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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관리, 통제센터에 투자하라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21)

     

    위기관리, 통제센터에 투자하라

     

    기업 위기관리에 대해 기업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략 두 그룹으로 그들의 시각이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첫 그룹은 “우리에게 발생 가능 한 위기들을 어떻게 다 관리할 수 있나? 그건 교과서에나 있는 상당히 이론적 관점”이라는 생각을 한다. 또 다른 그룹은 “사실 모든 위기를 다 관리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관심과 준비를 통해 상당 부분의 위기는 실제 관리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기업마다 사업분야와 기업철학 그리고 구성원들의 생각들이 달라 두 그룹 중 어떤 그룹의 생각이 맞다 틀리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준비하는 것이 준비하지 않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수 있다’라는 원론적 부분이다. 그러면, 기업들은 위기관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것이 다음 질문이 된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이에 대한 답변으로 ‘우리에게 발생 가능한 모든 위기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내 다양하게 대비해야 하겠다’는 강박적인 개념을 제시한다. 이런 생각은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우리는 우리가 알 수 있는 모든 위기요소들을 완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라는 강한 자신감을 전제로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일부분 소모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은 과욕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요소들을 진단작업을 통해 50가지를 도출했다고 치자. 그러면 곧 그 50가지 위기요소들 각각에 대한 대비 및 대응 프로세스와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야 할까? 불가능하다. 그리고 가능하다 해도 그건 매뉴얼상 문서 작업으로만 끝난다. 실행 가능성이나 효과가 미지수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있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우리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하루 종일 위기관리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공부 거리를 주면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실패한다.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도 금물이다. 

    일부 기업이나 정부 조직에게서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위기관리 매뉴얼들을 목격한다. 수십 개에서 백여 개에 이르는 프로세스와 위기관리팀의 구성 그리고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들을 들여다 보면 우리 같은 전문가들 조차 이해 이전에 압박을 느낀다. 이렇게 형식적인 시스템은 실제 위기시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면 위기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발생 가능한 그 수많은 위기요소들을 하나하나 고려하는 게 소모적이라고 본다면,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 옳을까? 핵심은 ‘사람’이다.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대부분 사람이고, 위기를 관리하는 것 또한 사람이다. 따라서 위기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사람이다. 

    군대를 생각해보자, 군은 가능한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분석하고 대비하도록 훈련되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그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핵심은 사람이다. 군인 한 명 한 명과 군인들을 구성하는 편제 그리고 그들의 훈련/대비 수준이 그들 전력의 핵심이다. 최첨단 장비와 무기들을 운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실제 적진에 들어가 승리의 깃발을 꼽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인 군인 한 명 한 명의 훈련과 팀워크를 등한시 하고, 큰 그림에서의 상황 예측과 대비란 공허하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핵심도 기업내부의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통제센터’가 된다.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구성되어야 하는 그룹이다.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의 ‘두뇌(Brain)’역할을 해야 하는 핵심인력들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이 평소 자신들의 업무를 진행함과 동시에 특정 위기시 자신과 자신의 부서에 부여된 비상업무를 얼마나 원활하게 잘 진행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 회사에 부정적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부서의 어떤 직원들이 함께 모여 해당 위기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일부 기업은 관련된 두세 개의 복수 부서 직원들이 모여 논의를 진행한다. 어떤 기업은 상황에 따라 CEO를 필두로 여러 부서 임원들이 모두 모여 위기상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 어떤 기업은 위기의 규모와 유형에 따라 실무 그룹의 ‘위기관리팀’이 관여하는 위기와, CEO그룹의 ‘위기관리팀’이 관여하는 위기를 나누어 대응한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특정 인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위기관리의 가장 첫 단추이자, 기본적인 시스템이다. 보통 기업의 위기는 이 함께 모인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통제센터의 의사결정에 따라 위기관리 성패가 좌우된다. 상황분석과 위기관리 경험 그리고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의 품질이 그 다음 고민해야 할 주제다. 

    누가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통제센터를 리드하는가? 그리고 그의 역할과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그의 리더십 아래 움직이는 각 구성원들의 정확한 역할과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상황분석과 의사결정 그리고 실행명령의 이 프로세스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책들은 무엇인지 미리 고민하고 시스템화 해야 하겠다.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통제센터의 그 다음 숙제는 훈련(Training)이다. 우수한 인력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는다고 위기가 자연스레 관리되지는 않는다. 이들에게 맡겨진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실제 위기와 유사한 사례들을 정기적으로 경험해 보고, 대응해 보게 하는 훈련이 그 다음이다.

    그들로 하여금 경험을 통한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위기에 대한 개념과 정의 그리고 ‘위기시 나는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실질적 깨달음이 있어야 위기관리가 쉽다. 항상 위기관리가 어려운 기업은 이런 전제들이 부실한 경향이 있다. 위기관리, 사람에 먼저 투자하자. 

     

     

  • [EconBrain 기고문] 사람이 있어야 위기를 관리하지!

    사람이
    있어야 위기를 관리하지 !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OO 주식회사 홍보실 홍실장 . 새벽 홍실장 핸드폰에 전화가 울린다 . 출근 준비 하던 홍실장이 칫솔을 입에 물고 전화를 받는다 . “ 홍실장님 , 여기 LA 인데요 , 큰일이
    났습니다 . 저희 미국 서부 물류창고에 화재가 나서 대부분의 제품들이 손실 됐습니다 . 저희 매뉴얼상에 본사 위기관리팀장에게 연락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아서 먼저 보고 드립니다 . 이메일로 관련 상황과 사진 그리고 보고서를 보내드렸습니다 .” 홍실장은
    일단 관련 상황을 CEO 에게 보고 드렸다 .

    CEO 께서는 “ 관련 보고 지사장에게 들었어요 . 우리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홍실장이 빨리 위기관리팀 소집해서 논의하고 보고해 주었으면 합니다 .” 지시하셨다 . 홍실장은 일단 사내 비상연락망을 통해 오전 6 시 30 분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는 각 부서장들에게 SMS 를 일괄 발송했다 . 오전 7 시경
    회사로 이동 .

