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Brain 기고문] 위기관리의 패러독스, 이 이중적 역설

위기관리의 패러독스, 그 이중적 역설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OO주식회사
홍보실 홍실장. 업무평가 기간이다. 사장께서 홍실장을 불러
여러 이야기를 하신다. “작년 한 해부터 올해 초까지 홍보실에서 잘 한 것 같은데…OOO TV에서 취재를 나온 것은 약간 문제가 있었다. TV방송 하나 제대로 관리를 못하나. 홍보실에 그런 걸 잘 막아내
주어야 마케팅이나 영업이 더욱 힘을 받아 일을 할 수 있는 데.”

 

홍실장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사장님, 사실 그것도 저희측에서 사전에 그쪽 취재진과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눠 그나마 그 정도로 단순 보도 된 것입니다. 원래는 상당히 심도 있게 취재를 하겠다 해서
저희 홍보실이 애 많이 썼습니다.” 사장은 머리를 좌우로 저으며 다시 한번 이야기 한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홍보실이 더욱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TV
신문이 우리 회사에 대해 부정적 기사나 보도를 하는 것을 완벽하게 막아내야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올해와
내년에는 부정적 기사 0%를 기대합니다.”

 

홍실장은 사장실을 나서면서 한숨을 내쉰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이지우리 홍보실에서 사전에 막아낸 위기들이
얼마나 많은 가 말이야. TV 취재만 해도 올해 들어서만 대여섯 번이었는데 홍보실 직원들을 지방까지
파견해 가면서 막아냈는데그런 부분은 하나도 인정 안 해 주시니 정말 섭섭하군…”

 

홍실장이 이끄는 홍보실 인원은 총 10명이다. 이들 중 주로 언론에 대응하면서 소위 언론 위기관리를
하는 직원들은 홍실장을 포함 5명이다. 홍실장은 물론, 이들 중 몇몇은 한 달에도 대여섯 번씩 벌어지는 위기상황으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들이 다반사다. 일부는 지방지와 지역방송사들을 대상으로 인맥을 엮어가면서,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당연히 해당 지역에서 이슈가 발생하면 바로 지역에 투입이 되고, 2-3일간 현지에서 고군분투한다.

 

각종 지점과 영업현장에서의 문제들, 소비자 불만들과 고발들, 마케팅 프로모션 쪽에서 벌어지는 각종 논란과
트러블들이 주요 위기 요소들이다. 화난 소비자까지 커버하지는 못해도,
이에 주목하는 언론사 기자들을 커버는 해야 한다. 소비자만족 팀에서나마 초기에 일을 잘
처리해 주면 홍보실 잡일이 줄 텐데, 100건에 대여섯 건은 홍보실이 도맡아 해결해야 하는 중증 컴플레인이니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위기들을 홍실장과 그 인력들이 열심히 방어(?)아닌 방어를 하고 있는데도 그 결과에 대해서만 평가를 받는다는 게 홍실장은 너무 안타깝다. 10을 잘 막아내도 하나만 자칫 잘못 막아내면 완전히 사내에서 역적이 되는 신세다. 일 잘한다 하는 평가도 위기관리 실패 한번이면 다 도루묵이다.

 

홍보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돈다. “차라리 저희가 위기 9개를 못 막아내다가 하나만 제대로 막아내는
게 더 평가가 좋을 것 같습니다.”하는 의식이다. 예전 홍실장이
초급 직원 시절에는 선배들이 일부러 위기를 초기에 막지 않는 트릭을 부리기도 했었다. 그 당시 홍보실장이었던
왕실장은 종종 이런 말을 했었다. “너무 깨끗하게 위기를 초기에 해결해 버리면 사후에 우리의 존재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그러니 어느 정도 위기를 바라보다가 사내에서 문제의식을 깨닫게
되면 그 때 구원투수처럼 나타나는 게 우리에게 더 나은 거야

 

홍실장은 그 선배의 이야기에 담긴 뜻을 다시 한번
기억해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그 때 회사에게
심각해 보이는 위기였는데도 윗분들은 그렇게 느릿느릿 대응했었구나그게 사는 길이었어…”하고 혼잣말을 한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몇 가지 역설(paradox)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이런 부분이다. 해당 부서가 사전에 위기를 일선에서 잘 발견해 조치를 취하거나, 해결하고, 관리해내면, 조직에서는 그 위기가 원래 위기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히 힘들게 성공적으로 위기관리를 한 직원들은 평가에 있어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반대로 위기를 사전에 모니터링 못하거나, 대응 조치의 시기를 놓쳐서 실제적 위기로 조직에게 일정 임팩트를 가한 위기에 대해서는, 사후 위기관리가 진행되어 그 문제가 해결되면 위기관리를 잘 했다하는 평가를 해당 조직이 부여 받게 된다.

