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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관리에서 책임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관리에서 말하는 책임은 한 종류가 아닙니다. 맡은 일을 해내야 하는 수행책임(responsibility), 그 결과에 대해 답하고 감당해야 하는 결과책임(accountability), 그리고 법이 묻는 법적 책임(liability)이 각각 다르게 작동합니다. 세 가지는 같은 사람에게 함께 오지 않으며, 하나를 이행했다고 나머지가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위기 대응에서 절차를 다 밟았는데도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은 대개 이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책임은 한 종류가 아닙니다

    영어에는 우리말 「책임」에 해당하는 단어가 여럿 있습니다. 그중 위기관리에서 반드시 나누어야 하는 것이 responsibility와 accountability입니다. 우리말로는 둘 다 책임으로 옮겨지지만 실제로 가리키는 대상은 다릅니다.

    수행책임(responsibility)은 맡은 일을 해내야 하는 의무입니다. 누가 그 일을 하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안전 점검을 맡은 담당자, 품질을 검수하는 부서, 협력사를 관리하는 라인이 각각 나누어 지고 있는 책임입니다. 아래로 위임할 수 있고 여러 사람에게 나눌 수 있습니다.

    결과책임(accountability)은 그 결과에 대해 이해관계자에게 답하고 그 평가를 감당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누가 이 사태에 답하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나눌 수 없고 아래로 넘길 수도 없으며, 직접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도 성립합니다.

    여기에 법적 책임(liability)이 더해집니다. 법원과 수사기관이 판단하는 배상과 처벌의 문제입니다.

    두 책임을 구분해서 보는 시각은 조직 이론과 거버넌스 연구에서 오래 다루어져 왔습니다. 영국의 행정학자 리처드 멀건(Richard Mulgan)은 accountability를 다른 사람에게 답하고 그 판단을 받아야 하는 외부적 관계로 규정하면서, 스스로 판단해 처리하는 내부적 의무인 responsibility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구분수행책임결과책임법적 책임
    묻는 것누가 그 일을 했는가누가 이 사태에 답하는가누가 법을 어겼는가
    작동 시점위기 발생 이전위기 발생 이후사후 판단
    나눌 수 있는가나눌 수 있음나눌 수 없음법이 정함
    판단하는 주체회사 내부이해관계자와 공중법원과 수사기관
    표. 위기관리에서 구분해야 하는 세 가지 책임 — 스트래티지샐러드

    일은 아래로, 답변은 위로

    두 책임은 방향이 서로 반대입니다.

    수행책임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갑니다. 조직이 일을 나누어 맡기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결과책임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갑니다. 현장에서 발생한 일이라도 최종적으로 답해야 할 사람은 위에 있습니다.

    일은 여럿이 나누어도, 답변은 한 사람이 합니다. 그 한 사람이 어느 자리에 있는가는 사안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위기 대응이 실패하는 지점은 두 방향이 같아지는 순간입니다. 일도 아래로 내려보내고 답변까지 아래로 내려보내는 경우입니다. 사고가 나면 현장 책임자를 앞에 세우고 담당 임원을 문책해 사안을 종결하려는 대응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흔히 꼬리 자르기라고 부르는 것의 구조입니다.

    답변을 아래로 내리면 다음 위기를 모르게 됩니다

    꼬리 자르기의 문제는 도의적인 데 그치지 않습니다. 조직의 작동 방식을 망가뜨립니다.

    회사가 위기를 미리 아는 경로는 현장에서 올라오는 보고입니다. 이상 징후를 처음 보는 사람은 언제나 현장에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났을 때 답변의 부담이 현장으로 내려간 전례가 생기면, 다음번에 이상 징후를 발견한 직원은 그것을 올리지 않습니다. 올리는 순간 자신이 그 사안의 답변자가 된다는 것을 학습하기 때문입니다.

    조직 심리학자 에이미 에드먼드슨(Amy Edmondson)이 병원 조직을 관찰하면서 확인한 것도 같은 현상입니다. 오류 보고 건수가 많은 팀이 실제로 오류가 많은 팀이 아니라, 보고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믿는 팀이었습니다. 보고가 적은 조직은 안전한 조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조직입니다.

    결과책임을 아래로 내리면 수행책임의 기반까지 무너집니다. 보고가 끊긴 조직은 위기를 예방할 수 없고, 경영진의 판단은 틀린 사실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위기관리의 전제에서 위험 신호가 불이익 없이 위로 올라오는 경로를 확인 항목으로 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실무자를 지키는 일이 다음 위기를 아는 방법입니다.

