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정용민

  • Crisis Firm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Crisis Firm은 기업과 조직의 위기와 이슈를 전문 영역으로 삼아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 회사입니다. 위기 상황에 투입되는 회사라는 뜻이 아니라, 그 일을 전문으로 수행할 기반을 갖춘 회사라는 뜻입니다. 이 구분이 없으면 위기관리를 한다고 말하는 모든 회사가 같은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Firm이라는 말은 전문 서비스 회사를 뜻합니다

    로펌(law firm), 컨설팅펌(consulting firm), 회계법인(accounting firm)에 공통으로 붙는 말이 firm입니다. 원래 이 단어는 회사 일반을 가리키는 중립적인 말이지만, 이 용례에서는 의미가 좁혀져 있습니다. 전문 지식을 팔아 자문하는 회사를 지칭합니다.

    그래서 Crisis Firm이라는 말은 위기관리를 하는 회사가 아니라 위기관리를 전문 서비스로 제공하는 회사를 뜻하게 됩니다.

    다만 명칭 자체는 아무것도 보증하지 않습니다. 누구든 스스로를 그렇게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개념의 실질은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을 정당화하는 기반에 있습니다.

    로펌보다 컨설팅펌에 가깝습니다

    로펌(law firm)과 회계법인(accounting firm)에는 국가가 관리하는 자격이 있습니다. 변호사와 회계사라는 면허가 진입을 통제하고,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 품질을 뒷받침합니다. 고객은 그 회사를 잘 몰라도 최소한의 수준을 전제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에는 그런 면허가 없습니다. 경영컨설팅(consulting firm)과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Crisis Firm이 견주어야 할 대상은 로펌이 아니라 컨설팅펌입니다.

    면허가 없다는 것이 전문 서비스가 아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공적인 보증 장치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공백은 위기관리에서 특히 크게 벌어집니다. 위기가 수습되었을 때 그것이 자문 때문인지 운 때문인지, 일이 끝난 뒤에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역에서는 밖에서 보증해 주는 것이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 자리를 대신할 기반을 회사가 스스로 갖추고,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내놓아야 합니다.

    무엇을 갖추어야 그렇게 부를 수 있습니까

    여섯 가지입니다.

    첫째는 검증 가능한 인력입니다. 경력 연차, 실제로 어떤 클라이언트를 어떤 사안으로 자문했는지, 업계에서 어떤 평판을 얻고 있는지가 개인 단위로 확인되는 사람이 여러 명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서비스 체계입니다. 위기관리를 한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서비스가 어떤 분야에 어떤 절차로 제공되는지가 나뉘어 있고 이름이 붙어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매뉴얼입니다. 그 체계를 실제로 굴리는 문서입니다. 매뉴얼이 하는 일은 사람 머릿속에 있는 것을 조직이 쓸 수 있는 형태로 옮기는 것입니다. 이 문서가 없다면 그것은 회사의 역량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입니다.

    매뉴얼이 있으면 오히려 경직되지 않겠느냐는 물음이 자주 나옵니다. 매뉴얼을 대본으로 이해할 때만 그렇습니다. 위기관리를 다루는 국제표준에도 계획이 다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요건으로 들어 있습니다. 매뉴얼의 역할은 행동을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이 시작되는 지점을 조직이 공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매뉴얼이 없으면 즉흥은 역량이 아니라 도박이 됩니다.

    넷째는 훈련과 도제입니다. 전문성이 다음 사람에게 넘어가는 경로가 설계되어 있어야 합니다. 로펌과 컨설팅펌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기반이 이것입니다.

    다섯째는 시스템입니다. 모니터링, 분석, 보고와 의사결정, 그리고 법무나 규제 같은 인접 분야와의 협업 체계입니다. 위기는 정보와 결정의 속도로 갈리기 때문에, 시스템이 없으면 전문성이 발휘될 시간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여섯째는 이해상충 관리와 비밀유지 구조입니다. 로펌이 사건을 맡기 전에 이해가 충돌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과 같은 절차입니다. 위기관리에서는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를 동시에 자문하게 될 위험이 늘 있습니다. 이를 걸러 내는 절차가 없는 조직은 구조적으로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지키지 못합니다.

    홍보대행사와는 기반에서 갈립니다

    두 조직이 하는 일이 겹쳐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갈리는 지점은 업무 목록이 아니라 그 업무를 떠받치는 기반입니다.

