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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위기관리 Q&A

    5월부터 이코노믹리뷰를 통해 다시 선 보일 기고문 앵글을 먼저 공유해 드립니다. 제목은 아직 가칭인데요.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라는 형식으로 진행 해 볼 예정입니다.

    이 기고문에 대한 생각은 현장에서 얻는 수 많은 질문들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평소 위기관리 트레이닝, 워크샵, 시뮬레이션, 자문, 심지어 강의 등을 진행하면서 건당 적게는 1-2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의 질문들을 받고 이에 대해 클라이언트와 같이 생각하고 토론하고 하는데요. 그 소중한 질문들을 하나 하나 모아보고, 또 공통적 의문들에 대해 같이 답을 만들어 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고문 중간 중간 실제로 이메일이나 SNS들을 통해서도 기업 위기관리 관련 질문들을 받을 예정입니다. 같이 토론 해 보고 싶으신 내용들을 정리해서 제게 보내주시면 고민해 보고 정리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기고문들을 준비하면서 정리한 질문들 초안입니다. 관련해서 글을 하나 하나 만들어 정리 해 보겠습니다.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1. 대한항공 땅콩 회항 케이스를 보면서 어떻게 대기업이 저렇게 밖에 대응을 못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대기업들의 위기관리 역량이 그 정도 수준인 것인 걸까요? 왜 그렇게 대응 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2. 공정위에서 상당기간이 지난 저희 광고물에 대해서 ‘표시광고법 위반’ 판결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억울합니다. 사실 우리가 최고, 최초, 유일…뭐 이런 표현을 쓴 건 사실인데요. 이게 그렇게 허위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어떻게 하죠?

    3. 우리 회사는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지면광고 자체가 없어요. 문제는 신문사들이 우리를 상당히 아니꼽게 본다는 겁니다. 경쟁사의 경우에는 신문광고를 상대적으로 열심히 합니다. 협찬이나 그런 부분에서도 후한 면이 있고요. 막상 이런 구도에서 경쟁사와의 충돌이 있거나 하면 우리 회사는 실제보다 훨씬 더 심하게 비판을 받습니다. 광고 예산이 없다고 이런 취급을 받는 게 너무 억울해요. 언론이라는 곳이 그러면 안되잖아요?

    4. 이번에 이슈는 그 퇴직자 모씨가 회사에게 퇴직 보상을 좀 더 해달라고 요구를 하다가 그게 받아 들여지지 않자, 언론에 공개를 한 겁니다. 저희는 억울한 면이 있고, 그 모씨에게 화가 많이 난 상태죠.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사람에게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겁니다. 이번 기회에 아주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어야겠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5. 경쟁회사 쪽을 보면요. 홍보팀이 엄청나게 강해요. 임원도 두세 명이 있고요. 광고력을 보나, 언론관계 예산을 보나 우리와는 상대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기사량을 봐도 시장에서는 그리 차이가 안 나는 데, 우리 회사 기사는 형편없어요. 저렇게 강한 경쟁사 홍보팀을 상대하는 게 너무 힘듭니다. 어떤 경쟁력 강화 방법이 좀 있을까요?

    6. 회장님께서 이번 OO일보의 단독보도에 대노 하셨습니다. OO일보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는 물론 민형사상 소송까지도 검토하라고 하시는데요. 이게 실무자로서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양쪽의 눈치를 다 보아야 해서요. 정답은 없겠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요. 그리고…이런 대응을 하면 실제로 좀 효과는 있을런지요?

    7. 교수님들이나 전문가분들이 성공한 위기관리 사례로 미국의 80년대 타이레놀 케이스를 많이 언급하시네요. 이 케이스가 정말 우리 회사의 위기와도 유사한 면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타이레놀 케이스의 핵심은 소비자의 안전을 우선순위에 놓고 과감한 소비자 보호 실행을 했다. 뭐 이런 것 같은데요. 정말 이 케이스에서 배울 수 있는 건 이것뿐일까요?

    8. 로펌에서 이번 이슈 건으로 미팅을 하자고 해서 들어가 보았는데요. 그 로펌에서 방통위하고, 언론중재위 위원 출신 변호사들이 몇몇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이 우리 회사 담당변호사들과 함께 들어와서 여러 가지 조언을 좀 하고 돌아 갔습니다. 홍보실에서 보기에는 좀 어프로치 방식이 이색적으로 보이는데요. 이분들과 함께 이슈관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9. 급히 사과광고를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져서 문구를 정리하고 있는데요. 사과문 하단에 우리 회사 대표이사 존함을 넣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그냥 회사 이름만 써 넣는 게 좋을까요? 일부에서는 대표이사 OOO외 임직원 일동.. 이렇게도 명기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대체 어떤 때 어떤 형식을 쓰는 것이 좋은 걸까요?

    10. 이슈가 발생해서 홈페이지하고 온라인 채널들에 팝업 창을 좀 올리려고 하면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거든요. 위에서는 빨리 빨리 왜 안되냐고 채근을 하시는데요. 이게 때때로 문구 정리도 해야 하지만, 팝업창의 위치라던가, 팝업창의 형식이라던가, 다른 기존 팝업 창들의 처리방식이라던가, 디자인 및 각종 모바일 버전 작업 등등 해서 논의거리가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실무진에서는 여럿이 연결되어 바쁘게 준비를 해도 윗분들이 보시기에는 느리기만 한 거죠. 이걸 좀 어떻게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11. 이번 사고에 대해서도 언론이 좀 너무 심하게 몰아붙인다는 생각입니다. 저희가 사고 최초 발생 시간 이후 18시간 동안 관계기관에 신고를 하지 못한 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현장 상황이라는 게 그렇게 칼로 무 자르듯이 신고 요건이 탁 생겨나는 건 아니거든요.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일선에서 나름 처리와 대응을 해서 깨끗이 마무리 되면 그게 더 나은 거 아닌가요? 늦게 신고했다고 그걸 가지고 뭐…함구령을 내렸다느니. 숨기려 했다느니 하니까 우리가 속이 타는 거죠. 매번 사소한 사고가 발생하면 다 먼저 신고하고 봐야 하는 겁니까?

    12.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취재요청이 왔습니다. 취재요청서를 보니 이게 아주 민감한 주제거든요. 사실은 아닌데도, 고발 프로그램 특성상 일단 취재에 응하면 그 다음엔 변수들이 너무 많잖아요. CEO께 보고를 드렸더니, 그게 무슨 좋은 일이라고 인터뷰를 하고 공장 취재지원까지 해야 하느냐 하시면서 역정을 내시거든요. 이번에는 좀 노코멘트하고, 취재 거부를 일단 해 볼까 합니다. 괜찮을까요?

    [추가]

    13. 경영진에서 향후 벌어질 상황을 우려하시고, 위기관리 차원에서 어떤 준비라도 하라고 하시는데요. 혹시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것이 좀 준비에 도움이 될까요? 제 생각에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 다 벌어진 현 단계에서 그런 게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도움이 될까요?

    14. 회장님이 이번 경영회의에서 위기관리 매뉴얼 말씀을 하셔서요.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인데요. 이 매뉴얼이라는 게 너무 또 두껍고 디테일하면 한이 없고, 반대로 몇장으로 마무리하면 윗 분들이 성의없게 만들었다 하시고 하실까봐 골치가 아픕니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 분량일까요?

    15.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하시는데 실무진 차원에서 골치 아픈게 좀 몇개 있습니다. 시뮬레이션 진행 시간이 좀 길어서 경영진들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시간을 비우시기가 힘드시고요. CEO는 이번 시뮬레이션에 참석 안하시는 걸로 내부정리가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내에 CEO 없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들을 좀 정리하다 보니…답을 만들기는 어려울 듯하고. Answer 부분에서 주요 관점들하고 논의점등을 재 정리하는 수준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항상 위기관리에 정답은 없다고 이야기 하곤 하는데. ‘4지선다’로 굳어진 우리네 습관이 이번 Q&A기고문들을 어떻게 해석할 까 두렵기도 하네요.

    일단 해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정용민 씀. 2015. 4. 21

  • 기업 위기관리 실패공식 여섯번째: 위기에 대한 정의를 하나로!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실패 공식 6개 중 이번엔 6번.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 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는 공식에 대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그게 무슨 위기야? 뭐가 문젠데?” 이런 이야기가 VIP로부터 내려오면 아무리 일선에서는 심각 해도 그건 위기가 아닙니다. 괜히 수선 떨지 말라는 의중이시기도 하죠. 어떤 기업에서는 ‘위기’라는 단어 조차 쓰지 말라고 합니다. 괜히 ‘위기’ ‘위기’하면서 직원들에게 불안감 만들 필요 없다는 거죠. 뭐 괜찮습니다. 단어를 어떤 단어를 쓰던…정의만 내려지면 위기관리는 쉬워 지니까요.

