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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 대상 커뮤니케이션에서 살아남는 법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근래 들어 가장 증가하는 이슈 유형이 기업 대표 및 임원이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도중 발생되는 ‘부정적 논란’이다. 이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라 오해되는 ‘블라인드’의 활성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MZ로 대표되는 젊은 직원층과 상대적 올드 세대로 칭해지는 대표 및 임원층간의 커뮤니케이션 에러가 근본적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일단 사회적 맥락에 있어 그 두 계층간에는 아주 큰 차이가 존재한다. 예전에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부 맥락과 표현이 이제는 아주 위험한 것이 되었다. 예전에는 없었던 맥락과 표현이 이제는 일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대표와 임원 중 상당수는 아직도 그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에 더해 리더로서 기업 내에서 대 직원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역할에도 제대로 적응하거나, 준비되어 있지 못하니 부정적인 갈등과 논란은 계속된다.

    이번 글에서는 기업 대표 및 임원께서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기억해야 할 전략적 조언을 정리해 본다. 계속해서 이런 조언을 듣고, 기억하고, 실행하다 보면 언젠가는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안전해지고, 그 자체를 전략적 목적을 성취하는 효과적 기회로까지 승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첫째, 지금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이 뭔가 생각해 보자

    내 앞에 직원 100여명이 앉아 있다고 치자. 줌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직원들도 백여명에 이른다고 치자. 이 부담스러운 커뮤니케이션 현장에서 대표인 내가 커뮤니케이션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혹시 이번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대표 자신 또는 임원 자신의 재직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목적인가? 이번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잠잠하던 직원들로부터 공분을 촉발하는 것이 목적일까? 나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회사 명성 및 이미지를 비참하게 훼손하는 것이 목적일까? 문제를 만들어 사후 언론 협찬 예산을 극대화하거나, 내부 직원간 상호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일까? 절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와 같은 부작용을 현실에서 마주하는 기업 리더들이 아직도 계속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억하자 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기 원하는가?

    둘째,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소통은 기본적으로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하지만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너무 불확실성도 크고 효과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대표인 내가 ‘아’라고 이야기하면 직원들도 ‘아’라고 알아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게 기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기업 리더는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는 생각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조급함을 버리고 일관되게 꾸준히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일부 기업 리더들은 한번의 타운홀 미팅을 뼈저리게 실패한 뒤 절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해 보자.

    셋째, 공감 능력은 곧 예측 능력이다

    아. 그렇구나.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흥미로운 생각이네. 좀더 설명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등과 같이 직원의 이야기를 수용하고 공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일부에서는 회사가 우리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식으로 회사의 리스닝을 강조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직원인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는 가이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해 줄 이야기가 전략적으로 잘 준비되고 전달된다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그에 대한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온다. 그 과정에서 가장 유효하고 안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공감해 주는 것이다.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의미를 찾는 것이다. 모든 주장에는 일리(一理, 어떤 면에서 그런대로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이치)가 있다. 그 일리를 찾자. 만약 이 부분이 생략되거나 무시된다면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산으로 가게 된다. 시끄럽게 된다. 그러니, 미리 직원들의 생각을 예측해 보고 최대한 공감하려 애쓰자.

    넷째, 분노는 시간이 해결하지만, 미워함은 시간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소통하기 전에 일단 대표 자신과 임원을 직원들이 좋아하게 만들자. 그게 어렵다면 호감이라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힘들다면 최소한 직원들이 내 자신을 싫어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미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괜찮은 분’ 정도면 사실 가장 좋다.

    일단 직원들에게 그런 감정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해당 기업 리더의 소통 노력은 폭력이 되거나, 혐오를 생산하게 된다. 운이 좋아도 직원들이 아무 관심을 가지지 않게 만들 뿐이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 리더를 호감 있게 바라보는 직원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도 소통을 위한 사전 준비다.

    다섯째, 합리적 원칙은 큰 무기

    직원들은 항상 회사로부터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했다. 기업 리더가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함에 있어 회사 여러 주제에 대하여 합리적 원칙을 적용했던 전례들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회사의 합리적 원칙에 대한 반복적인 강조를 이어 나가는 것이다.

    각각의 주제에 있어 회사가 생각하는 합리적 원칙들이 일관되게 적용되고, 반복된다면, 직원들은 이를 통해 회사의 방향성, 우선순위, 전략 등을 이해하게 된다. 회사의 미래를 예측하게 된다. 자신들이 회사의 미래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고, 기여해야 하는지도 그러한 원칙들의 이해로부터 가능하게 된다.

    여섯째, 준비, 준비, 준비

    내부 커뮤니케이션도 외부 언론이나 주주 커뮤니케이션 등과 같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적이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다양한 직원의 질문을 예상하고 분석해야 한다. “왜 우리 급여 수준이 이래요?”, “이번에는 왜 인센티브가 없어요?”, “왜 임원들은 인센티브를 더 받아요?”, “좋은 인력들 다 빠져나가는데 어떻게 할거에요?”, “우리 회사는 미래가 있나요?” 등과 같이 기업 리더들이 받기 싫은 질문까지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반대말은 ‘허심탄회’다. 위와 같은 최악의 질문들을 대하면서 기업 리더가 허심탄회하게 진정성을 전달한다고 하다가 수많은 실제 리더들이 곤경에 처하곤 했다. 진정성도 준비해야 빛을 발한다.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개념이나 표현 또는 비유는 종종 독(毒)이 된다.

    일곱째, 세 사람 이상에게 피드백 받자

    리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메시지와 비유가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특히나 MZ세대들은 기업 리더가 전달하는 표현과 맥락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농담이 농담이 아닌 경우가 그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안전성을 극대화하려면, 준비된 질문과 답변을 세 사람 이상에게 동시에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 여러 조언자들을 연령대나 성별에 따라 나누어 보아도 좋다. 실제로 그렇게 여러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아 보면, 꼭 몇 개 이상의 위험할 뻔 한 내용이 나타난다. 그 내용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면 발생될 수 있었던 부정적 결과를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여덟째, 내일 뉴스에 실린다고 생각하자

    직원들은 우리 회사의 출입기자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고 계속해 강조하고 있다. 기자에게 하지 못할 이야기라면 직원에게도 하면 안 되는 환경이 되었다. 우리 끼리 만 알고 있자는 개념이 사라진지는 꽤 되었다. 일부 리더들은 그렇다면 직원과도 진정성 있게 구체적인 소통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질문을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핵심은 진정성이나 구체적 소통 부분이 아니다. 안전하게 준비된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달성 시킬 수 있는 것이냐 여부가 핵심이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리더가 실수했으면 바로 사과하고 수정하는 것이 좋다. 직원들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가능한 반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리더가 하고 싶은 말 보다, 꼭 해야 하는 말만 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떠오르는 비유나 사례에 독이 있다고도 했다. 오늘 직원들에게 한 리더의 말이 내일 아침 신문에 실린다고 해도 별 문제 없을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이다.

    아홉째, 면대면은 가능한 최소화하자. 서면이 기본이다

    우리는 흔히 글로벌 기업 CEO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투명하게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일부 우리 기업 리더들은 그러한 소통 마인드를 부러워하며, 일부에서는 그것을 그대로 따라 소통을 시도하곤 한다. 하지만, 아주 잘못된 오해가 있는데, 글로벌 기업의 성공한 CEO들도 기본적으로는 내부 직원들과 텍스트로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경영자에게는 구두 커뮤니케이션 보다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잘 짜여진 텍스트라면, 그 효과는 더욱 크다. 자주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구두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 어떤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빌어 커뮤니케이션 해야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좀 더 잘 성취할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열째, 한 방으로 완성되는 소통 없다

    GE의 전설적인 경영자 잭웰치가 한 말이 있다. “중요한 메시지는 천번이라도 말하고, 하고, 하고, 또 하세요” 어떻게 같은 메시지를 천번이나 반복한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반복 반복해야 겨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 해진다는 의미를 그와 같이 표현한 것이다.

    직원들과의 연례 타운홀 미팅으로 이룰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목적은 얼마나 될까? 매월 CEO 레터를 보낸다면? 주간단위로 회사 방송에 출연하여 백문백답을 한다면? 돌아가며 직원들과 티미팅을 한다면? 그런 한두번의 이벤트로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얼마나 달성할 수 있는가 한번 생각해 보자. 중요한 것은 반복이고, 일관성이다. 이를 통해 회사의 준비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축적되고 자산화 되어야 한다. 천 번 이야기해서 안된다면? 이 천 번 이야기하도록 하자.

  • 위기관리, 모르는 게 문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해야 당면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 지 기업은 이미 알고 있지만, 실제로 관리 활동을 실행하지 ‘않아서(did not)’ 위기관리에 실패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는 있지만, ‘할 수 없었다(could not)’의 의미인 경우도 있다.

    흔히 기업에서는 임직원이 위기관리를 공부해야 한다 알아야 한다. 위기관리를 알면 좀 더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기업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위기관리를 임직원이 모르고 있다는 선입견은 버리자.

    기업내에서 임직원이 미처 모르는 것이 있다면, 왜 위기관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와 하지 못했는 지에 대한 이유다. 몰라서 못했다면 차라리 문제 해결은 단순하다. 그러나, 알면서도 그랬다면 해결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업 임직원은 왜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었을까? 알면서도 왜? 그 몇 가지 대표적 이유를 꼽아보자.

    내 담당업무가 아니기 때문

    나의 담당 업무는 마케팅이다. 나는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나는 생산기술쪽을 맡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는 임직원에게 “그렇다면 위기관리는 누가 담당하고 있습니까?”하고 물으면 대부분은 서로를 쳐다본다. 딱히 정해진 부서가 없다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그에 더해 다른 기업은 어떻게 담당부서가 정해져 있는지를 묻는다. 위기관리는 누가(who)에 대한 규정이 체계 구축의 가장 첫 단추다. 모두가 알고 있어도, 아무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이유가 내 담당업무가 아니 라서 라면 문제다. (사실 반대로 아무나 애사심으로 나서서 위기관리 업무를 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

    평소 위기관리 주제에 대한 업데이트 부실

    어떻게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은 스스로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발생된 위기 유형은 생전 처음보는 기괴한 것이라 위기관리를 하지 못 했다 거나 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 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위기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개념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의 전례나 유사사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자사에게 다가온 위기의 모습이 항상 새로워만 보인다면 그게 문제다.

    그때 그때 다른 회사의 대응 기조

    정해져 있는 대로 실행하는 것이 잘 된 체계의 특징이다. 회사 철학과 원칙이 이슈나 위기 시에도 일관성을 품고 공유된다면 그 보다 잘될 관리 활동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때 그때 위기에 따라 회사의 대응 기조와 방식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자발적으로 전량 리콜을 했는데, 이번에는 부분적으로 A/S를 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위기관리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도, 기준이 달라지니 대체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추어야 할지 임직원들이 주저한다. 이해관계자와 공중들은 더욱 더 이해를 어려워한다. 어리둥절 하면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하는 이유다.

    문제 소지가 있는 관행, 경쟁우위, 경쟁력의 비밀

    미리 이슈나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회사를 지금까지 생존하게 했던 뿌리 깊은 관행과 경쟁우위, 경쟁력의 비밀 자체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라면 대부분은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그 문제성 관행 등의 뿌리를 사전에 뽑아 낸다면, 그것이 회사에게는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이 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몇 년에 한번 위기를 넘기면서 생존하는 것이 사전적으로 무리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경영적 판단이 있기도 하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모두가 함께 하지는 않음

    체계라는 것은 여러 사람이나 부서가 함께 만들어 합을 맞추며 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위기관리 체계를 들춰보면, 어느 한두 부서만 위기를 관리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 외 부서들이 명목상으로는 지원 또는 협업하게 되어 있지만, 그렇게 체계가 쉽게 가동되지는 않는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부서에게는 항상 의사결정 지연, 인력 부족, 예산 부족, 정보 부족, 시간 부족의 현상이 고질적으로 주어진다.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를 스스로 귀찮아 하고, 과잉 체계라고 생각하는 한은 알면서도 하지 않고, 못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위기대응을 하기는 하는데, 한 것은 없음

    이상한 현상이다. 무언가 위기관리라고 해서 열심히 여럿이 실행을 하기는 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이어 가장 중요한 실행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위기관리 대응의 우선순위에 대한 정리와 그에 따른 효과적 실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비유 중 ‘목욕탕 욕조가 넘치려고 할 때, 가장 시급한 대응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넘칠 물을 닦아낼 마대자루를 준비하거나, 물을 덜어 낼 바가지들을 구하러 다니는 실행이 일어난다. 대응의 우선순위와 컨트롤타워에 대한 의미이기도 하다.

