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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위기관리 어떻게 보세요? [기업 위기관리 Q&A 215]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지난 번 저희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해서 좀 아시죠? 전문가 입장에서 어떻게 보셨어요? 저희가 적절히 잘 했나요? 아니면 잘 못한 건가요?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지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잘 아는 사람들은 그에 실제 대응했던 인하우스 담당자들입니다. 그 위기 시종을 속속 다 알고 있으며 대응방식과 그 과정에서의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들이 직접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들 스스로도 지난 자신들의 위기관리가 잘 되었는지, 못 되었는지, 누구보다 정확한 평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 이해관계자 접점과 채널을 통해 취합된 반응을 기반으로 1차적으로라도 성패를 분석했을 것입니다. 이후 매출 변화나 주가, 투자자, 거래처 움직임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내부에서 취합된 정보들을 통합 분석해 보면, 자사의 지난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질문하신 내용을 보면 자사에서 내부적으로 한 평가와 외부 전문가의 평가 간에 어떤 유사함이나 차이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조언 드리자면, 정확한 외부 평가를 위해서는 소프트 사운딩이나 오딧(audit)을 통해 실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평가를 받아 보시기를 권장 드립니다. 즉, 전문가들의 평가보다 실제 이해관계자들의 평가를 먼저 폭넓게 들어 보시라는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언론이나 특정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최근 발발한 A사의 위기관리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위기관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 나름의 시각을 이야기하지만, 그 때 마다 ‘저도 잘 모릅니다’하는 이야기를 하고 시작합니다. 그 위기에 대해 당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회사의 위기관리팀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위기관리 평가를 할 때 한두가지의 잘 한 점과 못한 점을 꼽아, 그것을 성패와 연결시켜 이야기합니다. 공통적 한계가 그 부분입니다. 위기관리라는 것을 큰 흐름과 그에 따르는 순리라고 볼 때, 드러난 한 두 포인트 만으로 성패를 완전하게 가늠할 수는 없다 생각합니다.

    물론, 케이스 스터디를 통한 아카데믹한 분석 방식에서는 원포인트 분석과 평가가 일부 유효하기도 합니다.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실제 인하우스가 지난 자신들의 위기관리를 평가받기 원할 때라면 원포인트식 평가는 가급적 피하라는 것입니다.

    대신 지난 위기 시 의미 있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의미 있는 논리를 주장한 인플루언서나 오피니언 리더를 책임 있는 임원이 찾아가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위기 시 회사를 힘들게 했던, 규제기관이나 단체 실무자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심지어 그렇게 자사를 곤혹스럽게 했던 위기의 원점이라도 경우에 따라 만나 사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사 위기관리팀이 잘 알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사가 그에 대응해서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마 이해관계자들이 의미 있는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진행된 자사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지도 그들에게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이해관계자들과 마주하시면 답이 나옵니다.

    전문가에게 어떤 가를 단순히 묻는 것은 환자가 처음보는 의사에게 나의 건강상태를 말해달라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의사도 여러 문진과 조사/검사를 통해야만 환자의 건강상태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얼굴만 보고, 또는 지난 이야기만 듣고 건강상태를 유추하지는 못합니다. 위기관리 평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보다 이해관계자에게 먼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전문가는 그 다음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일단 입장문을 내고 볼까요? [기업 위기관리 Q&A 213]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지금 너무 시끄럽게 된 상태인데요. 이런 상황이니 일단 회사의 입장문을 내고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본사나 대표이사님과 같이 입장을 정리하기 힘들 것 같아 일단 실무자들이 만들어 입장문을 내려 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그런 필요성을 느끼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무언가 이야기 하라는 내외부적인 압력을 계속 견뎌 내기는 참 힘들죠. 내부에서는 여러 명이 분주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도통 정신이 없는데, 바깥에서 보기에는 회사가 아주 한가하게 입 닫고 돌아 앉아 있다는 느낌을 느끼기도 할 것입니다.

    우려되는 문제는 해당 입장문이 내부적으로 공식 확인을 득한 것이 아닌 경우 발생될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본사나 대표이사로부터 공식 확인을 득하지 않고 입장문을 발표한다 해서 입장문에 ‘본 입장문은 실무자들의 의견일 뿐, 본사나 대표이사의 확인을 득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명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일단 입장문이 발표되면 그 입장문 단어 하나 표현 한 줄은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인정 받게 됩니다. 운이 좋아 그 입장문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면 모르겠지만, 또 다른 비판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질 것입니다.

    그 때 가서 ‘사실 이전 입장문은 저희 회사 공식 입장은 아니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엉망진창의 상황이 되 버리는 것이죠. 그때 가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이전 입장문을 준비할 때 본사나 대표이사는 왜 관여하지 않았는가?” 같은 질문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욱 더 난감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모든 공식 입장문은 본사나 대표이사의 확인을 정확하게 득한 것이어야 합니다. 본사나 대표이사가 아무리 정신 없고 바빠 구체적인 검토가 불가능할지라도, 외부로 나갈 공식 입장문은 실무자들이 나서 최대한 꼼꼼하게 검토 받고 확인 받아야만 합니다.

    한번 뱉은 말은 거두어 들일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문제된 공식입장문에 대해 미처 검토하지 못했다. 그 부분은 간과했다. 꼼꼼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변명은 제대로 된 변명이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의 위기관리 의지나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추가적인 비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위기를 맞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모두가 정신을 가다듬고 정확하게 구성된 전략적 입장문을 함께 만들어 내는 노력은 위기관리에 있어 기본 중 기본입니다.

    바쁘시다. 한국에 안 계신다. 연락이 힘들다. 위기관리에 관여하시기 꺼려 하신다. 원래부터 외부 자료를 꼼꼼하게 안 보신다.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다. 관심이 없으시다. 실무자들의 입장과 다른 입장을 피력하고 계신다. 이렇듯 공식 입장문을 제대로 내지 못한 기업에게는 여러 피치 못할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본사와 대표이사로부터 일선 직원에 이르기까지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해야 합니다. 기업이 내는 모든 입장문은 공식 입장문입니다.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은 본사와 대표이사와 모든 구성원의 생각을 읽습니다. 당연히 때에 따라 그에 대한 책임도 묻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입장문의 내용은 책임 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원칙은 원칙입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원칙을 지켜낸 기업이 성공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로우 프로파일? 쉽지 않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 회사와 VIP등 전반에 걸쳐 언론의 난타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강력하게 반박 했었는데, 그 이후 로펌과 위기관리 회사 조언을 받아 로우 프로파일 하려 합니다. 근데 로우 프로파일 하는 게 너무 쉽고 단순해 보여서요.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닐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로우 프로파일(low-profile) 전략의 의미는 사전적 의미인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는다’는 개념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해당 상황이 자사에게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경우가 기반이죠. 그에 더해 자사가 이슈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면 할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장기화 될 수 있는 경우 로우 프로파일 전략은 선택됩니다.