    회사 위기관리
    매뉴얼상 정해진 대로 위기관리팀 구성원들이 집합해야 하는 위기통제센터 본사 20 층 대회의실 . 7 시 30 분이 지나는 데 아무도 없다 . 물류팀장이 허겁지겁 들어온다 . 미국지사들과 핸드폰이 뜨겁도록 연락
    중이다 . 홍실장은 “ 다들 언제쯤 모일 건가 ? 사장님께서 빨리 상황 분석해 보고하라고 하셨는데 …” 하고 중얼거린다 . 홍보실 팀원들이 다시 각 소집대상 임원들과 팀장들에게 전화를 돌린다 .

    홍실장은 오전
    8 시가 되자 마음이 더욱 조급해진다 . “ 위기관리팀 총원이
    원래 몇 명이야 ?” 위기관리팀 서브 리더를 맡고 있는 조부장이 보고한다 . “ 사장님 빼고 하시면 총원 24 분입니다 . 현재는 물류팀장과 법무팀장 두분 빼고 22 분만 모이시면 될 듯 …” 옆에 있던 물류팀장이 덧붙인다 . “ 실장님 , 제가 아까 보고 받기로는 일단 마케팅쪽하고 , 영업쪽하고 , 기획쪽에 사람들이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 협력업체 컨퍼런스나 해외
    광고 촬영 때문에 임원들과 팀장들이 많이 빠져있다던 데요 ?” 홍실장은 “ 빨리 누가 빠지고 누가 들어올 건지 확인해 ” 조부장에게 지시했다 .

    오전 8 시 30 분 . 위기관리통제센터에 10 명 가량이 차기 시작했다 . 먼저와 기다리던 물류팀장과 법무팀장은
    다른 구성원들을 기다리다 지쳐 잠시 밖에 나가는 것 같더니 들어오지 않는다 . 홍실장은 “ 어떻게 된 거야 ? 실제 총원이 얼마야 ?” 소리 지른다 . 조부장은 땀을 흘리며 보고한다 . “ 실장님 저희 팀원들이 전화 돌려 확인한 바로는 오늘 집합 가능 인원은 총
    15 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홍실장이 다시 소리친다 . “ 근데 왜 10 명 밖에 안되 ?” 조부장이
    난처하게 이야기한다 . “5 명이 아직 연락이 안되고 있어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

    결국 3 명이 연락이 안 되는 채로 오전 9 시가 되어 위기관리팀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 홍실장이 한마디 한다 . “ 저희가 최초 비상연락망
    활용해 소집 정보 드린 게 오늘 오전 6 시 반입니다 . 그런데
    집합하시는데 2 시간 반 이상이 걸렸습니다 . 다른 회사들은
    위기발생 직후 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훈련한다 하는데 우리는 이게 뭡니까 ?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

    출장중인 기획부사장을
    대신해 기획팀장이 이야기에 끼어든다 . “ 저희 매뉴얼상으로는 비상연락망을 통한 위기관리팀 소집명령과 소집완료는 1 시간 이내로 한다 ” 되어 있습니다 .
    하지만 이 부분이 현실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 우리가 모두 사무실에 있을 때는 문제가
    없을 듯 한데 , 이번과 같이 야간이나 주말 또는 통근 시간대에 소집이 걸리면 한 시간 내에는 소집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 여기저기에서 동의하는 볼멘 소리들이 나온다 .

    홍실장은 “ 일단 소집기간과 관련된 규정은 추후 논의해서 개선 방향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리고 오늘 위기관리팀을 소집한 이유는 …” 확보된 상황을 브리핑하려 하는 순간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울려댄다 . 위기통제센터에 참석한 임원들과 팀장들에게 전화가 빗발치는 거다 . 물류팀장과 법무팀장은 아예 화상 컨퍼런스콜을 해야 한다면서 화상회의실로 돌아간 지 오래다 . 모두가 위기상황을 보고받고 , 그에 대한 대응을 각자 생각해 하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

    홍실장이 제지
    하기 시작했다 . “ 전화 그만 하세요 . 전화 다른 직원에게
    맡기시고 일단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을 먼저 진행합시다 .” 이에 대해 영업임원이 한마디 한다 . “ 내가 지금 영업에 수급 결정을 안 해주면 더 문제가 커지는데 이 자리에서 내가 다른 일을 어떻게 합니까 ?” 마케팅에서 서브로 참석한 팀장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 “ 저 … 실장님 . 아주 급하게 사장님께서 지시하신 자료와 이메일을 확인해야
    하는데 제 자리에 잠깐 가서 이메일 확인하고 다시 오면 안될까요 ?” 홍실장은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

    이미 위기통제센터
    내부에서는 참석 인력들 조차 통제가 안되고 있다 . 각 부서별로 해당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거나 , 별로 우리 부서와 관련 있는 위기라 생각하지 않는 구성원들이 많다 . 또한
    평소에 노트북을 가지고 일하는 환경이 아니라 , 위기시 위기통제센터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것에 상당한
    ‘ 격리감 ’ 을 느낀다 . 휴대전화는
    위기시에 더욱 더 자주 울린다 .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

    CEO 가 홍실장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 “ 홍실장 , 아까 새벽에 이야기한 거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 대응방안 간략하게
    정리한 게 있어요 ?” 홍실장은 숨을 죽여가며 이야기한다 . “ 사장님 , 곧 보고 드리겠습니다 . 위기관리팀이 모인지가 얼마 안돼서 현재 논의
    중입니다 . 오전 중으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 CEO 가 화난
    듯 대꾸한다 . “ 아니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까 ? 미국에서는
    벌써 상황이 심각해진 모양이던데 , 우리 내부에서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이 그렇게 느려서 말이 됩니까 ?”

