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제품·품질 위기

  • 잘한 위기관리, 홍보해도 괜찮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그 유명한 타이레놀 위기관리 케이스는 이미 40년전에 존슨앤존슨이 했던 위기관리인데, 아직도 성공사례로 회자 되더군요. 저희도 이번 위기관리를 잘 했으니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 볼까 합니다. 성공사례로 만들려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자사가 실행한 위기관리가 성공했다고 판단될 때,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홍보와 연결시켜 성공사례화 하려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일부 내부적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걸 극복하면서 결국에는 성과를 냈고, 그에 따른 이해관계자 공감대가 있으니 이를 활용해 홍보해 보자 하는 것이겠지요.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그 자체로 홍보의 주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성공한 위기관리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위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성공한 위기관리입니다. 일단 위기가 만들어졌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이라 평가하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위기관리는 평소에 그 성패를 판단해야 합니다. 위기가 (관리되어) 발생되지 않고 있다면 그 자체가 위기관리의 성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그 때는 위기관리라기 보다는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발생된 위기로 인해 자사가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여러 관점에서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전과 다른 위기관리 정의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말씀하신 성공한 위기관리에 대한 홍보라는 것은 ‘발생된 위기를 우리가 잘 관리해서 데미지를 성공적으로 컨트롤 했다’는 수준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잘 살펴야 하는 부분은 ‘발생된 위기’라는 표현입니다. ‘발생시킨 위기’ 영역에 들어가는 경우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만약 해당 위기가 자사의 부주의와 이상한 활동으로 인해 자사 스스로 ‘발생시킨’ 위기라면 그에 대한 데미지 컨트롤은 별반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하지 않아야 하는 거대한 분식회계를 지속했고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다가 발생시킨 위기 케이스를 보시죠. 그에 대한 회사의 사후 데미지 컨트롤이 아무리 잘 되었다 해도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은 그에 대해 박수를 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기업의 대표이사가 여러 성추행과 갑질을 지속하다 결국 위기를 발생시킨 내부고발 케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자사 제품의 품질관리나 위생관리를 소홀히 하다 발생시킨 위기는 어떻습니까? 환경이나 안전 관리를 게을리하고, 그에 대한 조사를 무마하려 다 발생시킨 위기는 어떨까요? 여러 소비자 불만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그에 맞서 싸우다 발생시킨 위기의 경우는 어떨까요? 진작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다면 발생되지 않았을 위기 말입니다.

    스스로 발생시킨 위기를 가지고 사후에 데미지 컨트롤을 잘했다 홍보한다면 대부분 그런 노력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위해 소위 말하는 바이럴 활동을 하고, 언론사 유가 기사를 통해 성공적 위기관리라 자평하고, 소셜미디어 상에서 성공사례 버즈를 일으켜 제3자 인증을 받으려 하는 시도는 자칫 위험한 시도일 수 있습니다.

    질문에서도 언급하셨지만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케이스는 존슨앤존슨이 ‘발생시킨’ 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위기는 외부 범죄 의도에 의해 ‘발생된’ 위기입니다. 존슨앤존슨도 피해자 중 하나였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자신도 피해자였지만, 더 중요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해 과감한 의사결정을 했기에 박수를 받는 것입니다. 이는 철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스스로 위기를 발생시킨 기업이 사후 데미지 컨트롤을 잘 해 박수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컨설턴트께서 여러 위기유형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저희는 ‘그냥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제품 문제가 생겼다면 리콜 해 버리고요.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배상하면 되죠. 사과 할 일이 있으면 하고요. 위기관리라는 게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렇게 말씀하시니 아주 간단해 보이기는 합니다. 위기관리라는 것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는 적절한 시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말씀하신 리콜이 그렇습니다. 평시에는 막연하게 문제가 있으면 리콜하면 된다는 생각을 기업이 합니다. 문제는 리콜에도 세부 실행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콜에 대해서 공지하고 커뮤니케이션만 한다고 스스로 문제 제품이 리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리콜과 관련 한 까다롭고, 고려 사항이 많은 부분들을 평시에 하나 하나 챙겨 놓지 않으면, 항상 리콜 실행에 있어 여러 문제와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자칫 리콜 프로세스의 허술함으로 인해 더 큰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하면 되지’ 생각하기 보다는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와 같은 적극적인 궁금증이 위기관리에는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비자 피해로 인한 배상 건도 그렇습니다. 기업에서 예산이 넘쳐나 압도적 배상을 해 주면서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수십 억에서 수백억이라도 쾌척 할 수만 있다면 말이죠.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기 시 대표이사께서도 그렇기 때문에 배상 대상과 금액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더하는 것이죠.

    실무자 차원에서는 ‘위에서 결정하면 우리는 배상 관련 커뮤니케이션과 작업만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사적 고민을 기반으로 할 때 배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결정하고, 진행되어 ‘그냥 해 버린다’는 수준의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배상에 있어서도 전략이나 방식은 매우 중요합니다. 누구에게 한정해서 어떤 취지와 동의를 공유해 가면서 얼마의 금액을 어떤 방식으로 배상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입니다. 유사 사례들에 대한 벤치마킹도 있어야 하고, 유사한 피해가 재발되었을 때의 기준을 미리 감안하기도 해야 합니다. 그 외 여러 법적 부분들과 소비자 감정, 이해관계자 여론 등을 폭넓게 감안해야 하기도 합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사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는 사과가 유행이 되어 자칫 어떤 위기가 발생해도 일단 사과 먼저 하고 보는 실행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과에 있어서도 전략적 사과의 방식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해관계자 대상에 대한 우선 순위도 중요합니다.

    사과를 한다 해도 언제 하는가, 누가 하는가, 누구에게 하는가, 어떤 형식으로 하는가, 어떤 메시지로 하는가 등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수백가지에 이릅니다. 상황과 여론의 변수에 따라 그 세부도 시시각각 변화해야 하는 것도 골치거리입니다. 이 또한 ‘그냥 해버리면 된다’는 생각만으로는 절대 제대로 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 위기관리’라 할 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할 수 있도록 평시 준비하고, 연습하고, 실행 역량을 갖추는 것 없이는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런 평시 노력들이야 말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기관리는 평시에 하는 것이라는 의미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99.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자사에게 평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자사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자사를 출입하는 기자, 아주 충성도 높은 일부 고객, 직원과 직원 가족, 사업관계를 유지하는 거래처 및 협력업체 등 정도가 평시 자사에게 관심 가져주는 이해관계자일 것이다.