    일반적으로 이슈의 중심에 있는 자사가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면 할수록 해당 이슈는 소멸 또는 완화되어야 하는데 그런 구도가 아닌 경우입니다.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경우.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 그에 대한 반박이나 반론이 몇 배 더 불거져 나오는 경우. 마치, 권투경기나 도박판과 같은 환경이 되어 상대가 한마디 하면 우리도 한마디 해야 하는 압력이 가해지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전략적으로 한 발자국 물러나 그런 흐름에 섞여 상황을 계속 악화시킬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자사가 얻는 것이 있다면 모르겠는데,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켜 버리는 결과만 예상되는 경우 ‘로우 프로파일(low-profile) 하자’하는 전략적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일선에서 많이 헷갈려 하는 것이 ‘침묵’이나 ‘노 코멘트’가 곧 ‘로우 프로파일’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침묵’이나 ‘노 코멘트’로 해당 상황을 진정 또는 소멸 시킬 수 있다면,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로우 프로파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침묵’이나 ‘노 코멘트’는 더욱 더 이슈를 부정적으로 성장시키고, 단순하게 해결 할 수 있는 상황을 최악으로 발전 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곤 합니다. 이 경우 침묵이나 노 코멘트는 반대로 하이 프로파일(high-profile) 전략이었던 것으로 해석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위험한 것이죠.

    진정한 로우 프로파일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정해진 일정 메시지와 논리를 반복 강조하기만 하는 것입니다. 침묵하거나 노 코멘트 대신 정해진 메시지와 논리를 담담하게 반복하고 반복하는 것이죠. 물론 기자들은 그 메시지를 수없이 들어 왔던 터라 새롭게 뉴스화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당 기업에서 메시지를 아예 내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침묵이나 노 코멘트라 비판하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기존 메시지와 논리의 반복 외에, 잘못된 정보에 대한 일부 교정 커뮤니케이션도 로우 프로파일 영역입니다. 중요한 팩트 오류에 대해서는 해야 할 말을 제한적으로 하는 것이죠. ‘우리가 언론의 모든 보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전제의 강조입니다.

    문제는 이런 로우 프로파일을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메시지와 논리만 반복하고, 불리한 팩트에 대한 교정만 추가 하면서도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는다. 이 약간은 모순적 전략이 로우 프로파일입니다. 그 만큼 실행자들도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로우 프로파일은 곧 링에 올라 강한 챔피언과 마주해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가드를 완전히 유지하며 맷집에 의지하는 전략과 같습니다.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 VIP와 위기관리 조직이 강한 정신력으로 하나의 전략적 목적을 일관되게 취할 때만 가능합니다. 숙련된 홍보실 창구가 유효하게 가동되어야 가능합니다. 창구일원화는 기본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실패하는 것이 로우 프로파일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어디까지 투명해야 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위기 시 기업은 최대한 투명해야 한다. 거짓말 하지 말라. 정확하게 밝혀라. 이런 조언들을 하는데요. 위기가 발생했을 때 투명하게 밝힌다고 하면, 어디에서 어디까지 투명해야 하는 건가요? 숨김과 남김 없이 다 밝히라는 것은 아니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미국의 위기관리 명언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투명성이라는 것이 “위기 시 기업의 모든 ‘더러운 빨래(dirty laundry)’를 바깥에 널어 놓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 시 이 ‘투명성’에 대한 조언에 상당한 고민을 합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어디에서 어디까지 알려야 투명한 것인지에 대해 기준을 찾기 어려워하는 것이죠.

    문제 핵심은 누구도 자신의 ‘더러운 빨래’를 바깥에 널어 놓는 것을 원하지 않고, 반대로 누구도 일반적으로 기업의 ‘더러운 빨래’를 직접 보고 듣고 싶어하지 않는 다는 것이죠. 일부 정치적으로 기업을 공격하려 하거나, 문제를 빌미로 다른 의지를 구현하고자 하는 이해관계자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위기를 겪는 기업의 ‘더러운 빨래’까지 굳이 들추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위기관리 관점에서 기업은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위기관리에 있어 투명성의 기준이란 핵심 이해관계자의 눈높이 그 이상이나 이하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준입니다. 따라서 먼저 핵심 이해관계자가 바라보는 눈높이를 알고 이해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투명성에 대한 개념은 ‘신속함’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면 일단 해당 실행은 ‘투명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대로 시기를 놓치고, 한참동안 침묵한 뒤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될 수록 투명성은 인정받기 어려워집니다.

    또한 투명성은 ‘빈도’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지속적 커뮤니케이션과 정기적 업데이트가 진행된다면 그 위기관리에는 투명성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반대로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중단되거나, 업데이트에 있어 수동적 자세를 보인다면 투명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투명성은 그 외에도 기존에 해당 기업이 보유했던 투명성의 가치 와도 연결되는 개념입니다. 평소 투명해 보이지 않던 기업은 절대 위기 시 투명하게 보일 수 없을 것입니다. 평소 투명하게 인식되었던 기업이 위기 시 투명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투명성의 가치를 얼마나 구현하고 있었는 가는 기업의 중요한 위기관리 자산입니다.

    질문하신 내용의 구체적 어감을 기반으로 추가 답변 드리면, 기업이 위기 시 공개해야 하는 정보의 투명성은 실무적으로 ‘제3자 검증 가능’ 여부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어떤 정보라도 최소한 제3자검증이 가능한 것이라면 최대한 공개해야 하며,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간단하게 제3자 검증이 가능한 정보를 숨기거나 부정하는 것으로 비추어지면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둘러보시면 공감하시겠지만, 또 다른 고민은 최근 제3자검증 가능 영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셜미디어상에 유행하는 것처럼 ‘네티즌 수사대’를 이겨 낼 기업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환경이 기업으로 하여금 ‘투명성’에 대한 실행을 점점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이 투명할 수밖에 없는 경영 환경이라는 것이죠.

