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CEO·최고경영진

  • 63. 언론과 여론을 혼동하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기업 경영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아마 언론일 것이다. 위기 시 언론이 부정적인 태도로 위기 상황을 연이어 보도하는 것만큼 경영진들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이 없다. 평시에는 신문이나 TV를 보지 않던 경영진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자사와 관련 된 기사나 보도 하나 하나를 챙겨 본다. 그리고 대부분 한마디씩 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전통적 기업 위기관리에서는 언론에 대한 관리에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썼다. 아직도 일부 기업 경영진들은 위기 시 언론관리가 곧 위기관리인 것으로 착각을 한다. 언론만 잠잠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위기가 사그라들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 중 일부는 그렇기 때문에 홍보실이 사내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유일한(?) 부서라고 지명 하기도 한다.

    홍보실 임직원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당연히 언론을 바라본다. 실시간으로 기사와 보도를 챙기고 관련된 기자에게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낸다. 가급적 부정적 표현이나 자극적 내용들을 기사와 보도에서 빼내보려 부단히 노력한다. 표면적으로는 그런 기사나 보도 때문에 위기가 관리되지 않고, 그에 자극 받은 정부, 국회, 규제기관, NGO, 고객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새롭게 개입하게 된다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내심 홍보실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VIP와 경영진들의 질책이다. “우리 회사 홍보실은 부정 기사 관리도 제대로 잘 하지 못해서 무능력하다.” “다른 기업에서는 그런 부정기사를 잘 빼내던데, 우리 홍보실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비판을 받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 증거로 내부 질책이 두려운 홍보실 사람들은 위기 시 기자들에게 이렇게 하소연 한다. “기자님 기사 때문에 제가 잘리게 생겼습니다.” “저 좀 한번 살려주신다 생각하시고 기사 좀 어떻게 안될까요?” 이런 하소연은 언론 부정 기사를 관리함을 통해서 홍보실에 대한 내부 시각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떠 올리는 회사를 위해 언론을 관리한다는 생각은 사실 그 다음이다.

    기업이 위기 시 언론을 관리하는 활동들을 하며 종종 혼동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언론을 여론이라 생각하고 동일시 하는 것이다. 물론 언론은 여론을 반영한다. 때로는 언론이 여론을 이끈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언론은 여론 그 자체가 아니다. 상당부분 비슷할 수는 있어도 정확하게 일치한다고는 볼 수 없다.

    기업은 위기 시 기본적으로 여론을 읽어야 한다. 언론을 여론이라 착각해 언론만을 읽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언론만을 읽고서 내리는 위기관리 의사결정은 실제 여론을 관리하는 데 있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언론을 여론으로 착각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위험하다.

    더구나 최근 같이 공중 개인들의 직접적 태도와 감정들이 다양하게 분출되는 여러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채널들을 등한시 해서는 안 된다. 사내로 연결되는 콜센터 전화, 이메일 내용들도 모니터링 해야 한다. 매장에서의 고객반응들도 모니터링 해야 한다. 거래처들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사내에서 공유되는 이야기도 위기 시 경청해야 한다. 기업이 운영하는 이해관계자 접접(POC: Point of Connection)을 총 가동해 그로부터 인입(引入)되는 진짜 여론을 통합적으로 읽어야 한다.

    현장에서 위기관리를 하다 보면 최근 언론이 실제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담지 못하거나, 심지어 여론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 이는 예전과 달리 언론이 여론을 충실하게 반영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기 보다는,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여론이 이제는 보여지기 때문에 언론과 여론의 기존 간극이 드러나게 된 것일 뿐이다. 예전에도 그 간극은 정확하게 존재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예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명언에 이런 말이 있었다. “언론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 상당히 언론 중심적인 위기관리관이었지만, 그 때는 그것이 통했던 시절이었다. 그 만큼 언론 이외에는 공중들이 기업의 부정 이슈를 접할 채널들이 다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야기는 이제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근본으로 돌아가서 “여론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는 이야기가 더욱 더 당연해진 것이다. 언론이 없는 위기는 있을 수 있지만, 여론이 없는 위기는 있을 수 없다. 여론이 없는 언론은 기본적으로 무력하다. 따라서 기업은 위기 시 폭넓게 여론을 바라보아야 한다.

    아직도 위기 시 언론만을 바라보며 일희일비하는 회사는 좀더 위기 시 여론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회사의 체계와 실무자의 습관 그리고 경영진의 경험을 키워야 한다. 더 이상 언론이 여론의 정확한 리트머스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언론은 여론이라는 퍼즐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퍼즐조각들 중 하나일 뿐, 그 퍼즐 자체도 아니고, 퍼즐의 그림 전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정확한 여론관과 언론관을 정립해야 한다. 더욱 더 크게 다양하게 보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1.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기업이나 조직의 최고경영자가 위기 시 물러나는 것으로 위기관리를 가늠하는 유행이 생겼다. 심지어 경영 퇴진이나 물러나겠다는 커뮤니케이션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글쎄다. 진짜 그런 퇴진 행위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것일까?

    물론 해당 최고경영자가 개인적인 문제를 일으킨 경우에는 퇴진이라는 행위가 위기를 관리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개인의 문제가 조직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이 될 수 있다. 개인적 일탈을 일으킨 최고경영자가 나서서 ‘스스로 위기를 관리하겠다’ 천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외에 자신의 기업이나 조직과 관련 된 각종 사건, 사고, 논란에 맞서 위기를 관리하는 경우 최고경영자의 ‘퇴진’은 대부분 적절한 위기관리책이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제대로 고치겠다는 것이 위기관리다. 책임이 있으면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 위기관리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 신속하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다.

    이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최고경영자가 그런 의사결정의 시기에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그 중요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 나아가서 후임에게 그런 중요한 의사결정을 미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위기관리 시점을 이번에는 그냥 흘려 보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 위기 시 최고경영자의 퇴진은 상당히 무책임한 행위다. 사내적으로 어떤 정치적 입장이 엇갈리는지는 외부 이해관계자는 모른다. 사실 알 필요도 없다. 대신 당면한 위기를 해당 기업이 어떻게 해결하는 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와 중에 중요한 문제 해결자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를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바라볼지를 상상해 보자.

    일부에서는 이사회 등에서 해당 위기 발생의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자를 경질하는 것이 어떻게 위기관리라 볼 수 없는가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런 경질이 진정한 위기관리가 되려면 현 최고경영자의 경질과 동시에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새로운 최고경영자의 임명이 바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 경질에만 멈추어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나 오너측에서 최고경영자의 경질을 해야만 하겠다면, 그 이유는 위기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발생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래야 이후 최고경영자들도 발생한 위기를 더욱 더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위기관리 명언에 이런 말이 있다. “위기가 발생된 것을 부끄러워하기 보다, 발생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라” 이사회나 오너가 필히 기억해야 하는 원칙이다. 위기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최고경영자를 경질하는 것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 위기가 발생되지 않도록 평시에 많은 돌아봄과 개선이 생겨날까?

    대부분이 그 반대다. 위기가 발생되면 최고경영자는 그냥 옷 벗을 생각만 하게 된다. 사실상 자신의 운에 위기관리를 맡기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자리를 물러날 텐데, 제대로 된 위기관리 체계나 위기관리팀에 관심을 둘 필요도 아예 없어진다. 당연히 위기는 창궐하고 실패는 반복된다. 연이어 최고경영자들만 새롭게 반복 교체된 채 아무것도 개선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흔히 목격하는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위기관리를 표방한 경질이나 퇴진이 바로 그와 관련된 예다. 국민들은 왜 시설이 안전하지 않은지, 그리고 어떻게 안전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데, 안전사고의 책임을 지고 있는 최고 관리책임자만 그냥 물러나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국민들의 손가락질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린다. 개선은 없고, 새로운 자리만 생겨난다.

    기업에서도 이런 악순환을 위기관리로 보아서는 안 된다. 옛말에 ‘전시에 장수를 바꾸지 말라’는 이야기를 왜 했을까를 생각해 보자. 전쟁의 목표는 최종적으로 이기는 것이다. 다 같이 목숨을 걸고 싸워 이겨야 내가 살고, 우리가 산다. 그런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장수를 바꾸어 말에서 내리게 한다면, 그 다음 어떤 장수가 제대로 목숨을 걸고 전쟁에서 싸워 승리하려 하겠는가?

    물론 목숨을 걸 생각이 없는 장수는 빨리 바꾸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때에도 장수가 목숨을 걸고 싸울 생각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내 외부로 커뮤니케이션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위기 시 싸워야 하는 최고경영자가 퇴진 해 버리거나 경질을 당하면 해당 기업이나 조직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는 해당 최고경영자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할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스스로 하는 셈이다. 이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도 아니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더더욱 아니다. 경계하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59. 좀 더 두고 보자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에서 평시 가장 위험한 내부 정서를 꼽으라면 ‘잘 되어 있습니다’ 같은 자신감이다. 물론 확실한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라면 훌륭하다. 하지만, 잘 되어 있다 종종 이야기하는 임원들의 경우 그런 근거가 희박하거나, 막연한 경우가 있으니 문제다. 이런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나버린다. 그때 가서 어떤 핑계를 대도 신뢰가 가지 않게 된다.