    구분홍보대행사Crisis Firm
    인력홍보 실무 경력 중심위기 자문 이력이 개인별로 확인되는 인력 다수
    서비스위기 대응도 수행진단·체계 구축·훈련·실행으로 나뉜 서비스 체계
    문서대응 계획 수준체계를 구동하는 매뉴얼 보유
    인력 육성실무 경험 축적훈련과 도제 경로 설계
    운영사안별 대응모니터링·분석·보고·협업 체계 상시 가동
    수임별도 절차 없음이해상충 확인과 비밀유지 구조 제도화
    표. 홍보대행사와 Crisis Firm의 구분 기준 — 스트래티지샐러드

    표의 항목은 모두 말이 아니라 문서와 절차로 확인됩니다. 그것이 이 구분을 실제로 쓸 수 있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한 사람으로는 왜 어렵습니까

    한 사람의 전문성이 조직보다 뛰어날 수 있습니다. 그 자체는 사실입니다.

    다만 개인의 전문성과 조직의 전문성은 다른 것을 가리킵니다. 위기는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밤낮 없이, 때로는 여러 지역에서 함께 벌어집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가, 판단을 내부에서 서로 검증할 수 있는가, 한 사람이 떠나도 축적된 것이 남는가입니다.

    이 셋은 사람 수가 늘어난다고 자동으로 생기지 않고, 한 사람 체제에서는 아예 생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준은 규모가 아니라 겹칠 수 있는가입니다. 몇 명 이상이라는 숫자로 선을 긋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실적을 공개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검증합니까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위기관리는 비밀유지가 전제이므로 어느 회사의 어떤 사안을 다루었는지 밝히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검증의 대상을 사례에서 체계로 옮겨야 합니다. 인력의 이력, 방법론 문서의 존재와 수준, 훈련 체계, 시스템 구성, 그동안 공개해 온 저술과 지식은 클라이언트의 비밀을 건드리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펌을 고를 때도 같은 방식으로 봅니다. 어느 사건을 이겼는지가 아니라 어떤 변호사가 어떤 분야를 어떤 절차로 다루는지를 봅니다.

    오히려 실적을 화려하게 나열하는 곳은 다시 보아야 합니다. 남의 사안을 말하는 회사는 우리 사안도 언젠가 말하게 됩니다.

    Crisis Firm을 고를 때 확인할 것

    첫째, 위기 자문 경력이 있는 인력이 몇 명인지, 각자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둘째, 제공하는 서비스가 분야와 절차로 나뉘어 문서화되어 있는지 보십시오.

    셋째, 그 서비스를 굴리는 매뉴얼이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넷째, 사람을 어떻게 길러 내는지 물어보십시오. 훈련 경로가 없는 곳은 지금의 인력이 전부입니다.

    다섯째, 모니터링과 분석, 보고와 협업이 상시로 돌아가는지 확인하십시오.

    여섯째, 수임 전에 이해상충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지, 비밀유지와 문서 관리를 어떻게 다루는지 물어보십시오.

    여섯 가지 모두에 문서로 답하지 못한다면, 그 회사가 하는 일은 위기 대응 업무이지 위기관리 전문 서비스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기준은 저희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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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 시 첫 보고에 의지하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에픽테토스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훈련하라고 가르쳤다. 거칠고 강렬한 인상이 밀려올 때마다 그것을 향해 말하라. “너는 인상일 뿐, 보이는 그대로의 것이 아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이를 정교하게 구분했다. 밖에서 밀려오는 것은 인상(phantasia)이고,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동의(synkatathesis)다. 인상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동의는 언제나 내 권한이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위기관리의 눈으로 읽으면 이것은 놀랍도록 실전적인 지침이다. 위기가 터진 첫날, 경영진의 책상에 올라오는 첫 보고가 바로 그 ‘인상’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오래 확인해 온 법칙이 있다. 위기의 첫 보고는 대부분 틀리며 정확하지 않다. 피해 규모는 더 커지거나 줄어들고, 사고 원인은 며칠 뒤 다른 것으로 밝혀지며, 책임 소재는 거의 반드시 수정이 반복된다. 첫 보고가 끝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보고자가 무능해서가 아니다. 위기 초기의 정보란 원래 부서지고 뒤섞인 채로 급박하게 도착한다. 안개 속에서 급히 그린 지도가 정확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많은 경영진이 그 첫 보고에 즉시 ‘동의’해 버리는 경우다. 첫 지도를 손에 쥐고 전군에 진격 명령을 내린다. 원인을 단정한 공식 입장이 나가고, 책임자를 지목한 발표가 이어지면 문제다. 그리고 하루 이틀 뒤 사실이 수정되면, 회사는 말을 바꿔야 한다. 첫 발표의 신뢰가 무너지고, ‘거짓말하는 회사’라는 새 프레임까지 얻는다. 위기 그 자체보다 번복이 회사를 더 깊이 상처 낸다.