    그래도 일단 위기관리 실행 차원에서 제3자 검증 가능 정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선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제3자 검증이 불가능한 정보인 경우에만 상황에 따라 기업의 전략적 선택 고민이 가능합니다. 그 정도가 투명성의 허용 범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투명성은 절대 고해성사의 의미는 아닙니다. 영원히 그럴 수도 없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좋은 대변인 이전에 좋은 사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이번에 위기를 경험하면서 대 언론 창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홍보실에 좀더 전문적인 대변인 조직을 꾸미려고 합니다. 대변인 훈련이나 지속적 훈련을 통해 전문적인 창구를 관리하자는 것이죠. 그런데 좋은 사람이 먼저 되야 한다는 이야기는 또 뭔 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대변인(대 언론 창구)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많은 위기관리나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대 언론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중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상황이 위중 할수록 기업의 모든 구성원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직이 일심동체가 되어 같은 생각과 같은 메시지를 외부 언론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일사불란하게 전달하라는 조언입니다.

    그러나 제가 수십년간 수백 회사들과 같이 일하면서 찾아본 결과, 그렇게 전 임직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기업은 만나 본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 간에도 문제된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릅니다. 그에 대한 메시지도 각기 다양합니다. 누가 정해주지 않아 메시지가 제 각 각인 것도 아닙니다. 전략적 마인드를 지닌 홍보실이 핵심 메시지 팩을 여러 임원에게 공유해도 일부 임원은 그를 무시하고 각자 목소리를 냅니다.

    기자들은 기업을 취재할 때 언론 창구인 대변인을 가장 먼저 찾지 않습니다. 여러 관련 인사들을 먼저 취재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입니다. 관련 인사들을 넘어 주변 인사까지 취재를 다 마치어야 어느정도 윤곽을 잡게 됩니다. 대변인을 찾는 시기는 그 때 이후 정도입니다. 질문도 취재한 문제에 대해 기업 대변인의 공식 입장 정도를 묻는 수준입니다.

    만약 기업 전 구성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기자는 취재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소위 답이 나오지 않는 조직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누구에게 전화해 물어봐도 동일한 설명과 답을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이해될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실제 그럴 수 있는 기업이 없습니다. 그러니 기업측에서는 대 언론 대응에서 쓴 잔을 마십니다.

    그런 조언은 이제 잊으십시오. 모든 조직 구성원은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이것이 정확한 현실입니다. 대신 차선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안되는 것이 ‘언론 창구의 일원화’ 입니다. 모든 조직 구성원이 무리하게 하나의 목소리를 내려 하지 말고, 모두가 창구 일원화에만 일단 협조하라. 모든 언론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은 정해진 창구가 도맡아 한다. 이 개념이 차선책입니다.

    기자가 어떤 직원에게 연락해 질문해도 “저희 규정상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홍보실을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홍보실로 연락하시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말만 반복하는 수 백 수천, 수만 임직원이면 충분합니다. 이것이 창구 일원화 시스템입니다.

    일단 일원화된 창구를 책임진 대변인은 그러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맞습니다. 평소 전문적인 훈련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학습, 일상적 정보관리와 자료 준비 등등이 기본입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죠.

    좋은 대변인은 곧 좋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좋지 못한 사람이 대변인 자리에 앉으면 문제가 됩니다. 일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언론 창구가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는 기술적 측면을 넘어 사람의 문제가 더 크고 다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자와의 관계와 커뮤니케이션 이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의 일입니다. 좋은 사람이어야 대변인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 하는 이유입니다.

    공감할 수 있고, 여론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고, 기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언론의 생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커뮤니케이션과 메시지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 일단 그 대변인은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반대로 모든 것이 불편하고 어렵기만 하다면 그 대변인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가 살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기사를 막을 수 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한 일간지 기자가 저희 회사에 대해 아주 안 좋은 내용을 취재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경영진 네트워크를 총동원 해 해당 언론사와 기자 주변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기사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사를 막는다는 표현이 아직도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에 먼저 놀라고 있습니다. 먼저 몇 가지 역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해당 기자의 기사를 ‘막기만 하면’ 그 중대한 이슈는 영원히 다른 언론에서도 기사화되지 않을 주제인가요? 혹시 다른 기자가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되도 굳이 기사를 쓰지 않을 만한 평범한 주제인가요?

    해당 기사 주제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고 계신 것인가요? 그렇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실 의향은 없으신 가요? 만약 그 문제가 이미 해결되어진 것이라면, 해당 기자에게 그 문제가 확실하게 해결되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까요?

    위기관리라는 것을 몇 십 년 전에는 언론의 기사를 빼는 것 정도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질문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부정보도를 ‘막는다’는 개념으로도 이해를 하고 계시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당시 국내 언론사는 현재와 같지 않고, 수도 몇 개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막고 빼고 하는 식의 위기관리는 일견 유효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 그 막고 빼기 같은 활동은 더 이상 진정한 위기관리가 아닙니다. 예전의 유효함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물론 부정기사를 취재하는 기자와 성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그 목적이나 활동으로 기사를 영원히 막을 수는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운이 좋아 여러 경로로 기사를 막았다고 해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주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해당 주제는 여기 저기 언론에 의해 추가적으로 취재될 것입니다. 한둘은 막을 수 있다 해도 완전히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실무자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입니다. “일단 이번에는 막고 봐야 죠. 이 기사가 나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막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이런 반응에 대해서도 이해는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그 노력을 하는 가에 대해서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하는 것은 아닙니다. 할 수 있다면 해야 하겠지요.

