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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할 수 있다면, 예방할 수도 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위기에 연루된 기업들은 특징이 있다. 그렇게 엄청난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이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특징이다. 소위 말해 위기 시 ‘악당’과 ‘바보’의 선택 딜레마 때문이다.

    그 황당한 문제를 이미 기업이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다면 그 기업은 여론에 의해 즉시 ‘악당’이 되어 버린다.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 문제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면 여론은 그 기업을 그냥 ‘바보’ 같다고 평가할 뿐이다. 그래서 그 옵션의 딜레마에서 기업들은 대부분 ‘바보’로 보여 지는 옵션을 선택한다. 그것이 차라리 더 유리하다 믿기 때문이다.

    현실로 들어가보면 상황은 많이 달라 보인다. 기업이 그 존재 자체를 몰랐던 문제가 위기가 되어버리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기업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기업은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우려하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이미 사전적인 위기관리 개념에서 상당부분 관리 해 발생을 저지하거나, 방지도 하고 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기업은 실제로는 그 문제에 대해서 일부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관이나 방치했으면서도 몰랐던 것이라 주장한다. 어떤 경우에도 기업이 해당 문제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느낌으로 라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문제화되리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거나. 문제가 된다면 그 때가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이 될 것이다.

    기업이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위기란 어떤 것일까? 몰랐다는 것은 과연 실제로 어떤 의미일까? 기업들이 항상 말하듯 ‘우리는 이번 위기가 발생될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후면에는 어떤 상황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 뒷모습을 살펴보자.

    첫째 유형, 위기에 대해 전혀 관심 없는 기업

    회사 내에서 일단 ‘위기’라던가 ‘문제’라던가 하는 단어 표현을 쓰는 것을 극히 꺼리는 기업이다. ‘문제는 해결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하면서 함부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말라고 한다. 당연히 스스로 문제 소지를 적극 찾아내거나, 그것에 대해 해결을 하려 움직이는 직원을 꺼려 한다.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에, 다른 동종업계나 타업계 기업이 경험하고 있는 최근 문제나 위기, 이슈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 그런 일이 있었냐? 우리는 모른다. 이것이 핵심 메시지다.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아주 익숙해진 문제인데, 문제의 기업만 해당 문제를 새로워한다. 그런 위기가 발생되면 ‘우리는 이런 황당한 상황을 처음 경험해 본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을 참작해 달라고 애원한다.

    이런 경우는 위기를 몰랐다고 보기보다는 위기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상상해 보지도 않았고, 예상은 더더욱 못했던 것일 수밖에 없다. 예방은 언감생심이다. 그렇다면 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 왔던 것일까?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모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위기라는 것이 여기 저기 터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이후에 정상참작을 받는데 더 유용할 것이라는 독특한 생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철저하게 ‘바보’ 옵션에 기대는 것이다.

    둘째 유형, 위기를 단순하게 방치 방관하는 기업

    누군가 문제라고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믿는 기업이 이런 유형이다. 이런 기업에서는 현재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문제 소지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낫다고 보며 방치 방관한다. 그것을 해결까지 해야 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것은 언젠가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 조언하면, 그것은 오래된 관행이고, 일부는 자사의 경쟁력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 기업은 반론한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있는 수준이라 크게 염려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 의미는 이미 일정 수준의 관리는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문제의 뿌리까지는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경우에는 위기를 몰랐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몰랐다면 절대 바라볼 수 없다. 진짜 몰랐다면 그대로 내버려 두지도 못한다. 문제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보며 그대로 내버려 둔 것이다. 이런 기업은 위기관리에 대한 의지 부족이 문제의 핵심이다. 굳이 위기관리를 한다면 방관 방치하는 것 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현재 존재하는 그 문제 소지로 인해 얻고 있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 반대로 잃는 것이 생긴다는 의미도 된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매우 어려운 기업 유형이다.

    셋째 유형, 위기를 알고 있으면서 쉬쉬하는 기업

    문제를 스스로 알고 있는 기업이다. 그에 더해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유사사례나 타사 전례들을 상당히 유심히 살핀다. 자사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집안 단속을 한다. 그 문제에 대해 쉬쉬하면서 극도로 민감 해 한다.

    임직원 마음 속으로 조마조마함이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려움이 사전적 위기관리를 이끌어 낼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살짝 두려움에 기반한 찜찜한 기분이 기업 내부에 팽배해 있을 뿐이다. 함부로 그에 대해 개선이나 해결책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이런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내심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한다. 물론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해당 위기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는 옵션을 택한다. 최근에는 이런 ‘알고 있었지만, 알지 못했다’는 포지션이 내부 직원들에 의해 거짓말로 밝혀 지기도 한다. 이미 회사 차원에서 문제를 알고 있었으며, 그에 대해서 쉬쉬했다는 내부 고발이 드러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우 그 위기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키워 발생시켰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일정한 개선이나 방지책만 마련했더라면 결국 발생되지 않았을 위기였기 때문이다. 발생될 위기는 언젠가는 발생되기 때문에, 위기는 ‘언제’에 대한 이야기라는 아포리즘은 이런 기업에게 적용 가능하다.

    넷째 유형, 어떻게 든 위기는 관리되겠지 생각 한 기업

    상당히 희망적인 생각을 하는 기업이다. 자사가 상당한 규모와 연력을 자랑하는 경우 이런 희망적 생각은 더욱 더 커진다. 스스로 맷집이 있다 생각하기도 한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까지 견뎌내는 것을 보라고 한다. 문제의 소지를 분석하고 해결하기 보다는 견뎌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의존하는 유형이다.