    법적으로 이겨도 책임은 남습니다

    세 가지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직접 관여하지도 않은 사안에서 결과책임이 발생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협력사 사업장에서 일어난 중대재해, 가맹점에서 발생한 위생 사고, 인수하기 전에 벌어진 피인수기업의 부정행위가 그렇습니다. 법적으로는 방어할 수 있고 인과적으로도 연결되지 않지만, 공중은 그 회사에 답을 요구합니다.

    이때 위법 사항이 없다는 해명을 앞세우면 상황은 대개 나빠집니다. 법적 책임에 대한 답을 결과책임에 대한 답으로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공중이 물은 것은 처벌받을 일인가가 아니라 이 회사가 이 일을 어떻게 다루었는가입니다.

    법적 방어에 성공한 기업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은 대응이 부실해서 생기지 않습니다. 답해야 할 질문과 답한 내용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생깁니다.

    세 가지를 따로 다루어야 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분리해서 판단해야 하는 것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누가 그 일을 했는가는 내부 조사가 밝힐 문제입니다. 무엇을 법적으로 인정할 것인가는 법무가 판단할 문제입니다. 누가 이 사태에 답할 것인가는 커뮤니케이션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세 가지를 같은 자리에서 함께 처리하면 두 방향의 사고가 발생합니다. 내부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법적 책임을 인정해 버리거나, 반대로 법적 방어 논리가 대외 메시지를 지배해 답해야 할 질문에 답하지 못하게 됩니다.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패는 후자 쪽입니다.

    책임을 정확히 이행하려면 먼저 책임을 정확히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중 국내 기업이 가장 자주 놓치는 것이 답하는 책임입니다.

    근거로 삼은 표준과 자료
    상법 제382조 제2항 · 제382조의3
    민법 제681조 · 제683조
    Richard Mulgan, 「Accountability」: An Ever-Expanding Concept?, Public Administration (2000) — responsibility와 accountability의 구분
    Amy C. Edmondson, Learning from Mistakes Is Easier Said Than Done, Journal of Applied Behavioral Science (1996) — 오류 보고와 심리적 안전에 관한 병원 조직 연구
    위 개념들을 기업 위기관리 관점에서 두 책임의 방향으로 정리하고 세 가지 책임의 분리 운용으로 구성한 부분은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리입니다.

  • 말실수 좀 했다고 큰 문제가 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경쟁사 공장 사고 위기관리를 면밀히 분석해 보고 있는데요. 당시 대표나 공장장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말 실수를 여러 번 하더라고요. 저희는 깜짝 놀랐는데요. 이후 그 말실수를 지적하는 부정기사 몇 개 외에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말실수하지 말라는 조언은 약간 과장된 거 아닐까요?

    날카롭게 보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것은 경쟁사의 말실수가 아니라, 그 장면을 보시고 대표님이 내리신 결론입니다. “말실수해도 별 문제 없더라”는 결론 말입니다.

    잠깐 사업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대표님은 경쟁사 제품에 결함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않으십니다. 왜 그런 결함이 생겼는지 뜯어보고, 우리 제품에는 그런 문제가 없도록 개선하시지요. 그렇게 남의 약점을 우리의 강점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경쟁력입니다. 옛말로 타산지석입니다. 남의 산에 있는 거친 돌로 내 옥을 간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상한 건 유독 위기관리에서는 이 타산지석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경쟁사의 사고 대응을 그렇게 면밀히 지켜보시고도, 대표님이 얻으신 결론은 “말실수, 별거 아니네”였습니다. 만약 제품이었다면 어떠셨을까요. 경쟁사의 불량품이 어쩌다 리콜을 피해 갔다고 해서, “저 정도 불량은 괜찮구나”라고 결론 내리진 않으셨을 겁니다.

    말실수도 똑같습니다. 그 경쟁사가 넘어간 것은 말실수가 무해해서가 아닙니다. 결함 있는 제품이 운 좋게 리콜을 피한 것과 같습니다. 사고 자체가 워낙 커서 말실수가 묻혔을 수도, 더 큰 뉴스가 관심을 가져갔을 수도, 회사의 평판 체력이 버텨 줬을 수도 있습니다. 조건이 조금만 달랐다면, 인명 피해가 조금만 더 무거웠다면, 그 한마디는 유가족의 마음에, 수사기관의 심증에, 법정의 판단에 그대로 새겨졌을 겁니다. 결함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가려졌을 뿐이지요.

