮬레이션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상위 1% 처럼 취약한 위기관리 주체가 없다. 나머지 99%가 아무리 훈련되어 있어도 위기관리 전쟁에서 이기기는 힘들다. 이는 딱히 기업만이 아닌 모든 조직에게도 공히 적용되는 진리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역량을 보면 상위 1%가 좀 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99%는 그 다음이다.

  • 위기대응 회의에 진전이 없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위기가 발생해 대표이사님을 비롯한 위기관리팀이 집합해 대응을 논의했습니다. 아시지만 워낙 정신 없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논의가 제대로 되기 어렵잖아요. 자꾸 사안이 돌고 돌아 시간만 지연되고 아주 고생스러웠습니다. 회의를 진전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대응 회의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첫째, MC (사회) 역할을 하는 임원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대표이사께서 MC역할을 스스로 하실 수 있다면 가장 좋습니다만, 최소한 위기관리 매니저 역할을 하게 되어 있는 임원이라도 MC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기대응 회의에서 MC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논의 의제는 반복되고 중복되고 어지럽게 펼쳐집니다. 시간관리 조차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결정은 되지 않고 보고와 논의만 지루하게 이어지게 됩니다. 제대로 아젠다를 수립한 훈련된 MC가 있다면 이런 고민은 상당부분 해소 됩니다.

    두 번째는 위기관리팀 모두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어떤 프로세스를 기록하고 있는지 평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위기대응 회의에 참석해야 합니다. 이 의미는 모두가 위기관리 매뉴얼을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암기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들 대부분이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어떤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와 함께 매뉴얼 어느 페이지에 자신들이 필요한 프로세스가 규정되어 있다는 기억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매뉴얼에 대한 이해가 없는 위기관리팀의 경우 매번 위기 상황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느낌을 가지고 논의를 시작합니다. 분명 매뉴얼상에는 A위기 유형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프로세스를 밟으라는 명시가 되어 있지만, 이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매번 새롭고, 매번 처음이 고됩니다. 위기대응 주체들이 매번 논의에 의해 바뀌고, 대응 메시지도 초안이 매번 바뀝니다. 채널이나 원칙도 매번 왔다 갔다 합니다. 당연히 위기대응 논의가 길어지는 반면 생산성은 떨어집니다.

    세 번째 준비는 거대한 칠판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실제 위기대응 시뮬레이션을 해 본 위기관리팀은 거대한 칠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됩니다. 거대한 칠판이란 상황판을 의미 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상황판을 기록하지 않은 채 각자의 머릿속에서 위기대응 회의 내용과 결과를 체크하려 합니다. 일부는 회의록을 써서 공유하고 위기대응을 독려합니다. 둘 다 위험하고 비생산적인 노력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위기 대응 회의록을 기록으로 남겨 이메일 등으로 공유하고 SMS나 메신저로 전파하고 하는 것에 대해 기업 스스로 주의하려는 흐름이 있습니다. 상당한 수의 기업 위기들이 결국에는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현실에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부 회의록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것입니다. 모든 내부 정보가 외부화 되는 시대에서 이런 위기대응 고민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거대한 상황판을 만들어, 그 위에 현재 지속 변화되는 상황을 기록하게 하면 됩니다. 외부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변화하는 움직임을 또 그 옆에 기록합니다. 자사의 대응 포지션과 상황관리 방식들 그리고 대응 메시지들을 또 정리합니다. 그걸 다 같이 보면서 위기대응 회의를 진행합니다. 최소한 대표이사는 상황판을 통해 현 상황부터 이해관계자 그리고 그에 대한 자사의 대응과 결과까지를 한 눈에 보실 수 있게 됩니다. 변화된 상황이 있다면 그 부분을 지우고 새롭게 넣으면 됩니다.

    모든 위기대응이 마무리 되면, 그 상황판을 쓱쓱 지워버리면 됩니다. 그 안에 있었던 많은 정보들과 연락처들 메시지들 등은 위기와 함께 사라지고, 정보에 대한 부담도 사라집니다. 위기대응 회의는 보다 이해하기 쉽고 생산적으로 마무리됩니다.

    경험을 보유하고 훈련된 MC와 위기관리 매뉴얼을 이해하고 있는 위기관리팀이 마주 앉아 상황판을 함께 바라보며 열심히 상황 기록을 업데이트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리고 현재 자사에서 운영되는 위기대응 회의의 모습을 떠올려 그와 비교해 보십시오. 어떤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감이 쉽게 올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자문이 필요한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창사 이래 가장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내부적으로 나름 위기관리조직을 운영하면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이사께서 내부적으로만 위기대응 해서는 안 된다, 외부에서 자문을 좀 받아봐라 하셔서요. 위기관리 자문 가능하시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시 자문과 대표이사의 자세에 대해 참고해 보실 말이 하나 있습니다. 20세기 초 캐나다와 영국에서 저널리스트로 활약했던 허버트 카슨이라는 분의 말인데요. “진정한 리더는 스스로 생각 할 시간이 있을 때 조언을 듣는다. 그러나 위기 시에는 조언을 묻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는 위기 시 행동한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말입니다.

    기업에서 대부분 외부 자문을 요청하시는 때는 위기가 이미 발발했을 때입니다. 이미 신문이나 TV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대문짝 만하게 공지되었고, 5천만을 넘어 거의 전세계에 알려진 사건에 대해 대응 자문을 요청하시는 겁니다.

