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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심메시지라는 게 가능하긴 한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미디어트레이닝에서 들어보면 항상 핵심메시지를 만들어 활용하라 조언 하시는데요. 실제로 기업 내에서 민감한 이슈 각각에 핵심 메시지 개발이 가능한 것인지 의아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메시지가 정해져야 하나의 목소리라도 낼 텐데 그게 가능하지 않는 상황들이 많죠. 어쩌면 좋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조직 내에서 핵심메시지를 고민하는 부문은 대부분 홍보부문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핵심메시지를 더 깊이 고민해야 하는 분들은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자들이어야 하죠. 조직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두가 동일한 목적과 동일한 생각을 바탕으로 전진해야 하는 데, 그에 대한 고민이 최고경영진에 없거나 부족하다면 그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이 조직 내에서 핵심메시지 개발과 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해당 민감한 이슈에 대하여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내부에서 대부분 모르는 경우’입니다. 해당 이슈가 존재한다는 것은 임직원들이 알고 있는데 반해 그것이 어떤 배경에서 왜 발생했는지 모르는 겁니다. 당연히 임직원들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시각을 메시지에 투영합니다. 어떤 메시지가 정설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채 내 외부에서 상당 수준으로 회자 됩니다. 당연히 ‘핵심 메시지’로 하나의 공식 메시지는 존재할 수가 없게 되죠. 여기에서 해당 이슈에 대한 진짜 핵심메시지를 알고 있는 분은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 극소수입니다. 그분들이 핵심 메시지를 정리해 하달 해 주시는 것이 가장 현실적 방법이 되겠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핵심 메시지라는 것에 대해 자신이 신경 써야 하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홍보부문에서 종종 핵심메시지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이유는 외부에 기자들과 같은 질문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관업무를 하거나 IR업무를 하거나 고객상담을 하거나 하는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죠. 항상 이해관계자들이 질문을 해오니 어떤 정해진 공식 메시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내부적 수요도 생기는 법입니다.

    하지만, 다른 많은 부문들은 별반 질문 받을 일이 없습니다. 자기 부문에서 발생한 이슈에 대해서도 다른 부문들이 물어보면 “그걸 왜 당신들에게 설명해야 합니까?”하는 반응을 보이곤 하죠. 이러니 다른 부문에서 발생한 이슈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 필요 없다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부문의 임원이나 팀장급이 언론이나 다른 이해관계자와 접촉 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모르는 이슈에 대해서는 그냥 모른다 하면 되는데, 개인적으로 안다 하면서 전혀 다른 메시지들을 전달하니 문제가 됩니다. 평소 주요 임직원들간에 회사의 중요 이슈에 대한 핵심 메시지의 개발과 공유는 자연스럽게 체계화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관심을 누가 가지게 하느냐? 최고경영진들이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핵심메시지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개발된 핵심메시지에 대한 내부 수용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홍보부문에서 핵심 메시지를 개발합니다. 문제는 이를 받아본 다른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이 “이 메시지는 앞뒤가 안 맞네” 또는 “이건 사실 말장난이지 우리 전문가들은 이게 말도 안 된다는 걸 아는데’라고 평가하는 경우입니다.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충분한 정보공유와 피드백이 사전에 부족했다는 증거죠. 이걸 어쩌겠습니까? 홍보부문과 함께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한번 모여 머리를 맞대면 해결될 일인 걸요.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모습을 보면 지금 그 회사가 어떻게 상황을 관리하고 있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상당부분 알 수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 회사의 메시지들이 들쭉날쭉하거나, 오락가락하거나, 서로 말이 맞지 않는 경우들을 한번 상상해 보시죠. 무언가 문제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사람 개인 한 명이 커뮤니케이션 할 때는 하나의 메시지를 핵심으로 활용하며 반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이 수명에서 수십 명으로 늘게 되면 기술적으로도 하나의 동일한 메시지가 사용될 가능성은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이때부터 경영(management)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창구를 일원화 한다거나, 핵심 메시지를 사내에 공유하여 가능한 다양한 창구들이 동일한 메시지들을 내 외부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경영(communication management)이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내부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많은 임직원들이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한 회사 실무자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항상 말씀 드리지만, 이는 경영진이 리딩 부문에게 가지는 신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뢰로 극복한 어려움은 더욱 큰 신뢰로 돌아옵니다. 방향이 맞는다면 우선 해보자는 겁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변호사들은 항상 왜 그럴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비교적 큰 규모의 기업 위기나 이슈관리 프로젝트에는 항상 변호사들이나 로펌(이하는 법무라인으로 통칭)이 주된 역할을 수행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클라이언트 업무의 절반 이상이 법무라인과의 업무와 연계된 것들이다. 위기와 이슈관리 유형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각각을 위해 법무라인과 일할 때 경험하는 어려움들은 단 몇 가지로 추려진다.

    첫째 어려움. 법무라인은 정보를 독점하려고 한다. 이 원인이나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변호사들이 판사나 검사로 일하던 시절 습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판사나 검사 경력을 가진 변호사의 경우 실무 당시 자신이 담당한 건에 관해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고 정보를 독점하던 경험이 당연한 습관으로 굳어졌기 때문 같다. 기업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법적 대응 로드맵이 지속적으로 위기관리팀에 공유되고 업데이트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상냥하게’ 공유 업데이트 해 주는 법무라인을 본적이 별로 없다.

    그들 대부분이 자신이 가진 정보와 향후 법적 대응 플랜을 최고경영진 일부에게만 공유하고, 인정받으려 하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홍보라인에서는 해당 로드맵을 정확하게 공유 받아야 이에 따른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울 수 있는데 그게 종종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실제 위기나 이슈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법무라인 활동과 홍보라인 활동이 서로 합치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법무라인으로부터 어차피 정보를 공유 받지 못하기 때문에 홍보라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에만 몰두하는 현상도 보인다. 흔히 이야기하는 기사 완화 작업이 그 중 하나다. 홍보라인에서는 해야 할 것에 대한 감이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제한되는 딜레마에 빠지는 데 그 이유 중 상당부분이 법무라인의 폐쇄성에 기인한다.

    둘째 어려움. 법무라인 대부분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일만 한다. 흔히들 홍보라인은 여론의 법정을 관리하고, 법무라인은 실제 법정을 관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미가 각각이 서로 각자 할 일만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끔 법무라인으로부터 “홍보라인이 왜 법적 포지션과 향후 법적 대응 플랜을 알고 싶어하나요? 그냥 홍보라인에게 맡겨진 일만 하시죠?”하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왜 홍보라인이 법무라인에서 하는 일에 참견하거나 엿보려 하느냐 핀잔을 주는 것이다.

