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의사결정 구조

  • 커뮤니케이션 경쟁의 승리 비법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경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for competition)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쉽게 풀어 쓰면 ‘경쟁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보다 전략적이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 하겠다. 대표적인 예가 비더들이 경쟁하며 상대를 견제하는 M&A 커뮤니케이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대주주간 경쟁을 벌이는 경영권 확보 커뮤니케이션, 시민단체와 기업간 사회적 명분을 다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내부고발자를 상대 해 기업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경쟁사와 사업적 권리를 가지고 다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유형 등이 있다.

    일반적인 기업 PR의 경우에는 자사의 이야기가 그 중심이 되고, 그 기반에는 자사만의 전략이 존재한다. PR 실행에 있어 주제, 시기, 표현방식, 실행방식에도 자사만의 스타일이 묻어 나온다. 따라서, 어느 회사가 PR을 잘하고, 어느 회사가 PR을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 기업의 퍼포먼스에 기반 한 사후 평가를 주로 한다. (회사가 잘되면 PR도 잘한 것이 되고, 반대 결과가 나오면 PR도 못한 게 된다)

    그러나, 경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하에서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정확한 승과 패가 존재한다. 물론 사후 각사별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같은 정신 승리 기반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객관적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는 지속적으로 ‘전략’ 개념이 강조된다. 전략이란 경쟁을 중요한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전략 없는 경쟁은 운에 의지한 무모함이다. 제대로 된 전략을 실행하는 쪽이 그렇지 못한 쪽을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겨야 하는 상대가 존재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아주 중요한 원칙들을 이번에는 정리해 본다. 이러한 원칙은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기 전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개념 같지만, 실제 경쟁 상황을 마주 해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 내에서 까맣게 잊혀져 버리는 이상한 개념이라 기억할 만 하다.

    첫째, 목적과 목표 없이 경쟁 없다

    무엇을 위해 상대와 경쟁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개시가 가능해진다. 최소한 상대를 어떤 상황에까지 밀어 부칠 것인지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만들게 되면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이 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세워야 한다.

    “글쎄요, 일단 상대의 언론 플레이에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윗분의 생각이십니다.” 이런 기업의 생각은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바람직한 목적과 목표가 아니다. 정확하게 보면 그런 윗분의 생각은 이번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게 된 동기는 될 수 있겠다. “윗분께서는 최종적으로 이런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차라리 이런 개념의 설정이 낫다. 그분이 바라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라면 훨씬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둘째, 넘지 말아야 할 선 긋기 없이 깨끗한 승리 없다

    모든 경쟁이 곧 상대방의 최종적 파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경쟁은 그냥 경쟁일 뿐이다. 같은 목적과 목표를 가진 경쟁에서는 성공와 실패가 있을 뿐, 생존과 파괴라는 의미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상호간 어느 정도 커뮤니케이션 실행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그어 놓고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 든 이번 경쟁에서 상대의 끝을 보자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이런 너 죽고 나 살자는 실행은 항상 사후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는다. 정치인이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죽이기(?) 위해 서로 폭로한 내용들이 사후 검찰의 공통된 수사 주제가 되는 경우를 떠올려 보면 된다. 만약 상대가 선 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회사에서는 그런 경쟁으로 인해 얻는 결과를 잘 따져보고, 경쟁에서 발을 빼는 것도 사후 관점으로는 남는 전략이 되겠다. 더티 게임을 주로 하는 측과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처음부터 개시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는 것 처럼.

    셋째, 일희일비를 열심히 하면 패배한다

    사실 경쟁 상황과 그 과정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자체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렵다 해도 제일 어려운 주제는 아니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우리측 의사결정그룹의 일희일비다. 평소 읽지 않던 이름 없는 매체 기사 하나, 표현 한 줄에 의사결정자들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경쟁 상황의 특징이다. (네이버에서 찾기 어려운 그 매체의 그 기사 속 그 표현 한 줄은 그 기자와 데스크 그리고 자신 밖에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는 자신 혼자만 기억할 수도 있다.)

    “의사결정하시는 분들이 문제를 삼으시니까 저희가 움직이는 겁니다. 빼라고 하시니 빼야지요” 같은 실행 동기만 반복 토로하는 실행그룹이 제대로 된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기란 불가능하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전략적 선택과 집중인데, 이러한 일희일비 현상은 선택과 집중의 가치를 훼손하고, 일관성이라는 기반까지 흔든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일희일비를 상대적으로 덜하는 의사결정그룹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전혀 일희일비 하지 않는 의사결정그룹은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넷째, 같은 메시지를 반복, 반복, 반복하지 않고는 승리 없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주로 양측이 메시지로 경쟁한다. 열 개의 메시지를 한 번씩 돌아가며 전달하는 쪽과, 하나의 메시지를 열 번 반복하는 쪽이 있다면, 어느 쪽이 더 사회적 주목을 이끌어 낼까? 이는 사회적 주목의 다양성이 아니라, 주목의 강도를 의미한다. 물론 열개의 메시지를 각각 열 번씩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창의적 답변을 내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결과는 좋겠다. 하지만,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그렇게 무한대로 커뮤니케이션 자율성이 주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선택과 집중은 경쟁 과정의 여러 제한성 때문에 나오는 개념이다.

    “상대 측에서 계속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자꾸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건지 불만이 많으십니다” 이와 같은 내부 분위기에 자극 받는 실행그룹이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선순위라도 따져 선별한 메시지라면 모르지만, 그냥 다양성만 극대화한 메시지들이 백화점 식으로 나열 전달되는 실행이 이어지면 결과는 우려스럽게 변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시종일관 취재한 기자나 온라인 전문가들이 우리측 메시지를 간단하게 정리 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도가 이상적이다. 반복적으로 기억되는 메시지가 주가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초기 프레임을 잡아야 승리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또 중요한 전략이 프레임화다. 이는 경쟁 구도에 대하여 공중이나 이해관계자 그리고 그 이전에 언론을 이해시키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전략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흔히 우리가 떠 올리는 강자 vs. 약자, 남성 vs. 여성, 권위주의 vs. 자유주의, 우파 vs. 좌파, 해외 특정 국가vs. 한국 등의 단순한 프레임화는 경쟁 상황에 있어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프레임화는 초기에 정교한 전략적 분석을 기반으로 완성도 있게 실행되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첫 인상’을 심어 놓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상대 측에서 계속 약자 포지션을 강조하고 있어서, 저희 윗분들은 그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다른 전략적 옵션이 있을까요?” 같은 문의를 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 그룹은 이미 게임에서 불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프레임을 깨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거나, 최초 프레임을 만드는 것 보다 수 백배 어렵다. 더구나 상대가 그 프레임을 일관되게 공고화해 나간다면 이미 성을 빼앗긴 채 시작하는 전쟁이다.

    여섯째,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이 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메시지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갑자기 사람이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메시지는 생명력 없는 문자나 소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도자료나 해명자료 또는 팩트시트만 메시지 전달 매체가 아니다.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 소화해 인간적 신뢰를 더해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창구인 사람도 중요한 매체다. 그에 더해 자사의 핵심 메시지를 더욱 더 알기 쉽게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VIP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VIP가 부담스럽다면 전문성을 가진 대변인도 좋다. 제3자로서 자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도움이 된다.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신뢰 있는 전문가들이 우리의 메시지를 언급하게 하는 것이다.

    “저희를 위해 기고문이나 방송에 나가 이야기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을 찾아 보라고 하십니다. 어느 교수님이나 전문가가 있을까요?”라고 자문을 구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 그룹은 대부분 고통만 받다가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마무리한다. 위기관리 명언에서도 이야기하듯,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는 카우보이’는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장면은 활극에서나 연출할 수 있는 것이며, 제대로 숙련된 카우보이는 멈춰 있는 말에 먼저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이후 말을 달리게 하는 법이다.

    일곱째, 연대하되 개입하게 하지 말라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우리측 편에 서 주는 이해관계자들을 많이 만드는 것은 천군만마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상황 전반에 걸쳐 주목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판에 개입 하려는 이해관계자는 최소화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 한 측에서는 전략적으로 상대의 경쟁 전략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특정 규제기관이나 단체의 개입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말하는 고소, 고발, 진정, 공개서한 등이 그런 전술적 툴이다. 그러나, 그 이후까지 경쟁적인 난타전을 만들어서는 좋을 것이 없다. 만약 일정 수준 도그파이트(dogfight)를 감내하자는 전략이라면, 최대한 상대보다는 강력한 명분을 보유해야 한다. 얼마나 훌륭한 명분을 갑옷으로 입는 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계속 상대가 소송을 해 오니까, 우리도 상대에게 소송을 해서 맞상대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소송은 무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강화해야 할까요? 아니면 어떤 다른 대응을 택해야 할까요?” 같은 자문을 요청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팀에게 답은 하나다. 현재 극단적 경쟁 구도에서 자사가 보유하는 명분은 과연 어떤 것이며, 상대적으로 얼마나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을 먼저 정리해 보아야 앞의 질문에서의 대응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들과 연대는 하되, 개입은 최대한 경계하는 것이 이상적인 전략일 수 있다.