    핵심은 해당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좀 더 전사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사를 하나 둘 막고 빼고 하는 노력도 실무자 차원에서는 중요하겠지만, 그 보다 더 근원적이고 중요한 위기관리에 좀 더 관심을 가지자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 의지가 있고, 문제를 해결했고, 문제가 재발되지 않는다는 내부적 확신이 있다면 그 자체로 위기는 관리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하겠습니다. 운 좋게 노력해서 뺀 기사로 인해 그런 노력과 확신이 지체되거나 생략되어 버리는 것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최악의 결과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부정 기사를 막고 빼고 하는 활동에만 집중하면서, 정말 중요한 그 부정적 문제의 해결이나 해소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유사한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고질적인 부정기사들이 양산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매번 끌려 다니며 고개를 조아리는 홍보실이 계속 존재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최악의 상황으로만 마무리되는 증상이 계속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기사를 보지 마시고 문제를 보십시오. 기사를 막으려는 노력의 몇 십 배 노력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써 보십시오. 기사를 빼는데 드는 예산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드는 예산보다 저렴하다는 유혹에서 빨리 벗어나십시오. 기사는 뺄 수 없다. 기사는 막을 수 없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시고 위기를 관리하십시오. 그래야 회사가 삽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 시 왜 황당한 이야기를 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일부 기업에서도 그렇지만, 정치인들이나 유명인, 연예인들의 경우 자신과 관련된 문제가 터지면, 항상 무언가 그에 대한 해명을 하거나 사과를 하는데 말이죠. 제가 보면 종종 좀 황당하고 이상한 궤변(詭辯)을 펼치더라고요. 그건 왜 그런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글쎄요. 이런 말로 답변을 대신하면 어떨까 합니다. “위기 시 하늘은 그 사람(기업)을 시험한다.” 자신 또는 자사와 관련 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당사자가 위기관리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기업)를 그대로 알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부는 그 이전과 동일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일부는 그 이전까지 그 실제 모습을 꼭꼭 숨겨왔던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고객을 가족같이 사랑한다’며 수 십 년간 광고 해 온 기업이 있다고 해보죠. 그러던 어느 날 고객들이 회사의 불량 제품에 대해 엄청난 항의를 하고 회사를 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그 기업이 자사를 위해 손가락질 하는 수 많은 고객들을 자신의 진짜 가족같이 대하며 이야기 한다면 그간의 광고 메시지는 진실이었고, 실체가 있던 것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기업이 그 많은 고객들에 맞서 싸우거나, 너무 심한 비판이라며 소송을 언급하며 반박하고 돌아 앉는 태도를 취한다면 어떤 의미일까요? 그 기업은 광고를 통해서만 고객을 가족처럼 생각한다 이야기했던 겉과 속이 달랐던 기업이라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많은 기업이나 유명인들은 그렇게 평소에 자사(자신)가 유지해 왔던 좋은 선의와 태도를 위기 시에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자사(자신)의 평소 원칙과 신념을 이야기하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죠. 그 기업이나 유명한 개인이 그런 원칙이나 신념을 실제로는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사(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과 손가락질에 내심 분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기업과 유명인들은 그런 속마음을 위기 시에도 숨기며 평소 커뮤니케이션 했던 메시지 대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그간 쌓아 놓은 자사와 자신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무너뜨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죠. 이런 자세와 생각을 우리는 ‘전략’이라 합니다.

    질문해 주신 경우를 볼 때 그 기업이나 유명인이 위기 시 황당한 궤변을 펼친다면, 그 기업이나 유명인은 일단 ‘전략적이지 못하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신 위기 시 자신의 본능을 제어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이는 것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주체는 실제 위기로 영향을 받은 주요 이해관계자들만큼 흥분하게 됩니다. 화를 내게도 되고, 억울해 하기도 합니다. 아파하기도 하고 안절부절 해 하며 일부는 공격적이 되어 감정이 널을 뜁니다. 정상적 의사결정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해지는 수준에 까지 이르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더 나은 위기관리를 위해서 기업이 외부에서 중립적이고 이해관계가 직접 존재하지 않는 제3자들의 조언을 듣는 것입니다. 위기관리 주체인 당사자보다 덜 흥분하고, 덜 화가 나고, 덜 억울해 하며, 덜 공격적인 조언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위기관리에 더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위기 시 이상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기업이나 유명인들은 이상과 같이 전략적이지 못하고, 본능에만 의지하며, 제3자의 훌륭한 조언을 듣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중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되었다면, 자신의 황당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으로 더 큰 공분을 자아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위기 시 이 보다 더 멋진 말은 없습니다. 좀더 전략적이려 노력하고, 위험한 본능을 잘 관리하고, 제3자들의 좋은 조언을 들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면 그런 결과는 다가옵니다. “말로 매를 번다”는 반응과는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이메일 메신저라도 잘 보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의 대형 위기가 발생 해 아주 정신 없어 죽겠습니다. 평시 업무는 손에 잡히지도 않고요. 매일 회의와 회의를 이어가는 것만 해도 바쁩니다. 외부 위기관리 자문사와 로펌과도 협업하고 있는데요. 일이 안팎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 그런 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내외부 인력들이 집중적 협업을 진행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상호간 공유 보고량도 많아지고 평소보다 커뮤니케이션 빈도도 수 백배 늘어납니다.

    또한 보고와 정보공유 내용도 상당히 파편적이고 불안정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조각 한 조각 정보에 주목 하거나, 일희일비 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게 됩니다.

    이 스트레스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는 실무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실무자들은 대부분 평시 커뮤니케이션 관리와 처리 역량이 부족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일단 업무관련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실시간으로 읽고 처리하는 습관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이런 분들은 위기 시 서로 엇갈려 쏟아져 들어오는 각종 상황 보고 메신저와 이메일, 그리고 전화통화에 자신을 격리시켜 버립니다. 중요한 정보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공유할 대상에게 적절하게 배분 공유하는 습관이 부족해 위기 시 스스로 병목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현실 생활에서도 경험 하지만, 평소 전화를 하루 한 번 정도 받는 사람의 경우 갑자기 하루 열 번의 전화가 울리면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이 없게 마련입니다. 반면 하루 백 통의 전화로 힘들었던 사람의 경우, 열 번 정도의 전화는 차라리 고요하게 느껴집니다. 위기 시 실무자 각각의 스트레스와 압박도 이런 다름이 있습니다.

    위기 시 대부분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엄청나게 늘어난 커뮤니케이션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 상황에서 어떤 실무자들은 그래도 중요한 메신저, 이메일, 전화를 잘 처리하고 배분하고 공유하려 노력합니다. 반면 어떤 실무자들은 각종 커뮤니케이션을 중단해 버립니다. 평시 습관이 위기 시 더욱 더 강화되는 것이죠. 심리적으로는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일 수 있지만, 조직적 위기관리에서는 매우 적절하지 않은 대응입니다.

