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CEO·최고경영진

  • 저희는 왜 위기 감지가 잘 안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매번 회사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느끼는 점입니다. 꼭 문제가 커져서 수면위로 떠올라야 그때 가서 회사가 알게 되거든요. CEO께서 이 부분에 대해 강력하게 개선하라 하셔서, 사내 정보보고가 조금 활발해 지긴 했는데요. 영 불안합니다. 이게 좀 개선될 수는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내 외부 정보들이 취합되고 있습니다. 각 부서에서 취합 정리하는 정보들 이외에도 여러 직원들이 구두로 공유하는 정보들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는 범위와 수준들도 상당합니다. 당연히 그들로부터 입수하게 되는 정보 또한 고품질이죠.

    이슈나 위기와 관련해서는 정기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부서들도 존재합니다. 홍보, 대관, 법무, 영업 등의 조직들이 그런 일을 하는 곳들이죠. 이들이 입수한 정보들은 정기적으로 임원들에게 보고됩니다. 당연히 대표이사도 그 수신자들 중 하나이겠지요.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나 이슈에 대한 감지가 느리다, 부족하다’는 평가를 하신다면, 아마 그건 취합이나 공유 체계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물론 정보 취합 기준도 사내 구성원별로 상이하기 때문이겠죠.

    예를 들어 한 직원의 매우 친한 동창생이 규제기관에 있다고 해 보죠. 그 친구가 주말에 그 직원과 개인적으로 술자리를 하다가 우연히 “우리 쪽에서 너희 회사를 내사 중인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때 그 직원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만약 “뭘 내사하는데? 난 관계 없어” 했다 가정해 보시죠.

    그 직원은 월요일 출근해서 몇몇 동료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있더군…”정도로 수다를 떠는데 그칩니다. 몇몇만 알다가 실제로 해당 기관이 수사에 들어오면 그 때 가서 “거봐…내 말이 맞지?”하는 겁니다. 여기에서 아쉬운 것은 뭘까요? 맞습니다. 회사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판별하는 기준이나 공식적으로 취합하는 체계가 아쉬운 것이죠.

    직원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정보를 사내 공유해도 되나?” “괜히 이상한 루머를 퍼뜨린 사람으로 찍히는 거 아니야?” “튀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낫겠지?” “이걸 보고하면 팀장하고 임원들이 또 오라 가라 난리 치실 텐데…” 이런 생각은 누구나 일반적으로 가지게 되는 당연한 것들입니다. 기업문화하고도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요.

    질문 내용으로 돌아가서 좀더 위기 및 이슈 감지 능력을 개선하려면, 우선 임원 중심으로 ‘이슈 트레킹 회의’를 만들어 사전 사후 이슈관리 활동을 ‘정기화’ 하시기 바랍니다.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또는 예기되는 다양한 이슈들을 취합 정리 공유하고 이 중 중요한 이슈들을 지속 트레킹 하는 노력을 해보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이슈 감지 능력은 상당부분 개선 됩니다. 이슈 트레킹 회의에 참석하는 임원들이 아래 직원들을 계도해서 ‘회사와 관련 해 입수된 정보들은 모두 보고하라’는 지시를 하기 때문입니다. 평소 진행하던 단편적 언론 모니터링이나 온라인 모니터링 체계도 개선 가능하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방식이 ‘감시’를 기반으로 하는 모니터링 체계였다면, 그 체계를 ‘적극 발견’하는 체계로 업그레이드 해야 합니다. 각 부서들이 그냥 일상 업무로 진행해 왔던 정보 정리와 보고 등의 활동들이 좀더 체계를 가지게 됩니다.

    각 부서별로 정보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부서와 약한 부서가 나뉘게 됩니다. 당연히 그 뒤로는 정보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당 부문장들은 더욱 더 내외부 정보에 귀를 기울이게 되겠지요. 취합된 모든 정보들은 ‘이슈 트레킹 회의’를 위해 통합적으로 정리되고 분석됩니다. 이를 전담하는 조직도 구성해야 할 수준이 올 것입니다.

    위기 및 이슈관리 관점에서는 경쟁사나 다른 회사들의 실제 위기 및 이슈관리 활동들을 분석해 보는 노력들도 필요합니다. 저 회사에게 배울 점은 무엇인가? 저 회사가 실패한 원인은 무엇인가? 이런 많은 인사이트들을 자사에 적용 개선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위 질문과 같이 감지역량이 떨어지고, 정보에 어두운 기업은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감지 및 정보 역량이 있으면서도 앞으로 발생할 위기나 이슈에 대비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저는 후자의 기업들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알면서도 당하는 케이스들 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저희 CEO께서 위기상황에서도 페북을 하시는 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대표나 주요 임원들이 개인 페이스북, 개인 트위터,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관련 내용을 다루곤 합니다. 이분들이 워낙 알려져 있는 분들이라 이게 마케팅 측면에서는 좋은데, 위기 때는 정말 문제를 크게 만들더군요. 이런 습관이 옳은 건 아니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원칙이 무얼까요? 아마 이 원칙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디에선가 한두 번 또는 여러 번 들어 보았을 아주 익숙한 원칙일 겁니다. 바로 ‘창구 일원화’ 원칙이죠. 아주 예전부터 이 ‘창구 일원화’ 원칙이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원칙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환경과 매체 환경 등이 바뀌어 가면서 “과연 이 ‘창구 일원화’의 실행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하는 질문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회사에 큰 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흔히 ‘창구’라고 불리는 ‘홍보실’은 불 난 호떡집이 됩니다. 기자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오거든요. 다른 임원들과 CEO의 전화는 어떨까요? 아마 홍보임원의 전화보다는 덜 하겠지만, 조용하지는 않을 겁니다.

    평소 두세 명이던 홍보실 직원들이 갑자기 콜센터 확장하듯 하루 아침에 이삼십 명으로 늘어 날 수는 없는 노릇이죠. 당연 수많은 기자들은 해당 회사 홍보실과 직접 연결을 못하니, 다른 언론이 쓴 기사를 받아서 각색하거나, 자신의 시각을 투영해서 기사를 쓰게 됩니다. 공식입장문을 내는 것도 사실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개개 문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식이죠. 기자회견을 통해 한번에 털어 내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창구 일원화로 인해 고안되고 파생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입니다.