    일부 이전 실제 위기상황에 맞닥뜨려 고군분투했던 기업의 경우에는 그나마 그런 희망적 생각에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런 맷집을 경험해 보지도 않은 기업이 막연하게 가지는 희망적 생각은 상당한 취약점이 된다. 근거 없는 믿음이나 근거 없는 확신 그리고 근거 없는 희망처럼 위험한 것이 없다. 위기관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는 위기관리를 상당부분 운에 맡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언젠가 발생할 위기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든 견뎌낼 것이라는 것 밖에 다른 확신은 없다. 위험한 위기가 발생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발생되어도 어떻게 든 관리는 될 것이라고 임직원들이 생각한다. 일부는 잘 관리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한다.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당연히 이런 기업도 ‘이런 위기에 대해서 우리 회사는 알지 못했다’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관리하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운이 좋으면 무난하게 위기관리를 해 낸다. 반대로 운이 나쁘면 아주 극단적인 경험을 한다. 스스로 맷집의 끝을 시험하는 꼴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다섯째 유형, 위기를 통해 기회를 만든다는 기업

    이런 회사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깊이 있게 이미 이런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일부 문제 소지에 대해서는 로펌이나 관련 자문업체를 통해 자문까지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외부에서는 왜 그런 문제 소지를 없애지 않고 분석만 하고 있는가 질문하기도 하지만, 해당 기업에서는 그 문제 소지를 오히려 이용해서 큰 기회를 노리기 원한다.

    회사 일부 임원들을 그 문제 소지가 자신의 핵심 경쟁력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외부에서는 문제라고 보지만, 내부에서는 것을 혁신이라 칭하기도 한다. 당연히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그것을 문제라 지적하면, 그 이해관계자의 무지나 무식을 탓하며 대응한다. 사회적으로 아주 심각한 위기로까지 연결되지만 않는다면, 해당 문제를 고질병처럼 관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도 예외 없이 극단적 상황이 되면 해당 위기를 알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고의가 아니었다 거나, 이해관계자들이 자사 기술이나 알고리즘을 이해하지 못해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거나,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다. ‘몰랐지만, 문제는 아니다’하는 포지션이다.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점점 이 포지션으로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략은 결코 유효하지 않다. 발생된 자사의 위기로 기회를 잡는 곳은 확실히 경쟁사들 뿐이다. 평소 스스로 보아 문제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시키는 것이 기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된다. 그것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다.

    이상과 같이 다양하게 위기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많다. 그러나 정확한 것은 그 기업 어디도 진짜 위기를 전혀 알지 못했던 곳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위험이나 위협에 대해서는 감각적 인지를 하기 마련이다. 문제를 머리보다 몸으로 먼저 느낀다는 의미다. 구성원들의 그런 감각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단, 그 감각을 여럿이 함께 다른 해석으로 연결시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 기업에게는 임직원이 문제 소지를 제대로 관리하여 해결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임직원이 느끼는 위기에 대한 감각을 다른 해석으로 연결시키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임직원들은 위기를 위기라 부르지 못하게 된다. 알아도 알지 못하게 되고. 해결하려 해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최면에 빠지기까지 한다.

    그러한 위기관리 부실의 깊은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우리 회사는 위기관리가 잘 안될까 하는 질문에 대해 단순히 위기와 위기관리를 공부해야 한다는 답이 나와서는 안 된다. 그런 공부와 훈련 이전에 회사 내에서 공유하는 정확한 위기관 그리고 위기관리관이 존재해야 한다.

    임직원이 문제 소지에 대해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실질적 행동이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위기관리를 위한 적절한 대응 역량과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임직원이 제반 문제 해결 능력과 의지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육과 훈련은 그 뒤에나 필요한 것이다. 땅이 비옥해야 모종이 크게 자라나는 이치와 같다. 아무런 위기관리 기반이 형성되어 있지 않는 기업에게 교육과 훈련은 별 의미가 없다. 위기관리를 임직원을 위한 교양 수준으로 소모하지 말자.

    위기에 대해 몰랐다는 흔한 변명도 언젠가는 거짓으로 밝혀 질 것이다. 위기와 연결된 문제 소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하면 ‘악당’이 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나쁜 결과는 ‘거짓말을 한 바보’가 되는 것이다. 문제에 대해 몰랐다고 거짓말한 것이 이후 천하에 드러나버린 경우를 의미한다. 그런 경우 해당 기업은 위기 보다 재앙을 선택한 것이 된다. 재앙을 위기는 맷집은 없다.

    제대로 예상하면 제대로 예방할 수 있다. 미리 미리 챙겨가며 관심을 두어 관리해 보자. 그것이 진짜 위기관리다.

  • 위기관리를 실패하게 만드는 생각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일단 위기가 발생되어 세상에 떠들썩 하게 알려지게 되면 해당 위기에 대한 위기관리는 99% 실패한다. 진짜 성공한 위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 사전에 관리되어 아예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위기가 곧 기회가 된다’는 말은 그 위기가 사전에 적절하게 관리되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져버렸을 때나 적용된다. 실제로 특정 기업의 위기는 그 기업의 경쟁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뿐이다.