    종종 그런 요청에 응해 그 회사의 위기대책회의에 들어가보면, 대표이사를 비롯한 여러 임직원들이 위기관리 자문사가 어떤 조언을 해 줄까 귀를 쫑긋 세우고 있습니다. 현재 이 암울한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줄 묘안이 있을 것이라 믿는 듯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위기관리에 묘안은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 회사의 일에 대해 가장 많이 그리고 깊이 아는 분들이 모여 있는 곳이 사내 위기관리조직입니다. 그리고 그 회사를 움직이는 의사결정권자가 계신 곳도 그곳입니다. 모든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어떤 의사결정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조직에서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은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 자문사는 결코 그 ‘사정’을 해결해 드리지 못합니다. 대표이사께서 외부 자문을 좀 받아 보라 하시는 것은 그 ‘(못 할)사정’이 있으니 그 ‘사정’을 감안한 차선책이나 다른 아이디어를 얻어보라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자문사를 고용해 상황 브리핑 하는 일선 그룹에서는 그 ‘사정’을 입으로 말하지 못합니다. 공공연하게 그 ‘사정’을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외부 자문사에게 솔직한 그 ‘사정’을 자세히 설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문사로부터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조언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이런 경험 때문에 위기관리 자문사를 비롯 모든 자문사를 ‘소용 없다’ 평가하는 분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자문사의 자문 수준이나 내용은 딱 클라이언트의 노력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클라이언트가 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설명과 정보 업데이트를 지속한다면, 자문사는 그에 의거한 전문성을 발휘 합니다. 원팀 마인드로 자문사와 원활한 소통이 지속된다면 상호 불만은 최소화 될 수 있습니다.

    그보다 좋은 것은 대표이사께서 내심 의사결정하기 원하시는 것을 직접 자문사에게 묻는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이렇게 대응 하고, 부서별로는 이런 식으로 대응하라 했으면 하는 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식의 질문이 보다 나은 자문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질문 방식입니다.

    그 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은 대표이사가 위기 시 허버트 카슨의 말 대로 ‘그냥 빨리 행동하시는 것’입니다. 자문은 평소에 받아 위기 발생 시 자신과 조직이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미리 상상해 놓으라는 의미입니다. 허버트 카슨의 말은 조언 받지 말라는 의미라기 보다 평소에 조언 받아 충분히 준비해 놓으라는 주문인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를 위한 리더십이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어떤 지시를 내리면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부서장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상황관리가 안되고, 계속 문제가 증폭되기만 합니다. 제가 CEO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부서장들이 협조 하지 않아 정말 힘이 듭니다. 리더십이 부족한 거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우리가 일반적으로 CEO에게 최고의사결정권이 주어져 있다고 하지만, 기업이나 조직 유형에 따라 그런 권한이 피상적이고, 실제 리더십은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일부 조직의 경우 조직 특성상 CEO 역할을 하는 자가 모든 부서를 대표하지 못하거나 각 부서장을 대상으로 강력한 강제력을 발휘할 수 없는 체계도 있습니다.

    대학이나 병원, 종교단체 같은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그룹들이 바로 그런 류입니다. 여러 회원사가 모여 하나의 조직을 이루는 ‘협회’ ‘조합’같은 곳도 그런 류에 속합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조직된 곳이지만, 무언가를 하기에는 그 조직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가 생각할 때 위로는 CEO에서 아래로는 일선직원에 이르기 까지 위기관리를 위한 하나의 마음을 가질 것이라 생각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조직에서는 CEO를 비롯한 거의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상당히 정치적이거나 아니면 아주 반정치적인 내부 상황이 펼쳐 진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위기 시CEO가 이런 지시를 합니다. “빨리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 해야 하겠습니다. 실무단에서 OOO부서장께서 기자회견 질의응답을 진행해 주세요.” 이런 지시에 해당 부서장은 “못합니다. 제가 그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얼굴 팔릴 수 있는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답변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CEO는 사실 이런 반응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 CEO가 외부자문이나 전문가 그룹을 고용해 위기관리팀에 조언 해도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외부자문 그룹에 대한 공격만 더 해 지게 마련입니다. 이런 조직의 경우 대부분 논의만 지루하게 이어지고 실행은 없습니다. 실행을 하더라도 아주 일선 차원의 단순 실무자 대응이 주를 이룹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모든 대응은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끕니다. 당연히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조직에서 당면한 위기를 그나마 관리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최고의사결정권을 가진 분이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해야 합니다. 평소에는 형식적 CEO를 통해 경영을 위임해 왔다 하더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원 전반을 강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이 위기관리에 나서야 합니다.

    필자는 이와 같이 평시 리더십과 위기 시 리더십이 분리되어 있는 조직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 중 위에서 조언한 바와 같이 실질적 리더십이 위기 시 위기관리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는 그들 중 열에 하나도 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는 경우에는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대신 상당수가 배후에서 해당 CEO에게 조언하고 이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간접적 노력들을 합니다. 그러나 그 경우 더욱 더 난맥상은 커가게 됩니다. CEO가 지시하는 것이 CEO자신의 생각인지, 아니면 배후에 머무르는 실질적 CEO의 것인지 부서장들이 헷갈려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 더 많은 부서장들은 그 배후에 있는 실질적 CEO의 의중을 점치는 데 시간과 정보력을 활용합니다. 말 그대로 불필요한 집안 싸움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CEO는 위기 시 가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먼저 내부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내부적으로 누가 위기관리 리더십을 쥐고 있는지가 정해져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조직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그 생각을 버려야 위기는 관리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