    이제 문제는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개인 소유의 소셜미디어들입니다. 평소 업계 소식이나 자신의 경영관들을 간간히 적던 개인 매체들과 관련된 거죠. 자사에게 어떤 억울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공중들이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여러 비판을 쏟아냅니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소중하게 가꾸어 오던 자신의 소셜미디어들이 초토화 되죠. 평소와는 달리 심한 욕설을 해 대거나 비아냥거리는 댓글들이 수없이 달립니다. 이때 대표이사나 임원들은 개인적으로 심하게 동요될 수 있습니다. 화가 날수도 있습니다. 억울함을 시원하게 풀어 버릴 묘수가 생각 나기도 합니다. 공식 창구가 부하가 걸렸으니 이를 도와 내 소셜미디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때도 중요한 원칙을 다시 한번 기억해 보아야 합니다. ‘창.구.일.원.화’ 이 원칙 말입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상에서도 이 원칙은 일관되게 적용됩니다. 회사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이 정리된 공식입장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기 전에 대표이사가 자신의 개인 계정으로 생각을 밝힌다? 이건 창구일원화에 반하는 실행입니다. 자사의 공식 창구를 무력화 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대표이사라 해도 모든 위기에서 회사의 정해진 공식 창구는 아닙니다.

    그러면, 자사 공식 계정으로 해당 상황에 대한 공식입장이 전달 된 다음에는 대표이사나 임원들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해도 괜찮을까요? 아닙니다. 시종일관 창구는 일원화 시켜야 합니다. 개인 계정으로는 가능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회사 공식 계정 내용과 홈페이지에 게시된 Q&A등에 연결되는 링크 정도는 게시가 일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것도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대표이사인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하는 대표님의 억울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원하시는 메시지가 있으면 회사의 공식입장에 담으시길 바랍니다. 그걸 전문가들의 리뷰를 통해 안전하게 정리하시어, 규정된 공식 창구들만을 통해 전달하시면 됩니다. 법인과 개인은 시종일관 분리하시는 원칙 또한 필요합니다.

    “나는 인기가 많고, 온라인에서 영향력자이니 내가 나서서 한방에 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텐데…”하시는 아쉬움이 있으신 대표님들도 계실 겁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위기 시에는 개입하지 마십시오.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평소에 회사 공식 채널들을 대표님 같은 영향력 있는 채널로 키우십시오. 대표님의 대변(代辨) 창구로 만드십시오. 언론 창구를 만드신 것처럼요.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는 누가 판단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CEO께서 지난 우리의 위기관리가 잘 된 건지 잘 못된 건지 외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 보라고 하시더군요. 저희가 직접 실행을 하긴 했지만 이번 위기관리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잘 감이 안 섭니다. 위기관리의 성공과 실패는 어떻게 판단하는 게 좋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는 영어로 ‘crisis management’라고 부르죠. 이 ‘management’는 우리가 생각하는 ‘경영’과도 같은 표현입니다. 경영을 잘하고 있는가 잘 못하고 있는가는 무엇으로 판단될까요? 여러 기준들이 있을 것입니다. 매출, 이익, 주가 등등의 숫자로도 판별 가능하고요, 직원들의 만족도나 여러 사회적인 가치창출에서도 경영의 성공 수준 판단이 가능하죠.

    여기에서 저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영 목적과 목표에 관한 부분입니다.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로 최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내부적으로 정한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가 존재했느냐가 전제조건이 되겠습니다. 그 목적과 목표를 제대로 달성했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한 것이 되겠지요.

    문제는 이런 위기관리의 목적과 목표가 사실 현장에서 종종 생략된다는 것입니다. ‘급해서 정신이 없는데 누가 그런 것까지 설정 하겠어요? 그냥 공감하는 위급성이 존재하니까 우선 거기에 대응하고 보는 거죠’라는 생각이 일반적입니다. 당연히 급하게 위기를 관리하는 데만 신경을 써서 이를 평가할 기준이 아예 없는 거지요.

    위기관리 후 여기저기 이해관계자들의 평가를 들어보는 소프트사운딩을 진행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기자, 거래처, 정부기관, NGO, 주주, 직원 등을 만나서 ‘이번 저희의 위기대응이 적절했나요?’하고 물어보는 거죠. 그 결과를 정리해 이런 면에서는 잘했고, 이런 면에서는 잘 못했다는 평가 리포트를 만들곤 합니다. 상당히 주관적이기도 하고, 의견 각각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해서 리포트 하기가 골치 아파지기도 합니다.

    조언드릴 수 있는 다른 방식은 이렇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들쳐 보시면 답이 들어 있을 겁니다. 매뉴얼에 보면 자사가 생각하는 위기관리의 정의가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어딘가에는 자사에서 생각하는 위기관리의 목적과 상세한 목표들이 제시되어 있을 겁니다. 자사에서 생각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가치들은 이것이다 라는 명기들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매번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위기관리의 목적과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을뿐더러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평소에 깊은 고민을 통해 혹시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이런 부분에 대한 보호와 방어가 필요하다는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들을 만들어 놓는 것이 위기관리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좋습니다. 사내에서 누가 위기관리를 리드하더라도 그 보호할 가치의 우선순위에 따라 성실하게 위기를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성패의 기준 설정은 이와 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누가 위기관리의 성패를 판정하는가 하는 질문에 저는 ‘CEO 또는 오너’가 하신다고 답을 합니다. 어떤 기업은 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위기관리에 대해 내부에서는 성공이라고 부릅니다. 오너께서 그만하면 잘했다고 하셨기 때문이죠. 그 반대도 존재합니다.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그 정도면 선방했다’는 의견을 내 놓고는 하는데, 오너와 CEO께서는 영 못 마땅하신 경우입니다. 이는 내부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실패한 위기관리입니다.

    더 정확히는 오너와 CEO ‘주변 분들’이 해당 위기관리의 성패 판정을 좌우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너와 CEO에게는 상당히 많은 지인들이 계시고, 그들로부터 피드백도 많이 받으시기 때문에 그들의 평가가 상당부분 영향력을 가집니다. 그 분들은 그럼 어떤 근거로 그 회사의 위기관리가 잘 되었다 잘 못되었다고 평가할까요? 맞습니다. 언론을 통해서 대부분 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위기관리 평가에 대해 좋은 답을 얻고 싶다면 위기관리 사후에 언론으로부터 해당 위기관리가 잘 되었다는 평가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만하면 됐다면서 지나간 위기관리에 대해서는 언론 노출이나 언급들을 피하려고만 하는데, 이는 근시안적인 생각입니다.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고 난 뒤 이를 정확하게 분석해 칭찬하는 언론 기사는 수 만의 원군만큼 중요합니다. 즉, 오너와 CEO 그리고 언론을 잘 관리해야 위기관리는 성공했다 할 수 있겠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팀은 어느 곳에 모여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위기관리 매뉴얼에 보면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를 관리하는 팀이 소위 말하는 ‘워룸’ ‘상황실’ ‘통제센터’ 등과 같은 특정 장소에 집합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근데 어디로 어떻게 모여야 하는지 자세한 정보가 없어서요. 이에 대한 조언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으로 추측하건 데, 아마 회사에서는 해당 위기관리 매뉴얼을 기반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한번도 해보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매뉴얼에 나와있는 특정장소 즉, 워룸(war room)등으로 불리는 그 장소는 위기관리를 직접 실행하는 인력들이 집합해야 하는 장소는 아닙니다. 실행 인력들은 일단 실행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에서 위기관리 일선 업무를 해야지요. 그 곳은 해당 위기관리를 통합적으로 지휘하는 역할을 맡은 임원들과 핵심팀장급들의 집합 장소로 보시는 게 맞습니다. 위기관리 위원회라고 하죠.

