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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관리, 모르는 게 문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해야 당면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 지 기업은 이미 알고 있지만, 실제로 관리 활동을 실행하지 ‘않아서(did not)’ 위기관리에 실패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는 있지만, ‘할 수 없었다(could not)’의 의미인 경우도 있다.

    흔히 기업에서는 임직원이 위기관리를 공부해야 한다 알아야 한다. 위기관리를 알면 좀 더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기업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위기관리를 임직원이 모르고 있다는 선입견은 버리자.

    기업내에서 임직원이 미처 모르는 것이 있다면, 왜 위기관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와 하지 못했는 지에 대한 이유다. 몰라서 못했다면 차라리 문제 해결은 단순하다. 그러나, 알면서도 그랬다면 해결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업 임직원은 왜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었을까? 알면서도 왜? 그 몇 가지 대표적 이유를 꼽아보자.

    내 담당업무가 아니기 때문

    나의 담당 업무는 마케팅이다. 나는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나는 생산기술쪽을 맡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는 임직원에게 “그렇다면 위기관리는 누가 담당하고 있습니까?”하고 물으면 대부분은 서로를 쳐다본다. 딱히 정해진 부서가 없다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그에 더해 다른 기업은 어떻게 담당부서가 정해져 있는지를 묻는다. 위기관리는 누가(who)에 대한 규정이 체계 구축의 가장 첫 단추다. 모두가 알고 있어도, 아무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이유가 내 담당업무가 아니 라서 라면 문제다. (사실 반대로 아무나 애사심으로 나서서 위기관리 업무를 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

    평소 위기관리 주제에 대한 업데이트 부실

    어떻게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은 스스로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발생된 위기 유형은 생전 처음보는 기괴한 것이라 위기관리를 하지 못 했다 거나 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 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위기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개념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의 전례나 유사사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자사에게 다가온 위기의 모습이 항상 새로워만 보인다면 그게 문제다.

    그때 그때 다른 회사의 대응 기조

    정해져 있는 대로 실행하는 것이 잘 된 체계의 특징이다. 회사 철학과 원칙이 이슈나 위기 시에도 일관성을 품고 공유된다면 그 보다 잘될 관리 활동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때 그때 위기에 따라 회사의 대응 기조와 방식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자발적으로 전량 리콜을 했는데, 이번에는 부분적으로 A/S를 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위기관리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도, 기준이 달라지니 대체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추어야 할지 임직원들이 주저한다. 이해관계자와 공중들은 더욱 더 이해를 어려워한다. 어리둥절 하면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하는 이유다.

    문제 소지가 있는 관행, 경쟁우위, 경쟁력의 비밀

    미리 이슈나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회사를 지금까지 생존하게 했던 뿌리 깊은 관행과 경쟁우위, 경쟁력의 비밀 자체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라면 대부분은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그 문제성 관행 등의 뿌리를 사전에 뽑아 낸다면, 그것이 회사에게는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이 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몇 년에 한번 위기를 넘기면서 생존하는 것이 사전적으로 무리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경영적 판단이 있기도 하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모두가 함께 하지는 않음

    체계라는 것은 여러 사람이나 부서가 함께 만들어 합을 맞추며 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위기관리 체계를 들춰보면, 어느 한두 부서만 위기를 관리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 외 부서들이 명목상으로는 지원 또는 협업하게 되어 있지만, 그렇게 체계가 쉽게 가동되지는 않는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부서에게는 항상 의사결정 지연, 인력 부족, 예산 부족, 정보 부족, 시간 부족의 현상이 고질적으로 주어진다.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를 스스로 귀찮아 하고, 과잉 체계라고 생각하는 한은 알면서도 하지 않고, 못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위기대응을 하기는 하는데, 한 것은 없음

    이상한 현상이다. 무언가 위기관리라고 해서 열심히 여럿이 실행을 하기는 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이어 가장 중요한 실행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위기관리 대응의 우선순위에 대한 정리와 그에 따른 효과적 실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비유 중 ‘목욕탕 욕조가 넘치려고 할 때, 가장 시급한 대응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넘칠 물을 닦아낼 마대자루를 준비하거나, 물을 덜어 낼 바가지들을 구하러 다니는 실행이 일어난다. 대응의 우선순위와 컨트롤타워에 대한 의미이기도 하다.

    비선의 크리에이티브로 인한 혼동

    기업이 대형 위기를 경험하게 되면 어디에서 누군가가 나타난다. 직간접적으로 VIP와 관련되어 있는 비선라인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 그들의 특징은 심각한 이슈나 위기 대응에 있어서 창조적인 접근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조언한다는 점이다. 경험 있는 실무진들이 우려할 만한 대응 제안을 하고, 그 중 일부는 VIP의 지시에 의해 실행에까지 옮겨 지게 된다. 실무진에게는 외부 이슈나 위기에 더해 역으로 내부 위기까지 발생해 버리는 상황이 추가되는 셈이다. 제대로 역할을 하는 실무진은 이런 경우 무리한 실행으로 인해 실질적 실행의 정지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것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지루한 의사결정의 연장

    실무진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 인력의 개인별 경험에 따라 전문성이나 역량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위기를 맞아 무엇을 할지 몰라 어리둥절 만 하는 실무진은 그리 많지 않다. 단,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지시가 정해져 내려올 때까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실행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의사결정이 신속 정확하게 하달되어진다면, 실무진은 그에 따른 실행을 즉각 해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반대로 의사결정이 길어지고, 자주 번복되며, 지연된다면 실무진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제한된다. 타이밍을 완전하게 놓친 대응은 대부분 사후에 무능이나 무력함으로 평가받는다.

    의사결정 주체의 실종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지만, 의사결정 주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제대로 내부에서 가시화되지 않는 경우에는 더 큰 문제를 만든다. 평시에는 자유롭게 의사결정 하던 VIP께서 위기시에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시는 경우도 있다. 의사결정 하시는 VIP께서 공개된 방식 보다는 매우 한정적인 대상을 통한 일방 하달에 익숙하신 경우도 있다. 실무진에서는 VIP의 의도나 의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한다. 의중에 대한 해석도 분분 해 진다.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데, 그것이 VIP가 보실 때 정확한 것인지 알기 어려워 대부분의 실행에 자신 없어 한다. 사후에도 내부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각자가 각자의 위기관리를 함

    부서들이 함께 체계를 맞추는 것은 이상적이고 권장할 만한 것이지만, 체계라고 해서 여러 부서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거나 심지어는 하고 싶은 위기관리를 중구난방으로 하는 것 또한 실패의 주된 원인이다. 일부 경우에는 부서의 역할까지 침범하며 중복된 실행을 각자가 하기도 한다. 흔히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런 심각한 문화 속에서는 컨트롤타워도 그 의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누가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 내용을 스스로 모르는 현상이다.

    대응 기조를 계속 변경함

    이는 대부분 VIP의 의중이 자주 변화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초기에는 전격 사과를 했으나, 계속해서 논란이 커져가자, 법적 대응을 발표하는 경우가 전형적이다. 이후 언론과 여론에서 일관성 없는 대응 기조에 대해 비판을 하니, 자사 대응 기조를 다시 바꾸어 기자회견을 하거나 새로운 사과문을 올려 다른 실행을 더 한다. 그 이후에도 공격적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송도 하고, 창의적 개선책을 발표하기도 하며 말그대로 누더기 관리를 실행한다. 내부 임직원은 어떻게 해야지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를 알고는 있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회사의 의사결정 때문에 침묵한다.

    내부 정치적 현실 때문

    위기관리에 있어 VIP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해결 의지 그리고 위기관리를 관통하는 그분의 의중을 정확하게 내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 위기관리의 성공 가능성은 극대화된다. 반면, VIP의 그러한 위기관리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실한 경우에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생산된다. 아무리 효과적인 위기 대응 전략과 방식이 도출되더라도 VIP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시면 그 실행이 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러시더라도 회사를 위해 꼭 하셔야 한다”고 다시 조언할 수 있는 내부 임직원은 없다. 알고는 있지만 할 수는 없었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의지 없음

    평시의 위기관리도 그렇고, 위기 시 위기관리에 대해서도 사내에서 특별한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의 케이스들도 있다. 이를 선해하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위기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위기임에도 위기를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운이 좋아서 해당 위기가 큰 논란이 되지 않고 사라져 버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런 경우의 문제는 위기관리를 운에만 의지한다는 것과, 아무런 대응 체계나 준비 없이 바라만 볼 때의 경우다. 전략적으로 로우 프로파일한 대응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의지가 없어서 외면하는 위기관리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내부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문제 가능성은 알지만 대부분 침묵한다.

    위기 속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위기를 더 큰 위기로 키우는 것도 사람이다. 이에 맞서서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도 사람이다. 사람끼리의 일이라는 것만 보아도, 우리가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해 전혀 모를 수는 없다. 공감이나 역지사지 같은 개념도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문제가 풀릴지 조금만 함께 예측해 보면 답은 낼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논의를 하다 보면 위기는 관리되기 마련이다.

    문제라면, 그렇게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위기관리를 하지 않게 하고, 하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이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기업의 기업문화, 철학, 원칙, 리더십, 투명성, 체계, 역량, 정무감각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가능한 평소에 위기관리를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환경,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 환경을 적극적으로 찾아내라는 것이다. 그것을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고 공론화해서 개선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가 잘 되지 않을 이유를 빨리 빨리 찾아내자.

  • 위기관리를 AI가 할 수 없는 이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된 기업의 의사결정그룹에 들어가 여러 논의를 하다 보면, 임원들이 종종 묻는 질문이 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시나요?” “언제까지 이런 언론의 비판이 이어질까요?” “지금 대응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할까요?” “이런 유사 케이스를 다루어 보셨으니까 아실 것 같은데요. 이번 저희 케이스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인가요?”

    이런 질문을 하는 임원들은 위기관리를 일종의 과학이라 생각하는 분들이다. 위기관리 이론과 원칙에 의해 많은 부분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고, 판별 가능하며, 심지어 통제까지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위기관리가 과학이라면 요즘 화두인 AI가 위기를 관리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관리는 과학이라기 보다는 예술(Art)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다. 하나의 상황을 두고 여러 전문적 의견이 엇갈리는 근본적 이유가 위기관리의 예술적 성격 때문이다. 위기상황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주제들이 가변적인 혼동 그 자체다. 그런 여러 혼동을 관리하는 위기관리가 어떻게 과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위기상황을 두고 대응 결정을 할 때 종종 충돌하고, 의사결정자들을 갈등하게 만드는 대표적 주제들을 정리해 본다. 과학으로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예술로도 문제를 푼 다기 보다는 문제를 다룬다(manage)고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신속한 대응 vs. 타이밍을 기다리는 대응

    위기관리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신속성이다. 그러나, 모든 위기 상황에 있어 관련 기업이 신속한 대응을 하라는 의미의 조언은 없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위기 시 신속하게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고민에 빠진다. 빨리 빨리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사로 잡힌다.