    그 다음으로 위험한 내부 정서가 위기 발발 직후 ‘좀 더 두고 봅시다’ 같은 입장이다. 항상 모든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입장을 주장하는 임원들이 나타난다. 물론 상황이 아직 상당히 유동적이고, 상황 파악이 완전하게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경우에는 일단 좀더 시간을 두고 상황변동에 대비하자는 주장이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주요한 상황변동은 예측하고 그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책은 마련해 놓는 노력은 중요하다. 핵심은 예측과 최소한의 대응책 마련이다. 모든 예측 가능한 상황을 전부 정리하고, 그 각각에 대해 가능한 모든 대응책을 끝까지 수립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동적인 상황 변화속에서 자사가 어느정도 상황을 통제 가능하다는 느낌을 스스로 가질 수 있는 수준 정도는 최소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좀 더 두고 봅시다. 이런 입장은 최소한의 대응 준비가 완료되어 있는 상태일 때 그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좀더 두고 보자는 입장은 그렇기 못해 위험하다. 좀더 상황이 변화되어 뚜렷해지면 그 때가서 대응책을 마련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니 그렇다. 그때가면 이미 대응의 골든타임은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미리 준비해 대응 시점을 선택하는 대응이 이상적 위기관리 자세다. 그와 달리 대응 시점이 오면 그 때부터 준비를 시작하니 대부분 위기대응이 늦었다는 평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대응준비’라는 단계에 대한 사전적 인식이 적은데, 어찌 보면 대응준비 시간에 대한 인식과 관리가 평시 가능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도 가능해지다고도 볼 수 있다.

    위기관리는 대응 준비 시간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사전적으로 평시에 반복적 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하는 이유도 대응준비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모든 자산과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놓는 것도 대응준비 시간을 최소화 해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빠르고 신속한 대응이라는 것은 이런 대응 준비 시간을 최소화했기 때문에만 가능한 경지다.

    적과 대치하고 있는 군에서도 이런 대응 준비 시간의 최소화 노력은 핵심 중 핵심이다. 전방에서 전쟁 발발 시 즉각 적의 종심을 정찰하기 위해 정찰 병력을 최대한 전선에 가깝게 배치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동시간인 대응 준비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적의 종심에 침투할 수 있도록 정찰병력들은 부단히 훈련 받는다.

    위기관리 또한 시간과의 싸움이라 볼 수 있다. 그런 현실에서 근거나 준비 없이 ‘좀 더 두고 봅시다’는 입장은 위기관리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서라 경계해야 한다. 만약 그런 주장을 하는 임원들이 있으면 대표이사는 “예측 가능한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 준비는 되어 있습니까?”라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상위 임원들이 “좀 더 두고 보자” 한다 해도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최대한의 예측과 그 각각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책은 그리고 있어야 한다. 상황 변화가 생기더라도 일선은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말 그대로 그냥 좀 더 두고 보면서 관망하는 자세는 실무자들에게도 위험한 것이다.

    물론 예측만을 가지고 다양한 상황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그에 대해 최소한의 대응책들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 사후에 보면 괜한 것이었다 생각 하게 될 수도 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 때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하는 평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그리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대응준비 시간의 단축과 관리 개념이 상시화되는 것이다. 많은 준비를 미리 하고 대응 시점을 기다렸기 때문에 그나마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낫다. 아무일 없이 마무리되었더라도, 자칫 위험 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우리 회사가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는 데에서 자신감을 얻어야 한다. 자사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었고, 결국은 통제했다는 자신감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일관되게 반복되면 아무 준비 없이 ‘좀 더 두고 봅시다’라고만 말하는 임원이 오히려 더 힘들고 이상해 보일 것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58. 균형 맞춰 들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듣는 것.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말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듣는 것’이다. 특히나 최근 같이 사회적인 논란이나 논쟁적 이슈들이 기업을 둘러쌓았을 때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함을 넘어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물 흐르는 듯한 위기 대응이 위기관리를 성공을 이끌게 된 것이다.

    문제는 위기 시 ‘듣는 것’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 가다. 이 또한 평시에 해당 기업이 얼마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잘 형성해 왔는지, 그들과 어떤 신뢰 관계로 뭉쳐져 있는지, 그리도 평시에도 얼마나 제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는 지와 바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상에서 이야기한 평시의 관심과 노력과 투자가 없던 기업은 위기 시 당연히 듣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어려움을 겪는다. 비즈니스 영어 표현대로 콜드 콜(cold call, 사전 아무 정보교류나 접촉 없이 낯설게 다가가는 것)을 하는 기업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핵심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일부 이해관계자에게 전화를 걸고 면담을 요청한다. 그나마 경영진들이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관계를 맺어 놓은 이해관계자들이 일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그 이해관계자들이 얼마나 해당 위기에 대하여 관련이 있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가 여부다.

    경영진과 관계 맺고 있는 분들은 일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그들이 해당 위기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낮다. (만약 그들과 관련된 위기라면 경영진들과의 친분으로 위기로까지 폭발되지 않도록 사전 조치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일반적 외부 시각이나 객관적 조언은 가능할지 몰라도, 해당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로서의 실질적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듣는 것’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이처럼 균형감 없이 듣는 것이다. 일부의 이야기만 반복해서 듣는 것 또한 위험하다. 게다가 관계가 없거나 적은 일부 그룹의 이야기를 핵심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로 해석해 버리면 더욱 더 큰일이다. 운이 없게도 그 일부가 정치적이거나 과격하거나 사회적인 감수성이 적은 경우라면 위기관리는 산으로 갈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대해 경영진들은 자신과 가깝고, 경력이 화려한 분들의 이야기를 이해관계자의 조언이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보니 다들 그리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그들의 경력이 대단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그들의 조언에 따라서만 움직이면 안전할 것이라는 상상도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유명 정치인, 고위 공직에 있던 분들, 화려한 경력의 법조인들, 이론과 학식을 자랑으로 하는 교수들,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고위 언론인 등 그들도 종종 위기관리에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언론을 도배하는 설화나 스캔들 그리고 최악의 위기관리 케이스 중에서 그들을 빼 놓고 생각할 수 있는 케이스가 드물다는 것을 이해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골고루 듣는 것이다. 그 고른 이야기는 필수적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나오는 자발적인 이야기여야 한다. 평시 지속적 관심, 노력과 투자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 잘 정리하려 노력해 보자.

    목소리 큰 이해관계자의 이야기에만 주목해서도 안된다. 위기관리는 청중 앞에서 기업이 이해관계자들과 하는 일종의 연극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도 어찌 보면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해관계자들의 고른 이야기 듣기가 중요하지만, 청중의 생각에 비추어 그들의 이야기를 재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은 기업이 중요 이해관계자들에게 하는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청중이 보고 좋아하고 바람직하다 생각해야 최종적인 성공인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은 좋아하는 데 청중이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청중은 박수를 치는 데 이해관계자들은 등을 돌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위기관리가 어렵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모든 편의 공통적 이해를 구하는 복잡한 과정이라서다.

    균형감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여러 중요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자. 그리고 일반 청중들의 시각에서도 다시 균형감각을 끌어내 바라봐 보자. 기업의 가능한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 그 교집합 속에 맞추어 겨냥하자. 그래야 위기관리는 그나마 잘 했다 평가 받게 될 수 있다. 균형감. 듣는 것. 이해관계자 그리고 청중. 위기관리에 있어 아주 중요한 개념들이다. 기억하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57. 가능성에만 기반한 우려는 버려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일정 기간 거의 모든 것들이 혼돈인 상태가 지속된다. 평시에는 대부분이 통제가능해 보였을 것이다. 예측가능해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주변 상황은 느리며 안정적으로 느껴 졌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면 이전의 모든 것들은 이내 혼돈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

    주변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평시에는 주간 연간 단위로 변화하던 주변 상황이 분과 시간 단위로 변화한다. 그에 따라 주변 여론은 더욱 더 널을 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사를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온갖 루머와 비판들이 쏟아져 유통된다. 이 싸이클이 시시각각 출렁출렁 댄다.

    이런 혼돈으로 가득 찬 상황과 여론을 상대 해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기업 경영진들은 당연히 대부분이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평정심을 찾기 란 매우 어렵고, 오히려 평정심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과 여론을 다루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무언가 빠르고 바쁘게 움직여야 될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의 위기관리위원회(팀)은 첫 단추를 잘 못 끼운다. 폭발적으로 변해가는 상황과 여론에 대한 충분한 파악과 분석 없이 우선 맞서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사과이건, 해명이건, 반박이건 그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지 않으면 위기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심각성을 더해 간다.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이 혼돈 중에서 그나마 확실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찾아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99%가 혼돈으로 보이더라도 그 중 1%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 1%를 찾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확실성이 더해 보이기 시작한다. 하나가 확실하다면, 그와 관련되어 있는 두세개의 확실성이 그에 연결되어진다.

    변화하는 일부 상황과 일부 여론에만 주목 해 그 에만 몰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확실해 보이는 상황과 여론의 긴 흐름을 읽고 향후를 점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능성 하나 하나에 불안해하고, 우려하는 것도 위기관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확실한 것들을 하나 하나 찾아 그림을 그리다 보면, 가능성에만 기반한 우려들은 반대로 줄어들게 된다. 만약 여러 가능성에만 먼저 마음이 간다면, 그 위기관리는 점점 실패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증상이니 경계해야 한다. 가능성에 대한 우려 이전에 확실한 것들을 최대한 찾아보려 노력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기업 위기는 전형적인 흐름이 있다. 문제의 전조가 있다.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계기가 있다. 문제가 최초 상황과 여론에 반영되어지는 패턴이 있다. 확산되고, 새로운 상황과 여론이 발생되는 패턴도 존재한다.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에 따라 주어진 상황과 패턴이 바뀌는 패턴도 거의 일정하다.