    일반적으로는 기업 내부의 특정 장소를 워룸으로 명명 해 미리 매뉴얼에 정해 놓습니다. 대회의실이 있다면 그곳을 해당 장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몇 가지 워룸을 설치하고 운용하는데 팁을 드린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 비상연락망에서 실행 중심인 위기관리팀 보다 상위 개념으로 의사결정그룹인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 리스트를 보십시오. 워룸은 그들이 일상업무를 보는 공간과 가장 가까운 곳이어야 합니다. 본사건물에 대부분의 멤버들이 보여 있다면 건물 내에 위치시키는 것이 맞습니다. 가끔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의 본사건물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극대로 사내 대외비를 다뤄야 하는 경우에는 본사 건물 외 특정 장소를 미리 선정해 놓기도 합니다. 이 또한 위치로 가장 효율적인 접근이 가능한 곳이어야 하겠습니다.

    해당 장소는 장기간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이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그에 적절한 회의, 공유 보고, 통신, 숙식관련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거나, 즉시 구비가능 한 곳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대회의실을 워룸으로 선호합니다. 만약 대회의실이라고 해도 리스트상 집합자들의 수가 너무 많아 집합 시 공간적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는 가능한 본사 건물과 가까운 곳에 대회의실 수준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넓은 시설을 미리 정해 놓습니다. 여기에서 기억하셔야 할 것은 매뉴얼상에 해당 워룸 시설에 대한 설치, 운영, 지원 업무를 총무나 행정부서의 역할로 부여 해 해당 부서내에서 실제 관리하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규정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실제 위기 시 핵심 멤버들이 즉각 집합 하더라도 워룸 설치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시설상의 여러 문제를 보이게 되면, 오히려 워룸이 효율적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환경이 돼 버립니다. 각자 사무실에서 의사결정 하는 것이 낫겠다는 불만들이 나오게 되죠.

    워룸에 집합하는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은 해당 장소에서 장기간 위기대응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준비 해 집합해야 합니다. 사무용 개인물품은 물론, 노트북, 휴대폰, 각종 충전기와 공유장비 등을 소지해야 합니다. 해당 장소에는 크게 세 가지 업무가 핵심 축입니다. 수집된 상황의 통합 보고와 공유가 첫 번째 축입니다. 해당 정보들을 기반으로 한 대응의사결정이 두 번째 축입니다. 마지막 축은 의사결정 상황을 효율적으로 실행 그룹에게 전달하고 지시하는 업무가 됩니다.

    이렇게 준비된 채로 의사결정 하는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많은 업무들이 단순화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게 됩니다. 부서간 불필요하게 중복되거나, 반복되거나, 허비되는 업무와 시간들이 상당부분 줄어듭니다. CEO 입장에서도 한자리에서 해당 위기 상황을 정확하게 하나의 시각으로 파악 공유하게 되고, 이에 따라 여러 대응 의견들을 취합 청취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CEO 지시사항들이 한자리에서 전방위적으로 전달되는 장면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CEO가 해당 워룸에서 의사결정을 리드하지 않거나, 워룸 회의에 참석조차 않는 경우에는 워룸 운영 효과는 기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옥상옥(屋上屋)이 생기면서 의사결정 권한이나 신속성이 제한되고 효율성 기대가 어려워지죠. 그래서 실제로 비밀준수 문제, 권한 이양 문제, 협업 문제, 정치적 문제 등으로 워룸의 실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입니다.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은 실천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확하게 알고는 계셔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부러워하느니 돌아가 그물을 짜는 게 낫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중국 전한(前漢) 시대의 책 ‘회남자(淮南子)’에 이런 말이 나온다. ‘못에서 물고기를 보고 부러워하느니 돌아가서 그물을 짜는 게 낫다(臨淵羨魚不如退而結網).’ 학생이나 직장인 누구에게나 큰 교훈을 주는 말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도 있다. 요즘 유행어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는 말과도 연결 된다. 그러지 말고 빨리 그 떡을 가지려 움직이라는 의미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이 ‘회남자’의 명언은 의미가 있다. 새해가 밝아 오니 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 저기 문제들이 생겨난다. 멀쩡한 회사들이 위기를 맞아 어쩔 줄 모르고 비틀거린다. 빠르게 대처는 한다고 했는데 그 효과가 나지 않으니 마구 덧칠 대응을 해 화를 키우는 곳들도 보인다. 초기 타이밍을 잘 잡아 커뮤니케이션 했는데, 그 메시지가 당황스러운 것이라 오히려 폭발적으로 문제가 된 회사도 보인다.

    제3자 입장에서 그 회사들을 평소 좋게 생각하던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떻게 저런 회사가 지금까지 그리 승승장구해 왔을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좀 이상한 회사인 걸.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니 알겠어.” 사람들은 저 정도로 성공한 회사라면 아무리 문제가 크다고 해도 무언가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으리라고 막연히 믿고 있는 것 같다. 일종의 기대감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속이 끓는다. 외부에서 거는 기대는 큰 반면 사실 내부에서 들여다 보는 자신들의 준비상태나 체계는 별반 내세울 것이 없으니 그렇다. 매출은 수천억에서 수조를 지향하는 데 내부 위기관리 체계는 아주 창피한 수준인 곳들이 꽤 된다. 무언가 준비와 체계가 있어야 외부의 그 기대감을 일부라도 충족시키는데, 그 조차 힘든 상태인 것이다.