    반면,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자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해관계자의 수와 범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기업차원에서는 상당히 낯설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시간의 압박을 받아가며 대응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고통이다.

    원칙을 가지고 여론을 폭 넓게 바라보려 해도, 찜찜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여론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은 점점 더 강해진다. 어떤 대응을 결정해 실행하게 되면 지금의 성난 여론이 관리될 것인가도 궁금하다. 이번 대응이 효과가 없으면 그 다음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위기 시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평시 자사에게 향한 여론이‘주관식’ 질문을 하고 있다고 비유하면, 이슈나 위기 시 여론은 자사에게 ‘객관식’ 질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평소 보다는 이슈나 위기 시 여론에 답할 수 있는 선택지가 확실하게 다가온다는 의미다.

    또한, 기업 경영진 스스로 건전한 상식에 기반한 건강한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면, 그 객관식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는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이는 경영진이 여론을 그대로 느끼고 읽을 수 있는 역량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입장 바꾸어 생각하기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기 등에 익숙한 경영진이 많다는 것은 큰 위기관리 자산이다.

    경영진이 자사에게 발생한 특정 이슈나 위기 상황에 처하면, 몇가지로 정리된 여론 대응 선택지와 마주하게 된다. 선택지를 꼼꼼히 보면, 이상적 경영진의 눈에는 답이 쉽게 보인다. 그들에게 여론은 예측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결정이 향후 여론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까지도 미리 예측 가능하다.

    반면 여론이 계속 예측 불가능하게만 느껴지거나, 여론의 객관식 선택지를 보아도 영 결정이 어려운 경우는 기업 내 총체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런 경우에는 경영진이 여론을 해석하기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제대로 해석하기 어렵게 만드는 그 ‘무엇’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중대 변수다.

    예를 들어, 상당 수준의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제품 문제에 대해 경영진이 여론을 살펴보거나 예측해 보는 경우다. 의사결정그룹은 여론을 읽는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자발적 리콜을 감수해야 한다는 초기 의견을 세운다.

    그러나, 중대 변수가 나타난다. 해당 제품 리콜을 결정하면 올 해 매출과 이익이 초토화되고, 그 여파가 수년을 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이사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까지 갈수도 있다. 이런 중대 변수가 대두되면, 해당 경영진은 여론을 그대로 읽고 해석해 내기 어려워진다.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은 옆으로 치워진다. 리콜 대신 수면하에서 A/S를 진행해 보자는 의견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그 것이 완벽한 소비자 보호 조치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낸다. 여론 앞의 객관식 해답 찾기에 선택지가 더욱 더 늘어나는 형국이 된다.

    일부는 해당 제품 판매를 먼저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다. 일단 문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 후 경영진은 제품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 몇몇을 잘 관리해 보자는 의견을 낸다. 그들에게 상당 수준의 대체제품을 지원해 불만을 관리해 보자는 것이다. 일부는 그와 함께 A/S를 시행하면, 추가 여론 확산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처방을 낸다.

    경영진은 그렇게만 잘 되면, 올해 매출과 이익은 보장될 것이고, 대표이사 부담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공유한다. 경영진은 자신이 최선의 위기관리 방안을 찾았다 안도한다. 더 이상 여론 확산만 없게 만들면, 법이나 원칙에서 정한 소비자 보호라는 개념에 지나치게 부담 느낄 필요도 없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후 추가 문제가 없다면 그 기업에서는 이번 대응을 전략적으로 잘 한 위기관리라 부를 것이다. 반면, 이후 추가 문제가 더 불거지고, 내부 고발이 이어지고, 실제 소비자 피해가 가시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그 기업은 재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 단, 중대 변수들이 문제다. 중대 변수를 이기는 힘은 원칙에서 나온다. 그 때 그 때 여론을 읽고도 좌고우면 하는 이유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위기관리 실패는 그 때문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리콜을 보면, 위기관리 준비 수준을 알 수 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소비재 기업들을 위한 위기관리 체계에 있어 가장 기본 중 기본은 바로 리콜(Recall) 시스템이다. 리콜이란 간단히 말 해 ‘판매한 제품 중 이상이 발견된 제품을 회수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보면 ‘제품에 이상이 발견된’는 경우에만 리콜이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정확하게 ‘이상이 발견된 경우’에는 당연하게 리콜이 진행되지만, ‘이상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경우’에도 리콜을 하는 회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가장 어려운 리콜 의사결정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일부 기관이나 단체 또는 언론을 통해 제품의 유해성이 의심되는 경우다. 실제 생산자의 과학적 실험과 검증 결과로는 별 이상이나 유해성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외부 주요 이해관계자가 유해성을 주장하게 되면 생산자는 엄청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파장이 생겨나면, 해당 생산자는 리콜을 선언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사에서는 해당 제품의 안정성을 확신하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를 감안해 자발적인 리콜을 결정했습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통해 리콜을 개시하는 것이다. 이렇듯 소비재 기업들에게 리콜이란 소비자 철학의 구현이란 개념으로 점차 일상화 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상시적 리콜이 소비자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프레임으로 리콜을 정상화 하려 커뮤니케이션 할 정도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소비재 기업들은 리콜 자체를 ‘실패’로 정의한다. 리콜을 제조사 입장에서 ‘수치’라고 받아들인다. 리콜을 통해 발생할지도 모르는 여러 재무적, 비재무적 손실을 극도로 우려한다. 리콜을 가능한 피하기 위해 여러 사후 노력을 한다. 심지어 리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여러 다른 표현을 찾기도 한다. 공개적으로 해야 할 리콜 대신 수면 하에서 A/S 처리로 리콜을 가늠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들은 평시에도 리콜을 두려워해서, 리콜 체계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슨 좋은 주제라고 미리 준비까지 해야 하는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리콜은 소비재 기업에게 있어 그 기업의 위기관리 준비와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가장 가시적인 리트머스라 할 수 있다. 기업이 리콜을 결정한 후 보이는 실제 리콜의 프로세스와 운영방식을 보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 수준을 평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리콜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할까?