    그 사례에서 얻어야 할 진짜 교훈은 정반대입니다. “말실수해도 괜찮다”가 아니라 “우리는 절대 저렇게 하지 말자”입니다. 경쟁사가 카메라 앞에서 흔들렸다는 것 자체가, 사전 준비와 대변인 훈련이 부족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바로 그 지점을 보고 준비하고 훈련하면 됩니다. 그것이 위기관리의 경쟁력입니다.

    왜 우리는 유독 위기관리에서만 이 좋은 교본을 덮어 둘까요. 제품 경쟁은 매출과 점유율로 당장 성적표가 나오니 다들 열심히 배웁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역량은 평시에는 티가 나지 않습니다. 위기가 터지지 않으면 아무도 그 준비를 알아주지 않지요. 게다가 남의 위기는 ‘우리 일이 아니다’라며 밀어 두기 쉽고, 위기관리를 꾸준한 경쟁력이 아니라 한 번의 사고 대응쯤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경쟁은 제품에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기관리에서도 합니다. 경쟁사의 그 말실수는, 대표님께 공짜로 배달된 기출문제입니다. 그 문제집을 덮지 마시고, 우리 대변인의 훈련 교재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남의 실수에서 배우는 회사와, 그것을 남의 일로 흘려보내는 회사. 다음 위기 앞에서 두 회사의 격차는 분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 왜 조용히 넘어가려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나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강조되는 것이 상황이 발생되면 신속하게 회사 입장을 밝히고, 여러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지속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라 보는데요. 심지어 오버 커뮤니케이션도 훌륭한 전략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네 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주제입니다. 학계나 언론에서는 위기관리의 모범 사례로 1980년대 초 미국 ‘존슨앤드존슨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을 단골 소재로 꼽습니다. 이 사례는 너무나 자주 인용되어, 이제는 위기관리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대중조차 내용을 알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케이스에서 늘 강조되는 성공 요인은 ‘신속함’,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원칙 준수’, ‘고객 중심 사고’, 그리고 ‘과감한 리콜’ 등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 대목에서만 인사이트를 얻으려 합니다. 그리고 우리 기업들에게 “미국의 그 기업을 본받으라”고 주문하며, 똑같이 대응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훈수를 둡니다. 하지만 그러한 처방은 현실적이지 않고 유효하지도 않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위기의 ‘본질’에 있습니다. 당시 타이레놀 사건은 회사의 제조 과실이 아니라, 신원 미상의 범인이 저지른 테러였습니다. 즉,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에게 귀책사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 진정으로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Even though)’의 정신입니다. 자사 책임이나 잘못이 없었음에도, 환자와 고객의 안전을 위해 막대한 매출 손실을 감수하며 과감한 전국적 리콜을 단행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반면 우리 현실은 어떤 가요? 우리 기업이 직면하는 위기나 이슈 중에는 자사의 책임이나 과실이 명백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기업에게 귀책사유가 전혀 없는, 억울한 위기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런 드문 케이스는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도 못하며, 일부 언론이나 온라인에서 잠시 노이즈를 일으키다 소멸합니다. 반면, 대중의 이목을 끄는 대형 위기는 대부분 기업에게 태생적으로 불리한, 부정적인 기반 위에서 발생합니다.

    이처럼 기업의 책임이 막중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기업은 발생한 상황에 대해 모든 책임과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과감한 약속과 실천을 즉각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가장 이상적이고 훌륭한 대응이지요.