    여기서 반론이 나온다. “요즘 같은 속도전에 기다리라는 말이냐. 골든타임을 놓치면 어쩌냐.” 의미있는 걱정이다. 그러나 신속과 성급은 다르다. 신속은 확인된 것을 빠르게 말하는 것이고, 성급은 확인되지 않은 것을 빠르게 말하는 것이다. 위기 초기에 회사가 내야 할 메시지는 원인 규명도 책임 판정도 아니다. 상황을 인지했고, 문제나 피해자를 살피고 있으며, 사실을 확인 중이라는 것. 이것만으로 첫 메시지는 충분하다. 확인되지 않은 것을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무능이 아니라 정직이며, 실은 상당한 용기다.

    에픽테토스의 훈련을 위기관리의 책상 위로 옮겨 보자. 첫 보고가 올라오면 그것에 의지해 의사결정 하기 전에 한 번 말해 보는 것이다. “이건 첫 보고일 뿐, 사실 그대로가 아니다.” 그리고 세 가지를 물어보자. 이 중 정확하게 확인된 것은 무엇인가? 추정인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 이 세 줄의 분류가 성급한 의사결정을 막는 방어선이 된다.

    일시 의사결정을 유보하는 것은 판단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판단을 제자리에 놓는 것이다. 그 기간을 견디면 오판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결정한 오판은 두고두고 회사를 따라다닌다. 인상은 밀려오게 두되, 동의는 아껴라. 위기의 첫날, 리더의 품격은 무엇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에 급히 서명하지 않았느냐에서 갈린다.

  • 사과보다 선행해야 하는 것?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관점에서 사과 방식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의 사과 사례를 모으고, 사과문 구조와 메시지를 분석하고 있지요. 저희도 사과문을 내 본 경험이 있는데, 이런 준비가 더 나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준비에 대한 조언이 있으실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사과문을 붙들고 씨름하는 기업이 대부분인데 그런 준비를 미리 하신다니 대단합니다. 홍보실이 고민해 문안을 쓰고, 고치고, 여기저기 검수를 받는 데 아까운 시간을 다 빼앗기는데 말이죠. 그렇게 형식과 전략, 프로세스를 미리 개발해 공유해 두신다면 실제 위기 때 훨씬 수월하고 신속하게 제대로 된 사과문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준비 과정에서 꼭 함께 짚어 보셨으면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과연 사과가 사과 자체로 홀로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사과가 존재하려면 그 앞에 맥락(context)이 있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왜 벌어졌고, 누가 어떻게 다쳤으며, 사람들은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가. 그리고 사과하는 기업 측에서 그 맥락 전반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런 이해 없이 내놓는 사과는 진짜 사과가 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진짜냐 아니냐’의 기준은 문구나 형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과를 받는 대상이 그것을 받아들이는가, 곧 수용성(acceptance)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다듬은 문장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사과가 아니지요. 그래서 맥락에 대한 기업측의 이해가 핵심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얼핏 그런 이해라는 것이 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기업이 바로 이 이해의 단계에서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습니다.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어디까지가 우리 책임인지에 대해 부서마다 의견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시간에 쫓기지요. 결국 이해가 일부만 진행된 상태에서 “사과를 안 할 수는 없으니 일단 하자”는 결론으로 떠밀려 갑니다. 우리가 목격하는 어설픈 사과의 상당수가 이렇게 태어납니다.

    그러니 사과문의 형식을 연구하시는 만큼, 이 이해의 과정과 방식에 대한 내부 고민도 함께 해 두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이해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정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핵심은 하나 있습니다. 기업의 정무감각입니다. 달리 말하면 기업의 입장에서 여론을 읽고 공감하는 역량이지요. 이것은 매뉴얼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연마해야 하는 것이고, 그중 상당 부분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영역입니다.

    이런 전제와 선행 없이 맨 끝단의 사과에 대해서만 체계를 만든다는 것은, 영혼 없는 마네킹을 만드는 일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옷은 잘 갖춰 입었고 자세도 반듯한데, 정작 아무도 그 앞에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죠. 사과문의 구조를 연구하시는 그 스터디에, ‘우리는 이 맥락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를 묻는 단계를 가장 앞에 놓아 보시기 바랍니다. 사과의 품질은 결국 거기서 갈릴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원문: 이코노믹리뷰

  • 위기 시 기자회견은 열어야 하는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기자회견은 위기 국면에서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식입니다. 그래서 열 것인가보다 언제 열 것인가가 먼저입니다. 회사가 해야 할 행동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뒤에 여는 회견과, 행동 없이 소통만을 목적으로 여는 회견은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자회견은 회사가 무엇을 했는지를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순서가 뒤집힌 회견을 자주 봅니다. 여론이 나빠지자 우선 회견부터 열고, 그 자리에서 앞으로 피해자를 만나 보겠다고 말하는 방식입니다. 회견장에서 나온 약속은 아직 이행되지 않은 말이고, 듣는 쪽은 그 말이 지켜질지를 다시 지켜보게 됩니다. 사안이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관찰 기간이 연장됩니다.

