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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5편] 위기관리 예산을 확보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예산이 한다는 말이 있다. 예산이 있어야 위기도 방지할 수 있다. 동일한 위기가 재발 되었을 때 우리가 어떤 이유를 대는지 기억해 보자.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든다. 이렇게 황당한 위기가 왜 발생했느냐는 질문에는 또 어떤 대답을 하나? “예산이 없다 보니..” “또는 비용을 아끼려다 보니…” 이런 답변을 한다.

    위기관리를 포함해 거의 모든 기업의 활동에는 상위 1%의 의지만가 있다면, 그곳엔 예산이 있기 마련이다. 위와 같이 문제 발생의 이유를 당연히 “예산 부족’으로 꼽는다는 것은 즉, 상위 1%의 위기관리 의지가 없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더 주목해야 한다.

    상위 1%의 강한 의지가 존재했고, 그에 따른 합리적 예산이 설정되어 있었는데도 실무자들의 무관심으로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개념은 실제 현장에서는 1%의 가능성도 없는 이야기다. 정말 그런 당황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면, 그것 또한 경영진의 경영 품질이 낮았다는 의미가 된다. 어떻게 경영진의 강한 관심과 예산 투자 의지가 실무자들을 설득 독려하지 못할 수 있나?

    재미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회사들이 위기 시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거나, 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해당 위기로 자사가 부담해야 하는 손해와 손실에 대한 계산은 당연히 신속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위기관리 예산에는 그리 큰 조예가 없어 보인다.

    최근 위기로 인해 상당부분 훼손될 위기에 있는 자사의 기업 명성을 몇 천만 원의 예산을 아끼려는 노력과 맞바꾼다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는 그런 선택까지야 하겠냐 하는 생각도 할 것이다. 시급한 위기 대응을 앞두고 예측되는 예산을 비교하기 위해 경쟁 비딩을 진행하는 기업도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나? 여러 컨설팅사와 에이전시들을 불러 모아 자사의 위기에 대해 브리핑 하고, 예산 가이드라인을 다 써서 제출하라는 요구를 하는 위기관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기업 인하우스 인력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이런 대답을 한다. “저희 예산관리 규정이 그래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OOO만원 이상의 외주를 줄 때는 항상 경쟁 비딩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윗선에서 계속 비용절감을 강조하고 계셔서 위기관리라고 별다른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일선의 어쩔 수 없는 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들의 마음 속에 ‘지금 이렇게 정신 없는 위기 상황에서 이런 한가한 대응을 하는 건 좀 아닌데…’하는 생각만 있으면 된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있다는 의미라서다.

    위기관리를 기술이 아니라 ‘프로세스 관리’라 이야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런 시각에 비추어 보았을 때 평시의 예산 확보와 지출 프로세스를 위기관리 시에도 그대로 준수 적용하는 것이 얼핏 당연한 거 아닌가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프로세스 관리라면, 위기 상황의 전개 방식을 사전에 미리 예상해 보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평소와 달라지는 환경들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예산이 필요하게 될 것인지, 그 예산을 어떤 방식으로 긴급 확보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출하는 방식과 프로세스에는 어떤 다름이 있어야 하는지를 미리 살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기 시 예산 확보와 지출의 전 과정을 위기관리 방식에 따라 별도 프로세스로 수립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관리를 ‘프로세스 관리’라 부르는 의미는 이런 평시 살핌과 그에 근거한 더욱 효율적인 프로세스의 수립을 의미한다.

    쉽게 비유 하자면, 전쟁이 발발했을 때 수 많은 병사들의 급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사실 프로세스 관리의 영역이다. 포탄이 빗발치고, 총탄이 교환되는 불바다 속에서 평시 정해진 중식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사전 고민이 있을 것이다. 전투를 양측이 동시에 멈추고 12시부터 1시까지 고요한 중식 시간과 휴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어야 당연하다.

    병사들이 전투가 끝날 때까지 급식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급식 체계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대형 급식 트럭이 전투 장소로 이동해 병사들을 줄 세우고 식판에 식사를 배분하는 급식 체계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고민하는 게 맞다. 그래서 병사들에게 개인별로 전투 식량을 사전 배포해서 전투 상황에 따라 급식을 자율 선택하게 하자 하는 개선안이 나왔을 것이다.

