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닌 건 아니다

우리 회사 팀장 중 하나가 메신저로 이렇게 말을 한다.

‘부사장님, 클라이언트에게 NO라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클라이언트께서 무엇을 원하실 때 그것이 진짜 아니라면 클라이언트를 설득을 해서라도 하면 안된다. 뻔히 문제가 될 것이 보이는 데도 불구하고 ‘명령만 내리시라’ 하면서 치고 들어가는 것이 클라이언트를 위해 좋은 일만은 아닐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석식에서 기자들이 이런말을 했다. “제일 무서운게 뭔지 말어? 잔머리들 보다 brainless가 제일 무서워. 항상 마지막엔 걔네들이 이겨…무식해서지.”

이 말은 과감성을 이야기하는 것인데…기업에 몸 담고 있으면서 전략을 이야기 하는 실무자들이 brainless 처럼 움직인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늘 출근을 하니 모 포텐셜 클라이언트로 부터 제안설명회 참석 요청이 들어와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가지고 있는 파이낸셜그룹인데 제안을 요청하는 내용이 참…………… 난감하다.

내년중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그리고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에
우리 회사 관련 기사를 크게 4개에서 6개 가량만 실어주세요.

모르긴 몰라도 이 회사 홍보담당자들은 광고대행사 출신일 가능성이 많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런류의 제안 요청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오긴 힘들다.

나름대로 인하우스의 생각은 이렇겠다.

‘내년 광고 예산이 1-2억 있는데, 그걸로 광고를 할 까?
아니면 PR대행사 사서 조중동매경한경에 기사를 실어 예산을 쓸까?’

이런 발상에서 PR에이전시 활용방안을 결제 받았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제안요청에 대해 PR대행사들이 대부분 그렇게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좀비들 처럼 비딩에 우루르 달려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조선에 최하 세번, 중앙에는 최소 다섯번 가능하구요…
예산은 하나 할 때마다 천만원인데 년간 계약이니..하나에 700으로 해드립죠…”

뭐 이런류의 제안을 해댄다는 거다.

그리고는 제안서에 이렇게 제목 붙인다. “OOO을 위한 MPR제안”

난감한 짓들이다.

PR 담당자가 PR 철학이 없으면 여러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자신의 회사 자체에도 브랜드 측면에서 그리고 관계측면에서 마이너스를 가져오면 가져 왔지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자들은 이렇게 치고 빠지는 식의 행태에 대해 항상 투덜댄다. 에이전시 인간들이 욕을 먹는 이유도 이런식의 일 처리들 때문이다. 기자가 쓴 기사를 사고 파는 행태가 정상은 분명 아니다. 에이전시가 그런 비정상적 트레이드를 창조하고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PR을 하기 전에 PR 철학을 먼저 키우는 게 좋다. 진짜 PR을 하고 있다 말하고 싶다면 말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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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8의 “사실 아닌 건 아니다”에 대한 답변

  1. Zet 아바타

    그렇군요. 구독하면서 좋은 이야기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 정용민 아바타

      감사합니다. Zet님. 🙂

  2. 송선생 아바타

    “PR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에 많이 공감합니다. 우리는 너무 기술적인면 혹은 화려한 수사와 즉흥적인 아이디어에만 후한 점수를 주며 살지 않나 싶습니다. 더 나아가서 PR업계도 올바른 철학이 있는 기업과 그 철학을 배운 인재들이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갈 때 모두가 함께 발전하며 상생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1. 정용민 아바타

      문제는 품격이죠. 우리에겐 품격이 모자란 듯 합니다.

  3. loft 아바타
    loft

    사실 AE로서 기자와의 관계 설정이 잘 안 된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기자와의 관계성 속에서 PR업에 관해 정확하게 짚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 정용민 아바타

      관계설정이 잘 되었더라도 아닌건 아니겠지요…:)

  4. 싹 아바타

    PR 철학에 대한 고민 없이 비딩 제안을 요청하거나 그 요청에 응답했던 기억, 제게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인하우스는 둘째치더라도 PR만을 업으로 삼고 평생 살아갈 Agency에서만큼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런 PR 철학을 습득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1. 정용민 아바타

      중요하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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