    대관 리콜 커뮤니케이션 준비

    리콜은 소비재 기업이 스스로 결정해 그냥 발표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제품인데 우리가 결정해야지 누구와 상의를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실제 리콜은 그렇게 간단한 내부 결정만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 대부분의 소비재는 그 소비재의 안전과 이상유무를 판별하고 감독하는 감독 기관이 존재한다. 기술표준원이나 식약처, 지자체 등이 대표적인 제품 이상 감독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리콜을 위해서는 우선 그들과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야 한다.

    그들 기관의 경우 법적으로 기업에게 강제 리콜을 명령하거나, 리콜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리콜을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먼저 적절한 감독 기관을 찾아 그들과 리콜을 상의하고 그들의 지원이나 지시를 받는 것이 좋다. 따라서 기업의 리콜 위기관리 수준을 평가하려면, 평소 해당 기업이 자사 제품을 감독하는 기관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점검해 보면 된다.

    대 소비자 리콜 고지 준비

    법적으로 리콜은 강제 리콜과 자발적 리콜로 나뉜다. 정부 기관에서도 리콜 주제에 있어 긴급성이나 심각성이 강하게 존재하지 않는 이상 강제리콜은 최소화 하려 하며, 가능한 자발적 리콜을 권고하고 있다. 제조 기업 스스로 자연스럽게 제품의 이상을 인정하고, 책임 지는 관점에서 리콜을 자발적으로 진행하라는 의미다. 어떻게 보면 이런 당연한 수순에 있어, 리콜을 진행하는 기업 측에서는 해당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 들인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해당 기업이 기울인 커뮤니케이션 노력만큼 리콜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판매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대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통해 여러 다양한 채널을 운용했었다면, 리콜에 있어서도 그에 버금가는 노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리콜을 소비자들에게 고지하는 이유는 가능한 이상 제품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함이다. 이는 곧 해당 기업이 가지는 소비자 철학이 기반이 된다. 리콜 고지는 여러 채널을 통해 진행된다. 법적 규정으로 일간지 등을 통해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리콜 정보를 고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와 별도로 리콜 기업은 자사 홈페이지,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 아웃바운드 콜, SMS, 소비자 레터(우편물), 영업장 고지, 고객 방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리콜 고지를 진행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리콜 개시를 알리고, 대상 제품의 식별과 반품 신청 방법, 보상책 등을 소비자들에게 고지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자사의 소비자 우선 주의, 소비자 보호, 소비자 책임 등의 메시지를 첨가한다.

    이를 위해 소비재 기업들은 평시에 소비자 리콜 고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준비를 한다. 리콜 고지 광고 형식, 홈페이지나 자사 소셜미디어 채널에서의 고지 형식, 안내문 고지 형식 등을 미리 준비해 놓는다. 또한, 리콜 전후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사 소비자만족센터 또는 상담센터의 연결 회선을 신속하게 확장시킬 수 있는 준비를 한다. 리콜 시 고객을 방문하거나, 유통망을 관리하기 위해 영업인력을 평시 훈련한다. 이런 모든 사전 대책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들어 있어야 한다.

    리콜 관련 대화 준비

    리콜은 일방적으로 고지만 하면 충분해지는 것이 아니다. 리콜에 대한 고지는 시작 일 뿐, 그 이후부터는 더욱 더 중요한 대화 커뮤니케이션이 남아 있게 된다. 리콜 관련 대화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해 어떤 제품에 어떤 이상이 발생했는지, 어떤 제품이 리콜의 대상인지,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어떻게 반품 회수, 교환 할 수 있는지, 언제까지 리콜 하는지 등에 관한 여러 정보를 가지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모든 내용은 소비자만족센터 인력들을 위해 소비자 Q&A형식으로 스크립트가 제공되어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를 준비하면서 리콜과 관련 된 제품의 제품 번호를 고지하는 대신, 제품 사진을 고지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이해를 도우며 대화를 하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이상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아웃바운드 콜을 해 친절하게 리콜 참여를 권유하기도 한다.

    어떤 기업은 소비자들의 과도한 우려를 관리하기 위해 홈페이지 등에 소비자 Q&A를 게재 하기도 한다. 소비자만족센터 등을 통해 들어오는 소비자들의 중요 질문 내용들을 잘 정리해 정확한 답변과 같이 지속적으로 홈페이지에 업데이트 하는 것이다. 그 내용은 대부분 안전성, 실험 결과, 리콜 관련 정보, 보상 방안 등에 대한 것들이다.

    일선 매장 인력에게도 리콜 관련 소비자 Q&A가 제공된다. 매장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정확한 리콜 관련 대화가 진행 가능하게 지원하는 것이다. 유통망을 관리하는 영업인력들에게도 거래처 Q&A가 제공된다. 기타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적인 Q&A도 제공된다. 이런 모든 대 이해관계자 Q&A는 사전에 법적인 검토를 거친 것이어야 한다.

    상당수 기업이 리콜을 실시하면서 문제를 발생시키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우리가 리콜과 관련해 흔히 접하는 소비자 컴플레인 내용을 기억 해 보면 그 문제를 알 수 있다. “리콜 한다 해서 여기 저기 찾아봐도 정확히 어떤 제품을 어떻게 리콜 하는 지 정보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리콜을 신청하기 위해 그 회사에 전화를 걸어 보았는데, 계속 통화 중이라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리콜 사과문만 달랑 올라가 있고, 정보를 얻거나 상담 할 수 있는 링크가 없더군요” “가까운 유통업체에 반품하라 해서 제품을 가져 갔는데, 유통업체에서는 금시초문이라고 하더군요” “회사에서 제품을 회수하겠다고 하더니,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회수 해 가지 않습니다” 이 같은 소비자 컴플레인을 보면 해당 기업이 어떤 준비를 게을리 했는지 알 수 있다.

    리콜 수행 준비

    리콜을 고지하고 소비자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리콜을 완성했다고는 볼 수 없다. 리콜은 실제 시장이나 현장에서 해당 이상 제품을 완전 회수해야 끝이 마무리 된다. 일부 기업들은 리콜 커뮤니케이션에만 심혈을 기울이고, 실제 제품 회수에서는 지지부진 함을 보인다. 자발적 리콜을 강조하며 소비자 보호를 이야기 하면서도, 실제 문제 제품을 회수하지는 않거나 방치하는 것이다.