    비선의 크리에이티브로 인한 혼동

    기업이 대형 위기를 경험하게 되면 어디에서 누군가가 나타난다. 직간접적으로 VIP와 관련되어 있는 비선라인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 그들의 특징은 심각한 이슈나 위기 대응에 있어서 창조적인 접근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조언한다는 점이다. 경험 있는 실무진들이 우려할 만한 대응 제안을 하고, 그 중 일부는 VIP의 지시에 의해 실행에까지 옮겨 지게 된다. 실무진에게는 외부 이슈나 위기에 더해 역으로 내부 위기까지 발생해 버리는 상황이 추가되는 셈이다. 제대로 역할을 하는 실무진은 이런 경우 무리한 실행으로 인해 실질적 실행의 정지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것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지루한 의사결정의 연장

    실무진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 인력의 개인별 경험에 따라 전문성이나 역량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위기를 맞아 무엇을 할지 몰라 어리둥절 만 하는 실무진은 그리 많지 않다. 단,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지시가 정해져 내려올 때까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실행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의사결정이 신속 정확하게 하달되어진다면, 실무진은 그에 따른 실행을 즉각 해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반대로 의사결정이 길어지고, 자주 번복되며, 지연된다면 실무진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제한된다. 타이밍을 완전하게 놓친 대응은 대부분 사후에 무능이나 무력함으로 평가받는다.

    의사결정 주체의 실종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지만, 의사결정 주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제대로 내부에서 가시화되지 않는 경우에는 더 큰 문제를 만든다. 평시에는 자유롭게 의사결정 하던 VIP께서 위기시에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시는 경우도 있다. 의사결정 하시는 VIP께서 공개된 방식 보다는 매우 한정적인 대상을 통한 일방 하달에 익숙하신 경우도 있다. 실무진에서는 VIP의 의도나 의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한다. 의중에 대한 해석도 분분 해 진다.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데, 그것이 VIP가 보실 때 정확한 것인지 알기 어려워 대부분의 실행에 자신 없어 한다. 사후에도 내부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각자가 각자의 위기관리를 함

    부서들이 함께 체계를 맞추는 것은 이상적이고 권장할 만한 것이지만, 체계라고 해서 여러 부서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거나 심지어는 하고 싶은 위기관리를 중구난방으로 하는 것 또한 실패의 주된 원인이다. 일부 경우에는 부서의 역할까지 침범하며 중복된 실행을 각자가 하기도 한다. 흔히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런 심각한 문화 속에서는 컨트롤타워도 그 의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누가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 내용을 스스로 모르는 현상이다.

    대응 기조를 계속 변경함

    이는 대부분 VIP의 의중이 자주 변화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초기에는 전격 사과를 했으나, 계속해서 논란이 커져가자, 법적 대응을 발표하는 경우가 전형적이다. 이후 언론과 여론에서 일관성 없는 대응 기조에 대해 비판을 하니, 자사 대응 기조를 다시 바꾸어 기자회견을 하거나 새로운 사과문을 올려 다른 실행을 더 한다. 그 이후에도 공격적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송도 하고, 창의적 개선책을 발표하기도 하며 말그대로 누더기 관리를 실행한다. 내부 임직원은 어떻게 해야지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를 알고는 있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회사의 의사결정 때문에 침묵한다.

    내부 정치적 현실 때문

    위기관리에 있어 VIP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해결 의지 그리고 위기관리를 관통하는 그분의 의중을 정확하게 내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 위기관리의 성공 가능성은 극대화된다. 반면, VIP의 그러한 위기관리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실한 경우에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생산된다. 아무리 효과적인 위기 대응 전략과 방식이 도출되더라도 VIP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시면 그 실행이 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러시더라도 회사를 위해 꼭 하셔야 한다”고 다시 조언할 수 있는 내부 임직원은 없다. 알고는 있지만 할 수는 없었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의지 없음

    평시의 위기관리도 그렇고, 위기 시 위기관리에 대해서도 사내에서 특별한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의 케이스들도 있다. 이를 선해하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위기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위기임에도 위기를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운이 좋아서 해당 위기가 큰 논란이 되지 않고 사라져 버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런 경우의 문제는 위기관리를 운에만 의지한다는 것과, 아무런 대응 체계나 준비 없이 바라만 볼 때의 경우다. 전략적으로 로우 프로파일한 대응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의지가 없어서 외면하는 위기관리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내부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문제 가능성은 알지만 대부분 침묵한다.

    위기 속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위기를 더 큰 위기로 키우는 것도 사람이다. 이에 맞서서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도 사람이다. 사람끼리의 일이라는 것만 보아도, 우리가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해 전혀 모를 수는 없다. 공감이나 역지사지 같은 개념도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문제가 풀릴지 조금만 함께 예측해 보면 답은 낼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논의를 하다 보면 위기는 관리되기 마련이다.

    문제라면, 그렇게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위기관리를 하지 않게 하고, 하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이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기업의 기업문화, 철학, 원칙, 리더십, 투명성, 체계, 역량, 정무감각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가능한 평소에 위기관리를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환경,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 환경을 적극적으로 찾아내라는 것이다. 그것을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고 공론화해서 개선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가 잘 되지 않을 이유를 빨리 빨리 찾아내자.

  • 통제할 수도 있는 것, 통제가능 한 것, 통제불가능 한 것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나 조직의 이슈 및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근본적 전제는 스스로에 대한 ‘통제가능성’이다. 이슈 및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이나 조직에게는 그 구성원 전체가 같은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통제가능한 범위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확신이 기본이라는 의미다. 만약 그렇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면, 당면한 이슈나 위기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전쟁을 앞둔 군대를 예로 들어도 그 전제는 동일하다. 군대를 구성하는 군인 하나 하나를 지휘관이 통제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전쟁 수행 자체가 가능해지는 법이다. 만약 각 부대가 통제되지 않은 채, 개별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각자 전투를 치르며 이동한다면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다.

    문제는 기업이나 조직의 이러한 기존 전제나 확신이 환경이 변해감에 따라 점차 그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이 구성원을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지는 오래 되었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모순적인 이야기까지 나오는 지경이 되었다.

    그렇다면, 기업이나 조직은 왜 그렇게 통제가능 영역을 점차 잃어가고 있을까? 일부 통제되던 기존 영역들은 왜 그리 통제가 어려워진 것일까? 기업이나 조직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또 무슨 의미일까? 왜 통제라는 것이 잘 되지 않을까?

    첫째, 의사결정 주체 자신도 통제를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그룹만이라도 통제 범위내에서 움직이자 하지만, 그게 무척 어렵다. 최고의사결정자는 여러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으면 의사결정에 있어 통제력을 발휘하기를 대부분 어려워한다. 그에 더해 의사결정 그룹을 구성하는 임원은 각자 생각과 판단에 따라 각기 다른 대응 전략과 방안을 주장한다. 그룹내 어느 누군가는 각자의 주장을 조정 통합해 확실한 방향성을 결정해야 하는 데, 그런 통제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 자체가 종종 좌우로 스윙 하는 현상이 발생된다. 결정 자체가 좌에서 우로 또는 우에서 좌로 급격하게 흔들리면, 그에 따라 실행을 해야 하는 실무자들의 대응은 더 많이 혼란스러워진다. 이슈나 위기 시 특정 기업이나 조직의 대응이 멈춰 얼어붙은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의사결정 그룹이 흔들리며 통제되지 않기 때문에, 실행은 어디에 발을 맞추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이해관계자나 공중이 볼 때에는 기업이나 조직 자체가 통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둘째, 상황 자체를 통제 가능할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중대한 착각은 오히려 기업 및 조직의 대응 방식을 통제 불가능하게 한다. 상황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대응을 시작하니, 그 결과는 항상 아쉽다. 이후 다른 대응을 실행하고, 다시 다른 대응을 시도해 보고하면서 어떻게 든 상황을 통제하려 하다 보면 결과는 중구난방이 된다.

    이슈나 위기 상황은 평시와 달라 통제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대응에 있어 통제가능성이 늘어난다. 모든 것을 해보자, 뭐 라도 해 보자 하는 생각을 없애는 것이다. 대신 이것만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통제가능한 대응방식에 대한 집중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슈 및 위기 대응에 있어서 모든 대응 방식은 하나 하나가 통제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셋째, 우리 임직원들은 통제 가능할 것이라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슈 및 위기 시 기업이나 조직이 스스로 통제 가능하다는 전제나 확신은 어찌 보면 희망이 전제된 것이다. 물론 그런 희망은 기업이나 조직이 지속적으로 위기대응팀 같은 조직을 훈련하고 훈련하며 생겨난 것이어야 한다. 위기 취약성 진단을 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보고, 대응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서 많은 토론을 이어 나가는 과정에서 대응조직 구성원이 정렬되는 경우, 이 조직은 통제 가능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개념이 우리측 사람은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의 기반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생각이 확실하게 효과에 연결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평시 그렇게 지속적으로 대응 조직 역량을 개발하고, 정기 훈련과 시뮬레이션 그리고 토론을 하며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한 체계를 정렬시키는 기업이 드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일부 체계를 정렬하더라도 그 구성원들의 변경이 지속되며 구성원이 완전히 체계에 동화되지 못하기도 한다. 일관성이 부족한 교육 형식의 산발적 위기관리 학습만 이어지는 경우 대응 조직, 즉 사람들을 통제 가능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노력과 투자가 없으면 사람은 그냥 통제불가능 한 자산일 뿐이다.

    넷째, 새로운 유형의 이슈나 위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전까지 이슈나 위기 유형은 어느 정도 정해짐이 있었다. 특정 기업을 위해 위기 취약성 진단을 해보면, 해당 기업에게만 나타나는 취약성과 전반적으로 유사 기업과 함께 도출되는 취약성의 형태가 정해져 있었다. 오랜 기간 해당 기업에 재직한 임원들의 경우에는 이전 사례와 업계 사례들로 인해 발생가능한 이슈나 위기의 유형에 대한 익숙함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통제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임원들이 익숙한 유형보다는 낯선 형태의 이슈나 위기를 접하게 되는 빈도가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상황이 발생되면, 그 상황의 맥락이나 발생 원인을 이해하기조차 어려워하는 의사결정자들이 많아졌다. 상황에 맞닥뜨려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이 상황은 대체 어떤 의미인 것인가? 이에 대해 비판하는 공중은 왜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등과 같은 의사결정자의 질문이 쏟아져 나온다. 이해하기 어렵게 되면 통제 가능하다는 생각과도 멀어지게 된다. 모르겠다는 체념이 내부적으로 공유되는 것이다.

    다섯째, 이해관계자를 통제해 보려 하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적으로 정부의 경우 이해관계자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던 시대가 있기는 했다. 통제와 검열 등을 통해 전체주의적 사고와 체계를 심었고, 이를 전쟁에 활용한 시대도 있었다. 폭력적인 방식을 통해 사회 구성원을 통제하여 목적을 이루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 국가의 역사적 사실이었을 뿐 일반 기업이나 조직이 유사하게 시도할 수 있는 방향이나 규모는 아닌 통제 방식이다. 이제는 기업이 개인 블로거나 유투버 한 명도 통제하기 어려워한다. 단순 협상이나 사정을 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사 기사들을 모두 빼고, 더 이상 기사가 나오지 않게 하거나. 온라인상 부정적 게시물들을 물타기 해서 다 밀어버리거나. 소셜미디어 버즈를 하나도 남김 없이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공상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원래부터 통제불가능 한 영역에 있던 대상을 우리가 혼동하며 착각했던 것뿐이다. 통제가능한 이해관계자는 하나도 없다. 오직 통제가능한 것은 이슈나 위기에 대응하는 자사의 말과 행동 뿐이다.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전부다.

    여섯째, 심지어 여론까지 통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여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미치광이이거나 사기꾼이라는 말이 있다.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언론이나 개인, 기관 등을 활용했던 경우는 있지만, 여론에 직접적 통제력을 발휘한 경우란 찾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여론은 통제되는 대상이 아니다. 이해관계자도 통제되지 않는데, 어떻게 여론이 통제될 수 있을까?