    그러나 현실의 많은 기업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극도로 부담스러워 합니다. 법적,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고, 무엇보다 향후 완벽한 재발 방지나 개선을 약속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어려워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다수 기업이 위기 발생 시 전략적으로 ‘로우 프로파일’을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당장은 비판 받더라도 일단 조용히 상황을 넘기면, 훗날 회복할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 믿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업의 침묵과 소극적 대응에 익숙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냉혹한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비용 대비 효과적인 위기관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위기를 관리하는데 있어 예산이 계속 투입되어 회사의 고민이 큽니다. 최초 대응후에도 논란이 가라 앉지 않으니, 여러 번 반복 사과하며 개선 예산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혹시 비용대비 효과적인 위기관리라는 것은 없을까요? 다음 번에는 그 부분에도 신경을 쓰고 싶군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예산에 대한 주제는 사실 평시에 합리적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할 때에는 누구나 비슷한 의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실제 그런 위기가 발생해서 여러 딜레마 속에 처했을 때, 경영진 내부에서는 평시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사전에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할 때 부정적인 고객과 제품 상황을 놓고, 그에 관한 시나리오를 경영진에게 공유하면. 대부분은 짧은 논의 후 “이런 경우에는 저희 회사 원칙 상 전체 리콜을 해서 고객을 보호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 같습니다.”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에 따라 시뮬레이션도 리콜 커뮤니케이션을 적극 실행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그 이후 동일한 고객 및 제품 관련 부정 상황이 실제 발생해 일부 고객의 심각한 문제제기 등과 마주하게 되면. 경영진은 내부적으로 공통된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문제 제품을 리콜 한다면, 그 비용만 수백억이 소모되는데, 이 비용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가? 대표이사 연임 시즌이 다가오는데, 이런 리콜 비용 소모가 있다면 되겠나? 일부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순 A/S건으로 처리해 조용하게 마무리하는 게 최고라고 하던데? 이런 전혀 낯선 논의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물론 평시 시뮬레이션 경우와 같이 원칙이나 당위성만 따지면서 기계적으로 ‘리콜!’을 외치는 경영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하지만, 평시에 좀더 현실적 고민을 하고, 여러 방향에서 옵션을 검토하는 사전적 노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이는 시뮬레이션을 한 기업과 하지 않은 기업 모두에 해당하는 공통점인 듯합니다.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은 기업도 평시에는 막연하게 위기를 상상만 합니다. 심각한 고객과 제품관련 위기가 발생하면 리콜하는 게 당연하지. 법적으로도 그렇게 규정되어 있으니까. 이렇게 위기에 대한 대략적 그림만 그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을 ‘위기관리 주체의 부재’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나의 직접적인 일이 아니면 모두가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것이지요.

    비용대비 효과성이라는 질문을 주셨는데요. 가장 비용대비 효과성이 좋은 위기관리는 평시에 여러 고민을 기반으로 한 옵션을 마련해 놓고 이후 실제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에게만 가능한 것입니다. 위기가 발생해 모든 것이 변화무쌍하고,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온 나라가 우리 때문에 떠들썩 한 상황에서는 모든 결정은 취약할 수 있습니다. 위기 시 그런 취약한 의사결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 위기관리는 물론, 비용관리에서도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됩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형식이지요.

    항상 결론은 비슷합니다. 평시 고민과 옵션의 준비가 비용대비 효과가 좀더 나은 위기관리를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은 진리입니다. 항상 문제는 그런 진리를 알면서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발생됩니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합니다. 만약 다음번에 비용대비 효과가 좋은 위기관리를 하려 하신다면, 바로 지금 시작하십시오. 숙제를 해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눈 높이 맞추기?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발생된 고객관련 논란을 두고 저희가 어떻게 고객과 눈 높이를 맞춰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 논란을 품질 문제로 정의하는데요. 고객들은 반대로 안전문제로 정의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저희의 눈 높이와 고객들의 눈 높이를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핵심 이해관계자와) 눈 높이를 맞추라’는 조언은 해당 이슈나 위기를 바라보는 상대의 시각을 이해하고, 그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입장(position)을 스스로 정하라는 의미입니다. 일부에서는 눈 높이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기업이 자세를 낮추고, 겸손하게 다가가라는 의미라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높이’가 아니라 ‘방향’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건설업계에서도 품질 vs. 안전이라는 시각차가 존재하는 듯합니다. 입주 예정 아파트 철근이 튀어나오고 문이 잘 닫히지 않고 누수가 발생되는 문제 상황을 두고 건설회사는 품질 문제라고 정의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아파트에 입주하는 고객들은 그것을 안전문제라고 정의하니 논란이 발생됩니다.