    그러나, 위기 상황은 그 유형과 변화 방향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일정 기간 지켜보며 타이밍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에 대한 판단은 여러 변수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간단하게 원칙 비슷한 것을 만들자면 “적시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조언이 될 것이다. 그 다음 문제는 “그렇다면 바로 그 ‘적시’는 언제인가?”다. 이에 대한 의사결정은 다시 예술이 돼 버린다.

    VIP가 나서야 vs. 담당 책임 임원이 나서야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에 있어 VIP의 가시성을 강조하고 조언한다. 회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 뒤로 숨는 VIP는 위기관리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가능한 신속하게(여기에서도 예술성이 필요) VIP가 앞으로 나가 머리를 숙이고, 사과문을 읽고, 질의 응답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위기상황에 직접 관리책임이 있는 고위임원이 먼저 나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해서도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그때 가서 비장의 카드로 VIP가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낫다는 조언을 한다. 양쪽 시각에는 각각의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 예술적인 질문은 “임원이 나서야 하는 경우는 무엇/언제이고, VIP가 나서야 하는 경우는 무엇/언제인가?”다. 의사결정이 그래서 어렵다.

    사과해야 한다 vs. 반박해야 한다

    비교적 사과를 해야 하는가 반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예술적으로 보면 어떤 경우 사과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반박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이 생겨난다. 어떤 부분까지는 사과해야 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도 따라온다.

    위기상황에 대하여 회사에 심각한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사과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거나, 직접적 책임성이 일부 부족하거나 (여러 주체가 얽혀 있는 경우), VIP 판단이 사과할 수 없다는 것인 경우에는 사과를 하지 않기도 한다. 상당히 여러 예술적 요소들이 관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해야 한다 vs. 위기관리팀이 해야 한다

    이 주제도 전형적인 예술적 주제다. 어떤 기업 대표께서는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어떤 기업 대표께서는 위기관리라는 것이 우리의 핵심 사업이 아닌 관계로 전사적으로 모든 직원이 평시에 위기관리 역량을 키우고 준비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 하신다. 대신 부서의 특정 인력을 모아 위기관리팀을 구성하여 그들을 중심으로 위기를 관리하게 해야 한다고 하신다.

    두 시각 모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 체계와 관련되어 있는 이 누가(who)에 대한 주제는 아주 복잡한 예술성에 기반한 토론 주제다. 위기의 규모, 형태, 심각성, 부서 관련 양상, 전사적 데미지 유무 등이 다차원적으로 관여되기 때문이다. 위기 규모에 대해 모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예상되는 데미지가 매출의 OO% 이상 일 때, 이하일 때”를 나누어 대응 조직 범위와 수위를 정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도 사실 과학적이지는 않다.

    언론에 위기관리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vs.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상당히 민감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위기관리 상황에서는 내부적으로 항상 중요한 의사결정 주제다. 저널리즘과 언론의 사회적 역할 그리고 의미를 강조하며 언론을 상대로 기사를 매수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다 주장하는 임원도 있다. 그에 대해 회사가 입을 데미지를 예상하면 언론에게 위기관리 예산을 어느 정도 쓰는 것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이득이 된다는 현실적 주장을 하는 임원도 있다.

    이 경우에도 어김없이 예술적인 질문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어떤 기사에는 예산을 써야 하고, 어떤 기사에는 쓰지 않아야 하는가?” “어느 매체에는 예산을 쓰고, 어떤 매체에는 쓰지 말아야 하는가”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대응 예산을 써야 하는가?”하는 여러 고민 주제가 쏟아진다. 이런 경우 확실하게 이렇게 저렇게 하십시오 조언하는 전문가가 있다면 한번은 의심해 보아야 한다. 누구도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모든 변수에 대한 입체적 검토와 분석 없이 정해진 조언을 해서는 안 된다.

    우호 언론을 활용해야 한다 vs.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 주제 또한 흔하게 논의되는 주제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상황이 우호 언론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인가?” “우호 언론이라는 곳이 현재 상황에서 우리를 위해 나서 줄 것 인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인가?)와 같은 예술적 질문이 이어진다. 우호 언론을 활용한다면 과연 어떤 논리를 가지고 우리 회사를 감싸 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나오곤 한다.

    어떤 노력을 기해서라도 특정 언론을 우호적으로 활용한다고 해서 현재 상황에 반전이 생길 것인가 하는 것도 검토 주제다. 자칫 우호 언론들이 나서서 불완전 한 논리로 상황에 개입하는 경우 이해관계자(주로 규제기관)를 자극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심지어 기관의 수사나 조사를 받고 있는 경우 우호언론의 섣부른 개입은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모든 변수들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계량할 수 있을까?

    위기 지속 기간을 줄여야 한다 vs. 어느 정도 시간을 끌어야 한다

    골치 아픈 주제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위기관리 목적에 있어서 위기의 지속기간을 최단기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조언을 한다. 하루 이틀에 적극 관리해 끝낼 수 있는 위기를, 몇주간 끌지 말라는 것이다. 위기 지속 기간이 짧을수록 이해관계자나 공중의 기억은 적어지고, 부정적 인식의 수준도 줄어 든다는 이야기를 한다.

    반면에 가능한 상황을 견뎌가며 장기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규제 및 수사 기관의 개입이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조사 및 수사 기간이 장기화 되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추어 최대한 관리 해 나가야 한다는 조언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예술적인 질문은 “일단 초기 상황은 적극관리 해서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인식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놓고, 장기적인 조사나 수사 대응을 하는 것은 어떤가?”하는 질문이다. 예스나 노 또는 A or B로 답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련되어 있는 변수들을 먼저 보고 고민해야 하는 질문이다.

    위기상황이 이제 끝났다 vs. 아니다 아직 좀더 자중해야 한다

    언제쯤 다시 광고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찬 난감하다. 현재의 상황이 아직도 불타고 있는데, 마케팅 부서에서는 광고의 재개 일정을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영업부서에서도 여러 미래 예측 질문을 해 온다. 최초 상황이 어느 정도 관리되었고, 언론기사가 줄고, 온라인에서의 관심도 상당수 사라진 것 상황이 되면 그런 질문들을 더욱 더 잦아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여론 상황이 아직도 불안정하다는 지표와 수치들을 보여주며, 일정 기간 좀 더 자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예술적 질문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다음주부터는 어떤가? 다음 달 초부터는 어떤가?”같은 질문들이다. 일부에서는 전문가의 예상과 예언을 혼동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여러 예술적 위기관리 주제들은 거의 모든 위기관리 현장에서 반복되고 반복된다. 유사해 보이는 위기 상황에서도 기업에 따라, 때에 따라, VIP의 의중에 따라, 임원들의 내부정치적 입장에 따라, 규제나 수사기관의 움직임에 따라, 그 외 더 많은 자잘한 변수들에 따라 대응방식이나 방향까지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 때 그 때 마구 쏟아지는 예술적 고민 주제들을 다루어 가며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를 과학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예술적인 질문에 대해 적확한 답을 바로 내놓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한심스러울 것이다. 전문성 자체에 대한 의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속이 시원하기는 커녕 위기상황 보다도 더욱 답답할 수 있다.

    그래서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모든 위기관리를 관통하는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대신 해답이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또한 예술적인 이야기다. 지금도 위기관리에 관심을 두고 위기관리를 공부하려 하는 여러 실무자들에게는 위기관리를 과학이라 생각하지 않는 습관을 먼저 들이고, 이를 기반으로 위기관리를 바라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때로는 답이 없을 수도 있다. 정답 보다 해답을 찾는 노력이 현실적일 수 있다.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지 완전한 방안을 찾으려 해서는 힘들기만 할 뿐이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당하더라도 실행해야 할 대응도 있을 수 있다. 윤리적이거나 도의적으로 일부 문제가 있는 대응 방식을 과감하게 선택해야 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우선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극약 처방을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입은 데미지가 생사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최대한 대응역량과 예산을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결정 속에는 사람이 있고, 예술이 있다. AI는 과연 그런 현실을 사람보다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을까?

  • VIP의 위기관리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필자가 쓴 위기관리책 ‘원 퍼센트(1%)”에서도 위기 시 기업 내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하는 핵심 의사결정자의 위기관리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기업의 이슈와 위기상황을 가까이 지켜보며 함께 관리 활동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1퍼센트를 대표하는 VIP의 위기관리 역량만큼 기업의 위기관리에 중요한 자산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오래전 실제 경험했던 기업 내 1퍼센트 중 핵심인 VIP의 위기관리 방식들을 돌아본다. 이를 통해 위기 시 VIP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왜 전문가들이 VIP가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백시간의 고민을 한시간만에 해결한 VIP

    판매한 상품에 대한 논란이 생겼던 모 기업. 최초 한 언론에서 해당 제품의 문제를 단독 보도한 직후부터 경영진은 대응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홍보실이 중심이 되어 여러 사후 대응 활동을 하고는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이었다. 고객센터와 영업 등 관련 임원이 모여 고민에 고민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판매된 해당 제품의 수량이나 가격 때문에 임원들의 고민은 깊었다. 가능한 회사의 재정적 피해까지 줄여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동안 시간은 흘렀다. 상황은 점차 더 심각 해 졌다. 그때 그 회사 VIP께서 위기관리위원회 미팅에 직접 참석하셨다. 지금까지의 전개 상황과 대응 옵션을 들으신 VIP께서는 “전량 리콜하고, 묻거나 따지지 말고 고객 보상 해 주십시오”라는 결정을 내려 주셨다. 이후에는 고객센터와 관련 부서들이 합심해 일사천리로 고객관련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었고, 이내 시장내 소음은 줄어들었다.

    만약 VIP께서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하셔서 즉각 결정을 내려 주셨다면, 해당 이슈는 훨씬 빨리 해소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임원들에게 늦었지만 단호한 결정을 내려 주신 VIP때문에 결국은 더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해결 방식을 다른 곳에서 찾으신 VIP

    의도치 않게 사회적으로 공격을 받게 된 기업이 있었다. 몇몇 징조는 있었지만, 일이 이렇게 연이어서 터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더구나 수년에 걸쳐 가끔씩 논란이 되었던 전례에 대한 부담까지 겹쳐서 해당 기업은 바로 곤경에 빠져 버렸다. 대응을 위해 위기관리위원회에 임원들이 모여 머리를 싸맸다. 사회적 이슈인지라 관련 전문가들도 모여 조언을 했다.

    홍보실에서는 직접적으로 VIP께 기자회견을 자청하시라는 조언을 하지 못했지만, 내심 그것 밖에 문제를 풀 대응 방안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옵션 중 하나로 홍보실의 의견을 담아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조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VIP는 끝까지 위기관리 위원회 회의석상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내부에서는 VIP께서 여기저기 사회적 핵심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신다는 말이 돌았다. 정치권에도 연결 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어하신다고도 했다. VIP께서는 해당 이슈를 자사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모라 정의를 내리신 것 같았다. 왜 자사가 그렇게 까지 사회적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예상보다 장기화되었고, 회사의 부담과 데미지는 최대화되었다. VIP는 결국 당국의 조사를 받기까지 하셨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께서 당면한 이슈나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시는가에 따라 관리 예후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그와 함께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의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거리도 던져준다. 직접 VIP가 누구를 만나시고, 발로 뛰시는 것이 진정한 위기관리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주제다.