    만약 평시 프로세스를 그대로 비상시에 강조만 하고, 이를 따르라 했다면 전투와 급식은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자. 그 급식을 만들어 나르는 병사들이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도 먹지 못할 급식을 실은 트럭을 전투 지역까지 몰고만 가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 고쳐야 한다. 딱히 예산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위기관리 자체가 바로 그런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1. 준법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편] 준법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기업 역사상 여러 위기를 목도했다. 기업이 위기를 겪고 사라지기도 했다. 어떤 기업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잃었다. 기업의 오너와 대표가 굴욕적인 상황을 감수해야만 했다. 죄 없는 직원들이 잘려나가고, 사업부분이 팔려버리는 아픔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리더들은 정치권과 규제기관의 부름에 여기 저기 끌려 다녀야 했다. 심지어 인신이 구속되기도 했다. 언론과 공중들로부터의 손가락질도 감내해야 했다. 엄청난 과징금과 배상액을 뱉어내기도 했다. 전임직원이 가진 창피를 감내하면서 그 동안 쌓아 왔던 기업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날려버릴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의 위기.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위기관리는 현재 이 시간에도 수 많은 기업 내부에서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많은 기업의 임직원들이 쉬지 않고 위기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간간히 불거지는 위기 정도로 그 숫자가 관리 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위기(危機)라는 글자에 기회(機)가 숨겨있다 말한다. 위기를 맞은 기업을 위로하기 위함이거나, 위기를 사전에 방지해 기회로 삼으라는 덕담이라고만 생각하자. 실제 위기는 그냥 위기다. 기회라고 생각하며 자위하거나 안주하면 더 큰 위기가 잉태된다. 대부분 위기는 기회가 아니다.

    차라리 위기는 해당 기업의 경영품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리트머스 지표라 할 수 있다. 경영품질이 높은 기업의 위기는 경영품질이 높지 못한 기업의 위기와 그 성격이 다르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과 위기관리 전문 서적들은 기본적으로 경영품질이 정상이거나 매우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만약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조언과 전문 서적들의 가이드라인이 실제와 많이 다르다 느껴지거나, 실행 가능성이 없는 공염불이라 느끼는 경우라면, 자사의 경영품질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자사의 경영품질이 그 조언과 가이드라인을 실행하지 못할 만큼 뒤쳐져 있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매주 기업 위기관리를 위한 체질개선책을 108수(手)로 나누어 기고하기로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경영품질과 관련된 뼈아픈 조언들을 108번 반복할 것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해서 사업연속성을 훌륭히 보장받기 원하는 기업이라면 앞으로 108수(手)의 조언들을 새기고 실제 실행에 참고하기를 바란다.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중 첫 수(手)는 바로 ‘준법’이다. 기업 위기에는 여러 유형이 다양하게 있지만, 위기관리 자체가 어렵고 힘든 유형 중 가장 으뜸이 기업 스스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경우다. 결국 이 위기관리의 결말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법정의 최종 판결이 나기 전에 이미 상당수준 큰 피해를 입는다.

    소위 말하는 여론의 법정(Court of Public Opinion)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시피 여론의 법정에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이 존재한다. 실제 법정의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기업은 그 ‘유죄추정의 원칙’하에서 자사의 무죄를 주장하려 애쓴다.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그런 노력이다. 변호사들을 영어로 ‘Attorney at Law’라고 부른다면,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서직원을 여론의 법정에서는 ‘Attorney at Public Opinion’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아무리 유능하고 훈련 받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터라고 할지라도 자사가 명확하게 불법을 저지른 경우에는 변호 할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된다. 여론의 비판을 온전히 감내하며 견뎌야 하는 아주 중대한 위기를 겪게 된다. 당연히 여론의 법정에서도 정상참작이나 무죄를 감히 주장할 수 없게 되고, 실제 법정에서는 최악의 판결을 받게 된다. 위기를 관리하고 싶어도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기업으로서 법을 준수하는 것만큼 당연한 경영이 없다. 경영의 기본이다. 이런 기본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경영품질이 형편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 여러 기업들이 근래 수년간 컴플라이언스 부서를 강화하고 있다. 윤리경영실을 만들어 법적 문제는 물론 여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들까지 예견 방지하려 노력한다. 당연하고 긍정적인 위기관리 노력이다.

    준법하면 발생 가능한 위기의 약 절반은 줄어든다. 예기치 못하거나 타의에 의해 법적 논쟁이 발생해도 정상적 준법노력을 해 온 기업에게는 여론의 법정에서 정상참작의 기회라도 주어진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포지션으로서의 선택지가 열릴 수도 있다. 만약 자사의 팬덤이 있었거나, 지지하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있었다면 이들을 위기관리를 위한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이런 모든 가능성들은 준법을 지향해왔을 때 가능한 것들이다.