    만약 자신이 위기관리를 하는 임원 및 실무자인데,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다면 차선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누군가 자기 대신 차분하게 앉아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처리해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자신(팀)에게 공유 해 줄 대리인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은 그 시간에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에 참석하고 그에 따라 실무진들에게 정확하게 대응 방식을 하달하는 역할을 맡는 것입니다.

    가장 최악은 자신이 커다란 병목이 되는 것입니다. 더 최악은 메신저, 이메일, 전화를 차단한 채 위기관리를 한다며 바빠 하기만 하는 경우입니다. 위기관리에서 정보보고, 공유 등과 같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위기관리 조직을 움직이는 피와 같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 피가 어딘가에서 멈춰 있다 생각해 보십시오. 피는 흐르지 않으면 조직에 해가 됩니다. 그 조직이 정확한 위기관리를 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합니다.

    미국의 한 해군 제독이 한 대학의 졸업식에서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아침에 일어나 침대를 정리해라” 사소한 일상을 제대로 관리하고 개선하지 못하면 큰일을 꿈꿀 자격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위기관리 실무자들에게 이 말을 좀 바꾸어 이야기 해 봅니다. “위기관리에 성공하고 싶으면 평소 메신저와 이메일을 실시간으로 읽고 제대로 처리하라.” 아주 중요하지만 쉬운 습관에 대한 조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CEO가 언론을 이해하지 못할 때 보이는 증상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평소에도 그렇지만 특히 자사에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최고의사결정권자인 CEO는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혼란이나 무리수 없이 순리에 따라 문제를 풀 기회를 빨리 잡을 수 있다. 정상기업으로 분류되는 일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는 공히 CEO의 언론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다. 반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같은 경우에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언론을 제대로 된 이해하고 있는 CEO가 매우 드물다.

    이는 특정 기업군과 CEO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진화 기간과 사회적 책임과 노출 규모 등 여러 사회적 환경에 의해 대기업군 CEO들은 보다 빠른 발전을 한 것뿐이다. 이미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여러 번에 걸쳐 사회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얻은 많은 교훈들로 각 회사 CEO들은 훈련되었다. 그런 반복적 경험과 교훈, 훈련이 쌓여 지금과 같은 CEO 언론관을 만들어 낸 것이다.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임원으로 일하다 중견이나 중소기업 대표로 자리를 옮긴 CEO들은 해당 기업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언론 이해보다 훨씬 더 높은 언론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스타트업 등에서 일하다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경영진의 경우에는 기존 대기업의 일반적인 언론관을 낯설어 하기도 한다. 오히려 보수적이라 보거나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까지 받고는 한다. 상호간에 차이와 다름이 있다는 의미다.

    이번 주제로는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CEO들이 보이는 공통 증상들을 알아본다. 한가지 논의전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언론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의미는 ‘CEO가 기자들을 많이 알고 있고 그들과 매우 친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그냥 CEO가 기자들과 막역한 사이라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하소연하거나 일부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지인 기자들을 활용할 수는 있다. 일부 친한 기자는 회사 편을 들어 우호적 기사를 내 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런 커넥션이 곧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와 같은 것이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CEO가 보이는 주요 증상들은 무엇일까? 회사에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특히 그런 이해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향이 있으므로 부정적 상황에서 보여지는 증상들을 꼽아 본다.

    첫째, CEO께서 부정기사나 보도를 나가지 못하게 하라 하신다

    기사를 빼라. 못 나가게 하라. 보도를 막아라. 방송 안되게 하라. 이런 지시를 하는 CEO는 언론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집중적으로 해명을 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초기 취재를 완화시키거나 기사나 보도 톤앤매너를 조정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못 나가게 하라는 지시는 그런 경우에도 불가능하다. 초대형 기업들은 기사나 보도를 쑥쑥 빼는 것 같던데 왜 우리 홍보실은 빼지 못하는가 하고 묻는 CEO도 사실 언론을 잘 모르는 분이다. 초대형 기업도 기사나 보도를 그렇게 쉽게 쑥쑥 빼지는 못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사는 그런 초대형 기업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언론을 이해하는 CEO는 현재 어떤 언론사 어떤 기자가 무슨 주제로 취재를 하고 있는지를 먼저 심도 있게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부정 기사나 보도 대응에 있어 목표를 세운다. 어느 주제나 어느 앵글은 가능한 피했으면 한다는 논의로 대응을 시작한다. 최선을 다하지만 해당 기사나 보도를 싹 빼겠다는 생각이나 지시를 하지는 않는다. 언론을 잘 이해하는 CEO는 홍보실과 함께 주로 데미지 컨트롤을 위한 접근을 지시한다.

    둘째, CEO 자신이 언론사 VIP에게 연락해보겠다고 하신다

    평소에 A매체 회장이 내 친구야. B방송 사장이 선배야. 이렇게 이야기하는 CEO들이 주로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언론사 윗분들에게 전화를 많이 한다. SOS 전화를 하는 셈이다. A매체 기자가 현재 자사에 대한 부정적 취재를 하고 있는데, CEO가 A매체 윗분들에게 전화를 한다고 해당 취재가 사라질 수 있을까? 전화를 받은 그 언론사 윗분들은 이후 취재하는 그 기자를 불러 취재를 중단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요즘 같은 언론사 분위기에서 그런 취재 중단 지시가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CEO라면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단순 하소연을 하고 어떤 도움이나 해명을 시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CEO의 그런 전화들이 많아질 수록 해당 기사나 보도 대응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은 점점 높아진다. 기사나 보도가 나가기 전 여기저기 언론사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고, 압력도 아닌 압력을 행사하려 하면서 노이즈만 대대적으로 일으킨 기업들이 실제로도 많다. 그후 그들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을까? 글쎄다.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CEO라면 심사숙고해서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딜 주제를 가지고 핵심 인사를 선택적으로 접촉하려 노력한다. 지인이라고 해도 가능한 말을 아끼고 걸려온 전화에도 주로 들으려 한다. 여러 유력인사들의 조언을 듣고 겹치는 핵심 인맥을 찾으려 한다. 노이즈 보다는 조용하게 타겟에게 접근하려 한다는 점이 다르다.