    사전에 일정 수준 관리 노력을 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발생되는 위기도 존재한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기업이 어떤 사전적 노력을 순리에 따라 성실하게 진행해 왔는지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정상참작을 꾀하는 노력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자사가 실행한 사전적 노력들이 외부로 커뮤니케이션 하기에 부적절한 성격의 것이라 고민한다. 물론 정상참작은 커녕 그 노력들이 추가로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렇게 많고 다양한 위기관리 실패 사례가 있는데도, 그 후 많은 기업들은 그 기출문제를 받아 다시 틀리는 실수를 반복한다. 아예 기출문제(자사 전례 또는 타사 전례)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별로 새롭지 않은 위기를 반복할 때마다 새로워한다. 언론이나 규제기관의 질문에는 ‘이 문제를 몰랐다’고 답변한다. 사실은 그런 문제를 몰랐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문제가 그런 식으로 불거질 것을 몰랐다는 답변이 좀더 정확할 것이다. 머피의 법칙처럼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잘못된다.’

    모든 가용한 사전적 관리를 이미 했고, 그 관리 노력에 대하여 정상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업에게 공유하고 픈 위기관리 조언을 정리해 본다. 위기 시 하단에 언급되는 위험한 생각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생각들만 하지 않는다면 사후 위기관리와 데미지 컨트롤은 어느정도 가능해진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순리를 따르는 실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과연 주로 어떤 생각들이 위기관리를 처참한 실패로 이끌까?

    첫째,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해 나가고 있다면 그 속에서 ‘준법’이란 별 차별적 의미가 없는 기준이 된다. 모든 개인이나 기업들은 준법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준법하지 않는 것은 문제이지만, 준법하고 있다고 모든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논란에 처하면 공식 입장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미의 메시지를 낸다. 해당 논란에 있어 ‘법을 지켰느냐?”가 핵심이 아닌 데도, 법을 준수했다는 것을 내심 자랑스러워 한다.

    물론 법까지 지키지 않았다면 그 상황은 그 자체로 종료된다. 더 이상 위기관리나 커뮤니케이션이 쓸모 없어진다. 그렇다고 법만 지켰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도 여론의 법정은 더 폭넓고 깊은 사회적 정무감각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적절한가? 적절하지 않은가?’에 따른 판결이 주를 이룬다. 준법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사람이 숨을 쉬고 있다고 강조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에 더해 사람이 어떤 자세와 생각으로 매너 있게 삶을 영위하고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처럼, 기업의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 스스로 법을 지켰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 사람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우리를 공격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억울하고, 비참한 희생양이다. 마녀사냥이다. 이런 말들이 내부에서 나오는 경우라면 대부분 법만 지키면 문제가 없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법만 지키는 것이 더 문제인 경우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둘째, 이해관계자를 우습게 아는 생각

    세상에 우습고 쉬운 이해관계자는 없다. 이해관계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우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 스스로 존재의 이유가 되는 것이 이해관계인데, 그 이해관계를 우습게 본다면 반대로 그 기업이 우스운 것이다. 흔히 기업 경영진이 언론사 기자들을 좋지 않게 생각하며 최근 유행하는 폄하 명칭을 쓰기도 한다. 기자의 수준이나 의도를 비웃고는 한다. 그런 일상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는 기업 경영진들은 위기 발생 시 적절한 언론 대응을 어려워하게 된다.

    규제기관이나 국회, 소비자 단체나 시민단체, 투자자, 직원, 거래처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그들을 존경하지는 못하더라도 존중하는 자세는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되고, 진정성 있는 자세를 피력할 수 있게 된다. 어색하거나 연기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게 된다.

    이해관계자 대부분을 자사가 통제관리 하고 있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대형 로펌을 활용하여 관리하고 있고, 대관 조직을 크게 키워 마사지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기업도 있다. 홍보실이 파워풀 해서 출입기자들은 물론 각종 규제기관 출입기자단까지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런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자는 계속 두려워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우리 회사 임직원이 원팀이라고 하는 생각

    최근 들어 상당히 위험해진 생각이다. 절대 사내 위기관리팀이나 임직원은 원팀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아마 예전에도 원팀인 적은 없었을 것이다. 위기가 발생되면 모든 사내 구성원들은 자신과 관련된 분야를 먼저 관리하게 된다. 회사가 하나의 목적과 방향을 정해 위기관리에 나서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내가 얼마나 이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다. 그 후 그런 사전 조건이 충족되어야 임직원들은 회사의 목적과 방향에 따라 위기관리에 나서게 된다.

    최근들어서는 더욱 더 그런 원팀 마인드는 요원 해졌다. 회사가 위기를 맞아 공식 사과를 해도 직원들은 블라인드에서 그와 반대되는 속내를 드러낸다. 회사의 구체적 해명에 대해서 ‘사실은…’이라며 아는 척을 한다. 일부 회사 구성원이 이해관계자를 비웃거나 그들과 맞서 싸우려는 시도까지 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증상이다.

    여러 기업들이 사내의 그런 노이즈를 사후 관리해 보려고 소송이나 내부감사 역량을 집중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마 대부분 공감하듯 그런 직원들의 일탈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그런 직원들은 존재하며 활동할 것이고, 기업들은 반복해서 고통 받을 것이다.

    임직원은 위기 시 절대 원팀이 아니라는 생각을 전제로 놓고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관리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공유에 불필요한 정보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평소에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직원의 사적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는지를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그런 노력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소란을 겪는 것보다, 그런 노력을 성실하게 했음에도 소란을 겪게 되었다는 포지션이 훨씬 낫다. 명분이라도 있다.