    반대로 일선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아닌 것들이 있습니다. 근데 가끔 매장을 방문하시는 VIP가 한마디 하시면 바로 위기가 됩니다. “왜 이런 큰 문제를 아무도 나에게 보고하지 않은거죠? 왜들 이런 식으로 일하나요?” 모두 부들부들거립니다. 한바탕 난리가 나고 개선조치들이 일사불란하게 마련되죠. 근데 일선직원들끼리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게 뭐가 문제지? 이런 비슷한 문제를 하나 하나 다 보고하고 하다보면 다른 일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때 그때 다르거나.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시각이 다르거나 하면 문제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상당히 많은 회사들이 상황에 따라 위기냐 위기가 아니냐를 두고 고민을 거듭합니다. 원칙에 따라 정확하게 ‘위기’라는 것을 내부적으로 정의해야 하는데…그게 힘든거죠.

    예를들어 ‘소비자 안전은 우리에게 가장 큰 가치다’는 원칙이 있다고 해보죠. 제품 모서리가 날카로와 소비자 몇명이 경미하게 다쳤다는 컴플레인이 들어 옵니다. 이때 해당 회사에서는 이걸 관리해야 하는 위기로 보느냐 보지 않아도 되느냐 고민을 하게 됩니다.

    생산임원이 이렇게 묻습니다. “그 제품이 전체 10만대 정도 팔린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날카로운 모서리에 다쳤다는 소비자 컴플레인이 몇개나 들어 왔나요?”

    CS팀장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현재까지 경미한 부상으로만 10여건 정도 됩니다. 모두 저희가 병원비ㅣ와 일부 배상 조치해서 추가적인 불만은 없습니다”

    이 대화를 들으면서 CEO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요? “우리 원칙이 소비자 안전에 있는데 지금 제품이 안전하지 않은 상태라고 보여집니다. 최대한 개선이나 추가 부상 방지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면 이 상황은 관리 대상인 위기입니다. 반대로 CEO께서 “그 정도면 상당히 미미한데…우리가 굳이 나서서 호들갑을 떨 피유가 있나요? 일단 좀 두고 보면서 소비자 반응들을 체크해 보죠”하면 이건 당장은 관리 대상인 위기가 아니게 됩니다.

    며칠 후 한 소비자의 아이가 해당 제품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동맥을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합니다. 그때쯤 되면 해당 건이 위기냐 아니냐 하는 고민은 사라집니다. 모두가 “큰일이다. 이걸 어떻게 하지?”하는 공감대가 만들어집니다. 모두가 하나의 ‘위기’ 정의를 내리게 되는거죠. 그러나 이때쯤 되면 관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집니다. 평소 안전을 이야기하던 회사의 신뢰나 이미지도 땅으로 떨어지죠. 한 언론이 “이미 A사가 해당 제품 안전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보도하게 되면 더 난리가 나겠죠. 사실 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위기에 대한 정의 문제 때문에 실패를 합니다.

    외부에서는 모두가 위기라고 보는데도, 내부적으로는 전혀 위기로 정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언론에게 공격을 받은 기업이 있다고 해보죠. 근데 이게 생산관련 임직원들은 ‘별 것 아닌 관행’이라고 생각하는거죠. 소비자들과 많은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와..정말 알고는 못 먹겠네. 구역질이 나네…”하는 반응을 보여도 사내에서는 “원래 그런게 당연한 건데. 몸에는 유해하지 않거든요?”하는 입장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오너 회장님께서 “이런 언론보도에 우리가 놀아나서야 되겠나? 법적으로 검토를 해 봐도 이건 별로 큰 문제가 아닌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어”하시면 그 다음은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위기가 아닌데 호들갑이라는 입장이 서는거죠. 사내에서 아무도 여론에 대응을 하지 않게 됩니다. 홍보실이 기자들을 찾아다니면서 기사나 빼달라고 사정하는 활동만 이어집니다. (회장님이 내리시는 정의가 중요하니…당연하죠)

    밖에서 볼 때는 “이상하네. 이 회사. 왜 아무 반응이 없지? 리콜을 해야 하는거 아냐?” 이런 공격적인 반응들이 일어납니다. 당연히 소비자단체가 고발을 하고, 관계기관에서 판매금지를 명하고, 검찰이 조사를 시작하고, 대표이사를 소환하고 하는 진짜 위기가 발생하게 되죠. 로펌을 찾아가서 대응을 시작하고 하는 위기관리 활동이 그 때야 시작됩니다. 사후 약방문이 되는거죠.

    밖의 이해관계자들이 ‘위기’라 정의하면 아무리 인정하기 싫어도 그건 위기입니다. 관리해야죠.

    예전 도요타의 아키오 사장이 자사 자동차 리콜로 여러번 기자회견을 해 사과한 적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사과 기자회견에서 아키오 사장이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거든요. 해외 유수의 언론에서 이걸 가지고 시비(?)를 걸 었습니다. ‘도게자’ 같은 일본 전통의 고개를 땅에다 박는 사과까지는 아니라도, 고개를 깊이 숙였어야 사태 심각성을 인정한다는 의미 아니냐 하고 평들을 했습니다. 한 신문은 아키오 사장이 고개를 숙이는 각도를 표시하기 까지 했습니다. 40도.

    이런 언론 평들을 토요타는 당연히 모니터링했겠지요. 아키오 사장에게도 보고를 했을겁니다. 이런 경우를 한번 상상해 보시죠. CEO에게 어떤 반응을 기대하십니까? 보통 제가 아는 CEO분들은 이런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이걸 기사라고 싣나? 이젠 OO일보도 맛이 갔군. 왜 이렇게 저질기사들이 많아 질까…문제야 문제…”

    홍보담당자는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데 이게 문제가 더 커지는 겁니다. 다음 기자간담회에서도 똑같이 고개를 덜 숙이시거나, 아니면 아예 화를 내시면서 고개를 숙이지 않으시거나 하면 큰일이거든요. 기자들이 계속 신경쓰면서 추적을 할 것 아닙니까?

    아키오 사장은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 기자회견 때는 억지로 책상을 붙잡으면서까지 고개를 60도로 숙였습니다. (당연히 언론에서 그 각도도 표시를 했습니다) “언론에서 문제라고 하면 문제인거지. 내가 좀 더 고개를 숙이는 게 크게 어렵진 않지. 숙일께…”하신거죠. 관리해야 하는 ‘위기’의 정의를 자신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바깥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그에 그냥 순순하게 따른겁니다. 리스닝해서 변화한다는 의미가 곧 소통이죠. 나는 절대 바뀌지 않아 하며 리스닝도 하지 않는 많은 기업들과 경영진들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위기에 대한 정의는 내부에서 먼저 잘 정리되어야 합니다. 원칙에 따라야죠. 싫어도. 그리고 외부 이해관계자의 정의를 유심히 분석해서 그에 맞추는 사회성이 필요합니다. 좋은 기업이 되는 길이죠.

    ‘위기’에 대한 정의가 안팎으로 다른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위기(Crisis)에 대한 정의가 회사 내부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아서
    • 일선에서의 민감성이 의사결정그룹의 민감성과 서로 달라서
    • 정확하게 충분한 여론이 취합 분석되지 않아서
    • VIP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가 보고되지 않아서
    • 이해관계자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실해서
    • 위기 시 상황 모니터링 방식이 정상적이지 않아서
    • 평소 회사가 가진 내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 능력이 부실해서
    • VIP께서 초기에 ‘위기가 아니다’ 정의하셔서

    정용민 씀. 2015.2.26

  • 기업 위기관리 실패공식 네번째: 기업 위기관리의 독수독과론(毒樹毒果論)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실패 공식 6개 중 이번엔 4번.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공식에 대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위기관리 전략. 위기관리 전략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근데 막상 위기관리 전략이라는 걸 들어보면 어떤 이벤트나 술수를 지칭하는 경우들도 흔합니다. 회장님이 사고 현장으로 날아가 고개를 숙였다는 것을 위기관리 전략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행동에서 위기관리 전략은 “왜 회장님이 현장으로 몸소 빨리 날아가셔야만 했는가? 왜 자신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어야 했는가?”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 회장님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했을 때, 회장님이 고개를 숙이시는 것이 전략이라기 보다는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확고한 위기관리 의지를 빨리 보여주어야 하겠다”는 것이 회장님의 전략이라 이야기하는게 맞습니다.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해당 위기를 타개할 전략이 없거나 부실할 때 발생합니다. 일단 상황에 접한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어떻게든 불을 끄려고만 합니다. 그 불이 꺼지지 않고, 여기저기 불을 확산시키는 근본 요인들을 보지 못하게 되는거지요. 불만 끄면 된다라고 아주 제한적인 위기관리 업무관을 가진 실무자들도 있습니다. 그 불을 만드는 요인까지는 우리가 관리 불가능하다고 아예 포기 하는거죠. 하지만, 여기 저기 불만 끄려고 해서는 관리가 되질 않으니 문제입니다.