    문제는 여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아직도 믿는 경우다. 더 나아가 여론을 통제해 보자 하며 여러 행동을 하는 경우다. 이는 여론을 아주 우습게 여기기 때문에 가능한 사고방식이다. 여론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그에 대한 존중이 있다면 함부로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가지지는 어렵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슈나 위기 시 기업 및 조직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여론에 일정한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를 하는 것뿐이다. 영향을 끼친다는 자세와 통제해 보겠다는 자세는 확실히 다르다.

    마지막, 오히려 통제할 수도 있는 것에 집중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이것도 통제가능한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과 통제불가능 한 것을 확실하게 판별하는 것이 이슈 및 위기관리의 시작이다. 막연한 희망이나 기대 또는 함부로 생기는 의욕이 기반이 되면 모든 관리는 실패에 가까워질 뿐이다.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자사의 말과 행동 뿐이다. 많은 경우 이것조차 통제에 실패해 상황을 악화시킨다.

    적절하지 않은 말을 공식화하면서 이해관계자와 공중의 공분을 만드는 것이 그런 경우다. 그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며 상황을 관리하려 하다가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버리는 경우도 그렇다. 이는 기업 및 조직이 스스로 통제할 수도 있는 것에도 관심과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이나 조직은 내부에 들어가 보면 통제불가능 한 여러 대상에만 관심을 둔다. 통제불가능 한 대상에게 통제불가능 한 방식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당연히 그 결과는 통제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당연한 결과다.

    이슈나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 및 조직에게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통제불가능 한 것이다’는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그러면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인가?’ 또는 ‘그렇다면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상황을 그냥 지켜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한다.

    이에 대한 적절한 답변은 ‘그나마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을 찾아, 그것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슈 및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이 자사의 말과 행동이라면, 우선 그 말을 구성하고 전달하는 체계를 관리하여 통제가능한 범위내에 위치시켜야 한다. 의사결정 그룹의 정무감각이라는 것이 그래서 강조된다. 현 상황에서 여론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생각해 내는 능력을 키워보라는 것이다.

    고안된 그 말을 정확하게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창구를 정하고, 그 각각을 훈련해 놓는 것은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신중하게 고안된 말들을 훈련된 창구가 제대로 전달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따라 추가적이거나 선제적인 대응 실행을 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통제할 수도 있는 모든 자산을 적절히 활용하여 결과를 도출해 내려 노력하는 것이 이슈관리고 위기관리다. 통제불가능 한 것들에 매달려 집착하고 후회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에 더해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을 부랴부랴 찾으려 하는 때늦은 습관도 이제는 버리자.

    평소에 하는 것이 이슈관리고 위기관리다. 미리 살펴 준비해야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이 그나마 보이고 그 수가 늘어난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게 되면 그 통제할 수도 있는 것들이 비로소 통제가능한 것이 된다. 통제불가능 한 것들 속에서 통제할 수도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발전시켜 통제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 전략적 타운홀 미팅을 위한 가이드라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중국으로 스카웃 되가는 우리 회사 인력 중 진정한1류는 없다” “경쟁사로 인력이 이동한다고 하면, 그것이 오히려 당신들에게는 기회 아닌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 이치다” 이런 이야기는 시니어 임원간의 사적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 경영진이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에게 전달된 메시지다.

    이런 메시지의 오류는 그대로 참석 직원들에 의해 블라인드에 도배가 된다. 그 뜨거운 평가를 일부 언론에서는 긁어 기사화한다. 다시 그 기사는 여러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국내외로 공유된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회사 내 조회 내용이나 회의실 담화 내용이 그대로 공유되는 일도 다반사다.

    소통을 위해 진행한다던 타운홀 미팅이 제대로 된 소통은 커녕 불필요한 부정 이슈를 생산하는 것이다. 회사는 힘들어지고, 그 소통을 진행했던 경영진은 곤경에 빠진다, 직원들은 예전에 없던 불만과 황당함을 느끼게 된다. 대체 왜 타운홀 미팅이라는 것을 해 가지고 이런 분란을 만드는 가 하며 타운홀 미팅을 중단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곤 한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타운홀 미팅은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준비를 위한 원칙이나 인사이트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직원들을 이제는 기자라고 생각하자

    직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만의 개인 미디어를 가지고 생활하는 기자들이다. 언론사에 적을 두고 기사로 월급을 받지는 않는다지만, 직원들은 마음만 먹으면 회사내 어떤 이슈라도 개인 미디어를 통해 공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 내용이 부정적이라면 더욱 더 공개의 의지는 커지게 된다. 기자와 다를 것이 없다.

    가끔 기자와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하게 되면 경영진은 상당한 준비를 한다. 질문을 예상하고, 답변을 정리하고, 그 답변의 파장을 예측하고 점검 검증하는 작업을 거친다. 일부 경영진은 중요한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사전 실습해 보는 트레이닝을 거치기도 한다. 직원들을 기자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들과의 타운홀 미팅을 위해서도 엄격한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둘째, 직원들을 이해하자

    경영진이 말로만 이해하고 공감하겠다 해서는 안 된다.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해하는 척하는 것이 더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멀리서 직원들을 바라보기 보다 그 안에 들어가 이야기를 많이 들어 보면서 이해하려 해 보자. 그들의 관심과 화두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려 노력해 보자. 회사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직원들이 어떤 스타일의 소통방식을 좋아하는지 또는 싫어하는지를 알기 위해 노력해 보자. 경영진의 생각이나 개념이 그들에게 이질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자.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에 집중한 소통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셋째, 그들의 질문을 공부해 보자

    경영진이나 타운홀 미팅을 준비하는 팀에서 만든 예상질문에만 의지하지 말자. 최소한 다른 기업이나 경쟁사의 타운홀 미팅에서는 어떤 주제의 질문이 나왔는지도 살펴보자. 직원들을 사전에 이해해 보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들었던 질문도 챙겨보자. 풍부한 예상질문을 하나 하나 꼽아 보면 직원들의 진짜 관심과 생각을 구경할 수 있다.

    다양한 질문들을 정리해 분석해 보면 어떻게 답변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도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만약 여기저기에서 취합한 특정 질문이 중복된다면 그에 대한 우선순위는 당연히 더 높아져야 한다. 답변을 준비함에 있어서도 더욱 신중한 자세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넷째, 질문에서 핵심 메시지를 찾자

    질문을 다양하게 많이 접해보면 그에 적절한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는 것도 보다 쉬워진다. 질문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을 흔히 하는데, 실제로 질문이 좋은 답을 정리하게 해 주는 법이다. 회사 경영진이 하고 싶은 말과 직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 일치되거나 많은 부분 오버랩 된다면 그 보다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회사와 직원간 원하는 메시지가 일부 다르더라도, 가능한 접점을 찾아 핵심 메시지화 하려는 노력은 해 보아야 한다. 다른 부분을 이야기하기 보다, 같은 부분을 찾아 이야기하는 커뮤니케이션 습관을 들여보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만큼 좋은 소통 자세가 없다.

    다섯째, 답변을 마련했다면 검증 받자

    소통에 대해 허심탄회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경영진이 아직도 많다. 그러나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 강조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허심탄회란 비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아무 준비나 숨김 없이 마음을 터 놓는 소통은 사실 가족끼리도 그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어떻게 든 되겠지 해서는 안 된다. 속마음을 이해해 주겠지 상상해서도 안 된다.

    타운홀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경영진은 자신이 마련한 답변이라 할지라도 다른 주변인이나 전문가들에게 사전 검증을 받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안전하다. 자신이 간과했던 부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해 찾아보고 발견하여 조언해 달라 하는 것이다. 미리 다양한 검증을 마친 메시지는 안전할 수밖에 없다. 소통을 완성시켜주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여섯째,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일단 공감하자

    모든 질문에 모든 답변을 마련해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리 노력해 준비했어도 예상 못한 질문을 직원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 그에 대해 순간적 생각이나 떠오르는 상을 가지고 답변하게 되면 자칫 문제의 답변으로 전이될 수 있다. 타운홀 미팅은 모든 질문에 답을 주려는 목적의 미팅이라기 보다는, 다양하고 새로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따라서, 생각지 못했던 질문이 나오는 경우에는 그 질문을 곰곰이 새기면서 공감하는 자세의 답변으로 가늠하는 것이 좋다. 좀더 생각 해보고 답을 마련해 보겠다고 진실되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을 표시하고. 새로운 시각이나 생각거리를 주어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좀 더 좋은 답변이 된다.

    일곱째, 가능한 부정적인 표현이나 감정은 피하자

    직원들에게 잘 보이려고 그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목적이 훼손된다면 타운홀 미팅의 실행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에 불필요한 해석이나 감정을 일으키지 말자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에게 그들보다 나이 많은 경영진은 항상 불편하고 어렵고 어색한 대상이다. 그런 경영진의 입에서 부정적 표현이나 감정이 쏟아져 나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좋은 이야기만 해도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완전하게 달성하기가 어려운데, 부정적인 이야기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일부 타운홀 미팅에서 실수하는 경영진의 특징은 대부분 화가 나 있다는 것이다. 진짜 분노까지는 아니지만, 특정주제에 대한 이견을 기반으로 일부 직원들의 극단적 의견에 불만을 가졌던 분들이 많다. 타운홀이라는 기회(?)를 통해 직원들의 생각을 바꾸어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최소한 다른 시각이라도 알려주어야 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지 말자. 뜻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종종 문제만 만든다.

    여덟째, 도중에 말 실수가 있었다면 현장에서 교정하자

    말을 하다 보면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실수를 나중에 교정하려 하거나, 실수에 아랑곳하지 않으니 발생된다. 경영진이 답변을 하다가 실수했다고 생각되는 표현이나 내용이 있었다면, 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올바른 표현이나 내용으로 대체하려 노력해 보자. 사람은 실수에는 때때로 관대하다. 특히 그 실수를 인정하고 교정할 줄 아는 사람은 좋게 보게 된다.

    현장에서 자신이 실수를 깨닫지 못했더라도, 그 실수를 알아채고 이야기해 주는 주변인을 만들어 놓으려 해야 한다. 경영진이 무서워서 함부로 그의 실수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면 문제는 언제든 발생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타운홀 미팅도 성공하기 어려운 기업 문화를 가진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유롭게 실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수용하고 사과하고 교정하는 분위기는 정말 중요하다.

    아홉째, 타운홀 미팅의 목적을 항상 기억하자

    타운홀 미팅이 목적 그 자체는 아닐 것이다. 타운홀 미팅을 통해 소통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소통도 사실 목적은 아니다. 소통은 수단일 뿐이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 목적을 확실히 정하는 것은 전략을 정하는 첫 단추다. 타운홀 미팅을 통해 회사는 무엇을 얻기 원하는가? 이에 대한 정확하고 적절한 질문이 있어야 한다.

    신임대표로서 첫번째 진행하는 타운홀 미팅이라면 신임대표가 자신을 소개하며, 직원들에게 새롭게 강조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고, 직원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비전 있는 답을 해 주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경우라면 대표가 그 변화의 필요성과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직원들이 가진 변화에 대한 관심사를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있다. 단순히 멋지게 발표하고, 훌륭하게 답 해주고, 직원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 블라인드에 어떤 말이 실릴지 미리 상상해 보자

    기자와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하고 나면 그 결과로 기사화된 제목과 내용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훈련하는 미디어트레이닝에서도 “내일 실릴 신문기사를 예상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라”는 조언을 한다. 기사화되면 좋지 않을 메시지는 아예 입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된다. 반대로 기사화하기에 적절한 메시지만 말하자는 것이다.

    타운홀 미팅 후 또는 타운홀 과정에서 나오는 직원들의 반응을 예상해 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직원들이 어떤 반응을 해 주었으면 하는 가에서부터 전략을 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반응을 예상해 답변을 마련하고, 핵심메시지를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만약 블라인드에 실린 직원들의 반응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거나, 상당히 부정적인 것뿐이라면,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직원들의 이상한 사후 반응에 크게 놀랐다면 그 타운홀 미팅은 실패한 것이다. 그 실패 원인을 제대로 살펴 개선하지 못한다면 그러한 놀라움은 다시 계속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과 모든 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한 두려움을 가진 꾸준한 준비가 성공적인 타운홀 미팅을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다.

  • VIP가 위기관리를 리드해야 하는 이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수많은 위기관리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위기관리 성공 포인트 중 하나가 ‘VIP가 직접 위기관리를 리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어느 누구도 위기가 발생되면 VIP는 물러서 계셔야 한다 던가, 위기의 책임으로부터 VIP를 자유롭게 하라는 등의 조언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제로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마다 VIP는 직접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하고, 스스로 책임지고, 어떤 것에도 자유롭지 않게 노심초사해야만 하는 걸까? 그래야만 위기가 관리되는 것일까?

