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실무자 조언

  • : 108편] 성공한 위기관리는 아무도 모른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주제와 관련 언론 인터뷰를 할 때 기자가 매번 질문하는 것이 있다. “전문가 시각에서 가장 성공한 위기관리는 어떤 회사의 것이었습니까?” 사실 위기관리 교과서에서도 다양한 위기관리 성공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고, 왜 각각이 성공적이라 평가되는지 이유도 자세하게 설명되고 있다. 성공의 이유를 찾아 배우라는 취지다.

    그러나, 필자는 이렇게 답한다. “진짜 성공한 위기관리는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습니다. 즉, 아무도 모르는 위기관리라 진짜 성공적 위기관리입니다.” 이 말은 일단 위기가 발생해 여러 대중에게 알려지고, 대중이 그에 대한 잘잘못을 공개적으로 따지는 상황이 되면 일단 그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는 의미다. 진짜 성공한 위기관리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평가할 수도 없는 것이다.

    만약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었다면, 위기는 발생되어 수면에 떠오르지 않는다. 여러 대중에게 넓게 알려지지 않는다. 대중에 의한 공개적 평가와 그들의 다양한 입장조차 형성되지 않는다. 회사의 주변 경영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결국 그 상황은 위기라고 정의되기도 어려운 것이 된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위기는 터져 수면위로 떠오른다. 곧 여러 대중에게 골고루 알려지고, 그들 사이에서 부정적 평가와 입장들이 형성된다. 이로 인해 회사는 자사 경영에 막대한 피해를 받는다. 이것이 위기다.

    사후 그런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여 자사에게 향한 피해를 최소화 그리고 단기화 시켰느냐 하는 것은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에 대한 이야기다. 즉, 시중에서 언급되는 위기관리 성공사례들은 일단 위기가 발생해 알려진 뒤 해당 회사가 자신에게 향한 데미지를 얼마나 잘 관리했는가에 대한 평가다.

    물론, 데미지 컨트롤이 의미 없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못 해 대형 위기를 발생시킨 회사가 사후 데미지 컨트롤도 똑같이 못해 피해를 더 키우고 장기화하는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흥미롭게도 위기관리를 못하는 회사는 사후 데미지 컨트롤도 제대로 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 그간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그렇다면, 아무도 모르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위기. 그 수나 빈도는 얼마나 될까? 일선에서 여러 기업들과 위기관리를 진행하며 목격한 바에 의하면, 알려지지 않은 채 관리되어 버리는 위기는 반대로 알려져 관리에 실패한 위기의 수보다 훨씬 많다.

    지금 이 시간에도 미처 알려지지 않은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과 실무자들은 많다. 그들이 제대로 된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실행 대응을 하기 때문에 그 위기는 더 이상 커지거나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발생 전에 다양하고 끈질긴 위기관리를 진행해 그 위기를 소멸시키는 노력은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많고 상시적인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기업 내부에서는 매일 매일이 위기관리의 순간이다. 의사결정 하나 하나가 대부분 위기관리를 위한 것이다. 당연히 실무자의 여러 활동도 위기관리를 위한 실행이다. A라는 기업과 관련하여 상당기간 알려진 위기가 아무 것도 없었다면, A사는 적절하게 위기를 관리해 왔다는 의미다. 반면, B라는 기업의 경우 짧은 기간에도 여러 번의 알려진 위기가 줄을 이었다면, B사는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서 약간 착각을 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자사 스스로 별반 위기를 관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외부로 알려진 위기가 없는 경우 자사가 위기관리를 잘하고 있다 착각할 수도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착각이다. 이런 경우는 대중이 해당 기업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더 적절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의미를 만들지 못한 기업에게는 사실 큰 위기란 있을 수 없다. 그런 기업에게는 위기가 곧 재앙이다. 십년간 아무런 위기가 없었다고 안심하다, 한 순간 위기로 회사와 대표이사가 사라져 버리는 경우와 같다. 대중의 인지나 이해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던 기업에게 ‘위기’란 없다. ‘재앙’만 있을 뿐이다. 위기관리를 할 체력도 되지 않고, 데미지 컨트롤 할 맷집도 없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이런 상태에서 위기나 위기관리에 대한 자신은 엄청난 착각일 뿐이다.

    성공한 위기관리는 정상적 기업에서는 상시적인 것이다. 불철주야 위기를 관리하며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와 실무자들은 수 없이 많다. 그런 노력 때문에 기업은 성장하고, 사회는 발전한다. 그렇듯 위기관리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낯선 것도 아니다. 마땅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면 된다. 위기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박수를! (이번 편이 위기관리 108수 마지막 편입니다. 지난 2년여간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건승하십시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101. 공개되면 문제될 대응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필살기(必殺技)란 존재하지 않는다. 위기관리에 기술이나 기교가 크게 의미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위기관리는 시종일관 순리의 흐름 속에서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일부 기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만의 특별한 기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위기가 발생된 직후 분위기도 그런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저기에서 위기를 잠재울 수 있다는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해 주겠다는 사람도 나타난다. 음모론이나 정치적 술수 때문에 회사가 이 지경이 되었다며 그 실타래를 풀겠다는 사람도 생겨난다.