    대응 의견의 중재자가 되신 VIP

    갑작스럽게 위기상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회사는 그 이전부터 감을 잡고 있었고, 사전 위기관리를 했던 위기 대응팀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전에는 여러 의견들이 유사했던 자문그룹 전문가들의 의견이 사후 대응 부분에서는 여러 갈래로 갈리기 시작했다.

    로펌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문제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소송까지는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대관 전문가들은 일단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어떻게 든 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홍보 전문가들은 핵심 이해관계자의 적대적 의도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것이 언론에 대한 메시지로도 의미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다른 시니어 전문가들은 일단 쏟아지는 부정기사를 어떻게 든 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어지럽게 대응 회의가 장기화되고, 의사결정은 지연되었다. 각각의 조언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며, 각자가 보는 우선순위가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때 일부 시니어 전문가들이 아주 큰 목소리를 내면서 위기관리위원회를 이끌고 나가려고 했다. 그 때 VIP가 침묵을 깨고 모든 자문 내용을 하나 하나 복기하며 우선순위를 정해주었다. 정확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실행방안을 하나 둘 셋으로 정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VIP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그 후로도 VIP는 계속해 정기 미팅에 참석하시어 공유된 대응활동에 대한 업데이트를 받으셨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불안하고, 일관된 방향을 준수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시는 듯했지만, 자신을 다잡으며 위기관리 전반을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리드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리더십은 분명하게 자사 VIP가 쥐고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소중하고 의미 있지만, 그들로 하여금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거나, 그들 중 한쪽이 의사결정을 리드해 나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이다. 내부 중재자로서의 VIP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자신이 직접 해명문을 작성하신 VIP

    회사 제품에 대한 정부의 문제 적발이 알려졌다. 여러 언론에서 일차적으로 해당 사실을 기사화해서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여러 전문가들이 위기관리위원회 일원으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에 의해 향후 상황 변화 시나리오가 만들어 졌고, 각각에 대한 발생 가능성과 대응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홍보실을 비롯해 대관, 법무, 영업, 마케팅, 내부컴 등의 부서들이 각자 해야 할 일을 찾고 있었다.

    대응 작업을 위해 몇시간이 지났을 때까지 위기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시던 VIP께서 종이 몇 장을 들고 임원들을 개인적으로 부르셨다. 문제는 그 종이가 VIP께서 개인적으로 쓰신 해명문이었으며, 그 종이를 건네는 방식이 임원 한 명 한 명을 VIP 사무실로 따로 불러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위기관리 위원회에 공유하셨다면, 그 해명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메시지 검증이나 윤문이 있었을 텐데, 그 과정이 생략된 채 VIP의 해명문은 그대로 회사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게시 공유 되었다.

    심지어 부서 임원 간에도 사일로가 있어 상호 공유나 협력이 없었다는 것도 놀랄만하다. 하지만, 일부 부서에서는 VIP의 메시지에 일부 공격적이고 민감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회사 창구를 통한 공유에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창구에서는 VIP의 메시지가 그대로 공유, 공개 되었다.

    몇시간 후 그 메시지를 접한 언론에서 추가 기사를 쏟아냈다. 다시 몇시간 후 최초 문제를 제기했던 규제기관이 발칵 뒤집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후에는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의 의사결정 미참여 및 단독 행동의 위험함, 위기관리위원회의 무력화, 임원들간 사일로의 문제, 정무감각의 부족 또는 부실로 인한 문제 등이 핵심적인 반면교사 포인트가 되겠다. VIP의 개인적 생각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공개되었을 때의 파장은 미리 예측가능해야 했다. 그리고 그 부정적 파장을 방지 또는 최소화 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중간에 위치해야 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미리 미리 준비하자 시던 VIP

    아무런 문제 없이 평소와 같은 날들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갑작스럽게 VIP께서 임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위기관리 및 대응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셨다. 예기치 못했던 질문을 받은 한 임원은 부랴부랴 위기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하고 실제 시뮬레이션까지 해 보자는 내부 제안을 했다. VIP께서 흔쾌히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지시 하셨다.

    수개월에 걸쳐 여러 전문가들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핵심 리더들과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대응 매뉴얼의 형식을 가다듬으며 디테일을 업데이트 했다. 이후 위기대응 시뮬레이션을 대규모로 실행했다.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을 본사와 해외, 지방 등으로 나누어 일사불란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VIP께서도 직접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시어 의사결정 훈련을 하셨다.

    그 과정에서 몇몇 임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가뜩이나 업무가 많고 바쁜데,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을 예상해 시뮬레이션까지 한다는 것은 좀 너무 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결국 어떻게 든 여러 점검과 개선 그리고 훈련을 통한 경험은 위기관리위원회측에 제공되었다.

    그 이후 한달이 지나지 않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실제 위기상황이 발생되었다. 위기관리 위원회 임원들은 지난달 시뮬레이션을 기억하면서 물 흐르듯 움직였다. 다양한 사전 고민 부분들을 점검하면서 대외 기관과의 협업은 물론, 본사, 해외, 지방 등의 사업망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이후 짧은 시간 내에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회사 내외부적으로도 아주 성공적인 위기대응 프로세스와 자세였다는 칭찬을 듣게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하여 항상 질문하고 궁금증을 가지는 VIP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질문하는 VIP가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고, 역량을 키운다. 평시 아무 일도 없었을 때 하셨던 질문 하나가 그 회사가 수십년에 한번 경험할까 말까 하는 대형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 내게 만들었다. 이 VIP의 솔선수범은 그 질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실제 이슈나 위기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상당한 조력자가 되어 주시는 VIP가 분명 있다. 그러나 일부 VIP께서는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별로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다. 또 일부는 개인적으로 상황을 개선시켜 보려 동분서주하시는 분도 있다. 여러 조언가의 말에 휩싸여 의사결정을 못하시고 고민만 하시는 VIP도 있다.

    일부 VIP는 경험이나 정무감각이 충분하지 못하셔서 현장상황과 괴리되는 대응 지시를 계속하시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자신에게 부족한 경험과 정무감각을 관련 전문가들에게 의지해 신속하게 성장시키려 하시던 VIP도 있었다. 새로운 대응 방향과 아이디어를 전달하며 계속해서 전문가들에게 검증 받기 원하시던 VIP도 있었고, 대응 방식에 자신을 빼 달라며 부담과 거부감을 나타내셨던 VIP도 있었다.

    물론 어떤 VIP냐에 따라 해당 이슈나 위기관리가 성공한다 또는 실패한다는 원칙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그만큼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개입되는 변수의 수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경험적 교훈은 VIP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역할을 수행하시면 위기관리 전반이 성공에 가깝게 전개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VIP께서 상당한 의사결정 역할과 참여를 거듭하셨기 때문에, 사후 위기관리 평가에 대한 개인적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위기관리위원회 참여 임원들의 현실적인 생각이다. 성공적인 VIP가 하는 위기관리는 일단 빠르다, 단호하고, 확실하다. 전사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정확한 방향성과 일관성이 설정된다. 최소한 VIP가 사라진 위기관리처럼 좌충우돌, 오리무중 또는 갈팡질팡 같은 내 외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VIP가 제대로 하시는 위기관리는 성공의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반대로 VIP가 사라져 버리거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해 주지 못하는 경우 위기관리는 실패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그 외 모든 변수는 운에 따라 결정된 다니, 일단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는 무조건 제대로 되고 볼 일이다. 그게 진인사대천명이다.

  • 조사 및 수사 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략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특정 이슈나 위기와 연루되면 담당 기관으로부터 조사 또는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우 검찰, 경찰, 공정위, 국세청, 식약처, 관세청, 지자체 등의 움직임에 따라 해당 기업과 관련된 다양한 부정 기사들이 쏟아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로 인해 상당수 기업은 조사 및 수사가 시작되면 전사적인 패닉에 빠진다. 사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경우라고 해도 실제 기관의 움직임이 개시되면 기업 내부에서는 두려움과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기업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로 인해 많은 경우 기업 스스로 상황 초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불완전하고 문제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상황을 악화시키곤 한다. 그렇다면 혼란의 연속인 조사 및 수사 대응 상황에서 기업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까? 그 전략과 방법론을 정리해 본다.

    첫째, 침묵보다는 홀딩이 낮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사나 수사를 앞둔 기업의 침묵은 곧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런 관점도 상황에 따라 맞기도 틀리기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사에 대한 조사나 수사를 앞두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기업이 무엇을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만약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것이 있더라도 지금 커뮤니케이션 해서 상황을 전환시킬 수 있느냐를 따져볼 필요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해서 실질적으로 얻을 것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별로 얻을 것이 예상되지 않는다면 모든 커뮤니케이션 요구에는 홀딩(시간을 벌기)하는 것이 이롭다.

    둘째, 시끄럽게 하소연 말라

    일부 기업이나 셀럽의 경우 기관의 조사나 수사가 예상되면 오히려 활발하게 언론 접촉을 하고, 무리하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 노이즈를 일으킨다. 당사자는 그렇게 자가발전 한 노이즈가 여론을 형성하여 자신에게 이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조사나 수사 주체 기관의 담당자들의 존재다. 그들이 정해진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많은 노이즈가 일어나게 되면, 실무자의 특성상 무거운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한 조사 및 수사 실무자들의 부담감은 상황을 이롭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팩트를 나열하기보다 입장을 정리하라

    기관의 조사나 수사에 대응한다고 하면서 기업이 언론이나 공개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당히 다양하고 구체적인 팩트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가 있다. 수많은 정보를 쏟아 부어가며 자사의 결백함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회사가 현재 그 팩트를 누구에게 전달하고 있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메시지를 그 대상에게 전달함으로서 자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대부분 유사 케이스에서 기업은 유효한 대상으로부터 가치 있는 이득을 취하지 못한다. 오히려 사회적 노이즈만 극대화 시키며, 그와 동시에 실제 조사 및 수사 과정에서 자사가 기존 주장했던 팩트가 반박 당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조사 및 수사를 앞두거나 그에 임한 기업은 자사의 입장만 간단하게 표명하는 것이 훨씬 나은 전략이다. 패를 먼저 공개 할 필요는 없다.