    오랫동안 일선에서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를 인하우스와 함께 하다 보면, 기업 간 확연하게 목격되는 다름은 VIP의 관여도의 차이다. 어떤 기업에서는 심각한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VIP가 좀처럼 대책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평상시와 같은 의사결정 속도와 프로세스를 밟으며, VIP는 위기관리 위원회의 상황 요약과 종합된 의견을 보고 받기 원하신다. 그러한 의사결정의 장소에도 특정 고위 임원이 단독으로 들어가 알현하고 윤허를 받는 식으로 위기대응이 결정된다. 한시가 급한 시기임에도 그러한 의전은 지켜진다. 만약 종합된 위기관리위원회의 의견이 VIP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에는 위원회의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반면, 어떤 기업은 위기가 발생되자 마자 VIP가 위기관리위원회 자리에 착석을 한다. 구체적 상황보고를 직접 받고, 논의를 이끌어 나간다. 대응책 마련을 위해 사내 담당자들과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VIP는 계속 질문을 한다. 어떤 내용도 따로 요약을 하거나 정리해 재보고 할 필요가 없이 그 자리에서 우선순위에 따라 대응 의사결정을 내린다. 일정 기간 동안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해 진다.

    이 두 타입의 기업 중 어떤 기업이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지는 쉽게 예상 가능하다. 뛰어난 위기관리위원회와 외부 컨설턴트 그룹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해도, VIP의 관여는 필수적이다. 우수한 위기관리 조직에서 VIP의 관여는 화룡점정의 의미를 지니고, 부족한 위기관리 조직에게 VIP의 관여는 위기관리를 위한 버스터(booster, 촉진제)의 의미를 가진다.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위기관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왜 VIP가 깊이 관여해야 하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본다.

    첫째, VIP가 해야 빠르다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한다는 것은 위기관리 체계에 있어 기본 중 기본이다. 이를 위해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는 체계(Commander’s Intent)도 있는 것이고, 심지어 선조치 후보고라는 원칙도 생겨났다. 위기 발생 직후 위기대책회의에 VIP가 참석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신속한 대응 측면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일선 임직원이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의 수위는 항상 제한적이다. 대리가 내릴 수 있는 위기대응 의사결정과 부사장이 내릴 수 있는 위기대응 의사결정의 수위는 다르다. 계속해서 담당 임직원이 의사결정 수위를 점검하며 주저할 때 VIP는 그 자리에서 바로 VIP 수위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려 줄 수 있다. 일선 인력이 주저하며 허비하는 물리적 시간을 없애 버릴 수 있다. 당연히 의사결정이 빠르니 대응도 빨라진다.

    둘째, VIP가 해야 하나가 된다

    위기관리를 전사적 업무라고 이해하는 기업 구성원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재무부서에서는 왜 우리가 홍보부서에서 겪고 있는 위기를 함께 해 주어야 하는지 의아해한다. 왜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대응 회의에 영업부서들까지 들어가야 하는지 묻는 임직원도 있다. 반대로 법무부서나 홍보부서 등은 왜 거의 모든 회사 위기에 불려 들어가야 하는가 하는 불만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절대로 위기 앞에서 기업 구성원들은 하나가 아니다.

    그러나, VIP가 직접 대책회의를 구성하고 착석하여 의사결정을 독려하면 구성원은 비자발적이라도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부서별로 생각과 판단을 이야기하게 된다. 이는 모든 부서가 VIP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대응을 논의한다는 것이 아니라, VIP의 가시성이 해당 위기의 중대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많은 부서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일단 하나가 된 의사결정그룹은 위기관리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인다.

    셋째, VIP가 해야 과감 해 진다

    부실한 아파트 시공 문제를 지적 받은 건설사가 있다고 치자.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판의 여론이 생겨 회사 존립이 어려워질 수준이 되었을 때를 상상해 보자. 수천억에 이를 수도 있는 ‘헐고 다시 짓기’ 의사결정을 사내에서 누가 나서서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일단 회사가 살아야 하니 내가 나서서 의사결정 하겠다는 과장이나 이사가 나올 수 있을까?

    이미 대량 판매한 고급 화장품에서 법적으로 문제 있는 성분이 들어있었다는 보도를 맞게 된 기업이 있다고 치자. 직후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소비자의 불만과 반품 및 환불 요구를 상상해 보자. 수십에서 수백억원에 이를 수도 있는 몇 만 소비자 불만에 대한 대응방안을 사내에서 누가 의사결정 할 수 있을까? VIP가 대책회의에 들어오셔서 “소비자 불만 없게 무조건 전량 환불 조치해 줍시다” 한 마디면 위기관리는 성공에 가까워지는데, VIP와 연락도 가능하지 않다면 해당 위기 상황은 어디에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넷째, VIP가 해야 믿는다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을 피해 숨는 VIP가 있고, 언론 앞에 나서는 VIP가 있다. 좋은 뉴스에는 자주 언론에 비춰지기를 즐기시던 VIP도 위기가 발생되면 태도를 바꾸시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평시에는 언론을 가깝게 하지 않으시다가도 위기가 발생되면 언론 앞에 나서시려는 VIP도 있다. 어느 VIP가 국민 그리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더욱 신뢰를 받을 수 있는지는 자명하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위기 시에는 기업 VIP의 가시성을 키우라는 전략적 조언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은 기업을 인간화 해 인식한다. 흔히 기업을 좋은 기업 나쁜 기업이라 칭하는 것에서도 인간화 개념은 그 기반이 된다. 기업을 인간처럼 인식한다고 했을 때 그 얼굴이 되는 것은 VIP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그 기업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위기 시 기업의 빌딩이나 로고, 유리 창구, 전화 속 기계음을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원할 때 앞으로 나서 얼굴을 드러내며 회사의 입장과 계획을 커뮤니케이션 해 주는 VIP가 성공요인인 이유다. 사람들이 일단 믿어야 위기관리도 성공한다.

    다섯째, VIP가 해야 따른다

    일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상황관리 보다 먼저 가는 케이스들이 있다. 일단 VIP가 신속하게 의사결정 하셔서 과감하게 배상안을 마련해 커뮤니케이션 한 것과 같은 경우다. 사람들이 그 계획을 듣고는 이내 비판을 누그러뜨리게 되었고, 언론을 비롯한 관전자들이 해당 의사결정의 과감성에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위기관리가 이제 마무리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배상과 관련된 직접적 이해관계자 일부가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누가 실제 책임을 지고 어떻게 그 배상 부담을 나누어 져야 하는가에 의견이 갈린 것이다. 실무그룹이 서로 왕래하며 배상안 실행을 위한 논의를 이어 나가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설득과 동의가 지난하다. 이런 경우에도 VIP들끼리의 담판이나 합의가 있으면 사후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된다.

    흔히 VIP들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말을 한다고는 하는데,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위기관리는 성공에 더욱 가까워진다. 위기 상황에 대해 일부 실무적 책임감을 느끼는 임직원들도 이런 경우에는 VIP를 따르며 협조자와 해결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그들은 자신의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며 위기관리의 걸림돌 또는 훼방자의 역할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VIP가 해야 일관성이 생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를 해임해 버리는 기업이 있다. 위기 발생의 책임을 묻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회사를 대표하는 누군가는 위기관리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오너가 있는 경우에는 오너가 직접 그 역할을 대행하기도 한다. 해임된 전임 대표이사는 개인적으로는 불명예스럽지만, 힘들고 어려운 위기관리 과정을 이끌지 않아도 되어 차라리 홀가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위기가 발생되자 자리를 박차고 떠나버린 VIP, 이후 위기관리를 다 마친 것처럼 보여주는 회사의 태도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VIP가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하는 경우 사람들은 최소한이라도 해당 위기관리의 일관성에 신뢰를 가진다. 피해자, 분노자, 비판자 등은 해결자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VIP를 보고 싶어한다. 그런 상황에서 VIP가 사임 또는 해임되어 사라져 버리고, 그 역할을 해 줄 사람은 보이지 않은 채 위기관리를 마무리하려는 회사가 있다면 그에 대한 결과는 뻔한 것이다. 끝까지 마무리해 줄 수 있는 해결자로서의 VIP는 매우 중요한 존재다.

    일곱째, VIP가 해야 개선과 재발방지가 된다

    대부분의 기업은 위기발생 시 원칙으로 개선을 약속하고,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해 급한 불을 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약속은 실제로 지켜지지 않거나, 아주 일부만의 제스츄어로 마무리된다. 실제 그 약속이 지켜졌는지 지켜지지 않았는지가 확인되는 시기는 유사한 위기 상황이 재발하는 경우다. 그 때 가면 왜 지난 개선 및 재발방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가 하는 더 심각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일부 기업은 그런 경우에도 다시 개선과 재발방지를 강하게 약속하며 큰 불을 끄려 한다.

    국민들과의 약속이 있었다면 그 약속은 최초부터 VIP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의지를 관철하는 것도 VIP가 되어야 한다. VIP가 직접 그 약속 내용을 기억하며 개선과 재발방지 조치를 완성해 낼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도 존재한다. 일단 그 약속을 믿어보자 하는 국민들의 생각도 VIP를 보며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중요한 책무를 완성시킬 수 있고, 시켜야 하는 사람도 VIP다. 다른 사람이 리드 할 수 있는 얼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와 같이 VIP는 위기관리를 위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기업내 핵심 자산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과 전문가들은 위기 발생 시 해당 기업 VIP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한다. VIP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고, 그의 입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를 기대한다. 혹시나 직면한 위기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지, 숨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의 눈초리로 살핀다.

    위기관리가 잘 되면 사람들은 VIP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리드하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가진다. 반대로 위기관리가 잘 안되면 VIP가 적절한 역할을 해 주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비판한다. 결국 위기관리 성패에 있어 모든 사후 평가는 VIP가 홀로 지게 되는 것이다. VIP는 어떤 경우에도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로워지고 싶어 할수록 문제는 더욱 더 커지게 된다. VIP가 위기관리를 직접 리드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다.

  • 위기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흔한 오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 전반에 대해 기업 경영진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기업들에게는 어느 정도 공통적인 생각과 니즈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업 이슈나 위기에 대한 관리가 지속적으로 힘들고 어려워져 간다는 생각이 그 중 하나다. 예전에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이제는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제는 사업만 잘해서는 충분하지 않은 환경이 되었다는 공감대도 존재하는 것 같다. 세상 여론이 무섭고 두렵다 하는 경영진도 이전보다 많아졌다.

    그와 함께 기업 경영진이 보는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대한 공통적 오해도 발견된다. 대부분 오해는 그분들에게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학습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몇몇 실전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그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했더니 위기관리가 되더라 하는 것이다. 그중 일부는 인과관계에 의문이 생기는 경험담도 있고, 단순히 운이 좋아서 그런 대응이 통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케이스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기업 경영진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이슈관리 및 위기관리에 대한 중요한 오해에 대하여 정리해 본다. 많은 기업 경영진 대상 워크샵,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자문 등을 진행하면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를 그 때 그 때 정리해 모아 보았다. 과연 기업 경영진들은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오해하고 있을까?

    일선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중요하다?

    독자들께서도 자사의 기존 위기관리 강의나 워크샵 성격을 되돌아보면 좋겠다. 대부분 위기관리 교육은 직원들이 대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에게 지속적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대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여러 기업들에게 위기관리는 주로 일선직원들의 학습 과제로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절반만 맞는 반쪽의 오해다. 위기관리 마인드를 중심으로 보자면, 경영진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무엇 보다 우선이다. 경영진이 얼마나 강력한 위기관리 마인드와 민감성을 가지는가에 따라 위기 발생 빈도나 강도는 크게 변화한다. 경영진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면, 직원들은 그에 따라 위기관리 마인드를 억지로라도 갖추게 된다. 만약 직원들에게 위기관리 마인드가 전혀 없다 느껴진다면, 먼저 핵심 경영진의 위기관리 마인드와 그에 따른 노력을 살펴보아야 한다.

    직원들이 보고를 안 해서 위기관리가 어렵다?

    사실 위기는 경영진이 모여 앉으면 그 다음에 일어난다. (그 전에는 상황이 위기라 정의 조차 되지 않는다) 보고가 일부 잘못되었다고 해도 의사결정 단계에서는 좀더 나은 결론을 내 주어야 위기관리가 가능해 진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의사결정 단계에서의 주저함으로 인해 가장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의사결정에 참여한 경영진은 반복적으로 일선에 추가 보고를 요구한다. 중복된 보고를 두고 중복된 토론을 한다. 위기발생 후 일정 기간 동안 위기대응을 위해 모인 위기관리 위원회의 토론 내용을 보면 상당부분 중복되고 반복되는 상황정보 교환으로만 채워진다.