    마지막,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예산이 마지막 결과를 정한다

    기업 위기관리도 그렇고, 이슈관리도 그렇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더욱 더 그렇다. 예산 없이 승리 없다. 가끔 내부고발자를 상대하는 기업에서 상대인 내부고발자는 아무 예산도 쓰지 않는데, 우리 회사의 대응에서는 거대한 예산을 써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다. 개인은 기업보다 잃을 것이 적다. 따라서 예산을 써야 할 이유도 적다. 그렇다고 기업이 위기관리나 이슈관리를 위한 예산을 쓰지 않으면, 그 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소모되어야 할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대부분의 기업이 위기관리와 이슈관리를 위해 예산을 최대한 마련하는 현실적 이유다.

    “경쟁사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뿌리며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서 보다 저예산 접근과 함께 상대적으로 효과 높은 어프로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같은 이야기는 듣기에는 멋지고 무언가 전략적인 것 같지만, 현장에서는 별 의미 없는 요구다. 상대도 예산을 쓰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큰 예산을 투입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대를 만나면, 스스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포기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대비 효과는 경쟁사도 노린다.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예산만 펑펑 쓰면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경험적으로 예산을 크게 꾸려 준비한 기업을 보면 전략적 목적과 프레임 등이 잘 정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전적 준비를 거쳐 필요한 것들을 이미 마련해 놓은 경우도 많다. 실행에 대한 준비와 역량도 당연히 그를 따라간다. 무조건 예산만 많이 써서 이기는 게임은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기업의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사회적 시각에서 앞으로도 더욱 더 다양화되고, 잦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관계자 그룹들도 경쟁 대상이 되어 간다. 언론은 물론 다양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의 활동은 그러한 경쟁 상황을 수없이 만들어 낸다. 환경은 그렇게 계속 변화해 간다. 더 변화해야 쪽은 기업이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기업이 낯설어 하거나, 흥분만 한다면 그에 대한 적응과 변화는 시급하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변화하며 노력해 보자.  

  • M&A 커뮤니케이션 실행 10대 원칙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들어 기업간 M&A를 비롯한 경영권 관련 이슈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슈관리 분야에서 M&A 커뮤니케이션은 그 의미나 중요성에 있어 아주 흥미로운 프랙티스다. 딜을 둘러싸고 기업간 커뮤니케이션 전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역동적인 프로젝트라는 특성이 있다. 딜과 그에 기반한 플레이어들의 커뮤니케이션 전쟁이 언론 기사의 수를 극대화시킨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및 온라인 여론의 주목도는 높아진다. 딜 관련 다양한 시각의 프레임이 설정되고, 예상 시나리오가 판을 친다. 민감한 주제가 폭로되거나 공개되면서 그와 관련된 여론이 요동친다. M&A에는 항상 존재하는 인수측과 피인수측 그리고 그 딜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 플레이어들이 각자 자신만의 전략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언론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고차방정식이라 부른다.

    그만큼 자사만의 전략만 가지고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경쟁측과 주변측의 구도를 잘 읽고 변화를 따라가면서 자사의 전략을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제대로 이를 실행하려면 실행조직이 고도화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도 있다. M&A딜이 구성되고 개시되면 그에 따라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M&A 커뮤니케이션, 플레이어는 어떤 원칙에 주로 주목해야 할까?

    첫째, 전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의연하라                                                                                  

    여기에서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로드맵’이 아니다. ‘의연함’이다. 로드맵은 자사 의사결정자들에게 그 의연함을 가지게 하는 하나의 의지 대상이다. 물론 로드맵의 의미가 그 외에 없다는 것은 아니다. 로드맵은 일단 자사가 추진하는 딜 관련 목적과 목표를 포함한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가 “어느 항구로 항해하는지 모른다면, 어떤 바람도 유리하지 않다.”는 조언을 했다. 로드맵은 이번 딜에서 자사가 도착해야 할 항구를 정하는 것이다. 어떤 바람이 자사에게 유익한 것이지도 정한다.

    그 항구에 도착하기 위해 지나쳐야 할 것들과 극복해야 할 것이 골고루 정리되어 있는 것이 로드맵이다. 길을 미리 아는 의사결정자들은 보다 의연 해 질 수 있다. 실제 딜에서는 일희일비 하지 않는 의사결정자처럼 위대한 플레이어가 없다. 로드맵을 통해 항구를 정하고 보다 의연해지자. 의연한 커뮤니케이션만 시종일관 실행하자.

    둘째, M&A 딜 자체에만 집중해 커뮤니케이션 하라

    M&A커뮤니케이션은 M&A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 이외 목적으로 M&A커뮤니케이션을 혼동하지는 말아야 한다. 경쟁사나 피인수사를 단순하게 괴롭히는 것으로 M&A 커뮤니케이션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쪽에서 도발을 하니 그에 대해 응전을 해야 한다는 의사결정도 위험할 뿐이다.

    자극이나 상황적 도전이 있으면 그에 대해서는 반응하기 보다 대응해야 한다. 해당 자극이나 상황적 도전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M&A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그것이 그런 중대한 영향이 없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무시하는 것도 가치 있는 대응이다.

    셋째, 도움되지 않는 노이즈는 자제하라

    경쟁사나 피인수사의 도발과 노이즈에 항상 아무 반응도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눈과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앞서 조언한 대로 딜 자체에 중대한 또는 유의미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대의 움직임에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대응을 해야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조언인데, 이를 분별하는 것이 어려워 실행에 혼동이 매우 많다.

    자사에게 유리한 여론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략적 노이즈 메이킹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사의 경쟁 구도에 대한 판정이 우선이다. 만약 자사가 딜에 있어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 과도한 노이즈 메이킹은 과욕이 된다. 반대로 자사가 열세의 위치에 있다면 최대한 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노이즈 메이킹을 시도하는 것은 전략적인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또한 ‘딜에 대한 영향’이 되겠다. 단순 노이즈는 그냥 노이즈일 뿐이다.

    넷째, 상대측의 의도에 끌려 들어가지 말라

    딜의 구도에 있어 열세에 있는 상대측 노이즈 메이킹은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는 것이면 대부분 충분하다. 열세에 있는 측이 노이즈 메이킹을 할 때 목표로 하는 것 중 하나는 항상 상대측의 참전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노이즈 메이킹에 노이즈 메이킹으로 상대가 대응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사회적으로 시끄러움을 극대화 해 주목을 이끌어 내서 딜의 구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간단히 표현해 “날 좀 보소!”하는 열세측 노이즈 메이킹에는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반응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며 눈길을 주기 시작하면 이미 상대측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해 주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경우 열세측은 스스로 노이즈 메이킹을 해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상대를 오히려 두려워하게 된다. 아무리 찍어도 상대가 넘어가기는 커녕 움직이지도 않으면 자신의 전략을 바꾸게 된다. 노이즈가 계속 변화하니 이해관계자들만 피곤 해 진다.

    다섯째, 프론트 그룹을 분별하라

    자사나 상대측이 M&A 커뮤니케이션 성공을 위해서 프론트 그룹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여러 구도상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불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사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프론트 그룹을 움직여 간접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여기에서 기억할 것은 자사에서도 프론트 그룹을 비밀리에 움직이는 것처럼, 상대기업에서도 프론트 그룹은 기본적으로 비밀리에 운용된다는 사실이다.

    갑자기 어떤 관련 단체가 딜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개입하는 경우에는 그 단체나 개인이 프론트 그룹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득정 언론도 가끔 프론트 그룹 역할을 한다. 그 프론트 그룹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은 마련하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그러나, 그 어떤 프론트 그룹도 자신이 어느 측을 대변하는지 공개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해당 프론트 그룹을 공격하거나 제한하려는 시도는 다양한 민감성 및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핵심은 해당 프론트 그룹의 행동과 메시지가 이번 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지 판단해 대응하는 것이다.

    여섯째, 이해관계자와 영향력자의 개입을 경계하라

    인수자와 피인수자, 그리고 주변 이해관계자 플레이어들이 딜을 두고 각자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그에 이어지는 노이즈가 서로 충돌하며 혼란을 일으키게 되면 될수록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나 영향력자들의 개입 가능성은 높아진다. 부정적으로 판이 커진다는 것이다.