    셋째, CEO가 여기 저기에서 이야기를 듣고 언론대응을 지시하신다

    일단 먼저 정확하게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가 있다. 특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고 난 이후 기사나 보도를 보고 연락해 오는 지인들은 해당 주제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언론에서 다룬 피상적 내용들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심도 있는 대응이나 전략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그들이 원래부터 다양한 이슈나 위기관리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아닐 가능성도 높다. 정무적 감각이나 예전 일부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 할 수는 있지만, 그 조언의 수준이 CEO에게 새로운 경우는 드물다.

    해당 이슈나 위기의 배경이나 세부 정보를 잘 알고 있지 않은 비전문가들이 CEO에게 전하는 조언은 최대한 CEO가 개인적으로 필터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하나 하나를 매번 위기대응팀에게 전달하고 이것도 시도해 보라 저것도 해 보라 하는 지시를 하면 상황을 관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CEO는 그것이 무엇이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겠지만, 이슈나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이 우선순위를 따져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것 저것이라는 개념이 들어서서는 안된다.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CEO라면 최초 정한 이슈나 위기관리 목적에 기반하여 조언을 분별할 것이다. 그것을 실행하면 현재의 위기관리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인가? 그것을 하지 않으면 반대로 위기관리 목적 달성으로부터 심각하게 멀어지게 될 것인가? 그것을 꼭 지금 실행해야 할 것인가? 아니라면 언제 실행해도 괜찮을 것인가? 등등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다.

    넷째, CEO가 앞장서 돌아다니신다

    알고 있는 지인 기자들을 죄다 만나서 하소연을 하는 경우다. 심지어 현재 취재중인 기자나 PD를 직접 만나려 시도하기도 한다. 그 기자나 PD와 친한 지인을 찾아 마치 비즈니스 미팅 같이 알음알음 기자와 PD에게 접근한다. 심지어 그런 개인적 어프로치를 회사 홍보실이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홍보실이 일부 알고 있어 위험성을 이야기해도 CEO가 귀기울여 듣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CEO들 상당수가 취재 중인 기자나 PD에게 ‘일용할 양식’을 준다. 기자의 질문에 길고 긴 답변을 해 완성도 높은 기사를 선물하고, PD의 질문에 답변하는 CEO의 모습이 방송을 그대로 탄다. CEO가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했으니, 기자나 PD도 비즈니스적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CEO는 절대 함부로 개인이 나서지 않는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홍보실이 존재하는 이유를 기억한다. 경험 많고 훈련된 홍보실을 내세워 언론과 공식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기자를 개인으로 보지 않고 언론사를 대표하는 공인으로 바라본다. 회사와 회사가 그러하듯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나 하나 제대로 하려 노력한다.

    다섯째, CEO가 예산을 활용하라 하신다

    기자에게 돈을 주라 지시하는 CEO는 한 십년전까지는 일부 존재했던 것으로 안다. 취재를 막으려 예산을 동원하는 경우는 아직도 존재한다. 언론사 광고국을 통해 정보에 접근하려 하기도 한다. 언론사 데스크에게 광고로 딜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소규모 매체들의 경우에는 그런 옛적 관행이 존재하는 곳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모든 언론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는 CEO라면 그는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언론을 이해하고 있는 CEO라면 취재 과정에서 갑자기 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는다. 기자나 데스크에게나 돈으로 딜을 하자는 제안은 하지 않는다. 다른 라인을 통해서도 공개적으로 시도하지 않는다. 전문성을 가진 홍보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순리대로 문제를 풀려 노력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홍보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CEO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여섯째, CEO가 처음부터 로펌들을 불러 언론 대응을 지시하신다

    대형 로펌은 사실 대형 언론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맡는 것을 매우 껄끄러워한다. 이미 해당 로펌에서는 대형 언론사 한두 곳을 대리하고 있기도 하다. 대대적으로 시끄러운 대언론 소송을 맡는 것이 로펌 차원에서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큰 수입이 되는 소송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잘 모르는CEO는 초기부터 로펌들을 불러 대대적인 언론사 상대 소송을 지시하고, 취재하는 데스크와 기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라 지시한다.

    언론 대응은 홍보실의 역할이다. 아무리 뛰고 나는 로펌도 자사 홍보실만큼 언론 대응을 잘 하기는 어렵다.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CEO는 홍보실의 조언을 먼저 듣고, 홍보실의 전략적 대응과 발 맞추어 로펌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언론 대상 소송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소송을 피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송이나 그로 인한 판결을 최종 목표로 두지 않는다. 언론을 잘 아는 CEO는 그런 법적 제스츄어를 통해 언론과 딜을 성사시키려 한다. 로펌을 단순 송무 대리인으로 활용하기 보다, 협상과 딜을 만들어내는 중간자로 활용하려 한다. 회사와 홍보실, 로펌 그리고 언론이 상호간 윈윈하는 지점을 함께 찾는 것이다.

    일곱째, CEO가 자사 홍보실을 못 믿겠다 하신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특히 그와 관련한 부정 기사나 보도의 취재가 진행 중일 때, 가장 힘들고 가장 대응에 심혈을 기울이는 부서가 바로 홍보실이다. 그런데 CEO는 왜 그들이 제대로 대응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생각할까? 왜 그들이 대응에 있어 무력하다고 판단할까? 언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CEE들은 그럴 때 일수록 홍보실에게 회사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를 묻는데, 왜 언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CEO는 홍보실이 무력하다고만 생각할까? 그간에는 무엇이 다를까?

    그런 다름 때문에 기업 CEO를 비롯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의사결정을 내리는 그룹은 평소 언론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이전과 현재 언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계속 새롭게 업데이트 해 이해해 나가야 한다. 부정기사나 보도에 대응했던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서 어떤 것이 유효했고, 어떤 것이 무리수였는지를 판별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사가 그 상황에 처했을 때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언론 대응에 성공할 수 있다.

    CEO인 자신이 언론사 부장들을 모두 알고 있으니 언론을 나만큼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과 같이 기자들과 친한 것과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시 대응해야 할 언론을 잘 아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CEO와 기자가 친한 것을 개인과 개인의 관계로 본다면, 부정 이슈나 위기 시 취재 상황에서는 개인의 관계는 사라지고, 회사와 회사의 관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자. 자꾸 그 속에 개인의 관점을 투영하거나 개인간 관계에 주로 의존하는 비정상적 어프로치를 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자.