    상황과 여론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패턴도 대부분 유사하다. 새롭게 관여하는 이해관계자 유형과 그들의 입장도 미리 예상가능한 범위 내다. 결국 최종적으로 해당 기업이 경험해야 하는 여러 상황과 치러야 하는 대가도 정해져 있다. 이렇게 상당히 많은 부분이 거의 또는 상당히 확실한 부분들이다.

    이런 확실한 부분들을 먼저 챙겨 위기관리를 위한 시나리오 백본(backbone)을 구축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이 백본이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가능성에만 의존하는 불안감과 우려는 상대적으로 대폭 줄어든다. 소모적 논쟁이나 필요 없는 대비가 줄어든다. 혼돈은 차차 줄어들게 되고, 상황을 자사가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얻게 된다.

    “우리가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의 대표이사와 임원진은 이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위기관리 의사결정 환경에 있어 사실 그것이 핵심일 때가 많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불확실함에만 주목하고, 다양한 가능성에만 기반한 우려를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렇 수도 있겠죠? 저럴 수도 있겠죠? 이런 식의 논의와 우려는 위기관리에 있어 실제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대신 확실한 부분들을 최대한 정리 해서 백본을 만들고, 그에 기반해서 변화하는 상황과 여론을 분석하면 다른 이야기들이 가능하다.

    이렇게 될 것입니다. 저렇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는 이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런 논의 방식이 주가 되는 것이다. 혼돈속에 확실성을 최대한 찾아 내 그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하는 역량은 평시 부단한 케이스 스터디와 이해관계자 분석 그리고 시뮬레이션 반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또한 평시 관심과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역량이 없는 기업들이 매번 일희일비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위기관리, 맷집을 키워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현장에서 여러 케이스들을 마주하며 반복적으로 깨닫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맷집’에 대한 가치다. 어떤 기업은 짧은 위기에도 휘청대는데, 어떤 기업은 폭풍 같은 위기에서도 꼿꼿하게 잘 견뎌낸다. 어떤 기업은 위기 시 내부적으로 패닉을 경험하는 반면, 다른 어떤 기업은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그 차이가 바로 ‘맷집’이다.

    경영학 분야에서는 회복력(resilience)라고도 불리는 이 맷집은 위기 시 기업 스스로 시종일관 전략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데 크게 이바지 한다. 맷집이 강하면 일희일비 하지 않게 된다. 위기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무리수를 두지 않게 되며, 준비한대로 실행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여유로움까지 보여줄 수 있다.

    얼핏 위기 시 맷집이 중요하다 하면, 위기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 변화 자체를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다. 쏟아지는 이해관계자들의 질문이나 비판에 귀를 막고 돌아 앉는 것을 상상하기도 한다. 이런 아랑곳하지 않음이나 소통단절은 맷집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반대로 패닉 증상이라 볼 수 있다. 맷집이 약해 바로 패닉에 빠져 버리면서 스스로 외부 자극으로부터 단절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필요한 맷집. 어떻게 해야 맷집이 키워질까?

    첫째, 많이 경험하라

    권투나 격투기에서도 맷집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많이 맞아 보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단, 자신이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의 펀치와 킥을 여러 번 맞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무리한 맷집 기르기로는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골병만 든다.

    위기관리도 그렇다. 경험은 가장 좋은 위기관리 역량이다. 실제 같은 기업 내에서 일하는 임원들 중에서도 실제 위기를 여러 번 경험하고 위기관리를 해 본 임원은 그렇지 못한 임원들 보다 훨씬 노련하다.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한 관점이 뚜렷하다. 프로세스를 알고 있기 때문에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문제는 위기관리 맷집을 키우기 위해 자꾸 위기를 만들어 보아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를 시뮬레이션 형식으로 경험한다. 정기적으로 새로운 이슈와 위기 주제를 가지고 위기관리를 실질적으로 시뮬레이션 해 본다. 실제와 아주 유사한 간접경험을 반복하는 것이다.

    군인들이 실제 전쟁터에 파병되어 보거나, 전쟁을 일으켜 보지 않았어도 적절하게 훈련 되어 있는 것을 기억해 보자. 끊임 없이 훈련을 통해 전투를 시뮬레이션 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 수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유명 미식축구 감독인 빈스 롬바르디는 이렇게 말했다. “연습이 완벽함을 보장하지 않는다. 확실한 연습만이 완벽함을 보장한다.” 맷집도 그렇다. 확실한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맷집이 보장된다.

    둘째, 정확한 여론관을 키워라

    위기 때 경영진이 가장 낯설어 하며 힘들어 하는 것이 여론으로부터의 공격이다. 평소에는 여론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위기가 발생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폭포수처럼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여론을 감당하긴커녕 제대로 견뎌내지도 못한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욕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당연히 정신적으로 패닉에 빠지고 이내 그로기 상태가 된다. 의식의 마비 속에서 무리수를 두거나, 준비되지 않은 실행을 산발적으로 벌이기 시작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엉망이 되고,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되기만 한다.

    정확한 여론관을 평소 키워 놓은 경영진은 위기 시 최대한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려 애쓴다. 여러 채널을 통해 여론을 균형감 있게 바라본다. 스스로도 중립적 입장에 서서 자신의 위기를 바라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생긴다.

    위기 시 위기관리 주체가 칭찬이나 지지를 받는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위기관리를 하며 여론의 비판을 줄여나가는 노력은 하지만, 어느 정도의 질책은 하나의 통과의례라는 맷집 강한 생각을 한다. 당연히 맞아야 하는 매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간다.

    이렇듯 어떤 위기 속에서도 정확한 여론관은 맷집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자산이 된다. 여론관은 평소에 키워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위기 시에는 어떤 맷집 강한 경영진이라도 제대로 된 여론관을 단박에 키울 수는 없다. 그런 시도는 마치 폭풍 속에서 촛불을 켜는 것과 같다. 평소 등대를 제대로 만들어 폭풍 속에서도 바다 위를 꿋꿋하게 비출 수 있게 하자.

    셋째,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워라

    여론과 마찬가지로 언론에 대한 관점도 매우 중요한 맷집 자산이다. 보통 여론과 언론을 혼동하고 일부 경영진은 언론의 반응이 곧 여론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언론의 반응은 여론과 전혀 다르다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 둘 다 정확한 생각은 아니다.

    언론은 언론대로, 여론은 여론대로 따로 보고 교차 분석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일부 상관관계는 있을 수 있지만, 그 뿐이다. 그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인지도 그 때 그때 다르다. 정확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운 경영진들은 언론을 있는 그대로 접하고 해석한다. 기사의 배경을 이해하고, 의미를 간파한다.

    위기관리팀에서 위기 시 가장 힘든 업무를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언론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고하는 업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기업에서는 위기 시 자사를 대서특필 한 기사와 보도들만 들여다 보고 있는 경영진도 있다. 위기 대응에 몰두해도 힘든 시기에 언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언론의 반응을 무시하라거나 폄하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 시 언론을 분석하는 팀은 절대로 필요하다. 그러나, 경영진 상당수가 위기 상황을 중계하는 언론 보도에만 집중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부정 비판 기사가 몇 개인지는 사실 위기 시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삐딱하고 강한 논조로 기사를 쓴 유력지에 섭섭함을 나타내 보았자다. 더구나 그 유력지를 찾아 다니며 기사를 내려 보려 노력하는 것도 우습다. 그런 활동을 위기관리라 부르며 환호하던 시대는 지났다.

    언론의 반응은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이 참고해야 할 하나의 이정표일 뿐이다. 잘 활용하고 핸들링 해서 기업의 위기관리 전략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뿐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또한 평소에 반복적인 기사 읽기와 생각하기 그리고 그에 대해 함께 대화하기를 통해 키워진다. 위기 시 뚝딱 만들어 지는 맷집 자산이 아니다.

    넷째, 일희일비 습관을 버려라

    일희일비하는 경영진이 이끄는 위기관리팀은 항상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일희일비라는 감정 기복만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 일희일비가 위기 대응 기조를 무너뜨린다. 위기관리팀으로 하여금 덜 중요한 것에 매달리게 만든다. 경영진의 분노 자체를 위기라 정의하는 위기관리팀원들이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서 이상하고 무리한 실행을 하는 모습이 보이면, 그 회사에는 일희일비 하는 경영진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회사는 또 얼마가 지나지 않아 다른 기괴한 실행을 해서 더욱 상황을 안 좋게 만든다. 왜 그런 실행을 했는가 물으면 답하기 어려워한다. 내부적 일희일비를 잠재우기 위해 해야 했던 실행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최대한 위기 시 자신의 개인적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좋다. 큰 바람 속에서 배를 지탱하는 거대한 닻처럼 깊고 무겁게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 여론에, 언론에, 온라인 댓글에, 소셜 미디어 반응에, 가족이나 비선들의 속삭임에 일희일비 해서는 크게 실패한다는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다섯째, 검증 안 된 비선과 단절하라

    비선들은 위기 시 특히 자신의 가치를 과시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무언가 특별하다 생각되는 생각이나 정보를 경영진에게 계속 속삭인다. 이렇게 하시라 저렇게 하시라부터, 이렇더라 저렇더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고, 저런 이야기도 들린다 한다. 여러 비선 라인들이 이런 엇갈린 속삭임을 해 오면 경영진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침몰한다. 맷집이 풀려 그로기 상태에 놓인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그러한 그로기 상태에서 비선에게 실행을 맡기는 것이다. 공식 실행 라인들은 비선의 존재도 모른다. 최소한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때 얻지 못한다. 이내 실행은 현장에서 충돌하고, 상황은 꼬이면 꼬이지 풀리지 않는다. 비선은 한 두 어려움은 풀어줄 수 있는 사람들일 수 있지만, 회사를 위해 전반적이고 세세한 실행은 담보하지 못한다.