    홍보라인이 법무라인의 논리와 플랜을 공유 받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법적 대응 전략에 언론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논리와 메시지들을 합치시키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지금 당면한 부정 이슈가 법적으로 자사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이에 대하여 자사가 향후 강력하게 법적 대응 할 것이다 하는 로드맵이 있다면 홍보라인의 커뮤니케이션도 그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홍보라인이 여론에만 신경 써 초반에 무리하게 길티(guilty)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피해를 주장하는 상대방에게 전폭적 수용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하게 되면 문제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반대로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아 법적 문제가 없음에도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 홍보라인이 정확하게 법무라인과 커뮤니케이션 해서 여론관리 차원에서 문제를 함께 푸는 활동을 해야 한다. 이런 경우 법무라인에서 “여론 부분은 홍보라인에서 알아서 하시고, 저희는 위에서 최초 정하신 소송 건을 진행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하는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물론 정해진 소송을 진행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여론의 강약과 방향을 좀 보면서 함께 완급을 조절해 나가는 운영의 묘를 살리자는 건데, 법무라인은 자신들의 업무가 그렇게 유연하다고 보지 않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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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어려움, 어떤 위기나 이슈관리 과정에서도 법무라인은 정치적이다. 홍보라인이 법무라인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이 정치력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법무라인은 특정 정보를 자신들만 독점한다. 그 독점한 정보를 최고경영진에게만 공유하고 부분적으로만 설명한다. 당연히 정치적으로 최고경영진은 법무라인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반면 홍보라인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정보를 오픈 한다. 최고경영진들은 신문이나 TV를 직접 보면서 홍보라인의 정보를 검증하거나 추측해 판단 평가한다. 최고경영진은 홍보라인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해 보고하는 사람들’로 간주한다. 당연히 법무라인에 비해 상대적인 의지가 적다.

    법무라인은 예상되는 결과에도 흔히 하는 개런티를 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에도 자신들이 빠져 나가야 할 길을 만들어 놓기 위해서다. 일이 잘못되는 경우를 위해 일이 잘 못 될 수 있는 여러 논리들과 법적 조항들을 여러 번 강조해 최고경영진의 면역력을 키운다. 좋게 말하면 전략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정치적이다.

    홍보라인은 이와 좀 다르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최대한 해 보겠습니다’라 말하는 홍보라인의 이야기를 최고경영진은 개런티로 이해한다. 당연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할 수 있다더니 능력이 모자라는구먼’하는 질책이 따라온다. 평소 홍보라인이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도 ‘하기 싫어 그러는 거 아니야?’ 또는 ‘자신이 없으면 홍보하지마’하는 반응이 되 돌아 온다. 법적 업무는 법률이 기준이지만, 홍보 업무는 개인의 역량이 기준이라 믿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상당히 많은 경우 위기나 이슈관리 전략의 충돌이나 갈등이 부서간 존재할 때 법무라인이 승리하는 비율이 많은 건 이런 태생적 정치력의 우위에 있는 그들의 경쟁력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면, 불쌍한 홍보라인은 그렇게 폐쇄적이고, 자기 일에만 열중하며, 정치적이기 까지 한 법무라인과 어떻게 잘 협업 할 수 있을까?

    첫째, 경험적으로 두 기능간 일사불란한 협업과 정보공유가 이루어지는 기업에는 꼭 ‘특별한’ 최고경영자가 존재했었다. 최고경영자가 스스로 “법무와 홍보가 같은 방향성을 공유 해 함께 시너지를 내 주어야 이번 이슈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기조를 지속 강조하고 법무의 폐쇄성을 개방시켜 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양쪽 기능을 함께 불러 같이 논의하고 공유하고 의견을 들어 균형을 잡는 그런 최고경영자가 있어야 한다.

    둘째로는 법무라인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홍보라인의 강화다. 법무라인이 보통 독점하려고 하는 정보들의 많은 부분은 사실 경찰 법조 기자들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간접 확인이 가능하다. 홍보라인이 그런 간접 정보라인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면, 법무라인의 폐쇄성을 상당부분 허물어뜨릴 수 있게 된다. 강한 홍보라인은 유수한 대형 로펌의 검찰, 법원 정보라인을 압도하는 정보역량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누가 더 정확한가 하는 판단은 결국 최고경영자가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신뢰의 방향은 바뀔 수 있다.

    셋째, 홍보라인은 최고경영자에게 ‘법무 로드맵에 따라 홍보라인은 관련 여론을 만들어 최대한 지원할 의향과 역량이 있다’는 핵심 메시지를 반복 전달해야 한다. 다양한 사례들을 경영진에게 공유하며 법무와 홍보가 함께 발 맞추어 나갈 때 엄청난 시너지가 일어 날 수 있다는 확신을 경영진에게 평소 일관되게 어필해야 한다. 목적과 목표만 같이 공감할 수 있다면 굳이 그런 시너지를 회피하려는 최고경영진은 없다.

    사실 여러 홍보인들이 하소연 하면서 ‘법무라인의 (조직 내) 힘이 더 세다’ “법무는 홍보를 우습게 본다’ ‘법무는 자격증이 있지만, 홍보는 아무나 한다’ 이런 자괴감들을 털어 놓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 해 보면 그들의 가장 큰 콤플렉스는 의외로 여론이었다. 자신들이 여론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는 기자들은 있어도 그를 통해 여론을 전략적으로 형성하고 관리해 나가는 경험에는 그리 자신이 없었다.

    이 이야기는 홍보라인이 강한 정보력과 실행 역량 그리고 이를 통한 최고경영진으로부터의 신뢰를 득하고 있다면 법무라인으로부터 지금과는 다른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법무와 홍보의 싸움은 곧 신뢰의 경쟁’이라는 말은 아주 정확한 표현이라고 본다.

  • 미국 타이레놀의 위기관리를 배우라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전문가분들에게 들으면 항상 미국의 타이레놀 위기관리를 배우라고 하면서 대표적 성공사례로 소개를 하네요. 근데 공부 해 봐도 우리 회사 상황하고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요. 이 케이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과감한 리콜’ 정도 같습니다. 이걸 배우라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범하는 실수들 중 가장 경계하셔야 하는 것이 어떤 특정 케이스를 보여주면서 ‘이대로만 하시라’ 하는 조언입니다. 사실 위기관리에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좀더 나은 답을 찾는 것이 위기관리이고, 최악의 답을 내지 않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죠. 미국에서 80년대 초 발생한 타이레놀 케이스는 분명 성공적 동인들이 많았던 케이스 이긴 합니다.

    우리가 이 케이스를 통해 배워야 할 인사이트라면 첫째가 핵심이해관계자 눈높이에 회사의 태도를 잘 맞추었다는 점입니다. 일부 지역, 일부 타이레놀 제품에 들어있던 독극물 협박 이슈임에도 회사는 두려워하는 전국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듣고 따랐습니다. 바로 모든 타이레놀 제품들을 매대에서 끌어내려 소비자들을 안심시킨 거죠. 말씀하신 과감함도 이런 눈높이 철학에서 나온 것입니다.

