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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오전 진행 방식에 대하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오전 진행 방식에 대하여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진행에 있어 전반부 즉, 일반적으로 오전 위기관리 상황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6시간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진행에 있어 절반은 ‘혼돈(chaos)의 시간’이다. 매뉴얼상에 명시된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그냥 잘 따르기만 하면 되지 않느냐 하며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위기관리 현장은 그런 생각을 충분하게 반영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 전반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실무자나 메인 컨설턴트의 역할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위기관리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 즉, CEO 또는 핵심 임원의 앵커링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위기관리 위원회는 차치하고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가 매뉴얼상에 명시된 프로세스를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기억해 내고 그에 따른 실행을 시작하는 가 여부에 위기관리 성패가 갈린다.

    일단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가 정신을 추스르고 프로세스를 밟아 나가기 시작하면 위기관리 위원회는 자연스럽게 그에 따라 발을 맞추어 움직이게 된다. 각자 역할을 더 빨리 기억해 내게 되고, 그에 따라 상황확인 작업을 거쳐 통합적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한다. 위기관리 위원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임원들은 평소에도 통합적인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해 본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일단 물꼬가 트이면 비교적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는 경우들이 많다.

    문제는 토론의 주제가 매우 낯설고 위급한 ‘위기’라는 것이 좀 다르다. 평소의 의사결정과는 달리 내부와 외부적으로 상당히 흥분해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압력을 가해오고 있는 상황도 다르다. 또한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없으면 더 큰 위기가 2차와 3차 파장을 가지고 몰려 오게 된다는 심리적 그리고 시간적 압력도 존재한다. 일부 평소 의사결정 환경과 다른 이런 압력들이 존재하는 환경을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뮬레이션이 시작 된 이후 몇시간 동안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명시된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기억해 따르는 데 소요되는 물리적인 혼돈의 시간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도출 된 많은 인사이트들이 곧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의 소재가 되곤 하기 때문이다.]

    일단 시뮬레이션 초기에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환경의 특징들을 살펴보자. 일단 충분한 상황에 대한 정보가 딱 떨어지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분절적인 정보들을 빨리 조합해 하나의 정확한 상(像)을 만드는 데 있어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전략적으로 추가적인 정보 취득에 리더십을 가지고 적극적인 정보 취득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무언가 상황파악에 있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압력은 큰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두 번째 심각한 스트레스는 시간적 압박이다. 일반적으로 한 시간에 한두 개 정도의 악화되는 시나리오들이 지속적으로 하달되는데 이에 대해 적시에(timely) 이루어지는 적절한 실행이 초기에 완전하지 못 하다 보니 ‘우리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자괴감을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경험한다. 하지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위기관리 위원회가 완벽하게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좀더 빠르게, 좀더 정확하게, 좀더 전략적으로 대응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고 반복적으로 경험해 구성원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되는 게 목적이다. 그런 목적을 기반으로 판단 해 보면 초기에 경험하는 이런 불완전한 대응에 대한 ‘자괴감’은 너무 심각하게 받아 들일 필요가 없다.

    세 번째 스트레스는 ‘우리가 얼마나 팀워크를 가지지 못했는가?’하는 깨달음과 함께 다가오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상호간의 일시적 반목이다. 실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 해 보면 한두 부서들이 그 많은 위기관리 실행의 절반 이상을 전담하는 것을 본다. 시뮬레이션 현장을 둘러보면 실제 위기와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이나 책임을 찾지 못하고 다른 부서가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는 부서들이 꽤 존재한다. 당연히 위기관리를 이끌고 있는 실행부서들은 시뮬레이션 공간 내에서 주어진 역할 없이 앉아 있기만 하는 다른 부서들에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도 위기관리 위원회 내부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남겨 놓는 것이 좋다. 추후 지나친 역할과 책임의 집중에 대하여 대안이나 개선안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네 번째 스트레스는 스스로 ‘자기 부서의 위기대응 역량의 한계’를 깨닫게 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CEO와 위기관리 위원회에서 결정된 전략과 위기대응 명령을 그대로 실행하는 데 한계를 느끼게 되는 경우들 때문이다. 이러한 자체적 문제의 발견 또한 메인 컨설턴트들과 내부 핵심 의사결정자들의 공통된 평가와 함께 추후 개선의 소재가 된다. 즉, 실제 위기관리 역량이 부족한 실행부서들의 경우 부족한 역량에 대해 책임을 추궁 받는 대신, 실제 위기 발생을 대비해 미리 미리 해당 역량을 정상화 시키는 데 투자를 받고 노력을 투여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종합적으로 이야기하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전반은 공통된 깨달음을 가지게 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런 깨달음은 추후 개선과 투자의 소재가 되므로 메인 컨설턴트들과 클라이언트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담당자들은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고 인사이트를 꼼꼼하게 정리해 놓아야 한다. 시뮬레이션 후 보고되는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 보고서’에 이런 깨달음들이 빠짐없이 들어가 줘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어랜지 하고 내부에서 관리하는 클라이언트사 실무자들이 이 시뮬레이션 전반부를 가시방석의 시간으로 생각한다는 부분이다. 전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70~80%가량이 이 전반부에 집중되는 데 이를 모니터링 하는 내부 실무자는 이 시간이 안타깝고 보고 있기 민망할 수 밖에 없다. 컨설턴트들이 미리 주지를 시키고 이해를 구하지만 지켜보는 실무자는 힘들어 한다. 시뮬레이션이 모두 지나고 나면 한숨을 돌리며 그 의미를 찾게 되지만 실무자 개인에게 그 순간은 정말 힘들다. 즉, 클라이언트 사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또 다른 형태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위기통제센터에서 목격되는 이상 상황들’을 다루겠습니다.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들에 대하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들에 대하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시나리오가 핵심이다. 잘 짜인 현실적 시나리오는 시뮬레이션 이후에도 상당한 위기대응 체계로 남는다. 필자의 경험상 심도 있게 많은 스터디와 조사를 거쳐 개발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가 시뮬레이션 후 몇 달이나 몇 년 내 똑같은 실제 위기로 발생되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클라이언트사 입장에서는 섬뜩한 일이 되겠지만, 일단 해당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기 때문에 그 클라이언트사는 좀 더 나은 대응과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데에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첫째는 현실성이다. 구체적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해야 한다. ‘OO년 OO일 OO시 경기도 모처에…’라는 시나리오보다 ‘2012년 7월 12일 목요일 오전 7시 28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위치한 제 2공장에서…’라는 표현이 더 낫다. 사건사고를 비롯해 시뮬레이션에서 서술되는 모든 상황들은 실제 발생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사건이나 사고를 서술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기술적 과학적 상황적인 사전 스터디가 충분해야 한다. 이런 시나리오는 시뮬레이션을 준비하면서 관련 전문가나 사내외 전담 실무자들에게 리뷰를 받기도 한다. 그들 대부분이 ‘발생가능성은 낮지만 논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물론 절대 발생하면 안되지만 말입니다’라는 조언을 끌어 낼 수 있는 현실성이면 된다.