    그래서 회사가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이행한 뒤에 회견을 여는 편이 낫습니다. 최고경영자가 피해자를 직접 만나 위로하고 사과하며 배상 협의를 진행한 뒤에 여는 회견은, 이미 이루어진 일을 설명하는 자리가 됩니다. 회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말이 아니라 사실로 전달됩니다.

    다만 이 조언에는 반론이 있습니다. 그런 활동을 먼저 하다 보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흐르고, 그사이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지적입니다. 타당한 지적입니다. 실제로 불을 끄기 위해 회견을 급하게 여는 상황은 자주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무엇을 무조건 선행하고 회견을 늦추라는 뜻이 아닙니다. 기준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했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상태인가가 회견을 열 수 있는 조건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경우라면 그 일은 반드시 했어야 합니다.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것은 기자들에게 그대로 읽히고, 회견은 그 지점에서 무너집니다.

    반대로 시간이나 상황이 허락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 일에 앞으로 어떻게 임할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실행할 것인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실체 없는 다짐과 기준이 선 설명은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해야 할 일의 내용은 위기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피해자를 만나는 일일 수도 있고, 사안과 얽힌 여러 이해관계자를 접촉하는 일일 수도 있으며, 사고 현장에 직접 가 보거나 실태를 파악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실체 있는 실행이나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소통이 성립합니다.

    메시지 없는 회견은 사안을 키웁니다

    여론이 나빠지면 사과 기자회견을 하자는 의견이 나오는데, 무엇을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말할지에 대한 논의는 건너뛰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를 숙이고 사과문을 읽는 행동 자체에 관심이 쏠립니다.

    그러나 기자회견의 성패는 그 자리에서 무엇을 말했는가로 갈립니다. 메시지가 준비되지 않은 행동은 사안을 키웁니다. 회견을 열었는데 부정적인 기사가 더 늘어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질의응답을 포함할 것인가

    회견을 설계할 때 중요한 판단입니다. 질문을 일정 수 이상 받아야 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그대로 따를 일은 아닙니다.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면 질문을 받는 편이 낫습니다. 회피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 준비한 메시지를 여러 번 전달할 기회도 생깁니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면 다릅니다. 초기 입장문만 우선 전달하고 시간을 확보한 뒤, 완전히 준비된 상태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쏟아지는 자리는 그 자체로 다음 기사가 됩니다.

    최고경영자의 질의응답 참여는 플래닝의 문제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최고경영자가 질의응답에 참여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다만 실제로는 참여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참여하는 경우가 있고, 그 자체를 실패로 볼 일은 아닙니다. 준비 상태와 개인적 성향에 따라 홍보부문이 미리 설계해야 할 사항입니다.

    경향은 대체로 나뉩니다. 전문경영인은 질의응답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고, 오너의 경우 참여하지 않는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하면 홍보부문의 지원을 받아 진행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판단이 회견 당일에 즉흥적으로 내려지지 않는 것입니다. 누가 어디까지 답할지, 답하지 않는 부분은 누가 이어받을지가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참여시키기로 했다면 예상 질문에 대한 훈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열지 않는 선택도 있습니다

    모든 위기가 기자회견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사안의 무게, 이해관계자의 범위, 이미 나간 메시지의 양을 함께 봐야 합니다. 서면 입장문으로 충분한 사안에 회견을 열면 사안의 크기를 회사가 스스로 키우는 셈이 됩니다.

    반대로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야 할 무게의 사안에 실무 부서 명의의 문서만 나가면, 회사가 사안을 가볍게 본다는 신호가 됩니다. 형식의 무게와 사안의 무게를 맞추는 것이 판단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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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시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는가: 회견보다 먼저 만나야 할 대상의 문제입니다.
    위기 시 사과문은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 회견에서 읽을 내용의 조건입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이란 무엇인가: 나갈 사람을 준비시키는 방법입니다.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 노코멘트는 해도 되는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노코멘트는 취재 문의에 답을 주지 않는 방식입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두 가지가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려야 합니다. 하나는 취재를 피하고 입을 닫는 회피이고, 다른 하나는 왜 지금 답할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답변입니다. 앞의 것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위험하고, 뒤의 것은 한정된 조건에서 유효합니다.