    만약 고객이 품질 문제라는 기업의 주장을 받아드리려면, 기업이 문제를 개선하면 고객이 아무 불만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유형의 문제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업이 문제를 개선한다고 해도, 불안하고, 찜찜하고, 살고 싶지 않다면 이는 안전문제일 것입니다. 물론 기업에서는 품질을 개선했으니 아무 문제없다고 재차 주장하겠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객의 생각과 느낌입니다.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예전에 노트북, 자동차, 휴대폰이 자연 발화하거나 폭발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때도 각 기업에서는 해당 문제를 품질 문제라고 정의하곤 했습니다. 고객들은 안전문제라고 불렀지만, 기업은 그 눈 높이를 빨리 맞추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리콜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기업은 상당한 기간을 허비했습니다. 정부가 나서 강제 리콜을 명령하는 지경까지 이르기도 했었습니다.

    대형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 스스로 핵심 이해관계자들과 눈 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다른 규제기관이나 이해관계자들이 개입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억지로 눈 높이를 맞추게 만듭니다. 처음부터 스스로 하는가, 아니면 오랫동안 각종 비판과 비난을 받다가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 눈의 높이를 맞추게 되는가 하는 선택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략적 기업이나 추후 주판을 튕겨보는 기업이라면 처음부터 눈 높이를 맞추어 입장을 정리한 경우가 더 이익이라는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실무자나 임원들에게 이 같은 눈 높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일부분들은 한숨을 쉽니다. 이성적으로는 이해관계자의 눈 높이를 이해하지만, 기업 특성상, 기업 문화 때문에, 최고의사결정자의 주장 때문에, 또는 법적 기준 때문에 자신들이 회사의 눈 높이를 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맞습니다. 기업이 이슈나 위기를 경험했을 때 스스로 이해관계자들과 눈 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이 큽니다. 어찌 보면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이슈나 위기관리의 역할에 있어서 그것이 가장 크고 중요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고객의 이야기가 맞다. 이 문제는 안전문제다. 그 입장에 기반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우리 스스로 말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자. 이런 의사결정이 성공적인 이슈와 위기관리를 만들어 내는 첫 단추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리콜을 꼭 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부터 저희 제품에 대한 조금 심각한 고객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게 고객이 보면 문제인데, 법적으로는 별 문제는 아니 라서 내부에 고민이 많습니다. 일단 리콜을 하게 되면 비용적인 면도 무시 못하겠고요.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닌데, 굳이 리콜을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제품 리콜을 해야 하는 경우인지 아닌 지에 대한 판단은 말씀처럼 법적 리콜 대상 주제인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됩니다. 법적 리콜 대상 주제가 아니라면 그 다음 주목하셔야 하는 것은 고객의 불만 수준입니다. 고객의 상당수가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회사의 입장을 연이어 요구하고 있다면, 리콜을 하는 것이 회사에게 이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더해 고객의 강한 불만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확산되고 어떤 반향이 생길 수 있을까 하는 것도 미리 예상해 판단하는 것이 리콜 결정에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제품에 대한 문제가 반복적이거나, 특이하거나, 엽기적이거나 심지어 역겨운 경우에는 고객을 넘어 사회적 주목을 받기 쉬운 경우입니다. 제품을 리콜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사회적 반향이 증대되고 그 여파가 그대로 회사와 해당 제품 그리고 다른 제품에까지 미치게 됩니다.

    리콜을 해야 한다면 ‘자발적’으로 ‘선제적’ 리콜의 형식을 띠는 것이 그나마 회사에게 이롭습니다.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해도 자발적이며 선제적 리콜을 한다는 명분은 가져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심각한 고객 불만이 계속 이어지는 데도 리콜 하지 않는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여론에 의한 강제 리콜을 당하게 되는 지경에 처하게 됩니다. 이는 법적인 강제 리콜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상당한 고객불만이 이어지면, 점점 더 많은 잠재 고객들이 해당 제품의 문제를 접하게 됩니다. 유통망이 있다면 그 유통회사나 채널에서도 문제를 인지하게 됩니다. 대형 유통 매장에서 다루는 제품 중 하나에 부정적 논란이 발생되면 유통사가 바로 매장에서 그 제품을 철수시키는 경우를 기억해 보십시오.

    고객들이 더 이상 구매하지 않게 되거나, 유통 매장에서 철수 당하는 경우나 매한가지입니다. 여론에 의한 강제 리콜이란 그런 의미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되면 그 이후에는 회사에서 아무리 자발적이며 선제적이라 주장하며 리콜을 해도 그 의미가 제대로 먹히지 않게 됩니다.