    둘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는 첫 번째 시나리오부터 마지막 시나리오까지 완전하게 선후 및 인과관계가 확보되어야 한다. 어느 한 시나리오도 홀로 동떨어져 존재하면 안 된다. 마치 일일 연속극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져야 한다. 이에 따라 이해관계자들 각자의 상황해석과 입장 정리부분들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전 준비를 하면서 이해관계자 역할을 담당한 컨설턴트들은 각자에게 맡겨진 이해관계자의 시각으로 완전하게 빙의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시나리오 각부분과 단계에 있어 확실한 이해관계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셋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우려하고 두려워’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돌발적이지만 어느 정도 예측가능 한 두려움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초기 시나리오에 ‘공정위가 A사와 B사간 가격담합에 혐의를 두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의 상황이 하달되면 대부분의 위기관리 위원회는 자신들의 실제 원칙에 기반 해 ‘우리회사는 가격담합등에 관련한 어떠한 불법적인 행위를 한적이 없으며, 공정거래관련 법률을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다’는 포지션을 설정하기 마련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불확실성과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한까지 경험하게 된다. 어느 하나도 정확한 것이 없게 느껴지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악으로 치닿는 상황전개들과 예상못했던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변화들이 구성원들을 괴롭힌다. 이를 견뎌내는 것 또한 시뮬레이션의 목적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에서는 추후 시나리오를 통해 이런 최초 위기관리 위원회 포지션을 충분히 흔들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해야 한다. ‘공정위가 가격담합의 증거로 A사와 B사 영업임원 및 팀장들간에 오고 간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증거들을 입수했다고 알려졌다’는 상황이 더해지는 것이다. 분명히 이런 상황에서 위기관리 위원회는 최초 입장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새로운 상황변화에 따른 해당사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수정 요구해 오게 된다.

    시나리오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얼마 후 새로운 시나리오가 또 더해진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최대경쟁사인 B사가 내부적으로 리니언시(담합자진신고자감면제)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알려져다. B사는 A사와의 가격담합에 관한 구체적인 증거자료들을 공정위에 제출하고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 등을 면제받으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새로운 상황이 주어진다. 위기관리 위원회는 더욱 더 큰 압력을 받게 된다.

    이후 추가되는 시나리오에는 또 이에 더해 ‘내부고발자’를 등장 시키기도 한다. 더 새로운 돌발이슈를 제시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하나의 상황을 하나의 입장으로 간단히 마무리하게 하지 않는데 키가 있다. 위기관리 위원회 스스로 입장을 정리할 때 여러 가능성들을 시나리오별로 예측하고 전략적으로 대응 준비하게 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는 지속적으로 압력을 상승(escalating) 시킬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시나리오는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 좋다. 결국 마지막 부분에 다다른 시나리오는 최악의 상황을 제시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전략적 대응이 있었음에도 회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연결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 닿게 되는 일시 ‘좌절감’을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는 시뮬레이션 진행에 있어 적절한 압력을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제공하면서 주목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가능한 메인 컨설턴트가 전략적으로 판단해 모든 문제가 풀리면서 마무리 짓도록 하는 게 좋다. 하루 종일 함께 고민했던 공정위 관련 이슈들과 노조파업관련 이슈들, 블랙컨슈머의 블랙메일(협박)등의 어지럽고 복잡한 이슈들이 최종단계에 가서는 공정위로부터 ‘혐의 없음’ 판정을 받아내고, 노조파업이 최종 타결 되고, 악성 블랙컨슈머가 경찰에 검거되는 상황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좋다. 이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성취감을 제공하기 위한 전술적 장치가 되겠다.

    이 모든 시나리오들은 클라이언트사 실무 담당자에게만 리뷰 및 공유되고 시뮬레이션 이전에는 절대 다른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공유되지 않는다. 반대로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은 모든 시나리오에 따른 다양한 입장들을 사전에 정리하고 다른 컨설턴트들과 공유해 통합적인 외부 이해관계자관을 구성한다.

    철저하게 사전 준비된 이해관계자들과 전혀 준비되지 않은 위기관리 위원회간의 전투를 상상해 보라. 얼핏 보면 백전백패일 것으로 예상되는 위기관리 위원회도 실제로 시뮬레이션에서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을 보면 역시 기업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의 힘과 위기관리 위원회의 저력을 느끼게 된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오전 진행 방식에 대하여’을 다루겠습니다.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진행 전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진행 전반

    자, 첫 번째 위기 시나리오가 하달됐다. 이제 위기관리 위원회가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여 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움직이지 않는다. 일단 상황 시나리오만 보시고도 다들 침묵을 일정기간 유지한다. 매뉴얼상에서는 위기통제센터에 모여 있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신속하게 추가 상황을 각 부서별로 입수해 취합한다’라 명시되어 있는데도 이를 따르지 못한다. 이 블랙아웃의 시간이 시뮬레이션의 시작 그 자체다.

    이 블랙아웃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클라이언트 실무자들이 있다. CEO를 비롯해 모든 핵심 임원들이 모여 앉아 블랙아웃의 시간을 몇 분 정도 겪는 것이 나중에 ‘시뮬레이션 운용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상 이 시뮬레이션 초기의 블랙아웃은 전체 시뮬레이션의 가치보다도 더 많은 의미를 지닐 수 있어 필히 권장된다.

    클라이언트들에게 항상 반복적으로 말씀 드리는 것이 바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은 우리 자신들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지 않은가를 깨닫는 데에서부터 시작합니다”라는 조언이다. 반대로 ‘우리는 아주 잘 준비되어 있다’라 자만하는 기업에게는 오히려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시스템에서는 이를 구성하는 사람이 항상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이분들이 현실을 그대로 인정해야 시스템이라는 것이 구현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아웃은 상당한 충격파로서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시고 내적으로 인사이트를 찾기 시작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란 생각이다.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일부 임원이나 CEO께서 입을 떼신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정보를 추가로 얻어야 하죠?” 일단 말문이 트이면 여러 임원분들이 각자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물론 그 상황설명이나 의견들이 그대로 전략적으로 조합되지는 않지만, 일종의 난상토론이 시작되는 것이다.

    [위기관리 위원회가 소집된다고 해서 해당 위원회가 즉각적으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위원회 내에서 경험 많은 핵심 임원이 의사결정을 위한 코디네이션과 앵커링을 진행 해 주어야 한다. 내부에 경험 많은 임원이 없다면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위기관리 위원회 코디네이션을 맡기도 한다. 이런 모든 역할과 책임은 위기관리 매뉴얼상에 상세하고 실제적으로 정확하게 명기되어져 있어야 한다]

    실제 위기가 발생한 기업의 내부에 들어가 위기관리 위원회와 함께 일하다 보면, 상당히 공통적인 상황들이 연출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흔한 상황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각자가 계속 비슷한 이야기들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추후 사회심리학자나 정신분석학자들에게 해석과 의견을 들어봐야 하겠다 생각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심각한 블랙컨슈머 관련 위기라 가정을 해보자. 영업부문 임원이 해당 블랙컨슈머의 신상과 의도 그리고 그간의 적대적 활동들에 대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설명을 한다. CEO께서 좀더 추가적인 질문을 하신다. 그러면 또 고객관리팀장이 부연설명을 하면서 방금 전 영업부문 임원이 한 설명 내용을 비슷하게 반복한다. 홍보팀 임원은 그 내용을 듣고 또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이전 임원과 팀장의 이야기를 절반이상 반복해 이야기한다. 마케팅임원은 그에 대해 반론이나 추가적 의견을 내놓으면서 또 해당 내용들을 반복해 설명한다. 이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돌면서 시간이 흐른다.