    의사결정을 기다리며 대응준비 하는 일선 팀장들은 애가 탄다.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동안에도 일선의 상황은 계속 변화한다. 지속 변화되는 상황을 보고하면 또 다시 의사결정에는 랙(지연현상)이 생긴다. 대표이사 같이 진전적인 앵커 역할을 하는 분이 나서면 결론이 나는데, 그 때까지는 혼돈의 시간만 계속되는 것이다. 제3자 컨설턴트 시각에서 보면 보고보다 의사결정의 지연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위기 요소다.

    침묵이나 무시도 위기관리다?

    침묵하거나 무시해서 이슈나 위기 상황이 마무리되는 케이스도 있기는 있다. 하지만, 침묵이나 무시가 언제나 유효한 대응 전략이 되지는 못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이슈나 위기에 대해서는 침묵이나 무시가 오히려 화를 부른다. 분명한 것은 전략적이고 준비된 대응이 디폴트(기본값)라는 원칙이다. 그 전략적이고 준비된 대응의 방식 속에 일부 침묵이나 무시 전략이 포함되는 것 뿐이다. 침묵이나 무시 전략을 실행하더라도, 언제든지 상황 변화에 따라 적극적 대응을 개시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완료하고 침묵 또는 무시해야 한다는 것 또한 중요한 원칙이다.

    그에 더해 침묵이나 무시 전략의 지속적 실행은 매우 어렵다는 것도 미리 이해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라는 조직은 수많은 구성원들과 그에 연결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모임이다. 이 수많은 입과 행동을 해당 기업이 완전하게 통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런 통제력을 완벽하게 발휘하지 못한다. 커뮤니케이션 창구 일원화 조차도 어려워한다. 자사는 침묵과 무시 전략을 택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여기저기 준비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 새어 나가 상황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침묵과 무시 전략이 쉽고 간편한 것은 절대 아니다.

    원점관리에 선례를 남기면 안된다?

    부정적인 이슈나 위기 상황을 장기화 하는 공격성을 지닌 사람이나 사람들을 원점이라고 부른다. 그런 경우 기업에서는 더 이상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 원점을 관리하려 한다. 그 원점을 만나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보상을 통해 더 이상의 공격성을 제어하려 시도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일부 경영진은 반론을 제기한다. “한번 그렇게 원점관리를 하면, 이후 그런 전례를 노려 더 다양한 원점이 등장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해야 하는가?” 질문하는 것이다. 이 경우 최고의사결정자는 말 그대로 미래 상황을 예상해 보고 원점관리를 주저하게 된다. 이번이 나쁜 전례가 되면 안 된다는 편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예상과 의사결정에는 아주 심각한 전제가 있다. 이번과 유사한 문제가 또 발생될 것이라는 전제다. 이번 결심을 통해 원점관리를 힘들게 했다면, 이후 이와 같은 상황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게 해야 하겠다는 결심도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될 것 같으니, 원점관리를 그렇게 전향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바람직한 이슈나 위기관리에 대한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으니 사후 위기관리가 중요하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영진이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다 방지할 수는 없다 이야기도 한다. 미연에 위기를 방지하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그 발생을 방지하는 것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일단 사후 위기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급해 하는 경영진도 있다.

    사전에 실행하는 위기관리의 종류에는 방지도 있겠지만, 완화라는 방식도 있다. 지연이라는 방식도 있다. 실제 위기가 발생되더라도 그 파괴력과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전적 방법이 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그러한 여러 사전적 대비를 다 해 본 후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것이 체념의 의미여서는 안 된다. 대비하여 준비하지 않고 사후 위기관리에만 운을 거는 것은, 아무 훈련이나 노력 없이 챔피언과의 복싱 매치를 위해 링 위에 오르는 모습과 같다. 사전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없다고 믿어야 한다.

    사전관리 비용이 아깝고 소모적이다?

    기업에서 내부적으로 운영하는 사전적 위기관리 예산은 얼마나 될까? 구체적으로 사전적 위기관리라는 항목의 예산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평시 교육 예산이나 각 부서의 운영 예산 속에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다. 사전 위기관리 예산을 설정하자고 하면 경영진은 그 예산을 통해 진행하는 업무인 교육과 훈련, 관리 시스템 구축, 매뉴얼 업데이트, 전담팀 운영, 시뮬레이션 실행 등이 상당히 소모적이라 지적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영진을 만나 본적도 있다. 10년에 한번 터질까 말까 하는 상황을 대비해 그렇게 조직을 장기간 운영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 질문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경영진이 비교 판단할 주제라고 본다. 일단 그러한 사전적 위기관리 예산과 노력이 부담이라면, 그런 사전 투자 없이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예상되는 부담의 규모도 산정해 상호 비교 해 보는 것이다. 사후 상황관리 비용, 커뮤니케이션 비용, 이해관계자 관리 비용, 대응 조직 운영 비용, 위기로 인한 사업적 영향과 부담, 이후 사업 진행 시 추가로 부여될 부담, 위기 대응을 위한 여러 자문 비용, 소송 대응 비용, 관련 임직원 일신상 비용, 상황 복구에 소요될 비용, 이후 중장기 기업 정상화 비용 등을 세부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산정 후 사후 위기관리 예산이 사전 위기관리 예산보다 훨씬 적고 덜 부담 스럽다면 사전 위기관리 예산을 편성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그런 경우는 이슈나 위기가 아니라 그저 해프닝인 상황일 것이다)

    처음 경험해 본 위기라 잘 못 대응 할 수도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란 없다. 자사에게 낯선 위기라 해도 조금만 눈을 들어 평소 관심을 가졌더라면 충분히 알 수 있던 위기였을 것이다. 아마 더 찾아보면 자사가 십 여년 전에 실제로 경험했던 위기였을 수도 있다.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자사 부정이슈나 위기 상황이 자사 경영진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상황을 바라보는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처음 경험해 본 위기라고 해도, 그 위기 자체가 낯설어서는 안 된다. 평시 전사적으로 얼마나 기업 이슈나 위기에 대한 민감성을 발휘해 왔는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에 낯섦이란 있어서는 안된다. 다른 회사의 문제가 우리에게도 똑같이 발생될 수 있을까? 우리는 저 회사보다 저런 위기에 대한 관리를 더 잘할 수 있을까? 잘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할까? 이런 사전적 논의는 필수적이다.

    공중 대부분은 이 논란이 의미 없다고 볼 것이다?

    기업의 부정이슈나 위기는 국민투표처럼 국민의 얼마가 인지하고 있는가, 그중 몇 퍼센티지의 국민이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는가 같은 방식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 문제가 발생되었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대상은 그 분유를 사서 아기들에게 먹이고 있는 아기 엄마와 아빠들이다. 그 외에 그 분유를 유통하는 유통처들과 거래처들, 그리고 정부의 규제 감독 기간 등이 중요한 이해관계 및 영향력자들이 된다.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추가적으로 많은 개입자들이 늘어난다. 일반적인 이슈나 위기에 공중 대부분이 분석의 모수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 주변의 그런 이해관계자와 영향력자들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이해가 있어야 이슈 및 위기관리는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 그들은 언제든 얼마든지 우리 회사에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성격의 그룹들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에서 분석해야 하는 여론이라는 것도 사실은 국민 여론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영향력자들의 인식과 의견이 중심이다. 국민 모두가 주목하고 부정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은 재앙이다.

    우리 경영진의 정무감각은 충분하다?

    최근 들어 기업에서는 경영진의 정무감각(또는 여론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니즈가 늘고 있다. 그런 일부 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에서는 경영진이 왜 정무감각이라는 것을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적다. 정무감각 자체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적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의 정무감각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워렌 버핏은 뉴스페이퍼 테스트라고 해서 “기업 경영진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내일 아침 신문에 그 결정 내용이 구체적으로 실려도 떳떳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사결정을 테스트하라” 조언한다. 이 이야기를 국내 일부 기업에서는 언론관계 중요성이나 언론을 관리해야 한다, 미디어를 이해하자는 식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워렌버핏의 이야기는 온전히 정무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매출에 큰 데미지가 없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이 또한 기업 부정 이슈나 위기 케이스에 대한 풍부한 돌아봄이 부족해 발생하는 흔한 오해다. 매출에 큰 데미지는 없었지만 또는 매출이 일시적으로 빠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슈나 위기로 인해 아주 중대한 데미지를 입은 국내 기업들은 찾아보면 꽤 많다.

    이후에도 상당한 후유증이 남아 계속해 여러모로 고생하는 기업 사례들도 흔하다. 위기관리 명언에 “지진으로 죽는 사람은 없지만,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때문에 죽는 사람은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시 매출이나 주가의 일시적 하락은 지진으로 인한 단순한 흔들림 현상일 뿐이다.

    준법만 하면 큰 문제는 없다?

    아직도 준법에 큰 관심이 없는 기업에게는 그러한 주장이 진일보한 주장일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제 기업에게 준법이란 경쟁력이나 자랑의 주제이기 보다는 그저 당연한 것이 되었다. 별 특이하거나 차별화된 포인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슈나 위기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사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후 시비를 가릴 법정에서나 주장할 메시지다. 여론의 법정에서 “준법했다”는 메시지는 너무나 당연해 메시지의 허비일 뿐이다.

    윤리적으로나 여론적으로 언제나 떳떳하다 이야기할 수 있어야 그나마 정상참작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 또한 정무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언제까지나 준법했으니 문제없다는 주장을 할 것인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진지하게 토론해 볼 필요가 있다.

    언론이 예전 같은 힘이 없다?

    그렇다면 최근 발생되는 기업의 부정 이슈나 위기는 대체 누가 발견하고 확산시키고 악화 시킨 것인가? 언론이 힘이 없다면 그 많은 소란과 논란 그리고 쟁점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서 막대한 정보 공유와 열람이 이루어지는 섹터는 어디인가? 언론이 없다면 온라인 커뮤니티나 메신저 정보방이 그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것일까?

    기업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은 힘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만나 본적이 없다. 평시에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분이 많은데, 신기하게도 실제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그런 주장은 사라진다. 왜 그런 현상이 발생될까? 언론 비즈니스나 신문지가 죽었다는 주장은 일견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언론은 죽지 않았다. 최근 미디어 환경에서 언론은 더욱 더 큰 파워를 가지게 되었고, 그 파워는 기업의 부정 이슈나 위기 시에 압도적 파괴력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 같이 일부 통제가능성도 이제는 무의미 해 졌을 정도의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오해들은 구체적으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대부분 경영진이 이해하게 되는 주제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 처럼 경영진이 평소 얼마나 기업 이슈나 위기관리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깊이 생각해 보고 살펴본 경영진들은 오해가 적다. 기업의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이슈나 위기에 대한 경영진의 오해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는 노력도 중요한 사전적 위기관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통제가능한 것에 집중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흔히 위기관리는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라는 말을 한다. 위기라는 것의 본래 특성이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위기가 발생된 이후에는 더욱 더 많은 불확실성을 끌어 들이며 덩치를 키우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기업 스스로로 많은 불확실성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런 의사결정으로 매우 다양한 불확실성들을 관리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위기관리 같다. 불확실성에 기반하여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을 불확실한 정보에 의지해 의사결정하여 결국 다양한 불확실성을 잡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해 보인다. 일부에서 위기관리를 운칠기삼이라 이야기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기업이 위기관리 노력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확실한 환경과 기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첫 단추가 된다. 가끔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하여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실무자들에게 “왜 그렇게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가?”라고 질문하는 VIP를 본다. 이는 VIP가 위기관리를 마치 규정되어 있는 스텝에 서로 발을 맞추는 ‘춤’과 같은 것으로 상상하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제대로 스텝을 밟고 있는데, 많은 변수들이 그 스텝에 따라 움직여주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는 이유다.

    위기관리는 그런 규정된 스텝에 발을 맞추는 춤이라기 보다는, 수많은 변수와 운이 섞여 있는 포커게임과 같다. 지속해서 변수들이 생겨나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변화가 석여 다시 변수로 작용되는 포커게임이다. 나만 혼자 규정에 맞추어 위기대응을 한다고 무조건 효과를 발휘하거나 문제가 해결되어 버린다는 약속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위기관리는 이제 운에만 의지하면서 대응이 잘되기만 기도해야 하는 것일까? 사전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되지 않도록 바라고 기도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일까? 포커게임처럼 두둑한 배짱이 큰 밑천이 된다는 의미일까? 운이 좋은 회사였으니, 앞으로도 운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야 할까?