    노코멘트는 곧 코멘트입니다

    말하지 않는 것도 메시지입니다.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자리를 뜨고 전화를 받지 않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자동 번역됩니다. 회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받는 쪽에서는 이미 답을 들은 셈입니다.

    공백이 오래 유지되면 그 자리를 다른 사람들이 채웁니다. 목격자의 추측, 내부자의 전언, 경쟁 관계에 있는 쪽의 해석이 회사의 설명보다 먼저 자리를 잡습니다. 나중에 정확한 설명을 내놓아도 이미 형성된 서사를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위험한 노코멘트는 회피입니다

    취재 거부, 전화 불통, 자리를 피하는 것, 그리고 함구입니다. 이 방식은 사안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위험합니다. 숨길 것이 있다는 해석을 스스로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는 한마디만 반복하는 것도 같습니다. 그 문장에는 왜 말할 수 없는지가 없습니다. 기자에게는 답을 거부한 것으로 기록되고, 독자에게는 회사가 대응하지 않는다는 인상으로 남습니다.

    유효한 노코멘트는 이유를 설명하는 답변입니다

    한정된 조건에서 노코멘트가 유효한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그때의 노코멘트는 함구가 아니라, 회사가 왜 지금 답을 줄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답변의 본체가 되는 형식입니다.

    실제로 쓰이는 표현은 이런 것들입니다.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회사가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합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있어 지금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힙니다. 수사 중인 경찰에 협조하고 있어 회사가 별도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전합니다.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답을 주지 못하는 상태를 상대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와 함께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 기자는 답을 거부당한 것이 아니라 답할 수 없는 사정을 확인한 것이 됩니다. 기사에도 그렇게 반영됩니다.

    이 형식을 쓸 때도 조건이 붙습니다. 그 사정이 해소되면 알리겠다는 약속을 함께 하고, 그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사정이 끝났는데도 같은 말을 반복하면 그때부터는 회피가 됩니다.

    루머에는 코멘트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낡았습니다

    루머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둔 기업이 많습니다. 대응하면 오히려 키운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루머가 루머에 머무르는 미디어 환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확실한 근거를 갖고 초기에 개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거나 하늘이 알고 있다는 믿음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루머 무대응 원칙은 투자자 관계 목적으로 제한적으로만 유효합니다. 그 밖의 영역에서는 사안별로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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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적 침묵이란 무엇인가: 판단해서 말하지 않기로 정하는 경우의 조건입니다.
    입장문, 해명문, 사과문은 어떻게 다른가: 무엇을 언제 내보낼지의 구분입니다.
    위기관리 108수

  • 입장문, 해명문, 사과문은 어떻게 다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 국면에서 기업이 내보내는 문서는 하나가 아닙니다. 사실 확인 이전에 나가는 초기 입장문, 확인 이후의 공식 입장문, 보도에 오류가 있을 때의 해명문, 그리고 귀책이 확인된 뒤의 사과문으로 나뉩니다. 넷은 목적도 시점도 다르며, 이 구분을 모른 채 하나로 뭉뚱그리면 대개 사과할 자리에서 해명하고 해명할 자리에서 사과하게 됩니다.

    초기 입장문은 시간을 버는 문서입니다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전에 언론 문의에 최소한으로 응하기 위한 1차 문서입니다. 추측성 보도가 자리를 잡는 것을 막고 대응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슈를 인지한 뒤 1시간 이내 배포를 원칙으로 삼습니다.

    담기는 것은 넷입니다. 사건의 발생 또는 인지 사실,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명시, 추가 입장을 전달할 시점이나 조건, 그리고 문의 창구입니다.

    반대로 넣지 말아야 할 표현도 정해져 있습니다. 확인 전 단계의 단정적 부인,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선제 부인, “저희와는 무관합니다” 같은 책임 회피성 표현, 그리고 노코멘트 단독 사용입니다.

    공식 입장문은 확인된 사실로만 씁니다

    사실관계가 확인된 뒤 회사의 입장을 전달하는 문서입니다. 확인된 사실을 중심으로 육하원칙에 따라 서술하고, 해결 절차와 조치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감정적 호소보다 실질적 정보를 담는 편이 낫습니다.

    이 문서는 홍보와 법무의 법적 검토, 사업부문의 사실관계 검증, 경영진 최종 승인을 차례로 거칩니다. 이 절차를 건너뛰면 발표 이후 내용을 번복하게 되고, 번복 자체가 다음 기사가 됩니다.