    위기가 발생되면 최고의사결정권자 주변에도 흔히 ‘비밀스러운’ 사람들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속삭이기 시작한다. 상황의 맥락을 나름 설명하면서 어떤 키맨을 움직이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조언도 한다. 나름 의미 있을 것이라는 창조적 대응을 조언하기도 한다. 심지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도 한다. 위기관리에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글쎄다.

    그간 현장 경험을 놓고 보면 그런 속삭임이나 비밀스러움이 실제 위기를 관리하는 데에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 이유는 이 세상 누구도 잘못을 잘함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누구도 여론을 손 끝으로 움직여 멀리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신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순리와 거리 있는 조언은 항상 문제가 될 대응과 연결된다. 문제 소지가 있는 기술이나 기교를 조언하기 때문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위기 대응 방식에 대해 의사결정을 해도 문제다. 대응 전략과 방식 지시가 사내 극소수 일부에게 비밀스럽게 하달되는 경우도 문제다. 스스로 방식에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추후 문제가 되더라도 일단 위기는 관리하고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위기관리 목적에 반하는 의견일 수 있다. 위기관리를 위한 대응은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해당 위기를 관리하는 대신 또 다른 위기를 만드는 대응은 누가 보아도 적절하지 않다.

    걸리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으면, 알려지지 않으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반론을 펴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대응 방식을 먼저 찾아 해 보는 것이 더 나은 위기관리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반론은 적어진다. 구태여 문제 소지가 있는 위기대응에 주로 주목하는 이유를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은 실무자들이 최근까지 자사만의 오래된 위기대응 기교를 사적 자리에서 은근히 뽐내고는 했다. 압수수색에 대한 자사만의 여러 대응 방식, 문제가 될 증거들을 자사만의 방식으로 관리하는 체계, 주요 임원의 특수한 보안 의식과 보안을 위한 독특한 행동을 자랑하곤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다른 기업 실무자들은 혀를 내 두르며 대단하다 감탄했다. 그들의 대응 하나 하나는 여러 해 동안 그 회사가 경험한 숱한 압수수색과 증거 관리, 보안이라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비밀주의에 기반한 것이었다. 법적 허점과 처벌수위를 분별하여 자사 실익과 비교하는 정교한 체계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듣던 다른 실무자가 그 회사 실무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그런 위기대응 체계가 조폭의 것과 어떻게 다른 지 모르겠습니다. 왜 상장기업이고 떳떳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꼭 그렇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런 지적에 대부분이 고개를 끄떡였다.

    자랑하던 실무자는 그런 지적에 “사실 저희도 그런 위험한 대응 방식이 최선일까 항상 고민합니다. 그런데도 회사의 오래된 대응 방식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실무자단에서 거스를 수 없는 거지요.”라 답했다.

    절대 문제가 될 위기대응 체계나 방식은 평소에 검토해 하나 씩이라도 없애 나가는 것이 좋다. 문제가 될 것들은 조금만 더 고민하고, 노력해 투자하면 없앨 수 있다. 쉽게 하려 하니 문제가 남는다. 누가봐도 문제될 것 없는 대응 체계와 방식만 가지고 평소 고민해도 위기는 관리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먼저다.

    그런 정상적 위기대응 체계와 방식이 수년 수십년 반복되어 정교함을 더하게 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방향이다. 위기관리라고 특별하지 않게, 상황에 처해 순리에 따라 자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나 하나 해 나가는 그런 ‘이상할 것 없는’ 업무라는 생각을 하자. 이상하거나 문제가 될 대응을 조언하는 사람이 이상해 보이는 내부 분위기가 생겨나게 하자. 그것도 하나의 위기관리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92편] 자만하지 말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업을 하면서 또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자긍심(pride)를 가지는 것은 멋진 일이다. 대부분 성공은 그런 자긍심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신과 회사가 일구어 낸 많은 결실에 대해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긍정적 의미의 감정이다.

    그러나 단어를 자만심으로 바꾸면 약간 다른 의미가 된다. 자만하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만 보아도 ‘자신이나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스스로 자랑하며 뽐내다’가 된다. 자랑하며 뽐내다라는 표현에는 과도함이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경영자나 직원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기업이 있다. “저희 회사는 올해 1조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조그만 사무실에서 시작했던 우리가 짧은 시간내에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2조를 목표로 합니다.” 이 정도 설명을 들으면 회사가 크게 성장해 무척 자랑스러워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 후 “그래서 걱정이 많습니다. 사업 규모가 커지고 다양해지다 보니, 여기저기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예전에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들이 이제는 문제가 되네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도 사실 두렵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 회사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일단 기반을 갖추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자만심에 빠져 있는 회사들과는 다르다.

    기업의 자만심이 부정적인 이유는 자만심 때문에 자사에게 발생될 많은 위기 요소들을 심각하게 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전 같은 민감성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충족된 또는 충만한 감정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다양한 위기요소들을 찾아내고, 개선과 재발방지책을 논의하는 것을 불필요하게 느끼게 되니 문제가 된다.

    저희 회사는 고객정보보안 체계가 아주 잘 되어 있어요. 공정거래법을 아주 완벽하게 준수하고 있습니다. 갑질이니 폭언이니 하는 것 자체가 없습니다. 돈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깨끗해요. 저희 대표님은 아주 신실하신 분이라 다른 기업인과 달리 문제를 일으키실 분이 아닙니다. 임직원들은 문화가 참 좋아요. 노조가 없고, 블라인드가 뭔 지도 모릅니다.