    보통 기업 위기 발생 시 기업이 정확하게 여론을 읽고, 최고의사결정자에게 그 여론의 청사진을 그대로 전달 해 전략적인 기조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VIP께서 충분히 여론을 읽고 계시다 추측해서도 안됩니다. VIP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조언을 하고 자의적 상황 해석을 해드리는 여러 인사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물론 종합적 상황과 여론분석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는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자신에게 긍정적이거나 낙관적인 조언을 하는 사람들을 따르게 됩니다. (일부 로펌 시니어 변호사들이 이를 잘 활용하지요)

    여론은 들끓어 금새 냄비 바깥으로 거품을 쏟아내려고 하고 있는데, 누군가 VIP 귀에 대고 이런말을 합니다. “회장님, 사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서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다 가려질겁니다. 아마 그때에는 회장님이 옳으셨다는 걸 만천하가 다 알게 되겠지요. 대담하게 마음가지시고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시지요” 이 얼마나 달콤한 이야기입니까?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반대로 “회장님, 저희가 예상하고, 많은 언론 데스크들이 조언하는 것에 따르면 오늘이라도 당장 회장님께서 직접 언론을 불러 놓고 사과 기자회견을 좀 하셔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규제기관부터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상당히 부정적인 자세로 돌아 설 것 같습니다. NGO 고발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짜증나고 열받는 조언입니까? 다 인지상정이지요. 전략은 선택의 문제거든요.

    여론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힘.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대표적 SNS들을 읽고 분석하여 여론의 향배를 점치는 기업들도 많아 졌습니다. 그 점에서 온라인과 SNS는 참 고마운 대상들이죠. 물론 온라인과 SNS만 의지하는 것은 아니죠. 기존 전통 언론들도 분석 하고, 소비자 접점에서의 리스닝도 하고요. 각종 전문가들과 관련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의견도 청취하면서 최대한 정확하게 여론을 읽으려 합니다. 이 모든 노력이 전략을 위한 것이지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은 언뜻 별반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반대로 상당한 문제점들을 나타내고 있는 게 우리 기업들의 현실입니다. CEO나 임원들을 만나보면 “언론 대응은 홍보실 소관”이라 합니다. 자기는 모르겠다 하면서 신경을 쓰지 않는 임원들도 많습니다. 자신과 자신 부서에게 맡겨진 역할과 책임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조직전반에 걸쳐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언론과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는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전략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평소 홍보실에게 언론 대응을 전가하는 가이드라인에만 익숙한 임원들의 많은 수가 실제 언론과 접촉 하면 많이 무너집니다. 적극적으로 대쉬 해 오고, 기술적으로 취재 하는 언론이 자신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거죠. 홍보실을 이야기하다가…이내 그대로 넘어갑니다. 왜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임원들과 중요 직책자들에게 미디어트레이닝을 시킬까요? 홍보실이 모든 언론 대응을 핸들링하는 데 왜 귀중한 시간을 내어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으며 힘들어 할까요? 다 전략에 관한 것입니다.

    한번도 대규모 위기 상황을 경험 해 보지 못한 CEO와 임원들도 있습니다. 한 회사에서 30년을 근속해 임원이 되었는데도 돌아보면 별로 몇번 큰 사고나 이슈에 휩쌓여 본적이 없는거죠. 기억 나지를 않는 걸 보면 그리 큰 문제들은 없이 아주 순탄하게 잘 회사가 이어져왔나 봅니다. 근데 오늘 밤이라도 갑자기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 보죠. 개개인은 경험이 없습니다. 위기관리 전략을 세워야 하는 건 아는데…이상하게 이벤트가 떠오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려면 여러 고려들이 전제되고, 논리와 핵심 메시지들이 구성되어야 하는데…한번이라도 해 봤어야죠. 그냥 변호사가 써준 입장을 그대로 기자에게 읽어주며 설명하는 걸 상상합니다. 기본적 Q&A도 진행하기 힘들어하지요.

    그런 경험을 주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CEO와 임원들에게 아주 실질적인 위기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진행합니다. 사실 그런 세션들은 교양이나 알아두면 좋을 그런 학습이 아니죠. 어떻게 보면 생존 연습니다. 국내 기업 CEO들과 글로벌 기업 CEO들(외국인)을 비교해 보면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련 훈련 시간이나 경험치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그 차이가 벌써 위기 요인인 셈이죠.

    회사에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일원화 해 놓았는데. 그 창구가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경우도 꽤 많습니다. TV보도등을 보면 하루에도 몇명씩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우스꽝스러운 변명과 메시지로 뉴스 시청자들을 재미있게 하고, 분노하게 합니다. 그 메시지가 진짜 위기관리를 위한 핵심 메시지팩에 들어 있던 메시지 그대로인지 물어보면 아니라고 합니다. 훈련되지 않아 제대로 이야기를 못하고, 정확한 메시지 대신에 자신의 애드립이나 생각을 언론에게 발설하는 거죠. (홍보실 시니어 임원분들도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기자들과 너무 친해서 메시징에 문제를 일으키는 많은 케이스들이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위기 상황에 개입하는 임원들이나 관계자들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나 초기 SNS(트위터 시절) 성장 시절에는 대단했지요. 대표가 직접 자신의 트위터로 위기에 개입해 싸우기도 하고, 임직원들이 자사의 위기를 놓고 온라인공중들과 전면전을 벌이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이게 기존에 있던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전략이라면 뭐 할 말은 없습니다.

    위기관리 전략은 사실 평소에는 상당히 고민 해 만들어 놓은 가이드라인과 체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원보이스 전략, 창구 일원화 전략, 멀티 대변인 전략, 워룸을 베이스로 한 신속히 마주 앉기 전략, 성실 정확 보고 공유 전략, 위기관리 매니저 활용 전략, 1시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룰, 관제탑 전략, 보험 및 대비 예산 확보 전략 … 지금이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바로 실행 가능하도록 미리 갖추어 마련해 놓은 체계들 말입니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정확한 상황 파악과 분석을 통해 상황과 여론을 정확하게 읽고, 최악의 상황과 여론을 방지하는 ‘결단’이 곧 위기관리 전략이 됩니다. 하이프로파일로 난관을 헤쳐 나갈것이냐. 일단 로우프로파일로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냐. 특정 대변인을 활용할 것이냐. 제3자 인증이나 지원그룹을 활용할 것이냐, 어떤 라인을 탈 것이냐, 온라인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이냐 등 이런 것들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됩니다.

    중요한 것은 앞에 제시한 체계적 위기관리 시스템이 존재해야 그나마 뒤에 나오는 위기 발생 시 위기관리 전략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하는지만 보고서도 그 기업이 어떤 수준의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 할 수 있습니다. 아무 체계나 가이드라인 없어도 전략적일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희망은 그 자체로도 위험합니다.

    재미있게 표현하면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毒樹毒果 [독수독과] 론이라고 할까요?

    기업이 위기 시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체적인 이유들입니다.

    • 정확하게 여론을 읽는데 실패 해서
    • 위기관리위원회가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지 않아서
    •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이 내부에 존재하지 조차 않아서
    • 훈련 받지 않은 창구들이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해서
    • 경험 없거나 잘못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창구들이 커뮤니케이션 해서
    • 완벽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팩을 기반으로 해서
    • 정치적으로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상황에 개입해서
    • 대 이해관계자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법적 고려가 부족해서
    • 법정 논리만 가지고 싸우려 해서 (나중에 변호사들은 여론의 법정 패배에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정용민 씀. 2015.2.17

  • 기업 위기관리 실패공식 두번째: 신속함에는 적이 없다.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실패 공식 6개 중 이번엔 2번.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공식에 대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위기 상황에 처해 본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공감할 텐데요. 얼마나 스스로가 느립니까? 평소 같은 의사결정 단계와 속력으로는 어떤 위기도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절실하게 깨닫게 되죠. 일선에서는 항상 “위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내려져야 우리가 대응을 하고 말고 할 것 아닌가?”하며 불평합니다. 반대로 위에서는 “우리가 실행을 지시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제대로 된 것이 없나?”하며 화를 내죠.