    일부 업종에서는 예상외로 제품 회수가 용이한 경우도 있다. 제품 소비 기한이 짧은 경우와 유통채널이 한정되어 있어 유통망에서 해당 제품의 회수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반면 유통망이 복잡다단하고, 해당 제조사가 유통망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 실제 해당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 인적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회수 제품이 거대하고 그 수가 엄청나게 많은 경우에는 제품 회수에 있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때에 따라 문제의 제품을 소비자 스스로 폐기하라 고지하기도 한다. 구입 증빙만으로 보상을 진행하기도 한다. 리콜 신청 창구를 열어 인바운드 리콜 신청을 유도해 처리하기도 한다. 실제 회수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외부 회수용역업체를 활용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문제의 제품을 회수하고도 골치 아파하기도 한다. 회수 제품이 환경이나 인체에 유해한 경우 이런 고민은 더욱 더 커진다. 엄청난 분량의 회수제품을 어떻게 폐기 또는 재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때까지 어떤 장소에서 보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해야 할 때가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정부기관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리콜의 고지에만 집중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정부나 언론의 일부 조사결과를 보아도 리콜 고지 이후 실제 리콜 되는 제품의 수량이나 비율은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 소비되어 실제 제품 리콜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리콜 수행이 진행되지 않아 확실한 회수 완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보상 체계 준비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의 회수에만 협조하는 수동적인 이해관계자가 아니다. 리콜이 시작되면 바로 떠오르는 질문이 ‘어떻게 피해를 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제품에 이상이 발견되어 리콜 한다 할 때, 회사가 소비자에게 동일하게 1만원짜리 다른 제품으로 교환 해주거나, 1만원을 환불해주는 조치만으로 해결 되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리콜이라는 것이 심각한 유해성을 원인으로 하고 있을 때는 말이 좀 달라 진다.

    피해가 존재하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리콜에 있어서는 이 ‘보상’이라는 이견 때문에 중장기적인 갈등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초기부터 보상책을 압도적으로 상정해서 소비자 개개인들과 합의 해 나가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어떤 기업은 이와 반대로 소송을 통해 일괄 대응하려는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어떤 의사결정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핵심은 리콜과 관련 된 보상 체계에 있어 기업이 사전에 어떤 준비나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느냐 하는 것이다.

    예상되는 리콜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조만간 리콜을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보상 체계에 대한 고민은 핵심 중 핵심이다. 어떤 과정과 원칙을 통해 어느 정도의 보상 규모를 예상하고 진행해야 하는 가에 대한 다각적 검토는 리콜 체계에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도 해당 기업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일부 소규모 소비재 기업은 이 보상 부분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거나, 해체되기도 한다. 사과를 섞은 리콜 커뮤니케이션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춰버리는 온라인 판매자들도 있다. 문제의 제품을 가지고 본사를 방문한 소비자들이 울분을 터뜨리는 동안 회사문을 굳게 걸어 잠그는 회사도 있다. 이렇듯 리콜을 둘러싼 재무적 또는 법적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런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리콜 보험을 든다. 평시 리콜 보험을 들어 실제 리콜이 발생할 때 예상되는 많은 부담을 덜어보려 한다. 리콜은 발생하고 발생하지 않고의 문제라기 보다, 언제 발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리콜 보험의 활용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법적 대응 준비

    일부 소비자나 소비자 단체들은 항상 강성이다. 이번 리콜을 통해 유사 리콜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의 제품을 판매해 이익을 올린 기업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최근에는 사회적 파장이 큰 리콜 이슈의 경우 매번 집단소송의 위협이 발생한다.

    중소규모 로펌이나 변호사들이 소송단을 모집하고, 회사를 상대로 압력을 행사한다. 피해사례를 모아 공표하기도 한다. 극단적 피해 주장들이 언론을 통해 기사화 되기도 한다. 그들 스스로 회사 앞 또는 규제기관 앞에서 피케팅을 하면서 압력을 가중시킨다.

    실제 소송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해당 리콜 기업은 여론상 유죄가 인정되는 상황이 발생해 버린다. 법정에서 대부분 소비자들이 자신이 입은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에게 이미 찍힌 유죄 스탬프는 지워지지 않는다.

    확실한 근거와 기록 그리고 원칙을 가지고 법적 대응까지 신속하게 준비하는 것은 리콜 체계에 있어 큰 의미가 있다. 제품 이상을 인지한 시점 이후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이 정한 모든 절차를 준수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와 함께 소비자 피해 복구 및 환원을 위해 회사가 모든 가능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근거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실제 소송이 진행되기 전까지 활발한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후 명성 회복 전략의 준비

    이 부분까지 사전에 정리하기는 힘들다 해도, 이런 준비가 필요할 시기가 온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 하고 있어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지난 리콜의 기억을 상쇄시키기 위해 일정 시기 후 과감한 할인 정책을 발표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해당 제품군을 없애는 전략도 구사한다. 일부에서는 해당 제품명이나 카테고리를 바꾸기도 한다. 해당 판매 사업부문을 접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해당 기업이 문제의 리콜을 어떤 자세로 어떻게 해 나갔었느냐 하는 평가에서 명성 회복의 예후가 갈린다는 것이다. 성실한 자세와 소비자 우선 원칙을 제대로 리콜 전 과정에 반영해서 무리 없는 리콜을 진행했었느냐 그렇지 못했었느냐 하는 것에서 큰 다름이 생겨나는 것이다.

    위기관리 자체도 마찬가지이지만, 리콜은 특히나 해당 기업의 철학을 시험하는 계기다. 다양한 마케팅과 영업 실행으로 제품 품질, 안전성, 소비자 우선 철학을 활발하게 이야기했던 기업이라도 실제 리콜 상황이 오면 이전과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리콜 상황에서도 이전과 같은 일관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최대한 그렇게 되도록 준비하고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리콜 케이스들은 그런 의미에서 여러 인사이트를 준다. 해당 기업이 얼마나 준비하고 있었는지 알려준다. 얼마나 리콜을 고민했고, 투자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더 나아가 해당 기업이 실제로 소비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제품에 대한 철학과 노력들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도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리콜은 소비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 33. 다음 단계를 미리 준비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 한 기업이나 조직 내부에 들어가 보면,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 토론에서 독특한 공통점을 발견 할 수 있다. 발생 한 위기 상황에 대한 상호 보고와 공유를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토론의 상당 부분이 이미 문제가 된 상황에 대부분 할애 돼 버리는 현상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파악하면 할수록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알아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의 비중에 있어서 이미 발생한 사실관계에 대한 과도한 반복적 언급은 비효율적인 것이다.