    일단 이들 비선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자기 생각대로 진행하다 문제가 생기면 숨어 버린다. 공식 실행 라인들은 이런 상황이 되면 아무리 맷집이 좋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결자해지라도 하면 좋은데, 비선은 떠나간 뒤다. 맷집을 허무하게 무너뜨리는 것이 비선이다. 경계하자.

    여섯째, 로드맵을 그리고 목적지를 바라보라

    최종적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맷집이 생긴다. 목적지를 정하거나 제대로 알아야 배도 운항을 잘 할 수 있다. 그냥 일단 파도만 헤쳐 나가보자 해서는 제대로 된 운항은 불가능해 진다.

    최종적인 상황이 정확하게 예견 된다면, 현재의 풍파는 말 그대로 관리의 대상일 뿐이다. 목적지를 상상하면 없던 맷집도 생겨난다. 어려움을 견뎌 낼 수 있는 실질적인 기반이 생겨나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있어 로드맵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거나, 로드맵 자체가 없는 위기관리는 항상 아슬아슬하다. 눈에 보인다. 일관성이 없다.

    실제로 VIP나 셀럽 위기관리에 있어 로드맵이 없는 경우들은 공통적인 결과를 맞이 한다. 자전거를 피하려다 트럭에 깔리는 형국이라 이야기 한다. 어차피 법적으로 경미한 판결이 예상되는 논란에도 그 최종 판결을 기다리지 못하고, 초반부터 무리수를 둔다. 오버 대응하면서 상황을 다른 쪽으로 악화 시킨다. 결국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을 대단한 일로 만드는 우를 범한다. 로드맵이 없어 그렇다.

    일곱째, 해야 할 것 보다 하지 않아야 할 것에 주목하라

    위기의 경험이 있는 경영진들은 일반적으로 “현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현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흔히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일들을 빠짐 없이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뭐라도 하라며 소리를 지르는 경영진도 흔하다.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건가 라며 심란해 하는 경영진도 있다.

    문제는 덜 된 무언가를 해서 생긴다. 제대로 준비 안된 실행을 하니 문제가 생긴다. 하지 않아야 할 대응을 해버리니 문제가 커진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맷집이 사라진다. 만약 회사 스스로 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그 회사의 위기관리 실행에는 일관성이 드러난다. 무언가 차분하다는 느낌을 준다.

    일단 커뮤니케이션 말고 지속적으로 로우 프로파일 하기. 사적 지인들에게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소문 내지 말기. 기자들의 전화 연락은 일단 받지 않기. 사과를 했다면 또 사과를 반복하려 하지 않기.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개선안과 대책을 발표 말기. 예단 말기. 아랑곳 말기. 이런 하지 않아야 할 것들에 대한 체크리스트는 아주 훌륭한 위기 시 가이드라인이 된다. 맷집의 기반이 된다.

    여덟째,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under control) 믿어라

    상황에 끌려 다니는 회사는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회사다. 상황의 맥을 짚어 상황을 이끄는 회사가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회사다. 위기관리의 목적도 위기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기 위함이다. 위기의 지속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위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감정도 관리해야 한다. 회사 내외부를 잇는 창구들도 통제해야 한다.

    메시지도 통제의 대상이고,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도 통제의 대상이다. 위기관리를 위한 거의 모든 자산은 빠짐 없이 통제를 전제로 한다. 중구난방. 우왕좌왕. 오락가락. 오리무중과 같은 위기관리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 통제되지 않는 조직 때문이다.

    성실하게 가이드를 주고, 훈련을 시키고, 시뮬레이션으로 피부에 와 닿는 준비를 시킨 조직도 특정 위기 시에는 일사분란 함을 잊는다. 그렇다고 이전의 노력이 다 소용 없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 상황과 조직과 그 외 많은 것들을 최대한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지속적인 통제 노력이 예외와 열외를 줄인다. 그래야 맷집도 생긴다.

    아홉째, 위기 중 공포를 조성 말라

    위기관리 도중에 위기관리를 하고 있는 임직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다. 전투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 하는 이야기를 알면서도 위기관리 관점에서 리더를 경질한다. 위기관리팀은 이런 상황이 오면 일단 자신만의 위기관리 목적을 따로 세우게 된다.

    일단 내가 살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위기관리 목적이 생겨나는 것이다. 회사 위기관리는 그 다음 우선순위로 자리가 바뀐다. 이해관계자들과 여론과 언론으로 향하고 있어야 할 위기관리팀의 눈이 자꾸 최고경영자의 얼굴 표정을 향한다. 위기관리가 곧 심기관리가 되는 것이다.

    두 가지 목적이 공존하는 위기관리는 절대 실패한다. 옛 전쟁에서도 장수가 앞으로 나아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고, 살기를 꾀하고 싸우면 결국 죽는다” 이야기 하며 병졸들을 이끄는 모습을 기억해 보자. 병졸 스스로 죽기를 각오해도 이기기 어려운 전쟁이다. 병졸 스스로 어떻게든 나 혼자라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승부는 이미 끝난 것이다. 맷집이라 불릴 기회도 없이 무너진다.

    마지막, 위기 후를 꿈꿔라

    어떻게 다시 회복 시킬 것인지를 위기관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조언은 중요하다. 당면한 상황관리에만 몰두하다 보면 위기가 사라진 후의 상황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진다. 일단 중대하고 급한 위기관리를 우선순위에 따라 해 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위기 그 후 상황을 계속 미리 내다 보는 선견지명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최종적인 상황을 그린 로드맵. 그 로드맵이 끝나는 지점 뒤편까지를 바라볼 수 있어야 더 큰 맷집이 생긴다. 많은 것이 미리 준비된 상태에서 예측에 따라 위기관리를 해 나가는 맷집이 생긴다. 위기 후를 꿈꿔야 위기관리팀이 길을 만들며 나가는 기분이 아니라, 놓여진 길을 걸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야 진정한 맷집이 공유된다.

    한 포털사이트에 ‘얼굴 맷집 키우는 법 좀 알려 주세요’라는 질문이 있다. 이종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한 초년생인 듯 하다. 이 흥미로운 질문에 달린 아주 의미 있는 답변을 보고 한참 웃었다. 그 답변은 질문자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있다. “얼굴 맷집을 키울 시간에 얼굴을 안 맞는 연습과 가드를 확실하게 연습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그렇다. 위기관리 맷집을 키우기 전에 필요한 더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 위기와 맞닥뜨리지 않는 돌아봄과 개선이 우선이라는 조언이다. 평시의 위기관리가 진짜 위기관리라는 상식이다. 그것들만 제대로 된다면 구태여 맷집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상의 열 가지 조언이 불필요 해 진다는 이야기다.

  • 48. 피해자는 왕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고객이 왕’이라는 이야기는 들어 보았지만 ‘피해자는 왕’이라는 말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평소 고객은 항상 우선순위 상위를 차지하면서 기업 경영에 있어 하나의 좌표가 되고, 심지어 종교의 경지에까지 이를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고객은 자신이 진짜 왕이라도 된 것처럼 기업의 일선 직원을 하인 부리듯 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일부 그런 과도한 왕놀음 현상이 있어도,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을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적극 관리한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는 ‘피해자는 왕’이라는 개념은 꼭 고객이 입은 피해만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모든 활동과 관련 해 피해를 입은 어떤 이해관계자도 ‘피해자’로 볼 수 있다. 물론 피해를 입은 고객은 당연히 포함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항공사 기내에서 정원 초과로 하기를 요청받은 한 동양계 남성이 그를 거부하다가 공항 경비원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질질 끌려 나가는 모습이 유투브에 공개되었다. 이를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목격자의 여러 증언에 온라인이 뜨거웠던 적이 있다. 이내 해당 항공사의 대표가 사과를 했지만,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 섞여 있었고, 재차 여러 번 사과하는 해프닝이 이어졌다.

    항공사 주가는 급격하게 떨어졌고, 대표이사의 자리까지 위태로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피해를 입은 그 고객은 대형 소송을 언급하며 고급 변호사를 통해 압박을 해 왔다. 해당 항공사는 더 이상 사건이 확산되고, 소송에까지 이끌려 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고자, 대형 합의금을 제시했고, 해당 사건은 이내 공중의 시각에서 사려져 버렸다.