    둘째 인사이트는 회사가 겪을 재무적 피해보다 소비자 안전과 그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신뢰, 즉, 비가시적 자산에 더 방점을 두어 의사결정 했다는 점입니다. 참으로 어려운 결단이었을 겁니다. 투자자들이나 이사회로부터 “상당한 재무적 피해가 예상되는데 꼭 그래야만 하겠나?”하는 질문에 단호하게 답변 했던 CEO가 있었습니다. 일반 기업에서 재무적 부담 때문에 의사결정을 지연하면서 상황이 사그라지기를 기다리는 태도와는 다른 대응이었습니다.

    셋째 인사이트는 평소 자신들이 가진 ‘신조(credo)’를 모든 의사결정자들이 그대로 따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우리 회사에 비교해 한번 생각해 보시죠. 평소 오너와 CEO께서 지속 강조하시던 여러 경영가치들이 있잖습니까? 예를 들어 ‘고객 최우선 경영’이라 해보죠. 근데 고객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위기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러면 가장 처음 최고경영진은 어떤 의사결정 기준을 떠올려야 할까요? 맞습니다. ‘고객 최우선 경영이 우리의 가치였으니, 당연 이번 상황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놓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겠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진짜 그렇게 당연한 공감대가 형성되나요? 그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 타이레놀 케이스가 대단하다고들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 타이레놀 케이스는 우리의 흔한 위기 케이스와 다른 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혀 유사하지도 않은 케이스 본질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다른 점은 타이레놀을 생산했던 회사 존슨앤존슨은 이 케이스에서 순수한 피해자였다는 점입니다. 협박범에 의해 만들어진 엄청난 부정적 사건에 처한 피해자들 중 하나였다는 거죠. 그렇지만 우리의 많은 위기 케이스는 어떻습니까? 자사에게 전혀 책임이 없이 피해자로서만 당하는 위기 케이스들이 그렇게 많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가해자이거나 책임자인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다르죠.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험하는 위기의 유형들을 보면 상당수가 스스로 위기를 만들어 낸 케이스들입니다. 실제 위기 케이스들을 분석해 보면 그 수치가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기업 최고경영진 관련 위기, 내부고발성 위기, 기업의 규제나 범죄관련 위기들 같이 최고 수준의 위해성을 보이는 케이스들 모두가 스스로 만들어 낸 문제에 기반합니다.

    또 우리기업들이 경험하는 위기의 유형은 매번 반복되는 것들이 상당수입니다. 자사에게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경쟁사나 동종 또는 이종 기업들에게서 이미 목격되었던 위기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곤 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평소 위기관리에 관심을 두고 실질적 개선이나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존슨앤존슨의 경우에도 80년대 초 과감하게 자신들의 신조를 따라 성공시켰던 위기관리를 지난 30여년간 여러 차례 동일 반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회사도 제대로 반복 구현하지 못하는데, 제대로 위기를 관리 해 본일이 없는 일반 기업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따라 하기에는 부담인 것만은 확실하죠.

    타이레놀 위기관리는 기업의 오너나 CEO께서 건전한 기업 철학 구현 케이스로 귀감을 삼을 정도는 되지만, 위기관리에 있어서 예외 없는 의사결정의 기준은 될 수 없습니다. 모든 게 다를 수 있습니다. 헷갈리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내 1%의 인력이 곧 위기관리 경쟁력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천명 정도의 임직원을 가진 회사가 있다고 치자. 그런 회사 내에서 실제 발생할 위기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대비하면서 평시 위기관리를 하는 사람들은 상위 1% 가량의 고위경영진들이다. 약 십여 명 정도 된다. 여기에는 물론 대표이사도 포함된다.

    한국 기업들의 위기 유형을 한번 살펴보자. 몇 가지 유형에 있어 특징이 있다. 첫째 특징은 스스로 만드는 위기가 많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위해성을 나타내는 기업 위기로 대략 세가지 유형을 꼽는다. 1. 오너나 최고경영진관련 2, 내부고발 3. 기업 범죄나 규제 적발. 이 세가지 유형을 보면 종종 해당 기업이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해당 기업의 상위 1%에게 완전한 책임이 있는 유형이다. 흔히들 ‘대표이사는 몰랐었다’며 한발 물러서고는 하지만 여론에서는 그런 주장을 쉽게 믿거나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기업 내 1%의 경영 철학과 준법경영 마인드는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국내 기업 위기의 둘째 특징은 유사한 위기를 반복 경험한다는 점이다. 재작년과 작년에 경험했던 유사한 위기를 올해 다시 경험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던 위기지만, 다른 경쟁사나 동종 업계에서는 빈발하던 위기를 그대로 따라 경험할 때도 있다. 왜 유사한 위기를 반복해 맞고, 다른 기업에게 발생해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위기를 자사도 그대로 따라 맞는 걸까? 평소 회사가 위기관리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렇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사내 1%인 핵심 인력들이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게다. 그러다 보니 바깥에서 보면 어처구니 없는 반복과 답습이 계속된다.

    셋째 기업 위기 유형의 특징이라면, 기업 오너나 CEO가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는 위기관리 케이스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서야 일부 기업 오너들이 위기 발생 후 공개적 석상에서 사과 하고 재발방지와 배상책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곤 한다. 큰 변화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최상위 0.1%는 바깥으로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실제로는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은 그보다 하급자들이 담당 한다. 일종의 권위주의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다. 그것이 전략적인 결정이라면 이견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관습적인 것이라면 재고의 여지는 있다.

    넷째 기업 위기 유형의 특징이라면 사내에 강력한 기업 경영 철학이나 위기 시 따를 의사결정의 기준 가치가 별반 존재하지 않아 벌어지는 실패사례들이 많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 품질과 관련된 부분이다. 평소 사내 1%가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하던 기업 철학은 무엇인가?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라 했을 수도 있다. 품질이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도 한다. 환경과 커뮤니티가 최고 가치라고도 한다. 그렇지만 막상 그와 관련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말이 달라지니 문제다. 사내 1% 임원들 중 대부분이 ‘평소 우리의 가치는 가치이고, 이번 위기는 다른 기준을 가지고 좀 더 영리하게 헤쳐 나가야 하지 않겠나?’라는 다른 공감대를 가지게 되면 문제다. 평시와 위기 시 각기 다른 입장과 행동을 보이는 이중적인 기업을 이해관계자들이 신뢰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평소 위기에 대해 대응하는 고민과 훈련을 했었다면 비교적 쉽게 큰 문제 없이 관리될 수 있는 위기들이 많다는 점이다. 평소 대비와 훈련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위기대응 훈련 예산은 사내 1%가 소위 ‘인문학’ 강의를 듣는 수준의 예산보다도 적은 게 현실이다. 필자는 모 기업을 위한 위기관리 워크샵을 마치고 그 회사를 30년째 다닌다는 고위 임원의 말을 기억한다. “제가 그렇게 오래 이 회사를 다니는데, 오늘처럼 하루 종일 우리 회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겠는지를 같이 모여 고민해 본 경험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상당한 충격이었다. 사내 1%가 한번도 같이 모여 회사의 위기를 생각해 보거나 훈련해 보지 않았다면 과연 그 회사에게 위기란 수 십 년간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일까?