    이런 기업에게 고객정보보안을 이야기하고, 공정거래법을 강조하고, 갑질이나 폭언 방지책을 논의하자 하면 그 제안이 먹혀들 리 없다. 현재 잘 되어 있는 데 더 이상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가 하는 마음이 강하다. 임원들은 다른 기업의 유사사례를 보면서도 저 회사와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자기 회사를 잘 몰라 그런다고 한다.

    경영자를 비롯해 전체 임직원들이 가져야 하는 이상적 위기관리 관점은 일단 기업은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완벽 하려 노력은 하지만, 절대 완벽해질 수는 없는 존재가 기업이다. 환경이 변화하고, 규제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여론이 변화한다. 직원들의 생각과 기준도 그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계속 변화하는 기업에게 완벽이라는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까지 잘되어 있던 체계나 상황도 언제 잘 못된 것으로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자신은 최선이라 생각했던 것이 언제쯤 하루 아침에 별 것 아닌 것이 될지도 모른다. 어제까지는 그것이 관행이었고, 내부에서는 상식이라 느꼈는데, 이제 보니 황당함과 당황스러움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만했던 기업은 그로 인 해 위기가 발생하면 처음부터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기 때문에 더욱 위험 해 진다. 사후에도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한데, 외부에서 잘 몰라서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생각하게 된다. 불순한 세력이 우리를 음해하려 한다고도 생각한다. 자만심으로 인한 최초 상황 판단이 더 큰 문제를 잉태하는 순간이다.

    이런 기업에게는 제3자의 조언도 잘 통하지 않는다. 여러 조언자들에게 ‘당신이 우리 회사를 잘 몰라서 그런 생각과 조언을 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회장님은 완벽하시다. 우리 임직원은 완벽하다. 우리의 체계나 문화는 완벽하다. 우리의 위기관리 대응 또한 완벽하다. 이런 생각들이 오히려 위기관리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지금도 위기관리를 위해 사과와 해명을 하며 고개 숙이는 경영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마음 속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자만했다’ 또는 ‘심지어 일부 오만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 경영진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완벽한) 우리를 합리적이지 못한 공중이 공격하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무서워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 피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영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후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던 그 모든 문제의 핵심 원인은 하나다. 자만했기 때문이다. 자만으로 인해 살피고 민감 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게 된 것뿐이다. 그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또 다시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87편] 주치의를 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규모가 큰 기업으로 기존 투자해 놓은 관계 자산도 많고, 명성이나 위기관리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경우는 예외가 되겠지만, 많은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외부로부터 지원과 조언을 원한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현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듣기 원한다.

    대기업 임원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 “외부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나요?” 이 질문에는 전제가 있다. ‘우리 회사에서 대부분 위기관리를 하는데, 외부 컨설턴트는 그 외 어떤 위기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같은 전제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이 하고 있는 위기관리 보다 더 낫거나 다른 형태의 관리는 불가능해 보인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대신 이런 질문은 어떨까? “우리가 매번 위기관리를 하면서, 외부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우리의 전략과 메시지를 사전 검증받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혹시 이런 시각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요?” 이 질문 속에는 내부의 심도 있는 고민이 전제되어 있다. 구체적 요청 사항이 정리되어 있다. 컨설턴트도 이런 고민을 끝낸 클라이언트와는 성공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선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위기관리 매뉴얼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함께 위기를 관리해 나갈 외부 컨설턴트 그룹을 비상연락망으로 기록하고 있다. 물론 기록되어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다양한 이슈와 소규모 위기들을 함께 관리해 나가면서 외부 컨설턴트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나 컨설턴트에게 가장 위험하고 괴로운 것이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상황이다. 온갖 사내 비밀이나 중요 정보들이 정신없이 오가며 공유되는 위기관리 상황에 처음 명함을 나눈 사람들이 끼어 있다면 누구든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VIP 입장에서도 갑자기 자사의 부름을 받고 위기관리 워룸에 앉은 낯설 컨설턴트에게 신뢰를 주기는 힘들다. 홍보실에서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다 소개하는 컨설턴트에게도 일정 기간 눈길을 주지 않는 VIP도 있다. 이런 불편한 상황이 유지될 수록, 위기관리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과 같이 기업내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평소에도 자사의 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지속적으로 조언을 제공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VIP부터 일선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까지 외부 컨설턴트가 어떤 사람들이고, 위기 시 어떤 업무를 지원하는지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서 가정마다 그 가정을 담당하는 주치의를 두는 형식을 따르는 것이다. 주치의는 한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 자식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의 의료정보와 치료 이력을 알고 있다. 심지어 나중에는 그들의 손주와 며느리들까지 하나 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중 의료적 문제가 있으면 일단은 주치의에게 전화한다. 주치의 조언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거나, 더 적합한 의료기관을 소개받기도 한다.

    이 가족에게 주치의는 낯선 사람이 아니다. 오랜 기간 자신을 치료했던 주치의를 신뢰하며, 평소에도 친하게 지낸다. 서로 경조사를 챙기고, 마치 가족처럼 지내는 경우도 생긴다. 주치의 입장에서도 그 가족 구성원 각각을 친 형제나 자식처럼 생각한다. 이 모든 파트너십은 오랜 기간 상호간에 신뢰를 쌓아 왔기 때문에 만들어 진 것이다.