    앞으로 전개될 위기관리의 백팔수(百八手)를 관통하는 개념은 이와 같이 ‘여론의 법정’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수로 ‘준법’을 조언했다. 준법한 기업만이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준법하고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 많은지 준법하지 않아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 많은가? 아주 간단한 반면교사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자, 우리가 무얼 해야 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상황은 잘 아시죠? 위기관리 전문가라 하셔서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저희 대표이사님과 임원들은 어제부터 철야를 해가면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전문가시니 저희에게 조언을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얼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참 곤욕스러운 질문입니다. 저희도 “이걸 하십시오!”라고 딱 부러진 조언을 드리고는 싶습니다. 그러나 위기관리를 위한 회의에서는 누구도 함부로 그래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모든 병에 처방되는 즉효 명약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외부 전문가에게 보다 효과적인 조언을 얻기 위해서는 이미 내부 전문가들이 고민 해 낸 여러 대응 방안에 대해 그들의 의견을 듣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하나 하나를 보면서 실행 전략과 실행 시기, 주체, 메시지 등을 정리해 의견을 나누어 보는 것입니다.

    각각의 실행 방안에 있어 실행 시 주의점이나, 개선 실행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방식입니다. 내부적으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외부 전문가들이 발견해 공유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에 더해 운이 좋다면 추가적인 대응 방안 아이디어가 도출 될 수도 있습니다. 더욱 더 대응 방안이 강하고 효과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죠.

    반대로 내부적으로 별반 고민이 적었거나, 단순 고민만 한 가득 일뿐 추려진 대응 방안 리스트가 없는 경우는 문제입니다. 외부 전문가를 불러 하얀 백지를 채워보라 해서는 별로 유효한 결론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일부 외부 전문가가 실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는 더욱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 일부 외부 전문가가 자신들의 편향된 경험에 의해 대증적 대응만을 강조하는 경우에는 더욱 더 상황이 힘들어 질 수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가 나서 위기관리 회의를 이끄는 것부터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기업이 그들의 시각을 청취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들의 의견만으로 위기관리가 진행되어서는 안됩니다.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주체는 분명 기업의 위기관리팀입니다. 자신들이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면 그 자체가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는 그 이미 기업 내부에서 정한 ‘무엇’에 대해 ‘어떻게’라는 가치를 더하는 사람들 입니다. 만약 외부 전문가가 ‘무엇’을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내부에서는 그 ‘무엇’에 대해 더욱 더 치열한 토론을 해야 합니다. 그대로 그 ‘무엇’을 받아 “아!”하고 경탄하면서 바로 실행하는 경우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물론 평시는 물론 위기 발생 전조가 감지된 시점부터 위기관리팀과 외부 전문가가 하나의 팀을 이루어 다양한 논의를 해 온 경우는 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외부 전문가들은 이미 내부 위기관리팀 구성원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최초부터 다른 위기관리팀 구성원들과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상황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는 경우라면, 외부 전문가의 조언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함께 ‘무엇’까지를 처음부터 논의할 수 있습니다. ‘무엇’과 ‘어떻게’가 합해 진다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내부의 시각을 외부의 시각으로 검증해 볼 기회도 생길 것입니다. 외부 전문가들이 가진 다양한 여러 경험을 위기 초기부터 대응 방안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외부 전문가와 기업 위기관리팀이 언제 하나의 팀을 이루느냐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좋은 이야기나 도움이 될 이야기를 들어나 보자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죠.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변론서로 입장문을 만들어도 되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가 큰 소송을 하고 있는데요. 언론과 온라인에서 관련해 여러 논란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저희가 입장문을 써야 하겠는데, 시간도 없고 해서 법정에 제출했었던 변론서 내용을 좀 편집해서 입장문에 넣어볼까 합니다. 괜찮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주의를 기울이실 필요가 있습니다. 변론서라는 것 자체를 여러분들께서 그나마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사건의 자초지종이 잘 정리되어 있고, 우리측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소송이라는 특성상 분명 상대방이 존재합니다. 만약 언론과 온라인에서의 논란도 그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생겨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그 상대방의 주장이 일부 또는 상당부분 언론이나 온라인 공중을 자극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사의 변론서를 한번 보시죠. 우리측의 주장이 들어있어서 그러한 논란에 맞선 우리의 입장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좀더 제3자 입장에서 변론서를 읽어 보시거나, 상대방 입장에서 읽어 보신다면 받아들여지는 사실관계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드러나 보일 것입니다.

    원래 변론서란 그런 것입니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 들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틀리고, 우리가 맞다’는 내용입니다. 거기에 또 법적 다툼의 입장이 들어가 있습니다. 대부분 우리의 행동에 있어 상대방측에서 주장하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요지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는 법적 문제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관계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것과 상당부분 차이가 존재 합니다. 물론 이런 차이가 법정에서는 다툼의 소재가 되곤 합니다. 재판장이 비교해서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절차를 거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그리 큰 문제는 없어집니다

    그러나 만약 그런 안정적이지 않은 변론서를 그대로 줄여 자사의 공식 입장문에 싣게 된다면, 앞서 이야기한 여러 사실관계의 차이와 상대방 주장에 대한 공격성은 그대로 포함되게 됩니다. 최초 상대방이 원했던 논란을 줄이기 보다 더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원래 소송이 진행 중인 법정과 별도로 여론의 법정이 하나 더 차려져, 여기에서도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프로세스가 더해집니다.