    불확실성과 싸우는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대응 방식의 핵심은 통제가능성(controllable)과 통제불가능성(uncontrollable)을 신속하게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제가능성 기반 대상에 대한 오해와 통제불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번째, 직원들은 통제불가능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로 통제가능성에 해당하는 대상으로 직원을 꼽는다. 직원은 우리 회사에 속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충분히 통제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에도 그 통제가능해 보이는 직원들은 완전하게 제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위기발생 시 직원들은 통제가능성에 위치하는 대상이 아니다. 통제불가능성에 위치한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한 시각이다. 최근 들어 그러한 직원들에 대한 통제불가능성은 더욱 더 커져간다.

    회사의 공식입장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직원들이 계속 생겨났다. 블라인드나 소셜미디어에 회사의 위기관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쏟아낸다. 회사는 그로 인해 다시 더 어려운 위기관리 과제를 떠맡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반복된다. 직원들이 통제가능성 위치에 있다는 전제는 이미 현실과 맞지 않는 상상일 뿐이다. (노조는 이미 통제불가능성에 위치한다)

    그렇다고 직원들을 모두 통제불가능한 대상으로 묶어 놓는다면, 위기관리를 해야 할 주체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평시 직원들을 통제불가능한 대상으로 전제하고 그 직원들을 철저하게 훈련해야 한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 및 훈련 기회의 제공을 통해 통제불가능한 직원들을 통제가능한 위치로 상당수 이동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 또한 위기관리다.

    두번째, 언론은 통제불가능하다. 온라인은 더욱 더 그렇다.

    아주 예전에는 언론을 통제가능하다 생각하는 대기업이 있었다. 매체수가 지금보다 적고 단순했던 시절에는 어느 정도 가능했던 이야기다. 그러나 현재 언론을 통제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될 만큼 환경이 바뀌었다.

    온라인 여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던 시절도 있었다 다양한 기술과 기법으로 온라인상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주장은 일반인들에게도 통하지 않는 비상식이 되었다. 언론과 온라인 여론은 가장 정확하게 통제불가능성에 위치한 대상이다. 그 전제는 앞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언론과 온라인 여론을 그냥 통제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하여 관리 노력을 포기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위기관리에 있어 중요하게 개념을 분류해야 하는 것이 있다. 위기가 발생한 상황에 기업이 ‘반응’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대응’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개념의 분류다. 언론과 온라인 여론에는 ‘대응’하는 것이 맞다. 여기에서 대응이란 깊은 분석과 고민을 통해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극에 대한 반사작용과 같은 반응에는 깊은 분석과 고민이 없다.

    세번째, 정부부처와 정치권은 통제불가능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목격되는 막후에서의 담판과 같은 일은 그리 흔하거나 상식적인 것이 아니다. 물론 위기 시 그러한 모종의 협의 과정을 거치는 일부 기업들도 있을 수는 있다.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가 위기관리를 할 때 모르는 것을 아는 것과 같이 생각해서 의지할 수는 없다.

    정부부처와 정치권은 철저하게 여론을 따라 움직이는 법이다. 그들은 그것을 정무감각이라고 한다. 특정 기업이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위기관리를 하고 있을 때 나서서 그 여론에 반하는 지원을 해 줄 정부부처나 정치권은 없다. 평소 좋은 일로 여론의 호감을 받을 때에는 지원을 약속하는 곳들이 많았어도 부정적인 상황에 기업이 처했을 때는 그런 약속을 동일하게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업은 위기 시 그들로부터는 어떠한 지원도 기대하지 말아야 할까?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일까? 그렇지 않다. 기업은 그들로 부터 좀더 넓고 깊은 정무감각을 배울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여론을 관리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열쇠를 얻을 수 있다. 위기관리에서 대관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가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단순하게 그들을 안정시키고 적대성을 관리하고 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들이 기업의 전략에 공감하며 정무감각에 기반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환경을 선제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네번째, 시민단체, 환경단체, 비정부기관등도 통제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정치단체다. 앞에서 이야기한 정규 정치단체들 보다 훨씬 선명성이 강하기 때문에 통제가능한 여지는 더욱 좁다. 실제 기업이 위기를 경험하면 가장 공격성 짙게 다가오는 부류가 이들이다. 이들을 통제가능하다고 보는 기업은 없다.

    대부분의 위기관리에서 기업은 이들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선택을 한다. 절대 통제불가능하므로 통제시도 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명분의 싸움에서 기업이 승리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기업이 명분 없는 부정적 상황에 처했더라도 신속하게 입장을 바꾸고 조치를 취해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명분을 먼저 쟁취하는 것이다. 그들이 기존에 가지는 명분보다 상대적으로 큰 명분을 취해 강조하는 것이 나은 대응이다. 그것이 그나마 그들이 아닌, 그들의 ‘영향력’을 통제가능하게 하는 전략이 된다.

    다섯번째, 주주와 투자자들도 통제불가능하다.

    주주와 투자자들이 우리 기업을 언제까지나 믿고 지원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투자자의 입장에서 초기에는 우리의 위기관리를 믿고 지원해 주기는 할 것이라 볼 수는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초기’라는 기간이다. 부정적 위기가 발생되어 투자자들이 대규모의 손실을 입고 문제가 장기화되어 가면 갈수록 투자자들은 통제불가능한 위치로 대거 이동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에서 위기관리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라는 주문을 한다.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 하고 단기화하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큰 위기관리 의미가 될 수 도 있다. 기업이 그렇지 못한 경우 주주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든 위기관리의 전반을 점검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을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 기업 경영진으로서는 아주 직접적인 통제불가능성이자 위기인 셈이다.

    여섯번째, 거래처와 파트너사들도 통제불가능하다.

    수십년간 관계를 맺어온 거래처와 파트너사들은 평시에는 우리 기업을 응원하고 지원한다. 오랫동안 거친 파도를 함께 헤쳐 나왔다며 우리는 한팀이라 생각하는 관계도 분명 존재한다. 서로가 어려울 때 돕고 힘을 모아 실제 문제를 해결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기업이 위기대응을 하는 환경에서 거래처와 파트너사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점점 고민하게 된다. 자칫 자사가 문제의 기업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하게 될 수도 있다. 심지어 그런 정보가 공개되어 공중으로부터 대대적 공격을 받게 된 경우도 생겨났다.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주체가 아니었는데, 이내 위기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그런 경우 그들을 계속 통제가능하다 볼 수는 없다. 그들 내부에도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최초 위기관리를 기업이 제대로 해내지 못해 그 피해와 영향이 거래처와 파트너사에게 까지 미치게 되면 그들은 언젠가 통제불가능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 스스로도 통제하기 어려워하는 그들의 노조나 직원들이라도 우리 기업에게 공격성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일곱번쨰, 통제가능한 대상(플레이어)은 없다. 하나도 없다.

    이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그 다음으로의 진전이 가능하게 된다. 평소 통제가능하다 또는 통제가능할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하던 습관을 빨리 버려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주변 대상은 모두 통제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해야 최대한 통제가능한 주제를 위해 관심과 투자를 집중하게 된다. 일부라도 가능할 통제 방법을 찾게 된다. 최소한 통제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대상에게서 배신감과 실망감이라도 느끼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통제가능한 것을 꼽으라면 그것은 ‘메시지’다. 기업 내부에서 잘 합의된 메시지는 위기관리에서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통제가능한 주제이자 대상이다. 여러 의사결정자들이 함께 모여 현 상황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을 찾아 그에 집중한 메시지를 뽑아 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훌륭하게 마련된 메시지는 위기 시 여론을 바꾼다. 최소한 여론에 영향을 준다.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에서 통제불가능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통제하려 애쓰는 것 보다 유일하게 통제가능한 메시지를 통해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려 노력하는 것이 좀더 나은 위기관리다.

    강력한 메시지는 통제불가능했던 이해관계자들을 통제가능한 위치로 이동시키는 위력 또한 발휘한다. 적절한 메시지는 해당 기업의 위기에 관심 없던 공중들까지도 움직인다. 여론에 분명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전략적 위기관리란 전략적 메시지를 빼고는 의미가 성립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통제가능한 메시지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며 좀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건전한 언론관에 대하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을 대표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내 핵심 구성원을 위해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해 보면 아주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기업 오너, 대표, 임원 중에는 언론을 무조건 피하는 분도 있고, 반면에 언론과 친해 가까이 지내는 분도 있다. 언론을 쉽고 만만하게 보는 분도 있는 반면 언론을 아주 불편 해 하며 두려워하는 분도 있다.

    사실 어느 한쪽 성향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 있어 바람직하다 이야기하긴 어렵다. 일부 임원은 언론과 자신의 관계를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 만큼 대언론 자세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현장에서는 언론을 두려워하는 핵심 인력의 생존율이 차라리 더 높아 보인다. 그들이 실행하는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이 개인적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화자가 몸을 사려 조심해 말 하는 자세가 보다 안전한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언론을 쉽고 만만하게 보는 핵심 인력은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심하게 언론에게 피해를 입고는 한다. 믿었던 언론 또는 기자가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하며 어처구니없어 할 경우가 생겨 버리는 것이다. 우습게 여기던 언론에게 당해 오히려 자신이 우습게 되어 버리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거다.

    이렇게 언론이 대해 잘 못 생각하는 기업의 핵심 인력은 공통적으로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까? 왜 그들은 언론과 기자를 자기 뜻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그들은 언론을 일반 기업이라 생각한다. 기자도 그 기업의 단순 종업원 또는 직원이라 본다.

    거래처와 거래처 사람들로 간주하는 것이다. 우리가 저 신문사에 해마다 이렇게 많은 광고 협찬을 제공하고 있는데, 기자를 얼마나 접대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종종 쉽게 한다.

    평소에는 몰라도 부정적 상황에서는 그런 언론과 기자들이 자사를 좀 도와주어야 하지 않는가 묻기도 한다. 자사에 대한 그들의 부정기사에 분을 참지 못한다. 그들이 상도의도 없고, 의리도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분명히 잘못된 언론관이다. 광고 협찬 그리고 접대가 기업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자신이 잘 될 때 관계 맺은 기억으로만 언론을 대한다.

    성공 가도에 있는 회사나 리더에게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친절한 것 같아 보인다. 아주 큰 회사에서 고위 임원 기간을 보냈거나, 대대로 튼튼한 회사를 물려 받은 핵심 인력의 눈에는 언론과 기자가 순하고 착해만 보인다.

    그런 좋고 편안한 관계가 영원할 것으로 믿는 거다. 평소에는 일정한 예의를 차라고 웃기만 하던 기자가 갑자기 회사나 자신에 대한 부정기사를 쓰게 되면 그 핵심 인사는 극심한 인지부조화를 경험한다.

    일부는 자신이 이제 잘 안되고 있으니 언론과 기자가 배신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더 이상 자신에게 얻을 것이 없으니 손절 한 것이 틀림없다 상상한다.

    그러나, 자신이 성공했을 때의 추억이 영원하리라 했던 것이 문제 원인이 아닌가. 언론은 항상 옆에서 박수만 쳐주는 것이 본업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했다.

    셋째, 어떻게 든 언론은 통제 가능 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인맥을 자랑하며 신문사 오너 형님(?)을 언급하기도 한다. 부정적 취재를 나온 피디 앞에서 방송사 사장에게 전화를 거는 기업 대표도 있다.

    언론이건 기자건 자신의 인맥과 영향력으로 통제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부정적 논란의 중심에 처해 급격하게 고립되는 취재원이 되면 환경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연락을 피하거나 난처 해 하는 언론 인맥에게 섭섭 해 한다. 평소에는 어렵지 않게 받아 보던 기사나 보도 관련 정보도 여의치 않게 되니 패닉에 빠진다.

    원래부터 언론과 기자는 통제 불가능한 대상이다.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만 특별히 예외라고 여겼던 것이 문제였다. 통제 불가능성을 전제로 구성된 대응 시스템과 그런 전제 없이 꿈꾼 대응 시스템간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넷째, 다른 지인들 이야기 또는 들은 이야기로 언론을 상상한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이 기자를 다루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려 한다. 어떤 정치인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기자에게 막말을 할 때도 있다. 훈계나 호통을 치기도 한다. 종종 있는 그대로의 말을 언론 앞에서 쏟아 내기도 한다. 일부 기업내 핵심 인력은 그렇게 언론을 다루는 것이 멋지고 속 시원 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기업 대표로 연기하는 주인공이 회사에 부정 기사가 실릴 것이라는 보고를 받으면 소리치는 대사를 기억하는 기업 경영진도 있다. “모든 기사 다 막아! 한 줄도 못 나가게 해!”