    기업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급한 조언을 얻기 위해 여기 저기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찾아다녀서는 안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위기가 발생하면 시간도 부족하고, 깊이 있는 의사결정도 힘든 상황이 되는데, 외부 조언자들을 찾아 다니며 그 귀중한 시간과 역량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조언자들을 구해도 초기 대응해야 하는 시간은 이미 놓친 후가 되기 때문이다.

    그 후 대응을 한다고 해도 상호간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절대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라 해서 위기가 발생할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전문적 시각을 정확하게 내 놓기는 힘들다. 우선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와 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VIP의 진짜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 회사의 위기관리 자산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한다. 일선의 실제 역량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낯선 외부 조언자들은 이런 확인 작업에 상당 시간을 소비할 수밖에 없게 된다. 평소에 주치의를 만들고 친해지자, 위기 시 낯선 조언자들과 일하는 것이 상당히 고통스럽다는 것을 기억하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81. 기출문제라도 풀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하늘아래 새로운 위기란 없다. 기업 스스로 낯설고 희한한 위기라 생각할지라도 사실 알고 보면 그 위기는 다른 어떤 기업이 이미 경험했던 것이다. 어떤 기업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가 새롭게 발생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위기는 딱 한번 발생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 특정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기업은 그 위기를 아마 몇 년 전 이미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비슷 비슷한 위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낯선 위기라고 부를 만한 위기는 적다.

    실제 특정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위원회에 속한 임원 중 일부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제가 전 직장에 있었을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때 이와 관련해서 위기관리를 하며 고생한 적이 있어서 잘 압니다.” 만약 위기가 매번 새롭고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면 이런 경험담은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에게 어떻게 해야 위기를 잘 관리하는 회사가 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어떤 위기관리가 성공한 것인지를 묻기도 한다. 더 나아가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인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질문 이전에 필자는 그 질문자가 어느정도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위기관리가 우리가 소위 말하는 로켓과학(rocket science)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는 이해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실무자들이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연구를 거듭해야 가능한 과학이나 연구주제도 아니다. 정상적 인간이라면 누구나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 그 후 어떻게 해당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지도 정상인이라면 이미 감각으로 알 수 있다.

    어떻게 위기를 잘 관리하는 회사가 될 수 있는지는 그 질문을 한 임원이 가장 정확하게 알 것이다. 자사 내부에 어떤 것들이 아직 부족하고, 문제가 될 수 있을지 정상적 임원이라면 알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위기관리 컨설턴트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위기관리가 성공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 질문자는 이미 알고 있다. 자신이 볼 때 잘 되었구나 생각하는 케이스들을 기억해 보기면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 위기관리는 엉터리였다 생각되는 케이스들을 되돌아보면 반면교사를 삼을 수도 있다. 자신이 모르는 다른 성공적 위기관리가 있는가를 묻는 호기심이라면 모르지만, 그 외에는 자신이 답을 안다.

    위기관리를 평소 잘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질문자가 그걸 모를 리 없다 생각한다. 위기관리에 있어 평소 준비와 연습이라는 개념을 꼭 이야기해야 그 때 새롭게 이해하는 임직원은 수십년간 본적이 없다. 알고는 있는데 그게 참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위기관리에 관한 질문은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으라는 조언도 그 때문이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몰라서 못하는 로켓과학이 아니다. 알면서도 못하는 이유가 있어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알지만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샅샅이 찾아 개선시키는 것이 더 나은 위기관리를 원하는 대표이사가 해야 할 일이다.

    더 나은 위기관리를 꿈꾸는 기업이 필자에게 딱 한가지를 먼저 제안하라 하면, 기출문제를 풀라는 조언을 할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미 발생했던 위기들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했는지 만 알아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각각 어떻게 그 위기를 관리했는지, 그 결과는 어땠는지를 체계적으로 기출문제처럼 찾아 공부하는 것이다.

    자사에게 발생한 위기도 마찬가지 기출문제다. 자사가 10년전 그리고 5년전 그리고 2년전 경험했던 위기를 기억해 다시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앞으로 유사한 위기가 자사에게 다시 발생한다면 그 이전보다는 잘 관리할 수 있어야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매번 새롭지 말자는 이야기다.

    모든 위기는 이미 어딘가에서 언젠가는 발생했던 위기다. 이미 출제되었던 문제다. 그에 대한 오답과 정답도 다양하게 이미 제시되어 있다. 이런 친절한(?) 위기를 관리하려 기출문제조차 풀어 보지 않은 기업이 낯설게 달라붙으니 좌절을 맛본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웃기는 이야기 아닌가.

    기업이 위기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말이 좀더 정확한 표현이다. 기출문제만 풀고 위기를 관리해도 비참하게 실패하지는 않을 텐데, 그런 최소한의 노력이나 투자가 없다. 분명 기출문제를 제대로 푼다면, 준비와 연습의 필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불필요하게 위기를 만들지 않아야 하겠다는 결심과 실행도 이어질 것이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기출문제를 풀기 이전과 이후는 확연하게 다른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다. 일단 기출문제를 먼저 풀어보라. 낙제는 면할 수 있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79편] 수레를 말 앞에 묵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것이 혼돈스럽고, 일분일초가 귀하게 느껴진다. 뭔가는 해야 하겠는데,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어떤 일에도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누가 무얼 어떻게 하는지 전체적인 파악도 힘드니, 우리 회사가 어디로 가는 걸까 하는 두려움만 커진다.