    기업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입장문을 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변론서 기반의 입장문을 내게 되면 그 목적은 물 건너 가게 됩니다. 여러 다툼의 여지를 가지고 다시 여론의 법정에서 논쟁을 시작해야 할 뿐입니다. 상대방은 그 차이와 다름에 대해 다시 반박 할 것입니다. 그에 대해 기업측에서는 다시 한번 그에 대한 재반박을 고안하게 됩니다. 끝 없는 공방이 무의미하게 지속됩니다.

    보다 성공적인 입장문은 언론 및 온라인 공중의 입장에서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포함된 것이어야 합니다. 사실 그들은 우리와 상대방 둘 중 누가 맞고 틀리고를 알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들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논란이면 더더욱 그들은 기업이 어떻게 반응 할 것인가를 주목합니다. 만약 기업이 생각보다 공손하고, 배려 깊고, 괜찮은 생각과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면 논란은 상당부분 해소되거나 급속히 사라지게 됩니다. 기업의 입장문의 목적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죠.

    소송 관련한 논란에 있어서는 최대한 간단하게 소송내용에 대한 핵심을 정리한 후, 그에 대해 자사의 입장을 담담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와 함께 언론이나 온라인 공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으로 대부분을 채우는 것이 전략적입니다.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입장으로 삼는 그 프로세스가 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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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자문이 필요한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창사 이래 가장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내부적으로 나름 위기관리조직을 운영하면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이사께서 내부적으로만 위기대응 해서는 안 된다, 외부에서 자문을 좀 받아봐라 하셔서요. 위기관리 자문 가능하시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시 자문과 대표이사의 자세에 대해 참고해 보실 말이 하나 있습니다. 20세기 초 캐나다와 영국에서 저널리스트로 활약했던 허버트 카슨이라는 분의 말인데요. “진정한 리더는 스스로 생각 할 시간이 있을 때 조언을 듣는다. 그러나 위기 시에는 조언을 묻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는 위기 시 행동한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말입니다.

    기업에서 대부분 외부 자문을 요청하시는 때는 위기가 이미 발발했을 때입니다. 이미 신문이나 TV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대문짝 만하게 공지되었고, 5천만을 넘어 거의 전세계에 알려진 사건에 대해 대응 자문을 요청하시는 겁니다.

    종종 그런 요청에 응해 그 회사의 위기대책회의에 들어가보면, 대표이사를 비롯한 여러 임직원들이 위기관리 자문사가 어떤 조언을 해 줄까 귀를 쫑긋 세우고 있습니다. 현재 이 암울한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줄 묘안이 있을 것이라 믿는 듯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위기관리에 묘안은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 회사의 일에 대해 가장 많이 그리고 깊이 아는 분들이 모여 있는 곳이 사내 위기관리조직입니다. 그리고 그 회사를 움직이는 의사결정권자가 계신 곳도 그곳입니다. 모든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어떤 의사결정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조직에서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은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 자문사는 결코 그 ‘사정’을 해결해 드리지 못합니다. 대표이사께서 외부 자문을 좀 받아 보라 하시는 것은 그 ‘(못 할)사정’이 있으니 그 ‘사정’을 감안한 차선책이나 다른 아이디어를 얻어보라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자문사를 고용해 상황 브리핑 하는 일선 그룹에서는 그 ‘사정’을 입으로 말하지 못합니다. 공공연하게 그 ‘사정’을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외부 자문사에게 솔직한 그 ‘사정’을 자세히 설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문사로부터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조언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이런 경험 때문에 위기관리 자문사를 비롯 모든 자문사를 ‘소용 없다’ 평가하는 분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자문사의 자문 수준이나 내용은 딱 클라이언트의 노력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클라이언트가 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설명과 정보 업데이트를 지속한다면, 자문사는 그에 의거한 전문성을 발휘 합니다. 원팀 마인드로 자문사와 원활한 소통이 지속된다면 상호 불만은 최소화 될 수 있습니다.

    그보다 좋은 것은 대표이사께서 내심 의사결정하기 원하시는 것을 직접 자문사에게 묻는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이렇게 대응 하고, 부서별로는 이런 식으로 대응하라 했으면 하는 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식의 질문이 보다 나은 자문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질문 방식입니다.