    이런 한국적 기업 위기관리 환경에서 가장 핵심 중 핵심은 사내 1%의 위기관리 경쟁력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평소 그 1%가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는 활동들을 직접 해야 한다. 하다못해 관심이라도 지속적으로 표현해 아래 직원들이 그렇게 움직이도록 독려해야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라”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하기 보다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같이 만들어 보자” 해야 맞다. 그 과정에서 1%가 얻을 수 있는 배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99% 위기는 예상 가능하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아’라는 말이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흔히 말하는 ‘상상치도 못했다’는 말은 변명일 가능성이 많다. 평소 예상을 전혀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치도 못한 것’일 뿐이다. 만약 예상할 수 있다면 사전 관리도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된다. 이 기회를 1%가 직접 잡아야 한다.

    상위 1%는 계속 질문해야 한다. “경쟁사에게 이런 위기가 발생했는데, 우리에게 유사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겠는가?” “우리는 최대한 준비되어 있는가?” “어떻게 하면 그런 위기가 우리에게만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겠는가?”를 1%는 직접 계속 물어야 한다. 상위 1%가 질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고려되지 않는다. 직원들은 상사의 질문에 움직인다. 답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어떻게 이런 위기가 우리에게 발생할 수 있지?”라고 묻는 1%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상위 1%는 평소 질문을 많이 해 둘수록 위기 시에는 스스로 답을 낼 수 있게 된다.

    상위 1%가 먼저 훈련 받아야 한다. 위기관리 워크샵이, 트레이닝, 강의에 상위 1%만 빠지면 안 된다. 멋지게 소개나 축사를 하고 강의장을 나서서는 안 된다. 1%가 스스로 제대로 훈련 받아야 전사적으로 개념 잡힌 훈련과 대비 독려가 가능하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과 위기 대응을 해야 할 사내 1%들이 완전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위기관리가 경험지(經驗知)냐 학습지(學習知)냐 하는 논란이 있다. 위기관리는 평소에는 학습지이지만, 위기 발생시에는 경험지로 관리된다. 우리 사내 1%가 위기를 관리하기에 충분한 학습지와 경험지를 갖추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책무다. 그렇지 못하다면 당장 지금이라도 그런 학습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자신을 포함해서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비유가 담긴 우화를 하나 소개한다. 아주 옛날. 산속에서 마을로 내려온 야생 호랑이에게 큰 피해를 입은 ‘위기(危機)’라는 마을과 ‘관리(管理)’라는 마을이 있었다. 출몰한 호랑이는 각각의 마을에서 사람들 여럿을 물어 죽이고 달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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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危機)’ 마을 사람들과 이장은 고민 끝에 평생 호랑이를 잡으러 다니던 사냥꾼을 불렀다. 호랑이 사냥꾼은 ‘위기(危機)’ 마을 사람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놓고 호랑이 그림을 보여 주며 조심하라 이야기 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호랑이를 조심해야 하겠다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관리(管理)’ 마을에서도 이장과 마을사람들이 밤을 새우며 대책을 이야기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을 모두 힘을 모아 마을 주변에 돌담과 가시나무 덩굴을 쌓았다. 무기를 만들어 나누어 주며 호랑이 잡는 법을 훈련했다. 밤마다 횃불을 들고 순시를 돌았다. 크게 짖는 사나운 개들을 사왔다. 아낙네들과 어린이들에게는 호루라기를 나누어 주었다. 호랑이가 무서워한다는 쑥향과 모닥불들도 마을 군데 군데 펴 놓아 호랑이 접근을 막았다. 모두가 다음 호랑이의 출몰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는 모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이 두 마을의 대응을 자사의 그것과 비교해 보자. 둘 중 어느 마을이 다시는 피해를 입지 않을까도 한번 상상해 보자. 기업 내 핵심 인력인 1%들의 ‘실천’을 위한 사고 전환은 그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실천하자. 지금 바로.

  • CEO가 조사를 받으셔야 하는데, 어쩌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검찰에서 저희 회사 CEO를 회사 이슈와 관련 해 조사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 졌습니다. CEO께서도 대응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홍보실 차원에서는 이에 대응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여러 기업 홍보실에서 가장 큰 위기 유형 중 하나로 기업 오너 및 CEO의 사법 조사 케이스들을 꼽습니다. 그 만큼 회사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대내외 여론으로부터 부정적 주목을 받는 일이 흔하지는 않죠. 가장 먼저 하셔야 할 일을 꼽는다면, CEO를 중심으로 대응팀이 내부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 절대 경계하셔야 할 부분이 부서간 사일로(silo)현상이고요.

    가장 중요하게 통합되어야 하는 부서는 법무와 대관 그리고 홍보 부문입니다. 이 중 법무에서 먼저 리더십을 가지고 사법 기관의 조사에 대응하는 전략과 더 나아가서 향후 소송전략까지를 어느 정도 알기 쉽게 로드맵을 만들어 공유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조율의 역할은 물론 CEO가 가져야 합니다. 법무나 대관으로 하여금 현재 진행중인 활동들과 전략들에 대해 상세하게 홍보 부문과 공유하게 하고, 홍보 부문 또한 어떤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법무와 대관 부문에 공유해 주도록 지시 하는 것이 CEO의 역할입니다.

    그래야 법무나 대관도 각 이해관계자들 대응에 있어 홍보 부문을 통한 도움을 적시에 받을 수 있게 됩니다. CEO가 어떤 혐의로 조사 받고 있는지, 그에 대한 우리측 대응 주장과 논리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조사기관에서 CEO 출두 요청을 언제 했고, CEO께서 언제 어디로 출두하실지 등등에 대해 정확히 홍보부문이 알고 있어야 지원이 가능합니다.

    홍보부문은 이를 토대로 출입이나 경찰 법조 기자들에게는 어떻게 사전 설명을 하고 대응 메시지를 구성해야 하는지, 전사적 원보이스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CEO출두시 현장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후 CEO께서 조사 받고 나오신 후에도 향후 단계별 대응 전략은 어떻게 되는지, 시나리오들은 어떤 변수로 이루어져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 공유 받아야 합니다. 그 뒤 소송 대응 단계별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꽤 많은 CEO들이 그런 협업이나 통합적 내부 전문가 운용보다는 사일로(silo)에 근거한 정보관리에 더 신경을 쓰곤 합니다. 일부는 홍보 부문에서 너무 디테일 한 대응 내용들을 알면 외부로 알려질 가능성이 많다는 식으로 홍보부문을 폄하하기도 합니다.

    법무나 대관에서는 자신의 활동을 홍보 부문으로부터 검증 받는 것 같이 생각 해 공유를 꺼립니다. 조사기관의 움직임에 대해 홍보부문이 관련 기자들을 통해 첩보 수집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곤 합니다.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침해 한다 생각할 때도 있고, 홍보부문이 자꾸 자신들을 견제한다 생각 하는 법무 대관 담당자도 있습니다. 당연히 공유나 협업은 더더욱 어려워 집니다.