    양쪽 모두에게 랙이 걸린 꼴입니다. 의사결정을 하려면 정확한 정보들이 취합 분석되어야 하는데, 위기라는 것이 그렇게 종합선물세트 같이 단박에 충분한 정보를 허락하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단편적 정보들과 그 정보들을 딜리버리 하는 많은 관련 직원들의 해석과 의견들이 뒤섞여 취합된 채 의사결정을 종용합니다. 당연히 우물쭈물하게 되죠.

    CEO 의사결정을 앞에 두고도 일부 임원은 맞다, 다른 임원은 아니다 논쟁을 하게 마련입니다. 부서장들끼리 서로 손가락질 하면서 왜 문제를 만든 거냐 비판도 하고, 일부는 서로에게 하소연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CEO는 점점 더 두려움과 혼동의 나락으로 빠져들죠.

    병목현상도 늦게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는 큰 이유입니다. 기업 내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가 되는 과정에는 항시 병목이 있습니다. 그 병목이 긴 조직의 경우에는 보고라인도 층층입니다. 또한 보고방식이 상당히 권위적/형식적입니다. 급박한 위기 시에도 잘 정리된 보고서를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쁜 폰트와 형식을 맞춘 보고서들을 놓고 수정과 수정을 반복하죠. 팀장이 임원에게 임원이 또 상위임원에게 상위임원이 최고임원에게…줄줄이 이어지며 상황은 더욱 더 왜곡되고, 시간은 시간대로 늘어납니다. 결국 상당시간이 흘러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 되었을 때는 이미 해당 보고서는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역사 기록이 되어버린 거죠.

    빠르게 대응하길 원하는 기업/조직들은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워룸(war room)을 만들어 한자리에 빨리 마주 앉는 훈련을 하곤 합니다.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평시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그 역할을 상실합니다. CEO와 임원들간에 휴대전화 통화가 여의치 않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화를 돌리다 보니 출동이 쉴새 없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위기 시 물리적 공간에서 모두가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것은 수 백년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소중한 위기관리 체계입니다.

    자, 그러면 의사결정이 어떻게든 빨리 내려지면 상황은 금새 달라질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대응 전략이 세워지고 이런 저런 실행 명령이 담당 부서들에게 떨어 집니다. 그 다음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상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다들 인상을 찌푸립니다.

    법무팀에게 “관련해서 대응 할 로펌을 빨리 선정하세요”라는 긴급한 명령이 떨어졌다고 해보죠. 법무팀장이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이슈를 가장 잘 아는 로펌을 수소문합니다. 각각 로펌에 지인들을 찾아 또 전화를 합니다. 미팅을 의뢰하고요. 미팅을 해보고 견적이나 제안을 받아보거나 하는 일상적(?)인 프로세스들이 진행됩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을 하는데에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홍보팀은 어떤가요? “홈페이지 팝업으로 일단 해명문을 띄우고, 고객들의 불만사항들을 접수하도록 어랜지 하세요”라는 아주 간단한 명령을 받았다고 해보죠. 홍보임원이 홍보실에 내려옵니다. 홈페이지는 누가 관리하는지 물어봅니다. 과장급에게 보도자료 해명문을 한번 써오라고 하죠. 과장이 어떤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청취 하고 감을 잡아서 해명문 초안을 씁니다. 부장이 또 수정과 수정을 하고 임원에게 가지고 올라갑니다. 이후에도 여러분들의 의견이 포함되어 해명문이 완성되죠. 근데 불행하게도 이게 끝이 아닙니다.

    해명문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담당하는 부서에 가서 해명문을 줍니다. 디자인을 잡아야 한다고 합니다. 회사 로고를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폰트는 어떻게 하고, 팝업 사이즈는 어떤 사이즈로 해야 하는지, 홈페이지 어느 섹션에 넣는 것이 좋은지 등등의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해명문을 배달했던 홍보실 대리는 수많은 질문들을 가지고 홍보부장에게 대시 보고 하죠. 또 왈가왈부가 이어집니다. 홈페이지 첫 화면 팝업은 어떠냐? 아니다, 게시판 속에 심자. 아니다, 고객들이 아이디를 치고 로그인 하면 그 때 팝업으로 하자…논란은 이어집니다. (읽기만 해도 지루해 지죠???)

    여기에서도 끝이 안 납니다. 일단 어떻게 해서 반나절 시끄럽게 준비 해 팝업을 올렸습니다. 근데 또 문제가 있네요. 모바일로는 팝업이 깨져 보인다는 겁니다. 또 난리가 납니다. 모바일 버전을 또 만집니다. 시간이 갑니다. 중간 중간 실행 프로세스 보고를 하곤 했지만, CEO께서 외부 미팅 나가시면서 모바일로 체크하신 바 엉터리 같은 해명문 팝업이 뜬다고 전화 하셔서 홍보임원에게 싫은 소리를 하십니다. 제대로 일하라고요. 실행 명령이 떨어지면 이렇게 실행을 준비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니 문제입니다. 뭐든 제대로 하려면 한나절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볼 때 대응 시간을 많이 체크합니다. 해당 기업이 상황 발생 이후 빠르게 잘 대응한다는 것은 그 만큼 해당 조직의 위기관리 역량이 발전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행준비도 최대한 사전에 가이드라인과 훈련으로 완성되어 있다는 의미죠. 불필요하게 왈가왈부하는 시간을 평소에 미리 제거해 버렸다는 의미입니다. 빠르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의미를 가집니다.

    외국기업들의 경우에는…정말 이 보다 더 한 ‘참극’이 벌어집니다. 해외본사와의 시차, 사용하는 언어의 다름, 로컬에 대한 이해 부족, 대응 전략에 대한 시각차, 정치적 역학관계 등 여러 이슈들이 더해져서 한국기업들 보다 훨~~~씬 더 많은 대응 시간을 소모합니다. [참고 포스팅: 위기관리 국내기업 VS. 외국계기업]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내부에서는 이렇게 푸닥거리가 생기고 어느 한 명 할 것 없이 패닉에 빠져 여러 활동들을 하는데요, 밖에서 보면 해당 기업은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내부에선 준비라 부르지만, 밖에서는 그걸 침묵이라고 부릅니다. 느려도 너무 느리게 보여지는 거죠.

    얼마전 해외에서 대형 항공사고가 발생했을 때 종편의 한 앵커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OO항공은 왜 이 시간에도 아무런 발표나 상황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것일까요? 언제까지 우리가 기다려야 할까요?” 이런 상황을 의미합니다. 늦는다는 것은 성공과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기타 기업/조직이 위기 상황 발생 시 대응에 있어 늦는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감지가 늦어서
    • 일선 정보보고가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서
    •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상 병목이 있어서
    • 위기관리 위원회가 의사결정에 시간을 끌어서(경험 부족 등)
    • 실행 그룹이 여러 문제로 실행까지 준비시간을 과도하게 소모해서
    • VIP께서 침묵하셔서
    • 초기에 침묵하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다 해서

    마지막으로 이에 대해 종종 위기관리 매니져들이 하는 질문입니다. “대응이 완벽하지 않아도 빠른 게 낫나요?” 근데 이건 전략의 품질에 대한 이슈입니다. 신속성에 대한 측면에서는 일단 최초 대응이 빠르면, 수정 대응의 시간이라도 벌 수 있으니 형편없이 늦는 것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대응이 완벽에 가까우면서 빠른 게 당연히 최고죠.

    정용민 씀. 2015. 2.12.

  •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조직들의 공통적 실패공식

    수많은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실패 케이스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들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실패 케이스들이 이 중 한 두 개 또는 전부에 해당 되는 실행을 했을 것입니다.

    1.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2.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3.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4.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5.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6.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흔히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거짓말 하지 말아라’하는 조언도 3번,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거나, 4번,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공식과 연결된 것입니다.

    참고로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거짓말 하지 말아라’는 조언에는 매우 중요한 핵심이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습니다. “(제3자 검증이 가능한 팩트에 대해서는 절대) 거짓말 하지 말아라”는 게 좀더 정확한 조언입니다. 모든 거짓말은 제3자에 의한 아주 쉬운 검증이 가능했던 팩트에 대한 것이어서 문제였습니다.

    먼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는 실패 공식을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해당 기업은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입니다. 종종 기업 위기관리 매니저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매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먼저 커뮤니케이션 하고 나가야 성공하는 걸까요? 침묵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케이스도 있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침묵도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___ 사실 이 전략에도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습니다. (모든 개입 준비를 완료하고) 침묵하는 것이 더 정확한 전략이자 조언이 되겠습니다.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침묵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은 상당히 중요한 전략적 결정입니다. 그러면 어떤 경우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까요? 어떤 경우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면 안될까요?