    이 전체 과정에서 언론과 온라인 여론은 매우 위협적인 문제 증폭기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리콜을 앞두고 여론을 모니터링하고, 추이를 예상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고객의 문제가 일단 여론화되었다면 그 상황은 회사의 자발적이며 선제적 리콜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그 여론이 점차 심각해지기 시작했다면 그때는 자발적이며 선제적 리콜 발표의 마지막 기회가 됩니다.

    그 이후에는 순식간에 강제 리콜 대상이 되어 버립니다. 고객과 여론의 비판을 견디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되었다는 오명만 얻게 됩니다. 회사가 그간 강조 해 왔던 고객중심, 품질, 안전, 서비스, 철학 등의 가치는 그와 함께 사라져 버립니다. 기억하십시오. 제품은 리콜 할 수 있지만, 회사의 가치는 리콜이 불가능합니다. 여론을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인지 아닌지 분별하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는 이번 상황을 위기라고 봅니다. 그런데 컨설턴트께서는 이번 상황을 그렇게 보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이 상황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매출이 줄 수도 있고요. 너무 고객들에게 욕을 많이 먹어서 괴롭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첫 단추라고 하면 바로 ‘주어진 상황을 위기로 정의하기’ 단계일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라 해도 회사 내부에서 그것을 위기로 정의해야만 위기가 됩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도 회사 스스로 그것을 위기라고 정의하지 않으면 위기가 아닌 것이 되지요. 그냥 한번 지나가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거나, 시끄럽고 귀찮은 노이즈라고 정의하는 경우가 그런 것입니다.

    위기에 대한 정의는 기업마다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매출이 1조원인 회사에게 1억짜리 제품 리콜은 위기라고 정의하기에는 좀 모자란 면이 있습니다. 신속하게 압도적으로 리콜 하고 보상하면 계획대로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출이 10억인 기업에게 제품가 1억짜리 리콜은 다른 성격을 가집니다. 그것은 그 회사에게 분명한 위기 일 수 있으나, 신속성이나 압도적인 위기관리는 1조짜리 기업보다 어려워집니다.

    위기를 정의할 때에는 위와 같이 매출이나 재무적 영향만을 기준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그 외에도 아주 다양한 기준을 기업이 제 각각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 명성이나 이미지를 기준으로 하는 곳도 있습니다. 단순하게 1억원짜리 제품 문제라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고객 커뮤니케이션과 개선을 통해 위기관리를 하려는 1조짜리 회사가 그런 경우입니다.

    그 외에도 상황에 따른 민감성을 위기의 정의 기준으로 삼는 기업도 있습니다. 최근 들어 자사를 향한 국세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관련 부정 이슈가 발생되는 경우에는 민감성이 위기 정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벌어지는 내부고발이나 이해관계자 갈등 또한 마찬가지지요.

    중요한 것은 기업이 평소에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위기를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보는 것입니다. 자사만의 위기 판별 기준이 세워진다면, 그 기준을 전사적으로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내 모든 구성원들이 정확한 위기관을 가지게 됩니다. 모든 상황을 공통된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면 의외로 위기 요소들은 금세 눈에 띄게 됩니다. 사전에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지요.

    그렇지 못하고 위기에 대한 자산의 기준을 미처 가지지 못하는 기업은 부정적 상황이 발생될 때마다 갈팡질팡합니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아주 작고 미세한 감정과 분위기에 휘둘립니다. 당연히 상황이 변화되면 그런 감정과 분위기도 순식간에 잊게 됩니다. 아주 얇은 냄비에 물이 끓듯이 금세 부글대다가 순식간에 식어 버리게 되는 형국이지요. 상당히 소모적인 위기관리가 됩니다.