    조사 대응 과정에서 법무와 대관 부문에서 제공한 정확한 로드맵이 없으면, 홍보부문은 항상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커넥션이 닿는 여러 기자들에게 추가 정보를 취하다 보니 기자들이 해당 건에 대해 더욱 주목하게 됩니다. 로드맵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몇몇 기자들에게 무리하게 배경설명을 하다 보면 정확하지 않거나, 오히려 대응 로드맵에 반하는 메시지들이 전달됩니다.

    미리 CEO 출두 일시를 공유하면 좋은데, 출두 시간도 급박하게 알려와 홍보 부문이 사전에 손을 쓸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출두하시는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 원인들 중 하나가 그렇습니다. 내부 사전 공유가 없어서 상당히 불필요한 장면들이 연출되는 거죠.

    이렇게 사법기관 조사를 받는 기업에게는 대응이 잘 안될 수 밖에 없는 여러 변수들이 있습니다. CEO의 폐쇄주의. CEO 및 핵심 임원이 활용하는 비선라인의 부정확한 첩보보고. 각종 브로커들의 비전략적 훈수. 능력 없는 변호사나 로펌의 무리수 또는 무관심. 통합적 대응 의사결정의 미비. 그리고 마지막이 법무, 대관, 홍보의 각자 따로 움직이기 등이 주요한 실패 변수입니다.

    의외로 일사불란한 대응을 하는 중견기업의 경우는 오너 회장이나 실세 CEO의 협업마인드가 상당히 강한 타입들이 많습니다. 자신을 대변하는 변호사들과 내부 법무, 대관, 홍보라인을 완전하게 신뢰합니다. 그들을 모아놓고 전략적 대응에 대해 이야기를 듣습니다. 상호간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배려합니다. 홍보부문이 법적 논리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지시 합니다. 이를 통해 얻은 합리적 여론을 이후 법적 대응에도 활용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중정(動中靜)합니다.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몰랐었다? 알았었다? 딜레마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부터 정부기관에서 저희 회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서 이에 대응하느냐 정신이 없습니다. 기자들이 하나 둘 알고 취재를 해 오고 있습니다. 질문 중 ‘이 문제를 최고경영진이 알고 있었느냐 몰랐었느냐’ 묻는 것이 제일 고민스럽습니다. 이걸 뭐라고 답변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런 딜레마는 기업 위기 발생 시 기업들에게 상당히 흔한 공통적 고민입니다. 소위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라 하는데요. 해당 위법 사실을 최고경영진이 알았다고 자백 하게 되면 그 회사는 사회에서 ‘나쁜 악당’이 되어 버리죠.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해당 문제를 최고경영진들은 몰랐다고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차라리 ‘악당’이 되느니 ‘바보’가 되겠다는 선택을 하는 거죠.

    하지만 일반공중이나 기자가 멍청한 사람들이 아니니 문제입니다. 막상 기업이 “최고경영진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고, 일부 담당 직원들이 저지른 실수다”라는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 해도 그리 쉽게 신뢰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큰 규모와 장기간의 문제를 최고경영진이 전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하는 반응들이 떠오르게 되죠.

    현실에서 기업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당 메시지를 반복합니다. 그 수 밖에 없죠. 거짓말도 반복 하다 보면 자신 스스로 확신이 들 때가 있게 됩니다. 그게 반복의 힘인데요. 계속 부가적인 논리들을 만들어 해당 메시지를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초기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사실 평소에는 ‘우리 최고경영진은 스마트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해도, 이런 위기 시에는 ‘우리 최고경영진이 간과한 점이 있었다’고 자존심 상하는 메시징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단기간 동안 자존심 상하고 창피한 메시지로 상황이 관리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하게 되면 그때부터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정부기관의 조사를 통해 ‘이번 위법 행위 전반에 걸쳐 최고경영진들의 조직적 개입과 지시가 있었다’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는 경우겠지요. 이 경우에는 최초 ‘바보’로 포지션 했었던 회사가 ‘아주 나쁜 바보’로 입장이 추락하게 되면서 더 부정적인 이미지로 타격을 입습니다.

    “왜 처음부터 문제를 인정하고 최고경영진이 책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답이 곤궁하게 되죠. 하지만, 실무자들은 이렇게 해명합니다. “어떻게 처음 단계에서 ‘CEO가 지시하신 사항이니 CEO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십시오’라 이야기할 수 있나? 누가 그런 이야기를 CEO에게 할 수 있겠나? 그때는 그것이 불가능했었다”라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해가 됩니다.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니까요.

    이럴 때는 일단 법적 자문을 성실하게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법적 검토를 거쳐 가능한 유죄 범위를 넓히지 않았으면 한다는 조언들이 있으면, 그대로 앞의 포지션과 같이 그 조언을 따르는 것이 더 낫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각종 추가 조사나 그 결과에 따른 연이은 소송들을 대비하기 위해 전략이 있다면 당연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것이죠.

    단, 최고경영진이 고민해야 할 것은 ‘과연 책임회피와 부정만이 유일한 전략인가?’하는 점입니다. 사례 조사를 해 보아도 수많은 기업들이 유사한 딜레마에서 ‘바보’의 포지션 선택 했다고 그것이 당연한 선택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일부 사례들을 보면 최고 VIP가 ‘나에게 책임이 있다. 내가 잘 못했다’는 전략을 택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진정성과 투명성을 인정받아 신뢰를 강화했던 케이스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최고경영진에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위 말하는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와 같은 부정적인 선택의 기로에 회사를 서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 자체가 위기관리고 경영입니다. 평소 CEO는 임직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Do’s)’를 넘어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한다(Don’ts)를 자주 강조해야 합니다. 그것이 구체적인 준법경영(compliance)의 실행입니다.

    최대한 자신이 책임질 위법적 결정이나 문제들을 스스로 경계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하여 개선하는 경영을 해야 올바른 위기관리가 가능합니다. 그 반대인 경영자들이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그 어떤 위기관리 전략이나 기법들도 그 효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위기 발생 후 처음부터 ‘바보’의 포지션을 선택한 기업들은 원래부터 ‘바보’이었을 찌도 모르는 일입니다. 올바른 최고경영진이라면 ‘바보’ 포지션을 결정하고 우리가 그래도 ‘스마트’한 위기대응을 했다고 자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CEO는 쏙 빠진 위기관리, 앙꼬 없는 찐빵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당연한 이야기다. 정부나 기업이나 위기관리의 99%는 상위 1%의 경쟁력에 의해 그 성패가 나뉜다. CEO가 가장 먼저 훈련 받아야 임원들을 어떻게 훈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혜안이 생긴다. CEO가 투자해 고민한 시간만큼 그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는 빈틈이 없어진다. CEO가 빠져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말 그대로 ‘앙꼬 없는 찐빵’이다. CEO가 가장 많이 알아야 하고 모르는 부분은 간접경험으로 위기를 실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야 비로서 기업의 위기는 관리된다.