    이에 대한 답은 ‘핵심 이해관계자들 대부분이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할 때’입니다. 누군가는 또 이렇게 묻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해관계자들이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하기를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나요?” 이에 대한 답을 위해 기업은 위기발생시 모니터링을 합니다. 구체적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입장과 태도를 보이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추적을 하는 활동입니다. 학문적으로 여론조사 같은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 채널과 방식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태핑하는 활동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첫 번째 실패 공식에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의 경우에는 곧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데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는 기업의 태도를 의미합니다. 시민단체에서 공식적으로 질의가 오고, 규제기관이 원인 조사를 하고, 언론에서 지속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온라인에서 갖가지 이야기들이 창궐하고 있는 상황을 상정합니다. 그 와중에 주인공인 그 기업이 침묵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내부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부적으로 보고와 공유 되지 않는 경우도 이 실패공식과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일부 CEO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음부터 내게 공유해 주지 않고, 왜 문제가 무르익어서 손 쓸 수 없을 때가 되야 매번 나에게 보고 하는가?” 아래 임직원들은 또 반대로 이렇게 항변합니다. “매일 매일 자잘하게 발생하는 해프닝들을 다 보고한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 이해가 되는 입장들이다.

    내부적으로 어떤 상황을 어떻게 어느 선까지 보고하고 공유해야 하는가 하는 논쟁은 위기관리 리더십에 있어 아주 중요한 주제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정기적으로 ‘이슈 트레킹 미팅’을 진행하곤 합니다. CEO와 임원들이 모여 일선에서 올라온 ‘잠재 이슈’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부여 해 다 같이 들여다 보는 세션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미팅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런 미팅이 지속적으로 진행이 되면 장기적으로 기업문화가 바뀌는 결과를 만드는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미팅이 성공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CEO와 핵심 임원들이 올라오는 잠재 이슈들을 ‘문제 관련 직원을 탓하고 벌하는 기회’로 삼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잠재 이슈를 먼저 발견해 공유한 뒤 안전하게 관리 된 결과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업/조직이 침묵하는 이유라고 보면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 몰라서 침묵하는 것처럼 보임
    •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서 침묵
    • 좋은 이슈가 아니니까 일단 침묵하자 해서 (전략적 침묵?)
    • 신경을 미처 못 쓴 일부 채널이 방기 돼서
    • 대응 메시지는 있는 데 적절한 창구가 없어서
    • 열심히 대응 하려 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 VIP가 아무런 결정을 안 해 주셔서
    • 법무나 로펌이 ‘대응 하지 말라고’ 조언 해서

    마지막으로 이 공식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끝까지 일관성 있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은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입장을 바꾸는 거죠. 밀리고 밀리다 겨우 커뮤니케이션하는 겁니다. 결국 “왜 처음부터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았는가?” “왜 함구했는가?” “왜 쉬쉬한 건가?” 하는 질문에는 할 답이 없어 다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안타까운 실패공식이죠.

    정용민 씀. 2015. 2. 11.

  • 기업들의 위기관리와 유리턱(Glass Jaw) 현상

    오랫만에 블로그를 위한 글을 써봅니다. 2015년에는 예전 같이 블로그만을 위한 글들을 종종 정리 해 올려 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유리턱(Glass Jaw)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이 유리턱이라는 개념은 원래 권투경기에서 사용되는 속어라고 합니다. 덩치는 크고 싸움을 잘하게 생긴 선수인데, 쬐그만 선수에게 한방 제대로 맞으면 나가 떨어지는 그런 선수를 보고 ‘유리턱’이라고 한답니다.

    그림1

    이 개념을 위기관리에 사용한 선수가 있는데, 미국에서 위기관리 펌을 하고 있는 에릭 데젠홀(Eric Dezenhall)입니다. 작년에 ‘Glass Jaw’라고 이름 붙인 책을 냈습니다.

    그런 개념을 기반으로 우리 기업들을 보면 최근 기업들의 위기관리에 있어 ‘유리턱’현상이 자주 발견됩니다. 그렇게 크고 위대해 보이던 회사가 ‘녹취’ 한방에, ‘소송’ 한방에, ‘몰래 카메라’ 한방에, ‘VIP의 어떤 행위’ 한번에… 그로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링위에 나가 떨어지는 현상말입니다.

    이런 경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니..저렇게 큰 회사가 어떻게 저리 무력할 수 있지?”

    기업이고 개인이고 ‘유리턱’들은 공통적인 내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천적 유리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말이죠.

    1. 자신의 덩치와 맷집을 혼동합니다. 자신의 큰 덩치를 믿고 어떤 위기라도 만만하게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평소 자신만만해 합니다. 일부는 아예 신경도 안쓰고 있지요.

    2. 자신의 취약 포인트를 평소 잘 모르고 있습니다. 유리턱은 실제 경기에 나가서 펀치를 맞아보기 전에는 자신이 유리턱이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지요. 평소 잘 모릅니다. 어디를 맞으면 바로 링위에 누울 수도 있다 하는 부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죠.

    3. 유리턱들은 평소에 취약 포인트를 강화하거나 보호하는 훈련도 하지 않습니다. 어디가 약한지 모르니 커버할 부분도 경기 때 잘 모르죠. 약한 부분을 평소 단련해서 맷집을 키우거나 정상화 시키려는 노력도 부족합니다. 항상 자신만만하거나 관심이 없죠.

    4. 일부 자신의 취약 포인트를 알고 있는 유리턱들은 항상 조마 조마합니다. 유리턱 기업들도 이렇습니다. 경쟁사가 특정 위기에 휩싸이면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봐 안절부절하죠. 그러면서도 유리턱에서 벗어날 노력은 별로 하지 않습니다. 경쟁사가 경기에 나가 링위에 누워 있는 것을 보면서 ‘경기가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죠.

    5. 모든 유리턱은 경기 시작 후 금방 쓰러져서 재기하지 못합니다. 경기가 끝날때까지 누워만 있죠. 경기중에 다시 일어서 싸울 용기나 체력이나 가능한 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자포자기죠.

    기업들이 최근 위기 발생 직후 ‘유리턱’현상을 보이는 내적인 이유는 위와 같습니다.

    그렇다고 상대방인 위기관리 환경도 예전 처럼 만만하지가 않다는 건 더 큰 문제입니다. 불과 몇년전과도 싸움의 룰이나 펀치의 강도와 빈도들이 전혀 달라진거죠.

    최근에 유리턱 기업들을 양산해 내는 외부의 위기관리 환경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온라인+소셜미디어+모바일+오프라인미디어(전통적인 매스미디어)X 이해관계자들. 일명 죽음의 칵테일로 불리는 강력한 적이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합니다. 20~30년전 종이신문 몇개와 싸우던 기업 홍보실을 추억 해 보면 후배들은 부러울 따름입니다. 상대적으로 그때는 한산했었을 것 같습니다. 현재는 위기가 발생하면 ‘모니터링’ 하기도 벅찹니다. 대응 이전에 현재 상황이 어디에서 어디로 번지고 있고, 얼마만큼 확산되고 있으며, 하나하나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바라보기에도 벅찹니다.

    평소 위기 환경을 팔팔 끓고 있는 기름 냄비라고 상상 해보시죠. 위기의 발생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옵니다. 소줏잔 정도의 찬물을 소리없이 끓고 있는 기름냄비에 조르륵 부어보는 상상을 해 보세요. 그 이후에 벌어지는 ‘참극’이 최근 죽음의 칵테일이 만들어 내는 현상 바로 그대로 입니다. 통제요? 관리요? 대응이요? 불가능합니다. 인정하셔야 합니다.

    2. 빛의 속도로 성장하는 위기의 스피드. 예전에는 일간지 마감시간에 맞춘 위기대응이 기본이었던적이 있었습니다. 일이 발생하면 회의를 집합시켜서 논의 하고 결정 해서 실행을 준비하고…이런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홍보실 임원이 문제를 제기한 신문사 데스크를 만나러 고즈넉하게 택시 타고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이젠 그럴 겨를도 없습니다. 헬리콥터가 아파트에 충돌한 뒤 추락 했을 때. 사고 직후 불과 10분여만에 수많은 트위터 사진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시대입니다. 말 그대로 주말 경기도 골프장에서 새벽 골프를 치는 홍보임원이 본사로 돌아와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하기전 대부분의 초기 상황은 프레임이 잡혀버린다는 의미입니다. 홍보라인이나 직원들을 통한 정보라인보다 훨씬 더 빠르고 많은 정보소스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번쩍이고 있습니다. 당할 수가 없습니다.