    홍실장은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해 간략하게 브리핑을 마치고 , 각자 사무실로 돌아가 각 팀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 11 시 30 분 정각까지 취합하게 도와달라 부탁했다 . CEO 에게 그나마 상황을 업데이트 해 드리려 사장실로 올라나기 사장실 앞에 각 팀별 대기자들이 여럿이다 . 각기 대응방안을 각자 보고하고 있다 . 홍실장은 사장 비서 옆 간이
    의자에 걸 터 앉으며 생각한다 . ‘ 매뉴얼이 있으면 뭐하나 , 사람이
    없는 데 … 사람들이 각자 다른 생각으로 다른 일들을 하고 있는데 … 위기관리가
    될 턱이 있나 ?’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

  • [EconBrain 기고문] CEO께서 검찰에 출두하신다고? (마지막편)

    CEO 께서 검찰에 출두하신다고 ? ( 마지막편 )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OO 주식회사 홍보실 홍실장 . 홍실장은 새벽 회사에 출근했다 . 사장께서 로펌 이야기를 상당히 신뢰하시는 데 그에 대한 업데이트 된 정보를 좀 듣고 싶어서다 . 사장께서 7 시경 사장실로 들어오셨다는 비서실 전화를 받고 사장실로
    향했다 . 검찰 출두하실 때 어떻게 사전 어랜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컨펌을 받고 싶었다 .

    “ 음 … 홍실장 . 어제 저녁
    우리 로펌 사람들하고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 들었는데 , 전반적으로 홍실장 의견과 비슷한 것 같더군 . 지검 앞에서 저번 공항처럼 봉변 당하지 않게만 해주세요 .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 홍실장은 한시름을 놓는다 . 하지만 , 사장께서 “ 알아서 하신다 ” 는
    부분이 약간 마음에 걸린다 .

    일단 홍실장은
    내일 모레 해당 지검 취재를 담당할 기자들이 있는 관할 기자실로 향했다 . 오랜만에 다시 보는 OO 일보 간사에게 인사를 나누고 상황을 설명했다 . 이전 다른 데스크
    기자들에게서 받았던 똑 같은 내용을 조언해 준다 . “ 포토라인 설정해서 간단하게 답변해주시고 들어가시면
    되지 뭐가 어려울 게 있어요 ?” 하는 반응들이다 .

    기자실에다가
    통닭과 찬 맥주캔 몇 박스를 풀고 , 명함을 나누고 , 내일
    한번 더 찾아오겠다고 인사를 하며 나왔다 . 내일은 홍보실 여직원들도 모두 데려와 인절미나 꿀떡을 좀
    돌려야겠다 생각한다 . 회사에 돌아온 홍실장은 기자들의 요구사항이나 협조태도에 대해 사장에게 보고했다 .

    사장은 “ 그러면 믿어도 되겠죠 ? 저번처럼 그렇게만 안되면 되요 . 근데 질문은 뭘 한데 ? 민감한 질문은 하지 말라 그러지 ?” 홍실장이 답변했다 . “ 곧 저희 홍보실에서 주요 예상질문들을 뽑아
    올릴 예정입니다 . 저희가 법무팀과 상의해 만든 답변만 간단하게 반복하시면 됩니다 . 오랫동안 기자들이 잡지 않고 , 제가 시간을 봐 사장님 동선을 관리하겠습니다 .” 사장은 비교적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

    이틀이 지나고
    결국 사장께서 OO 지검에 출두하시는 날의 아침이 왔다 . 오후
    일찍 들어가기로 검찰 측과 이야기를 끝냈다 . 오후가 됐다 . 지난
    이틀 동안 로펌과 법무팀과 함께 모 호텔에 머무르며 검찰의 취조에 대응방안을 마련했던 사장은 상당히 피곤한 표정이다 .

    홍실장은 이미
    오전부터 홍보실 조과장과 김과장을 OO 지검에 파견해 안내와 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라 지시해
    놓았다 . 홍실장은 지검으로 이동하는 사장의 차 속에 함께 동승해 브리핑 했다 . “ 사장님 ,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 보고 드린 그 답변만 반복하시면 됩니다 . 저희가 최대 3 개 정도 질문 받으시면 그 때 동선 확보하고 이동하시도록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사장님은 마치 얼이 나간 사람처럼 얼굴이 심각하고 피곤해 보인다 .

    사장이 탄 검정색
    회사차가 OO 지검 현관에 정차했다 . 사장의 얼굴에 순간 전의 ( 戰意 ) 가 비친다 . 홍실장은 흠칫한다 . 무언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신다는 느낌이 온기 때문이다 . 홍실장이
    차에서 내리시는 사장님께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 “ 사장님 , 침착
    하십시오 . 정해진 답변만 해주시면 됩니다 . 힘내십시오 .”

    사장은 옷깃을
    여미며 OO 지검 계단을 오른다 . 이미 백명은 넘어 보이는
    취재진들이 진을 치고 포토라인 뒤에서 겹겹이 산을 이루고 있다 . “ 비켜 , 거기 앞에 비켜 ” “ 마이크 치워 !”
    “ 거기 서세요 , 거기 , 거기 ” 여기저기에서 기자들이 함성과 고함들이 오고 간다 . 수천번의 플래시가
    터진다 . 사장의 얼굴은 더욱 굳어간다 .

    조과장이 바닥에
    미리 붙여놓은 녹색 테잎이 눈에 들어오고 홍실장은 사장을 그 자리에 안내하고 사장 뒤에 섰다 . ‘ 사장님 , 제발 …’ 질문을 하게 되어 있던 기자 두 명이 TV 마이크를 꾸러미로 엮어 들고 사장에게 다가왔다 . 질문 시작 .

    “ 이번 검찰조사의 핵심은 OOO 억 원으로 알려진 비자금 때문인데요 . 그게 사실입니까 ?” 사장께서 침묵하신다 . 무언가 말을 하셔도 좋은데 침묵하시니 홍실장이 당황스럽다 . “ 한
    말씀만 해주시죠 . 검찰에서는 그 비자금이 정치권 로비와 신규 사업권 획득에 일부 사용된 정황이 있다고
    하던데요 . 맞습니까 ?” 사장께서 약간 입을 실룩거리신다 . 이윽고 한 말씀을 하신다 . “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 자세한 사항은 올라가서 설명하겠습니다 .” 홍실장은 더욱 더 긴장
    하면서 뒤에서 시계를 처다 본다 .