    그 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은 대표이사가 위기 시 허버트 카슨의 말 대로 ‘그냥 빨리 행동하시는 것’입니다. 자문은 평소에 받아 위기 발생 시 자신과 조직이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미리 상상해 놓으라는 의미입니다. 허버트 카슨의 말은 조언 받지 말라는 의미라기 보다 평소에 조언 받아 충분히 준비해 놓으라는 주문인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를 위한 리더십이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어떤 지시를 내리면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부서장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상황관리가 안되고, 계속 문제가 증폭되기만 합니다. 제가 CEO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부서장들이 협조 하지 않아 정말 힘이 듭니다. 리더십이 부족한 거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우리가 일반적으로 CEO에게 최고의사결정권이 주어져 있다고 하지만, 기업이나 조직 유형에 따라 그런 권한이 피상적이고, 실제 리더십은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일부 조직의 경우 조직 특성상 CEO 역할을 하는 자가 모든 부서를 대표하지 못하거나 각 부서장을 대상으로 강력한 강제력을 발휘할 수 없는 체계도 있습니다.

    대학이나 병원, 종교단체 같은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그룹들이 바로 그런 류입니다. 여러 회원사가 모여 하나의 조직을 이루는 ‘협회’ ‘조합’같은 곳도 그런 류에 속합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조직된 곳이지만, 무언가를 하기에는 그 조직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가 생각할 때 위로는 CEO에서 아래로는 일선직원에 이르기 까지 위기관리를 위한 하나의 마음을 가질 것이라 생각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조직에서는 CEO를 비롯한 거의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상당히 정치적이거나 아니면 아주 반정치적인 내부 상황이 펼쳐 진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위기 시CEO가 이런 지시를 합니다. “빨리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 해야 하겠습니다. 실무단에서 OOO부서장께서 기자회견 질의응답을 진행해 주세요.” 이런 지시에 해당 부서장은 “못합니다. 제가 그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얼굴 팔릴 수 있는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답변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CEO는 사실 이런 반응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 CEO가 외부자문이나 전문가 그룹을 고용해 위기관리팀에 조언 해도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외부자문 그룹에 대한 공격만 더 해 지게 마련입니다. 이런 조직의 경우 대부분 논의만 지루하게 이어지고 실행은 없습니다. 실행을 하더라도 아주 일선 차원의 단순 실무자 대응이 주를 이룹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모든 대응은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끕니다. 당연히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조직에서 당면한 위기를 그나마 관리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최고의사결정권을 가진 분이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해야 합니다. 평소에는 형식적 CEO를 통해 경영을 위임해 왔다 하더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원 전반을 강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이 위기관리에 나서야 합니다.

    필자는 이와 같이 평시 리더십과 위기 시 리더십이 분리되어 있는 조직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 중 위에서 조언한 바와 같이 실질적 리더십이 위기 시 위기관리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는 그들 중 열에 하나도 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는 경우에는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대신 상당수가 배후에서 해당 CEO에게 조언하고 이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간접적 노력들을 합니다. 그러나 그 경우 더욱 더 난맥상은 커가게 됩니다. CEO가 지시하는 것이 CEO자신의 생각인지, 아니면 배후에 머무르는 실질적 CEO의 것인지 부서장들이 헷갈려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 더 많은 부서장들은 그 배후에 있는 실질적 CEO의 의중을 점치는 데 시간과 정보력을 활용합니다. 말 그대로 불필요한 집안 싸움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CEO는 위기 시 가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먼저 내부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내부적으로 누가 위기관리 리더십을 쥐고 있는지가 정해져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조직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그 생각을 버려야 위기는 관리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아무것도 준비 되어 있지 않으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좀 창피한 이야기인데요. 위기가 발생해 저희가 일단 초기 대응을 하긴 했는데, 언론이나 여러 곳에서 문제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 회사에 홍보실도 없고요. 위기관리에 대해 별로 준비가 안되어 있어요. 대부분 임원들도 경험이 없고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예를 한번 들어 볼까요? 환자가 한 명 있습니다. 그 환자는 중병에 걸렸는데, 그 치료를 받기에는 몸이 너무 약한 겁니다. 병원에서는 해당 환자가 정해진 치료를 받지 못할 정도 몸 상태라고 판단하게 된 거죠. 그런 경우 의사는 치료를 좀 미루면서라도 몸 상태를 먼저 챙기라는 조언을 할 겁니다. 정해진 치료를 하면 그 환자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하는 조언이죠.

    질문 하신 임원님의 회사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케이스들은 많습니다. 위기가 발생 한 회사에 들어가 보았을 때,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의사결정그룹이 존재하지 않거나 유명무실하고, 사전에 준비나 훈련이나 경험도 없는 직제상 위기관리팀만 덩그러니 앉아 있고. 기자들의 엄청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이나 반박을 주고 받기 힘들어하는 홍보담당자가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더구나 그런 회사의 내부협업체계는 기본 상황분석이나 공유 그리고 대응 메시지 정리가 전혀 불가능한 체계고, 대신 각 부서장들이 각자 움직이는 그런 형태로 위기를 관리하며 불철주야 하곤 합니다.