    위기 시 CEO의 의사결정을 위해 파워포인트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 기업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CEO가 참석하시는 대책회의를 위해 음료수를 세팅하고 재떨이를 임원 서열에 맞추어 정렬하는 그럴 시간이 이제는 없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걸어다니시던 CEO들이 위기 시에는 뛰어 다니셔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속도를 반이라도 따라가야죠.

    3. 기업의 위기는 어떤 이들의 식권(meal ticket)이 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밥을 벌기 위해 위기를 구조적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신들의 식권을 만들어 내는 거죠. 소비자단체들을 보시죠. 기업의 문제들에 주목하는 수많은 언론들을 보십시오. 기업의 작은 흠이라도 잡으려는 소비자들은 어떻습니까. 자신그룹의 정체성을 위해 피케팅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밥먹듯 소송을 남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불매운동을 자극하면서 활동하는 활동가들도 수없이 많아졌습니다. 온라인과 SNS에서는 어떻습니까? 기업이 잘되었으면 좋겠다 기도하는 사람들 보다, 기업이 무엇을 잘 못하나 지켜보고 항상 욕할 준비가 되어 있는 수많은 온라인 공중들이 실재합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상당한 수준으로 훈련받았고, 수많은 경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 내부 위기관리팀들 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입니다. 중장기 공격 전략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언론과 법 그리고 규제기관들을 통합적으로 핸들링합니다. 준비 없이 무조건 대응하려 하다가는 한방에 나가 떨어지는 유리턱이 됩니다.

    4. 여론 정서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사회적 성숙도가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고 생각하게 되다가도, 어떤 때 보면 공중들이 마치 유치원 아이들 처럼 유치할 때가 있습니다. 몇몇 정보에 부화뇌동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증거나 반론을 제시해도 잘 이해도 못하고요. 금방 끓다가 금방 가라 앉는 양은 냄비 같은 여론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의 위기관리도 종종 이런 냄비 환경에 맞추어 초기 하이프로파일로 맥을 끊어 버리는 대응을 하게 됩니다. 무조건 잘못했다. 최대한 배상하겠다. 이런 식이죠. 왈가왈부하다가는 쓸데 없이 더 끌려 다니고 상처만 오래간다. 그러니 끊자. 이런 전략이죠.

    이런 여론정서법을 비판만 하고 있어서는 아무런 소득이 없습니다. 언론이 썩었다고 이야기해 보았자입니다. 온라인에는 쓰레기 같은 여론들이 넘쳐난다 귀를 막고 눈을 막아도 도움은 안됩니다. 비판과 하소연 이전에 무언가는 해서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유리턱이 되시지 않으려면요.

    5. 마지막으로 정치권과 규제기관들의 여론 민감도가 극대화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들을 귀찮게 하는 겁니다. 괜히 없던 일을 만들어 내는 걸 제일 싫어 합니다. 현재 자신들이 할일들로도 바쁘죠. 기업의 위기상황은 그 자체로 정치권과 규제기관에게는 골치 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냥 단순 사건 사고라면 그리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이게 사회적인 논란과 연결된 것이라면 다른 문제입니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언론에서 다루지 않고, 간단하게 다루고 하는 기업 위기는 그래도 조금 무시하면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끓는 기름 냄비에 계속 찬물을 붓고 있는 기업입니다. 저러면 안되는데…하는데도 사회적으로 참극까지 가고 공분(public angry)을 만들어 내는 대형 기업 위기에는 어쩔수 없이 정치권과 규제기관이 개입을 하게 됩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프레임을 잡아 이를 더욱 재앙으로 끌고 가죠. 규제기관도 일단 사회적 논란이 된 건에 대해서 ‘손을 놓고 있다’는 평을 받기 싫어하는 게 당연합니다. 경영진에게 출두명령을 내리고, 압수수색을 하고, 조사를 하면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게 마련입니다. 정치권과 규제기관이 동시에 들이닥치면 그 다음에는 어느 한 곳도 예외없이 자신들만의 업적을 남기려합니다. 그 와중에서 기업의 위기관리 리더십은 그쪽으로 넘어가게 되버리는 거죠. 요즘엔 그 두 그룹들이 상당히 민감해 졌습니다. 언제든 개입 할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리턱들은 조심해야죠.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실제 환경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준비가 평소에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동차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클래식 자동차들의 최고 속력은 시속 75km 가량이었다고 합니다. 이 당시 큰 대로를 건너는 사람은 그렇게 쎈 훈련이나 노력이 필요 없었습니다. 대로라고 해도 돌아 다니는 클래식 자동차들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았었고요. 다가오는 자동차를 그냥 살짝 살짤 피해 걸어 건너면 충분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비유가 왕복 10차선 고속도로를 건너야하는 기업의 상황으로 비유 될 수 있습니다. 왕복 10차선에는 쉴새 없이 시속 200-300km의 슈퍼카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상황이죠. 1개 차선을 운 좋게 극복했다고 해도 다음 차선에선 어떤 사고가 날지 모릅니다. 그 많은 슈퍼카들을 요리 조리 피해 10개 차선을 무사히 건너려면 그 만큼 기업은 빨라야 합니다. 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경험도 많아야 합니다. 체력과 판단력은 당연하겠지요. 위기관리 리더십이라는 이런 것입니다. 이런 모든 것을 평소에 챙기고, 키우고, 유지하는 노력이 바로 위기관리 리더십입니다.

    챔피언이 되느냐? 유리턱이 되느냐? 모든게 이 위기관리 리더십의 이야기입니다.

    정용민 씀. 2015. 1. 16.

  • 딱 하루만 해보자, 2015 위기관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딱 하루면 된다. 업무시간인 8시간이면 충분하다. 모든 직원이 한자리에 모일 필요도 없다. CEO와 핵심 임원들 그리고 실무를 맡아 훌륭히 해 나가고 있는 팀장들만 같이 해도 충분하다. 2015년을 시작하면서 다 같이 한번 생각 해 보자. 기억을 되살려 보자. 과연 우리 회사에 어떤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21004652필자가 한 공기업에서 몇 시간짜리 위기관리 워크샵을 진행할 때였다. 그 곳에서 30년을 근속하셨다는 한 연로한 임원께서 워크샵 후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제가 이 회사를 30년 정도 다니면서 우리 회사의 위기에 대해 곰곰이 몇 시간 같이 생각 하고 토론 해 본 적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그렇다.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 평소 위기에 대해 생각하거나 상상해 보지 않는다. 관심의 결핍이 곧 가장 큰 위기다.

    지난 해만 해도 수많은 기업이 위기를 골고루 경험했다. 각각의 많은 기업 구성원들이 그 위기로 인해 힘들어 했고, 피해를 입었고, 돈을 잃고, 자리를 잃었다. 다른 기업들의 임직원들은 신문이나 온라인에서 그 소식을 들으면서 흥미로워 했다. 일부는 위기관리에 실패 한 기업에게 손가락질도 했다. 어떻게 저렇게 위기관리를 엉망으로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만이었다.

    대부분의 위기는 CEO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책상 서랍 속에 숨어 숨쉬고 있다. 직원들의 PC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공장이나 지점 직원들의 머릿속에서 매일 매일 자라나고 있다. 회사와 함께 영향력을 주고 받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은 이미 우리에게 다가오는 위기를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많은 위기의 싹들을 일선에서 지켜보고 있는 직원들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CEO와 임원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모두 끌어 내 회사의 위기관리 자산으로 만드는 작업은 왜 그리 힘들까?

    우리에게 그와 동일한 또는 유사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 까지는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이라도 우리에게 그 같은 일이 발생하면 우리는 그들 보다 더 잘 관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는 미처 던져 보지 않았던 것이다. 설마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발생하겠어? 하며 일상으로 돌아 왔기 때문이다.

    어떤 임원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어떤 위기가 발생 할는지 누가 알겠어요? 근데 막상 갑자기 위기가 발생하면 뭐 어떻게든 헤쳐 나가기 마련이더라고요. 평소 위기만 생각 하며 일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고…닥치면 어떻게든 될 겁니다.” 수십 년 간 같은 또는 여러 회사에서 일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임원들이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든 된다.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에게서 발생하는 위기들을 보면 그 유형이 생각보다 매번 다르거나 새롭지 않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이 기업에서 발생했던 위기가 얼마 후 저 기업에서도 발생한다. 같은 위기가 한 기업에게 계속 반복되는 경우들도 있다. 그 때 그 때 달라 보이지만, 사실은 언젠가 또는 누군가 이미 몇 번씩 경험했던 위기들이라는 이야기다.