    넷째, 부정기사에는 선별적으로 대응하라

    시종일관 기업은 조사 및 수사에 대응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로우 프로파일(low profile) 하고 리액티브(reactive) 한 대응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쉽게 표현하면 가능한 말을 아끼고, 언론이 물어오는 사안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유지하다 보면 기업 내부에서는 갑갑하다, 너무 안일하다, 보다 적극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이견이 나오게 된다. 그런 커뮤니케이션 기조는 기업 내 최고의사결정자의 일관된 태도로만 유지 가능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말은 아끼되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극히 부정적인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을 해 교정 또는 이해를 도모하는 노력은 해야 마땅하다. 리액티브 대응이 숨어서 말도 못하는 벙어리 대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섯째, 일단 진다고 생각하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라

    우리나라 기관이 행하는 조사 및 수사에서 기관이 승리하는 경우는 압도적으로 높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억울함과 과정의 문제를 토로하고는 하지만 결국 기관은 정해진 목표를 이루게 된다. 기업에서는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때 이런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사 및 수사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기관 vs. 자사의 권투시합 처럼 커뮤니케이션 하기 보다는, 자사가 기관의 조사 및 수사에 임해 퍼포먼스를 펼치는 피겨스케이팅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낫다. 기관 조사 및 수사에 임한 회사가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 가’에 중점을 두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라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권투시합 처럼 커뮤니케이션 하다 시합에서 져서 나뒹구는 비참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반면, 일부 기업은 피겨스케이팅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결론적으로 신뢰를 유지하며 무게감 있게 일관성은 잘 보여주었다는 느낌을 전달 하는 경우도 있다.

    여섯째, 적을 만들지 말라

    일부 기업은 기관과 기관에서 조사 및 수사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을 적으로 만드는 자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기도 한다. 악의적 조사나 수사라고 한다. 편파적이라고 하고, 모종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도 한다. 조사 및 수사 실무자들의 개인정보나 배경을 공개하며 비판 하기도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일부 정치인들이 활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법인데, 이를 그대로 기업이 모방하니 문제가 된다. 이슈나 위기상황에서 기업이 명심해야 할 아주 중요한 원칙이 그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절대 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더구나 자사에게 칼을 들이댈 집도의(?)를 적으로 만든다면 그 수술의 결과는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일곱째, 법정에서 이야기하라

    여론의 법정에서 이야기하라는 조언이 아니다. 실제 법정에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은 대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단, 공중과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기관의 조사 및 수사에 임하는 자사의 입장과 해명 노력에 대한 것이면 충분하다. 특히 이해관계자들이 궁금해하는 조사 및 수사 과정 및 이후의 변화, 영향 등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가 있다. 영역을 넓히면 대 이해관계자, 대 직원, 대 거래처 등의 범 내부 커뮤니케이션 노력은 훨씬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외 사안과 팩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법정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좋다.

    여덟째, 좌충우돌 말고, 좌고우면 말라

    기관 조사 및 수사에 임하게 되면 기업 내부에는 정말 말그대로 혼란의 시장을 방불하게 하는 환경에 조성된다. 넘치도록 다양한 첩보나 검증되지 않는 설들이 난무하게 된다. 의사결정그룹의 감정을 자극하는 다양한 정보들이 공유된다. 문제를 풀어주겠다는 브로커들도 나타난다. 유효한 압력을 행사해 주겠다는 선수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실시간으로 부정적 보도들이 이어지고, 회사도 모르는 내용들이 신문과 방송을 타며 이어진다. 이런 혼란속에서 대부분 기업은 좌충우돌한다. 대응 전략이나 일관성이라는 개념은 잊혀진다. 아침 의사결정이 다르고, 오후가 다르다, 저녁에는 또 바뀐다. 많은 대응 지시가 내려오지만, 실제 실행 되는 경우다 적다. 의사결정이 계속 흔들리는 동시에 이 결정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일단 혼란의 환경에서는 아무 의사결정을 하지 않아 보는 것이 나은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을 잠시 미루며 침전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이 조금 흔들려도 공중 및 이해관계자들 눈에는 엄청난 진동처럼 보이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홉째, 할 수 있다면 백그라운드 브리핑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면’이다. 능력 있고 신뢰 받는 대변인이 있다는 전제다. 기관의 조사 및 수사 과정에서는 기관측 실무자도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법적으로 일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정보들이 이를 통해 언론에게 흘러 들어 가기도 한다. 이런 소스발 정보는 기자에게 아주 좋은 기사 재료가 된다. 이런 정보의 흐름은 조사 및 수사를 받는 기업에게는 불리하고 부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위협이 된다. 이런 경우 기업에서도 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백그라운 브리핑을 한다. 기자들이 궁금 해 하는 기관발 정보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기업 대변인이 설명해 주는 방식이다. 기자들을 통해 여론에 영향을 주는 목적의 보도를 만드는 것과 기자들을 이해시키고 교육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후자의 경우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기업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 기업에게 정확하고 적절한 정보만 있다면 기관측 소스의 일부 무분별하고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시도를 제한하는 결과까지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서 조사 및 수사에 대응하는 실무그룹인 로펌과 대변인과의 튼튼한 협업은 핵심이다.

    마지막, 길게 보자

    기관의 조사 및 수사로 회사의 운명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자. 일정 기간이 흐르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회사의 사업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조사 및 수사에 대한 승부에만 너무 몰두해서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단기간 몰입하다 보면 중장기적으로 회사가 유지해야 하는 가치가 희석될 수도 있다. 일부 기업이 기관의 대규모 조사 및 수사에 임해서 보다 의연하고 발전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것도 그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일환이다. 조사 및 수사는 일시적이고, 사업은 영원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길게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상과 같이 기관의 조사 및 수사에 대응하며 검토해 보아야 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정리했다. 현장에서 조사 및 수사에 대응하는 실무자들과 의사결정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이 일관된 대응을 가장 어려워한다. 이는 마치 태풍으로 마구 흔들리는 바다에 뜬 배위에서 체스를 놓는 느낌과 같다. 계속해서 체스판이 흔들리니, 체스 말들이 쓰러지기를 반복한다. 일관된 게임이 진행 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수록 기업 내부에서는 조사 및 수사 실무에 대응하는 로펌과 커뮤니케이션 그룹 그리고 전체적 의사결정그룹간 3각 협력이 중요하다. 그들만 튼튼하게 엮여 움직이게 되면 체스판이 흔들려도 게임은 진행 할 수 있다. 그들의 협력이 강하면 일희일비가 준다. 반면 일사불란함은 극대화된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안정감 있는 의사결정그룹의 심리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누구나 불안하고 억울하고 화나고 힘 들지만,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의사결정자들의 담담함은 실제로 아주 큰 가치를 발한다. 모든 이슈 및 위기관리는 정신력이 기반이 된다. 조사 및 수사 대응 커뮤니케이션도 예외는 아니다.

  • M&A 커뮤니케이션 실행 10대 원칙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들어 기업간 M&A를 비롯한 경영권 관련 이슈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슈관리 분야에서 M&A 커뮤니케이션은 그 의미나 중요성에 있어 아주 흥미로운 프랙티스다. 딜을 둘러싸고 기업간 커뮤니케이션 전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역동적인 프로젝트라는 특성이 있다. 딜과 그에 기반한 플레이어들의 커뮤니케이션 전쟁이 언론 기사의 수를 극대화시킨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및 온라인 여론의 주목도는 높아진다. 딜 관련 다양한 시각의 프레임이 설정되고, 예상 시나리오가 판을 친다. 민감한 주제가 폭로되거나 공개되면서 그와 관련된 여론이 요동친다. M&A에는 항상 존재하는 인수측과 피인수측 그리고 그 딜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 플레이어들이 각자 자신만의 전략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언론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고차방정식이라 부른다.

    그만큼 자사만의 전략만 가지고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경쟁측과 주변측의 구도를 잘 읽고 변화를 따라가면서 자사의 전략을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제대로 이를 실행하려면 실행조직이 고도화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도 있다. M&A딜이 구성되고 개시되면 그에 따라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M&A 커뮤니케이션, 플레이어는 어떤 원칙에 주로 주목해야 할까?

    첫째, 전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의연하라                                                                                  

    여기에서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로드맵’이 아니다. ‘의연함’이다. 로드맵은 자사 의사결정자들에게 그 의연함을 가지게 하는 하나의 의지 대상이다. 물론 로드맵의 의미가 그 외에 없다는 것은 아니다. 로드맵은 일단 자사가 추진하는 딜 관련 목적과 목표를 포함한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가 “어느 항구로 항해하는지 모른다면, 어떤 바람도 유리하지 않다.”는 조언을 했다. 로드맵은 이번 딜에서 자사가 도착해야 할 항구를 정하는 것이다. 어떤 바람이 자사에게 유익한 것이지도 정한다.

    그 항구에 도착하기 위해 지나쳐야 할 것들과 극복해야 할 것이 골고루 정리되어 있는 것이 로드맵이다. 길을 미리 아는 의사결정자들은 보다 의연 해 질 수 있다. 실제 딜에서는 일희일비 하지 않는 의사결정자처럼 위대한 플레이어가 없다. 로드맵을 통해 항구를 정하고 보다 의연해지자. 의연한 커뮤니케이션만 시종일관 실행하자.

    둘째, M&A 딜 자체에만 집중해 커뮤니케이션 하라

    M&A커뮤니케이션은 M&A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 이외 목적으로 M&A커뮤니케이션을 혼동하지는 말아야 한다. 경쟁사나 피인수사를 단순하게 괴롭히는 것으로 M&A 커뮤니케이션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쪽에서 도발을 하니 그에 대해 응전을 해야 한다는 의사결정도 위험할 뿐이다.

    자극이나 상황적 도전이 있으면 그에 대해서는 반응하기 보다 대응해야 한다. 해당 자극이나 상황적 도전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M&A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그것이 그런 중대한 영향이 없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무시하는 것도 가치 있는 대응이다.

    셋째, 도움되지 않는 노이즈는 자제하라

    경쟁사나 피인수사의 도발과 노이즈에 항상 아무 반응도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눈과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앞서 조언한 대로 딜 자체에 중대한 또는 유의미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대의 움직임에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대응을 해야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조언인데, 이를 분별하는 것이 어려워 실행에 혼동이 매우 많다.

    자사에게 유리한 여론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략적 노이즈 메이킹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사의 경쟁 구도에 대한 판정이 우선이다. 만약 자사가 딜에 있어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 과도한 노이즈 메이킹은 과욕이 된다. 반대로 자사가 열세의 위치에 있다면 최대한 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노이즈 메이킹을 시도하는 것은 전략적인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또한 ‘딜에 대한 영향’이 되겠다. 단순 노이즈는 그냥 노이즈일 뿐이다.

    넷째, 상대측의 의도에 끌려 들어가지 말라

    딜의 구도에 있어 열세에 있는 상대측 노이즈 메이킹은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는 것이면 대부분 충분하다. 열세에 있는 측이 노이즈 메이킹을 할 때 목표로 하는 것 중 하나는 항상 상대측의 참전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노이즈 메이킹에 노이즈 메이킹으로 상대가 대응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사회적으로 시끄러움을 극대화 해 주목을 이끌어 내서 딜의 구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간단히 표현해 “날 좀 보소!”하는 열세측 노이즈 메이킹에는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반응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며 눈길을 주기 시작하면 이미 상대측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해 주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경우 열세측은 스스로 노이즈 메이킹을 해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상대를 오히려 두려워하게 된다. 아무리 찍어도 상대가 넘어가기는 커녕 움직이지도 않으면 자신의 전략을 바꾸게 된다. 노이즈가 계속 변화하니 이해관계자들만 피곤 해 진다.