    옛말에 ‘호떡집에 불 난 것 같다’는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의미한다. 바로 그 ‘불 난 호떡집’이 회사 내 위기관리센터 또는 워룸이다. 마구 대응 지시는 내려오는데, 무얼 먼저 하고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분분하다.

    아까 지시한 사항을 실행했냐는 질문이 위에서 내려오면 실무자들은 식은땀만 흘린다. 지시한지 언제인데 아직도 실행하지 않았느냐 호통이 떨어진다. 이때부터 실무자들은 일단 위에서 지시받은 내용만 처리하자 생각하게 된다. 이 때부터 위기관리 대응이 꼬이기 시작한다. 실무자들이 영혼 없는 실행에 몰두하게 되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준비되지 않은 실행을 벌인다. 준비라는 것은 항상 상당 수준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그런 투여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감정적 여유가 없을 뿐, 물리적 시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급하니 일단 되는대로 준비를 건너 뛰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지배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진행되는 위기 대응은 대부분 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제대로 준비해 실행해도 문제가 되는 위기관리인데, 준비 없이 실행되는 위기관리가 성공적일리 없다.

    바쁘다 바쁘다를 입에 달고 위기관리를 하는 실무자들은 뭐든 바로 해보고, 시작하려는 특징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수레를 말 앞에 묵고서는 달려 나갈 수 없는 법이다. 수레는 끌려고 있는 것이니, 말을 움직여 수레 앞으로 가게 해 다시 말을 묵어야 겨우 달려 나갈 수 있다.

    이런 합리적인 생각이 황당하게도 무시되는 시기가 위기관리 기간이다. 일단 달려 나가라는 명령 때문에, 말에 채찍을 휘둘러보는데, 수레가 말 앞을 가로 막고 있으니 말은 오갈데를 찾지 못한다. 수레에 채찍질을 해 봐도 수레가 움직일 리 없다. 부랴부랴 수레를 풀러 이리 저리 움직여 보고, 채찍에 놀라 달려 나간 말을 찾아 돌아다니며 소비하다 보니 시간 소요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어차피 이 말과 이 수레는 달려 나가기 틀렸다 생각하고 다른 말과 수레를 또 묵는데, 다시 수레가 말 앞에 있다. 난감하다. 그래도 어떻게 든 다시 해 보자 무조건 채찍을 휘두르니 이전과 같은 현상이 재발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이 위기관리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반복된다. 시간은 시간대로 지나가고,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한다. 힘 만 들고 스트레스만 받는다.

    컨설턴트들이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준비 시간을 최소한이라도 들여 제대로 된 대응을 할 것을 조언하면, 마음 급한 실무자들은 한가한 소리를 한다 불평한다. 대부분 이런 실무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그건 알겠는데, 그래도 지금 하죠” “제가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니죠. 그냥 해 주세요.” “빨리 하라면 하지 왜 그렇게 말이 많을까요?”

    일단 그런 생각을 기반으로 준비되지 않은 급한 실행이 실행된다 치자. 그 후 이미 예상되었던 많은 비판과 추가 문제들이 불거진다. 그러면 다시 내부 분위기는 바뀐다. 누가 그렇게 성의 없이 실행을 하라 한 건가 하는 책임론이 대두된다. 사후 약방문도 아니고 아무 의미도 없다.

    일단 위기관리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위기관리를 통해 더 큰 위기를 만들어 내지는 말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없다. 급하다. 앞이 깜깜하다. 확신이 없다. 이런 생각을 기저에 깔고, 일단 지시받은 내용이니 준비할 시간이 없어도 그냥 먼저 하고 보자는 식의 실행을 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시간이 없을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차분하게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해 필요한 준비 노력에 집중하자. 최대한 완벽에 가깝게 준비에 최선을 다하자. 준비 시간을 최소화하는 역량은 사전준비 여부에 달려 있다. 사전에 자주 그리고 많은 부분이 준비되어 있었다면, 위기 시 긴 준비 시간은 필요 없게 된다.

    급하다 해서 수레를 말 앞에 매고 밀고 당기고 하는 기업은, 사전 준비가 없었다는 증거다. 즉, 시간이 없다 기 보다 준비가 없었던 셈이다. 그런 기업은 수레와 말을 가지고 앞뒤 씨름을 하면서 더욱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결국 준비를 제대로 했다면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을 대응을 다 실패로 몰아넣어 버린다. 그래서 실패한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면 수레와 말을 이리 저리 괴롭히는 불 난 호떡집이 생각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77편] 덤벙덤벙 나서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전문가의 말이 아니다. 이낙연 총리가 한 말이다. 기자 출신인 이 총리가 신임 장차관들을 위한 한 행사에서 언론 대응 자세를 조언한 것이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이 총리는 신임 고위공직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자들로부터)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이다 하는 것은 사회적 감수성으로 당연히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하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아야 됩니다. 그런 준비가 갖춰져야 기자들한테 나설 수 있습니다. 덤벙덤벙 나섰다가는 완전히 망하는 것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도 이 총리의 이런 가르침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장관이나 차관에게만 해당되는 조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을 대표하는 모든 경영진들에게도 공히 해당하는 언론 대응 자세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먼저 그는 ‘사회적 감수성’을 강조했다. 기업 경영진에게 위기관리 관점에서 매우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평소와 위기 시 경영진 스스로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라는 조언이다. 더 나아가 기업 조직 전반에서도 민감성은 물론 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위기관리에 큰 자산이 된다.