    이 상황에서 외부 로펌이나 위기관리 자문그룹이 중간에 조인하게 되면 처음부터 이 반복 커뮤니케이션이 다시 시작된다. 일선에서 이 상황을 공통적으로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면 ‘사람들은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그 당황스러운 상황자체를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 가능한 정확하게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마치 동네 순이네 집에 불이 붙은 광경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커뮤니케이션 형식들과도 유사하지 않나 하는 거다. “순이네 집이지 저게?” “맞아 순이네 집이야 순이네 집” “아이구 어떻게 해 순이네 집 맞네” “순이네 집 큰일났네. 큰일났어” “어이쿠 저거 어떻게 해 순이네 집 다 타네 다 타~~” 이런 식의 상황 묘사와 이해 시도들이 초기 무한 반복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단순 상황정보 반복이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는 어느 정도 극복되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기본적인 반복 커뮤니케이션은 있어야 하겠지만, 과도한 반복은 위기관리에 있어 시간관리를 실패하게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선대상이다. 같은 정보공유를 반복하기 보다는 새로운 정보 그리고 더 세부적인 정보 획득과 공유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지향해야 한다. 컨설턴트가 하달 한 상황 시나리오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끝났다면, CEO를 비롯한 위기관리 위원회 임원들은 새롭고 세부적인 상황정보를 즉각적으로 획득하기 위한 시도들을 해야 한다.

    예를 든 블랙컨슈머 이슈에 있어서도 일단 해당 블랙컨슈머의 신상과 요구내용 그리고 최근 적대 활동들에 대한 정보가 1차 공유되었다면, 2차적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묻고 공유하는 단계로 빨리 넘어가 주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법무팀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홍보팀은 해당 블랙컨슈머의 대언론 활동들에 대해 어떤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나요?” “고객관리팀에서 해당 블랙컨슈머와 접촉할 때 녹화나 녹취 시도를 해 보았습니까?” 등등의 추가 상황 파악 노력들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관리 위원회내에서 이런 논의를 주재할 수 있는 특정임원을 뽑거나 CEO께서 이런 프로페셔널 한 앵커링이 가능하시다면 CEO께서 직접 진행하시는 것도 좋다. 즉,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확보하고 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사결정 코디네이터 또는 앵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코디네이터는 가능한 핵심임원들 중 기업 내에서 유사위기를 많이 경험해 본 분이 알맞다. 일부 클라이언트사에서는 트레이닝 받은 홍보임원이나 컨설턴트 출신의 기획이나 감사 임원 등이 주로 위기관리 위원회 코디네이션을 담당한다. 이런 분들을 다른 말로 위기관리 매니져 또는 위기관리 담당 임원으로도 부른다. 흔히 위기관리 매니저나 담당임원은 직접 위기를 일선에서 실행하는 포지션으로 이해하는 데, 실제로 이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위기관리 위원회의 운영을 리드하고 코디네이션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또한 누가(who) 역할과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 실제적으로 정확하게 매뉴얼상에 명시되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들에 대하여’을 다루겠습니다.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당일 준비 점검 사항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당일 준비 점검 사항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하던 시뮬레이션 당일이 왔다. 컨설턴트들은 아침 일찍 시뮬레이션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워룸과 컨트롤 룸간의 전화선 연결과 확인작업으로 시뮬레이션 준비는 시작된다. 대형 상황판들을 워룸과 컨트롤룸에 각각 길게 붙이고, 갖가지 색상의 마커펜들을 준비한다.

    두 개의 룸을 잇는 전화기는 보통 일반전화를 사용하기도 하고, 인터폰을 연결 해 단선으로 주고 받을 수 있게 설치한다. 전화기 각각에는 연결번호가 명기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워룸에 설치되는 전화기는 전화벨 볼륨을 최대화 해 설치한다. 시뮬레이션 환경 조성을 위함이다.

    워룸에는 매뉴얼에서 명시한 모든 장비들을 시뮬레이션 시작 전에 세팅 한다. 클라이언트 매뉴얼에 따라 대형 지도들이 준비되기도 하고, 프로젝터와 스크린들을 3-4개 가량 준비하기도 한다. 워룸내 스피커 장치들도 필요하고, 상황판으로 활용할 갖가지 장비들도 필요하다. 화상회의 시스템, 컨퍼런스콜 시스템, 대형 TV나 CD플레이어도 필요하면 설치한다. 인터넷 라인들을 연결하는 것도 기본이다. 최근에는 모두 무선으로 설치한다. 컨설턴트들은 미리 모든 장비 운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실제 간단하게 리허설을 해 보기도 한다.

    컨트롤룸에는 워룸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되고, 시나리오에 따른 타임라인과 컨설턴트들이 맡은 역할에 해당하는 각각의 시나리오북들이 준비된다. 워룸에서 움직일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성함과 직책, 개인휴대폰 번호, 이메일 등이 수록된 조직도도 크게 컨트롤룸에 붙여진다. 유선전화 연결이 불가능할 경우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각각의 휴대폰에도 컨설턴트들이 전화를 걸 수 있다.

    또한 컨트롤룸에는 컨설턴트들이 활발하게 상호 커뮤니케이션 가능하도록 노트북 컴퓨터과 테이블이 세팅 된다.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면 컨설턴트들끼리 많은 메모들을 주고 받고, 저 멀리 워룸에 있는 메인 컨설턴트와 연결되도록 메신저를 노트북에 켜놓고 역할극을 수행한다. 상황이 변화해 감에 따라 즉각적인 역할변경이나 메시지 변경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경험이 많은 컨설턴트 그룹은 실제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면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준다. 시나리오가 다양하고 모든 가능성을 기반으로 많이 준비될수록 유연성은 커진다. 예상치 않았던 위기관리 위원회의 위기 대응 전략과 활동들에 컨설턴트들이 즉각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되면 시뮬레이션이 망가진다. 따라서 예측불가능 했던 수준의 위기관리 위원회 대응이라면 이를 압도하는 이해관계자 대응이 가능하도록 메인 컨설턴트와 컨트롤룸의 리드 컨설턴트 그리고 이해관계자 컨설턴트들은 하나의 팀이 되어 움직인다.

    모든 설치작업과 운용 가능 여부 확인이 끝나면, 이제 시뮬레이션에 참가하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기다린다. 클라이언트들의 특성이나 요청에 따라 시뮬레이션 시나리오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워룸 입장과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일부 클라이언트는 시뮬레이션이 오전 9시에 시작된다면, 오전 7시경에 시나리오에 정해진 특정위기 상황을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 전부 또는 일부에게 SMS문자 전송을 하면서 시작하기도 한다. 아침 7시 출근길에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급박한 문자를 받게 되는 것이다. ‘OO일 오전 7시. OO공장에서 대형 화재 발생.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은 워룸으로 집합 ASAP’ 이런 식의 문자를 받으면서 시뮬레이션이 시작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보통 앰부쉬(ambush) 인터뷰로부터 시작된다 . 한번도 TV카메라를 동반한 돌발적 인터뷰에 대한 경험이 없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적잖은 패닉에 빠진다. 실제 위기 발생 시를 감안 해 예상치 않게 다가오는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로 언론을 경험해 보는 상황이다]

    언론 역할을 맡은 컨설턴트들은 시뮬레이션이 진행 될 워룸 입구 근처나 그 건물의 주차장 또는 빌딩 인근에 대규모로 숨어있는다. 시뮬레이션에서 말하는 앰부쉬(ambush, 매복) 인터뷰를 하기 위함이다. 인터뷰는 워룸으로 향하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이면 아무에게나 다가가 실시한다. TV카메라를 들고, 조명을 밝히면서 돌발적인 인터뷰를 해 보는 형식이다. 물론 인터뷰 질문은 위기관련 한 SMS문자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예상하지 못한 언론 인터뷰 시도에 적잖이 당황해 한다.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황스러움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매복 인터뷰를 위해 컨설턴트들이 체크하는 부분은 ‘미처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초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는 무엇인가?’이다. 상황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추측하는 부분은 없는가, 단언하거나 단정하는 메시지는 없는가, 공식적인 메시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 등등을 살펴본다. 또한 자신이 회사를 대표해 위기 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하기에 적절한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가 여부도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돌발 인터뷰를 거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워룸에 모두 모이게 되면 공식적으로 시뮬레이션은 시작이 된다. 일부 클라이언트는 의전형식을 위해 시뮬레이션을 주최하는 부서장이 개회사를 하거나, CEO께서 직접 스피치를 하시기도 한다. 이는 클라이언트사의 취향에 따라 결정된다.