    위기관리팀이나 위기관리위원회를 이끄는 위기관리 매니저라면, 이 주제와 비중에 대해 정확한 관리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문제가 된 사실에 대해 본능적으로 장황하게 설명하고, 여기 저기 다른 부서들이 반복적으로 유사한 논의를 제기하는 것을 일정 방향으로 관리해야 한다.

    상당부분 상황이 파악되었다고 생각되면, 신속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토론 주제의 변경을 이끌어야 한다.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미 발생한 상황을 기반으로 현 시점에서 해당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 신속히 의사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가능한 효율적으로 소화한 뒤, 더 많은 토론의 비중을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야 위기관리는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 위기관리팀의 의사결정과 대응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일선 직원들도 기억해야 한다. 초기대응에 열중하고 있지만, 곧 추가 대응 실행 지시가 내려오지 않으면 그들의 위기관리 활동은 중단되거나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우선 현재 상황에서 오늘과 내일 그리고 이번주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상황들을 예상 해 보아야 한다. 다음 단계를 상상하는 것이다. 상황판을 제대로 읽어보면서 위기관리 네비게이션을 켜는 것이다. 다음 단계를 보기 시작해야 한다.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기반으로 곧 발생한 특정 상황들을 미연에 방지 하겠다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위기관리에서도 인과관계는 항상 중요한 기준이다. 위기관리 주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곧 추가적인 문제가 된다. 반대로 위기관리 주체가 미리 챙겨 특정 부분에 대해 신경 쓰고 제대로 된 관리를 하면, 그 부분은 더 이상 문제로 발전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자사가 생산판매한 제품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발생했다면, 그 문제 여부와 책임 소재 등을 부고 왈가왈부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그 다음 단계를 미리 예상해보자는 것이다. 외부 이해관계자와 규제기관들로부터 리콜 압력이 어느 정도 예상될지 판단해 보자. 만약 상당한 리콜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면, 선제적으로 자발적 리콜을 계획해 선언 해 버리는 것이다.

    조만간 불거질 리콜 압력에 대한 적절한 예상 대신, 문제 그 자체를 놓고 시간을 보내며 적시 리콜을 결정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은 여론에 질질 끌려 다니게 된다. 엄청난 비판과 압력을 감내하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리콜을 결심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미리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리콜 자체에 대한 준비도 늦었을 것이다. 리콜이 진행되더라도 일선에서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미리 자발적인 리콜을 결정한 기업은 그에 대한 준비의 시간도 상대적으로 더 가질 수 있게 된다. 리콜이 진행되게 되면, 그 때는 또 한 발 더 나아간 의사결정에 관심을 두게 된다. 리콜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에 대한 추가 보상 부분에도 관심을 둘 수 있게 된다. 그 이후 일부 강경 소비자들의 추가적인 소송이나 요청에 대해서도 사전 준비가 가능하게 된다.

    상황을 따라가며 의사결정을 하면 항상 늦게 된다. 성공적 위기관리는 상황에 앞서가는 의사결정에 기반한다. 상황을 앞서 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최소한 위기관리 주체가 상황을 통제해 보려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라도 될 것이다.

    일선에서 볼 때에도 위기관리팀의 신속한 의사결정은 큰 힘이 된다. 우리가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선제적인 지시에 대해 일선은 보다 자발적으로 움직여 위기를 관리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밀려 겨우 움직이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된다.

    경험 있는 대표이사나 위기관리 매니저는 그렇기 때문에 위기대응에 관련한 의사결정에서 주제를 관리하고,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과거의 이야기는 가능한 빨린 마무리하고,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의사결정이야 말로 위기관리의 꽃이다. 다음 단계를 바라보는 위기관리의 역량이 그 기반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리콜은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제품에 이상이 생겼다는 보도로 리콜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희는 해당 제품에 대해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인데, 소비자들이 우려하니 일단 리콜 하려고 합니다. 근데 리콜을 하는데 여러 골치 아픈 것들이 있네요. 이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보죠?”

    컨설턴트의 답변

    소비재 기업의 경우 어찌 보면 위기관리의 가장 기본은 아마 리콜 시스템이 아닌가 합니다. 소비재로 사업을 하면, 가장 흔히 예상되는 위기유형이 제품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그 제품이상의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일단 회사 차원에서는 리콜에 대한 인식이나 준비를 미리 잘 갖추고 있어야 위기관리가 가능해 집니다.

    흔히 리콜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문제의 제품을 그냥 회수 수거 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리콜 과정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준비하다 보면 상당히 복잡한 준비사항과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게 됩니다. 예산도 생각보다 많이 든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일단 리콜이라는 의사결정이 내려지면, 가장 시급한 것은 리콜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우선 감독 기관과의 리콜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대고객 리콜 권유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해 실행해야 합니다. 해당 리콜 내용들을 접수하고 설명할 수 있는 리콜 상담 라인과 요원들도 신속하게 확충해야 합니다. 때에 따라 일간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리콜 관련 고지를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그렇게 친절하게(?) 여러 인력까지 동원해 접수하고 광고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현실적인 내부 불평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소비재 기업이 어떤 태도로 리콜 하는가는 위기관리 성패와 직접 연결되는 경쟁력이 됩니다. 그러니 더욱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와 함께 접수된 리콜요청을 현장에서 처리하는 회수 인력이나 체계도 잘 구조화 해야 합니다. 해당 고객에게 직접 방문해 수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정해진 회수처에서 수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니면 소비자가 구매 증빙만 갖추면 정해진 보상을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택배나 우편이나 온라인 접수 등 다양한 회수 체계도 고민해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회수나 보상에 있어서 그 대상과 범위 그리고 수준에 대한 의사결정도 미리 정해져야 합니다. 일부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은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피해를 증명하기 쉽지 않은 경우에는 어찌 보상해야 하는지도 고민거리입니다. 회사에서는 소비자 우려를 염려 해 리콜 하기로 한 것인데, 실제 피해를 경험한 양 비판 해 대는 소비자들에게는 섭섭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거의 모든 리콜 상황에서 보여지는 공통 증상입니다. 이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대감을 가져서는 문제 해결만 힘들어 집니다.