    다섯째, 프론트 그룹을 분별하라

    자사나 상대측이 M&A 커뮤니케이션 성공을 위해서 프론트 그룹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여러 구도상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불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사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프론트 그룹을 움직여 간접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여기에서 기억할 것은 자사에서도 프론트 그룹을 비밀리에 움직이는 것처럼, 상대기업에서도 프론트 그룹은 기본적으로 비밀리에 운용된다는 사실이다.

    갑자기 어떤 관련 단체가 딜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개입하는 경우에는 그 단체나 개인이 프론트 그룹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득정 언론도 가끔 프론트 그룹 역할을 한다. 그 프론트 그룹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은 마련하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그러나, 그 어떤 프론트 그룹도 자신이 어느 측을 대변하는지 공개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해당 프론트 그룹을 공격하거나 제한하려는 시도는 다양한 민감성 및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핵심은 해당 프론트 그룹의 행동과 메시지가 이번 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지 판단해 대응하는 것이다.

    여섯째, 이해관계자와 영향력자의 개입을 경계하라

    인수자와 피인수자, 그리고 주변 이해관계자 플레이어들이 딜을 두고 각자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그에 이어지는 노이즈가 서로 충돌하며 혼란을 일으키게 되면 될수록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나 영향력자들의 개입 가능성은 높아진다. 부정적으로 판이 커진다는 것이다.

    M&A딜은 자사의 더 나은 성공을 위한 목적으로 실행하는 데, 그 과정에서 과도한 노이즈 메이킹으로 인해 회사가 중장기적 데미지를 얻게 되면 이는 본전 보다 못한 결과인 셈이다. 일부 딜과 관련한 M&A 커뮤니케이션이 상호 폭로전과 규제기관 자극, 사법기관 개입유도 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다. 이내 정치권이 나서기 시작하고, 시민단체들까지 추가 투입되면 해당 딜은 산으로 간다는 의미다. 열세인 측이 딜을 깨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유인작업이 아니라면 경계해야 할 실행이다.

    일곱째, 플랜B는 미리 준비하라

    로드맵은 도착해야 할 항구를 정하는 작업이라 한다면, 플랜B는 조금 있으면 지나가야 할 바다 위 큰 암초에 대한 대응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이를 얼마나 돌아서 우회해야 하는지, 바위를 부수고 건너가야 하는지 아니면 배를 들고 넘어가야 하는지 등을 다양하게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사전에 미리 정리될수록 좋다. 만약 그 바위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사전적으로 미리 플랜B를 만들어 대응 방안을 정리하면 된다.

    하지만 만약 해당 바위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파악하지 못했다면, 멀리 큰 바위가 보일 때라도 배를 세워 미리 대응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보이는 바를 토대로 큰 바위의 모습과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짜는 것이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그 큰 바위에 부딪혀 좌주(坐洲) 당한 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경우다. 일이 벌어지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여덟째, 정보와 자료를 취합해 정리하는 팀을 꼭 두라

    M&A 커뮤니케이션에서도 특히 그렇지만, 모든 이슈관리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실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인력이 ‘정보 취합 및 자료 정리’ 담당자들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M&A딜과 같은 고위의사결정 주제에서는 종종 ‘정보 취합과 자료 정리’를 담당하는 실무 그룹이 배제되거나, 간접적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자들은 자신이 시속 100km로 달려나가는 것 같은데, M&A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시속 10km 정도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든다면 꼭 확인해 보아야 하는 부분이다. 실시간 이루어지는 의사결정그룹의 의사결정에 대해 정보를 취합하고 실제 자료를 정리하는 엉덩이 무거운 그룹이 존재하는 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훌륭한 총을 쏘려 해도 총알이 충분해야 가능하다. 멋진 차가 달려 나가려고 해도 좋은 가솔린이 있어야 한다. 빈 총을 보고 왜 총이 나가지 않느냐 소리치지 말자. 가솔린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차에게 왜 달리지 않는가 묻지 말자. 정보와 자료는 M&A커뮤니케이션의 총알이자 가솔린이다.

    아홉째, 창구는 가능한 일원화하라

    누구든 어떤 메시지든 언제든 아무렇게라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으면 M&A 커뮤니케이션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뭐든 해야 딜에 이롭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는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대응보다는 반응에 몰두하는 플레이어도 좋지 않다. M&A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모든 실행은 통제와 통제가능성에 기반한다. 만약 통제되지 않을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 득보다는 실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뿐이다. 대부분 실익이 없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통제, 메시지의 통제를 위해 자사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메시지도 자사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통해 나갈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딜에 정통한 관련자에 의하면’ ‘익명을 요구한 고위 관계자에 의하면’ 같은 언론 기사를 좋아하는 의사결정자는 M&A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분이다. 답답하고 갑갑하고 생각대로 자사 창구가 움직여 주지 못한다 해도 계속해서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며 창구를 가르쳐 확보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전략이다

    가장 실행이 어려운 전략이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응’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쉬운 것이 어디 있는가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 정반대다. 가장 어려운 대응 방식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응이다. 일단 자사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 때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대응 전략이다. 어떻게 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지지 때문이다. 아무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고 상황을 관망하는 전략은 답답하고, 화가 나고, 안달이 생기기 때문에 곧 그 전략을 포기하게 된다.

    M&A딜 자체에 집중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은 하지 않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딜 자체에 우직하게 매달려 꼭 해야만 하는 커뮤니케이션만 미리 준비해 실행하는 주체가 성공한다. 경쟁사나 피인수자의 노이즈 메이킹에 거리를 유지하는 딜 주체는 상대를 두렵게 한다. 필요하지 않거나 유해한 영향력자들이 딜에 개입할 환경을 만들지 않는 주체는 전략적이다. 딜을 성공시키기 위해 떠들썩하게 만들어야 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며, 조용하고 신속하게 딜이 마무리되도록 커뮤니케이션 지원을 하는 것이 최고다. 그럴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중요한 것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 임원이 언론에게 상처 입는 이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대표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다 보면, 아주 다양한 임원들의 시각과 커뮤니케이션 습관 그리고 성격을 접하게 된다. 언론과 기자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이 있어 각자의 태도 자체에 차이가 생긴다. 또한 그와 상관없이 일상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습관이 서로 달라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적절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캐릭터가 분별된다. 성격 또한 마찬가지다.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기 전에 종종 참여 임원들에게 언론과 기자에 대해 평소 품고 있는 생각을 질문해 보기도 한다. 일부 임원은 신중하게 언론과 기자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생각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반대로 좋지 않는 느낌을 토로하는 분도 있다.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임원은 이전에 기자의 취재로 인해 개인적으로 상처를 받았던 경우들이 많다. 나에게 피해를 준 나쁜 사람들이 기자라는 개념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회사의 아주 중요한 위치에서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임원들이 자꾸 개인적으로 언론에게 상처를 입는 상황을 중대한 위협 또는 위기로 해석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평시 임원들에게 언론과 기자에 대한 이해를 비롯하여, 기자와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훈련한다. 기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 입는 임원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하겠다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주로 언론에게 상처를 입는 임원이 가지는 공통적 원인에 대해 정리해 본다. 왜 우리 임원은 언론에게 자꾸 상처를 받을까? 무엇을 알고 고치면 언론에게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 될까? 상처를 입더라도 이전과 같이 치명적인 수준을 어떻게 해야 면할 수 있을까? 한번 알아보자. 언론에게 상처받는 임원들은 대부분 이런 공통점이 있다.

    첫째, 기자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길 수 없다. 의도적으로 계획해서 질문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답변자는 없다. 만약 답변자가 기자보다 훨씬 더 많이 준비되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기자의 전화를 받거나, 기자와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임원의 대부분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어떤 기자가 언제 나에게 접근해 어떤 질문을 할지를 어떻게 알고 미리 준비할 수 있을까? 따라서 일단 임원이 언론과 대화를 시작하면 이길 확률보다는 질 확률이 엄청나게 더 높다. 백전백태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고, 아주 신중하게 게임에 임해야 그나마 생존이 가능하다.

    둘째, 임원은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영업부사장이 기자와 통화하며 회사의 영업 상황에 대해 설명 하나? 왜 인사부서장이 기자에게 자사 인사정책에 대한 직접 해명하나? 대부분 임원의 직무기술서에는 ‘언론과 대화하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기자와 대화한다는 것은 그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 이외의 활동을 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로 인해 회사에 피해를 끼치게 된다면 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기자에게 잘 설명해서 좋은 기사가 나오게 했다? 기자는 이길 수 없다고 바로 앞에서 조언했다. 만약 그런 결과가 있었다면 해당 임원은 그냥 운이 좋았던 것뿐이다. 그 운이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셋째, 기자와 말을 섞어도 나는 대변인이 아니어서 괜찮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임원들은 지인인 기자와 대화하고 나서 ‘개인적인 통화’라거나 ‘개인적인 대화’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것이 개인적이냐 아니냐를 판별하는 아주 중요한 기준은 통화나 대화의 주제가 순수하게 개인과 관련된 것이지 아니면 회사와 관련된 것인지에 따라 나뉜다. 만약 지인인 기자와 골프 실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대화를 마쳤다면 그것은 개인적 대화일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계획중인 골프장 인수 건에 대한 자랑을 섞었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대화일 수 없다.

    기자도 재무 임원인 자신이 회사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기자가 함부로 내 자신의 이야기를 기사화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기사를 쓰려면 그 내용을 회사 홍보실에 다시 한번 확인하고 쓸 것이다? 아무리 기자들의 수준이 낮아졌다고 해도 그 정도로 몰지각하게 기사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잘 아는 기자라서 그렇게 걱정할 것은 아니다? 글쎄다. 바로 맨 앞에서 조언한 것을 다시 기억해 보자. 기자를 이길 수는 없다.

    넷째, 말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말 실수는 단 한 번으로도 자신과 회사를 망치기에 충분하고 차고 넘친다. 실제로 기자와 통화 한번, 지나가며 한 말 한 마디, 술자리 실언 한 조각으로 자신의 커리어가 망가지고, 회사와 조직에 큰 데미지를 남긴 케이스들이 지천이다. 하지만 임원들이 볼 때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한다. 그건 회사 홍보실이 해당 기사를 사후에 적극 관리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후유증은 최소한 소스인 자신에게는 남는다.

    개인적 대화에서 말 실수는 개인적 창피함이나 우스움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기업 임원이 기자와 회사관련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한 말 실수는 그리 단순하게 정리되는 성격이 아니다. 그것이 기사화되거나 TV 방송을 타게 되는 경우에는 더욱 더 상황은 심각 해 진다. 온라인과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통제 불가능한 노이즈로 불 타오르면 해당 실수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구글은 결코 잊지 않는다(Google Never Forgets)”는 유행어처럼 자신의 이름에 실수가 붙어 평생 가는 온라인 주홍글씨를 남기게까지 된다. 기자도 그냥 실수라는 것을 이해해 줄 것이다? 글쎄, 다시 기억하자 기자를 이길 수는 없다.