    실무자들에게 “왜 이렇게 큰 회사에서 위기관리 체계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을까요?” 물어보자. 수많은 하소연들이 나온다. 매번 유사한 해프닝들이 내부에서 반복된다 한다. 사일로가 강한 조직이라 협업은커녕 지휘도 힘들다 한다. CEO가 위기 때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불평도 나온다. 조직 구성원들 스스로가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한다. 관행이나 지시사항들이 많아 문제 소지들이 제거되지 않으니 우리가 별 수 있느냐는 탄식도 종종 나온다. 회사 내부로 무엇이 미처 안되어 있다면 당연 그 이유가 있겠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광범위한 이유와 변명이 나오는 분야가 또 있나 싶다.

    그러면서 실무자들이 묻는 질문이 꼭 있다. “어디가 좀 잘하나요? “OO회사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어떤가요?” “이번에 거기 그 회사가 위기관리를 좀 잘 한 것 같은데, 그쪽 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아세요?” 질문의 목적을 더 들어보면 이렇다. 잘하고 잘되는 기업들의 위기관리 체계들을 좀 벤치마킹해서 경영진들을 설득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일부는 자신들도 어떤 게 잘된 체계인지를 좀 알아야 그걸 흉내라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내심 이런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언가 해내고 싶은 열정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 해 재미있는 것은 여러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를 ‘보고 배우기만’ 하는 회사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회사 위기관리 매뉴얼을 여러 개 구해 그걸 보유하고 있는 실무자들도 만나 봤다. 사실 기업 위기관리 매뉴얼은 공식적으로 대외비인데 제3자가 어떻게 그걸 구해 가지고 자랑하고 있는지 당황스럽다. 심지어 경쟁사 매뉴얼까지 가지고 있는 회사도 있다. 그걸 모두 모아 놓고 있는 것은 좋은데, 막상 그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는 십 년 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실무자가 공부만 하는 회사라는 느낌이 든다. “타사 위기관리 체계를 이해하는 것은 개인적 학습이지만, 그걸 자사에게 구현시키는 것은 정치력이 수반되어야 해 어렵다”며, “그래도 모르고 있는 것 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좋다.

    중국 고사들을 인용했으니 하나 더 해 보자. 우리가 잘아는 병법서 ‘손자병법’의 그 유명한 문장들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 위기관리에서 이 보다 더 정확히 기업이 행해야 할 방향성을 기술한 말이 드물다. 여기서 ‘적(enemy)’이라면 우리 회사에게 다가올 부정적 이슈나 위기 상황이 될 수 있다. 그와 관련되어 있는 주요 ‘이해관계자(stakeholders)’를 알고 있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반면 ‘나(myself)’라는 의미는 그에 대응 할 수 있는 우리 회사의 위기관리 준비상태와 체계를 의미한다. 의사결정자들의 위기관리 리더십 역량과 일선 실무자 그룹들의 실행 역량, 예산, 관제 체계 등도 동시에 일컫는다.

    즉, 위기관리의 ‘우수성 이론’이랄 수도 있는 ‘위기를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해 잘 준비 해 좋은 체계를 가진 회사가 결국 위기관리도 잘한다’는 의미다. 잘 된 회사가 잘 한다. 아주 간단한 이론(?)이다. 이론은 간단해 보이는데 현실은 참 힘들고 복잡하다.

    손자병법의 그 이후 문장은 또 이렇게 연결된다. ‘적을 모르고 나만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은 진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이 말의 뜻은 ‘혹시 다가올 이슈나 위기와 관련 이해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회사라도, 사내 위기관리 준비나 체계를 어느 정도 키워 놓으면 승률은 반반’이라는 조언이다. 일부 실무자들에게는 약간 힘이 되는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쨌든 내부적인 위기관리 역량은 키워야 한다니 고민은 비슷할 수도 있겠다.

    그 다음 문장은 또 이렇다.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진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 당연한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니 할 수 있는 것을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관심이라도 가져야 하는데, 그런 관심이 없으니 당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회사가 혹시 있을까 하는 ‘설마’ 의견이 있기도 한데, 정말이다. 이런 회사들이 있다. 가끔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우리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회사들의 많은 퍼센테이지가 이런 회사들이었다.

    잘돼있는 사례와 회사들을 구경하는 것은 좋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반대로 잘 안되어 있는 회사들을 반면교사로 삼는 것도 아주 좋은 개선방식이다. ‘지피지기’에 있어 제대로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 보는 것도 아주 멋진 일이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자면, “못에서 물고기를 보고 부러워하느니 돌아가서 그물을 짜는 게 낫다(臨淵羨魚不如退而結網)”는 맨 서두의 말이 떠 오를 것이다.

    올해를 그물을 짜는 한 해를 만들어 보자. 더 이상 못에 옹기종기 앉아 물고기를 부러워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 우리 회사도 이제 그물을 만들어 제대로 된 위기관리 체계를 한번 잡아 보자. 그물도 좀더 촘촘하게 짜 만들어서 이제는 제대로 해 보자. 처음엔 그물이 낯설거나 만들어 보니 성길 수 있다. 하지만, 아예 그물을 만지지 않는 것 보다는 낫다. 작년까지 여러 해 반복적으로 하소연 했던 ‘안 되는 이유들’을 이제는 좀 등지고, 우선 되는 것들로라도 그물을 짜 보자.

    회사에 오래되어 방치된 그물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찾아 손질을 해 보자. 여기 저기 뚫리고 좀이 쓸어 끊어진 그물이라면 여럿이 둘러 앉아 기워내 사용 가능한 그물로 재탄생 시켜보자. 그물을 기우거나 짜본 경험이 없다면 그물쟁이들을 구하거나 그들에게 배워 한 땀 한 땀 제대로 만들어 보자.

    올 한해 물고기가 부러워 구경하면서 시간 보내는 건 그만 해 보자. 진짜 그 물고기가 탐나고 잡기 원한다면 필히 그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CEO와 전직원이 공감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아직도 물고기가 가득한 못을 구경만하고 있는 경쟁사들. 그들이 위기와 싸울 때 마다 모두 질 때(每戰必敗), 돌아가 튼튼한 그물을 짜낸 우리는 백 번을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않게 되어 보자(百戰不殆).

    가끔 업계 전체의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부적으로 그물을 잘 짜 놓은 기업 내부에서 그렇지 못한 경쟁사들을 평하는 말을 듣게 된다. “그 회사들은 이런 생각을 못해요. 그럴 수 있는 데가 없어요.” 자신 있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좋은 그물을 짠 회사들이 더욱 많아 지기를 바란다.