    학창시절에 비유 해보면 이미 나왔던 시험문제가 계속 나온다는 의미다. 이미 풀어 보았던 문제가 시험에 그대로 출제 되는 셈이다. 일부는 선생님께서 이미 풀어주신 정답을 그대로 적는 시험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위기와 위기관리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미 여러 번 나왔던 문제, 벌써 풀어 보았던 문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바로 그 문제를 매번 새로워 하고 오답을 적어 실패하는 바로 그 기업들이다.

    기업이 생각하는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은 시험공부를 등한시 하고 중요한 시험에서 요행을 바라는 학생의 자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운이 좋은 학생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실패를 할 것이 뻔하다.

    CEO가 핵심이다. CEO가 관심을 가지고 민감해야 기업이 민감해 진다. CEO가 위기관리 리더십을 보여야 위기가 관리된다. CEO 스스로 우리에게 이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그림을 한눈에 그리고 있어야 한다. CEO가 준비 되어 있어야 한다. CEO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꿰뚫고 있어야 하고, 경험이 없으면 내부와 외부에서 평소 조력을 구해 놓아야 한다. 한번도 듣도 보도 못했던 위기라 할지라도 CEO만 제대로 서면 그 위기는 결국 관리된다.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라고 아래 임직원들에게 지시만 하는 CEO의 회사는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 하루를 내어 다 같이 모여 위기관리를 고민하는 자리에 CEO가 참석하지 않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매뉴얼을 만들어 임직원들에게 배포하면 모든 게 다 잘 되리라 믿지 말자. 위기관리 시스템은 실무진들이 알아서 만드는 것이라 여기면 큰 문제다. 임직원들이 변변하지 못 해 회사가 위기관리에 실패했다고 여긴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2015년 올해부터는 CEO를 중심으로 모두 하루만 다 같이 투자 해 보자. 주위를 살펴보며 우리 회사의 위기에 대해 한번 심도 있게 이야기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다른 회사들은 대체 어떻게 그런 위기를 관리했고, 왜 실패했고, 어떻게 성공했는지 살펴보자.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CEO가 임원들 하나 하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보자. “우리는 준비되었습니까?” 당연히 스스로 ‘CEO로서 나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가?’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은 물론이다. 딱 하루만 고민 해보자. 딱 하루면 된다.

  • 38. CEO의 부적절함에 읍참마속으로 대응했다, 보잉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회사를 살린 구세주에게 회사를 나가라 했다. 잘나가는 CEO에게 윤리강령을 들이대며 책임을 물었다. 성공한 CEO라도 회사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원칙에 의한 결정이었다. 숨기거나 감싸지 않았고 기업 스스로 나서서 CEO를 대신해 변명하지도 않았다. 큰 원칙을 위해 아끼는 말(馬)을 단칼에 베었다. 보잉사의 이야기다.

    2005년 3월 7일. 미국 1위 항공기 제조 업체 보잉사는 당시 CEO였던 해리 스톤사이퍼를 퇴진시켰다. 해임된 스톤사이퍼 CEO는 위기에 빠진 보잉사를 위해 사장으로 컴백 한 사실상 회사의 구세주였다. 이미 2003년 보잉사는 전임 필립 콘디 CEO 시절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만큼 큰 위기를 맞았었다.

    미 국방부의 전직 고위 관료를 불법으로 고용하고 무기 입찰 과정에서 경쟁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하는 등 보잉사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이미지 추락을 경험했었다. 위기 상황에서 다시 CEO에 오른 스톤사이퍼는 ‘도끼 해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특유의 신속하고 강력한 결단력을 발휘, 영업 실적을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취임 이후 보잉사 주가를 50% 이상 끌어올렸고 군납 로비 관행 파문 후 박탈당 했던 국방부 입찰 자격도 되찾아왔다.

    그렇지만 그가 가장 공을 들였던 분야는 보잉사의 도덕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강력한 윤리강령을 마련한 것이었다. 스톤사이퍼 CEO는 취임하자 마자 전직원들에게 매년 윤리강령에 서명토록 하며 경각심을 고취했다.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항상 “직원은 회사를 난처하게 할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사소한 규정 위반도 엄격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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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eing President and CEO Harry Stonecipher (left) and Chairman Lew Platt signed their Code of Conduct forms last month during the annual Boeing Leadership [source : Boeing Frontiers]

    그러나 그를 사장으로 영입한 지 15개월 만에 루 플래트 보잉 이사회 의장은 스톤사이퍼 CEO가 회사 윤리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그를 퇴진시켰다고 발표했다. 스톤사이퍼 CEO가 사내 여성 임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플래트 의장은 “이런 관계는 스톤사이퍼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회사를 이끌 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임 이유를 밝혔다.

    보잉 직원들은 물론 투자자들과 언론들은 보잉사의 이런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목격하고 크게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적으로 미국 기업들에서는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경영인이라면 사생활 측면의 문제는 적당히 눈 감아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우세했었기 때문이었다. 주주들도 성공적 CEO에게는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개인 사생활로 인한 보잉사의 전격적 CEO 해임은 충격이었다.

    플래트 의장은 이런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에 대해 “CEO는 나무랄 데 없는 직업윤리와 사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이사회의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보잉사 이사회는 스톤사이퍼 CEO가 직접 사내 윤리강령에 대한 엄격함을 설파한 주역이었기 때문에 개인 사생활에 대한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더욱 엄격함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적 경영자였고, 위기에 빠진 자사를 구하려 노력하던 구세주 CEO를 단박에 해임해 버리는 과정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사회 많은 구성원들은 말 그대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내리며 심각히 고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잉사는 문제의 CEO를 해임시킴으로써 보잉사 내부의 윤리강령을 더욱 강화시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었다. 또한 CEO의 문제를 눈감아 주다가 외부로 문제가 드러나면 그 후에는 보잉사가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CEO 해임의 큰 이유였다.

    이 케이스는 우리 기업들과 경영자들에게 많은 생각의 주제를 던져준다. 기업 명성을 훼손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영자들을 바라보는 기업 내부 시각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시각간 편차에 관한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경영자가 잘못을 했다면 당연히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업 경영자로서 적절히 사과 하고, 해당 기업은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믿는다. 하지만 실제의 경우 일반적 기업들은 사과보다는 먼저 해당 논란이 별 문제가 아니었다 변명한다. 홍보실은 그 경영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 논리를 개발하고 여러 해명들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 한다. 사과하는 방식이나 취하는 조치들도 해당 경영자의 눈치를 살피는 기반으로 진행되면서 이해관계자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어 버린다. 위기관리를 스스로 포기 해 버리는 것이다.

    반면 보잉사는 이해관계자들이 두려워할 정도로 엄격했다. 윤리강령을 말하고 다니던 CEO가 윤리적이지 못했다면 이는 곧 자사 명성에 대한 큰 부담이자 위기 그 자체라 판단했다. 직원들로부터 “CEO는 그런 짓을 하면서 우리에게만 윤리강령을 적용하다니. 불공정한 것 아닌가?’하는 말을 듣기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일부 다른 기업들 같이 기업 스스로 문제의 경영자만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직원, 투자자, 거래처, 정부, 언론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더 경외했기에 가능했던 ‘읍참마속’의 위기관리였다. 위기관리에 있어 기업 철학과 일관성에 대한 이야기라 의미가 있다.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36. 정확하고 풍부하게 소통했다, 애플 CEO 팀 쿡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꿀 먹은 벙어리라는 말이 있다. 속에 있는 생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매우 훌륭한 경영자이자 혁신가였다. 하지만, 중국 생산 업체의 노동 문제 등 일부 부정적 이슈에 대해서는 가끔 주저함을 보였다. 새로 부임한 팀 쿡은 이런 애플의 전통(?)을 정확하고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개선해 성공했다.

    2010년 1월. 중국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팍스콘 선전공장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최초 사고일인 1월 23일 이후 4개월만에 투신 12건을 포함, 모두 13건의 종업원 자살 기도가 이어져 1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해당 공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직원들의 연이은 자살을 초래 했다 보도 했다.