    다섯째,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답을 한다

    내가 가장 중요한 중심이 되어야 생존할 수 있다. 기자가 질문한다고 해서 내가 꼭 답변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기자가 질문하더라도 내가 그 질문에 대해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답을 주면 안 된다. 준비되지 않은 답은 일단 회사내에서 합의되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답변은 애드립 일 가능성이 높다

    아는 범위 내에서만 이야기해 주었다고 변명해도 소용없다. 아는 범위 내에 어떤 준비되지 않은 메시지가 있었을 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아는 범위 내 이야기가 기자에게 공개하기 적절한 것이었는지 여부도 따져볼 겨를이 없었지 않나? 임원이면 기자가 한 어떠한 질문이라도 받아 쳐 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글쎄, 다시 기억해 보자. 기자를 이길수 없다는 것을.

    여섯째, 자신의 메시지가 적절한지를 따지지 않는다

    임원들이 기자와 대화한 뒤에 종종 하는 해명이 있다. 내가 임원으로서 못할 말을 한 것은 아니다. 내가 임원으로서 틀린 말을 했을 리 없다. 내가 임원으로서 그런 말도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런 사후 이야기를 한다. 맞다. 못할 말도 아니고, 틀린 말도 아닐 수 있다. 물론 임원으로 그 정도 이야기를 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적절했는가다. 만약 그 말이 부적절했다면 그 이후 모든 해명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적절한 메시지인가가 가장 우선되어야 할 필요 충분조건이다. 적절한 메시지는 충분한 준비를 거쳐서 탄생한다. 충분한 준비는 곧 사내에서 공식적인 합의를 의미한다. 기자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면 그 결과는 긍정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기자가 우리 메시지를 알아서 잘 해석해 줄 것이다? 아직도 오해를 하는 것 같다. 기자를 이길 수는 없다고 조언했다. 기자 마음에 희망을 품지 말라는 의미다.

    일곱째, 오프더레코드를 활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너무 자주 강조해서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다. 기자와의 모든 대화는 온 더 레코드다. 그리고 기자를 이길 수 없다는 조언은 절대 잊지 말자.

    여덟째, 기자 응대의 일관성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기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는 즉답하지 않겠다 생각했다면 끝까지 그 대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내가 충분한 준비를 거쳐 기자에게 우리의 준비된 핵심 메시지를 반복해 전달하겠다 싶으면 그리 하는 것이 좋다. 어떻게 해서 든 그 기자가 쓴 기사에 우리 핵심 메시지를 집어넣어야 하겠다는 결심을 버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최초 전략적 결심을 이내 잊어버리고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즉답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기자가 기술적으로 반복해 질문하니 결국 답을 줘 버리는 경우가 그런 것이다. 우리의 핵심메시지를 반복 전달해야 하겠다 하다가, 곧 다른 길로 빠져서 준비하지 않은 메시지들로 말잔치를 하며 대화를 끝내는 경우도 그렇다. 어떻게 임원인 나도 인간인데 그렇게 자연스럽지 못하게 같은 태도를 기계처럼 유지할 수 있나? 아니다. 임원께서는 인간이시기 때문에 더욱 더 기계적인 훈련을 받으셔야 했던 거다. 기자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해야 하는 최소한의 준비였던 거다.

    아홉째, 안전섬에 머무르는 것을 부자연스럽다 한다.

    핵심 메시지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일종의 안전섬 역할을 한다. 각종 차량이 빠른 속도로 오고 가는 10차선 도로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도로 중간의 안전섬이다. 일단 안전섬에 머무르기만 하면 치명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된다. 그 위에서 지나가는 차량을 살피는 여유도 허락된다. 이내 차량이 줄거나 속도가 잦아들면 안전하게 길을 건너갈 기회도 생기게 된다. 그런 소중한 안전섬에 머물러 있는 것을 부자연스러워 한다면 그건 극한 위험을 즐기겠다는 의미가 된다.

    백악관에서 매일 수차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펼치는 프로 대변인들도 두꺼운 브리핑북을 언제나 품고 다닌다. 그냥 애드립으로 답변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미 그 두꺼운 브리핑북을 장시간 숙지한 뒤에 하는 답변을 우리가 구경하는 것일 뿐이다. 대변인실에서는 그 브리핑북을 계속해서 업데이트 하는데 상당한 인력이 상당한 시간까지 투입한다. 말 그대로 매일 매일 안전섬을 짓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기자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로드킬은 당하고 싶지 않은 거다.

    열 번째, 창구일원화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

    기자와 백 번의 대화가 있다면 그 중 백 번 모두 가장 먼저 시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창구일원화다. “김기자님, 저희 회사 규정상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홍보실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게 창구일원화의 대표적 메시지다. 그렇다고 기자가 바로 질문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추가 질문이 이어진다면, 임원께서도 방금전과 같은 창구일원화 메시지를 추가해 전달하면 된다. 누가 지치는 가의 게임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그것은 기자의 취재를 회피하는 것 아니냐며 질문하는 임원도 있다. 그렇지 않다. 기자가 취재하는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홍보실에 대한 창구일원화는 중요하다. 자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야 기자도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있다. 그 지원 업무를 프로페셔널 하게 담당하는 부서가 홍보실이다. 임원께서는 기자에게 그런 창구를 소개하고, 프로세스를 가이드해 주는 것이다. 이는 자사와 함께 기자를 위한 것일 수 있다. 기자가 창구일원화를 싫어 한다? 절대 잊지 말자. 기자를 임원이 이길 수는 없다는 걸. 임원은 일단 생존이 목표여야 한다는 것을.

    이상과 같이 일반적으로 임원들이 가지는 생각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노력은 필요하다. 계속해서 언론으로부터 상처 받고 회사에 데미지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내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것이 곧 회사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더 해야 한다.

    위와 같은 생각을 버리고 스스로 준비하고 훈련하는 것은 전쟁을 위해 갑옷을 챙겨 입는 것과 같다. 갑옷이 원래 무겁고 답답하고 자연스럽지 않지만, 최소한 자신을 지켜 줘 생존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기억하자. 성공적인 기업의 임원은 누구나 그렇게 튼튼한 갑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자.

  •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한 임원의 일곱가지 실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를 최고 경영진이 해야 한다는 의미는 경영진이 현장에서 일선을 제치고 위기 대응 활동을 직접 실행하며 다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연히 실제 위기 대응 활동은 일선 실무자들이 한다. 경영진이 해야 하는 것은 그 실무자들을 위한 대응 방향 설정, 의사결정, 지원, 통합적 관제 역할이 핵심이다. 각자의 역할이 혼동되어서는 성공적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위기가 발생한 기업에 들어가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영진들은 실무자들이 너무 수동적이고 느리고 답답하다는 불만을 이야기한다. 관심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그들만’ 교육하고 훈련하려 평소 애쓰기도 한다.

    반대로 실무자들은 위기 시 경영진의 우유부단함에 큰 불만을 제기한다. 일부는 임원들이 너무 현실과 동 떨어진 대응 지시를 해 골치 아프다 하기도 한다. 경영진이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주저하고, 지원 대신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 실무자들은 자신이 현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현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왜 해야 하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해야 하며, 누구를 대상으로 언제까지 해 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뿐이다.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실무자들이 임원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질문해 오면 그에 적절한 결정과 함께 우리가 실무자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좋다. 통합적 관제를 해 가면서 안되는 것을 어떻게 든 되게 지원하고,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

    이번 편에서는 실무자 그룹들이 임원들에게 원하는 위기 시 실천 항목을 크게 7개로 뽑아 정리해 본다. 실무자들은 위기 시 임원들이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을까?

    첫째, 제발 빨리 마주 앉아 주세요.

    일선에서 팀장에게 문제 발생을 보고 한다. 팀장은 사내 메신저로 임원에게 보고한다. 해당 임원은 보고 받은 사실을 기반으로 관련 임원들에게 문제 발생 사실을 공유한다. 그 중 최고 임원이 사실관계를 좀더 정리해 부사장에게 보고 한다. 부사장도 추가적으로 확인할 내용을 정리해 대표이사에게 보고한다. 대표이사는 좀더 큰 의사결정을 위해 회장에게 보고한다. 이 프로세스를 한번 상상해 보자. 이 프로세스가 완결되어 다시 최초 실무자에게 대응 지시로 돌아오는 기간 까지는 대체 얼마나 소요가 될까?

    위기 발생 시 담당 임원과 대표이사 비서와의 대화를 가상해 보자.

    “대표님께 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 급하게 대표님을 좀 뵐 수 있을까요.”

    “저 상무님 지금 대표님 중요한 회의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제 대표님 회의가 끝나셨나요?”

    “아…상무님, 지금 대표님 회의는 끝나셨는데. 해외와 컨퍼런스 콜 하고 계세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대표님 컨퍼런스 콜이 이제는 끝나셨나요?”

    “상무님, 죄송해요. 제가 보고는 드렸는데, 지금 화장실 가셨습니다. 조금만…”

    “대표님 돌아오셨나요?”

    “상무님…방금 전 외출하신다고 나가셨습니다. 직접 휴대폰으로 연락해 보시지요.”

    이런 식으로 현실에서는 길고 긴 시간이 보고 대기 행위로 소모된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 하기 위해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최고 의사결정자들과 위기관리팀 구성원이 한자리에 신속히 마주 앉으라”는 조언을 한다. 실무진들이 원하는 임원들의 실행 가장 첫번째도 그것이다.

    모두 한꺼번에 한자리에 모여 한 번에 상황을 브리핑하고, 추가 질문과 확인을 진행하며, 신속한 의사결정에 대한 합의를 끝내 달라는 요청이다. 그래야 일선에서도 빨리 대응해서 문제를 관리해 나갈 수 있게 되니 하는 말이다.

    두번째, 의사결정 좀 빨리 해 주세요.

    실패하는 위기관리에는 항상 반복되는 메시지와 평가가 있다. “처음 겪는 사고라 경황이 없었다” “늦어진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때 늦은 사과” “늑장 대응” 이런 것들에 우리는 익숙하다. 가끔 그런 회사 사람들은 “우리도 최대한 빨리 한 건데, 그걸 가지고 늑장 대응이라고 하다니 정말 억울하다”며 하소연한다. 빠른 대응과 느린 대응을 나누는 기준은 대체 뭐냐 질문한다.

    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는 신속함이 그 기준이다. 우리가 중심이 아니라 주변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라는 하소연은 절대 기준이 아니다. 헷갈리지 말자.

    의사결정은 그래서 더더욱 빛의 속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결정이 빨라 모든 대응 준비를 하고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대응 패턴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대응 준비를 해 놓았는데도 어떤 의사결정이 언제 이루어질지 몰라 모든 일선이 괴로운 게 현실이다. 일선에서는 위기관리가 기다림의 인내에 기반한다며 자조한다. 장시간 대기하며 상부의 의사결정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의사결정은 최대한 빨라야 한다.