  • 위기를 해결해 주겠다고 하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회사에 큰 일이 생겨 언론에서 난리가 났는데요. 기사를 보고 도와주겠다는 회사와 전문가들이 연락을 많이 해 오더군요. 기사를 빼주겠다. 온라인을 깨끗이 청소 해 주겠다. 여러 군데서 위기관리를 해 주겠다고 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런 제안은 어떻게 하죠? 믿을 만 한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회사에 위기가 발생해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이 수면위로 떠오르면 당연히 많은 에이전시나 컨설턴트 심지어 변호사들과 로펌들로부터도 연락이 쏟아집니다. 평소 다양한 위기관리 경험을 가진 분들 개인도 최고의사결정자들과의 인맥을 동원 해 출사표를 던지지요. 아주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보입니다.

    일정 기간 위기관리를 경험 해 본 실무자분들은 경험했겠지만, 위기 속성도 그렇고 위기관리라는 것 자체가 그리 장기전의 성격을 가지지는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 즉 하루나 이틀간의 의사결정, 대응과 실질적 움직임이 전체 위기관리 성패의 90%를 좌우합니다.

    즉, 이 타임라인을 본다면 언론 기사를 보고 연락 해 오는 에이전시, 로펌, 컨설턴트들의 경우는 적절한 초기 조언이나 실행의 골든타임이 일단 지난 뒤 움직이는 전문가들인 셈입니다. 회사 실무자들이 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어 본 후 팀워크를 만들고, 그들의 전략을 받아, 의사결정 하고, 실행에 연결 시키다 보면 이미 버스는 지나고 난 뒤가 되는 거죠.

    일단 환자와 병원의 비유를 한번 들어 볼까요?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 해 언론을 통해 해당 사실이 불거져 버렸다는 것은 환자로 이야기하면 특정 질환이 중해져서 수술대에 오르지 않으면 생명까지 위태로운 상황이 돼 버린 것과 같습니다. 이때 환자 식구들은 여러 병원을 고민합니다. 당황하고 여기저기 좋은 병원과 의사 선생님들의 정보를 찾게 되지요. 시간은 계속 갑니다.

    한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연락이 와서 자기 병원에서 수술을 집도 하겠다고 합니다. 다른 병원도 그러고요. 여기저기에서 앰블런스를 보냅니다. 여기저기 의사들을 만나보고 상담 해보고 하는 데 그 과정에서 진작 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져 버립니다. 큰일이죠. 일단 급한 마음에 한 병원이 괜찮은 것 같아서 환자를 실어 보내 수술을 준비하는데요. 이때부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여러 사전 검사를 하고, 의사들끼리 수술 준비를 하고요. 수술 시간을 잡아서 메쓰를 쓰는 시간까지도 꽤 긴 시간이 흐릅니다. 환자는 더욱 더 혼수상태로 빠져듭니다. 근데 이 의사가 해당 수술을 잘하는 분이면 모르겠는데요, 사실은 잘 하지 못하는 분인 경우도 있습니다. 수술을 대충 마무리하거나, 중간에 못하겠다고 손 들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병원의 다른 의사를 수술실에 조인시켜 볼까요? 중간에 다른 앰블런스를 불러 더 나은 병원으로 옮겨야 하나요?

    기업 위기관리도 이런 환자의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연락 해 오는 에이전시나 컨설턴트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기업은 진정한 의미의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위기 때에는 항상 믿을 수 있는 전문가들과만 일해야 합니다. 그래도 성공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환자들이 평시 주치의와 대화하듯,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평소 함께 위기관리를 준비하고, 여러 번 위기를 함께 관리해 온 위기관리 주치의들과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믿을 수 있는 위기관리 주치의들과 일하면서 발생한 위기의 성격에 따라 그 주치의의 조언을 받아 믿을 수 있는 전문가들을 더해가는 위기관리가 더 안정적입니다.

    이런 평시 주치의 시스템이 있으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도 당황함 없이 초기 대응이 가능합니다. 아마 위기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전 미리 그 상황을 예측하고 상당한 수준의 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당연히 골든타임을 제대로 활용 가능하게 됩니다. 차근차근 여론의 흐름을 읽어 가면서 이해관계자들과 평시보다 훨씬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됩니다.

    실무자들 차원에서도 위기관리 주치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위기 때 일하기 편합니다. CEO께서 처음 보는 컨설턴트를 데리고 대책회의에 들어가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CEO께 컨설턴트를 소개 하고, 다른 임원들께도 인사 시키고 하는 과정 말입니다. 그 대신 이미 CEO와 임원들이 평시 트레이닝과 여러 일선 자문들을 통해 알고 친해진 컨설턴트들을 대책회의 때 부른다고 생각해 보시죠. 자연스럽게 원팀이 됩니다. 분위기와 결과가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빨리 앰블런스를 부르는 것은 좋습니다. 단, 그 앰블런스가 주치의에게 가는 앰블런스라면 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to-do-list-600x484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에 대해 여러 정의들이 존재하지만 필자가 가장 아끼는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는 ‘기업이나 개인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게 해 내는 것’이다. 90년대부터 여러 기업과 개인의 위기 케이스들을 함께 하면서 이런 정의를 지키지 못해 실패를 반복 경험하는 수 많은 경우들을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2015년을 마무리하고 2016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들은 물론 모든 임직원들이 과연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한번씩 찾아 보았으면 한다. 먼저 회사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진들에 대한 질문이다. 혹시 마땅히 해야 할일 보다는 하지 않아야 당연한 일에 연루되어 회사에 피해를 준 적은 없는가? 그것이 개인적 연루였거나 공식적 연루였거나 할 것없이 문제를 스스로 만들거나 방치해 키워 본적은 없는가?

    위기관리의 성패는 상위 1%의 경쟁력에 의해 갈린다고 하는데, 스스로 위기를 만드는 위기요소(crisis maker)가 되지는 않았었나 하는 되돌아 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상위 1%가 위기를 만들게 되면 우선 그 위기관리 예후는 최악이 될 수 밖에 없다.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해 주어야 할 그 핵심 주체가 위기를 만들었으니 어떻게 관리가 가능한가? 더구나 그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신이 빠지고, 법인 차원에서 전사적 대응을 지시하면 그 결과가 좋게 될 리가 있을까? 이는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적시에 하지도 못하는 우를 범하는 꼴이니 필히 경계하자.

    상위 1%들이 위기에 대해 가장 민감해져야 회사가 산다. 문제의 소지들에 대해 엄격한 잣대인 원칙을 들이대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잣대의 운용이 문제가 생겨나기 전이거나, 문제가 심해지기 이전이라면 그건 적시에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위기관리란 그런 것이다.