    한기자가 큰
    소리로 물었다 . “ 이번 내부고발과 검찰조사로 최근 귀사의 성장 원인이 불법로비에 있다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 이에 대해 사장님 생각은 어떤지요 ? ” 사장이 그 기자를 쏘아 본다 . “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이나 그딴 소리를 여기 저기 옮기고 다니는 당신 같은 기자들이나 모두 문제라고 봅니다 . 기자 정도면 그래도 고등교육 받을 사람들일 텐데 … 공부들 좀 하시고 … 제대로 알고 좀 말하십시오 !” 기자들 사이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다
    이내 사진 플래시들이 수없이 터지기 시작한다 . 홍실장은 그 말을 듣고 어지러워 비틀거린다 . 쓰러질 것 같다 . 사장님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드리고 쓰러져도 쓰러져야
    할텐데 …

    눈치를 챈 조과장이
    달려와 홍실장의 어깨를 잡으면서 사장님께 귓속말을 했다 . ‘ 자 … 사장님
    이제 올라가시죠 . 이동하십시오 .” 홍실장이 몽롱한 기운을
    챙기면서 사장님의 등을 살짝 밀어 앞으로 이동시켜드린다 . 기자들이 따라오면서 마구 질문을 퍼붓는다 . “ 사장님 , 누구에게 로비 하신 겁니까 ?” “ 사장님 , 내부 고발한 OO 임원에게
    한 말씀 하시죠 ” 사장이 기자들을 째려보면서 검찰 엘리베이터를 탄다 .
    홍실장도 안내하는 검찰직원들과 사장을 따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

    사장이 한마디
    “ 요즘 기자 XX 들은 머리가 나쁜 거야 ? 버릇들이 없는 거야 ? 에이 … 개 XX 들 …” 홍실장은 눈을 감으면서 생각한다 . ‘ 이제 나도 회사를 관두고 좀 편안한 일을 하고 싶어 …’ 검찰직원을
    따라 검찰 복도를 걸어가면 기도했다 . 다른 삶을 달라고 .

  • 위기관리, 동일한 정의를 공유하라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시급하고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위기’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전사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다. 위기관리에 서투른 기업이나 조직의 내부에 들어가 진단 인터뷰를 해보면 CEO로부터 일선 직원에 이르기 까지 위기에 대한 전혀 서로 다른 정의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조직내 위기에 대한 동일한 정의 공유가 꼭 필요한 이유가 있다. 조직은 한 사람으로만 구성되지 않을 뿐 더러 여러 사람들이 각자 다른 생각과 다른 기능들을 하며 움직이고 있다는 현실때문이다. 각자 맡는 책임과 역할 그리고 분야가 틀리기 때문에 하나의 사건이나 사고 또는 이슈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기준이 다르기 마련이다. 이런 각기 다른 기준 때문에 위기대응에 있어서 편차나 누락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공장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해 용역 직원 몇 명이 화재진압 도중 사망한 사건 보고를 한번 설정해 보자. 현지 관리팀장에게는 이 보다 심각하고 막중한 위기가 없다. 사건 보고를 하고 대응 일지를 작성하고, 소방서와 경찰등과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애쓴다. 공장장도 책임이 있는지라 노심초사 밤새워 현장을 방문하고 보고를 받고 본사와 논의 한다.

    본사는 어떤가? 본사 영업부에서는 다음날 아침 출근해 공장화재사건 소식을 듣는다. 자신들에게 관심 있는 생산일정이나 차질여부를 확인하니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그 때부터는 관심이 없어진다. 마케팅은 “우리 공장에 어제 저녁 화재가 났데…”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신제품 론칭 플랜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에게 지역 공장의 화재와 용역직원의 사망은 별반 ‘위기가 아닌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CEO는 어떤가? 화재진압이 마무리되었다는 보고, 생산에는 별반 차질이 없다는 보고, 사망한 용역직원들에 대해서는 파견업체와 상의해 잘 마무리하겠다는 보고, 지역언론에서는 일부 보도가 있었지만, 전국방송에는 관련 보도가 없었다는 보고 등등을 받고 케이스를 종료 한다. CEO에게도 그 화재와 사망사건은 불행 중 다행일 뿐 각별하게 큰 위기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회사에서 오직 현장 일선들과 사후 처리 담당자들에게만 위기이고 찜찜하며 골치 아픈 업무로서만 남게 된다.

    물론 어느 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마다 CEO부터 ‘모든’ 직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밤을 지새워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회사 위기의 기준이 공통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와 직책과 관심사에 따라 달리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흔히 각기 다른 위기에 대한 정의를 가지고 있는 조직은 사소한 위기발생시 조직 내부 정보 공유에 빈 공간이나 누락이 발생하는 증상을 보인다. 일선에서는 사건이나 사고를 목격하고 파악하고도 상위자에게 보고 하지 않는 경우다. 보고 없이도 일선에서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 보려는 습관이 발동된다. 일선에서 조차도 각자 ‘이게 무슨 보고 사항이냐?’ ‘아니야 이건 보고해야 해’ 등등 논란이 발생한다.
    단순해 보이는 지역 사건으로 밤늦게 서울 본사 임원들을 깨우거나, 회사로 모이게 하는 것이 지역 일선에 있는 실무자들에게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다가 CEO나 고위 임원들에게 불호령이라도 떨어지면 그 때는 누가 책임을 질 수 있는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일선에서 해결하면서 보고 누락한 사건이나 사고는 그 다음날이나 몇 일 후 보도가 되거나 CEO 귀에 들어가 다시 위기가 된다. “왜 이런 사고가 보고 조차 되지 않았는가?” CEO가 소리치신다. “왜 우리가 보도를 보고 우리 회사의 사건을 알아야 하느냐?”하고 고위 임원들이 지역 담당 임원을 몰아세운다. 이는 사내에서 공유되어 있는 정확한 위기에 대한 판별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는 시간이나 상황이나 환경이나 특수성이 감안되어서는 안 된다. 회사에서 정한 위기의 명확한 정의에 따라 보고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만을 점검하는 것이 옳다. 명확한 위기 판별 기준을 공유하고, 이에 대해 일관성 있게 위기관리 활동들을 유지 관리 해야 한다. 그래야 시스템의 기본이 살아난다.