    넷째, 우리만 알고 있다는 생각

    글쎄다. 세상에 우리만 아는 정보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일단 우리가 알고 있다면 모두가 알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세상에 세명이 그 비밀을 알고 있다면, 그 세명이 다 죽은 후에야 비밀은 지켜진다는 옛말도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대외비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인지가 더 의문이다.

    그래서 일부 기업은 투명성을 강조한다. 누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서 발가 벗겨져 있는 것처럼 투명하라는 요구를 사내적으로 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모 거대 기업에서는 ‘공개할 수 없는 문서는 만들지 말라’는 원칙을 세워 따르고 있다고도 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런 원칙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요즘같이 녹음, 녹화, 캡쳐, 공유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우리만 아는 정보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정보가 사람을 통해 알려졌다면, 사람을 통해 유출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공개되었을 때 회사가 크게 데미지를 입을 정보라면 그 정보 자체를 생성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관리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기업은 위기 시 큰 낭패를 겪게 된다. 이 정보가 외부로 알려져도 우리가 떳떳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계속해 가며 투명 해 지려 노력해야 한다.

    다섯째, 털어도 먼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기업 경영진의 그런 생각과 각오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대단하다는 의미 이외에 실질적인 위기관리 효과는 찾기 어렵다. 기업 대표께서 ‘저희는 문제가 될 행동을 절대 하지 않고,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강력한 컴플라이언스를 바탕으로 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저희 회사는 글로벌 회사라서 세세하게 모든 부분에 구체적인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원초적으로 불가능 할 정도입니다’라고 자랑하는 홍보임원도 있다.

    우리가 시쳇말로 ‘털어서 먼지 않나는 것 없다’는 말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기업은 위험한 생각을 하는 셈이다. 이세상에 모든 것은 계속해서 털어 대다 보면 먼지가 난다. 물론 먼지의 다소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먼지가 나지 않는다는 자신감은 위기관리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생각이다.

    털면 먼지는 나게 되어 있으니, 그에 대응해서 가장 좋은 사전적 위기관리 방법은 ‘털릴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그렇게 조심스러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 위기관리에서 조심스럽고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과 그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위기관리 핵심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는 기업만큼 부끄러워해야 할 기업은 없다.

    마지막, 어떻게 든 되겠지 하는 생각

    위기를 관리하는 것은 평소 임직원들이 지속적으로 훈련 받았 어도 매번 어려워한다. 위기관리 경험이 많은 경영진도 때때로 패닉에 빠진다. 몇 년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희한한 논란이 요즘 들어 일상화되기도 한다. 같은 업계 경쟁사들이 하나 둘 비슷한 위기에 엮여 들기도 한다. 언제 우리 회사가 그 다음 케이스가 될지 조마조마하다. 어떻게 든 되겠지 하는 생각은 다가오는 위기를 그냥 흘려 보내겠다는 의미와 같아 위험하다.

    절대로 어떻게 든 잘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더 이롭다. 아무리 훈련 했어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자.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스스로의 마음속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모든 대응이 다 잘되고 나서 사후 감사로 대신해도 좋다.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모든 것이 안되고 불가능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대로 되어 가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불안해진다.

    어떻게 해도 어렵고 힘들 것이다.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다. 위기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다. 이런 비관주의적 생각이 위기관리의 성공을 이끈다. 단, 비관적인 생각이 행동을 지배하게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그런 비관적 전제를 넘어서려는 실질적 노력이 압도적으로 기해져야 한다.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노력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훨씬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상의 다양한 생각들은 인간적으로 보면 일견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위기라는 이상하고 부정적인 환경에서는 그런 생각이 위험한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위기 시에는 좀더 다른 생각과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일관된 경계심이 필요하다. 비슷한 위험한 생각을 반복하지 않아야 위기관리에 있어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위험한 생각을 하나 하나 찾아 버리는 연습을 해 보자.

  • 무조건 들으라고요? [기업 위기관리 Q&A 33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다른 기업들도 골치를 앓고 있지만, 직원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핫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경영 이슈에 대하여 MZ세대 직원들이 경영진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데, 그걸 받아들이는 경영진이 어려움을 겪네요. 그런데 무조건 들으라고요?”

    컨설턴트의 답변

    무조건이라는 단어는 이슈관리를 비롯 대부분의 경우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지만, 직원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있어서는 ‘무조건’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무조건’이라는 의미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이전에는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도 가지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시작하라는 뜻입니다.

    직원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경영진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에 임하는 자세입니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말이야…, MZ세대는 이렇다고 하던데…, 우리 때와는 정말 다른 것 같은데… 등과 같은 생각이 모두 경계해야 할 것들입니다. 일단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객관적인 듣기가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그 이후 이해하기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도 큰 장애를 겪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공감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할 수 있어야 공감이 되기 때문이지요. 또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충분한 듣기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제대로 듣기 않고 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경영진의 듣기가 아주 중요하다 강조하는 것입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고, 제대로 듣지 않고, 잘 못 듣기까지 하는 경우 직원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은커녕, 문제가 사내 이슈로 이어지게 됩니다. 최근 기업들이 직원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회사의 부정 이슈나 위기로까지 발화되는 여러 사례들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직원 커뮤니케이션을 바로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지요.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해야 불필요한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지 않는다고 경영진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일견 고무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 중 대부분은 ‘그럼 어떻게 해야 직원들과 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재차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제대로 듣기’ 또는 ‘무조건 듣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런 선입견이나 편견을 두지 말고 담담하게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아야 합니다. 경영진은 말을 줄이고, 직원들의 이야기를 늘려야 합니다. 직원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 시종에 걸쳐 경영진은 세세하게 듣고 이해하려 노력해 보아야 합니다. 공감까지 가지 않더라도 직원들은 자신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경영진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입니다.