    그 다음은 임원들에게 묻는다.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해소하기 위해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했는가? 위기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하면서 자사의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서는 당연한 관심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가?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한번이라도 정독해 보고 문제에 대해 논의해 본 경험이 있는가? 위기 때 마다 아래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최고경영진들을 평시에 트레이닝 시켜줄 계획은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가? 하루 하루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음에 감사하면서 지내온 한해는 아니었나? 혹시 반대로 하루 하루의 문제들에 휩싸여 긴 숨을 쉬지 못하고 일희일비하지는 않았던가?

    임원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를 설계 수립하고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것이다. 최고경영진이 하는 위기관리에 대한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는 임원들이야 말로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 온 사람들’이다. 스스로 위기관리 시스템의 운용자이면서, 관제탑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이 임원들이다. 평소 어떤 이슈들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면서 그 해법을 찾아 상하로 공유하는 역할이 임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일’이다. 그것이 위기관리다.

    직원들은 어떻게 답변할까? 일선에서 발견하거나 경험한 문제들을 적절하게 공유한 적이 있는가? 일종의 관습이라거나, 전임의 노하우라고 생각해서 문제를 외면하지는 않았는가? 자신에게 맡겨진 권한위임을 하나의 권력이라고 생각해 사일로(silo)를 만들어 독점 해 본적은 없었나? 위기관리 체계상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일선의 상황 관리나 커뮤니케이션 관리 역량을 제대로 수행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이전에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문제를 파악해 해결해 나가고 있는 중인가? 이에 대해 ‘네,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은 적시에 완벽하게 해내고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는가?

    현실에서 직원들은 위기 시 상부로부터 적절한 대응 지시가 적시에 내려오지 않음에 불평하곤 한다. 위에서 어떤 생각과 어떤 결정을 왜 내렸는지 자신들이 알 수 없다는 것에 분노한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위기관리 접점에서 문제를 해결보다 봉합하려 노력할 수 밖에 없는 자신들이 더 힘들다 이야기한다. 사실 이 문제는 체계의 건전성에 관한 문제다. 이 또한 누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지 않아 생기는 체계의 문제다.

    그 이전에 말이다. 상부로부터 대응 지시가 내려왔을 때 그 지시를 완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직원에게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 놓은 것’이 된다. 이를 위해 반복해서 훈련 하고 실무를 닦는 노력들을 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실무자들사이에서는 위기 시 적절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밑천을 드러내는 케이스들이 꽤 있다. 당연히 상부에서 지시한 적절한 대응은 요원해 지고, 내부적으로 현실적 어려움과 변명들이 거래된다. 직원으로서 담당 업무 역량에 대해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 놓지 않았다’는 비판이 존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관리 또한 동일하다. 지금부터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된다. 그게 위기관리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위기가 어려운 상대일 뿐, 위기관리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내는’ 작고 사소한 성과들이 모여 위기관리를 쉽게 만든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보고도 못 본 척,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안하고 한 척하니 매번 위기관리가 어렵고 그 결과는 실패로 반복되는 것이다. 2016년 새해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꼭’ 하자. 오늘부터라도 시작하면 그게 ‘적시(timely)’다. 그게 완벽한 위기관리의 초석이 될 것이다.

  • 2016 위기관리, 못할 이유를 하나 하나 없애보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잘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해보자. 우리가 사실 위기관리를 할 줄 몰라 못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어떻게 하면 위기가 관리될지 알면서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 위기관리에 실패하니 말이다.

    “왜 이번 위기를 그렇게 잘 못 관리했는가?”에 대해 잘못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부적으로 수십에서 자세하게는 백여 가지를 꼽는다. 하지만, 그 이유들을 공공연히 이야기하긴 힘들다. 그 실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부 고위임원들 때문이다. 잘못 된 이유를 입으로 내는 것 조차 금기시 되는 경우도 많다.

    위기관리에 실패하고도 내부적으로 침묵하는 조직은 위험하다. 더 위험한 조직은 실패한 위기관리를 두고 ‘이번에 우리 부서는 이런 이런 일을 훌륭하게 해 냈다’ 보고하고 자위하는 조직이다. 진짜 중요한 개선의 기회를 소실시키기 때문이다. 개선을 위해서는 처벌이 우선되면 안 된다.

    위기관리 직후에는 그렇다고 치자.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 할 일을 찾아보자. 첫째,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지 먼저 들여다보면 모든 일이 쉽다. 평소에 예상하지 않으니 매번 문제가 발생하면 새롭고 당황스럽다. 놀이공원의 유령집 만 봐도 그렇다. 처음엔 정신 못 차리게 무서워 소리 지르며 오금 저렸었던 곳 말이다. 그 유령집을 두세 번 들어 가다 보면 처음의 기분과는 다른 침착함과 의연함을 가지게 마련이다. 예상하고 경험해 보면 다른 게 당연한데 그리하지 않으니 고쳐보자는 이야기다.

    둘째, 해당 위기가 발생하고 어떤 일들이 우리에게 펼쳐질지 그려보면 쉽다. 미리 그려보지 않으니 상황이 변할 때마다 마음이나 감정이 따라 격변한다. 의사결정이 널을 뛴다. 네비게이션도 그렇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미리 초행길을 그려보면 훨씬 낫다. 갈림길들을 유의 깊게 보고, 미리 빠지는 길도 기억 해 보자는 거다. 부산을 가는데 만약 경부고속도로가 OO지점에서 막히면 어디로 돌아갈까 미리 그려보자는 이야기다. 그걸 시나리오라고 한다.

    셋째, 매번 위기 감지와 보고가 잘못 되는 이유를 찾아보면 쉬워진다. 그게 매 번이나 종종 이라면 문제 아닌가? 좀더 전문적으로 진단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선 또는 감지부서가 감지 하고도 보고를 못하거나 늦게 한 것인지. 아니면 감지 자체를 하지 못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인지. 늘 일반적이라 간주되던 고질적 문제라 해당 문제가 위기로 발전할지 몰랐는지. 충실하게 보고가 되었는데 의사결정자들이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인지. 왜 과거에는 왜 그랬었는지,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 점검해서 개선해 보자는 이야기다.

    넷째, ‘누가?’를 평소 물어보면 위기관리가 쉬워진다. 좋은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누가(who)?’라는 행위 주체가 정확하게 정리되어 있다. 위기관리는 원맨쇼가 아니다. 게임인 축구도 11명이 한다. 더구나 수백에서 수천억, 몇 조를 다루는 기업의 위기관리팀이 한 두 명 일 수는 없다. 여럿이라면 그 각각의 역할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R&R(Role and Responsibility)이다. A라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영업부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마케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법무는? 홍보는? 기획은? 재무는? 인사는? 생산과 기술은? 이런 질문에 답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부서들이 모여 팀을 이루어야 쉽다는 이야기다.