    M&A딜은 자사의 더 나은 성공을 위한 목적으로 실행하는 데, 그 과정에서 과도한 노이즈 메이킹으로 인해 회사가 중장기적 데미지를 얻게 되면 이는 본전 보다 못한 결과인 셈이다. 일부 딜과 관련한 M&A 커뮤니케이션이 상호 폭로전과 규제기관 자극, 사법기관 개입유도 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다. 이내 정치권이 나서기 시작하고, 시민단체들까지 추가 투입되면 해당 딜은 산으로 간다는 의미다. 열세인 측이 딜을 깨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유인작업이 아니라면 경계해야 할 실행이다.

    일곱째, 플랜B는 미리 준비하라

    로드맵은 도착해야 할 항구를 정하는 작업이라 한다면, 플랜B는 조금 있으면 지나가야 할 바다 위 큰 암초에 대한 대응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이를 얼마나 돌아서 우회해야 하는지, 바위를 부수고 건너가야 하는지 아니면 배를 들고 넘어가야 하는지 등을 다양하게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사전에 미리 정리될수록 좋다. 만약 그 바위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사전적으로 미리 플랜B를 만들어 대응 방안을 정리하면 된다.

    하지만 만약 해당 바위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파악하지 못했다면, 멀리 큰 바위가 보일 때라도 배를 세워 미리 대응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보이는 바를 토대로 큰 바위의 모습과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짜는 것이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그 큰 바위에 부딪혀 좌주(坐洲) 당한 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경우다. 일이 벌어지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여덟째, 정보와 자료를 취합해 정리하는 팀을 꼭 두라

    M&A 커뮤니케이션에서도 특히 그렇지만, 모든 이슈관리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실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인력이 ‘정보 취합 및 자료 정리’ 담당자들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M&A딜과 같은 고위의사결정 주제에서는 종종 ‘정보 취합과 자료 정리’를 담당하는 실무 그룹이 배제되거나, 간접적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자들은 자신이 시속 100km로 달려나가는 것 같은데, M&A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시속 10km 정도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든다면 꼭 확인해 보아야 하는 부분이다. 실시간 이루어지는 의사결정그룹의 의사결정에 대해 정보를 취합하고 실제 자료를 정리하는 엉덩이 무거운 그룹이 존재하는 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훌륭한 총을 쏘려 해도 총알이 충분해야 가능하다. 멋진 차가 달려 나가려고 해도 좋은 가솔린이 있어야 한다. 빈 총을 보고 왜 총이 나가지 않느냐 소리치지 말자. 가솔린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차에게 왜 달리지 않는가 묻지 말자. 정보와 자료는 M&A커뮤니케이션의 총알이자 가솔린이다.

    아홉째, 창구는 가능한 일원화하라

    누구든 어떤 메시지든 언제든 아무렇게라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으면 M&A 커뮤니케이션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뭐든 해야 딜에 이롭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는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대응보다는 반응에 몰두하는 플레이어도 좋지 않다. M&A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모든 실행은 통제와 통제가능성에 기반한다. 만약 통제되지 않을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 득보다는 실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뿐이다. 대부분 실익이 없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통제, 메시지의 통제를 위해 자사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메시지도 자사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통해 나갈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딜에 정통한 관련자에 의하면’ ‘익명을 요구한 고위 관계자에 의하면’ 같은 언론 기사를 좋아하는 의사결정자는 M&A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분이다. 답답하고 갑갑하고 생각대로 자사 창구가 움직여 주지 못한다 해도 계속해서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며 창구를 가르쳐 확보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전략이다

    가장 실행이 어려운 전략이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응’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쉬운 것이 어디 있는가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 정반대다. 가장 어려운 대응 방식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응이다. 일단 자사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 때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대응 전략이다. 어떻게 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지지 때문이다. 아무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고 상황을 관망하는 전략은 답답하고, 화가 나고, 안달이 생기기 때문에 곧 그 전략을 포기하게 된다.

    M&A딜 자체에 집중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은 하지 않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딜 자체에 우직하게 매달려 꼭 해야만 하는 커뮤니케이션만 미리 준비해 실행하는 주체가 성공한다. 경쟁사나 피인수자의 노이즈 메이킹에 거리를 유지하는 딜 주체는 상대를 두렵게 한다. 필요하지 않거나 유해한 영향력자들이 딜에 개입할 환경을 만들지 않는 주체는 전략적이다. 딜을 성공시키기 위해 떠들썩하게 만들어야 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며, 조용하고 신속하게 딜이 마무리되도록 커뮤니케이션 지원을 하는 것이 최고다. 그럴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중요한 것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 위기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흔한 오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 전반에 대해 기업 경영진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기업들에게는 어느 정도 공통적인 생각과 니즈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업 이슈나 위기에 대한 관리가 지속적으로 힘들고 어려워져 간다는 생각이 그 중 하나다. 예전에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이제는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제는 사업만 잘해서는 충분하지 않은 환경이 되었다는 공감대도 존재하는 것 같다. 세상 여론이 무섭고 두렵다 하는 경영진도 이전보다 많아졌다.

    그와 함께 기업 경영진이 보는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대한 공통적 오해도 발견된다. 대부분 오해는 그분들에게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학습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몇몇 실전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그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했더니 위기관리가 되더라 하는 것이다. 그중 일부는 인과관계에 의문이 생기는 경험담도 있고, 단순히 운이 좋아서 그런 대응이 통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케이스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기업 경영진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이슈관리 및 위기관리에 대한 중요한 오해에 대하여 정리해 본다. 많은 기업 경영진 대상 워크샵,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자문 등을 진행하면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를 그 때 그 때 정리해 모아 보았다. 과연 기업 경영진들은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오해하고 있을까?

    일선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중요하다?

    독자들께서도 자사의 기존 위기관리 강의나 워크샵 성격을 되돌아보면 좋겠다. 대부분 위기관리 교육은 직원들이 대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에게 지속적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대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여러 기업들에게 위기관리는 주로 일선직원들의 학습 과제로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절반만 맞는 반쪽의 오해다. 위기관리 마인드를 중심으로 보자면, 경영진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무엇 보다 우선이다. 경영진이 얼마나 강력한 위기관리 마인드와 민감성을 가지는가에 따라 위기 발생 빈도나 강도는 크게 변화한다. 경영진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면, 직원들은 그에 따라 위기관리 마인드를 억지로라도 갖추게 된다. 만약 직원들에게 위기관리 마인드가 전혀 없다 느껴진다면, 먼저 핵심 경영진의 위기관리 마인드와 그에 따른 노력을 살펴보아야 한다.

    직원들이 보고를 안 해서 위기관리가 어렵다?

    사실 위기는 경영진이 모여 앉으면 그 다음에 일어난다. (그 전에는 상황이 위기라 정의 조차 되지 않는다) 보고가 일부 잘못되었다고 해도 의사결정 단계에서는 좀더 나은 결론을 내 주어야 위기관리가 가능해 진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의사결정 단계에서의 주저함으로 인해 가장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의사결정에 참여한 경영진은 반복적으로 일선에 추가 보고를 요구한다. 중복된 보고를 두고 중복된 토론을 한다. 위기발생 후 일정 기간 동안 위기대응을 위해 모인 위기관리 위원회의 토론 내용을 보면 상당부분 중복되고 반복되는 상황정보 교환으로만 채워진다.

    의사결정을 기다리며 대응준비 하는 일선 팀장들은 애가 탄다.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동안에도 일선의 상황은 계속 변화한다. 지속 변화되는 상황을 보고하면 또 다시 의사결정에는 랙(지연현상)이 생긴다. 대표이사 같이 진전적인 앵커 역할을 하는 분이 나서면 결론이 나는데, 그 때까지는 혼돈의 시간만 계속되는 것이다. 제3자 컨설턴트 시각에서 보면 보고보다 의사결정의 지연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위기 요소다.

    침묵이나 무시도 위기관리다?

    침묵하거나 무시해서 이슈나 위기 상황이 마무리되는 케이스도 있기는 있다. 하지만, 침묵이나 무시가 언제나 유효한 대응 전략이 되지는 못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이슈나 위기에 대해서는 침묵이나 무시가 오히려 화를 부른다. 분명한 것은 전략적이고 준비된 대응이 디폴트(기본값)라는 원칙이다. 그 전략적이고 준비된 대응의 방식 속에 일부 침묵이나 무시 전략이 포함되는 것 뿐이다. 침묵이나 무시 전략을 실행하더라도, 언제든지 상황 변화에 따라 적극적 대응을 개시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완료하고 침묵 또는 무시해야 한다는 것 또한 중요한 원칙이다.

    그에 더해 침묵이나 무시 전략의 지속적 실행은 매우 어렵다는 것도 미리 이해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라는 조직은 수많은 구성원들과 그에 연결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모임이다. 이 수많은 입과 행동을 해당 기업이 완전하게 통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런 통제력을 완벽하게 발휘하지 못한다. 커뮤니케이션 창구 일원화 조차도 어려워한다. 자사는 침묵과 무시 전략을 택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여기저기 준비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 새어 나가 상황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침묵과 무시 전략이 쉽고 간편한 것은 절대 아니다.