    늦었지만 그래도 후반에는 깔끔하게 처리된 케이스다. 여기에서 목격되는 개념이 ‘피해자는 왕’이라는 개념이다. 위기 시 피해자는 왕이다. 평시 고객이 왕이라면, 위기 시 피해자는 황제다. 받들어 모셔야 하는 대상이고, 압도적으로 피해를 보상 해 불만을 신속히 없애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해당 항공사가 ‘피해자는 왕’이라는 개념을 빌리지 않고, 피해 고객을 맞서 싸워야 하는 적, 회사를 성가시게 하는 귀찮은 존재, 의도적으로 주도 면밀하게 돈을 뜯어 내려는 진상과 같은 개념으로만 바라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사건이 바로 그리 쉽게 사라져 갔을까?

    결과적으로 그 항공사가 피해자는 왕이라는 개념을 선택한 것이 전략적이었다는 평가 반면에, 실제 자사가 그런 상황에 처하면 위와 같은 다른 생각과 개념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기업이 화를 내고, 기업이 울분을 가지고, 기업이 억울 해 하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경영진의 개인 감정들이 모여 의사결정에 반영되니 문제가 더 꼬인다. ‘절대로 합의는 안된다’ ‘이번에 본 때를 보여줘야 한다’ ‘이 사람은 악성이다’ 이런 내부 감정들이 모이고 모여 위기관리를 해친다.

    일부 기업 경영진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번 한번이 문제가 아니라 다음 번에 이런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쩝니까? 우리가 또 그렇게 대형 피해 보상을 해줘야 하는 건가요? 이거 이렇게 하면 습관되거든요?” 참 흥미로운 생각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영자는 해당 상황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있어서는 안될 상당한 실수와 잘못을 저질러 일반 고객을 피해자로 만들었는데, 그런 과정에 대한 반면교사가 부족한 것이다. 다시 그런 피해자가 나오면 어쩔 겁니까? 이 이야기는 자사가 다시 그런 동일한 실수와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의미와 다름이 없다.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한 심각한 각오가 부족한 것이다.

    이번에 그렇게 엄청난 피해 보상의 위기를 경험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그런 상황을 다시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 근본적 개선을 하는 것이 맞다. 이를 통해 다시는 그렇게 아까운(?)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내에 강하게 자리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개념 위에서 모든 실행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위기관리다.

    반면 항상 피해 보상의 규모에만 주목을 하니 어렵다. 해당 피해자가 피해를 과장하고 있다는 시각으로 바라보니 어렵다. 차라리 이미 발생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여러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시간에, 어떻게 다시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인지 토론하는 것이 더 이롭다.

    이에 더해 적절한 초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면, 여론으로부터도 일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사회적 압력이 한층 줄어든다. 이에 기반하면 피해자와의 합의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정상을 참작 받을 여지가 생긴다. 이런 전체적 위기관리 시각이 사내의 ‘아까운 감정’을 그나마 관리하는 실질적 방법이다. 그 후 다시는 이런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겠다. 이게 핵심이 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가 어떤 상황을 보고 평할 때 “상식적이다” 또는 “상식적이지 않다” 하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표현은 위기관리를 평가하는 단계에서도 종종 쓰이는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평가하는 사람 대부분이 특정 위기관리 행태를 보고 위기관리 주체가 그 상황에서 그렇게 대응하는 것에 대해 별 특이한 점을 느끼지 못한다면 보통 ‘상식적이다’는 표현을 쓴다. 적절한 싯점에 기업 대표가 앞으로 나와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상식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문제를 발생시킨 책임이 있는 기업이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하는 것을 볼 때도 우리는 ‘상식적’이라 생각한다. 별 다른 이상한 점이 없다는 표현이다.

    반면 문제의 기업 대표가 나와 사과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싯점인데도 아무런 반응이나 움직임이 없으면 우리는 ‘비상식적이다’라 이야기한다. 대응방식이 특이하기 때문에 어떤 내부 문제가 있을까 더욱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다른 경우에는 대부분 사과광고를 했는 데, 이번 경우에는 전혀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많은 사람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비상식적’이라 궁금해한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상식적이다. 비상식적이다. 이 두 상반된 표현만 보고서는 어떤 것이 좋은 것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것이다라는 기준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상하지 않다와 이상하다라는 기준만 있을 뿐이다. 물론 위기관리는 공중의 상식 바탕위에서 기업이 그 때 그 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상식적이다는 평가가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에게 그리 나쁜 평가는 아닐 것이다.

    그런 일반적 생각을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들을 몇개 정리해 본다. 현장에서 같이 위기를 관리하면서도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속내를 전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시에는 갸우뚱 했던 ‘비상식적’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들이다. (해당 위기관리가 성공이다 실패다 하는 평가보다는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기준으로 구경 해 보자)

    1. 위기관리 위원회를 방치하는 전략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도 나왔고, 대대적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경찰이 초기부터 개입했고, 여러 관계기관이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해 투입되기 시작했다. 외부에서는 빨리 해당 기업의 책임 있는 대표가 사고 원인과 책임에 대해 설명해 주기 바랬다.

    또한 사망자 가족과 동료들이 회사측에 자세한 사고 설명을 요구하고, 장례식을 포함한 보상 대책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기 원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에서는 아무런 외부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사고 직후 일부 기자들을 불러 모아 고개 숙이는 사과 기자회견을 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의미 있는 답변조차 내 놓지 못했다. 사망자 가족들은 울분을 터뜨리며 회사의 안이한 대처를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유가족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보도하며 회사에 대한 부정기사들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비판 여론이 발생해 해당 기업에 대해 정부의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요구들이 끓어 넘치기 시작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하나 같이 왜 해당 기업이 그렇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을 한다.

    정부의 조사가 진행되는 한달여 기간이 지났다. 그간 해당 기업의 대표이사를 비롯한 위기관리팀은 사회적 공적이 되었다. 무능하고, 안일하고, 우왕좌왕하며, 아무런 힘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표이사와 위기관리팀은 실제로 어떤 의사결정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기업 오너와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에게 대응 잘하라 하는 지시만 내려 보냈을 뿐 그 외 실질적인 위기대응 방식에 대한 결재를 해 주지 않았다. 당연히 사과광고나 사망자 보상이나 그 외 여러 위기관리 대책들이 입안과정에서 머무르며 진행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사회적 공분만 생성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러던 중 언론의 대대적 최후 반격이 시작되었다. 대표이사 윗선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날 직후 기업 오너와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를 신속히 경질하고 주요 위기관리팀 멤버들을 교체했다. 전투 중 장수를 바꾸지 말라는 상식을 뒤엎은 결정이었다.

    오너와 이사회에서는 신임 대표이사에게 이전의 무능했던 위기관리를 답습 말고, 신속하게 위기를 마무리 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미 정부의 조사결과도 나왔고, 회사의 책임 부분도 이전보다 명확 해졌다. 사망자 유가족들도 이미 지쳐 있었고, 협상은 전문적 일선 팀에서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새롭게 출발한 대표이사의 위기관리팀은 바로 사과광고를 내고 유가족과의 협상 타결을 공지했다. 이전에 얼굴도 비추지 않았던 대표이사와 위기관리팀을 원망하던 유가족들은 바로 유가족을 찾아와 협상을 마무리한 새 대표이사에게 감사했다. 결국 이 회사는 유동적 상황을 참고 견디다가 위기관리팀을 교체해 새롭게 어프로치 하는 비상식적인 전략을 구현했다. 내부적으로는 경질해야 했던 대표이사를 위기를 빌어 정리하고 몇몇 핵심인사에게도 책임을 물었다는 소득(?)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모든 것이 계획에 의한 비상식적 전략이었다.

    1. 대변인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전략

    이 회사에서는 평소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이 입을 모아 이렇게 이야기했다. “홍보실에 정보를 주면 어느 새 언론에서 알아 버려 위험합니다. 홍보실에서는 자신들이 흘린 정보가 아니라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의심이 갑니다. 그래서 홍보실에게는 아무런 중요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보가 흘러 나가지 않게 됩니다.” 이에 대해 홍보실은 하상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번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그랬다. 홍보실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기자들이 여기저기에서 연락 해 와 이번 위기에 대해 처음 인지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해 보고 어떻게 된 것인지 입장을 정리해 알려 주겠다 하며 전화를 끊은 홍보실장이 대표이사에게 문의했다.

    대표이사는 “그게 좀 그렇게 되었다”는 식의 답변 뿐이다. 급한 홍보실장이 여러 논란에 대해 질문 하자 대표이사는 마케팅 실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라 한다. 홍보실장이 마케팅 실장과 다른 연관 부서장에게 미팅을 요청했다. 그런데 대부분이 신속한 미팅은 일정상 어렵다는 반응이다. 유선상으로 관련 문제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했지만, 다들 주저하면서 대표이사와 같이 미팅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기자들은 계속 회사의 공식입장을 내라 재촉한다. 몇몇 부서장에게 하소연했지만 그 부서장들은 “홍보실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 아닌가?” 또는 “그러라고 홍보실이 있는 건데 뭘…” 이런 반응이다. 결국 마감 때까지 아무런 입장도 언론에 전달하지 못했다. 당연히 극단적이고 부정적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은 그래도 세부 정보들이 언론에 흘러 들어가지 않은 게 그중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세한 정보를 홍보실에 모두 공유했었다 면 아마 보도와 기사가 더욱 더 풍성 해졌을 것이라 상상하는 것이다. 어차피 부정기사는 다른 부정기사가 밀어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경영진들이기 때문에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준다 보고 있다.