    얼마전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도 연설에서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 합리적이며 상식적인 사고와 적절한 사회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론은 예측 가능한 것이라는 의미다. 합리성과 상식을 넘어서고, 사회적 감수성에 반하는 여론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 과도 같다.

    두번째 강조된 것은 ‘반문에 대한 본능적 이해’다. 소통의 기본은 주고 받음이다. 기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해서 기자가 그대로 이해하고 반론이나 추가 질문은 하지 않고 돌아가리라 예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예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예상하는 반문에 대한 답변, 그리고 재반문에 대한 답변 까지를 일관되게 준비하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이 총리는 ‘덤벙덤벙 나서지 말라’고 마무리했다. 이 표현이 상당히 강하고 직접적이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매우 현실적으로 적절한 표현이라 큰 공감이 간다. 완전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고 본다는 생각은 절대 경계하자는 의미다.

    완전하게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차라리 나서는 시점을 조정하는 것도 한 꾀다. 물론 신속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시간이 없다 해서 완전하게 준비되지 않은 채 일단 나서고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그야 말로 “덤벙덤벙” 나서는 모습이 되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덤벙덤벙’이라는 개념은 여기저기에서 목격된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기업에서 이런 해프닝은 더 많이 목격된다. 여러 번 해보고, 완벽하게 느껴질 만큼 준비해도 실전에 임하게 되면 ‘아차!’하는 순간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런 기존의 자산의 축적도 없이 나서니 백전백태가 된다. 매번이 아슬아슬한 것이다.

    위기 시 ‘덤벙덤벙’ 하지 않아야 한다 하면, 일부 경영진은 이렇게 반문한다. “시간이 없는데 어느 세월에 꼼꼼하게 준비해 대응을 합니까? 일단 대응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얼핏 보면 그 말도 맞을 것 같다. 아무 대응을 안 하는 것 보다는 일단 되는대로 대응하고 보는 것이 순발력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핵심은 대응이 곧 답이 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대응 자체가 당면한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았지만 일단 시급하니 실행 해보고는 대응은 진정한 대응이 될 수 없다. 차라리 그것은 ‘반응’이라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다.

    위기 시에는 공중이나 여러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대응에 있어 반응 대신 답을 주는 대응을 해야 한다 생각하자. 반응은 일부 느릴 수 있다.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다면 완성되지 않은 반응은 일부 생략되어도 큰 탈은 없다. 핵심은 정확한 답을 준비하고 그 답을 빠른 시간내에 내어 주는 것이다. 절대 미완성의 자잘한 반응이 다가 아니다.

    불완전하고 미완성된 반응들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기업에서 위기관리를 위해 필요한 답을 추가적으로 생산하게 만드는 경우가 선행된 부적절한 반응 때문이다. 정리되지 않은 입장, 고민을 건너 뛴 메시지, 일단 발표하고 본 배상의지, 실현 불가능한 개선책, 준비 안된 이해관계자 접점들, 먹통이 되어 버린 콜센터까지 일단 준비시간을 건너 뛴 반응의 결과들이 추가 문제를 양산하는 것이다.

    위기 시 압력과 압박으로 느껴지는 시간적 제약이 그렇게 싫고 못 견디겠다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맞다. 미리 준비하면 실제 위기 시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상당부분 자유로워진다고도 이야기했다. 미리 갖추어 마련해 놓는 노력을 건너 뛴 시간적 자유로움이란 존재 불가능하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덤벙덤벙’이란 게으름, 준비 없음, 방치의 결과일 뿐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7. 의사결정자는 댓글 읽지 마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에 관해 조언할 때 주로 강조하는 점이 “의사결정자가 직접 온라인상 여러 댓글을 읽지는 말라”는 조언이다. 실제 위기 시 자사 관련 각종 온라인 댓글을 읽어 본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누구나 극도로 부정적인 댓글들을 접하고 나면 생각이 복잡 해진다.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은 이성적 영역내에서 이루어져야 안전하다. 의사결정자가 감정적이거나, 흥분 또는 침체되어 있을 때 내려지는 의사결정은 그 자체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 시 의사결정자에게 댓글을 직접 읽지 말라 조언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일부 기업 VIP는 세세하게 자사와 관련된 온라인 댓글과 각종 포스팅들을 챙겨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에도 자사와 관련 한 부정적 내용의 글이 하나라도 발견되면, 즉시 해당 내용을 실무자들에게 공유하고 조치를 명령한다. 그에 따라 실무진이 이리 저리 대응하느냐 고생을 한다.

    이런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위기가 발생하면, VIP는 매우 심각한 패닉에 빠지게 마련이다. 장시간 수 많은 댓글을 읽으며 극도로 흥분하고, 각종 세세한 비판과 주장에만 몰두하게 된다. 사람이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이성적 자세로 큰 흐름을 읽어가며 위기관리팀을 리드하는 데 장애가 생기니 문제다. 위기관리팀이 VIP 감정과 태도를 보며 무리한 대응이나 과도한 조치들을 실행하게 되니 또 문제다.

    물론 그런 적극적으로 보여지는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면 모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더 큰 문제나 새로운 문제와 갈등을 양산해 낸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감정에 기반한 무리한 대응은 그 이익보다 실이 훨씬 더 많다.