    위기관리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실무자들이 CEO와 핵심임원들을 평소 그 준비와 훈련의 시간에 불러들이기 주저한다면 문제다. 준비와 훈련에 있어 시간은 가장 많이, 심도는 가장 깊게 투자해야 하는 그룹이 바로 CEO를 비롯한 상위 1% 그룹이기 때문이다.

    군대를 그 예로 들어보자. 군을 지휘하는 군단장과 사단장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실제 소대장 시절을 거치면서 소대단위의 기동을 익히고 경험하고 리드했던 경험자들이다. 중대와 대대 그리고 연대를 거치면서 더 큰 단위의 기동과 편제, 그리고 전략을 배우고 익혔다. 그 후 그 자리에 올라 수천에서 수만 병력을 한눈으로 내려다보며 움직일 수 있게 된 ‘철저히 훈련 받은 자’들이다.

    그러나 기업은 어떤가? 위기관리를 대리 팀장급 단위에서 경험 해 본 직원이 그리 많지 않다. 본업이 아니라서다. 일부 홍보나 법무, 감사부서 직원 일부를 빼 놓고는 특정 직급 이하 시절에는 전사적 위기관리위원회 회의에 들어가 본 적도 없는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초급임원이 되어도 상위 1%가 관여하는 위기관리위원회에 배석 정도 하는 경우를 빼고는 실제로 현장부터 통제센터까지 지휘 경험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고위임원이 되면 매일이 위기다 이슈라고는 하지만, 누가 자신들에게 위기관리 원칙과 체계를 가르쳐 준 적이 없다. 그냥 매번 쳇바퀴 돌 듯 위기대응이라기 보다 반응 차원에서 움직이고 의사결정 하는 경험들에 만족하곤 한다.

    CEO는 다를까? 다르지 않다. 흔히 인사 보도자료에서 언급되는 ‘재무통’ ‘마케팅통’ ‘영업통’이라는 전문분야 외에 전사적 위기관리 경험이나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다면 이 얼마나 스스로도 불안한가?

    그래서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초급 임원 레벨부터 지속적으로 위기관리 실무부터 통합관제 시뮬레이션까지를 단계별로 훈련 받는다. 본사의 초급임원과 최고경영진들의 훈련을 넘어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각국에 나가 있는 지역별(zone), 국가 지사별 위기관리 훈련에 본사 위기관리 전담 임원들을 파견하기 까지 한다.

    한국에 부임한 외국기업 대표들에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이 ‘매니저시절부터 여러 위기관리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들 중 일부는 한국 지사에 있는 매니저들과 임원들이 별반 위기관리에 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이런 외국기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상황을 설정한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간접적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체계 감각과 연륜이 드러난다.

    우리 기업들의 현재 상태는 어떤가? 일단 필자의 경험에서 위기관리 관련 여러 트레이닝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참석 해 훈련 받는 CEO는 국내기업들만 두고 보았을 때 10%가 채 되지 않는다. CEO가 훈련 프로그램 내내 함께 있다는 것을 불편해 하는 임원들까지 있을 정도인 곳도 있다.

    일부 CEO는 위기관리 간접경험을 위해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 시작부분 인사말과 당부말씀만 하고 자리를 뜨는 분도 있다. 마치 ‘임원들과 핵심 매니저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십시오’ 하는 생각을 하는 듯 하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빠져있는 위기관리위원회, 즉 통제센터에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보다 많은 CEO들과 핵심 고위임원들이 ‘위기관리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은 직원들이 받아야 하는 교양’ 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집중 훈련이나 시뮬레이션까지 실행하는 기업들은 그나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이다. 더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 훈련이라 생각하면서 강사를 불러 ‘강의’를 듣는다. 위기관리 사례를 들려달라고 한다.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고 농담조로 이야기하는 곳들도 있다.

    절대 위기관리를 강의로 체계화 할 수는 없다. 이는 마치 태권도 영화를 보고 실제 대련에 나가는 것처럼 무모한 도전이다. 수영이나 자전거 타는 법 강의를 듣고 수영을 하거나 자전거를 자유롭게 탈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지 한번 생각해 보자. 물론 강의를 의뢰하는 기업측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임직원들이 위기관리 마인드가 없어서요. 그 마인드를 좀 고취해 주었으면 합니다.” 좋은 취지다. 하지만 그건 취지이지 방법론 그 자체는 될 수 없다.

    더구나 그런 ‘위기관리 마인드 고취’ 강의에도 CEO는 바빠 참석 하지 않으면 그건 더 문제다. 그 취지인 ‘전사적 마인드 고취’에도 격차가 생기니 위기관리 체계 확립에는 더욱 답이 없게 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단순한 관심과 어프로치들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다른 어떤 기업에게 운 나쁘게 위기가 발생하면 또 그 위기를 반면교사 삼는다며 새로운 강의를 듣는다. CEO나 임원들을 대부분이 ‘이미 들었던 것’이라면서 자리를 뜬다. 실질적 위기관리 역량 측면에서는 아무것도 변화나 강화된 것이 없는데 ‘강의를 들었으니 좀 나아졌겠지’라 추측을 한다. 그리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관심이 약해진 거다.

    실전에서 강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CEO가 먼저 훈련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임원들도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맞춘 훈련을 받게 된다. CEO가 참석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보아야지, CEO 스스로 자사에게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 정확히 알게 된다. 그리고 그에 관해 임원들과 개선 논의를 실질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선의 문제를 CEO가 들을 수도 있어야 한다. 공장에서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프로세스를 CEO가 직접 들어보고 관찰 해 보아야 한다. 한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는 지금과 같이 한다 해도, 대여섯 명 이상의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는 어떤 수단을 추가로 동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119를 부르지 않고 공장 자체 응급차량을 이용해 협력병원으로 이송시키는 기존의 관례가 문제 소지는 없을지 여론이나 법을 담당하는 임원들에게 문의하는 실행을 해 보아야 한다. 문제가 있다는 전문 부서 의견이 있으면 이를 토대로 가능한 개선책을 마련해 그 결과를 매뉴얼에 개선 조항으로 삽입시켜야 한다. 이 모든 실질적 개선은 CEO가 훈련과 시뮬레이션에 참여 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위기관리에 실패 한 여러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것 같았던 장비들이 구실을 못하고, 당연히 있어야 할 인력들이 자리에 없고,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일선에서 하지 않았고 하는 모든 실패의 문제들을 정확하게 바라보자. 위기관리 체계의 확립에 있어서 CEO가 가장 경계해야 할 마인드는 ‘잘 준비되어 있겠지’ ‘막상 닥치면 어떻게든 잘 되겠지’하는 편안함이다. 이제라도 CEO가 먼저 나서 훈련 받고 고민하고 토론하고 개선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

     

  • 위기 때 어떻게 CEO를 설득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 때 마다 고민 입니다. CEO께서 위기 때 나서지 않으시는 거예요. 내부 대응 미팅도 참여 하지 않으시고요. 그렇다고 딱 부러지게 의사결정도 하지 않으세요. 그래서 임원들끼리 모여 의견 나누고 여러 시나리오를 가지고 올라가 CEO에게 선택을 구하고 하는데요. 빠르고 효율적이지 않네요. 이런 CEO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우선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런 고민은 외국의 기업들에서도 실무자들이 많이 가지는 것들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 한 외국인 위기관리 전문가가 이런 조언을 하더군요. “위기가 발생했을 때 CEO와 함께 정확하게 위기관리 목표(goal)를 공유해라. 당신이 세운 이번 위기관리의 목표는 어떤 것입니까? 질문해라. 그리고 조언 할 때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활동들을 결과와 함께 조언하라” 맞습니다. 저는 이분의 조언에서 ‘행동’만을 조언하려 하기보다 ‘그 결과’를 함께 조언해서 ‘목표와 결과를 함께 관리하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지금 질문 해 주신 임원 분처럼 많은 실무라인들 생각에 ‘우리 CEO는 위기관리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 ‘CEO가 위기관리를 잘 모르는 것 같아’ ‘CEO는 자꾸 피하려고만 해 문제야’라는 느낌이 상당히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경우들이 많습니다.