    그런 이상한 위기 정의와 대응이 반복되는 회사에는 위기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위기관리에 임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위기와 이해관계자를 우습게 알게 됩니다. 위기관리가 별것 아니라는 경험적 자조가 태도를 지배하게 됩니다. 이런 부작용은 위기를 바라보고 판별하는 기준의 부재에서 기인합니다. 먼저 위기를 판별하기 위한 자사만의 일관된 기준을 세워 보십시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다른 회사 불구경만 말라고요? [기업 위기관리 Q&A 263]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경쟁사가 최근 몇 가지 부정 이슈에 휩싸여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저희 회사 매출이 늘었지요. 임원들은 이 기회를 살려 대대적으로 마케팅과 영업을 하자고 합니다. 근데 다른 회사 불구경이 위험한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마케팅과 영업 관점에서 호기를 잡아 그 기회를 극대화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단, 위기관리 관점에서 경쟁사에 대한 불구경식 관망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에 베이루트라는 도시에서 질산암모늄 저장소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최초 연기가 보이자 그 장면을 여러 주변 사람이 자신의 스마트 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사건이나 사고 현장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는 적절하지 않으며 매우 위험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일단 연기가 피어오르거나 폭발음이 나는 경우에는 무조건 그 반대쪽으로 최대한 신속히 이동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연기나 불꽃을 보면 안전한 곳으로 멀리 도망가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기업의 위기에서도 그런 안전 원칙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얄미울 정도로 경쟁하던 경쟁사가 갑자기 어떤 부정 이슈에 휩싸였다고 할 때 그 경쟁사로서 자사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그들의 상황을 그대로 바라보며 고소하다는 듯 웃음을 머금는 것이 최선일까요? 그들의 이슈를 바라보며 그 이슈에 더욱 더 불을 지펴주는 것이 전략적일까요?

    무엇보다도 시급한 위기관리 실행은 자사에게도 그런 유사한 부정 이슈의 조짐이 있는가, 그러한 부정이슈 발발 가능성은 혹시 없는가, 우리에게 유사한 이슈가 발생하면 우리는 저들과 달리 좀더 잘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들의 부정 이슈나 위기를 보고 우리를 스스로 살피는 실행이 가장 먼저라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위기는 유사한 형태로 여러 기업에게 공히 발생됩니다. 특히 같은 동종업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 해당 경쟁사에게만 유독 발생되리라는 위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살펴보면 자사에게도 어느 정도 발생가능성과 조짐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이런 경우에는 불타는 집의 바로 옆집 같은 마인드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좀더 전략적일 것입니다.

    경쟁사뿐 아닙니다. 여타 다른 기업들의 다양한 이슈와 위기에 대해 최대한 주목해야 합니다. 그 이슈나 위기의 원인을 단순화해 재미있는 소재거리로만 삼지 마십시오. 저 회사는 오너가 이상해서 그래. 저 회사는 품질관리가 엉망이지. 저 회사는 원래 갑질로 유명하지. 저 회사는 직원들이 컴플라이언스에 신경 안 써 그런 이슈가 발생한 거지. 이런 단순한 외적 시각은 자사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어떻지? 진짜 저 회사와 다를까? 우리는 저들 보다 더 나은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더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자사에 대한 내적 시각과 그에 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우리집을 등뒤로 하고 옆집의 불 구경만 하는 형국은 매번 위험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성패 판정은 왜 어려운지요? [기업 위기관리 Q&A 249]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매번 위기가 발생되고 위기관리가 진행되면, 그에 대해 어떤 사람은 성공적이라 평가하고, 다른 사람은 실패라고 평가하는 걸 보게 됩니다. 왜 이런 전혀 다른 평가가 존재하게 되는 건 가요? 하나의 기준은 없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중요한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 기준에 대한 주제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맞습니다. 기준을 하나로 세우기는 어렵습니다.

    기준을 세우기가 왜 어려울까요? 일단 하나의 위기관리 실행에도 그를 바라보는 주체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제품 이상에 의한 대규모 리콜을 보더라도, 그 기업의 위기관리 실행을 투자자 관점에서 보느냐, 전문경영인 관점에서 보느냐, 거래처나 실무 관계자 입장에서 보느냐, 소비자 입장에서 보느냐, 소비자 단체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각 평가 주체의 이해관계나 주요 판정 기준이 서로 또 다릅니다. 여기에서 더욱 세분화 된 다름이 추가됩니다. 대규모 리콜로 인해 투자 피해를 입은 일부 기존 대형 투자자들은 해당 리콜을 실패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리콜 이외에 다른 조치를 통해 보다 투자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 보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다른 일부 투자자들은 회사가 이번 신속한 리콜로 소비자 신뢰 자산을 잘 보호했다 평가 하면서 추락한 주식을 대량으로 저가 매수하며 위기관리가 잘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해당 리콜에 대해 소비자단체는 이 같은 상황은 단순 리콜로 마무리되면 안되며, 모든 소비자 피해를 배상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징벌적 조치까지 있어야 한다 할 것입니다. 이 단체에서는 이번 리콜이 너무 단순했고, 면피성이 짙어 실패라 판정합니다. 이렇게 각각 평가자는 다르고, 세부 이해관계와 기준까지 다른 것이 현실입니다.