    워룸을 주재하는 메인 컨설턴트는 일종의 투명인간이다. CEO나 위기관리 위원회를 주관하는 임원이 개인적으로 시뮬레이션 진행관련 정보 문의는 가능하지만,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메인 컨설턴트에게 자문을 얻거나 조언을 구하는 활동은 제한된다. 메인 컨설턴트는 시뮬레이션 전반을 운영하는 동시에 위기관리 위원회의 위기관리 프로세스 전반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개선점들을 파악해 정리하는 데 바쁘다.

    시뮬레이션이 시작되는 순간은 첫 번째 시나리오가 워룸에 상영되는 순간이다. 갑자기 암흑상태가 되고, 대형 스크린에 뉴스속보가 뜬다. 불타는 공장화면과 현장을 중계하는 리포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스 동영상으로 제작된 클립에서는 육하원칙에 따른 속보성 보도가 주로 담긴다. 뉴스 속보가 끝나면 불이 켜지고,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 각자의 앞에는 현재 위기상황을 설명하는 자세한 상황설명서가 놓여진다. 이를 각자 읽고 상황을 이해하면서 위기관리 위원회의 위기관리 활동이 시작된다. 긴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진행 전반’을 다루겠습니다.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운영 및 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운영 및 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전 과정을 워룸과 컨트롤룸에서 관리하면서 전반적인 평가를 하는 역할은 메인 컨설턴트가 맡는다. 당연히 6시간 가량의 모든 시뮬레이션 플로우들과 시나리오들이 메인 컨설턴트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시뮬레이션 시 메인컨설턴트가 체크하는 부분들은 크게:

    1.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역할과 책임들을 위기관리 위원회 내에서 적절히 분담하는가?
    2. 위기관리 위원회 내부에서 상황파악에서 의사결정 그리고 대응명령에 이르기 까지 어떤 플로우를 따르는가? 누가 이를 지휘 통제하는가?
    3. 의사결정과 일부 실행활동에 있어 전략과 실행역량은 어떤가?
    4. 시뮬레이션을 통해 새롭게 얻을 수 있는 시스템 개선 인사이트는 무엇이고, 어떤 방식을 통해 개선해야 하는가?

    이런 부분들을 찾아낸다. 만약 그 각각의 카테고리에서 세부 체크사항들에 이르는 인사이트를 찾지 못하거나, 찾을 상황조성이 되지 않으면, 메인 컨설턴트는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일부 수정하거나 새로운 충격을 도입한다. 따라서 메인 컨설턴트는 360도 시뮬레이션 모니터링을 통해 최선의 처방을 찾아낸다.

    추후 포스팅에서도 더욱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일반적으로 클라이언트사들이 보여주는 시뮬레이션시 대표적 주요 증상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가장 많은 클라이언트사들이 ‘위기 발생 시 패닉에 빠져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분명히 위기관리 체계와 매뉴얼에 대한 반복 설명들과 공유 활동들이 있었다. 일부 임원들의 경우에는 그들을 대상으로 한 심도 있는 트레이닝도 진행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하니 자신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정기간 망각을 하는 경우다. 옵저버인 메인 컨설턴트가 보면 상당히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허둥지둥의 시간이 너무 장시간 심각하게 진행되면 메인컨설턴트는 잠시 시뮬레이션을 중지시키고, 각각의 역할과 책임부분에 대한 짧은 브리핑을 통해 패닉 환경을 누그러뜨려주기도 한다.

    그 다음 대표적 증상은 ‘위기관리 위원회 내부의 팀워크가 형성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지도 모르겠다. CEO를 비롯해 위기관리 위원회내의 많은 임원들은 위기발생 시 자신들이 스스로 얼마나 팀워크를 이루지 못하는지를 직접 깨닫게 된다. 일단 상황파악을 위한 토론에 있어서도 각자의 파편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섣부른 대응책을 각자 먼저 꺼내 든다. 논의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도 못하고, 철저한 상황분석 하에 전략적인 대응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흐른다. 일부 부서에서는 확정된 대응 전략 없이 우선 쏟아지는 이해관계자들의 문의에 우선 대응하면서 초기 입장정리와 관리에 실패하는 현상을 실제로 보여준다.

    [실제로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워룸에서 누가 상황판을 기록하고 업데이트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역할과 책임부분에서도 구멍을 보인다. 어떤 체계와 방식으로 상황판을 관리해야 하는지와 같은 세부적인 실행경험들이 전사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대표적 증상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이 의사결정을 리드’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CEO가 직접 참석해 위기관리 위원회를 이끄는 경우는 시뮬레이션에서 최고 의사결정이 대부분 CEO에게 몰리게 된다. 하지만, CEO가 참석하지 않은 시뮬레이션이나 CEO의 개인적인 성격이 위기관리에 낯선 유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부 클라이언트사는 홍보전무가 큰 목소리로 대응을 지시한다. 어떤 클라이언트사는 부사장급들이 각자 의사결정을 리드한다. 평소의 사일로(silo)가 연장되는 거다. 심지어 실세(?)인 팀장이 임원들을 제치고 의사결정과 대응을 지휘하기도 한다. 누가 의사결정을 지휘하건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의사결정 지휘자가 매뉴얼에서 규정한 자인가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매뉴얼과 현실은 동일해야 한다.

    네 번째 증상은 ‘위기대응 역량들이 부재하거나, 위기 대응에 낯설어 하는 경우’다. 쏟아지는 이해관계자들의 상황인식에 맞서는 내부 구성원들의 대응방식이 일관되지 않다. 분명히 위기관리 위원회 내부에서 진행된 대응 의사결정은 A라 공유되었는데, 자신은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A” 또는 B의 방향으로 달리 대응 한다. 현장에서 이전 통합적 의사결정이 무시되는 거다. 당연 전사적인 메시지 통합 노력도 무위로 돌아간다. 이는 위기대응을 하는 데 있어 경험이 없고,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따르도록 고도로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클라이언트는 매뉴얼상에서 규정되어 있는 실행 대상과 방식에 있어 전문성을 미쳐 가지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위기 시 대관업무를 맡도록 되어 있는 해당 임원이 공정위 사람들과 OOO이슈로 한번도 이야기를 나누어 본적이 없고,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마지막 주요 증상은 ‘항상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중에는 위기 발생 시 휴식(!)을 취하는 구성원들이 꼭 있다’는 부분이다. 실제 현실에서도 그렇다. 위기 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모두 바쁘고 정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뮬레이션 현장을 모니터링 해 보면 어떤 부서들이 일반적으로 위기 시 한걸음 물러나 있구나, 어떤 임원이 적절한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을 부여 받지 못했구나 하는 점을 확실하게 목격할 수 있다. 일부는 시뮬레이션 시 주변 부서들을 도와 지원하는 움직임을 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 빈 공간을 정확하게 찾아 매뉴얼상에 해당 구성원의 적절한 역할과 책임을 새롭게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의 여러 증상들과 세부적인 체크리스트들을 만들어 메인컨설턴트와 컨트롤룸의 리드 컨설턴트들이 공유해 활용한다. 세부적인 체크리스트는 수십에서 수백 항목에 이른다. 대부분 주요한 체크리스트 사항들은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참가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과 함께 마무리 토론을 하게 되면 경험을 기반으로 각자로부터 도출된다. 외부 컨설턴트들이 지적하지 않아도 스스로 개선의 부분과 수준을 알고 있게 되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 개선의 인사이트들을 뽑아 내기도 한다. 이 것이 시뮬레이션의 가장 강력한 효과라고 본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당일 준비 점검 사항’을 다루겠습니다.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리허설은 어떻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리허설은 어떻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상당한 인력과 장비 그리고 장소와 전문성이 필요한 행사다. 따라서 하나의 시뮬레이션에 동원되는 수많은 자산들을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상당한 고민이 따른다.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이 부분에 스스로 자신이 없어 외부 전문 컨설턴트들을 고용하고 그들과 함께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전반적으로 언급했었지만, 일단 인력부분을 살펴보자. 위기통제센터인 워룸에 모여 시뮬레이션을 경험 할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논외로 하자. 일반적으로 그 구성원들의 규모는 작게는 20명에서~40여명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시뮬레이션 인력이라고 분류하지는 않는다. 일단 시뮬레이션 인력으로 꼽을 수 있는 인력들은 다른 룸인 컨트롤룸에서 이해관계자 역할을 할 컨설턴트들과 컨트롤 룸의 리드 컨설턴트, 워룸의 메인 컨설턴트 이렇게 해서 약 10여명 가량이 투입된다. 이와 함께 TV 및 오디오 장비를 운용 할 크루들이 더해지고, 외부 역할 플레이 전문가 등을 포함하면 20명까지 이를 때도 있다.