    그냥 재미로 그 상황을 감상만 하면 좋은데, 그런 환경을 실제와 혼동하니 문제다.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을 따라하는 기업 커뮤니케이터 만큼 회사를 위태롭게 만드는 사람이 없다. 다름을 이해하고 경계해야 안전하다.

    다섯째, 실제로 치열하게 언론을 대해 본 경험이 적다.

    언론에게 데어 본적이 없다. 반면 한 두 번 세게 대어 본 VIP는 달라진다. 일선에서 매일 기자와 씨름 하는 홍보 임원은 상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으로 문제를 발생시키는 확률이 적다. 그 이전 오랜 기간 기자의 취재에 맞서며 다양한 아픔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에도 놀란다는 말 딱 그대로다.

    언론을 어설프게 알고, 그들에게 큰 상처를 아직 받아보지 못한 인력이 부주의하게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문제를 발생시킨다. 특히 경영진에게는 경험을 능가하는 위기관리 자산이 없다. 일부러 아픈 경험을 시도해 보라는 의미가 아니다. 경험 많은 사내 홍보실의 조언을 들어 보라는 이야기다.

    여섯째, 원래부터 언론에 관심이 적다.

    낯설어 하는 거다. 또는 막연히 엉터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상대를 그렇게 모르고 대응 할 때 생겨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는데 모르면 백전백태가 된다. 매번 위태롭게 되는 셈이다.

    상대를 제대로 모르면 실제보다 두려워하게 된다. 반대로 실제보다 상대를 무시 하기도 한다. 정확히 언론과 기자를 이해하기만 하면 넘침이나 모자람은 없어진다.

    그래서 많은 기업 경영진이 미디어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언론이나 기자를 그렇게 공부해서 뭐하냐는 질문을 하는 경영진도 있다. 건전한 언론관과 공중관 그리고 기업이 가져야 할 균형 잡힌 정무감각은 기업 경영에 큰 자산이다. 이슈나 위기관리 차원에서도 그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은 없다.

    일곱째, 맞서서 싸우고 다투면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불만스러운 언론과 기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계속한다. 사실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언론사나 기자를 대상으로 소송전을 벌이는 것을 거북 해 한다. 그들이 왜 그럴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구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송을 언론이나 기자를 통제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영진도 존재한다. 하지만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중요한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언론과 기자에 대해 소송하고 맞서 싸워 얻는 회사측의 실익은 생각보다 매우 적다.

    수년 간에 걸쳐 받아 낸 판결도 회사에 대한 공중의 부정적 기억을 해소해 주지는 못한다. 검증된 전문가들의 가장 공통적 조언은 언론과 기자에게 맞서기 이전에 할 수 있는 모든 해결 노력을 쏟아 부으라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전략적 고민을 정무감각에 더해 최선을 다하라는 것 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언론과 기자는 다투어 싸울 대상이 아니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에게는 정확한 언론관과 건전한 정무감각이 필수인 환경이 되었다. 구태적 언론관과 개인기로는 최근의 문제를 풀기 더욱 어렵게 되었다.

    합리적 대응과 전략적 메시징이 강조되는 시대다. 주변 그 어떤 것도 통제 가능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사 경영진과 직원도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해진지 오래다. 외부 대상을 감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는 큰 착각이다.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 적시에 해 내는 위기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기반인 언론관, 공중관, 정무감각이야 말로 성공적 기업 경영과 위기관리를 위한 필수 토양이라고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언론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 보자.

  • 성공적 CEO를 위한 위기관리 십계명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나 정부나 각종 기관 공히 마찬가지다. 위기가 발생되면 그 위기 발생에 대한 책임 보다는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더욱 중요 해 진다. 그렇기 때문에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책임자는 위기관리를 경영활동에 있어 높은 우선순위로 둔다.

    어쩔 수 없이 발생된 위기라도 CEO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해 내면 그의 경영 역량은 높이 평가받는다. 반면 어처구니없는 위기인데도 CEO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해 내지 못하면 그는 사회적 비웃음만 받게 된다. 기업의 위기가 딱히 기업 자체에게만 위기가 아닌 셈이다.

    임원이나 직원들은 심각한 위기가 회사에 발생되어도, 그 회사를 떠나버리면 그만이다.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더라도, 새로 옮긴 회사에서 그에 대해 기억하거나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그러나 CEO는 다르다.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해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CEO는 다른 새로운 기회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실제로도 우리 역사를 보면 국가적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는 데 실패 해 권력을 내놓아야만 했던 불행한 케이스이 있다. 그 외에도 기업의 위기관리가 실패해 그에 대한 책임을 졌던 CEO들은 그보다 훨씬 수가 많다. 심지어 위기의 중심에 서서 위기를 촉발시킨 이후 경영권을 상실하거나, 큰 후폭풍을 경험한 기업 오너들도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기업 내부에서 그 누구보다도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CEO다. 예기치 못했던 위기가 발생되면 최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위기를 관리해 내기 위해 지속 연습하고 실행하는 사람도 CEO다. 시종일관 위기관리 전반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 성패에 따라 자신의 역랑과 입지를 인정받게 되는 사람들도 CEO다. 그렇다면, 성공적 CEO가 꼭 지켜내는 위기관리 핵심 원칙은 무엇일까? 크게 열 가지로 추려 보자.

    첫째, 문제 해결자가 되자

    CEO는 문제 유발자(Problem maker)가 되지 말고, 문제 해결자(Problem solver)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주 상식적인 경영원칙이다. 문제는 그 원칙을 지켜내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CEO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위기관리 관점으로 기준을 세워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CEO가 문제 유발자가 되어 발생시킨 위기는 관리 예후가 대부분 좋지 않다. 좋지 않은 수준을 넘어 재앙적인 수준으로 결론이 난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도 가장 주목하고 강한 비판을 가하는 위기 유형이 CEO가 발생시킨 위기다. 자신이 문제 유발자가 돼 버린 위기 시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위기관리가 극히 제한된다. 조직을 움직이기도 어렵다. 당연히 데미지컨트롤은 더욱 더 불가능 해 진다. 진정한 문제 해결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과 관련된 문제는 민감하게 경계해야 한다.

    둘째, 위기관리는 CEO가 하는 것이라 생각하자

    일단 사내 위기관리 교육이나 훈련 그리고 시뮬레이션 할 것 없이 CEO가 가장 먼저 그리고 나중까지 참여해야 한다. CEO가 사내에서 위기에 대하여 그리고 위기관리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고 주변 임직원들에게 질문할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질문의 요지는 딱 하나다. “만약에?(Wat if?)”라는 질문을 종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경쟁사를 비롯한 여러 업계 기업들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이슈나 위기 유형을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에 대해 계속해 사내 임직원들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만약에 우리라면? 만약 우리에게 저런 위기가 발생된다면?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이 회사 위기관리 조직을 움직인다.

    셋째, 평상시 CEO의 위기관리 철학을 반복해 커뮤니케이션 하자

    위기가 발생된 다음 왜 임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지 한탄해서는 안 된다. 평소에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CEO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여러 임직원에게 반복해 커뮤니케이션 해 놓아야 한다. 예로 고객 관련된 위기 유형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그 모든 유형에 대해 평소 CEO가 반복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위기관리 철학은 “어떤 유형이든 고객이 이로운 방향으로 신속히 해결하자”일 수 있다.

    이런 CEO 철학이 임직원들에게 골고루 이해되고 있다면, 고객과 관련한 위기는 실제 발생되더라도 초기 대응에 있어 정확성과 신속성을 띄게 된다. 지휘관의 의도(Commander’s intent)를 딱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문제 해결 방식을 일선에서 결정할 수 있게 권한이양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하는 지시보다, 평시에 커뮤니케이션 하자.

    넷째, CEO 스스로 민감성을 극대화하자

    ‘자신이 결정한 내용이 내일 아침 신문 기사에 그대로 실려도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항상 여론과 사회적 책임에 주목하며 경영적 의사결정을 하라는 의미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사전적 위기관리 방식이기 때문이다. 위기가 일단 발생되면, 위기 발생 이전으로 현실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 해 진다. 위기관리 중 가장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위기관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CEO가 스스로 가장 민감해야 한다. 물론 그의 민감성은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에 공유되어야 한다. 일부 경영진은 CEO가 너무 민감해서 피곤하다는 푸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항상 살피고, 조심스럽고, 떳떳하려 애쓰는 모습은 직원들에게 아무리 보여주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실제로 위기 유형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기업들이 위기관리는 잘한다. 무뎌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다섯째, 잘된 위기관리 매뉴얼보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에 욕심을 내자

    위기는 사람이 발생시킨다.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그 위기를 키우는 것도 사람들이다. 그에 맞서 위기를 관리해 내는 것도 사람들이다. 더욱 정확히는 자사의 위기관리팀이다. CEO의 위기관리 철학과 전략을 그대로 받아 실행해 내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각 실무팀이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마크 해 낸다. 홍보실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창구가 회사를 대변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해 낸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두꺼운 서류책이 위기를 관리하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고 매뉴얼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은 부단하게 훈련받은 팀이다. 그 훈련의 기조와 프로세스는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의 같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위기관리팀에 투자하는 CEO가 되자.

    여섯째, 사회적 여론과 이해관계자들을 존중하자

    경영을 하면서 CEO는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맺고, 상호간 이익을 주고받고 하며 성장해 왔을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아 어느 한 이해관계자도 의미 없는 경우가 없다. 위기가 발생되면 그들의 이해관계와 영향력은 극대화된다. 폭발적으로 일희일비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친근했던 이해관계자가 낯설게 느껴지게 된다.

    그런 경우일수록 더욱 더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문제의 핵심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방향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이해관계자를 잘 알고 주목하는 CEO가 문제 해결을 쉽게 한다. 이해관계자와 반목하는 CEO는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그들을 존경까지는 하지 못해도 존중은 해보자. 그래야 산다.

    일곱째, 위기관리는 과감하게 하자

    과감하게 문제를 해결해 버린 CEO는 이후 언론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해당 위기는 일단 발생된 것이다. 그에 대한 대응과 관리 방식은 그 위기의 규모나 영향을 압도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겨우 자사의 위기관리 노력이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의 눈에 띄게 된다. 일부에서는 회사는 위기인데 CEO가 스타가 되려 한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하다.

    그래도 최대한 과감한 위기관리 방식에 베팅하는 것이 좋다. 사과를 해도 대대적으로 한 번에 끝내자. 기업도 살고 CEO도 산다. CEO가 결정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응 방식을 항상 고민해 보자. 우물쭈물, 스리 슬쩍, 좌고우면 등의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 빠르고 과감한 대응에 이길 여론은 없다.

    여덟째, CEO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귀 기울이자

    내외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의 의견을 계속 물고 들으며 커뮤니케이션을 신중하게 실행하자. CEO가 신속하게 나서서 커뮤니케이션 해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CEO가 성급하게 나서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CEO의 가시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가야 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처음부터 선을 그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수많은 경우의 수와 변수들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며, 많은 경험을 가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과 내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의 의견에 CEO는 의지해야 한다. 성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없는 상황관리는 실패한 위기관리로 기억된다. 위기 시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귀 기울여가며 커뮤니케이션 해낼 수 있어야 산다.

    아홉째, 모든 책임은 CEO가 진다는 믿음을 주자

    위기가 발생되면 기업 구성원들은 누구나 자신과 관련 된 위기관리를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기 자신에게 피해가 갈 것이 예상되면 회사를 위한 위기관리에는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성원이 각자도생으로 맞서게 되면 될수록 회사의 위기관리는 실패의 길을 가게 된다.

    이런 부정적인 환경을 방지하기 위해 CEO는 해당 위기관리 전반에 대한 책임을 나서서 지며 강조해 주어야 한다. 위기관리를 위해 투입되는 인력, 예산, 프로세스, 컴플라이언스 등에 대해 최대한 리더십을 발휘해 해결 해 주어야 한다. 마음 편하게 위기관리에 전심 다할 수 있는 임직원의 애사심은 그런 CEO 아래에서 발휘된다. 사후에도 일선에게 책임을 묻는 조치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마지막, 신뢰를 지키자

    CEO가 위기관리를 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해 약속한 내용은 뭐든 지켜내야 한다. 제대로 약속을 지켜내 그 결과를 추후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신뢰를 얻게 된다. 임기응변이나 모면 중심의 약속이 아니었다는 확신을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주어야 한다. 그래야 CEO의 경영 역량이 다시 빛을 낸다.