    무조건 들어 보십시오. 듣고 듣고 또 듣다 보면 조만간 이해하게 됩니다. 정상적인 이야기라면 공감으로 이어지는 기간도 생각보다 짧을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이야기가 이해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경영진은 회사의 원칙을 찾아 기억하고, 직원들의 이야기에 적용시켜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공감이 개인적 공감을 넘어 회사의 공감으로 까지 연결됩니다. 듣기, 이해하기, 공감하기라는 큰 흐름 속에 회사의 원칙은 아주 중요한 노(oar, 櫓)가 될 것입니다. 문제 해결의 방향과 속력을 정해주는 바로 그 노(櫓) 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왜 위기관리가 안되죠? [기업 위기관리 Q&A 329]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새로 취임하신 회장님께서 전 계열사 사장들을 모아 놓고 위기관리에 힘쓰라는 지시를 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계열사 각 사가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계속 위기가 발생된다는 거지요. 전사적으로 이렇게 애를 쓰는데 왜 위기관리가 잘 안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위기관리가 잘되는 또는 잘 된다 스스로 평가하고 있는 기업이 생각하는 성공의 이유는 단순합니다. 반대로 잘 안 된다 또는 잘 안되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기업이 생각하는 잘 안되는 이유는 아주 다양합니다. 주된 이유들은 예산 부족, 전담 인력 부족, 전문성 부족, 사내 협조체계 부실, 위기관리 마인드 부재, 일선 인력들의 위기관리 역량 부족, 의사결정 구조의 난맥, VIP의 위기관리 리더십 부족, 기업의 태생적 한계 등 수백개도 넘어 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유사한 그런 이유를 보유하는 기업들 중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위기관리를 하는 곳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 이유는 일종의 사내 심리적 느낌이거나, 피상적인 핑계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관리에 대한 적절한 고민을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리 많이 하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위기관리를 몰라서 하지 못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위기관리가 흔히 일컫는 로켓 사이언스(어려운 과학)가 아니라는 것에는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당연히 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 위기관리라 정의해 드리면 놀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쉬운 것을 왜 하지 못하고 있나 하는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는 복잡하거나 전문적인 분야가 아닙니다. 일선에서 일하는 인력들의 위기관리 전문성이나 역량을 탓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그들의 머릿속이나 마음속에는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가에 대한 답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 적절한 시점에 자신의 그런 답을 공통된 것으로 만들어 실행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임원들과 VIP의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그 분들이 위기관리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VIP와 임원들은 그에 대한 정확한 답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위기관리에 실패한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이유가 문제일 뿐입니다.

    여러 회에 걸쳐서 유사한 조언을 드립니다만, 위기관리에 대한 답을 자사 스스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믿으십시오. 그렇다면 왜 그 답을 적시에 찾아 실행하지 못하는지에 주목해 보십시오. 그 속에 진짜 해결책이 있습니다. 답을 알면서도 시험 때 표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면을 떠 올려 보십시오.

    반복적으로 출제되는 문제를 두고 정답을 알면서도 계속 틀린 답을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문제이자 장애물입니다. 자꾸 일선의 역량이나 마인드만 탓하지 마십시오. 경영진의 경험이나 전문성 부족에 목말라 하지 마십시오. 단 하루 또는 반나절이라도 모여서 왜 우리가 정답을 알면서도 그 답을 제대로 적어내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토론해 보십시오. 왜 그렇게 이상한 오답 쓰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확인해 보십시오. 성공적인 위기관리 시스템과 역량이 보일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상황 모면이 나쁜 것인가요? [기업 위기관리 Q&A 321]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일단 상황이 발생되었으니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서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 같습니다. 일단 상황을 안정시켜야 다음 기회도 올 것 같고요. 그런데 주변 이해관계자들이 상황을 그냥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을 합니다.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나쁜 것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 이슈나 위기 발생의 특징 중 하나는 ‘밥상이 풍성하게 차려 지면 이내 파리가 들끓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밥상이 제대로 차려지지 않아서 인지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밥상의 완성도가 어느 수준 이상 넘어가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는 파리들이 몰려듭니다. 물론 이 파리의 비유는 주변 이해관계자나 규제기관 또는 문제의 핵심을 폄하해서 비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자라면 그런 과정과 단계에 대한 예상이 가능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경영 상황이 안정적이라서, 또는 자사 서비스나 제품이 너무 좋아서, 또는 자사 직원들이 모두 한 식구 같아서, 투자자들이 모두 자사를 도와주려 애쓰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 느껴질 때가 밥상이 차려 진 때입니다. 큰 위험이 시작되는 시점이지요. 잘 차려진 밥상 위 맛난 음식들을 그냥 즐기며 먹기만 하면 될 것 같은 순간이 바로 가장 위험할 때입니다.