    시뮬레이션에서 사용할 각종 시나리오 형식을 TV리포트 형식으로 하달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관련 시나리오에 대한 뉴스클립을 실제 뉴스형식으로 녹화한다. 가능한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서 방송 전문가들이 투입되고, 편집이나 여러 뉴스클립 수준에 따라 추가적인 인력과 예산이 투입된다.

    호텔등과 같은 전문 대여공간이라면 호텔측에서 모든 통신장비 연결 등을 지원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워룸과 컨트롤룸을 잇는 각종 통신 사무 장비들을 직접 연결해야 하니, 이와 관련한 설치 전문가들이 투입된다. 이는 시뮬레이션 전반의 운영을 담당하는 운영직원의 필요 판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참고로 운영직원은 워룸과 컨트롤 룸에서 소비되는 많은 량의 음료와 스낵 그리고 간편 식사류들을 지속 관리해 제공하게 된다. 돌발적으로 필요한 장비들의 입수와 제공 또한 이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시뮬레이션 사후에는 시뮬레이션 전반을 기록한 기록 영상들과 실제 취재영상들을 전문적으로 편집해 인사이트별로 보고하기 위한 퍼포먼스 동영상을 만드는 그룹인력들도 필요하다. 시뮬레이션 보고용인 이 퍼포먼스 동영상은 최종적으로 시뮬레이션의 품질과 평가에 대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

    장비는 어떨까? 장비는 우선 TV크루들이 운용할 장비들이 가장 중요하다. 보통 실제 방송 취재단이 사용하는 고급촬영장비들을 구비해야 하고, 현장을 다이나믹 하게 기록할 소형 디지털녹화장비들이 필요하다. 관련하여 품질 좋은 오디오장비와 조명장비들이 설치된다. 컨트롤룸에서 워룸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중계시설(비디오/오디오)도 필요하다.

    워룸에는 위기 시나리오 하달과 내부 논의 및 대응 메시지 작성, 온라인 위기관리 포털 등을 프로젝터를 통해 스크린 등에 영사하기 위한 시설들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2개 이상의 스크린과 각각의 별도 프로젝터가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다. 워룸에서 운용될 모든 노트북에는 인터넷라인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기업 내부 인트라넷에 위기관리 포털이 설치되어 있을 경우에는 이를 시뮬레이션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별도 스크린세트가 필요하다.

    또한 워룸에는 텔레컨퍼런스 장비와 필요에 따라 다국간 화상회의 시스템이 설치되기도 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 각각이 보유해야 하는 위기관리 매뉴얼들도 필요하다. 상황판으로 벽에 붙일 수 있는 대형 포스트잇 전지 등 각종 문방구들과 개인 휴대폰도 필수다. 유선전화도 상당히 많은 라인이 연결되어야 한다. 팩스, 복사, 스캔 등이 가능한 복합기 설치도 필요하다. 대형 회의용 탁자와 의자들 그리고 스낵섹션도 필수다.

    [많은 인력들과 수많은 장비들 그리고 상황에 따른 수백종류의 시나리오들이 모두 완비되어 운용 가능한지를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리허설은 매우 중요하다. 단 하나의 나사만 빠져도 시뮬레이션의 방향이나 전략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 질 수 있으므로 컨설턴트 입장에서는 완전한 통제가 가능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담긴 워룸 내 설치 장비 전체를 하나 하나 들여다보고 그에 맞추어 설치를 진행하는 게 좋다. 단, 문제는 예산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매뉴얼상에서는 완벽한 워룸 장비들을 제안해 놓았지만, 실제 워룸으로 지정된 대회의실에는 예산문제로 인해 적절한 장비를 투입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 생각해 보라 언제 위기가 발생 해 워룸이 운용될지도 모르는데, 그 워룸에 비싼 복합기들과 전화선연결, 수천 만원의 화상회의시스템을 평소 설치 해 놓고 무작정 기다릴 기업이 얼마나 될까?

    이와 관련해 중요한 역량은 ‘만약 위기가 발생 해 워룸이 가동 되야 할 때 이 모든 장비들이 어느 정도 시간 내에 확보되고, 운영 가능한 상태로 설치 완료 될 수 있는가?’하는 부분이다. 워룸이 설치 되야 할 때 한 두 시간 내에만 다른 설치장소에서 이동 설치해 운용 가능한 상태로 완비될 수 있다면 별반 문제는 없다. 보통 이 워룸 내 장비 설치에 있어 역할과 책임은 총무/관리부문을 주관으로 한다. 이 부문이 시뮬레이션에 참여할 때는 워룸 설치 시간과 기준에 대한 점검을 할 때도 있다.

    이 모든 인력들과 장비들을 가지고 시뮬레이션 몇 일 전에 전반적인 리허설을 실시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클라이언트사 실무자들과 운용을 책임질 컨설턴트들이 참여한다. 메인 컨설턴트가 총괄PD의 역할을 하면서 실제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는 순서에 따라 준비 여부와 대력적인 실행 활동들을 하나 하나 점검한다. 클라이언트사 실무자는 이를 따라가며 전체적인 흐름을 미리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하나 질문. “클라이언트 실무자도 실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가해야 하는가? 아니면 메인 컨설턴트와 함께 옵저버로서 워룸에 남아 있어야 하는가?”하는 질문들을 실무자 분들이 많이 한다. 답변은 항상 “가능한 참여 하십시오”다. 시뮬레이션의 목적을 한번 생각해 보자. 그리고 위기관리 시스템 프로젝트 전반을 담당한 실무자로서의 전문성을 사내에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사실 위기관리 시스템 프로젝트를 일정기간 리드한 실무자만큼 ‘준비된’ 사내 전문가는 없다. 내가 설계하고 내가 만든 자동차를 한번 시험운행 해본다는 마음으로 익숙하게 대응하면 된다.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자기 자신을 향해 반짝이는 CEO의 눈빛을 경험해보자.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운영 및 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는?’을 다루겠습니다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준비를 위한 사전 브리핑은 어떻게?’