    세번째, 잡기술에 관심 같지 말아 주세요

    임원들이 위기 시 자꾸 정석 대응 보다는 신기한 비밀 기술을 언급하며 일선에게 정상적이지 않은 대응을 주문하는 경우 일선은 크게 힘들어진다. 이런 경우 임원들은 “대응할 아이디어가 없나?” “뭐든 해야 하지 않을까?”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뭘 까?”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정해진 대응이라는 것은 명확한데, 그것 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것 같다.

    밀어내기를 할까? 물타기는 어때? 하드를 OOO을 가지고 다 지워 버리자. 단톡방을 폭파해야 한다. 서류와 자료들을 직원 개인 차량으로 운반해라. 해당 기관에 빨대를 꼽아 놓아라. 엘리베이터를 중지 시키고, 관계 기관 사람들의 진입 시도를 최대한 끌며 방어해라. 가능하다면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 영장을 복사한다고 하면서 시간을 끌어라. 여러 디테일 한 기술들을 언급하며 모두가 한마디씩 거드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결론적으로 이러한 자잘한 기술들은 정해진 정석의 대응을 진행한 후에 고민하거나 이내 생략해도 된다. 그와 같은 기술을 가지고 그것이 곧 위기관리라 착각하면 안 된다. 일선에서는 그런 자잘한 기술에 자신의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 그것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가? 이 질문이 대응 전반의 결정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네번째, 정상적 이해관계자관을 수립해 놓아주세요

    만약 임원들이 언론을 극히 싫어 하거나 규제기관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그건 언젠가 문제가 된다. 소비자들을 폄하하거나, 시민단체와 국회를 우습게 안다면 더 큰 문제다. 거래처, 공장 주변 커뮤니티, 직원들과 그 가족들 어느 누구 하나도 정상적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된다.

    평소 임원들이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자를 바라보는 시각, 대하는 자세, 관련한 깊은 고민이 정상화되어 있어야 위기 시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 해 진다. 물론 그와 같은 정상적 이해관계자관은 임원은 물론 일선에도 똑같이 공유되어 있어야 한다. 같은 이해관계자관을 전사 구성원들이 정상적으로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해관계자들을 존경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존중하는 습관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위기 시 모든 문제를 푸는 가장 훌륭한 열쇠가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위기를 위기라 부르지 않으면 그것은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회사의 위기대응 방식에 공감하고 칭찬한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한 것이 된다. 나아가서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생겨난다. 그런 이해관계자를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임원들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한다.

    다섯 번째, 코디네이터와 컨트롤타워 역할에 주목해 주세요.

    기억해 보자. 국가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모든 언론의 공통된 평가와 주된 지적은 무언가? 바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비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일선 실무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현재 누가 이 위기관리 전반을 관제하고 있는가?”다. 위기 시 컨트롤타워가 어디에 있고, 누가 컨트롤타워의 핵심인가 하는 것을 일선은 계속 궁금 해 한다.

    컨트롤타워의 역할은 ‘하게 하고, 되게 만드는 것’이다. 일선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 어려움을 풀어주는 것이 컨트롤타워의 역할이다. 대응을 주저하는 일선 부서가 있다면 그 부서로 하여금 대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역할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의미는 강제로 그것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게끔 지원해 주라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

    어떤 대응 분야에 혹시 빈틈이 존재하는지를 모니터링 해 가며 확인하는 것도 컨트롤 타워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미 실행한 대응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반응을 센싱하는 것도 컨트롤타워의 임무다. 다음 추가 대응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컨트롤타워 없는 위기관리는 머리 없이 움직이는 몸뚱이와 다를 게 없다. 반대로 정해진 컨트롤타워 없이 임원 개개인이 대응을 지시하는 체계는 마치 머리가 여럿 달린 몸을 떠올리게 한다.

    여섯 번째, 멀리 보며 순리를 따져 주세요

    임원이 일희일비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조급함을 신속함과 혼동해서도 안 된다. 큰 흐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불같이 타오르는 이 상황이 지나면 일주일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한달 후는? 일년 후는? 이런 생각과 질문에 집중 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순리는 과연 어떤 것일까 질문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기법이다. 만약 제대로 된 순리를 찾게 된다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 그 순리적 대응이 비록 아프고, 입에 쓴 것이라 할지라도 당면 문제를 풀어내는 데에는 그 이상 가는 명약이 없다고 믿어야 한다.

    대부분 위기관리 실패에는 그러한 순리를 무시하거나, 역행하려는 시도와 실행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그런 순리에 어긋나는 대응을 진짜 위기관리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멀리 보면 순리가 보인다. 감정을 스스로 자제하고 합리성과 이성을 확보하는 것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에 대한 인위적 훈련과 반복적 경험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임원들에게 아주 필요한 훈련이다.

    마지막, 항상 벤치마크, 벤치마크, 벤치마크 해 주세요

    타사 위기 사례들은 아주 소중한 기출문제로서 의미가 크다. 자사의 전례들도 아주 소중한 위기관리 자산이다. 최근 어떤 위기 발생 트렌드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공부가 바로 벤치마크다. 젠더갈등에 대한 관심. 녹화 녹음 캡쳐 트렌드. 내부고발. 블라인드. 소송. 온라인 갈등. 정치적 갈등. 갑질. 폭력. 미투. 사회적 책임. 투명성. MZ세대들과의 위기관리 협업. 법의 강화. 다양한 위기관리 주제와 흐름에 익숙해져야 실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게 된다.

    나는 위기관리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릅니다. 그런 위기가 있었나요? 몰랐네요. 그게 뭐지요? 유행어인가요? 우리 회사는 그 회사와 다릅니다. 그런 민감한 내용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전례가 있다고요? 솔직히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실제 임원의 입을 통해 나와서는 안 된다. 단순히 관심의 여부라고 하기에는 매우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일선 실무자들의 일곱가치 실천 요청을 임원들은 좀 더 귀기울여 들었으면 한다. 이상과 같은 요청 하나 하나를 충실하게 실천해 나가기만 한다면 보다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위기관리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믿어 보자.

    위기관리는 최고경영진이 한다는 말의 의미도 다시 한번 새겨 보자.

  • 예측할 수 있다면, 예방할 수도 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위기에 연루된 기업들은 특징이 있다. 그렇게 엄청난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이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특징이다. 소위 말해 위기 시 ‘악당’과 ‘바보’의 선택 딜레마 때문이다.

    그 황당한 문제를 이미 기업이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다면 그 기업은 여론에 의해 즉시 ‘악당’이 되어 버린다.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 문제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면 여론은 그 기업을 그냥 ‘바보’ 같다고 평가할 뿐이다. 그래서 그 옵션의 딜레마에서 기업들은 대부분 ‘바보’로 보여 지는 옵션을 선택한다. 그것이 차라리 더 유리하다 믿기 때문이다.

    현실로 들어가보면 상황은 많이 달라 보인다. 기업이 그 존재 자체를 몰랐던 문제가 위기가 되어버리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기업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기업은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우려하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이미 사전적인 위기관리 개념에서 상당부분 관리 해 발생을 저지하거나, 방지도 하고 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기업은 실제로는 그 문제에 대해서 일부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관이나 방치했으면서도 몰랐던 것이라 주장한다. 어떤 경우에도 기업이 해당 문제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느낌으로 라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문제화되리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거나. 문제가 된다면 그 때가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이 될 것이다.

    기업이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위기란 어떤 것일까? 몰랐다는 것은 과연 실제로 어떤 의미일까? 기업들이 항상 말하듯 ‘우리는 이번 위기가 발생될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후면에는 어떤 상황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 뒷모습을 살펴보자.

    첫째 유형, 위기에 대해 전혀 관심 없는 기업

    회사 내에서 일단 ‘위기’라던가 ‘문제’라던가 하는 단어 표현을 쓰는 것을 극히 꺼리는 기업이다. ‘문제는 해결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하면서 함부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말라고 한다. 당연히 스스로 문제 소지를 적극 찾아내거나, 그것에 대해 해결을 하려 움직이는 직원을 꺼려 한다.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에, 다른 동종업계나 타업계 기업이 경험하고 있는 최근 문제나 위기, 이슈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 그런 일이 있었냐? 우리는 모른다. 이것이 핵심 메시지다.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아주 익숙해진 문제인데, 문제의 기업만 해당 문제를 새로워한다. 그런 위기가 발생되면 ‘우리는 이런 황당한 상황을 처음 경험해 본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을 참작해 달라고 애원한다.

    이런 경우는 위기를 몰랐다고 보기보다는 위기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상상해 보지도 않았고, 예상은 더더욱 못했던 것일 수밖에 없다. 예방은 언감생심이다. 그렇다면 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 왔던 것일까?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모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위기라는 것이 여기 저기 터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이후에 정상참작을 받는데 더 유용할 것이라는 독특한 생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철저하게 ‘바보’ 옵션에 기대는 것이다.

    둘째 유형, 위기를 단순하게 방치 방관하는 기업

    누군가 문제라고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믿는 기업이 이런 유형이다. 이런 기업에서는 현재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문제 소지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낫다고 보며 방치 방관한다. 그것을 해결까지 해야 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것은 언젠가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 조언하면, 그것은 오래된 관행이고, 일부는 자사의 경쟁력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 기업은 반론한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있는 수준이라 크게 염려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 의미는 이미 일정 수준의 관리는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문제의 뿌리까지는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경우에는 위기를 몰랐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몰랐다면 절대 바라볼 수 없다. 진짜 몰랐다면 그대로 내버려 두지도 못한다. 문제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보며 그대로 내버려 둔 것이다. 이런 기업은 위기관리에 대한 의지 부족이 문제의 핵심이다. 굳이 위기관리를 한다면 방관 방치하는 것 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현재 존재하는 그 문제 소지로 인해 얻고 있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 반대로 잃는 것이 생긴다는 의미도 된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매우 어려운 기업 유형이다.

    셋째 유형, 위기를 알고 있으면서 쉬쉬하는 기업

    문제를 스스로 알고 있는 기업이다. 그에 더해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유사사례나 타사 전례들을 상당히 유심히 살핀다. 자사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집안 단속을 한다. 그 문제에 대해 쉬쉬하면서 극도로 민감 해 한다.

    임직원 마음 속으로 조마조마함이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려움이 사전적 위기관리를 이끌어 낼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살짝 두려움에 기반한 찜찜한 기분이 기업 내부에 팽배해 있을 뿐이다. 함부로 그에 대해 개선이나 해결책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이런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내심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한다. 물론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해당 위기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는 옵션을 택한다. 최근에는 이런 ‘알고 있었지만, 알지 못했다’는 포지션이 내부 직원들에 의해 거짓말로 밝혀 지기도 한다. 이미 회사 차원에서 문제를 알고 있었으며, 그에 대해서 쉬쉬했다는 내부 고발이 드러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우 그 위기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키워 발생시켰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일정한 개선이나 방지책만 마련했더라면 결국 발생되지 않았을 위기였기 때문이다. 발생될 위기는 언젠가는 발생되기 때문에, 위기는 ‘언제’에 대한 이야기라는 아포리즘은 이런 기업에게 적용 가능하다.