    이제 여기저기 파리가 나타나 밥상 주변을 돌며 윙윙거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한 두 마리의 시끄러움에 크게 개의치 않는 기업도 있습니다. 밥상을 차리다 보면 몇 마리 파리가 설치는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하며 아량도 보이곤 합니다. 그러나, 그럴 때 일수록 긴장하고 밥상의 어느 문제 때문에 파리가 날아 들기 시작하는 지를 살펴야 합니다. 무시와 외면으로 다가올 파리떼를 물리 칠 수는 없습니다.

    밥상 위 문제를 제대로 살펴 관리하지 못하면, 그 이후 상황은 불 보듯 뻔합니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파리 떼가 달려 들어 밥상이 난장판이 될 것입니다. 파리를 쫓느냐고 실제 밥상 위 음식 맛은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파리떼 때문에 훌륭하게 차려진 밥상 위 음식을 그대로 내다 버려야 하는 비극이 발생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비극은 밥상 앞에 그냥 앉아 있는 경영진 때문입니다. 밥상에 몰려드는 파리 떼는 그냥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파리 떼를 욕하고 비판해 보았자 아무 의미 없습니다.

    질문에서 상황을 모면해 보겠다 하는 의미는 마치 밥상위에 몰려드는 파리떼를 일단 열심히 쫓아 보겠다 하는 생각과 같습니다. 물론 음식에 조금이라도 덜 다가가도록 열심히 파리를 쫓아야 하지만, 파리를 쫓는 것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가능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왜 파리떼가 몰려와 윙윙거리며 음식을 망쳐 놓는지를 신속하게 살피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더 이롭습니다. 아깝더라도 파리 떼가 들끓게 된 원인을 제공한 밥상 위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해야 합니다. 일부 음식을 새로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밥상 전체를 쓸어버려야 하는 상황 보다는 나을 수 있습니다.

    주변에 날아 다니는 파리를 손으로 계속 쫓아내며 밥상을 마주하고 있어서는 실질적 위기관리는 불가능합니다. 파리를 쫓으려는 그 노력을 문제 원인 해결에 투입하십시오. 깨끗하게 해결되면 파리도 하나 둘 사라질 것입니다. 핵심은 파리를 불러들인 문제입니다. 파리가 아닙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의 진짜 적은 내부에? [기업 위기관리 Q&A 314]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효과적인 위기관리에 있어서 장애물이 되고, 심지어 결과를 최악으로 이끌 수 있는 것들로 위기관리 시 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마디로 위기관리 성공을 방해하는 진짜 적이라면?”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를 망치는 문제들의 유형은 정말 너무나 다양하고 기업마다 새롭기 때문에 유형화는 대략 가능할지 몰라도, 한 두 개로 일반화해 말씀드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성공적 위기관리로 가는 길에서 가장 경계했으면 하는 대상은 사람들입니다. 위기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그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그 위기를 바라보며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모두 사람들입니다. 사람들과 사람들 간의 문제가 바로 위기이죠.

    그런 사람을 주목해서 본다면 성공적 위기관리의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씀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위기관리의 적이 내부에 있다고 하면 얼핏 내부고발자를 의미하는 건가? 어떤 의미이지 하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러나, 위기관리의 적이 내부에 있다는 말은 그보다 좀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일단 위기관리의 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부 사람들 유형을 보면 이렇습니다. 상황파악이나 그에 의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못하는) 의사결정자. 의사결정자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거나 품질이 저하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치는 임원이나 주변인. 일선 직원들이 현재 어떤 위기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의사결정그룹. 의사결정그룹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모른 채 무조건 뛰어다니는 일선 직원들. 합의되고 준비된 메시지 대신 그 외의 다양한 문제성 메시지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창구들. 허락되지 않는 이해관계자 접촉을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임직원들. 그리고 회사의 상황과 위기관리에 전반적으로 무관심한 임직원들. 이런 내부 사람들이 주된 위기관리의 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보면 위에서 아래까지 대부분이 위기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내부의 적 같아 보입니다. 맞습니다. 축구팀이나 야구팀을 상상해 보면 좀 더 피부에 와 닿을 것입니다. 실제 경기전에 같이 훈련하고, 같이 유니폼을 나누어 입고, 같이 숙식하고, 팀워크를 만들고 할 때 그들은 스스로 하나의 팀이라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목적으로 가지고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을 하지요.

    그러나, 실제 경기가 시작되었을 때 아무도 팀 리더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팀 리더 조차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상상해 보시지요. 마음만 앞선 몇몇 선수들은 개인기를 뽐내며 경기장을 돌아다닙니다. 전체적으로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어떻게 경기를 이끌고 있는지 모른 채 각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각각 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시지요. 일부는 서로 이야기하고 작전을 짜지만 그 외 선수들은 죄다 어지럽게 돌아다닌다면 결과는 어떨까요?

    위기관리는 통제와 관리에 기반한 게임입니다. 조직이 구성원 스스로를 통제 관리할 수 없다면 바깥의 이해관계자는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위기상황 자체는 어떻게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의 가장 중요한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을 기억하시면서, 내부 위기관리팀을 일사불란하게 훈련하고 가이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들과 함께 위기를 관리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스스로를 먼저 통제하라? [기업 위기관리 Q&A 31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이슈관리에서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저희 임직원들이 다양하게 협업해 커뮤니케이션 하며 이슈관리를 지속해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임직원들을 통제하는 것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먼저 통제하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컨설턴트의 답변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서 기업의 진정한 힘은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으로 부터 나온다고 합니다. 반면 그 힘이 약한 기업은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을 포기한 채 남들(외부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하려 합니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기업은 남도 제대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슈나 위기관리에서 애를 먹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내부 현장에 들어가보면 이러한 ‘스스로에 대한 통제’ 가치에 대해서는 크게 중요성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아 놀라게 됩니다. 일부 기업은 ‘스스로에 대한 통제’를 당연한 상수라고 보며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려 합니다. 실제로는 전혀 스스로 통제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그런 착각을 합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스스로의 통제’보다는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에 대한 통제가 훨씬 더 시급하고 유효하다 생각하며 관리 노력을 그에 주로 집중합니다. 그런 경우 소외된 ‘스스로에 대한 통제’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차 그 위해성을 드러냅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과정에서 기업 경영진이 자사 직원들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지 못한 채 대응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파악하려 하면서 자사 임직원들이 그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지요.