    일부 시기에 판매된 제품만을 리콜 한다 발표해도, 그 이전 더 많은 소비자들까지 리콜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정확한 기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면, 이후에는 혼란이 발생합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리콜은 당연한 것이고 소송까지 해야 하겠다 나서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심각한 소비자 피해가 발견 또는 예상되는 경우에는 법적 대응 준비까지 병행해야 하겠습니다.

    리콜을 할 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성실한 소비자관’입니다. 이에 근거한 체계적 준비와 과감한 소비자 보호 프로그램 실행이 두 축이 될 것입니다. 미리 생각해 준비해 갖추게 되면 리콜이 그리 힘들고 복잡한 업무는 아닐 수 있습니다. 만약 리콜이 실제 해보니 무척 어렵고 힘들다 한다면, 그것은 사전 준비와 고민이 적었던 것이 직접적 이유일 것입니다. 여러 부서가 미리 머리를 맞대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면, 리콜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18. 사일로를 없애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8편] 사일로를 없애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일로(silo)란 ‘회사 안에 성이나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간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는 곡식이나 유류 등을 보관하는 분리된 격납고를 일컫는 말이었다. 이런 사일로는 평소에도 기업 내부에 존재한다. 문제는 그렇지 않았던 기업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없던 사일로가 새로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위기 시에는 서로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하라는 조언을 한다. 이 또한 기존에 또는 현재 생겨날 수 있는 부서간 사일로를 최소화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사일로가 존재하는 기업의 위기관리는 몇 가지 주된 특징이 있다.

    일단 부서간에 어떤 위기 대응을 하고 있는지 서로 알지 못한다. 각자 무언가는 하는데,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되어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 번째 특징은 서로 대응하는 방식이나 프로세스가 겹치고 충돌한다. 당연한 결과다. 관제탑 없는 짙게 안개 낀 인천공항을 상상해 보자. 세 번째 특징은 위기관리에 결국 실패한다. 그 후 그 실패 원인도 오리무중이 된다. 개선은 물 건너 간다.

    쉽게 표현하자면 사일로가 존재하는 기업의 위기관리는 그냥 ‘아수라장’ 그대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런 아수라장의 경험을 하고 난 뒤, 최고의사결정권자를 중심으로 사일로간 조율을 하는 위기관리 관제를 시도해 보기도 한다. 최고의사결정권자 사무실 앞에 부서장들이 연이어 줄 서서 상황을 보고하고 부서별 대응을 보고하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이전보다 상호간 조율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지시하는 대응을 해당 부서가 그 취지부터 잘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긴다. 그 취지나 전략은 최고의사결정권자만 알고 있다. 부서들은 아직도 존재하는 사일로로 인해 그 취지나 전략을 그냥 예상하며 실무적 대응에 집중한다. 당연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뭐가 좋은 일이라고 모여서 마주 앉아 이야기해야 하는가?” “왼손이 아는 것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이야기가 있지” “의사결정은 극소수 핵심인력이 내리면 되지” “각 부서는 자기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하도록 하시오” “왜 굳이 다른 부서가 어떤 대응을 하는지 알아야 하나?” 이런 이야기가 내부에서 상식인 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사일로가 강한 기업이다.

    일부 성공적 기업에게도 사일로나 점 조직 같은 기업문화가 존재하는 곳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의 경우에도 위기 때에는 상당한 고통을 겪는다. 신속히 일사분란 한 대응을 하지 못해 문제를 장기화하면서 점진적 대응으로 초기 관리에 실패 한다. 관련 핵심 부서들이 모여 앉아 대응을 함께 논의하게 되면, 당연히 챙겨야 할 것들이 관리된다. 반면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각자 대응에만 몰두하다 보면, 부서간 협업이 필요한 중간지대에 대한 신경은 덜 쓰게 된다.

    위기가 발생한 기업은 외부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외부에서 볼 때 A라는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하던 모든 활동은 당연히 A기업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리콜 결정 시기가 늦었다면 A기업이 늦은 것이다. 리콜을 한다 하면서 제대로 된 소비자 리콜 접수를 어려워하면 그것도 A기업이 준비가 덜 된 것이다. 리콜을 신청했더니 제대로 된 리콜 수리에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면 그것도 A기업의 문제다. 말 그대로 A기업은 엉망이라는 생각을 공중들이 하게 되는 것이다.

    A기업이 사일로 기업이라면 이런 상황을 두고도 공중들과는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리콜을 늦게 결정한 이유는 마케팅 부서에서 리콜 반대를 해서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훼손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A기업이 아니라 마케팅 부서가 문제라 생각한다. 리콜 접수가 엉망인 이유도 자사 CS 예산이 빨리 증가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CS와 재무부서의 무능함을 내심 욕한다. 리콜 수리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서는 일선 협력업체가 제대로 된 업무 처리를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기업의 문제라기 보다 몇몇 부서가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A같은 기업은 내부에서 그 결론에 대해 쉬쉬한다. 마케팅 부서장을 비롯해 CS, 재무, 협력업체관리 부서장들이 정치적으로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사후 평가를 상당히 민감해 한다. 외부에서 위기관리가 잘 못 되었다 평가해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부 상황을 잘 알지 못해 그런 평가를 하는 것이라 반론한다. 내부에서 어떤 노력과 토론이 있었는지 모르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아달라 한다. 나름대로 부서들이 최선을 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위기관리 성공의 원인에 대해서는 기업의 내외부가 거의 같은 생각과 판단을 한다는 것을 기억해 보자. 그렇다면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도 기업 내외부가 비슷한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이 또한 기업 스스로 또 다른 사일로를 형성하는 것이다. 사회와 기업간의 사일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16. 일선이 못하는 이유를 찾아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6편] 일선이 못하는 이유를 찾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예전에 “안되면 되게 하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 생각으로 보면 참 무식한 말이다. 안 되는 것은 그 나름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인데, 그런 이유를 무시하고 무조건 되게 만들라는 지시가 너무 강압적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비슷한 말로 “하라면 해”라는 말이 있다. 군대식 용어다.