    원점관리에 선례를 남기면 안된다?

    부정적인 이슈나 위기 상황을 장기화 하는 공격성을 지닌 사람이나 사람들을 원점이라고 부른다. 그런 경우 기업에서는 더 이상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 원점을 관리하려 한다. 그 원점을 만나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보상을 통해 더 이상의 공격성을 제어하려 시도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일부 경영진은 반론을 제기한다. “한번 그렇게 원점관리를 하면, 이후 그런 전례를 노려 더 다양한 원점이 등장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해야 하는가?” 질문하는 것이다. 이 경우 최고의사결정자는 말 그대로 미래 상황을 예상해 보고 원점관리를 주저하게 된다. 이번이 나쁜 전례가 되면 안 된다는 편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예상과 의사결정에는 아주 심각한 전제가 있다. 이번과 유사한 문제가 또 발생될 것이라는 전제다. 이번 결심을 통해 원점관리를 힘들게 했다면, 이후 이와 같은 상황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게 해야 하겠다는 결심도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될 것 같으니, 원점관리를 그렇게 전향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바람직한 이슈나 위기관리에 대한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으니 사후 위기관리가 중요하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영진이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다 방지할 수는 없다 이야기도 한다. 미연에 위기를 방지하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그 발생을 방지하는 것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일단 사후 위기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급해 하는 경영진도 있다.

    사전에 실행하는 위기관리의 종류에는 방지도 있겠지만, 완화라는 방식도 있다. 지연이라는 방식도 있다. 실제 위기가 발생되더라도 그 파괴력과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전적 방법이 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그러한 여러 사전적 대비를 다 해 본 후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것이 체념의 의미여서는 안 된다. 대비하여 준비하지 않고 사후 위기관리에만 운을 거는 것은, 아무 훈련이나 노력 없이 챔피언과의 복싱 매치를 위해 링 위에 오르는 모습과 같다. 사전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없다고 믿어야 한다.

    사전관리 비용이 아깝고 소모적이다?

    기업에서 내부적으로 운영하는 사전적 위기관리 예산은 얼마나 될까? 구체적으로 사전적 위기관리라는 항목의 예산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평시 교육 예산이나 각 부서의 운영 예산 속에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다. 사전 위기관리 예산을 설정하자고 하면 경영진은 그 예산을 통해 진행하는 업무인 교육과 훈련, 관리 시스템 구축, 매뉴얼 업데이트, 전담팀 운영, 시뮬레이션 실행 등이 상당히 소모적이라 지적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영진을 만나 본적도 있다. 10년에 한번 터질까 말까 하는 상황을 대비해 그렇게 조직을 장기간 운영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 질문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경영진이 비교 판단할 주제라고 본다. 일단 그러한 사전적 위기관리 예산과 노력이 부담이라면, 그런 사전 투자 없이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예상되는 부담의 규모도 산정해 상호 비교 해 보는 것이다. 사후 상황관리 비용, 커뮤니케이션 비용, 이해관계자 관리 비용, 대응 조직 운영 비용, 위기로 인한 사업적 영향과 부담, 이후 사업 진행 시 추가로 부여될 부담, 위기 대응을 위한 여러 자문 비용, 소송 대응 비용, 관련 임직원 일신상 비용, 상황 복구에 소요될 비용, 이후 중장기 기업 정상화 비용 등을 세부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산정 후 사후 위기관리 예산이 사전 위기관리 예산보다 훨씬 적고 덜 부담 스럽다면 사전 위기관리 예산을 편성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그런 경우는 이슈나 위기가 아니라 그저 해프닝인 상황일 것이다)

    처음 경험해 본 위기라 잘 못 대응 할 수도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란 없다. 자사에게 낯선 위기라 해도 조금만 눈을 들어 평소 관심을 가졌더라면 충분히 알 수 있던 위기였을 것이다. 아마 더 찾아보면 자사가 십 여년 전에 실제로 경험했던 위기였을 수도 있다.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자사 부정이슈나 위기 상황이 자사 경영진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상황을 바라보는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처음 경험해 본 위기라고 해도, 그 위기 자체가 낯설어서는 안 된다. 평시 전사적으로 얼마나 기업 이슈나 위기에 대한 민감성을 발휘해 왔는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에 낯섦이란 있어서는 안된다. 다른 회사의 문제가 우리에게도 똑같이 발생될 수 있을까? 우리는 저 회사보다 저런 위기에 대한 관리를 더 잘할 수 있을까? 잘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할까? 이런 사전적 논의는 필수적이다.

    공중 대부분은 이 논란이 의미 없다고 볼 것이다?

    기업의 부정이슈나 위기는 국민투표처럼 국민의 얼마가 인지하고 있는가, 그중 몇 퍼센티지의 국민이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는가 같은 방식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 문제가 발생되었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대상은 그 분유를 사서 아기들에게 먹이고 있는 아기 엄마와 아빠들이다. 그 외에 그 분유를 유통하는 유통처들과 거래처들, 그리고 정부의 규제 감독 기간 등이 중요한 이해관계 및 영향력자들이 된다.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추가적으로 많은 개입자들이 늘어난다. 일반적인 이슈나 위기에 공중 대부분이 분석의 모수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 주변의 그런 이해관계자와 영향력자들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이해가 있어야 이슈 및 위기관리는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 그들은 언제든 얼마든지 우리 회사에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성격의 그룹들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에서 분석해야 하는 여론이라는 것도 사실은 국민 여론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영향력자들의 인식과 의견이 중심이다. 국민 모두가 주목하고 부정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은 재앙이다.

    우리 경영진의 정무감각은 충분하다?

    최근 들어 기업에서는 경영진의 정무감각(또는 여론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니즈가 늘고 있다. 그런 일부 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에서는 경영진이 왜 정무감각이라는 것을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적다. 정무감각 자체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적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의 정무감각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워렌 버핏은 뉴스페이퍼 테스트라고 해서 “기업 경영진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내일 아침 신문에 그 결정 내용이 구체적으로 실려도 떳떳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사결정을 테스트하라” 조언한다. 이 이야기를 국내 일부 기업에서는 언론관계 중요성이나 언론을 관리해야 한다, 미디어를 이해하자는 식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워렌버핏의 이야기는 온전히 정무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매출에 큰 데미지가 없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이 또한 기업 부정 이슈나 위기 케이스에 대한 풍부한 돌아봄이 부족해 발생하는 흔한 오해다. 매출에 큰 데미지는 없었지만 또는 매출이 일시적으로 빠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슈나 위기로 인해 아주 중대한 데미지를 입은 국내 기업들은 찾아보면 꽤 많다.

    이후에도 상당한 후유증이 남아 계속해 여러모로 고생하는 기업 사례들도 흔하다. 위기관리 명언에 “지진으로 죽는 사람은 없지만,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때문에 죽는 사람은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시 매출이나 주가의 일시적 하락은 지진으로 인한 단순한 흔들림 현상일 뿐이다.

    준법만 하면 큰 문제는 없다?

    아직도 준법에 큰 관심이 없는 기업에게는 그러한 주장이 진일보한 주장일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제 기업에게 준법이란 경쟁력이나 자랑의 주제이기 보다는 그저 당연한 것이 되었다. 별 특이하거나 차별화된 포인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슈나 위기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사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후 시비를 가릴 법정에서나 주장할 메시지다. 여론의 법정에서 “준법했다”는 메시지는 너무나 당연해 메시지의 허비일 뿐이다.

    윤리적으로나 여론적으로 언제나 떳떳하다 이야기할 수 있어야 그나마 정상참작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 또한 정무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언제까지나 준법했으니 문제없다는 주장을 할 것인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진지하게 토론해 볼 필요가 있다.

    언론이 예전 같은 힘이 없다?

    그렇다면 최근 발생되는 기업의 부정 이슈나 위기는 대체 누가 발견하고 확산시키고 악화 시킨 것인가? 언론이 힘이 없다면 그 많은 소란과 논란 그리고 쟁점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서 막대한 정보 공유와 열람이 이루어지는 섹터는 어디인가? 언론이 없다면 온라인 커뮤니티나 메신저 정보방이 그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것일까?