    해명문은 낼지 말지부터 판단합니다

    보도에 사실 오류나 의도적 왜곡이 있을 때 쓰는 문서입니다. 다만 모든 비판에 대응하는 문서가 아닙니다. 회사에 실질적 오해를 유발하는 사실 오류에 한정합니다.

    판단 기준은 분명합니다. 해명이 가져오는 이익이 이슈를 다시 불러내는 위험보다 클 때만 배포합니다. 잦아들던 사안이 해명 때문에 다시 기사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작성할 때는 수치와 타임라인, 증빙 자료를 중심에 둡니다. 핵심 오류 수정에만 집중하고 전체 반박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전면 반박은 반박할 거리를 늘릴 뿐입니다.

    사과문은 타이밍이 내용만큼 중요합니다

    귀책이 확인되었거나 여론이 수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된 경우 발신합니다.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의 성급한 사과는 법적으로도 여론에서도 역효과를 냅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늦은 사과는 진정성을 잃습니다.

    조건부 사과는 금지입니다. “~했다면 사과한다”는 형식은 사과의 효력을 없앱니다. 피해자와 피해 범위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실행 가능한 재발 방지책을 담아야 합니다.

    네 문서를 가르는 기준

    시점과 목적으로 정리됩니다. 초기 입장문은 확인 이전에 시간을 벌고, 공식 입장문은 확인 이후에 사실을 전하며, 해명문은 잘못 전해진 사실을 바로잡고, 사과문은 책임을 인정합니다.

    실무에서 사고가 나는 지점은 대개 순서입니다. 확인이 끝나지 않았는데 공식 입장문을 내거나, 사과할 사안에 해명문을 내는 경우입니다. 무엇을 쓸지 정하기 전에 지금 우리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먼저 확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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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딩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초기 입장문을 내보내는 방식입니다.
    위기 시 사과문은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 사과문의 구성과 수용 조건입니다.
    노코멘트는 해도 되는가: 답을 줄 수 없을 때의 표현입니다.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 원점관리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원점은 위기 상황을 만들고, 그 상황을 부정적인 상태로 유지시키며, 나아가 악화시키거나 확산시킬 수 있는 핵심 이해관계자를 뜻합니다. 장소나 게시물이 아니라 사람 또는 집단입니다. 원점관리는 그들을 찾아 그 관계에서 상황을 다루는 접근입니다.

    누가 원점이 됩니까

    어떤 기업 위기에나 이해관계자 가운데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파하는 사람, 손해나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화를 내는 사람, 억울해하는 사람,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람, 자신의 확산 역량을 과시하는 사람, 그리고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사람.

    이런 사람들의 그룹이 원점입니다. 때로는 한 사람이 원점이 되기도 합니다. 조직 안에 있을 수도 있고 밖에 있을 수도 있으며, 처음부터 드러나기도 하고 한참 뒤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상황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위기 대응에서 가장 먼저 살펴야 할 대상이 됩니다.

    왜 원점을 먼저 보아야 합니까

    부정적 상황은 한 사람 또는 한 집단에서 시작해 여러 경로로 퍼집니다. 커뮤니티 게시물이 기사가 되고, 그 기사가 인용되고, 인용된 내용이 다시 옮겨 갑니다. 확산이 시작된 뒤에 대응하면 상대해야 할 대상이 계속 늘어납니다. 하나를 해명하는 사이 세 개가 새로 생깁니다.

    반면 원점에는 대상이 분명합니다. 그가 무엇을 문제 삼는지, 그 문제가 사실인지, 해소할 수 있는 것인지를 다루면 됩니다. 위기관리에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구간이 여기입니다.

    원점 케어는 위기관리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로 다뤄집니다. 위기 초기에 원점을 신속히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상황의 조기 종결 가능성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원점을 찾는 순서

    첫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 보이는 정보가 어디서 인용되었는지 추적하면 대개 몇 단계 안에 최초 발신자에게 닿습니다.

    둘째,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합니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인지, 내부 관계자인지, 경쟁 관계에 있는 쪽인지, 단순 목격자인지에 따라 대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게시물이라도 누가 썼는가에 따라 다른 사안이 됩니다.

    셋째, 그가 원하는 것을 확인합니다. 사과인지, 보상인지, 개선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인지에 따라 해소 가능성이 갈립니다. 상당수의 사안은 이 확인 과정에서 실마리가 나옵니다.

    원점관리는 발신자를 압박하거나 게시물을 지우게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접근은 대부분 더 큰 확산을 부릅니다. 원점은 제거 대상이 아니라 관리 대상입니다.