    그렇다고 VIP가 평소나 위기 시 온라인 상 댓글이나 포스팅을 무조건 외면 하라는 조언은 아니다. 단순히 눈이나 귀를 막는다고 해서 감정에서 자유로워지고 바로 이성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댓글 하나 하나를 읽지 말고, 온라인 상 여론을 읽으라는 것이 핵심이다.

    온라인 댓글은 읽지 말라 해도 실무자들이 읽는다. 그들은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1차 분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팀장과 임원이 그 결과를 바탕으로 2차 분석을 한다. 의사결정자는 그 다양하게 분석된 여론 결과를 이해하면 그 뿐이다. 여론의 큰 흐름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면 충분하다.

    이를 위해 VIP를 비롯한 의사결정자는 여론을 보다 정확하게 읽기 위한 연습을 평소에 해 두는 것이 좋다. 실무진으로부터 올라오는 여론 분석 내용을 종종 접하고, 감을 키우는 것도 권장된다. 매일 신문을 읽고 방송을 보듯 온라인에서는 어떤 이슈와 여론이 회자되는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위기 시에만 갑작스럽게 온라인 여론을 접하는 의사결정자들은 대부분 의사결정을 주저하게 된다. 그것이 당연하다. 낯설기 때문이다. 왜 온라인 공중은 이런 식으로 주장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가 왜 갑자기(?) 튀어나오는 지 아리송하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보고되는 여론 내용들 중 표현하나 단어 하나에도 온통 물음표뿐이다.

    이런 상황을 의사결정자들은 사전에 경계하자는 것이다. 미리 익숙해지자는 것이다. 예전에 이미 의사결정자들은 하나의 동일한 이슈에 대해 왜 A일보는 이런 논조를 가지는지, B신문은 왜 저런 논조를 가지는지 이해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A일보와 B신문이 어떤 논조를 유지할지에 대해서 미리 예상까지도 가능하다.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왜 A카페와 B커뮤니티간에 다름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으면 좋다. 소셜미디어 채널 간에도 어떤 다름이 있고, 이슈 성격마다 어떤 의견이 대세를 이루는지 미리 이해하고 있으면 낫다. 그래야 자사와 관련 한 논란시에도 예상과 사전적인 대응이 가능 해진다.

    이 글을 읽는 의사결정자들이 더욱 더 온라인 여론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세세하게 몸소 댓글을 읽고, 답글을 달고, 포워딩을 하고, 하나 하나에 평가를 하라는 조언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런 공간과 환경에 익숙해지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 위기관리 관점에서 위기 시 자칫 잃어버릴 수 있는 의사결정자로서의 이성과 합리적 관점은 절대 포기하면 안된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 분석 보고된 온라인 여론을 존중하고, 큰 흐름을 읽고 그에 따라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면 그 뿐이다. 댓글 말고 여론을 읽을 수 있으면 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0. 아군을 절대적으로 믿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경영 어구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을 못 믿겠으면 절대로 쓰지 말고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라.” 이 같은 철학은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통하는 매우 중요한 조언이다. 위기 시 조직 구성원들은 한 마음을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현실적 이야기다.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 구성원들은 그 위기를 둘러싸고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마음을 먹게 마련이다. 이 현실은 그들이 악하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다. 인간 본성이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이러한 구성원들의 다른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원칙과 프로세스를 평소 강하게 강조하라 조언한다.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마음을 원칙과 프로세스라는 기준을 들어 그 범주에 머무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위기 시 위부터 아래에까지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먹는 기업은 아무런 유효한 원칙이나 프로세스도 보유하지 않았던 기업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위기 시 기업 구성원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다. 필자도 수 십년간 그렇게 위기 시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기업은 본 적이 없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조직적으로도 그렇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도 어렵다는 상황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라는 것은 걷지 못하는 아기에게 마라톤을 뛰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렇지 때문에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위기 시 기업에게 커뮤니케이션 창구라도 일원화하라 조언한다. 차선책이지만, 어찌 보면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창구를 일원화하게 되면, 기업이 내외부적으로 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그 이전보다 높아진다. 문제는 또 구성원 각자가 창구일원화라는 원칙을 준수해 주는가 여부다. 누구 하나라도 창구일원화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창구일원화 효과 자체가 단박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구일원화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니 중요한 개념이다.

    일단 창구일원화가 되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스스로 전략적 메시지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해야 한다. 만약 그 창구가 그런 중요한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전략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여론 감각을 발휘 해 필요한 메시지를 적시에 전달한다는 개념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창구일원화 실패라는 개념 자체를 넘어 위기는 절대 관리되지 않을 것이다. 부족한 창구 일원화가 또 다른 위기를 발생시킬 것이다. 심지어 상황관리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사회적 공분까지 조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창구 역할과 책임을 맡은 커뮤니케이션 인력들은 평시 스스로를 훈련하고 지속적으로 시뮬레이션 하라 조언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제대로 된 조직과 기업의 대변인들은 대부분 극도로 훈련된 전문 인력이다. 심지어 기존 전문가들도 실수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반복 시뮬레이션을 해 예상치 못한 실수도 줄여보려 노력한다. 그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이 몇 가지 위기관리 개념과 과정에만 비춰보아도 경영자들은 위기 시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 그렇게 할 수 있을 까 불안 해 할 수 있다. 우리 회사 구성원들이 위기 시 하나의 마음을 갖게 될까? 우리가 위기 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우리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적절한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

    위기 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경영자들의 이러한 현실적 불안이 종종 위기관리 자체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신의 조직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선 조직이 가동되거나, 외부 인력들에게 자신의 위기관리를 맡기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문이나 협업 형식을 넘어 내부 인력들은 기술적으로 무력화시키고, 경영자가 외부에서 위기관리 역량을 사거나, 활용하는 데 모든 집중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당연히 이런 방식의 위기관리는 결과가 대부분 좋지 않다. 그에 대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다음 기회에 다루어 보기로 하자.