    CEO나 오너의 위기에 대한 정의에도 항상 일관성이 필요하다. 실무진들이 모두 “이것은 분명 우리가 정한대로 ‘위기’이며,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매뉴얼에 정한대로 위기관리리더들이 모여 대응방안을 한시간 내에 결정해야 한다” 준비를 한다. 그런데, CEO가 그 보고를 듣고 “그것이 무슨 위기냐? 내가 보기에는 그냥 지켜보기만 하고 대응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하는 의견을 내 놓으면 시스템에 일관성이 훼손된다.
    더 심각한 경우는 CEO나 오너의 그러한 정의가 매번 상황에 따라, 분야에 따라 달라지고 그 정의의 다양성과 변화가 심각한 케이스다. 그런 현실에서는 실무자들이 매뉴얼에 의지하기 보다는 CEO나 오너의 정의를 듣고 나서야 움직이려는 수동성을 보이게 된다. 멀리 출장 중인 CEO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건이나 사고를 위기로 대응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무마하고 넘겨 지나 보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한 뒤에야 대응을 시작한다. 분명 독립적 위기관리 시스템의 운용에 한계가 만들어진다.

    오너나 CEO로부터 일선 많은 직원들까지 하나의 정의를 공유하고 있어야 위기가 효율적으로 관리 될 수 있다. 명확한 정의가 제시되고 일관된 실행이 전제되어야 위기는 관리된다. 모두가 하나의 기준과 하나의 마음으로 위기를 바라보고 일사분란 하게 움직이는 게 옳다. 많은 기업이나 조직들이 그런 명확한 정의와 공유가 없기 때문에 고생한다. 그래서 위기관리가 아주 못할 짓이라는 내부 평가를 안고 지내게 된다.

  • M&M케이스 : 위기사례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M&M 케이스를 ‘(기업의) 위기 사례’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생각 해 보자. 기업의 위기로 판정하기에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많다.

    이번 위기로 M&M이 회사 차원에서 잃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 SK그룹과의 사업계약? 그렇게 결별이 오래가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기타 거래처들과의 관계 해지? 수입 자동차 판매 부문의 실적 하락? 코스닥에서의 주가 하락? 기업 이미지나 평판 하락? 오너십의 변화? 직원들의 사기 저하? 신규 채용의 어려움? 글쎄다.

    만약 이것이 위기라면 관리할 수 있는 형태인가?

    : 기본적으로 이는 오너의 범법행위다. 관리되는 이슈가 아니지 않나. 회사 차원에서 어떤 메시지를 공식입장으로 밝힐 수 있나? 위기라 해도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위기가 관리된다면 뭐가 얼마나 어떻게 나아지겠나?

    : 사내에서 구타가 사라지는 정도? 나아지는 것과 정상적이 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겠다.

    그러면 M&M와 더불어 누구에게도 위기가 아닌 것인가?

    SK그룹을 포함한 수입차 브랜드 등 거래처 대부분은 일정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여진다. (최태원 회장 PI적인 측면에서도 일정 부분 영향) 이 부분 때문에 독특한 케이스라 보는데 문제를 발생시킨 해당 회사보다는 관계되어 있는 회사들이 도리어 이미지와 명성 훼손을 맛봤다.

    M&M은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잃은 게 없다. 그냥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로우 프로파일로 지내면서 사업에 열중하면 되겠다. 사실 문제가 되서 그렇지 M&M은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아주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고, 상당히 강력한 미션, 비전, 밸류 메시지들을 공유하고 있다. 최대표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Hero)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문화를 몸으로 가시(현시)화하고 있기 때문. 범법행위만 아니었다면 아주 흥미롭게 스터디해보고 싶은 흔치 않은 기업이다.

    결론, M&M 케이스는 ‘위기’케이스로 보기에는 충분하지가 않다.

  • 우선 회사의 원칙을 말하라 : MBC의 연평도 술회식 논란

    이에 대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보도국 기자, 카메라 기자, 중계팀 등 약 30여 명이 오후 8시 반부터 10시 반까지 회식을 했고, 반주로 한두 잔 마신 것은 맞지만 해병대 홈페이지에 오른 글처럼 폭탄주와 고성방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

    MBC 이진숙 홍보국장은 “듣기로는 취재팀이 며칠 동안 밥과 김치만 먹다가 회식을 한번 하자고 했고 해병대 허락을 받아 충민회관에서 30명 정도가 8시 30분부터 10시30분까지 회식했다”며 “고성방가가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사실무근이고 반주 겸 해서 한두 잔 마신 게 전부”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보통 직원들의 행위로 발생한 논란에 대해 회사는 대부분 해명을 하거나 변명을 하는 데 급급하게 된다. 이런 대응방식은 상당히 조직의 본능에 근거한 대응으로 별반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해당 논란이 상당한 공중 감정과 관련한 것일 때에는 이런 대응이 더 큰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 맞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한 해명이 핵심 메시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중들이 일부 사실관계 여부를 따지고 있는 게 아닐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번 MBC의 연평도 회식 논란에 대해서 MBC측은 “회식은 있었으나 고성방가와 폭탄주는 없었다”는 것을 핵심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언론기사에 인용된 메시지가 결과적으로는 곧 핵심 메시지다. 언론기사에 인용되지 않은 메시지는 모두 핵심 메시지로서 전달에 실패한 메시지가 된다)

    이 MBC측의 메시지를 기반으로 그들의 포지션을 유추해보면 ‘Not Guilty’ 포지션이다. 회식은 했지만 간단한 반주 정도였고 회식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포지션이다.

    문제는 이 포지션에 있다. 현재 국민들 대부분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 조직 중심의 포지션이라는 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현재 국민들이 해당 회식 논란을 바라보는 포지션은 “아니, 어떻게 전쟁터인 연평도에 취재하러 간 사람들이 그곳에서 회식을 할 수 있나?”하는 포지션이다. 분명 MBC측의 포지션과 다름이 있다.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그날 폭탄주가 돌았는지, 고성방가가 있었는지가 아니라…MBC는 직원들이 전쟁터인 연평도에서 회식을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사의 포지션이다.

    MBC가 진짜 국민들의 포지션을 이해하고 헤아리고 있었다면 MBC측의 핵심 메시지는 일단 사과로 시작해야 했고 사과로 언론기사에 인용되어야 했다.

    “MBC의 원칙은 모든 직원들로 하여금 항상 적절한 장소에서 최대한 주의 깊은 행동을 하도록 직원들 각자의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원칙을 기준으로 볼 때 이번 직원들의 행동은 MBC의 원칙에 적절하게 부합한 것이 아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의 원칙을 더욱 더 강화하고 준수토록 교육하고 노력하겠다”하는 메시지가 핵심이 되었으면 어떨까 한다.