    다섯 번째,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버리면 쉬워진다. 일단 역할과 책임을 부서별로 나누었다고 전부는 아니다. 그냥 놓아두면 알아서 일사불란해지는 조직은 당연 있을 수 없다. 부서별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제대로 된 위기대응을 할 수 없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예산이 없다? 인력이 없다? 인력들의 위기관리 전문성이 부족하다? 그 전에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배분이 모호하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정해진 역할과 책임을 정확하게 실행하는 데 장애가 될만한 원인들을 미리 알아보고 개선해야 쉬워진다는 이야기다.

    여섯 번째, 위기관리 위원회를 구성하는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충분하게 훈련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면 쉬워진다. CEO를 비롯한 임원들의 임기가 짧은 조직들도 많다. 길어도 임원들이 십여 년을 가는 수는 흔치 않다. 계속 리더십과 팀워크가 바뀐다. 3년전 위기를 함께 관리했었던 임원들이 지금은 CEO의 곁에 있지 않을 수 있다. 그 위기를 리드했었던 CEO가 지금의 CEO가 아닐 수도 있다. 외부에서 영입된 CEO가 우리 회사의 사업특성과 현장을 속속들이 아직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임원들도 그렇다. 그런 상태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많은 의사결정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위기관리란 위기를 통제하려는(under control) 활동이다. 위기관리 위원회의 최고의사결정그룹이 그 통제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점검해 보자는 이야기다. 부족하다면 훈련해야 한다.

    일곱 번째, 위기 시 상황실을 운영하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위기관리 전담팀 또는 전담자를 훈련해 놓으면 쉬워진다. 이 부분이 준비되지 않은 조직은 마치 달리는 말에 서로 올라 타려고 말을 쫓아 뛰어가는 한 무리 카우보이들을 연상시킨다.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은 매뉴얼에 따라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현실적 전제를 기반으로 위기관리 전담팀은 설치 운용된다. 통제하기 위함이다. 통제에는 힘이 필요하다. 권한위임 말이다. CEO는 위기관리에 있어 의사결정을 리드한다. 그 외 위기관리 모든 과정에서 각 부서들을 관제 통제하는 역할은 권한위임을 받은 위기관리 전담팀이 하는 것이 일을 보다 쉽게 만드는 방법이다. 당연 극도로 훈련되어 있는 팀이 필요하다.

    여덟 번째, 모든 조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쉽게 따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공유되면 쉬워진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첫 장부터 끝장까지 모두 읽어 암기하는 직원은 흔치 않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대신 일선 직원들이 꼭 따라야 하는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면 충분하다. 소위 말하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한 리스트(Do’s and Don’ts)다. 길이가 길 필요도 없다. 정확하게 직원들이 인지하고 따라야 하는 핵심 지침이면 충분하다. 일선 직원들을 수백 번 미디어트레이닝 시켜 대변인으로 만드는 노력보다 ‘어떠한 언론 취재에도 본사 홍보팀 이외에는 대응하면 안 된다.’는 한 줄의 가이드라인이 훨씬 더 싸고 쉽다.

    아홉 번째,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때 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모든 게 훨씬 쉬워진다. 위기관리라는 게 바로 그런 일이다. ‘해야 할 일을 제때 하고 있는가?’는 회사의 철학과 원칙에 대한 이야기고, 적시성에 기반한 행동 기준에 대한 이야기다. 문제가 발생되는 품질관리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서비스 품질이 나빠 자주 일선에서 고객과 트러블이 있다면 그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니다. 그 각각의 개선에 있어 ‘예산 때문에 품질관리나 서비스 부분 개선은 2-3년후에나 가능하다’는 결론은 ‘제 때’하는 위기관리가 아닐 수 있다. 회사의 철학이나 원칙보다 우선하는 의사결정은 대부분 위험한 것들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냥 정해진 것을 따르면 많은 게 쉬워진다.

    위기관리.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못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문제다. 얼핏 위기는 중립적 현상일 수 있지만, 위기관리가 시작되면 이를 관리하는 모든 조직원들은 바로 ‘정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종종 조직의 위기관리 목표와 조직원 개인들의 위기관리 목표가 다를 수 있는 이유다. 많은 정보와 보고들이 누락, 생략, 편집, 미화된다. 의사결정은 춤을 추게 된다. 당연한 현상이다. 팀은 어떨까? 평시에는 몰랐던 오합지졸의 면모를 보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게 위기다. 막연히 믿었던 위기관리팀들과 최고의사결정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다.

    위기는 관리되지 않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런 전제를 평소 가지고 있어야 실제 위기는 관리된다. 평소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이유. 조직원들이 하지 못할 이유들을 하나 하나 찾아내 제거해 보자. 그러면 실제 위기관리가 쉬워진다. 더 나을 수 있게 된다. 눈 여겨 볼 아이러니다.

  • 우리도 맞서 싸워야 하지 않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경쟁사와 경쟁사 사주를 받은 거래처들이 자꾸 저희 회사에 대한 부정 기사들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이 건에 상당히 민감해 하셔서 우리도 그들에게 맞서 대응 하고 그들을 비판하는 언론전을 펼치라 하시는데요. 기자들을 좀 만나고 반박 자료를 내 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방금 전 질문 내용 중 “(그들이) 부정 기사들을 조장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런 시각이 실제 사실 확인이나 확실한 증거에 기반하신 것인가요? 혹시 심증만을 가지고 그들이 언론에게 부정적인 정보들을 흘리고 있다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가요? 가장 먼저 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언론전을 펼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상황은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경우’입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심증’만을 가지고 대응하면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기업 홍보실의 그런 하소연을 듣고 ‘카더라’ 투의 기사를 써주기도 하는데요. 그런 경우 큰 문제를 일으킬 때가 있으니 실무 그룹은 심증만을 가지고 언론전을 시도하는 습관은 극도로 제한하셔야 합니다.

    어떤 임원들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게 업계에 다 알려진 이야기라고요. 출입기자들도 와서 제게 그런 말을 전해줘요. 저쪽에서 기자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흘리고 다닌다고요……이 정도면 증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그런 소리 소문들도 심증과 별 다른 게 없습니다. 혹시 그 말을 전해 준 기자가 추후 ‘(법적)증인’이 되어 주거나, 경쟁사측에서 기자 자신에게 전달 하는 마타도어를 문서나 기타 기록으로 받아 넘겨 줄 수 있다면 그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 외에는 모든 풍문은 기본적으로 심증입니다.