    기업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은 힘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만나 본적이 없다. 평시에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분이 많은데, 신기하게도 실제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그런 주장은 사라진다. 왜 그런 현상이 발생될까? 언론 비즈니스나 신문지가 죽었다는 주장은 일견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언론은 죽지 않았다. 최근 미디어 환경에서 언론은 더욱 더 큰 파워를 가지게 되었고, 그 파워는 기업의 부정 이슈나 위기 시에 압도적 파괴력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 같이 일부 통제가능성도 이제는 무의미 해 졌을 정도의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오해들은 구체적으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대부분 경영진이 이해하게 되는 주제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 처럼 경영진이 평소 얼마나 기업 이슈나 위기관리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깊이 생각해 보고 살펴본 경영진들은 오해가 적다. 기업의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이슈나 위기에 대한 경영진의 오해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는 노력도 중요한 사전적 위기관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위기관리에서 ‘공감’의 의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경험하는 부정 이슈와 위기 상황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응 조언이 있다면 바로 ‘공감(共感)’일 것이다. 공감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도 쓰이지만, 심리학이나 신경학, 철학 등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데, 대략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공감이란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을 말한다.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때 주목해야 할 것은 이슈나 위기는 어느 하나도 스스로 ‘터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흔히 우리는 “위기가 터졌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 위기는 스스로 터진 것이 아니다. 위기는 ‘사람이 터뜨린 것’이다. 모든 이슈나 위기에는 ‘사람’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문제를 발생시킨 사람이 있으니 그 문제는 문제가 된다. 그 이후에는 그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의견을 가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나니 그 문제는 더 큰 문제로 자란다. 말 그대로 사회적 공분이 조성되어 버리면 특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해관계자)이 개입된다. 이 정도 사람들의 상황이 되면 실제 위기가 시작된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사람들에 의해 기업이 타격 받게 되는 구도에서, 공감이란 아주 중요한 위기관리의 무기가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컨설턴트들이 ‘공감’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 대부분 경영진은 그 컨설턴트가 아카데믹하거나, 아마추어라는 시선을 보낸다. 일부 경영진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공감만 해주면 무슨 사업을 벌 일 수 있는가?”하며 순진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여기에서 기업과 경영진이 가지는 ‘공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공감이란 과연 어떤 의미이고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까? ‘공감’에 대한 오해를 정리해 가면서 위기관리에 있어 공감의 효과를 들추어 보자. 잘 못 알려진 공감이란 어떤 것들일까?

    첫째, 같이 눈물을 흘리고 슬퍼해 주는 것이 공감이다?

    자사 제품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생겼다고 치자. 회사에서 상황을 분석해 보니 해당 제품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할 성분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대표이사께서 피해 소비자들을 만나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시라”는 조언을 한다. 대표와 경영진들은 “공감? 그건 어떤 방식을 의미하나요? 궁금 해 한다. 일부는 대표가 소비자를 만나 손을 꼭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쾌차를 비는 것이 공감이라 이야기 한다. 일부는 큰 절을 해서 피해 소비자 가족에게 진정성을 보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눈물과 큰절이 곧 공감을 의미하는 것일까?

    공감을 위해 대표이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피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 각각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그들의 피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기분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의견이나 반응을 예상하게 된다. 그 전반적 이해와 예상에 따라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행동, 반응을 의사결정 하라는 의미다. 이런 생각 없이 단순한 퍼포먼스를 공감으로 떠올리니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둘째, 공감한다고 말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공감을 해서 법적으로 문제를 더 크게 만든 사례를 한번 찾아보라 하고 싶다. 여기에도 공감에 대한 오해가 있다. 공감을 책임 인정의 의미로 스스로 연결해 절대 공감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는 것이다. 이후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상대로부터 ‘이전에 대표가 우리 피해에 공감한 것을 보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들을까 봐 겁을 내는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을 책임에 대한 인정으로 볼 수 있을까? 그 상황에서 상대가 느끼는 상황이나 기분을 비슷하게 느껴보는 것이 스스로 길티(유죄)를 인정하는 것이 될까? 그에 따라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제대로 했는데, 법정에서 그로 인한 문제가 생기게 될까?

    차라리 법적 우려와 공감에 대한 오해로 절대 공감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을 고집스럽게 하는 것이 법정에서 더 불리한 것은 아닐까? 공감 받지 못한 상대가 더욱 공격적으로 회사를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을까? 공감하지 않는 회사의 태도를 바라보며 이슈를 접하는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은 과연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까? 그런 감정이 모여 회사에 어떤 영향력으로 되돌아올까? 공감해서 얻을 것과 공감하지 않아서 얻을 것 중 어떤 쪽이 더 회사에게 유리할 것인가를 따져 봐야 한다.

    셋째, 큰 사업을 위해서는 함부로 공감해서는 안 된다?

    대체 ‘함부로’하는 공감이란 어떤 의미인가? 공감은 정상적 인간과 정상적 인간 사이에서 당연한 것인데, ‘함부로’하는 공감이란 무슨 말인가? 잘못된 공감을 의미하는 것일까? 잘못된 공감은 스스로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오류가 있었거나, 상대를 이해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거나, 그 이후 그 잘못된 이해에 기반해 진행한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했다는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감이 잘 못된 것이 아니라, 자사의 공감 노력이나 역량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공감은 아무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성공적 사업을 위해서는 더욱 더 공감 역량을 키우는 것이 맞다. 상당한 부정 상황이 발생해서 면밀히 분석해 이해 해 본 결과, 적절한 공감에 기반한 전략적 위기관리 실행이 없다면 회사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고 치자. 이런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면 전략적인 경영진은 어떤 의사결정을 할까? 공감하는 것 뿐이다. 공감해서 사람들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정상참작을 받고, 전략적 위기관리 실행에 대해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큰 문제는 있었지만, 회사가 저렇게 열심을 다해 공감하고 사후 문제 해결에 힘쓰는데 더 이상 회사를 비판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여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것이 곧 회사를 사라지게 하지 않는 위기관리가 된다. 반대로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절대 공감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부린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예상해 보자.

    넷째, 공감이라는 것은 상당히 아마추어적인 것이다?

    공감 역량이 전혀 없는 사람이나 조직을 ‘공감 제로’라고 부른다. 공감제로란 크게 세가지 역량이 떨어지는 존재다. 첫째로 공감제로는 자신(자사)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기업이다. 앞의 예처럼 문제 제품을 팔았다가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나왔다고 치자. 그 상황에서 피해자를 비롯해 그 가족과 여러 일반 소비자들이 우리 회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면 위기관리는 어떻게 될까?

    두번째로, 공감제로는 타인들과 상호작용하는 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피해자가 생겨버린 부정 상황에서 피해자와 각종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문제를 숨기거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공격하고, 어쩔 수 없이 겉으로 사과하고, 피해 복구나 문제 해결을 등한시하는 것과 같은 기괴한 행동이 이런 부족한 역량에 기반해서 나오는 것들이다.

    세번째로 공감제로는 상대와 이해관계자의 기분 혹은 반응을 예상하는 법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대응을 기괴하게 하고서도 더욱 악화되는 소비자와 이해관계자 반응에 의아 해 한다. 우리는 하느냐고 했는데 왜 저런 반응이 계속되고 심지어는 악화까지 되는지 궁금해한다. 심지어 저들이 다른 생각이 있어서 우리 회사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상상한다. 공감제로 사람과 기업의 전형적 특징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공감 역량 부족이 프로다운 것인가? 공감이야 말로 제대로 훈련된 전략가들만 실행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한 위기관리 방식이다.

    다섯째, 공감이 문제를 해결해 주나?

    공감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 공감하지 않거나 공감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공감을 지속하지 않으니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공감 역량이 부족한 주체들이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자신의 공감부족에 주목하기 보다 사람들의 다른 의도를 의심하며 정신 승리를 꿈꾼다.

    상대가 정치적 조직이기 때문에 자칫 공감했다가는 그들의 의도에 휘둘리게 된다며 공감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만약 상대의 주장과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적 주목을 받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대를 얻고 있다면 그들은 상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자사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는 의미다.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해 보면 결국 회사가 공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상황을 분석해 보니, 상대측 주장과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적 공감대를 별로 얻고 있지 못하다면, 단순한 주장 수준이므로 회사가 공감할 필요가 없다는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 보아도 비슷한 결과라면 더욱 더 공감은 필요 없을 것이다. 공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과 이해관계자들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그 또한 적절한 의사결정이었던 것이다. 반대로 그 과정에서 문제가 더 커지겠다는 분석과 이해 그리고 예상이 계속되면 의사결정은 달라져야 한다. 공감이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의미는 공감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의미와 같다.

    여섯 번째, 계속 공감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나?

    그렇게 된다면 더 큰 문제다. 공감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공감을 제대로 하게 되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공감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공감이 제대로 된 공감이 아니었다는 의미일 뿐이다. 정확하게 상황을 이해하지도 않았고, 상대를 이해하지 않았고, 이후 상황을 현실적으로 예상해 보지도 못했다는 의미다.

    지속적 공감은 문제해결에 지속적으로 연결되어야 성공한다. 부정적 상황에 대한 단순 모면이나 회피 형식으로 공감하는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동일한 문제를 반복해 만들어내는 기업의 공통점이 바로 잘못된 공감만 표현하고, 문제 해결 노력은 등한시하는 것이다. 또 다시 문제가 발생되면 똑같이 공감을 표현하거나 더 큰 공감으로 퍼포먼스만 강화한다. 그 이후로 다시 문제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악순환은 반복된다.