    그랬다면 최소한 MBC는 국민을 이해하고 국민과 같은 편이라는 느낌은 줄 수 있지 않았을까?

  • DO NOT Guarantee (개런티하지 말라) : FTA협상 메시지

    최 대표는 ‘협정문의 점 하나도 고치지 않겠다’던 당초 입장에 대해서는 “미국측이 협정문 수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협정문을 수정하겠다고 나설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한국일보]

    공공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개런티’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자에게는 자신감과 확신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그 메시지를 받는 청자의 입장에서는 안심과 신뢰의 느낌을 제공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개런티를 하면서 표현적인 측면에서 아주 극단적이거나 세부적인 예를 들어주면 개런티 메시지는 더욱 더 강력한 효과들을 발휘한다.

    ‘내가 그렇게 된다면 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믿어라. 내가 틀리면 손에 장을 지진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비즈니스를 접겠다’

    ‘단 1mm의 도발도 허용하지 않겠다’

    오디언스들은 공공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메시지에 상당부분 의지하고 신뢰를 부여한다. 해외의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의 경우 그들의 ‘메시지’에 대한 집착은 과도할 정도로 심각하다. 단어 하나와 표현 하나 하나에 끝까지 집착하고 그의 선택을 위해 토론한다.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할 때도 많은 CEO들과 기업 임원들은 대부분 인터뷰시 ‘단어와 표현’에 상당한 집중력과 관심을 투여한다. 그러나 중간관리자급이하 직원들을 인터뷰 해보면 많은 분들이 그들의 상위자들 보다는 메시지 선정과 표현 방식에 있어 신중함이 떨어지곤 한다.

    이는 특정 메시지로 인한 영향력에 대한 경험 유무와도 상관이 있지 않을까 한다. 내가 한 사소한 한마디가 우리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를 경험해 본 직원과 경험해 보지 못한 직원은 그 자세가 다르다는 거다.

    FTA같은 국가적 중대사를 이끌어 가는 우수한 공무원들이, 광우병 논란과 같은 어마어마한 홍역을 앓고서도….공식적인 메시지 선정에 대한 Key Learning이 없어 보이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아니면…행정적으로 기술관료들의 입장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아도, 정치적인 수사를 사용해야 하는 현실이다 보니 그렇게 그냥 스리 슬쩍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결론, 기업이나 정부나 어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개런티 표현은 최소화하거나 삼갈 것. 대부분의 개런티는 항상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나의 몸을 치는 날카로운 부메랑이 됨. 사랑이나 조직이나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개런티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도 없음. 곰곰이 생각해 보고 메시징 할 것. 신뢰를 얻고 싶다면.

  • 위기관리, 벽을 허물어라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19)

    위기관리, 벽을 허물어라

    실제 위기관리 자문을 위해 기업 내부에 들어가 관찰해 보면, 일부 기업에서는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도 부서간 넘기 힘든 벽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보통 위기시에는 힘을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지만, 실제 부서간의 강한 벽은 조직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큰 가로막으로 작용한다.

    이런 부서간 장벽은 의도적인 것일 때도 있고, 일부는 제대로 된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일 경우도 있다. 이런 류의 장벽이 사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의도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면 아무리 위기시라도 그 장벽을 단숨에 허물기는 쉽지가 않다. 단, 평소에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적었을 경우에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그런 장벽을 확실하게 허물고 하나로 뭉치는 목표가 쉽게 달성된다.

    보통 부서간 비의도적 장벽이 존재하는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되면, 보고라인이 뿔뿔이 흩어져버리는 특성이 있다. 보고라인의 정점은 CEO이지만, 각 부서가 각자 두서없이 통합되지 않은 정보들과 위기대응 방안들을 보고해댄다. 마케팅은 PR부서가 현재 무엇을 어떻게 해가고 있는지 업데이트 받지 못한다. 법무팀이 움직이는 방향을 PR이 알지 못하거나, 고객관리팀이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 법무팀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고객관리팀이 접수한 심각한 고객 컴플레인이 PR에게 공유되지 않고, 법무팀에게만 연결되어 진행된 후 더욱 악화되어 언론에 접수 공개되는 경우들이 이런 내부 원인 때문이다. PR팀은 전혀 해당 사실에 대해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초기대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생산은 해당 고객의 컴플레인의 원인을 그때부터 알아보기 시작하고, 회사의 공식대응은 계속 지지부진 늘어진다.

    이런 조직에서 위기관리를 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마치 옆을 보지 못하도록 눈가리개를 씌운 말들이 앞만 보고 섞여 뛰어가는 엉터리 경마의 느낌을 받는다.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서로 앞을 가로막으면서, 자기의 앞길만 신경을 쓰는 판국이 된다.

    반대로 조직내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들을 위기시 여러 말의 말들이 일렬로 함께 끄는 마차 행렬 같은 느낌을 준다. 각자가 앞을 보고 달리지만, 하나의 축에 일렬로 서 주어진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하다는 모습이다. 한눈에 그들이 어떤 일을 어떤 방향으로 하고 있는지 눈에 들어오는 것도 특징이다.

    CEO는 스스로 자신이 보고 받은 내용들이 하부 부서 상호간에도 공유 되어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는데 이 부분도 문제가 된다. CEO는 위기대응을 지시하면서도 이 부서가 현재 업데이트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오해 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 업데이트 된 정보 없이 CEO로부터 일방적인 대응 지시를 받은 부서는 관련 정보와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역으로 다른 부서들을 돌아다니면서 귀동냥을 하게 된다. 대응 시간은 길어지고, 대응의 품질은 하락한다.