    그러나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안되면 되게 하라”는 말처럼 민주적이고 상호이해에 기반한 말이 없다. 무엇이 되지 않는다면 그 안 되는 이유를 곰곰이 살피고, 그 이유를 개선하거나 제거해 주면 결과적으로 무언가 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상호간 소통과 고민이 전제되면 그 보다 좋은 개선이 없을 것이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안되면 되게 하라”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표이사와 같은 위기관리 리더십의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인사이트 아닌가 한다. 회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 리더십에는 여러 챌린지가 가해진다. 제한된 정보와 상황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압박감은 물론이다.

    “이번 소비자 컴플레인들을 분석해 보니 우리 OO제품에 치명적인 하자가 있어 보입니다. 이를 전량 리콜하는 것을 고민해 봅시다. 이렇게 가다가는 크게 문제가 될 겁니다.” 대표이사가 위기를 예상하며 이런 지시를 한다. 그러면 일부 임원들은 이런 이유를 댄다. “대표님, 그게 어려운 사정이 있습니다. 지금 시장에 풀려있는 OO제품이 너무 많아, 전량 리콜 하게 되면 올해 장사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재무적으로 너무 큰 부담입니다”

    이 말을 듣고 “하라면 해!” 소리치는 대표는 없을 것이다. 대신 “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봅시다”는 지시를 할 것이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는 해당 제품의 문제가 시장에서 공론화 될 것이고, 그 후에는 우리가 하고 싶지 않아도 리콜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텐데, 어떤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 올지 고민해 봅시다. 또한 재무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소비자 보호 대책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 고민해 봅시다” 이런 토론과 지시가 이어진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이야기는 이런 토론과 지시에 대한 것이다. ‘안되니 못하겠군’이나 ‘안 되는 건 다 안될 이유가 있는 법이지’ 같이 생각하지는 말자 하는 것이다. 되지 않는 이유를 찾아 그 이유를 해결하는 것이 위기관리이고, 위기관리 리더십이 주목해야 하는 것이 그 부분이다.

    더 나아가 “할 수 있다, 하겠습니다, 말 하세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제가 최선 다해 지원하겠습니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위기관리 리더십은 빛이 난다. 실제 위기관리 현장에서는 ‘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란 없다. 일선에서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았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라는 보고가 올라오는 상황이 위기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방향으로 더 해 보라”는 지시와 함께 위와 같이 “최선 다해 지원할 테니 해보라”는 말처럼 강력한 리더십은 없다.

    평소에도 마찬가지다. 신임 대표라면 수십 년간 이어진 자사의 경영철학과 맞지 않는 적폐를 개선하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시 위기관리라는 것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실무 임원들은 ‘그렇게 개선하지 못할 이유’를 이야기할 것이다. 나름대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게 다 안 되는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지, 누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나’하는 비아냥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하지 못할 이유를 적극 확인해 개선이나 제거해 버리면, 그 적폐는 더 이상 위기요소로서의 성격을 상실하게 되면서 회사차원의 찜찜함은 없어지게 된다. 할 수 있다는 고민을 통해 ‘못할 이유’를 없애는 일이 이어진다면 해당 회사는 점점 더 위기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다.

    반면 일부 회사에서는 위기관리 시 ‘하지 못할 이유’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이를 핑계 대는 위기관리 조직이 목격된다. 결국 그들의 결론은 “일단 두고 보자” 또는 “어쩔 수 없다. 맞고 가자”는 방향이 된다. 지난번도 그랬으니 이번도 다를 게 없다 이야기 한다. 문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별다른 개선안을 세우지 못하는 것이다.

    대표가 일선이 주장하는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별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해결하면 내가 책임진다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니 문제는 계속된다. 물론 모든 이유들에 해결책이 나와 단박에 해결되거나, 간단하게 조치해 개선될 수 있는 것들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하나 하나 해결책을 마련해 가면서 ‘되게 만드는’ 노력은 어떻게든 지속되어야 한다.

    대표이사가 직접 물어보자. “왜 이게 안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해 이유를 대는 부서와는 그 이유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하겠다. 반면 그에 대해 이유를 대지 못하는 부서라면 그들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이유를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말하지 않고, 공론화 하지 않는 ‘이유’가 훨씬 더 치명적인 것일 수 있다. ‘이유를 말해 봤자 해결 안될 것이 뻔해’라는 마인드를 두려워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거래처 문제도 저희가 관리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여러 회사의 제품을 판매 해주는 유통 사업을 합니다. 문제는 여러 제조사 제품이나 서비스 문제 때문에 저희가 피해를 본다는 거죠. 고객관리 부서도 매일 곤욕을 치르고요. 제품 제조사 문제인데 이런 이슈들을 매번 우리가 나서서 관리 하는 게 맞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굳이 “이익 있는 곳에 책임 있다”는 말까지 하지 않더라도 그에 합당한 책임감을 가지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고객들이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여러 유통 회사 중에서 왜 당사에서 해당 제품을 구입 했는가를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물론 가격 경쟁력도 이유가 되겠지요. 유통 채널에 대한 신뢰도 이유가 될 것입니다. 향후 당사에서 제공할 A/S, 콜센터, 배송, 서비스 등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하기 때문이겠지요.

    ‘제품에 이상이 있는 데 왜 단순히 판매 한 우리가 매번 욕을 먹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은 보다 사려 깊게 수정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제품을 구매하신 고객이기 때문에 일단 우리가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말이지요. 그렇게 생각이 바뀌어야 위기관리에 보다 더 성공할 수 있습니다.

    왜 회사 차원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는 갑니다. 각종 제품 생산회사들이 판매를 의뢰하며 여러 품질이나 인증 자료들을 당사에 제시하긴 하는데 그게 때때로 문제가 있을 때도 있겠지요. 소비자단체나 규제기관에서 불시에 실행한 조사에서 예기치 않았던 문제가 드러나는 제품들도 있고요. 소비자 컴플레인이 엄청나게 쏟아질 만큼 제품 하자가 발생하기도 하죠. 그런 경우 제조사는 2선 라인으로 빠져 있고, 판매사인 당사만 고생하고, 인력들이 힘들고, 과도한 비용도 들게 되고, 나아가 회사 명성도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돼서 그럴 것입니다.