    여러 후속기사들이 나오면서 상황이 좀더 악화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정치권에서 큰 스캔들이 터졌다. 점차 언론의 관심 밖으로 회사의 위기가 멀어 지기 시작했다. 홍보실은 위기발생 직후부터 아무런 정보도 메시지도 정리하지 못했다. 이윽고 위기에 대한 주목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경영진은 자신의 전략이 맞았다고 이야기하며 홍보실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 이야기했다. 홍보실을 통해 정확한 정보와 입장을 정리해 전달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상식을 이 회사는 의심했던 것이다.

    1. VIP가 절대 나타나지 않는 전략

    다른 회사 VIP들은 PI라는 계획까지 세워가면서 언론홍보와 온라인 홍보를 하고 있는데, 왜 우리 회사는 그렇게 VIP를 띄우지 않느냐 내부적으로 의아해하는 임원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VIP를 공개적으로 띄워보았 자 뭐 좋을 게 있느냐 면서 차라리 은둔의 경영자라는 말을 즐기시라 조언 하기도 했다.

    출입기자들은 물론 거의 아무도 VIP의 실제 얼굴을 본적이 없다. 스냅사진으로 흐릿하게 찍힌 사진이 유일하게 언론에서 가지고 있는 사진이다. 가끔 회사에 대해 좋은 기사가 나왔을 때에도 VIP 사진이 없어 언론에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불평이 들린다.

    홍보실에서는 비서실에게 릴리즈 가능한 VIP 증명사진 파일을 좀 공유 해 줄 수 있느냐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기자들에게는 VIP께서 언론을 통해 실속없이 홍보되는 것을 꺼려 하신다. 워낙 겸손하셔서 언론에 나서시는 것을 사양하신다는 논리로 양해를 구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VIP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했다. 많은 언론이 VIP와 관련된 이슈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기사와 보도에 사용할 수 있는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사에 싣기에는 선명도나 형식이 어울리지 않았다. 홍보실에게 사진자료를 달라는 요청이 언론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왔지만 평소에도 없던 사진이 릴리즈 될 리 만무했다.

    결국 검찰에서 VIP소환 일정을 잡았다. 기자들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VIP 실제 모습을 보려고 당일 몰려 들었다. 그러나 VIP는 검소한 복장을 하고, 이른 시간에 몰려 있는 기자들을 뚫고 민원인인 듯 검찰로 입장했다. 주변 기자들은 아무도 그가 VIP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결국 검찰의 조사를 받고 유유히 빠져나오려던 VIP는 기자들의 불심검문(?)에 걸렸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VIP였지만, 비서실과 경호원의 호위 아래 차에 태워졌고 급하게 검찰청사를 떠나는데 성공했다.

    VIP와 경영진은 입을 모아 평소 VIP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던 덕분에 검찰 출입과정에서 다른 VIP같은 곤경(?)은 경험하지 않았다며 성공했다는 평가를 한다. 괜히 여기저기 얼굴이 팔리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다. 책임 있는 기업 VIP로서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또는 리더십을 가시화한다 등의 상식적인 전략이 의심받는 순간이었다.

    1. 배상이나 보상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

    어떤 배상이나 보상의 책임이 생기면 해당 기업은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그 책임을 행하는 것이 위기관리에 있어 상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회사는 그런 책임이 있음에도 상당한 시일을 허비하며 그 요구를 하는 이해관계자들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여론이나 언론은 점점 더 악화되고, 협상에 지쳐가는 이해관계자들이 추가 이슈를 제기하면서 회사를 궁지에 몰아넣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왜 그렇게 협상이 지지부진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일부에서는 회사가 보다 전향적 자세를 보이라는 요구를 한다.

    회사 협상팀에 소속된 임원들은 반면 이런 생각을 한다. ‘협상은 끌면 끌수록 상대가 조바심을 내고, 이내 지치게 되는 법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의지나 에너지가 고갈되죠. 거의 마지막 지경에 다달았을 때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안을 지속 제공하면 그걸 상대가 받을 가능성은 높아지죠. 이것이 협상전략입니다.’ 홍보실은 이런 협상전략에 대해 좌불안석이 되어 있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협상팀의 전문성을 믿는다면서 그들의 전략을 지지하고 있다. 결국 대표이사와 협상팀이 예상하던 상황이 되었고, 협상 내용은 회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종결되었다. 그러나 그 기간이 상당했고, 그 동안 회사에 대한 부정기사와 부정 여론 또한 막대했다. 이제부터는 홍보실이 잘 해서 다시 이미지를 턴 어라운드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부정적 상황을 최소화 하라는 위기관리 전략이 그들의 목표와는 달랐던 것이다.

    1. 배상 비용을 차라리 법적 대응에 쓰는 전략

    결국 주판을 두들겨보니 마지막까지 법적 자문 비용과 대응 비용에 쓴 예산이 최초 배상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던 예산보다 많이 나왔다. 최초부터 배상을 진행 해 빨리 일을 끝내자는 임원들은 이렇게 해서 결국 얻은 게 무엇이냐 회사에 따지기 시작했다.

    반대로 처음부터 법적 대응을 통해 배상책임을 최소화하거나 없애 보자 제안했던 임원들은 결과적으로 큰 예산을 쓰기는 했지만, 배상에 대한 책임을 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배상이라는 것이 기록에 남기 때문에 전례가 될 수 있어 이렇게 라도 대응해서 처리한 것이 최선이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대표이사는 결과적으로 예산은 초과되었지만, 법적 대응은 잘 한 것이라는 이야기로 사내 논란을 잠재웠다. 홍보실에서는 그간 입은 회사 명성과 데미지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걱정은 회사 구성원 대부분이 공유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부서에서도 법적 대응이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면서 법무팀을 칭찬하고 있다. 결국 홍보실을 비롯 초기 배상을 통해 빨리 위기를 관리하자 했던 임원들은 순진한 아마추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1. 사내 비리나 문제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전략

    일반적으로 사내 비리 이슈나 문제는 회사 스스로 어떻게 든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려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만약 밖으로 일부가 새어 나가도 그에 대해 부정하거나 컨펌 하지 않고 대응을 로우 프로파일로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회사의 비리 문제를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와 함께 뼈를 깎는 개선책을 내 놓겠다 하이 프로파일하며 커뮤니케이션 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이사의 강력한 지시 사항이어서 홍보실도 발표를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연히 회사가 발표한 비리문제에 대해 언론과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고, 나름대로 발표한 개선책은 그리 주목 받지 못했다. 검찰은 물론 국회에서까지 그 문제에 주목하고 회사 책임자를 소환하는 등 난리가 벌어졌다. 고객들과 주변 이해관계자들도 화를 내며 회사에 대한 실망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왜 그런 이상한 결정을 했을까? 대표이사가 사내 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가 강해 그런 결정을 했을까? 사내에서 도는 이야기는 달랐다. 전임 대표이사가 해당 비리에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이다. 신임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전임 대표이사와 관련된 비리 내용을 공개하고 커뮤니케이션 한 것이라 한다. 결국 파벌을 거느리고 신임 대표이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전임 대표이사는 구속되었고, 그 사내 파벌은 자취를 감추었다.

    홍보실은 그 과정에서 힘든 고민이 많았고,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지만, 사내에서 이번 위기관리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평을 하고 있다. 회사내 정치적 문제들이 깨끗하게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같은 회사에서도 다를 수가 있다.

    1. 위기 때 대형 프로모션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전략

    홍보실에서는 절대 그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상당히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 회사가 마케팅부서의 아이디어를 듣고 대형 할인 프로모션을 개시한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일종의 주목분산 전략이라고 하면서,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할인을 제공하면서 매출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영업에서도 일단 이전 위기상황에서는 판매가 전혀 안되던 상태였는데, 대대적 프로모션을 개시하니 하나 둘 다시 고객들이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며 반색하기 시작했다. 결국 몇 달간 매출이 위기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고, 언론에서도 이 결과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소비자들이 바보라 지적하면서 그 회사의 위기관리 전략이 비상식적이라 비판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렇게라도 위기를 관리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는 분위기다. 어차피 팔리지 않을 제품을 프로모션을 통해 털어 냈다는 것도 의미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홍보실에서는 실제 문제가 된 건에 대해서는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프로모션에 심취해 있는 회사 분위기를 개선해 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이렇게 라도 긍정적 결과들이 이어지면 위기는 관리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고객들은 어차피 프로모션에 넘어가게 되어 있다며, 멋진 위기관리 아이디어를 낸 마케팅을 치하하고 있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의 프로모션은 상식적이지 않다 이야기했던 홍보실과 몇몇 임원들에게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람들이라는 평가만 돌아왔다.

    이상의 상식을 뛰어 넘는 위기관리 전략들을 보면, 과연 우리가 공유하는 상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 상식이 곧 성공적이라거나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반대로 상식을 뛰어 넘거나 비상식적이라 불리는 것들이 무조건 나쁘거나 위험한 것일까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된다.

    같은 위기라도 각 회사마다 각기 위기관리 목표는 다르기 마련이다. 그 목표가 일부 정치적일 수도 있고, 그 목표 자체가 비상식적일 수도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위기관리 전략도 종종 상식을 뛰어 넘거나 비상식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은 옳고 무엇은 그르고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내에서 어떤 위기관리 목표를 세우고 있는가에 대한 충분한 내부 공유가 필요하다는 정도가 중요한 교훈이 되겠다.