    왜 기업을 책임지는 CEO께서 위기관리에 관심이 없으시겠습니까? 오랫동안 경쟁으로 성장해 그 자리에 오르신 CEO께서 위기관리 자체를 모르기야 하겠습니까? 기술이나 기법의 문제는 좀 다르겠지만요. 그리고 리더인 CEO가 왜 피하려고만 하겠습니까? 평소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셨던 분인데요. 왜요.

    제가 말씀 드리는 포인트는 이 것입니다. 그 CEO께서는 자신 나름대로 위기관리를 하고 계시는 것이 틀림 없습니다. 절대 CEO의 지식이나 성격이나 습관 때문에 ‘뒤로 빠지시는’ 대응을 하시는 게 아닐 거라는 의미입니다. 전략적이라는 거죠.

    앞의 위기관리 전문가 조언을 빌리자면 ‘CEO의 위기관리 목표(goal)’가 일부 임원과 실무자들이 가지는 ‘위기관리 목표(goal)’와 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그럼 그 CEO께서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대부분 그런 CEO는 위기관리를 ‘지는 게임’이라 간주하는 분들입니다. 즉, 위기가 발생하면 마음속으로 ‘지는 게임에 리더십을 보이려다 실패하는 경우, 우리 회사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아주 심각하게 고려한다는 거죠. 물론 회사를 위해 이번 위기를 관리는 해야 하지만, 그걸 CEO인 자신이 리드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위기관리 목표가 다른 거죠.

    해당 CEO를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기업문화 문제이기 때문이죠. 위기관리 실패 경우 그를 리드했던 최고경영진에게 부정적 평가를 내려 인사상 불이익을 주곤 하는 기업문화 말입니다. 이런 담장을 걷는 위기관리에 어떤 리더가 매번 나서서 명운을 걸겠습니까? 문제는 CEO라기 보다는 그 전문경영인을 움 추러 들게 한 내부 기업문화와 정치구도가 진짜 문제라 볼 수 있습니다.

    임원께서 질문하신 그런 기업이라면 아마 CEO를 대신 해 위기관리를 리드하다 실패한 고위임원도 사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악순환은 계속될 겁니다. 그분을 CEO의 희생양이라고 부르기도 하겠지만, 그 또한 기업문화와 정치의 당연한 소산이죠. 그 대상이 누구냐 만 다른 결과죠.

    모든 기업 활동들은 진행 순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서에 따른 진화가 이루어지고요. 성공적 위기관리 문화가 내부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위기를 바라보는 기업문화가 건전하고 발전적이어야 합니다.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라.’ CEO를 비롯 모든 임직원들에게 평시와 위기 시 적극적 위기관리를 주문하는 명령입니다.

    또한 선진기업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처럼 ‘위기관리에 관한 모든 리더십과 책임은 CEO에게 있다’라는 문구에 주목할 수 있는 기업문화이어야 합니다. CEO를 중심으로 짜 놓은 위기관리위원회와 그 아래로 연속 펼쳐있는 역할과 책임들을 평소에 지속 교육 훈련하는 것이 당연해야 합니다.

    만약 위기관리 매뉴얼에도 CEO의 책임 문구를 삭제해 놓고, 위기관리위원회 구조와 구성을 실무임원단으로 배열하고, 각종 귀책 항목들을 아래로만 향해 놓았다면. 그런 기업문화와 정치구도라면 진정한 위기는 바깥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즉, 태생적으로 풀리지 않을 고민이라는 거죠.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문제가 생겼을 땐 임원들끼리도 통화가 안 되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조금 큰 문제가 터진 적이 있었는데요. 하필 그 때가 주말 아침이었거든요. CEO께 보고 드리고 상황을 여기 저기 확인하고 하는 임원들이 여럿 엉키면서 서로 통화가 안 되는 거에요. 몇 시간 동안 계속 상대방들이 통화 중이더라고요. 그게 정말 더 큰일이었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갑갑해지죠. 위기 발생 시 좀더 효과적인 보고 공유 방식은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다운(down)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1급 위기가 아니다.’ 여기에서 ‘다운(down)’이란 기계나 채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만큼 망가지거나, 부하가 걸려 제 구실을 못한다는 거죠. 한번 생각해보세요. B2C 기업 대표님들은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제품에 어떤 큰 문제가 있어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면 그 후 어떤 상황이 벌어지나요?

    일단 대표 상담 전화에 불이 납니다. 갑자기 수천에서 수만 명의 고객들이 항의와 반품 등을 동시 요청하는 거죠.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은 어떻게 됩니까? 말 그대로 다운이 됩니다. 접속량 폭증으로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된 거죠. 회사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건재할까요? 글쎄요.

    홍보실을 비롯 영업 부서들의 전화는 어떻게 되나요? 말 그대로 불 난 호떡집이 되죠. 아마 주요 임원들과 CEO 개인 휴대전화에도 상당한 부하가 걸릴 겁니다. 그 중 상당수는 개인적 전화들로 ‘걱정된다’ ‘힘내라’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해라’ 등 지인들로부터의 위로 전화가 되기도 하죠.

    문제는 이런 다운(down)현상 때문에 진짜 중요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일선 상황은 업데이트되어 보고 되어야 합니다. 매뉴얼에 따라 일선에서는 20-30분마다 팀장 보고를 합니다. 해당 팀장은 또 임원에게 보고 하는데 임원이 전화로 연결 안 되는 현상이 지속되는 겁니다. 그 임원은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다른 임원의 문의 전화에 답을 하고 있는 겁니다. 가끔 CEO의 급한 문의 전화에도 답을 하고요.

    급하면 일선에서는 동시에 문자나 각종 메신저들을 통해서도 보고 기록을 남기죠. 한참 전화를 받다가 여러 전화를 놓치고, 뒤 늦게 메신저를 확인한 임원은 다시 해당 일선 팀장에게 전화를 겁니다. 내용을 재 확인 하는 거죠. 시간은 더 지나 가고 상호간 통화는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됩니다. CEO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죠. 여기 저기에서 산발적으로 정보는 올라오는데, A임원의 말이 다르고, B임원의 말이 다릅니다. C임원에게 크로스체킹을 하려 하니 통화는 안되고. 어떤 지시를 내려야 할 것은 같은데 정확한 현재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 겁니다.