    클라이언트사 실무자들에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자신들의 프로젝트 진행 결과를 내부로 공유하는 아주 중요한 이벤트다. 또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진행 이후 대부분의 기업 CEO 및 임원분들은 자사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 좀 더 현실적 시각들을 가지시게 되므로 위기관리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상당한 지원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극대화된다.

    시뮬레이션 진행을 위한 모든 준비들이 끝나면 시뮬레이션의 내용과 진행방식에 대해 사전에 해당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브리핑을 해야 한다. 일부 여러 번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 해 보신 기업에서는 ‘불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 숙련된 위기관리 체계를 가진 기업들에만 한 한다. 일반 기업들이 ‘불시에’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게 되면 이후 상당한 후폭풍(?)이 실무자들에게 다가온다.

    시뮬레이션에 대한 사전 브리핑은 일반적으로 시뮬레이션 진행 일주일 전 시점에서 진행된다. 보통 시뮬레이션 진행을 지휘할 메인 컨설턴트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소개, 시뮬레이션에서 다루어 질 시뮬레이션용 이슈 소개, 기본적인 대응 체계 안내, Q&A의 순으로 브리핑을 진행한다. 브리핑시에 중요한 점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명이나 한 부서만이라도 빠지게 되면 시뮬레이션 당일 상당한 빈 구멍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브리핑을 실시하지 않는 경우에는 시뮬레이션 당일 절반의 시간은 혼돈(chaos)의 시간으로 허비하게 되니 주의하자.

    시뮬레이션 사전 브리핑에 대해 클라이언트사에서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은 “시뮬레이션 때 하달 될 시나리오들을 전부 공유해야 하는가?”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답은 항상 ‘아닙니다’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시나리오들을 미리 공유하고 그 스토리라인을 모두 숙지하고 있으면 이는 시뮬레이션이 아니다. 보통 공공기관에서 위기관리 연습 또는 훈련을 진행할 때 참석자 대부분이 시간대별로 진행될 시나리오들을 숙지하고 이에 따라 시간을 재가면서 움직이곤 하는데 이는 정확한 의미에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아니다.

    대신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는 시뮬레이션 때 다루어질 이슈들에 대해 공유는 가능하다. 대략적으로 어떤 류의 위기가 발생할 것이다라는 그림을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그릴 수 있게만 해주면 된다.

    예를 들어 실제 최초 시나리오가:

    ‘2012년 11월 11일 오전 11시, OO시에 위치한 자사 OO공장 내에서 원인미상의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현재 오전 11시 30분 검은 연기가 공장위로 불꽃과 함께 치솟고 있으며, 이를 진화하기 위해 공장 내 소방팀이 출동해 119 소방서와 함께 진화작업을 펴고 있다. 아직까지 해당 폭발로 공장 내 직원들의 피해사실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작업일지로 보아 30여명이 해당 장소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준비되어 있다면 시뮬레이션 사전 브리핑에서는 ‘공장 화재 및 폭발 사고가 다루어 질 것입니다’로 간단하게 브리핑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6시간 기준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는 2-3개정도의 각기 다른 위기 이슈들을 선정해 운용도 가능하다. 물론 하나의 이슈만 가지고 깊이 있게 대응을 하는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공장 화재 및 폭발 사고’와 ‘노조파업’과 ‘환경오염관련 논란’등의 각기 다른 이슈들이 한번의 시뮬레이션에서 통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주제들로 시뮬레이션을 통합 디자인 할 것인가는 물론 클라이언트 실무 담당자와 컨설턴트들이 함께 결정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브리핑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위기관리 매뉴얼’이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이번 시뮬레이션을 위해 자사의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을 잘 숙지하고 참가하라는 요청을 해야 한다. 간단하게 ‘공장 화재 및 폭발 사고’ 이슈와 관련해 컨설턴트가 매뉴얼을 보여주면서 토론을 하기도 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이라 할찌라도 대부분은 평소 위기에 대하여 깊이 있게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던 분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처음부터 깊이있고 다양한 체계감각을 요구하면 안된다. 성심껏 그들에게 설명하고 반복 토론하는 것 밖에 다른 수가 없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은 성공을 위한 일종의 소모전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어떤 이해관계자들이 중요한지, 내부적으로 사고관리는 어떤 부서가 주관이며 유관인지, 사상자 처리는 어떤 부서에서 하는지, 유가족 등에 대한 고지는 어떤 부서가 하는지, 사고관련 보험이나 복구자금 관리는 어떤 부서에서 하는지, 생산이 불가능하게 된 제품들에 대해 생산과 물류 비상 기획은 어떤 부서가 진행해야 하는지, 언론, 거래처, 고객, 직원, 정부기관 등과 같은 각각의 이해관계자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은 각각 어떤 부서가 리드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 설명해 보고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실무자들이 이해해야 할 것은 위기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 외에 다른 직원들이나 임원들은 평소에 ‘어떤 위기가 우리에게 발생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거의 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가능한 상세하게 현실적으로 발생 가능한 위기에 대해 잘 설명해 주어야 한다. 생각해 본적도 없는 위기이기 때문에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응 R&R(role & responsibility)를 따져 본적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대응 프로세스를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이에 대한 인지를 높여주는 것이 시뮬레이션의 큰 목적이니 참을성을 가지고 반복 설명해 이해를 도모해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사전에 아무리 브리핑을 자세하게 하고, 반복하고, 위기관리 매뉴얼을 숙지시켜도 실제 시뮬레이션이 시작되면 대부분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까맣게 잊어먹게 되는 현상이다. 이는 위기관리가 암기나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획득해야 하는 경험지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해봤어? 해보고 이야기 해!”하는 경험지에 대한 이야기다. 시뮬레이션은 그래서 필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리허설은 어떻게?’를 다루겠습니다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워룸과 컨트롤 룸은 어떻게 준비하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워룸과 컨트롤 룸은 어떻게 준비하나?

    지난 포스팅에서도 공유했듯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클라이언트사의 위기관리 위원회가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워룸(war room, 위기통제센터)과 그에 대응하는 레드팀(red team)인 이해관계자들이 머무르는 콘트롤룸(control room, 이해관계자센터)에서 동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클라이언트들께서는 ‘워룸은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을 가장 먼저 하신다. 위기를 통제하기 위한 위기관리 위원회의 워룸은 그 설치 장소와 준비사항들이 디테일 하게 위기관리 매뉴얼에 기재되어 있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현실성을 강조하려면 그 워룸 장소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 워룸의 위치 적절 여부와 내부 설비 등의 적정성들을 검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때 사내 내부의 실제 워룸을 사용하는 데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어 다른 제3의 장소를 물색하는 클라이언트들도 많다. 우선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사내에서 평시에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본사 내 많은 직원들이 일상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환경에서 아무리 독립된 공간이라고 해도 워룸이 시끌시끌하고, 워룸과 컨트롤룸에서 낯선 사람들(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이 이합집산을 하고 하는 모습은 직원들에게 많은 방해가 된다.

    더욱 시뮬레이션을 어랜지 하는 실무자들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일상적으로 다른 업무의 간섭이나 훼방을 받지 않고 오직 시뮬레이션에만 집중할 수 있으려면 외부 제3의 장소가 더 낫다는 의견들을 준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시시각각으로 걸려오는 업무 전화와 미팅 요청 그리고 이메일들로부터 시뮬레이션 시간 동안은 그들을 완전하게 격리 시키기 위해서다. 실제로 사내에서 진행되는 시뮬레이션은 위기관리 위원회의 집중도가 떨어진다.