    이런 경우 컨설턴트들은 위기관리 교과서나 원칙이나 경험에 의해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부정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사실이 아닌 부분과 사실인 부분을 골라내 적절히 해명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 조언 할 때 홍보담당 직원이 곤란한 표정으로 “자신이 없다” 하는 거죠. 그런 경우 컨설턴트는 “그래도 꼭 그렇게 해야 하니까, 한번 해 보시라” 할 수는 더 이상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대신 “그렇다면 섣불리 대응 마시고 그냥 로우 프로파일 하시면서 이렇게 이렇게만 정한대로 간단히 수동적으로 대응하시죠.” 조언합니다. “다른 분들도 괜히 위기관리 한다고 각자 행동하시면서 문제 일으키기 보다는 좀더 내부 공유 힘 쓰면서, 소나기는 어느 정도 같이 맞고 걸어 가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이런 조언 밖에 가능한 것이 없어지는 것이죠.

    항상 그런 기업의 위기관리 현장에 들어가보면, 없는 역량을 기반으로 무언가 하려 하다가 일을 더 크게 만드는 경우들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각 부서장이 열심히 무언가 하는 것은 좋은데, 하지 않아야 할 것과 해도 소용 없는 것에 많은 투자를 하고 그 부분이 더 큰 문제를 만드는 것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환자(기업)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치료)를 진행하기 힘든 체력과 상황이라면, 일단 일정기간은 체력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위기 때 훈련을 하거나 시뮬레이션을 해 시간을 할애 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러니, 일단 취약한 부분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일정기간 조직 단위로 몸을 사리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준비 안된 상태에서 장황한 메시지를 여러 곳에 뿌린다 던지, 훈련 안된 창구가 언론과 주의 깊지 못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전혀 규제기관을 알지 못하면서 여러 루트를 통해 규제기관에 영향을 끼쳐 보려고 시도 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전문적이지 않은 직원들이 함부로 피해자들을 접촉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영업직원이나 다른 직원들에게 무리한 위기관리 활동을 지시해 더 큰 논란을 만드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외부의 조력을 빌려 위기관리를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체력이 되는 기업에게 해당 하는 조언입니다. 일단 위기관리를 위한 최고의사결정그룹이 무력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면(위기관리와 분리) 그 어떤 외부 전문가들의 조력도 성공적이기는 힘듭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외부 실무자들끼리 백병전을 이어가다 흐지부지 되곤 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고, 결과론적인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평시 해야 할 일을 한 기업이 최소한의 위기관리라도 합니다. 위기 시 필요할 당연한 숙제들을 평소 하지 않은 기업에게 기적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일단 다가온 위기는 견뎌보고, 그 이후에 체력을 키우는 숙제를 성실하게 시작하는 것이 살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이슈화가 안 될 텐데 대응 플랜을?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 사업 관련해 약간 민감한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저희 최고임원진들만 조심스럽게 공유하고 있는데요. 이 문제가 일단 이슈화되지 않도록 여러모로 노력 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대응 플랜도 좀 만들어라 하는데요. 이슈화 안 된다면 그런 건 필요 없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실무선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아직 이슈화 될지 안될지 잘 판단하지 못할만한 상황에서, 이슈대응 플랜을 만들라는 윗분들의 지시입니다. 실무자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슈가 발생 안 하면 대응 플랜도 필요 없을 텐데 그걸 왜 만들어야 하나?” “너무 변수가 많아서 어떻게 이슈 대응 플랜을 세워야 하지?” “보니까 대응 플랜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데. 만들지 않을 수 없을까? 막상 이슈화 되면 다 대응하곤 했는데 말이야.”

    이해가 가는 생각들입니다. 일단 우선순위 관점에서 해당 문제가 이슈화 되지 않도록 여러 모로 노력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질문하신 회사에서도 그런 노력을 현재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이슈화 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이슈화 된 다음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 훨씬 나은 전략입니다.

    변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슈화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업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변수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일 것입니다. 피해자나 성토자가 있다면 그들과의 문제 해결을 진행합니다. 추가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개입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에게는 미리 관리 차원의 활동들이 들어갑니다. 이런 류의 노력들이 대부분 변수를 최소화하고, 남아 있는 변수를 통제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들입니다.

    이슈 대응 플랜이라는 것은 이슈가 발생했을 때를 감안하고 만들어도 되지만, 그 이슈를 현재 어떻게 관리하고 있고, 어떻게 관리 강화해야 하는지를 품고 있어야 합니다. 그 플랜이 곧 이슈대응 플랜 A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발생하게 된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다는 플랜은 플랜 Bf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윗선에서 위기 대응 플랜을 만들어라 지시하신 것은 “플랜 B를 준비하라”는 요청이라고 보여집니다. 플랜 B는 이슈관리 관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전체적으로 이슈 발생 시나리오와 연결되어 플랜 C, D의 형태로도 차후 계속 분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플랜 A일 것입니다.