    무엇은 해야 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먼저 이해해 보자. 그렇게 하기 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야 한다. 평소에는 문제없던 것이 이런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조언에도 공감해야 한다. 회사에서 가장 공적 대응 경험이 많은 홍보실을 무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을 통해 제대로 언론을 이해하고 있는 CEO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성공적으로 이슈와 위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 평시 언론관계 역량이 위기관리 성패 가른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임원과 실무진들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워크샵을 할 때 종종 ‘숙제를 잘 해 놓으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린 학생 시절 경험했을 수도 있는 기분을 다시 떠올려 보자. 숙제검사를 잘 하지 않기로 유명한 선생님이 하루는 수업을 시작하자 마자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제 내준 숙제해 온 사람은 숙제를 책상위에 펼쳐 놓도록 해. 숙제 안 한 사람들은 일어서서 앞으로 나오고.”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보자.

    물론 숙제를 정상적으로 해 온 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숙제를 펼쳐 놓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반면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학생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벌을 받기 위해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 가슴 두근거림과 두려움은 실제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기업에게 그 기분 나쁜 숙제검사는 곧 부정 이슈의 발생이나 위기의 발화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세계적 투자자인 워렌 버핏이 이야기했다. “누구나 즐겁게 수영을 하지만, 그 풀장에 물이 빠져나가면 누가 수영복을 입고 있지 않았는지가 드러난다” 평소에는 다 비슷해 보여도, 시장이 악화되었을 때에는 어떤 기업의 펀더멘털이 좋은 지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비유다. 이슈나 위기관리에서도 그렇다. 평소에는 대부분 기업이 이미지 좋고, 평판도 훌륭해 보이 지만, 그 회사에 부정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는 그 기업의 실제 이미지와 평판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상기업인지 그 여부가 드러난다.

    기업의 언론관계 역량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해당 역량에 대한 착시 현상이 존재한다. 요즘같이 유가(buying)를 기반으로 보도자료나 기사를 뿌려 댈 수 있는 환경에서는 더욱 더 언론관계 역량의 품질을 식별하기 어렵다. 예산이 풍부하면 그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기사와 버즈가 생성되니, 그 결과를 놓고 언론관계를 잘한다 홍보를 열심히 한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대한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발 되면 해당 기업의 언론관계 역량은 그대로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누가 맡겨진 숙제를 잘 해 왔는지를 그대로 검사 받는 상황이 돼 버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홍보담당이나 부서는 물론 대표이사와 여러 임원들까지 인지부조화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는 지금까지 언론관계나 홍보를 잘 해 왔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지?’ 하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흘러나온다.

    특히 이런 현상은 정상 홍보 역량과 조직을 갖춘 대기업들에서 보다, 그에 미치지 못하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최근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에게서 훨씬 더 흔하게 목격된다.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언론관계 역량에 문제가 있는 기업에게는 어떤 구체적 해프닝들이 발생될까? 정리해 본다.

    미디어리스트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

    가장 대표적 언론관계 역량의 문제가 미디어리스트와 관련되어 있다. 기업 언론관계의 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홍보실로부터 최신 버전의 미디어리스트를 받아 점검해 보면 된다. 자사를 담당하는 기자들의 리스트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대부분 언론관계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기업들의 미디어리스트는 기준이 모호하거나, 예전 담당기자의 정보가 들어있거나, 새롭게 변화는 상황과 정보를 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갑작스럽게 상황이 발생하여 자사 해명문이나 사과문을 기자들에게 배포해야 하는데, 그 리스트가 충분하거나 유효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는 기업들이 있다. 미디어리스트 내 한 언론사에는 데스크급 기자의 정보가 전부이고, 어떤 언론사는 이미 퇴사해 버린 기자들의 정보만 가득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미디어리스트는 전혀 쓸모 없는 쓰레기인 셈이다.

    아는 기자는 많은데, 친한 기자가 없다

    이 또한 전형적으로 이슈나 위기관리 시 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다. 미디어리스트에 담당기자 정보가 200-300명 되지만, 그 중 누구 하나에게 딱히 전화 걸어 정보를 확인하기 쉬운 기자가 없는 상황이 이런 경우다. 예전에 친했던 기자는 이미 다른 부서로 발령 되어 직접적으로 해당 이슈와는 상관이 없다. 그래도 아주 모르는 기자보다는 낫겠지 하면서 그 옛 기자에게 전화해 간접적인 확인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전형적으로 언론관계 업무와 관련해 제 숙제를 그때 그때 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슈관리를 위해 한 경제지 내부 분위기를 알고 싶다고 그 경제지의 자매지 기자에게 전화를 건다든가. 한 종편의 취재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 같은 오너의 일간지 기자를 만나 본다든가. 흔히 광고국을 통해 상황을 알아보는 것도 그런 류다. 직접적 언론 네트워크 대신 간접적으로 또는 두세 다리를 건너서 상황을 파악하는 활동이 많은데, 이 모든 것이 언론관계 역량이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보 취득의 범위나 정확성이 떨어진다

    당연한 결과다. 앞서 미디어리스트와 친한 기자의 부재 원인과 바로 연결되는 결과다. 부정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작업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인데, 이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지지 않는다. 상황 정보를 취합해 본 경험이 있는 실무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정보를 조각 조각으로 입수해서는 정확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다. 충분해 보이는 깊이 있는 정보를 얻었다 해도 그에 대해 크로스 체킹 해 보기 전에는 정확성을 부여할 수 없다. 자꾸 새롭게 충돌하거나 가려져 있는 다른 정보들이 나타나고, 주장과 예측이 진짜 정보들과 버무려져 혼란스럽기만 하게 된다.

    언론관계 숙제를 제대로 해 놓지 못한 기업은 기자들을 통한 정보 취득과 분석 작업은 일단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입수되는 정보 양이나 질이 형편없을 뿐 아니라, 정확성도 상당히 떨어지는 수준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정보를 제공한다는 소스 기자들이 아주 예전 기자였던 분이거나, 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단순 시니어 기자이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분이면 상황은 더욱 더 재앙적으로 변한다.