    외부 제3의 장소로 이용되는 곳은 호텔 내 대형 비즈니스룸이나 컨벤션룸 그리고 전문적인 대여공간 등이 있다. 일부 사내 연수원을 활용하거나, 교외의 특정 장소를 섭외하기도 한다. 장소를 선택 할 경우 중요한 고려사항들 중 하나는 그 장소 주변에 얼마나 타사나 경쟁사 등이 자유롭게 접근 가능한가 여부다. 시뮬레이션을 하는 동안 정신 없는 워룸에 경쟁사 직원이 참관을 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라. 외부 공개된 공간을 사용할 때에도 외부 인사들에 대한 철저한 출입관리와 시뮬레이션 내용이나 이벤트 명을 외부로 공시하지 않는 컨피텐셜 한 환경이 가장 우선시 된다.

    그 다음 중요한 워룸 선정 시 고려사항은 그 워룸과 저편 컨트롤 룸과의 거리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첫째로 양 공간간에 유선전화 라인과 팩스라인 인터넷 라인들이 충분하게 연결되고 제공되어야 한다. 특히 유선 전화라인은 (익스텐션이라도 상관없음) 가능한 많이 확보 할 수 있어야 한다. 워룸내에는 일반적으로 외부 이해관계자수에 버금가는 유선전화를 설치해 운용한다. 따라서 최소 5개에서 많게는 10개 이상의 유선전화 라인들이 필요하다. 물론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휴대폰을 이해관계자들이 활용도 하지만, 유선 전화라인의 존재 이유들 중 하나는 상황의 긴급성을 강조하고 환경 압력으로서의 역할도 있어 중요하다. 상상해보라 전화기 10통이 6시간 이상 동시에 울리고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에서 워룸 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절실하게 그리워(?) 하는 것은 음료수와 스낵들이다. 워룸에서의 6시간은 스트레스와 혼란의 연속이다. 목이타고 저혈당이 되 어지럽다. 일부 임원들은 몇시간 동안 흰머리가 더 늘었다는 농담조 불평을 하시기도 한다. 시뮬레이션 진행 실무자는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배려해 음료수와 스낵을 무한 공급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워룸과 컨트롤룸간 통제 시 고려사항은 이동환경이다. 기본적으로 컨트롤룸에는 언론 역할을 하는 이해관계자들도 있는데 이들이 TV취재장비들을 들고 워룸쪽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급호텔 비즈니스룸이나 컨벤션룸간에는 TV카메라 촬영과 이동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다른 호텔고객들이 혼비백산하거나, 불필요하게 구경거리가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따라서 완전히 격리된 두 공간이어야 하며 그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

    워룸이나 컨트롤 룸간에 설치되는 모든 장비들은 거의 비슷하다. 워룸에 비치되어야 하는 준비물등은 ‘실제 위기관리에 필요한 모든 기자재’다. 일부 기업에서는 비즈니스 특성상 텔레컨퍼런스 시설을 추가하거나, 3국간 화상회의 시설이 요구되기도 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많이 진행 해 본 컨설턴트들은 그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뮬레이션 준비 기간 동안 각각의 장비들을 설치 할 워룸과 컨트롤룸 설계를 자세하게 코칭 해 준다. (설치장비들은 회사의 비즈니스 특성과 규모 그리고 위기관리위원회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디자인되며 그 설치물들의 규모는 수십에서 수백 pc에 이를 수 있다)

    워룸이나 컨트롤 룸의 규모는 위기관리 위원회의 규모와 이해관계자 그룹의 규모에 달렸다.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본 경험에 의하면 장소는 가능한 넉넉한 규모가 좋다. 워룸의 설계 또한 컨설턴트들이 지원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과 관련 주관 및 유관 부서 책임자들이 자유롭게 동선에 따라 움직이면서 통합적인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이면 된다. 전체적으로 참여 구성원들이 확정되면 컨설턴트들은 워룸으로 사용될 후보지들을 물색하고 그 규모와 환경에 대해서도 코칭한다.

    워룸과 달리 컨트롤룸에 설치되어야 하는 특수한 장비들은 워룸의 상황을 컨트롤 룸에서 볼 수 있는 모니터링 장비 정도다. 예산상 이를 생략(!)하고 CEO와 임원들이 머무르는 워룸에만 예산을 집중하는 클라이언트사들도 많지만, 가능한 워룸 모니터링용 영상장비들은 권장된다. 그래야 컨트롤룸에 주재하는 컨트롤룸 리더가 워룸 내의 상황을 어느 정도 실시간 파악할 수 있으며, 워룸에 주재하는 메인 컨설턴트의 지시를 정확하게 따를 수 있다. 시뮬레이션의 정확성과 역동성 확보에 필요한 시스템이다.

    6시간 이상이 진행 되다 보면 항상 시뮬레이션 시간 내에 식사 시간이 걸치게 마련이다. 일부 클라이언트는 시뮬레이션을 멈추고 식사를 사입 해 공식적인 식사휴지기간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권장하는 바는 공식적인 식사휴지기간을 가지지 않고 간편식으로 일부 진행하면서 시뮬레이션을 지속하는 형태다. 이는 실제 위기 상황을 상상해 보아도 이해가 된다. 중대한 위기 시에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줄줄이 식당으로 이동하거나, 위기대응을 쉬면서 와인을 곁들인 멋진 식사를 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위기는 식사를 하며 쉬지 않는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준비를 위한 사전 브리핑은 어떻게?’를 다루겠습니다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와 진행 준비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와 진행 준비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품질은 위기 시나리오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컨설턴트들이 쏟는 시간들을 100이라고 했을 때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를 개발하는데 드는 시간이 절반이 넘는다. 그 만큼 시뮬레이션을 위한 시나리오는 현실성, 디테일, 구조성, 논리성, 위급성, 정확성 등이 담보되어야 한다.

    시뮬레이션에 참가하신 일부 임원분들은 자신의 담당분야와 관련된 특정 시나리오에 있어 ‘비현실성’을 지적하시는 경우들도 있다. 보통 “이런 사건은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요”하는 전문적인 조언이시다. 그러나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과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동일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발생가능성이 낮은 극적인 사건이 발생되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보았다. 911사태를 기억하자.

    전문적으로 훈련된 컨설턴트들이 개발한 위기 시나리오는 몇 개월 후에 해당 회사에 실제 발생되는 경우도 많다. 그 만큼 발생가능성과 현실성에 있어 담보가 되어 있는 시나리오다. 디테일이나 해당 상황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생각들도 고도로 구조화되어 준비된다. 모든 시나리오 구조들을 들여다보면 이런 상황이 바로 어떤 모습인지를 아주 생생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일단 클라이언트 실무자들이 컨설턴트들이 개발 한 위기 시나리오들을 공식적으로 컨펌 해 주면, 그 다음부터 컨설턴트들은 서로 이해관계자의 역할을 나눈다. 해당 상황이 대규모 리콜 관련 위기라고 하면, 우선 일반 소비자, 리콜 피해 주장 소비자, 소비자단체, 리콜 관련 정부 규제기관, 투자자 그룹, 직원, 리콜 과정에 연관되어 있는 매장주인, 거래처, A/S요원들, 블로거를 포함한 SNS 공중, 관련이슈 취재 기자들 등의 역할을 할 컨설턴트들이 각각 지정된다.