    세계 언론들과 정부, 노동단체 그리고 소비자들은 생산 업체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한 애플의 입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고 초기 애플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같은 해 6월경에야 당시 CEO 스티브 잡스가 해당 이슈에 대해 첫 언급을 하기에 이르렀다. 잡스는 정보기술(IT) 업계 모임인 D8 회의에 참석해 “우리가 개입해 해결책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에 앞서 지금으로서는 이 상황을 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팍스콘에 대해 “노동 착취업체가 아니다”라고 언급 했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심각한 시각에 비해 이 메시지는 흐릿하고 팍스콘을 옹호하는 듯 한 발언으로 해석되었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애플 CEO에 오른 팀 쿡은 그 이듬 해 초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중국을 방문 한 팀 쿡은 팍스콘 공장을 몸소 찾아 근로 환경을 점검하며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전 CEO가 보여 주었던 입장과는 사뭇 다른 행보여서 전세계 많은 언론들이 관심을 보였다. 팀 쿡은 같은 해 6월에는 이례적으로 투자자들 앞에 서서도 팍스콘을 둘러싼 논란과 자사의 입장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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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Source : Here

    이 행사에서 팀 쿡은 “납품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시설을 계속 감사하면서 문제를 찾고 해결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납품업체가 미성년자에게 작업을 맡기면 사업 관계를 끊겠다며 미성년자 고용이 드문 일이지만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게 애플의 최우선 순위라고도 강조했다. 또한 “근로자들이 유럽이나 아시아, 미국 등 어느 곳에 있든지 우리는 모두 소중히 대할 것”이라며 그간 많은 의문과 논란을 일으켰던 애플의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했다.

    이 후 애플의 의뢰에 따라 노동환경 감시단체 ‘공정노동위원회’는 팍스콘의 중국 공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단체 전문가들이 팍스콘 공장 근로자를 면접하는 등 종합적 감사를 벌였다. 이러한 애플의 정확한 입장 정리와 소통은 이미 팍스콘에서 여럿의 자살 소동이 났었던 2010년 당시 팀 쿡의 개인적 경험에 영향을 받은 바 컸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팀 쿡을 팍스콘 공장에 급파 해 노동환경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맡겼었던 것이다.

    2010년 6월 명령을 받은 팀 쿡과 일행들은 팍스콘 공장을 방문해 카운슬러에 대한 교육 개선방법 등을 포함해 각종 조언들을 한적이 있었다. 당시 팀 쿡 일행은 공장 직원 1천명 이상과 면담했으며 24시간 비상센터 개설 등을 포함해 팍스콘 공장의 대처조치 등에 대해서도 평가했었다. 팀 쿡은 애플 CEO가 된 후 이전에 목격했었던 팍스콘 공장의 근로 환경들에 대한 경험을 기반으로 더욱 엄격한 원칙과 개선 방향들을 정확하게 정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은 꿀 먹은 벙어리로 남지 않게 되었으며 많은 업계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변화에 주목했다.

    많은 기업들이 이슈나 위기를 경험했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는 행태를 보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의 커뮤니케이션 습성과 상당 부분 유사함을 발견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최고경영자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나 전략에 반하는 기업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란 기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최고경영자가 ‘침묵’을 원한다면 기업은 그 어떤 이슈나 위기 속에서도 침묵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반대로 최고경영자가 좀 더 확실한 정리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면 기업도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기업이 공식적으로 행하는 이슈나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 또는 최고의사결정자가 그대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2014년 8월 최근 발표를 보면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생산하고 있는 조립공장의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산 공정 마지막 단계에서 벤젠, 노멀 헥산 등 두 가지 화학물질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애플의 조치는 올 초 ‘차이나 노동 감시단(China Labor Watch)’과 미국 환경단체 ‘그린 아메리카’가 애플에 벤젠과 노멀 헥산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 한데 이어 나온 것이다. 애플이 변화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런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들과 결정들이 이전 보다 좀 더 정확하고 풍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습성의 변화와도 큰 관련이 있어 이슈관리 관점에서 기업들은 주목해 볼만 하다.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34. 거대 신문을 단박에 없애 성공했다, 루퍼트 머독 회장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아무도 그렇게 까지 할 줄은 몰랐다. 누구는 다른 신문들도 다 그러는데 홀로 극약처방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했다. 어떻게 보면 바보 같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사과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름을 사과광고 하단에 싸인 하면서 치욕을 삼켰다. 중대한 실수에 맞서 자신은 물론 직원들과 경쟁사들 그리고 독자들과 국민들을 한꺼번에 놀래 켜 성공했다. 세계적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이야기다.

    2011년 7월 4일. 영국의 가디언의 보도를 따라 텔레그래프, BBC 등에서 집중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이 보도는 9년전 당시 신문사의 요청을 받고 죽은 소녀의 휴대폰을 해킹했었던 한 사설 탐정의 경찰 진술에 대한 것이었다. 이 사건의 배후에 뉴스코프 계열 신문사 ‘뉴스오브더월드(News of the World, NoW)’가 있었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신문은 그 동안 유명배우, 스포츠맨, 정치인은 물론 영국왕실까지 휴대폰해킹을 통해 쇼킹한 뉴스를 파헤쳐 온 혐의도 받게 되었다. 이 신문사 전 편집인이 경찰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영국은 물론 전세계가 언론의 해킹 및 도청 취재에 대해 놀라움과 두려움을 나타냈다. 캐머런 총리는 이틀 후 이 이슈에 대한 정식 조사를 지시했다.

    뉴스코프를 소유하고 있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회장의 아들 제임스 머독은 “만일 이번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것은 비인간적인 것이고 회사가 갈 곳이 없다”는 성명서로 심경을 토로했다. 긴급히 영국에 도착한 루퍼트 머독 회장은 사내 대책회의를 열었다.

    머독 회장은 즉각 문제를 일으킨 신문사 ‘뉴스오브더월드’를 폐간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 신문은 168년의 역사를 자랑했었고 구독부수는 최소부수만으로 한국 최대 신문의 부수의 2배에 달하는 260만부를 넘지만 머독 회장은 폐간을 명령한 것이다. 200여명의 ‘뉴스오브더월드’ 직원들도 동시에 모두 해임되었다. ‘뉴스오브더월드’는 10일 “감사 드리며 작별을 고한다(THANK YOU & GOODBYE)”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1면에 내건 마지막 호를 발행하고 168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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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5일. 머독 회장은 자신의 사인이 담긴 사과 광고를 영국의 7개 일간지에 게재했다. ‘미안합니다(We are sorry)’로 제목 붙여진 이 사과광고에서 머독 회장은 “그간 잘못됐던 것들을 바로잡겠습니다(Putting right what’s gone wrong.)”라고 약속하며 싸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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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머독 회장은 같은 날 자신이 소유한 다우존스 CEO 레스 힌튼을 전격 해임했다. 힌튼은 ‘뉴스오브더월드’의 영국 내 모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 회장을 역임했으며, 머독이 뉴스인터내셔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다우존스 CEO를 맡았었다. 그는 파문 초기 의회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와 함께 머독 회장이 딸처럼 아끼던 뉴스인터내셔널의 CEO 레베카 브룩스도 이날 해임시켰다. 브룩스는 2000년부터 4년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을 지냈기 때문에 그녀에게도 책임을 물은 것이다.

    사실 영국에서는 당시 이러한 언론의 불법, 탈법 행태가 그리 생소한 논란은 아니었다. 이미 2011년 이전에도 본격적 경찰조사가 두 번이나 있었다. 당시 30여 언론기관들이 사설 정보원이라는 루트를 통해 정보를 사서 기사에 사용했음이 드러났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언론이나 사법당국도 이를 부도덕하다고 느끼거나 사법 처리로 문제를 삼지 않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도 머독 회장은 갑작스럽게 경쟁 언론인 가디언스에 의해 제기 된 ‘미스터리 한’논란에 더 이상은 말려들어가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시 영국 정치권과 언론에서 일어난 우파와 중도좌파간의 알력에 해당 이슈가 끼어 들어가는 것을 극약처방으로 방어 하려 했다. 자신이 의회에 나가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위기관리 조치들을 챙겨 행하므로 해당 이슈와 자신의 연결 고리를 잘라 버렸다.

    우리나라의 언론 기업들을 한번 돌아보자.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 정정보도 등으로 단순 사과하는 언론은 많지만, 자신들의 실수와 책임을 인정 하고 그 수위에 따른 실질적 개선 조치를 취하는 언론들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168년의 역사에 260만부를 발행하는 잘나가는 신문이라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면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충격적 교훈이 우리에겐 그리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루퍼트 머독 회장은 이후 하원 청문회에 나가 증언 했던 순간을 “가장 치욕스러웠던 순간”으로 기억 한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의 중대한 실수에 사과하기 위한 광고 하단에 자신의 이름을 사인을 하는 순간도 그는 잊지 못할 것이다. 자신들의 관행 화 된 실수에 안주 했었던 200여명의 ‘뉴스오브더월드’ 기자와 제작진들도 마지막 폐간호를 마감했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다른 경쟁사 언론들도 그렇고 ‘뉴스오브더월드’의 700만이 넘는 구독자들과 영국 국민들 모두 머독 회장의 치욕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매번 이러한 압도적인 조치만이 중대한 위기를 관리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