    플랜 A는 곧 이슈화를 방지하기 위한 플랜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노력들을 하나로 정리 해 통합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을 모으는 작업이 그 기반이 됩니다. 그런 기반이 없다면 사실 플랜 B도 기반이 부실해집니다. 질문하신 것과 같이 변수들이 너무 광범위해서 플래닝이 제대로 되기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막막한 것입니다.

    플랜 C도 그렇고 플랜 D도 그렇고 앞서의 플랜들이 정확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더 나은 플래닝이 가능한 법입니다. 전체적으로 경우에 따라 갈라진 그 세부 플랜들을 모으면 해당 이슈 대응 플랜이 됩니다. 이슈 대응을 지휘하는 최고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네비게이션 맵을 가지고 있는 셈이 됩니다. 보다 예측 가능한, 변수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길’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슈관리에 있어서도 해당 문제가 이슈화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부서들이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통합된 플랜이 없는 상태에서 각자 최선을 다하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단발적이고 산발적인 노력 지시도 사실 큰 효과는 없습니다. 현 상황에 대한 관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슈화 방지 노력은 무언가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이 의미는 실제 이슈화가 될 수 밖에 없는 악화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슈대응 플랜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이슈화 방지 노력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전략과 투자 플랜이 같이 있는 플랜 A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실제로 플랜 B가 필요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이슈화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 아주 최초부터 위기관리팀이 모든 노력과 활동들을 정리하고 관제할 수 있게 하는 체계화를 먼저 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현 상황을 기반으로 하는 플랜 A를 먼저 구축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말 앞에 수레를 메어 놓을 수는 없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CEO마음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부정 이슈가 발생해 CEO 책임론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 변수도 있고 해서 대응 시나리오를 세우기가 쉽지 않은데요. 가장 힘든 게 실제 CEO께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알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CEO의 마음을 어떻게 알아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그런 질문을 여러 기업에서 상당히 많이 받습니다. 흔히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사내에 사일로(silo)를 없애야 제대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종종 조언 합니다. 그런 경우 많은 사람들은 부서와 부서간 커뮤니케이션 단절만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정말 위험한 사일로는 최고 의사결정자 또는 그 그룹과 실무그룹간의 사일로입니다.

    기존 같은 부서간 사일로의 경우에는 부서장 또는 부서 실무자들간의 친근감등으로 어느 정도 자연 해소 되거나, 최고 의사결정자의 강한 지시로 협업이 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 의사결정자와 실무자들간의 사일로는 대체로 존재한다는 공감대까지도 이르지 못한 채 조직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되니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최고 의사결정자들은 인의 장막에 둘러쳐 있습니다. 따라서 최고 의사결정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사내에서 소수의 핵심 임원들이 도맡아 하곤 합니다. 평소에는 상황이나 시간이나 여러 제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의 간접적 커뮤니케이션도 별 문제 없이 진행되고는 합니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면 사정은 완전하게 달라 집니다.

    실시간으로 상황이 변화하면서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이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적인 제약은 점점 더 거세집니다. 최고 의사결정자에게까지 책임론 같은 비난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사실 최고 의사결정자께서도 제대로 된 상황 인식이나 대응 전략을 구상하기 어려워 질 때가 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최고 의사결정자와의 가교 역할을 담당했던 임원들은 위기 시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제대로 다가가거나,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 더 어려워 집니다. 한마디로 눈치만 보면서 향후 위기 대응 방향을 점쳐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실무진들은 이 경우 완전한 패닉에 빠집니다. 변해가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에서 무엇을 정해 지시가 내려와야 대응을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최고 의사결정자를 포함한 그 그룹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실무진의 경험에만 의지해 대응을 진행하기도 어렵게 됩니다. 기껏 실행을 한다고 했는데, 위에서 “누가 그렇게 대응하라고 했습니까?”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 최고 의사결정자 그룹에 보고 합니다. 실무진들이 전문가들과 여러 상황 분석을 진행 해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여러 개로 분석해서 시나리로 형식으로 보고하는 것이죠. 대응 방향의 초이스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상당수 기업에서는 “해당 시나리오들이 VIP 의중을 담지 못했다”는 피드백과 함께 사장되거나, 개정을 지시 받습니다. 최고 의사결정자의 의중이 지속적으로 오리무중인 가운데, 예상 시나리오는 그 복잡함과 다양함이 배가 됩니다. 이 때부터는 그냥 보고를 위한 업무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래서 최고 의사결정자의 가시성(visibility)가 중요합니다. 흔히 이 가시성이라는 것을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보여지는 가시성이라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시성이란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의 리더십이라는 의미와도 연결 됩니다. 주어진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모두가 모여 앉았을 때 최고 의사결정자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버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원칙도 이런 경우 유효합니다. 최고 의사결정자께서 오버 커뮤니케이션 해주어야 실무진들이 일사불란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로는 로우 프로파일 하더라도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상호간 오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위기관리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최고 의사결정자가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완전하게 실무진들이 이해한다면 위기 대응에 있어 주저함이나 갈등은 사라집니다. 실무진이 자신감을 가지고 나가 활동하게 됩니다. 전략을 세울 수 있고 시나리오를 정확하게 가를 수도 있습니다. 귄위적이거나, 비밀주의적이고, 마치 정보기관 같이 조용한 조직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주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성공과 실패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로펌에서 언론 대응하지 말라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장님과 회사 관련해 일부 내부 고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수준으로 사실확인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로펌 자문을 얻어보니 그냥 조용히 언론에 대응하지 말라 하더군요. 회장님께서도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 질것이라고 하십니다. 어떻게 해야죠?”