    이 컨설턴트들은 각자 이해관계자 전문성들을 바탕으로 해당 위기 시나리오 각각에 관련된 특정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정리하고, 그 입장을 기반으로 하는 주장, 요구, 법적 대응조치 여부, 기타 돌발적 행동 등을 리스팅 한다. 또한 그 2차 상황 각각에 대해 클라이언트사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대응해 올 변수들을 여러 개로 나누어 각각에 대한 plan B, C, D를 개발해 준비한다. 즉, 클라이언트사의 위기관리 위원회가 어떤 대응을 하더라도 그 대응에 곧바로 맞설 수 있는 이해관계자 체계를 꼼꼼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한번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6시간 기준으로 메가 시나리오 6개 X 이해관계자 10명의 기본 대응 플랜 X 상대 위기관리 위원회의 예상되는 대응들 평균 3개 유형 X 각 이해관계자별 Plan B들 평균 2개 = 즉, 360여 개의 크고 작은 세부 대응안들이 구조화되어야 한다. 생각보다 큰 작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는 위기통제센터(war room)에는 Red team의 일원이자 리더인 메인 컨설턴트가 주재한다. 이 메인 컨설턴트는 위기관리 위원회의 모든 대응 프로세스들을 기록하는 동시에, 상황전개에 따라 컨트롤 룸의 이해관계자들을 적시적소에 투입하는 시뮬레이션 운영자의 역할을 한다]

    또한 이런 많은 시나리오별 대응 구조들은 실제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위기관리 위원회가 대응 활동을 펼칠 위기통제센터(war room)에 주재하는 메인 컨설턴트(red team의 일원)의 역할과 함께 시너지를 이룬다. 이 메인 컨설턴트는 옵저버로서 일종의 투명인간의 역할을 한다. 위기통제센터내 CEO를 비롯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 수십 명이 나누는 상황분석이나 전략 도출 과정의 대화들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그들의 대응방식에 대해 미리 이해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대응역할의 분담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내용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따라서 저 밖에서 대응하고 있는 레드팀(Red Team)에게 지속적으로 위기통제센터내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준비된 플랜들을 즉석에서 수정하여 이해관계자들에게 역 하달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전체적인 세부 대응안들은 확률상으로 수백 개에 이르게 된다.

    모든 시나리오와 컨설턴트들의 이해관계자 역할배분 및 Red team 구축 완료 그리고 세부 이해관계자들의 대응안들이 모두 준비되면 1차적인 준비는 끝났다고 본다. 컨설턴트들을 시뮬레이션 이전 몇일전 실제 전체 프로세스를 도상훈련과 리허설을 해본다. 위기관리 매뉴얼로 무장된(!) 위기관리 위원회에 싸워 이길 수 있는 ‘이해관계자 빙의(憑依)’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일부 이해관계자의 역할에 있어서 전문적인 배우나 전문가, 실제 인부들이 활용되기도 한다. 이는 시뮬레이션에 있어 극적인 효과와 더불어 실제적인 외부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서비스를 선택하는 클라이언트들은 상당히 고도화된 환경설정을 원하는 기업들로 상당한 수준의 예산을 지원한다.

    모든 준비된 위기 시나리오는 시뮬레이션의 진행과 함께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여러 포맷으로 전달된다. SMS로 전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전달 될 수도 있다. 블로그 포스팅이나 온라인 뉴스 기사로 전달되기도 한다. TV 긴급 속보로 전달되기도 한다. 실제 신문기사나 해외발 기사로도 전달된다. 위기통제센터에 진입한 외부 이해관계자나 신너를 몸에 뿌리고 자살 소동을 벌이는 피해 투자자가 바로 위기 시나리오 자체가 되기도 한다. 위기통제센터에 모여있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직관적으로 ‘이런 이런 위기가 발생했구나’하고 알 수 있는 충격과 공포가 바로 잘 된 위기 시나리오의 초기 유형이다.

    이번 글에 이어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워룸과 컨트롤 룸은 어떻게 준비하나?’를 다루겠습니다

  • 우리 회사는 ‘위기’를 어떻게 정의(definition)하고 있나?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우리 회사는 ‘위기’를 어떻게 정의(definition)하고 있나?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회사 스스로 위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definition)을 내리는 작업이다. 모든 기업은 위기에 대해 각기 다른 정의를 가진다.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스스로 위기관리 이후 성패를 판정하기 때문에 이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은 비즈니스의 연력이 흐름에 따라서 진화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때때로 실수를 하거나 미처 깨닫지 못하고 위기를 맞는 경험들을 일정기간 반복할 수는 있다. 문제는 진화하지 않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위기에 대한 정의는 그 수준이 상당히 조악하다. 일부 진화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위기란 정의 조차 없는 경우들도 있다

    어떤 기업은 외부로 표현되는 위기에 대한 정의와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정의가 다른 경우들도 있다. 외부로는 ‘자사가 관계를 맺고 있는 고객, 커뮤니티, NGO, 정부, 투자자, 직원들, 공중들’과 관련된 부정적인 상황이나 이슈를 ‘위기’로 정의하면서도, 내부로는 ‘우리의 이익’과 관련된 것만을 ‘위기’로 생각한다.

    당연히 이 경우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자신의 이익이 상호 충돌 할 때에는 이미 공유된 위기 정의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앞으로 내세우며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폄하하는 우를 범한다. 많은 기업들이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방어하는 것’이 위기관리라 생각하고 있는 이유다.

    기업이 정의하는 위기에 대한 생각은 기본적으로 그들의 경영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영철학이란 TV광고에서 매일 외쳐지는 멋들어진 카피나 이미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 구성원 전원을 아우르고 있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실천철학이다. 구성원들이 함께 바라보는 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생각과 원칙, 품질에 대한 생각과 원칙, 서비스에 대한 생각과 원칙, 사회성에 대한 생각과 원칙들이 일관되게 공유되고 실천되면서 강화되는 실천적 구조를 띈다.

    이러한 실천적 경영철학의 깊이는 해당 기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아주 정확하게 드러난다. 평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고객 사랑을 외쳐왔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대규모 가격 담합을 저지른 기업이 있다고 치자. 핵심 이해관계자인 고객들은 갑작스럽게 인지부조화에 빠지게 된다. ‘저 회사가 왜 이런 몹쓸 짓을 저질렀을까? 우리를 사랑한다면서 무엇 때문에 이 회사는 우리를 농락했을까?’하는 일반적인 고객들의 생각을 살펴보자.

    이 회사는 이런 고객들의 의아해함과 실망들을 과연 ‘위기’로 정의할까? 아니면 내부적으로 ‘이번 가격담합건에 대한 크게 쟁점화되는 것’ 자체를 ‘위기’로 간주할 것인가? 만약 전자와 같이 회사가 가격담합이라는 반고객 활동을 실행했을 때 고객들이 가질 수 있는 의아함과 실망 등을 ‘위기’로 정의했다면 ‘가격담합’이라는 기업 범죄는 처음부터 발생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당 회사의 경우에는 후자의 정의, 곧 ‘가격담합건에 대한 쟁점화 여부’만을 위기로 간주하고 관리 고심했기 때문에 별반 죄의식이나 대고객인식의 비중이 적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진화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위기를 양산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기업 스스로 ‘위기’에 대한 정의가 잘 못되어 있는 경우들이다. 외부적으로는 위기에 대한 멋진 정의를 뽐내면서도 안으로는 다른 정의에 매달려 있는 기업들이다. 기업 철학에 있어서도 그 실천력이 상당수준 떨어진 기업들이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 별반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기업들이다. 평판이나 신뢰보다는 매출과 이익이 우선시되는 기업들이다. 다른 이해관계자들보다 우리가 더 중요하다는 유아적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다.

    필자는 기업을 종교단체 수준으로 정화해 운영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CEO에게 성직자가 되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 모두가 극한의 선을 위해 하루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말하고 있지 않다. 필자와 많은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한 생각으로 바라는 것은 ‘기업 당신이 스스로 우리에게 이야기해 왔던 대로만 위기 시 실천하라’하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