    당연히 지속적인 가짜 공감은 공감대를 저하시키게 된다. 더욱 더 크게 공감한다고 해도 그 진의는 계속해서 의심받는다. 문제 해결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 공감은 단순한 퍼포먼스 일 뿐, 진정한 공감이 되지 않는다. 회사의 사후 상황 예상 역량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문제 해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문제 해결이 안되는 것이다.

    기업과 경영진의 공감 능력 또는 역량은 성공적인 이슈 및 위기관리를 위해 아주 의미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욕구, 감정과 같은 복잡한 심리 상태에 대해서 생각하고, 추론하는 능력은 기업의 핵심 역량과도 연결된다. 상품개발, 영업, 마케팅, 인사, 기획 등 거의 모든 부서들에게 요구되는 경쟁력이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발달한다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이해와 배려가 회사와 경영진에게 충만하다면 어처구니없는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될 가능성은 현격하게 떨어진다.

    제대로 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를 어려워하며 힘들어 하는 기업 안에는 공감 능력과 역량이 부족한 의사결정그룹이 존재한다. 일부에는 신경학적 문제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감 부적응자들은 공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어 스스로 공감을 꺼려 한다.

    경영적으로나 전략적으로 공감은 ‘이해하고 예상하는 능력’이다. 기업과 경영진에게는 아주 소중한 경쟁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더 커져야 한다. 이슈나 위기관리를 넘어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서도 공감 능력은 꼭 필요한 자산이다. 

  •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한 임원의 일곱가지 실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를 최고 경영진이 해야 한다는 의미는 경영진이 현장에서 일선을 제치고 위기 대응 활동을 직접 실행하며 다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연히 실제 위기 대응 활동은 일선 실무자들이 한다. 경영진이 해야 하는 것은 그 실무자들을 위한 대응 방향 설정, 의사결정, 지원, 통합적 관제 역할이 핵심이다. 각자의 역할이 혼동되어서는 성공적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위기가 발생한 기업에 들어가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영진들은 실무자들이 너무 수동적이고 느리고 답답하다는 불만을 이야기한다. 관심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그들만’ 교육하고 훈련하려 평소 애쓰기도 한다.

    반대로 실무자들은 위기 시 경영진의 우유부단함에 큰 불만을 제기한다. 일부는 임원들이 너무 현실과 동 떨어진 대응 지시를 해 골치 아프다 하기도 한다. 경영진이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주저하고, 지원 대신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 실무자들은 자신이 현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현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왜 해야 하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해야 하며, 누구를 대상으로 언제까지 해 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뿐이다.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실무자들이 임원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질문해 오면 그에 적절한 결정과 함께 우리가 실무자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좋다. 통합적 관제를 해 가면서 안되는 것을 어떻게 든 되게 지원하고,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

    이번 편에서는 실무자 그룹들이 임원들에게 원하는 위기 시 실천 항목을 크게 7개로 뽑아 정리해 본다. 실무자들은 위기 시 임원들이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을까?

    첫째, 제발 빨리 마주 앉아 주세요.

    일선에서 팀장에게 문제 발생을 보고 한다. 팀장은 사내 메신저로 임원에게 보고한다. 해당 임원은 보고 받은 사실을 기반으로 관련 임원들에게 문제 발생 사실을 공유한다. 그 중 최고 임원이 사실관계를 좀더 정리해 부사장에게 보고 한다. 부사장도 추가적으로 확인할 내용을 정리해 대표이사에게 보고한다. 대표이사는 좀더 큰 의사결정을 위해 회장에게 보고한다. 이 프로세스를 한번 상상해 보자. 이 프로세스가 완결되어 다시 최초 실무자에게 대응 지시로 돌아오는 기간 까지는 대체 얼마나 소요가 될까?

    위기 발생 시 담당 임원과 대표이사 비서와의 대화를 가상해 보자.

    “대표님께 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 급하게 대표님을 좀 뵐 수 있을까요.”

    “저 상무님 지금 대표님 중요한 회의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제 대표님 회의가 끝나셨나요?”

    “아…상무님, 지금 대표님 회의는 끝나셨는데. 해외와 컨퍼런스 콜 하고 계세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대표님 컨퍼런스 콜이 이제는 끝나셨나요?”

    “상무님, 죄송해요. 제가 보고는 드렸는데, 지금 화장실 가셨습니다. 조금만…”

    “대표님 돌아오셨나요?”

    “상무님…방금 전 외출하신다고 나가셨습니다. 직접 휴대폰으로 연락해 보시지요.”

    이런 식으로 현실에서는 길고 긴 시간이 보고 대기 행위로 소모된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 하기 위해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최고 의사결정자들과 위기관리팀 구성원이 한자리에 신속히 마주 앉으라”는 조언을 한다. 실무진들이 원하는 임원들의 실행 가장 첫번째도 그것이다.

    모두 한꺼번에 한자리에 모여 한 번에 상황을 브리핑하고, 추가 질문과 확인을 진행하며, 신속한 의사결정에 대한 합의를 끝내 달라는 요청이다. 그래야 일선에서도 빨리 대응해서 문제를 관리해 나갈 수 있게 되니 하는 말이다.

    두번째, 의사결정 좀 빨리 해 주세요.

    실패하는 위기관리에는 항상 반복되는 메시지와 평가가 있다. “처음 겪는 사고라 경황이 없었다” “늦어진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때 늦은 사과” “늑장 대응” 이런 것들에 우리는 익숙하다. 가끔 그런 회사 사람들은 “우리도 최대한 빨리 한 건데, 그걸 가지고 늑장 대응이라고 하다니 정말 억울하다”며 하소연한다. 빠른 대응과 느린 대응을 나누는 기준은 대체 뭐냐 질문한다.

    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는 신속함이 그 기준이다. 우리가 중심이 아니라 주변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라는 하소연은 절대 기준이 아니다. 헷갈리지 말자.

    의사결정은 그래서 더더욱 빛의 속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결정이 빨라 모든 대응 준비를 하고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대응 패턴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대응 준비를 해 놓았는데도 어떤 의사결정이 언제 이루어질지 몰라 모든 일선이 괴로운 게 현실이다. 일선에서는 위기관리가 기다림의 인내에 기반한다며 자조한다. 장시간 대기하며 상부의 의사결정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의사결정은 최대한 빨라야 한다.

    세번째, 잡기술에 관심 같지 말아 주세요

    임원들이 위기 시 자꾸 정석 대응 보다는 신기한 비밀 기술을 언급하며 일선에게 정상적이지 않은 대응을 주문하는 경우 일선은 크게 힘들어진다. 이런 경우 임원들은 “대응할 아이디어가 없나?” “뭐든 해야 하지 않을까?”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뭘 까?”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정해진 대응이라는 것은 명확한데, 그것 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것 같다.

    밀어내기를 할까? 물타기는 어때? 하드를 OOO을 가지고 다 지워 버리자. 단톡방을 폭파해야 한다. 서류와 자료들을 직원 개인 차량으로 운반해라. 해당 기관에 빨대를 꼽아 놓아라. 엘리베이터를 중지 시키고, 관계 기관 사람들의 진입 시도를 최대한 끌며 방어해라. 가능하다면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 영장을 복사한다고 하면서 시간을 끌어라. 여러 디테일 한 기술들을 언급하며 모두가 한마디씩 거드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결론적으로 이러한 자잘한 기술들은 정해진 정석의 대응을 진행한 후에 고민하거나 이내 생략해도 된다. 그와 같은 기술을 가지고 그것이 곧 위기관리라 착각하면 안 된다. 일선에서는 그런 자잘한 기술에 자신의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 그것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가? 이 질문이 대응 전반의 결정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네번째, 정상적 이해관계자관을 수립해 놓아주세요

    만약 임원들이 언론을 극히 싫어 하거나 규제기관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그건 언젠가 문제가 된다. 소비자들을 폄하하거나, 시민단체와 국회를 우습게 안다면 더 큰 문제다. 거래처, 공장 주변 커뮤니티, 직원들과 그 가족들 어느 누구 하나도 정상적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된다.

    평소 임원들이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자를 바라보는 시각, 대하는 자세, 관련한 깊은 고민이 정상화되어 있어야 위기 시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 해 진다. 물론 그와 같은 정상적 이해관계자관은 임원은 물론 일선에도 똑같이 공유되어 있어야 한다. 같은 이해관계자관을 전사 구성원들이 정상적으로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해관계자들을 존경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존중하는 습관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위기 시 모든 문제를 푸는 가장 훌륭한 열쇠가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위기를 위기라 부르지 않으면 그것은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회사의 위기대응 방식에 공감하고 칭찬한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한 것이 된다. 나아가서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생겨난다. 그런 이해관계자를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임원들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한다.