    같거나 유사한 위기를 계속 반복하는 기업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그런 기업은 CEO가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유사한 위기가 재발되는 것이다. 지키지 않은 약속이 그대로 위기로 다시 드러나게 되면, 그 다음 위기는 어떻게 해도 성공시키기 어려워진다. 계속해서 악순환만 반복된다. 약속을 지켜 신뢰를 얻는 것이야 말로 궁극적인 위기관리다.

    이상은 CEO가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명심해야 하는 위기관리 원칙이다. 흔히 일부 전문가들이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자사의 위기 시 기회를 얻는 곳은 경쟁사뿐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더구나 한국과 같은 기업 경쟁 구도에서는 경쟁사가 큰 실수를 해 주면 자사는 반사이익을 얻는 형국이 된다. 어처구니없는 자사의 실수를 민감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CEO로서 어쩔 수 없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은 그렇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단, 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장기간 부끄러워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CEO는 이 결과를 두려워해야 한다. 두려운 만큼 더욱 더 적극적으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을 다듬고, 연습하고, 훈련하고, 시뮬레이션 해 나가면서 우수한 위기관리팀에 투자해야 한다. 회사를 위하는 것이 곧 자신을 위하는 것이다.

  •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한 임원의 일곱가지 실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를 최고 경영진이 해야 한다는 의미는 경영진이 현장에서 일선을 제치고 위기 대응 활동을 직접 실행하며 다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연히 실제 위기 대응 활동은 일선 실무자들이 한다. 경영진이 해야 하는 것은 그 실무자들을 위한 대응 방향 설정, 의사결정, 지원, 통합적 관제 역할이 핵심이다. 각자의 역할이 혼동되어서는 성공적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위기가 발생한 기업에 들어가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영진들은 실무자들이 너무 수동적이고 느리고 답답하다는 불만을 이야기한다. 관심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그들만’ 교육하고 훈련하려 평소 애쓰기도 한다.

    반대로 실무자들은 위기 시 경영진의 우유부단함에 큰 불만을 제기한다. 일부는 임원들이 너무 현실과 동 떨어진 대응 지시를 해 골치 아프다 하기도 한다. 경영진이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주저하고, 지원 대신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 실무자들은 자신이 현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현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왜 해야 하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해야 하며, 누구를 대상으로 언제까지 해 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뿐이다.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실무자들이 임원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질문해 오면 그에 적절한 결정과 함께 우리가 실무자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좋다. 통합적 관제를 해 가면서 안되는 것을 어떻게 든 되게 지원하고,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

    이번 편에서는 실무자 그룹들이 임원들에게 원하는 위기 시 실천 항목을 크게 7개로 뽑아 정리해 본다. 실무자들은 위기 시 임원들이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을까?

    첫째, 제발 빨리 마주 앉아 주세요.

    일선에서 팀장에게 문제 발생을 보고 한다. 팀장은 사내 메신저로 임원에게 보고한다. 해당 임원은 보고 받은 사실을 기반으로 관련 임원들에게 문제 발생 사실을 공유한다. 그 중 최고 임원이 사실관계를 좀더 정리해 부사장에게 보고 한다. 부사장도 추가적으로 확인할 내용을 정리해 대표이사에게 보고한다. 대표이사는 좀더 큰 의사결정을 위해 회장에게 보고한다. 이 프로세스를 한번 상상해 보자. 이 프로세스가 완결되어 다시 최초 실무자에게 대응 지시로 돌아오는 기간 까지는 대체 얼마나 소요가 될까?

    위기 발생 시 담당 임원과 대표이사 비서와의 대화를 가상해 보자.

    “대표님께 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 급하게 대표님을 좀 뵐 수 있을까요.”

    “저 상무님 지금 대표님 중요한 회의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제 대표님 회의가 끝나셨나요?”

    “아…상무님, 지금 대표님 회의는 끝나셨는데. 해외와 컨퍼런스 콜 하고 계세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대표님 컨퍼런스 콜이 이제는 끝나셨나요?”

    “상무님, 죄송해요. 제가 보고는 드렸는데, 지금 화장실 가셨습니다. 조금만…”

    “대표님 돌아오셨나요?”

    “상무님…방금 전 외출하신다고 나가셨습니다. 직접 휴대폰으로 연락해 보시지요.”

    이런 식으로 현실에서는 길고 긴 시간이 보고 대기 행위로 소모된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 하기 위해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최고 의사결정자들과 위기관리팀 구성원이 한자리에 신속히 마주 앉으라”는 조언을 한다. 실무진들이 원하는 임원들의 실행 가장 첫번째도 그것이다.

    모두 한꺼번에 한자리에 모여 한 번에 상황을 브리핑하고, 추가 질문과 확인을 진행하며, 신속한 의사결정에 대한 합의를 끝내 달라는 요청이다. 그래야 일선에서도 빨리 대응해서 문제를 관리해 나갈 수 있게 되니 하는 말이다.

    두번째, 의사결정 좀 빨리 해 주세요.

    실패하는 위기관리에는 항상 반복되는 메시지와 평가가 있다. “처음 겪는 사고라 경황이 없었다” “늦어진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때 늦은 사과” “늑장 대응” 이런 것들에 우리는 익숙하다. 가끔 그런 회사 사람들은 “우리도 최대한 빨리 한 건데, 그걸 가지고 늑장 대응이라고 하다니 정말 억울하다”며 하소연한다. 빠른 대응과 느린 대응을 나누는 기준은 대체 뭐냐 질문한다.

    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는 신속함이 그 기준이다. 우리가 중심이 아니라 주변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라는 하소연은 절대 기준이 아니다. 헷갈리지 말자.

    의사결정은 그래서 더더욱 빛의 속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결정이 빨라 모든 대응 준비를 하고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대응 패턴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대응 준비를 해 놓았는데도 어떤 의사결정이 언제 이루어질지 몰라 모든 일선이 괴로운 게 현실이다. 일선에서는 위기관리가 기다림의 인내에 기반한다며 자조한다. 장시간 대기하며 상부의 의사결정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의사결정은 최대한 빨라야 한다.

    세번째, 잡기술에 관심 같지 말아 주세요

    임원들이 위기 시 자꾸 정석 대응 보다는 신기한 비밀 기술을 언급하며 일선에게 정상적이지 않은 대응을 주문하는 경우 일선은 크게 힘들어진다. 이런 경우 임원들은 “대응할 아이디어가 없나?” “뭐든 해야 하지 않을까?”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뭘 까?”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정해진 대응이라는 것은 명확한데, 그것 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것 같다.

    밀어내기를 할까? 물타기는 어때? 하드를 OOO을 가지고 다 지워 버리자. 단톡방을 폭파해야 한다. 서류와 자료들을 직원 개인 차량으로 운반해라. 해당 기관에 빨대를 꼽아 놓아라. 엘리베이터를 중지 시키고, 관계 기관 사람들의 진입 시도를 최대한 끌며 방어해라. 가능하다면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 영장을 복사한다고 하면서 시간을 끌어라. 여러 디테일 한 기술들을 언급하며 모두가 한마디씩 거드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결론적으로 이러한 자잘한 기술들은 정해진 정석의 대응을 진행한 후에 고민하거나 이내 생략해도 된다. 그와 같은 기술을 가지고 그것이 곧 위기관리라 착각하면 안 된다. 일선에서는 그런 자잘한 기술에 자신의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 그것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가? 이 질문이 대응 전반의 결정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네번째, 정상적 이해관계자관을 수립해 놓아주세요

    만약 임원들이 언론을 극히 싫어 하거나 규제기관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그건 언젠가 문제가 된다. 소비자들을 폄하하거나, 시민단체와 국회를 우습게 안다면 더 큰 문제다. 거래처, 공장 주변 커뮤니티, 직원들과 그 가족들 어느 누구 하나도 정상적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된다.

    평소 임원들이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자를 바라보는 시각, 대하는 자세, 관련한 깊은 고민이 정상화되어 있어야 위기 시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 해 진다. 물론 그와 같은 정상적 이해관계자관은 임원은 물론 일선에도 똑같이 공유되어 있어야 한다. 같은 이해관계자관을 전사 구성원들이 정상적으로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해관계자들을 존경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존중하는 습관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위기 시 모든 문제를 푸는 가장 훌륭한 열쇠가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위기를 위기라 부르지 않으면 그것은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회사의 위기대응 방식에 공감하고 칭찬한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한 것이 된다. 나아가서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생겨난다. 그런 이해관계자를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임원들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한다.

    다섯 번째, 코디네이터와 컨트롤타워 역할에 주목해 주세요.

    기억해 보자. 국가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모든 언론의 공통된 평가와 주된 지적은 무언가? 바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비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일선 실무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현재 누가 이 위기관리 전반을 관제하고 있는가?”다. 위기 시 컨트롤타워가 어디에 있고, 누가 컨트롤타워의 핵심인가 하는 것을 일선은 계속 궁금 해 한다.

    컨트롤타워의 역할은 ‘하게 하고, 되게 만드는 것’이다. 일선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 어려움을 풀어주는 것이 컨트롤타워의 역할이다. 대응을 주저하는 일선 부서가 있다면 그 부서로 하여금 대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역할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의미는 강제로 그것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게끔 지원해 주라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

    어떤 대응 분야에 혹시 빈틈이 존재하는지를 모니터링 해 가며 확인하는 것도 컨트롤 타워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미 실행한 대응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반응을 센싱하는 것도 컨트롤타워의 임무다. 다음 추가 대응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컨트롤타워 없는 위기관리는 머리 없이 움직이는 몸뚱이와 다를 게 없다. 반대로 정해진 컨트롤타워 없이 임원 개개인이 대응을 지시하는 체계는 마치 머리가 여럿 달린 몸을 떠올리게 한다.

    여섯 번째, 멀리 보며 순리를 따져 주세요

    임원이 일희일비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조급함을 신속함과 혼동해서도 안 된다. 큰 흐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불같이 타오르는 이 상황이 지나면 일주일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한달 후는? 일년 후는? 이런 생각과 질문에 집중 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순리는 과연 어떤 것일까 질문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기법이다. 만약 제대로 된 순리를 찾게 된다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 그 순리적 대응이 비록 아프고, 입에 쓴 것이라 할지라도 당면 문제를 풀어내는 데에는 그 이상 가는 명약이 없다고 믿어야 한다.

    대부분 위기관리 실패에는 그러한 순리를 무시하거나, 역행하려는 시도와 실행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그런 순리에 어긋나는 대응을 진짜 위기관리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멀리 보면 순리가 보인다. 감정을 스스로 자제하고 합리성과 이성을 확보하는 것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에 대한 인위적 훈련과 반복적 경험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임원들에게 아주 필요한 훈련이다.

    마지막, 항상 벤치마크, 벤치마크, 벤치마크 해 주세요

    타사 위기 사례들은 아주 소중한 기출문제로서 의미가 크다. 자사의 전례들도 아주 소중한 위기관리 자산이다. 최근 어떤 위기 발생 트렌드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공부가 바로 벤치마크다. 젠더갈등에 대한 관심. 녹화 녹음 캡쳐 트렌드. 내부고발. 블라인드. 소송. 온라인 갈등. 정치적 갈등. 갑질. 폭력. 미투. 사회적 책임. 투명성. MZ세대들과의 위기관리 협업. 법의 강화. 다양한 위기관리 주제와 흐름에 익숙해져야 실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게 된다.

    나는 위기관리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릅니다. 그런 위기가 있었나요? 몰랐네요. 그게 뭐지요? 유행어인가요? 우리 회사는 그 회사와 다릅니다. 그런 민감한 내용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전례가 있다고요? 솔직히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실제 임원의 입을 통해 나와서는 안 된다. 단순히 관심의 여부라고 하기에는 매우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일선 실무자들의 일곱가치 실천 요청을 임원들은 좀 더 귀기울여 들었으면 한다. 이상과 같은 요청 하나 하나를 충실하게 실천해 나가기만 한다면 보다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위기관리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믿어 보자.

    위기관리는 최고경영진이 한다는 말의 의미도 다시 한번 새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