    다른 출입처 기자 리스트가 없다

    일반적으로 기업에게 부정적 상황이라면 담당기자 리스트와 커넥션은 물론, 그에 더해 법조, 국회, 특정 규제기관 출입기자단 리스트가 어느 정도 구비되어 있어야 대응 업무가 가능 해 진다. 미디어리스트가 곧 언론관계나 커넥션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경험 있는 홍보임원이나 팀장이 있는 기업에서는 이전 담당기자들이 출입처가 변경되어 여러 주요 기자단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커넥션을 찾을 수 있다. 리스트만 있으면 즉각적인 커넥션 활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에게 부정적 상황이 발생되면, 홍보실은 관련된 기관이나 조직의 담당기자 리스트를 구하려 애쓴다. 각종 방식으로 우회하여 미디어리스트를 입수하고, 그 중 커넥션 있는 기자들을 찾아 내 정리하며 접근 방식을 고민한다. 이는 그나마 언론관계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 갖춰진 기업이다. 그 외 기업은 혹시나 운이 좋게 해당 기관의 미디어리스트를 구했다 해도 별 소용이 없다.

    해명문이나 사과문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다

    보도자료는 평소 잘 써서 여기 저기 기사화했는데, 실제 발생된 문제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문 작성에는 자꾸 주저하게 되는 경우다. 다른 기업은 실제 해명문이나 사과문을 어떻게 작성했는지 샘플을 급히 구해 보기도 한다. 어떤 형식으로 글을 써야 할지,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상호간 왈가왈부만 이어진다.

    일부 조언하는 내외부 분들로부터 자꾸 자신의 생각을 포함하라며 지시가 내려온다. 수정과 수정이 계속된다. 문서 하나를 두고 수많은 사람들의 검토와 훈수가 이어지다 보면, 해명문이나 사과문이 장장 수 천자 수준의 길이가 되기도 한다. 형식 또한 많은 사공이 인풋을 한 결과 언론대상 해명문이나 사과문의 형식을 일찌감치 벗어나 버린다. 정치 성명문 같기도 하고, 법적 소장 같기도 한 괴상한 문서가 생성된다. 평소 제대로 된 언론관계 역량을 기반으로 정상적인 대 언론 커뮤니케이션이 지속되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해프닝이 내부에서 발생되는 것이다. 그후 결국 그 문서를 모르는 기자들에게 이메일 발송한 뒤 배포 완료를 선언한다.

    의사결정권자들이 언론 체계나 습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홍보실 사람들에게 당연하고 일상적인 언론 관련 내용들에 대해 대표이사나 임원들이 생소 해 한다. 평소 언론관계 역량이 안정된 기업에서는 대표이사나 주요 임원들도 언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와 경험을 가지게 된다. 그렇지 못한 기업에서는 언론이 매우 새롭다. 홍보실에서 ‘그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해도 임원들이 그 조언을 듣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홍보실이 너무 언론 시각에서만 이야기한다 거나, 언론편을 들고 그들의 눈치를 너무 살핀다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의사결정자들이 언론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꾸 대응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무리수가 이어진다. 홍보실은 그 사이에서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하부 업무만 반복한다. 언론을 비롯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해야 하는데, 내부 의사결정자들의 심기를 관리하고 있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평소 경영진의 언론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경험은 언론관계 역량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대표이사나 주요 임원들이 언론을 몰라서는 이슈나 위기관리는 커녕 사업도 어렵다.

    의사결정권자들이 홍보실을 신뢰하지 않는다

    아이러니다. 평소에는 대표이사나 임원들이 자사 홍보실에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발생되니 금세 신뢰를 거두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의사결정자들은 기본적으로 변덕스럽다. 각 기능들의 실체와 수준을 신속하게 평가하고, 대안을 찾는데 익숙하다. 평소 언론관계 역량은 위기 시처럼 직접 평가받지 못하게 마련이다. 반면 상황이 발생하고 하루 정도면 의사결정자들은 홍보실의 실제 역량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

    문제는 단순히 의사결정자들이 홍보실에 대한 신뢰만 거두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더 큰 난맥상이 목격된다. 전문성 없고, 허락되지 않은 임원들의 개인적 언론 접근이 이어진다. 현장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공식 메시지가 아닌 내용들이 전파된다. 상당히 위험한 언론 매체들의 동원 시도도 이어지고, 전혀 다른 위기를 양산해 낸다. 통제불가능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 돼 버린다. 일단 홍보실이 약간 부족하더라도 경영진이 기존 홍보실을 제외하거나 무력화시켜서는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홍보담당자나 홍보임원이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어떤 홍보담당자라도 평소 언론관계 역량을 제대로 가꾸어 왔고, 맡겨진 숙제를 잘 해 왔다면 이슈나 위기 발생 시 무력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역량과 커넥션을 잘 발휘해서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이끌어 내려 현장을 뛰며 밤을 새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던 경우 홍보담당자는 극도의 불안과 패배감 그리고 조직적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해야 할 업무는 더 줄어드는 경험을 한 홍보담당자는 그런 상황에 처한 경우다. 일부 대응 업무만 맡겨진다 거나, 위기관리팀을 소집 운영하거나 보조하는 총무의 역할로 홍보담당자의 역할이 바뀌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단 이슈나 위기 발생 시 홍보담당자가 무력감을 느낀다면, 그 기업의 언론관계 역량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다.

    자사에게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되어 진짜 거대한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를 경험해 본 경영진이나 홍보담당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경험이 오랜 홍보팀장이나 임원들의 경우에는 물론 기억에 남는 자신의 위기관리 케이스를 몇 개 꼽을 것이다. 그 외에는 자잘하거나 부정적인 해프닝에 대한 홍보실 차원의 다양한 대응 경험이 대부분이다.

    우선 주목해야 하는 건 그 자잘하고 부정적인 해프닝 수준의 일상적 이슈관리에 관한 것이다. 그 때 그때 해당 해프닝에 대응하면서 자신과 자기 부서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역량이 부족하다 느꼈는지 기억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평소에 무엇을 해야 그런 어려움과 부족함을 해소시킬 수 있을지를 경영진과 함께 여럿이 고민해 보면 좋다.

    그런 일상적인 깨달음과 기억들 그리고 고민들이 실행으로 이어져야 언론관계 역량이 성장한다. 정상기업으로서 필요한 정상적 언론관계 역량을 갖추게 된다. 지금은 상황이 평온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아 이만하면 충분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문제를 찾아내는 노력은 언제나 부족하다. 언제 이 풀장의 많은 물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우리의 수영복이 드러날지 노심초사해 보는 것은 결과적으로 유익한 일이다. 막연히 불안하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