  • 위기관리, 착각을 먼저 인정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칼럼에서 매번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포인트들 만큼 위기라는 것은 매번 반복되고 반복된다. 그래서 이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란 없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기업을 두 가지로 나누면 위기를 경험한 기업과 앞으로 경험할 기업으로 나뉜다는 말도 한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들킨 기업과 앞으로 들킬 기업으로 나뉜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다. 최근에는 그에 더해 ‘또 들킨 기업’까지 더해져 세가지 기업 유형이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 모두가 반복 때문이다.

    이상하다. 그 똑똑하고 혁신적인 기업들이 위기 앞에서는 왜 그럴까? 해외 유수 MBA출신에 경영 컨설턴트에 대단한 경력을 가지고 세계 시장 진출에 앞장서는 성공적인 경영진이 수두룩하게 포진한 멋진 기업들이 왜 위기에 대해서는 그리 우왕좌왕하는 걸까? 품질과 서비스에 목숨을 걸고 불철주야 경쟁하는 기업들이라면서 왜 위기가 발생하면 실체를 드러내고 이빨을 보일까?

    그와 관련 해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 내부의 모습을 보고, 그들에게 그 이전 이후 이야기를 들어 보고, 생각을 나누어 보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우리가 평소 상식 또는 당연함이라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위기 시에는 착각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평소에 우리는 많은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놀라게 된다. 조직이 마음과는 달리 이상하게 움직인다고 느끼게 되고, 무엇이 잘 못된 것인지 당황스러워 진다.

    주요 위기에 대해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부분들을 정리해 본다. 결론은 이것들이 모두 착각이니 그 착각을 정확하게 착각이라 깨닫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을 평소에 해 놓자 하는 것이다. 이 부분도 착각하지 말자.

    첫 번째 흔한 착각. 위기가 발생하면 알아서 잘 대응할 것이다.

    사실 제3자 관점에서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드는 착각이다. 그러나 여러 성공을 경험한 경영자와 그를 둘러싼 위너(winner)들이 회사를 움직이는 경우 종종 이런 착각이 회사를 지배하곤 한다. 이런 기업에서 평소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특징이 있다.

    “저희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잘 준비 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그 부분에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서 OO기업 같은 대기업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죠.” “사실 저희가 국내에서는 최고입니다.” 모든 임직원이 성공이라는 흥에 취해 있다. 당연히 문제가 발생하면 이전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열심히 그리고 무난하게 처리 해 나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는 것이다. 그런 기대는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며칠 내에 무너진다.

    위기대응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접한 이런 기업의 경우 내부에서는 해당 위기를 음모론에 엮어 해석하거나, 해당 위기의 수준이나 이해관계자들을 폄하하는 현상이 목격된다. 잘 나가는 우리를 경쟁사나 정부가 시기했다 이야기 한다. 임직원이 열심히 대응하기는 했지만, 해당 위기가 전혀 위기답지 않았다거나, 그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정상이 아니었다 불평을 늘어 놓는다. 이 또한 위기관리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니 문제라 볼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진은 평소 자사에 만연한 막연한 기대감을 단호하게 배척해야 한다. 우리도 실수할 수 있다. 우리가 경쟁사만큼 또는 그 보다 훨씬 더 잘 준비되어 있는지 다시 확인해 보자. 실제 대응 역량이 존재하는지 정확하게 분석해 보라. 이런 사고방식이 실제 위기관리에는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 흔한 착각. 한번 경험한 위기니 다음에는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착각이 아니라 실제였으면, 왜 그리 많은 기업들이 유사한 위기를 반복 경험하고 또 반복 실패할까? 일반적 상식으로도 학생이 한 번 풀었던 문제라면 다음 시험에서는 그 문제의 답을 알아 절대 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데 그렇지 못하니 문제다. 풀었던 문제를 매번 낯설어 하고, 틀렸던 문제를 똑같이 또 틀리는 것이다.

    그런 기업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지난번 위기와 이번 위기는 좀 상황이 다릅니다” “지난 번 위기를 경험했던 경영진들이 모두 바뀌어서 그래요” “저희는 지난 번 위기도 그렇게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에 준해서 대응 한 것뿐입니다.” “달리 어쩔 수가 없어요. 그 부분은…” 듣는 사람도 갑갑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이 또한 위기관리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무력함, 무관심, 자기 합리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는 한 위기관리는 제대로 될 수가 없다. 하루 빨리 이런 착각을 극복해야 한다. 대신에 ‘똑 같은 위기가 또 발생하면, 그 때에는 우리가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을까?’ 반복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지난 위기관리에서 우리가 무엇을 개선해야 했는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개선점을 정확히 공유하고 개선 실행해 더 이상은 유사한 문제가 없게 노력하는 것이 낫다. 틀린 문제를 또 틀리는 것은 수치라는 생각이 먼저다.

    세 번째 흔한 착각. 위기로 고통 받는 저 기업과 우리는 좀 다르다

    경쟁사 위기를 우리라고 비켜나갈 수 있을까 고민 해 보는 게 어찌 보면 상식 같은데, 경쟁사의 고통이 내심 달콤하기만 한 것일까? 기업의 위기 케이스를 보면 업계에서 마치 돌림병처럼 서로 돌려가며 위기를 경험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종종 경쟁사의 위기 케이스에 대해 질문해 보면 이런 답변을 하는 기업이 있다. “그 회사는 이미 그렇게 될 줄 알았어요. 업계에서는 다 알고 있던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완전히 달라요. 저희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 회사가 문제에요. 참 바보 같죠. 사실 엉터리 회사거든요” 참 난감한 주장이다. 우리는 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애사심 같아 보이지만, 그 반대 방향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많아 위험하다.

    경쟁사를 이기려면 먼저 경쟁사를 존경하는 것이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경쟁사가 멍청하고 엉터리라서 저런 위기를 당해 자빠졌다는 생각 보다, 저 회사가 저 정도 밖에 위기 대응을 못했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일까를 먼저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다. 저 회사가 그래도 잘 대응한 것은 무엇이고, 우리는 그 보다 더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좀더 조바심을 가지는 것이 낫다. 경쟁사의 위기를 보고 비웃기만 하면, 언젠가는 우리도 비웃음 거리가 된다는 생각을 하자.

    네 번째 흔한 착각. 저희는 잘 되어 있습니다.

    대단한 자긍심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이 이런 주장을 많이 한다. 성공 해 글로벌을 넘나드는 본사의 위대함이 한국 지사에게도 공히 적용된다 믿는 것이다. 본사의 두꺼운 영문 위기관리 매뉴얼을 자랑하기도 한다. 자사의 위기관리 원칙과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며 왜 자신들이 위기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이런 기업은 실제 어려운 위기를 경험하고 나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번 위기는 어떤 회사도 관리하기 어려운 특수한 유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지사에서는 제대로 대응 전략을 세웠는데, 본사에서 한국을 이해하지 못한 게 패착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잘 되어 있는데, 한국 경영진이 아무런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려 해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후 하소연을 한다. 잘 되어 있다고 믿었는데 실제는 그러지 못했던 것이라는 이야기를 에둘러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최소한 경영진들은 본사만큼 우리 자신이 잘되어 있지는 못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모두 위기를 잘 관리 하고 있다 믿는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가 발생하기 직전까지만 성공적인 매뉴얼이라는 말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빨리 잘되어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대신 본사만큼 우리가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경영진은 본사와 함께 또는 단독으로 전략적 대응 의사결정을 정말 할 수 있을까? 본사가 우리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을까? 이와 같은 많은 질문을 선제적으로 하고,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 스스로 보다 솔직해져야 한다. 여러 번 경험 했던 문제들을 기억해야 한다.

    다섯 번 때 흔한 착각. 어떻게든 되겠죠.

    이런 경우 해당 기업에서 위기관리 업무를 하는 임직원들은 알고 있다.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문제인지 안다. 조직이 잘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일선이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의사결정 수준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예산이 없어 실제 위기가 발생해도 대응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하나 하나 극복할 수가 없다 하소연 한다. “저희도 다 알고는 있어요. 그런데 VIP께서 그에 대해 관심이 없으셔서요” “마케팅이나 영업 예산도 없어요. 그런 위기가 발생하면 아마 회사는 문 닫아야 할 겁니다.” “일선에서 하도 문제를 많이 일으켜서 위기 때에는 더 할거라 예상은 당연히 하죠. 그런데 일선에서는 전혀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네요” 말 그대로 하소연이다. 문제는 하소연이 위기를 관리해 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알고는 있어도 준비나 대비나 개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운명론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어떻게든 되는’ 다행스러운 위기는 없다.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우리의 민낯을 드러나게 하는 위기만 있을 뿐이다. 자위적인 운명론이나 희망은 버려야 한다. 대신 현재 제한된 환경 속에서 조금이라도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어떻게 VIP를 설득해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사실 모든 VIP는 위기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VIP가 위기관리에 관심이 없다는 생각 또한 실무진들이 범하는 가장 흔한 착각이다. 문제는 실무진들과 VIP가 제대로 위기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데 있다. 그것이 내부 분위기에 기인한 것인지, 내부 체계나 기업 문화 때문인지를 밝혀내 극복해 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섯 번째 흔한 착각. 조직이라면 위기 시 일사불란 한 것이 당연하다

    엄청난 착각이다. 조금만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기업 위기 케이스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위기관리 시 여러 잡음을 냈었는지는 금새 알 수 있다. 임직원의 사적 개입은 너무 흔해 손으로 꼽기 조차 어렵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애사심이 위기 시 현란하게 발산되는 모습들이 이미 흔하다. 조직 구성원으로서 그렇게 해서라도 회사를 위기로부터 구해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당황스러운 이야기까지 나돈다.