    일부 경영진은 ‘직원들이 현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무언가는 하고 있겠지’하는 막연한 상상만 합니다. 그보다 지금 우리가 무언가 결정해서 지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일단 경영진이 적절한 지시만 내린다면 일선 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실행할 것이라고도 믿습니다. 그러나 종종 그런 믿음은 현실과 다르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경영진이 이슈나 위기 시 자사 직원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모를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도 실시간 단위로 보고받을 수 있는 체계의 효과적 운영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선에서 실행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평소 훈련하고 전문화하여 위기 시 각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게 만드는 체계의 구축은 실제로 가능 합니다. 그 체계 속에서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다’는 경영진의 자신감은 실질적인 것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는 기업은 사소한 이슈나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통제하는 기업은 어떠한 이슈나 위기가 발생해도 초기부터 일사불란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통제되는 기업 내에서 경영진은 일선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선에서는 경영진이 어떤 전략으로 어떠한 지시를 내릴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통제 없이 이슈나 위기를 제대로 관리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 상황이 관리될 수는 있겠지만, 두 세번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에서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한 체계 구축에 보다 우선적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원칙을 커뮤니케이션 하라고요? [기업 위기관리 Q&A 302]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도 그렇고 여기저기에서 젠더 이슈로 아주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저희가 볼때에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거나, 알바생의 개인적 일탈 일 수도 있는 일들에 회사가 모두 사과해야 하니 많이 힘이 듭니다. 그 과정에서 원칙을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의미는 무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양 국가 기업이 하는 사과 속에는 자사의 원칙(principle)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 품질에 대한 사과라면, 품질이라는 가치에 대한 자사만의 원칙을 강하게 언급하고 그에 미치지 못했음을 사과합니다. 서비스 가치라면 그 서비스에 대한 자사의 생각과 원칙을 언급하며 사과합니다. 정보보안에 관해서도 그렇고, 말씀하신 젠더 이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자사의 원칙을 언급하곤 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에는 사과문에 있어서 자사만의 원칙을 언급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해당 이슈에 대하여 자사가 공식적으로 보유하는 원칙이 아쉽게도 부재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경영진 및 직원들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자사의 원칙, 업무에 있어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행동에 대한 자사의 원칙, 성차별이나 젠더간 갈등에 대한 자사의 원칙 등과 같은 새로운 현안들에 대한 자사의 원칙을 사과 속에서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그러한 원칙이 존재하기는 하는데, 내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알려지지 않은 원칙을 사과문에서 언급하기는 어렵지요. 또 다른 기업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아젠다에 대한 자사의 원칙은 존재하는데, 그것을 들여 다 보면 시대에 뒤떨어져 있거나, 현 상황과 괴리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수 십년 전부터 흔히 들어온 애국, 애족, 보국, 충성, 효도 등과 같은 원칙을 그대로 소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심지어는 현재 사회적 가치와 반대되거나 충돌되는 자사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여자 직원은 결혼하면 퇴사를 해야 한다 거나, 직원들의 자녀들은 입사시 우대 한다 거나, 상사의 말은 하늘이라 하거나 하는 괴상한 원칙을 고수하는 경우도 아직 있습니다.

    부정적 이슈는 후반부 기업들로 갈수록 충격적으로 발생됩니다. 수십년간 이어지던 내부 관행이나 상식이 이슈가 발생하자 하루 아침에 무너지며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일단 이슈관리 관점에서 사과는 하는데, 사과의 이유로 내세울 자사만의 원칙이 없으니 문제가 더 커집니다.