    심증에 기반해 공식자료인 해명이나 보도자료를 내어 상대를 공격하는 경우는 대부분 위험합니다. 만약 꼭 대 언론 자료를 내야 한다면 최대한 주의해야 합니다. 해당 자료로 인해 추후 상대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명예훼손 등 여러 종류 소송이 발생된다면 이는 실행하지 않은 것 보다 못한 결과를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자료 표현에 흥분이나 분노를 담지 마십시오. 그리고 모든 표현을 근거에 기반해 정리하십시오. 아주 조그만 한 심증도 빼야 합니다. 법적 검토를 여러 번 거치십시오. 법무팀이나 로펌 등 전문가들에게 해당 자료가 어떤 사후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전달받고 사전에 그 가능성을 없앨 방법을 찾으십시오. 끝까지 안심하면 안됩니다.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한 자료는 회사의 공식문서입니다. 여기 표현된 내용들은 추후 법적 책임으로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또한 나아가 해당 자료를 작성 승인한 임원들이나 CEO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경쟁사 등에 대한 언론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후 큰 문제가 되는 케이스들은 CEO나 기업 오너께서 매우 흥분한 상태에서 주장한 개인적 시각을 상당 부분 포함한 보도자료입니다. 이를 그대로 실무자들이 개발 배포하면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CEO께서 말씀 하신 대로 우리는 전달만 하면 되지’하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그 와중에서도 실무그룹에서는 심증과 사실 근거를 분리하는 습관을 들이셔야 안전합니다.

    이를 건너뛰고 홍보 실무자들이 사적으로 기자들에게 ‘쪽지’ 형식으로 비방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소위 ‘찌라시’를 가지고 장난 하는 기업들이 이런 행동을 하다 시끄러운 소송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한 두 번은 통할 수 있어도 계속 안전할 수는 없는 기반의 언론 활용입니다.

    그렇다고 기업 오너나 CEO께서 강하게 맞서 싸우라 하시는데, 그 명령에 대해 이런 저런 위험성만을 들어 실행을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럴 때에는 가능한 홍보와 법무 임원들이 외부 전문가를 대동해서라도 함께 해당 VIP의 흥분 상태를 최대한 관리하는 선제적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업무는 VIP를 진정시키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실 수 있는 심리 상태로 가능한 빨리 유도하는 것입니다. 소규모 미팅을 통해 VIP의 하소연을 계속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상당시간 하소연의 시간이 지나면 그 때 이후부터는 좀더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해 질 겁니다. 홍보와 법무그룹이 만든 대응 자료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법적 논란의 소지를 충분히 제거한 내용으로 VIP의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소송도 불가한 내용으로만 공식 메시지는 전달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홍보와 법무는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어떻게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를 키울 수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제가 CEO로 부임한지 몇 개월 되갑니다. 와서 보니 임직원 사이에 위기나 위기관리 개념이 상당히 희박하더군요. 전 직장에서는 위기관리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 같은 것들을 정기적으로 했어서 대부분 개념이 잡혀 있었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고양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하십시오. CEO가 임직원들을 통해 전사적 위기관리 개념과 체계를 북돋고 싶으시다면 ‘질문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CEO가 임원 개개인에게 하는 질문은 상당한 무게와 의미가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조직의 변화가 CEO의 ‘질문’에서 발아 되곤 합니다.

    “우리 회사에는 문제 발생시 즉각 활용 가능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나요?” 이건 아주 무서운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을 받은 임원들은 관련 팀장들에게 이렇게 다시 물어 볼 겁니다. “CEO께서 우리가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는지 물으시는데, 그런걸 만든 적이 있던가?” 아마 일부 팀장은 이렇게 답 할겁니다. “네, 상무님, 5년전에 기획부와 홍보부가 같이 만들어 놓았던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업데이트 되지 않아서 즉각 활용 가능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 대화가 진행 되면 이미 그 다음 실행 과제는 나온 셈입니다.

    “CEO께서 즉각 활용가능한지를 물으시는데, 그럼 빨리 개선해서 그 매뉴얼을 활용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 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예산은?” 이때부터 실질적인 개선작업이 시작됩니다. 실무자들간 TF(태스크 포스)가 만들어지거나, 외부 전문가들과 협업이 이루어지거나 어떻게 해서든 그 부분에 업그레이드 작업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CEO가 계속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고, 관심을 가져주면 임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는 그리 어렵지 않게 고양됩니다. 경쟁사나 같은 업종의 회사들 그리고 그 외 여러 다른 기업들에게서 발생한 실제 위기 사례들에 주목하는 것도 좋은 습관입니다. “이번 OO회사에서 발생한 안전 위기를 제가 관심 가지고 보았는데요. 우리도 생산시설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된 유해물질을 다루고 있죠? OO회사의 평시 관리 방식과 우리의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번에 OO업계에서 발생한 가격 담합관련 논란이 참 흥미로운데요. 우리는 협회 측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습니까? 공정위나 검찰로부터 의심받을 만한 상황은 혹시 없을까요?” “최근 이물질 사고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산과정에서 이물질 이슈들은 대략 어떤 것들입니까? 개선 방안들을 가지고 있나요?” 이렇게 자주 구체적으로 질문 하는 겁니다.

    위기관리는 아래 임직원들이 알아서 하는 당연한 업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CEO의 회사는 위험합니다. ‘알아서들 잘 하겠지’ CEO의 이런 생각은 금물입니다. 외부 전문가를 초청 해 임직원들에게 ‘위기관리 강의’를 듣게 하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게다가 CEO 스스로도 그 강의를 듣지 않는다면 더더욱 쓸모 없는 일이 되고 맙니다. CEO가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질문할 수 있으려면 개인적으로 ‘위기관리’에 대한 사전 이해와 훈련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습니까?”라는 CEO의 질문에 일부 임원들이 “네, 있습니다. 5년전에 이미 만들어 놓았습니다.”라고 단순 답변을 할 때 그냥 “그렇군요. 안심입니다.”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CEO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CEO 스스로 위기관리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질문만 한다면 그 자체가 더 위기화 될 수 있습니다. 임직원들은 ‘보고를 위한 위기관리’에 열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체가 없거나 허풍이 들어간 위기관리 시스템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종종 강조 드리지만 CEO를 비롯한 최상위 경영진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회사의 생사를 가른다는 것은 명확한 진리입니다. 선후를 따진다면 임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먼저가 아니고, CEO와 최고경영진들의 위기관리 마인드 고취가 최우선이어야 합니다. 정확한 순서를 밟아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확실한 개념을 수립했다면, 질문하십시오. 그 질문의 힘은 전사적인 역량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믿어 보세요.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