 

당연히 사전 위기 방지활동이나 초기 대응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일선에서 고생을 해도 그런
일이 있었어? 해결 된 거 보니 별 것 아니군하는 반응이나
평가가 떨어지니 고생할 동기나 보람이 없는 거다.

 

아무리 전문가들이 위기는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라 말 하지만, 현실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현실에서는 차라리 가시적이고 실제적인 임팩트가 없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특히나 사장님의 피부에 닿지 않는 위기는 위기가 될 수 없는 거다. 그에 따라 사장님의 피부에 닿는 위기관리 또한 필요한 거다.

 

홍보실 인력들이 일주일에 하루 이틀씩 집에 못
들어가고, 불철주야 고생을 하고, 일부는 기자들과의 술자리에
건강이 무너져 가도, 현실적으로 사장과 타 부서 임원들이 볼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일부 임원들은 홍보실은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다닌다.

 

사장과 임직원들이 이런 위기 인식과 위기관리
의식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나 조직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이나 평가를 수립 진행하기 힘들다. 상당히
소모적이고 구태적인 시스템으로만 운영이 가능할 뿐이다. 이런 조직에서 전문적이거나 성공적인 위기관리
담당자들 또한 살아남기 조차 힘들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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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5의 “[EconBrain 기고문] 위기관리의 패러독스, 이 이중적 역설”에 대한 답변

  1. 홍보실 인력들이 일주일에 하루 이틀씩 집에 못 들어가고, 불철주야 고생을 하고, 일 부는 기자들과의 술자리에 건강이 무너져 가도, 현실적으로 사장과 타 부서 임원들이 볼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위기관리의 패러독스, 이 이중적 역설>

  2. Winny LEE 아바타

    옛날 인생선배?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 분 말씀에, 회사에 취업해서 상사가 아이디어를 내오라고 하거든 10개가 생각난다고 10개를 다 들고 가지 말고, 3개만 들고 가라더군요. 10개를 들고 가면 ‘이게 다야?’ 하는 반응이고, 3개를 먼저 낸 후에 몇 개씩 더 들고 가면 오히려 더 만족스러워 하신다구요. ‘내 일’과 ‘직장 생활’이 다르고 ‘PR’과 ‘직장 생활’이 다른 거겠죠. 전 좀 궁금한데, PR을 100% 이해하는 경영자가 존재 하나요? 경영을 배운사람이 PR을 이해하는 것과 PR을 배운 사람이 경영을 이해하는 것은, OS가 윈도우모바일이냐 안드로이드냐 만큼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윈도우모바일과 아이폰OS가 더 극명한 대비일까요…)

    1. 정용민 아바타

      아주 멋진 인사이트, 질문과 비유네요. 경영자에게 PR을 이해하도록 코칭하는 게 성공하는 PR실무자의 일이죠. 강력한 PR 퍼포먼스는 경영자가 PR실무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겠구요. 사회생활에서 어떤게 먼저다 (닭과 달걀) 하는 원칙은 없어요. 모두 다 빨리 먼저 잘해야 한답니다. 그래야 무언가 일이 되가죠. 🙂

  3. 강경은 아바타

    열정과 실행력을 갖춘 내부 위기관리 담당자라면 늘 CEO의, 사내의 위기관리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가 가장 큰 top priority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위기관리 전문 에이전시로써는 내부 담당자를 살려주고 그러한 drive를 걸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 주고, 실행을 지원해 주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가끔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나 워크샵, 미디어 트레이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예리한 칼날(?)을, 가짜라도 목에 들이대는 방법을 써야 하는 것인지…물론 실제 저희 SS의 서비스를 통해서 변화하느냐 마느냐 개선되느냐 마느냐는 실제 클라이언트 스스로의 선택과 의지와 환경에 따른 것이지만, 진짜 변화를 개런티해 줄 수 있는 그런 더 섹시한 서비스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Bulletproof가 되는 것이 단순히 하루 아침에 에이전시 서비스 한 번 받고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요…

    1. 정용민 아바타

      아주 현실적이고 insightful한 의견같음. 그 부분에 대해서 더욱 심도있는 이야기가 있었으면 함. 아주 흥미로움. 동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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