    다시 앞의 “사람을 못 믿겠으면 절대로 쓰지 말고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라”는 말을 다시 곱씹어 보자. 위기관리 차원에서는 이 말 앞에 이런 생각이 생략되어 있다. “믿을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을 훈련하고 지원하고…”라는 말이다. 그런 평시 노력이 있었음에도 믿지 못한다면 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기반으로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주는 것이 성공책이다. 아군인 내부 인력에 더욱 더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자. 그리고 믿자. 그 전에 먼저 살펴 라도 보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59. 좀 더 두고 보자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에서 평시 가장 위험한 내부 정서를 꼽으라면 ‘잘 되어 있습니다’ 같은 자신감이다. 물론 확실한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라면 훌륭하다. 하지만, 잘 되어 있다 종종 이야기하는 임원들의 경우 그런 근거가 희박하거나, 막연한 경우가 있으니 문제다. 이런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나버린다. 그때 가서 어떤 핑계를 대도 신뢰가 가지 않게 된다.

    그 다음으로 위험한 내부 정서가 위기 발발 직후 ‘좀 더 두고 봅시다’ 같은 입장이다. 항상 모든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입장을 주장하는 임원들이 나타난다. 물론 상황이 아직 상당히 유동적이고, 상황 파악이 완전하게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경우에는 일단 좀더 시간을 두고 상황변동에 대비하자는 주장이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주요한 상황변동은 예측하고 그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책은 마련해 놓는 노력은 중요하다. 핵심은 예측과 최소한의 대응책 마련이다. 모든 예측 가능한 상황을 전부 정리하고, 그 각각에 대해 가능한 모든 대응책을 끝까지 수립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동적인 상황 변화속에서 자사가 어느정도 상황을 통제 가능하다는 느낌을 스스로 가질 수 있는 수준 정도는 최소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좀 더 두고 봅시다. 이런 입장은 최소한의 대응 준비가 완료되어 있는 상태일 때 그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좀더 두고 보자는 입장은 그렇기 못해 위험하다. 좀더 상황이 변화되어 뚜렷해지면 그 때가서 대응책을 마련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니 그렇다. 그때가면 이미 대응의 골든타임은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미리 준비해 대응 시점을 선택하는 대응이 이상적 위기관리 자세다. 그와 달리 대응 시점이 오면 그 때부터 준비를 시작하니 대부분 위기대응이 늦었다는 평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대응준비’라는 단계에 대한 사전적 인식이 적은데, 어찌 보면 대응준비 시간에 대한 인식과 관리가 평시 가능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도 가능해지다고도 볼 수 있다.

    위기관리는 대응 준비 시간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사전적으로 평시에 반복적 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하는 이유도 대응준비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모든 자산과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놓는 것도 대응준비 시간을 최소화 해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빠르고 신속한 대응이라는 것은 이런 대응 준비 시간을 최소화했기 때문에만 가능한 경지다.

    적과 대치하고 있는 군에서도 이런 대응 준비 시간의 최소화 노력은 핵심 중 핵심이다. 전방에서 전쟁 발발 시 즉각 적의 종심을 정찰하기 위해 정찰 병력을 최대한 전선에 가깝게 배치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동시간인 대응 준비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적의 종심에 침투할 수 있도록 정찰병력들은 부단히 훈련 받는다.

    위기관리 또한 시간과의 싸움이라 볼 수 있다. 그런 현실에서 근거나 준비 없이 ‘좀 더 두고 봅시다’는 입장은 위기관리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서라 경계해야 한다. 만약 그런 주장을 하는 임원들이 있으면 대표이사는 “예측 가능한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 준비는 되어 있습니까?”라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상위 임원들이 “좀 더 두고 보자” 한다 해도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최대한의 예측과 그 각각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책은 그리고 있어야 한다. 상황 변화가 생기더라도 일선은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말 그대로 그냥 좀 더 두고 보면서 관망하는 자세는 실무자들에게도 위험한 것이다.

    물론 예측만을 가지고 다양한 상황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그에 대해 최소한의 대응책들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 사후에 보면 괜한 것이었다 생각 하게 될 수도 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 때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하는 평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그리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대응준비 시간의 단축과 관리 개념이 상시화되는 것이다. 많은 준비를 미리 하고 대응 시점을 기다렸기 때문에 그나마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낫다. 아무일 없이 마무리되었더라도, 자칫 위험 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우리 회사가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는 데에서 자신감을 얻어야 한다. 자사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었고, 결국은 통제했다는 자신감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일관되게 반복되면 아무 준비 없이 ‘좀 더 두고 봅시다’라고만 말하는 임원이 오히려 더 힘들고 이상해 보일 것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