    그에 더해 각 주체와 이해관계가 언론이나 온라인 여론에까지 영향을 받으며, 종종 회오리 칩니다. 기존 투자자가 불만스러운 위기관리였지만, 해당 리콜을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여기는 여론이 생겨나면 그들에게는 다시 긍정적 시각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이번 리콜이 호기라 생각해 움직였던 투자자들은 이후 잦아들지 않는 책임론 때문에 투자가치가 정상화되지 못하면 위기관리에 대한 기존 평가를 바꾸게 됩니다. 전문경영인이나 소비자단체, 소비자, 거래처 대부분도 여론에 의해 자신의 기존 평가가 영향을 받는 경험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한가지 기준을 가지고 절대 중립적 입장에서 위기관리에 대해 단순 평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이분법적 판정도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위기관리는 종종 잘했다 평가되는 긍정적 부분과 아쉬워 개선이 필요하다는 개선 부분이 다양하게 논의 평가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긍정분야가 많고, 개선분야가 적은 지, 반대로 긍정분야는 적고, 개선분야가 많은 지 이런 비율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이전에 해당 위기가 의도적으로나 방치에 위해 발생된 성격의 것인지, 의도치 않았으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중요합니다. 위기의 본래적 성격이나 특성에 대한 우선적 판단이 사후 위기관리 평가에 매우 중요한 기반이라는 의미입니다. 문제를 만들어 터뜨린 주체에게 그 문제를 잘 관리했다 하는 평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울리지 않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란 어떤 거죠? [기업 위기관리 Q&A 212]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 때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고 수 없이 강조하는데요. 사실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내부에서도 잘 감이 안 옵니다. 상황을 바꾸는 커뮤니케이션? 사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무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람들은 흔히 문장에 ‘전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골치 아픔을 느끼곤 합니다. 단어 자체는 멋진 것 같고, 의미 있는 것 같은데 사실 풀어 설명하라 하면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그런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무척 어렵게 느껴 지기도 하고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짧게 보면 평시와는 다른 머리 씀, 상대와는 다른 머리 씀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현 상황과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그 부정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머리 씀이 바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기반이 되겠습니다.

    좀더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무엇을 얻을 것 인가’가 정확하게 정의되고 목표가 된 커뮤니케이션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 이 정의를 확실하게 목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말입니다.

    예를 들어 위기 시 이런 논의를 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이번 부정 기사를 최초 쓴 기자와 데스크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를 거쳐 소송까지 진행하고 싶습니다.” 자, 이런 공격적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스스로 무엇을 얻기 위한 것일까요? 부정 기사를 쓴 기자와 데스크로 하여금 자신의 잘 못을 뉘우치고 보다 긍정적인 기사를 쓰게 하기 위함 일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고요.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는 VIP의 억울함이나 한을 풀겠다는 것이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목표입니다. 제소와 소송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VIP의 기분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주 목표입니다. 목표가 있으니 이를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위기관리)이라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 전략이 유효한 것인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반면 이를 선두에서 진행하는 홍보임원은 어떨까요? 그도 어떻게 보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선두 지휘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을 통해 VIP의 마음에 드는 결과를 내는 것이 자신에게 얻음이 있다 판단한다면 말이죠. 개인적으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것이죠.

    VIP가 위기 시 사퇴 카드를 꺼내 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같이 일어나는 여론을 단박에 잠재울 수 있다는 얻음이 주 목표이기 때문에 그 어려운 사퇴를 발표합니다. 리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리콜하지 않으면 리콜 당하기 때문에 자발적 리콜을 발표해서 회사의 명성을 방어하자 하는 얻음이 주된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든 정확한 목표(얻음)가 있다면 그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반면 무조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전략이 무조건 유효한 것은 아니니까요. 문제는 그런 최소한의 목표(얻음)가 없는 무의미한 커뮤니케이션이나, 적절하지 않은 목표(얻음)만 있는 적절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왜 하신 건지요?”하는 질문에 정확하게 “왜냐하면…. 그 것을 위하여’라는 답이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비전략적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또한 그 목표(왜?)가 상황 해결을 위한 것 이외 다른 엉뚱한 목표로 점철되었던 것이면 그도 비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목표와 그로 인한 얻음이 무엇인지 항상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