    다섯 번째, 코디네이터와 컨트롤타워 역할에 주목해 주세요.

    기억해 보자. 국가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모든 언론의 공통된 평가와 주된 지적은 무언가? 바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비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일선 실무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현재 누가 이 위기관리 전반을 관제하고 있는가?”다. 위기 시 컨트롤타워가 어디에 있고, 누가 컨트롤타워의 핵심인가 하는 것을 일선은 계속 궁금 해 한다.

    컨트롤타워의 역할은 ‘하게 하고, 되게 만드는 것’이다. 일선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 어려움을 풀어주는 것이 컨트롤타워의 역할이다. 대응을 주저하는 일선 부서가 있다면 그 부서로 하여금 대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역할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의미는 강제로 그것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게끔 지원해 주라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

    어떤 대응 분야에 혹시 빈틈이 존재하는지를 모니터링 해 가며 확인하는 것도 컨트롤 타워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미 실행한 대응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반응을 센싱하는 것도 컨트롤타워의 임무다. 다음 추가 대응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컨트롤타워 없는 위기관리는 머리 없이 움직이는 몸뚱이와 다를 게 없다. 반대로 정해진 컨트롤타워 없이 임원 개개인이 대응을 지시하는 체계는 마치 머리가 여럿 달린 몸을 떠올리게 한다.

    여섯 번째, 멀리 보며 순리를 따져 주세요

    임원이 일희일비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조급함을 신속함과 혼동해서도 안 된다. 큰 흐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불같이 타오르는 이 상황이 지나면 일주일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한달 후는? 일년 후는? 이런 생각과 질문에 집중 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순리는 과연 어떤 것일까 질문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기법이다. 만약 제대로 된 순리를 찾게 된다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 그 순리적 대응이 비록 아프고, 입에 쓴 것이라 할지라도 당면 문제를 풀어내는 데에는 그 이상 가는 명약이 없다고 믿어야 한다.

    대부분 위기관리 실패에는 그러한 순리를 무시하거나, 역행하려는 시도와 실행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그런 순리에 어긋나는 대응을 진짜 위기관리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멀리 보면 순리가 보인다. 감정을 스스로 자제하고 합리성과 이성을 확보하는 것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에 대한 인위적 훈련과 반복적 경험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임원들에게 아주 필요한 훈련이다.

    마지막, 항상 벤치마크, 벤치마크, 벤치마크 해 주세요

    타사 위기 사례들은 아주 소중한 기출문제로서 의미가 크다. 자사의 전례들도 아주 소중한 위기관리 자산이다. 최근 어떤 위기 발생 트렌드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공부가 바로 벤치마크다. 젠더갈등에 대한 관심. 녹화 녹음 캡쳐 트렌드. 내부고발. 블라인드. 소송. 온라인 갈등. 정치적 갈등. 갑질. 폭력. 미투. 사회적 책임. 투명성. MZ세대들과의 위기관리 협업. 법의 강화. 다양한 위기관리 주제와 흐름에 익숙해져야 실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게 된다.

    나는 위기관리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릅니다. 그런 위기가 있었나요? 몰랐네요. 그게 뭐지요? 유행어인가요? 우리 회사는 그 회사와 다릅니다. 그런 민감한 내용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전례가 있다고요? 솔직히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실제 임원의 입을 통해 나와서는 안 된다. 단순히 관심의 여부라고 하기에는 매우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일선 실무자들의 일곱가치 실천 요청을 임원들은 좀 더 귀기울여 들었으면 한다. 이상과 같은 요청 하나 하나를 충실하게 실천해 나가기만 한다면 보다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위기관리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믿어 보자.

    위기관리는 최고경영진이 한다는 말의 의미도 다시 한번 새겨 보자.

  • 처음과 마지막의 차이? [기업 위기관리 Q&A 325]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이번 위기관리를 하고 나서 복기를 해 보니, 저희가 마지막에 결정해 실행했던 대응을 상황 초기에 실행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렇게만 되었으면 그리 오랫동안 불필요하게 많은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미국의 유명한 투자 전문가 하워드 막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현명한 사람이 처음에 하는 일을 바보는 마지막에 한다.” 하워드 막스의 표현이 좀 거친 면은 있는데, 그 인사이트는 위기관리 현장에서도 실제로 지속 발견되는 진리입니다.

    질문에서도 마지막에 실행했던 것을 처음에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이야기하셨는데, 저 또한 그에 동의합니다. 그리 했어야 했다는 내부적 깨달음만 있다면 향후에는 좀 더 나은 의사결정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기본적으로 왜 기업들은 마지막 단계에서 할 수 있던 위기관리 실행을 초기에는 실행하지 않거나, 실행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일까요? 의사결정권자들이 하워드 막스의 표현대로 현명하지 못해서일까요? 아닙니다. 기업에서는 그렇게 의사결정 하지 못할 실제적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그런 실제적 이유를 꼼꼼하게 찾아보아야 좀더 나은 위기관리가 가능해집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상황 판단에 대한 정확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 상황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지를 예측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지요. 당연히 이런 경우 의사결정은 미뤄집니다.

    두번째 이유는 마지막에 해야만 하는 실행을 알면서도 상황을 보며 점진적으로 실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표이사의 사과 같은 경우를 마지막에 실행해야 할 순서로 꼽는 경우 같은 것이지요. 초기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먼저 앞서 나가면 나중에 상황이 악화되었을 때 쓸 카드가 소진된다 믿었던 겁니다. 결국 그에 따라 마지막 단계에서 대표이사 사과가 실행되어 위기관리가 완료되었던 것이죠.

    세번째 이유는 마지막에 해야만 할 실행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 대한 관리에 집중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상황이 악화되었을 때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지요. 결국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자 부랴부랴 최고 수준의 실행을 고안해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들은 주로 공통된 기업 내부 기반에서 발아됩니다. 그 기반은 ‘원칙 없음’이라는 기반입니다. 위기는 기업이 원칙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사전 위기관리도 해당 기업의 원칙이 적용되는 한 성공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사후 위기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 상황이 발발했을 때 기업의 원칙이 없거나 불확실하다면 그 위기관리 대응은 적절한 유효성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맨 마지막 상황에 실행할 수 있을 대응이라면, 초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실행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 실행 시점을 언제로 결정하는 가는 원칙에 의해서만 결정 가능합니다. 하워드 막스 또한 원칙을 기준으로 현명한자와 그렇지 못한자를 나누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에도 목표를? [기업 위기관리 Q&A 316]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일단 상황이 발생되면 바로 반사신경처럼 튀어 나가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위기관리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위기관리에도 목표를 먼저 세우라는 말씀을 듣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렇게 교과서적인 프로세스를 항상 밟아야 하는 건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외국 영화에서 많이 보셨겠지만 특정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바로 투입되어 상황을 안정시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초기대응팀이라 부르고, 영어로는first responders라고 합니다. 소방관이나 위기대응을 위한 경찰 및 군인들이 주로 그런 유형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상황이 맡겨질 지에 대해 미리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매일매일 좀더 나은 초기대응을 위해 반복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초기대응팀에게는 마치 반사신경 같은 대응 자세와 역량이 필요합니다. 위기관리에도 목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초기대응팀을 상상하신 것 같은데요. 사실 초기대응팀에게도 위기관리 목표는 이미 세워져 있습니다.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서 상황을 조기에 안정시킨다’는 것이 주된 대응 목표지요.

    그러한 대응 목표는 일선에서 지휘관의 의도(commander’s intent)라는 개념의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정확한 행동 목표를 모든 조직원이 공유하고 만 있다면 일선의 누구든 지휘관과 동일한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상황을 보고하고 의사결정을 기다리고 하는 제반 프로세스를 과감하게 뛰어 넘어 일선에서 바로 의사결정 해 대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기업 위기관리를 전사적 차원에서 바라볼 때도 위기관리의 목표 설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사결정권자들의 가장 높은 우선순위는 위기관리 목표를 정확하게 세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사결정권자 스스로 위기관리 목표는 당연히 세워져 있다 간주하고 상황분석과 의사결정에 먼저 몰두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런 기업은 현재와 같은 부정적 상황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무슨 목표까지 세워야 하는가 하고 묻습니다. 그런 대응을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재차 질문하면 제대로 된 답을 하기 어려워합니다. 어떻게 든 무엇이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답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우리의 위기관리 목표는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목표다. 현 상황을 넘어서는 투자자 피해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막아내자.” 예를 들어 특정 상황에서 기업 내부에 이런 위기관리 목표가 세워진다면, 그 다음 단계로 상황을 분석하고 대응 방식을 결정하는 프로세스는 훨씬 간단 해집니다. 우선순위를 중심으로 하는 집중이 가능해집니다.