    법적으로 규정을 기반으로 취할 수 있는 모든 사전 검증을 했음에도, 제조사의 문제로 위기를 맞게 되는 아주 이상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언론이나 고객들은 (대형) 유통회사의 책임도 있다면서 비판을 할 겁니다. 당사가 발생시키지 않은 문제로 당사가 고통 받아야 하는 것이 때때로 너무 억울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를 방지 하기 위해 제품 문제에 있어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리콜 등의 차원에서 리더십을 가져가는 대기업들과만 거래 하는 방법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제품 판매 차원에서 검증된 대기업만 상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니까 문제죠. 거래처들 중에는 사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나 리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들도 꽤 될 것입니다. 막상 큰 제품 문제가 발생하면 아예 회사 대표가 숨어버리거나, 회사가 공중분해 되어 버리는 해프닝도 일어나곤 합니다.

    해당 위기를 관리할 주체가 모호해 지는 경우가 돼버리죠. 그런 경우 판매사가 위기관리 리더십을 가져가는 것은 정통적인 위기관리 관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실행입니다. 판매할 때는 신뢰와 서비스를 이야기하다가, 위기가 발생하면 그런 가치를 단숨에 외면하는 모습으로 회사가 비춰지는 것이 더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구매나 머천다이징 단계에서 판매의뢰를 하는 중소 제조사들과는 위기발생 시 어떻게 역할과 책임을 나누고, 최종적인 문제 해결의 부담을 어떻게 배분하는 가에 대한 내용도 합의 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많은 판매회사들이 보험을 든다거나, 세부적인 계약 조항을 통해 여러 안전핀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가장 우려해야 하는 부분은, 판매한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판매 회사가 쏙 빠져 버리고, 원 생산자가 문제를 홀로 핸들링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입니다. 판매 회사에게 쏟아지는 고객들의 컴플레인을 생산회사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판매만 했을 뿐 책임은 제조사에게 있다”는 메시지는 아주 위험한 메시지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전혀 이해되지 않을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위기가 발생된 것이 문제라고 여기기 보다는,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고, 판매사인 당사 명성과 신뢰를 지속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핵심일 것입니다. 추후 당사가 받은 피해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제조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협의를 통해 일부 배상 받는 초지들은 그 다음입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스스로 취하고, 혼란스러운 고객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신뢰 가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 하는 것이야 말로 성공적 유통 기업의 위기관리 전략일 것입니다. 나아가서 홍보전략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간단하게 위기 대응 전략을 세울 방법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가 발생하면 저희가 정신을 차리는 게 일단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위기관리팀이 구성되어 있어서도 사실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아서 말이죠. 좀 간단하게 상황을 보고 위기 대응 전략을 정리 할 수 있는 방식은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병(病)에 대해 한번 생각 해 보시죠. 사람이 어떤 병에 걸렸다고 설정 해 보시죠. 그렇다면 여러 증상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어느 특정 부위가 일정 기간 아팠다거나, 어떤 이상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거나 하곤 하죠. 물론 갑작스럽게 병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위기 발생 전조나 상황, 감지도 이와 유사합니다.

    일단 병이 있다는 판정을 받게 되면, 그 사람이나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어떤 조치를 먼저 취하게 될까요? 우선 해당 질병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게 됩니다. 그래야 해당 병을 치료 또는 수술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해당 질병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 방식을 구상하게 됩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 이 단계는 상황파악과 대응 전략 도출 단계가 되겠습니다.

    그 후 해당 질병을 가진 환자와 의사가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이런 치료 방식이 있는데, 어떤 치료 방식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의사로서 이런 방식을 권장 드립니다. 이런 대화가 오고 가게 되겠죠. 기업 위기관리에서 이 단계는 의사결정 단계가 됩니다.

    의사와 환자가 치료 방식에 대해 동의가 이루어지면 정해진 치료 프로세스에 따라 치료 작업이 실행됩니다. 약이나 주사를 투여 받게 되고, 수술이 필요하다면 수술이나 여러 가지 조치들이 진행되죠. 이 단계가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 위기 대응 실행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할까요? 치료 후 환자의 상태를 계속 관찰하죠. 여러 측정 방법으로 그 이전의 질병 상태와 치료 후 상태를 지속적으로 비교 합니다. 만약 치료 후에도 해당 질병이 사라지지 않으면 의사와 환자는 추가적인 치료 실행을 계획합니다. 반대로 치료 후 상황이 호전되고 이제 질병 수준으로 환자를 해하지 않는 결과가 얻어지면 의사는 환자에게 퇴원을 주문하죠. 이 단계가 실행 후 평가 및 위기 종료 단계가 되겠습니다.

    여기에서 기업 위기를 바라보는 단계를 기억하셔야 합니다. 대부분의 기업 위기는 발전단계에 있어 원점(source)-거실(living room)-시장(market)-법정(courtroom)의 4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먼저 원점(source)라고 불리는 것은 해당 위기나 이슈를 발아시킨 사람이나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때로는 어떤 작은 최초 사건 자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위기관리 성패를 기반으로 보면 대부분 이 원점(source) 상황에서 해당 문제를 해결 대응 하는 것이 성공가능성은 가장 높습니다.

    원점(source)에 대한 초기 관리가 실패하게 되면 해당 위기나 이슈는 거실(living room)로 갑니다. 즉, 여론화를 의미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해당 위기나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자신들의 의견들을 만들어 교환하게 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역할과 중요성은 최대화됩니다. 여론을 제대로 관리 대응 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로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여론(living room)이 악화되어 그 다음단계로 전이 되는 곳은 대부분 시장(market)이 됩니다. 팔리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안 팔리게 되죠. 제품이 회수 되거나 매장에서 철수 명령을 받습니다. 가시적으로 불매운동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재무적 충격이 가시화되는 단계입니다. 이때는 기존에 진행하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당연하고, 실제적인 시장 대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발적 리콜이나 판대 중단 또는 배상 및 파격적인 시장 활동 등이 병행되어야 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market)에서까지 완전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면 그 다음 단계는 법정(courtroom)입니다. 대부분의 대형 위기는 거의 법정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피해자들이나 규제기관, NGO등이 이전 단계들에서의 문제와 책임을 따지면서 소송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시장활동은 법적 대응 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을 잃게 됩니다. 법적 책임을 최소화 하는 전략이 생겨나게 되죠.

    위기는 이렇게 생겨나서 이렇게 사라집니다. 위기관리는 회사가 위기 발생 후 여러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것을 중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 단계가 어떤 단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그 다음 단계로 전이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실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점, 거실, 시장 그리고 법정의 4단계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