    이런 기업들은 또 이런 하소연을 한다. “저희가 내부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아무리 교육을 해도…” “본사의 방침이 일선 직원들에게까지 정확하게 전달이 안되다 보니까 이런 상황이 벌어지네요” “그건 상식 아닌가? 어떻게 그렇게 비상식적 대응을 할 수 있나 모르겠어요. 이번 건은 그 직원 개인 함량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부적으로 이런 손가락질이 상호 난무하는 것이다.

    기억하자. 조직은 항시 통제 불가능하다. 조직은 절대로 일사불란 할 수 없다. 조직은 원래 중구난방이다. 이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와 다른 착각이나 기대를 하지 않아야 위기관리를 위한 조직 통제는 일부라도 가능해 진다. 통제되지 않는 조직을 가진 기업은 절대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 일사불란함이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다만 그러한 상상력을 실제 현장에 구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기업만 성공한다. 이를 위해 조직을 끊임없이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군인이라면 당연히 일사불란 할 것이라는 생각이 맞는다면, 왜 군은 그렇게 매일 매일 수 많은 군인들의 훈련에 힘쓸까? 군인들이 일사불란 한 것은 지속적으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지, 원래 일사불란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일곱 번째, 모두가 한 마음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정말 소가 웃을 착각이다. 위기 시 조직 구성원들의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는 그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위기 시 VIP의 위기관리 목적이 일선 직원의 위기관리 목적과 똑같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과연 어떤 근거인지가 더 궁금하다. 절대 그럴 일은 없으니 착각하지 말자.

    예를 들어 가격담합 논란으로 큰 위기를 맞은 기업 내부를 들여다 보자. VIP는 이에 대해 자칫 거대한 과징금은 물론 이후 발생할 여러 제반 문제로 고민하며 이번 논란을 잘 관리해 규제기관 조사나 처벌은 피하자는 위기관리 목표를 세우고 있다. 대표는 이와 달리 이번 위기를 잘 관리 해 안정적인 가격 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임원은 이번 문제로 전문경영인인 대표가 경질되는 것을 기대하며 이를 내심 위기관리 목표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일선 직원들은 무엇이 어떻게 되던 연일 밤새움이라도 먼저 그치기를 위기관리 목표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동상이몽이 생기는 것은 위기 시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 만큼 평소 착각은 위기 시 더욱 더 위험해지는 셈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상 모든 조직원은 평소와 위기 시 각기 다른 생각과 목표를 가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위기 시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일원화 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기울여야 한다.

    내부적으로 평소보다 훨씬 많고 다양해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VIP의 생각이 모든 구성원에게 골고루 공유 강조되어야 한다. 여러 구성원의 생각을 하나로 억지로 통제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VIP 생각을 모든 구성원들이 알 수 있게는 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 이후 VIP생각을 기준으로 신상필벌이라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착각만 하고 있다가는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을 수 있다.

    이상의 다양한 착각들에는 공통점이 몇 개 있다. 일단 긍정적 기대감이 그 중 하나다. 이는 평소에는 나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위기 시에는 위험한 부작용을 낫는다. 따라서 위기관리에서는 긍정적인 기대감 보다는 발전을 위한 부정적 의심이 더 도움이 된다.

    또 하나 착각들의 공통점은 위기관리에 대한 실제 경험이나 깨달음이 적은 경우 그런 착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국민들은 전쟁에 대한 막연함이 있다. 그래서 전시에도 편의점은 열겠지? 전쟁이 나면 제주도로 비행기 타고 피난 가면 되지 않나? 같은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은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평소 내부에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끊임없는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항상 강조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착각들의 마지막 공통점은 VIP도 이와 똑 같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혹시 VIP는 전혀 그리 착각하고 있지 않은데, 회사 임직원들 스스로만 그리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VIP도 그것이 당연하다 착각 하는 것일까? 어떤 것이 실제일까? 내부적으로 그에 대해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그 착각은 진짜 큰 문제가 된다. 사후평가와도 관련된 부분이라 임직원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착각이 돼 버리는 셈이다.

    하루라도 빨리 그런 착각들을 버려야 한다. 보다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위기를 바라보아야 한다. 합리적인 의심을 품고 내부와 외부를 점검해야 한다. 알려졌거나 반복된 문제에 대해 개선을 위한 실질적 노력이 실행되어야 한다. 끊임 없이 교육하고 훈련하고 시뮬레이션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한 노력을 기억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 하자는 원칙이다. 그 대상이 VIP이건, 직원이건, 일선이건, 이해관계자들이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평소나 위기 시 공히 꾸준히 커뮤니케이션 하자. 그래야 그나마 위기는 관리된다 믿어보자.

  • 40. 훈련된 대변인에 의지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기업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커뮤니케이션 영역 중 가장 ‘전략’에 대한 의미가 큰 영역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란 상당부분 ‘통제(control)’를 의미한다. 미시적 관점에서 다양한 통제(control) 요소들을 관리(management) 해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성공이 가능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큰 위기가 닥치면 모든 구성원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언 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원 보이스(one voice) 전략이다. 그러나 이 조언을 말 그대로 받아들여 수천에서 수만에 이르는 전직원이 정해진 메시지들을 일사불란하게 내외부로 전달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인식하면 문제가 생긴다. 현실적으로 전혀 실행 불가능한 개념이라 서다.

    임직원 십여명이 모여 합창을 하더라도 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혼란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전략적 메시지를 개발해 사내 공유하는 실행도 현장에서는 무척 버겁다. 그런 와중에 그 메시지를 수천 수만명 직원들이 정해진 그대로 전달해 낼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차선 전략으로 ‘창구 일원화’ 주문을 한다. 수천 수만명 임직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외부 창구를 정리하고, 그 창구만을 통해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자 조언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해진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 이유다.

    대변인이란 그 정해진 창구 일선에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자다. 당연히 회사를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하기 때문에, 신뢰성과 공식성을 안팎으로 인정받는다. 대변인에게는 사적 생각이나 메시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변인은 내외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해진 회사의 공식 메시지를 말 그대로 ‘전달’하는 자다.

    대변인의 임명은 기존 업무와 위기관리 매뉴얼에 기반해 정리된다. 홍보실 임직원 중 한두명이 암묵적으로 그 일을 진행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이해관계자별 전문 대변인을 임명 해 훈련한다. 대관 업무, 대민 업무, 대소비자 업무, 대언론 업무, 대직원 업무, 대거래처 업무, 대노조 업무 등 각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창구 대변인은 어느 회사나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존재한다.

    회사의 대변인이 한 명이건 수 십 명이건 기본적으로 대변인은 훈련 받아야 하고, 해당 이해관계자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평시부터 지속적인 대이해관계자 경험을 쌓은 자여야 한다. 단순하게 사내 직급을 중심으로 훈련, 이해, 경험이 없는 자가 위기 시 대변인 역할을 맡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실행이다. 누구든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자는 평시나 위기 시 기업을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된다.

    여러 기업에서는 ‘대표이사’가 자사를 대표하니, 당연히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가 질문한다. 만약 대표이사가 해당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전문적 훈련을 거치고, 완벽에 가깝게 연출 가능한 수준이라면 그 대표이사는 대변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대표이사라면 대변인이라 할 수 없으며, 급히 대변인 역할을 해서도 안 된다.

    ‘내가 대표인데 기자 질문에 답을 안 할 수 있나?’ ‘내가 대표인데 모른다 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대표인데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못해서야 되겠나?’ 등과 같은 생각을 일반 대표이사들은 종종 한다. 이런 생각 자체가 대변인으로서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정해진 대변인이 아니라면 누구든 누구에게도 어떤 질문에도 답해서는 안된다. 앞에서 이야기한 통제(control)와 관리(management)의 개념을 기억하자.

    대변인이기를 원하는 대표이사라면 먼저 훈련받아야 한다. 준비하지 않고 전문적 이해관계자들과 마주해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그 결과는 백전백패다. 실패한 수 많은 대표이사들과 우스꽝스럽게 된 자신 관련 보도를 접한 VIP들이 반복적으로 후회하는 부분이다. 함부로 이해관계자에게 나가고, 이를 피하고,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훈련을 생략하고 무조건 나서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훈련된 대변인은 위기 시 천군만마 역할을 한다. 성공적 대변인은 메시지 한두줄과 표현 한 두개로 위기 상황을 완화, 전환시키고 이해관계자 공감까지 이끌어 낸다. 흔히 레토릭(수사학) 그 자체에만 주목하곤 하는데, 대변인에 의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철학과 전략의 수준에 기반 해 성패가 나뉜다 볼 수 있다.

    훈련 받은 대변인은 이미 알고 있다. 스스로 공감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은 공감 받을 수 없다. 철학적 기반 없는 메시지는 공허하다. 레토릭에만 집중한 커뮤니케이션은 곧 이해관계자들에게 거부된다. 실행을 전제하지 않는 메시지는 이내 비판받는다. 자기 중심적이고, 자사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메시지는 효과가 없다. 이런 소중한 깨달음이 훈련 받은 대변인들에게는 기본이다. 기업이 대변인을 의지해야 하는,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래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