    CEO는 이런 부서들을 바라보면서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대응이 느리고, 형편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문제는 부서간 실시간 정보공유와 업데이트가 CEO 보고 ‘이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프로세스의 전후가 바뀌고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사내에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하는 것을 가장 첫 번째 단계로 제시한다. 이는 각 부서의 책임자들이 해당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면대면 상황에서 공유 한다는 의미다. 위기관리위원회는 실제 오프라인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위기가 완전하게 관리 될 때까지 함께 하면서 실시간으로 정보와 상황들을 공유하고 기록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위기관리위원회는 보통 CEO 또는 위기관리매니저(Crisis Manager 또는 Chief Risk Officer)에 의해 소집되고 리드된다. 구성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각 부서들의 책임자들이 참석한다. 중요한 실무관련 팀장급들도 배석이 가능하다. 또한 일부 부서 책임자가 부재시에는 차순위 책임자가 대신하여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하고 부서 고유의 역할을 대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고시간과 지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CEO가 위기관리위원회를 지휘하고 현장에서 초기 상황보고부터 경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효과적인 방식은 위기관리 매니저가 모든 상황정보와 전략적인 포지션 세팅을 완료하고, CEO에게 세부적 브리핑을 하는 프로세스다. CEO가 스스로 위기관리에 대한 프로세스와 전략도출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CEO 스스로의 생각에 빠져 위기대응을 지시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CEO는 이런 ‘공유된’ 정보들 중 우선순위에 따라 필터링 된 보고를 받고, 큰 대응 방향을 지시하는 것이 옳다. 일부 CEO들은 대응 보도자료 문구 하나, 해명문 표현 몇 개, 해명광고 대상 매체 선정등 세부적인 일선의 위기대응 활동까지 관여 하곤 하는데, 이는 효율적이지도 생산적이지도 않은 일이다.

    위기시 기업의 위기관리는 CEO의 강력한 리더십, 위기관리 위원회의 발전적인 협업, 그리고 실무그룹들의 실질적인 실행력이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다. 그 어느 부분이라도 모자람이 있으면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것은 무척 힘들어진다.

    한번 평소에라도 우리 회사내부의 보고라인과 정보 공유 형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부서간 전문화가 분명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것이지만, 이런 전문화가 부서간의 커뮤니케이션 단절과 격리를 뜻해서는 안 된다. 기술적으로 부서별 전문화라는 것은 실행역량에 있어서 전문성을 보유하는 쪽으로 발전해야 하겠다.

  • 품질/이물질 관련 위기 필터링 구조 : 식품기업 내부 시스템

    품질/이물질 관련 위기 필터링 구조 : 식품기업 내부 시스템

    어제 모 기업 내부 위기 필터링 시스템에 대해 인하우스를 대상으로 개인 코칭을 하면서 화이트 보드에 그렸었던 개념도다.

    내가 맥주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외국인 사장에게 보고용으로 개발했던 개념도를 업그레이드 했다. 당시 회사내에서는 끊임없이 이물질 사건들이 보고되고 있었고, 이에대해 각종 온라인 매체들과 오프라인 매체들로 부터 공격을 당하는 시절이었다.

    당시 나는 사장에게 “회사내에 아직까지 위기 필터링 시스템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존재한다면 그 각각이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할 것”이라는 개념을 설명했었다. 당시 홍보팀에서 보는 문제는 생산과 고객관리 및 영업 그리고 홍보쪽에 각각 분명한 문제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또 문제는 이물질 사건에 있어 생산과 고객관리 및 영업 그리고 홍보 파트가 상호간에 유기적으로 한팀이 되어 대처하지 못한다는 데 핵심이 있었다.

    생산은 항상 ‘우리의 품질관리는 세계최고의 수준이야. 식스시그마 레벨 이하로 아주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어.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나 두개 정도의 문제는 있을 수 있어’하는 포지션이었다.

    이에 대해 홍보팀은 ‘식스시그마라고 해도 일정 디팩트는 안고가는 것 아닙니까? 우리 회사 제품이 한달에만도 1억 5천만 유닛이 생산되는데 그 비율을 감안해도 디팩트 제품의 수는 문제를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는 단하나의 이물질 제품이 100%로 다가온다는 겁니다.’라고 주장했었다.

    고객관리는 항상 ‘하루 종일 컴플레인을 받습니다. 정신이상자로 보이는 고객들도 상당부분 있어요. 하루에 쏟아져 들어오는 그런 컴플레인들을 처리할 인력이 솔직히 모자라요. 영업에 해당 고객을 방문해 빨리 처리하라 해도 영업사원 일정상 하루 이틀이 지나기 일쑤죠. 그시간을 고객이 기다릴수는 없어요. 그게 문제입니다.’라고 인력부족을 하소연 한다.

    영업은 ‘고객관리팀에서 우리 영업직원들에게 불만 고객 방문해 처리하라고는 하는데…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어요? 기껏해야 한상자 주고 (원래는 일대일 교환이 원칙) 잘 봐달라고 하는데 요즘 고객들이 한상자 가지고 성이 찹니까? 매도 맞아보고, 욕도 먹고, 가서 무릎도 꿇고 해도 고객 화를 누그러뜨리기가 참 힘들어요.’ 라고 울먹인다.

    당시 사장께서는 관련 부서 임원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이렇게 말씀 하셨다. “제임스, 이 문제는 모든 회사들이 일정 부분 안고 가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해. 우리는 최고 수준의 품질관리를 하고 있어. 또한 CS에서도 영업과 최선을 다하는 중이야. 일년에 몇번이나 이물질 관련 기사 보도가 나올까? 그 정도는 어쩔수 없다고 봐. 홍보팀이 더욱 열심히 움직여 그런 부분들을 최소화 해준다면 더 할 나위 없이 고맙겠구나.”

    결론은 그렇게 났었다. 아마 현재의 위기 필터링 상태도 그럴 것이다.

    자….식품관련해 중소규모의 기업들의 사내 위기 필터링 시스템을 한번 들여다 보자.

    생산과 고객관리 및 영업 그리고 홍보 대관의 능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진다. (이 부분은 당연하다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 더구나 사내에서 각 부분간 커뮤니케이션, 정보공유 및 업데이트가 매우 희박하다. 이물질 사건이 발생되어 소비자 컴플레인이 들어와도 다른 부서들은 알지도 못한다. 사내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 고객관리가 실패하면 바로 인터넷이나 TV, 신문 또는 각종 게시판, 카페등으로 폭발적으로 번진다.

    두번째는 국내 식품 대기업들의 일반적인 위기 필터링 구조다.