    위기관리를 통해 현 상황을 어떻게 만들고 싶으십니까? 구체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왜 그 목표는 달성 가능하지 않을까요? 만약 위기관리 목표를 이렇게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말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 중요한 것을 지켜 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목표를 세우는 것이 합당할까요? 상황 초기에 이런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내야 정말 우수한 위기관리팀입니다. 목적지가 없는 배에게는 어떤 바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기억하시지요.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의 진짜 적은 내부에? [기업 위기관리 Q&A 314]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효과적인 위기관리에 있어서 장애물이 되고, 심지어 결과를 최악으로 이끌 수 있는 것들로 위기관리 시 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마디로 위기관리 성공을 방해하는 진짜 적이라면?”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를 망치는 문제들의 유형은 정말 너무나 다양하고 기업마다 새롭기 때문에 유형화는 대략 가능할지 몰라도, 한 두 개로 일반화해 말씀드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성공적 위기관리로 가는 길에서 가장 경계했으면 하는 대상은 사람들입니다. 위기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그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그 위기를 바라보며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모두 사람들입니다. 사람들과 사람들 간의 문제가 바로 위기이죠.

    그런 사람을 주목해서 본다면 성공적 위기관리의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씀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위기관리의 적이 내부에 있다고 하면 얼핏 내부고발자를 의미하는 건가? 어떤 의미이지 하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러나, 위기관리의 적이 내부에 있다는 말은 그보다 좀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일단 위기관리의 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부 사람들 유형을 보면 이렇습니다. 상황파악이나 그에 의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못하는) 의사결정자. 의사결정자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거나 품질이 저하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치는 임원이나 주변인. 일선 직원들이 현재 어떤 위기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의사결정그룹. 의사결정그룹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모른 채 무조건 뛰어다니는 일선 직원들. 합의되고 준비된 메시지 대신 그 외의 다양한 문제성 메시지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창구들. 허락되지 않는 이해관계자 접촉을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임직원들. 그리고 회사의 상황과 위기관리에 전반적으로 무관심한 임직원들. 이런 내부 사람들이 주된 위기관리의 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보면 위에서 아래까지 대부분이 위기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내부의 적 같아 보입니다. 맞습니다. 축구팀이나 야구팀을 상상해 보면 좀 더 피부에 와 닿을 것입니다. 실제 경기전에 같이 훈련하고, 같이 유니폼을 나누어 입고, 같이 숙식하고, 팀워크를 만들고 할 때 그들은 스스로 하나의 팀이라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목적으로 가지고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을 하지요.

    그러나, 실제 경기가 시작되었을 때 아무도 팀 리더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팀 리더 조차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상상해 보시지요. 마음만 앞선 몇몇 선수들은 개인기를 뽐내며 경기장을 돌아다닙니다. 전체적으로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어떻게 경기를 이끌고 있는지 모른 채 각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각각 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시지요. 일부는 서로 이야기하고 작전을 짜지만 그 외 선수들은 죄다 어지럽게 돌아다닌다면 결과는 어떨까요?

    위기관리는 통제와 관리에 기반한 게임입니다. 조직이 구성원 스스로를 통제 관리할 수 없다면 바깥의 이해관계자는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위기상황 자체는 어떻게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의 가장 중요한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을 기억하시면서, 내부 위기관리팀을 일사불란하게 훈련하고 가이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들과 함께 위기를 관리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CEO가 한가해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 Q&A 312]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님께서는 어떤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일선에서 바로 발로 뛰십니다. 홍보실이나 대관 그리고 다른 어떤 부서 임원들 보다 더 빠르게 이슈관리 실행을 하십니다. 워낙 이해관계자 네트워크가 좋으시죠. 그런데 위기 시 CEO가 한가해야 한다는 조언은 어떤 의미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이상한 조언 같습니다만,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안정적 대응을 위해서는 최고의사결정권자가 한가해야 합니다. 감정 또한 상당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온전히 상황파악과 그에 의한 의사결정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태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말씀처럼 최고의사결정권자인 CEO가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려고 일선에서 뛰어다니시는 경우에는 어떤 일이 주로 발생될까요? 일단 대응의 우선순위에 대한 혼동이 옵니다. 되는대로 무언가 한다는 마인드는 전혀 전략적이지 않습니다. 의사결정 시간이 늘어지거나, 진행되지 않는 것도 CEO가 바쁜 상황에서 주로 발생됩니다.

    CEO가 위기대응을 직접 하며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게 되면, 회사의 위기관리팀과의 폭넓은 정보공유나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 해집니다. 뛰어다니시는 CEO만 바라보면서 위기관리팀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른 채 시간만 허비하게 됩니다.

    이슈나 위기대응을 위해서는 수많은 의사결정이 있어야 합니다. 실시간으로 우선순위 판단도 필요합니다. 잘 훈련된 위기관리팀이 있다해도 구체적 대응 지시에 CEO는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우선 마음이 급해 CEO가 일선을 뛰려 하시겠지만, 조금만 더 차분하게 주변을 돌아보고 위기관리팀과 함께 움직인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만약 회사내에서 CEO 밖에 대응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상당히 그 결과는 암울할 것입니다. 평소 이슈나 위기 대응에 대한 팀 단위 훈련이나 체계가 없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이슈나 위기대응은 한 개인이 매달려서 성공할 수 있는 성격의 업무가 아닙니다. 잘 훈련된 위기관리팀이 일사불란 하게 움직여도 성공하기 어려운 아주 복잡한 게임입니다. 그런 현실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시는 CEO가 스스로 해 낼 수 있는 대응이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CEO가 한가해야 한다는 의미는 CEO가 이슈나 위기 대응에 관심을 두지 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온전히 제대로 된 관심을 투여하면서 우선순위 분별과 의사결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개인보다 팀이 동시에 움직일 수 있도록 지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차분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며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하며, 두세 단계 너머를 바라보려 노력해야 합니다. 겉으로는 한가해 보여도 그래야 관리 결과를 성공에 보다 가깝게 이끌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는 임직원들도 CEO가 손수 바깥으로 다니시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며 다양한 대응 활동을 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CEO가 보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양질의 조언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팀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지속적으로 의사결정을 구해야 합니다. 반복적으로 CEO에게 질문하고 의견을 들으려 해야 합니다. 위기관리는 팀 플레이의 게임입니다. 개인 플레이로는 해결되지 않음을 다 같이 기억해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착한 기업이 되면 위기가 줄어들까요? [기업 위기관리 Q&A 285]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들어 착한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옳은 일을 많이 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고 봅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도 착한 기업은 이로운 점이 있겠지요? 착한 기업이 되면 위기가 좀 줄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물론 케이스별로 다름은 존재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착한 기업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얼핏 생각할 때 착한 기업으로 인정받으면, 왠만한 이슈는 위기로까지 악화되지 않을 것이고, 위기가 발생해도 지지자들에 의해 정상 참작 받을 가능성이 높아 질 것이라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착한 기업일수록 경영상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같은 의사결정을 해도 착한 기업은 일반 기업에 비해 보다 높은 수준의 기준을 적용 받게 되는 것이지요. 일종의 역차별이라고 할까요?

    일단 부정 이슈도 그렇습니다. 일반기업에게는 그냥 흘러 넘길 성격의 것도 착한 기업에게는 ‘어떻게 너희가 그럴 수 있냐?’는 사회적 정서가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 나아가 착한 기업이 아니라 착한 기업인 척해 왔던 것은 아니냐 하는 의심이 따라붙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볼 때 착한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고 봅니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착한 기업이 존재 한다기 보다는 착하게 보여 지려 노력하는 기업이 존재합니다. 착하게 보여 지려 노력하는 것이 곧 핵심입니다. 그렇게만 되고, 그것이 일관되게 장기화된다면 그 회사는 공중에 의해 착한 회사로 여겨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그런 기업은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착한 기업이라는 명성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 할 것입니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착한 기업으로 보여지는 것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경지에 오른 기업 정도라면 위기관리는 충분합니다.

    반면에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착한 기업이라는 명성이 있어서 어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성공적 관리는 어렵습니다. 정상참작이나 공중의 이해를 유도하기 위해 착한 기업 ‘처럼’ 보여지는 것에 주된 가치를 두었던 경우라서 입니다.

    한 기업이 진정 착한 기업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과 후가 확연하게 다르거나, 일관되지 않는 기업의 경우에는 착한 기업 ‘처럼’ 보여지는 데에만 신경 쓴 기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착한 기업으로 보여 지려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 노력하는 경우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위기관리에서 상대적으로 취약성이 적은 기업은 차라리 공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기업일 수 있습니다. 많이 알려져 착한 기업으로 보여지는 기업일 수록, 공중에 의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이슈나 위기관리 역량을 요구 받습니다. 그래서 힘들고 어렵습니다. 진짜 착한 기업은 이런 시험을 통해 드러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