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까야와 PR에이전시에 대한 생각

자주 가는 논현동 모 이자까야에 가서 술 한잔을 하면서 든 생각. 오래
전부터 PR업계 분들하고 자주 모임을 가진 집이고, 음식과
안주에 대한 반응들이 좋아 자주 가게 된다. 얼마 전 가게에서의 주문 대화.


“흠…술은 일단 뭘로 할까요? 쿠보타천슈
어때? 그게 좀 가격도 좋고 먹을 만 하던데. 여기요…구보타천슈 일단 하나 하고요…”

“어…죄송합니다. 손님. 지금 쿠보타천슈가…없는데요. 다른
것은 어떠세요?”

“(약간 실망해서) 그래요? 흠…그럼…이걸로 주세요.”

“그리고…안주는 이카고노와다 한 접시 내주시고.”

“어…손님. 요즘 이까가 안 들어와서요. 죄송합니다. 혹시 사시미고노와다는 어떠신가요?”

“사시미고노와다는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됐습니다. 그러면…고야참프루 하나 주세요.”

“어이구. 손님. 자꾸 죄송해요. 그것도 안됩니다.”


결국 여러 다른 안주로 다른 술을 마시고 나왔지만…나올 때 까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된다.

일단 가게에서 자주 재고가 없어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힘든 제품의 경우에는 그렇게 딱하니 메인 메뉴 상단에 위치해 놓으면 안되는거 아닐까?

그리고 평소에는 잘하다가도 재료가 안 들어오거나 (몇주간)
이제는 자신 있게 내 놓을 수 없게 되었으면 메뉴에서 그 안주는 일단 빼야 하는 게 아닐까? 왜냐하면
사람들은 예전 이 집에서 맛본 그 안주를 기억하면서 그 집을 찾아오곤 하기 때문이다.

이자까야와 같이 PR대행사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대행사 자사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모든 분야와 서비스들을 제대로 서브할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솔직하게 Investor Relations, Government
Relations를 하지 못하면 메뉴에서는 빼야 하지 않을까. Crisis Communication
or management에 대해 제대로 서브할 쉐프가 없으면 일단 우리가 잘한다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어차피 경험상 이런 분야나 저런 분야나 어떻게든 맡아 해 보면 되더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또…일단 손님이 이까고노와다를 시키면 그 때가서 옆집에서 이까를 빌려오거나, 고노와다를 잘 손질할 줄 아는 신입 쉐프를 얼른 뽑아다가 서브를 하는 건 좀 넌센스 아닌가.

더더구나…신선한 고노와다에 버무린 어린 이까를 기대하는 손님에게…오징어를 비릿한 고노와다에 처박아 내면서 ‘이게 이까고노와다입니다’ 하는 건 일종의 윤리를 넘어 범죄 아닌가.

그러니까 손님들도 “여기 이자까야는 ‘처음처럼’이 제일 맛있어” 하는 거 아닐까? ‘처음처럼’ 소주만 맛있는 이자까야 같은 곳이 우리 PR대행사들 중에도 있지 않을까?

좋은 이자까야는 주인과 메인 쉐프의 철학이 만든다. PR대행사도 마찬가지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