    항상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한 현상입니다. 핵심은 이런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선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매뉴얼에 지시된 대로 특정장소에 모든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체계를 따르시기 바랍니다. 의사결정자그룹간에는 가능한 유무선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 하시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한자리에 모이는 대응활동에 집중하시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의사결정그룹과 상황파악 정리 그룹간 기능을 분리하시기 바랍니다. 의사결정그룹이 한자리에 모여 앉았더라도, 개인적으로 현장 상황 보고를 받고, 외부 이해관계자와 통화 하는 임원들이 많아지면 대책회의는 진행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한자리에 모인 의사결정그룹은 종합적인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역할 분리가 필요합니다.

    물론 종합상황실을 통해 취합되는 정보는 의사결정그룹이 머무르는 워룸(위기대응센터, 비상대책실)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돌발 상황이 생기면 바로 워룸에 공지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자들이 가장 업데이트된 동일한 정보를 ‘함께’ 얻고 의사결정 하게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호간 전화통화로 발을 동동 구르며 골든타임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신속히 한자리에 모여 함께 듣고, 이야기하고, 의사결정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위기대응 방식입니다. 일이 지나고 돌이켜 보면 이는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게 됩니다.

    질문 주신 임원께서도 이미 한번 그런 난감한 경험을 하셨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매뉴얼을 찾아 그에 따르는 훈련을 몇 번 더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신속하게 한자리에 모여 마주 앉는 것. 이것이 위기대응의 가장 첫 단계라는 생각을 반복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일선에게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채널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취합 보고하라는 가이드라인도 다시 공유해 보십시오. 상황판을 만들고 상황을 정리하는 훈련도 필요하면 담당자들을 모아 진행하시면 좋습니다. 위기관리 체계 업무의 90%는 교육과 훈련입니다. 90%를 생략한 채 10%의 본능만 가지고 대응 하는 반복적인 우를 범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 시 조직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지은 책을 보면 ‘기업이나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조언을 하더라고요. 근데 참 고민이 많습니다. 대표님을 포함해서 우리 임원들끼리도 서로 생각이 다르고 관점이 있어서요. 그게 진짜 가능하기는 한 일인지 궁금합니다. 그런 조직이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저도 그런 조직을 본적이 없습니다. ‘하나의 목소리를 내다’라는 조언은 해석에 따라 여러 부연 설명이 좀 필요한 주제입니다. ‘하나의 목소리’를 보수적으로 해석하면 말씀하신 그대로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자사의 입장에 대해 CEO부터 일선직원들까지 정확하게 동일한 메시지를 내외부로 전달 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사실 이건 아주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경지이긴 합니다.

    반면 조금 현실적으로 해석 하면 ‘하나의 목소리’라는 의미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공식 입장 이외에는 어떤 다른 메시지도 커뮤니케이션 되면 안 된다’라 해석 될 수도 있습니다. 전자에 비해 조금 실현 가능성이 높지요. 하지만, 이것도 힘든 기업이나 조직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사과 한 내용에 대해서도, 일부 장관이나 여당 국회의원들이 “그게 사실 무슨 잘못이냐? 사과 할 주제가 아니다”라고 전혀 다른 메시지를 공적이나 사적으로 내는 경우들이 그렇습니다. 공중들이 볼 때에 같은 조직이라 여겨지는 데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니 문제라 지적 받고 하지요.

    저는 컨설턴트로서 후자의 해석에 더 비중을 둡니다. 그래도 좀더 실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의 공식 입장에 구성원 모두가 집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 창구들을 정렬하라’는 조언입니다. 회사의 공식입장이 이미 정해진 이해관계자별 창구들을 통해 일사불란(一絲不亂,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하게 커뮤니케이션 되는 체계를 지향합니다. 그 외 다른 비공식 및 사적 창구들은 위기 시에는 닫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자체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관리(strategic communication management)라고도 불릴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이 ‘한 목소리’ 체계도 실제로 유지 하는 데에는 많은 평소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에서는 위기나 중요한 논란이 발생하면 ‘자사 공식입장과 주요 질의 응답팩’을 CEO를 비롯 한 임원들과 팀장들에게 즉시 공유하는 체계를 갖춘 곳들이 있습니다. 홍보팀 자체가 상당히 전략적인 리더십을 가져가는 활동이죠.

    이런 기업도 들어가서 임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려움들이 많습니다. “홍보팀에서 그런 걸 공유해 주는지 몰랐습니다” “홍보팀이 보내오는 걸 보면 좀 너무 어렵고 길어요. 저희 부서와 관련도 적은 것들이어서 잘 읽지 않습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공유하면 다 끝나는 건가요? 사실 저희 전문부서 입장에서 보면 그 메시지들에는 헛점들이 많거든요.” 이런 반응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기업이면 훌륭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홍보팀이 직접 부서별 피드백을 청취해서 개선해 나가면 되는 반응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이런 체계를 따르지 않습니다. 웬만한 위기나 논란이 발생해도 ‘전사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만드는 기업들이 흔치 않은 겁니다. 언론에게 해명하는 홍보팀의 메시지가 있고, 규제기관에게 해당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대관팀의 메시지가 또 따로 있습니다. 법무팀의 해석이 좀 다르고, 영업팀원들이 일선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메시지가 또 다른 겁니다. 마케팅은 또 여러 채널들을 통해 나름대로의 메시지들을 전달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시죠. 이런 난맥상을 가까이서 보고 있으면 조직내의 사일로(silo)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느껴집니다. 심지어 CEO의 개인적 생각과 메시지까지도 다르다면 그건 재앙이 되는 거죠.

    관리(management)하기 위해서는 ‘통합’해야 합니다. ‘마주 앉으라’는 조언도 이와 연결된 의미입니다. 특정 위기나 논란이 발생했다면 해당 주제와 관련 된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대응 메시지들을 통합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정리된 메시지는 곧 ‘전사적 공식 메시지’로서 위력을 부여 받아야 합니다. 규정에 따라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이 메시지만 일관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전사적 공감대도 형성되어야 맞습니다. 창구 일원화는 그 다음이 됩니다.

    매번 위기관리 성공과 성공적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CEO의 관심과 관여’라 답하곤 합니다. 이 ‘한 목소리’ 개념도 CEO의 관심만 있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가끔 대기업 CEO를 만나 보면 ‘우리 회사는 말들이 너무 많아요. 여기 저기서 말들이 밖으로 많이 나가 골치 아픕니다.’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 중 대부분이 “그래서 말인데요. 회사의 공식 메시지가 있다. 모두가 그 메시지를 엄격하게 따라야 한다. 절대 허락되지 않는 창구는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다. 이 세가지만 전사적으로 심어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라고 도움을 요청하십니다. CEO의 관심이란 이런 것이라 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