    우리 기업들의 대부분 사과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상실감을 드려서 죄송하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등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원칙 부재의 흔한 증상입니다. 우리는 해당 이슈에 대하여 이런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번 상황은 우리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따라서, 회사의 원칙에 따라 처리, 개선, 재발방지 하겠다. 죄송하다. 이런 스토리라인의 커뮤니케이션이 정상 기업의 사과입니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원칙을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들이 ‘그런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가?’할 것 아닌가 하며 원칙의 언급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보다 자사가 원칙이 없거나, 원칙이 문제가 있거나, 원칙을 숨기고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경우 발생되는 결과를 더 두려워해야 합니다. 원칙은 지속적 수정과 개선 그리고 재발방지를 통해 자사에게 신뢰를 더하는 동력이자 가치입니다. 제대로 된 원칙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이해관계자로 빙의를? [기업 위기관리 Q&A 297]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부정 이슈발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위기관리위원회가 대응을 준비하는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컨설턴트께서 여기 계신 각 부서가 이해관계자로 빙의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하셨는데요. 이해관계자로의 빙의(憑依)란 무슨 의미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컨설턴트께서 빙의라는 단어를 써서 공감과 이해라는 개념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 의미는 부정 이슈로 생각되는 안건을 둘러싸고 포진해 있는 이해관계자 각각의 시각을 회사가 미리 예상해 보고, 그에 따라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해관계자 시각을 이해해 보라고 하면 흔히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은 감성적 공감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선 각 부서별로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이해관계자 입장이나 시각은 담당 부서에서 사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종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회사가 당면 이슈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검찰과 법원의 입장과 시각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부서는 법무실일 것입니다. 노조의 입장과 시각은 노무관리팀에서 가장 잘 알 것입니다. 경쟁사나 업계 거래처들의 입장과 시각은 영업부문에서 가장 잘 알 것입니다. 규제기관과 관계부처 그리고 국회의 입장과 시각은 대관팀에서 잘 압니다. 언론의 입장과 시각은 당연히 홍보실에서 가장 잘 알겠지요.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 부서장들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시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그룹입니다. 다 같이 모여 하나의 당면한 이슈를 제대로 바라보기만 하면 회사가 여러 이해관계자 입장과 시각을 360도로 이해하고 입체적으로 구조화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정확하게 자기 부서가 관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시각을 그대로 쏟아 내어 놓으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부서들에게 그런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사내적으로 그들의 입장과 시각을 그대로 쏟아내어 놓기 어려운 분위기 거나, 심지어 그들의 입장과 시각에 자사의 희망을 마구 섞어 부정확하게 공유한다면 문제는 발생됩니다.

    그런 경우 최고의사결정권자는 상황에 대해 부실하거나 왜곡된 이해를 형성하게 됩니다. 당면한 이슈와 그를 둘러싼 상황을 실제와 다르게 그리게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유효하지 않은 전략과 대응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커집니다. 때로는 상황을 너무 쉽게 판단하게 되거나, 반대로 근거 없이 심각하게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의중을 미리 읽은 각 부서들이 이해관계자의 실제 입장과 시각을 그 의중에 맞추어 공유하는 우를 범하게 하는 분위기면 매우 위험합니다. 그들이 침묵하게 해서도 안 됩니다. 이해관계자 접점의 그들이 생생하게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시각을 있는 그대로 내부에 전달할 수 있게 해야 제대로 된 상황 판단과 이슈대응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아마 컨설턴트가 빙의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가지고 와 풀어 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블라인드와 공식입장은 다르거든요? [기업 위기관리 Q&A 294]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와 관련한 부정 이슈가 발생해서, 저희가 신속하게 사과하고 개선책을 발표해 대응했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 여러 직원이 익명 블라인드에서 회사 입장과 다른 이상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그것들은 회사의 공식입장이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하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몇 가지 이슈관리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기본 개념을 꼽아보면서 현 상황을 해석해 보지요. 첫번째 개념으로 창구일원화입니다. 예전에는 이 창구일원화가 비교적 단순한 개념이었습니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일원화해서 불필요하거나 비전문적인 메시지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게 하자는 개념이었습니다. 규제기관이나 시민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상대하는 창구들도 그와 같은 개념으로 일원화가 적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일원화 개념이 유명무실하게 되었습니다. 기업과 이해관계자 접점이 수없이 다양화되면서, 동시에 창구 개념이 무력화되었지요. 심지어 공식과 비공식 커뮤니케이션간 구분도 흐릿해 졌습니다. 기업 구성원이 생각하는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 개념도 모호 해 졌습니다.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 창구일원화라는 개념은 다시 규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다음 개념은 진정성에 대한 것입니다. 진정성은 제대로 커뮤니케이션되지 않으면 그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예전 그 진정성은 기업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통하여 일사불란하게 전달되었고, 그에 기반해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기업의 진정성을 이해하는 패턴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람들이 예전과 같이 기업의 공식창구를 통해 전달되는 포장된 진정성보다, 임직원 마음속 날 것 그대로의 진정성을 쉽게 엿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업의 공식창구를 통해 표현되는 진정성과 임직원 마음 속 진정성에 큰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채게 된 것이죠. 기업 입장에서는 진정성이라는 개념 또한 다시 규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은 회사의 공식입장과 개인 입장은 별개라는 개념입니다. 예전에 사적으로 언론에 코멘트를 해 문제를 일으킨 임직원은 ‘그것은 내 개인 시각이었고, 회사 시각이 아니다’라 변명하면서 스스로 구분을 지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은 그런 구분을 무시하며, 회사와 개인을 동시에 비판했지요. 그때는 그렇게 일부 비웃음을 받기는 했지만 마무리는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어떨까요? 개인의 입장과 회사의 입장을 구분하는 사람은 그 당사자가 아니라는 개념이 강해졌습니다. 굳이 필요하다면 그 메시지를 듣는 청자가 구분하는 것이지요. 즉, 개인의 표현된 입장은 곧 기업의 입장이라는 해석이 일반화되었습니다. 개인이 곧 기업이고, 기업이 곧 개인이라 받아들여 지는 것이지요.

    미국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서 페이지(Arthur W. Page)는 이미 약 100년 전에 이런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는 기업의 철학에 대한 조언한 바 있습니다. “기업의 진정한 캐릭터(성품)는 그 안의 사람들에 의해 표현된다.” 아서 페이지는 새로운 창구관리란 어떠해야 하며, 진정성은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며, 개인과 회사의 구분이라는 개념이 왜 무의미 한 것인지를 이미 기업에게 조언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