    관련 부서들의 역량들은 어느정도 갖추어져 있으나, 각 부서별 커뮤니케이션, 정보공유 및 업데이트가 안정적이지 않다. 고객관리팀에 접수된 심각한 소비자 컴플레인이 홍보팀은 모르고 있다가 기사를 맞고 나서 허둥댄다. 홍보팀이 기자에게 접수한 많은 질문들을 생산에 확인하고 싶지만, 생산은 답변이 없거나 너무 느리다. 일간지 기자에게 다음주에 결론이 난다고 전화하라고 하는 경우. 아닌 밤에 홍두깨 맞고 허둥대다가 시간을 끌고 결국 실패한다.

    이상적인 사내 위기 필터링 시스템을 한번 살펴보자

    관련 부서 역량은 극대화 되어 있고, 이들이 상호간에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위기시 하나의 팀이 되는 형식이다. 설명이 필요없다.이를 실행하고 있는 회사는 스스로 안다. 이 시스템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답을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코칭을 하면서 항상 느낀다.

  • 핵심 메시지를 확보하는 것이 힘든 이유 : 미디어 트레이닝 팁

    어제 하루 종일 오랜 관계를 맺으면서 코칭 해 온 클라이언트사와 정기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했다. 그 회사는 자사의 모든 위기 요소들을 매년 오딧을 한다. 매년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요소들을 선정해서 관련 부서에 이슈 오너십을 부여한다.

    핵심 위기 요소들의 이슈 오너십을 부여 받은 각 부서들은 그 위기 요소를 관리하기 위한 액션 플랜을 개발하고 그것을 전사적으로 공유하면서 실제 관리사항을 업데이트 한다.

    그 과정에서 만일에도 있을 수 있는 대언론 대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트레이닝을 수료한 모든 이슈 오너(각 부서의 팀장급과 임원급)들은 결과적으로 매년 연말경에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위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CEO와 함께 진행한다. 하루짜리 시뮬레이션이고, 자사의 위기요소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현실화 되었을 때 전사적인 팀워크를 통해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대응을 지시하는 프로세스를 직접 경험해보는 거다.

    어제 미디어트레이닝에서 여러 번 토론되고, 코칭되고 한 부분들 중 하나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본다. 위기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메시지의 신중한 선택과 반복’은 핵심중의 핵심이다.

    국내기업들이나 정부기관들이 가장 힘들어 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핵심 메시지를 반복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법 부분이다.

    개인과 개인의 interpersonal communication 기법과는 약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확실한 표현이다. 매 질문에 대한 답변에 핵심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어려운 과제다.

    일반적인 개인과 개인의 대화를 한번 보자. (홍길동과 친구인 이몽룡의 대화)

    홍길동: 룡아, 우리 한잔 하자. 근데 한잔하기 어디가 좋을까?

    이몽룡: 강남역 근방이 어때? 맥주한잔 하기 좋은 장소가 있거든.

    홍길동; 그래. 그러면 이번엔 네가 사는 거야?

    이몽룡: , 언제 네가 산적 있냐? 매번 내가 사곤 했지?

    홍길동: 알았어. 그러면 내가 산다. 이번에는거기가 어디야. 같이 가자.

    이몽룡: 오케이. 오늘 운이 좋은데? 가자.

    보통 개인과 개인의 대화는 진행이 되어가는 직선형의 모습을 띈다. 무엇보다도 연이어 진행이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위기시 기업의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은 직선형이 되면 안 된다. 대언론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경우에는 Spiral(나선형)의 모습을 띠어야 한다. 반복적으로 홈베이스를 밟는 답변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한 기업의 대변인이 언론과 대화하는 모습을 한번 보자.

    기자: 오늘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그 피해규모가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다. 소방서 측에 의하면 화재원인이 방화로 추정된다던데? 회사의 공식입장은 무엇인가?

    대변인: 우선 이번 화재에도 불구하고 직원들과 다른 핵심 설비부분이 안전하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화재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진 부분이 없다. 원인 파악을 위해 소방서 측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기자: 공장 직원 숙소 쪽에서 불길이 먼저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그러면 그때 숙소에 있던 직원들이 방화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대변인: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화재원인이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소방서와 함께 원인을 파악 중이다.

    기자: 내가 취재하기로는 회사 내에서 화재 전날 회식이 있었고, 몇몇이 취해 다투고 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던데, 이런 직원들의 다툼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대변인: 화재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추측도 할 수가 없으니 양해해달라. 소방서측과 협력해서 가능한 빨리 화재 원인을 알아낼 것이다.

    기자: 상식적으로 보아도 어떻게 직원 숙소에서 발화가 되었다는 데 직원들이 하나도 다치지 않았을까? 이는 일부 직원들이 고의로 방화를 하고 자리를 피했기 때문이 아닌가?

    대변인: 반복적으로 말씀 드려서 죄송하다. 확실한 원인 규명을 위해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면 그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기자: 아니…자꾸 그런 식으로 말을 피하지 말아라. 내부적으로도 파악된 사실들이 있을 것 아니냐. 소방서측에서도 이미 직원 방화로 추정된다는 이야기를 기자에게 하던데…

    대변인: 확실하게 말씀 드리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원인이 없다. 소방서 측과 긴밀하게 협조 중이니 빨리 확실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니 양해 부탁한다.

    기자: 자꾸 이런 식이면 그냥 소방서 관계자 멘트 따서 쓸 거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회사측에서는 직원 방화 가능성이 절대 없다고 보고 있나?

    대변인: 현재 조사 중이다. 소방서측과 긴밀하게 협조해서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원인을 규명할 것이다. 섣불리 원인을 추측하거나, 추측된 원인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잠깐만 기다려 달라. 미안하다.

    이런 식으로 핵심 메시지들을 반복 반복 반복하면서 포지션을 흩뜨리지 않는 대화 방식이 대언론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낯설다.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만 자연스럽게 반복할 수 있다.

    아주 공격적인 미디어트레이닝을 경험한 대변인들은 기자의 공격적인 질문 방식을 들으면서 실시간으로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답변하면 위험할 수 있는 모든 질문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더 나아가서 위기시 우리 회사에게 유리한 우리만의 메시지에 철썩 같이 달라붙어 있을 수 있다. 기업을 구성하는 CEO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위기시에는 동일한 메시지만을 반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결론적으로 추측이나, 루머, 오보, 오해, 잘못된 비난, 제2와 제3의 또 다른 위기들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다. 낯설지만 도전해보고 경험해보고 익숙해 질만한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