    원점관리가 어려운 경우

    이미 주요 매체가 다루기 시작한 사안은 원점의 의미가 줄어듭니다. 이 단계에서는 확산 국면의 대응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원점이 여럿인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각자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는 개별 사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원인 자체를 다뤄야 합니다.

    원점 파악에 시간을 지나치게 쓰는 것도 위험합니다. 초기 대응 시간 안에 원점을 찾지 못했다면 확산 대응을 병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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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 시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는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이해관계자는 회사의 위기 상황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영향을 받거나, 위기의 전개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을 뜻합니다. 임직원, 언론, 규제기관, 투자자, 거래처, 지역사회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이들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으므로 대응의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그 앞자리에 놓이는 것이 원점입니다.

    최우선 이해관계자는 원점입니다

    어떤 기업 위기에나 이해관계자 가운데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파하는 사람, 손해나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화를 내는 사람, 억울해하는 사람,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람, 자신의 확산 역량을 과시하는 사람, 그리고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사람.

    이런 사람들의 그룹을 원점이라고 부릅니다. 때로는 한 사람이 원점이 되기도 합니다. 상황을 만들고, 그 상황을 부정적인 상태로 유지시키며, 나아가 악화시키거나 확산시킬 수 있는 힘이 이들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대응의 앞자리에는 원점이 놓입니다. 규제기관이나 언론이 더 급해 보이는 국면에서도 이 순서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원점을 뒤로 미루면 벌어지는 일

    원점이 언론이나 규제기관에 먼저 접촉하면 회사의 설명은 그때부터 해명이 됩니다. 먼저 말한 쪽의 서사가 기준이 되고, 회사는 그 서사를 반박하는 위치에 놓입니다.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도 결국 원점을 어떻게 대했는가입니다. 규제기관도 언론도 그 지점을 봅니다. 사안의 사실관계보다 회사의 태도가 먼저 평가되는 국면이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원점을 다룬다는 것은 그들의 관점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불만이나 피해가 신속히 줄어드는 방향으로 관리한다는 뜻입니다. 압박하거나 침묵시키는 접근과는 반대편에 있습니다.

    그다음은 영향력으로 판단합니다

    원점 대응이 자리를 잡으면, 나머지 이해관계자는 이 사안의 전개를 좌우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순서를 정합니다. 규제기관, 언론, 주요 거래처, 여론 형성자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각 이해관계자가 무엇을 기다리는지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규제기관은 법적 이행 여부를, 거래처는 공급과 계약의 지속 가능성을, 임직원은 자신의 자리와 회사의 방향을 봅니다. 같은 메시지를 모두에게 보내면 어느 쪽에도 닿지 않습니다.

    평시에 지도를 그려 두어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를 처음부터 파악하려 하면 반드시 빠뜨립니다. 눈에 보이는 쪽만 대응하고, 조용히 지켜보던 쪽이 나중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평시에 위기 유형별로 이해관계자 지도를 그려 두어야 합니다. 안전사고에는 누가, 제품 문제에는 누가, 노사 사안에는 누가 관련되는지를 미리 목록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각 이해관계자를 담당할 부서와 접촉 경로도 함께 정합니다.

    실제로 이해관계자별 담당은 부서에 따라 나뉩니다. 언론은 홍보, 규제기관은 법무와 대관, 투자자는 IR, 고객은 고객서비스, 거래처는 영업, 임직원은 인사가 맡는 식입니다. 이 배분이 평시에 정해져 있어야 위기 첫날에 중복 접촉이나 공백이 생기지 않습니다.

    지도를 갖춘 조직과 갖추지 않은 조직은 위기 첫날의 움직임부터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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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무슨 일을 하는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위기 국면에서 기업의 판단을 돕고 커뮤니케이션 방향을 설계하는 전문가입니다. 회사를 대신해 말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가 판단할 기준을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이 구분이 흐려지면 컨설턴트도 기업도 곤경에 빠집니다.

    평시와 위기 시의 역할은 다릅니다

    평시에 컨설턴트는 진단하고 설계하고 훈련시킵니다. 위기요소를 찾아내고, 대응 체계를 만들고, 경영진과 실무자를 훈련시킵니다. 위기관리의 성패는 이 시기의 작업에서 대부분 결정됩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역할이 바뀝니다. 이때는 정리하는 사람이 됩니다. 쏟아지는 정보 중 무엇이 확인된 사실이고 무엇이 추정인지, 지금 결정해야 할 것과 나중에 결정해도 되는 것이 무엇인지, 어느 이해관계자를 먼저 다뤄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내부 인력이 이 역할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위기 상황에서 내부 구성원은 이해관계와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누구와 함께 일합니까

    위기 국면에서 컨설턴트가 마주 앉는 상대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최고경영자와 위기관리위원회, 그리고 대변인과 홍보부문입니다.