    컨설턴트의 답변

    제가 이해하기로 현재 그 내부고발성 이슈는 추후 법적 판단까지 준비해야 하는 민감한 이슈로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언론으로부터 더욱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실 것이고요, 정부 규제기관이나 시민단체로부터도 다양한 개입이 예상되는 이슈로 보입니다. 물론 고객이나 직원 등의 여러 이해관계자들도 그 이슈에 큰 관심을 나타낼 것입니다.

    만약 로펌이 정확하게 ‘언론에 대응하지 말라’ 조언 했다면, 그 나름대로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소송전략상으로 회장님이나 회사가 논란에 대해 사전에 왈가왈부 않는 것이 더 결과적으로 이로운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불필요하게 너무 자세한 내용들이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목적으로 흘러 나가게 되면, 규제기관들의 추가 개입이 있을 수 있으니 커뮤니케이션을 자제하라는 요청일수도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전략적 침묵’을 조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당연히 그 이유는 확인해 보셔야 하겠습니다.

    한가지 그에 더해 내부적으로 점검하셔야 할 것은 과연 법적 최종 판단을 받기 까지 자사가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압력을 감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수개월에서 수년 후로 예상되는 최종 법적 판단까지 ‘침묵’만으로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죠.

    위기관리를 종종 사각의 링에 올라간 권투 경기로 비유하곤 합니다.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라는 엄청나게 강한(?) 상대의 다양한 공격에 맞서 싸우는 선수를 회장님과 회사라고 비유해 보시죠. 법적 판단이라면 이는 곧 최종 라운드인 12라운드 이후에 내려지는 판정을 의미할 것입니다.

    현재 질문해 주신 회사의 상황은 겨우 1라운드를 시작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앞으로 11개의 추가 라운드가 남아 있습니다. 그 이후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남아 있는 모든 라운드 내내 KO당하지 않고 견뎌내야 합니다.

    중간 중간 쓰러져 카운트를 받더라도 절대 KO는 당하지 않고 견뎌야 합니다. 그로기 상태가 12라운드 동안 지속된다 해도 일단 KO는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어느 정도 있어야 최종 판정을 기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위기관리 12라운드를 견디기 어려워한다는 것이죠. 게다가 최종 라운드까지 가더라도 긍정적인 판정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유효한 펀치를 지속적으로 날리며 상대방에 맞서면서 12라운드를 이끌고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링 밖의 코치가 이렇게 주문 합니다. “어차피 체력적으로 우리가 승산이 있으니 펀치를 날리지 말고, 상대방 주먹을 피해 다니기만 하세요” 다양한 펀치를 날리는 무서운 상대를 피해 다니면서 경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요? 피하는 와중에도 유효한 여러 펀치들을 두들겨 맞게 될 것입니다. KO패 당하지 않으려 애 쓰지만, 여러 번 눈 앞이 아찔해 지기도 하겠죠.

    이런 경우 그렇게 기대하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좋은 결과를 기대하려면 12라운드 기간 동안 열심히 전략적으로 맞서 대응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상대방으로부터의 무수히 많은 펀치를 맞고도 견뎌낼 수 있는 맷집도 있어야 하겠지요? 그런 ‘위기관리 실행’없이 12라운드가 끝나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모해 보이지요?

    맞습니다. 비록 로펌의 조언이 ‘무시와 무대응’이라 한다 해도, 최소한 유효한 커뮤니케이션 실행은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필요합니다. 최근 여러 케이스들을 보면 여론의 법정을 무사히 지나가기 위한 노력 없이 법정으로 바로 들어가는 기업이나 셀러브리티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론의 법정에서 무참하게 패배한 기업이나 셀러브리티가 실제 법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여론의 법정과 실제 법정은 다르다. 실제 법정은 여론의 재판결과에 영향 받지 않는다”고 법조인들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실제 경험 해 보시면 알게 됩니다. 여론의 재판이 얼마나 혹독한지, 그리고 실제 법정에서 여론의 재판 결과에 반한 판결이 났을 때, 자사가 아무렇지 않게 바로 회복 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위기관리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