    넷째 유형, 어떻게 든 위기는 관리되겠지 생각 한 기업

    상당히 희망적인 생각을 하는 기업이다. 자사가 상당한 규모와 연력을 자랑하는 경우 이런 희망적 생각은 더욱 더 커진다. 스스로 맷집이 있다 생각하기도 한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까지 견뎌내는 것을 보라고 한다. 문제의 소지를 분석하고 해결하기 보다는 견뎌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의존하는 유형이다.

    일부 이전 실제 위기상황에 맞닥뜨려 고군분투했던 기업의 경우에는 그나마 그런 희망적 생각에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런 맷집을 경험해 보지도 않은 기업이 막연하게 가지는 희망적 생각은 상당한 취약점이 된다. 근거 없는 믿음이나 근거 없는 확신 그리고 근거 없는 희망처럼 위험한 것이 없다. 위기관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는 위기관리를 상당부분 운에 맡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언젠가 발생할 위기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든 견뎌낼 것이라는 것 밖에 다른 확신은 없다. 위험한 위기가 발생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발생되어도 어떻게 든 관리는 될 것이라고 임직원들이 생각한다. 일부는 잘 관리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한다.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당연히 이런 기업도 ‘이런 위기에 대해서 우리 회사는 알지 못했다’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관리하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운이 좋으면 무난하게 위기관리를 해 낸다. 반대로 운이 나쁘면 아주 극단적인 경험을 한다. 스스로 맷집의 끝을 시험하는 꼴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다섯째 유형, 위기를 통해 기회를 만든다는 기업

    이런 회사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깊이 있게 이미 이런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일부 문제 소지에 대해서는 로펌이나 관련 자문업체를 통해 자문까지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외부에서는 왜 그런 문제 소지를 없애지 않고 분석만 하고 있는가 질문하기도 하지만, 해당 기업에서는 그 문제 소지를 오히려 이용해서 큰 기회를 노리기 원한다.

    회사 일부 임원들을 그 문제 소지가 자신의 핵심 경쟁력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외부에서는 문제라고 보지만, 내부에서는 것을 혁신이라 칭하기도 한다. 당연히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그것을 문제라 지적하면, 그 이해관계자의 무지나 무식을 탓하며 대응한다. 사회적으로 아주 심각한 위기로까지 연결되지만 않는다면, 해당 문제를 고질병처럼 관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도 예외 없이 극단적 상황이 되면 해당 위기를 알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고의가 아니었다 거나, 이해관계자들이 자사 기술이나 알고리즘을 이해하지 못해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거나,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다. ‘몰랐지만, 문제는 아니다’하는 포지션이다.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점점 이 포지션으로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략은 결코 유효하지 않다. 발생된 자사의 위기로 기회를 잡는 곳은 확실히 경쟁사들 뿐이다. 평소 스스로 보아 문제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시키는 것이 기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된다. 그것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다.

    이상과 같이 다양하게 위기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많다. 그러나 정확한 것은 그 기업 어디도 진짜 위기를 전혀 알지 못했던 곳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위험이나 위협에 대해서는 감각적 인지를 하기 마련이다. 문제를 머리보다 몸으로 먼저 느낀다는 의미다. 구성원들의 그런 감각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단, 그 감각을 여럿이 함께 다른 해석으로 연결시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 기업에게는 임직원이 문제 소지를 제대로 관리하여 해결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임직원이 느끼는 위기에 대한 감각을 다른 해석으로 연결시키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임직원들은 위기를 위기라 부르지 못하게 된다. 알아도 알지 못하게 되고. 해결하려 해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최면에 빠지기까지 한다.

    그러한 위기관리 부실의 깊은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우리 회사는 위기관리가 잘 안될까 하는 질문에 대해 단순히 위기와 위기관리를 공부해야 한다는 답이 나와서는 안 된다. 그런 공부와 훈련 이전에 회사 내에서 공유하는 정확한 위기관 그리고 위기관리관이 존재해야 한다.

    임직원이 문제 소지에 대해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실질적 행동이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위기관리를 위한 적절한 대응 역량과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임직원이 제반 문제 해결 능력과 의지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육과 훈련은 그 뒤에나 필요한 것이다. 땅이 비옥해야 모종이 크게 자라나는 이치와 같다. 아무런 위기관리 기반이 형성되어 있지 않는 기업에게 교육과 훈련은 별 의미가 없다. 위기관리를 임직원을 위한 교양 수준으로 소모하지 말자.

    위기에 대해 몰랐다는 흔한 변명도 언젠가는 거짓으로 밝혀 질 것이다. 위기와 연결된 문제 소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하면 ‘악당’이 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나쁜 결과는 ‘거짓말을 한 바보’가 되는 것이다. 문제에 대해 몰랐다고 거짓말한 것이 이후 천하에 드러나버린 경우를 의미한다. 그런 경우 해당 기업은 위기 보다 재앙을 선택한 것이 된다. 재앙을 위기는 맷집은 없다.

    제대로 예상하면 제대로 예방할 수 있다. 미리 미리 챙겨가며 관심을 두어 관리해 보자. 그것이 진짜 위기관리다.

  • 왜 위기관리가 안되죠? [기업 위기관리 Q&A 329]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새로 취임하신 회장님께서 전 계열사 사장들을 모아 놓고 위기관리에 힘쓰라는 지시를 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계열사 각 사가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계속 위기가 발생된다는 거지요. 전사적으로 이렇게 애를 쓰는데 왜 위기관리가 잘 안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위기관리가 잘되는 또는 잘 된다 스스로 평가하고 있는 기업이 생각하는 성공의 이유는 단순합니다. 반대로 잘 안 된다 또는 잘 안되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기업이 생각하는 잘 안되는 이유는 아주 다양합니다. 주된 이유들은 예산 부족, 전담 인력 부족, 전문성 부족, 사내 협조체계 부실, 위기관리 마인드 부재, 일선 인력들의 위기관리 역량 부족, 의사결정 구조의 난맥, VIP의 위기관리 리더십 부족, 기업의 태생적 한계 등 수백개도 넘어 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유사한 그런 이유를 보유하는 기업들 중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위기관리를 하는 곳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 이유는 일종의 사내 심리적 느낌이거나, 피상적인 핑계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관리에 대한 적절한 고민을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리 많이 하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위기관리를 몰라서 하지 못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위기관리가 흔히 일컫는 로켓 사이언스(어려운 과학)가 아니라는 것에는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당연히 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 위기관리라 정의해 드리면 놀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쉬운 것을 왜 하지 못하고 있나 하는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는 복잡하거나 전문적인 분야가 아닙니다. 일선에서 일하는 인력들의 위기관리 전문성이나 역량을 탓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그들의 머릿속이나 마음속에는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가에 대한 답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 적절한 시점에 자신의 그런 답을 공통된 것으로 만들어 실행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임원들과 VIP의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그 분들이 위기관리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VIP와 임원들은 그에 대한 정확한 답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위기관리에 실패한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이유가 문제일 뿐입니다.

    여러 회에 걸쳐서 유사한 조언을 드립니다만, 위기관리에 대한 답을 자사 스스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믿으십시오. 그렇다면 왜 그 답을 적시에 찾아 실행하지 못하는지에 주목해 보십시오. 그 속에 진짜 해결책이 있습니다. 답을 알면서도 시험 때 표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면을 떠 올려 보십시오.

    반복적으로 출제되는 문제를 두고 정답을 알면서도 계속 틀린 답을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문제이자 장애물입니다. 자꾸 일선의 역량이나 마인드만 탓하지 마십시오. 경영진의 경험이나 전문성 부족에 목말라 하지 마십시오. 단 하루 또는 반나절이라도 모여서 왜 우리가 정답을 알면서도 그 답을 제대로 적어내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토론해 보십시오. 왜 그렇게 이상한 오답 쓰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확인해 보십시오. 성공적인 위기관리 시스템과 역량이 보일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소화와 해소의 개념? [기업 위기관리 Q&A 324]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부정적 상황이 발생되면 매번 주변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으로부터 상당한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는데요. 대표님과 임원들께서는 그 자체를 극히 당황스러워합니다. 어떻게 든 초기 비판과 비난을 관리하라 하시니 실무자들이 힘듭니다. 그런 상황에서 비판과 비난은 어느정도 견뎌야 하는 거 아닌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맞습니다. 부정적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그 주체에 대해 사회적 비판과 비난이 따라붙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차라리 그런 상황에서는 정해진 욕과 비판 그리고 비난은 필수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그냥 견디시는 것이 유익합니다. 대신 그 과정에서 단순 감정 표현을 넘는 합리적 비판 내용은 계속 점검해 ‘소화’ 해 가며 대응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단순한 감정표현은 일종의 사회적 긴장의 ‘해소’ 과정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자사와 관련된 부정적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이례적으로 사회 내 별 감정표현이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고 위험한 징조 일 수 있습니다. 일정한 감정 표현 기간이 지나가야 사람들 스스로 ‘해소’의 지경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그 흐름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부정적 상황으로 인해 쏟아지는 사람들의 초기 감정 표현 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위험한 것이 있습니다. 부정적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자사가 행한 위기관리 활동이 적절하지 않아 만들어지는 사람들의 2차적 분노와 감정이 그것입니다. 그러한 2차적 반응은 결코 불필요한 것입니다. 그 경우 진짜 문제는 부정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필요한 사회적 반응을 기업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일부 기업은 부정적 상황 발생 초기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감정 표현을 못 견뎌 합니다. 이 자체를 위기로 정의하기까지 합니다. 초기 반응에 대해 주로 골머리를 앓다가 이내 그 반응 자체를 관리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여론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려 하거나, 프레임을 바꾸려는 시도까지 합니다. 다행히 운이 좋아 그런 시도가 효과적이면 모르겠으나, 부정적 상황에서 그런 시도는 종종 더 나쁜 결과로 연결됩니다.

    기업이 좀더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하려면 초기 부정적 상황으로 인해 쏟아지는 사람들의 감정 표현들은 상당부분 걸러가며 ‘소화’ 해 내야 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의 감정에 대한 주목과 대응보다, 부정적 상황에 대한 주목과 대응이 좀더 중요하므로 그에 대한 관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게 되면, 사람들의 감정 표현은 이내 수그러들며 궁극적으로 ‘해소’ 될 것입니다.

    위기관리 명언 중에 “위기에 대해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부정적 상황을 관리한다며 스스로 부정적 상황을 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초기 사람들의 감정표현에 너무 집착하여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실수는 하지 않아야 합니다. 부정적 상황을 둘러싼 ‘소화’의 개념과 ‘해소’의 개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