    위기의 중요한 결정은 위기관리위원회에서 내려집니다. 컨설턴트는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상황 판단과 선택지 정리를 돕습니다. 워룸이 열리면 그 안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함께 있게 됩니다.

    대변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합니다. 무엇을 어떤 표현으로 말할지, 어떤 질문이 들어올지,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를 미리 준비합니다. 실제 언론 앞에 서는 사람은 회사의 대변인입니다.

    홍보대행사, 법률 대리인과는 다릅니다

    홍보대행사는 알리는 일을 합니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알릴 것인지, 무엇을 어디까지 알릴 것인지, 지금이 그 시점인지를 판단하는 일을 다룹니다. 방향이 정해진 뒤의 실행과, 방향을 정하는 판단은 서로 다른 작업입니다.

    법률 대리인은 법적 유불리를 봅니다. 컨설턴트는 여론과 이해관계자를 봅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두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가 실제로 자주 있습니다. 법적으로 유리한 선택이 여론에서는 불리하게 작동하기도 하고, 그 반대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 축은 서로를 대체하지 못합니다. 위기 국면에서 회사가 해야 할 일은 어느 하나에 전부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세 판단을 나란히 놓고 무엇을 감당할지 스스로 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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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관리 컨설팅이란 무엇인가: 이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기업은 왜 위기관리를 외부에 맡기는가: 외부 자문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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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 기업은 왜 위기관리를 외부에 맡기는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기업이 위기관리를 외부에 맡기는 이유는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위기 국면의 내부 판단은 이해관계와 감정에서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외부의 시선을 하나 두어 판단의 균형을 잡는 것이 외부 자문의 본질입니다.

    내부만으로 어려운 이유

    첫째, 내부 구성원은 이해당사자입니다. 사안의 원인이 특정 부서에 있을 때, 그 부서와 함께 일해 온 사람이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책임 소재가 걸린 사안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둘째, 조직에는 말하기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최고경영자의 판단이 문제의 원인일 때, 내부에서 그 말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외부 자문은 그 말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셋째, 안에서만 보게 됩니다.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위기를 내부 관점으로만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밖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말해 줄 사람이 회의실에 없으면, 회사가 납득한 논리가 밖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넷째, 경험의 빈도가 다릅니다. 한 기업이 큰 위기를 겪는 것은 몇 년에 한 번입니다. 외부 자문은 여러 기업의 여러 위기를 동시에 봅니다. 우리에게 처음인 상황이 그들에게는 여러 번째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론을 맡을 사람이 필요합니다

    위기 국면의 회의실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최고경영자의 의중이 읽히는 순간 반대 의견이 사라집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끄덕이는데 결과는 나빠집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반론을 맡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 결정이 최악으로 흐르면 어떤 그림이 되는지, 상대편은 이 발표를 어떻게 읽을 것인지를 굳이 소리 내어 말하는 사람입니다.

    내부 인사에게 이 역할을 맡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리와 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 자문이 이 역할을 대신 맡을 수 있다는 점이 실무에서는 생각보다 큰 가치를 가집니다.

    언제 외부 자문을 부릅니까

    가장 좋은 시점은 위기가 없을 때입니다. 위기요소를 진단하고 체계를 만들고 훈련하는 작업은 평온한 시기에만 가능합니다.

    위기가 이미 발생한 뒤라면, 사안의 성격이 다음에 해당할 때 외부 자문이 필요합니다. 최고경영자나 오너가 관련된 경우, 사안이 여러 부서에 걸쳐 있어 내부 조율이 어려운 경우, 전례가 없어 판단 기준 자체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담당 부서가 명확하고 전례가 있는 사안은 내부에서 처리하는 편이 빠릅니다. 모든 위기에 외부 자문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외부에 맡겨도 대신할 수 없는 것

    결정은 회사가 합니다. 외부 자문은 선택지와 각 선택의 결과를 정리해 줄 수 있지만, 무엇을 감당할지는 회사가 정합니다.

    사과와 책임 인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임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이해관계자들은 회사가 스스로 판단해 말했는지를 봅니다.

    그리고 조직의 체질은 외부가 바꾸지 못합니다. 문제를 보고했을 때 비난받는 문화, 부서 간에 정보가 흐르지 않는 구조, 위기요소를 말하면 불이익을 받는 분위기는 외부 자문이 있어도 그대로 남습니다. 이런 조직은 위기를 감지하는 단계에서 이미 실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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